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 논문및 평론/율장

비구니 바라이 불공계(不共戒) 의 제정 의도에 관한 고찰/이자랑

실론섬 2020. 2. 6. 22:03

한국불교학 제 집89 , pp.163~188.

서울 (사) 한국불교학회 : 2019.02.28.

비구니 바라이 불공계(不共戒) 의

제정 의도에 관한 고찰

* 2011 ( ) 이 논문은 년도 정부 교육과학기술부 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구되었음 [NRF-2011-36-A00008].

이 자 랑/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HK 교수

 

Ⅰ 서론

Ⅱ 비구니 바라이 불공계

Ⅲ 마촉계( ) 摩觸戒 와 팔사성중계( ) 八事成重戒

Ⅳ 부비구니중죄계( ) 覆比丘尼重罪戒

Ⅴ 수순피거비구위간계( ) 隨順被挙比丘違諫戒

Ⅵ. 결론

 

[ 요 약 문 ]
본 논문은 빨리율에 보이는 비구니 바라이 '불공계(不共戒)' 의 제정 의도를 검토한 것이다 비구니 바라이 불공계란 비구 구족계에는 없으며 비구니 구족계에만 있는 바라이 조문을 말한다 바라이에 해당하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음욕(婬欲)ㆍ5전 이상의 투도(偸盜)ㆍ살인(殺⼈)ㆍ대망어(大妄語) 의 네 가지로 알려져 있지만 이것은 비구ㆍ비구니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공계(共戒) ’ 이다 비구니는이 넷에 마촉계(摩觸戒)ㆍ부비구니중죄계(覆比丘尼重罪戒)ㆍ수순피거비구위간계(隨順被挙比丘違諫戒)ㆍ팔사성중계(八事成重戒)의 넷을 추가하여 총 여덟 가지행위를 바라이로 한다 바라이는 바라제목차 조문 중에서도 극중죄(極重罪) 로분류되는 무거운 죄이다 이러한 중죄가 비구보다 두 배나 많다는 사실은 중죄로인한 신분 상실의 위험을 비구니가 배로 안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이들네 계에서 금지하는 행동은 비구 구족계에서도 금지하지만 비구계에서는 바라

이가 아닌 그 보다 가벼운 승잔(僧殘) 이나 바일제(波逸提) 의 대상이다 유사한

행동에 대해 다른 처벌을 적용하는 것이다 비구에 비해 비구니의 바라이 항목이두 배나 많고 또한 유사한 행동에 대해 비구니와 비구 간에 다른 처벌이 적용된다는 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본고에서는 비구니 바라이 불공계의 인연담이나 조문의 내용 나아가 비구계의 해당 계와의 비교 등을 통해 이들 불공계의 제정 의도를 파악해 보았다 이에 근거하여 비구니에게 특별히 강조될 수밖에 없었던 행동 및 그 이유 나아가 차별 여부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하였다 .


Ⅰ. 서론


불교승가의 정식 여성 출가자인 비구니(比丘尼.bhikkhunī)  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주요 자료로는 율장 비구니분별 「 (Bhikkhunī-vibhaṅga)」 과「비

구니건도(Bhikkhunī-khandhaka)」 가 있다.1)  「비구니분별」 에는비구니 구족계가

제정된 인연담및 조문의 내용이 「비구니건도」 에는 처음 비구니승가가만들어지게

된 경위와 운영에 관한 규범이 담겨 있다 그런데 이들 자료를.정식 남성 출가자인

비구(比丘, bhikkhu)  의 경분별이나 건도의 내용과 비교해 보면 비구니에게 요구되는

조문이 비구의 그것보다 수도 많고 내용도 번쇄하다. 예를 들어 구족계 조문은 비구

227조ㆍ비구니 311조로 비구니가 비구에 비해 84조나 많으며,2) 팔경법(八敬法.

aṭṭha garudhammā) 이라 불리는 여덟가지 규범은 비구니에게만 수지가 요구된다

또한 구족계 의식에서 비구ㆍ비구니로서의 자격 여부를 확인하는 차법(遮法) 역시

비구니의 경우 신체적측면과 관련하여 보다 많은 조건이 요구된다. 이러한 차이는

불교안에성차별적인 요소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며 실제로이러한 점들을 여성 차별적인 특징으로 거론하는 연구들도

적지 않다.

1) Vin. , 211 Ⅳ -351.; , 253 Ⅱ -283.; Vadekar, R. D.(1939), 27-54.;『사분율』
   (T22,  714a-778b, 922c-930c);『오분율』(T22, 77b-101a;『마하승기율』(T22, 514a-548a); 
  『십송률』(T23, 302c-346a, 290c-298a);근본설일체유부비구니비나야(T23, 907a-1019c) 등
2) 구족계 조문의 수는 율장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비구 227조ㆍ비구니 311조는 분별    
    상좌부의 빨리율(Vinayapiṭaka)에  따른 것으로 법장부의『사분율』은 비구 250 조ㆍ
   비구니 348 조, 화지부의『오분율』은 비구 251조ㆍ비구니 348조, 대중부의『마하승기율』
   비구 218조ㆍ비구니 290조, 설일체유부의『십송률』은 비구 263조ㆍ비구니 355조이다 . 
   平川彰(1970), 434, 493. 

 

하지만, 불교는 고대 인도사회에 만연해 있었을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여성의 출가를 허락했으며 계급제도를 부정하고,인도

사회에서 최하층 계급이었던 불가촉천민의 입단까지 허용하고 있다.

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승가내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공공연하게 이루어

