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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향훈수(戒香薰修)

실론섬 2008. 7. 31. 17:39

계향훈수(戒香薰修) 란 계율의 향기가 몸에 베어 그 사람의 덕의 향기가 사방으로 번져 가는 것을 말한다.

 

훈수(薰修)는 훈습(薰習) 이라고도 쓴다. 그 몸에 스며드러 떨어지지 않게 된 상태를 가르킨다. 붓다에 의해서 불교가 창시된 이래로 세간사이든 출세간이든 오계.팔계.십계등의 계율을 지키는 것이 불교도의 생활 신조로 중시되어 왔다. 이를테면 5계의 첫조항인 不殺生戒(불살생계)의 경우는 [생명있는 것을 죽이는 일에서 떠나는] 사항을 일생 지키겠다고 맹세하고 그것을 되풀이해서 마음에 새겨갈 때 생물을 해치지 않는 일종의 잠재세력이 그의 몸에 생겨나 어떤 피치못할 환경에 처하여 생명을 해치고자 손이 움직여도 계율의 잠재력이 들어 올렸던 손을 내리게 만든다. 이런 상태에 이른 것을 가르켜 불살생계를 지키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계율의 원어는 팔리어로 sila 라고 하는 바, 본래는 [습관]이라는 뜻이다. 대승불교가 중국으로 건너오면서 오계나 칠불동계게등이 원문과 달리 명령문등으로 해석해서 일반적으로 폐악수선(廢惡修善)의 계율을 설하는 가르침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팔리어 원문에 비추어 보면 그것이 약간은 본래의 뜻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칠불통계게를 한문으로 번역하고 해석할 때에는 "악을 하지말라, 선을 실행하라..." 는 따위의 명령문으로 밖에는 해석이 되지 않지만 실제 팔리어 원문은 "악을 행하지 말고, 선을 실행하고, 자기의 마음을 닦아라...이것이 모든 부처님들의 가르침이다.."라고 명령문과는 뉘앙스가 다르게 되어 있다. 즉 불교에 있어서 계율이란 타율적인 것이 아니라, 계율을 스스로 적극 지켜 나간다는 자율적인 성격이 강한 것임을 팔리어 원문을 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따라서 계율이 완전히 몸에 배는 수양이야말로 마음을 청정하게 해가는 길이 되는 것이다. 프랑스의 샤넬 NO.5 이라고 하면 값비싸고 향이 좋은 향수의 하나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그 향기는 언젠가는 없어지는 것이다. 이에 비해 계율의 향기에 젖은 사람은 언제까지나 그 아리따운 향기를 유지하며, 더욱 그 향기가  사방팔방으로 번져 가서 덕이 높은 사람이라는 칭송을 받게 된다. 한번 자기 것으로 만든 계율의 향기는 어떤 향기보다도 아름답고 더욱이 영원히 지속되어 소멸함이 없을 것임을 [계향훈수]라는 말씀은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훈수(薰修) 나 계(戒) 와 관련하여 수행(修行) 이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수행에 해당하는 원어의 하나에 "부하바나"가 있다. 이는 되풀이 해서 자기 것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즉석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통해 그 본질을 체득해 가는 일이다.

 

계율이든 수행이든 적극적으로 그리고 주체적으로 그 실천덕목을 되풀이해 체득해 가는 노력을 그 내용으로 삼고 있다. 이것이 불교의 실천도덕의 특징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