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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록(趙州錄)

실론섬 2015. 8. 31. 19:21

조주록(趙州錄)


 스님은 남전의 문하인입니다. 속성은 학씨이며, 소주의 학향 출신으로서 법명은 종심입니다.


 진부에 탑이 있으며, 그 탑기에 이르기를 「스님은 7백 갑자를 지낸 것으로 생각되는데, 뜻밖에도 무왕의 불교에 대한 가차 없는 처사를 맞아 저래산으로 난을 피하여 나무열매를 먹고 풀로 만든 옷을 입으면서 승려로서의 위의를 바꾸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스님은 처음에 본사를 따라서 행각하여 남천에 이르렀습니다. 본사가 우선 첫 대면의 인사를 마친 다음, 스님이 인사를 하였습니다. 남전은 그때 방장 안에서 누워 있었는데, 스님이 오는 것을 보자 즉시 물었습니다.

 “어디에서 왔는가?”

 “서상원입니다.”

 “그래, 서상(상서로운 모습)을 보았는가?”

 “서상은 보지 못하였습니다만, 누워계시는 부처님은 보았습니다.”

 그러자 남전은 일어나 앉으면서 물었습니다.

 “너는 주인이 있는 사미인가? 아니면 주인이 없는 사미인가?”

 “주인이 있습니다.”

 “너의 주인은 어떤 분인가?”

 “첫봄이라고는 합니다만, 아직 춥사옵니다. 황송하옵니다만 노스님께서는 존체 건강하시오니 진심으로 축복 드립니다.”

 그리하여 남전은 유나를 불러서 말하였습니다.

 “이 사미승을 특별석에 앉혀라.”


 스님은 수계한 후 본사가 조주의 서쪽에 있는 호국원에 주하고 있음을 듣고 그 절에 가서 스승에게 문안드리려 하였습니다. 절에 도착하니 본사는 스님의 생가인 학씨 집에 사람을 보내어

 “귀댁의 자제분이 행각에서 돌아왔습니다.”

고 알렸습니다. 학씨 집안의 친족들은 이 기별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곧 내일이라도 모두 같이 가서 만나보기로 하였던 것입니다.

 스님은 이 이야기를 듣고,

 “속세의 사랑에 얽매임은 끝이 없는 것이다. 이미 그것과 인연을 끊고서 출가한 이상, 두 번 다시 가족과는 만나보고 싶지 않다.”

고 말하고 그날 밤으로 여행차비를 하고 행각에 나섰습니다.

 그 후 물병과 석장을 휴대하고 사방의 총림을 편력하였습니다. 항상 스스로 이르기를

 “일곱 살짜리 아이라고 하더라도 자기보다 나은 자에게는 가르침을 청할 것이며, 백세의 늙은 사람에게도 자기보다 못하면 가르쳐줄 것입니다.”

고 하였습니다.


 나이 80이 되어서 처음으로 조주의 거리의 동쪽에 있는 관음원에 주하였으며 (유명한 조주의) 돌다리로부터 10리쯤 떨어진 곳에 그 절이 있었습니다. (가난한 절에) 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몹시 쇠약해졌지만 그 뜻은 옛사람의 유풍을 이어받았습니다. 승당은 전가도 후가도 없는 간소한 겨우 식사가 가능할 정도의 절이었습니다. 좌선용의 의자의 다리가 하나 부러지면 타다 남은 장작개비를 새끼로 묶었습니다. 따로 새것을 만들려고 하는 자가 있으면 그때마다 스님은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주지 40년 동안 시주들의 집에는 편지 한 장 보낸 일이 없었습니다.


 남쪽에서 어떤 스님이 찾아와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설봉에게

  “때를 지난 계류의 찬물(과 같은 심경)일 경우에는 어떠합니까?”

  고 물으니, 설봉은

  “눈을 크게 떠보아도 밑이 보이지 않는다.”

  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물을 마시는 자는 어떻습니까?”

  고 물으니, 설봉은

  “입으로는 들어가지 않는다.”

  고 대답하였습니다.」

 

스님은 이것을 듣자,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입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콧구멍으로 들어간다.”

 그 스님은 이번에는 스님께 물었습니다.

 “때를 지난 계류의 찬물(과 같은 심경)인 때에는 어떻겠습니까?

 조주 “쓰다”

 학승 “그 물을 마시는 자는 어떻겠습니까?

 조주 “죽는다.”

 

설봉은 조주스님의 이 말을 듣고 찬탄하기를

“고불이다. 고불이야.”

고 하였습니다. 설봉은 이런 일이 있은 후부터는 (이 물음에 대하여서는)대답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그 후 하북의 연왕이 군사를 이끌고 진부를 점령하려고 이미 국경에까지 도달하고 있었는데 기상을 보는 자가 있어서 

“조주에는 성인이 살고 있으니 싸우면 반드시 패할 것입니다.”

고 상주하였기 때문에 연․조 두 나라의 왕은 화목의 연회를 베풀고 싸움을 그만두기로 하였습니다. 그때 연왕이 물었습니다.

