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碧巖錄) 11

벽암록(碧巖錄)에 대하여

벽암록(碧巖錄)에 대하여 중국 송나라 때의 불서(佛書). 정확하게는 「불과원오선사벽암록(佛果圜悟禪師碧巖錄」또는 「불과벽암파관격절(佛果碧巖破關擊節」이라 하며, 중국 선종 5가의 하나인 운문종(雲門宗)의 설두 중현(雪竇重顯)이 「전등록(傳燈錄)」 1,700칙(則)의 공안 가운데서 조주종심과 운문문언을 중심으로 하는 고칙공안백칙((古則公案百則)을 골라, 하나 하나에 게송(偈頌)을 달고, 설두송고 (雪竇頌古)에 임제종의 원오극근(圓悟克勤)이 각칙(各則)에 수시(垂示). 저어(著語). 평창(評唱)을 덧붙여 자유롭게 평석(評釋)을 한 책이다. 원오의 제자에 의해 편찬.간행된 뒤,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에서 여러 차례 가행되었으며, 옛날에는 「벽암집(碧巖集)」이라고 했다. 선종, 특히 임제종의 공안집으로는 으뜸가는..

벽암록 제091칙 - 제100칙

[제091칙] 서우유재(犀牛猶在. 무소는 아직 그대로 있다) - 염관(官)화상과 무소뿔 부채 "마음부채 놓고 왈가왈부…바람은 어디에?" [수시] 미혹도 깨달음도 다 떠나고, 불법과 선에서도 풀려나서 다시는 없는 높은 경지를 가르쳐 보이며 참된 깨달음의 집을 세워야 한다. 그러면 무슨 일에도 자유자재로 대응할 수 있고 사방팔면 어디서나 밝고 또렷하게 보여서 그런 경지에 곧장 다다르게 된다. 자, 말해 보아라. 어떻게 하면 그러한 인물과 함께 살고 죽는 입장에 설 수 있는지를 ... [본칙] 염관스님이 하루는 시자를 불러 말하였다. "무소뿔 부채를 가져오너라." "부채가 다 부서져버렸습니다." "부채가 부서졌다면 나에게 무소를 되돌려다오." 시자는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투자스님은 말하였다. "사양치 않고 ..

벽암록 제081칙 - 제090칙

[제081칙] 삼보수활(三步雖活. 세 걸음은 살아서 갔으나) - 약산화상과 큰 사슴 사냥 "납자의 사량분별 지혜의 화살로 명중시켜" [수시] 모름지기 선의 수행자가 적의 군기를 빼앗고 북을 차지할 만한 역량이 있다면 천 명의 성인이 들이닥쳐도 그의 힘을 막을 수 없고 어떤 어려운 문제를 들고 와도 송두리째 해결할 수 있으며 그 어떤 기략으로도 범접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무슨 신통한 힘도 아니고 본래부터 그렇게 갖추어진 것도 아니다. 그저 일상생활의 태도가 그런 것이다. 자 말해 보아라. 무엇으로 해서 그렇듯 기특한 힘을 얻을 수 있는지를 ... [본칙] 어떤 스님이 약산스님에게 물었다. "널찍한 초원에 왕고라니와 사슴이 무리를 이루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고라니 가운데 왕고라니를 쏘아 맞출 수 있겠..

벽암록 제071칙 - 제080칙

[제071칙] 작액망여(斫額望汝. 이마에 손을 얹고 너를 바라보겠다) - 백장화상이 오봉의 안목을 점검하다 “깨달음의 세계엔 언어문자 초월해야” [본칙] 백장스님이 다시 오봉스님에게 물었다. "목구멍과 입술을 막고 어떻게 말하겠느냐?" "스님도 막아야 합니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이마에 손을 얹고 너를 바라보겠다." [송] 스님더러 먼저 목도 입도 없애라니 용사의 진을 단숨에 쳐부쉈네 이 장군 같은 솜씨 길이 못 잊으리 아득한 하늘가의 물수리를 맞추었네 *본칙의 공안도 {벽암록} 제70칙과 똑같이 {전등록} 제6권 백장전에 전하고 있는데, 본칙에서는 백장화상이 제자인 오봉상관(常觀)스님의 안목을 점검하고 있다. 오봉스님 대한 자료는 {전등록} 제9권과 {연등회요} 제7권 균주 오봉산 상관선사전에 몇 ..

