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론섬 2022. 1. 14. 22:47

운문록 해제
해제(解題)

운문종(雲門宗)의 종조인 운문 문언(雲門文偃:865~949)스님은 소주(蘇州) 가흥(嘉興)에서 태어나 17세에 공왕사(空王寺) 지징율사(志澄律師)에게 출가 하였고, 비릉계단에서 구족계를 받았다. 그리고는 목주 도종(睦州道宗_스님을 참례하고 다시 설봉 의존(雪峰義存)스님을 찾아가서 수년간 정진하여 마침내 인가받았다.

그 뒤 제방을 다니며 법을 묻다가 소주 영수원(靈樹院) 지성(知聖)스님 회하에서 수좌(首座)가 되었으며, 지성스님이 입적하신 뒤(920) 당시의 황인 광주 유씨(廣州劉氏)의 청으로 그 법회를 이었다.  

몇 년 뒤 운문산으로 처소를 옮기고(925년) 폐허된 절을 수리하여 광태선원(光泰禪院)이라 이름하고 제방의 납자들을 지도하였는데 후당(後唐) 장흥(長興) 원년(930년)이후 그의 법이 널리 퍼지면서 백운 자상(白雲子祥), 덕산 연밀(德山緣密), 향림 징원(香林澄遠) 등 법제자 20여명이 독립된 종파를 이루고 스님이 계시던 산 이름을 따서 운문종(雲門宗)이라 하였다. 설봉 의존 스님의 법을 이은 종파로는 운문종 외에 법안 문익(法眼文益)스님이 세운 법안종(法眼宗)도 있어 당시에 함께 융성하였다.  

스님은 건화(乾和) 7년(949년)에 입적하셨다. 그 후 송(宋) 태조(太祖) 건덕(乾德)년간(966년경)에 선원 이름이 대각선사(大覺禪寺)로 바뀌었는데 그때의 상황은 행록(行錄)에 자세히 실려 있다.

운문스님이 학인을 지도하는 독특한 법문으로는 고(顧)와 감(鑑)이 있고, 또 일자관(一字關)이 특이하다. 즉 학인의 질문에 간결한 한마디(예;重, 千, 要)로 번거로운 설명을 끊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문답이 운문록에는 20여개 보이며, 또 운문3구와 파릉3구는 운문종의 종지를 잘 나타낸다. 그 외 운문 호떡, 운문일곡(一曲), 운문 간시궐(幹屎厥)등은 훗날 자주 거량되는 화두가 되었다.  

운문스님의 어록인 운문록은 운문광록(雲門廣錄) 또는 운문광진선사광록(雲門匡眞禪師廣錄)이라고도 하는데, 3권으로 되어있다. 운문종의 문인 수견(守堅)이 편집하고 종연(宗演)이 교감(校勘)하여 송(宋) 희령(熙寧) 9년(1076년) 소해(蘇邂)의 서(序)를 붙여 간행하였다.  

상권(上卷)에는 대기(對機) 320칙(則), 12시가(十二時歌), 게송(偈頌) 등이 실려 있다. 대기란 학인의 근기에 따라 상량문답(商量問答) 한 것이다.
중권(中卷)에는 실중어요(室中語要) 185칙, 수시대어(垂示代語) 293칙이 실려 있다. 실중어요란 큰방에서 대중에게 설한 법문이고, 수시대어란 옛 큰스님들의 수시 및 법문을 거론하여 상대방 학인에게 의견을 묻고 그 학인의 입장에서 운문스님 자신이 대신 대답하는 형식으로 법문한 것이다.
하권(下卷)에는 감변(勘辨) 161칙, 유방유록(遊方遺錄) 30칙, 유표(遺表), 유계(遺誡), 행장(行狀), 청서(請梳) 등이 실려 있다(그러나 선학대계 등에서는 어요의 숫자에 차이가 있다. 즉 수시대어 293칙, 감변 165칙, 유방유록 31칙으로 되어있다.)  

유방유록은 목주 도종과 설봉 의존을 비롯하여 제방의 스님들을 참례한 여요(語要)를 모은 것이고, 유표는 시적(示寂에 앞서 임금의 은혜에 감사하여 지은 글이고, 유계는 임종시에 후학에게 훈계한 것이다. 권말(卷末)에는 문인 연밀(緣密)이 지은 운문3구(雲門三句) 등의 송(頌) 8수가 실려 있다.

한편 가장 오래된 선종 사서(史書)인 조당집(祖堂集 952년 간행) 속의 운문스님에 대한 기록에서는 스님의 약전(略傳)과 어요를 수록하고 있는데 상당어(上堂魚) 1, 문답상량(問答商量) 8, 십이시게(十二時偈), 종맥론(宗脈論) 1을 기술하고 있어 운문광록과는 그 분량이나 순서, 내용에 차이가 많다.
또 958변에 집현전 학사 뇌악(集賢殿學士 雷岳)에 의해 이루어진 운문산광태선원고광진대사실성비(雲門山光泰禪院故匡眞大師實性碑)에 의하면 '別有言句 綠行於世'라 한 것에서 이때 이미 독립된 어록이 성립되었다고 볼수 있다.

한편 운문광록이 발행된 얼마 후(1108년)에 간행된 조정사원(祖庭事苑)에도 운문스님의 어록에 대한 주석(註釋)이 있는데 순서가 운문광록과는 차이가 있다. 이런 점 등으로 볼 때 앞에서 말한 종연스님의 편집 이전에도 이본(異本)이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운문록--운문광진선사광록서(雲門匡眞禪師廣錄序)
운문광진선사광록서(雲門匡眞禪師廣錄序)

조사의 법등(法燈)이 이어져 내려온 지 수 백년, 그 중에서 누구보다도 뛰어나 고금을 초원하고 오묘신통을 지극히 터득하여 세상에 道를 널리 폈던 분은 몇 사람뿐이다. 그 중에서도 운문대종사는 가장 뛰어나, 잡았다 놨다 폈다 말아 들였다 하는 방편이 종횡무진이었다.
물을 터놓으면 물고기와 용이 헤엄칠 길을 얻고, 천지를 잡아끊으면 귀신도 도망갈 곳이 없어 초목도 머리를 숙이고 흙과 돌이 빛을 내뿜었다.

법문 중에 대기(對機), 실록(室錄), 수대(垂代), 감변(勘辨), 행록(行錄)이 전해내려 왔는데, 세월이 오래되어 이따금 잘못된 데가 있으므로 이제 자세히 살펴 바로잡고 새로 판을 찍어서 길이길이 전하려 한다. 나아가 본분겸추(本分鉗鎚: 스승이 납자를 지도하는 도구)는 금성옥진(金聲玉振: 시작부터 끝까지 완전함)케 하고 시끌벅적한 세상은 허물어버리려 하니 기어코 편을 가른다면 꼼짝없이 잘못에 잘못을 더하는 격이 된다.
공로를 따지고 덕을 기리면 벌써 훌륭한 예분을 매몰하는 것이며, 본을 떠주고 모범을 제시하면 후학을 호도하기에 알맞다. 이마에 눈 있는 자라면 운문스님을 어디서 만나 보겠느냐.

문인수견(門人 守堅: 明識大師라는 호와 함께 賜辭함)이 편집하다.
희령(熙寧) 병진(丙辰:1076) 5월 25일, 양절전운부사공사(兩浙轉運副使公事) 임시직 소해(蘇解)는 서(序)하다.

 
운문록 … 상당 대기(上堂 對機) - 1
상당 대기(上堂 對機)

1.
스님이 상당(上堂)하여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남의 말이나 읊어대는 근기는 확실히 알기가 정말로 어렵다. 한마디 말끝에 깨닫는다 해도 그것은 여러 갈래 길인데 하물며 구구한 말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그런데 교학에서는 몇 가지로 분야를 나눈다. 즉, 율(律)은 계학(戒學)이고, 경(經)은 정학(定學)이며, 논(論)은 혜학(慧學)으로서 3장 5승(三藏五乘)과 5시 8교(五時八敎)가 저마다 주장하는 내용이 있다. 여기에서 일승원돈교(一乘圓頓敎)는 알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알았다 해도 납승과는 천지차이이다.
납승 문하에서라면 말 속에서 마음을 드러낸다 해도 부질없이 알음알이를 내는 것이며, 문을 두드리는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앞으로 나아가려고 머뭇거린다면 남의 혀끝으로 풀어낸 말이나 찾으려는 허물에 빠지게 된다.
옛 부터 있어왔던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여기에서 원(圓), 돈(頓)을 말할 수 있겠느냐, 이쪽이다 저쪽 이다.를 말할 수 있겠느냐. 잘못 알아듣지 말아야 하리라.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다시 원, 돈이 아닌 다른 곳에서 헤아리지도 말아야 하리니, 여기에서는 그런 사람이라야만 하리라. 스승에게서 들은 말이나 그럴싸한 말, 또는 알음알이로 헤아린 말을 가지고 가는 곳마다 속을 드러내 자기 견해라고 해서는 안 되니,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자, 이제 무슨 일이 있느냐? 대중 앞에서 결택해 보라."
그때 주주(州主) 하공(何公)이라는 사람이 절을 올리고 청하기를, "제게 더 자상한 법문을 베풀어 주십시오" 하니 스님께서는 "이 자리엔 쓸 만 한 인물 하나 없군." 하셨다.

한 관리가 물었다.
"불법(佛法)은 물속에 어린 달과 같다 하던데 정말 그렇습니까?"
"맑은 물결은 뚫고 들어갈 길이 없다."
"스님께서는 어디서 그것을 깨치셨습니까?"
"어디에서 왔는가를 다시 물어라."
"바로 이럴 경우는 어떻습니까?"
"관산(關山)이 첩첩 산길이로군."

한 관리가 물었다.
"천명의 자식이 빙 둘러 있는데 이 중에 누가 적자입니까?"
"당신 관하에 있는 주지가 이미 와서 질문하였소."

누군가가 물었다.*
(*이하 '누군가가 물었다'는 편집상 생략하고, 한행을 띄웠다.)
"오늘 이렇게 법회를 여셨으니 무엇을 가르쳐 주시렵니까?"
"예로부터 내려온 종풍을 잘 간파해 보아라."
"아마도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틀렸다."

"옛날 큰스님들은 마음으로 마음에 전하였습니다. 오늘 스님께 청하오니 무엇을 가지고 가르침을 베푸시렵니까?"
"물으면 대답하겠다."
"그렇다면 허튼 말씀은 아니겠습니다."
"묻지 않으면 대답도 안한다."

"말을 했다 하면 영판 어긋나니, 어떻게 해야 어긋나지 않겠습니까?"
"도풍(道風)에 맞는 한마디는 어디서 일어나느냐?"
"아마도 이것이 바로 그것이 아니겠습니까?"
"착각하지 말라."

"무엇이 줄탁(스승과 제자의 기연이 딱 맞는 일)의 기연입니까?"
"메아리 같은 것이다."
"그러면 감응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렇게 서둘지 말게나."

"무엇이 學人의 분명한 일입니까?"
"질문 한번 뼈아프게 하는구나."

"무엇이 한마디 교외별전(敎外別傳)입니까?"
"대중에게 직접 물어보아라. 그리고 오늘 여러분을 속였다고 말하지 말아야 하리라. 부득이 여러분 앞에서 한바탕 부산을 떨었으나 홀연히 눈 밝은 사람이 본다면 실컷 웃음거리나 될 것을 이제는 피하지 못하리라.
이제 여러분에게 묻겠다. 원래 어떠한 일이 있었기에 거기서 무엇이 빠지고 부족하냐? 아무 일 없다고 말해준다 해도 벌써 서로를 매몰시키는 짓이다. 반드시 이 경지에 도달해야지 말을 쫓아 어지럽게 질문해서는 안 된다.
자기 마음속이 새까만 경계라면 다음날 아침에 큰일 날 거리가 있으리라. 그대들이 6근(六根)으로 생각하고 따지며 살펴본다면, 옛사람이 세운 교화 방편에서 이쪽저쪽을 엿보면서 이 무슨 도리인가? 할 것이다.
알고 싶으냐. 모두 한량없는 겁 토록 그대 스스로 익혀온 두터운 망상 때문에 한번 남의 말을 들으면 바로 의심을 내게 된다. 그리하여 부처와 법, 향상(向上)과 향하(向下)를 물으며 이해하려고 찾아 헤매나 더더욱 멀어질 뿐이다. 마음을 냈다 하면 어긋나는데, 더구나 마음을 내지 않음이 옳지 않은가 하는 말을 하겠는가. 더 할 말이 있겠느냐. 몸조심 하라."

"무엇이 운문의 한 곡조입니까?"
"섣달 스무닷새(마지막에 가까운 날, 임종)로다."
"그 곡조를 부르는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그렇게 서둘지 말게나."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밝은 대낮에 산을 본다."

"스님의 가풍은 어떻습니까?"
"오랜 비에 날이 개지 않는구나."
"오랜 비에 날이 개지 않는다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햇빛이 쨍하구나."

"무엇이 조짐을 보이지 않는 것입니까?"
"천태스님은 운력을 하고 남악스님은 산을 유람하지."

"향상일로(向上一路: 본분 소식)란 무엇입니까?"
"구구 팔십일이다."

"무엇이 학인의 본모습입니까?"
"산에 놀러 다니며 물 구경하는 것이지."
"그러면 스님의 본모습은요?"
"다행히도 마침 유나(維那)가 없기 망정이구나."

"어떤 사람이 교주(敎主: 부처님)입니까?"
"꽤나 무례한 사람일세."

"일대시교(一代時敎)란 무엇입니까?"
"무엇에 대하여 하신 한 말씀이다."

"무엇이 법을 보는 바른 안목입니까?"
"넓다."

"어떤 것이 단정히 앉아서 실다운 모습을 생각하는 것입니까?"
"강물에 돈을 놓쳤다가 강물에서 건지는 것이지."

"사문이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합니까?"
"모르겠네."
"왜 모른다 하십니까?"
"모른다고만 하면 될 뿐이라네."

"무엇이 일상의 작용입니까?"
"그 속에서 마냥 뒤엉켜 한 덩어리가 되고 있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뜻이 무엇입니까?"
"그대는 무슨 경전을 보았는가?"
<반야경>을 보았습니다."
"모든 것을 아는 청정한 지혜를 꿈에서라도 보았느냐?
"청정한 일체지지는 우선 그만두고 무엇이 부처님이 말씀하신 뜻입니까?"
"속으로 사람을 저버리지 않으니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다. 그대에게 곤장 30대를 치리라."

"어떻게 해야 4은(四恩: 부처, 중생, 국왕, 부모의 은혜)과 3계 중생에게 보답할 수 있겠습니까?"
"머리를 감싸 쥐고 아이고! 아이고! 통곡을 해라."

"무엇이 법을 보는 바른 안목입니까?"
"죽 먹고 밥 먹어서 나는 기운이지."

"무엇이 삼매(三昧)입니까?"
"노승에게 가서 한마디 묻고, 내게도 한마디 돌려다오."

"모든 부처님의 해탈 처는 어디입니까?"
"동산(東山)이 물 위로 간다."

