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론섬 2022. 1. 8. 15:05

양기방회

양기록


담주 운개산 회화상 어록 서
(潭州雲蓋山會和尙語錄序)

이씨(李氏)가 세운 당나라에 선(禪)으로 걸출한 자가 있으니 마조(馬祖)대사가 강서(江西)땅 늑담사( 潭寺)에 살면서 문도 84명을 배출해냈다. 그 가운데 두각을 나타낸 자로서는 오직 백장 회해(白丈懷海)스님 한분이 대기(大機)를 얻고 회해스님이 배출한 황벽 희운(黃蘗希運)스님이 대용(大用)을 얻었을 뿐, 그 나머지는 남의 말이나 따라 읊어대는 사람들이었다.

 

희운스님이 남원 혜옹(南院慧 )스님을 배출하였고, 혜옹스님이 풍혈 연소(風穴延沼)스님을 배출하였으며, 연소스님이 수산 성념(首山省念)스님을, 성념스님이 분양 선소(汾陽善昭)스님을, 선소스님이 자명 초원(慈明楚圓)스님을, 초원스님이 양기 방회(楊岐方會)스님을 배출하였다.


방회스님은 처음 원주(袁州) 땅 양기산(楊岐山)에 살다가 뒤에 장사(長沙) 땅 운개산(雲蓋山)에 머물렀는데, 당시에 말하기를 "회해스님은 대기를 얻었고 희운 스님은 대용을 얻었지만, 둘 다 얻은 자는 방회스님뿐일 것이다"라고 하였다.


스님께서 12년 남짓 두 법석에 계시면서 강령을 제창하고 납자들을 맞아 지도하는 동안 많은 말씀을 남기셨으나 기록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형양(衡陽)의 수단(守端)스님이 말없이 여러 편을 기억하여 한 축(軸)의 책을 엮어 내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은혜로운 스님의 명성을 우러러 오던 차에 이 일로 수단스님에게 가서 그 책을 구하여 향을 사루고 펴서 읽었다.


위대하시다. 대사의 기변(機辯)이여. 마치 거령신(巨靈神)이 태화산(太華山)과 수양산(首陽山)을 쪼개 황하의 물살을 급히 흘려내려 일찍이 막힌 적이 없게 한 듯하니 상상(上上)의 대승근기(大乘根器)가 아니라면 어찌 여기에 이를 수 있으랴.


수단 스님이 나에게 서문을 쓰라고 명하시니 스님의 도가 천하에 널리 퍼짐을 귀하게 여겨서이다. 그러나 방회스님의 명성과 도는 식자들 사이에 깊게 알려져 모두들 들었을 것이므로 수식은 그만두고 유서만을 사실대로 적을 뿐이다.


스님은 원주(袁州) 의춘(宜春) 사람으로 성은 냉씨(冷氏)이며, 담주 유양(瀏陽)의 도오산(道吾山)에서 머리를 깎았다. 속세 나이 54세에 운개산에서 돌아가셨으며, 그곳에 탑이 있다.

황우 2년(皇祐 2 : 1050) 중춘(仲春) 16일에
상중(湘中) 비구 문정(文政)이 쓰다.

원주 양기산 보통선원 회화상 어록
(袁州楊岐山普通禪院會和尙語錄)

강녕부(江寧府) 보녕선원(保寧禪院)
법제자 인용(仁勇)이 편집함

1.
스님께서 균주(筠州) 구봉산(九峰山)에 계실 때, 소(疏)를 받고 나서 법의를 입고 대중에게 그것을 들어보이면서 말씀하셨다.
"알곘느냐! 모르겠다면 오늘 괜히 물빛 암소떼 속으로 뛰어들어 간 셈이다. 알았느냐!

균양(筠陽)의 아홉 구비에 부평초[萍實]인 양기(楊岐)이다."
그리고는 법좌에 올랐는데, 그때 한 스님이 대중 가운데서 나오니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늙은 어부는 아직 낚시도 던지지 않았는데 팔짝 뛰는 고기는 파도에 부딪치면서 오는구나" 하자 그 스님은 대뜸 악! 하고 할을 하였다. 스님께서 "말을 하지 그러느냐" 하자 그 스님은 손뼉을 치며 대중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스님께서는 "용왕의 굉장한 바람을 쓰는그나" 하셨다.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은 어느 가문의 곡조를 부르며, 누구의 종풍을 이었습니까?"
"말이 있으면 말을 타고 말이 없으면 걸어가지요."
"젊은 스님인데도 기지와 계산이 훌륭하시군요."
"그대가 늙은 것을 생각해서 30대만 때리겠소."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다리가 셋 달린 나귀가 절룰절룩 가는구나."
"바로 그것이 아니겠습니까?"
"호남의 장로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인(人)과 법(法) 양쪽을 다 버린다 해도 납승 최고의 경계는 아니며, 부처와 조사를 둘 다 잊는다 해도 학인에게는 의심이 가는 곳입니다. 

스님께서는 어떻께 학인을 지도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대는 새 장로를 간파하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생나무를 땔감으로 찍어다가 잎이 달린 채로 태워야 하겠군요."
"칠구 육십삼이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더 질문할 사람이 있느냐? 대중 속에서 한번 나와 봐라. 오늘 내 목숨은 그대들 손아귀에 달렸으니 이리 끌던 저리 끌던 한번 마음대로 해보아라. 어째서 그렇겠느냐. 대장부라면 대중 앞에서 결택(決擇)해야지 등뒤에서 마치 물에서 호로병을 누르듯 해서는 안되며, 대중 앞에서 증거를 내놔야지 얼굴이 불거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있느냐, 있어? 나와서 결택해 보아라. 없다면 나만 손해를 보았다."

스님께서 법좌에서 내려오자마자 구봉 근(九峰勤)스님이 붙들어 세우고는 말하였다.
"오늘은 기쁘게도 동참(同參)을 만났소."
"동참하는 일이란 어떤 일입니까?"
"구봉은 쟁기를 끌고 양기는 고무래를 끄는 것이오."
"바로 그럴 때 양기가 앞에 있습니까, 구봉이 앞에 있습니까?"
구봉스님이 무어라 하려는데 스님이 밀어제치면서 말하였다.
"동참이라 하렸더니 그게 아니었군."

2.
스님께서 절에 처음 들어가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양기산의 경계입니까?"
"외로운 소나무는 바윗가에서 우뚝하고, 원숭이는 산을 내려가면서 운다."
"무엇이 그 경계 속에 있는 사람입니까?"
"가난한 집 여자는 대바구니를 들고 가고, 목동은 피리를 불면서 물을 향해 돌아간다."
스님께서 계속해서 말씀하셨다.
"안개는 긴 허공으로 사라지고 바람은 큰 들판에서 일어나니 온갖 풀이며 나무가 큰 사자후를 내어서 마하대반야(摩訶大般若)를 연설하고 3세 모든 부처님이 그대들 발꿈치 아래서 큰 법륜을 굴린다. 알아들었다면 공을 헛들이지 않았겠지만, 몰랐다면 양기산의 산세가 험하다 말하지 말라. 앞에 가장 높은 봉우리가 하나 더 있다."

3.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백장(白丈)스님은 불을 들고 발을 갈면서 불법대의를 설하였다는데, 이것이 무슨 말이겟느냐? 나도 이틀 동안 벼를 심었는데 역시 대단한 법문이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말씀하시기를 "달마대사는 앞 이빨이 없다"라고 하셨다.

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나의 한 가지 요점[一要]은 모든 성인의 그것과 똑같이 오묘한데, 이것을 대중에게 보시하리라."
선상을 한 번 치고는 말씀하셨다.
"과연 비춤[照]을 잃었군."

5.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나의 한마디 말[一言]은 모나면 모난대로 둥글면 둥근대로 하는 것이니 만일 조금이라도 헤아렸다가는 십만 팔천 리나 틀린 것이다."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6.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나의 한 마디 말[一語]은 부처를 꾸짖고 조사를 꾸짖는다. 눈 밝은 사람 앞에선 잘못 거론하지 말아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7.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나의 한 구절[一句]은 재빨리 착안해서 엿보아야 한다. 길다란 선상 위에서 숟가락 들고 젓가락 드는구나."
그리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8.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물살 급한 강물에 낚시를 드리워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큰 자리를 낚아서 돌아올 수 있겠습니까?"
"저 허공 밖으로 손을 놔야 하는데 세상 사람들이 아무도 모르는구나."
"아는 일은 어떤 일입니까?"
"구름이 고갯마루에서 일어나는구나."
"솜씨좋은 선지식은 역시 자연스럽습니다."
"이 말이나 외우는 놈아!"