지고 나아가 이를 조문화하여 합법적으로 실행하도록 했다고 치부해 버리기
에는 무언가  아쉬운 감이 있다. 지금의 상식으로 보아 다소 불합리한 점이
있다 해도 차별이라 단정하기 전에 각 조문의 제정 배경이나 의미하는 바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승가 구성원으로서의 비구니의 입장이나
역할도 분명해지며 만약 그녀들이 차별받았다면 어떤 점에서 차별받았는지
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본고에서는 빨리율에 나타나는 비구니 바라이 '불공계(不共戒, asādhāraṇa- 
paññatti)’의 제정 의도를 고찰하며 이 문제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3) 비구니
바라이 불공계란 비구 구족계에는 없으며 비구니 구족계에만 있는 바라이
조문을 가리킨다. 바라이에 해당하는 행위는 일반적으로음욕(婬欲)ㆍ5전 이
상의 투도(偸盜)ㆍ살인(殺⼈)ㆍ대망어(大妄語) 의 네 가지로 알려져 있지만 이
것은 비구ㆍ비구니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공계(共戒, sādhāraṇa- 
paññatti)’ 이며 비구니는 이 넷에 마촉계(摩觸戒)ㆍ부비구니중죄계(覆比丘尼
重罪戒)ㆍ수순피거비구위간계(隨順被挙比丘違諫戒)ㆍ팔사성중계(八事成重
戒)4)의 넷을 넣어 전부 여덟가지 행위를 바라이로 한다 즉 '마촉계' 등의 네 가지
행위가 비구니 바라이 불공계의 내용인 것이다. 바라이는 바라제목차 조문
중에서도 극중죄(極重罪) 로 분류되는 무거운 죄로 저지르면 더 이상 비구나
비구니의 신분으로 승가에 머물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중죄가 비구보다 두배나
많다는 사실은 단지 조문 수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닌, 비구니가 비구에 비해
중죄로 인한 신분 상실의 위험을 배로 안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이들 네 계에서
문제 삼는 행동은 비구계에서도 금지되고 있지만 비구계에서는 바라이가 아닌그보다
가벼운 승잔(僧殘) 이나 바일제(波逸提) 로 다스려진다. 이 때문에 선행 연구에서는
비구니 바라이 불공계를 동죄이벌(同罪異罰), 즉 동일한 행동에 대한 다른 처벌로
이해하여 비구니가 차별받았던 증거로 거론하기도 한다.5)
3) 비구니 바라이 불공계는 현존하는 6종 廣律에서 동일하게 나타난다. 순서상의 차이는
   있지만 내용은 거의 동일하다. 비구니 바라이 불공계에 관한 연구는 지금까지 개별적
   으로 이루어진 것은 없으며 비구니경분별 전체를 다루는 가운데 등장한다. 대표적인
   연구로 Hüsken, Ute(1997), Heirmann, 그리고 Ann(2002) . 平川彰(1998) 이 있다. 
   Hüsken은 빨리율과 그 주석 사만따빠사디까를 중심으로 비구니경분별과 비구니건
   도의 내용을 고찰하고 있으며, 히라카와는 이보다 폭넓게 빨리율및 현존하는광율
   에 남아 있는 비구니경분별의 내용을 비교 분석하고 있다. 한편 Heirmann은 법장 
   부 사분율의 비구니경분별에 대한 개괄적인 분석및 번역을 하고 있다. 이 외 
   Môham Wijayaratna(1991)는 경분별과 건도부에 근거하여 비구니승가의 탄생과
   변화 문제를 논하고 있다.
4) 편의상 네 계의 명칭은 남전대장경에 따른다.
5) 永田瑞 (1979), 205 -208.

비구에 비해 비구니의 바라이 항목이 두 배나 많고 또한 유사한 행동에
대해 비구니와 비구 간에 다른 처벌이 적용된다는 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까? 본고에서는 비구니 바라이 불공계의 인연담이나 조문의 내용, 나아가 비
구계의 해당 계와의 비교등을 통해 이들 계의 제정의도를 고찰하고, 이에
근거하여 비구니에게 특별히 강조될 수밖에 없었던 행동과 이들 행동을 금
지하는 이유, 나아가 차별 여부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Ⅱ. 비구니 바라이 불공계

불교 승가의 정식 출가자인 비구ㆍ비구니가 되기 위해서는 구족계를 받아
야 한다. 구족계 학처(學處, 조문) 의 수는 율장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빨리율 ,
의 경우에는 비구 227조ㆍ비구니 311조이다. 이 가운데 비구계ㆍ비구니계에
공통하는 계인 공계는 181조이다. 따라서 비구니계에는 없고 비구계에만
있는 비구 불공계는 46조이며, 비구계에는 없지만 비구니계에는 있는 비구니
불공계는 130조가 된다.6) 이 점에 관해 빨리율「부수(附隨, Parivāra)」에
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6) 비구ㆍ비구니의 공계ㆍ불공계의 조문 수나 순서상의 차이 등에관해서는 平川彰
   (1998), 16-55 .

비구의 46[조] 는 비구니와 공통하지 않는다. 비구니의 130[조] 는 비구와
공통하지 않는다. 176[조] 는 양자간에 공통하지 않는다. 174[조] 는 양자
간에 공통하는 학처[學處] 이다.7)
7) “chacattārīsa bhikkhūnaṃ bhikkhunīhi asādhāraṇā, sataṃ tiṃsā ca
   bhikkhunīnaṃ bhikkhūhi asādhāraṇā. sataṃ sattati cha c’ eva ubhinnaṃ
   asādhāraṇā, sataṃ sattati cattāri ubhinnaṃ samasiddhātā.” (Vin. , 146)

 

즉 비구 227조, 비구니 311조에서 서로공통하는 계는각각  181계이므
로, 비구의 경우 불공계는 227 -181 =46조가 되며, 비구니 불공계는 311
조-181 =130조가 된다. 따라서 비구계와 비구니계에 공통하지 않는 계는
46 +130 =176조이며 공통하는 계는 181조인데 위 게송에서 "174[조 ]는
양자 간에 공통하는 학[처] 이다" 라고 하여 '공계'를 174조로 기술한 것은
칠멸쟁법(七滅諍法) 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이 게송에 이어 학처및 공계ㆍ불공계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한 게송이 이
어진다 이에 의하면 비구의 학처는 220계(칠멸쟁법은 제외), 즉 4바라이(波羅
夷)ㆍ13승잔(僧残)ㆍ2부정(不定)ㆍ30사타(捨堕)ㆍ92소계( , ⼩戒 波逸提)ㆍ4제사
니(提舎尼)ㆍ75학법( ) 学法 이다. 이 중 승잔과 2부정, 12사타, 22소계, 4제사
니의  46계가 비구니와 공통하지 않는 불공계이다. 한편 비구니의 학처는 8
바라이ㆍ17승잔ㆍ30사타ㆍ166소계(바일제) ㆍ8제사니ㆍ75학법의 304계(칠멸
쟁법은 제외)이지만, 이 가운데 4바라이, 17승잔,  12사타, 96소계(바일제), 8
제사니는 비구와ㅊ공통하지 않는 불공계가 된다.8) 이 내용을 표로 정리해보
면 다음과 같다.
8) Vin. V , 147. 

비구 220조                                                    비구니 304조
(칠멸쟁법 제외)    비구 불공계 46조   (칠멸쟁법 제외)    비구니불공계 130조 
4바라이                                                      8바라이            4바라이               
13승잔                     6승잔                         17승잔             10승잔                
2부정                       2부정                                                               
30사타                   12사타                         30사타             12사타                 
92소계                    22소계                        166소계            96소계                
4제사니                  4제사니                       8제사니            8제사니               
75학법                                                       75학법                                                

 

이 표에서 알 수 있듯이, 바라이죄에 해당하는 행위는 비구니가 비구보다
네 가지 많다. 네 가지란 마촉계(摩觸戒) ㆍ부비구니중죄계(覆比丘尼重罪戒) ㆍ
수순피거비구위간계( 隨順被挙比丘違諫戒) ㆍ팔사성중계(八事成重戒) 이다. 이
가운데 제 5조 9) 마촉계와 제 8조 팔사성중계는 이성과의 신체적 접촉을 금지
하는 내용이다. 음욕을 저지르면 비구도 비구니도 바라이가 되지만, 비구니의
경우에는 설사 음욕에까지 이르지 않았다 해도 욕정을 갖고 신체적인 접촉을
한  것만으로 바라이가 된다. 한편, 제 6조 부비구니중죄계는 다른 비구니의
중죄(바라이죄)를 숨기는 행위를, 제 7조 수순피거비구위간계는 승가로부터 거
죄갈마(挙罪羯磨) 를 받은 비구를 추종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문이다.
9) 공계에 해당하는 婬欲ㆍ5전 이상의 偸盜ㆍ殺ㆍ大妄語를 제 1조1 -제 4조로 보았기 
   때문에 불공계는 제 5조부터 헤아린다.

