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 논문및 평론/율장

초기불교승가의 운영 원리와 지도자의 역할/이자랑

실론섬 2017. 5. 29. 20:03

[동아시아불교문화]28집

초기불교승가의 운영 원리와 지도자의 역할

(이 논문은 2011년도 정부(교육과학기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구 되었음[NRF-2011-36-A00008].)

이 자 랑/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HK교수 

 

Ⅰ. 서론

Ⅱ. 승가의 구성과 운영 방법

Ⅲ. 현전승가의 운영 원리

Ⅳ. 화합의 실현과 지도자의 역할

Ⅴ. 결론

 

<국문초록>

승가(僧伽, saṃgha)는 고따마 붓다의 법과 율에 근거하여 수행하고자 모인

사람들로 구성된 공동체이다. 세간과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출세간의 집단

인 만큼, 운영 원리 역시 세간과는 다르다. 본고에서는 초기불교승가의 운영

원리를 정신과 물질의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정신적인 면에서 가장

가치를 두는 운영 원리는 ‘화합갈마(和合羯磨, samaggakamma)’의 실행이라고

생각된다. 화합갈마란 동일한 경계 안에 속한 구성원들이 전원출석한 자리

에서 올바른 진행 절차에 따라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는 것을 말한다. 화합갈

마를 통해 내려진 결론은 승가 운영에 있어 최고의 권위를 갖게 된다. 단 한

명의 이의 제기자도 없이 구성원 전원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곧 승가 화

합을 실현하는 지름길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한편, 물질적인 면에서는 ‘의

식주의 공평한 분배’를 통해 평등을 실현하는 것이 운영 원리의 핵심이라고

생각된다. 승가에 보시된 음식이나 옷감은 구성원에게 평등하게 분배되었으

며, 승원이나 토지와 같은 부동산 역시 구성원이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이 두 가지를 축으로 초기불교승가는 운영되었으며, 이것은 곧

승가 운영의 최고 이념인 ‘화합’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간주되고 있

다.

 

나아가 이 글에서는 승가의 화합 실현에 있어 승가의 지도자들은 실제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보았다. 승가의 지도자는 붓다가 설한 법과 율에 근

거하여 올바른 판단을 하고, 이를 근거로 구성원들을 교화하며 승가를 올바

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승가운영의 정신

적 원리인 화합갈마가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본고의 논의를 통해 승가 운영에 있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여법’

과 ‘평등’이라는 두 가지 운영 원리 속에 담긴 의미가 명확해질 것이며, 특히

승가의 대표적 가치 이념인 화합을 실현함에 있어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자

질이나 역할의 중요성도 드러날 것으로 생각된다.

 

Ⅰ. 서론

 

승가(僧伽, saṃgha)는 고따마 붓다의 법과 율에 근거하여 수행하고자 모인

사람들로 구성된 공동체이며, 이들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세간의 그것

과 다르다. 따라서 승가의 운영 원리 역시 세간의 공동체들이 기반으로 하는

운영 원리와는 다르며, 모든 구성원들이 동일한 목표 하에 수행에 힘쓸 수 있

는 평안한 환경의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시된다. ‘화합승(和合僧,

samaggasaṃgha)’이라는 표현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평안한 환경의 조성은 화

합의 실현이 기반이 된다. 즉, 승가라는 특수한 공동체가 그 이름에 부합하는

모습으로 존재하는데 가장 필요한 요소는 바로 화합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

다. 따라서 운영 원리 역시 화합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구체화된다.

 

율장에 의하면, 화합은 ‘현전승가(現前僧伽, sammukhībhūta-saṃgha)’라 불

리는 일정한 공간을 대상으로 실현된다. 현전승가란 지금 바로 눈앞에 존재

하는 승가라는 의미로, 동서남북으로 표식을 정하여 일정한 경계를 정하는

‘결계(結界, sīmā)’라는 행위를 통해 만들어진다. 이 일정한 공간 안에 속하는

비구 혹은 비구니는 동일한 현전승가의 구성원으로 공동생활을 하며, 화합을

실현하는 주체가 된다. 현전승가는 한번 형성되면 영원한 것은 아니며, 언제

라도 필요에 따라 결계를 할 수도 풀어버릴 수도 있다. 현전승가는 ‘갈마(羯

磨, kamma)의 공동 실행’이라는 특별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설정되는 일시

적인 단위이기 때문이다. 갈마의 공동 실행이 왜 필요한가 하면, 바로 ‘화합’

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이다. 다시 말해, 현전승가 단위로 올바른 갈

마가 실행되고 그로부터 내려진 결론에 따라 승가가 운영될 때 화합은 실현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곳곳에 존재하는 점 단위의 현전승가는 사방승가(四

方僧伽, cātuddisa-saṃgha)라는 포괄적인 개념 하에 하나로 수합된다. 사방승

가란 시간이나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이른바 모든 불교승가를 포괄하는 개

념으로, 현전승가 차원의 화합 실현이 곧 사방승가, 즉 불교승가의 화합이 되

는 것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갈마를 중심으로 정신과 물질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초기불교승가의 운영 원리를 살펴보고, 또한 갈마 실행에 있어 승가의 화합

을 실현하기 위해 승가의 지도자들은 실제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고찰해 보

고자 한다. 이를 통해 승가 운영에 있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여법’과 ‘평등’

이라는 두 가지 운영 원리 속에 담긴 의미가 명확해질 것이며, 특히 승가의

대표적 가치 이념인 화합을 실현함에 있어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이나

역할의 중요성도 드러날 것으로 생각된다.

 

Ⅱ. 승가의 구성과 운영 방법

 

승가(僧伽, saṃgha)는 불․법․승 삼보(三寶) 가운데 하나로 불도수행을

하는 출가자로 구성된 집단을 일컫는다. 이 말은 불교 특유의 용어는 아니며,

붓다 당시 이미 인도에서 널리 사용되던 말이다. 인도 문헌에서 원래 ‘모임’이

나 ‘집합’ 등 불교 외의 다른 종교 단체나 정치 조직, 상공업자의 조합처럼 특 

정한 목적을 갖고 많은 개인이 모여서 구성한 단체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

다가, 후대에는 주로 불교의 출가자 집단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1)

1) 中村元,「原始佛敎の社會思想」 中村元選集 決定版 1 제18권, 東京: 春秋社, 1993, pp.356~
   357; 平川彰,「原始佛敎の硏究」, 東京: 春秋社, 1964, pp.3~8.

