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경전/밀린다 팡하

서장(序章)

실론섬 2015. 3. 13. 16:30




서장(序章)

 

종교적 주제가 아닌 세속적 설화 


옛날,

유명한 수도 사아가라의

미린다 왕은

세계에서 저명한 현인 나아가세나에게로 갔다.

마치 간지스 강이

보다 깊은 바다로 흘러 들어 가듯이.

담론에 솜씨 있는 왕은

진리의 햇불을 들고

마음의 어두움을 쫓아버린 나아가세나에게

-참과 거짓을 가려내는-

여러 가지 점에 대하여

미묘하고 어려운 질문을 했다.

이 질문에 주어진 해답은

듣는 이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귀를 즐겁게 하며

신기하고 오묘함을 느끼게 했다.

나아가세나의 담론은

수우트라경의 모든 그물코를 이루고

비유와 논증으로 강하게 반짝이며

비나야와 아미달마의 신비한

심연에 까지 스며 들었다.

오라. 그대들이여,

와서, 그대의 머리를 빛나게 하고

그대의 마음을 기쁘게 하라.

그리고 모든 의심의 실마리를 풀어 주는

이들 미묘한 질문가 해답에 귀를 기울이라.

 

1) 그리스인의 도시

전설에 의하면, 오나카 인(그리스인) 나라에 여러 가지 물건을 교역하는 중심지 사아가라 도시가 있었다. 산수가 수려한 아름다운 지방이었다. 조시에는 공원과 정원과 작은 숲과 호수와 연못이 갖추어 있었고, 산수와 숲이 아름다운 낙원을 이루었다. 솜시 있는 기술자가 설계한 도시라 한다. 그리고, 모든 적과 반역자들이 추방되었기 때문에 그 곳 사람들은 위험이라곤 전혀 모르고 살았다. 여러 모양의 튼튼한 망탑과 성벽이 있고, 우뚝 솟은 성문과 탑문이 있었다. 한가운데에 흰 성벽과 깊은 참호로 둘러 싸인 국왕의 성채가 보였다. 거리와 광장과 십자로와 장터가 잘 나뉘어져 있고, 상점에는 값비싼 많은 상품이 수북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또 수백 개의 보시당도 화사하게 꾸며져 있고, 수많은 커다란 저택이 히말라야 산봉우리처럼 늘러서 있었다. 거리는 코끼리와 말과 마차와 보행자들로 붐볐으며, 상냥한 남녀들이 짝을 지어 빈번히 출입하곤 했다. 온갖 신분의 사람들, 즉 크샤트리아(왕족)와 바라문(사제자). 바이샤(평민). 수우드라(노예)들이 붐볐다. 사람들은 모든 종족의 스승-수행자와 바라문-을 환대했다.

그리고 도시에는 여러 학파의 지도자들이 많이 왕래했다. 상점에는 카아시이와 코톰바라에서 짜낸 옷감과 갖가지 의류로 가득했다. 보시당에서는 향내가 흘러 나 가득 차 있어 눈부신 보물의 나라와도 같았다. 곡식과 재산과 일용의 물자가 창고에 가득 가득 차 있어 눈부신 보물의 나라와도 같았다. 곡식과 재산과 일용의 물자가 창고에 가득했다. 부유하기로는 울타라쿠루-수미산 북쪽에 있다는 이상향-에 비길 만하고 영광스럽기로는 비사문천의 수도인 알라카만다를 닮았다.

 

2) 전생이야기

옛날 카아샤파 부처가 불법을 펴고 계실 때, 간지스 강 근방에 많은 비구들이 살고 있었다. 계율과 본분을 잘 지키는 비구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 긴 빗자루를 들고 마을 속으로 부처님의 공덕을 외우며 경내의 청소를 하는 것이 일과의 하나였다. 쓰레기가 모여 산더미처럼 쌓였다. 어느 날, 한 비구가 사미에게 그 쓰레기 더미를 치우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미는 못 들은 척하고 지나가 버렸다. 비구는 그를 아주 고집 센 풋나기로 알고 화를 내며 빗자루로 때렸다. 사미는 감히 거역할 수 없는 두려움 때문에 울면서 그 일을 해치웠다. 그리고 사미는 최초의 발원을 세웠다.

"이 쓰레기를 치우는 공덕으로 열반에 이를 때까지 다시 어디에 태어나든지, 한낮 태양처럼 커다란 위력과 광채를 갖게 해 주십시오" 라고. 그는 쓰레기를 치우고 한지스 강가로 목욕하러 나갔다. 거기서 그는 강물이 세차게 물결치는 것을 보고 두 번째 발원을 세웠다.

