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용상경(龍象經)
118. 용상경(龍象經) [제3 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동원(東園)의 녹자모당( 子母堂)3)에 계셨다.
그곳에서 세존께서는 해질 녘에 연좌에서 일어나 당상에서 내려오셔서 말씀하셨다.
"오다이(烏陀夷)여, 너와 함께 동하(東河)에 가서 목욕해야겠다."
존자 오타이가 말했다.
"예."
이에 세존께서는 존자 오다이를 데리고 동하로 가셔서, 언덕 위에서 옷을 벗고 곧 물에 들어가 목욕하셨다. 목욕을 마친 뒤에 도로 나와 몸을 닦고 옷을 입으셨다.
그 당시 바사닉왕(波斯匿王)에게는 염(念)이라는 이름의 용상(龍象)이 있어, 갖가지 소리를 내며 씩씩하게 동하를 건너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것은 용 중의 용으로서 대용왕(大龍王)이다. 이것은 이름이 무엇인가?'
존자 오다이가 합장하고 세존을 향하여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사람들이 몸집이 큰 코끼리를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것은 용 중의 용으로서 대용왕이다. 이것은 이름이 무엇인가?'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오다이여, 그렇다, 오다이여. 사람들은 몸집이 큰 코끼리를 보고 이렇게 말하느니라.
'이것은 용 중의 용으로서 대용왕이다. 이것은 이름이 무엇인가?'
오다이여, 말 낙타 소 나귀 뱀 사람 나무로 큰 몸집을 가지면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느니라.
'이것은 용 중의 용으로서 대용왕이다. 이것은 이름이 무엇인가?'
오다이여, 만일 세간이나 하늘 마군 범(梵) 사문(沙門) 범지(梵志) 등 사람에서 하늘에 이르기까지 몸과 입과 뜻으로써 해치지 아니하면, 나는 그를 용이라고 말한다.
오다이여, 여래는 세간이나 하늘 마군 범 사문 범지 등 사람에서 하늘에 이르기까지 몸과 입과 뜻으로써 해치지 아니하였다. 그러므로, 나를 용이라고 이름하느니라."
이에 존자 오다이는 합장하고 세존을 향하여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제게 위력을 주소서. 선서(善逝)시여, 제게 위력(威力)을 주소서. 그리하여 저로 하여금 부처님 앞에서 용에 알맞은 노래로써 세존을 찬탄하게 하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
이에 존자 오다이는 세존 앞에서 용에 알맞은 노래로써 세존을 찬탄하였다.
정각(正覺)께서는 인간 세계에 나시어
스스로 제어하여 바른 선정 얻고
깨끗한 행을 닦아 익히고
마음을 쉬어 스스로 즐거워하시네.
사람의 공경과 존중 받아
일체법을 뛰어 넘었고
또한 하늘의 공경을 받나니
집착이 없는 지극히 참된 사람
일체의 번뇌[結]를 뛰어 넘어서
숲에서 숲을 버려 떠나고
욕심을 버려 무욕(無欲)을 즐기는 것
돌에서 황금이 나오는 것 같네.
널리 듣고 바로 다 깨닫기는
마치 허공에 해가 돋는 듯
일체 용 가운데서 우뚝하기는
뭇 산 위로 솟은 멧부리 같네.
일컬어 큰 용이라 말하지만
남을 해치지 않으시니
일체 용 중의 용으로서
진실로 참되어 위없는 용이시라.
온화함과 해침이 없음
이 두 가지는 이 용의 발이요
고행과 범행
그것은 용의 행동이라네.
큰 용은 믿음을 손으로 삼고
두 가지 공덕을 어금니로 삼으며
생각은 목이요 지혜는 머리로서
법을 깊이 생각하고 분별하시네.
모든 법을 받아 지니는 것은 배[腹]요
멀리 떠남 즐기는 것은 두 팔
숨길의 드나듦에 잘 머물고
속마음은 지극히 잘 선정에 드시네.
용은 다니거나 멈추거나 선정에 들고
앉아서도 누워서도 또한 선정에 들어
용은 모든 때에 선정에 드나니
이것을 용의 상법(常法)이라 하느니라.
더러움 없는 집에서 음식을 받고
더러움이 있으면 곧 받지 않으며
나쁘고 깨끗하지 못한 음식 얻으면
그것 버림을 사자처럼 하시네.
만일 공양을 얻게 되면
남을 자애롭고 가엾게 여겨 받나니
용은 남의 보시 받아먹으나
목숨을 보존함에 집착이 없으시네.
크고 작은 번뇌를 끊어 없애고
일체의 속박에서 해탈하시어
어느 곳에 가서 노닐더라도
마음에는 얽매임과 집착이 없으시네.
그것은 마치 새하얀 연꽃이
물에서 나고 물에서 자라도
진흙 물이 거기에 붙지 못하고
묘한 향기와 사랑스런 빛깔 가진 것 같네.
이와 같이 최상의 깨달은 사람
세상에 나서 세상에서 살아도
욕심 때문에 물들지 않으시니
꽃이 물에 물들지 않듯이.
마치 치성하게 타오르던 불길도
섶을 대지 않으면 곧 꺼지듯이
섶 없으면 불은 잇닿지 못해
이 불은 이 때문에 꺼지느니라.
지혜로운 분께선 이 비유를 말해
그 뜻을 알리고자 하시니
이것이 용께서 아시는 바요
용 중의 용께서 말씀하시는 바라.
음욕과 성냄을 멀리 여의고
어리석음을 끊어 무루(無漏) 얻은 뒤
용께선 그 몸을 버려 떠나나니
이것을 이 용의 멸함이라 한다네.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존자 오다이는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
3) 사위성 기원정사(祇園精舍)의 동쪽에 위치한 2층의 큰 강당. 녹모(鹿母) 비사가(毘舍?)가 180만금을 시주하여 목건련(目?連)의 감독으로 지어 부처님께 공양한 정사. 동원정사(東園精舍)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