 

율장에 의하면, 승가는 크게 비구승가(bhikkhusaṃgha)와 비구니승가

(bhikkhunīsaṃgha)로 구분된다. 이들 용어로부터 승가의 구성원은 구족계를

받은 정식 남자승려와 정식 여자승려라는 점을 알 수 있으며,2) 이들은 각기

따로 승가를 형성한다는 점 역시 알 수 있다.3) 한편, 이들을 함께 표현할 때

는 이부승가(二部僧伽, ubhato-saṃgha)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런데 승가가 율

장에 규정된 운영 방법에 따라 실질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좀 더 한정된

개념 정의가 필요한데, 이는 율장에 종종 등장하는 4인․5인․10인․20인[승

가]라는 용어와 관련하여 확인할 수 있다. 구족계를 모아놓은 바라제목차

(波羅提木叉, pāṭimokkha) 의 주석깡카위따라니(Kaṅkhāvitaraṇī)에서는 이

들 승가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정리하여 제시한다.

2) 비구․비구니에 優婆塞(upāsaka, 남성재가신도)와 優婆夷(upāsikā, 여성재가신도)를 포함하
   여 4衆(parisā)이라고 하며, 4중에 사미․사미니․식차마나를 더하여 7중이라고 한다. 이 중
   사미․사미니․식차마나도 출가자이기는 하지만, 아직 구족계를 받지 않은 신분이므로 정식
   승려로 헤아리지 않는다. 이들은 포살이나 갈마 등 승가의 모임에 정식 구성원으로서 참석할
   수 없다.
3) 비구승가와 비구니승가는 자치적으로 운영되었다. 단, 비구니가 비구를 경멸하는 등의 양자
   가 얽힌 문제나 구족계, 포살, 자자 등과 같은 중대 사안에 대해서만 비구승가는 개입할 수 있
   다. 비구승가와 비구니승가의 관계에 관해서는 平川彰, 앞의 책, pp.520~525를 참조.

 

그 중 4명[으로 구성된 승가는] 수구식(受具式, upasampadā)과 자자(自恣,

pavāraṇā), 복귀(復歸, abbhāna)를 제외한 모든 승가갈마를 할 수 있으며, 5

명[으로 구성된 승가는] 중심 지역에서의4) 수구식과 복귀를 제외한 모든 승

가갈마를 할 수 있다. 10명[으로 구성된 승가는] 복귀갈마만을 제외한 모든

승가갈마를 할 수 있다. 20명[으로 구성된 승가는] 모든 승가갈마를 다 할

수 있다.5)

4) majjhimesu janapadesu. 변방이 아닌, 불교가 흥하여 10명 이상의 비구가 어렵지 않게 모일 수
   있는 중심 지역을 말한다.
5) Kkv, p.3. “tattha catuvaggena ṭhapetvā upasampadāpavāraṇa-abbhānāni sabbaṃ saṃghakammaṃ
   kātuṃ vaṭṭati. pañcavaggena ṭhapetvā majjhimesu janapadesu upasampadañ ca abbhānañ ca 
   sabbaṃ saṃghakammaṃ kātuṃ vaṭṭati. dasavaggena abbhāna-kammamattaṃ ṭhapetvā sabbaṃ
   saṃghakammaṃ kātuṃ vaṭṭati. vīsativaggena na kiñci saṃghakammaṃ kātuṃ na vaṭṭati.”

 

이 설명으로부터 승가는 최소 4명의 비구(혹은 비구니)가 있으면 구성 가

능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4명 이하로 구성된 승가는 별중(別衆, gaṇa)이라

하여 승가로 보지 않는다. 갈마란 승가의 회의 내지 회의법을 의미하는 말로,

승가에서는 모든 일을 갈마를 통해 진행하고 또 결정한다. 사안의 중요도에

따라 갈마의 형식은 백(白)갈마나 백이(白二)갈마, 혹은 백사(白四)갈마6) 등

으로 달라지지만, 구족계도 포살(布薩, uposatha)도 자자(自恣, pavāraṇā)도

의식주를 분배하는 소임자의 선출도 쟁사의 해결도 모두 갈마를 거쳐야 한다.

6) 빨리율「부수」제19장에 의하면, 회의의 진행 방식에 따라 갈마는 구청갈마(求聽羯磨, apalok
   anakamma)․백갈마(白羯磨, ñattikamma)․백이갈마(白二羯磨, ñattidutiyakamma)․백사갈마
   (白四羯磨, ñatticatuttha-kamma)의 4종으로 나뉜다. (Vin ⅴ, p.220.) 이 중 구청갈마와 백갈마
   는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보통 갈마는 갈마사 혹은 총명 유능한 비구가 안건에 해당하는 백
   (白, ñatti)을 읊은 후, 이 안건에 대해 승가 구성원의 찬부를 확인하는 갈마설(kammavācā)을
   읊는 순서로 진행되는데, 이 두 개의 갈마는 허락이나 승인을 받기 위해 승가에 안건만을 고
   하고 갈마설은 읊지 않는다. 구청갈마는 새로운 사미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구성원들에게 알
   릴 경우에, 백갈마는 포살당의 고지나 집회의 통지 등 구성원들이 이미 숙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 차 알릴 경우에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구청갈마나 백갈마는 의사 결정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갈마라고 보기에는 좀 부족한 면이 있다. 한편, 백이갈마는 백을 고한 후 한번만
   찬부를 묻는 형식을 취한다. 결계(結界) 등에 사용된다. 백사갈마는 백을 고한 후 세 번에
   걸쳐 반복해서 구성원에게 찬부를 묻는 방법으로 구족계 수여나 멸쟁(滅諍) 등과 같은 중요
   한 문제를 결정할 때 주로 사용된다. 

