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4. 사자후경(師子吼經)
024. 사자후경(師子吼經) 제 4 [초 1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勝林給孤獨園)에 계셨다.
세존께서 큰 비구들과 함께 그곳에서 여름 안거를 지내셨다.
존자 사리자도 거기에서 여름 안거를 지냈는데, 석 달 동안 안거를 지낸 뒤에 옷 깁기를 마치고 옷을 단정히 입고, 발우를 가지고 부처님께 나아갔다.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사위국에서 여름 안거를 마쳤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세상에 나가 유행(遊行)하고자 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사리자야, 너는 떠나거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 아직 제도(濟度)되지 못한 사람들이 있으면 마땅히 제도시키고, 아직 해탈(解脫)하지 못한 시람들이 있으면 마땅히 해탈을 얻게 할 것이며, 아직 반열반(般涅槃)을 얻지 못한 사람이 있으면 마땅히 반열반을 얻게 하라. 사리자야, 너는 떠나거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
존자 사리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잘 받아 간직하였다. 그리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 주위를 세 바퀴 돌고 나서 떠나갔다. 그는 자기 방에 돌아와 평상과 자리를 거두고 옷을 단정히 하고 발우를 가지고 즉시 나가 세간을 돌아다녔다.
존자 사리자가 떠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어떤 범행자[梵行]가 부처님 앞에서 상위법(上違法)1)을 범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오늘 존자 사리자가 나를 업신여긴 뒤에 세상을 유행하러 떠났습니다."
세존께서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사리자한테 가서 '세존께서 너를 부르신다. 네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어떤 범행자가 내 앞에 와서 상위법을 범하고, (세존이시여, 오늘 존자 사리불은 나를 업신여기는 행위를 하고 나서 세상을 유행하러 떠났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하라."
한 비구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절하고 떠나갔다.
이때에 존자 아난(阿難)이 세존의 뒤에서 불자(拂子)를 잡고 세존을 모시고 있었다. 한 비구가 떠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존자 아난이 곧 방문 열쇠를 가지고 여러 방을 두루 돌면서 비구들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여러 존자들이여, 빨리 강당으로 갑시다. 지금 존자 사리자가 부처님 앞에서 사자처럼 외칠 것입니다. 사리자가 말하는 것은 매우 깊은 이치일 것이며 고요한 가운데 가장 고요한 것이요, 묘한 것 가운데 묘한 것으로서 여러분과 나는 이것을 들은 뒤에 잘 외워 익히고, 잘 받아 지녀야 할 것입니다."
여러 비구들은 존자 아난의 말을 듣고 모두 강당으로 갔다.
한 비구가 사리자에게 가서 말했다.
"세존께서 그대를 부르시면서 말씀하시기를 '그대가 떠난 지 얼마되지 않아 한 범행자가 내 앞에서 상위법을 범하고 (세존이시여, 오늘 존자 사리불이 나를 업신여기는 행위를 하고 나서 세상을 유행하러 떠났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이에 사리자는 이 말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나아갔다. 그는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곧 말씀하셨다.
"사리자야, 네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어떤 범행자가 내 앞에서 상위법을 범하고 '세존이시여, 오늘 존자 사리자가 나를 업신여긴 뒤에 세상을 유행하러 떠났습니다'라고 말하였다. 사리자야, 네가 진실로 어떤 범행자를 업신여긴 뒤에 세상을 유행하러 떠났느냐?"
사리자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신신념(身身念)2)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는 어떤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을 유행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신신념을 잘 지니고 있는데 제가 어떻게 범행자를 업신여기는 행위를 하고 세상을 유행하러 떠났겠습니까? 세존이시여, 마치 뿔을 잘린 소가 매우 참을성이 많고 온순하며 잘 길들여져서, 마을에서 마을로 거리에서 거리로 노니는 곳마다 조금도 침범하지 않는 것처럼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마음은 뿔을 잘린 소와 같아서, 맺힘[結]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닙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신신념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은 어떤 범행자를 업신여기며 세상을 유행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신신념을 잘 가지고 있는데 제가 어떻게 범행자를 업신여기며 세상을 유행하겠습니까?
