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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세기경(世紀經)

실론섬 2015. 5. 23. 13:22

30. 세기경(世紀經)

(세기경은 염부제주품에서 세본연품까지 모두 12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역본으로는 서진(西晉) 시대 법립(法立)과 법거(法炬)가 공역한 『대루탄경(大樓炭經)』, 수(隋) 시대 사나굴다(?那屈多) 등이 한역한 『기세경(起世經)』, 수 시대 달마급다(達摩?多)가 한역한 『기세인본경(起世因本經)』이 있다.)


1) 염부제주품(閻浮提洲品)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의 구리굴(俱利窟)에서 큰 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많은 비구들이 식사를 마친 뒤 강당에 모여 서로 이야기했다.

“여러분, 이 일은 지금까지 없었던 일입니다. 지금 이 하늘과 땅[天地:世界]이 무슨 이유로 무너지고 무슨 이유로 이루어지며, 중생이 사는 국토는 어떤 것일까요?”


그때 세존께서 한적한 곳에서 여러 비구들이 식사를 마친 뒤에 강당에 모여 이야기하는 것을 하늘 귀[天耳]로 또렷이 들으셨다. 그 때 세존께서 고요한 굴에서 일어나 강당으로 나아가 앉으시더니, 아시면서도 일부러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그대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가?”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식사 후에 강당에 모여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러분, 이 일은 지금까지 없었던 일입니다. 지금 이 하늘과 땅은 무슨 이유로 무너지고 무슨 이유로 이루어지며, 중생이 사는 국토는 어떤 것일까요?'

저희들은 강당에 모여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무릇 집을 나온 사람은 두 가지 법(法)을 행해야 한다. 첫째는 현성(賢聖)들처럼 침묵하는 것이요, 둘째는 법을 강론하는 것이다. 너희들은 강당에 모여 있으면서 또한 이와 같이 현성들처럼 침묵을 지키던가 법을 강론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여래가 천지(天地:世界)의 이루어짐과 무너짐, 그리고 중생들이 사는 국토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듣고자 하느냐?”

그때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듣기를 원하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해 주시면 마땅히 받들어 지니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기억하라. 마땅히 너희들을 위하여 설명하리라.”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하나의 해와 달이 4천하(天下)를 두루 돌면서 광명을 비추고 있는 것과 같은 그런 세계가 천(千) 개나 있다. 이 천 개의 세계는 천 개의 해와 달이 있고 천 개의 수미산왕(須彌山王:수미산이 가장 높은 산이라는 의미에서 王자를 붙였음)과 4천 개의 천하(天下)와 4천 개의 대천하(大天下)가 있고, 4천 개의 바닷물과 4천 개의 큰 바다가 있으며, 4천 마리의 용과 4천 마리의 큰 용이 있으며, 4천 마리의 금시조(金翅鳥)와 4천 마리의 큰 금시조가 있고, 4천 개의 악도(惡道)와 4천 개의 큰 악도가 있으며, 4천의 왕과 4천의 대왕이 있고, 7천 그루의 큰 나무, 8천 개의 큰 지옥, 1만 개의 큰 산, 천 명의 염라왕(閻羅王), 천 명의 사천왕(四天王), 천 개의 도리천, 천 개의 염마천(焰摩天), 천 개의 도솔천, 천 개의 화자재천(化自在天), 천 개의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 천 개의 범천(梵天)이 있다. 이것을 소천 세계(小千世界)라고 한다.

  

하나의 소천세계와 같은 그러한 세계가 천 개 있으면 이것을 중천세계(中千世界)라 하고, 하나의 중천세계와 같은 그러한 세계가 천 개 있으면 이것을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라고 한다. 이와 같은 세계가 겹겹으로 둘러 있는데 생겼다 무너졌다 한다. 중생들이 사는 곳을 1불찰(佛刹)이라고 이름한다.”

(1불찰이란 범어로 buddha-ketra이고 불토(佛土) 또는 불국(佛國)이라고 한다. 한 부처님이 교화하는 세계의 범위를 1불찰이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이 대지의 깊이는 16만 8천 유순(由旬)이고, 그 가장자리는 끝이 없으며, 땅은 물에 머물러 있다. 물의 깊이는 3천 3십 유순이요, 그 변두리는 끝이 없으며, 물은 바람에 의지해 있다. 바람의 깊이는 6천 4십 유순이요, 그 가장자리는 끝이 없다.

  

비구들아, 그 큰 바닷물의 깊이는 8만 4천 유순이고 그 가장자리는 끝이 없다. 수미산왕은 바닷물 속에 들어간 부분이 8만 4천 유순이고, 바닷물 위에 나온 부분도 그 높이가 8만 4천 유순이며, 밑부분은 땅에 닿아 있는데 대부분 단단한 지분(地分)으로 되어 있다. 그 산은 곧게 솟아올라 굽은 곳이 없다. 그곳엔 온갖 나무들이 자라고 있고 나무에서는 갖가지 향기를 내어 그 향기가 온 산에 가득하다. 거기에는 성현(聖賢)들이 많으며 매우 신령스럽고 묘한 하늘들도 머물러 살고 있다. 그 산의 밑부분에는 순수한 금모래가 있고, 그 산의 네 면에는 네 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는데 높이는 7백 유순으로 일곱 가지 보배[寶]로 이루어졌으며, 네 개의 봉우리는 비스듬히 굽어져 바다에 닿아 있다.

  

또 수미산왕에는 7보로 만들어진 층계로 된 길이 있는데 아래 부분의 층계로 된 길의 너비는 60유순이다. 그 길의 양쪽에는 일곱 겹의 보배담장과 일곱 겹의 보배난간과 일곱 겹의 보배그물과 일곱 겹의 보배가로수가 있다. 금담장에는 은문, 은담장에는 금문, 수정담장에는 유리문, 유리담장에는 수정문, 붉은 구슬[赤珠] 담장에는 마노(馬瑙)문, 마노담장에는 붉은 구슬문, 자거(車?)담장에는 여러 가지 보배가 섞인 문이 있다. 그리고 난간을 살펴보면 금난간에는 은나무, 은난간에는 금나무, 수정난간에는 유리나무, 유리난간에는 수정나무, 붉은 구슬난간에는 마노나무, 마노난간에는 붉은 구슬나무, 자거난간에는 여러 가지 보배가 섞인 나무가 있다.

  

그 난간 위에는 보배 그물이 있는데, 금그물 밑에는 은방울을 달아 놓았고, 은그물 밑에는 금방울을 달아 놓았으며, 유리그물에는 수정방울을 달아 놓았고, 수정그물에는 유리방울을 달아 놓았으며, 붉은 구슬 그물에는 마노방울을 달아 놓았고, 마노그물에는 붉은 구슬방울을 달아 놓았으며, 자거그물에는 여러 가지 보배 방울을 달아 놓았다.

  

그 금나무에는 금뿌리에 금가지와 은잎ㆍ은꽃ㆍ은열매가 있고 은나무에는 은뿌리에 은가지와 금잎ㆍ금꽃ㆍ금열매가 있으며, 수정나무에는 수정뿌리와 수정가지에 유리꽃과 유리잎이고, 유리나무에는 유리뿌리와 유리가지에 수정꽃과 수정잎이다. 붉은 구슬나무에는 붉은 구슬뿌리와 붉은 구슬가지에 마노꽃과 마노잎이고 마노나무에는 마노뿌리와 마노가지에 붉은 구슬꽃과 잎이며, 자거나무에는 자거뿌리와 자거가지에 온갖 보배 꽃과 온갖 보배 잎이 있다.

  

그 일곱 겹 담장을 살펴보면 담장마다 네 개의 문이 있고 문에는 난간이 있다. 일곱 겹의 담장 위에는 모두 누각이 둘러있고 그 주위에는 동산숲과 목욕하는 연못이 있는데 온갖 보배 꽃이 피어 있고 잎이 돋아난 보배나무는 줄지어 서 있고 꽃과 열매가 무성하며, 향기로운 바람이 사방에서 일어나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오리ㆍ기러기ㆍ원앙새 따위의 색다르고 기이한 수천 종의 새들은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고 있다.

  

또 수미산왕의 중턱에 있는 층계로 된 길의 너비는 40유순이고, 길 양 옆에는 일곱 겹의 보배담장과 일곱 겹의 보배난간, 일곱 겹의 보배그물, 일곱 겹의 보배가로수가 있고, 나아가 무수한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데 위에 있는 층계로 된 길은 그 너비가 20유순이고, 길 양 옆에는 일곱 겹의 보배담과 일곱 겹의 보배난간, 일곱 겹의 보배그물, 일곱 겹의 보배가로수가 있고, 나아가 무수한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데까지의 일들은 가운데에 있는 층계로 된 길을 설명한 내용과 같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아래 층계의 길에는 가루라(伽樓羅)라는 귀신이 살고 있고, 가운데 층계 길에는 지만(持?)이라는 귀신이 살고 있으며, 위 층계 길에는 희락(喜樂)이라는 귀신이 살고 있다. 그곳에는 네 개의 봉우리[?]가 솟아나 있는데 높이는 4만 2천 유순이다.

 

사천대왕(四天大王)이 살고 있는 궁전에는 일곱 겹의 보배성과 일곱 겹의 보배난간, 일곱 겹의 보배그물, 일곱 겹의 보배가로수와 온갖 보배방울이 있고 나아가 무수한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데까지의 일들은 역시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다.

  

수미산 꼭대기에는 삼심삼천(三十三天)의 궁전이 있다. 이 궁전에는 일곱 겹의 보배성, 일곱 겹의 보배난간, 일곱 겹의 보배그물, 일곱 겹의 보배가로수가 있고 나아가 무수한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데까지의 일들은 역시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다.

  

삼심삼천을 지나 또 그만한 거리의 곱절을 가면 염마천(焰摩天)의 궁전이 있고, 염마천의 궁전을 지나 또 그만한 거리의 곱절을 가면 도솔천의 궁전이 있으며, 도솔천의 궁전을 지나 그만한 거리의 곱절을 가면 화자재천(化自在天)의 궁전이 있고, 화자재천의 궁전을 지나 그만한 거리의 곱절을 가면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의 궁전이 있으며, 타화자재천의 궁전을 지나 그만한 거리의 곱절을 가면 범가이천(梵加夷天:梵天)의 궁전이 있다.

(범가이천이란 Brahma k?yika-bhavana이고 정신(淨身)으로 한역한다. 색계 초선천(初禪天)의 통칭이다.)


타화자재천과 범가이천의 중간에 마천(魔天)의 궁전이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6천 유순이고, 궁전 담장은 일곱 겹이고, 보배난간, 보배그물, 보배가로수도 역시 일곱 겹이고, 나아가 무수한 새들이 화답하여 지저귀는 데까지의 일들도 또한 그와 같다.

  

범가이천의 궁전을 지나 그만한 거리의 곱절을 가면 광음천(光音天)의 궁전이 있고, 광음천을 지나 그만한 거리의 곱절을 가면 변정천(遍淨天)의 궁전이 있고, 변정천을 지나 그만한 거리의 곱절을 가면 과실천(果實天)의 궁전이 있고, 과실천을 지나 그만한 거리의 곱절을 가면 무상천(無想天)의 궁전이 있고, 무상천을 지나 그만한 거리의 곱절을 가면 무조천(無造天)의 궁전이 있고, 무조천을 지나 그만한 거리의 곱절을 가면 무열천(無熱天)의 궁전이 있고, 무열천을 지나 그만한 거리의 곱절을 가면 선견천(善見天)의 궁전이 있고, 선견천을 지나 그만한 거리의 곱절을 가면 대선견천(大善見天)의 궁전이 있고, 대선견천을 지나 그만한 거리의 곱절을 가면 색구경천(色究竟天)의 궁전이 있다.

 

색구경천을 지나 그만한 거리의 곱절을 가면 공처지천(空處智天:空無邊處天)ㆍ식처지천(識處智天:識無邊處天)ㆍ무소유처지천(無所有處智天:無所有處天)ㆍ유상무상처지천(有想無想處智天:非想非非想處天)이 있다. 이와 같은 것들을 통틀어 중생이 사는 경계[衆生邊際]요, 중생이 사는 세계라고 이름한다. 일체 중생의 나고ㆍ병들고ㆍ늙고ㆍ죽고, 음(陰)을 받고 유(有)를 받는 것이 모두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수미산 북쪽에 천하가 있으니 울단왈(鬱單曰)이라고 하는 세계이다. 그 땅은 네모 반듯하고 가로와 세로가 각각 1만 유순이며, 사람의 얼굴도 또한 그 땅의 형상을 닮아 네모나다.

