한역 아함경/증일아함경

42. 팔난품(八難品)

실론섬 2015. 7. 12. 19:58

42. 팔난품(八難品)


[ 1 ]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29권 124번째 소경인 「팔난경(八難經)」이 있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곳에서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범부들에게는 설법을 듣지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시절이 있다. 비구들아, 알아야 하느니라. 설법을 듣지 못해 사람이 수행할 수 없는 여덟 시절이 있느니라. 

여덟 가지란 무엇인가?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면 법의 가르침을 자세히 설명하여 열반에 이르게 한다. 그러나 이 때 어떤 중생은 지옥에 태어나 여래가 행한 바를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다. 이것이 첫 번째 어려움이다.

  

또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면 법의 가르침을 자세히 설명한다. 그러나 이 때 어떤 중생은 축생으로 태어나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다. 이것이 두 번째 어려움이다.

  

또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면 법의 가르침을 자세히 설명한다. 그러나 이 때 어떤 중생은 아귀로 태어나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다. 이것이 세 번째 어려움이다.

  

또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면 법의 가르침을 자세히 설명한다. 그러나 이 때 어떤 중생은 장수천(長壽天)에 태어나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다. 이것이 네 번째 어려움이다.

  

또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면 법의 가르침을 자세히 설명한다. 그러나 이 때 어떤 중생은 변방에 태어나 성현을 비방하고 온갖 삿된 업을 짓는다. 이것이 다섯 번째 어려움이다.

  

또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면 법의 가르침을 자세히 설명하여 열반에 이르게 한다. 그러나 이 때 어떤 중생은 중심국에 태어나기는 해도 여섯 감각기관이 온전치 못하고 또한 선악의 법을 분별하지도 못한다. 이것이 여섯 번째 어려움이다.

  

또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면 법의 가르침을 자세히 설명하여 열반에 이르게 한다. 그러나 이 때 어떤 중생은 중심국에 태어나고 또 여섯 감각기관이 완전하여 결함이 없기는 하나 '사람도 없고 보시도 없으며 받는 이도 없다. 또한 선악의 과보도 없고, 금생도 후생도 없고, 부모도 없으며, 세상에는 아라한이 되어 스스로 증득해 즐겁게 노니는 사문 바라문도 없다'는 삿된 소견을 가진다. 이것이 일곱 번째 어려움이다.

  

또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지 않아 열반에 이르도록 설법할 수 없을 때, 어떤 중생은 중심국에 태어나고 여섯 감각기관이 온전하여 법을 받아들일 수 있으며, 총명하고 재주가 많아 법을 들으면 곧 이해하고 '물건도 있고 보시도 있으며 받는 이도 있다. 선악의 과보도 있고, 금생과 후생도 있으며, 세상에는 바른 소견을 고루 닦아 아라한을 증득한 사문 바라문도 있다'는 바른 소견을 닦는다. 이것이 여덟 번째 어려움으로서 이는 범행을 닦을 수 있는 시절이 아니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이런 여덟 가지 어려움이 있고 이는 범행을 닦을 수 있는 시절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범행을 닦는 사람들이 수행하는 한 시절이 있으니, 그 한 가지란 무엇인가? 이른바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면 법의 가르침을 자세히 설명하여 열반에 이르게 한다. 이 때 어떤 중생은 중심국에 태어나서 지혜롭고 훌륭한 말솜씨에 총명하여 부딪치는 사물마다 모두 통달하며, 바른 소견을 닦고 선악의 법을 분별하며 '금생도 있고 후생도 있으며, 세상에는 바른 소견을 닦아 아라한을 증득한 사문 바라문도 있다'고 한다. 이것이 이른바 '범행을 닦는 사람들이 이 한 시절에 수행하면 열반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니라."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한 가지가 아닌 여덟 가지 어려움은

  사람이 도를 얻지 못하게 하네.

  지금 현재 눈 앞에서 일어나는 일

  이 세상 어디서도 만날 수 없으리.


  마땅히 바른 법을 배워야 하고

  또한 적절한 시기 놓치지 말라.

  지나간 일들만 돌이켜 생각하면

  곧바로 지옥에 떨어지리라.


  여기서 탐욕을 끊어 없애고

  올바른 법을 고요히 사유하라.

  그러면 이 세상에 오래 머물며

  끊기어 사라지는 그런 때 없으리.


  여기서 탐욕을 끊어 없애고

  올바른 법을 고요히 사유하라.

  나고 죽는 근본을 영원히 끊고

  이 세상에 오래 머물리라.


  이미 사람의 몸을 받아

  바르고 참된 법을 분별하고도

  과보를 얻지 못하는 자들

  반드시 여덟 가지 어려움에 봉착하리.


  이제 여덟 가지 어려움 말했으니

  이것은 불법의 중요한 행이라

  이 어려움 벗어나기 한 가지도 너무 힘들어

  바다를 떠도는 판자 만나는 것 같아라.


  비록 한 가지 어려움을 벗어날

  그럴 이치가 있다고는 하지만

  네 가지 진리를 한 번 잃으면

  영원히 바른 길을 벗어나게 되리.


  그러므로 마음을 오로지 하여

  오묘한 이치를 고요히 사유하라.

  지극한 정성으로 바른 법 들으면

  무위의 경지를 얻게 되리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부디 방편을 구해 여덟 가지 어려운 곳을 멀리 떠나고 거기에 태어나기를 원하지 말라. 이와 같나니 비구들이여,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장아함경』 제19권 30번째 경인 「세기경(世記經)」의 지옥품이 있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곳에서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덟 개의 큰 지옥이 있다. 여덟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환활지옥(還活地獄)이요, 둘째는 흑승지옥(黑繩地獄)이며, 셋째는 등해지옥(等害地獄)이

요, 넷째는 체곡지옥(涕哭地獄)이며, 다섯째는 대체곡지옥(大涕哭地獄)이요, 여섯째는 아비지옥(阿鼻地獄)이며, 일곱째는 염지옥(炎地獄)이요, 여덟째는 대염지옥(大炎地獄)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여덟 개의 큰 지옥이니라."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환활지옥과 흑승지옥

  등해지옥과 두 체곡지옥

  5역죄 지은 이 가는 아비지옥

  염지옥과 대염지옥


  이것이 여덟 지옥

  그곳은 살 수 없는 곳

  이 모두는 악을 지은 탓

  열 여섯 작은 지옥 그 주위를 에워쌌네.


  쇠로 만들어진 감옥 위로는

  거센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1유순 안은 온통

  사나운 불길에 너무도 뜨거워라.


  네 개의 성에 문도 네 개

  그 사이는 너무도 평평하여라.

  또 이렇게 쇠로 성을 만들고

  단단한 철판으로 그 위를 덮었다네.


"이것은 모두 중생들이 죄를 지은 과보의 인연 때문으로 중생들로 하여금 한량없는 고통을 받게 하며, 살과 피는 모두 없어지고 오직 뼈만 남게 하느니라.


무슨 이유로 환활지옥(還活地獄)이라 하는가? 

그곳의 중생들은 온몸이 쭉 잡아당겨져 움직이지 못하고 고통에 시달리되 도망갈 수도 없어 온몸의 살과 피가 없어지게 된다. 그 때 그들은 저희끼리 말한다.

'중생아, 다시 살아나라. 다시 살아나라."

그 중생들은 곧 저절로 다시 살아나게 된다. 이런 이유로 환활지옥이라 하느니라.

  

또 무슨 이유로 흑승지옥(黑繩地獄)이라 하는가? 

그곳의 중생들은 몸의 힘줄이 모두 밧줄로 변하고, 그러면 톱으로 그 몸을 켠다. 그러므로 흑승지옥이라 하느니라.

  

또 무슨 이유로 등해지옥(等害地獄)이라 하는가? 

그곳의 중생들은 모두 한곳에 모여 서로 그 목을 베는데 이내 다시 살아난다. 이러한 이유로 등해지옥이라 하느니라.

  

또 무슨 이유로 체곡지옥(涕哭地獄)이라 하는가? 

그곳의 중생들은 선의 근본이 완전히 끊어져 털끝만큼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그 지옥 안에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는데, 그곳에선 원망하며 울부짖는 소리가 끊어지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체곡지옥이라 하느니라.

  

또 무슨 이유로 대체곡지옥(大涕哭地獄)이라 하는가? 

그곳의 중생들은 그 지옥에서 가히 헤아릴 수 없는 그런 고통을 한량없이 받는다. 그러면 그들은 그곳에서 울부짖으며 가슴을 치고 제 몸을 쥐어뜯으며 한목소리로 부르짖는다. 이런 이유로 대체곡지옥이라 하느니라.

  

또 무슨 이유로 아비지옥(阿鼻地獄)이라 하는가? 

부모를 죽이고, 부처님의 탑을 부수며, 대중들과 싸우고, 그릇되고 뒤바뀐 소견을 익히며, 삿된 소견과 어울리는 중생들은 어떤 방법으로도 고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아비지옥이라 하느니라.


또 무슨 이유로 염지옥(炎地獄)이라 하는가? 