“조나라 땅에 있는 훌륭한 분이란 누구입니까?”

어떤 자가 말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화엄경을 설하는 대사가 계시는데 절조가 견고하고 고고한 분이십니다. 만일 심한 가뭄이 든 해에는 늘 왕명에 의하여 천태산에서 기도를 합니다만, 대사가 아직 돌아오기도 전에 은혜로운 비가 좍 내립니다.”

그리하여 (연왕은) 말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십선의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어떤 자가 또 말하였습니다.

“여기에서 120리쯤 떨어진 곳에 조주의 관음원이 있습니다. 거기에 선사 한분이 계십니다만, 매우 고령이시고 도안이 밝으신 분이십니다.”

모든 사람은 말하였습니다.

“그분이야말로 앞서 점을 쳐서 나온 그 사람일 것입니다.”


두 왕은 차를 멈추고 조주와 회견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미 원의 경내에 도착하고 있었는데도 스님은 정좌한 채로 있으면서 일어서서 마중 나오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연왕은 물었습니다.

 “인왕이 존귀한가? 법왕이 존귀한가?”

 스님은 대답하였습니다.

 “만일 인왕의 자리에 있으면 인왕중의 지존이며, 만일 법왕의 자리에 있으면 법왕중의 지존입니다.”

 연왕은 수긍하였습니다. 스님은 잠시 있다가 물었습니다.

 “어느 분이 진부의 대왕이십니까?”

 조왕이

 “저 올습니다.”

 고 대답하였습니다. - 조주는 진부에 소속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의를 표하는 예의를 나타낸 것입니다. - 그러자 스님은 말하였습니다.

 “저는 함부로 영내에 살면서도 이쪽에서 마중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조금 후에 측근이 대왕을 위하여 설법할 것을 스님께 청하였습니다. 스님은 말하였습니다.

  “대왕께서는 측근이 많기 때문에 매우 설법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하여 (왕은) 측근을 물러가라고 명령하였습니다. 그때 스님의 신변에 사미승인 문원이 있었는데 큰 소리로 말을 하였습니다.

  “대왕님께 말씀드립니다. 그 측근이 아니옵니다.”

 대왕 “어느 측근 말인가?”

  “대왕님께서는 존휘가 너무 많으십니다. 노스님께서 설법을 꺼려하시는 것은 그 때문이옵니다.”

  “선사시어, 어서 이름 따위에는 마음을 쓰지 마시고 설법하십시오.”

  “그러하시다면 대왕의 과거세로부터의 권속들은 모두 원가였습니다. 저의 불세존께서는 그 명호를 한번만이라도 외우면 죄가 소멸되고 복이 생깁니다만 그러나 대왕의 조상들은 그 이름을 한번이라도 범하는 자가 있으면 곧 화를 내십니다.”

 스님은 자비심으로 이와 같이 싫어함이 없이 오랜 시간동안을 설법하였습니다. 두 왕은 최고의 경례를 하고 찬탄하며 한결같이 진중공경 하여 마지않았습니다.


 다음날 연왕이 제나라로 돌아가려고 하였을 때 그 부하의 선봉사가, 스님이 왕을 맞는데 선상에서 일어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아침 일찍이 절에 찾아와서 스님이 임금에 대하여 오만하였다는 것을 힐책하려고 하였습니다. 스님은 이것을 듣자, 친히 나가서 마중하여 들였습니다.

 그러니 선봉사는 물었습니다.

 “어제 두 분의 왕이 오셨을 때에는 선상에서 일어나지 않았다가 오늘은 제가 오는 것을 보고 어찌하여 일어서서 마중하십니까?”

 “도아인 당신이 대왕처럼 될 수가 있는 것이라면 이 늙은 중은 역시 일어서서 마중 나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스님은 그렇게 말하였습니다. 선봉사는 이 말을 듣고서 재삼 예배하고 떠났습니다.


 얼마 안가서 조왕은 사자를 시켜서 스님을 궁전으로 맞이하여 공양을 올렸습니다. 성문에 이르자 온 성내의 사람들이 모두 위의를 바로 하여 마중하고 궁중으로 안내하였습니다. 스님이 자기에게 보낸 왕의 수레에서 내리자 왕을 예배하고 스님이 전상으로 올라가 정면의 자리에 앉도록 청하였습니다. 스님은 잠시 있다가 손을 이마에 대고 말하였습니다.

 “계단 아래에 서 있는 자들은 무슨 관청의 장들입니까?”

 “모든 사원의 존숙님과 대사․대덕님들입니다.”

 “그들은 각각 한편의 교화주입니다. 만일 그들이 계단아래에 있게 된다면 저도 서서 말을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왕은 그들에게 모두 전상으로 오르도록 명하였습니다.


 그날의 재연이 끝나려고 할 때 승려와 관리들이 나란히 앉아서 윗자리부터 아랫자리에 이르기까지 각각 한 사람이 한 가지 질문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어떤 사람이 불법을 물으려고 하였습니다. 스님은 멀리 이것을 보고 물었습니다.