그리고는 스님께서 말을 이으셨다.
"한 법도 보지 않는 이것이 큰 병통이다."


주장자를 잡아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석가노인의 콧구멍을 뚫어버렸다. 몸을 벗어날 한 구절을 어떻게 말하겠느냐. 물로 물을 씻지 못하는 곳에서 한마디 해보아라."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을 이으셨다.
"지난날 산 아랫길로 다니지 말라 하더니 과연 애간장을 끊는 원숭이 울음소리를 듣는구나."

9.
상당하여 선상을 손으로 한 번 치고는 말씀하셨다.
"마음마음일 뿐이니, 마음이 부처로서 시방세계에서 가장 신령한 물건이다. 석가노인도 꿈을 설명하였고, 3세 모든 부처님도 꿈을 설명하였으며, 천하의 노스님들도 꿈을 설명하였다. 여러분에게 묻노니 꿈을 꾸어본 적이 있느냐. 꿈을 꾸어보았다면 한밤중에 한마디 해 보라."
한참 잠자코 있더니 말씀하셨다.
"인간에게 진짜 소식이 있다 해도 나에게 차례대로 꿈을 설명해 보아라. 참구하라."

10.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하늘 땅에 눌러앉으니 천지가 암흑하며 하나[一着]를 놓아주니 비바람이 순조롭다. 그렇기는 하나 속된 기운이 아직 없어지지 않았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마음속의 시끄러움을 벗어버리려면 응당 옛 가르침을 보아야 한다 하는데, 무엇이 옛 가르침입니까?"
"천지에는 달이 밝고 푸른 바다엔 파도가 맑구나."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발밑을 보아야 한다."
"홀연히 넘실대는 큰 파도를 만났을 땐 어찌해야 합니까?"
"하나〔一着〕를 놓아주어 네거리에서 종횡무진할 때는 또 어떻겠느냐?"
그 스님이 대뜸 악! 하고는 손뼉을 한번 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역전의 장수를 보라"
"풀을 쳐서 뱀을 놀래켰군요."
"그래도 모두가 알아야 한다."
스님께서 주장자를 잡아 세우면서 "하나가 모든 것이며 모든 것이 하나이다[一卽一切 一切卽一]"하고는 한 획을 긋고 말씀하셨다.
"산하대지와 천하의 노스님이 산산히 부서졌는데 무엇이 여러분의 본래면목이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칼은 공평하지 못한 일 때문에 보배 칼집을 떠나고,약은 병을 고치기 위해서 황금 병에서 꺼내진다."
악!하고 할을 한번 하고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더니 "참구하라!" 하셨다.

11.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가을 비가 가을 숲을 씻으니 가을 숲이온통 비취빛이구나. 슬프다. 부대사(傅大士)여, 어느 곳에서 미륵을 찾느냐."

12.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박복하게도 양기산에 머문 뒤 해마다 기력이 쇠약해 간다. 찬바람에 낙엽은 시들한데 그래도 옛친구 돌아오니 기쁘구나. 랄랄라. 불 꺼진 나무토막을 끄집어내서 연기 나지 않는 불에다 던진다."

13.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내게는 정통 종지가 없고, 발을 갈아 다같이 밥을 먹을 뿐이다. 꿈을 말한 석가노인은 어디서 그 종적을 찾을까."
악!하고 할을 한번 하고 선상을 한 번 치더니 "참구하라!" 하셨다.

1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범부도 성인도 없는데 부처와 조사가 어찌 성립하랴. 대중들이여, 맑고 평화로운 세계에서는 시장에서 멋대로 물건을 빼앗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15.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내 잠시 머무는 집의 담벽은 헐어 침상 가득 진주빛 눈발 쌓이니 목을 움츠리고 가만히 탄식해 본다."
그리고는 한참 잠자코 있다가 "나무 밑에 살았던 옛 어른을 돌이켜 생각해 본다." 하셨다.

그 뒤 담주 운개산 해회사에 머물면서 남긴 어록
[後住潭州雲蓋山海會寺語錄]
서주(舒州) 백운봉(白雲峰)에서 법제자 수단(守端)이 편집함


1.
스님께서 흥화사(興化寺)에서 개당할 때 부주(府主) 용도(龍圖)가 스님에게 소(疏)를 건네 주니 그것을 받아들고서 말씀하셨다.
"대중들이여, 부주 용도와 여러 관료가 여러분에게 제일의(第一義諦)를 모두 설명했다. 여러분은 알아들었느냐. 알았다면 집과 나라가 편안하여 한 집안일 같겠지만, 몰랐다면 승정(僧正)에게 수고를 끼치노니, 승정은 표백(表白:唱導)에게 주어서 세상사람이 알게 크게 읽도록 하라."

 

표백이 소를 선포하고 나서 말하기를
"오늘은 훌륭한 관원(官員)들이 안개처럼 에워싸고 바다같은 대중들이 법회에 임하였습니다. 높은 중에서도 가장 높은 법문[最上上乘]을 스님께서 베풀어 주십시오" 라고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최상상승이라면 모든 성인도 비켜서야 하고 불조도 자취를 숨겨야 한다. 어째서 그렇겠느냐. 그대들 모두가 옛 부처와 같기 때문이다. 믿을 수 있겠느냐. 믿을 수 있다면 모두 흩어지거라. 흩어지지 않는다면 산승이 여러분을 속일 것이다."
그리고는 드디어 법좌에 올라 향을 집어들고 말씀하셨다.
"이 향[一瓣香]으로 우리 황제의 성수(聖壽)가 길이 무궁하기를 축원합니다."
또 향을 들어올리고 말씀하셨다.
"이 향은 지부(知府) 용도와 그 관속들에게 올리노니 업드려 원하옵건대 항상 국록을 받는 자리에 계시옵소서."
다시 향을 들고 말씀하셨다.
"대중들이여, 귀결점을 알았느냐. 모른다면 설명해 주어서 석상산(石霜山) 자명(慈明)선사께서 법유(法乳)를 먹여 길러주신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나 이제 나는 천지에 불 놓은 것을 면치 못하게 되었구나."
그리고는 마침내 향을 사루셨다.
정행대사(淨行大師)가 백추(白槌)를 치면서 말하기를 

"법회에 모인 용상 대중은, 제일의(第一義)를 관찰해야 한다"고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중들이여, 이는 벌써 두번째 세번째에 떨어져버린 것이다. 여러분은 무엇 때문에 대장부의 기상을 자부하지 않느냐. 그렇지 않는 자는 의심이 있거든 질문하라."
그러자 한 스님이 물었다.
"옛날에 범왕(梵王)이 부처님께 법을 청하자 하늘에서 네 가지 꽃비가 내렸는데, 부주(府主)가 법회에 오셨으니 어떠한 상서가 있겠습니까?"
"조각구름은 산 앞에서 걷히고 소상강(瀟湘江)물결은 절로 잔잔하구나."
"대중이 은혜를 입었으니 학인은 감사의 절을 올립니다."
"머리 끊긴 뱃사공이 양주(楊洲)로 내려가는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군사를 매복하고 무기를 휘두르는 것은 묻지 않겠습니다만 오늘 당장의 일을 어떻습니까?"
"내가 인간세계에 와서 이렇게 솜씨좋은 선지식은 처음 보았다."
그 스님이 손으로 획을 한 번 긋자 스님께서 "몸을 양쪽에 나누어 보라" 하셨다.
이어서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질문 있는 자는 나오너라. 모든 공양 가운데 법공양이 가장 수승하다. 조사의 종지에 의거하여 법령을 내린다면 조사와 부처도 종적을 숨기고 천하가 깜깜할 것인데, 어찌 여러분이 여기 서 있을 여지를 용납하며 하물며 산승이 입을 벌리기를 기다리랴. 그렇긴 하나 우선 두 번째 기틀[第二機]에서라면 약간의 언어문자를 설하고 큰 작용을 번거롭게 일으켜 움직이는 족족 완전한 진실이다. 이미 진실이라 이름하나 진실을 여의지 않고 성립하였으므로 그 자리가 바로 진실이다. 그러므로 그 자리에서 생겨나 그 자리에서 해탈함을 바로 여기서 알아야 하는데, 이를 '시끄러운 시장 속에서 찰간대에 오르니 사람들 모두가 그것을 본다'고 하는 것이다. 그대들은 말해 보라. 금과 금을 바꾸지 않는 한마디를 무어라고
해야겠는가.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거든 나와서 엎어지고 뛰어 보아라. 없다면 오늘은 내가 손해를 보았다.
그러나 이번에 나는 영광스럽게도 지부용도통판(知府龍圖通判)과 여러 관속들로부터 운개산 도량에 머물러 달라는 청을 받았다. 이는 모든 관료의 원(願)이 깊고 커서 나라에 충신이 되어 법의 깃발을 세워서 위로 황제의 복을 장엄했다 할 만하다. 그러므로 모든 관속들은 산같이 장수를 누리면서 훌륭한 임금을 길이 보좌하여 팔다리같은 신하가 되고 부처님의 시주가 되어, 모든 절의 큰스님과 법회에 모인 신도들과 함께 세세생생에 큰 불사 짓기를 기원한다. 오랫동안 서 있느라 수고하였다. 몸조심하여라." 