그 지옥에 있는 중생들은 몸에서 연기가 나며 온 몸이 문드러진다. 그러므로 염지옥이라 하느니라.

  

또 무슨 이유로 대염지옥(大炎地獄)이라 하는가? 

그 지옥에 있는 중생들은 죄인들이 있었던 흔적조차 보지 못한다. 그러므로 대염지옥이라 하느니라.

비구들이여, 이른바 이런 이유로 여덟 개의 큰 지옥이라 하느니라.

  

그 낱낱의 지옥에 열여섯 개의 작은 지옥이 있으니, 그 이름은 우발지옥(優鉢地獄)·발두지옥(鉢頭地獄)·구모두지옥(拘牟頭地獄)·분다리지옥(分陀利地獄)·미증유지옥(未曾有地獄)·영무지옥(永無地獄)·우혹지옥(愚惑地獄)·축취지옥(縮聚地獄)·도산지옥(刀山地獄)·탕화지옥(湯火地獄)·화산지옥(火山地獄)·회하지옥(灰河地獄)·형극지옥(荊棘地獄)·비시지옥(沸屎地獄)·검수지옥(劍樹地獄)·열철환지옥(熱鐵丸地獄)이다. 이와 같은 열 여섯 작은 지옥에 버금가는 한량없는 지옥이 있어, 중생들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친 뒤에 그곳에 태어난다.

  

혹 바른 소견을 훼손하는 중생이 있어 바른 법을 비방하며 멀리한다면 그들은 목숨을 마친 뒤에 모두 환활지옥에 태어나고, 살생하기를 좋아하는 중생들은 모두 흑승지옥에 태어난다. 어떤 중생이 소나 염소 따위를 잡는다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등해지옥에 태어나고, 어떤 중생이 주지 않는 것을 가지고 남의 물건을 훔친다면 그는 체곡지옥에 태어난다. 어떤 중생이 항상 음탕한 짓을 좋아하고 또 거짓말을 한다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대체곡지옥에 태어나고, 어떤 중생이 부모를 죽이고 절을 부수며 비구들과 싸우고 성인을 비방하며 뒤바뀐 소견을 익힌다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아비지옥에 태어난다. 어떤 중생이 이곳에서 들은 말을 저기 가서 전하고 저기에서 들은 말을 다시 여기 와서 전하며 사람들을 이용한다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염지옥에 태어나고, 어떤 중생이 닥치는 대로 싸우고 남의 물건을 탐내며 인색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의심을 품는다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대염지옥에 태어나느니라. 또 어떤 중생이 온갖 잡된 업을 짓는다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열여섯 작은 지옥에 태어나느니라.

  

옥졸들은 그 중생들을 부리며 헤아리기 어려운 고통을 주는데, 팔을 자르기도 하고 다리를 자르기도 하고 팔과 다리를 모두 자르기도 하며, 코를 베기도 하고 귀를 베기도 하고 코와 귀를 모두 베기도 한다. 나무더미를 가져다 누르기도 하고, 배 위에 풀을 덮기도 하며, 머리채를 잡아 매달기도 하고, 가죽을 벗기기도 하며, 살을 도려내기도 하고, 두 토막으로 가르기도 하며, 혹은 다시 봉해 합치기도 한다. 혹은 잡아다 다섯 부분으로 나누기도 하고, 잡아다 불에다 뒤적거리며 굽기도 하며, 쇠를 녹여 붓기도 하고, 다섯 갈래로 찢기도 하며, 그 몸을 잡아늘이기도 하고, 날카로운 도끼로 목을 베기도 하지만, 곧 다시 살아난다. 그들은 반드시 인간세계에서 지은 죄가 끝나야만 그곳을 벗어난다.

  

옥졸들은 그 중생을 잡아다 큰 몽둥이로 몸을 부수고 혹은 등골의 힘줄을 벗기기도 한다. 또 말에다 매달고 칼로 된 숲을 달려 올라갔다가 다시 말을 몰아 내려오는데, 이 때 쇠 부리를 가진 까마귀들이 그 살을 쪼아먹는다. 다시 다섯 겹으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는 들어 끓는 가마에 던져 넣고 쇠꼬챙이로 그 몸을 푹푹 찌르지만, 바람이 그 몸에 스치면 본래대로 다시 살아난다.

  

옥졸들은 다시 그 중생들을 칼날이 빽빽한 산과 불이 이글거리는 산에 오르게 하며 잠깐도 멈추지 못하게 하는데, 그곳에서 겪는 고통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러나 그들은 반드시 인간세계에서 지은 죄가 모두 끝나야만 그곳에서 벗어난다.

  

그 죄인들은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해 다시 뜨거운 재로 가득 찬 지옥에 들어가기를 구하는데, 그곳에서도 한량없는 고통을 겪는다. 다시 그곳에서 나와 거꾸로 가시가 달린 지옥으로 들어가는데, 그곳에선 바람이 불면 그 고통이 한량없다. 다시 그곳에서 나오면 뜨거운 똥이 이글거리는 지옥으로 들어가는데, 이 때 그 뜨거운 똥이 이글거리는 지옥에 있던 구더기들이 그 뼈와 살을 파먹는다. 그러면 중생들은 그 고통은 견딜 수가 없어 다시 칼이 숲처럼 빽빽한 지옥으로 도망치는데, 그 몸이 찢기는 고통은 참을 수가 없다.

  

옥졸들이 그 중생들에게 묻는다.

'너희들은 어디서 왔는가?'

죄인들은 대답한다.

'저희도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디로 가는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릅니다.'

또 묻는다.

'지금 무엇을 구하는가?"

그들은 대답한다.

'저희는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너무도 괴롭습니다.'

그 때 옥졸들은 불에 달군 쇠구슬을 죄인의 입에 집어넣는데, 몸이 타며 문드러지는 그 고통은 견딜 수가 없다. 그러나 반드시 그 죄의 근원이 없어진 뒤에야 목숨을 마친다. 이 때 그 죄인들은 다시 많은 지옥을 거치며 그곳에서 수천만 년 동안 고통을 겪은 뒤에야 그곳을 벗어나게 되느니라.

  비구들이여, 알아야 하느니라. 그 때 염라대왕은 '몸과 입과 뜻으로 악을 짓는 중생들은 모두 이와 같은 죄를 받나니, 몸과 입과 뜻으로 선을 행하는 중생들은 이에 견주어 모두들 광음천(光音天)에 태어날 것이다'라고 생각하느니라."

  

세존께서는 이런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마치 저 광음천에 사는 듯

  어리석은 자들은 늘 기뻐하네.

  마치 저 지옥에 있는 듯

  지혜로운 이는 늘 두려워하네


"그 때 죄인들은 염라대왕으로부터 이런 분부를 듣는다.

'나는 언제나 옛날에 지은 죄를 모두 없앨 수 있을까? 그래서 여기서 목숨을 마치고는 사람의 몸을 받아 착한 벗들이 모두 모이는 중심국에 태어나고, 불법을 독실히 믿는 부모 밑에서 자라 여래의 제자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현세에서 번뇌를 없애 번뇌가 없게 될 수 있을까? 내 너희들에게 거듭 당부하나니, 너희들은 부지런히 노력해 여덟 가지 어려운 곳을 떠나고 중심국에 태어나 착한 벗을 사귀고 범행을 닦아 소원을 이루어 본래의 서원을 잃지 말도록 하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여덟 큰 지옥과 열여섯 작은 지옥을 떠나고자 한다면 부디 방편을 구해 8정도를 닦도록 하라. 이와 같나니 비구들이여,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서진(西晉) 시대 축법호가 한역한 『불설역사이산경(佛說力士移山經)』과 『불설사미증유법경(佛說四未曾有法經)』과 『장아함경』 제1권 2번째 소경인 「유행경(遊行經)」이 있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비사리(毗舍離)의 나기원(▩祇園)4)에서 5백 명의 대 비구들과 함께 계시면서 천천히 세간을 유행하고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비사리성를 돌아보시고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지금 보는 저 비사리

  이후론 두 번 다시 보지 못하고

  또 다시는 들어가지 못하리니

  이제는 하직하고 떠나가야겠구나.


이 때 비사리성 사람들은 이 게송을 듣고 모두 근심에 잠겨 세존의 뒤를 따라가며 눈물을 떨구었다. 그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오래지 않아 여래께서 세상을 떠나시리니, 이 세상은 광명을 잃겠구나."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만해라, 그만해라. 너희들은 근심하지 말라. 부서져야 할 물건은 부서지지 않게 하려 하여도 그것은 되지 않느니라. 나는 전에 네 가지 가르침으로 깨달음을 얻었고 또 사부대중에게 이 네 가지 가르침을 가르쳤다.

  

네 가지란 무엇인가? '

일체의 행(行)은 무상하다.' 이것이 첫 번째 법이다. '일체의 행은 괴롭다.' 이것이 두 번째 법이다. '일체의 행은 나가 없다.' 이것이 세 번째 법이다. '열반은 완전히 사라짐이다.' 이것이 네 번째 법의 근본이니라.