  

수미산 동쪽에 천하가 있으니 불우체(弗于逮)라고 하는 세계이다. 그 땅은 둥글고 가로와 세로가 각각 9천 유순이며, 사람의 얼굴도 그 땅의 형상을 닮아 둥글다.

  

 수미산 서쪽에 천하가 있으니 구야니(俱耶尼)9)라고 하는 세계이다. 그 땅의 모양은 반달과 같고 가로와 세로가 각각 8천 유순이며, 사람의 얼굴도 그 땅의 형상을 닮아 반달과 같다.

  

수미산 남쪽에 천하가 있으니 염부제(閻浮提)라고 하는 세계이다. 그 땅은 남쪽은 좁고 북쪽은 넓으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7천 유순이다. 그곳 사람의 얼굴도 이 땅의 형상을 닮아 그러하다.

 

수미산 북쪽 하늘에는 금으로 된 빛이 북쪽을 비추고, 수미산 동쪽 하늘에는 은으로 된 빛이 동쪽을 비추며, 수미산 서쪽 하늘에는 수정으로 된 빛이 서쪽을 비추고 수미산 남쪽 하늘에는 유리로 된 빛이 남쪽을 비춘다.

  

울단왈에는 암바라(菴婆羅)라고 하는 큰 나무왕이 있는데, 그 나무의 둘레는 7유순이고 높이는 100유순이며, 가지와 잎은 사방으로 50유순이나 퍼져 있다. 불우체에도 가람부(加藍浮)라 하는 큰 나무왕이 있는데, 둘레는 7유순이고, 높이는 100유순이며, 가지와 잎은 사방으로 50유순이나 퍼져 있다. 구야니에도 근제(斤提)라 하는 큰 나무왕이 있는데, 둘레는 7유순이고, 높이는 100유순이며, 가지와 잎은 사방으로 50유순이나 퍼져 있다. 또 그 나무 밑에는 석우당(石牛幢)이 있는데, 그 높이는 1유순이나 된다. 염부제에도 염부제라고 하는 큰 나무왕이 있는데, 그 나무의 둘레는 7유순이고 높이는 100유순이며, 가지와 잎은 사방으로 50유순이나 퍼져 있다.

  

금시조왕과 용왕에게는 구리섬바라(俱利?婆羅)라고 하는 나무가 있는데, 이 나무의 둘레는 7유순이고 높이는 100유순이며, 가지와 잎은 사방으로 50유순이나 퍼져 있다. 아수라왕에게도 선화(善畵)라고 하는 나무가 있는데, 이 나무의 둘레는 7유순이고, 높이는 100유순이며, 가지와 잎은 사방으로 50유순이나 퍼져 있다.

  

도리천에도 화도(畵度)라고 하는 나무가 있는데, 이 나무의 둘레는 7유순이고, 높이는 100유순이며, 가지와 잎은 사방으로 50유순이나 퍼져 있다.

  

수미산 변두리에 가타라(伽陀羅)라는 산이 있는데 높이는 4만 2천 유순이고, 가로와 세로도 각각 4만 2천 유순이며, 그 산 변두리는 넓고 멀며, 여러 가지 색깔이 섞인 일곱 가지 보배로 이루어져 있다. 그 산은 수미산에서 8만 4천 유순쯤 떨어져 있고, 그 사이에는 순수한 우발라꽃[優鉢羅花:utpala. 靑蓮花]ㆍ발두마꽃[鉢頭摩花:padma. 紅蓮花]ㆍ구물두꽃[俱物頭花:kumuda. 黃蓮花]ㆍ분타리꽃[分陀利花:pundarika. 白蓮花]만이 피어 있으며, 갈대와 소나무와 대나무가 무더기로 우거져 있다. 꽃들은 온갖 향기를 뿜어 그 향기가 두루 가득하다.

  

가타라(?陀羅)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사타라(伊沙陀羅)라는 산이 있는데, 높이는 2만 1천 유순이고, 가로와 세로도 각각 2만 1천 유순이다. 그 변두리는 넓고 멀며, 여러 가지 색깔이 섞인 일곱 가지 보배로 이루어졌다. 가타라산과의 거리는 4만 2천 유순이고 그 사이에는 순수한 우발라꽃ㆍ발두마꽃ㆍ구물두꽃ㆍ분타리꽃만이 피어 있고, 갈대와 소나무와 대나무들이 무더기로 우거져 있다. 꽃들은 온갖 향기를 뿜어 그 향기가 두루 가득하다.

  

이사타라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수거타라(樹巨陀羅)라는 산이 있는데, 높이는 1만 2천 유순이고, 가로와 세로도 각각 1만 2천 유순이다. 그 산 변두리는 넓고 멀며, 여러 가지 색깔이 섞인 일곱 가지 보배로 이루어졌다. 이사타라산과의 거리는 2만 1천 유순이고 그 사이에는 순수한 네 종류의 꽃만이 피어 있고, 갈대와 소나무와 대나무들이 무더기로 우거져 있다. 꽃들은 온갖 향기를 뿜어 그 향기가 두루 가득하다.

  

수거타라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선견(善見)이라는 산이 있는데, 높이는 6천 유순이고, 가로와 세로도 각각 6천 유순이다. 그 산 변두리는 넓고 멀며, 여러 가지 색깔이 섞인 일곱 가지 보배로 이루어졌다. 수거타라산과의 거리는 1만 2천 유순이고, 그 사이에는 순수한 네 종류의 꽃만이 피어 있으며, 갈대와 소나무와 대나무들이 무더기로 우거져 있다. 꽃들은 온갖 향기를 뿜어 그 향기가 두루 가득하다.

  

선견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마식산(馬食山)이라는 산이 있는데, 높이는 3천 유순이고 가로와 세로도 각각 3천 유순이다. 그 산 변두리는 넓고 멀며, 여러 가지 색깔이 섞인 일곱 가지 보배로 이루어졌다. 선견산과의 거리는 6천 유순이고 그 사이에는 순수한 네 종류의 꽃만이 피어 있고, 갈대와 소나무와 대나무들이 무더기로 우거져 있다. 꽃들은 온갖 향기를 뿜어 그 향기가 두루 가득하다.

  

마식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니민타라(尼民陀羅)라는 산이 있는데, 높이는 1천 2백 유순이고, 가로와 세로도 각각 1천 2백 유순이다. 그 산 변두리는 넓고 멀며, 여러 가지 색깔이 섞인 일곱 가지 보배로 이루어졌다. 마식산과의 거리는 3천 유순이고 그 사이에는 순수한 네 종류의 꽃만이 피어 있고, 갈대와 소나무와 대나무들이 무더기로 우거져 있다. 꽃들은 온갖 향기를 뿜어 그 향기가 두루 가득하다.

  

니민타라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조복(調伏)이라는 산이 있는데, 높이는 6백 유순이고, 가로와 세로도 각각 6백 유순이다. 그 산 변두리는 넓고 멀며, 여러 가지 색깔이 섞인 일곱 가지 보배로 이루어졌다. 니민타라산과의 거리는 1천 2백 유순이고 그 사이에는 순수한 네 종류의 꽃만이 피어 있고, 갈대와 소나무와 대나무들이 무더기로 우거져 있다. 꽃들은 온갖 향기를 뿜어 그 향기가 두루 가득하다.

  

조복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금강위(金剛圍)라는 산이 있다. 높이는 3백 유순이고 가로와 세로도 각각 3백 유순이다. 그 산 변두리는 넓고 멀며, 여러 가지 색깔이 섞인 일곱 가지 보배로 이루어졌다. 조복산과의 거리는 6백 유순이고 그 사이에는 순수한 네 종류의 꽃만이 피어 있고, 갈대와 소나무와 대나무들이 무더기로 우거져 있다. 꽃들은 온갖 향기를 뿜어 그 향기가 두루 가득하다.

  

금강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큰 바닷물이 있다. 그 바닷물의 북쪽 언덕에 큰 나무왕이 있는데, 염부(閻浮)라 이름한다. 그 나무의 둘레는 7유순이고 높이는 100유순이며, 가지와 잎은 사방으로 50유순이나 퍼져 있다.

  

그 주변 빈 땅에 또 큰 숲[叢林]들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암바라(菴婆羅)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염바(閻婆)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바라(婆羅)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다라(多羅)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나다라(那多羅)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위남(爲男)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위녀(爲女)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남녀(男女)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산나(散那)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전단(?檀)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거수라(??羅)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파내바라(波婆羅)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비라(毘羅)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향내(香)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위리(爲梨)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안석류(安石留)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위감(爲甘)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하리륵(呵梨勒)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비혜륵(毘醯勒)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아마륵(阿摩勒)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아마리(阿摩犁)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내()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감자(甘蔗)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위(葦)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죽(竹)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사라(舍羅)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사라업(舍羅業)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모과[木瓜]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대모과[大木瓜]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해탈화(解脫華)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첨바(瞻婆)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바라라(婆羅羅)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수마나(修摩那)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바사(婆師)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다라리(多羅梨)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가야(伽耶)이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다시 또 큰 숲이 있으니, 이 숲의 이름은 포도(葡萄)라고 하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다.

  

이곳을 지나면 빈 땅이 나오고 그 빈 땅 가운데 다시 꽃못[花池]이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다. 다시 발두마못ㆍ구물두못ㆍ분타리못이 있는데, 그 속에는 독사가 우글거리며 가로와 세로는 각각 50유순이다.

  

이곳을 지나면 빈 땅이 나오고 또 그 빈 땅 가운데에는 울선나(鬱禪那)라고 하는 큰 바닷물이 있다. 이 물 밑에는 전륜성왕의 길이 있는데 그 너비는 12유순이다. 길 양쪽에는 일곱 겹의 담장, 일곱 겹의 난간, 일곱 겹의 그물, 일곱 겹의 가로수가 있는데, 모두 일곱 가지 보배로 장식되어 있다. 염부제 땅에 전륜성왕이 나올 때에는 물이 저절로 없어지고 평탄한 길이 나타난다.

  

바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울선(鬱禪)이라는 산이 있다. 그 산은 단엄(端嚴)하고 나무가 무성하며 꽃과 열매가 풍성하고 온갖 향기를 두루 풍기며, 그곳에는 또 온갖 신기한 동물과 새들이 있다.

  울선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금벽(金壁)이라는 산이 있는데 거기에는 8만 개의 바위굴이 있고, 8만 마리

의 코끼리왕이 이 굴 속에 살고 있다. 그 몸은 하얗고 머리는 잡색이며 입에는 여섯 개의 어금니가 있고 이빨 사이에는 금으로 메워져 있다.

  

금벽산을 지나면 설산(雪山)이라는 산이 있는데, 이 산의 가로와 세로는 각각 5백 유순이고 깊이도 5백 유순이며, 동쪽과 서쪽은 바다로 들어가 있다. 설산 중간에는 보배산이 있는데, 그 산의 높이는 20유순이다. 설산의 봉우리[?]는 그 높이가 100유순이며, 그 산 꼭대기에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인 아뇩달(阿?達)못이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며, 그 물은 맑고 시원하고 더러움이란 찾아볼 수 없이 깨끗하다. 그 주위에는 일곱 가지 보배로 만든 섬돌과 일곱 겹의 보배난간, 일곱 겹의 보배그물, 일곱 겹의 보배가로수가 있는데 이것들은 온갖 빛깔의 일곱 가지 보배로 이루어졌다.

  

금난간에는 은나무, 은난간에는 금나무, 유리난간에는 수정나무, 수정난간에는 유리나무, 붉은 구슬난간에는 마노나무, 마노난간에는 붉은 구슬나무, 자거(車渠)난간에는 여러 가지 보배로 된 나무가 있다. 금그물에는 은방울, 은그물에는 금방울, 유리그물에는 수정방울, 수정그물에는 유리방울, 자거그물에는 칠보방울이 달려 있다. 금다라(金多羅)나무는 금뿌리와 금가지에 은잎, 은열매요, 은다라나무는 은뿌리와 은가지에 금잎, 금열매이다. 수정나무는 수정뿌리와 수정가지에 유리꽃, 유리열매이고, 붉은 구슬나무는 붉은 구슬뿌리와 붉은 구슬가지에 마노잎, 마노꽃, 마노열매이다. 자거나무는 자거뿌리와 자거가지에 온갖 보배의 꽃과 열매가 달려 있다.

  

아뇩달못 가에는 동산숲과 목욕하는 연못이 있고, 온갖 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으며 갖가지 나무의 잎과 꽃과 열매가 무성하다. 갖가지 향기가 바람에 날려 사방으로 퍼지고, 갖가지 이상한 새들이 서로 소리 맞추어 구슬프게 지저귄다.