이 네 가지 행동이 비구니 바라이 불공계로서 비구니에게만 적용되는 바
라이죄인데, 이와 관련하여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 네 가지 행동과 상당히
유사한 행동이 비구계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즉, 비구니 바라이 불공계
에서 금지하는 네 가지 행동과 거의 동일한 행동이 비구의 바라제목차에도
존재하는데, 비구계에서는 이러한 행동이 바라이가 아닌 승잔이나 바일제로
다루어지기 때문에 공계가 아닌 불공계가 되는 것이다. 비구계의 경우 이성
과의 접촉 문제는 승잔 제 2조 '촉여신계(觸身女戒) ’에서, 다른 비구의 중죄를
감추어 주는 행위와 거죄갈마를 받은 비구를 추종하는 행위는 각각 바일제
제 64조 '추죄계(麤罪戒)' 와 제 69조 '수빈계(隨擯戒)’ 에서 다루고 있다. 이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비구니 바라이 불공계                 비구 바라제목차                  
제 5조 마촉계(摩觸戒)                  승잔 제 2조 촉여신계(觸女身戒)
제 6조 부비구니중죄계                 바일제 64조 추죄계(麤罪戒)
(覆比丘尼重罪戒)                                                          
제 7조 수순피거비구위간계          바일제 69조 수빈계(隨擯戒)
(隨順被挙比丘違諫戒)                                                     
제 8조 팔사성중계                        승잔 제 2조 촉여신계(觸女身戒)
(八事成重戒)                                                                                     

 

이들 행위가 비구계에서도 발견되는 점이나, 나아가 왜 동일한 행동에 대
해 다른 처벌이 적용되는가에 관해서는 간단하기는 하지만 선행 연구에서도
지적되고 있다.10) 그렇다면 왜 유사한 행동에 대해 비구니계와 비구계에서
는 다른 처벌을 적용하는 것일까? 만약 이들이 정말 동일한 행동을 가리키는
것이라면, 그리고 동일한 행동에 대해 다른 처벌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승잔은 바라이와 더불어 중죄로 분류되는 무
거운 죄이기는 하지만, 별주(別住, parivāsa)나 마나타(摩那埵, mānatta) 등
일정 기간 동안의 근신 생활을 거친 후에 20명 이상으로 구성된 승가에서
해죄(解罪) 갈마를 받으면 원래의 신분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라이와
는 차원이 다른 죄이다. 또한 바일제는 저질러도 2-3명의 비구앞에서 참회
하면 출죄(出罪) 가능한 경죄(輕罪) 이다. 하지만 바라이는 저지르면 비구나
비구니로서의 신분을 상실하는 혹은 승가로부터 추방당한다고 알려져 있는
중대한 죄이다. 바라이와 승잔ㆍ바일제가 갖는 죄의 무게는 이처럼 다르다.
따라서 비구니 바라이 불공계와 이와 관련된 비구계가 만약 동일한 행동을
가리키는 것이라면, 그 처벌의 차이는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비구니계의 조
문 수가 비구계의 그것보다 많다는 것은 '수범수제(隨犯隨制)’, 즉 악행을 저
지르는 자가 나타날 때마다 그 악행을 금지하는 형태로 하나씩 율을 제정해
갔다고 하는 율 제정의 기본 원칙을 고려할 때, 비구승가에서는 발생하지 않
았던 일이 비구니승가에서는 발생했기 때문에 많아진 것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유사한 행위에 대한 다른 처벌은 비구니에 대한 차별이 존재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
10) (1998), 122 平川彰 -123, 129, 136; (1979), 205 永田瑞 -208.

이하, 본고에서는 비구니 바라이 불공계가갖는 이러한 특징에 유의하면
서 비구니 바라이 불공계의 내용및 그 제정 의도를 검토해보고자 한다. 즉,
이들은 정말 동일한 행동으로 보아도 좋은 것일까, 또한 동일한 행동이라면
왜 비구와 비구니에게 각각 다른 처벌이 적용되는가 라는 점 등이다.

 

Ⅲ. 마촉계(摩觸戒) 와 팔사성중계(八事成重戒)

비구니 바라이 불공계 가운데 제 5조 '마촉계' 와 제 8조 '팔사성중계' 는 이
성(異性) 과의 신체 접촉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먼저 마촉계는 비구니가 욕정
으로 가득찬 마음을 지니고, 마찬가지로 욕정으로 가득찬 마음을 지닌 남
성과 더불어 신체를 접촉하여 쾌락을 얻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문이다. 이 조
문은 젊은 나이에 출가한 아름다운 용모의 순다리난다라는 비구니의 행동을
계기로 제정되었다. 그녀는 미가라의 손자인 살하라는 우바새가 자신에게 연
모의 정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신체적인 접촉을 한다. 조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떤 비구니라도 욕정을 갖고 [마찬가지로] 욕정을 지닌 남성과 쇄골보다
아래, 무릎보다 윗부분을 서로 대거나, 만지거나, 잡거나, 문지르거나, 안
거나하며 즐긴다면 이 역시 바라이로 함께 머물러서는 안된다. '무릎 이
상'[이라고 하는 바라이이다.] 11)
11) “yā pana bhikkhunī avassutā avassutassa purisapuggalassa adhakkhakaṃ
    ubbhajānumaṇḍalaṃ āmasanaṃ vā parāmasanaṃ vā gahaṇaṃ vā
    chupanaṃ vā patipīḷanaṃ vā sādiyeyya, ayam pi pārājikā hoti asaṃvāsā
    ubbhajānimaṇḍalikā ’ti.” (Vin.IV , 213) 단,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지고
    또한  스스로 그것을 받아들일 생각이 추호도 없었을 경우에는 무죄이다. (Vin.Ⅰ.
    29-33)

비구든 비구니이든 음행을 저지르면 바라이죄에 해당하지만, 비구니의 경
우에는 음행에까지 이르지 않아도 서로 욕정을 갖고 신체적 접촉을 한것만
으로 바라이가 된다는 것이다. 유사한 행동이 제 8조 '팔사성중계' 에서도 금
지되고 있다. 이 학처는 육군(六群) 비구니가 욕정을 갖고 또한 마찬가지로
욕정을 지닌 남성과 여덟가지 행동을 한 일을 계기로 제정되었다. 여덟가.
지 행위란 다음과 같다.