 “무엇을 하는 거요?”

 “불법을 묻는 것입니다.”

 “여기에 내가 앉아있다. 거기에서 무슨 법을 묻는다고 하는 거요. 두 사람의 존자는 나란히 있으면서 교화하는 일은 없는 거요.” - 이것은 스님이 이야기한 글귀입니다.

 그리하여 왕은 문답을 중지시켰습니다.


 이때 왕비가 왕과 함께 있었으며, 측근들이 시중하고 있었습니다.

왕비가,

 “선사께서는 어서 대왕을 위하여 마정수기를 해주십시오.”라고 말하니, 스님은 손으로 대왕의 머리를 만지면서,

 “제발 대왕께서는 저의 나이 때까지 장수하시도록……”

 라고 하였습니다.


 이때 임시로 스님을 가까운 절에 맞이하여 머무르게 하고 기회를 보아 좋은 곳을 택하여 선원을 건립하기로 하였습니다.

 스님은 이것을 듣고, 사람을 시켜서 왕에게 말하였습니다.

 “만일 한 포기의 풀이라도 움직인다면 이 늙은 중은 조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때 두행군이라는 자가 출원하여 1만 5천관의 값어치가 있는 과수원을 희사하였습니다. 진제선원으로 이름을 붙였는데, 두가의 동산이라고도 하였습니다.

 스님이 그 절에 들어가자, 사방에서 수행자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때 조왕은 연왕이 유주에서 조정에 상주하여 하사되어진 자의를 공손히 받았는데, 진부의 사람들은 모두 위의를 바르게 하고 그를 맞이하였습니다. 그러나 스님은 굳이 사양하여 받지 않았습니다. 측근신하가 상자를 짊어지고 스님의 면전에 받들어 들고서 말하였습니다.

 “대왕께서는 노스님의 불법을 위하여 꼭 이 옷을 입으실 것을 바라고 계십니다.”

 “나는 참으로 불법을 위하기 때문에 이 옷을 입지 않는다.”

 “여하튼 대왕의 얼굴을 세워주시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속관에게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그리하여 왕은 친히 그 자의를 쥐고 스님의 몸에 걸고서는 되풀이하여 예배하고 축복의 말을 하였습니다. 스님은 이제 그저 머리를 끄덕거릴 뿐이었습니다.


 스님은 진부에 2년 동안 살았는데 이승을 떠나려고 할 무렵에 제자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내가 죽은 후는 화장을 하되, 사리를 줍지 말라. 선종의 사가의 제자인 자는 세속적 인간과 다르다. 더욱 육신은 허깨비에 지나지 않으니 어찌 사리 같은 것이 나올 것인가. 이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제자에게 명하여 불자 하나를 조왕에게 보내게 하고, 이렇게 전하게 하였습니다.

 “이것은 제가 일생동안 쓰고도 다 쓰지 못한 것입니다.”

 스님은 무자년 11월 10일에 정좌한 채 입적하였습니다. 이때 두가의 동산에는 출가․재가의 거마가 합하여 수만 여명이 (모여서) 그 슬픔의 소리는 원야를 진동시켰습니다.

 그때 조왕은 장송의 예를 다하였지만 그 비탄의 울음의 눈물은 꾸시나가라에서 석가세존께서 열반에 드셨을 때의 황금관의 채색을 감추어버렸던 (여러 왕들의) 눈물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높은 안탑을 만들어 특별히 큰 비석을 세운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며 시호는 『진제선사 광조지탑』이라고 하였습니다.

 후당의 보대 11년 4월 13일 어떤 수행자가 동도 동원의 혜통선사에게 선인조주선사의 교화의 유적을 찾아 묻고서 그에 예배하고 물러갔습니다. 곧 붓을 주어 이것을 기록하게 하여 사실을 구체화하였습니다.



조주선사어록


1

스님이 남전에게 물었습니다.

“길이란 어떤 것입니까.”

남전은 말하였습니다.

“평상시의 마음이 그것이다.”

스님 “그것을 목표로 하여 수행하여도 좋겠습니까.”

남전 “무엇인가를 목표로 하여 구하려고 하면 그 순간에 길을 벗어나버린다.”

스님 “그것을 목표로 하고 수행하여 보지 않는다면 어찌하여 그것이 길이라고 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까.”

남전 “길은 안다든가 모른다든가 하는 것과 관계가 없다. 안다고 하는 것은 망각이다. 모른다고 하는 것은 무기(無記)다. 만일 참으로 목표로 하는 일이 없는 길에 도달한다면, 마침 허공과도 같이 말끔하게 공한 것이다. 그것을 무리하게 이렇다 저렇다 하는 따위의 일은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스님은 언하(言下)에 속 깊은 뜻을 깨닫고 밝은 달과도 같은 심경을 얻었던 것입니다.


2

남전이 법당에 나오니 스님이 물었습니다.

“차별입니까. 평등입니까.”

남전은 곧 방장으로 돌아갔습니다. 스님은 곧 법당을 나와서 말하였습니다.