 

위의 설명에 따르면, 4인 승가의 경우에는 수구식․자자․복귀갈마를 제

외한 모든 갈마가 가능하다. 수구식이란 새로운 비구․비구니를 탄생시키기

위해 구족계(具足戒)를 주는 갈마를 말한다. 수구식에는 3사(師)7증(證)이라

하여 반드시 10명 혹은 그 이상의 비구가 출석하여야 하므로, 4인 승가는 이

갈마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자자는 우기 3개월 동안의 안거(安居, vassa)가 끝

난 마지막 날 안거를 보낸 전원이 모여 3개월 동안의 규칙 위반을 서로 지적

하며 반성하는 모임을 말하며, 복귀란 승잔죄(僧殘罪)를 저지른 자가 별주

(別住)라 불리는 일정한 참회 기간을 보내고 다시 승가의 일원으로 복귀하는

것을 승가가 갈마를 통해 인정해주는 것을 말한다. 자자는 5명이 필요하며, 

승잔죄는 중죄(重罪)에 속하기 때문에 20명 이상의 승려가 모인 갈마에서만

복귀를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4인 승가에서는 이 세 가지 갈마가 모두 불가

능하다. 한편, 5인 승가의 경우에는 중심 지역에서의 수구식과 복귀갈마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갈마가 가능하다. ‘중심 지역에서의 수구식’이란 앞서 언

급한 바와 같이 수구식을 거행하기 위해서는 10명의 비구가 필요하지만, 10

명의 비구를 모으기 어려운 변방 지역일 경우에는 5명으로도 가능하다.7) 따

라서 ‘중심 지역에서의 수구식’은 안 된다는 표현을 한 것이다. 복귀갈마는 20

명이 필요하므로 5인 승가에서도 10인 승가에서도 실행 불가능하다. 결국 모

든 갈마를 다 실행할 수 있는 승가는 20인 혹은 20인 이상의 승가여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들 승가는 모두 최소한의 인원을 나타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승가를 구성하는 인원이라기보다는, 갈마를 하는 자리에 몇 명

이 모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갈마를 할 때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이 어려울 경우에는 다른 비구를 통해 자신의 사정을 승가에 알려야 한

다. 갈마에서 어떤 결정이 나든 나중에 절대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일

종의 위임 행위이다. 이처럼 부득이하게 결석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현

전승가의 인원이 실제로 몇 명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닌, 갈마를 하는 자리에

몇 명이 있는가, 다시 말해 각 갈마에 필요한 인원수를 여기서는 제시하고 있

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7) Vin ⅰ, p.197. “anujānāmi bhikkhave sabbapaccantimesu janapadesu vinayadharapañcamena gaṇe
   na upasampadaṃ.”(비구들이여! 모든 변방의 지역에서는 지율자(持律者)를 포함한 5명의 무리
   가 구족계를 주는 것을 허락하노라.)

 

그렇다면 이들 각 승가는 어떤 방법으로 형성되는가? 그것은 결계(結界,

sīmā)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동서남북으로 표식을 정한 후 그 안의 영역에 속

하는 승가를 하나의 승가로 본다. 이것이 바로 현전승가(現前僧伽,

sammukhībhūta-saṃgha)이다. 현전승가라 번역되는 sammukhībhūta는 ‘현전

(現前)하는, 면전에’라는 의미를 지니는 sammukha와 ‘있다, 존재하다’는 의미

를 지니는 √bhū라는 동사의 과거분사 형태인 bhūta의 합성어로 ‘현전하는,

대면하고 있는’ 등의 의미를 지닌다.8) 지금 바로 여기 눈앞에 존재하고 있는

승가라는 뜻이다. 승가의 실질적인 운영은 바로 이 현전승가를 기준으로 이

루어진다. 4명이든 5명이든 10명이든 20명이든 혹은 그 이상이든 모두 하나

의 현전승가로서 존재하며, 모두 율장에 규정된 조문의 영향을 받게 된다.

8) PED, p.696의 sammukha항. ‘being face to face with, confronted’ 

 

그런데 위의 인용문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4인 승가 등의 분류는 ‘갈마

(羯磨, kamma)’의 실행을 기준으로 한다. 갈마란 ‘승가 회의’ 혹은 ‘승가 회의

법’을 말한다. 승가에서는 크고 작은 사안을 결정할 때 반드시 갈마라는 회의

를 거쳐야 한다. 승가의 일원이 되기 위한 수구식을 비롯하여 포살, 자자와

같은 정기적인 승가 행사, 승가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개인의 범계 행위에 대

한 판결, 비구들 간의 다툼 중재, 이 외의 모든 의사 결정이 갈마를 통해 이루

어진다. 그 어떤 사안도 특정 개인이나 무리의 일방적인 판단으로 결정될 수

없으며, 반드시 현전승가 구성원의 전원출석과 만장일치가 필요하다. 갈마

에서 내려진 결정에 근거하여 현전승가는 운영되는 것이다. 현전승가 전원

의 합의 하에 내려진 결론에 따라 승가를 운영한다는 것은 말하자면 정신적

인 차원에서의 화합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상술한

다.

 

한편, 이것을 정신적인 차원에서의 화합이라고 본다면, 물질적인 면에서

는 어떠한가? 현전승가의 운영 기준으로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승가에 베풀

어지는 옷이나 음식물 등의 가분물(加分物)이 구성원들에게 공평하게 분배

된다는 사실이다.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공평한 분배가 원칙이

며, 만약 승원이나 토지 등과 같은 불가분물(不加分物)이나 부동산 등은 사방

승가(四方僧伽, cātuddisa-saṃgha)로 귀속되어 소속 현전승가와 무관하게 모

든 불교수행자가 필요에 따라 공동으로 사용하게 된다. 사방승가란 시간이

나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이른바 모든 불교승가를 포괄하는 개념이다.9)

9) 현전승가와 사방승가라는 용어는 히라카와 아키라(平川彰)가「原始佛敎の硏究」, 東京: 春秋
   社, 1964, pp.293~366에서 상세히 논하고 개념 정의를 한 후 일반적으로 연구자들은 그의 정
   의에 따라 이 두 용어를 이해하고 있다. 즉, 현전승가는 ‘지금 여기에 성립하고 있는 승가’이며,
   사방승가는 ‘사방으로 확대되는 승가’라는 이해이다. 본고에서도 이 이해에 따라 논지를 전개
   하였다. 그런데 근년 이 두 가지 용어의 의미를 의욕적으로 검토한 모리 쇼지(森章司)는 이 두
   용어가 빨리 초기 경전이나 주석서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존에 생각되어 온
   것과 같은 현전승가나 사방승가라는 개념역시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현전승
   가’란 그 집단이 지금 바로 갈마를 하고 있는 상태를 말하며, ‘사방승가’란 이전부터 거주하고
   있던 비구 혹은 비구니로 구성된 일상적인 구성원 외에 사방에서 찾아온 비구나 비구니가 가
   담하여 갈마를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혹은 갖출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집단을 말한
   다고 한다. 이 설명에 의하면, 현전승가는 히라카와의 견해와 다를 바 없지만, 사방승가의 경
   우에는 ‘사방으로 확대한다’는 의미가 아닌 ‘사방으로부터 여기 찾아와서, 또한 찾아올 것’을
   전제로 한 의미가 된다. 森章司, 現前サンガ と 四方サンガ ,「東洋学論叢」32, 東洋大学
   文学部. 2007로부터 얻었다. http://www.sakya-muni.jp/pdf/bunsho08.pdf. 앞으로 좀 더 세심
   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하, 갈마의 공동 실행과 의식주의 공동 분배라는 두 가지 점을 중심으로

초기불교승가의 운영 원리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Ⅲ. 현전승가의 운영 원리

 

1. 공동 분배와 평등

현전승가를 운영하는데 있어 중요한 운영 원칙 가운데 하나인 보시물의

공평한 분배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율장 대품 의건도 에서는 다음 네 가지

관련 사례가 확인된다.10)

10) 이 네 가지 사례에 관한 정보는 森章司, 앞의 논문, 2007로부터 얻었다.