2.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 "봄비가 골고루 적셔 주는데 한 방울 한 방울이 딴 곳에 떨어지지 않는다" 

하더니 주장자를 들어서 한 번 치고는 말씀하셨다.
"알았느냐. 9년을 부질없이 면벽하니 늙어감에 더욱 마음만 고달프구나."

3.
설날 아침에 상당하시자 한 스님이 물었다.
"묵은 해는 이미 섣달을 따라가버렸습니다. 오늘 새 봄의 일은 어떻습니까?"
"발우 속이 가득하구나."
"그렇다면 윤달은 3년에 한 번씩 오고 9월이면 중양절(重陽節)이겠군요."
"들불이 타지 않아서 봄바람이 부니 다시 살아나는구나."
"제방(諸方)에 이 말씀을 꼭 전하겠습니다."
"이 운개의 말후구 한마디를 어떵게 말하려느냐?"
"칠구 육십삼입니다"
"말이나 외우는 놈아!"
이어서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봄바람은 칼같고 봄비는 기름[膏]과도 같아서 율령(律令)이 올바로 시행되니 만물의 정이 움직인다. 그대들은 실제의 경지를 밟는 한마디를 무어라고 말하겠느냐? 나와서 동쪽에서 솟고 서쪽에서 잠기는 자리에서 말해 보아라. 설사 말한다 해도 양산(梁山)의 노래이다."

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이른 아침 맑음은 예나 지금이나 모두들 보아 왔는데 다시 어떻냐고 묻는다면 역시 어리석은 사람이다."

5.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

"티끌 하나가 이니 온누리를 다 거둬들인다"하더니 주장자를 잡아 세우면서 "이제 일어나는구나" 하셨다.

선상을 한 번 치고 말씀하셨다.
"산하대지가 여러분의 눈동자를 막아버렸다. 남에게 속지 않을 사람이 있거든 나와서 말해 보아라."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옥피리를 비껴 부니 천지가 요동하는데 이제껏 알아줄 이[知音]를 만나지 못했구나. 참구하라."

6.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몸과 마음이 청정하면 모든 경계가 청정하고, 모든 경계가 청정하면 몸과 마음이 청정하다. 이 늙은이의 귀결점을 알겠느냐?"
그리고는 말씀하시기를

"강물에다 돈을 빠뜨리고 물 속을 휘젖는구나" 하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7.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나의 이 일은 밤송이나 부들[蒲]을 삼키듯 선(禪)을 설명하는 것과는 다르다. 여기서 알아낸다면 불법이 천지처럼 현격하게 다르리라."

8.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삼춘(三春)이 끝나려 하니 사해(四海)가 맑게 트이고, 바람이 잠잠해져 물결이 고요하구나. 이런 줄 아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 보라. 긴 것을 가지고 짧은 것에 보태는 한마디를 무어라 하겠느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 다.
"검은 바람은 큰 바다를 몇 번이나 뒤집었는가. 이제껏 고깃배 기우뚱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네. 참구하라."

9.
상당하여 주장자를 잡고 한 번 내려치더니 말씀하셨다.
"대중들이여, 달마에게 참다운 소식이 있다해도 그것은 여러분을 두 번째 기틀에 떨어뜨리는 것이다. 참구하라."

10.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날이 잠깐 개이니 물물이 화창하게 퍼진다. 발걸음을 드니 천신(千身)의 미륵이요, 움직이며 작용하니 곳곳마다 석가인데, 문수와 보현이 다 여기에 있다. 대중 가운데 남에게 속지 않을 사람이 있거든 말해 보아라. 나는 밀기울까지 국수로 판다. 그렇긴 하나 포대 속에 송곳을 가득 담았구나."

11.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말 있음과 말 없음은 등넝쿨이 나무를 의지함과 같으니 문수와 유마는 손을 놓고 되돌아 간다. 내가 이렇게 말한다 해도 금길[金路]에 땜질하는 것을 보는 것과 같다. 여기에 한마디가 더 있으니 잘못 꺼내지 말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2.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

"하하하, 이것이 무엇이냐? 큰방 안에서 차나 마시거라" 하더니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3.
상당하여 주장자를 던지고는 말씀하셨다.
"석가노인이 가부좌를 하고 내가 횡설수설하는 것을 몰래 비웃는다. 그렇긴 하나 세상은 공평하여 부지런함을 가지고 못난 것을 보완한다. 참구하라."

14.
관료들의 모임에 참석하고 절로 돌아와서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석가선인이 선봉이 되고 미륵보살이 뒤를 따른다. 대중 가운데 힘을 쓸 수 있는 자가 있느냐? 나와서 내게 그 힘을 보여다오. 없다면 내가 스스로 신통을 보이겠으니 사나흘 드나들면서 보아라.
수좌와 대중들이여, 말해 보라. 여기에도 막히고 걸릴 도리가 있는가? 그대들이 승당 안에서 발우를 펼 땐 그대들과 함께 펴고, 졸 땐 그대들과 함께 졸며, 서 있을 땐 그대들과 함께 서 있다. 키 큰 사람은 법신이 길고, 키 작은 사람은 법신이 짧다. 미륵의 운용과 가고 옴이 어느 곳인들 간격이 있으랴. 그렇기는 하나 말해 보라. 내가 뱃머리에 있느냐, 배 끝에 있느냐? 대중 가운데 간파해낸 영리한 납승이 있느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사람마다 평지에서는 험하다고 하나 누각에 오르고서야 먼 산이 푸름을 깨닫는다[人人盡道平地險 登樓方覺遠山靑]. 참구하라."

15.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눈이 와서 그 어디나 눈이 부시게 깨끗한데 황하수는 꽁꽁 얼어 실오라기만한 흐름도 끊겼다. 빛나는 햇빛 속에서 매서움[烈]을 쏟아내야만 하니, 매서움을 쏟아냄이여. 나타(那陀 : 비사문天)의 머리 위에서 가시덩쿨을 먹고 금강역사의 발 아래서 피를 흘려낸다. 참구하라."

16.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저울추를 밟으니 무쇠처럼 딱딱한데 벙어리는 꿈을 꾼들 누구에게 말하랴. 수미산 꼭대기에는 물결이 하늘까지 넘실대고 큰 바다 밑바닥에선 뜨거운 불을 만났다. 참구하라."

17.
상당하여 선상을 한 번 치고는 말씀하셨다.
"강호의 오뉴월 그리워하지 말고 낚싯줄 거두어 돌아가거라."


18.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나는 선이 무엇인지는 모르고 그저 먹고 자기를 조하할 뿐이다. 진동하는 하늘의 우뢰를 쳐서 움직인다 해도 그것은 반푼어치도 못된다."

19.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 

"한마디에 몸을 바꿀만한 옛사람의 한마디 공안을 들어 대중에게 보시하노라" 하더니,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입은 그저 밥 먹기 만을 좋아할 뿐이로구나" 하셨다.