세존이시여, 마치 두 손이 잘리고 그 마음이 매우 겸손한 전타라자(?陀羅子 : 賤民童子)가 시골에서 시골로 읍에서 읍으로 유행하는 곳마다 전혀 침범하지 않는 것처럼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마음은 손을 잘린 전타라자와 같아,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원만히 노닙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신신념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은 어떤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을 유행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신신념을 잘 지니고 있는데 제가 어떻게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을 유행하겠습니까?
세존이시여, 마치 땅은 깨끗한 것이거나 깨끗하지 않은 것, 즉 대변 소변 눈물 침 따위를 모두 받아들이면서도, 그 때문에 미움과 사랑이 생기지 않으며, 더럽다 하지도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으며 또 창피스럽다 하지도 않는 것과 같이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마음이 저 땅과 같아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며, 지극히 넓고 매우 크고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닙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신신념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은 어떤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을 유행할 것입니다. 저는 신신념을 잘 지니고 있는데 제가 어떻게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을 유행하겠습니까?
세존이시여, 마치 물은 깨끗한 것이거나 깨끗하지 않은 것, 즉 대변 소변 눈물 침 따위를 모두 씻어도, 그로 인해 미움과 사랑이 생기지 않고 더럽다 하지도 않으며,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또한 창피스럽다 하지도 않는 것처럼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마음이 저 물과 같아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며,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원만히 노닙니다.
세존이시여, 신신념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은 어떤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을 유행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신신념을 잘 지니고 있는데 제가 어떻게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을 유행하겠습니까?
세존이시여, 마치 불은 깨끗한 것이거나 깨끗하지 않은 것, 즉 대변 소변 눈물 침 따위를 다 불살라도, 그로 인해 미움과 사랑이 생기지 않고 더럽다 하지도 않으며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또 창피스럽다 하지도 않는 것처럼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마음이 저 불과 같아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원만히 노닙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신신념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은 어떤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을 유행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신신념을 잘 지니고 있는데 제가 어떻게 어떤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을 유행하겠습니까?
세존이시여, 마치 바람이 깨끗한 것이거나 깨끗하지 않은 것, 즉 대변 소변 눈물 침 따위를 다 불어도, 그로 인해 미움과 사랑이 생기지 않고 더럽다 하지도 않으며,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또한 창피스럽다 하지도 않는 것처럼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마음이 저 바람과 같아서 맺힘도 없고 다툼도 없으며,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원만히 노닙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신신념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은 어떤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을 유행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신신념을 잘 지니고 있는데 제가 어떻게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을 유행하겠습니까?
세존이시여, 마치 청소할 때 사용하는 비[掃?]는 깨끗한 것이거나 깨끗하지 않은 것, 즉 대변 소변 눈물 침 따위를 다 쓸어도, 그로 인해 미움과 사랑이 생기지 않고 더럽다 하지도 않으며,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또 창피스럽다 하지도 않는 것처럼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마음이 저 비와 같아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며,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원만히 노닙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신신념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은 어떤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을 유행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신신념을 잘 지니고 있는데, 제가 어떻게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을 유행하겠습니까?
세존이시여, 마치 포전니(??尼)가 깨끗한 것이거나 깨끗하지 않은 것, 즉 대변 소변 눈물 침을 다 닦아도, 그로 인해 미움과 사랑이 생기지 않고 더럽다 하지도 않으며,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또 창피스럽다 하지도 않는 것처럼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이와 같습니다. 마음이 포전니와 같아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며,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원만히 노닙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신신념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은 어떤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을 유행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신신념을 잘 지니고 있는데 제가 어떻게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을 유행하겠습니까?