 

① 혼자 살고 있는 한 비구에게 사람들이 찾아와서 ‘승가에 보시합니다’라

   며 옷을 보시했다. 그러자 이 비구는 ‘부처님은 4명 이상의 무리를 승가로 한

   다고 정하셨는데 나는 혼자구나. 저 사람들이 승가에 보시한다며 옷을 보시

   하였으니, 나는 승가에 보시된 이 옷을 가지고 사위성으로 가야겠다’라고 생

   각하며 옷을 가지고 사위성으로 가서 비구들에게 이 사정을 전했다. 이를 전

   해들은 붓다는 “비구들아, 현전하는 승가에 의해(sammukhībhūtena saṃghena)

   분배되어야 한다.”라고 말하였다.11)

11) Vin ⅰ, p.299.

 

② 옷을 얻게 되는 8가지 경우를 언급하는 가운데 ‘승가에 보시되었을 경

   우’에는 ‘현전하는 승가에 의해 분배되어야 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12)

12) Vin ⅰ, p.309.

 

③ 승가의 창고에 옷이 가득 있어 붓다에게 고하니 “비구들아, 현전하는 승

   가에 의해 분배되어야 한다.”라고 하였다.13)

13) Vin ⅰ, p.285.

 

④ 많은 물품과 많은 자구(資具)를 가지고 있던 비구가 죽었다. 붓다에게

   알리자 삼의(三衣)와 발우의 주인은 승가이지만, 승가가 간병자에게 주는 것

   을 허락한다고 하였다. 그 가운데 가벼운 물품과 가벼운 자구는 현전하는 승

   가에 의해 분배되어야 하며, 무거운 기물과 무거운 자구는 이미 온 혹은 아직

   오지 않은 사방의 승가에 속하므로 양도해서도 분배해서도 안 된다고 하였

   다.14)

14) Vin ⅰ, p.305.

 

①과 ②는 ‘승가’에 보시된 옷을, ③은 승가가 소장하고 있던 옷을, ④는 죽

은 비구의 사유물일 경우 현전승가에서 분배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

기서는 옷에 관한 사례만을 거론하였지만, 특정한 개인을 지목하지 않고 승

가에 바쳐진 가분물(加分物)은 모두 현전승가의 소유가 되며, 이는 일정한 분

배 원칙을 통해 동일한 현전승가의 구성원들에게 분배된다. 이 점은 율장에

다양하게 등장하는 소임자의 명칭으로부터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침

상 등을 배정하는 분와좌구인(分臥坐具人, senāsana-paññāpaka), 승가에 보시

된 옷감을 분배하는 분의인(分衣人, cīvara-bhājaka), 아침식사로 먹을 죽을 분

배하는 분죽인(分粥人, yāgu-bhājaka), 승가에 공양된 식사를 분배하는 분경

식인(分硬食人, khajjaka-bhājaka), 자질구레한 생활용품을 분배하는 분잡물인

(分雜物人, appamattaka-vissajjaka) 등이다. 이들은 백이갈마를 통해 현전승가

전원의 합의 하에 선발되며, 승가에 보시된 다양한 음식이나 물품 등을 승가

의 구성원에게 분배하는 역할을 한다.

 

분배의 가장 중요한 기본 원칙은 ‘공평한 분배’이다.15) 구성원들 사이에 불

만이 발생하지 않도록 동일한 현전승가에 속하는 비구의 숫자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가능하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똑같이 분배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빨리율 소품 의법건도 와 대품 의건도 에는 각각 다음과 같은 기술이 보인

다.

15) 이 점에 대해서는 이자랑, 초기불교승가의 소유와 분배 ,「불교학연구」33, 불교학연구회,
    2012, pp.7~43을 참조.

 

만약 숙소(熟酥, sappi), 기름(tela), 진미(uttaribhaṅga)가 있다면 장로는

말해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주거라.’16)

16) Vin ⅱ, p.214. “sace hoti sappi vā telaṃ vā uttaribhaṅgaṃ vā, therena vattabbo. sabbesaṃ
    samakaṃ sampādehīti.

 

비구들이여, 먼저 선별하고, 측정하고, 공평하게 한 후, 비구들의 숫자를 헤

아려 분할하고 나서, 옷 분배를 할 것을 허락하노라.17)

17) Vin ⅰ, p.285. “anujānāmi bhikkhave paṭhamaṃ uccinitvā tulayitvā vaṇṇāvaṇṇaṃ katvā bhikkhū
    gaṇetvā vaggaṃ bandhitvā cīvarapaṭivisaṃ ṭhapetun.”

 

이 기술들은 승가에 보시된 음식이나 옷 등을 구성원들에게 차별 없이 공

평하게 분배해야 함을 보여준다. 첫 번째 인용문의 경우, 숙소․기름․진미

는 미식(美食)이라 하여 맛나고 영양가 많은 음식물들이다. 따라서 혹시라도

장로를 특별히 배려하는 일이 없도록 장로 자신이 나서서 현전승가의 구성

원 모두에게 나누어 줄 것을 지시하고 있다. 두 번째 인용문에 의하면, 옷감

이 들어왔을 때 이를 현전승가의 비구 숫자를 헤아린 후 똑같이 나누어주어

야 한다.18) 이 외 와좌구(臥坐具)의 경우에도 공평한 분배를 지시한다.19)

18) Vin ⅱ, p.167.
19) Vin ⅱ, p.167. 