"스님께선 들어갈 길을 가리켜 주십시오."
"죽 먹고 밥 먹는 것이라네.“

운문록 … 상권. 2. 상당 대기 - 2
상권. 2. 상당 대기 - 2

2.
스님께서 대중에게 법을 보이셨다.
"나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여러분에게 말하노니, 당장에 아무 일 없어진다 해도 벌써 서로를 매몰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말을 쫓아 이해하려 하며 천차만별로 질문과 논란을 던지려 한다면 한바탕 말재주만을 늘릴 뿐, 道에서는 더더욱 멀어지리니 어느 때나 쉴 날이 있으랴.
이 일이 말에 달렸다면 3승 12분교(三乘十二分敎)를 설해놓고도 어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하였겠으며, 무엇 때문에 교외별전을 말하였겠는가.
배워서 이해하는 지혜로 치자면 비나 구름같이 자재하게 설법하는 10지(十地) 보살도 견성(見性)에 있어서는 비단으로 한 겹 가리고 보는 격이라고 꾸지람을 들었다. 그러므로 어쨌든 마음에 무엇이라도 있으면 모두가 천지처럼 벌어진다는 것을 알겠다.
그렇긴 하나 체득한 사람이라면 불을 말해도 입을 태우지 못하듯, 종일토록 무엇을 말해도 입을 뗀 일이나 한 글자도 말한 적이 없으며, 종일 옷 입고 밥 먹어도 쌀 한 톨 씹거나 한 오라기 실도 걸친 적이 없다. 그렇다 해도 이것은 아직 가깝다 할 정도의 얘기니, 반드시 실지로 체득해야만 하리라.
납승 문하로 치자면 말 속에서 기미를 챈다 해도 부질없이 알음알이를 내는 것이며, 설사 한마디 말끝에 바로 알아차린다 해도 까맣게 잠들어 있는 놈이다."

그때 어떤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그 한마디입니까?"
"들어 보이는 것이다."
"말하면서 침묵하는 것이란 무엇입니까?"
"맑은 기가 손바닥을 스친다."
"무엇이 침묵하면서 말하는 것입니까?"
"어험, 어험."
"그렇다면 침묵하지도 않고 말하지도 않을 땐 어떠합니까?"
스님은 방망이로 그 스님을 쫓아버렸다.

"무엇이 운문의 칼입니까?"
"조사(祖師)다."

"무엇이 모든 부처님의 해탈 처입니까?"
"다른 질문 하나 해 보아라."

"무엇이 큰 길가의 흰 소*입니까?"
(큰 길가의 흰 소:<법화경>비유품에 나오는 말로서 2승과 보살을 사슴수레 양 수레에 비유하는데 비하여 큰 길가의 흰 소는 일승(一乘)을 비유한다.)
"근기를 살펴보니 고칠 길이 없다."
"어디에다가 놓아줍니까?"
"두 번을 얘기를 주어도 티끌만큼도 넘어서지 못하는구나."

"티끌마다 삼매란 무엇입니까?"
"물통에는 물, 발우에는 밥이다."

"무엇이 한결같고 현묘한 자체입니까?"
"그대의 한마디 질문으로는 부족하다."

"무엇이 현묘한 가운데 분명한 것입니까?"
"안이다."
"어떻게 해야 옳겠습니까?"
"빨리 나가거라. 빨리 나가. 남 질문하는 데 방해될라."

"어떤 경계가 사량하지 않는 경계입니까?"
"알음알이로는 헤아리기 어렵지."

"벽을 뚫고 빛을 훔쳐보는 경우라면 어떻습니까?"
"좋다."

"한마디 말을 다 했을 땐 어떻습니까?"
"조각조각 찢어버린다."
"그렇다면 스님께선 어떻게 손을 써서 수습하시렵니까?"
"쓰레받기와 비를 가져 오너라."

"어떻게 설명해 이끌어주면 찾아오는 근기를 저버리지 않겠습니까?"
"무슨 말이냐?"
"그래도 온 마음은 알아주시려는지요?"
"우선 서둘지 말게."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3승 12분교에서는 여러 가지로 설명하였고, 세상의 모든 큰스님들도 이리저리 자재하게 말해 주셨으니, 그 설명한 도리를 바늘만큼이라도 끄집어내어 내게 가져와 보라. 내가 이렇게 말한다 해도 죽은 말이나 붙들고 고치는 쓸데없는 짓이다.
그렇긴 하나 이 경계에 도달한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그대들에게 말 속에 메아리가 있고 말마디 속에 칼끝을 감추는 근기가 되기는 감히 바랄수도 없는 일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그저 바람 잠잠하니 물결이 고요하구나. 귀신들아, 마음껏 먹어라(제가 끝에 붙이는 축원)."

"무엇이 법신을 꿰뚫는 한마디입니까?"
"북두 속에 몸을 숨긴다."
(북두장신: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로 일상을 뛰어넘은 도의 경지를 표현한 말이다.)

"무엇이 근본 뜻입니까?"
"묻지 않으니 답하지 않는다."

"3界는 오직 마음이며 萬法은 다 識이다. 하였는데 그 뜻이 무엇입니까?"
"오늘은 대답하지 않겠다."
"어째서 대답하지 않으십니까?"
"어느 세월에 알겠느냐?"

"무엇이 취모검(吹毛劍: 머리카락을 놓고 훅 불면 베어진다는 날카로운 칼)입니까?"
스님께서는 "깡마른 뼈다귀다" 하더니 다시 "썩은 살이다" 하셨다.

"어떤 것이 안팎으로 비추는 빛입니까?"
"누구에게 묻는 말이냐?"
"어떻게 해야 분명히 알 수 있을까요?"
"홀연히 어떤 사람이 그대에게 묻는다면 무어라고 말하겠느냐?"
"분명하게 안 뒤엔 어떻습니까?"
"분명한 것은 우선 그만두고 나에게 안다는 것부터 가져와 봐라."

"무엇이 급하고 간절한 한마디입니까?"
"에, 에(말 더듬는 소리)"

"무엇이 본래 마음입니까?"
"드렁 보이니 분명하다."

"무엇이 납승의 면목입니까?"
"한 번은 놓아준다."
"스님께서는 말씀해 주십시오."
"소 앞에서 비파를 타는 격이다."

"무엇이 大乘의 修行입니까?"
"손에 물통 하나를 들었다."

"무엇을 '모든 것을 아는 淸淨한 智慧'라 합니까?"
"승당(대중이 기거하는 집)에서 법당으로 들어간다."

"무엇이 입을 떼지 않고 하는 한마디입니까?"
"개 아가리 닥치는 게 좋겠다."

"무엇이 해인삼매(海印三昧)입니까?"
"그대는 절만 하다가 내가 오락가락하면 그때 가서 묻거라."

"어떻게 해야 움찔했다 해도 차별에 떨어지지 않습니까?"
"남두성*은 일곱, 북두성(北斗星)*은 여덟이다."
(남두성: 남쪽에 있는 별자리, 국자모양으로 6개로 되어있다. 북두성: 북쪽에 있는 별자리, 국자모양으로 7개로 되어있다.)

운문록 — 상당대기 - 3
상권. 2. 상당 대기 - 3

3.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여러 형제들이여, 그대들은 모두가 제방에서 선지식을 참례하여 生死를 결택하였을 텐데, 간 곳마다 어찌 큰스님이 베푸신 방편의 말씀이 없었으랴. 거기서 꿰뚫지 못한 말이 있느냐? 나와서 꺼내놓고 이 늙은이가 그대들과 함께 평하기를 기대해 보아라. 있느냐? 있어?"

그때 어떤 스님이 나와서 질문을 하려는 차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가거라. 가. 서천(西天) 길은 아득히 십만 여리나 된다."
그리고는 法座에서 내려와 버렸다.

"지금 하시는 法門이 무엇입니까?"
"말하긴 어렵지 않다만 무슨 수로 살펴보겠느냐?"

"잠들지 않는 눈은 어떤 눈입니까?"
"모르겠다."

"무엇이 범해서는 안 되는 법령입니까?"
"저 스님이 보이느냐?"

"대인(大人)의 모습은 어떻게 생겼습니까?"
그러자 스님은 주먹을 높이 들었다.

"제가 매우 간절하게 생각해야 할 점이 무엇입니까?"
"내가 모를까 봐서 그러느냐?"

"불법의 요점이 무엇입니까?"
"부처님 한 분에 두 보살이다."

"눈 쌓인 산 고개에서 진흙소가 포효한다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산도 달리고 물도 달린다."
"그러면 운문의 목마(木馬)는 어떻게 웁니까?"
"天地가 온통 暗黑이다."

"무엇이 사형, 사제들이 10자(十字: 차별, 분별사량)를 보태는 것입니까?"
"내가 그대와 구구한 말을 나누는구나."

"스님께서 납자를 지도하는 한마디는 무엇입니까?"
"속으로 남을 저버리지 않으니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다. 빨리 3배(三排) 하라."

"무엇이 자연스러운 일입니까?"
"앞으로 내디뎌 무엇 하려느냐?"

"무엇이 부처님이 가르쳐 주신 뜻입니까?"
"혀끝에서 더듬거리는구나. 질문 하나를 다시 던져 보아라."

"무엇이 自由自在 함입니까?"
"그대를 한 번 놓아준다."

운문록 — 상당대기 - 4
상권 2. 상당 대기 - 4

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법어(法語) 한 칙(則)을 꺼내어 그 자리에서 알아차리게 한다 해도 그것은 벌써 그대의 머리 위에 똥을 퍼붓는 격이며, 설사 털끝 하나를 들어 온 누리를 한 번에 밝힌다 해도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격이다.
그렇긴 하나 정말로 이러한 경지에 도달해야만 하리라.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아직은 허공을 날치기하는 솜씨를 갖지 못한 것이니 그때는 몇 걸음 물러나 자기가 선 자리에서 이 무슨 도리인가하고 찾아보도록 하라. 실로 실낱만큼도 알음알이나 의혹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니 하물며 그대들 각자가 가진 한 가지 일에 있어 서랴. 위대한 작용이 앞에 나타나면 다시는 털끝만한 힘도 쓰지 않고 바로 불조와 차별이 없게 되리라.
그대들은 신근(信根)이 약하고 악업이 두터워 불쑥불쑥 허다한 일을 일으킨다. 발우와 바랑을 걸머지고 모든 고을 만 리길은 다니면서 굴욕을 받아무엇하랴. 그리고 그대들에게 무슨 부족한 점이 있느냐. 대장부라면 뉘라서 분수가 없으랴. 제 스스로 알아차린다 해도 맞지 않을 터인데 남에게 속고 다른 사람의 처분이나 보아서는 안 된다. 노스님이 입을 여는 것을 보는 순간 커다란 돌을 집어 들고 그 입을 막아야 한다. 그래도 그것은 바로 똥에 모여든 파리처럼 싸우고 빨며 서넛이 머리를 맞대고 헤아리면서 도반들을 괴롭히는 일이다.
옛사람이 그대를 한번 지도해 준다면 아무도 그대를 어찌하지 못하리니 그러므로 한두 마디로 그대들이 들어갈 길을 틔워 주었다. 이러한 사정을 알고 한 쪽을 들어주며 약간의 뼈와 살을 붙였으니, 어찌 조금이나마 친해질 여지를 허락함이 아니랴. 이렇게 통쾌할 수가 없구나.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으며, 내쉬는 숨은 들이쉴 숨을 보장하지 못한다. 더 이상 어찌 몸과 마음을 한가하게 다른 곳에 쓰랴. 꼭 마음에 새기도록 하고 몸조심하라."
 
운문록 … 상당대기 - 5
상권 2.상당 대기 - 5

5.
상당하여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눈에 부딪치는 곳마다 道를 모르는데 발을 뗀들 어찌 길을 알겠느냐?"
어떤 스님이 물었다.
"눈에 부딪치는 곳마다 보리라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나에게 법당 한 채를 꺼내다오."

"무엇이 최초의 한마디입니까?"
"구구 팔십일이다."
"그 스님이 절을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리 가까이 오너라."
그 스님이 가까이 가자 대뜸 후려쳤다.

"무엇이 실답게 배우는 일입니까?"
"매우 좋은 소식(消息)이도다."
"결국 어느 집의 자식입니까?"
"섣달 스무닷새이다."

"교(敎)에서 모든 것을 아는 淸淨한 智慧를 說하는 것을 들었는데, 그것이 무엇입니까?"
스님이 그에게 갑자기 침을 뱉자 이어서 물었다.
"그러면 옛사람은 어떻게 방편을 세웠습니까?"
"이리 오너라. 이리와. 네 놈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너를 가루로 만들어버리겠다. 발우 속에서 숟가락을 꺼내서 콧구멍을 집어내 오너라."
그 스님이 이어서 묻기를, "그곳에 이렇게 많은 것이 있습니까?"하자 스님은 "이 사기꾼아!" 하면서 후려쳤다.

"무엇이 參禪입니까?"
"옳구나<是>"
"그러면 무엇이 道입니까?"
"되었구나<得>."

"一切 法 모두가 佛法이라 하니, 무슨 뜻입니까?"
"조그마한 촌마을 한 길가에 노파가 득실거린다.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그대만 모를 뿐 아니라,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학인이 빽빽하게 모였는데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대중들을 한참 세워 두었구나."

운문록 … 상당대기 - 6
상권 2.상당 대기 - 6

6.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온 누리를 한 번에 가져와 그대의 속눈썹 위에 놓는다는 말을 들어보았느냐? 그대들이 성급하게 나와서 노승을 붙들고 한 대 후려치기를 감히 기대하진 않겠다. 우선 찬찬히 자세히 살펴보라. 있느냐 없느냐. 이 무슨 도리냐?
설사 여러분이 여기에서 알아냈다 해도 납승의 문하를 만난다면 다리가 분질러져야 좋을 법하다. 영리한 사람이라면 세상 어디에 큰스님이 나오셨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내 얼굴에 침을 탁 뱉어 주어야 좋으리라.
그대에게 이러한 솜씨가 없다면 남이 거량하는 것을 듣자마자 알아차린다 해도 벌써 두 번째 근기에 떨어진다. 보지도 못했느냐. 저 덕산(德山)스님은 문에 들어오는 납자를 보기만 하면 주장자를 집어 들고 와서 당장 쫓아냈으며, 목주(睦州)스님은 문에 들어오는 납자를 보기만 하면 바로 있는 그대로가 공안이니, 그대에게 몽둥이 30대를 쳐야 겠구나 했다.
이 나머지 무리들은 어떻겠느냐? 가령 어떤 부류의 사기꾼이라면 남의 고름이나 침을 받아먹고 한 무더기, 한 짐 잡다한 부스러기를 기억하여 걸머지고는 가는 곳마다 어리석은 입을 나불거리며 '나는 선문답을 아홉 가지 열 가지로 이해하였다' 하면서 과시할 것이다. 설사 아침부터 저녁까지 묻고 답하며, 겁(劫)으로 따질 만큼 긴 시간을 대답할 수 있다 치자. 그렇다 해도 꿈에선들 보았겠느냐. 어느 곳이 남에게 힘을 써주는 곳이겠느냐. 이러한 사람은 굴욕스럽게 납승의 밥상에서 공양한다 해도 함께 무슨 말할 거리가 있으랴. 뒷날 염라대왕 앞에서는 입으로 말할 줄 안다는 것은 아무 소용없으리라.
여러 잡자들이여, 체득한 사람이라면 大衆을 위하여 나날을 보내겠지만, 체득하지 못했다면 절대로 사기 치지 말라. 쉽게 세월을 보내지 말아야 하니, 매우 세심해야만 한다.
옛사람에겐 언어문자로 납자들을 도와 준 경우가 꽤 있었다. 예컨대 설봉(雪峯)스님은 '어디에서나 노승을 찾아보고 시끄러운 시장 속에서 천자를 알아내 보라' 하였으며, 낙포(洛浦)스님은 '티끌 하나가 일어나면 그 속에 대지가 온통 다 들어있고, 터럭 하나가 사자 한 마리다.'고 하였다. 그대들은 이 모두를 곰곰이 생각하고 따져보라. 오래되면 자연히 짚히는 곳이 있으리라. 이 일은 그대를 대신 해 줄 것이 없으며 반드시 당사자 각자의 몫이다.
큰스님이 세상에 출현하는 이유는 그대를 인가해 주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그대에게 짚히는 곳이 있어 조금이라도 꼬투리를 허락한다면 그대를 어둡게 하지 못하리라. 만일 실제로 얻질 못했는데 방편으로 그대를 깨우치려 해서는 안 된다. 이런 납자들이라면 떨어진 짚신을 신고 행각하는 무리이다.
스승과 부모를 버렸다면 정신을 좀 차려야 하리라.
짚히는 곳을 찾지 못한 처지에서 돼지를 물어뜯는 개와 같은 솜씨 좋은 본색종장을 만났다면 목숨을 아끼지 말고 진흙탕 속에 뛰어들어 맛볼 만한 것이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눈을 부릅뜨고 발우와 바랑을 높이 걸어놓고 10년 20년씩 철두철미하게 결판을 내라. 그리고 결판내지 못할까 근심하지 말라. 금생에 깨닫지 못한다 해도 내생에 사람 몸을 잃지는 않으리라.
이 문중에서는 무어라 해도 힘을 덜어야지 평생을 헛되게 포기하지 말 것이며, 시주, 스승, 부모도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이 일만을 염두에 두고 부질없이 시간을 보내지 말라. 이 고을 저 고을 유람하면서 주장자를 걸머지고 천리 2천리를 다니며 이쪽에서 겨울을 나고 저쪽에서 여름을 보내면서 산수를 즐기는구나.
성품 깨닫는 일을 해내야 할 처지에 많은 재(齋)와 공양을 받고 가사와발우를 쉽게 전수받으니, 씁쓸하고 굴욕스럽도다.
남의 쌀 한 말을 얻고자 하면 반년의 양식을 잃는 법이니, 이처럼 행각하면 무슨 이익이 있으랴. 신심 있는 신도들이 바치는 한 움큼 채소와 쌀 한 톨을 어떻게 받아쓰랴. 다만 스스로 살펴야지 대신해 줄 사람이 없다.
시절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으니 하루아침에 죽는 날이 닥치면 그 앞에서 무엇을 가지고 어찌해 보겠느냐? 끓는 물에 떨어진 조개나 게처럼 허우적대봤자 소용없다. 허공을 날치기하는 그대의 사기술로는 더 이상 큰소리칠 수가 없으리라. 어정거리며 시간을 부질없이 보내지 말라.
한 번 사람의 몸을 잃으면 만겁에도 회복하지 못하리라. 이는 작은 일이 아니니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믿지는 말라. 속인도 오히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하였는데 더구나 우리 사문은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옳겠느냐. 열심히 노력하고 몸조심하거라."