20.
양기전(楊岐詮) 노스님이 찾아오자 스님이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꽃을 들어 부촉하니 당사자[當人]를 굴복시켰고, 면벽 9년에오랑캐가  중국말 하니 당사자들로서는 천지를 휘어잡았다. 말해보라. 무엇이 천지를 휘어잡는 한마디인가?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 없다면 내가 손해를 보았다."

21.
양전제형(楊提刑)이 산 아래를 지나가자 스님께서 나아가 맞이하였더니, 제형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누구의 법을 이었습니까?"
"자명(慈明)대사를 이었습니다."
"무슨 도리를 보았기에 그분의 법을 이었습니까?"
"같은 발우에 밥을 먹었습니다."
"그렇다면 보지 못했군요."
스님이 무릎을 누르면서 말하였다.
"어느 점이 보지 못했다는 것입니까?"
양전제형이 크게 웃자 스님이 말씀하시기를 "제형이라야 되겠소" 하였다.
다시 "절에 들어가 향을 사루시지요" 하니 양전제형은 "기다려 주십시오. 돌아가겠습니다" 하였다.
그리하여 스님께서 차와 글을 드리니 양전제형이 말하였다.
"이런건 되려 필요치 않습니다. 무슨 무미건조한 선[乾 底禪]이 있기에 약간만 보기도 힘드는지요?"
스님께서 차와 글을 가르키며 말씀하셨다.
"이것도 필요치 않다면서 더구나 무미건조한 선이겠습니까?"
양전제형이 머뭇거리자 스님께서 게송을 지으셨다.

왕신(王臣)으로 나타내보이니 불조가 어찌할 바를 모르네
미혹의 근원은 지적하려고 숱한 사람을 죽였다네.
示作王巨佛祖罔措 爲指迷源殺人無數

그러자 양전제형이 말하기를 

"스님은 무엇 때문에 자신을 겁탈하십니까?" 

하니 스님께서 

"원래 우리집 사람이었군" 하셨다. 

양전제형이 크게 웃자 스님께서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셨다.

22.
만수(萬壽)스님이 먼저 도착하고 이어서 편지가 이르자, 스님께서 물었다.
"만수봉(萬壽峰) 앞의 사자후를 이 사람〔當人〕이 되받아치느 일은 어떠한가?"
"펄쩍 뛰어 33천에 오릅니다."
"그렇다면 내게 당장 들킬 것이다."
"좀도둑이 크게 패했습니다."
"두번 간파하지는 않을 터이니 앉아서 차나 마시게."

23.
용흥(龍興)의 자(孜) 노스님이 돌아가시자 한 스님이 편지를 가지고 오니 스님께서 물었다.
"세존께서는 입멸하여 곽에 두 발을 보이셨는데, 스님께서는 돌아가시면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더냐?"
그 스님이 말이 없자 스님이 가슴을 치면서 "아이고! 아이고!" 하였다.

24.
자명스님이 돌아가시자 한 스님이 편지를 가지고 왔다. 스님께서는 대중을 모으고 초상화를 걸어놓고 장례를 거행하려 하셨다. 스님께서 초상화 앞에 이르시더니 좌복을 들고서 "대중들이여, 알겠는가?" 하시고는 이윽고 초상화를 가르키면서 말씀하셨다.
"내가 지난날 핼각할 때 이 노스님께서 120근이나 되는 짐을 내 몸 위에 놓아 두셨는데 지금은 천하태평을 얻었다."
대중을 돌아보시면서 "알겠느냐" 하였는데 대중이 말이 없자 스님께서는 가슴을 치면서 말씀하셨다.
"아아, 슬프다. 바라옵건대 맘껏 드시옵소서."

25.
자명스님의 제삿날에 재를 열어 대중이 모이자 스님께서는 초상화 앞으로 나아가셨다. 두 손으로 주먹을 모아 머리 위에 얹고,좌복으로 한 획을 긋더니 일원상(一圓相)을 그리셨다. 이어서 향을 사루고는 세 걸음을 물러나 큰절을 하시니 수좌가 말하였다.
"괴이한 짓을 날조하지 마십시오."
"그대는 어떻게 하겠는가?"
"스님께선 괴이한 짓을 날조하지 마십시오."
"토끼가 소젖을 먹는구나."
제2좌(第二座)가 앞으로 나가 일월상을 그리고 이어서 향을 사루고는 역시 세 걸음을 물러나 큰절을 하자, 스님께서는 그 앞으로 가서 듣는 시늉을 하셨다. 제 2좌가 무어라고 하려는데 스님께서 뺨을 한 대 치고는 "이 칠통이 횡설수설하는구나" 하셨다.

26.
무천(武泉)의 상(常) 노스님을 전송하러 문을 나왔다가 물으셨다.
"문을 나셨으니 고향에 돌아갈 생각이겠는데, 집에 도착하는 한마디를 무어라고 말하겠습니까?"
"스님께선 주지나 잘 하시오."
"이렇다면 몸이 쓸쓸한 그림자를 따라가며 발이 크니 짚신도 널찍하겠군요."
"스님께서 밭이나 잘 갈아두시오."
"토끼가 언제 굴을 떠난 적이 있었습니까?"

27.
하루는 신참승 셋이 찾아왔는데 스님께서 "세 사람이 같이 길을 가면 반드시 지혜로운 이가 있다…하였는데" 하고는 좌복을 들고 말씀하셨다.
"참두(參頭 : 수좌)는 이것을 무어라고 부르겠느냐?"
"좌구(坐具)입니다."
"참말이겠지."
"그렇습니다."
"이것을 무어라고 부르겠느냐?"
그 스님이 "좌구입니다" 하자 스님께서는 좌우를 돌아보더니
"참두가 되려 안목을 갖추었구나" 하고는 다시 제2좌에게 물으셨다.
"천리길을 가려면 한 걸음이 최초가 된다 하는데 무엇이 최초의 한 마디이더냐?"
스님께서 한 손으로 한 획을 긋자 그 스님은 "끝났습니다[了]"하였다. 스님께서 두 손을 펴자 그 스님이 무어라 하려는데 스님께서 "끝났다" 하셨다.

다시 제3좌에게 물으셨다.
"요즈음 어디서 떠나 왔느냐?"
"남원(南源)에서 왔습니다."
"내가 오늘 그대에게 간파당했구나. 우선 앉아서 차나 마시게."

28.
하루는 신참승 일곱 명이 찾아오자 스님께서 물으셨다.
"진이 완벽하게 쳐졌는데 솜씨좋은 장수는 무엇 때문에 진을 나와 겨뤄보지 않느냐."
한 스님이 좌구로 갑자기 후려치자 스님께서 "훌륭한 장수로군"하셨다. 그 스님이 다시 후려쳤더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한 좌구, 두 좌구 해서 어쩌자는 것이냐?"
스님들이 무어라 말하려는데 스님께서 등을 돌리고 섰다. 그가 다시 후려치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말해 보라. 내 말이 어디에 귀결되는가."
그 스님이 얼굴을 가르키면서 "여기 있습니다"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30년 뒤에 눈 밝은 사람을 만나거든 잘못 들먹이지나 말아라. 우선 앉아서 차나 마시거라."

29.
하루는 도오산의 공양주 스님이 편지를 가지고 오자 스님께서 물으셨다.
"봄비가 잠시도 쉬지 않고 내리는데 물흐름〔波瀾〕을 거슬리지 말고 한번 말해 보아라."
"편지를 조금전에 이미 전해드렸습니다."
"이것은 도오 것이고, 저것은 화주(化主) 것이로구나."
공양주가 가르키면서 "봄비가 계속 옵니다" 하자 스님께서는 손뼉을 치며 크게 웃더니 말씀하셨다.
"반푼어치도 안되는군."
공양주가 대뜸 악! 하고 고함을 치자 스님이 말씀하셨다.
"이 눈먼 놈아, 조금전에 반푼어치도 안된다고 했는데 그렇게 악을 써서 무얼 하려느냐."
공양주가 손뼉을 한 번 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우선 앉아서 차나 마시게."