 

아뇩달못 밑에는 금모래가 가득하다. 그 못 사방에는 모두 계단이 있는데 금가름대가 있는 곳에는 은계단, 은가름대가 있는 곳에는 금계단, 유리가름대가 있는 곳에는 수정계단, 수정가름대가 있는 곳에는 유리계단, 붉은 구슬가름대가 있는 곳에는 마노계단, 마노가름대가 있는 곳에는 붉은 구슬계단, 자거가름대가 있는 곳에는 온갖 보배로 이루어진 계단이 있다. 못 둘레는 보배난간이 에워싸고, 파란색ㆍ노란색ㆍ붉은색ㆍ흰색의 꽃이 피어 있으며, 여러 가지 색의 꽃이 사이사이에 섞여 있다. 꽃은 수레 바퀴만 하고 뿌리는 수레 바퀴통만 하며, 꽃뿌리에서 나오는 즙은 젖과 같이 희고 꿀과 같이 달다.

  

아뇩달못 동쪽에는 항가강[恒伽河:항하]이 있는데, 소의 모습을 한 어구[牛口]에서 나와 오백 개의 강물[河水]을 합쳐서 동해로 들어간다. 아뇩달못 남쪽에는 신두강[新頭河]이 있는데, 사자 모습을 한 어구[師子口]에서 나와 오백 강물을 합쳐서 남해로 들어간다. 아뇩달못 서쪽에는 바차강[婆叉河]이 있는데, 말의 모습을 한 어구[馬口]에서 나와 오백 강물을 합쳐서 서해로 들어간다. 아뇩달못 북쪽에는 사타강[斯陀河]이 있는데, 코끼리 모습을 한 어구[象口]에서 나와 오백 강물을 합쳐서 북해로 들어간다. 아뇩달 궁중에는 다섯 개의 기둥으로 된 집이 있는데 아뇩달용왕은 항상 그 속에서 산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무엇 때문에 아뇩달이라 이름하며 아뇩달이란 무슨 뜻인가? 이 염부제에 있는 용왕은 모두 세 가지 근심[患]이 있지만 오직 아뇩달 용왕만은 세 가지 근심이 없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첫째는 염부제에 있는 모든 용은 다 뜨거운 바람과 뜨거운 모래가 몸에 닿아 가죽과 살을 태우고, 또 골수를 태우므로 괴로워하고 번민한다. 그러나 오직 아뇩달용왕만은 이런 근심이 없다. 

둘째는 염부제에 있는 모든 용궁은 모진 바람이 사납게 일어나 그 궁 안으로 불어오면 보배로 만든 옷이 벗겨져 용의 몸이 드러남으로써 괴로워하고 번민한다. 그러나 오직 아뇩달용왕만은 이런 근심이 없다. 

셋째는 염부제에 있는 모든 용왕이 각각 궁중에서 서로 놀고 있을 때 큰 금시조(金翅鳥)가 궁중에 들어와 용왕들을 덮치기도 하고, 혹은 처음 태어날 때 방편으로 용을 잡아 먹으려 하기 때문에 모든 용은 겁내고 두려워하여 항상 심한 괴로움[熱惱]을 겪는다. 그러나 오직 아뇩달용왕만은 이런 근심이 없다. 만일 금시조가 거기에 머물려는 생각을 내면 곧 목숨이 끊어진다. 그러므로 아뇩달[아뇩달은 진(秦)나라 말로는 무열뇌(無熱惱)이다.]이라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설산의 오른쪽에 비사리(毘舍離)라는 성이 있고, 그 성 북쪽에는 일곱 개의 흑산(黑山)이 있으며, 일곱 흑산 북쪽에는 향산(香山)이 있다. 그 산에는 항상 춤과 노래와 음악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그 산에는 두 개의 굴이 있는데 하나는 주(晝)라 하고, 다른 하나는 선주(善晝)라 한다. 하늘의 일곱 가지 보배로 되어 있고 부드럽고 촉촉하고 향기롭고 깨끗하여 마치 하늘옷과 같다. 묘한 음성을 가진 건달바왕이 5백 건달바를 데리고 그 속에 살고 있다.

  

주굴(晝窟)과 선주굴(善晝窟) 북쪽에는 사라나무왕[娑羅樹王]이 있는데 그 나무의 이름을 선주(善住)라 하며, 8천 나무왕들이 네 면을 둘러싸고 있다.

 

선주나무왕 밑에는 코끼리왕이 있는데 역시 선주(善住)라 이름한다. 그 코끼리는 이 나무 밑에서 살고 있는데 그 머리는 붉은 빛깔이고 여러 가지 색깔의 털이 섞여 있으며, 여섯 개의 어금니는 가늘고 가지런하며 그 이빨 사이는 금으로 채워져 있다. 8천 마리의 코끼리가 항상 그를 둘러싸고 따라 다닌다. 그 8천 마리의 나무왕 밑에도 8천 마리의 코끼리가 있는데 또한 그와 같다.

  

선주나무왕의 북쪽에는 마타연(摩陀延)이라는 목욕하는 큰 연못이 있다. 그 연못의 가로와 세로는 각각 50유순이고, 8천 개의 목욕 못에 둘러쌓여 있다. 그 물은 맑고 시원하며 티끌과 더러운 것이 전혀 없다. 일곱 가지 보배로 된 해자가 그 성을 둘러 싸고 있다. 못 둘레에는 일곱 겹의 난간, 일곱 겹의 그물, 일곱 겹의 가로수가 있는데 모두 일곱 가지 보배로 되어 있다. 금난간에는 은가름대, 은난간에는 금가름대, 수정난간에는 유리가름대, 유리난간에는 수정가름대, 붉은 구슬난간에는 마노가름대, 마노난간에는 붉은 구슬가름대, 자거난간에는 여러 가지 보배로 된 가름대를 대었다. 또한 금그물 밑에는 은방울이 달렸고, 은그물 밑에는 금방울이 달렸으며, 수정그물에는 유리방울이 달렸고, 유리그물에는 수정방울이 달렸다. 붉은 구슬그물에는 마노방울이 달렸고, 마노그물에는 붉은 구슬방울이 달렸으며, 자거그물에는 여러 가지 보배로 된 방울이 달렸다.

  

금나무는 금뿌리ㆍ금가지에 은잎ㆍ은꽃ㆍ은열매이고, 은나무는 은뿌리ㆍ은가지에 금잎ㆍ금꽃ㆍ금열매이다. 수정나무는 수정뿌리ㆍ수정가지에 유리꽃ㆍ유리열매이고, 유리나무는 유리뿌리ㆍ유리가지에 수정꽃ㆍ수정열매이다. 붉은 구슬나무는 붉은 구슬뿌리ㆍ붉은 진주가지에 마노꽃ㆍ마노열매이고, 마노나무는 마노뿌리ㆍ마노가지에 붉은 구슬꽃ㆍ붉은 진주열매이다. 자거나무는 자거뿌리ㆍ자거가지에 여러 보배로 된 꽃과 열매이다.

  

또 그 못 바닥에는 금모래가 깔려 있고 못 둘레에는 일곱 가지 보배로 만들어진 계단 길이 있다. 금계단은 은디딤돌[?]이고, 은계단은 금디딤돌이며, 수정계단은 유리디딤돌, 유리계단은 수정디딤돌이다. 붉은 구슬계단은 마노 디딤돌, 마노계단은 붉은 구슬디딤돌이요, 자거계단은 여러 가지 보배로 된 디딤돌이다. 계단 양쪽에는 보배난간이 있다. 또 그 못 가운데에는 파란색ㆍ노란색ㆍ붉은색ㆍ흰색 꽃이 있으며, 여러 색깔의 꽃이 사이에 섞였는데, 꽃은 수레바퀴만 하고 뿌리는 바퀴통만 하다. 꽃뿌리에서 나오는 즙은 빛이 젖과 같이 희고, 맛은 꿀과 같이 달다. 연못 사방 둘레에는 갖가지 동산숲과 큰 숲[叢林]과 목욕하는 연못[浴池]이 있고, 온갖 꽃들이 피어 있으며 나무는 시원하고 꽃과 열매가 풍성하다. 무수한 새들이 서로 소리 맞추어 지저귀는 것도 또한 그와 같다.

  

선주 코끼리왕이 연못에 들어가 목욕을 하며 놀려는 생각을 낼 때에는 곧 8천 마리의 코끼리왕을 생각한다. 그러면 그 때 8천 마리의 코끼리왕도 스스로 생각한다.

'선주 코끼리왕은 지금 우리를 생각하고 있으니, 우리들도 마땅히 코끼리왕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코끼리 무리들은 곧 그 앞에 나아가 선다. 그 때 선주 코끼리왕은 8천 마리의 코끼리를 데리고 마타연(摩陀延) 연못으로 간다. 그 모든 코끼리 중에는 그 왕을 위해 일산을 든 자도 있고 보배부채를 잡고 코끼리왕을 부쳐주는 자도 있으며, 그 중에는 춤을 추고 노래하며 악기를 연주하면서 앞에서 인도하는 자도 있다.

  

그때 선주 코끼리왕은 연못에 들어가 목욕하고 노래하며 춤을 추고 서로 함께 즐거워한다. 혹은 코끼리왕을 위해 코를 씻어주는 자도 있고, 혹은 입ㆍ머리ㆍ이ㆍ귀ㆍ배ㆍ등ㆍ꼬리ㆍ발을 씻어주는 자도 있다. 그 중에는 꽃뿌리를 뽑아 깨끗이 씻어 왕에게 먹여 주는 자도 있고, 네 가지 꽃을 따서 왕의 위에 뿌리는 자도 있다. 그러면 선주 코끼리왕은 목욕하고 음식을 먹고 서로 즐기기를 마친 뒤 곧 언덕 위로 나와 선주나무를 향해 선다. 그 때 8천 마리의 코끼리는 각각 연못에 들어가 목욕하고 먹고 마시고 서로 즐기기를 마치고 도로 나와 코끼리왕에게로 간다.

  

그때 코끼리왕은 앞에서 인도하고 뒤에서 따르는 8천 마리의 코끼리 무리를 데리고 선주나무왕 밑으로 간다. 그 중에는 일산을 가지고 코끼리왕을 가려 주는 자도 있고, 보배부채를 잡고 코끼리왕을 부쳐 주는 자도 있으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앞에서 인도하는 자도 있다. 그 때 선주 코끼리왕은 나무왕 밑에 나아가 앉고 눕고 걷기를 마음대로 한다. 또 나머지 8천 마리의 코끼리도 각기 나무 아래에서 앉거나 눕거나 걸으며 제멋대로 노닌다. 그 숲속에는 둘레가 8심(尋)이나 되는 것도 있고, 둘레가 9심에서 10심, 15심까지 되는 것도 있다. 오직 선주 코끼리왕의 바라(婆羅)나무왕만은 둘레가 16심이다. 그 8천 그루 바라나무의 가지와 잎이 떨어지면 시원한 바람이 멀리서 불어와 그 가지와 잎들을 수풀 밖으로 옮겨 놓는다. 또 8천 마리의 코끼리들이 대소변을 보면 모든 야차(夜叉)귀신들이 그것을 숲 밖으로 치운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선주 코끼리왕에겐 이와 같은 큰 신통력과 공덕이 있으니 비록 축생이긴 하지만 누리는 복은 이와 같다.”


2) 울단왈품(鬱單曰品)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울단왈(鬱單曰)이라는 천하에는 많은 산이 있다. 그 산 기슭에는 여러 동산[園觀]과 목욕하는 연못이 있고 온갖 꽃들이 피어나고 나무가 자라 시원하며 꽃과 열매도 풍성하다. 무수히 많은 온갖 새들은 서로 화답하며 지저귄다. 또 그 산 속에는 여러 갈래의 물이 흐르는데 그 물은 넘실넘실 흐르지만 잔잔하고 사납지 않으며 온갖 꽃은 물 위를 덮어 떠다니며 천천히 흐른다. 언덕 양쪽에 자라는 온갖 나무는 가지와 줄기가 보드랍고 꽃과 열매도 무성하다. 땅에는 연한 풀들이 오른쪽으로 감아 돌며 자라는데 빛깔은 공작이나 비취새[孔翠]와 같고 향기는 바사(婆師)향과 같으며 부드럽기는 하늘 옷과 같다. 그 땅은 부드러워 발로 땅을 밟으면 땅이 네 마디[寸]나 들어갔다가 발을 떼면 도로 올라온다. 땅은 손바닥처럼 평평하여 높고 낮은 데가 없다.