  

이와 같이 여래는 오래지 않아 세상을 떠날 것이다. 너희들은 이 네 가지 법의 근본을 알고 모든 중생들에게 널리 그 뜻을 설명하라."

  

세존께서는 비사리성 백성들을 돌아가게 하려고 곧 큰 구덩이를 신통으로 만드셨다. 그래서 여래께서는 비구들을 데리고 저쪽 언덕에 계시고 그 나라 백성들은 이쪽 언덕에 있게 되었다.

세존께서는 자기 발우를 허공에 던져 그 백성들에게 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이 발우를 잘 공양하고 또 재주가 뛰어난 법사를 공양한다면 영원히 한량없는 복을 얻을 것이다."

  

세존께서는 그 발우를 주시고 곧 구시나갈국(拘尸那竭國)으로 가셨다. 그 때 구시나갈국의 5백여 역사(力士)들은 한 자리에 모여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는 다 같이 우리가 죽은 뒤에 그 이름이 널리 퍼지고, 자손들이 '옛날 구시나갈 역사들의 힘은 미치기 어렵구나'는 말을 전하게 할 만한 특별한 일을 하자."

조금 뒤에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떤 공덕을 지어야 할까?'


그 당시 구시나갈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네모 반듯한 큰 돌이 있었는데, 길이 120걸음에 너비는 60걸음이었다.

"우리는 함께 이 돌을 세우자."

그들은 온 힘을 다해 세우려 하였으나 도저히 세울 수가 없었다. 움직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들 수 있었겠는가?

이 때 세존께서 그들에게 다가가 말씀하셨다.

"동자들이여, 무엇을 하려 하는가?"

동자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는 얼마 전 '이 돌을 옮겨 대대로 이름을 전하자'고 의논하고는 이레 동안이나 힘을 썼지만 아직도 이 돌을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너희들은 여래가 이 돌을 들어보게 하고 싶지 않으냐?"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이 돌을 들어 보소서."

  

세존께서는 오른손으로 그 돌을 들어 왼손바닥에 놓으시더니 다시 허공으로 던졌다. 이 때 그 돌은 범천까지 올라갔다. 그 돌이 보이지 않자 구시나갈의 역사들은 세존께 아뢰었다.

"그 돌은 지금 어디까지 올라갔습니까? 저희는 모두 볼 수가 없습니다."

"그 돌은 지금 저 범천 위에 있느니라."

"그 돌은 언제 이 염부리(閻浮利) 땅으로 내려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내 이제 비유를 들리라.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면 스스로 아느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범천에 올라가서 그 돌을 들어 이 염부리 땅으로 던지면 12년이 걸려야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여래의 위신력에 감응한다면 지금 당장 돌아올 것이다."

  

여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그 돌은 곧 돌아왔고 공중에선 수백 가지 하늘 꽃이 비처럼 흩날렸다. 이 때 5백여 명의 동자들은 멀리서 그 돌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제 자리에 있지 못하고 모두 흩어져 달아났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두려워하지 말라. 여래가 알아서 하리라."


세존께서는 왼손을 쭉 뻗어 그 돌을 잡더니 오른손바닥에 세우셨다. 그 때 삼천대천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허공의 신묘한 하늘들은 온갖 우발연화(憂鉢蓮華)를 흩뿌렸다.


5백 동자들은 모두 처음 보는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너무도 기이하고 너무도 특별하구나. 여래의 위신은 참으로 따를 수가 없다. 이 돌은 길이가 120걸음에 너비가 60걸음인데 그것을 한 손으로 세우시다니."

5백 동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어떤 힘으로 이 돌을 움직이셨습니까? 신통의 힘입니까, 지혜의 힘입니까? 어떤 힘을 써서 이 돌을 세우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신통의 힘도 쓰지 않고 지혜의 힘도 쓰지 않았다. 나는 부모의 힘으로 이 돌을 세웠다."

"여래께서 부모의 힘을 쓰셨다니, 잘 모르겠습니다. 그건 어떤 것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내 이제 너희들을 위해 비유로 말하리라. 지혜로운 이는 비유를 들면 스스로 아느니라. 동자들이여, 알아야 하느니라. 열 마리 낙타의 힘은 한 마리 보통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고, 또 열 마리 낙타와 한 마리 보통 코끼리의 힘은 한 마리 가라륵(迦羅勒)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며, 또 열 마리 낙타와 한 마리 보통 코끼리와 가라륵 코끼리의 힘은 한 마리 구다연(鳩陀延)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니라.

  

또 열 마리 낙타와 한 마리 보통 코끼리와……(내지)…… 구타연 코끼리의 힘도 한 마리 바마나(婆摩那)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고, 또 이 코끼리들의 힘을 합해도 한 마리 가니류(迦泥留)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며, 또 이 코끼리들의 힘을 합해도 한 마리 우발(優鉢)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고, 또 이 코끼리들의 힘을 합해도 한 마리 발두마(鉢頭摩)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며, 또 이 코끼리들의 힘을 합해도 한 마리 구모다(拘牟陀)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고,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한 마리 분다리(分陀利)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며,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한 마리 향(香)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고,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한 마리 마하나극(摩呵那極)의 힘보다 못하니라.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나라연(那羅延) 한 명의 힘보다 못하고,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전륜성왕(轉輪聖王) 한 명의 힘보다 못하며,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아유월치(阿維越致)6) 한 명의 힘보다 못하고,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보처보살(補處菩薩)7) 한 명의 힘보다 못하며,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보리수 밑에 앉은 보살 한 명의 힘보다 못하고,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한 여래가 부모에게 받은 몸의 힘보다 못하다. 나는 이제 부모의 힘으로 이 돌을 세웠느니라."


5백 동자는 다시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께서 가지신 신통의 힘은 어떤 것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내 제자 중에 목건련(目?連)이라고 있었다. 그는 신통에 있어서 가장 뛰어난 자였다. 그와 함께 비라야죽원(毗羅若竹園)에 있을 때였다. 그 때 그 나라에 심한 흉년이 들어 사람들은 서로를 잡아먹었고 길에는 흰 뼈가 가득했었다. 그래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들은 구걸하기가 어려워 성중은 파리하게 여위었고 기운이 고갈되었다. 마을 사람들 역시 모두들 굶주린 낯빛으로 의지할 곳이 없었다.

  

그 때 대목건련이 내게 와서 나에게 말하였다.

'지금 이 비라야(毗羅若)는 심한 흉년이 들어 걸식할 곳이 없고 백성들은 굶주려 살 길이 없습니다. 저는 여래께서 (이 땅 밑에는 너무도 향기롭고 맛있는 천연의 지비(地肥)가 있다)고 하신 말씀을 직접 들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 지비를 땅 위로 끄집어내어 백성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성중도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제자에게 허락해 주소서.'

나는 그 때 목련(目連)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땅 속의 꾸물거리는 벌레들은 어디다 두려는가?'

목련이 대답하였다.

'한 손을 변화시켜 땅 모양으로 만들고 한 손으로 지비를 뒤집어 내면 그 꾸물거리는 벌레들은 다 제자리에서 편안할 것입니다.'

'너는 무슨 마음으로 이 땅을 뒤집으려 하는가?'

'제가 이 땅을 뒤집는 것은 마치 힘센 사람이 나뭇잎 한 장을 뒤집는 것과 같아서 전혀 어려움이 없습니다.'

나는 그 때 다시 목련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그만 두어라, 그만 두어라. 목련아, 구태여 땅을 뒤집어 지비를 끄집어 낼 필요 없다. 왜냐 하면 중생들이 그것을 보면 모두들 두려운 생각이 들어 온 몸의 털이 곤두설 것이요, 또 모든 부처님의 절도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 목련이 부처에게 말하였다.

'그러면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 성중이 울단왈(鬱單曰)로 가서 걸식하도록 허락하소서.'


부처는 목련에게 말하였다.

'이 대중 가운데 신통이 없는 자들은 어떻게 그곳까지 가서 걸식하겠는가?'

목련은 부처에게 말하였다.

'신통이 없는 사람은 제가 그 국토로 데리고 가겠습니다.'

'그만 두어라, 그만 두어라. 목련아, 과연 제자들이 거기까지 가서 걸식할 수 있겠느냐? 왜냐 하면 미래 세상에도 지금처럼 이렇게 흉년이 들어 걸식하기도 어렵고, 사람들도 제 얼굴빛이 아닌 때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때 여러 장자와 바라문들은 비구들에게 (당신들은 왜 울단월로 가서 걸식하지 않습니까? 옛날 석가의 제자들은 큰 신통이 있어 이런 흉년을 만나면 모두들 울단월로 가서 걸식하여 스스로 구제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석가의 제자들은 신통도 없고 위엄스러운 사문의 행도 없군요)라고 말할 것이다. 그래서 비구들을 가벼이 여김으로써 그 장자 거사들로 하여금 모두 교만한 마음을 가져 한량없는 죄를 받게 할 것이다. 목련아, 알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저 비구 대중들이 모두 그곳으로 가서 걸식하는 것은 옳지 않느니라.'