“이 노화상님께서는 나의 질문을 하나 받고 한마디도 대답할 수가 없었던 것이야.”

수좌가 말하였습니다.

“노스승님께서는 답이 없었다고 말하여서는 안 된다. 도시 원래가 당신이 몰랐던 것이다.”

스님은 즉각적으로 한대 때렸습니다. 그리고 거듭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 방망이는 당두이신 화상께서 참으로 한대 맛보야 하는 것이다.”


3

스님이 남전에게 물었습니다.

“불법에 대사(大事)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어디로 갑니까.”

남전은 대답하였습니다.

“대문 앞의 시주집에서 한 마리의 수고우로 된다.”

스님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남전 “간밤 오밤중에 달이 방장의 창에 비추고 있었어.”


4

스님은 남전선원에서 노두라는 일을 맡았었습니다. 한산의 스님들이 총출동하여 밭일을 하고 야채를 걷어 들이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선당에서 “불이야 불”하고 외쳤습니다. 대중은 순식간에 선당 앞에 모였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선당의 문을 철썩 닫아버렸습니다. 대중은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남전이 열쇠를 창으로부터 선당 안에 던져 넣으니 스님은 문을 쑥 열었습니다.


5

스님이 남전선원의 정루 위에서 물을 푸고 있었을 때, 남전이 지나가고 있음을 보고, 기둥을 붙잡은 채로 다리를 허공에 띄워 흔들면서 말하였습니다.

“살려줘, 살려줘.”

남전은 정루의 사다리를 올라가면서 말하였습니다.

“1, 2, 3, 4, 5”

스님은 잠시 있다가 이번에는 자기 자신이 나아가서 인사를 하였습니다.

“아까는 노스님께서 도움을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6

남전선원의 동서 두 승당의 운수들이 고양이에 대하여 논쟁을 하였습니다. 남전은 선당에 와서 고양이를 집어 들고서 말하였습니다.

“너희들이 뭔가 한마디씩 할 수가 있다면 죽이지 않겠지만 말할 수가 없다면 이 고양이를 베어버릴거야.”

대중은 여러 가지로 말하였지만 모두 남전의 기대에 어긋났습니다. 남전은 그 자리에서 고양이를 베어 죽였습니다.

 밤이 되어 스님이 외출에서 돌아와 방장으로 인사하러 갔을 때 남전은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너라면 고양이를 어떻게 구하겠는가.”

그러자 스님은 신발 한 짝을 머리 위에 얹혀놓고 걸어 나왔습니다.

남전은 말하였습니다.

“그대가 만일 있었더라면 저 고양이를 구할 수가 있었겠는데.”


7

스님이 남전을 찾아갔습니다.

“이(異)에 대하여서는 묻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유(類)라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남전은 두 손을 땅에 대고 네발로 걸어가는 자세를 취하였습니다.

스님은 곧 그것을 밟아서 눌러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열반당에 돌아가서

“유감이야, 유감이야.”

고 외쳤습니다. 남전은 그것을 듣고 사람을 시켜서 알아보았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도 유감이란 말인가.”

“덤으로 한 번 더 밟아 뭉개버리지 못한 것이 유감이었어.”


8

남전이 욕실이 있는 데를 지나가다가 욕두가 목욕탕의 물을 데우고 있는 것을 보고 물었습니다.

“무엇을 하고 있지.”

욕두 “목욕물을 데우고 있습니다.”

남전 “잊지 말고 수고우를 불러다가 목욕을 시켜라.”

욕두는 “네"하고 대답하였습니다. 밤이 되어 욕두는 방장으로 들어왔습니다.

남전 “뭣 하러 왔어.”

욕두 “어서 수고우님께서 욕실로 들어 주십시오”

남전 “소고삐를 가지고 왔는가.”

욕두는 대답이 없었습니다.

스님이 와서 문안드렸을 때 남전은 그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스님은 말하였습니다.

“저에게는 한마디의 말이 있습니다.”

그러자 남전은 말하였습니다.

“소고삐를 가지고 왔는가.”

스님은 썩 앞으로 다가 나서더니 남전의 코를 손으로 쭉 쥐어 당겼습니다.

남전 “좋기는 좋지만 너무 난포하군.”


9

스님이 남전에게 물었습니다.

“사구를 떠나 백비를 끊은 처지에서 제발 노스님께서는 가르치심을 주십시오.”

남전은 곧 방장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스님은 말하였습니다.

“이 노스님은 평소에는 몹시 재잘거리는 주제인데도 일단 물어보면 한마디 대답도 하시지 않는단 말이야.”

시자가 말하였습니다.

“노스님께서 대답을 하시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좋소.”

스님은 그 자리에서 뺨을 한대 갈겨버렸습니다.


10

남전이 어느 날 방장의 문을 닫고서 문밖에 빙 둘려서 재를 뿌리면서 대중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너희들이 뭔가 말할 수 있으면 문을 열겠어.”

많은 운수승들이 대답하였으나 어느 것도 남전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때 스님이 말하였습니다.

“슬프구나, 슬퍼.”