어떤 비구니라도 욕정을 갖고 [마찬가지로] 욕정을 지닌 남성과 ①손을 잡
는 것을 즐기거나, 혹은 ②옷자락을 잡는 것을 즐기거나, 혹은 ③함께 서
있거나, 혹은 ④함께 이야기하거나, 혹은 ⑤약속해서 가거나, 혹은 ⑥[그]
남성이 오는 것을 기다리거나, 혹은 ⑦은밀한 장소에 들어가거나, 혹은 
⑧그 악법을 실천하기 위해, 그 목적을 위해 신체를 가까이 가져다 댄다
면12) , 이 역시 바라이로 함께 머물러서는 안된다. '팔사(八事)’ [라는 바라
이이다.]13)
12) 학처의 조문 해설에 의하면, "'그 목적을 위해 몸을 가져다 대다' 란 이 부정한 법을
    실천하기 위해 남자 가까이에 서서 몸을 가져다대는 것" 이라고 한다 .(kāyaṃ vā
    tadatthāya upasaṃhareyyā ti, etassa asaddhammassa paṭisevanatthāya
    purisassa hatthapāse ṭhitā kāyaṃ upasaṃharati.)” (Vin.IV, 221) 
13) “yā pana bhikkhunī avassutā avassutassa purisapuggalassa hatthagahaṇaṃ vā 
    sādiyeyya saṃghāṭikaṇṇagahaṇaṃ vā sādiyeyya santiṭṭheyya
    vā sallapeyya vā saṃketaṃ vā gaccheyya purisassa vā abbhāgamanaṃ
    sādiyeyya channaṃ vā anupaviseyya kāyaṃ vā tadatthāya upasaṃhareyya etassa 
    asaddhammassa paṭisevanatthāya, ayam pi pārājikā hoti
    asaṃvāsā aṭṭhavatthukā ’ti.” (Vin.IV , 220 -221)

요컨대, 서로 욕정을 지닌 상태에서 손을 잡는 것을 즐기거나, 옷자락을
잡는 것을 즐기거나, 함께 서 있거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거나, 약속 장소에
가거나, 남성이 오는 것을 기다리거나,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은밀한
장소로 들어가거나, 악법을 실천하기 위해 몸을 서로 가까이 대는 행동을 한
다면 바라이가 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 여덟가지 행동이 모두 이루어졌을
경우에만 바라이이며, 이들 중 하나만 했을 경우에는 투란차(偸蘭遮) 라고 하
여 보다 가벼운 죄로 다루어진다.14) 이 '팔사성중계' 역시 '마촉계'와 마찬가
지로 음욕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음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시
점이 되면 바라이로 판단한다는 점에서는 공통된다.
14) Vin.IV , 221.

그런데 이들 조문에서 문제시하는 이성과의 신체 접촉은 이미 지적되고
있는 바와 같이 비구계에서도 문제시되고 있다.15) 비구계 승잔 제 2조 '촉여
신계(觸身女戒)’ 에 의하면, 비구는 여성의 신체에 접촉하면 승잔죄를 저지르
게 된다. 조문을 보면 다음과 같다.
15) 본고의 주 10) 을 참조.

 

어떤 비구라도 욕정에 휘말려 바뀐 마음으로16) 여인과 함께 신체 접촉을
한다면, [즉] 손을 잡거나, 머리카락을 잡거나, 어딘가 신체의 부분을 만진
다면 승잔이다.17)
16) 학처의 조문 해설에 의하면 '바뀌었다(vipariṇataṃ)'는 것은 욕정을 지닌 마음(rattaṃ cittaṃ), 
    사악함을 지닌 마음(duṭṭhaṃ cittaṃ),  어리석음을 지닌 마음(mūḷhaṃ cittaṃ)으로 바뀐 것을 
    의미하는데, 여기서는 욕정을 지닌 마음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Vin.III , 120) 
    즉, 평상시의 청정하고 평안한 마음이 욕정으로 들끓는 불안정한 상태로 바뀌었음을 말한다. 
17) “yo pana bhikkhu otiṇṇo vipariṇatena cittena mātugāmena saddhiṃ
    kāyasaṃsaggaṃ samāpajjeyya hatthagāhaṃ vā veṇigāhaṃ vā aññatarassa
    vā aññatarassa vā aṅgassa parāmasanaṃ, saṃghādiseso ’ti.” (Vin.III , 120)

이 학처는 우다이라는 비구가, 남편과 함께 승원을 방문하여 구경하는 부
녀자를 안내하면서 욕정에 휘말려 일부러 그녀의 신체에 접촉한 사건을 계
기로 제정되었다. '마촉계' . '팔사성중계' 와 비교해보면 이성과의 신체 접촉
이라는 점에서 분명 공통되며 이 특징만을 보면 왜 동일한 행동에 대해 비
구와 비구니 간에 다른 처벌이 내려지는지 의문이다.18) 하지만, 제정 인연담
을 고려하면서 조문을 음미해 보면 이들 조문에서 문제 삼는 행동 간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된다.
18) 이 점에 대해 기존에 다양한 추정이 제기되어 왔다. 예를 들어 히라카와는 "비구에게
    있어서는 승잔죄로 끝나는 일이 비구니에게는 바라이가 되는 것은 가혹한 것 같지만,
    이것은 남성과 여성간의 성적 향락의 차이에 유래하는 점도 있는 것 같다." 라고 기술
    하고 있다. 平川彰(1998), 123. 한편, 나가타는 "비구니의 이성 관계가 매우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는 이유는 비구니의 모성 기능과 관련이 있다. 즉, 비구니가 이성과 교섭
    을 갖는 것에 의해 그 梵⾏이 저질러진 경우, 그 결과가 종종 임신이라는 형태로 표면
    화하기 때문이다" 라고 한다 .” 永田瑞(1979), 206. 

먼저 '마촉계‘ㆍ’팔사성중계' 에서는 비구니도 상대 남성도 욕정을 지닌 상
태라는 것이 전제 조건이 된다. 이 점은 인연담을 통해서도 알 수 있으며,
조문에도 '욕정을 지닌 남성' 이라는 구절이 삽입되어 있기 때문에 분명하다.
요컨대, 욕정을 가지고 서로 신체 접촉을 하는 행동을 금지하고 있다. 한편,
비구계의 '촉여신계' 에서는 비구가 욕정을 갖고 있는가 아닌가가 중요할 뿐
상대방의 감정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마촉계'ㆍ‘팔사성중계' 에서는 상당히 친밀한 신체 접촉, 요컨대 음욕
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언제 음욕법을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접촉을 문제시하고 있다.' 마촉계' 에서는 쇄골보다 아래, 무릎보다 윗부분을
서로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팔사성중계' 에서는 타인의 눈에 띄지
않는 은밀한 장소에 들어가 몸을 가까이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한편,
비구의 '촉여신계' 를 보면, 손과 머리카락, 신체의 일부분에 접촉하는 행위를
문제시하고 있다. 얼핏 보면 '신체적 접촉' 이라는 점에서 같은 행위를 대상으
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 행위가 갖는 무게는 상당히 다르다. 실
제로 음행에 어느 정도 다가가 있는가 라는 관점에서 보면 '촉여신계' 보다
’ 마촉계' 와 '팔사성중계' 쪽이 비교도 안될 만큼가깝다고 할 수 있다. '촉여
신계'는 지금의 말로 하면 성추행 정도에 해당하는 행위를 문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자야라트나는 바라이 제1조 불음계와 비교해 보았을 때 이
들 '마촉계' 와 '팔사성중계'는 여성이 수동적으로 음행에 응하는 경우를 보여
주는 것으로 여성의 행동 패턴에 비추어 본다면 음욕의 방지뿐만 아니라 비
구니들을 유혹하는 자들의 희생물이 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점에서도
불음계보다 더 적합한 조치였을 것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데,19) 타당한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여성이 갖는 일
반적인 성향을 고려할 때 조금이라도 욕정의 마음을 갖고 있을 경우, 상대방
의 의지에 따라 수동적이기는 해도 음욕을 저지를 수 있는 상황에 빠질 가능
성은 높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19) 모한 위자야라트나, 온영철 역(1991), 168-172.