  

동자들아, 알아야 한다. 목련의 신통은 그 덕이 이와 같았다. 목련의 신통력을 계산하면 삼천대천세계를 빈틈없이 두루 채울 정도지만, 세존의 신통력만은 못해 그 백 배·천 배·수억만 배를 하더라도 비유로써도 견줄 수가 없다. 여래의 신통은 그 덕을 헤아릴 수가 없느니라. "

  

동자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께서 가지신 지혜의 힘은 어떤 것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내게는 또 사리불이라는 제자가 있었다. 그는 지혜에 있어서 가장 뛰어난 자였다. 이 큰 바다는 세로와 가로가 8만 4천 유순이나 되어 물이 가득 차 있고, 또 수미산은 높이가 8만 4천 유순에 물 속으로 들어간 부분도 그와 같으며, 또 염부리(閻浮里) 땅은 남북으로 2만 1천 유순에 동서가 7천 유순이나 된다. 이제 비교해 보자면, 그 네 바다의 물을 먹[墨]으로 삼고, 그 수미산을 나무껍질로 삼고, 이 염부리 땅의 초목으로 붓을 만들어 삼천대천세계 백성들로 하여금 모두 사리불 비구의 지혜로운 업을 쓰게 한다고 하자.


동자야, 알아야 한다. 설사 먹으로 삼은 네 바다의 물이 다하고 붓이 다하고 사람들이 모두 죽도록 쓴다 하더라도 사리불 비구의 지혜는 다 쓸 수 없느니라.

  

동자들아, 이와 같이 그는 내 제자 중에서 지혜가 가장 뛰어난 자로서 사리불의 지혜를 능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 사리불 비구의 지혜를 계산하면 삼천대천세계를 빈틈없이 두루 채울 정도지만, 여래의 지혜와 비교하려 한다면 그 백 배·천 배·수억만 배를 하더라도 비유로써도 견줄 수가 없다. 여래가 가진 지혜의 힘은 이와 같으니라."

  

동자들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혹 그 힘보다 더 큰 힘도 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물론 그 모든 힘을 능가하는 힘이 있다. 그것은 무엇인가? 

이른바 무상(無常)의 힘이다. 오늘 밤중에 여래는 쌍수(雙樹) 사이에서 무상의 힘에 이끌려 열반에 들것이다."

  

그러자 동자들은 모두 눈물을 떨구며 이렇게 말하였다.

"여래께서 열반하심은 어찌 이다지도 빠르단 말인가? 이제 세상은 안목을 잃게 되었구나."


그 당시 바라타(婆羅陀) 장자의 딸인 군도라계두(君?羅繫頭) 비구니가 있었는데, 그 비구니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오래지 않아 세상을 떠나신다는 소식을 들은 지 이미 며칠이 지났다. 지금 세존께 나아가 친히 뵙고 문안드려야 마땅하리라.'


그 비구니는 곧 비사리성을 나서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가다가, 비구 대중들과 5백 동자들을 거느리고 쌍수 사이로 가시는 부처님을 멀리서 보았다. 그 비구니는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세존께서 오래지 않아 열반에 드실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여래는 바로 오늘밤 열반에 들 것이다."

그러자 비구니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출가하여 도를 배웠지만 아직 소원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세존께서 저를 버리고 열반에 드시다니요.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소원을 이루도록 미묘한 법을 말씀해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괴로움의 근원을 사유하라."

"정말 괴롭습니다, 세존이시여. 정말 괴롭습니다, 여래시여."

"네가 어떤 이치를 관찰했기에 괴롭다고 말하는가?"


비구니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태어나는 괴로움·늙는 괴로움·병드는 괴로움·죽는 괴로움·근심하고 슬퍼하며 번민하는 괴로움·원수와 만나는 괴로움·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괴로움, 그 요점만 말한다면 5성음(盛陰)이 곧 괴로움입니다. 이와 같이 세존이시여, 저는 이런 이치를 관찰했기 때문에 괴롭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 비구니는 이 이치를 사유하고는 곧 그 자리에서 세 가지 통달한 지혜를 얻었다. 비구니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습니다. 원컨대 제가 먼저 열반에 들도록 허락하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그러자 비구니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 발에 예배하고는 이내 부처님 앞에서 몸이 허공으로 날아올라 열여덟 가지 신통을 부렸다. 다니기도 하고 앉기도 하며 경행하기도 하고 몸에서 연기와 불을 뿜기도 하였으며, 아무런 걸림 없이 자유자재로 솟아오르기도 사라지기도 하였고, 물과 불을 뿜어 온 허공을 가득 채우기도 하였다. 그 비구니는 이렇게 무수한 신통변화를 부리고는 곧 무여열반의 세계에서 열반에 들었다. 그가 열반에 든 날 8만 천자는 청정한 법안(法眼)을 얻었다.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성문 중에서 지혜가 민첩하기로 제일인 비구니는 바로 군도라 비구니이니라."


그리고 세존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쌍수 사이로 가서 여래를 위해 북쪽으로 머리를 두도록 자리를 펴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는 세존의 분부를 받고 쌍수 사이로 가서 여래를 위해 자리를 펴고는 세존께 돌아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북쪽으로 머리를 두도록 자리를 폈습니다. 때를 알아서 하소서."

그러자 세존께서는 곧 그 나무 사이에 펴놓은 자리로 가셨다.

 

존자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무슨 이유로 여래께서는 자리를 펴되 북쪽으로 머리를 두게 하라고 말씀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열반에 든 뒤에 불법은 북천축(北天竺)에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북쪽을 향하도록 자리를 펴게 하였느니라."

 

그리고 세존께서는 세 가지 법의를 제정하셨다.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엇 때문에 여래께서는 지금 세 가지 법의를 나누어 제정하십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미래 세상의 단월 시주를 위해 이 옷을 나누어 제정하는 것이다. 그들이 복을 받게끔 하기 위해 옷을 나누어 제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세존께서는 입으로 오색 광명을 내어 온 사방을 두루 비추셨다. 

그 때 아난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또 무슨 이유로 여래께서는 지금 입으로 오색 광명을 내시는 겁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조금 전 이렇게 생각하였다.

'과거 도를 이루기 전에 나는 오랫동안 지옥에서 뜨거운 쇠 구슬 삼켰었고, 혹은 풀과 나무를 먹고 이 4대(大)를 기르기도 했으며, 혹은 노새·나귀·낙타·코끼리·말·돼지·양이 되기도 했고, 혹은 아귀가 되어 이 4대를 기르기도 했으며, 혹은 사람이 되어 태에 들어가는 재앙을 겪기도 했고, 혹은 천상의 복을 누리며 천연의 감로를 먹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이제 여래가 되어 근원이 되는 힘으로 도를 깨달아 여래의 몸이 되었다.'

이런 이유로 이처럼 입으로 오색 광명을 내는 것이니라."


또 조금 있다가 입에서 미묘한 광명을 내니 먼저 광명보다 더 훌륭하였다. 

그러자 아난이 다시 세존께 아뢰었다.

"또 무슨 이유로 여래께서는 아까보다 더 훌륭한 광명을 내시는 겁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조금 전 이렇게 생각하였다.

'과거 모든 불세존들께서 열반에 드셨을 때, 남기신 그 법은 세상에 오래 머무르지 못했다.'

나는 거듭 사유하였다.

'어떤 방법을 써야 내 법을 세상에 오래 존재하게 할까? 여래의 몸은 금강과 같은 몸이다. 나는 이 몸을 겨자씨만큼 잘게 부수어 세상에 널리 전해 미래 세상에 믿고 즐거워하는 단월로서 여래의 형상을 보지 못한 이들로 하여금 공양하는 인연을 짓게 하자. 그 복으로 말미암아 장차 네 가지 성(姓)의 집이나 사천왕·삼십삼천·염천(?天)·도술천(兜術天:兜率天)·화자재천(化自在天)·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태어날 것이다. 또 그 복으로 말미암아 장차 욕계·색계·무색계에 태어나고, 혹은 또 수다원의 도·사다함의 도·아나함의 도·아라한의 도·벽지불의 도를 얻고 혹은 부처의 도를 이룰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런 광명을 내는 것이니라."

  

그리고 세존께서는 몸소 승가리를 네 겹으로 접어 베고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누워 다리를 포개셨다. 그러자 존자 아난은 슬피 울고 눈물을 흘리면서 어쩔 줄 몰라하였다. 또 "나는 아직 도를 이루지 못해 번뇌에 묶여 있다. 그런데 지금 세존께서 나를 두고 열반에 드시다니 나는 누구를 의지해야 하는가?"라며 스스로를 책망하였다. 


세존께서는 그런 줄을 아시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아난 비구는 지금 어디 있느냐?"

비구들이 아뢰었다.

