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등
한국에서 '스팸'이 명절 선물세트로 사랑받는 이유는?
실론섬
2014. 9. 9. 11:45
“제가 음식을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스팸(SPAM) 소시지만은 보내지 마세요. 여긴 햄버거에도 그걸 넣으니까요.”
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한 미군은 집으로 보낸 편지에 ‘스팸이 지겹다’는 하소연을 가득 적어 보냈다. 2차 대전 전후로 미국으로부터 물자 지원을 받았던 영국은 ‘스팸랜드’로 불릴 정도로 엄청난 양의 스팸을 공급받아 먹었다. 이처럼 서양에서 구호식품 이미지가 강한 스팸은 누구나 흔히 먹는 대표적인 ‘서민 식품’이지만, 한국에서는 명절 선물세트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결국 호멀사는 어깻살과 남은 뒷다리살을 전부 기계로 갈아 통조림으로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한데 이 제품이 의외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가격이 매우 저렴했고 그에 비해 맛도 괜찮다는 평을 얻었던 것. 호멀사는 사내 공모를 통해 ‘돼지의 어깻살과 뒷다리살(Shoulder of Pork and HAM)’에서 따온 ‘스팸(SPAM)’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WSJ에 따르면 서구권에서 스팸은 ‘영양가가 높지는 않지만 저렴한 가격 덕에 먹는’ 식품이다. 스팸에 붙어 있는 ‘고기 행세하는 녀석(Something Posing As Meat)’이라는 별명 역시 어느 정도 그런 맥락을 담고 있다. 또 조미료와 첨가제를 많이 섞어 만들어지기 때문에 지방과 염도도 높은 편이다.
WSJ은 그러나 한국에서 스팸은 유통 매장에서 추석같은 명절 시즌에 선물세트용으로 전시되는 상품 가운데 빠지지 않는 품목이라고 전했다. 추석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주부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찾았던 시민들은 스팸을 선택하는 이유로 “오래 보관할 수 있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답했다고 WSJ은 전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추석은 예년에 비해 빨리 온 탓에 제철 과일이나 식품을 고르기 어려운 사람들이 스팸을 많이 찾았다.
시장조사업체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자료 역시 스팸 및 유사 제품의 매출액은 2008년 이후 183% 늘어나 지난해에는 3600억원을 기록했다고 전하고 있다. 유로모니터는 2018년까지 스팸 매출액이 46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호멀사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국내에서 스팸 생산을 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스팸 선물 세트 310만개가 출시됐고, 이는 연 판매량 중 5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 스팸은 한국전쟁 때 미군에 의해 처음 소개됐다. 당시 고기는 흔치 않은 음식이었고 스팸은 빠르게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 때문만이 아니라 스팸 특유의 짭조름한 맛이 쌀밥과 김치 등 한국 음식과 잘 어울려 계속 사랑받고 있다고 WSJ은 소개했다. 특히 최근 1인 가구 또는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스팸의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다. 아침마다 ‘출근 전쟁’을 치르는 워킹맘 또는 싱글 직장인들에게 프라이팬에 살짝 익히기만 하면 되는 스팸은 매력적인 반찬거리라는 것.
WSJ은 “스팸은 김밥 속 재료로도 자주 등장한다”며 “한국의 스팸은 미국의 스팸과 다르게 힘줄이나 잔뼈 같은 것이 제거된, (미국 것보다) 좀 더 균일해진 분홍색 햄 덩어리에 가깝다”며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자리잡고 있는 스팸 문화를 소개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