  

비구야, 그 울단왈의 땅 네 면에는 네 개의 아뇩달못이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100유순이다. 그 물은 맑고 깨끗해 더러움이 없다. 일곱 가지 보배로 된 해자[塹]로써 그 가를 둘러치고 나아가서는 무수히 많은 온갖 새들이 서로 소리 맞추어 구슬프게 지저귀는 모습도 마타연못의 장식과 다름이 없다. 그 네 개의 큰 연못에서 각각 네 개의 큰 강이 흘러나오는데 그 너비는 10유순이다. 그 물은 넘실넘실 흐르지만 잔잔하고 사납지 않으며 온갖 꽃은 물 위를 덮어 떠다니며 천천히 흐른다. 양쪽 언덕에 자라는 온갖 나무는 가지와 줄기가 부드럽고 꽃과 열매도 풍성하다. 땅에는 연한 풀이 자라고 있는데 오른쪽으로 감아 돌았으며 색깔은 공작이나 비취 같고 향기는 바사(婆師)향과 같으며 부드럽기는 하늘 옷과 같다. 그 땅은 유연하여 발로 땅을 밟으면 네 마디나 들어갔다가 발을 들면 도로 올라온다. 땅은 손바닥과 같이 평평하여 높고 낮은 곳이 없다.

  

또 그 땅에는 도랑과 구덩이와 가시와 나무 그루터기도 없고 또 모기ㆍ등에ㆍ도마뱀ㆍ뱀ㆍ벌ㆍ전갈ㆍ호랑이ㆍ표범 따위의 사나운 짐승도 없다. 땅은 온갖 보배만 많이 있고 돌이나 모래가 없다. 음양은 고르고 부드러우며 네 절기는 온화하고 순하여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아 어떤 고뇌와 걱정[惱患]도 없다. 그 땅은 윤택하여 먼지가 일어나지 않는데, 마치 기름을 땅에 바른 것 같아서 먼지가 날리지 않는다. 온갖 풀은 늘 돋아나고 겨울과 여름이 없으며 수목이 우거지고 꽃과 열매도 풍성하다. 땅에는 부드러운 풀이 오른쪽으로 감아돌며 자라는데 그 빛은 공작이나 비취와 같고 향기는 바사향과 같으며, 그 땅은 유연하여 발로 땅을 밟으면 땅은 네 마디나 들어갔다가 발을 들면 도로 올라온다. 땅은 손바닥과 같이 평평하여 높고 낮은 곳이 없다.

  

그 땅에는 항상 자연의 멥쌀이 있어 심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는데 왕겨나 속겨가 없어 흰 꽃무더기 같고 도리천의 음식처럼 온갖 맛을 다 갖추고 있다. 그 땅에는 항상 저절로 생겨난 가마솥이 있고 염광(焰光)이라는 마니(摩尼)구슬도 있는데 이 구슬을 가마 밑에 두면 밥이 되고 밥이 익으면 불이 꺼져 땔나무 불을 빌리지 않아도 되고 사람이 수고하지 않아도 된다. 


그 땅에는 곡궁(曲躬)이라는 나무가 있는데, 잎과 잎이 서로 잇대어 나서 비가 와도 새지 않으므로 저 모든 남녀들은 그 밑에서 쉬고 잠을 잔다. 또 향나무가 있는데 높이는 70리나 되며 꽃과 열매가 무성하다. 그 열매가 익으면 껍질이 저절로 쪼개져 짙은 향기가 풍긴다. 그 나무의 높이는 혹은 60리, 혹은 50리, 혹은 40리이고 아주 작은 것도 그 높이가 5리나 된다. 모두 꽃과 열매가 무성하고 그 열매가 익었을 때에는 껍질이 저절로 쪼개져 저절로 향기가 나온다. 또 옷나무[衣樹]가 있어 높이는 70리나 된다. 꽃과 열매가 무성하고 열매가 익었을 때에는 껍질이 저절로 쪼개져 온갖 옷이 나온다. 그 나무의 높이는 혹은 60리, 혹은 50리, 40리이며 아주 작은 것도 높이가 5리나 된다. 꽃과 열매가 무성하고 온갖 옷이 나온다.

  

또 장엄나무[莊嚴樹]가 있는데, 높이는 70리이다. 꽃과 열매가 무성하고 그 열매가 익었을 때에는 껍질이 저절로 쪼개져 온갖 몸을 꾸미는 도구가 나온다. 그 나무의 높이는 혹은 60리, 50리, 40리이며 아주 작은 것도 높이가 5리나 된다. 꽃과 열매가 모두 무성하고 온갖 몸을 꾸미는 도구가 나온다. 


또 화만나무[花?樹]가 있는데, 높이는 70리이다. 꽃과 열매는 무성하고 그 열매가 익었을 때에는 껍질이 저절로 쪼개져 온갖 화만이 나온다. 나무의 높이는 혹은 60리, 50리, 40리이며 아주 작은 것도 높이가 5리나 된다. 꽃과 열매가 모두 무성하고 온갖 화만이 나온다. 


또 그릇나무[器樹]가 있는데, 높이는 70리이다. 꽃과 열매가 무성하고 그 열매가 익었을 때에는 껍질이 저절로 쪼개져 온갖 그릇이 나온다. 그 나무의 높이는 혹은 60리, 50리, 40리이며 아주 작은 것도 높이가 5리나 된다. 꽃과 열매가 다 무성하고 온갖 그릇이 나온다. 


또 과실나무가 있는데, 높이는 70리이다. 꽃과 열매는 무성하고 그 열매가 익었을 때에는 껍질이 저절로 쪼개져 온갖 과실이 나온다. 나무의 높이는 혹은 60리, 50리, 40리이며 아주 작은 것도 높이가 5리나 된다. 꽃과 열매가 다 무성하고 온갖 과실이 나온다. 


또 악기나무가 있는데 높이는 70리이다. 꽃과 열매가 무성하고 그 열매가 익었을 때에는 껍질이 저절로 쪼개져 온갖 악기가 나온다. 그 나무의 높이는 혹은 60리, 50리, 40리이며 아주 작은 것도 높이가 5리나 된다. 꽃과 열매가 모두 무성하고 온갖 악기가 나온다.

  

그 땅에는 선견(善見)이라는 못이 있다. 가로와 세로가 각각 100유순이나 되고 그 물은 맑고 깨끗해 더러운 것이 없으며, 일곱 가지 보배로 된 해자가 그 주위를 빙 두르고 있다. 못의 네 면에는 일곱 겹의 난간, 일곱 겹의 그물, 일곱 겹의 가로수가 둘러져 있고 나아가서는 무수한 온갖 새가 서로 화답하며 우는 것이 또한 그와 같다. 


그 선견못의 북쪽에 암바라(菴婆羅)라는 나무가 있는데, 둘레는 7리이고, 높이는 100리이며 가지와 잎은 사방으로 50리나 두루 퍼져 있다. 그 선견못의 동쪽에는 선도하(善道河)가 흐르는데 너비는 1유순이고 흐름이 느려 소용돌이치는 곳이 없고 온갖 꽃들이 물 위를 덮고 있다. 양쪽 언덕에 무성한 수목은 가지와 줄기가 휘늘어졌고 꽃과 열매가 풍성하다. 땅에는 연한 풀이 오른쪽으로 감아 돌며 자라는데 빛은 공작이나 비취 같고 향기는 바사향과 같으며 부드럽기는 하늘 옷과 같다. 그 땅은 유연하여 발로 땅을 밟으면 땅이 네 마디나 들어갔다가 발을 들면 도로 솟아 오른다. 이 땅은 손바닥과 같이 편편하여 높고 낮은 곳이 없다.

  

또 그 강 가운데에는 여러 가지 보배로 만든 배가 있다. 그 지역 백성들이 그 강에 들어가 목욕하고 유희하고자 할 때는 언덕 위에 옷을 벗어 두고 배를 타고 강 가운데로 들어간다. 즐겁게 놀고 난 뒤에는 물을 건너 닥치는 대로 아무 옷이든 입는다. 먼저 나오면 먼저 입고 뒤에 나오면 뒤에 입으며 굳이 본래 입었던 옷을 찾지 않는다. 


그런 다음 향나무로 가면 나무는 그를 위해 몸을 굽힌다. 그러면 사람들은 손으로 온갖 향을 취해 자기 몸에 바른다. 다음에는 옷나무가 있는 데로 간다. 옷나무가 몸을 굽히면 그 사람은 손으로 온갖 옷을 취해 마음대로 입는다. 


다음에는 장엄나무가 있는 데로 간다. 그 나무가 몸을 굽히면 그 사람은 손으로 온갖 장엄을 취해 스스로 몸을 장식한다. 다음에는 만(?)나무가 있는 데로 간다. 그 나무가 몸을 굽히면 그 사람은 손으로 온갖 화만을 취해 자기 머리 위에 붙인다. 


다음에는 그릇나무가 있는 데로 간다. 나무가 몸을 굽히면 그 사람은 손으로 온갖 보배 그릇을 취해 가진다. 다음에는 과실나무가 있는 데로 간다. 그 나무가 몸을 굽히면 그 사람은 손으로 과실을 따서 혹은 씹어 먹기도 하고 혹은 입에 머금기도 하고, 혹은 즙을 내어 마시기도 한다. 


다음에는 악기나무가 있는 곳으로 간다. 그 나무가 몸을 굽히면 그 사람은 손으로 온갖 악기를 취해 줄을 고르고 연주한다. 또 연주에 맞추어 다함께 묘한 목소리로 노래하며 동산 숲으로 가 하루나 이틀 나아가 이레까지 마음껏 즐긴다. 그리고는 다시 정처없이 떠난다. 


선견못 남쪽에는 묘체하(妙體河)가 흐르고 선견못 서쪽에는 묘미하(妙味河)가 흐르며 선견못 북쪽에는 광영하(光影河)가 흐르는데, 그 또한 그와 같다. 선견못 동쪽에 선견이라는 동산 숲이 있는데 그 숲의 가로와 세로가 각각 100유순이다. 동산의 네 면에는 일곱 겹의 난간, 일곱 겹의 그물, 일곱 겹의

가로수가 둘러 있는데 갖가지 빛깔이 뒤섞인 일곱 가지 보배로 만들어졌다. 그 동산 네 면에 있는 네 개의 대문과 둘러 있는 난간들도 다 일곱 가지 보배로 만들어졌다. 동산 안은 청정하고 가시나무가 없으며 그 땅은 평정(平正)하여 도랑이나 구덩이나 언덕이 없다. 또 모기ㆍ등에ㆍ파리ㆍ벼룩ㆍ이ㆍ도마뱀ㆍ뱀ㆍ벌ㆍ전갈ㆍ호랑이ㆍ승냥이 따위의 사나운 짐승도 없다. 땅에는 순수한 여러 가지 보배만 있고 돌이나 모래는 없다. 음양은 고르고 부드러우며 네 절기는 온화하고 순하여 춥지도 덥지도 않아 모든 번뇌와 걱정[惱患]이 없다. 


그 땅은 윤택하여 티끌과 더러운 것이 없는 것이 마치 기름을 땅에 바른 것 같아서 먼지가 일어나지 않는다. 온갖 풀은 항상 돋아나 겨울과 여름이 없으며 수목은 무성하고 꽃과 열매도 풍성하다. 땅에는 부드러운 풀이 오른쪽으로 감아돌며 자라는데 빛은 공작이나 비취와 같고 향기는 바사향과 같으며 부드럽기는 하늘 옷과 같다. 그 땅은 유연하여 발로 땅을 밟으면 땅은 네 마디나 들어갔다가 발을 들면 도로 올라온다.

  

그 동산에는 항상 자연생 멥쌀이 나는데 겉 등겨나 속겨가 없으며 마치 흰 꽃무더기 같고 도리천의 음식처럼 온갖 맛을 다 갖추었다. 그 동산에는 저절로 생겨난 가마솥이 있고 염광(焰光)이라는 마니구슬이 있는데, 그 구슬을 가마솥 밑에 두면 저절로 밥이 되고 밥이 익으면 구슬 광명이 사라지니, 땔나무 걱정이 없어 사람을 수고롭게 하지도 않는다. 


그 동산에는 곡궁(曲躬)이라는 나무가 있는데, 잎과 잎이 서로 잇대어 있어 비가 와도 새지 않으므로 모든 남녀들로 하여금 그 밑에서 쉬고 잠을 자게 한다. 


