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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교수정치'...야당의 갈 길조차 교수에게 묻는 무능과 무책임

실론섬 2015. 9. 17. 20:09

“당내 분열과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당 혁신마저 교수 등 외부 인사들에게 맡긴 현실이 안타깝고 부끄럽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재선의원은 17일 최근 당내 상황과 관련, “정당 혁신이 당 내부로부터 이뤄지지 않고 외부에서 들어와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밖에 맡길 게 아니라 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4·29 재·보선 참패 이후 불거진 당 내홍(內訌)을 당 내부에서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채 교수 등 외부 인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내에서조차 제1 야당이 스스로의 위기도 극복하지 못한 채 야당이 가야 할 길을 교수들에게 묻는 무능과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야당 내 ‘교수 정치’가 일상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대표는 4·29 재·보선 참패 이후 첨예해진 친노·비노 간 갈등을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킴으로써 돌파하고자 했다. 문 대표는 당내 논란에도 불구하고 혁신위원장에 외부 인사인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을 영입했다. 김 위원장은 한신대 교수 시절이던 1986년 ‘6월 항쟁 교수선언’을 주도한 인물이다.

새정치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

그러나 당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출범시킨 혁신위의 혁신안이 또 다른 갈등을 낳았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지난 2일 “당의 혁신은 실패했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최근엔 이를 놓고 친노·주류 측을 지지하는 서울대 조국 교수와 비노·비주류 측을 지지하는 서울대 한상진 명예교수까지 가세하면서 친노·비노 간 갈등이 교수들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혁신위원인 조 교수는 안 전 대표가 혁신안 처리를 위한 중앙위원회 연기와 문 대표 재신임 여론조사 취소를 요구한 것에 대해 14일 “당인(黨人)이라면 정당한 당적 절차를 존중하라. 그게 싫으면 탈당해 신당(新黨)을 만들라”고 비판했다.

서울대 조국 교수

조 교수는 또 “문재인이 혁신안을 지지해 얻는 이익은 당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고, 안철수가 혁신안을 반대해 얻는 이익은 문재인 체제의 조기 안착을 막고 대선 주자로서의 자기 위상을 재부각하는 것”이라며 “현역 의원들이 혁신안을 무산시켜 얻는 이익은 재선을 보장받는 것”이라고도 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대선평가위원장을 역임한 한 교수는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혁신안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며 문 대표를 비롯한 친노·주류 측을 정면 비판했다. 한 교수는 당 혁신안에 대해 “문 대표의 눈높이로 혁신을 설계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교수는 문 대표의 재신임을 위한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더 이상 정상적인 방법으로 (혁신안 의결이) 어렵다고 하는 걸 스스로 고백했다”고 했다. 그는 “재신임 투표라고 하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카드는 문 대표가 안 의원 제안을 과감하게 수용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서울대 한상진 명예교수

그러면서 한 교수는 지난 15일 일부 언론에 이메일을 보내 “당의 공식 기구인 혁신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조국 교수에게 당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극복 방향에 관하여 공개토론 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한 교수는 “제1야당을 돕는 것이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필요하다는 판단을 공유하고 있는 같은 대학의 동료로서, 당이 현재 겪고 있는 심대한 위기의 진단과 해법을 모색하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조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평소 존경하던 한 명예교수님의 제안을 받은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응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라 죄송하다”며 한 교수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와 관련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하는 제1 야당이 당내 문제조차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원외(院外) 교수들이 당의 위기 극복 방향을 토론하자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렇게 무능하고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서야 어떻게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