"아난 비구는 지금 여래의 침상 뒤에서 슬피 울고 눈물을 흘리면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습니다. 또 '나는 아직 도를 이루지 못했고 번뇌를 끊지도 못했다. 그런데 지금 세존께서 나를 두고 열반하시다니'라며 스스로를 책망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쳐라, 그쳐라. 아난아, 근심하지 말라. 세상에 있는 물건으로서 무너져 소멸해야 할 것은 아무리 변하지 않게 하려 하여도 그리 될 수 없느니라. 더욱 부지런히 정진하며 바른 법 닦기를 생각하라. 그렇게 하면 오래지 않아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뿐만 아니라 번뇌 없는 행을 성취할 것이다.

  

과거 다살아갈아라하삼야삼불(多薩阿竭阿羅呵三耶三佛)에게도 그런 시자가 있었고, 또 미래 항하의 모래알 같이 많은 부처님에게도 아난과 같은 그런 시자가 있을 것이다.

  

전륜성왕에게는 보기 드문 네 가지 법이 있다. 네 가지란 무엇인가? 

이른바 전륜성왕이 나라 밖으로 나갈 때 이를 본 백성들은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다. 그 때 전륜성왕이 어떤 명령을 내리면 이를 듣는 사람들은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다. 또 그 명령을 듣고는 아무도 싫증을 내지 않는다. 그 때 전륜성왕은 침묵을 지키는데 백성들은 왕의 침묵을 보고 또 다시 기뻐한다. 비구들아, 이른바 전륜성왕에게는 이런 네 가지 보기 드문 법이 있느니라.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지금 아난에게도 네 가지 보기 드문 법이 있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만일 아난 비구가 잠자코 대중 가운데로 가면 그를 보는 사람들은 모두 기뻐한다. 또 아난 비구가 무슨 말을 하면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며, 침묵해도 그러하다. 또 아난 비구가 사부대중이나 찰리 바라문 대중에게로 가거나 국왕이나 거사들 가운데로 들어가면 그들은 모두 기뻐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며 싫어하지 않는다. 또 그 때 아난 비구가 무슨 말을 하면 그 법의 가르침을 듣는 사람들은 아무도 싫어하지 않는다.

비구들아, 이것이 아난의 보기 드문 네 가지 법이니라."

  

그 때 아난은 세존께 아뢰었다.

"여자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어떻게 처신해야 합니까? 

가령 비구들이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집집마다 걸식하면서 그 복으로 중생들을 제도할 때 말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서로 바라보지 말라. 서로 바라보게 되더라도 이야기를 나누지 말며, 만일 이야기를 나누게 되거든 부디 마음과 생각을 온전히 가져야 하느니라."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여자들과 사귀지 말고

  또 이야기를 나누지도 말라.

  만일 여자를 멀리 떠난다면

  여덟 가지 어려움을 벗어나리라.


아난이 아뢰었다.

"차나(車那)1) 비구에게는 어떻게 처신해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법의 벌[梵法罰]2)을 주라."

"범법의 벌은 어떤 것입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차나 비구와는 말하지 말라. 좋다고 말하지도 말고 나쁘다고 말하지도 말라. 그렇게 하면 그도 너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일 그가 저지르는 일을 따지지 않는다면 더욱 중한 죄를 짓지 않겠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더불어 말하지 않기만 하라. 그것이 곧 범법의 벌이다. 그래도 고치지 않거든 여러 사람들에게 데리고 가서 사람들과 함께 꾸짖고 쫓아내라. 그에겐 계를 설명하지도 말고 법회에 참석하지도 못하게 하라." 


세존께서는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저 원수에게

  그 원한 갚고 싶다면

  저 더없이 나쁜 사람과는

  언제나 말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라.


그 때 구시나갈 백성들은 여래께서 밤중에 열반에 드실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온 나라 백성들이 쌍수 사이로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백성들은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께서 열반에 드신다는 소식을 지금 막 들었습니다. 저희들은 어떻게 정성을 표해야 합니까?"

세존께서는 아난을 돌아보셨다. 아난은 곧 생각하였다.

'지금 여래께서는 몸이 너무 피로하시어 나를 시켜 그 뜻을 가르치려 하시는구나.'


아난은 오른 무릎을 땅에 붙이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 바아타(婆阿陀)와 수발타(須拔陀)라는 두 종성이 찾아와 여래와 성중에게 귀의하면서 말하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이 우바새가 되도록 허락하소서. 지금부터 다시는 살생하지 않겠습니다.'

또 제사(帝奢)와 우파제사(優波帝奢), 불사(佛舍)와 계두(鷄頭), 이런 이들이 모두 찾아와 여래께 귀의하면서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이 우바새가 되도록 허락하소서. 지금부터 다시는 살생하지 않고 5계(戒)를 받들어 지키겠습니다'고 하나이다."

러자 세존께서는 그들을 위해 널리 설법하시고 돌려보냈다.

이 때 5백 명의 마라(摩羅)들도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물러갔다.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 최후의 증명을 받은 제자는 저 구시나갈의 5백 마라들이니라."


그 당시 수발(須拔) 범지는 다른 나라에서 구시나갈국으로 오다가 그 5백 인이 오는 것을 보고 곧 물었다.

"그대들은 어디서 오는가?"

5백 인은 대답하였다.

"수발이여, 아십시오. 여래께서는 오늘 쌍수 사이에서 열반에 드십니다."

수발은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다. 여래께서는 저 우담발화가 억 겁만에 한 번 피어나듯 아주 가끔 세상에 출현하신다. 나는 지금 이런 저런 의심이 있어 모든 법을 이해하지 못한다. 오직 저 사문 구담만이 나의 의심을 풀어줄 수 있다. 나는 이제 저 구담에게 찾아가 이 뜻을 여쭈어 보리라.'

  

수발 범지는 쌍수 사이로 가서 아난을 찾아가 아뢰었다.

"저는 세존께서 오늘 열반하신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아난은 대답하였다.

"사실입니다."

"저에겐 아직도 의심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저 6사(師)의 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사문 구담의 말씀을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라고 세존께 여쭐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그만 두시오, 그만 두시오. 수발이여, 여래를 번거롭게 하지 마십시오."

그러나 이렇게 두 번 세 번 되풀이하면서 다시 아난에게 아뢰었다.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는 것은 참으로 만나기 어렵습니다. 우발라화가 아주 가끔 세상에 피어나듯 여래께서도 아주 가끔씩 세상에 출현하십니다. 제가 지금 여래를 뵌다면 충분히 저의 의심을 풀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 여쭈고 싶은 뜻은 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 아난이여, 저와 함께 세존께 가서 아뢰려 하지 않는군요. 또 저는 여래께서 과거의 무궁한 일도 아시고 미래의 무궁한 일도 아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오늘만은 받아들이지 않으십니까?"

  

세존께서는 천이(天耳)로 수발이 아난에게 하는 말을 들으시고 아난을 불러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만 두어라, 그만 두어라. 아난아, 수발 범지를 막지 말라. 왜냐 하면 그가 와서 이치를 물으면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설법하면 그는 곧 제도될 것이다."

아난이 수발에게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훌륭하십니다. 여래께서 안으로 들어가 법을 묻도록 허락하시는군요."

  

수발은 이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며 어쩔 줄을 몰라하였다. 그는 세존께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수발이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지금 여쭈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세존께서 수발에게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지금 바로 물어라."

수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온갖 산술을 알고 보통사람을 능가하는 면이 많은 여러 이교의 사문들, 즉 불란가섭(不蘭迦葉)·아이단(阿夷?)·구야루(瞿耶樓)·파휴가전(波休迦?)·선비로지(先毗盧持)·니건자(尼?子) 등 이러한 무리들도 3세(世)의 일을 압니까, 모릅니까? 그 6사 중에 여래보다 훌륭한 사람이 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만 두어라. 그만 두어라. 수발아, 그런 것은 묻지 말라. 왜 번거롭게 누가 여래보다 나은지를 묻느냐?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너를 위해 설법하리니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수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제 깊은 이치를 묻겠사오니, 원컨대 세존께서는 곧바로 말씀해 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처음으로 도를 배울 때는 29세였고, 사람들을 제도하기 위해 35세가 되도록 외도들 속에서 공부하였다. 그러나 그 뒤로는 어떤 사문 바라문도 찾아가 보지 않았다. 그 대중에게 현성의 8품도(品道)가 없다면 사문의 4과(果)도 없을 것이다. 수발아, 이것이 이른바 세상은 텅 비어 도를 얻은 진인(眞人)이 없다는 것이다. 그 성현의 법 안에 성현의 법이 있다면 사문의 4과가 있느니라. 왜냐 하면 사문의 4과는 모두 현성의 8품도를 말미암기 때문이니라.

  

수발아, 만일 내가 위없는 바른 도를 얻지 못했다면 그것은 현성의 8품도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현성의 8품도를 얻었기 때문에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그러므로 수발아, 부디 방편을 구해 성현의 길을 성취하라."

  

수발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도 그 현성의 8품도를 듣고 싶습니다. 원컨대 자세히 설명하여 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8품도란 바른 소견[等見]·바른 다스림[等治]·바른 말[等語]·바른 생활[等命]·바른 업[等業]·바른 방편[等方便]·바른 기억[等念]·바른 삼매[等三昧]이니 수발아, 이른바 이것이 현성의 8품도이니라."