30.
하루는 석상산의 공양주 스님이 오자 스님께서 물으셨다.
"정벌하러 가는 장수가 길을 빌려 지나가는구나. 방비가 이미 완벽한데 무엇 때문에 나와 한판 붙어보지 않느냐."
"지난날엔 도중에서 잘못 찾았더니 오늘은 노련한 선지식을 친견하는군요."
"내 우선 조금만 싸움을 걸겠다."
공양주가 별안간 악! 하고 고함을 치자 스님께서는 "그렇게 허둥지둥해서 무얼 하려느냐" 하셨다.
공양주가 좌구를 가지고 한 획을 긋자 스님께서 "재가 끝나고 종을 치는구나" 하셨다.
공양주가 "허(噓)!" 하자, "이것일 뿐 다시 더 있겠느냐" 하셨는데 공양주가 말이 없자 스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패전한 장수는 목을 베지 않는 법이다. 우선 앉아서 차나 마
셔라."

31.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양기산에 오는 길은 험한데 어떻게 귀한 걸음을 하셨습니까?"
"스님께선 다행히도 대인이십니다."
"에, 에〔 〕."
"스님께선 다행이도 대인의 스승이십니다."
"나는 요즈음 귀가 먹었다. 우선 앉아서 차나 마셔라."

32.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가을 빛이 완연한데 아침에 어디서 떠나 왔느냐?"
"지난 여름에는 상람사(上覽寺)에 있었습니다."
"앞길을 밟지 않는 한마디를 무어라고 말하겠느냐?"
"두겹의 공안이군요."
"그대의 대답이 고맙네."
그 스님이 별안간 악! 하고 고함을 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디서 이런 헛것을 배웠느냐?"
"눈 밝은 큰 스님은 속이기 어렵군요."
"그렇다면 내가 그대를 따라가리라."
그 스님이 무어라 하려는데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고향 사람인 것을 생각해서 30대만 때리겠다."

33.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구름은 깊고 길은 험한데 어떻게 귀한 걸음을 하셨습니까?"
"하늘은 사방에 벽이 없습니다."
" 짚신 꽤나 닳렸겠군."
그 스님이 별안간 악! 하고 고함을 치자 스님께서 "한번,두번, 할을 해서 어쩌자는 것인가?" 하셨다. 그 스님이 "그대는 이 노승을 보아라"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주장자도 없잖아! 우선 앉아서 차나 마시게."

34.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ㅆ은 낙엽더미가 구름처럼 쌓였는데 아침에 어디서 떠나 왔느냐?"
"관음사(觀音寺)에서 왔습니다."
"관음의 발밑을 한마디로 무어라고 말하겠느냐?"
"조금전에 이미 만나 보았습니다."
"만나 본 일은 어땠느냐?"
그 스님이 말이 없자 " 제2좌가 참두(參頭)수좌 대신 일러 보아라" 하셨는데 또 대답이 없자 "피차 서로를 바보로 만드는구나" 하셨다.

35.
하루는 신참승 여덟 명이 찾아오자 스님께서 물으셨다.
"일자진(一字陣)이 완벽하게 쳐졌는데 솜씨가 좋은 장수는 무엇 때문에 진을 나와서 나와 겨뤄보지 않느냐?"
한 스님이 말하였다.
"스님께서는 말을 돌이켜 보십시오."
"나는 오늘 말[馬]을 껴안고 깃대를 끌겠다."
"새로 계를 받은 이가 후퇴를 알리는 북을 칩니다."
"말해 보아라"
그 스님이 머뭇거리자 다시 "말해 보아라" 하셨는데 그 스님이 손뼉을 한번 치자 "그대의 대답에 감사하네" 하셨다.
그 스님이 대답이 없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장수가 용맹하지 못하면 화가 삼군(三軍)에 미친다. 우선 앉아서 차나 마시게."

양기 방회스님 어록에 제(題)한다.

양기산 방회 노스님
세 다리 나귀를 타고
물빛 암소떼 속에 들어가
고삐잡고 소를 끌었네
밭에다 씨앗 뿌려
밥을 먹고
옥피리 비껴 불며
밤과 포〔栗浦〕를 배불리 먹으니
사십 년 이래로
총림에서 대단하게 여겼네
듣지도 못했는가
3세 모든 부처님이 꿈을 말하였고
제방의 큰 스님도 꿈을 말했다 한 것을
이는 양기스님이 당일 하신 말씀이나
스님 자신은 꿈을 꾼 뒤에
다시 깨었는지는 모르겠네
맑은 가풍을 다시 진작하고
옛 법령을 거듭 시행하려는가
눈 밝은 사람이라면
이 어록을 한번 볼 일이다.

원우 3년(元祐 3 :1088) 입춘(立春)일
무위자 양걸(無爲者楊傑)이 망해루(望海樓)에서 쓰다.

 

양기방회 화상 후록
(楊岐方會和尙後錄)

1.
스님께서 처음 절에 들어가 개당하실 때 소(疏)를 선포하고 나서 말씀하셨다.
"대중들이여, 여러분이 해산해버린다 해도 벌써 두 번째 세 번째에 떨어질 것이며, 해산하지 않는다면 오늘 여러분에게 새빨간 거짓말을 하리라.

의양(宜陽)에 물이 수려하니 부평초가 초강(楚江)에 가득하다[宜陽秀水 萍實楚江]."

드디어 법좌에 올라 향을 들고 말씀하셨다.
"이 향이 하나로 우리 황제 천년토록 성수(聖壽)를 누리시고 불일(佛日)이 영원히 창성하기를 받드옵니다. 다음 향 하나로는 주현의 관료와 신심있는 신도들을 위해 바칩니다. 이 향의 귀착점을 여러분은 아느냐? 귀착점을 안다면 더 이상
두입술을 벌릴 것이 없겠지만, 모른다면 먼저는 남원(南源)에 머물렀고, 다음으로 석상(石霜)에 머물렀으며, 지금은 담주의 흥화선사(興化禪寺)에 머무는 분을 위한 것이다.여러분은 흥화선사를 아느냐? 모른다면 윗 조사에게 느끼침을 면치 못하리라."
그리고는 가좌부를 하고 앉았다.
유나(維那)가 백추(白槌)를 친 후에 말씀하셨다.
"벌써 제2의(第二義)에 떨어졌구나. 대중들이여 그냥 해산했다면 그래도 좋았으려만 이미 해산을 하지 않았으니 의심이
있거든 질문하라."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선 어느 집안의 곡조를 부르며 누구의 종풍을 이으셨는지요."
"강 건너서 북을 치니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흥화의 맏이며 임제의 자손이시군요."
"오늘은 재가 있으니 경찬(慶讚)을 베풀겠다."
스님께서 이어서 말씀하시기를 "다시 질문할 자가 있느냐?
그러므로 모든 공양 가운데 법공양이 가장 수승하다 하였다"
하시고는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백천의 부처님들과 천하의 노스님들이 세간에 출현하여 모든 사람의 마음을 곧장 지적하여 견성성불하게 하였다. 여기에서 알아낸다면 백천의 모든 부처님과 자리를 함께 하려니와[同參]여기에서 알아내지 못한다면 내가 구업 짓는 일을 면치 못하리라. 더구나 여러분은 영산회상에서 부처님의 부촉을 받은 사람이니 어찌 스스로 퇴굴하려 하는가. 그래도 기억하는 사람이 있으면 말해 보라. 영산의 마지막 한마디〔末後一句〕를 무어라고 해야겠느냐? 기억하지 못한다면 오늘은 낭패를 보았다. 나는 그저 '방회'로서 구름 깊은 곳에 못난 자신을 숨기고 대중을 따라 세월이나 보내고 싶었으나 군현의 관료들뿐만 아니라 신도들도 모두 3보(三寶)를 숭상하여 부처님의 수명을 잇고 법이 오래 머물도록 하기 위해 산승에게 이 절에 주지하게 하였으니 역시 작은 인연이 아니다. 터럭만큼의 착함을 다하여 위로는 황제의 만세를 축원하고 재상들의 천추를 빈다. 대중들이여 말해 보라. 오늘 일은 어떤가?"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내년에 새 가지가 돋아나 쉴새없이 봄바람에 흔들리리니 기다려 볼 일이다."