세존이시여, 마치 군데군데 부서진 고약병에 고약을 가득 담은 뒤에, 햇볕에 두었을 때 그 병 군데군데에서 고약이 새어 줄줄 흐르면, 눈이 있는 사람이 와서 한쪽에 서서 군데군데 부서진 고약병에 고약을 가득 담은 뒤에 햇볕 비치는 데에 두었을 때 그 병 군데군데에서 고약이 새는 것을 보는 것처럼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항상 이 몸을 관찰해 보는데, 그 때마다 아홉 구멍에서 더러운 것이 새어 흐르고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신신념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은 어떤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을 유행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신신념을 잘 지니고 있는데 제가 어떻게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을 유행하겠습니까?
세존이시여, 마치 장식하기를 좋아하여 목욕하고 손발 씻고 바르는 향[塗香]을 몸에 바르고 깨끗한 옷을 입고, 영락으로 그 몸을 꾸미고 수염을 깎고 머리털을 다듬고, 머리에 화만을 쓴 젊은 사람이 만일 푸르딩딩하게 퉁퉁 붓고 지독한 냄새가 나며, 문드러져 더러운 물이 줄줄 흐르는 세 가지 시체, 즉 죽은 뱀 죽은 개, 또는 사람의 시체 따위를 그 목에 걸치면, 그는 부끄러움을 품고 지극히 싫어하고 더러워하는 것처럼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항상 이 몸은 곳곳에서 냄새가 나고 깨끗하지 못하니 마음에 부끄러움을 품고 지극히 그것을 싫어하고 더럽게 여겨야 한다는 것을 관찰합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신신념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는 어떤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을 유행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신신념을 잘 가지고 있는데 제가 어떻게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을 유행하겠습니까?"
사리불의 말을 듣자 그 비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잘못을 뉘우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죄를 고백하겠습니다. 선서(善逝)시여, 저는 바보 같고 미치광이 같으며, 안정되지 못한 사람이며 나쁜 사람 같습니다. 왜냐 하면 저는 진실되지 못한 허망한 말로써 청정한 범행자인 사리자 비구를 모함하고 비방했기 때문입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잘못을 뉘우치고 죄를 알아 드러내 밝히오니 부디 받아주십시오. 저는 잘못을 뉘우친 뒤로는 꼭 지켜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비구야, 너는 실로 바보 같고 미치광이 같으며, 안정되지 못한 사람이며 착하지 않은 사람인 것 같다. 왜냐 하면 너는 전혀 진실되지 않은 허망한 말로써 청정한 범행자인 사리자 비구를 모함하고 비방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는 잘못을 뉘우치고 죄를 알아 드러내 밝혔으며, 꼭 지켜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였다. 만일 잘못을 뉘우치고 잘못을 깨달아 드러내 밝히고 꼭 지켜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이 거룩한 법은 점점 자라나 쇠퇴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존자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빨리 저 어리석은 사람이 잘못을 뉘우친 것을 받아들여, 저 비구로 하여금 네 앞에서 머리가 부서져 일곱 조각으로 나누어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라."
존자 사리자는 곧 그 비구를 가엾게 여겨 이내 그가 잘못을 뉘우치는 것을 받아들였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존자 사리자와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
1) 파리성전협회(巴利聖典協會)에서 간행한 사전에서 이 상위법(相違法)에 대하여 해석한 것을 보면 "의기 소침한 상태에 빠진 것"이라고 되어 있어 한역본의 의미와는 서로 다름을 나타내고 있다. 한역상의 의미는 서로 혐오하고 미워하는[嫌瞋] 법을 말하는 것과 같다. 참고 경문인 『증일아함경 』 제 30 권 「육중품(六重品)」 여섯 번째 소경의 내용에는 "서로 다투고 참회하지 않았다"로 되어 있다.
2) 파리본에 의하면 "자기 자신에 대하여 반성하는 기미가 전혀 없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