"어디가 모든 부처님의 해탈 처입니까?"
"부처님 앞에서는 향을 사르고, 부처님 뒤에서는 합장을 한다."

"하루 종일 어떻게 해야 모든 경계에 현혹당하지 않습니까?"
"3문(三門)앞에서 합장하라."

"사면에 숲이 우거졌는데 무엇이 신령한 나무<靈樹>*입니까?"
*신령한 나무<靈樹>: 운문스님이 살았던 곳이 영수선원(靈樹禪院)이다.
"바람이 부니 비가 그쳤다."
"그렇다면 무엇이 신령한 나무의 가지입니까?"
"풀잎 끝에 햇빛이 비친다."

"무엇이 눈에 부딪치는 대로 보리(菩提)라는 것입니까?"
"법당 앞 돌기둥을 끄집어내라."
"그 기둥이 그 일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어느 세월에나 알겠느냐?"

"가장 맛좋은 제호(醍蝴)가 무엇 때문에 독약이 될까요?"
"축!"

"무엇이 살리는 경계입니까?"
"속으로 사람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죽이는 경계입니까?"
"3일 뒤엔 창의(唱衣)*하지 못한다."
*창의(唱衣): 고창(枯唱)이라고도 한다. 스님이 죽으면 쓰던 물건을 분류하여 값나가는 물건, 즉 토지나 금, 은 등은 상주물로 돌리고 옷가지 등 자잘한 물건은 대중에게 나누어 주는데, 이때 공평하게 나누어지지 않았을 경우 경매에 붙이는 일을 말한다.
"죽이지도 않고 살리지도 않을 경우라면 어떻습니까?"
스님은 주장자로 쫓아내버렸다.

"학인이 이렇게 찾아왔으니 스님께서는 진실을 말씀해 주십시오."
"알았다<知>."

"금강역사는 무엇 때문에 땅에 거꾸러졌을까요?"
"힘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모를 죽인 죄는 부처님 앞에서 참회하면 되지만, 부처님과 조사를 죽이면 어디다가 참회해야 합니까?"
"드러내라."

"한 생각도 일으키지 않아도 허물이 됩니까?"
"허물이 수미산 만큼이다."

"무엇이 스님의 가풍입니까?"
"와서 알려줄 학자<讀書人>가 하나 있다."

"제게 의심이 있습니다. 스님께선 나무라지 마십시오. 이제껏 내려온 종승(宗乘)의 일이란 무엇입니까?"
"3배는 괜히 하느냐."

"생사가 닥쳐오면 어떻게 물리칩니까?"
"어디에 있느냐?"

"如來께선 한 말씀만 하셨을 뿐, 두 말씀이 없으셨다 하니 무엇이 如來의 말씀입니까?"
"저 스님<師僧>은 무엇 때문에 묻질 않느냐?"

"어둠 속에서는 어떻게 주인을 가려냅니까?"
"무원(務原)*엔 누가 앉아 있느냐?"
*무원(務原): <조정사원(祖庭事苑)>에는 옹원(翁源)이어야 맞다 고 되어 있다. 소주(韶州)에 있는 마을인데, 그곳에 있는 영산(靈山)꼭대기에는 마시면 장수를 누리는 샘물이 흐른다고 한다.

"학인은 실답게 묻사오니 스님께서도 실답게 대답해 주십시오."
"그대는 무엇을 알고 싶은가?"
"바로 이러할 땐 어떻습니까?"
"딱 맞혔다<的>."

"옛 큰스님들은 무엇으로 표준<的>을 삼았습니까?"
"혀끝을 살펴보라."

운문록 … 상당대기 - 7
상권 2. 상당 대기 - 7

7.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여러 스님들이여, 망상 부리지 말라. 하늘은 하늘 땅은 땅이며, 산은 산 물은 물이며, 중은 중 속인은 속인이다."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앞산을 가져 와서 나에게 보여 달라."
그러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제가 산을 보면 산, 물을 보면 물일 땐 어떻습니까?"
"3문(三門)이 어째서 이리로 지나가느냐?"
"그렇다면 망상을 피우지 않는 것입니까?"
"내 말<話頭>을 돌려다오."

운문록 … 상당대기 - 8
상권 2. 상당 대기 - 8

8.
상당하여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말할 사람이 있느냐? 할 말 있으면 나오너라."
大衆이 대꾸가 없자 스님께서 주장자를 잡고 말씀하시기를, "조금 전까지는 여기가 작은 똥구덩이더니 지금은 큰 똥구덩이구나" 하고는 法座에서 내려왔다.

"萬法이 하나로 돌아간다 하였습니다. 하나는 묻지 않겠습니다만 무엇이 萬法인지요?
"네가 여기에 와서 어지러운 말로 나를 속이는구나."

"성승(聖僧)*이 무엇 때문에 호랑이에게 물렸을까요?"
*성승(聖僧): 대부분 큰방과 부엌 사이에 모시는 문수 상 혹은 큰방에 모시는 교 진여의 성상.
"세상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하루 종일 어떻게 마음을 써야만 佛祖를 저버리지 않겠습니까?"
"힘을 덜라."
"힘을 던다는 것은 어떤 일입니까?"
"앞의 말을 살펴서 알도록 하라."

"아무런 기미도 나타나지 않는 곳에서는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다 이해할 수 있느냐?
"일상적인 일은 어떻습니까?"
"화살은 新羅로 날아가 버렸는데 中國에선 분분한 이야기를 지껄이고 있구나."

"제가 질문을 하나 하려는데 허락하시렵니까?"
"부처는 衆生의 所願을 저버리지 않는다."

"어떻게 擧論하고 說明해야 찾아오는 사람들을 저버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질문 한마디 뼈아프게 하는구나."

"모든 聖人이 이루었던 공부가 다 되어 妙한 境地에 이르렀을 땐 어떻게 다듬어야 합니까?"
"말 속에서 사람을 알아본다."

"3界에서 부처를 능가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대에게 한마디 질문을 틔워 주노라."

"잎을 따고 가지를 찾는 일은 묻지 않겠습니다만 무엇이 根源을 딱 끊어버리는 것입니까?"
"얼른 3拜하라."

"자기 일도 밝히지 못했는데 어떻게 남을 지도합니까?"
"찾아오는 사람들을 피하지 않음이 옳지 않겠느냐?"

"자기 힘을 다해 찾아오면 스님께선 맞아주시겠습니까?"
"한마디 질문쯤이야 그리 나쁠 것 없지."
"한마디 질문은 우선 그만두고 스님께선 맞이해 주시겠습니까?"
"앞서 했던 말을 자세히 살펴보라."

"법신향상구(法身向上句)는 묻지 않겠습니다만 스님께서는 허공을 조금만 잡아 두십시오."
"목구멍을 움켜쥔다면 어떻게 말하겠느냐?"

"무엇이 學人 자신입니까?"
"작살 하나로 한 번 찌른다."
"바로 이것이 아닐는지요?"
"소로 소로."

운문록 … 상당 대기 - 10
상권 2. 상당 대기 - 10

10.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말 한마디를 꺼내자마자 모든 差別이 平等해지며, 미진(微塵)을 다 포함한다 해도 그것은 교화방편으로 하는 말이다. 납승의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佛祖의 뜻에 대해 헤아리면 조계(曹溪)의 한 가닥 길이 물속에 잠기리니, 여기서 말할 사람이 있느냐? 말할 수 있으면 나오너라."

그때 어떤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佛祖를 뛰어넘는 道理입니까?"
"호떡이다."
"그것이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분명하다. 무슨 관계가 있는가?"

스님께서는 이어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알았다고 하지 말라. 다른 사람이 祖師의 뜻을 말하면 그것을 듣고는 문득 佛祖를 뛰어넘는 道理를 물을 것이다. 우선 무엇을 부처라 하며 무엇을 祖師라고 하기 에 나아가서 佛祖를 뛰어넘는 道理를 말하는가?"
또한 3界를 벗어나는 일을 묻는데, 3界를 자져와 보라. 무슨 견문각지(見聞覺知)가 그대를 가로막으며, 무슨 성색(聲色)이 그대에게 分別할 말한 것을 주어 어떤 물건인지를 알아내게 하는가? 그런 것으로 差別된 見解를 삼는구나.
저 옛 聖人도 어찌해 보질 못하여 몸소 나서서 衆生을 위해 말씀하시기를, '全體 그대로가 眞實이며 事物마다 自體를 본다 해도 옳지 않다'고 하셨다. 그러니 내가 그대에게 말해주어 당장에 아무 일 없어진다 해도 벌써 서로를 매몰시키는 격이다.
그대가 실로 들어갈 곳을 아직 찾지 못했다면 우선 그런 가운데에서 홀로 참구하고 자세히 살펴라. 옷 입고 밥 먹고 오줌, 똥 싸는 것 외에 더 무슨 일이 있겠는가? 까닭 없이 허다한 망상을 일으켜 무엇 하려는가?
또 어떤 사람들은 부질없이 머리를 맞대고 옛사람의 말을 끄집어내 알음알이로 기억하고 망상으로 헤아리며 '나는 佛法을 깨달았노라'고들 한다. 이들은 오로지 어지러운 말만 하며 제멋대로 시간을 보내고, 또한 자기 뜻에 맞지 않으면 의심을 하며, 모든 고을 만 리길을 다니면서 부모, 스승, 제자를 버리고 이런 식으로 처신한다. 썩은 나무 등걸이나 치는 이런 놈에게 무슨 죽도록 급한 행각이 있으랴."
그리고는 주장자로 갑자기 쫓아내버렸다.

"부모가 허락하지 않아서 출가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어떻게 출가해야 합니까?"
"얕구나."
"잘 모르겠습니다."
"깊구나."

"옛 부터 내려온 종문의 일에 대해 스님께서 요점을 제시해 주십시오."
"아침엔 동남쪽을 보고 저녁엔 서북쪽을 보라."
"그렇게 이해했을 땐 어떻습니까?"
"동쪽 집에선 불을 켰는데 서쪽 집에선 어둠 속에 앉아 있구나."

"지금 이 자리의 한마디를 말씀해 주십시오."
"너에게 한 가닥 길을 틔워 주리니 나에게 한마디를 되돌려다오."

"자잘한 것을 들추지 말고 말씀해 주십시오."
"하나는 그대가 묻지 않을까 걱정이고, 둘은 그대가 듣지 않을까 걱정이다. 셋은 노승이 기뻐 날뛰게 되며, 넷은 그대가 뒤로 물러나게 되는 것이다. 빨리 말해라, 빨리 말해."
그 스님이 절을 하자 스님은 대뜸 후려쳤다.

"모든 起緣이 다 없어졌을 경우라면 어떻습니까?"
"나에게 법당을 가져오면 그대에게 가르쳐 주겠다."
"그 일과 무슨 상관입니까?"
스님은 혀를 차면서 말씀하셨다.
"이런 사기꾼아."

"눈앞이 깨끗해져서 아무 것도 없을 경우는 어떻습니까?"
"열이 나는구나. 어쩌면 좋겠느냐?"
그 스님이 절하고 물러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리 오너라."
그 스님이 가까이 다가서자 스님은 갑자기 몽둥이로 치면서말씀하셨다.
"이 사기꾼 같은 놈이 나를 속이는구나."

"무엇이 법왕의 주인입니까?"
"차수(叉手)하라."
"눈 먼 거북이가 뗏목의 구멍을 만났을 땐 어떻습니까?"
"내가 차수하리라."

운문록 … 상당대기 - 12
상권 2.상당 대기 - 12

12.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대중들이여, 그대들에게도 단주의 바늘이 있느냐. 있거든 한번 가져와 보아라. 있느냐, 있어?"
대중이 대꾸가 없자 스님은 "없다면 옷 입고들 그만 나가거라." 하고는 바로 법좌에서 내려왔다.
  
운문록 … 상당 대기 - 13
상권 2. 상당 대기 - 13

13.
상당하여 大衆이 모여 앉자 주장자를 가리키면서 말씀하셨다.
"온 누리 미진 수 부처가 모두 이 속에 있다. 부처다 法이다 論爭하여 승부를 다투는데도 충고해 줄 사람이 없느냐. 충고해 줄 때까지 기다려라."
"그때 어떤 스님이 말하였다.
"스님께서 충고해 주십시오."
"이 여우같은 놈아."

"온 누리 사람들이 찾아오면 스님은 어떻게 맞이하시겠습니까?"
"법요를 설하는 데에는 길이 있다."
"지금 그대로가 바로 道를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까?"
"개 아가리 닥쳐라."

"하루 종일 밝지 못하니 어떻게 해야만 세상 因緣에 떨어지지 않을까요?"
"문을 걸어 닫고 아이고! 아이고! 통곡한다."

"하루 생활에서 어떻게 體得해 알아야 할까요?"
"알아내기가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제가 들어갈 곳이 있겠습니까?"
"전에 했던 이야기를 자세히 살펴보라."

"靈山의 한 法會에서 가섭이 직접 들었다 하는데, 무슨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들이대는 칼끝을 피하지 말고 얼른 말하라, 얼른 말해."
"무슨 이야기를요?"
"번개 잡는 근기가 쓸데없이 알음알이를 내는구나."

"모든 聖人도 전하지 못하고 古今을 지나지도 않습니다. 스님께선 무어라고 한마디 하여 납자를 지도하십니까?"
"노형의 비윗장을 건드려 도 건드려도 되겠소?"
"무어라는 한마디로 납자를 지도하시느냐 구요?"
"뭐라구?"

"저의 마음을 쉬게 할 만한 첩경 되는 요점이 있습니까?"
"곤당 30대를 치리라."

"눈앞이 평탄할 땐 어떻습니까?"
"바닷물이 그대 머리 위에 있다."
"그러면 닿을 수 있습니까?"
"여기서 허튼 말을 하기냐."