남전은 곧 문을 열었습니다.


11

스님이 남전에게 물었습니다.

“「마음은 부처님이 아니다. 지혜는 도가 아니다」 뭔가 잘못된 것이 있습니까.”

남전 “있다.”

스님 “어디에 잘못이 있습니까. 제발 말씀을 주십시오.”

그리하여 남전은 말하였습니다.

“마음은 부처님이 아니다. 지혜는 도가 아니다.”

스님은 불쑥 나가버렸습니다.


12

스님은 법당에 나가서 대중에게 설법하여 말하였습니다.

「이 대사는 참으로 명백하다 월격의 큰 인물도 여기를 나올 수가 없다. 내가 일찍이 위산에 갔을 때 어떤 스님이 위산노사에게 물었다.

 ‘조사달마께서 인도로부터 와 (전달하려고 한) 정신은 무엇입니까.’

위산은 대답하였다.

 ‘나에게 의자를 가져다주게.’

 만일 참다운 선장이라면 (이 위산노사처럼) 본분의 일로써 사람을 교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때 한 스님이 물었습니다.

“조사달마께서 인도에서 오신 정신은 무엇입니까.”

스님은 말하였습니다.

“앞마당의 잣나무다.”

문승 “노스님, 경계로써 사람들에게 가리키시지 마셨으면 합니다.”

스님 “나는 경계로써 사람에게 가리키거나 하지는 않아.”

문승 “조사달마께서 인도에서 오신 정신은 무엇입니까.”

스님 “앞마당의 잣나무다.”


13

스님은 또 말하였습니다.

「나는 90년 전에 마조대사 문하의 80여 명의 사가님들을 뵈었지만 한분 한분이 모두 다 훌륭한 선장들뿐으로 요사이의 이른바 스승들이 (근본을 잊고) 나무 가지나 덩굴위에 또 가지나 덩굴을 이루어 그 모두가 성위에서 멀어짐이 참으로 아득하여 1대(代)마다 낮아져가는 모습과는 전적으로 모양이 다르다(즉 훌륭한 분뿐이었다.) 예를 들어 (그 중의 한분이신 나의 스승님인) 남전노스님께서는 항상 ‘이류(異類) 속으로 향하여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씀을 하셨던 것인데 자아(여러분) 이 말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오늘날의 부리가 노란 병아리 사가들을 네거리에서 설법을 하고 그리고 밥을 얻어먹으며, 사가로서 예배 받을 것을 요구하여 3백 명 5백 명의 운수들을 모아놓고서는 말하고 있다. ‘나는 스승이다. 너희들은 수행자다.’라고」


14

어떤 스님 “청정한 사원이란 어떤 것입니까.”

스님 “머리를 올려 딴 소녀다.”

문승 “사원 속의 사람이란 어떤 분들입니까.”

스님 “머리를 올려 딴 소녀가 애기를 배었다.”


15

물음 “들은 바에 의하면 노스승님께서는 친히 남전노사님을 상견하셨다는 이야기입니다만 사실입니까.”

스님 “진주에서는 큰 무를 캘 수가 있지.”


16

물음 “화상님의 출생지는 어디시온지요.”

스님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서쪽이야, 더 서쪽이야.”

라고 하였습니다.


17

물음 “‘법에는 특별한 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씀하시지만 법이란 도대체 무엇인가요.”

스님 “밖에도 공하고, 안도 공하며 안팎이 모두 공하다.”


18

물음 “부처님의 참다운 법신이란 어떤 것입니까.”

스님 “그 밖에 무엇을 싫어하는가.”


19

물음 “심지(心地)의 법문이란 무엇입니까.”

스님 “고금의 기준이야.”


20

물음 “빈중(賓中)의 주(主)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스님 “나는 새 각시를 얻는 일 (즉 장가가는 일) 따위는 문제 삼지 않는다.”

물음 “주중의 빈이란 무엇입니까.”

스님 “나에게는 장인어른이 없어.”


21

물음 “만물 중에서 무엇이 가장 견고합니까.”

스님 “욕을 한다면 끊임없이 주둥이가 닳도록 마구 퍼부어도 좋고 침을 뱉는다면 차라리 침보다도 물을 퍼부어도 좋아.”


22

물음 “아침이나 밤이나 하루 종일 일하고 쉬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습니까.”

스님 “승려 중에도 일 년에 두 번 세금을 바치는 백성(처럼 바쁜 사람)은 없는 거야.”


23

물음 “일구(一句)란 무엇입니까.”

스님 “만일 일구를 계속 지키고만 있다가는 물에 빠져버린다. (너는 완전히 늙어버리고 만다)”


24

스님이 법당에 나와서 대중들에게 설법하였습니다.

“만일 일생동안 도량을 떠나지 않고 10년이나 5년 동안 말을 하지 않을 때 너희들을 벙어리라고 하는 자가 없다면, 그 후는 부처님이라 하더라도 너희들을 어떻게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만약 너희들이 이 말을 믿지 않는다면 나의 목을 잘라가도 좋아.”