또 향나무가 있는데, 높이는 70리나 된다. 꽃과 열매가 무성하고 그 열매가 익었을 때에는 껍질이 저절로 쪼개져 짙은 향기를 풍긴다. 나무의 높이는 60리, 혹은 50리, 혹은 40리에서 높이가 5리까지 되는 것이 있는데 모두 꽃과 열매가 무성하고 갖가지 향기를 풍긴다. 나아가 악기나무[樂器樹]까지의 일들은 모두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다. 그 땅의 백성들은 그 동산으로 가 하루나 이틀 나아가 이레까지 유희하고 오락하는데 그 선견 동산에는 지키는 자가 없어 마음껏 논 뒤에 다시 떠나간다. 선견못의 남쪽에도 동산 숲이 있는데, 이름을 대선견(大善見)이라고 한다. 선견못의 서쪽에도 동산 숲이 있는데, 이름을 오락(娛樂)이라 한다. 선견못의 북쪽에도 동산 숲이 있는데, 이름을 등화(等花)라 한다.

이 숲들도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다.

 

그 땅에는 밤중과 새벽에 아뇩달용왕이 자주 때를 따라 청정한 구름을 일으켜 온 세상에 두루 단비를 내린다. 소를 끄는 정도의 짧은 시간에 여덟 가지 맛이 있는 물로써 촉촉하게 두루 적시므로 물이 고이지 않고 땅에는 진흙이 생기지 않는다. 그것이 마치 화만(華?)을 만드는 사람이 꽃에 물을 뿌려 시들지 않게 하고 윤택하고 선명하게 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 땅에는 밤중이 지나 구름이 끼는 일이 없어 하늘이 청명하며, 바다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은 청정하고 부드러워 사람의 몸에 살랑살랑 불면 온몸이 상쾌해진다. 그 땅은 풍요(豊饒)로워 백성들이 번성한다. 만일 음식이 필요할 때에는 자연생 멥쌀을 가마솥 안에 넣고 염광 구슬을 가마솥 밑에 두면 저절로 밥이 되고 밥이 익으면 구슬 광명은 저절로 사라진다. 여기에 오는 자는 누구나 다 마음대로 실컷 먹을 수 있다. 그 주인이 일어나지 않으면 그 밥은 끝내 없어지지 않으며 만일 그 주인이 일어나기만 하면 밥은 곧 없어진다. 그 밥은 신선하고 깨끗하여 흰 꽃무더기 같고 그 맛은 다 갖추어져 있어 마치 도리천의 음식과 같다. 그들이 이 밥을 먹으면 모든 병이 없어지고 기력도 왕성해지며 얼굴빛은 화열하여 쇠하거나 축나는 일이 없다.

  

또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은 신체가 서로 비슷하고 얼굴이 서로 같아 분별할 수가 없다. 그 얼굴은 염부제의 스무살 쯤 되는 사람처럼 젊다. 그 사람들의 이는 가지런하며 희고 깨끗하고 빽빽하여 틈이 없다. 머리털은 짙푸른 빛으로서 먼지나 때가 없고, 머리털은 8지(指) 쯤 드리워 눈썹과 가지런하며 길이가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다. 만일 그 땅의 백성들이 음욕이 일어날 때에는 여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버려두고 그 자리를 떠나면 그 여자는 그의 뒤를 따라 동산 숲으로 간다. 만일 그 여인이 그 남자의 부친이나 모친과 골육(骨肉) 관계라서 음행을 행할 수 없는 사이면 나무는 절대로 가리워주지 않고 그들도 각각 흩어져 간다. 만일 부친이나 모친과 골육의 관계가 아니어서 음욕을 행할 수 있는 사이면 나무는 곧 몸을 굽혀 그들의 몸을 덮어 준다. 그들은 하루나 이틀 나아가 이레까지 마음껏 즐기고 나서 흩어져 떠나간다. 그 여자가 아기를 밴지 이레나 여드레가 되면 아이를 낳는데, 아들이든 딸이든 간에 네 거리 큰 길가에 놓아두고 떠난다. 그러면 오가는 행인들이 그 곁을 지나다가 손가락을 내밀어 빨게 하는데 손가락에서 단 젖이 나와 그 아이의 몸을 충분히 채우고 그렇게 이레가 지나면 그 아이는 성장하여 어른들과 같아진다. 그러면 남자는 남자의 무리를 향해 가고 여자는 여자의 무리를 향해 간다. 그 사람들은 목숨을 마쳐도 서로 울지 않는다. 시체를 장엄하여 네 거리에 버려 두고 떠나면 우위선가(憂慰禪伽)라는 새가 그 시체를 물고 곧 다른 곳으로 가져가 버린다.

  

또 그 땅 사람들이 대소변을 볼 때에는 땅이 즉시 갈라지고 변을 마치면 땅은 저절로 닫혀진다. 그 땅 사람들은 미련을 가지는 일도 없고 또한 쌓아 두는 일도 없다. 수명은 항상 정해져 있어 죽으면 모두 하늘에 태어난다. 그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수명이 항상 정해져 있는가? 그 사람들은 전생에 열 가지 선행(善行)을 닦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다음 울단왈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 수명은 천 세이고, 여기에서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그 사람들의 수명은 똑같다.

  

그리고 살생한 자는 나쁜 세계에 떨어지고 살생하지 않은 자는 좋은 세계에 태어난다. 이와 같이 도둑질ㆍ음행ㆍ이간하는 말ㆍ욕설ㆍ거짓말ㆍ꾸밈말ㆍ탐욕ㆍ질투ㆍ삿된 소견을 가진 자는 나쁜 세계에 떨어진다. 도둑질하지 않고 음행하지 않으며 이간하는 말ㆍ욕설ㆍ거짓말ㆍ꾸밈말을 하지 않고 탐욕과 질투와 삿된 소견이 없는 자는 좋은 세계에 태어난다. 만일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행하지 않고, 이간하는 말ㆍ욕설ㆍ거짓말ㆍ꾸밈말을 하지 않고 탐욕과 질투와 삿된 견해를 가지지 않은 자가 있으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울단왈에 태어난다. 그 수명은 천 살로서 그보다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다. 그러므로 그 사람들의 수명은 꼭 같다.

  

다시 인색하고 탐욕스러워 보시를 하지 않으면 죽어서 나쁜 세계에 떨어진다. 마음을 열어 아끼지 않고 보시를 잘한 사람은 좋은 세계에 난다. 어떤 사람은 사문 바라문에게 보시하고 또 빈궁한 사람ㆍ거지 아이ㆍ병든 사람ㆍ곤고한 사람에게는 의복ㆍ음식ㆍ수레ㆍ화만ㆍ바르는 향ㆍ평상ㆍ방을 주고, 또 탑묘(塔廟)를 만들어 세우거나 등불을 공양하면 그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울단왈에 태어난다. 수명은 천 살로서 그보다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그 사람들의 수명은 똑같다. 

무슨 까닭으로 울단왈 사람을 승(勝)이라고 부르는가? 그 땅의 백성들은 열 가지 선행을 받지 않지만 그 거동이 저절로 열 가지 선행과 맞으며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하늘의 좋은 곳에 태어난다. 그러므로 그 사람들을 승(勝), 즉 울단왈이라 부른다. 울단왈이란 무슨 뜻인가? 3천하 가운데서 그 땅이 최상이요, 최승이기 때문에 울단왈이라 하는 것이다.[울단왈은 진(秦)나라 말로 최상(最上)이라는 뜻이다.]


3) 전륜성왕품(轉輪聖王品)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간에 전륜성왕이 있는데, 그는 일곱 가지 보배[七寶]를 성취하고 네 가지 신덕(神德)이 있다. 어떤 것이 전륜성왕이 성취한 일곱 가지 보배인가? 첫째는 금륜보(金輪寶), 둘째는 백상보(白象寶), 셋째는 감마보(紺馬寶), 넷째는 신주보(神珠寶), 다섯째는 옥녀보(玉女寶), 여섯째는 거사보(居士寶), 일곱째는 주병보(主兵寶)이다.

  

어떻게 전륜성왕은 금륜보를 성취하였는가? 

만일 찰리(刹利) 족성의 전륜성왕이 염부제의 땅에 나오면 물을 붓는 의식을 하고 보름날 달이 찼을 때에 향탕에 목욕하고 높은 궁전에 올라 채녀(?女)들과 함께 서로 즐기고 논다. 그 때 하늘 금수레 바퀴가 갑자기 앞에 나타난다. 바퀴에는 천 개의 바퀴 살이 있어 광색(光色)이 구족하였는데 하늘의 금으로 된 것이고 하늘의 장인(匠人)이 만든 것으로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바퀴의 지름은 14척이다. 전륜성왕은 이것을 보고 묵묵히 혼자 생각한다.

'나는 나이 많은 여러 어른들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만일 머리에 물을 붓는 의식을 마친 찰리왕이 보름날 달이 찼을 때 향탕에 목욕하고 법전(法殿)에 올라가 채녀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자연히 금바퀴가 갑자기 나타나는데 천 개의 바퀴 살이 있고 광색을 갖추었으며 하늘 장인이 만든 것으로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바퀴의 지름은 14척이나 된다. 그를 곧 전륜성왕이라 이름한다.)

이제 이 바퀴가 나타났으니 이것이 바로 그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이제 이 윤보(輪寶)를 시험해 보리라.'

  

그리하여 전륜성왕은 곧 네 가지 군대[兵]를 부르고 금륜보를 향해 오른 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붙이고 오른손으로써 금바퀴를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너는 동방을 향하여 법대로 굴러가되 영원한 법칙에 어긋나게 하지 말라.'

바퀴는 동쪽으로 굴렀다. 그 때 전륜성왕은 곧 네 가지 군대를 거느리고 그 뒤를 따라갔다. 금륜보의 앞에는 네 신(神)이 인도했다. 바퀴가 머무는 곳에서 왕도 곧 수레를 멈추었다. 그 때 동쪽의 모든 작은 나라 왕들이 대왕이 오는 것을 보고 금발우에는 은좁쌀을 담고 은발우에는 금좁쌀을 담아 가지고 이 왕에게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절하고 아뢰었다.

'훌륭합니다. 대왕이시여, 이제 이 동방은 토지가 풍부하여 즐거우며 여러 가지 보배가 많고 백성들도 번성합니다. 성질은 어질고 온화하며 자애롭고 효성스러우며 충직하고 온순합니다. 오직 원컨대 성왕께서 이곳을 다스려 주소서. 저희들은 마땅히 좌우에서 시중들며 필요한 것을 받들어 행하겠나이다.'

그때 전륜왕은 모든 작은 나라 왕들에게 말했다.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여러분, 그대들은 곧 내게 공양해 마쳤소. 다만 마땅히 바른 법으로써 다스리고 교화하여 치우치거나 억울함이 없게 하며 나라 안에 법에 어긋나는 일이 없게 하시오. 스스로 살생하지 말고 남을 시켜 살생하지 않게 하며, 도둑질ㆍ음행ㆍ이간하는 말ㆍ욕설ㆍ거짓말ㆍ꾸밈말ㆍ탐욕ㆍ질투ㆍ삿된 견해를 가진 사람이 없게 하시오. 이것이 곧 나의 다스림이라 합니다.'

그때 모든 작은 왕들은 이 가르침을 듣고 나서 곧 대왕을 따라 모든 나라를 두루 다니다가 동해가에 이르렀다.

  

다음에는 남방ㆍ서방ㆍ북방으로 바퀴가 가는 곳을 따라갔다. 그 모든 나라의 왕들이 각각 국토를 바치는 것도 또한 동방의 작은 왕이 한 것과 같았다.

  

이 염부제에서 토지가 비옥하고 많은 보배가 나며 수풀과 물은 청정하고 편편하고 넓다고 이름난 곳은 바퀴가 두루 돌아다니면서 봉해 주었다. 동서 12유순 남북 10유순이나 되는 구역을 재어 주면 하늘 신은 한밤중에 성곽(城郭)을 쌓았다. 일곱 겹으로 된 성곽은 일곱 겹의 난간과 일곱 겹의 그물과 일곱 겹의 가로수가 빙둘러 장식하였는데 모두 일곱 가지 보배로 만들어진 것이다. 나아가서는 무수한 온갖 새들도 소리를 맞추어 울었다. 이 성을 짓고 나자 금륜보는 또 그 성 안에서 땅을 그어 동서는 4유순, 남북은 2유순으로 구역을 정하면 하늘 신은 또 밤중에 궁전을 지었다. 궁전의 담은 일곱 겹으로서 일곱 가지 보배로 만들어졌고 나아가서는 무수한 온갖 새들이 서로 소리를 맞추어 우는 것이 또한 그와 같았다. 궁전을 짓고 나자 금륜보는 궁전 위의 허공에서 머물면서 완전히 갖추어 움직이지 않았다. 전륜성왕은 못내 기뻐하면서 말했다.