"시주가 공양을 베풀면 무엇으로 보답하니까?"
"재능을 헤아려 소임을 맡긴다."
"모르겠습니다."
"모르겠거든 밥이나 먹어라."

"무엇이 깨닫는 일<向上事>입니까?"
"창자를 끊어내어 숟가락으로 바꿔 넣고 발우를 들고 와 보라."
그 스님이 대꾸가 없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런 사기꾼."

"무엇이 佛法의 요점입니까?"
"들어오는 칼끝에 길이 보이는구나."

"어디가 제가 凡夫 몸을 뒤바꿀 만한 境界입니까?"
"날카롭군."

"한 입에 다 삼켰을 경우라면 어떻습니까?"
"내가 네 뱃속에 들었구나."
"스님께서는 무엇 때문에 제 뱃속에 계십니까?"
"내 말을 되돌려다오."

운문록 … 상상 대기 - 14
상권 2. 상당 대기 - 14

14.
상당하여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시기를, "다른 사람에게 누만 끼칠 뿐이다." 하고는 법좌에서 내려왔다.

운문록 … 상당 대기 - 15
상권 2.상당 대기 - 15

15.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할 말은 다 했다."
그때 한 스님이 나와서 절하고 무엇인가 물으려는 순간 스님은 주장자를 집어 들고 후려치면서 말씀하셨다.
"무슨 좋고 나쁜 것을 알겠느냐. 이 썩은 나무 등걸이나 치는 놈아. 다 이런 중과 같다면 어떻게 스님들이 시주를 받을 수 있으랴. 惡業衆生이 여기 다 모여 무슨 마른 똥 막대기를 찾아 물어뜯고 있느냐."
그리고는 주장자로 다 쫓아내버렸다.

"우두(牛頭)스님이 4조(四祖)스님을 뵙지 않았을 땐 어떠하였습니까?"
"집집마다 觀世音菩薩이었다."
"뵌 뒤에는 어떠하였습니까?"
"불 속에서 지네가 호랑이를 삼킨다."

"무엇이 선(禪)입니까?"
"그 한 글자<一字>마저도 뽑아버릴 수 있느냐?"

"부상(扶桑)의 언덕에서 해가 뜨지 않았을 땐 어떻습니까?"
"알지<知>."

"초나라를 배반하고 오나라에 투항했을 땐 어떻습니까?"
"남쪽을 향해 북두를 살펴보라."

"6국(六國)이 편안하지 못할 땐 어떻습니까?"
"천리는 어째서 밝으냐?"
"밝지 않은데 야 어찌합니까?"
"다행히도 조금 전에 말했기에 망정이지."

"무엇이 본원(本源)입니까?"
"누구의 공양을 받느냐?"

"무엇이 곧장 끊어버리는 한 길입니까?"
"주산(主山)뒤에 있다."
"스님의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입 닥쳐라."

"조계 정통의 종지를 보여 주십시오."
"30년 뒤에 보여 주겠다."

"밀실(密室)이나 현궁(玄宮: 임금이 政事에 관하여 조용히 생각하는 그윽한 궁전)이라면 어떻습니까?"
"거꾸러지지."
"궁중에 일은 어떻습니까?"
"막중하다."

"모든 기미를 토해내지 않았을 땐 어떻습니까?"
"大衆은 숨기지 않았다."
"그래도 저에게는 의심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네 말이 눈앞의 기미를 덮어버렸다."

"契合하려고 성급한 마음으로 둘 아닌 道理만을 말할 경우는 어떻습니까?"
"大衆 앞에서 大乘法을 들먹이면서 몰라서야 되겠느냐?"
"어떻게 알아차려야 할까요?"
"어느 세월에."

"일생을 惡만 쌓은 자는 善을 모르고 일생을 善만 쌓은 자는 惡을 모른다 하니 무슨 뜻입니까?"
"훤하지."

"아주 멀리서 찾아왔습니다. 스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칠 구 육십삼이다."
"저는 요즘 형주(衡州)를 떠나왔습니다."

스님께서 악! 고함을 치고는 '짚세기 뒤꿈치가 닳아 떨어졌구나'하셨다.
그 스님이 '안녕히 계십시오.' 하는데 스님께서 악! 고함을 치고는 "고요한 곳이니라. 사바하" 하셨다.

"어떤 것이 제 자신입니까?"
"한 부처님에 두 보살이다."

운문록 — 상당 대기 - 16
상권 2. 상당 대기 - 16

16.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여러분은 저마다 하남(河南) 해북(海北)지방에서 와 태어난 因緣이 있으니, 그곳이 어딘지를 아느냐? 어디 한번 꺼내와 보아라. 이 늙은이가 그대들에게 증명해 주리라. 있느냐, 있어? 모른다면 이 늙은이가 그대들을 속이리라. 알고 싶으냐? 태어난 因緣이 북쪽에 있다면 북쪽에 있는 조주스님과 오대산의 文殊菩薩이 다 여기에 있으며, 태어난 因緣이 남쪽에 있다면 남쪽에 있는 설봉(雪峯), 와룡(臥龍), 서원(西院), 고산(鼓山)스님이 모두 여기에 있
다. 알고 싶으냐? 그렇다면 여기에서 알도록 하라. 만일 보지 못했다면 속이지 말라. 보았느냐, 보았어? 보지 못했다면 이 늙은이가 법당을 타고 나가는 것을 보라. 몸조심하라."

"6국(六國)이 편안하지 못할 땐 어떻습니까?"
"구름이 비올 기색을 띠는구나."

"위로 올려다볼 것도 없고 아래로 자기 몸도 없을 땐 어떻습니까?"
"몸을 숨길만한 한마디를 어떻게 말하겠느냐?"
그 스님이 절을 하자 이렇게 말씀하셨다.
"한 번 놓아 주겠으니 질문 하나 던져 보아라."
대꾸자 없자, "이 죽은 두꺼비야" 하셨다.

"무엇이 색즉시공(色卽是空)입니까?"
"주장자로 너의 콧구멍을 쳐야겠구나."

"스님께서는 수시로 납자들을 위해 무어라고 하십니까?"
"아침에 쟁기 끌고 저녁에 고무래 끈다."

"3승 5성(三乘五性)은 묻지 않겠습니다만 무엇이 납승 문하의 일입니까?"
"해가 점점 저물어간다. 얼른 3배하라."

"만난 지가 오래되었는데 어째서 모를까요?"
"헤아리기 때문이지."

"결국 어떻다는 말입니까?"
스님은 쯧쯧 하며 말씀하셨다.
"고요한 곳에서 갈팡질팡하는구나."

"3界가 오직 마음일 뿐이며, 萬法이 다 識일 경우라면 어떻습니까?"
"혀 속에 몸을 숨겼다."
"몸을 숨긴 뒤엔 어떻습니까?"
"소로소로."

"무엇이 自在한 作用입니까?"
"칠 구 육십삼이다."
"무엇이 3계가 널리 퍼지는 것입니까?"
"강서, 호남, 신라, 발해이다."

"바람이 통하지 않는 밀실은 어떻습니까?"
"메아리가 드러나 바람을 울린다."
"그 밀실에 있는 사람은 누굽니까?"
"거듭 설명해도 알아내기 어렵다."

"그대로 이렇게 올 경우는 어떻습니까?"
"어떻게 해서 觀照가 생기느냐?"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을 경우라면 어떻습니까?"
"앞에서 무어라고 말했지?"

"문이 없는 곳으로 나아갈 땐 어떻습니까?"
"3천 8백이다."

운문록 … 상당대기 - 17
상권 2. 상당 대기 - 17

17.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자유롭게 말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대의 입을 막을 사람이 없겠지만 그대에게 말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면 그땐 어떻게 하겠느냐?"

 

운문록 … 상당 대기 - 18
상권 2. 상당 대기 - 18

18.
상당하여 대중이 모이자 한참 잠자코 있더니 주장자를 잡고 말씀하셨다. "저것 좀 보아라. 북울단월(北鬱單越) 사람이 힘들게 땔나무를 져 나르는 여러분들을 보고 뜰에서 서로 다투듯 공양하는구나. 그리고는 여러분에게 '모든 것을 아는 淸淨한 智慧는 둘이 아니며 둘로 나눌 수도 없으니, 다르지도 않고 끊어지지도 않기 때문이다'는 <반야경>의 한 구절을 외워 주는구나."

그러자 한 스님이 불쑥 이렇게 물었다.
"모든 것을 아는 淸淨한 智慧란 무엇입니까?"
"印度에서 잘린 머리와 팔을 여기에서 받아가지고 나가거라."

"그윽한 바위에 지팡이를 걸어 둔다면 어떻겠습니까?"
"어디다가 말이냐?"

"어디가 깊은 곳 속의 얕은 곳입니까?"
"山河大地."
"그러면 어디가 얕은 곳 속의 깊은 곳입니까?"
"大地山河."
"깊은 곳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아침에 印度에 갔다가 저녁에 中國에 되돌아온다."

"가섭이 禪定에 든 境界는 어떻습니까?"
"숨을 수 있겠느냐?"
"시방(十方)을 볼까요?"
"모수에는 빠져나갈 길이 없다."

"맑고 고요하며 奧妙하고 뛰어난 진여(眞如)에 들어갈 방법이 없을 땐 어찌해야 합니까?"
"스스로의 마음으로 돌이켜 觀照하여라."
"여기 당신은 어떻습니까?"
"착각하지 말아 라."

"천 가지 방편으로 이끌어 根源으로 돌아가려 합니다만 根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질문이 있으면 대답이 있다. 빨리 말해 보아라."
그 스님이 "예" 하자 스님께서는 "아득히 멀었다" 하셨다.

"무엇이 운문의 칼입니까?"
"높이 들어라."
"누가 그 칼을 씁니까?"
"소로소로."

"祖師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말할 것이 없다."
"모르겠습니다."
"질문 한번 장하구나."

"안팎을 잘 설명하면 어떻습니까?"
"바람이 들어가질 못한다."
"안팎이란 무엇입니까?"
"틀렸다."

"모든 일이 다 끝났을 경우라면 어떻습니까?"
"무덤 위에 지초(芝草)가 난다."

"몸을 관찰해도 자기가 없고 밖을 관찰해도 그러할 땐 어찌합니까?"
"열이 나는 것은 무엇이냐?"
"그렇다면 기와 쪽 부서지듯 얼음 녹듯 할 것입니다."
스님은 갑자기 후려쳤다.

"용문폭포에 오를 뜻이 있으나 물을 헤치고 나아갈 힘이 없을 땐 어찌합니까?"
"찾아오는 일은 쉬우나 두 번씩 들어주기는 어렵다."
"정작 이럴 땐 어떻습니까?"
"통쾌하다."

운문록 … 상당대기 - 19
상권 2. 상당 대기 - 19

 

19.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내가 여러분을 살펴보았더니 2류 3류 근기도 못되면서 부질없이 누더기만 입고 있으니 그래 가지고야 무슨 소용이 있으랴. 알겠느냐?
내 그대들을 위해 설파해 주리니 오랜 뒤에 제방에 갔을 때 큰스님이 손가락 하나를 들고 불자를 한 번 세우면서 '이것이 禪이며 이것이 道다' 하면 보는 즉시 주장자를 들어 머리를 깨부수고 바로 떠나도록 하라.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모조리 천마(天魔)의 권속에 떨어져 우리 종지를 무너뜨리고 말 것이다.
그래도 정말 모르겠다면 우선 말 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라. 나는 평소에 그대들에게 말하기를, '미진찰토(微塵刹土)의 3世 모든 부처님과 西天 28祖師와 이 나라 여섯 분 祖師가 모두 주장자 끝에서 설법하고 계시는데, 신통변화를 나타내어 그 소리가 시방에 응한다.' 라고 하였다. 알겠느냐? 모르겠거든 사기 치지 말라.
그러나 그건 그렇다 치고 자세하고 眞實하게 보았느냐? 설사 이 境地에 도달했다 해도 꿈에서도 사미납승을 보지 못하고 몇 집 안 되는 촌마을에서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격이다."
그리고는 주장자를 잡고 땅에 한 번 긋더니 "다 이 속에 있다" 하시고는 다시 한 번 긋더니 말씀하셨다.
"다 이 속에 있다가 나갔다. 몸조심하라."

"옛사람이 면벽(面壁)했던 뜻은 무엇입니까?"
"27<念七>*이다" 하더니, 다시 "정(定)" 하셨다.
*27<念七>: 매월 4, 9, 13, 18, 22, 27일은 천지휴폐일(天地休廢日)로서, 되는 일이 없어서 들어앉았기로 되어있는 날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찾아왔을 땐 스님은 어떻게 맞이하시겠습니까?"
"실언해서 속을 들켰구나."
"어떤 점이 실언해서 속을 들켰다는 것입니까?"
"일곱 방망이로 열 셋을 대적하는구나."

"옛사람 말씀에 '깨달으면 業障이 본래 비었으나 깨닫지 못했다면 묵은 빚을 꼭 갚아야 한다' 하였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이조(二祖)스님은 깨달았습니까? 못 깨달았습니까?"
"확연하다."

"옛 부터 큰스님께서는 무엇을 전수해 오셨는지요?"
"얼른 3배하라."

"무엇이 운문의 한 길입니까?"
"가깝다."

"어떻게 해야 옳겠습니까?"
"顚倒된 言語로 무엇을 하려느냐?"

"옛사람이 말하기를, '마음을 냈다 하면 틀린다' 하였습니다. 어떻게 해야 틀리지 않겠습니까?"
"큰 기틀은 손바닥 보듯 역력하다."
"뒷사람이 거듭 질문하면 어찌합니까?"
"더딘 풍속은 고치기 어렵다."

"3신(三身) 가운데 어느 부처<身>가 설법을 합니까?"
"필요한데로"

"무엇이 석가부처님의 몸입니까?"
"마른 똥 막대기다."

"종문의 강령을 말씀해 주십시오."
"남쪽에는 설봉(雪峯)이 있고, 북쪽에는 조주(趙州)가 있다."

"확철大悟한 사람은 일체 법이 공(空)함을 봅니까?"
"소로소로."

"종일 애썼지만 들어갈 길을 찾지 못했습니다. 스님께서 들어갈 길을 가리켜 주십시오."
"맞는 근기에는 길이 있다."

"무엇이 佛祖를 뛰어넘는 이야기입니까?"
"포주(蒲州)에서는 마황(魔黃)이 나고, 익주(益州)에서는 부자(附子)가 난다."

"무엇이 교(敎)의 뜻입니까?"
"어지럽게 일어나 오면 무어라고 말하지?"
"말씀해 주십시오."
"소귀에 경 읽기지."

"현묘한 기틀 한길을 어떻게 체득해 알아야 합니까?"
"30년 뒤에."

"곽시쌍부(槨示雙趺)는 무슨 일을 나타낸 것입니까?"
"말이다."
"잘 모르겠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짚신을 단단히 묶어라."

"현묘한 기미도 아니고 눈으로 직접 보는 것도 아닌 경우라면 어떠합니까?"
"한마디 전도된 말이다."

"겁화(劫火)가 활활 탈 땐 어찌합니까?"
"꿈속에서 다시 무얼 보느냐?"

운문록 … 상당 대기 - 20
상권 2. 상당 대기 - 20

20.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 "천친(天親)보살은 까닭 없이 밤나무 주장자를 하나 만들어냈다" 하고는 땅을 한 번 긋고, "항하 수 모래알같이 많은 부처님이 모조리 이 속에서 어지러운 說法을 하고 있구나"하고는 바로 法座에서 내려왔다.

운문록 … 상당 대기 - 21
상권 2. 상당 대기 - 21

21.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나는 그대들과 편안하게 지내면서 누군가를 만나면 누구라고 알아본다. 노파심으로 이토록 자세히 설명해 주어도 모르니, 매일같이 배부르게 밥 먹고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무얼 찾느냐. 이 망상꾸러기들아. 여기에 기대어 무엇을 하느냐?"
그리고는 주장자로 몽땅 쫓아냈다.