 

의식주의 공평한 분배는 승가 안에서 특정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이른

바 ‘소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들은 백이갈마라

는 승가회의 형식을 거치게 되며, 다섯 가지 능력을 갖춘 자가 선발된다. 백

이갈마란 한번 안건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한번만 찬반여부를 확인하는, 승

가회의 형식으로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이다. 하지만, 승가의 구성원이 모두

모여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이 역시 갈마로서 중요

한 의미를 지닌다. 소임자를 구성원의 만장일치로 선출한다는 것은 분배를

둘러싸고 발생할 수 있는 불화를 최소화하는 길로서, 만장일치가 가능한 이

유는 소임자에게 요구되는 다섯 가지 능력에 대한 신뢰에 기인하는 바가 크

다. 소임자가 갖추어야 할 다섯 가지 능력이란 애정(chanda)․분노(dosa)․어

리석음(moha)․두려움(bhaya)으로 인해 잘못된 길을 가지 않으며, 각자 맡은

일을 잘 처리하는 능력의 소지 여부이다.20) 분배의 소임을 맡은 비구가 특정

인에 대한 애정이나 분노로 인해 분배에 사적인 감정을 개입시킨다면, 공평

한 분배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또한 어리석음이나 두려움 역시 올바른 판단

을 방해할 수 있다. 이런 감정들을 잘 통제하고 무리 없이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자만이 분배의 소임을 맡아 볼 수 있는 것이다.

20) Vin ⅱ, pp.167, 175~176 등.

 

이처럼 현전승가에서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공평한 분배가 기본이다.

공평한 분배가 어려운 물건이나 음식의 경우 법랍(法臘)에 따른 분배를 지시

하거나, 소임자에게 인센티브(incentive)를 제공하기도 하지만,21) 기본적으로

는 공평한 분배가 기본 원칙이다. 계급이나 성별 여하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

을 평등하게 생각하며 한결같이 출가의 길을 열어주었던 불교의 입장에서

본다면,22) 승가의 구성원이 물질적인 면에서 차별 없이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운영 원칙은 지극히 당연하다. 붓다는 인간 본성의 평등함

을 인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승가 운영에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

다.

21) 이자랑, 앞의 논문, 2012, pp.27~30을 참조. 법랍은 승가의 질서를 유지하는 매우 중요한 기
    준이다. 따라서 법랍이 높은 승려를 공경하고 예를 갖추며 의식주도 가장 훌륭한 것을 제공
    하며 섬길 것이 강조된다. Vin ⅱ, pp.160~162; Ja ⅰ, p.218 등.
22) 붓다가 취했던 평등의 입장에 관해서는 윤종갑, 불교에서의 평등과 차별 –젠더와 깨달음
    의 문제를 중심으로- ,「동아시아불교문화」5,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 2010, pp.179-204를 참
    조

 

2. 여법화합갈마의 실행

 

물질적인 면에서는 약간의 예외를 제외하고 공평 분배가 원칙이었다. 그

렇다면 의사 결정에서는 어떠하였을까? 이 점은 갈마의 실행 방법을 살펴보

면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각 현전승가 단위로 이루어

지는 갈마에는 누가 참석하며, 어떤 방법으로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는가 하

는 점이다. 먼저 누가 갈마에 참석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갈마에 참석할 자격이 있고, 동시에 갈마에 참석해야 할 의무 역시 지닌 것

은 현전승가의 정식 구성원인 비구(혹은 비구니)이다. 사미나 사미니, 식차

마나, 우바새, 우바이 등 구족계를 받지 않은 자는 갈마에 참석할 수 없다. 오

로지 비구만이 한 자리에 모여 갈마를 실행하게 된다. 빨리율 소품 멸쟁건

도 에는 동일한 현전승가에 속한 비구들이 한 자리에 모두 모인 상태를 ‘승가

현전(saṃghasammukhatā)’이라는 말로 표현한다.23) 갈마를 실행하는 주체인

승가가 눈앞에 성립하고 있다는 의미로, 어떤 종류의 갈마이든 승가현전은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승가현전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조건은 다음 세 가지이다. 첫째, 갈마에 참석해야 할 비구들이 전원 출석해야

한다. 갈마에 참석해야 할 비구들이란 동일한 경계 안에 속한, 즉 동일한 현

전승가에 속하는 비구 전원을 말한다. 여욕(與欲)해야 할 자는 여욕해야 한

다. 여욕이란 위임을 말한다. 병이나 급한 용무 등으로 부득이하게 갈마에 참

석할 수 없는 자는 회의에서 어떤 결정이 나든 나중에 절대로 이의를 제기하

지 않겠다는 뜻을 다른 비구를 통하여 승가에 알려야 한다. 셋째, 갈마를 위

해 출석한 자들이 모두 청정하여 비난받는 비구가 없어야 한다. 범계(犯戒)

한 후 아직 승가로부터 복귀 결정을 받지 못한 경우 등 갈마에 출석할 자격이

없는 자는 임의로 출석해서는 안 된다. 이들 세 가지 조건으로부터 승가의 갈

마는 동일한 경계 안에 속하는 청정한 비구 전원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이루어지며, 그 자리에서 결정된 사안에 대해 나중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3) Vin ⅱ, p.93.

 

그렇다면 이러한 조건을 갖춘, 이른바 ‘승가현전’ 상태에서 갈마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그것은 승가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념인 화

합과 직결된다.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승가는 ‘화합승’이라고 하여 화합

을 최대의 특징으로 하는 공동체이다.24) 여기서 ‘화합’의 의미를 먼저 정확하

게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화합이라고 하면 ‘서로 싸우지 않고 상대를 배려

하며 늘 미소를 머금고 산다’고 하는 다소 막연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지만,

율장의 화합에 대한 정의는 명확하다. 즉, ‘동일한 경계 안에 속하는 비구들

이 율에 규정된 여법한 방법으로 함께 갈마를 실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빨리율에서는 다음과 같이 화합승을 정의한다.

24) Vin ⅲ, pp.172~173. 또한『담마빠다』의 다음 게송 역시 승가의 가장 주요한 특징이 화합에
    있음을 보여준다. “실로 제불(諸佛)의 등장은 기쁘고, 정법을 설하는 것 또한 기쁘다. 승가가
    화합하니 기쁘고, 화합한 이들의 수행 또한 기쁘다.” Dhp, 194게

 

화합승이란 동주자(同住者)가 동일한 계에 선 것이다.25)

25) “samaggo nāma saṃgho samānasaṃvāsako samānasīmāya ṭhito.” Vin ⅲ, p.173.