비구니계의 '마촉계' 와 '팔사성중계' 는 필시 이성간의 문제에 있어 여성이
갖는 이러한 특징을 고려한 조문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음욕행을 금지하는
조문을 비구계에서도 비구니계에서도 바라이 제 1조로 규정하면서 비구니의
경우에는 다시금 신체 접촉을 문제 삼아 두 개나 바라이 조문으로 추가하고
있는 것은 음욕과 여성의 문제를 바라보는 엄격한 잣대를 느끼게 한다. 비구
의 경우에는 어떠한 신체 접촉이라 할지라도 음욕까지 이르지 않는다면 바
라이로 다루지 않는다. 이로 보아 분명 여성 출가자의 경우에는 이성 문제에
있어 남성 출가자보다 엄격한 제한을 받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기존에 '동죄이벌'의 관점에서 이해되어 온 '마촉계'ㆍ'팔사성중계' 와 '촉여신
계' 는 결코 동일한 행동을 내용으로 하는 조문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Ⅳ. 부비구니중죄계(覆比丘尼重罪戒)

비구니 바라이 불공계 제6 조 '부비구니중죄계' 는 비구니가 다른 비구니의
바라이죄를 숨겨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학처이다. 제정 인연담에 의하면 순
다리난다라는 비구니가 미가라의 손자인 살하의 아이를 임신한 후 출산했다.
그런데 툴라난다 비구니는 이 사실을 알면서 자신의 불명예나 불이익이 될
것을 꺼려 숨기고 있었다. 훗날 이 일이 알려지자 놀란 비구니들이 툴라난다
에게 그 사실을 알렸고, 이에 툴란난다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고
백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제정된 것이 '부비구니중죄계'이다. 학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떤 비구니라도 바라이법을 저지른 비구니를알면서 스스로 질책하지도
않고 대중[衆] 에게 알리지도 않는다. 그녀 (바라이법을 저지른 비구니)가 머
물거나 죽거나 멸빈당하거나 이교도가 되었을 때에, 그녀(알면서도 숨긴 비
구니)가 훗날 "자매여, 이전에 나는 이 비구니에 관해 그녀가 이러저러한
자매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만, 스스로 질책하지도 않고 대중에게 알
리지도 않았습니다." 라고 말한다면, 이 역시 바라이로 함께 머물러서는안
된다. '죄를 덮어 준'[바라이이다.] 20)
20) “yā pana bhikkhunī jānaṃ pārājikam dhammaṃ ajjhāpannaṃ bhikkhuniṃ 
    n’ ev’ attanā paṭicodeyya na gaṇassa āroceyya yadā ca sā ṭhitā vā assa
    cutā vā nāsitā vā avasaṭā vā sā pacchā evaṃ vadeyya: pubbevāhaṃ ayye
    aññāsiṃ etaṃ bhikkhuniṃ evarūpā ca evarūpā ca sā bhaginīti, no ca kho
    attanā paṭicodeyyaṃ na gaṇassa āroceyyan ti, ayam pi pārājikā hoti
    asaṃvāsā vajjapaṭicchādikā ’ti.” (Vin.IV , 216-217)

이것은 다른 비구니가 바라이 가운데 어느 하나를 저지른 것을 알면서
스스로 질책하지도 않고 대중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숨겨주는 행위를 금지
하는 것이다. 이 학처는 비구계의 바일제(波逸提) 제64조 '추죄계(麤罪戒)’와
의 유사성이 지적되고 있다.21) 우빠난다라는 비구는 고의로 정액을 흘리는
죄를 범한 후 동료비구에게 고백하며 타인에게는 말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
했다. 그래서 그 비구는 약속을 지켜 침묵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추죄계' 가 다음과 같이 제정된다.
21) 본고의 주 10)을 참조.

어떤 비구라도 알면서 [다른] 비구의 추죄를 덮으면 바일제이다. 22)
22) “yo pana bhikkhu bhikkhussa jānaṃ duṭṭhullaṃ āpattiṃ paṭicchādeyya,
    pācittiyan ti.” (Vin.IV , 127)

고의로 정액을 흘리는 행위는 승잔죄에 해당한다 . 따라서 인연담에서는
승잔에 해당하는 행위를 숨겨주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이 학처의 주석
에서는 "추죄(duṭṭhullaṃ āpattiṃ)란 4 바라이와 13 승잔이다."23)라고 말하
고 있기 때문에 바라이를 포함한 모든 중죄가 대상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
다. 그렇다면, 이것은 비구니계의 '부비구니중죄계' 와 조문 상 내용 차이는
없는 것이 된다. 같은 행동에 대해 바라이와 바일제라고 하는, 차이가 큰 처
벌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23) Vin.IV , 218.

