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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11시, 세계평화를 외치다

실론섬 2015. 11. 25. 16:10

누가(Who)? 부산 청소년들이다. 부산시내 초등학교나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아이들. 이 아이들은 평소 그린닥터스나 다문화복지단체 등에서 봉사활동을 많이 해왔다. 이 아이들은 멀리 이국 땅에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소중한 목숨을 내던진 또래의 유엔군 장병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한데 뭉쳤다.


한반도에서 산화한 외국인 병사들의 아니는 열일곱에서 많아야 스물한 살. 다시 돌아갈 수 없었던 그들의 조국은 미국, 영국, 터키, 캐나다, 호주, 프랑스, 네덜란드,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콜롬비아, 그리스, 태국, 에티오피아, 필립핀, 벨기에,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덴마크, 인도, 이탈리아, 스웨덴 등 21개국이다. 


언제(When)? 지난 11월 4일 오전 11시부터 11월 11일 오전 11시까지 꼬박 일주일간 6.25 한국전쟁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펼쳐졌다. 11월 11일이라. 요즘 청소년들의 기억 속엔 언뜻 '빼빼로데이'가 떠오르겠다. 아마도 아라비아 숫자 '1111'이 과자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상술이 끼어든 것이겠지. 우리 농촌울 살려야 한다며 일부에서는 '기래떡데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하지만 부산 청소년들에게 올해 '11월 11일 11시'는 '부산을 향하여(Turn Towrad Busan)'로 색다르게 다가갔다. 


'턴투워드부산'은 6.25 한국전쟁 당시 고귀한 희생을 한 유엔(UN)군 참전용사들을 기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하기 위해 매년 11월 11일 11시 정각에 미국.캐나다.뉴질랜드.터키 등 전 세계가 '부산을 향해' 묵념하는 행사다. 2007년 캐나다의 참전용사인 빈센트 커트니 씨가 한국전 전사자들이 안장되어 있는 부산 우엔기념공원을 향해 부산 현지 시간에 맞춰 동시묵념및 추모행사를 제안해 이뤄진 것이다. 


어디서(Where)? 부산 남구 유엔평화로 93(대연동). 이곳에는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인 유엔기념공원이 있다. 세계평화와 자유의 대의를 위해 생명을 바친 유엔군 전몰장병들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1955년 11월 대한민국 국회는 유엔군의 희생에 보답하기 이해 이곳 토지를 유엔에 영구히 기증하고, 아울러 묘지를 성지로 지정할 것을 결의했다. 1959년 11월 유엔과 대한민국 간에 '유엔 기념 묘지 설치 및 관리 유지를 위한 대한민국과 유엔 간의 협정'이 체결됨으로써 지금의 유엔기념공원으로 출발하게 됐다. 유엔군 부대에 파견 중에 전사한 한국군 중 36명을 포함하여 11개국 2300구의 유해가 잠들어 있다. 


무엇을(What)? 부산 청소년들은 유엔 장병들 묘지를 찾아 비석을 닦았다. 세계평화의 상징인 대한민국의 유엔기념공원을 널리 알리기 위해 10만 포토 인증샷을 SNS에 올려 기네스북 등재에도 도전했다. 


왜(Why) 그랬을까? 부산 청소년들이 함께한 행사 '2015 Thanks UN 2300'의 슬로건에 그 의미가 담겨있다.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돌아보며, 미래를 꿈꾸기' 위해서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한 부산의 청소년들은 또래 유엔 전사자 묘지에서 이렇게 다짐했다.


올해 11월의 6.25 한국전쟁 영웅 찰스그린 호주 육군 중령의 아내 그린 여사는 회고록 '그대는 아직도 찰리'에서 아이다 프록터의 시 '그 사람(The one)'으로 끝맺음을 했다. 


무수한 사람들의 비극엔  

눈물짓지 못하지만         

단 한 사람의 비극엔   

눈물짓는답니다             

마음의 삶을 살고픈     

마음속에서            

그 사람은 영원히 산답니다


전후 60년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우리는 '6.25 역사'를 놓고 이념논쟁에 매몰돼 있다. 유엔기념공원 내 추모명비 입구 벽면에 새겨진 이해인 수녀의 헌시가 유달리 가슴을 저미게했다.


우리들 가슴에 님들의 이름을 사랑으로 남깁니다

우리의 조국에 님들의 이름을 감사로 새깁니다


우리는 이 땅과 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서 6.25전쟁 때 산화한 '그 사람'을 가슴에, 조국에 새겨야 한다. 매년 11월 11일 오전 11시. 딱 1분동안만이라도.


정근

대한결핵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