'이 금륜보는 진실로 나의 상서로운 것이다. 나는 이제 정말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을 금륜보의 성취라고 한다.

  

어떻게 백상보(白象寶)를 성취하였는가? 

전륜성왕은 이른 아침에 정전(正殿) 위에 앉아 있는데, 저절로 상보(象寶)가 갑자기 앞에 나타나 있었다. 그 털은 순백색이고 일곱 군데가 평탄하며 힘은 능히 날아다닐 수가 있었다. 그 머리는 여러 가지 색깔이 섞여 있고 여섯 개의 어금니는 가늘고 곧으며 진금(眞金)으로 그 사이를 메웠다. 그 때 왕은 이것을 보고 생각했다.

'이 코끼리는 어질고 선량하다. 만일 잘 길들이면 내가 타기에 알맞을 것이다.'

곧 시험삼아 훈련시키자 모든 능력을 다 갖추게 되었다. 그 때 전륜성왕은 몸소 코끼리를 시험하고자 하여 그 위에 타고 이른 아침에 성을 나갔다. 4해(海)를 두루 돌아다녔는데도 밥 때가 되어서는 어느새 돌아와 있었다. 그러자 전륜성왕은 못내 기뻐하면서 말했다.

'이 백상보는 정말로 나를 상서롭게 하는 것이다. 나는 이제 참으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이 상보를 성취한 경위이다.

  

어떻게 전륜성왕이 감마보(紺馬寶)를 성취하였는가? 

어느 때 전륜성왕이 이른 아침에 정전(正殿) 위에 앉아 있었는데 저절로 마보(馬寶)가 갑자기 나타나 있었다. 그 말은 감청색(紺靑色)이었는데 갈기와 꼬리는 붉고 머리와 목은 코끼리와 같으며 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 때 왕은 이것을 보고 생각했다.

'이 말은 어질고 선량하다. 만일 잘 길들이면 내가 타기에 적합할 것이다.'

곧 시험삼아 훈련시키자 모든 능력을 다 갖추게 되었다. 그 때 전륜성왕은 몸소 마보를 시험해 보고자 하여 곧 그것을 타고 이른 아침에 성을 나갔다. 4해를 두루 다녔는데도 밥 때가 되어서는 어느새 돌아와 있었다. 그러자 전륜성왕은 못내 기뻐하며 말했다.

'이 감마보는 참으로 나의 상서로운 것이다. 나는 이제 정말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이 감마보를 성취한 경위이다.

  

어떻게 신주보(神珠寶)를 성취하였는가? 

어느 때 전륜성왕이 이른 아침에 정전 위에 앉아 있었는데 저절로 신주(神珠)가 갑자기 앞에 나타나 있었다. 바탕색은 맑고 투명하며 조그마한 흠집도 없었다. 그 때 왕은 이것을 보고 말했다.

'이 구슬은 묘하고 좋다. 만일 광명이 있으면 궁전 안을 비출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전륜성왕은 이 구슬을 시험해 보고자 하여 곧 네 군대를 불러 이 신비한 구슬을 높은 깃대 위에 달고 캄캄한 밤에 깃대를 들고 성을 나갔더니 그 구슬의 광명이 1유순이나 비추었고 성 안 사람들은 낮인 줄 착각하고 다 일어나 일을 하였다. 전륜성왕은 못내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이제 이 신주는 참으로 나를 상서롭게 하는 것이다. 나는 이제 정말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이 신주보를 성취하게 된 경위이다.

  

어떻게 옥녀보(玉女寶)를 성취하였는가? 

어느 때 옥녀보가 갑자기 나타났는데, 얼굴빛은 잔잔하고 얼굴은 단정했다. 키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았으며 뚱뚱하지도 않고 여위지도 않았으며 살결은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았으며 성질이 억세지도 않고 연약하지도 않았다. 겨울에는 몸이 따뜻하고 여름에는 몸이 서늘하였으며 온몸의 털구멍에는 전단 향내가 나고 입에서는 우발라(優鉢羅)꽃 향기가 났다. 말씨는 부드럽고 거동은 얌전하였으며 먼저 일어나고 뒤에 앉는 등 예절을 잃지 않았다. 그 때 전륜성왕은 그것을 보고도 애착이 없었고 잠시도 마음에 생각하지 않았는데 하물며 가까이 하였겠는가? 그 때 전륜성왕은 그것을 보고 못내 기뻐하면서 말했다.

'이 옥녀보는 참으로 나를 상서롭게 하는 것이다. 나는 이제 정말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이 옥녀보를 성취한 경위이다.

  

어떻게 거사보(居士寶)를 성취하였는가? 

어느 때 거사 장부(丈夫)가 갑자기 저절로 나타났다. 그들의 보배 창고에는 저절로 생긴 재물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거사는 전생에 닦은 복으로 인해 얻은 눈으로 능히 땅 속에 묻혀 있는 것을 환히 들여다 볼 수 있었고, 또한 주인이 있는지 없는지도 다 알았다. 주인이 있는 것은 잘 지켜 주고 주인이 없는 것은 가져다 왕이 쓰도록 공급했다. 이 때 거사보는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베풀어야 할 곳이 있다면 걱정하실 것이 없습니다. 제가 스스로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 전륜성왕은 거사보를 시험해 보고자 하여 곧 배를 준비하라 분부를 내리고 물에서 놀다가 거사에게 말했다.

'나는 금보(金寶)가 필요하다. 그대는 당장 나에게 금보를 가져다 다오.'

거사가 대답했다.

'대왕이여, 언덕 위에 이를 때까지 잠시만 기다리소서.'

왕은 곧 재촉해 말했다.

'내가 지금 곧 써야 하겠으니 지금 당장 가져 오라.'

이때 거사보는 왕의 엄한 명령을 받고 곧 배 위에서 길게 꿇어앉아 오른 손을 물 속에 넣었다. 그러자 물 속의 보물 병이 그 손을 따라 나오는데, 마치 벌레가 나무 가지에 기어오르는 것과 같았다. 저 거사보도 또한 그와 같아서 손을 물 속에 넣자 보배는 손을 따라 올라와 배 위에 가득 찼다. 그리고는 왕에게 아뢰었다.

'아까 보배를 쓰시겠다 하셨는데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그때 전륜성왕이 거사보에게 말했다.

'그만두라, 그만 두라. 나는 필요한 것이 없다. 아까는 시험해 보았을 뿐이다. 이만하면 너는 이제 내게 공양해 마친 것이다.'

그때 거사는 왕의 말을 듣고 곧 보물을 물 속에 도로 넣었다. 그러자 전륜성왕은 못내 기뻐하면서 말했다.

'이 거사보는 참으로 나를 상서롭게 하는 것이다. 나는 이제 정말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이 거사보를 성취하게 된 경위이다.

  

어떻게 주병보(主兵寶)를 성취하였는가? 

어느 때에 주병보가 갑자기 나타났다. 그들은 지혜로운 계책이 있고 용맹하며 뛰어난 지략[英略]과 결단성[獨決]이 있었다. 그가 곧 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대왕이여, 토벌하실 일이 있으시면 걱정하실 것이 없습니다. 제가 스스로 처리하겠습니다.'

이때 전륜성왕이 주병보를 시험하고자 하여 곧 네 군대를 모으고 그에게 말했다.

'그대는 지금 이 군사들을 통솔하되 모이지 않은 자는 모이게 하고 이미 모인 자는 흩어지게 하며 차비하지 않은 자는 차비하게 하고 이미 차비한 자는 차비를 풀게 하며 가지 아니한 자는 가게 하고 이미 간 자는 머물게 하라.'

그러자 주병보는 왕의 말을 듣고 곧 네 군대로 하여금 모이지 않은 자는 모이게 하고 이미 모인 자는 흩어지게 하며 차비하지 않은 자는 차비하게 하고 이미 차비한 자는 차비를 풀게 하며 가지 않은 자는 가게 하고 이미 간 자는 머물게 했다. 그 때 전륜성왕은 그것을 보고 못내 기뻐하면서 말했다.

'이 주병보는 참으로 나를 상서롭게 하는 것이다. 나는 이제 정말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이 전륜성왕이 일곱 가지 보배를 성취하게 된 경위이다.

  

어떤 것을 네 가지 신덕(神德)이라 하는가? 

첫째는 오래 살고 일찍 죽지 않는 것에 아무도 미칠 자가 없는 것이요, 둘째는 몸이 튼튼하고 병이 없는 것에 아무도 미칠 자가 없는 것이며, 셋째는 얼굴 모양이 단정한 것에 아무도 미칠 자가 없는 것이요, 넷째는 보배 창고가 가득 차 넘치는 것에 아무도 미칠 자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전륜성왕이 성취한 일곱 가지 보배와 네 가지 공덕이다.

  

어느 때 전륜성왕이 오랜만에 수레를 준비시켜 뒷동산으로 노닐러 나가면서 마부[御者]에게 말했다.

'너는 마땅히 잘 몰고 가야 한다. 왜냐 하면, 내가 나라 안의 백성들이 안락하게 살고 있으며 재앙이 없는가를 자세히 살펴 보고 싶기 때문이다.'

이때 길가의 늪에 서서 바라보던 그 나라의 백성들은 다시 시자(侍者)에게 말했다.

'너는 좀 더 천천히 가라. 우리는 전륜성왕의 위엄 있는 얼굴[威顔]을 자세히 뵙고 싶다.'

이때 전륜성왕은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듯 백성들을 자애롭게 보살폈고 백성들은 자식이 아버지를 우러르듯이 왕을 사모하였다. 그래서 모든 진기한 것은 다 왕에게 바치면서 말했다.

'원컨대 이것을 받아 마음대로 쓰소서.

그때 왕이 대답했다.

'그만두시오. 여러분, 나에게도 보배가 있으니 그대들이나 쓰도록 하라.'

  

전륜성왕이 이 염부제를 다스릴 때에는 그 땅은 고르고 반듯하여 가시덤불ㆍ구덩이ㆍ언덕들이 없었고, 또 모기ㆍ등에ㆍ벌ㆍ전갈ㆍ파리ㆍ벼룩ㆍ뱀ㆍ도마뱀 따위의 나쁜 벌레도 없었다. 돌ㆍ모래ㆍ기와 조각들은 저절로 땅 속으로 사라지고 금ㆍ은ㆍ보옥은 땅 위로 나타났다. 네 절기는 고르고 온화해서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았다. 그 땅은 유연하여 더러운 티끌이 없었는데, 마치 기름을 땅에 바르면 깨끗하고 윤택하여 더러운 먼지가 묻지 않는 것처럼 전륜성왕이 이 세계를 다스릴 때의 땅도 또한 그와 같았다. 땅에서는 깨끗한 샘물이 솟아 나와 마르지 않았고 연한 풀이 나서 겨울이나 여름이나 언제나 푸르렀다. 수목이 무성하고 꽃과 열매도 풍성하였다. 땅에 자라는 부드러운 풀은 공작과 비취색 같은 빛깔을 띠었고 향기는 바사향과 같으며 부드럽기는 하늘 옷과 같았다. 발로 땅을 밟으면 땅은 네 마디나 들어갔다가 발을 들면 도로 올라와 패인 자리가 없었다. 자연생 멥쌀은 등겨가 없고 온갖 맛을 갖추고 있었다.

  

그때 향나무가 있었는데 꽃과 열매가 풍성하고 그 열매가 익었을 때에는 껍질이 저절로 쪼개져 저절로 향기를 내어 향기가 풍긴다. 또 옷나무[衣樹]가 있는데 꽃과 열매가 풍성하고 그 열매가 익었을 때에는 껍질이 저절로 쪼개져 온갖 옷이 나온다. 다시 장엄나무가 있는데 꽃과 열매가 풍성하다. 그 열매가 익었을 때에는 껍질이 저절로 쪼개져 온갖 장엄의 도구를 낸다. 


다시 만(?)나무가 있는데 꽃과 열매가 풍성하고 그 열매가 익었을 때에는 껍질이 저절로 쪼개져 온갖 만이 나온다. 다시 그릇나무가 있는데 꽃과 열매가 풍성하고 그 열매가 익었을 때에는 껍질이 저절로 쪼개져 온갖 그릇이 나온다. 


다시 과실나무가 있는데 꽃과 열매가 풍성하고 그 열매가 익었을 때에는 껍질이 저절로 쪼개져 온갖 과실이 나온다. 다시 악기나무가 있는데 꽃과 열매가 풍성하고 그 열매가 익었을 때에는 껍질이 저절로 쪼개져 온갖 악기가 나온다.