 

여기서 ‘동주자’라고 번역한 원어는 ‘사마나상와사까(samānasaṃvāsaka)’이

다. 사마나상와사까는 ‘같은, 동일한’ 등의 의미를 갖는 사마나(samāna)에 ‘공

주(共住)하는 (자)’를 의미하는 상와사(saṃvāsa) 혹은 상와사까(saṃvāsaka)가

결합된 말로 ‘공주생활을 함께 하는 (자)’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 말의 반대어

는 ‘나나상와사까(nānāsaṃvāsaka)’이다. 여기서 나나(nāna)란 ‘다른, 다양한’

등의 의미를 지니므로, 나나상화사까란 ‘공주생활을 함께 하지 않는 자’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여기서 사마나상와사까나 나나상와사까에 사용된 ‘상

와사(까)’를 빨리율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상와사란 갈마를 함께 하고, 설계(說戒)를 함께 하며, 함께 배우는 것, 이

것을 상와사라고 한다.26)

26) “saṃvāso nāma ekakammaṃ ekuddeso samasikkhātā, eso saṃvāso nāma.” Vin ⅲ, p.28.

 

이 정의로부터 알 수 있듯이, ‘상와사’ 즉 ‘동주’란 갈마를 함께 하고, 포살을

함께 하고, 붓다가 제정한 학처를 함께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것을 함께 하는 자를 ‘사마나상와사까’ 즉 동주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화합승

에 대한 위의 빨리율의 정의에서 ‘동일한 계에 선 것’이란 결계 행위를 통해

하나의 경계로 규정된 현전승가에 육체적으로 속해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화합승이란 동일한 경계 안에 속하는 비구들이 포살 등과 같은 승가 갈마를

공동으로 실행하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27) 사마나상와사까 혹은

나나상와사까라는 말의 정확한 의미는 아직 학계에서도 논의 중이지만, 빨리

율이나 주석의 설명으로 보아 ‘동일한 경계 안에서 동일한 갈마를 통해 의견

을 도출하고, 이에 근거하여 생활해가는 비구들’을 의미한다고 생각된다.28)

그렇다면 갈마의 실행과 화합의 실현은 왜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일까?

27) 한역율 역시 갈마와 화합의 직접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사분율』에서는 “화합이
    란 동일갈마․동일설계이다. 승이란 4명의 비구, 혹은 5명, 혹은 10명 내지 무수이다.” (和合
    者. 同一羯磨同一說戒. 僧者四比丘若五若十乃至無數.)라고 하며,『오분율』에서는 “화합이
    란 포살․자자․갈마․상소행사를 같이 하는 것이다. 승이란 4명 이상이다.” (和合者. 同布
    薩自恣羯磨常所行事. 僧者從四人已上.)라고 한다.『사분율』권5 (『大正藏』22, 595a);『오분
    율』권3 (『大正藏』22, 20c).
28) 이 점은 Smp의 주석에서 명확히 표현되고 있다. “화합이란 마음이 결합되고, 육체가 떠나지
    않은 것이다. [경분별] 어구의 주석에서는 바로 이 의미가 설해진 것이다. samānasaṃvāsako
    라는 말은 마음이 떠나 있지 않은 것이다. samānasīmāya ṭhito라는 말은 육체가 [떠나 있지 않
    은 것이다]. 무슨 이유인가? samānasaṃvāsako는 주장에 의한 nānāsaṃvāsaka나, 갈마에 의한
    nānāsaṃvāsaka가 없는 동일한 마음이므로 마음이 떠나 있지 않은 것이며, samānasīmāya ṭhito
    는 육체적인 화합을 주는 것이므로 육체가 떠나 있지 않은 것이다.” (Smp ⅲ, p.607). 이 말의
    의미를 둘러싼 논의에 관해서는 이자랑, 율장에 나타난 ‘不同住(nānāsaṃvāsaka)’에 관하여 ,
   「印度哲學」11-2, 인도철학회, 2002, pp.181~200; 승가화합의 판단기준에 관하여 ,「불교학
    연구」20, 불교학연구회, 2008, pp.7~33를 참조.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갈마를 실행하는 자리에는 동일한 현전승가의

구성원이 모두 모여야 하며, 반드시 그들 모두의 의견을 반영한 ‘만장일치’라

는 형태로 결론을 내는 것이 갈마의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한 사람

혹은 일부의 독단적인 판단이 아닌, 동일한 경계 안에 속한 구성원 모두의 출

석과 그들 전원의 동의하에 사안을 결정한 후, 반드시 이 결정에 따라 승가는

운영되어야 한다. 그 누구도 위임 없이 결석할 수 없으며, 단 한명의 반대 의

견이 있어도 갈마는 성립하지 않는다. 바로 이 때문에 승가갈마는 화합의 기

준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전원출석’과 ‘만장일치’라는 조건과 더불어 올바

른 갈마의 실행이 곧 화합의 실현으로 연결될 수 있는 정말 중요한 이유는 따

로 있다고 생각된다. 이하 다음 장에서 이 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Ⅳ. 화합의 실현과 지도자의 역할

 

현전승가 구성원의 전원출석과 만장일치가 갈마 성립의 중요한 원칙이기

는 하지만, 사실 이 중 ‘만장일치’라는 조건은 현실적으로 쉽게 이끌어낼 수

있는 결과는 아니다. 일상적인 사안을 결정할 경우에는 가능할지 몰라도, 구

성원들 사이에서 현저하게 의견이 갈라지거나 의견의 대립으로 인해 이미

쟁사로 발전한 안건을 다룰 경우 사실 만장일치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예외를 제외하고 갈마는 반드시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지도자의 판단과 역할이다.