"여름도 끝물이라 가을로 들어서는군요. 누군가 길을 막고 물어온다면 무어라고 대꾸할까요?"
"대중은 뒤로 물러나라."
"무엇이 잘못되었습니까?"
"나에게 한 철 밥값을 돌려다오."

"저는 얼마 전에야 이 법회를 찾아왔습니다. 이곳 가풍은 어떻습니까?"
"한마디 질문도 받지 않았으니 어떻게 말하겠느냐?"

"시방국토 가운데 일승법(一乘法)이 있을 뿐이라 하니, 무엇이 일승법입니까?"
"왜 다른 질문은 하지 않느냐?"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님은 대뜸 악! 하셨다.

" '티끌 하나가 세상 티끌을 다 포함한다.' 는 옛사람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무엇이 한 티끌인지요?"
"또렷한 소리로 다시 물어 보아라."
"저는 묻지 않겠습니다. 스님께서는 그래도 대답하시겠습니까?"
"네 입을 벽에다 걸어두지 못하겠구나."

"모든 것이 일상 그대로인 境界라면 어떻습니까?"
"똥 냄새가 나에게 스미긴 하나 내가 우선 묻겠다. 낮에 3천리를 가고 밤에
8백리를 가면 너의 발우 속 어디에 가서 닿겠느냐?"
대꾸가 없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부질없이 헛소리나 지껄이는 놈아."

"무엇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는 안목입니까?"
"얼른 3배하라."

"우두(牛頭)스님은 종횡으로 자재하게 설하긴 했으나, 향상의 관문을 여는 빗장은 몰랐다는 옛사람의 말을 들었습니다. 무엇이 향상관문을 여는 빗장입니까?"
"동산의 서쪽 산마루가 푸르구나."

"무엇이 큰길가의 흰 소입니까?"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거룩한 스님
들께 귀의합니다."
"그 흰 소는 어디에 있습니까?"
스님은 쯧쯧쯧 혀를 찼다.

"나무가 시들어 잎이 질 땐 어떻습니까?"
"온통 가을바람이로다."

"무엇이 포대 속의 진주입니까?"
"말할 수 있느냐?"

"무엇이 조종(祖宗)의 적자입니까?"
"말 속에 메아리가 있구나."

운문록 … 상당 대기 - 22
상권 2. 상당 대기 - 22

22.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般若를 배우는 菩薩이라면 모름지기 衆生의 병통을 알아야 하며, 般若를 배우는 菩薩의 병통을 알아야 한다. 가려낼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 나와서 大衆 앞에서 가려내 보아라."
대꾸가 없자 "가려내지 못하겠거든 내 길이나 막지 말아 라." 하셨다.

운문록 … 상당 대기 - 23
상권 2. 상당 대기 - 23

23.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내가 오늘 그대들과 함께 이런저런 말들을 나누니 똥 불에 똥재가 생기듯하고 똥 묻은 돼지 부스럼투성이 개 같구나. 좋은지 나쁜지 분간 못하는 것들아! 똥구덩이 속에서 살 궁리를 하는구나.
그러므로 天地와 3승 12분교, 三世 모든 부처님과 찬하 노스님의 가르침을 일시에 그대의 눈썹 위에 모아 놓고서 설사 여기에서 단번에 깨친다 해도 편해진 사람은 아니라고 하였던 것이다. 괜히 똥구덩이로 뛰어들었다가 우리 납승 문하를 지나게 되면 다리를 부러뜨려버리겠다."

그때 세 스님이 동시에 나와서 절하자 이렇게 말씀하셨다.
"취조장 하나로 죄상을 싹 다스리리라."

"어떻게 해야만 3界를 빨리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해야만 3界를 빨리 벗어날 수 있겠느냐?"
"그렇습니다."
"그렇거든 이제 쉬 거라."

"종일 끝도 없을 땐 어찌합니까?"
"현묘한 기틀을 보아도 메아리가 없다."
"무슨 이야기입니까?"
"설명하지 못한다."

"한 번 흩어 깨끗이 다 없어졌을 땐 어찌합니까?"
"노승인들 어찌해 보겠느냐?"
"이것은 스님의 몫입니다."
"이 사기꾼아."

"무엇이 道입니까?"
"그 한 글자도 확실하게 벗어나는 것이다."
"확실하게 벗어난 뒤엔 어떻습니까?" "천리에 다 같은 바람이다."

"옛사람이 '지극한 법칙이라는 것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무엇이 지극한 법칙입니까?"
"내 손안에 있는 데야 어찌하겠느냐?"
"저는 지극한 법칙을 물었습니다."
스님은 방망이로 딱 때리며 말씀하셨다.
"음, 음. 정작 쳐부수어야 할 때 가서 더 자세히 설파해 달라 하니 이런 놈은 가는 곳마다 법통을 어지럽힐 줄만 안다. 이리 가까이 오너라. 내 한마디 묻겠다. 평소에 길 다란 선상에 앉아서 향상이니 향하니 佛祖를 뛰어넘는 일이니 를 헤아리는데, 그렇다면 말해보라. 물소에게도 佛祖를 뛰어넘는 道理가 있는지를."
"방금 누군가가 묻지 않았습니까?"
"이런 것이 길다란 선상 위에서 배운 것이라고. 있으면 있다 하고 없으면 없다 할 것은 없다."
"털 뒤집어쓰고 뿔 달린 축생이면 어떻습니까?"
"그대가 말만 배운 부류임을 이제 알겠다."
그리고는 다시 말씀하셨다.
"이리 좀 와보아라. 내 다시 묻겠다. 그대들은 주장자를 걸머지고 나는 參禪하여 道를 배우노라 하면서 佛祖를 뛰어넘는 道理를 찾는다. 내 우선 그대에게 묻겠다. 하루 종일 行住坐臥하고 오줌, 똥 싸는 일과 거름 구덩이의 벌레, 양고기 파는 시장의 탁자에 이르기까지 佛祖를 뛰어넘을 만한 道理가 있더냐? 말할 수 있으면 나오너라. 없다면 내 앞에서 거리적 거리지나 말아라."
그리고는 法座에서 내려왔다.

이제 막 찾아오는 한 스님을 보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얼음 녹듯 기와 장 부서지듯 하는구나."
"제게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일곱 방망이로 열 셋을 대적하는구나."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길 다란 서상에 죽도 있고 밥도 있다."

"'道에는 옆길이 없어 거기 선 사람은 모두 위태롭다'한 옛사람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道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운력이나 해라."

"어떤 것이 3승교(三乘敎: 교학의 총칭)밖의 한마디입니까?"
"그대의 한마디 질문에 노승은 3천리를 펄쩍 뛰었다."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앉거라, 앉아. 이제 내 말이 무엇인지 말해 보아라."
대꾸가 없자 이렇게 말씀하셨다.
"30년 뒤에 오너라. 몽둥이 30대를 때려 주겠다."

"대중이 구름처럼 모였는데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 네 집에 있는 아버지를 속이는구나."

"조계(曹溪)의 한마디는 온 나라가 듣고 압니다만 운문의 한마디는 어떠한 사람이 들을 수 있습니까?"
"그대는 듣지 못한다."
"그렇다면 저는 가까이 할 수도 없습니까?"
"자세하게 더듬어 보아라."

운문록 … 상당 대기 - 24
상권 2. 상당 대기 - 24

2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여래께서는 샛별이 떴을 때 道를 이루셨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샛별이 떴을 때 道를 이룬 것입니까?"
"이리 오너 라, 이리와."
그 스님이 앞으로 가까이 가자 스님은 주장자로 후려쳐서 쫓아버렸다.

운문록 … 상당 대기 - 25
상권 2.상당 대기 - 25

25.
상당하자 한 스님이 나와서 절하고 말하였다.
"스님께서는 대답해 주십시오."
스님이 "대중아!" 하고 부르니 대중이 머리를 들자 바로 法座에서 내려왔다.

운문록 … 상당 대기 - 26
상권 2. 상당 대기 - 26

26.
상당하여 한참 말이 없자 한 스님이 나와서 절하니 스님이 말씀하셨다.
"답답한 사람아!"
그 스님이 "네" 하고 대답하자 "이 먹통아!" 하셨다.

 

운문록 … 상당 대기 - 27
상권 2. 상당 대기 - 27

27.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질문할 줄 아는 자가 있느냐? 질문 하나 해 보아라."
한 스님이 나와서 절하며 말하였다
"스님께선 잘 살펴보십시오."
"낚시를 던져 고래를 낚으려다 두꺼비를 낚았구나."
"착각하지 마십시오."
"아침에 3천리를 달리고 저녁에 8백리를 달릴 경우라면 어떻겠느냐?"
대꾸가 없자 스님은 갑자기 후려쳤다.

운문록 … 상당 대기 - 28
상권 2. 상당 대기 - 28

28.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본원(本源)입니까?"
스님은 주장자를 들어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이렇게 들어 세우는 것이 향상(向上)이다."
그 스님이 다시 물었다.
"무엇이 본원이냐고요?"
"남섬부주 북울단월이다."

"普賢菩薩은 어째서 코끼리를 타며 文殊菩薩은 어째서 사자를 타고 계십니까?"
"나에겐 코끼리도 없고 사자도 없으니 법당을 타고 3문(三門)으로 나가리라."

"무엇이 교(敎)의 뜻입니까?"
"山河大地 다." 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잘 분별해낸다 해도 그것은 敎의 意味를 자세하게 설명하는 정도이며, 강령을 펼치는 쪽으로는 아직 멀다 하겠다."

"툭 트여 모든 것을 아는 智慧는 막힐 것이 없습니다. 어떻습니까?"
"마당 쓸고 물 뿌리니 상공(相公)이 온다."

"生死의 흐름을 통해 本性을 찾을 경우는 어떻습니까?"
"동당(東堂)에 달이 밝으니 서당(西堂)이 어둡다."

"무엇이 3乘敎 밖에 따로 전한 道理입니까?"
"그대가 묻지 않는다면 나도 대답하지 않겠지만 내게 묻는다면 아침에 印度에 갔다가 저녁에 이 나라로 돌아오리라."
"좀 가르쳐 주십시오."
"하나도 안 되고, 둘이라 해도 옳지 않다."

"무엇이 祖師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멀쩡한 대낮에 무슨 잠꼬대냐?"

"무엇이 佛法의 核心입니까?"
"대낮에 기린이 북두성을 본다."

"제가 여기에 와서는 어째서 말하지 못할까요?"
"여우 굴속에 앉아 있구나."

"古今에 떨어지지 않는다 하니 그것이 무슨 곡조입니까?"
스님은 주장자를 끌고 법좌에서 내려와 버렸다.

"무엇이 佛法의 核心입니까?"
"南쪽을 향하고 北斗星을 보라."

"옛사람이 뱀을 벤 뜻은 무엇입니까?"*
*귀종사(歸宗寺) 지상(智狀)스님이 어느 날 풀을 베다가 뱀 한 마리가 지나가니 허리를 잘랐다. 한 강사가 보고는 "오래전부터 귀종의 명성을 들어 왔는데 와서 보니 거칠은 중이로군"하였다. 스님은 "그대가 거칠 은가? 내가 거칠 은가?"하였다.
스님은 갑자기 후려쳤다.

"무엇이 스님의 가풍입니까?"
"스님은 너무 일찍 계(戒)를 받았군."

"무엇이 客觀 속의 主觀입니까?"
"질문이 하나 날아오는구나."
"무엇이 主觀 속의 主觀입니까?"
"차수(叉手)하라."
"客觀과 主觀의 간격은 얼마나 됩니까?"
"거기서 거기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합니까?"
"삼구 이십칠이다."

"스님의 법석을 찾아왔을 때부터 모르겠습니다. 가르쳐 주십시오."
"네 머리를 벨 수 있느냐?"

"제가 迷惑을 단박 쉬도록 스님께서 가르쳐 주십시오."
"양주(養州)의 쌀값은 얼마나 되더냐?"

"두 부처가 만났을 땐 어떻습니까?"
"우연한 일이 아니다."

운문록 … 상당 대기 - 29
상권 2. 상당 대기 - 29

29.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 "帝釋天과 釋迦 부처님이 뜰 안에서 서로 부처니 法이니 하며 시끄럽게 다투는구나" 하더니 法座에서 내려왔다.

"무엇이 조계의 정통한 뜻입니까?"
"나는 성내기를 좋아하지 기뻐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왜 그렇습니까?"
"길에서 劍客을 만나면 칼을 뽑아야 하고, 詩人이 아니면 詩를 바치지 않는 법이다."

"두 부처님이 만나서는 무슨 이야기를 나눕니까?"
"決斷하지 않음이 도(道)이다."

"人間과 天上이 서로 만나 사귄다 하니 그 뜻이 무엇입니까?"
"대중 앞에서 기미를 들키는구나."

운문록 — 상당 대기 - 30
상권 2. 상당 대기 - 30

30.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스님 네들이여, 우선 납승의 본분을 분명히 알도록 하라. 자, 무엇이 납승의 본분이겠느냐?"
그리고는 "마하반야바라밀. 오늘은 크게 운력을 하리라" 하더니 법좌에서 내려왔다.

"무엇이 祖師가 서쪽에서 온 뜻입니까?"
"山河大地다."
"본분<向上>에도 더 이상 무엇이 있습니까?"
"釋迦 부처는 印度에 계시고 文殊菩薩은 이 나라에 계신다."

"父母를 모두 잃었을 경우엔 어찌합니까?"
"모두 잃는 것은 우선 그만두고 어느 것이 너의 父母이더냐?"
"매우 괴롭습니다."
"분명하구나, 분명해."

"무엇이 큰 시주입니까?"
"根器를 보고도 가려내지 못하는구나."

"아주 깜깜한 먹통이 찾아왔을 땐 스님은 어떻게 구제하시렵니까?"
"두 겹 公案에 진술서 하나로 죄상을 다스린다."

"누구를 위해 說法하십니까?"
"이리 가까이 와서 큰 소리로 묻거라."
그 스님이 앞으로 가까이 가서 묻자 스님은 갑자기 후려쳤다.

"스님의 연세는 몇이나 되셨는지요?"
"칠 구 육십팔이다."
"어째서 칠 구 육십팔입니까?"
"5년은 너에게 덜어주었다."

운문록 … 상당 대기 - 31
상권 2. 상당 대기 - 31

31.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스님 네들이여, 그대들이 설사 아무 일 없다고 말해도 그것은 마치 머리위에 머리를 놓고 눈에다 서리를 더하며, 관(棺)속에서 눈을 부릅뜨고 풍로 위에 다시 쑥불을 붙이는 격이니, 한바탕 분주를 떠는 짓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겠느냐? 각자 몸을 맡기고 살 곳을 찾아야 좋을 것이다. 이 고을 저 고을로 부질없이 다니며 부질없는 언어를 날조하여 큰 스님이 운을 떼기라도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선(禪)과 道를 묻고, 향상이니 향하니 이러쿵저러쿵하려 한다.
방대한 經典의 註釋書로 가죽 포대에 불과한 몸뚱이를 채우고 가는 곳마다 이리저리 헤아린다. 화롯가에 서넛이 머리를 맞대고 입을 놀려 시끄럽게 떠들어대기를, '이것은 귀공의 재치 있는 말이고 이것은 상황에 맞추어 꺼낸 말이며, 이것은 현상 쪽에서 한 말이며, 이것은 體得한 말이다'고 한다.
네 집안의 늙은 父母를 체득했는가? 밥을 눈으로만 보아 넘기고서는 꿈 이야기만 해대면서 '나는 佛法을 알았다'한다. 이렇게 행각했다간 어느 세월에 쉴 줄 알겠느냐.
또 어떤 부류들은 쉬는 境界라는 말을 듣기만 하면 그냥 5음19계(五陰十八界)속에서 눈을 딱 감아버린다. 이렇게 낡은 쥐구멍에서 살아날 궁리를 하고, 검은 산 아래 鬼神의 소굴에 앉아 體驗한 것으로 '나는 깨달아 들어갈 길을 찾았다'고 하나, 꿈엔들 보았겠느냐. 이런 놈이라면 만 명을 때려죽인다 해도 무슨 罪果를 받으랴. 깨친 사람이라 해도 善知識을 만나지 못하면 결국 사기꾼일 뿐이다. 그대가 실제로 본 境界가 있다면 내놔 보아라. 내가 점검해줄 터이니 그냥 지나치지 말라.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고 얼렁뚱땅 머리를 모으고 복잡한 理論을 설명하는구나. 내게 그런 꼴 보이지 말라. 잡아다가 조사해 보고 맞지 않으면 허리를 꺾어 놓겠다. 왜 말씀해 주지 않았느냐고 하지 말아 라. 네 살 속에도 피가 흐른다면 가는 곳마다 굴욕을 자초해서 어찌하겠느냐?
부처의 씨를 말리는 이 여우같은 무리들아. 모두들 여기서 무얼 하느냐?"
그리고는 주장자로 몽땅 쫓아버렸다.