이 문제와 관련해서 위에서 언급한 바일제 제64조 '추죄계' 의 조문 해설에
보이는 설명이 주목된다. 그것은 다른 비구의 중죄를 알고 있지만 고하지 않 
아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를 언급한 것이다. 이에 의하면 자신이 다른 비구의
중죄를 고하는 것에 의해 승가에 논쟁이나 분란, 말다툼 등이 일어날 가능성
이 있을 때, 파승(破僧) 이나 승쟁(僧諍) 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 때, 이 일은
추악하며 조악(粗悪)해서 목숨이나 범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판
단했을 때, 달리 적당한 비구들을 발견하지 못했을 때, 이런 예외적인 경우에
는 숨겨도 죄가 되지 않으며, 또한 숨길 의사 없이 알리지 않은 경우나 '자신
의 업(業)에 의해 알려지겠지' 라고 생각하여 알리지 않은 경우에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24) 이들 예로부터 알 수 있듯이, 비구의 경우에는 다른 비구
의 중죄를 숨겨주는 행위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24) Vin.IV, 128.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예외 규칙은 '부비구니중죄계'의 조문 해설에서도
완전히 동일한 내용으로 설해지고 있다.25) 즉, 비구니의 경우에도 위의 '추
죄계'에서 언급된 것과 똑같은 예외가 인정된다. 이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비구의 경우에는 다른 비구의 중죄를 숨겨주는 행위가 바일제라는 경죄에
해당하므로 승가의 화합등을 우선시하여 이런 예외적인 경우들이 허용된다
고 볼 수 있지만, 비구니의 경우에는 바라이이다. 바라이라는 중죄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예외가 적용될 수 있을까. 이는 비구계와 마찬가지로 실은 비구
니계에서도 다른 비구니의 중죄를 숨겨주는 행위가 그 자체 무거운 죄로 간
주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25) Vin.IV, 217. 히라카와는 이 점과 관련하여 바일제 제64조 '추죄계'의 조문 해설에서
    비구의 경우에는 고하지 않아도 되는 다양한 예외가 있다는 점을 기술하며 "그러나
    비구니는 일반적으로 무력하고 또한 싸움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비구니가
    숨기고 있는 죄를 폭로해도 그것을 원인으로 승가에서 싸움이나 파승으로까지 발전
    하는 일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점에 대한 배려를 생각하지 않았을 .
    지도 모르겠다." 라고 하여 비구니의 경우에는 다른 비구니의 중죄를 숨기는 것에 대
    한 예외가 없다는 전제하에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平川彰(1998), 129). 하지만, 이는 
    비구니계의 조문 해설에도 이런 예외를 거론하는 기술이 있다는 점을 간과한 잘못된
    이해로 보인다. 한편 이처럼 같은 내용의 해설이 보인다는 것은 '부비구니중죄계'와
    '추죄계'와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렇다면, 다른 비구니의 중죄를 숨겨주는 행위 자체는 무거운 죄로 생각
하지 않으면서 왜 '부비구니중죄계'에서는 다른 비구니의 중죄를 숨겨주는
행위를 바라이로 금지하는 것일까? 필시 이 학처는 판단의 기준이 된 실제의
사건이 갖는 중대함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된다. '부비구니중죄계'의 인연담
을 보면 여기서는 비구니 바라이 불공계 제5조 '마촉계'에 등장한 순다리난
다 비구니가 재등장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마촉계'는 순다리난다가 살
하 우바새와 신체 접촉을 한 것을 계기로 제정되었는데, '부비구니중죄계'에
서는 그 순다리난다가 결국 임신한 일이 문제가 되고 있다. 요컨대 그녀가
임신한 사실을 알면서 툴라난다 비구니가 침묵하고 있던 것이문제였다. 임
신은 음욕법과 직접적인 관련을 갖는 중대한 사건이다. 잘못하면 그녀의 출
산에 의해 승가의 이미지가 실추될 수도 있다. 따라서 그 사실을 숨기는 행
위는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되었음에 틀림없다. 한편, '추죄계'는고의로
정액을 흘리는 승잔에 해당하는 행위를 숨기는 것을 계기로 제정되고 있다.
이 행위는 '부비구니중죄계'에서 문제시하는 행위보다 가볍고 또한 승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적다. 이런 이유에서 중죄를 숨긴다고 하는 동일
한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비구계와 비구니계에서 바라이와 바일제라고 하는
서로 너무나도 다른 죄로 분류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이는 인연담에 근거한 추측일 뿐 물론 실제로 왜 이러한 차이가 발생했는
지 정확한 이유는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른
수행자의 중죄를 숨기는 행위는 비구ㆍ비구니를 불문하고 여러 예외가 허용
된다. 즉,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할 규범은 아닌 것이다. 이런 입장
에도 불구하고 비구니가 다른 비구니의 중죄를 숨겨주는 행위를 바라이로
규정한 것은 역시 조문 제정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사건에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26)
26) 히라카와는 이 점에 관해 "'부타중죄계'의 경우 다른 이유 때문에 숨긴 것이 아닌
    자신의 이익이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제자의 바라이죄를 숨겼다는 점에 이 죄에 엄격
    한 처분이 이루어지는 이유가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 라고 하여 이 행위가 바라이로
    취급되는 이유가 자신의 이익이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숨기는 점에 있다고 본다.(平
    川彰(1998), 128) 조문에서 아무것도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것이 바라이를
    판단하는 직접적인 기준이었는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지만 인연담등을 고려할 때,
    이 조문의 핵심은 '음욕이라는 바라이죄를 저질러 임신'까지 한 비구니의 행동을 숨겼
    다는 사실에 있다고 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Ⅴ. 수순피거비구위간계(隨順被挙比丘違諫戒)

비구니 바라이 불공계 제7조 '수순피거비구위간계'는 화합승에 의해 거죄
(挙罪) 된 비구를 따르는 행동을 금지하는 학처이다. 툴라난다 비구니는 승가
로부터 거죄당한 아릿타비구를 따르며, 그 행동을 그만두도록 권유하는 비구
니들의 간고(諫告)를 듣지 않았다. 그러자 "3회까지 간고 받으면서도 받아들
이지 않는다면 바라이이다."라는 학처가 제정되었다. 다음과 같다.