 

일반적으로 ‘전원출석’과 ‘만장일치’라는 갈마의 절대 조건은 승가의 민주

적 운영을 보여주는 특징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즉, 구성원 전원이 모여 그들

모두의 의견을 ‘평등’하게 반영하여 만장일치로 결정한다는 이해이다. 하지

만, 이 점에 대해서는 주의 깊게 재고해 볼 여지가 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갈마의 만장일치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평등하게’ 모두 반영했

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런 방법으로

매번 만장일치를 이끌어낸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불교에서

말하는 평등은 승가의 일원이 된 이상, 출가 전의 계급 여하나 성별 등과 무

관하게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할 수 있고 또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의 평등이지,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똑 같이 반영하여 갖가지 사안

을 결정한다는 의미에서의 평등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구족계를 받은

지 1년 된 사람이나 10년 된 사람이나 30년 된 사람이나, 또한 어리석은 사람

이나 지혜로운 사람이나, 경이나 율에 해박한 사람이나 어두운 사람이나, 사

건의 당사자나 주변 인물이나 다 똑 같이 평등하게 갈마에서 그들의 의견이

N분의 일로 반영되어 사안이 결정된다면 법랍도 수행도 별 의미가 없을 것이

기 때문이다. 따라서 갈마는 평등이라는 관점이 아닌 ‘화합’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화합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기울여지는가 하

는 점을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화합은 올바른 갈마의 실행을 통해서 실현된다는 것이 율장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갈마의 실행을 위해 필요한 요건은 무엇인가? 앞서 언급한

‘승가현전’이라는 조건과 더불어 항상 거론되는 ‘법현전(法現前,

dhammasammukhatā)’과 ‘율현전(律現前, vinayasammukhat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29) 갈마에서 내려지는 결정은 반드시 법과 율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어

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빨리 장부(長部, Dīgha-nikāya) ?마하빠리닙바나 숫딴

따(Mahāparinibbāna-suttanta)?에 전하는 붓다의 가르침과도 일맥상통한다. 붓

다는 자신의 입멸을 계기로 제자들이 혹시 ‘우리에게는 이제 스승이 없다’라

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우려하며 자신이 입멸한 후에는 자신이 제자들을 위

해 설하고 제정한 법과 율이 스승이라고 설하고 있다.30) 이로부터 알 수 있듯

이, 붓다 입멸 후 승가의 최고 권위는 바로 ‘붓다가 설한 법과 율’이다.

29) Vin ⅱ, p.94.
30) DN ⅱ, p.154.

 

그런데 법과 율이 최고 권위이자 마지막 판단 근거라고는 해도 현실적으

로 법과 율을 알고 기억하고 해석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승가 운영에

있어 지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붓다는 입

멸하며 자신의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았다. 붓다 스스로조차 자신이 비구승

가를 이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31) 특정한 누군가를 후계자로 지목하

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붓다가 설한 법과 율을 스승으로 제

시한 이상 결국 불멸 후 그의 뒤를 이어 승가를 지도해 가는 것은 법과 율에

정통한 유능하고 총명한 비구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이것은 붓다의 가르침보

다 그 가르침에 정통한 비구의 가치가 더 우위라는 의미는 아니다. ?마하빠

리닙바나 숫딴따?의 ‘사대교법(四大敎法, cattāro mahāpadesā)’을 통해서도 명

확히 드러나듯이,32) 최고의 판단 기준은 붓다 스스로가 설하고 제정한 법과

율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법과 율을 끄집어내어 구성원들을 이해시키고 납

득시키는 것은 사람의 몫이라는 의미이다.

31) DN ⅱ, p.100.
32) DN ⅱ, pp.123~126.

 

승가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쟁사 사건 가운데 하나인 제2결집에서 이 점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불멸 후 100년 경 왓지족 출신의 비구들이 실행하고 있던

금은수납을 비롯한 10가지 행동을 둘러싼 승가 내의 갈등은 결국 단사인(斷

事人, ubbāhika)의 조직으로 이어졌다. 단사인이란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위

해 대립하는 양쪽에서 각각 선발된 비구들이다. 당시 단사인 가운데 한 사람

이었던 레와따존자는 다음과 같이 묘사되고 있다.

 

레와따 장로는 소레야라는 곳에 머물고 계시는데 다문(多聞)이고, 아함

(阿含)에 정통하며, 법(法, dhamma)을 암송하고, 율을 암송하며, 논모(論

母)를 암송하고, 현명하고, 총명하며, 지혜롭고, 부끄러움을 알며, 후회하

는 마음을 낼 줄 알고, 학처를 배우려는 욕구가 있는 분이다.33)

33) Vin ⅱ, p.299.

 

삼장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지혜롭고, 또한 자신의 행동을 돌

아보고 부끄러워할 줄 알며, 참회할 줄 아는 마음을 지닌, 율 역시 배우고 실

천하려는 의지를 지녔다고 레와따를 칭송하고 있다. 당시 10사를 둘러싸고

대립하던 양측 비구들은 레와따를 서로 자기편으로 얻기 위해 치열한 노력

을 하고 있다. 그것은 그의 판단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빨리율 멸쟁건도 에 보이는 단사인의 자격 조건34) 역시 이와

기본적으로 상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다문으로 붓다의 가르침에 해박

하며, 율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실천력 등이 거론된다.35) 이로 보아 승가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런 훌륭한 장로들이 나서서 법과 율에 근거하여 해결을

도모했음을 알 수 있다. 갈마는 일종의 의사결정기구이다. 다시 말해 승가를

이끌어가는 기본 방향을 결정하는 모임이다. 따라서 법과 율에 근거했을 때

어떤 것이 올바른 판단인지 이를 제대로 알고 구성원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

끌어 갈 수 있는 지도자가 갈마를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 물론 일상적인 차원

의 갈마일 경우에는 회의를 이끌어갈 정도의 능력과 총명함을 갖춘 비구이

면 되지만,36) 사안이 매우 복잡하거나 문제가 크게 불거진 경우 등에는 레와

따나 단사인의 경우처럼 구성원으로부터 존경받는 훌륭한 비구의 존재가 필

수불가결하다.

34) Vin ⅱ, pp.95~96.
35) 이 점에 대해서는 이자랑, 율장 건도부 분석에 의한 승가의 지도자상 정립 ,「印度哲學」
    32, 인도철학회, 2011, pp.221~250을 참조.
36) 빨리율에서는 갈마를 진행하는 비구를 나타낼 때 특별한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그저 ‘총명 
    유능한 비구(vyatta bhikkhu paṭibala)’라고만 표현한다. Vin ⅱ, pp.75, 96 등. 

 

맛지마 니까야고빠까목갈라나 숫따의 다음 일화는 승가 운영에 있어

지도자의 중요성 및 자격 요건을 매우 명료하게 보여준다. 붓다가 입멸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의 일이다. 마가다국의 대신인 왓사까라(Vassakāra)는 라

자가하를 요새화하는 일을 감독하러 왔다가 아난다를 만나러 온다. 환담을

나누다가 왓사까라는 아난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아난다 존자여, 세존

께서는 ‘내가 입멸한 후에 이 자가 너희들의 귀의처가 될 것이다’라고 정해주

셨습니까? 존자들이 지금 의지하는 분이 계십니까?” 그러자 아난다는 세존께

서는 그런 말씀을 한 적도 없고, 지금 자신들이 특별히 의지하는 사람도 없다

고 말한다. 이에 대해 왓사까라가 ‘그럼 무엇을 근거로 화합합니까?’라고 묻

자 아난다는 ‘법(法, dhamma)’이라고 대답하며, 세존은 학처(學處,

sikkhāpada)를 정하고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 pāṭimokkha)를 제정하셨으며,

승가의 구성원들은 한 곳에 모여 바라제목차를 잘 아는 비구에게 그것을 외

우도록 요청하고, 이를 외우는 도중에 바라제목차를 범했거나 위반한 비구가

있다면, 붓다가 가르친 대로 법에 따라 그를 처벌하며 화합한다고 설명한다.