"시방 부처님께서 涅槃으로 가신 외길이라 하니 무엇이 涅槃으로 가신 외길입니까?"
"나는 말하지 못하겠다."
"어째서 말하지 못합니까?"
"네가 말 꺼낸 것으로 되었다."

"무엇이 法說입니까?"
"大衆들이 오래 서 있었으니 얼른 3배하라."
"무엇이 수의설(隨意設)입니까?"
"새벽엔 죽을 먹고 공양 땐 밥을 먹는다."
"3덕 6미(三德六味)*를 부처님과 스님에게 시주한다."
*3덕 6미(三德六味):음식을 말함. 3덕은 연하며 깨끗하고 정성들인 것, 6미는 신맛, 단맛, 짠맛, 쓴맛, 매운맛, 담백한 맛.
"무엇이 방편으로 하는 말입니까?"
"그대 콧구멍은 서근 반이다."
"무엇이 대비(大悲)로 베푸시는 말씀인지요?"
"佛, 法, 僧에 歸意합니다."

"生死의 根源은 묻지 않겠습니다. 무엇이 눈앞에 三昧가 실현되는 것입니까?"
"더듬거리는 혀끝이 3천리나 되는구나."
"오늘에야 스님을 뵈옵는군요."
"몽둥이 30대를 쳐야겠구나."

"스님께서 지시해 주십시오."
"훌륭하신 공자님."
"모르겠습니다."
"3천 명을 가르치고 70분의 인재를 기르셨네."*
*공자(孔子)의 덕과 교화를 읊은 노래로 중국에서는 아기 달래는 자장가로 불렀고, 佛家에서는 기본적인 것, 本來面目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3덕 6미를 떠나지 않고도 佛法이 있습니까?"
"그대가 묻지 않을까 걱정일 뿐이었다."
"말씀해 주십시오."
"3덕 6미를 부처님과 스님께 시주한다."

운문록 … 상당 대기 - 32
상권 2. 상당 대기 - 32

32.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눈동자는 시방에 길게 뻗쳤으며, 눈썹은 위로 하늘을 뚫고 아래로는 황천(黃泉)까지 뚫었으며, 수미산은 그대의 목구멍을 막아버렸다.
알아낸 점이 있느냐? 알았다면 점파국(占波國:서역)을 이끌고 가 신라국과 한판 붙어보아라."

운문록 … 상당 대기 - 33
상권 2. 상당 대기 - 33

 

33.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강서(江西)에서는 君臣父子를 설명하고, 湖南에선 그게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겠다."
한참 잠자코 있다가 "벽이 보이느냐?" 하셨다.

운문록 … 상당 대기 - 34
상권 2. 상당 대기 - 34

3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가거 라. 가. 서로 번갈아 바보짓해서 언제 끝날 날이 있겠느냐?"
다시 대중들에게 물었다.
"내 말에 잘못된 것이라도 있느냐?"

"무엇이 祖師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한 가지도 물어서는 안 된다."
"네" 하고 대답하자 스님은 혀를 차면서 "말귀도 못 알아듣는 군" 하셨다.

"오늘은 羅漢에게 공양을 할 텐데, 羅漢이 오실까요?"
"그대가 묻지 않았더라면 나도 말하지 않았으리라."
"말씀해 주십시오."
"3문(三門)앞에서 합장하고 법당 안에서 향을 사룬 다."

"무엇이 납승의 본분사입니까?"
"남쪽엔 설봉이 있고 북쪽엔 조주가 있다."
"스님께선 복잡하게 말하지 마십시오."
"질문한 취지를 놓쳐서는 안 된다."
학인이 "네" 하고 대답하자 스님이 별안간 후려쳤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알면 일이 한 집안일 같겠지만 모르면 어금니가 빠져 앞니를 뺀다' 하였습니다. 어떻게 해야만 한 집안일이 되겠습니까?"
"그렇게 마구 다녀서 무얼 하려느냐?"

운문록 … 상당 대기 - 35
상권 2. 상당 대기 - 35

35.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옛 부터 있어온 것은 무슨 일이겠느냐? 이제 부득이 여러분에게 말해주겠다.
온 누리에 그 무엇이 있어 그대와 관계를 맺고 상대하고 하느냐? 만일 바늘이든 쇠막대든 그대 앞에 거리적 거리는 것이 있거든 어디 가져와 보라.
무엇을 부처라 하고 祖師라 하며, 무엇을 山河大地 日月星辰이라 하겠느냐.
또 무엇을 4대 5온(四大五蘊)이라 하겠느냐?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촌 노파의 시시껄렁한 말일 뿐이니 홀연히 참되게 행각하는 납자가 이런 말을 듣고 다리를 붙들어 뜰 아래로 끌어낸다 하들 무슨 죄가 되겠느냐.
그렇긴 하나 무슨 道理에 의거하기에 그렇겠느냐? 그 달변으로 여기에서 어지럽게 말하지 말지니, 납자라면 반드시 그래야 한다. 홀연히 내 발밑에서 보살핌을 받게 되면 그 자리에서 다리를 분질러버린들 무슨 죄가 있으랴.
이런 판에 여기서 종승(宗乘)의 이야기를 묻겠느냐? 한마디로 딱 깨치게 해 줄 나의 대답을 듣고 나서 이리저리 다녀라."
그러자 한 스님이 막 질문을 하려는데 스님은 주장자로 입을 딱 때리면서 바로 법좌에서 내려왔다.

"獅子가 기지개를 켤 땐 어떻습니까?"
"기지개는 우선 그만두고 포효(咆哮) 한번 해 보아라."
그 스님이 "네"하자 스님은 "늙은 쥐가 찍찍대는구나" 하셨다.

운문록 … 상당 대기 - 36
상권 2. 상당 대기 - 36

36.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나에게 한마디가 있는데, 굳이 그대들이 알아주기를 바라진 않는다. 그래도 누가 거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로다" 하고는 바로 법좌에서 내려왔다.

운문록 --… 상당 대기 - 37
상권 2. 상당 대기 - 37

37.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부득이하여 우선 쓸데없는 짓을 하나 하겠다. 그대들에게 말하노니, 이게 무엇이냐? 동쪽이냐, 서쪽이냐. 남쪽이냐, 북쪽이냐, 있느냐 없느냐, 보느냐듣느냐, 향상이냐 향하냐, 그러 냐 안 그러 냐, 이런 것을 몇 집 안 되는 촌구석 노파의 말이라고 한다. 그대들 중에 몇 사람이나 이 境界에 도달하였느냐?
나올 테면 나와 봐라. 나오지 않겠거든 조용히 있거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왔다.
 
운문록 … 상당 대기 - 38
상권 2. 상당 대기 - 38

38.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제방의 노스님들은 '성색(聲色)밖에 어떤 일이 있음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하나, 이것은 사람들을 속이는 말이다. 세 칸 법당 안에서 저 혼자 망상만 부릴 뿐, 한 번도 꿈에서나마 우리 부처님의 종지를 보지 못하고 있으니 어떻게 자기 신도의 시주를 받을 수 있으랴.
죽는 날에 낱낱이 꼭 그들에게 갚아 주어야 될 것이다. 자기 마음대로 기뻐 뛰는 것은 그대들 각자 노력에 달렸다. 몸조심 하거 라."

"목전에 아무 것도 없을 때라면 生死를 면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 가지고는 영원히 면하지 못할 것이다."

"무엇이 도(道)입니까?"
"가거라."
"알아듣지 못하겠사오니 스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화상! 분명한 증거가 있는데 무엇 때문에 거듭 판결을 하는가?"

"유마거사의 침묵 한 번이 말을 한 것이나 같습니까?"
"이 한마디 질문을 철저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말을 한 것과 같군요."
"조금 전에 무슨 말을 했지?"

"무엇이 청정법신입니까?"
"약초밭이다."
"그렇게 이해했을 경우라면 어떻습니까?"
"금빛 사자이지."
 
운문록 … 상당 대기 - 39
상권 2. 상당 대기 - 39

 

39.
상당하였는데 마침 종이 울리자 소리를 듣고 말씀하셨다.
"세계가 이토록 드넓은데 종소리는 어째서 서까래에 닿느냐?"
  
운문록 … 상당 대기 - 40
상권 2. 상당 대기 - 40

40.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 "설상가상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몸조심 하라"하고는 법좌에서 내려왔다.

운문록 … 상당 대기 - 41
상권 2. 상당 대기 - 41

41.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제방에서는 머리 빠진 늙은 중들이 굽은 나무토막 선상에 앉아 명예와 이익을 구한다. 그러면서 부처를 물으면 부처를 답하고, 祖師를 물으면 祖師를 답하며, 똥오줌을 싸고 있다. 이는 촌구석 노파가 구령(口令)을 전하는 꼴이니, 무엇이 좋고 나쁜 것임을 알랴. 이런 작자들은 모두 물 한 방울도 받기 어려울 것이다."

운문록 … 상당 대기 - 42
상권 2. 상당 대기 - 42

 

42.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 "누구나 자기에게 밝은 빛이 있는데, 볼라치면 보이지 않고 깜깜할 뿐이다" 하고는 법좌에서 내려왔다.

운문록 … 상당 대기 - 43
상권 2. 상당 대기 - 43

43.
스님이 서울에 들어가 수춘전(受春殿)에 있을 때 王이 물었다.
"무엇이 선(禪)입니까?"
"王께서 칙명(勅命)을 내리시니 저는 대답합니다."

스님이 문덕전(文德殿)에 계실 때 재(齋)에 갔더니 국상시(鞠常侍)가 물었다.
"神靈한 나무에 열매가 익었는지요?"
"어느 때나 道에 대한 信心이 생겨나겠느냐?"

운문록 … 상당 대기 - 44
상권 2.상당 대기 - 44

4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별 일없이 여기까지 찾아와서 무엇을 찾느냐? 나는 그저 밥 먹고 똥오줌 쌀 줄만 알 뿐이다. 별달리 안다 한들 무엇을 하겠느냐? 그대들은 제방에서 參禪하며 道를 묻는데, 그러면 제방에서 참구한 일이 무엇이냐? 한번 꺼내 보아라."
다시 말씀하셨다.
"중간에 너의 집안 아버지를 속여서야 되겠느냐? 내 뒷 꽁무니나 따라다니며 흘린 침이나 받아 씹어 새겨 자기 것이라 하고서는 '나는 禪을 알고 道를 안다'고 말한다. 설사 그대가 일대장경을 외운다 한들 무엇에 쓰려 하느냐?
옛사람은 그대들이 갈팡질팡하는 것을 보고는 마지못해 '보리와 열반'을 말씀하셨으나, 그것은 그대를 매몰하거나 말뚝을 박아 묶어두는 것이다. 또 그대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보리 열반이 아니다'라고 하였으나, 이런 일은 애당초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겠다. 그런데도 게다가 그 사람들의 주해(注解)나 찾고 있으니, 이러한 사람은 부처의 種族을 滅하는 부류이다. 옛날에도 다 그러했다면 무슨 수로 오늘에 이르렀겠는가.
지난날 行脚할 때 어떤 사람이 내게 주석서를 하나 주었는데, 비록 그가 나쁜 마음을 먹고 그런 것은 아니었으나 하루는 내가 그것을 보고는 한바탕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렸다. 내 3, 4년 죽지 않고 산다면 부처 種子를 없애는 이런 놈은 도끼 한 방에 다리를 찍어서 부러뜨리리라.
요즈음 제방에는 떠들썩하게 세상에 나와서 허세를 부려 사기 치는 사람이 있는데 그대들은 어째서 그리 들어가지 않고, 여기서 무슨 똥 막대기를 찾느냐?"
그리고는 바닥으로 내려와 주장자로 몽땅 후려쳐서 쫓아내버렸다.

"무엇이 萬法을 한 번에 결판하는 것입니까?"
"질문한 뜻을 놓치지 말라."

"죽었다 살아났을 땐 어떻습니까?"
"아침에 3천리, 저녁에 8백리를 가는구나."

 

"大衆이 많이 모였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겠습니까?"
"오늘은 그냥 보내도록 하라."
그 스님이 절을 올리자 스님은 갑자기 후려쳤다.

"어떤 것이 제 자신입니까?"
"내가 모를까봐 그러느냐."

"무엇이 法身을 꿰뚫는 말입니까?"
"바다는 잔잔하고 강은 맑다."

도사(道士: 노장의 도를 닦는 사람)가 물었다.
"보고 들어도 소리 없고 모양 없다 한 것은 노자(老子)의 말씀입니다만 운문의 한마디는 무엇인지 가르쳐 주십시오."
"印度로 가는 아득히 먼 길이다.
대꾸가 없으므로 스님이 법좌에서 내려오려고 하는데 道士가 말하였다.
"스님께서 종지를 보여 주시기를 간곡히 청합니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나오너라."
大衆이 대꾸가 없자 스님은 "그렇다면 法門을 청한 장본인을 져버리는 것이다" 하고는 법좌에서 내려왔다.

운문록 … 상당 대기 - 45
상권 2. 상당 대기 - 45

45.
상당하여 大衆이 모여 앉자 스님께서 주장자를 잡아 세우더니 말씀하셨다.
"그럴 수밖에 없으니 우선 여기에서 알아차리도록 하라. 저것 좀 보아라. 3문(三門)이 법당 앞 큰 기둥 위에 있다."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왔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1
실중어요(室中語要) - 1

1.
스님께서 大衆에게 法을 보이셨다.
"天地四方을 주장자로 한 번 그으면 산산이 부서진다. 3승 12분교와 달마가
서쪽에서 온 뜻은 놓아버려서도 안되며, 그렇다고 놓아버리지 않는다면 '할' 한 마디도 소화하지 못하리라."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2
실중어요(室中語要) - 2

2.
스님께서 시중하셨다.
"印度의 28대 祖師와 이 나라 6대 祖師와 天下의 큰스님들이 모두 이 주장자 끝에 있다. 설사 이 점을 분명하게 알아차렸다 해도 아직은 도중에 있는 셈이니 만일 놓아버리지 않는다면 다들 여우같은 망상꾸러기일 뿐이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3
실중어요(室中語要) - 3

3.
스님께서 하루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예로부터 노스님들은 모두 자비로운 마음에서 수준을 낮춰 말씀하시는 경우가 있었으니, 납자들의 말을 들어보고 根器를 알아보았다. 그러나 가령 속제(俗諦)를 벗어난 말씀이라면 그렇지 않다. 만일 그러하다면 그것은 말을 소중히 여겨 말을 이해하는 것이 된다. 듣지도 못했느냐.