25

스님은 법당에 나와서 설법하여 말하였습니다.

“형제들이여, 자네들은 틀림없이 제3생의 원한 속에 있다. 따라서 ‘다만 과거의 행위만을 고치고 과거의 사람을 고치지 말라.’라고 하는 거야. 자네들과 같이 우리들이 각각 출가하여(덕분에) 요사이 무사히 지내고 있는데, 더욱 선을 묻고 도를 물어 30명, 20명씩 모여 와서 묻는다. 마치 그들에게 대하여 이쪽이 선도의 빚이라도 있는 것 같다. 자네들이 나를 사가라고 부른다면 나는 자네들처럼 벌을 받아야 할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즐겨 떠들어대는 자는 아니지만, 저 옛사람에게 폐단이 될 것을 염려하여 이것저것 설법하고 있는 것이다.”


26

물음 “하루 24시간 동안 어떻게 마음을 써야 합니까.”

스님 “당신은 하루 24시간에 쓰임을 당하고 있다. 나는 24시간을 사용하고 있어. 당신은 (그 두 가지 시간 중) 어느 시간에 대하여 묻는 것인가.”


27

물음 “조주의 주인공은 어떤 분이신지요.”

스님은 꾸짖어 이르기를,

“이 나무통쟁이 같은 이라고.”

수행승은 (부지중에) “예”하고 대답하였습니다. 스님이 말하기를,

“법대로 통에 테를 돌려야지.”


28

물음 “백치가 된 사람이란 어떤 것입니까.”

스님 “나는 너보다 못해”

학승 “저는 이겨낼 도리가 없사옵니다.”

스님 “자네는 어찌하여 백치가 되었는가.”


29

물음 “‘지도는 아무런 어려움도 없다. 다만 간택하는 것을 꺼리는 것뿐이다.’라고 하는 말이 요사이 선가들의 보금자리(과굴)이군요”

스님 “전에도 누군가가 나에게 물었지만 5년간이나 아무런 개진도 못하고 말았어.”


30

어떤 관리 “단하화상이 목불을 태웠는데 어찌하여 원주스님의 눈썹이 빠졌습니까.”

스님 “귀관의 댁에서는 날것(생것)을 삶아 요리하는 이는 누구십니까.”

관리 “머슴입니다.”

스님 “그것은 참으로 매우 (저 단하화상과 같은) 좋은 솜씨를 가졌군요.”


31

물음 “비목선인이 선재동자의 손을 잡고 미진수의 부처님을 보였을 때는 어떠하였겠습니까.”

그러나 스님은 그 문승의 손을 잡으면서 말하였습니다.

“너는 도대체 무엇을 보는가.”


32

어떤 니승 “사문이 할 수행은 어떤 것입니까.”

스님 “애기를 낳아서는 안 된다.”

니승 “노스님과는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스님 “내가 만일 그대와 관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대로서는 아무 쓸모도 없어.”


33

물음 “조주의 주인공은 어떤 사람입니까.”

스님 “시골뜨기다.”


34

물음 “왕이 선다바를 구한다는 것은 어떤 말입니까.”

스님 “당신, 내가 도대체 무엇을 필요로 한다고 하는 것인가.”


35

물음 “‘현 속의 현’이란 무엇입니까.”

스님 “현 속의 현 따위는 필요 없어. 七 속의 七, 八 속의 八이야.”


36

물음 “선다바란 어떤 것입니까”

스님 “고요한 곳 - 솨아하아”


37

물음 “‘법은 법이 아니다’라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스님 “동서남북”

학승 “어떻게 이해하면 좋겠습니까.”

스님 “상하사유”


38

물음 “‘현중현’이란 무엇입니까.”

스님 “이 중이 만일 현중현에게 현하여 죽지 않았더라면 지금쯤은 74․5세의 좋은 노승으로 되어 있었을 것을.”


39

물음 “왕이 선다바를 요구할 때는 어떻습니까.”

스님은 곧 불쑥 일어서서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차수하였습니다.


40

물음 “도란 어떤 것입니까.”

스님 “어디 감히 내가, 감히”


41

물음 “법이란 어떤 것입니까.”

스님 “물리쳐야 해, 말끔히 하여야 하는 거야.”


42

물음 “조주에서 진부까지 어느 정도(의 거리)입니까.”

스님 “3백리다.”

학승 “진부에서 조주까지는 어느 정도(의 거리)입니까.”

스님 “거리가 없어.”


43

물음 “‘현 중의 현’이란 어떤 것입니까.”

스님 “어느 만큼이나 오래 현하여 왔는가.”

학승 “인제 매우 오래됩니다.”

스님 “다행하게도 나를 만났으니 잘 된 거야. (그렇지 않았더라면) 벌써 오래전에 이 어리석은 자는 현하여 죽음을 당할 판이었어.”


44

물음 “저의 자기(自己)란 어떤 것입니까.”

스님 “저 앞마당의 잣나무가 보이는가.”