왓사까라가 다시 이런 비구가 한 명이라도 있느냐고 묻자 아난다는 있다고

말하며, 다음 열 가지 덕성을 갖춘 비구가 바로 그러한 자라고 설명한다. 열

가지 덕성은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바라제목차의 조문을 잘 지키

며, 올바른 행동을 하고 사소한 잘못도 꺼려 범계하지 않는다. 둘째, 많이 배

우고 배운 것을 잘 호지하며 시작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은 의미와 표현

을 갖춘 법을 설한다. 셋째, 적은 양의 의식주와 약품으로 만족한다. 넷째,

현세에서 행복하게 머물게 하는 사선(四禪)을 어렵지 않게 얻는다. 다섯째,

신족통(神足通)을 갖고 있다. 여섯째, 천이통(天耳通)을 갖고 있다. 일곱째,

타심통(他心通)을 갖고 있다. 여덟째, 숙명통(宿命通)을 갖고 있다. 아홉째,

천안통(天眼通)을 갖고 있다. 열 번째, 누진통(漏盡通)을 갖고 있다. 이러한

열 가지 덕성을 갖춘 자를 자신들은 존경하고 존중하며 의지한다고 아난다

는 대답하고 있다.37)

37) MN ⅲ, pp.7~15. 초기경전에서는 ‘붓다를 우두머리로 하는 비구 승가에게(Buddhapamukhassa
    bhikkhusaṃghassa)’ ‘사리뿟따와 목갈라나를 우두머리로 하는 비구승가는
    (SāriputtaMoggallānapamukho bhikkhusaṃgho)’ 등의 표현이 종종 발견된다. 이런 표현들은 승
    가에 지도자격의 존재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붓다가 그 대표격이며, 그와 함께 유행
    할 수 없거나 직접 지도를 받을 수 없는 자들은 사리뿟따나 목갈라나와 같은 훌륭한 불제자
    들의 지도를 받으며 수행했던 것이다. 이 역시 승가 운영에 있어 지도자의 역할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왓사까라와 아난다의 대화를 통해 붓다가 입멸한 후에 구성원들의 의지처

는 법이며, 나아가 이 법을 갖춘 자가 승가의 지도자로서 구성원들의 실질적

인 의지처가 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불멸 후에는 이런 조건

들을 갖춘 장로들이 구성원들의 존경을 받으며 지도자로 여겨졌던 것으로

생각된다.

 

갈마의 만장일치가 지니는 진정한 의미는, 승가의 모든 구성원이 모여 붓

다의 법과 율에 근거하여 논의한 후 결론을 내리고, 이 결론에 구성원 모두가

동의했다는 점에 있다. 개인적인 이익이나 감정에 사로잡히는 일 없이 오로

지 원칙에 따라 여법(如法)하게 결정하고, 이에 근거하여 승가가 운영되어 가

기 때문에 만장일치가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이렇게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

는 이의를 제기하기 쉽지 않으며, 구성원 모두 납득하기 마련이다. 이런 과정

을 통해 갈마가 진행되고, 결론에 이르고, 그 결론에 따라 구성원이 행동하는

것, 이것이 바로 화합승가의 실현인 것이다. 그리고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

이 바로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비구들의 올바른 판단과 추진력이다. 이들은

승가의 화합을 실현하는 길인 여법한 갈마가 올바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불

법에 대한 이해와 판단력, 지혜 등을 동원하여 구성원을 이끌어가야 할 임무

를 안고 있다. 갈마를 의사결정을 위한 단순한 회의가 아닌, 가장 올바른 목

표점을 찾아 서로 교화해 가는 과정으로 이해해도 좋다면, 이 과정에서 불법

에 정통하고 행이 올바른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지 새삼 언

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Ⅴ. 결론

 

승가의 원어에 해당하는 상가(saṃgha)라는 말은 ‘함께’라는 의미를 지니는

saṃ이라는 접두어와 ‘운반하다, 가지고 오다’라는 의미의 √hṛ라는 동사로 이

루어진 말로 ‘모임, 집단’ 등의 의미를 갖는다.38) 공통된 목적을 지닌 사람들

이 모여 함께 운영하며 생활하는 집단을 가리키는 것이다. 승가가 지향하는

공통된 목적이란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의 획득이 되겠지만, 그 과정에 좀 더

의미를 두고 승가 운영이라는 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공평한 의식주의 분배

를 통한 평등의 실현’과 ‘여법한 갈마의 실행을 통한 화합의 실현’이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동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물질적인 면에서의 평등․정신적인 면에서의 화합이 실현된다면 구성원들

간에 불만이 발생할 여지는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38) PED, p.667 sangha항.

 

본고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물질적인 면에서는 그 어떤 차별도 용납되지

않지만, 옳고 그름을 판단하며 승가의 향방을 결정해 가야 할 순간에는 평등

이 아닌 붓다가 설한 법과 율이 최상위에 존재하게 된다. 승가의 지도자는 승

가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점이 되는 바로 이 법과 율에 근거하여 올바

른 판단을 하고, 이를 근거로 구성원들을 교화하며 승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과 결과에 구성원 모두가 동의

하였을 때 비로소 만장일치는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불교를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로 불법승 삼보가 말해지듯이, 불교는 고따마 붓다라는 개조가

있으며, 그 개조가 설한 가르침이 있다. 그리고 이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형성한 공동체가 바로 승가이다. 승가는 세간과는 다른 가치를 추

구하는 출세간의 집단이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데 운영 원리가 같을 수는

없다. 승가의 문제를 세간의 잣대가 아닌, 붓다의 가르침에서 해답을 찾아 해

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승가 지도자의 역할이자 힘이며, 또한 이로 인해 승가는 올바른 갈마를

실행하고 결과적으로 화합승가를 실현해 가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