앙산(仰山)스님이 한 스님에게 물었다.
'이제 어디서 왔느냐?'
'여산(廬山)에서 왔습니다.'
'오로봉(五老峯)에 갔느냐?'
'가 보지 못했습니다.'
'그대는 산에 가 보지 못했구나.'
이 말은 모두가 자비로움 때문에 수준을 낮춰 하신 말씀이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4
실중어요(室中語要) - 4

4.
스님께서 어느 땐가 말씀하셨다.
"'마음이 부처다'라는 말은 방편이니 머슴을 주인으로 착각하는 것이고, '생사가 열반이다'함은 흡사 목을 베고서 살리고자 하는 꼴이다.
부처니 祖師니 한다면 부처의 뜻과 祖師의 뜻은 그대 눈알을 나무 염주 알로 바꾸는 것과도 같은 일이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5
실중어요(室中語要) - 5

5.
"소리를 듣고 道를 깨닫고, 색(色)을 보고 마음을 밝힌다."고 하신 옛 분의 말씀을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무엇이 소리를 듣고 道를 깨치는 것이며, 色을 보고 마음을 밝히는 것이겠느냐?"
이어서 말씀하셨다.
"觀世音菩薩이 돈을 가지고 와 호떡을 사는구나."
손을 아래로 내리며 말씀하셨다.
"알고 보니 만두였구나."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6
실중어요(室中語要) - 6

6.
스님께서 언젠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등은 그대 자신이고, 발우를 들고 밥을 먹을 때 그 밥은 그대 자신이 아니다."

그러자 한 스님이 물었다.
"밥이 자기인 경우는 어떻습니까?"
"이 여우같은 촌뜨기야."
다시 말씀하셨다.
"이리 오너라. 이리와. 너는 밥이 자기라고 말하지 않았더냐."
"그렇습니다."
"영원히 꿈에선들 보겠느냐. 이 촌뜨기야."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7
실중어요(室中語要) - 7

 

7.
스님께서 어느 땐가 말씀하셨다.
"진공(眞空)은 유(有)를 깨뜨리지 않으며 색(色)과 다르지도 않다."
그러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眞空입니까?"
"종소리가 들리느냐?"
"아, 종소리이군요."
"어느 세월에 꿈엔들 보겠느냐."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8
실중어요(室中語要) - 8

8.
소산(疏山)스님이 한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
"영중(嶺中)에서 왔습니다."
"설봉에 찾아가 본 적이 있느냐?"
"찾아가 보았습니다."
"내가 전에 갔을 땐 이 일이 부족하였는데, 요즈음은 어떠하더냐?"
"요즈음은 충분합니다."
"죽이 충분 하더냐, 밥이 충분하더냐?"
그 스님은 대꾸가 없었다.
스님(운문)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말씀하셨다.
"죽도 충분하고 밥도 충분하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9
실중어요(室中語要) - 9

9.
부상좌(孚上座)가 설봉스님을 참례하려는데, 설봉스님은 이 소문을 듣고 대중을 집합시켰다. 부상좌가 법당에 올라와 두리번거리자 설봉스님은 막 바로 내려와 버렸다. 지사(知事: 여기서는 부상좌)가 다음날 다시 올라가 절하고는 말하였다.
"제가 어제는 스님의 마음을 언짢게 해드렸습니다,"
"그런 줄 알았으면 되었네."
스님께서 이 이야기를 들려주자 그 때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떤 점이 설봉스님의 마음을 언짢게 해드렸다는 말씀입니까?"
스님은 갑자기 후려쳤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10
실중어요(室中語要) - 10

10.
한 스님이 자복(資福)스님에게 물었다.
"옛사람이 백추(白鎚)*를 치고 불자(佛子)를 세웠던 뜻은 무엇입니까?"
*백추: 대중에게 알릴 사항이 있어 모이게 할 때 치는 종
"옛사람이 그렇게 했더냐?"
"백추를 치고 불자를 세웠던 뜻이 무엇이냐고요?"
자복스님은 대뜸 악! 하더니 나가 버렸다.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말씀하셨다.
"옛사람의 안목이 어떠냐?"
한 스님이 말했다.
"스님은 어떠십니까?"
"어느 세월에 알겠느냐?"
대답이 없자 스님께서는 "이리 좀 오너라." 하고 그 스님을 부르셨다. 그 스님이 앞으로 가까이 가자 스님은 갑자기 불자로 입을 후려쳤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11
실중어요(室中語要) - 11

11.
스님께서 삼평(三平)스님의 게송*을 들려주고는 '이렇게 보고 듣는 것이 사실은 보고 듣는 것이 아니니… '한 구절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무엇을 보고 듣는다 하느냐?"
또 '그대에게 보여 줄 이런 저런 성색(聲色)이란 없다네.' 한 구절에 대해서는 "말로만이라도 성색 성색 할 무엇이 있느냐?" 하시고 '거기에 아무것도 없음을 확실히 안다면…'한 구절에 대해서는 "무슨 일이 있느냐?" 하셨다.

마지막에 '(본체다 작용이다.)를 나누건 안 나누건 무방하리라'한 구절에
대해서는 "말이 바로 본체 그대로가 말이다" 하셨다.
그리고는 다시 주장자를 잡아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이 주장자는 본체이고 등롱(燈籠)은 작용이니 나뉘어지는 것 이냐, 나뉘어지지 않는 것이냐? 듣지도 못했느냐, 모든 것을 아는 智慧는 淸淨하다 했느니라."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12
실중어요(室中語要) - 12

12.
"허깨비로 나타난 빈 몸 그대로가 법신이로다."하신 일숙각의 말씀을 들려주고는 주장자를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온 누리가 다 법신이 아니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13
실중어요(室中語要) - 13

13.
한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물었다.
"저는 이제 막 총림에 들어왔습니다. 스님께서 좀 가르쳐 주십시오."
"죽은 먹었느냐?"
"먹었습니다."
"발우를 씻도록 하라."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말씀하셨다.
"말해보라, 가르쳐 준 것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가르쳐 준 바가 있었다고 한다면 그에게 무슨 말을 해주었겠으며, 가르쳐 준 바가 없었다고 한다면 그 스님은 어떻게 깨닫겠느냐?"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14
실중어요(室中語要) - 14

14.
한 스님이 설봉스님에게 가르쳐 주실 것을 청하자, 설봉스님이 "이것이 무엇이냐?" 하니 그 스님은 말끝에 크게 깨쳤다.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말씀하셨다.
"설봉스님이 그에게 무슨 말을 하였겠느냐?"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15
실중어요(室中語要) - 15

15.
스님께서 어느 땐가 말씀하셨다.
"멀쩡한 땅에서 죽은 사람이 무수하니 가시밭으로 가는 것이 상책이라 하겠다."
그러자 한 스님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큰방에서 제일좌(第一座)가 나온 자리에 있겠군요?"
"소로소로."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16
실중어요(室中語要) - 16

16.
무정설법(無情設法)*을 들려주다가 홀연히 종소리를 듣더니 말씀하셨다.
"석가부처님이 說法하는구나."
그리고는 갑자기 주장자를 잡아 세우더니 한 스님에게 물었다.
"이것이 무엇이냐?"
그 스님이 "주장자입니다" 하자 "어느 세월에 꿈엔들 보겠느냐?" 하셨다.

남양 예충(南陽蕙忠)국사께 한 스님이 물었다.
"무정(無情)도 心性이 있다면 說法을 알아듣겠습니까?"
"그들은 부산하게 항상 說法하면서 잠시도 쉬지 않는다."
"그런데 저는 어째서 듣지 못합니까?"
"그대 스스로가 듣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누가 듣습니까?"
"부처님이 들으신다."
"衆生은 들을 자격이 없겠습니다."
"나는 衆生을 위해 하는 말이지 聖人을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
"저는 귀가 먹어서 듣지 못하니 스님은 들으시겠습니다."
"나도 듣지 못한다."
"듣지 못하신다면 어찌 無情이 說法하는 줄을 아십니까?"
"내가 듣는다면 부처와 같아질 것이니 그대는 내 說法을 듣지 못한다."
"결국 衆生들은 듣겠습니까?"
"衆生이 듣는다면 衆生이 아니지."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18
실중어요(室中語要) - 18

18.
스님께서 어느 땐가 말씀하셨다.
"위대한 作用이 나타남에는 정해진 법칙이 없다."
그러자 어떤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위대한 作用이 나타나는 것입니까?"
스님은 이에 주장자를 들고 고함을 질렀다.
"석가부처님이 오셨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19
실중어요(室中語要) - 19

19.
스님께서 어느 땐가 주장자로 화로를 한 번 치니 대중들이 눈을 멀뚱멀뚱하자 이렇게 말씀하셨다.
"화로가 팔짝 뛰어 33천(三十三天)으로 올라간다. 보이느냐, 보여?"
대꾸가 없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지혜 없는 사람 앞에선 말을 하지 말아야지. 너희들 대가리를 산산이 부숴버리겠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20
실중어요(室中語要) - 20

20.
스님께서 어느 땐가 말씀하셨다.
"저것 좀 보아라. 法身이 등불로 변하니 佛祖를 초월하는 이야기가 그대들 발밑을 지난다."
어떤 스님이 말하였다.
"발밑에서 알아차렸을 땐 어떻습니까?"
"나를 바보로 만드는군."
"그렇다면 여기와는 까마득하겠군요."
"10만 8천리이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21
실중어요(室中語要) - 21

21.
"주객을 양쪽 다 잊었으니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인가?" 하신 반산(槃山)스님의 말씀을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설사 이렇게 말하는 나라해도 반밖에 못간 것이며 아직은 한 길을 투철히 벗어나진 못했다."

 

한 스님이 물었다.
"한 길을 투철히 벗어난 것이란 무엇입니까?"
"천태(天台)의 화정(華頂)이며 조주(趙州)의 석교(石橋)*이다."

* 한 스님이 조주(趙州)스님에게 물었다. 

"오래 전부터 '조주의 돌다리'에 관한 소문을 들었는데 와서 보니 외나무다리만 보이는군요." 

"그대는 외나무다리만 보았지 조주의 돌다리는 보지 못하는구나." 

"무엇이 조주의 돌다리입니까?" 

"지금 지나온 것이다."
어떤 스님이 위의 질문을 독같이 하기에 이번에도 그렇게 대답하자 그 스님이 다시 물었다.

"무엇이 조주의 돌다리입니까?"

"말도 건너고 나귀도 건너느니라."

"무엇이 외나무다리입니까?"

"사람마다 따로따로 건너느니라."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22
실중어요(室中語要) - 22

22.
앙산(仰山)스님이 "여래선(如來禪)은 사형(師兄:香嚴)이 알았다고 인정하겠습니다만…"* 이라고 한 말을 꺼내는데 어떤 스님이 물었다.
*앙산 혜적(仰山慧寂)스님이 사제(師弟) 향엄(香嚴)스님에게 묻기를, "아우님은 요즘 보는 경지가 어떻소?" 하니 "갑작스레 대답하려니 말이 안 나오는군요."하고는 게송을 하나 지어 바쳤다.

작년의 가난은 가난이 아니었고
금년의 가난이야말로 진짜 가난 일세
작년엔 송곳 하나 꽂을 틈 없더니
금년엔 송곳마저도 없어졌다오.

앙산 스님은 다 듣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여래선(如來禪)만 했을 뿐, 조사선(祖師禪)은 하지 못했다."
"무엇이 여래선입니까?"
스님께서 "상대인(上大人)…" 하고는 다시 부채를 들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것을 부채라고 부르는데, 그대는 무엇이라고 하겠느냐?"
대꾸가 없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부채 위에서 설법을 하고 등롱 속에 몸을 숨긴다. 어떠한가?"
그 스님이 다시 물었다.
"무엇이 스님의 禪입니까?"
스님은 꾸짖었다.
"원래 여기에 있었을 뿐이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23
실중어요(室中語要) - 23

23.
설봉스님이 어떤 스님을 가까이 오라고 불러 놓고는 그 스님이 차수(叉手)하고 앞으로 가자 "가거라!" 하였는데,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서한 스님에게 물었다.
"그대는 이 차수구(叉手句)를 어떻게 말해내겠는가? 그대가 차수구를 말할 수 있다면 즉시 설봉스님을 보게 되리라."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24
실중어요(室中語要) - 24

24.
"한 마음이 나지 않으면 萬法이 허물이 없다" 하신 3조(三祖)스님의 말씀을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여기에서 깨달을 뿐이다."
그리고는 주장자를 잡아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世上天地에 무슨 허물이 있겠느냐?"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25
실중어요(室中語要) - 25

25.
"모든 法相과 法相 아닌 것들이여, 나의 神靈한 깨달음과 무슨 관계있으랴" 하신 일숙각의 말씀을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行住坐臥가 神靈한 각성(覺性)이 아닌데 무엇을 法相이라고 하느냐?"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26
실중어요(室中語要) - 26

26.
"主客 양쪽을 다 잊었으니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겠느냐?" 하신 반산스님의 말씀을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東海 바다에 몸을 숨기고 수미산 꼭대기에서 말을 달린다."
그리고는 주장자로 선상을 한 번 치자 대중들이 눈을 멀뚱거리니 이에 주장자를 집어 들고 大衆을 쫓아버리며 말씀하셨다.
"영리한 놈 인줄 알았더니 먹통이로군."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27
실중어요(室中語要) - 27

27.
어떤 스님이 건봉(乾峯)스님에게 물었다.
"시방부처의 한 길 열반문이라 하는데 그 길이 어딘지를 모르겠습니다."
건봉 스님은 주장자로 그으면서 "여기다" 하였다.
스님께서는 이를 들려주고 부채를 잡아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부채가 팔짝 뛰어 33천으로 올라가 제석(帝釋)의 콧구멍을 막고 동해의 잉어가 한 방을 치니 대야 물을 엎은 듯이 비가 쏟아지는구나. 알겠느냐?"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28
실중어요(室中語要) - 28

28.
스님께서 언젠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제방에선 백추(白鎚)를 잡고 불자를 세우면서 '알겠느냐?' 라고들 하면 그저 '양반을 상놈으로 만들지 마십시오.' 한다. 그러면 다시 '그렇지, 그래' 하고는 납자들이 무어라고 하려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후려치곤 한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29
실중어요(室中語要) - 29

29.
"마음이 일어나면 갖가지 法이 생기고 마음이 없어지면 갖가지 法이 없어진다."고한 經典의 말씀을 들려주고는 주장자를 잡아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이 무게가 얼마나 되겠느냐?"
한 스님이 "반근쯤 되겠습니다." 하니 "어느 세월에 꿈엔들 보겠느냐" 하셨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30
실중어요(室中語要) - 30

30.
"모든 사물 끝마다에서 나를 알아보아라." 하신 협산(來山)스님의 말씀을 들려주며 합장하고 말씀하셨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다시 주장자로 법당 앞의 큰 기둥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저것 좀 보아라. 협산 스님이 노주가 되었구나."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31
실중어요(室中語要) - 31

31.
앙산 스님이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요즈음 어디서 왔느냐?"
"남쪽에서 왔습니다."
앙산 스님은 주장자를 잡아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그 곳에서도 이것을 말하더냐?"
"말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말하지 않으면 저것은 말하더냐?"
"말하지 않습니다."
앙산 스님이 "스님!" 하고 부르더니 "법당에 참배나 하시오" 하였다.
그 스님이 떠나려 하자 앙산 스님이 다시 불렀다. 그 스님이 "네" 하자 "이리 가까이 오너라." 하여 그 스님이 가까이 가자 별안간 후려쳤다.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말씀하셨다.
"앙산 스님이 마지막 한마디를 하지 않으셨다면 어떻게 우리가 그 분임을 알 수 있으랴."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32
실중어요(室中語要) - 32

32.
설봉스님이 어떤 스님을 앞으로 가까이 오라고 불러 그 스님이 가까이 가자 말씀하셨다.
"어디 가느냐?"
"운력 하러 갑니다."
"가 보아라."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말씀하셨다,
"이는 말을 듣고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34
실중어요(室中語要) - 34

34.
"견문각지(見聞覺知)에 막힐 것 없으니 성향미촉(聲香味觸)이 항상 삼매라네" 라는 구절을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어느 곳도 삼매가 아니니, 작용할 때도 삼매가 아니다. 어디에선가는 말하기를, '성향미촉의 본체도 한 쪽에 있고 성향미촉도 한 쪽에 있다'고 하나 그것은 고식적이고 치우친 견해이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35
실중어요(室中語要) - 35

35.
협산 스님이 앉아 있는데 동산(洞山)스님이 찾아와서 "어떻습니까?" 하고 묻자 협산 스님은 "이러할 뿐이지" 하셨다.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동산스님의 입장에서는 "놓아주지 않으면 또 어찌하려 구요." 라고 대신 말하더니 협산 스님의 입장에서는 별안간 "할"로 대신 말씀하셨다.
스님께서는 다시 협산 스님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말씀하셨다.
"이러할 뿐이라니 원래 두꺼비 소굴 속에 있었군."
다시 말씀하셨다.
"이러할 뿐이라 하였으나 그래도 제대로 되었다 하기는 어렵지."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36
실중어요(室中語要) - 36

36.
"법이란 법의 본래 법은..." 하신 祖師의 게송*을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行住坐臥도 '본래 법'이 아니며, 그 어느 곳도 '본래 법'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山河大地와 그대가 아침저녁으로 옷 입고 밥 먹는데 무슨 허물이 있겠느냐?"
다시 "법은 본래 법 없는 법이다" 하신 것을 들려주고는 주장자를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본래 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가섭(迦葉)존자는 다음과 같이 송했다.
법을 법이라 할 때, 그 본래 법은
법이라 할 것도 없고 법 아니라 할 것도 없으니
동일한 법 중에서
어찌 법인 것과 법 아니 것이 있으랴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37
실중어요(室中語要) - 37

37.
"빈손엔 호미를 잡고 길을 갈 땐 물소를 탄다." 고 하신 부대사(傅大士)의 게송을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그대는 북쪽에서 한 마리 물빛 소*를 타고 여기 왔구나."
이어서 주장자를 세우더니 말씀하셨다.
"안 보이느냐? 천 마리 만 마리가 이리로 몰려오는구나. 한 마리만 알아보도록 하라."