2.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머리는 이고 있으나 책은 짊어지지 않았다."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마음이 생기면 갖가지 법이 생기고 마음이 없어지면 갖가지 법이 없어진다 하였다" 하고는 주장자를 들어 한 번 치더니 말씀하셨다.
"대천세계에 산산이 부서졌다. 발우를 들고 향적세계(香積世界)에서 밥을 먹어라."

3.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움직이지 않는 분[不動尊]입니까?"
"대중들이여, 일제히 힘쓰도록 하여라."
"그렇다면 향과 등불이 끊이지 않겠군요."
"다행이 관계가 없다."
스님께서 다시 말을 이으셨다.
"모든 법이 다 불법이어서 법당은 절문[三門]을 마주하고, 승당은 부엌을 마주하고 있다. 이것을 알았다면 주장자와 발우
를 걸머지고 천하를 마음대로 다녀도 되겠지만 모른다면 다시 면벽(面壁)을 하도록 하라."

4.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스님께서는 "도둑질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하고는 다시 말씀하셨다.
"만법은 마음의 빛이며 모든 인연은 다만 본성의 밝음이라.
미혹한 이 깨달은 이가 본래 없음을 이 자리에서 알면 될 뿐이니, 산하대지에 무슨 허물이 있으랴. 산하대지와 눈앞에 있는 법 모두가 여러분의 발꿈치 아래 있으나 스스로가 믿지 않을 뿐이니, 가히 옛날의 석가가 이전 사람이 아니며 지금의 미륵이 뒷사람이 아니라 하겠다. 그러나 이런 나를 두고 모자를 사놓고 머리를 맞춰본다[買帽相頭]하리라."

5.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마음은 6근(六根)이며 법은 6진(六塵)이다. 이 두 가지는 마치 거울에 낀 때와 같아서 때가 다할 때 빛이 비로서 나타나
듯, 마음과 법을 둘 다 잊으니 성품 그대로가 진실이다."
그리고는 선상을 손으로 한 번 치고는 말씀하셨다.
"산하대지가 어디에 있느냐. 자, 남에게 속지 않을 한마디를 무어라고 하겠느냐? 말할 수 있다면 네거리에서 한마디 해 보아라. 없다면 내가 오늘 손해를 보았다."

6.
상당하여 "힌 티끌 일기만 하면 온누리를 다 거둬들인다" 하더니 주장자를 잡아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수미산 위에서 말을 달리고 큰 바다 속에서 깡충 뛰나 시끄러운 시장 가운데 홀연히 이것에 부딪치고서야 사람들은 그것이 있음을 안다. 말해 보라. 깜깜한 속에서 바늘을 뚫는 한 구절을 무어라고 하겠는가?"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평소에 입을 자주 열려 하지 않음은 온몸에 누더기를 입었기 때문이다."

7.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마음은 만가지 경계를 따라 바뀌는데, 바뀌는 그곳은 실로 오묘하고 흐름 따라 본성을 알아내니 기쁨도 근심도 없다."
다시 말씀을 이으셨다.
"천당 지옥이 그대들 머리를 덮었고, 석가노인이 그대들 발꿈치 아래 있다.
밝음을 마주하고 어둠을 대하고서야 사람들은 그것이 있는 줄 아니 시끄러운 시장 안에서 콧구멍을 붙들어 오너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내 앞에 나와서 한번 기상을 뿜어 보라. 없다면 내가 오늘 손해를 보았다."

8.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조사가 면벽했던 뜻이 무엇이니까?"
"인도 사람은 당나라 말을 모른다."
"어제는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하늘이 개었구나 하는 정도는 사람들도 말할 수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격식을 벗어난 한마디를 해 주십시오."
스님께서 두 손으로 무릎을 누르며 앉자 그 스님이 말하였다.
"힘을 다해서 말했으나 반쯤 밖에 안되는군요."
"몸을 두 곳에 나누고 보라."
그 스님이 시자를 가르키면서 말하였다.
"스님께서는 무엇 때문에 신을 신지 않으셨습니까?"
스님께서 "이 칠통아!" 하자, 그 스님은 절을 하고 대중에게로 돌아갔다. 이어서 스님께서 들려주셨다.
"외도가 부처님께 물었다. '말이 있음도 묻지 않고 말이 없음도 묻지 않겠습니다' 하니 세존께서 한참 말없이 계시자 외
도가 찬탄하였다. '세존께서는 대자대비하시어 저의 미혹의 구름을 열어주셔서 저를 깨닫아 들게 하셨습니다.'
외도가 떠난 뒤에 아난이 세존께 묻기를 '외도는 무엇을 보았기에 자기를 깨달아 들게 하였다고 하였습니까?' 하니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세간에서 훌륭한 말은 채찍 그림자만 보고도 간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도오사형(道吾師兄)은 말하기를 '세존의 한 눈은 3세에 통하고, 외도의 두 눈동자는 다섯 하늘을 뚫었다' 하였는데, 도
오사형이 훌륭하긴 훌륭하다만 어떻게 옛 사람과 함께 기상을 토해내겠는가. 나는 말하건대 금과 놋쇠를 가려내지 못하고, 옥인지 돌인지를 분간하지 못했다고 하리라.
대중들이여, 알고자 하는가. 세존께서는 자기를 돌보지 아니하고 남을 위했으며, 외도는 재를 차려놓은 김에 축사를 한마
디 하였다."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고 악! 하고 할을 한 번 하였다.

9.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묘하고 담담한 법문[總持]이신 부동존(不動尊), 세간에 희유하신 수능엄왕(首楞嚴王)이시여. 억겹토록 쌍아온 저의 뒤바뀐 생각을 녹이시어 아승지겁을 거치지 않고 법신를 얻게 하여지이다."
그리고는 주장자를 들고 말씀을 이으셨다.
"주장자가 어찌 법신이 아니랴. 그대들은 알겠는가. 내가 오늘 진창에서 자빠지고 구르고 하는 것은 그대들의 머리통을 밀가루 푸대 속에 처넣기 위해서이다. 30년 뒤에 눈 밝은 이 앞에서 이 이야기를 잘못 들먹이지 말아라."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고 악! 하고 할을 한 번 하였다.

10.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 "모든 것을 아는 지혜[一切智]는 통하여 막힘이 없다" 하고는 주장자를 잡아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주장자가 여러분의 면전에서 굉장한 신통을 드러내는구나."
이어서 주장자를 던지면서 말씀하셨다.
"곧장 천지가 진동하며 찢어지고 대지가 여섯 번 요동하였다. 듣지도 못하였느냐. 모든 것을 아는 지혜는 청정하다 함을."
다시 선상을 손으로 한 번 치더니 말씀하셨다.
"30년 뒤에 눈 밝은 사람 앞에서 내가 용두사미(龍頭蛇尾)였다고 말하지 말라."

11.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 "비오고 천둥 칠 기세에 만물이 일어나는구나"허더니 주장자를 잡아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대중들이여 말해 보라. 이것이 무엇이냐?"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늙은 어부는 하루종일 부질없이 낚시 드리웠다가 낚시줄을 거두어 되돌아가네" 하고는 주장자로 선상을 한 번 치고 "참구하라" 하셨다.

12.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 보좌(寶座)에 오르시니 사부대중이 법회에 임하였습니다. 서쪽에서 오신 뜻을 분명하고도 정확히 스님께서는 드러내[擧唱] 주십시오."
"구름이 걷히니 산악이 수려하고 물이 흘러드니 사해가 드넓다."
"이 한마디는 오늘 스님의 가르침을 받아 이제껏 듣지 못했던 것을 들었습니다."
"발꿈치 아래의 한마디는 무어라고 말하겠느냐?"
"3배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우리에게 스님의 기봉을 드러내겠습니까?"
"다시 무슨 일이 있느냐?"
그 스님이 절을 하자 스님께서는 "이 스님의 말을 기억하라" 하셨다.
또 물었다.
"옛 성인에게는 팔만사천의 법문(法門)이 있어 문마다 진리를 본다 하였는데, 학인은 무엇 때문에 부딪치는 곳마다 막힙니까?"
"왜 스스로 퇴굴하느냐."
"긴요한 점을 스님께서 드러내 주십시오."
"노주(露柱)가 깡충 뛰어 33천에 오른다."
"법당을 잡고 앞산으로 가버리면 발꿈치 아래서 서천까지는 거리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나는 그대의 질문에 나가떨어졌다."
"솜씨 좋다[無鼻孔 : 흔적을 남기지 않음] 하였더니…."
"30년 뒤에 스스로 얼굴이 붉어지리라."
스님께서 말을 이으셨다.
"'바람은 나뭇가지를 울리지 않고 비는 흙덩이를 때리지 않는구나' 하였는데, 이는 속인의 경계[時節]이다. 어떤 것이 경계에 상응하는 구절이냐?"
그리고는 선상을 한 번 내려치고는 "그저 미륵이 하생할때까지 기다려라" 하셨다.

