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이야기

불교의 믿음

실론섬 2022. 1. 2. 19:03

불교의 믿음과 관계된 빨리어 술어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1) 빠사다(pasādā): ‘깨끗한 믿음’으로 번역되는 빠사다는 마음이 가라앉은 상태, 즉 ‘고요함, 편안함’을 나타낸다. 아울러 그런 고요함처럼 깨끗한 믿음을 뜻한다. 오까빠나(okappana)와 동의어이다.

(2) 삿다(saddhā): ‘믿음’으로 번역되는 삿다는(saddha)는 전통적으로 srad(가슴)+√dha(놓다)로 분석한다. 그래서 ‘마음을 어떤 대상에 놓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믿음은 부처님의 깨달음을 믿고 삼보에 귀의할 때 생긴다. 하지만 이 믿음은 맹목적인 믿음이 아니라 조사와 탐구를 통한 합리적인 이해에 기반을 둔 확신을 뜻한다. 그래서 영어권에서도 faith, belief보다는 confidence로 많이 번역한다. 전통적으로 이 삿다는 모든 선법(kusala-dhamma)의 씨앗이라 불린다.(Sn.77) 주석서의 설명에 따르면 그 이유는 깨끗한 믿음(okappana/pasāda)과 신해(adhimokkha)가 마음에 일어나도록 고무하여 윤회의 폭류를 건너기 위한 여정(pakkhadhana)을 떠나도록 하기 때문이다. 또한 믿음은 다섯 가지 기능(五根, pañca-indriya)과 다섯 가지 힘(五力, pañca-bala) 중의 하나이다.

(3) 아디목카(adhimokkha): ‘확신, 결단, 결심’으로 번역되는 아디목카는 adhi(향하여)+√muc(벗어나다. 해탈하다)에서 파생된 명사로 ‘해탈을 향한다는 것’이 그 기본의미이다. 즉 불·법·승 삼보에 확신을 가지는 것은 곧 해탈로 향하는 기초가 완전히 다져졌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 이 용어는 경에서보다는 논서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믿음의 요소로 나타날 때는 삿다(saddhā)와 빠사다(pasādā)에 바탕한 확신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중국에서는 신해(信解)라고 옮겼다. 

 

이처럼 불교에서 말하는 신앙은 합리적인 이해와 통찰에 기반을 둔 것으로 ‘와서 보라(ehipassika)’는 것이지 ‘와서 믿으라’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적으로 믿는 것이 아니고 와서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다. 빨리 경 도처에서는 깨달음을 일컬어 ‘티 없고 때 묻지 않은 법의 눈(法眼, dhamma-cakkhu)이 생겼다.(S.V.423)'라고 묘사하고 있고, 지혜인 냐나(ñāṇa)와 봄(dassana)의 합성명사인 냐나-닷싸나(智見, ñāṇa-dassana)라는 용어가 중요한 술어로서 많이 나타난다. 그만큼 불교에서는 맹목적 믿음보다는 보고 아는 것을 중요시하고 이것을 신행(信行)의 출발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