"열반에 이를 때까지 다시 어디에 태어날지 간지스 강 물경이 파도치는 것처럼 척척 대답하는 말재주와 다할 줄 모르는 말재주를 갖게 해 주십시오" 라고.

그런데 비구도 빗자루를 헉간에다 치워 놓고 목욕하러 간지스 강가를 배회하다가 우연히 그 풋나기 사미가 발원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때 그는 마음속으로 사미도 저렇게 발원을 하는데, 나라고 어찌 발원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고 발원을 세웠다. 

"열반에 이를 때까지, 어디에 태어나든지 간지스 강의 세찬 파도와 같이 다할 줄 모르는 말재주를 갖게 해 주시고, 저 사미가 묻는 하나 하나의 질문과 난제를 환하게 풀어 줄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해 주십시오." 하였다.

이 두 사람은 각기 천사과 인간계를 윤회하면서, 한 부처의 출현에서 다음 부처의 출현까지의 기간을 지냈다. 그런데 카아샤파 부처에 의하여 이들의 미래는 다음과 같이 예언 되었다.

"내가 죽은 5백 년 뒤, 두 사람은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날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가르친 오묘한 진리와 계율은 두 사람의 문답과 비유의 적용으로 풀기 어려운 실마리가 풀리고 분명하게 될 것이다." 고

뒷날 이 두 사람은 예언대로 각기 왕과 비구로 태어났다.

 

3) 해후(邂逅)

오랜 뒤의 어느날, 미린다 왕은 사군으로 조직된 무수한 병력을 시외에서 사열했다. 사열을 끝낸 뒤 쾌락론자. 궤변론자들과 토론하기를 바란 왕은, 높이 솟은 해를 쳐다보고 나서 신하들에게 말했다.

"날이 아직 훤하다. 이처럼 일찍 시내에 들어간들 무엇하겠는가. 현자든 수행자든 바라문이든 또는 교단이나 학파의 지도자든, 대중의 조사이든 -심지어 부처라든가 정등각자라고 자칭하는 사람까지도 - 누구든 나와 토론하여 나의 의문을 풀어줄 사람은 없을까"

이 무렵 수많은 아라한들이 히말라야 산록의 랏기다라에 모여 나아가세나 존자를 만나고자 하였다. 아라한들의 만나고자 하는 전갈을 받은 나아가세나 존자는 아라한들 앞에 나타났다. 수 많은 아라한들은 나아가세나 존자에게 말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미린다 왕을 굴복시켜 주십시오"

"존자들이여, 미린다 왕 뿐 아니라 전인도의 왕들이 나에게 와서 질문하더라도 나는 모든 난문(難問)에 대답하여 해결해 보겠습니다. 그대들은 두려워하지 말고 사아가라 시로 가십시오."

그래서, 장로와 비구들은 사아가라로 돌아 갔다.

한편, 한 바라문을 난문으로 물리친 미린다 왕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정말 전인도는 빈 껍질이다. 정말 왕겨와 같다. 대론하여 나의 의심을 없애 줄 수 있는 출가자나 바라문은 한 사람도 없구나"

그러나, 미린다 왕은 주위의 요나카(그리스) 군중들이 아무 두려움 없이 침착해 있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

"아니다. 이 요나카 군중들이 조용히 있는 것을 보면, 틀림없이 나와 대론할 수 있는 박식한 비구가 있을 거야."

그래서 미린다 왕은 요나카 인들에게 물었다.

"신하들이여, 나와 대론하고 나의 의심을 없애 줄 수 있는 다른 박식한 비구가 있는가."

이때, 나아가세나 존자는 비구들을 거느리고 촌락. 읍. 도시를 탁발하여 돌아다니면서 점차 사아가라에 가까이 오고 있었다. 나아가세나 존자는 승단의 지도자요. 가나(제자의 집단)의 우두머리였다. 그의 이름은 세상에 널리 알려져 명성이 높았고, 박식하고, 교양 있고, 자신 있는 수도승이었다.

미린다 왕의 신하 데바만티야는 왕에게 말했다.