어떤 비구니라도 화합승가에 의해, 법에 의해, 율에 의해, 스승의 가르침에
의해 거죄당한 비구로 존경하지 않고,27) 아직 [승가의] 허락을 받지 못하
고,28) 아직 공주(共住)가 이루어지지 않은 비구를 추종한다면, 비구니들은
그 비구니에게 이렇게 말해야 한다. "자매여, 그 비구는 화합승에 의해, 법
에 의해, 율에 의해, 스승의 가르침에 의해, 거죄당한 후, 존경하지 않고,
아직 [승가의] 허락을 받지 못하고 아직 공주(共住)가 이루어지지 않았습
니다. 자매여, 그 비구를 추종해서는 안됩니다." 비구니들이 그 비구니에
게 이렇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집한다면, 비구니들은 그 비구
니에게 그것을 버리도록 세 번까지 간고해야 한다. 세 번까지 간고하여 그 
것을 버리면 좋지만, 만약 버리지 않는다면 이 역시 바라이로 함께 거주해
서는 안된다.' 거죄당한 자를 따르는' [바라이이다.] 29)
27) 승가 혹은 대중 혹은 개인 혹은 갈마를 무시하는 것을 말한다. (Vin.IV, 218)
28) 거죄당한 후 악견을 버리고 복권하는 절차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Vin.IV, 218) Ⅳ
29) “yā pana bhikkhunī samaggena saṃghena ukkhittaṃ bhikkhuṃ
     dhammena vinayena satthusāsanena anādaraṃ apaṭikāraṃ akatasahāyaṃ
     tam anuvatteyya, sā bhikkhunī bhikkhunīhi evam assa vacanīyā: eso kho
     ayye bhikkhu samaggena saṃghena ukkhitto dhammena vinayena
     satthusāsanena saṃghena ukkhitto dhammena vinayena satthusāsanena
     anādaro apaṭikāro akatasahāyo, māyye etaṃ bhikkhuṃ anuvattīti. evañ ca
     sā bhikkhunī bhikkhunīhi vuccamānā tath’ eva paggaṇheyya, sā bhikkhunī
     bhikkhunīhi yāvatatiyaṃ samanubhāsitabbā tassa paṭinissaggāya. yāva
     tatiyaṃ ce samanubhāsiyamānā taṃ paṭinissajjeyya, icc etaṃ kusalaṃ. no
     ce paṭinissajjeyya, ayam pi pārājikā hoti asaṃvāsā ukkhittānuvattikā ’ti.”
     (Vin.IV, 218)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거죄당한 비구(ukkhittaṃ bhikkhuṃ)’란 승가로부터
3종의 거죄갈마를 받은 비구를 말한다. 3종의 거죄갈마란 불견죄거죄갈마
(āpattiyā adassane ukkhepaniyakamma, 不⾒罪挙罪羯磨)ㆍ불참죄거죄갈마
(āpattiyā appaṭikamme ukkhepaniyakamma, 不懺罪挙罪羯磨)ㆍ불사악견거
죄갈마(pāpikāya diṭṭhiyā appaṭinissagge ukkhepaniya, 不捨悪⾒挙罪羯磨
kamma)를 가리킨다.30) 불견죄거죄갈마란 비구가 죄를 범하고 승가로부터
그 죄를 지적받았지만 인정하지 않을 경우에 실행되는 갈마이며, 불참죄거죄
갈마는 승가로부터 참회를 요구받았음에도 참회하지 않는 자에게 실행되는
갈마이다. 한편, 불사악견거죄갈마는 악견을 주장하는 자에게 승가가 악견이
라는 것을 알리며 버릴 것을 요구했지만 버리지 않을 경우 실행되는 갈마이
다. 이 세 가지 갈마를 통해 승가는 그에게 '불공수(asambhoga, 不共受)’의
벌을 내린다.31) 이 처벌을 받으면 복권(復権) 될 때까지 18행법을 실천해야
하는데,32) 18행법은 다른 이에게 구족계를 주어서는 안되는 등, 청정비구
라면 당연히 실천 가능한 18종의 행동에 대한 제약을 내용으로 한다.33) 한
편, 문제의 비구가 승가의 판단에 따라 본인의 죄를 인정하거나 참회하거나
악견을 버릴 의사를 표시한다면, 승가의 허락하에 언제라도 본래의 신분을
회복할 수 있다.
30) 3종의 거죄갈마에 관해서는 빨리율 소품 「갈마건도」에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Vin.II , 21-28) 또한 관련 연구로는 佐藤密雄(1972), 457-474; Nolot, Édith.
    (1999), 1-38; 이 자랑(2003), 197-227 등이 있다.
31) “비구들아! 그렇다면 승가는 前 독수리 사육사인 아릿타 비구가 악견을 버리지 않는
    것에 대해 거죄갈마를 실행하고 승가와 不共受하게 하여라.”(tena hi bhikkhave
    saṃgho Ariṭṭhassa bhikkhuno gaddhabādhipubbassa pāpikāya diṭṭhiyā
    appaṭinissagge ukkhepaniyakammaṃ karotu asaṃbhogaṃ saṃghena.) Vin.
    Ⅱ, 26.
32) Vin.II, 27. 한편 불견죄거죄갈마와 불참죄거죄갈마를 받은 비구는 43행법을 지켜
    야 한다. 불사악견거죄갈마를 받은 비구가 지켜야 할 18행법은 苦切갈마를 받은 비구 
    가 지켜야 할 행법과 동일하다. (Vin.II, 5)
33) 불공수와 18행법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서는 이자랑(2003), 214 -224를 참조.

'수순피거비구위간계'에서는 이 3종의 거죄갈마 중 불사악견거죄갈마를
받은 아릿타비구를 따르는 툴라난다 비구니의 행동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
런데 이와 유사한 행동은 비구계 바일제 제69조 '수빈계(隨擯戒)’에서도 금지
된다. 다음과 같다.

어떤 비구라도 알면서 그러한 [악견을] 설하고, 수순법이 이루어져 있지 않
고,34) 그러한 견해를 버리지 않는 비구와 식(食)을 함께 하거나, 주(住)를
함께 하거나, 숙(宿)을 함께 한다면 바일제이다.35)
34) 조문의 어구 해설에 의하면 '隨順法이 이루어져 있지 않다' 는 것은 거죄당한 비구가 
    악견을 버리고 복권하는 절차가 아직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Vin.Ⅳ.137)
35) “yo pana bhikkhu jānaṃ tathāvādinā bhikkhunā akaṭānudhammena taṃ
    diṭṭhiṃ appaṭinissaṭṭhena saddhiṃ saṃbhuñjeyya vā saṃvāseyya vā saha
    vā seyyaṃ kappeyya, pācittiyan ti.” (Vin.IV, 137)

이 학처는 육군(六群) 비구가 불사악견거죄갈마를 받고 아직 복권되지 않
은 아릿타비구와 더불어 식(食)이나 주(住), 숙(宿)을 함께 한 것을 계기로 제
정되었다. 이 학처의 조문 해설에 따르면, '식을 함께 한다'는 것은 미식(味食,
āmisasambhoga)과 법식(法食, dhammasambhoga)의 2종의 식(sambhoga)
을 함께 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미식이란 재물, 즉 보시 받은 음식이나
물건등을ㅍ공유하는 것을 말하며, 법식이란 경을 송설(誦説) 하거나 혹은 송설
하게 하는 것, 다시 말해 법을 가르치거나 배우거나 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주를 함께 한다'는 것은 거죄 당한 비구와 함께 포살이나 자자, 승가갈마를
하는 것을 의미하며, '숙을 함께 한다'는 것은 같은 지붕 아래에 눕는 것이라
고 한다.36) 즉, 거죄당한 비구와는 미식ㆍ법식을 함께 할 수 없으며, 포살등
의 승가 갈마도 또한 함께 자는 것도 불가능하다. '수순피거비구위간계'에서
‘추종한다면(anuvatteyya)’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곳을 여기서는 '식을 함께
하거나, 주를 함께 하거나, 숙을 함께 한다면'이라고 하여 표현상으로는 다르
지만 결국 취지는 같다. 비구니가 비구와 식이나 주, 숙을 함께 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추종한다면'이라고 하여 따르는 행위로 표현하고 있을 뿐이
다. '수순피거비구위간계'의 조문 해설에 따르면 '그에게 추종한다는 것'은
그 비구가 주장하고 받아들이고 의도하는 바의 견해를 그 비구니 역시 주장
하고 받아들이고 의도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37) 즉, 비구승가로부터 악견
으로 판단되어 거죄갈마를 받은 비구의 잘못된 주장에 동조하며 의견을 함
께 하는 것을 가리킨다.
36) Vin.IV, 137-138.
37) Vin.IV, 219. “tam anuvatteyyā ‘ti yaṃdiṭṭhiko so hoti yaṃkhantiko
    yaṃruciko sāpi taṃ diṭṭhikā hoti taṃkhantikā taṃrucikā.”

비구의 경우에는 제69조 '수빈계'에 앞서, 다시 말해 바일제 제68조 '악견
위간계(悪⾒違諫戒)'에서 아릿타비구가 "세존에 의해 장도법(障道法) 이라고
설해진 것을 실천해도 전혀 수행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 악견을 주장
하고, 여러 비구로부터 악견을 버리도록 세 번까지 간고 받으면서도 버리지
않은 것을 계기로 이러한 행동을 하는 자는 바일제가 된다고 제정하고 있기
때문에,38) 이에 이어지는 제69조에서 그러한 비구와 사귀는 것을 마찬가지
로 바일제로 경계하는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38) Vin.IV, 135.