45

스님께서 상당하여 설법하기를,

“만일 구참의 사람이라면 진실하지 않는 자가 없고 (理를) 옛날에 구하고 지금에 구하지 않는 자가 없지만, 새로이 대중 속에 같이 들어온 신참자는 역시 이(理)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요즘의 3백․5백․1천(의 일반스님)이나 저쪽의 스님 또는 비구니스님 등의 총림의 뒤를 쫓지 말라. (그런 스님네들로부터) ‘좋은 주지스님이시군.’하고 칭찬을 받는 사람에게 진정 불법을 물어보면 마치 모래를 삶아서 밥을 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어찌할 바도 모르고 아무런 대답도 못한다. [그리고는] 거꾸로 ‘저놈은 나쁘고 나는 옳다’고 하면서 얼굴을 붉히고 덤벼드는 형편이야. 그건 다름이 아니라 세간이라는 것은 법에 어긋나는 말을 내뱉는 것이기 때문이야. 나의 이 말의 뜻을 진실로 밝히려고 한다면 나를 배반하지 말아야 한다.”


46

물음 “이 번뇌의 세간에서 성자들에게 대하여 법을 설하는 것은 더렵혀진 몸에 (성의를) 입는 것과 같은 쓸데없는 일이 됩니다. 그리하여 노스님께서는 어떻게 사람에게 가르치십니까.”

스님 “어디에 나를 보는가.”

학승 “제발 노스님께서 설하여 주십시오.”

스님 “전당의 스님들은 아무도 이 승려의 말을 모르고 있다.”

다른 승 “제발 노스님, 가르쳐 주십시오.”

스님 “당신이 설해요. 내가 듣지.”


47

물음 “참다운 교화는 자국이 없다고 합니다. 교화하는 스승도 교화되는 제자도 없을 경우에는 어떻습니까.”

스님 “당신에게 그와 같이 와서 묻게 한 것은 누군가.”

학승 “전혀 딴 사람이 아닙니다.”

스님은 곧 한 대 갈겼습니다.


48

물음 “이 대사(大事)를 어떻게 마음에 새겨야 합니까.”

스님 “나는 (그런 말을 하는) 당신을 이상하다고 생각하네.”

학승 “어떻게 마음에 새겨야 합니까.”

스님 “나는 당신이 그것을 모른다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네.”

학승 “저는 과연 (대사를) 짊어질 수가 있겠습니까.”

스님 “짊어질 수가 있는지 없는지는 당신 자신이 알아봐.”


49

물음 “지해(知解)가 없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입니까.”

스님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50

물음 “조사달마가 인도에서 찾아온 (전하려고 한) 정신은 무엇입니까.”

스님은 좌선의 의자에서 내렸습니다.

학승 “그것이 그것이군요.”

스님 “나는 아직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아”


51

물음 “불법은 영원합니다. 어떻게 마음을 써야합니까.”

스님 “자 봐요. 옛날 전한과 후한 (의 천자들)은 천하를 그 손에 장악하고 통치하였지만 임종할 때에는 동전 반쪽마저 뜻대로 하지 못하지 않았는가.”


52

물음 “오늘날의 사람들은 진귀한 보물을 존중합니다. 사문은 무엇을 존중합니까.”

스님 “당장에 입을 다물라.”

학승 “입을 다물면 되는 것입니까.”

스님 “만약 입을 다물지 않으면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겠는가.”


53

물음 “조주의 一句란 어떤 것입니까.”

스님 “반구조차 없어.”

학승 “노스님께서 거기에 계시지 않습니까.”

스님 “나는 一句가 아니야.”


54

물음 “어떻게 하면 여러 가지 경계에 미혹되지 않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스님은 한쪽 다리를 드리웠습니다. 그 학승은 곧 신발을 내놓았습니다. 스님은 발을 도로 끌어당겼습니다. 학승은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55

어떤 속관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계셨을 때에는 모든 중생이 부처님께 귀의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는 모든 중생은 어디에 귀의합니까.”

스님 “중생 따위가 어디에 있나.”

학인 “현실로 지금 제가 여쭙고 있는 이 시간에도 (없는 것이옵니까)”

스님 “그 이상 무슨 부처님을 구할 것인가.”


56

물음 “4은(恩)이나 3유(有)에 그 은혜를 갚지 않는 자가 있습니까.”

스님 “있다.”

학승 “어떤 자입니까.”

스님 “이 제 애비를 죽인 놈아! 생각하건대 그대는 이 한 물음만 부족하단 말이야.”


57

물음 “노스승님의 뜻은 어떠한 것입니까.”

스님 “배려할 것이 없다는 점이다.”


58

스님이 법당에 나와 설법하여 이르기를

“형제들이여, 다만 과거의 (행위)를 고쳐 미래를 구축하라. 만일 과거를 고치지 않으면 그대들을 놓아둘 장소가 딱 마련돼 있단 말이야.”


59

스님 “나는 여기에 있은 지 30여년이나 되지만 아직도 한 명의 선가도 찾아온 일이 없다. 아니 가령 왔다고 하더라도 하룻밤 한 끼를 지냈을 뿐, 급히 도망쳐서 어떻든 부드럽고 따뜻한 곳을 찾아서 가버렸어.”