벽암록 제061칙 - 제070칙

[제061칙] 약립일진(若立一塵. 티끌 하나 세우면) - 풍혈(風穴)화상의 한 티끌(一塵) "마음 한티끌로 지옥도 만들고 천당도 만들어" [수시] 법당을 세우고 종지를 세우는 일은 본분종사에게 돌려야 하겠지만, 용과 뱀을 판정하고 흑백을 분별함은 작가 선지식의 일이다. 칼날 뒤에서 살리고 죽이는 것을 논하고 몽둥이질 할 때에 그 기연의 마땅함을 분별하는 경지는 그만두고, 홀로 법왕궁에 노니는 일 구는 어떻게 헤아려야 할지 말해 보아라. [본칙] 풍혈스님이 법어를 하였다. "한 티끌을 세우면 나라가 흥성하고, 한 티끌 세우지 않으면 나라가 멸망한다." 설두스님은 주장자를 들고서 말하였다. "생사를 함께 할 납승이 있느냐?" [송] 촌로가 구겨진 이맛살을 펴지 않는다 해도 국가의 웅대한 터전 세우고자 하는데..

벽암록 제051칙 - 제060칙

[제051칙] 요식말구후(要識末句後. 마지막 한마디를 알고 싶은가) - 설봉화상과 두 스님 “깨달음은 같아도 교화하는 방법은 다르다” [수시] 시비가 생기자마자 혼라스러워 마음을 잃게 되고, 단계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 또한 알 수 없다. 말해 보아라. 늘어 놓아야 하겠느냐, 아니면 그만두어야 하겠느냐? 여기에 이르러서 실오라기만큼이라도 아는 것이 있어, 말에 막히고 기연이나 경계에 얽매인다면, 모두 풀에 의지하고 나무에 붙은 것처럼 허망한 짓이 될 뿐이다. 설령 완전히 벗어난 상태에 이르렀다 하여도 만 리나 떨어진 곳에서 고향을 바라보는 것과 같을 뿐이다. 이를 알겠느냐? 아직 알지 못했다면 그대로 있는 공안을 깨치도록 하거라. [본칙] 설봉스님이 암자에 주석할 때에 두 스님이 찾아와 예배를 하자, 설봉..

벽암록 제041칙 - 제050칙

[제041칙] 투명수도(投明須到. 날 밝으면 가거라) - 조주화상의 크게 죽은 사람 “잘못된 약으로 대선사 시험하는 건 무모” [수시] 시비가 서로 얽힌 곳은 성인도 알 수 없고, 역순이 교차할 때는 부처 또한 분별하지 못한다. 뛰어난 절세의 인물이어야만, 무리 가운데 빼어난 보살의 능력을 발현하여, 얼음 위에서 걷기도 하며 칼날 위를 달린다. 이는 마치 기린의 뿔과 같으며 불 속에 피어난 연꽃과 같다. 시방을 벗어났다는 것을 뚜렷이 봐야만 비로소 같은 길을 걷는 자임을 알 것이다. 누가 이처럼 솜씨 좋은 사람이겠느냐? [본칙] 조주스님이 투자스님에게 물었다. "완전히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났을 때는 어떠합니까?" 투자스님은 말하였다. "밤에 다니지 말고 날이 밝으면 가거라." [송] 살아서 안목은 갖췄..