  

수발은 곧 그 자리에서 법안이 깨끗해졌다.

수발은 아난에게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저는 이제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 사문이 되기를 청합니다."

아난이 말하였다.

"그대가 직접 세존께 나아가 사문이 되기를 청하십시오."


수발은 세존께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 사문이 되기를 청합니다."

그리고 수발은 바로 사문의 몸이 되어 세 가지 법의를 입었다. 수발은 세존의 얼굴을 우러러 뵙고는 그 자리에서 번뇌로부터 마음이 해탈하였다.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 최후의 제자는 바로 이 수발이니라."

수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세존께서 오늘 밤중에 반열반(般涅槃)에 드신다고 들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먼저 열반에 드는 것을 허락하소서. 저는 여래께서 먼저 열반하시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습니다."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왜냐 하면 과거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모든 불세존들께서도 최후에 깨달은 제자가 먼저 반열반한 뒤에 여래께서 열반에 드셨기 때문이다. 이것은 모든 불세존들에게 늘 있는 법도로서 오늘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발은 세존께서 허락하시는 것을 보고 곧 여래 앞에서 몸과 뜻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는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세계에서 열반에 들었다. 그 때 온 땅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일체의 행은 무상한 것이어서

  태어나면 반드시 죽음이 있네.

  태어나지 않으면 죽지 않나니

  그 적멸이 가장 즐거우니라.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분부하나니, 지금부터 비구들은 서로를 '그대[卿僕]'라고 부르지 말라. 나이 많은 이는 '거룩한 이[尊]'라 부르고 나이 적은 이는 '어진 이[賢]'라고 부르며 서로를 형제처럼 여겨라. 또 지금부터는 부모가 지어준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그러면 이제 비구들은 그 이름을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젊은 비구는 늙은 비구를 장로라 부르고, 늙은 비구는 젊은 비구의 성명을 불러라. 또 비구들이 제 이름을 지으려면 불·법·승 3존을 의지해야 한다. 이것이 나의 훈계니라."

  

아난은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

1) 팔리어로는 Channa이고 차익(車匿)이라고도 하며, 욕작(欲作)·부장(覆藏)이라 한역한다. 정반왕(淨飯王)의 노예 집안에서 태어났고, 부처님이 성을 넘어 출가하셨을 때 몸소 말을 몰았던 사람로서 부처님이 도를 이룬 후 카필라성을 방문을 했을 때 출가하였다. 그는 육군비구(六群比丘)와 어울려 온갖 사견과 악행을 일삼다가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 참회하고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2) 팔리어로는 brahma-da a이고 범벌(梵罰)·범단(梵檀)이라고도 하며 묵빈(默?)이라 한역하는데, 함께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또 범천치죄법(梵天治罪法)이라고도 하는데 범천에서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방법으로 죄인을 다룬다고 한다.

6) 범어로 avinivartan ya이고 아비발치(阿?跋致)라고도 하며, 불퇴전(不退轉)이라 한역한다. 즉 성불의 길에서 물러서지 않는 보살의 계위를 말한다.

7) 다음 생에는 부처가 될 보살, 즉 일생보처보살(一生補處菩薩)을 말한다.


[4 ]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8권 35번째 소경인 「아수라경(阿修羅經)」이 있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녹야원(鹿野苑)에서 대비구들 5백 명의 함께 계셨다.

그 때 파하라(波呵羅) 아수륜(阿須倫)과 모제륜(牟提輪) 천자는 때아닌 때에 세존께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여래께서 아수륜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은 큰 바다를 매우 좋아하는가?"

아수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정말 좋아합니다."

"큰 바다에 어떤 기특한 것들이 있기에 너희들은 그것을 보고 그곳에서 즐거워하는가?"

"큰 바다에는 보기 드문 여덟 가지 법이 있기 때문에 아수륜들은 그곳에서 즐거워합니다. 


여덟 가지란, 저 큰 바다는 매우 깊고 또 넓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 보기 드문 법입니다. 


또 저 큰 바다에는 이런 신비로운 덕이 있습니다. 즉 5백 개의 작은 강들이 합쳐진 네 개의 큰 강이 저 큰 바다로 들어가면 그것들은 곧 본래 이름을 잃어버립니다. 이것이 두 번째 보기 드문 법입니다. 


또 저 큰 바다는 어디나 똑같은 맛입니다. 이것이 세 번째 보기 드문 법입니다.

  

또 저 큰 바다는 드나드는 조수가 그 때를 어기지 않습니다. 이것이 네 번째 보기 드문 법입니다. 


또 저 큰 바다는 귀신들이 사는 곳으로서 형상이 있는 무리는 모두 그 속에 있습니다. 이것이 다섯 번째 보기 드문 법입니다. 


또 저 큰 바다는 매우 큰 형체들, 즉 1백 유순·1천 유순……(내지)……7천 유순이나 되는 형체도 모두 받아들이고 또 그래도 비좁지가 않습니다. 이것이 여섯 번째 보기 드문 법입니다.

  

또 저 큰 바다에서는 자거·마노·진주·호박·수정·유리 등 여러 가지 보배가 나옵니다. 이것이 일곱 번째 보기 드문 법입니다. 


또 저 큰 바다 밑에는 금모래가 있고 네 가지 보배로 된 수미산이 있습니다. 이것이 여덟 번째 보기 드문 법입니다. 이것이 모든 아수륜들로 하여금 그곳에서 즐거워하게 하는 여덟 가지 보기 드문 법입니다."

  

이 때 아수륜이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의 법에는 특별히 뛰어난 어떤 것들이 있기에 모든 비구들로 하여금 그것을 보고 그 안에서 즐거워하게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수륜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을 그 안에서 즐거워하게 하는 보기 드문 여덟 가지 법이 있느니라. 여덟 가지란 무엇인가? 


내 법에는 계(戒)가 갖추어져 있어 방일한 행이 없다. 이것이 첫 번째 보기 드문 법으로서 비구들은 그것을 보고 마치 매우 깊고도 넓은 저 바다에서처럼 거기서 즐거워한다.

  

또 내 법 안에는 네 가지 종성이 있지만 그들이 내 법 안에서 사문이 되면 그전 이름을 쓰지 않고 다시 다른 이름을 짓는다. 마치 저 네 개의 강이 바다로 들어가면 똑같은 맛이 되어 다른 이름이 없는 것처럼 이것이 두 번째 보기 드문 법이니라.

  

또 내 법에서는 계를 제정해 놓았기 때문에 그것을 따라 차례를 어기지 않는다. 이것이 세 번째 보기 드문 법이다. 또 내 법은 똑같은 한 맛이니, 그것은 이른바 현성의 8품도이다. 이것이 네 번째 보기 드문 법으로서 저 큰 바다가 모두 똑같은 맛인 것과 같으니라.

  

또 내 법에는 갖가지 법이 가득 차 있다. 이른바 4의지(意止)·4의단(意斷)·4신족(神足)·5근(根)·5력(力)·7각의(覺意)·8진직행(眞直行. 팔정도)이니, 비구들은 그것을 보고 마치 저 큰 바다에 사는 온갖 귀신들처럼 그 안에서 즐거워한다. 이것이 다섯 번째 보기 드문 법이니라.

 

또 내 법에는 갖가지 보배가 있으니, 이른바 염각의(念覺意)라는 보배와 법각의(法覺意)·정진각의(精進覺意)·희각의(喜覺意)·의각의(?覺意)·정각의(定覺意)·호각의(護覺意)라는 보배이다. 이것이 여섯 번째 보기 드문 법으로서 마치 저 큰 바다에서 온갖 보배가 나는 것처럼 비구들은 그것을 보고 그 안에서 즐거워한다.

  

또 내 법 안에서는 온갖 중생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세계에서 열반에 든다. 그래도 내 법에는 마치 저 큰 바다는 여러 강물이 들어와도 늘거나 줄어듦이 없는 것처럼 늘거나 줄어듦이 없다. 이것이 일곱 번째 보기 드문 법으로서 비구들은 그것을 보고 그 안에서 즐거워하느니라.

  

또 내 법에는 금강삼매(金剛三昧)·멸진삼매(滅盡三昧)·일체광명삼매(一切光明三昧)·득불기삼매(得不起三昧) 등 헤아릴 수 없는 갖가지 삼매가 있어 비구들은 그것을 보고 즐거워한다. 마치 저 큰 바다 밑에 금모래가 있는 것처럼, 이것이 여덟 번째 보기 드문 법으로서 비구들은 그것을 보고 그 안에서 즐거워한다. 나의 법에는 이런 여덟 가지 보기 드문 법이 있어 모든 비구들이 그 안에서 너무도 즐거워하느니라."

  

아수륜이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의 법 가운데 한 가지 보기 드문 법만 있더라도 저 바다의 여덟 가지 보기 드문 법보다 뛰어나 백 배·천 배를 하더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니, 현성의 8품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그 법을 잘 설명하셨습니다."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차례로 설법하셨다. 즉 보시론·계율론·천상에 태어나는 법과 탐욕은 더럽고 번뇌는 큰 재앙이므로 벗어나는 것이 가장 훌륭하다고 말씀하셨다.