 

전륜성왕이 세상을 다스릴 때에는 밤중이 지나면 아뇩달용왕이 매우 짙은 구름을 일으켜 세상을 뒤덮게 하고 큰 비를 내린다. 소를 끌어당길 만한 정도의 시간동안 8미(味)의 비를 뿌려 윤택하게 널리 적신다. 땅에는 물이 고이지도 않고 또 진흙탕도 없으며 촉촉하게 적셔 초목을 성장시킨다. 마치 그것은 만사(?師)가 화만(花?)에 물을 뿌려 꽃을 촉촉히 적셔 시들지 않게 하는 것과 같다. 때 맞추어 내리는 비가 촉촉히 적셔 주는 것도 또한 그와 같다. 또 그 때 밤중이 지나면 하늘이 맑게 개어 구름 한 점 없고 바다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닿으면 즐거운 느낌을 준다. 


성왕이 이 염부제를 다스릴 때에는 오곡이 풍성하였으며 백성은 치성하고 재보(財寶)도 풍부해 모자라는 것이 없었다. 그 때 전륜성왕은 바른 도리로써 나라를 다스려 아첨하는 이나 억울함을 당하는 이가 없게 하였고 열 가지 선행을 닦았다. 그때에 모든 백성들도 또한 바른 소견을 닦고 열 가지 선행을 갖추었다. 그 왕은 오래 살다가 몸에 중병이 생겨 목숨을 마쳤다. 그때 그는 마치 풍악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음식이 조금 지나쳐서 몸이 조금 불편한 것처럼 하다가 곧 목숨을 마치고 범천에 태어났다.

  

그때 옥녀보ㆍ거사보ㆍ주병보와 국토의 백성들은 춤추고 노래하며 전륜성왕의 장례를 치렀다. 그 왕의 옥녀보ㆍ거사보ㆍ주병보와 나라의 백성들은 향탕(香湯)으로써 왕의 몸을 씻고 5백 장의 겁패(劫貝:무명천)로 싸고 차례로 묶었다. 왕의 몸을 들어 금관 안에 넣고 향유를 뿌린 뒤 무쇠 덧관 속에 넣었다. 다시 나뭇덧관으로 그 밖을 덧씌우고 온갖 향나무를 쌓아 그 위를 거듭 덮은 다음 화장했다. 네 거리 길머리에 칠보탑(七寶塔)을 세우니 가로와 세로가 각각 1유순이고 갖가지 색이 뒤섞인 7보로 장식하였다. 그 탑의 4면에는 각각 문이 하나씩 있고 7보로 만든 난간을 둘렀다. 그 탑의 4면엔 가로와 세로가 각각 5유순이나 되는 빈 터가 있었는데, 일곱 겹의 담장과 일곱 겹의 난간, 일곱 겹의 그물, 일곱 겹의 가로수가 있었다.

  

금담장에는 은문, 은담장에는 금문, 유리담장에는 수정문, 수정담장에는 유리문, 붉은 구슬 담장에는 마노문, 마노담장에는 구슬문, 자거담장에는 여러 가지 보배로 된 문이 있었다. 그 난간을 보면 금난간에는 은가름대[銀?], 은난간에는 금가름대, 수정난간에는 유리가름대, 유리난간에는 수정가름대, 붉은 구슬 난간에는 마노가름대, 마노난간에는 구슬가름대, 자거난간에는 온갖 보배로 만든 가름대가 있었다. 그 금그물에는 은방울을 달고, 은그물에는 금방울을 달고, 유리그물에는 수정 방울을 달고, 수정그물에는 유리방울을 달며, 붉은 구슬 그물에는 마노방울을 달고, 마노그물에는 붉은 구슬 방울을 달고, 자거그물에는 여러 보배로 된 방울을 달았다. 그 금나무에는 은잎ㆍ은꽃ㆍ은열매가 있고, 그 은나무에는 금잎ㆍ금꽃ㆍ금열매가 있었다. 그 유리나무에는 수정꽃ㆍ수정잎이요 수정나무에는 유리꽃ㆍ유리잎이 있었다. 붉은 구슬 나무에는 마노꽃ㆍ마노잎이요, 마노나무에는 붉은 구슬꽃ㆍ붉은 구슬 잎이 있었다. 자거나무는 여러 가지 보배 꽃과 여러 가지 보배 잎이 있었다.

  

그 네 면의 담장에는 다시 네 개의 문이 있고 난간으로 빙 둘러싸여 있었는데, 또 그 담장 위에는 모두 누각과 보대(寶臺)가 있었다. 그 담장의 네 면에는 수목과 동산 숲과 흐르는 샘물과 목욕하는 못이 있는데 거기에는 온갖 꽃이 피고 수목이 무성하고 꽃과 열매가 풍성하며 온갖 향기가 풍기고 신기한 새들이 구슬프게 울었다.

  

그 탑이 다 완성되자 옥녀보ㆍ거사보ㆍ주병보와 온 나라의 백성들이 모두 와서 이 탑에 공양했다. 모든 궁핍한 자에게 보시할 때에 밥을 필요로 하는 이에겐 밥을 주고 옷을 필요로 하는 이에겐 옷을 주었다. 코끼리와 말과 보배 수레도 모두 그 필요에 따라 주고 저들이 요구하는 대로 모두 주었다. 전륜성왕의 위신과 공덕은 그 일이 이와 같다.”


4) 지옥품(地獄品)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4천하는 다시 8천 개의 천하가 그 밖을 둘러싸고 있고, 또 큰 바닷물이 이 8천 개의 천하를 두루 둘러싸고 있으며, 또 큰 금강산이 큰 바닷물을 둘러 싸고 있다. 금강산 밖에는 다시 두 번째 큰 금강산이 있고, 두 산의 사이는 어둡고 캄캄하다. 해ㆍ달과 하늘 신들의 큰 위력으로도 그곳까지 광명을 비추지는 못한다. 


거기에는 여덟 개의 큰 지옥이 있다. 그 첫 번째 지옥에는 16개의 작은 지옥이 있다. 첫 번째 큰 지옥을 상(想)이라 하고 두 번째를 흑승(黑繩)이라 하며, 세 번째를 퇴압(堆壓)이라 하고 네 번째를 규환(叫喚)이라 하며, 다섯 번째를 대규환이라 하고 여섯 번째를 소자(燒炙)라 하며, 일곱 번째를 대소자라 하고 여덟 번째를 무간(無間)이라 한다.

  

(想)지옥에는 16개의 작은 지옥이 있다. 작은 지옥의 가로와 세로는 각각 5백 유순이다. 첫 번째 작은 지옥의 이름을 흑사(黑沙)라 하고, 두 번째를 비시(沸屎)라 하며, 세 번째를 오백정(五百釘)이라 하고, 네 번째를 기(飢)라 하며, 다섯 번째를 갈(渴)이라 하고, 여섯 번째를 일동부(一銅釜)라 하며, 일곱 번째를 다동부(多銅釜)라 하고, 여덟 번째를 석마(石磨)라 하며, 아홉 번째를 농혈(膿血)이라 하고, 열 번째를 양화(量火)라 하며, 열 한 번째를 회하(灰河)라 하고, 열두 번째를 철환(鐵丸)이라 하며, 열세 번째를 근부(?斧)라 하고, 열네 번째를 시랑(?狼)이라 하며, 열다섯 번째를 검수(劒樹)라 하고, 열여섯 번째를 한빙(寒氷)이라 한다.

  

왜 상지옥이라 이름하는가? 

그 곳에 사는 중생들은 손에 쇠손톱이 나는데 그 손톱은 길고 날카롭다. 서로 성내어 해칠 생각을 품고 손톱으로 서로 할퀴면 손을 따라 살점이 떨어진다. 이미 죽었구나 하고 생각하면 찬바람이 불어와 피부와 살이 다시 살아난다. 살아나면 곧 일어서서 스스로 생각한다.

'나는 이제 살아났다.'

다른 중생들도 말한다.

'나도 네가 살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있기 때문에 상지옥이라고 이름한다.

  

또 상지옥에 살고 있는 중생들은 해칠 생각을 가지고 서로 부딪치면 손에는 저절로 도검(刀劍)이 잡힌다. 그 칼날은 날카로워 서로 찌르고 베면 피부는 벗겨지고 살은 찢어져 몸이 조각나 땅에 떨어진다. 이젠 죽었구나 하고 생각하면 어느새 찬바람이 불어와 피부와 살이 다시 살아난다. 살아나면 곧 일어서서 그는 스스로 생각하며 말한다.

'나는 이제 살아났다.'

다른 중생들도 말한다.

'나도 네가 살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인연 때문에 상지옥이라고 한다.

  

또 상(想)지옥에 살고 있는 중생들은 해칠 생각을 품고 서로 부딪쳐 싸우면 손에 도검을 잡는다. 도검의 칼날은 날카로워 서로 찌르거나 할퀴면 피부는 벗겨지고 살점은 찢어진다. 이젠 죽었구나 하고 생각하면 어느새 찬바람이 불어와 피부와 살이 다시 살아난다. 살아나면 곧 일어서서 스스로 말한다.

'나는 살아났다.'

다른 중생들도 말한다.

'나도 네가 살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인연 때문에 상지옥이라고 한다.

  

또 상지옥에 살고 있는 중생들은 해칠 생각을 품고 서로 부딪치면 손에 유영도(油影刀)를 잡는다. 그 칼은 날이 예리하여 서로 찌르고 베면 피부가 벗겨지고 살점이 찢어진다. 이젠 죽었구나 하고 생각하면 어느새 찬바람이 불어와 피부와 살이 다시 살아난다. 살아나면 곧 일어서서 스스로 말한다.

'나는 살아났다.'

다른 중생도 말한다.

'나도 네가 살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인연 때문에 상지옥이라고 한다.

  

또 상지옥에 살고 있는 중생들은 서로 해칠 생각을 품고 서로 부딪치면 손에 작은 칼을 잡는다. 그 칼은 날이 예리하여 서로 찌르고 베면 피부가 벗겨지고 살림이 찢어진다. 이젠 죽었구나 하고 생각하면 어느새 찬바람이 불어와 피부와 살이 다시 살아난다. 살아나면 곧 일어서서 스스로 말한다.

'나는 살아났다.'

다른 중생도 말한다.

'나도 네가 살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인연 때문에 상지옥이라고 한다.

  

그곳의 중생들은 오랫동안 죄를 받고 나서 상지옥을 벗어나 허겁지겁 달리면서 구호(救護)를 요구한다. 그러나 전생에 지은 죄업[宿罪]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흑사(黑砂)지옥에 이른다. 그 때 뜨거운 바람이 사납게 일어나 뜨겁고 검은 모래가 날려 그 몸에 와서 붙으면 온몸은 마치 검은 구름처럼 새까맣게 된다. 뜨거운 모래는 피부를 태우고 살을 모조리 태우며 뼈 속까지 파고 든다. 죄인의 몸에서 검은 불길이 일어나 몸을 싸고 돌다가 도로 몸 속으로 들어간다. 온갖 고뇌를 받으면서 타고 굽히고 그슬려 살점이 다 문드러진다. 죄의 인연으로 이런 고통스런 과보를 받지만 그 죄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죽게 하지는 않는다.

  

그는 여기서 오랫동안 고통을 받고 나서 흑사지옥을 벗어나게 되는데, 허겁지겁 달리면서 구원을 요청한다. 그러나 전생에 지은 죄 때문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비시(沸屎)지옥에 들어간다. 그 지옥에는 이글거리는 똥과 철환(鐵丸)이 저절로 생겨나서 그의 앞에 가득하다. 옥졸들이 죄인을 윽박질러 철환을 껴안게 하면 철환이 그의 몸과 손을 태우고 머리와 얼굴 할 것 없이 모두 다 덴다. 다시 그것을 집어서 입 안에 넣으면 입술과 혀를 태우고 목구멍에서 뱃속까지 이르며 통해서 아래로 내려가면 타서 문드러지지 않는 곳이 없다. 또 철취충(鐵嘴?)이 있어 가죽과 살을 쪼아먹고 뼈를 뚫고 골수에까지 들어간다. 근심ㆍ고통ㆍ슬픔ㆍ괴로움이 한량없지만, 그 죄가 아직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여전히 죽지는 않는다.