그런데 비구계의 바일제 제68조 '악견위간계'와 제69조 '수빈계'는 공계(
(共戒) 이다. 다시 말해, 이 두 가지 계에서 금지하는 행동은 비구니계의 바일
제에서도 역시 금지하고 있다. 비구니계의 바일제 제146조 '악견위간계'에서
는 비구니들에 의한 세 번의 간고에도 불구하고 악견을 버리지 않는 비구니
는 바일제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어지는 비구니계 바일제 제147 조 '수빈
계'에서는 그러한 비구니와 더불어 식을 함께 하거나, 주를 함께 하거나, 숙
을 함께 한다면 바일제라고 규정하고 있다.39) 요컨대 비구니의 경우에도 비
구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행위는 바일제로 판단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비구니가 따르는 대상이 거죄비구일 경우에만 바라이라는 중죄가 적용
되는 것이다.
39) Vadekar, R. D.(1939), 49-50.

도대체 왜 비구니가 거죄당한 비구를 따르는 행위는 바라이로 처벌받는
것일까? 아쉽게도 이 점에 대해서는 빨리율의 조문 해설에서도 주석에서도
직접적인 설명을 발견할 수 없다. 따라서 명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불사악
견거죄갈마를 비롯한 3종의 거죄갈마의 대상이 되는 행동이 갖는 특징에 원
인이 있지 않을까 추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거죄갈마는 징벌갈마의 일종이
기는 하지만, 징벌갈마가 범계 여부와 처벌 내용을 결정하고 문제의 비구는
그 결정에 따라 복죄(服罪)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거죄갈마는 승가의 판 
단 자체를 거부하는 자들에게 판단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고 끝내 거부당
하면 불공수라는 징벌을 통해 승가의 다른 구성원들과 분리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완전히 그 성격을 달리한다.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3종의 거죄갈마는 승가로부터 그 죄를 지적당해도 인정하지 않거나, 참회하 
지 않거나, 그 견해를 버리지 않는 경우에 실행된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승
가와 견해를 달리 하며 그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승가의 질서
유지라는 차원에서 보면 매우 골치 아픈 존재이다. 이들은 방치하면 파승을
초래할 수도 있다. 바라제목차에서는 이들을 바일제라는 경죄로 다루지만
「건도부」에서는 거죄갈마를 통해 문제의 비구를 승가의 다른 구성원들과 
분리하는 조치를 취하도록한다.40) 이는 이들의 행동이 승가 화합에 미칠 
수 있는 해악을 고려한 조치이다.
40) Vin.II, 21-28

승가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골치 아픈 존재를 비구승가 내부에서 거
죄갈마라는 방법을 통해 관리하고 있는데, 비구승가의 구성원이 아닌 비구니
가 끼어들어 질서를 무너뜨린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라고 볼 수 없다. 비구니가 비구의 문제에 개입함으로써 비구승가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상황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매우 중대한 문제로 인식
수밖에 없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면 거죄갈마를 받은 비구니를 따르는 비구
는 바라이가 된다는 조문은 왜 없는가 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가능성으로서 희박하다. 기본적으로 비구니승가는 자치적으로 운영
되기는 했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비구승가의 지도나 관리를 받고 있었다. 이
는 팔경법을 보면 명확하다. 비구니 승가는 새로운 비구니를 받아들일 때도
이부승(⼆部僧) 수계라고 하여 비구니 승가에서 구족계의식을 치룬 후 비구승
가에서 재차 구족계의식을 치루어야 했으며, 보름마다 비구에게 포살을 묻고
교계를 청해야 한다. 또한 비구가 없는 곳에서 우안거를 보내서도 안되며,
우안거가 끝나면 비구승가와 비구니승가의 양쪽에서 자자를 실행해야 한다.
그리고 비구니가 승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비구니와 비구 양 승단에서 14
일 동안의 마나타를 실행해야한다.41) 이처럼 비구니가 비구의 지도하에 있
었다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면 차별이겠지만, 비구 중심의 초기교단의 상황을
생각하면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비
구가 비구니를 추종한다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41) 이 점들에 대해서는 平川彰(1998), 58-91; 佐 木閑 々(1999), 205 -212 .

다만 이런 여러 상황을 고려한다 해도 거죄갈마를 받은 비구를 추종하는
행위가 과연 바라이로 다스려질 만큼 중죄인지, 역시 좀 과한 처벌은 아닐까
생각된다. 비구승가의 지도하에 있는 비구니승가의 종속적인 입장을 보여주
는 조문인 것 같다. 팔경법으로부터도 알 수 있듯이, 이러한 입장은 매우 확
고한 것으로서 유지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Ⅵ. 결론

이상, 제정 인연담과 조문의 내용, 그리고 기존에 유사성이 지적되어 온
관련 비구계의 내용과 비교하며 비구니 바라이 불공계가 제정된 이유를 고
찰해 보았다. 그 결과를 보면, 비구니 바라이 불공계에서 문제시하는 행동들
은 단순한 차별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들 계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두
드러진 특징으로는 먼저 '이성 관계에 대한 제재'를 들 수 있다. 네 개의 불공
계 중 '마촉계'와 '팔사성중계' 는 이성과의 신체적인 접촉이나 교제를 직접적
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조문이며 '부비구니중죄계'도 조문 자체는 다른 비구
니의 중죄를 숨기는 행동을 금지하고 있지만, 인연담을 고려하면 이성 관계
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임신등의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을 방치하는 것에 대한
꺼림이 존재하고 있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이러한 행위들을 바라이
로 조문화하여 추가했다는 것은 분명 성적인 문제에서 여성 출가자가 남성
출가자보다 엄격한 생활을 요구받았던 상황을 보여준다. 물론 이 역시 차별 
이라면 차별이겠지만, 제정 인연이 된 사건이나 그 결과 제정된 조문의 내용
등을 보면, 비구니 구족계에서 문제시하는 행동은 비구 구족계의 그것보다
한층 무거운 것만은 분명하다. 추정컨대 아마도 비구니승가에서 해당 사건이
발생하고, 그 행동이 갖는 죄로서의 무게나 이성 문제에 있어 일반적으로 여
성이 지닐 수 있는 수동적인 성향등이 고려되어 바라이의 범주 안에 포함되
었을 것이다. 수범수제라는 율 제정의 원칙을 고려하면, 이러한 가정도 무리
는 아닐 것 같다. 다만, 비구의 경우에는 실제로 음욕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
상 절대로 바라이로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점과 비교해보면 과한 면이 없다
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거죄갈마를 받고 아직 복권되지 않은 비구에
게 수순하는 것을 금지하는 '수순피거비구위간계' 는 비구승가의 판단을 무시
하고 질서를 어지럽히는 비구니의 행동을 경계한 것으로 단순한 차별의 문
제는 아니다. 다만, 이런 행동이 바라이로 다루어지는 것은 다소 과하다고 생
각되는데, 이 계에는 비구승가의 지도를 받는 종속적인 비구니승가의 상황
혹은 그러한 인식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팔경법으로부터도 알 수
있듯이 이러한 입장은 매우 확고한 것으로서 유지되고 있었던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