  

세존께서는 그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린 것을 보시고 모든 불 세존들께서 늘 말씀하시는 법인 괴로움[苦]·괴로움의 발생[集]·괴로움의 소멸[盡]·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에 대해 모두 말씀하셨다.


아수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다섯 가지 진리가 있는데 지금 세존께서는 네 가지 진리만 말씀하시고 하늘들에겐 다섯 가지 진리를 말씀하시는구나.'

천자는 그 자리에서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아수륜은 세존께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그 법을 잘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제 제 집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형편대로 하라."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발길을 돌려 떠났다.

 

천자는 아수륜에게 말하였다.

"아까 네가 '여래께서는 하늘들을 위해 다섯 가지 진리를 말씀하시면서 나를 위해서는 네 가지 진리만 말씀하신다'고 한 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왜냐 하면 모든 불세존께선 결코 두 말을 하시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부처님께선 결코 중생들을 버리지 않고 설법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시며, 또 그 설법은 끝이 없다. 또 사람을 가려 설법하지 않고 평등한 마음으로 설법하신다. 네 가지 진리가 있으니 그것은 괴로움·괴로움의 발생·괴로움의 소멸·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이다. 너는 이제 '여래께서는 다섯 가지 진리가 있다고 말씀하셨다'는 그런 헐뜯는 생각을 말라."

  

아수륜은 대답하였다.

"내가 저지른 잘못을 스스로 참회한다. 반드시 여래께 찾아가 이 이치를 여쭈어보리라."


아수륜과 천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5 ]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9권 36번째 소경인 「지동경(地動經)」과 『장아함경』 제1권 2번째 소경인 「유행경(遊行經)」이 있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곳에서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천지가 크게 진동하는 데에 여덟 가지 원인이 있다. 어떤 것이 여덟 가지인가?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이 염부리 땅은 남북으로 2만 1천 유순이요, 동서로 7천 유순이며, 두께가 6만 8천 유순이다. 또 물 두께가 8만 4천 유순이요, 불 두께도 8만 4천 유순이며, 불 아래 있는 바람 두께는 6만 8천 유순이요, 바람 밑에는 금강의 바퀴가 있는데 과거 모든 불세존들의 사리는 모두 그곳에 있다.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혹 어떤 때 큰 바람이 움직였다 하면 불도 움직이고, 불이 움직이면 물이 움직이며, 물이 움직이면 땅이 곧 움직인다. 이것이 땅이 크게 진동하는 첫 번째 원인이니라.

  

다음에는 보살이 도술천(兜術天)에서 그 신식(神識)이 내려와 어머니 태에 들 때에도 이 땅은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땅이 크게 진동하는 두 번째 원인이다. 


다음에는 보살이 어머니 태에서 나올 때 천지가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천지가 크게 진동하는 세 번째 원인이다.

  

다음에는 보살이 출가하고 도를 배워, 위없이 바르고 참되며 평등한 바른 깨달음을 이룰 때 천지는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땅이 진동하는 네 번째 원인이니라.

  

다음에는 여래가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세계에 들어 열반할 때 천지는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땅이 진동하는 다섯 번째 원인이다. 


다음에는 큰 신통이 있는 비구가 마음이 자유롭게 되어 뜻대로 무수한 변화를 일으키되, 혹 몸을 백 천 개로 나누었다가 다시 하나로 합하기도 하고, 허공을 날고 석벽을 통과하고 솟아나고 가라앉기를 마음대로 하며, 땅을 보아도 땅이라는 생각이 없어 모두가 공인 것임을 알 때 땅은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땅이 진동하는 여섯 번째 원인이니라.

  

다음에는 큰 신통과 신비스러운 덕이 한량없는 하늘 사람이 그곳에서 목숨을 마치고 다시 그곳에 태어나, 과거의 복된 행으로 말미암아 온갖 덕을 두루 갖춰 본래의 하늘 형상을 버리고 제석(帝釋)이나 범천왕(梵天王)이 될 때 땅은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땅이 크게 진동하는 일곱 번째 원인이니라.

  

다음에는 중생들이 목숨을 마치고 복이 다할 때가 되어, 국왕들이 제 나라에 만족하지 않고 서로를 침공하여 사람들이 굶주림이나 혹은 칼날에 죽어갈 때 천지는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땅이 크게 진동하는 여덟 번째 원인이니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은 여덟 가지 원인이 천지를 크게 진동시키느니라."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18권 74번째 소경인 「팔념경(八念經)」과 후한(後漢) 시대 지요(支曜)가 한역한 『불설아나율팔념경(佛說阿那律八念經)』이 있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존자 아나율은 네 부처님께서 머무셨던 곳을 유행하고 있었다.

그 때 아나율은 한적한 곳에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석가문(釋迦文) 부처님의 여러 제자 중에서 계덕(戒德)과 지혜(智慧)를 성취한 사람은 모두 계율을 의지하여 이 바른 법 안에서 자라난다. 여러 성문들 중 계율을 완전히 갖추지 못한 사람들을 모두 바른 법을 떠나고 계율과 상응하지도 못한다. 계율과 지식, 이 두 가지 법에서 무엇이 더 훌륭할까? 나는 이제 여래께 찾아가 이 사실이 어떠한가를 여쭈어 보리라.'

  

아나율은 다시 생각하였다.

'이 법은 만족할 줄 아는 이가 행할 바로서 만족할 줄 모르는 이가 행할 바가 아니다. 이 법은 욕심이 적은 이가 행할 바로서 욕심이 많은 이가 행할 바가 아니다. 이 법은 한가히 지내는 이가 행할 바로서 번잡한 곳에서 행할 바가 아니다. 이 법은 계율을 지키는 이가 행할 바로서 계율을 범한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삼매에 든 이가 행할 바로서 어지러운 이가 행할 바가 아니고, 지혜로운 이가 행할 바로서 어리석은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많이 아는 이가 행할 바로서 아는 것이 적은 이가 행할 바가 아니다.'

  

아나율은 이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을 사유한 뒤에 '나는 지금 세존께 찾아가 이 뜻을 여쭈어 보리라'고 생각하였다.


그 무렵 세존께서는 사위성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이 때 파사닉왕은 여래와 비구스님들을 청해 거기서 90일의 여름 안거를 지내시게 하였다. 아나율은 5백 비구를 거느리고 천천히 세간을 유행하여 드디어 사위성에 도착하였고, 세존께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아나율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한적한 곳에서 '계율과 지식, 이 두 가지 법 중에서 어느 것이 더 훌륭한가'에 대해 사유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아나율을 위해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계율이 훌륭한가, 지식이 훌륭한가

  네가 이제 의심을 내는구나.

  계율이 지식보다 훌륭하나니

  거기서 어찌해 의심 내는가.


"왜냐 하면 아나율아, 알아야 한다. 만일 비구가 계율을 성취하면 선정을 얻을 것이요, 선정을 얻으면 지혜를 얻을 것이며, 지혜를 얻으면 지식을 얻을 것이요, 지식을 얻으면 해탈을 얻을 것이며, 해탈을 얻으면 무여열반에서 열반하게 될 것이니, 이로써 계율이 더 훌륭하다는 것을 환히 알 수 있느니라."

  

아나율은 세존 앞에서 그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을 설명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나율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아나율아, 네가 지금 생각하는 것이 바로 대인의 사유이다. 욕심을 적게 가져 만족할 줄을 알고, 한적한 곳에서 지내며, 계율을 성취하고, 삼매를 성취하며, 지혜를 성취하고, 해탈을 성취하며, 지식을 성취하라. 아나율아, 너는 이런 뜻을 세워 그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을 깊이 사유하라. 여덟 가지란 무엇인가? 이 법은 정진하는 이가 행할 바로서 게으른 이가 행할 바가 아니다. 왜냐 하면 미륵 보살은 30겁 동안 정진하여 위없이 바르고 참되며 평등한 바른 깨달음을 이룰 것이요, 나도 정진의 힘으로 초월하여 부처를 이루었기 때문이니라.

  

아나율아, 알아야 한다. 모든 불세존은 모두 똑같은 유(類)로서 그 계율과 해탈과 지혜가 같아 조금의 차이도 없으며, 또 공(空)이고 상(相)이 없고 원(願)이 없는 것도 같으며, 32상(相)과 80종호(種好)로 그 몸을 장엄하여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고 그 정수리를 볼 수 없는 것도 모두 같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정진만큼은 같지 않으니, 과거와 미래의 모든 불세존 중에서 정진으로는 내가 제일이니라.

 

그러므로 아나율아, 이 여덟 번째 대인의 생각이 가장 뛰어나고 높고 귀한 것으로서 가히 비유할 바가 없느니라. 마치 우유에서 낙(酪)이 나오고 낙에서 수(?)가 나오며 수에서 제호(醍?)가 나오는데 그 중에서 제호가 가장 뛰어나 견줄 것이 없는 것처럼, 그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 중에서 정진이 가장 뛰어나 진실로 견줄 것이 없느니라.