13.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호부(虎符 : 구리로 호랑이 모습을 만든 거으로 군사를 징발하는데 쓰는 도장)와 금인(金印 : 장군이 쓰는 금으로 만든 도장)을 스님께서 몸소 쥐셨으니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일은 어떠한지요?"
"장군이 명령을 거행하지 않는다."
"장막 안에서 계획을 세우는 일은 스님이 아니면 누가 하겠습니까?"
"금주(金州)의 객(客)이 하지."
"다행히도 인간, 천상을 마주하였으니 굉장한 일을 구경하고 싶습니다."
"내 콧구멍이 그대 손아귀에 있구나."
"제 목숨도 스님 손에 있습니다."
"너는 괜히 깡충거려 무엇 하려느냐?"
"언덕을 내려오면서 달리지 않으면 빠른 속도를 얻기 어렵습니다."
그리고는 손뼉을 한 번 치고 절을 올리니 스님께서는 "이 한 사람의 장근을 보아라" 하셨다.
그리고는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람과 서리는 대지를 긁어대고 차가운 낙엽은 허공에 나부끼는데 봄날 인연에 끄달리지 말고 본래면목을 가져 오너라."
그리고는 선상을 손으로 한 번 치더니 말씀하셨다.
"내년에 다시 새가지가 돋아나 봄바람에 쉴새없이 흔들리리니 기다려 볼 일이다."

1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내게 비결이 하나 있어 범부와 성인의 길이 끊겼으니 유마거사는 까닭없이 많은 말을 하였구나."

15.
상당하자 공양주 스님이 물었다.
"눈길이 아득한데 어떻게 인도해야 합니까?"
"안개가 수려한 천 산을 둘러쌌으니 구불구불 길 가는 사람에게 물어서 간다."
"홀연히 스님의 뜻을 묻는 사람이 있으면 무어라고 말해 주어야 합니까?"
"큰 들판엔 봄빛이 분명하나 바위 앞은 꽁꽁 얼어 녹지 않았다."
그 스님이 일월상을 긋고는 "홀열히 이런 사람을 만나면 또 어떻게 하시렵니까?" 하니 스님께서 얼굴을 비틀었다.
그 스님이 무어라 하려는데 스님께서 악! 하고 할을 한 번 하고는 말씀하셨다.
"어디로 가려느냐?"
그 스님이 큰 절을 하자, 스님께서는 "돌아오면 너에게 30대를 때려야겠구나" 하셨다.
스님께서 계속하여 "내가 명령하는 것은 이미 말 이전에 있다. 어떤 것이 올바른 법령이더냐?" 하더니 악! 하고 할을 한 번 하고는 바로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6.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물수리[ ]를 떨어뜨리는 화살과 교룡을 베는 칼에 주전장수는 스스로 패하여 말을 껴안고 깃대를 끈다. 집안이 편안하고 나라가 선 곳에서 한마디 할 사람이 있느냐?"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태평은 본래 장군이 이룩하는 것이나 장군에게는 태평성대 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시고는 악! 하고 할을 한 번 내질렀다.

17.
상당하자 세속의 선비가 물었다.
"사람의 왕과 법이 왕이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나누겠습니까?"
"낚시배 위의 사씨네 셋째 아들[謝三郞]이다."
"이 일은 이제 스님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만 운개 가풍의 일은 어떻습니까?"
"머리에 두른 삼베모자를 벗어 술 값을 치른다."
"홀연히 손님이 찾아오면 어떻게 대접해야 합니까?"
"두잔, 석잔, 한가한 일이니 취한 뒤에는 주인이 남을 웃길 것이다."
스님께서 이어서 말씀하시기를 "모든 법이 다 불법이다" 하고는 선상을 손으로 한 번 내려치며 말씀하셨다.
"하늘을 한 바퀴 도는 매[ ]는 무엇과 같이 생겼는가. 만리에 구름 한 점만이 떠 있구나."

18.
상당하여 손으로 선상을 치고는 말씀하셨다.
"대중들이여, 낚시대가 다 쪼개져 대나무를 다시 재배하려는데 일하는 것을 계산하지 않아야 바로 쉴 수 있다."

19.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가이없는 국토에 나와 남이 털끝만큼도 떨어져 있지 않고, 십세고금의 처음과 끝이 지금 당장의 생각을 여의지 않았다."
선상을 손으로 한 번 치고는 말씀하셨다.
"석가노인은 나이가 몇이나 되었는지 아느냐? 알았다면 인간천상에 자유롭게 출입하겠지만, 모른다면 내가 말해 주겠다. 여래는 2천년."

20.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하늘 땅 붙잡기를 몇 만번이었던가. 문수 보현이 어찌 볼 수 있으랴. 오늘은 그대들을 위해 거듭 설명해 주노니 남산에서는 자라고 독사를 잘 살필 일이다."
주장자로 한 번 내려쳤다.

21.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 "하나가 일체[一卽一切]요, 일체가 하나[一切卽一]이다" 하고는 주장자를 잡아 세우더니 말씀하셨다.
"산하대지를 삼켜버렸으니 과거 미래의 모든 부처님과 천하의 노스님이 모조리 이 주장자 끝에 있다."
주장자로 한 획을 긋고는 "할(喝) 한 번도 필요치 않다" 하셨다.

22.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내가 화살을 전하여 명령을 내리니 석가노인이 선봉을 서고, 보리달마가 보리가 되어 진(陣)의 형세가 이미 완벽하니 천하가 태평하구나. 말해 보라. 걸음을 떼지 않는 한마디를 어떻게 말하겠느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한 가지 일을 겪지 않으면 한 가지 지혜가 자라나지 않는다. 참구하라."

23.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하늘은 하나[一]를 얻어 맑고, 땅은 하나를 얻어 편안하며, 군왕은 하나를 얻어 천하를 다스린다. 납승은 하나를 얻어 무얼 하겠느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발우 입이 하늘을 향하였다.

2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마음이 만가지 경계를 따라 변하는데 변하는 곳은 실로 깊고 묘하다."
선상을 한 번 치고는 말하였다.
"석가노인이 초명( 螟)벌레에게 잡혀 먹혔다. 기쁘다!천하가 태평해졌구나."
그리고는 악!하고 할을 한 번 내질렀다.


25.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때맞은 비가 주룩주룩 내려 농사꾼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물물마다 찬란하니 금을 금과 바꿀 필요가 없다. 참구하라."

26.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이 법이 법의 자리에 머물러 세간의 모습이 항상하다.석가노인의 콧구멍은 하늘을 돌고, 누지여래(樓至如來)의 두 다리는 땅을 밟았다. 말해 보라. 이 두사람에게 허물이 있느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개는 문득 짖고 소는 쟁기를 끈다. 납승이 그래가지고는 껍데기도 못 더듬어 본 것이다."

27.
상당하여 대중을 돌아보며 악!하고 할을 하고는 주장자를 세워 한 번 치더니 말씀하셨다.
"맑고 평화로운 세계에서는시장에서 마음대로 빼앗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28.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석가노인이 처음 탄생했을 때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면서 눈으로 사방을 돌아보고는 한 손으로 하늘을 가르키고 한 손으로 땅을 가르켰다.
요즈음 납자들은 이것을 본떠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하니 나도 목숨을 아끼지 않고 여러분을 위해 본보기를 지어주겠다."
한참 잠자코 있더니 "양(陽)의 기운이 움틀 때는 굳은 땅이 없다" 하셨다.

29.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미륵, 참 미륵이여. 몸을 천백억으로 나누어서 당시 사람들에게 때때로 보이나 당시 사람들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구나."
스님께서는 주장자를 던지고는 바로 방장실로 돌아가셨다.