물음 “만일 진짜 선가가 찾아왔으면 그에게는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스님 “천균이나 되는 강노는 생쥐 따위를 보고 쏘지 않는다.”


60

스님 “형제들이여 만일 남쪽에서 오는 자가 있으면 곧 그 자를 위하여 짊어지고 있는 짐을 내려줄 것이며 만일 북쪽에서 오는 자가 있으면 곧 짐을 실려 줄 것이다. 이런 말이 있지 않는가. ‘상급인물에 다가가서 도를 물으면 도를 잃으며 하급인물에 다가가서 도를 물으면 도를 얻는다.’고.”


61

스님 “형제들이여, 바른 사람이 사법을 설하면 사법도 그 사람을 따라서 바르게 된다. 그릇된 사람이 정법을 설하면 정법도 그 사람을 따라서 그릇되게 된다. 다른 곳에서는 보기가 어렵고도 알기 쉬우나, 나의 곳에서는 보기가 쉽고도 알기가 어렵다.”


62

물음 “선도 악도 미혹시킬 수가 없다는 사람은 역시 독탈 합니까.”

스님 “독탈 못한다.”

학승 “어찌하여 독탈 못합니까.”

스님 “바로 선악 속에 있기 때문이다.”


63

니승 “이때까지 가르쳐 주신 것을 떠나서 제발 노스님께서 가르치심을 주십시오.”

스님은 꾸짖어 이야기하였습니다.

“주전자가 탄단 말이야.”

니승은 주전자에 물을 더 따라 붓고는 다시 말하였습니다.

“노스님, 제발 대답하여 주십시오.”

스님은 웃었습니다.


64

물음 “세계가 변하여 검은 구멍으로 된다고 합니다만, (그때) 이 자는 어느 길로 떨어질 것입니까.”

스님 “그런 것은 점치지 않아.”

학승 “점치지 않는 것은 어떤 자입니까.”

스님 “시골뜨기다.”


65

물음 “‘무언무의여야 비로소 구(句)를 얻었다고 할 수가 있다.’고 말하지만, 무언이라고 하는 이상 무엇을 구라고 부르는 것입니까.”

스님 “높아도 위험하지 않고, 가득 찼어도 넘치지 않는다.”

학승 “지금 노스님께서는 가득 차고 계시는 것입니까. 넘치고 계시는 것입니까.”

스님 “그렇게 묻는다면 난들 할 바가 없고나.”


66

물음 “영자(靈者)란 어떤 것입니까.”

스님 “깨끗한 땅위에 한 무더기의 똥을 눈다.”

학승 “확실한 의미를 들려주십시오.”

스님 “나를 뇌란스럽게 하지 말라.”


67

물음 “‘법신은 무위로서 제수에 떨어지지 않는다.’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말로써 표현하는 것이 허용됩니까.”

스님 “어떻게 말하려는 것인가.”

학승 “그렇다면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스님은 웃었습니다.


68

물음 “부처님이란 무엇입니까. 중생이란 무엇입니까.”

스님 “중생이 그대로 부처님이야. 부처님이 그대로 중생이야.”

학승 “도대체 둘 중 어느 것이 중생입니까.”

스님 “물어! 물어봐”


69

물음 “대도에는 뿌리가 없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서 표현하였으면 좋겠습니까.”

스님 “당신이 벌써 받아들여서 표현하고 있지 않는가.”

학승 “그렇지만 뿌리가 없다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스님 “뿌리가 없으니까 당신을 꽁꽁 묶어서 매어놓은 곳이 어디에 있을 것인가.”


70

물음 “바른 수행을 하고 있는 사람이 귀신에게 (그 경계를) 알아 차려지게 될 것입니까.”

스님 “알려진다.”

학승 “어디에 허물이 있는 것입니까.”

스님 “허물은 구하는 곳에 있다.”

학승 “그렇다면 수행을 하지 않겠습니다.”

스님 “수행을 해야 해.”


 *「금강경죄업소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귀신이란 유의법의 경계, 즉 업장의 세계에서의 존재입니다.


71

물음 “일륜의 달이 하늘의 바로 정면에 걸려 있습니다. 저 달빛은 어디에서 생기는 것입니까.”

스님 “달은 어디에서 생기는가.”


72

물음 “들은 바에 의하면 노스님께서는 ‘도는 수행에 속하지 않는다. (본래의 자기를) 오염시키지 않기만 하면 좋다’라고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염시키지 않는다는 말은 어떤 일입니까.”

스님 “안팎을 점검하여 보아라.”

학승 “노스님께서는 스스로 점검하십니까.”

스님 “점검한다.”

학승 “자기에게 어떤 허물이 있으시기에 자신을 점검하십니까.”

스님 “당신에게는 어떤 것이 있는가.”


73

물음 “도량이란 무엇입니까”

스님 “자네는 도량으로부터 와서 그 도량으로 나아간다. 있는 그대로가 도량이야. 어디에 그렇지 않는 것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