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하노이에서 혼자 생일을 보내며

실론섬 2014. 3. 19. 02:23



 

이번에 세계 7대 경관의 하나로 선정된 베트남의 하롱베이

 

 

 

하노이의 겨울철 하늘은 늘 흐리다고 하더니만 이곳에 온지 한달이 다 되었는데도 아직까지 제대로 된 햇빛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침 저녁 날씨도 제법 쌀쌀하고 저녁에 잘 때에는 침대에 전기장판을 깔아야만 한다.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 회사 일이라서 마음의 부담이 엄청나다. 늘 긴장하는 하루 하루이다 보니 주말이면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하여 심신이 피곤하여 숙소에서 꼼짝을 하기가 싫다.

 

지난주 스리랑카에 있는 wife 한테서 전화가 왔다.

[내일모레 토요일(12월 10일)날이 생일이야. 잊지 말고 ...딸들이 아빠에게 생일 축하 전화 한다고 하니 기다리고 있어요...] 

 

생일...???!!!

나는 음력으로 11월 16일 생일이다.

 

하노이에서 어디가서 미역국 먹을 곳도 없고 숙소에서 생일상을 받을 수도 없으니 그냥 출근을 하였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신통치 않았다. 밤낮의 기온차가 워낙에 심한탓에 감기를 조심한다고는 하였는데 결국에는 하노이 기후에 적응하지 못하고 감기에 걸렸나 보다하는 심란한 마음이 들었다.

 

가족들과 통화를 하고 대충 회사일을 마치고 오후 일찍 퇴근을 서둘러 숙소로 오는 길에 KFC 에 들러서 닭고기 3조각을 샀다. 그리고 혼자서 방구석에 앉아서 술 한잔을 따라서 생일날을 자축 하였다.

 

흘러간 청춘에 한잔...

흘러간 사랑에 한잔...

그리고 보고싶은 가족들을 위해서 한잔...

 

잠을 자다가 일어나 보니 일요일 새벽이다. 몸이 본격적으로 아프기 시작했다. 밤새 끙끙 앓으며 보냈다. 일요일 아침에 얼큰한 김치국에 콩나물을 듬뿍 넣어 끓인 국을 마시며 몸을 추스려 보았지만 아프긴 매 한가지였다. 어차피 하노이에서 살려면 한번쯤은 하노이의 감기에 걸려봐야 하고 그래서 면역력이 생겨야 한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하루종일 방안에 있으려니 외로움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오랜 해외생활을 하면서도 어지간해서는 외로움을 타지 않는 성격인데 그날따라 느낀 외로움은  아마도 몸이 아파서만은 아닌 것 같다.

 

그만큼 나도 나이가 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