30.
상당하여 "향상일로(向上一路)는 모든 성인도 전하지 못한다"하신 반산(盤山)스님의 말씀을 들려주더니 "입에서 집착을 냈구나" 하셨다.
또 "학인이 육신만 수고롭게 하는 것과 같구나" 하신 말씀에 대해서는 "반산스님의 이러한 말씀도 자기 때문에 남을 방해한 것이다" 하셨다.

31.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미륵, 참 미륵이여. 천백억으로 몸을 나투어서 때때로 당시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으나 당시 사람들은 아무도 몰랐다."
스님께서는 주장자를 잡아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주장자가 어찌 미륵이 아니랴. 여러분은 보았느냐. 주장자가 눕는 것은 미륵이 빛을 놓아 대지가 진동함이며, 주장자가 서는 것은 미륵이 빛을 놓아 33천을 비춤이다. 주장자가 눕지도 서지도 않음은 미륵이 여러분의 발꿈치 아래서 여러분을 도와 반야를 설명함이다. 알았다면 콧구멍을 잡고 발우 속에서 한마디 해 보아라. 아는 이가 없다면 내가 손해를 보았다."

32.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나의 한마디 말에는 범부와 성인이 함께 들어 있다. 낚시를 파하고 낚시줄을 거두어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33.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오늘이 3월 2일이구나. 구담(瞿曇)이 깨어나지도 않고 꽃가지를 들고 여러 이야기를 하니 가섭은 취(醉)한 채로 다시 끝말〔末後語〕을 하였다. 이 이야기를 잘못 들먹여서는 안된다."

3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아침에는 개었다가 저녁에는 비가 오니 백성들이 임금의 다스림을 기뻐한다. 구담노인은 아직 뒷말을 하지 않았으니 내가 오늘 대중을 위해 말해 주리라.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태평은 본래 장군이 이룩하는 것이나 장군에게는 태평을 보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감변(勘辯)

1.
하루는 연삼생(璉三生)이 찾아오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차가운 바람 매섭고 붉은 낙엽 허공에 나부끼는데 조실(祖室)의 고상한 무리여, 아침에 어디를 떠나왔느냐?"
"공양을 하고서 남원(南源)을 떠나왔습니다."
"발 밑의 한마디를 무어라고 말하겠느냐?"
연삼생이 좌구를 한 번 집어던지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것뿐이냐, 다른 것이 더 있느냐?"
연삼생이 몸을 빼는 시늉을 하자 "우선 앉아서 차나 마시게" 하셨다.

2.
신참승 두 사람이 찾아오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봄비가 잠깐 그쳤으나 흙탕물은 마르질 않았다. 행각하는 고상한 사람이여, 무슨 말을 하려느냐?"
한 스님이 말하였다.
"지난날 옛 사찰을 떠났다가 오늘에야 스님의 얼굴을 뵈옵니다."
"어디서 이런 첫마디를 외워왔느냐?"
"스님께선 다행히도 대인이십니다."
"발 밑의 한마디를 무어라고 하겠느냐?"
그 스님이 좌구를 한 번 내려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내가 향을 사르며 공양해야겠구나."
"눈 밝은 사람은 속이기 어렵군요."
스님께서 좌구를 들고 말씀하셨다.
"두번째 행각승이여, 이것을 무어라고 부르겠느냐?"
"총림에 들어온 지 얼마 안되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진실한 사람은 만나기 어렵지. 우선 앉아서 차나 마시게."

3.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낙엽은 바람에 떨어지는데 아침에 어디를 떠나 왔느냐?"
"공양을 하고 남원을 떠나 왔습니다."
"발 밑의 한마디를 무어라고 하겠느냐?"
"근심있는 사람은 근심있는 사람에게 말하지 않습니다."
"나는 오르지 제방을 위해서 드러낼[擧楊]뿐이다."
"이 무슨 마음이십니까?"
"내 찬탄은 듣지 못한다."
그 스님이 무어라 하려는데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우선 앉아서 차나 마시게."

4.
하루는 신참승 몇 사람이 찾아와 만난 자리에서 말씀하셨다.
"이미 완벽하게 진을 쳐놓았는데 솜씨좋은 장수는 어째 나와서 나와 붙어보지 않느냐."
한 스님이 좌구 하나를 던지자 스님께서 "솜씨좋은 장수로구나" 하셨다.
그 스님이 다시 좌구 하나를 던지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한 좌구, 두 좌구, 구래서 어쩌겠다는거냐?"
그 스님이 무어라 하려는데 스님께서 등지고 돌아섰다. 그 스님이 또 좌구 하나를 던지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말해 보라. 내 말이 어디에 있느냐?"
"여기에 있습니다."
"30년 뒤에 스스로 깨닫을 것이다. 나는 그대 손아귀에 있으니 우선 앉아서 차나 마시게."
스님께서 다시 물으셨다.
"여름에는 어디에 있었느냐?"
"신정(神鼎)에 있었습니다."
"그대가 신정에서 왔다는 것은 벌써 알고 있었네만 다시는 감히 묻지 않겠네."
스님께서 다음날 법을 묻는 자리[參]에서 말씀하셨다.
"어제는 신참 몇이서 찾아와 내게 좌구를 세 번이나 던졌는데 깨달은 곳은 있는 듯도 하였다."
그리고는 앞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낭패를 본 곳은 여러분이 다 알겠지만 신참이 이긴 곳을 여러분은 아느냐? 알았다면 나와서 내게 기상을 토해 볼 일이요, 모른다면 눈 밝은 사람 앞에서 잘못 들먹이지 말라."

5.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 "만법은 본래 한가하지만 사람 스스로가 시끄러울 뿐이다" 하고는 주장자를 세워 한 번 치더니 말씀하셨다.
"대중들이여, 촛불을 잘 보아라. 눈 밝은 사람 앞에서 이 이야기를 잘못 들먹이지 말아라."

6.
스님께서 손비부(孫比部)를 방문하였을 때, 그는 마침 공사(公事)를 판결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손비부가 말하였다.
"변변찮은 관리가 나라의 일에 끄달려 벗어날 길이 없습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는 비부의 원력이 크고 깊어서 많은 중생을 이익으로 구제하심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재상의 몸으로 응하여 나타나시니
자비와 원력 크고도 깊어라.
사람을 위해 거듭 지적한 곳
방망이 끝에서 피가 뚝뚝 떨어진다.
應現宰官身 廣弘悲願深
爲人重指處 棒下血霖霖

비부는 게송을 듣고 느낀 바가 있었다. 그리하여 작은 청사로 돌아가 앉아서 되물었다.
"변변찮은 관리는 매일 재계하고 채소만 먹습니다만 그렇게 하면 성인들에게 부합합니까?"
스님께서는 게송을 지어 주었다.

손비부, 손비부여
술과 고기로 장과 밥통을 더럽히지 않았네
시중드는 종이며 처자를 모두 돌아보지 않으니
석가노인은 누가 만들었나
손비부, 손비부여
孫比部孫比部 不將酒肉汚腸
侍僕妻兒渾不顧 釋迦老子是蘭誰做
孫比部孫比部


초상화에 찬을 스스로 쓰다.[自術眞讚]

입은 빌어먹는 아이의 부대자루 같고
코는 채소밭의 똥바가지 같구나
그대의 귀신같은 필치를 수고롭게 하여 그려 놓았으니
세상 사람들이여, 멋대로 헤아리게나.
口似乞兒席袋 鼻似園頭屎杓
勞君神筆寫成 一任天下卜度

나귀와 흡사한데 나귀가 아니고
말과 비슷한데 말도 아니어라
쯧쯧, 양기여
쟁기끌고 고무래 끄는구나.
似驪非驪 似馬非馬
哉楊岐 牽犁?杷

나귀라 하려니 꼬리가 없고
소라 부르려니 뿔이 없구나
앞으로 나감에 걸음을 옮기지 않는데
뒤로 물러남엔들 어찌 다리를 거두랴.
指驪又無尾 喚牛又無角
進前不移步 退後豈收脚
말이 없으나 부처와 같진 않고
말이 있는들 뉘라서 짐작하랴
잘난 데 못난 데가 눈 앞에 항상 드러나니
그대를 수고롭게 하여 내 모습을 그려두었네.
無言不同佛 有語誰 酌
巧拙常現前 勞君安寫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