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경어[參禪警語] 7

제5장 공안을 참구하는 납자를 위한 글

제5장 공안을 참구하는 납자를 위한 글 1. 물빛소(水牛) 공안 「위산 스님이 말하셨다. “내가 죽은 뒤에 산밑에 가서 물빛소가 되어 왼쪽 겨드랑 밑에다 ‘위산의 중 아무개’라 쓰겠다. 이때 위산이라 하면 물빛소를 어찌하며 물빛소라 하면 위산은 무어라 해야 하겠느냐?” 」 허공까지 닿도록 물결을 일으켜도 가산을 모조리 탕진하기 알맞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귀머거리라 붉은 심장 속에 따끔한 몽둥이질 가해서 입가에 흰 거품 생겨나게 한다면 불법과 티끌세상 함께 평탄하리라. 바른 생각에는 바늘 끝도 칼날도 들어갈 틈 없고 철면피 낯가죽엔 인정이란 없다네. 예가 아니면 경거망동을 하지 말며 가고 머뭄에 자재해야 하느니라. 멀다 가깝다 부질없이 지견을 내지 말고 의단을 부딪쳐 깨고 묘하게 깨달을..

제4장 의정을 일으킨 납자에게 주는 글

제4장 의정을 일으킨 납자에게 주는 글 1. 조그만 경지에 집착하는 장애 참선하다가 의정을 일으켜 법신도리(法身道理)와 만나서 온 누리가 밝고 밝아 조그만큼의 걸림도 없음을 보게 되는 이가 있다. 그들은 당장에 그것을 어떤 경지라고 받아들여서 놓아버리지 못하고 법신 주변에 눌러앉게 된다. 그리하여 미세한 번뇌가 끊기지 않은 채, 법신 가운데 어떤 견지(見地)나 깨달음의 상태가 있는 듯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것이 모두 종자 번뇌임을 까맣게 모르는 것이다. 옛사람은 이 법신을 ‘언어를 초월한 소식’ 이라고 불렀다. 미세한 번뇌가 끊기지 않았다면 이미 온몸 그대로의 병통이니, 이는 선이 아니다. 이러한 경지에 도달하거든 오직 온몸으로 부딪쳐 들어가서 생사대사를 깨달아야 하며, 또한 깨달은 것이 있었다는 ..

제3장 의정을 일으키지 못하는 납자에게 주는 글

제3장 의정을 일으키지 못하는 납자에게 주는 글 1. 지식으로 헤아리는 장애 참선할 때 의정을 일으키지 못하는 이 중에는 옛 큰스님들의 행적과 저서들을 뒤적이며 이론을 검토하여 지식을 구하려는 무리들이 있다. 이들은 언어로 된 불조(佛祖)의 가르침을 하나로 꿰뚫어서 도장을 하나 만들어 놓고는 그것을 잣대로 삼는다. 그러다가 공안 하나라도 들게 되면 곧 알음알이로 따져 이해하려 하고 본래 참구해야 할 화두에는 의심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리하여 남이 따져 물으면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게 되니, 이는 생멸심이지 선(禪)은 아니다. 혹 어떤 사람은 묻는 대로 바로 답해주거나, 손가락을 곧추 세우고, 주먹을 쳐들거나, 붓을 쥐고 일필휘지로 게송을 지어 납자들에게 보여주고 참구하도록 하면서 그 속에 어떤 의미가 있다..

제2장 옛 큰스님의 가르침에 대해 평하는 글

제2장 옛 큰스님의 가르침에 대해 평하는 글 1. 쓸데없이 마음을 쓰지 않다 조주 스님이 말씀하셨다. “30년 동안 쓸데없는 마음을 쓰지 않았다. 옷 입고 밥 먹는 것 빼고는 모두 쓸데없는 마음을 쓰는 일일뿐이다.” 나는 이렇게 평한다. 아예 마음을 쓰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쓸데없는 마음을 쓰지 말라는 뜻일 뿐이다. 이른바 ‘마음을 한 곳에만 쏟으면 무엇이고 안될 일이 없다’ 는 뜻이다. 2. 참구에만 집중하라 조주스님이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오직 도리를 참구하는 일만을 하라. 20, 30년씩 참구해 보아도 깨닫는 바가 없다면, 내 목을 잘라 가라.” 나는 이렇게 평한다. 조주스님은 그까짓 죽는 일이 무엇이 그렇게 급하단 말인가? 그렇기는 하나, 날이 갈수록 20년, 30년씩 다른 마음먹지 않고 오직..

제1장 처음 발심한 납자가 알아야 할 공부

제1장 처음 발심한 납자가 알아야 할 공부 1. 생사심을 해결할 발심을 하라 참선할 때에는 가장 먼저 생사심을 해결하겠다는 굳은 마음을 내야 한다. 그리고는 바깥 세계와 나의 신심이 모두 인연으로 이룩된 거짓 존재일 뿐 그것을 주재하는 실체는 없다는 사실을 똑바로 보아야 한다. 만약 누구에게나 본래 갖추어져 있는 큰 이치를 깨치지 못하면 생사에 집착하는 마음을 깨뜨릴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죽음을 재촉하는 귀신이 순간 순간 멈추지 않고 따라다니게 되니, 문득 이것을 어떻게 쫓아버릴 수 있겠는가? 오직 이 한 생각만을 가지고 수단 방편으로 삼아 마치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살아날 길을 찾듯 해야 한다. 비틀거리며 걸어나가려 해도 한 발자국도 나갈 수가 없고, 가만히 있자니 그럴 수도 없으며, 다른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