"대왕이여, 잠간만 기다려 주십시오. 나아가세나라는 장로가 오고 있습니다. 그 분은 박식하여 유능하고 지혜로우며, 용기있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많이 들었으며, 담론에 뛰어나고, 말솜씨가 시원시원합니다. 부처님의 정신가 가르침을 해설함에 있어서나 이단자를 굴복시킴에 걸림이 없고, 자재한 능력을 가진 아주 훌륭한 사람입니다. 그 분은 지금 상케이야 승방에 살고 계십니다. 대왕이여, 그 곳에 가서 그 분에게 질문을 해 보십시오. 그 분은 대왕과 대론하여 대왕의 의문을 풀어 줄 수 있을 줄로 압니다."

미린다 왕은 나아가세나에 대한 소개의 말을 듣자, 갑자기 두렵고 불안하여 머리 끝이 오싹했다. 그리고 그는 데바만티야에게 다그쳐 물었다.

"정말 그러한가"

"대왕이여, 그 분은 인드라. 마야. 바루나. 쿠베라. 푸라쟈아파티. 수야아마. 상투시타 등의 수호신들과 또 사람의 조상인 부라흐마아와도 대론할 수 있습니다. 하물며 사람과의 대론이겠습니까?"

"그러면 데바만티야, 그 분에게 내가 찾아 뵈러 간다는 전갈을 보내라."

데바만티야는 왕의 분부대로 전갈을 보냈다. 그리고 나아가세나 존자는 와도 좋다는 회답을 했다. 왕은 5백 명의 요나카인을 이끌고 훌륭한 수레에 올라 거대한 수행원들과 함께나아가세나 존자가 있는 상케이야 승방으로 갔다. 그때 나아가세나 존자는 8만 명의 비구들과 함께 뜰 안 정자에 앉아 있었다. 미린다 왕은 나아가세나 존자와 거기 모인 무리를 멀리서 보고, 데바만티야에게 물었다.

"데바만티야, 저 큰 모임은 누구의 회상인가?"

"대황이여 나아가세나 존자의 회상입니다."

그때, 미린다 왕은 그 대회중을 멀리 바라보자, 다시 두렵고 불안하기 시작헸다. 미린다 왕은 마치 코뿔소에게 포위 당한 코끼리와 같이, 가루라새에게 포위 당한 용과 같이, 뱀에게 쫒기는 사슴과 같이, 고양이를 만난 쥐와 같이, 무당에게 쫒기는 개구리와 같이, 표범에게 쫓기는 사슴과 같이, 고양이를 만난 쥐와 같이, 무당을 만난 악마와 같이, 새장에 갇힌 새와 같이, 그물에 걸린 물고기와 같이, 임종을 맞이한 천자와 같이 부들부들 떨며 두려워 하고, 불안해 하다가 공포의 괴로움으로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러나, 적어도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는 것만을 피해야겠다고 정신을 가다듬은 다음, 용기를 내어 데바만티야에게 말했다.

"데바만티야, 나에게 어느 분이 나아가세나 존자인가를 가르쳐 줄 필요는 없다. 일러 주지 않아도 나는 나아가세아 존자를 알아낼 수 있다."

"그렇습니다. 대왕께서는 틀림없이 그를 알아보실 것입니다."

나아가세나 존자는 비구들 가운데서 앞쪽에 앉은 4만 명의 비구보다 젊고, 뒤쪽에 앉은 4만명의 비구보다 연장이었다. 미린다 왕은 멀리서 앞자리와 뒷자리와 중앙에 앉은 모든 비구의 무리를 둘러 보고, 나아가세나 존자가 바로 중앙에 앉아 있음을 알았다. 왕은 주려움이나 놀람이 없고, 공포와 전율이 전혀 없는 모습을 보고, 그 분이 바로 나아가세나 존자임을 알아 차렸다. 왕은 데바만티야에게 저 분이 바로 나아가세나 존자냐고 물었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저 분이 바로 나아가세나 존자입니다. 대왕께서는 나아가세나 존자를 잘 알아 보셨습니다."

왕은 남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나아가세나 존자를 알아 보았을 때 기뻐했다. 그러나, 미린다 왕은 나아가세나 존자를 보자마자, 두렵고 얼떨떨하고 또 불안해졌다. 이 때의 정경을 읊은 시는 다음과 같다.


현명하고 청정(淸淨)하며,

가장 훌륭하고 유감없이 자신을 잘 다스리는

나아가세나 존자를 보고,

미린다 왕은 이렇게 말했도다.

많은 논사(論師)를 만났고 많은 대론을 해 보았으나

오늘처럼 놀람과 두려움으로

마음을 압도당한 일은 결코 없었다.

아마도 오늘은 내가 패배하고,

승리는 나아가세나 존자에게 갈 것이다.

내 마음은 몹시 불안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