 *물빛 소: 위산(爲山)스님의 물빛 소 화두에서는 이것을 본래면목으로 사용하였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38
실중어요(室中語要) - 38

38.
"나의 몸이 비었듯이 모든 법도 비었으니 천품만류(千品萬類)가 모두 동일하도다." 하신 보공(寶公)스님의 게송을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그대는 서 있어도 선줄을 보지 못하고 가면서도 가는 줄을 보지 못한다.
4대5은이라 할 것이 없는데 어느 곳에서 山河大地를 보겠느냐. 그대가 매일 발우를 들고 밥을 먹는데 무엇을 밥이라 하겠으며 게다가 어느 곳에 한 톨의 쌀이 있다 하겠느냐?"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39
실중어요(室中語要) - 39

39.
"온갖 소리는 부처님 소리이고 모든 色은 부처의 色이다" 한 구절을 들려주고서 불자를 세우더니 말씀하셨다.
"이것이 무엇이냐? 불자라고 말한다면 촌구석 노파의 선(禪)도 모르는 것이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40
실중어요(室中語要) - 40

 

40.
남방의 선객이 국사에게 묻기를, "여기 불법은 어떻습니까?" 하니 "몸과 마음이 일여(一如)하여 몸 밖에 다른 것은 없다네" 하였다.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말씀하셨다.
"山河大地가 어디에 있느냐?"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41 -
실중어요(室中語要) - 41

41.
스님께서 언젠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祖師를 알고 싶으냐?"
주장자로 가리키면서 말씀하셨다.
"祖師가 그대 머리 위에서 뛰고 있다, 祖師의 눈동자를 알고 싶으냐? 그대 발꿈치 밑에 있다."
다시 말씀하셨다.
"이렇게 차와 밥으로 젯상을 차려도 역시 鬼神은 만족을 모르는구나."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42
실중어요(室中語要) - 42

42.
스님께서 어느 땐가 말씀하셨다.
"보리, 열반, 진여, 해탈을 설명하라면 이는 풍향(楓香)을 태우면서 供養하는 것일 뿐이라 하겠다. 만일 佛祖를 설명하라면 황숙향(黃熟香)을 태워 供養하는 것일 뿐이라 하겠다.
또한 佛祖를 뛰어넘는 道理를 설명하라면 병향(甁香)을 태워 供養하는 것일 뿐이다.
그대는 그저 佛法僧에 귀의하면 될 뿐이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43
실중어요(室中語要) - 43

43.
스님께서 하루는 주장자를 세우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敎學에서라면 凡夫는 이 주장자를 실제로 있다고 보고 2승(二乘)은 없다고 부정한다. 또 연각(緣覺)은 헛것일 따름이라 하고 보살은 그 자체란 원래 공(空)한 것이라 할 것이다.
납승은 주장자를 보면 주장자라 할 뿐이다. 가면 갈 뿐이고 앉으면 앉을 뿐이라 도대체 옴짝달싹 못한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44
실중어요(室中語要) - 44

44.
"모든 事物에서 나를 알아내고 시끄러운 시장에서 천자(天子)를 알아보라" 하신협산(夾山)스님의 말씀을 들려주고는 다시 한마디 하셨다.
"한 티끌 일자마다 온 주리를 다 받아들인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45
실중어요(室中語要) - 45

45.
"3세 모든 부처님이 불꽃 위에서 큰 法輪을 굴린다" 하신 설봉(雪峯)스님의 말씀을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불꽃이 3세 모든 부처님에게 法을 설하니 3세 모든 부처님이 제자리에서 法을 듣는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46
실중어요(室中語要) - 46

46.
스님께서 차를 마시고 나서 찻잔을 들고 말씀하셨다.
"3世 모든 부처님이 法을 다 들으시고는 모두 찻잔 밑을 뚫고 내려간다. 보이느냐. 보여? 모르겠거든 그럭저럭 오랜 시일을 지내면서 알아내도록 하라."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47
실중어요(室中語要) - 47

47.
"빛이 境界를 비추지 않고 境界도 存在하지 않아서 빛과 境界 양쪽 다 잊으니 그 무슨 물건인가" 하신 반산스님의 말씀을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온 누리가 다 큰 빛인데 무엇을 자기라고 하겠느냐? 그대가 빛을 알아버렸다면 境界도 成立하지 못하는데 무슨 똥 같은 빛이니 境界가 있으랴. 빛과 境界가 이미 成立될 수 없다면 그것은 무슨 물건인가."
다시 말씀하셨다.
"이는 옛사람이 慈悲心으로 중언부언하신 말씀이니 여기에서 매우 분명히 알아야 하리라. 놓아버려서는 안되거니와 놓아버리지 않는다면…" 하더니 다시 손을 들면서 말씀하셨다.
"소로 소로."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48
실중어요(室中語要) - 48

 

48.
"선하(禪河)는 물결 따라 고요하고 정수(定水)는 파도를 쫓아 맑다" 한 부 대사(傅大士)의 게송을 들려주고는 주장자로 등불을 가리키면서 말씀하셨다.
"보느냐? 본다고 한다면 범부를 타파하는 것이며, 보지 못한다고 한다면 두 눈이 멀쩡한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다시 주장자를 잡고 말씀하셨다.
"온 누리가 물결이 아니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49
실중어요(室中語要) - 49

49.
스님께서 언젠가는 주장자로 선상을 한 번 치더니 말씀하셨다.
"온갖 소리는 부처님의 소리이며 모든 색은 부처님의 색이다. 그대들은 발우를 들고 밥을 먹을 땐 이것이 발우라는 생각을 하고, 걸어갈 땐 간다는 생각을 하며, 앉을 땐 앉는다는 생각을 한다.
이러한 부류들은 그런 식으로 계속해 간다면 방망이를 집어 들고 몽땅 쫓아 흩어버려야겠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50
실중어요(室中語要) - 50

50.
스님께서 어느 땐가 불자를 세우더니 말씀하셨다.
"여기에서 들어갈 곳을 얻으니 괴이하게 되었구나. 일본에서 선(禪)을 설명하니 33천에서 어떤 사람이 나와서 '음음'하고 창고지기는 형틀을 걸머지고 죄상을 고백한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51
실중어요(室中語要) - 51

51.
"한 곳에 通하지 못하면 두 곳에서 힘을 잃고, 두 곳에서 通하지 못하면 부딪치는 길마다 막히리라" 한 옛사람의 말씀을 들려주고는 주장자를 잡아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山河大地와 모든 부처님이 다 이 주장자 끝에 있는데 무슨 막힘이나 걸림이
있으랴. 지금 이렇게 밝은데 어둠은 어디로 갔겠느냐? 이 밝음 그대로가 어둠인데 일체 衆生은 色空, 명암(色空明暗)에 막히어 거기서 生滅하는 法이 있다고 보게 된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52
실중어요(室中語要) - 52

52.
"여섯 가지 神通妙用은 空하면서 空하지 않고 한 덩이 두렷한 빛은 色이면서 色이 아니네" 하신 일숙각의 偈頌을 들려주고는 불자를 잡아 세우더니 말씀하셨다.
"이것이 色이면서 色이 아닌 두렷한 빛인데 무엇을 色이라 부르느냐? 내게 한번 가져와 보아라."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53
실중어요(室中語要) - 53

53.
"모든 사물 속에서 나를 알아보고 시끄러운 시장 안에서 천자를 알아보아라." 하신 협산 스님의 말씀을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두꺼비가 그대 귀 속으로 들어가고 독사가 그대 눈알을 뺀다. 우선 말 속에서 알아내도록 하라."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54
실중어요(室中語要) - 54

54.
"시방부처의 한 길 열반문"이라는 구절을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그대가 모른다면 대식국(大食國) 사람이 너의 속눈썹 안에서 향약(香藥)을 팔고 있으리라."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55
실중어요(室中語要) - 55

55.
"둘도 없고 둘로 나뉘어도 없으니 차별도 없고 끊김 도 없기 때문이다" 한 <반야경>의 한 구절을 들려주고는 이어서 법당 앞 돌기둥을 가리키면서 말씀하셨다.
"<반야경>과의 거리가 얼마나 되겠느냐?"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56
실중어요(室中語要) - 56

56.
"經典이나 呪文, 온갖 언어문자는 하나도 실다운 모습과 어긋나지 않는다" 한 경(經)의 한 구절을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이것이 무엇이냐? 주장자라고 한다면 地獄으로 들어갈 것이며, 주장자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느냐?"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57
실중어요(室中語要) - 57

57.
스님께서 하루는 불자를 잡고 한 번 흔들더니 말씀하셨다.
"해와 달, 뭇 별들이 땅 위에 쫙 깔렸다. 보이느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몸을 일으키면서 말씀하셨다.
"얼마 있다가 그대의 눈동자가 튀어나올 것이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58
실중어요(室中語要) - 58

58.
"시방부처의 한 길 열반문"이라는 구절을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이것은 집이고, 위는 하늘이며 손 안에는 주장자가 있다. 어떤 것이 열반문이냐?"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59
실중어요(室中語要) - 59

59.
스님께서 어느 땐가 말씀하셨다.
"손가락을 튕기고 기침을 하며 눈썹을 드날리고 눈을 깜짝이며 백추를 잡고
불자를 세우거나, 혹은 원상(圓相) 그리는 것은 다 올가미를 씌우는 일이다.
불법(佛法)이라는 두 글자에는 근처에도 못 가는 말이며, 말했다 하면 그것은
똥오줌을 뿌리는 격이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60
실중어요(室中語要) - 60

60.
와관(瓦官)스님이 덕산스님을 참례하고서는 시자가 되었다. 하루는 함께 산에 들어가 나무를 찍는데 덕산스님이 물 한 발우를 떠다 주어 와관스님이 마시자 덕산스님이 말씀하셨다.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덕산스님이 다시 물 한 발우를 주자 와관스님이 받아 마시니 덕산스님이 말씀하셨다.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저 모른다 한 것을 어째서 탈바꿈하지 않느냐?"
"모르겠습니다. 다시 무엇을 바꾸겠습니까?"
"그대는 어쩌면 그렇게도 쇠말뚝 같으냐."
와관스님이 절에 머문 뒤 설봉스님이 찾아가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다가 설봉스님이 말씀하셨다.
"당시 덕산스님 회상에 있으면서 나무를 찍던 일은 어떠하였소?"
"선사(先師)께선 당시에 나를 인정하였다오."
"스님은 선사를 너무 빨리 떠나왔소."
그 때 앞에 물 한 발우가 있었는데 설봉스님이 물을 가져오라고 하여 와관스님이 바로 설봉스님에게 건네주었더니, 설봉스님은 받자마자 물을 확 뿌렸다.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대신 말씀하셨다.
"양민을 짓눌러 천민을 만들지 마십시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61
실중어요(室中語要) - 61

61.
재(齋)를 지내고서 호떡을 한 입 깨물더니 말씀하셨다.
"제석의 콧구멍을 물어뜯었더니 제석이 아야, 아야, 아야! 하는구나."
다시 주장자로 가리키면서 말씀하셨다.
"여러분의 발꿈치 아래서 석가부처님으로 변하였다. 보이느냐, 보여? 염라대왕이 내 말을 듣고 하하 하고 크게 웃으면서 말하기를, '스님이 맞는다면 내 그를 어찌하지 못하겠지만 맞지 않는다면 다 내 손아귀에 있다'고 하는구나."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62
실중어요(室中語要) - 62

62.
스님께서 언젠가는 주장자로 禪床(선상)을 한 번 치더니 말씀하셨다.
"그대가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소리를 듣고 여기에서 대뜸 깨달을 것이니, 그러고 나서는 山河大地와 日月星辰 모두가 무슨 허물이 있겠느냐?"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63
실중어요(室中語要) - 63

63.
"티끌 하나 일자마자 온 누리를 다 받아들인다." 하신 낙포(洛浦)스님의 게송을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조과(鳥寡)*스님이 실 한 오라기를 뽑아드니 누군가가 그 자리에서 깨닫는군."

*조과 도림(鳥寡道林)스님에게 회통(會通)시자라는 이가 있었는데, 하루는 떠난다고 하직을 하니 도림스님이 말하였다. 

"어디로 가려는가?" 

"저는 법을 알기위해 출가하였는데 스님께서 가르쳐주시지 않으므로 이제 여기저기 다니면서 佛法을 배우고자 합니다." 

"佛法쯤이라면 내게도 약간은 있다." 

"무엇이 스님의 佛法입니까?" 

도림스님은 몸에서 실올을 하나 뽑아서 불어 날리니 회통시자는 여기서 妙한 理致를 깨달았다. 그리하여 포모시자(布毛侍者)라는 별명이 붙었다.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64
실중어요(室中語要) - 64

64.
"3신 4지(三身四智)는 체중원(體中圓)이고, 8해 6통(八解六通)은 심지인(心地
印)이다" 하신 일숙각의 말씀을 차를 마시는 때에 들려주고는 "차를 마실 땐 심지인이 아니다" 하셨다.
곧 이어 주장자를 잡고 말씀하셨다.
"우선 이것부터 알아내도록 하라."

운문록 … 실중어요(室中語要) - 65
실중어요(室中語要) - 65

65.
한 스님이 설봉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보이는 것마다 보리라는 것입니까?"
"법당 앞에 잘 생긴 돌기둥이다."
다른 곳에서는 "법당 앞 돌기둥이 보이느냐?" 하셨다.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주장자를 잡아 세우더니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은 자체 위에서 일을 알아내니 법당 앞 돌기둥을 보면 그저 돌기둥이라 할 뿐이다."
또 어느 곳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돌기둥이 있는 것을 보지 못하면 고식적이고 치우친 見解를 낸다. 돌기둥을 보면 돌기둥이라 부를 뿐이며 주장자를 보면 주장자라 부를 뿐이니, 여기에 무슨 허물이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