벽암록 제031칙 - 제040칙

[제031칙] 불시불시(不是不是. 아니야, 아니야) - 마곡화상이 주장자를 흔들다 “옳고 그름의 차별에 들면 본래심 상실” [수시] 움직이면 그림자가 나타나고, 깨달으면 얼음이 생겨난다. 그렇다고 움직이지도 않고 깨닫지도 않는다면 여우굴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투철하게 사무치고, 꽉 믿어서 실오라기 만한 가리움마저 없다면, 용이 물을 얻은 듯, 범이 산을 의지한 듯하여, 놓아버려도, 기와부스러기에서 광명이 나오고, 잡아들여도 황금이 빛을 잃게 되어, 옛사람의 공안도 빙 돌아가는 것일뿐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가 말해 보아라. [본칙] 마곡스님이 석장을 지니고 장경스님에게 가, 선상 주위를 세 바퀴 돈 후 석장을 한 번 내려치고 우뚝 서 있자, 장경스님이 말하였다. "옳지, 옳지!" 마곡스님이 또 다시 ..

벽암록 제021칙 - 제030칙

[제021칙] 연화하엽(蓮花荷葉. 피기 전엔 연꽃, 핀 다음엔 연잎) - 지문화상과 연꽃 “연꽃과 연잎은 不二…불심과 중생심도 하나” [수시] 법의 깃발을 세우고, 종지를 내세우는 따위는 비단 위에 꽃을 피는 것과도 같다. 굴레를 벗고 짐을 내리면 그야말로 태평시절이다. 만약 격 밖의 한다리를 터득했다면 하나를 드러내도 셋을 알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옛사람의 공안에 의거해 그 언행등을 잘 들어 두어야 할 것이다. [본칙] 어떤 스님이 지문스님에게 물었다. "연꽃이 물에서 나오지 않았을 때는 어떻습니까?" 지문스님이 말했다. "연꽃이니라." 스님이 지문스님에게 물었다. "물 위에 나온 뒤에는 어떻습니까?" 지문스님이 말했다. "연잎이다!" [송] 연꽃이라 연잎이다 일러주었건만 물 밖에 나옴은 무엇이고 ..

벽암록 제011칙 - 020칙

[제011칙] 당주조한(噇酒糟漢. 술지게미 먹고 취해 다니는 놈들) - 황벽화상과 술 찌꺼기나 먹은 놈(酒糟漢) “수행자 흉내낸다고 깨달음 얻어지지 않는다” [수시] 부처님과 조사들의 큰 솜씨를 모두 제 손아귀에 넣고, 하늘과 사람 온갖 생명들이 모두 그의 지시를 받으며, 대수롭지 않은 일구일언으로 모든 무리를 놀라 움직이게 하고, 일거수 일투족으로 사슬을 쳐서 깨고 목에 씌운 칼을 부수며, 향상의 길에 있는 이들을 만나면 향상의 일로 이끄는 사람이 있다. 자 말해보아라. 어떤 사람이 일찍이 그런 일을 해 보였는가를. 이 말의 가리키는 곳을 이제 알았는가를 ... [본칙] 황벽스님이 대중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모두가 술지게미(술찌꺼기)나 먹고 진짜 술을 마신 듯이 취해 다니는 놈들이다. 할 일 없이 ..

벽암록 제001칙 - 010칙

[제001칙] 불식(不識. 모른다) - 달마대사와 양무제 [수시] 산 너머에 연기가 오르면 불이 난 줄 알고, 담 너머 뿔이 보이면 소인 줄 알며, 하나를 들으면 셋을 알고, 눈짐작이 저울눈보다 정확하다는 따위는 선가에서는 밥 먹고 차 마시듯 당연한 일이다. 온갖 흐름을 끊게 되면, 동에서 솟고 서로 사라지고, 거꾸로 하고 바로 하고, 세우고 눕히고, 주고 받음에서 자유자재하게 된다. 바로 이렇게 되었을 때, 자 말해 보아라, 이러한 사람의 딛고 가고자 하는 곳, 의도하는 바를 ... [본칙] 양무제가 달마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근본이 되는 가장 성스러운 진리입니까?" "텅 비어 성스럽다 할 것도 없습니다." "나와 마주한 당신은 누구입니까?" "모르겠습니다." 무제는 그 뜻을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