  

그러므로 아나율아, 그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을 받들고 사부대중에게 그 이치를 설명해 주라. 만일 그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이 세상에 널리 퍼진다면 나의 제자들은 모두 수다원의 도·사다함의 도·아나함의 도·아라한의 도를 성취할 것이다.

  

왜냐 하면 나의 법은 욕심이 적은 이가 행할 바로서 욕심이 많은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나의 법은 만족할 줄 아는 이가 행할 바로서 만족할 줄 모르는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나의 법은 한가히 지내는 이가 행할 바로서 대중 속에서 사는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나의 법은 계율을 지키는 이가 행할 바로서 계율을 범하는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나의 법은 안정된 이가 행할 바로서 산란한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나의 법은 지혜로운 이가 행할 바로서 어리석은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나의 법은 많이 아는 이가 행할 바로서 아는 것이 적은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나의 법은 정진하는 이가 행할 바로서 게으른 이가 행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아나율아, 사부대중은 방편을 구해 이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을 행해야 하느니라. 아나율아,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아나율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곳에서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덟 종류의 무리가 있으니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여덟 종류란 무엇인가? 

이른바 찰리 무리·바라문 무리·장자 무리·사문 무리·사천왕 무리·삼십삼천 무리·마왕 무리·범천왕 무리이니라.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나는 옛날에 찰리 무리들을 찾아가 서로 문안하고 변론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나만한 이가 아무도 없어, 나는 제일이었고 짝할 이가 없었다. 나는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며, 생각이 어지럽지 않으며, 계를 성취하고, 삼매를 성취하며, 지혜를 성취하고, 해탈을 성취하며, 많은 지식을 성취하고, 정진을 성취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또 기억한다. 나는 바라문 무리·장자 무리·사문 무리·사천왕 무리·삼십삼천 무리·마왕 무리·범천왕 무리에게 찾아가 서로 문안하고 변론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제일이요 짝할 이가 없어 그 중에서 가장 높고 또 비슷한 이마저 없었다. 나는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며, 마음이 어지럽지 않으며, 계를 성취하고, 삼매를 성취하며, 지혜를 성취하고, 해탈을 성취하며, 많은 지식을 성취하고, 정진을 성취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 때 그 여덟 무리 가운데서 제일이요 짝할 이가 없었으며, 그 중생들의 덮개가 되 주었다.

  

그 때 그 여덟 종류의 무리들은 내 정수리를 볼 수 없었고 감히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했는데 하물며 서로 변론할 수 있었겠는가? 왜냐 하면 나는 하늘·사람·악마 혹은 악마의 하늘·사문·바라문들 중에서 이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한 이를 보지 못하였고, 여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것에 대해 말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부디 방편을 구해 이 여덟 가지 법을 행하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아나빈저(阿那?邸) 장자는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장자의 집에서는 널리 보시하는가?"

장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는 밤낮으로 끊이지 않고 보시하나니 네 곳의 성문에서, 큰 저자에서, 제가 길을 가다가, 또 부처님과 비구스님들, 이렇게 여덟 가지로 보시를 베풉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그들이 요구하는 바대로 옷을 구하는 이에게는 옷을 주고 음식을 구하는 이에게는 음식을 주며, 나라 안의 보배라 할지라도 결코 거절하지 않으며 의복·음식·침구·질병에 필요한 의약품 등을 모두 보시합니다. 


또 어떤 하늘은 제게 찾아와 공중에서 '거룩한 자 비천한 자를 분별하라. 이 자는 계를 지키고, 이 자는 계를 범했다. 이 자에게 보시하면 복을 받고 저 자에겐 보시해도 과보가 없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음에 이런 자 저런 자가 전혀 없어 더 주고 덜 주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일체 중생에게 두루 똑같이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목숨을 의지하고 형체가 있는 중생들은 먹는 것이 있으면 살고 먹지 않으면 목숨을 보존하지 못합니다. 일체 중생에게 보시하면 그 과보가 한량없고, 그 받는 과보에도 늘거나 줄어듦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장자여, 평등하게 보시하면 그 복이 제일 거룩하니라. 그러나 중생들의 마음엔 우열이 있으니, 계를 지키는 이에게 보시하는 것이 계를 범한 이에게 보시하는 것보다 훌륭하니라."

  

그 때 허공의 신들과 하늘들은 한량없이 칭송하였고,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거룩한 이 가려 보시하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니

  어리석은 이들에겐 늘고 줆이 있기 때문이라

  좋은 복밭을 구할 양이면

  여래의 대중보다 나은 자 누구인가?


"그렇습니다. 지금 세존께서 하신 말씀은 너무도 명쾌하십니다. 계를 지키는 이에게 보시하는 것이 계를 범한 이에게 보시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세존께서 아나빈저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너에게 성현의 무리를 설명하리니 잘 사유하고 기억해 마음 깊이 명심하라. 보시는 적어도 얻는 복이 많은 경우가 있고, 보시를 많이 하면 얻는 복도 많은 경우가 있느니라."

아나빈저 장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 이치를 자세히 설명해 주소서. 어떤 경우에 보시를 적게 해도 얻는 복이 많으며, 어떤 경우에 보시를 많이 하면 얻는 복도 많습니까?"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라한을 향하는 이·아라한을 얻은 이·아나함을 향하는 이·아나함을 얻은 이·사다함을 향하는 이·사다함을 얻은 이·수다원을 향하는 이·수다원을 얻은 이가 있다. 장자여, 이른바 이런 성현의 무리에게는 보시를 적게 해도 많은 복을 얻고, 보시를 많이 하면 많은 복을 얻느니라."

  

세존께서는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네 가지 향(向)을 성취한 사람

  네 가지 과(果)를 성취한 사람

  그들을 성현의 무리라 하나니

  그들에게 보시하면 얻는 복 많으리.


"아주 먼 과거의 여러 불 세존께도 꼭 지금의 나처럼 이런 성현의 무리가 있었고, 미래에 여러 불 세존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더라도 그분들 또한 이런 성현의 무리를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장자여,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성현의 무리들을 공양해야 하느니라."

  

세존께서는 그 장자를 위해 미묘한 법을 연설하시어 다시는 물러서지 않는 자리에 서게 하셨다. 장자는 그 법을 듣고 한량없이 기뻐하였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한 뒤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고 물러나 떠났다.

  

아나빈저 장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곳에서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나 선여인은 재물을 보시할 때 여덟 가지 공덕을 성취한다. 여덟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때를 맞춰 보시하고 때가 아닌 때 하지 않는다. 둘째는 깨끗한 것을 보시하고 더러운 것을 보시하지 않는다. 셋째는 제 손으로 직접 보시하고 남을 시키지 않는다. 넷째는 서원을 세워 보시하고 교만 방자한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 다섯째는 보시했다는 생각으로부터 해탈하여 그 과보를 바라지 않는다. 여섯째는 보시로 열반을 구하고 하늘에 태어나기를 구하지 않는다. 일곱째는 좋은 밭을 찾아 보시하고 거친 토양엔 보시하지 않는다. 여덟째는 이런 공덕으로 중생에게 보시하고 자기를 위해 하지 않는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선남자나 선여인은 재물을 보시할 때 여덟 가지 공덕을 성취하느니라."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지혜로운 사람 때맞춰 보시하며

  아끼고 탐내는 마음 전혀 없고

  자기가 지은 모든 공덕을

  남김없이 남들에게 보시한다네.


  이런 보시가 가장 훌륭하니

  모든 부처님들 찬탄하는 바라

  현재의 몸으로 그 과보를 얻고

  죽어서는 천상의 복을 누리리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그런 과보를 받고싶다면 이 여덟 가지 공덕을 행하라. 그러면 그 과보는 한량이 없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고, 감로(甘露)같은 보배를 얻어 차차 열반에 이르게 될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곳에서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지옥[泥犁]으로 가는 길과 열반(涅槃)으로 향하는 길을 설명하리니, 잘 사유해 기억하고 빠뜨림이 없게 하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어떤 것이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며, 어떤 것이 열반으로 향하는 길인가?


삿된 소견[邪見]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소견[正見]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삿된 다스림[邪治]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다스림[正治]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삿된 말[邪語]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말[正語]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삿된 업[邪業]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업[正業]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삿된 생활[邪命]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생활[正命]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삿된 방편[邪方便]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방편[正方便]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삿된 기억[邪念]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기억[正念]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된 선정[邪定]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선정[正定]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니라.

  

비구들이여, 이것을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과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라 하느니라. 모든 불 세존께서 늘 하시는 설법을 나는 이제 다 마쳤다. 너희들은 한가한 곳에서 지내고 나무 밑이나 한데 앉기를 즐거워하며, 훌륭한 법을 생각하고 닦으며 게으름을 피우지 말라. 지금 부지런히 행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이 없느니라."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비시(非時)·니리(泥犁)·도(道)와

   수륜천(須倫天)과 지동(地動)과

   대인팔념(大人八念)과 중(衆)과

   선남자시(善男子施)와 도(道)에 대해 설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