  

비시지옥에서 오랫동안 고통을 받은 뒤에는 비시지옥을 벗어나 허겁지겁 달리면서 구원을 요청하다가 철정(鐵釘)지옥에 이른다. 거기 도착하자마자 옥졸들이 그를 때려 쓰러뜨리고는 뜨거운 철판 위에 눕힌다. 그 몸을 벌려서 못을 가져다가 손에 박고 발에 박고 가슴에 박고 온몸에 골고루 5백 개의 못을 박는다. 그 극심한 고통과 괴로움에 울부짖고 신음하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아 여전히 죽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고 나서 철정지옥에서 벗어나 허겁지겁 달리면서 스스로 구원을 요청하다가 기아(飢餓)지옥에 이르게 되면 옥졸들이 와서 묻는다.

'너희들은 여기 와서 무엇을 구하고자 하는가?'

'저는 배가 고픕니다.'

옥졸은 곧 그를 붙잡아 뜨거운 철판 위에 넘어뜨리고 그 몸을 펴며 쇠갈고리를 입에 걸어 벌리고 뜨거운 철환을 그의 입 안에 넣는다. 그것은 입술과 혀를 태우고 목구멍에서 배에까지 이른다. 다시 아래로 내려가면 타서 문드러지지 않는 곳이 없다. 그는 모질게 아프고 쓰려 슬피 울부짖으며 통곡하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아 여전히 죽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은 다음 기아지옥을 벗어나 허겁지겁 달리면서 스스로 구원을 청하다가 갈(渴)지옥에 이르게 되면 옥졸들이 묻는다.

'너희들은 여기 와서 무엇을 구하고자 하는가?'

그는 대답한다.

'저는 목이 마릅니다.'

옥졸들은 곧 그를 붙잡아 뜨거운 철판 위에 반듯이 눕히고는 뜨거운 쇠갈고리를 입에 걸어 벌리고 녹인 구리쇠를 입에 붓는다. 그것은 입술과 혀를 태우고 목구멍에서 배에까지 이르며 아래로 뚫고 내려가 타서 문드러지지 않는 곳이 없다. 그는 고통스럽고 쓰라려 슬피 부르짖고 통곡하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아 여전히 죽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고 나서 갈지옥을 벗어나 허겁지겁 달리면서 스스로 구원을 요청하다가 전생에 지은 죄 때문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일동부(一銅?)지옥에 이른다. 그 지옥에 이르면 옥졸들이 눈을 부릅뜨고 죄인의 발을 붙잡아 가마솥 속에 거꾸로 던진다. 끓는 물을 따라 위 아래로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솥 바닥에서 솥 아가리로 솥 아가리에서 솥 바닥에 이르고 혹은 가마솥의 복판에 있으면서 몸이 익어 문드러진다. 이는 마치 콩을 삶을 때 물이 끓어 용솟음치는 대로 위 아래로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안팎이 다 익어 문드러지는 것처럼 죄인이 가마솥에서 끓는 물을 따라 오르내림도 또한 이와 같다. 슬피 통곡하고 울부짖으며 온갖 고통이 한꺼번에 밀려오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아 죽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고 나서 일동부지옥을 벗어나 허겁지겁 달리면서 스스로 구원을 요청하다가 전생에 지은 죄 때문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다동부(多銅?)지옥에 이른다. 다동부지옥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5백 유순이다. 옥귀(獄鬼)는 눈을 부릅뜨고 죄인의 발을 잡아 가마솥 가운데 거꾸로 던진다. 물이 들끓어 오르고 내림을 따라 위 아래로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바닥에서 솥 아가리에 이르고 솥 아가리에서 바닥에 이르며 혹은 가마솥 복판에 있으면서 온몸이 익어 문드러진다. 마치 콩을 삶으면 물의 들끓음을 따라 위 아래로 오르내리다가 안팎이 다 익는 것처럼 죄인이 가마솥에 있는 것도 또한 그와 같다. 끓는 물을 따라 오르내려 아가리에서 바닥에 이르고 바닥에서 아가리에 이르면서 혹은 손발이 나타나고 혹은 허리와 배가 나타나기도 하며 혹은 머리와 얼굴이 나타나기도 한다. 옥졸은 쇠갈고리로 찍어 올려 다른 가마솥 안에 넣는다. 울부짖으며 고통스러워하고 쓰라려 하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아 죽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고 나서 다동부지옥을 벗어나 허겁지겁 달리면서 스스로 구원을 요청하지만 전생에 지은 죄 때문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석마(石磨)지옥에 이른다. 석마지옥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5백 유순이다. 옥졸이 크게 화를 내며 그 죄인을 붙잡아 뜨거운 쇠 위에 넘어뜨린다. 손발을 펴게 하고 커다란 뜨거운 돌로써 그 몸을 누르고 빙빙 돌리면서 갈면 뼈와 살은 다 부서지고 고름과 피가 흘러나온다. 심한 고통에 슬피 울면서 괴로워 하지만 남은 죄가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고 나서 석마지옥을 벗어나 허겁지겁 달리면서 스스로 구원을 요청하지만 전생에 지은 죄 때문에 이끌려 저도 모르게 갑자기 농혈(膿血)지옥에 이른다. 농혈지옥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5백 유순이다. 그 지옥 안에는 저절로 생겨난 농혈이 펄펄 끓어 솟아오른다. 죄인은 그 가운데서 동서로 치달린다. 농혈이 뜨겁게 끓어올라 그 몸과 손발과 머리와 얼굴은 다 데어 문드러진다. 또 농혈을 가져다가 스스로 그것을 먹으면 그 입술과 혀는 데이고 목구멍에서부터 배에까지 이르며, 아래에까지 통해 내려가 익어 문드러지지 않는 곳이 없다. 고통과 신산과 온갖 아픔은 참기 어렵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고 나서 농혈지옥을 벗어나 허겁지겁 달리면서 스스로 구원을 요청하지만 전생에 지은 죄 때문에 이끌려 저도 모르게 갑자기 양화(量火)지옥에 이른다. 양화지옥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5백 유순이다. 그 지옥에는 저절로 생긴 큰 불 더미가 앞에 있는데 그 불꽃이 치열하다. 옥졸이 성을 내며 죄인을 윽박질러 손에 쇠말[鐵斗]을 잡게 하고 불더미를 말질하게 한다. 그가 불을 말질할 때 그 손발과 온몸이 다 탄다. 뜨거운 고통 때문에 신음하고 통곡해 보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고 나서 양화지옥을 벗어나 허겁지겁 달리면서 구원을 요청하지만 전생에 지은 죄 때문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회하(灰河)지옥에 이른다. 회하지옥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5백 유순이나 되고 깊이도 5백 유순이나 된다. 잿물이 끓어올라 용솟음치고 악한 냄새가 코를 찌르며 휘도는 물결의 부딪치는 소리는 듣기만 해도 무섭다. 밑에서부터 위에까지 쇠가시가 있는데 그 쇠끝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8촌이나 된다. 강기슭에는 긴 도검(刀劍)이 꽂혀 있고 그 가에는 어디나 할 것 없이 옥졸과 승냥이가 있다. 또 그 언덕 위에는 칼나무 숲이 있는데 가지나 잎이나 꽃이나 열매가 다 칼로 되어 있고 그 칼날 끝은 8촌이나 된다. 죄인이 강에 들어가면 물결을 따라 오르내리고 돌아 엎치다가 가라앉는다. 쇠가시에 몸이 찔려 안팎이 다 뚫어지고 가죽과 살이 문드러져 고름과 피가 흘러나온다. 온갖 고통과 쓰라림에 울부짖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게 하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고 나서 회하지옥을 벗어나 언덕 위에 오르면 언덕 위에 있는 날카로운 칼이 온몸을 찔러 손발이 상하고 무너진다. 그 때 옥졸이 죄인에게 묻는다.

'너희들이 여기 온 것은 무엇을 구하고자 함인가?'

죄인이 대답한다.

'저는 배가 고픕니다.'

옥졸은 곧 죄인을 붙잡아 뜨거운 철판 위에 넘어뜨려 몸을 반듯이 편 다음 쇠갈고리로 입을 벌려 끓는 구릿물을 거기에 쏟는다. 그의 입술과 혀가 타고 목구멍에서 배에까지 이르며 아래까지 통해 내려가면 데어 터지지 않는 곳이 없다. 게다가 길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승냥이가 와서 죄인을 물어뜯어 그 고기를 날로 먹어치운다. 그 때 죄인은 잿물에 데이고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고 구릿물을 마시고 승냥이에게 먹힌 뒤에는 곧 빨리 달려 칼나무로 올라간다. 칼나무로 올라갈 때에는 칼날이 밑으로 향하고 칼나무에서 내려올 때에는 칼날이 위를 향하므로 손으로 잡으면 손이 끊어지고 발로 밟으면 발이 끊어진다. 칼날은 몸을 찔러 안팎을 꿰뚫어 가죽과 살이 떨어지고 고름과 피가 흘러나와 마침내는 백골과 힘줄만 남아 서로 이어져 있게 된다. 그 때 칼나무 위에 있던 철취새가 그의 두골을 쪼아 깨뜨려 그 골수를 뽑아 먹는다. 고통과 쓰라림에 울부짖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는 다시 회하지옥으로 돌아와 물결을 따라 오르내리고 엎치락뒤치락 돌다가 가라앉는다. 쇠가시에 몸이 찔리면 안팎으로 마주 뚫리고 가죽과 살은 만신창이가 되어 고름과 피가 흘러나온다. 결국 백골만 남아 밖으로 떠내려간다. 그 때 찬바람이 불어오면 피부와 살은 다시 본래대로 돌아간다. 그는 곧 일어서서 허겁지겁 달리면서 스스로 구원을 요청하지만 전생에 지은 죄 때문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철환(鐵丸)지옥으로 간다.

  

철환지옥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5백 유순이다. 죄인이 들어가면 뜨거운 철환이 저절로 앞에 나타난다. 옥귀가 달려나와 붙잡으면 수족은 데어 문드러지고 온몸이 불타 고통으로 울부짖는다. 수많은 고통이 한꺼번에 밀려들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고 나서 철환지옥을 벗어나 허겁지겁 달리면서 구원을 요청하지만 전생에 지은 죄업 때문에 이끌려 저도 모르게 갑자기 근부(?斧)지옥에 간다. 근부지옥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5백 유순이다. 그가 그 지옥에 들어가면 옥졸은 성을 내어 이 죄인을 붙잡아 뜨거운 철판 위에 넘어뜨리고 뜨거운 쇠도끼로 그의 손과 발, 귀와 코, 온몸을 찍는다. 고통과 쓰라림에 울부짖지만 남은 죄가 다하지 않았으므로 여전히 죽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죄를 받은 다음에 근부지옥을 벗어나 허겁지겁 달리면서 스스로 구원을 요청하지만 전생에 지은 죄업 때문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시랑(豺狼)지옥으로 간다. 시랑지옥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5백 유순이다. 죄인이 들어가면 승냥이떼가 앞다투어 달려와 잡아당기고 물어 씹고 끌어당기면 살은 떨어지고 뼈는 상하며 고름과 피가 흘러나온다. 온갖 고통에 시달려 슬피 부르짖으며 쓰라려 하지만 남은 죄가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고 나서 시랑지옥을 벗어나 허겁지겁 달리면서 스스로 구원을 요청하지만 전생에 지은 죄업 때문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검수(劍樹)지옥으로 간다. 검수지옥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5백 유순이다. 죄인이 그 칼나무 숲으로 들어가면 큰 폭풍이 일어나 칼나무의 잎이 그 몸에 떨어진다. 손을 대면 손이 끊어지고 발을 대면 발이 끊어지며 몸과 머리와 얼굴이 상하지 않는 곳이 없다. 철취(鐵嘴)새는 그 머리 위에 앉아 그 눈을 쪼아댄다. 온갖 고통에 시달려 슬피 부르짖으며 쓰라려 하지만 남은 죄가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고 나서 검수지옥을 벗어나 허겁지겁 달리면서 스스로 구원을 요청하지만 전생에 지은 죄 때문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한빙(寒氷)지옥으로 간다. 한빙지옥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5백 유순이다. 죄인이 들어가면 찬바람이 크게 일어나 그 몸에 불어닥치고 온몸이 얼어 터져 가죽과 살이 떨어져 나간다. 고통과 쓰라림에 울부짖다가 그 뒤에 목숨을 마치게 된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흑승(黑繩) 큰 지옥은 16개의 작은 지옥이 두루 둘러싸고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백 유순이다. 흑승지옥에서 한방지옥에 이른다. 


무슨 까닭으로 흑승지옥이라 이름하는가? 

그 곳의 모든 옥졸들은 저 죄인을 붙잡아 뜨거운 철판 위에 넘어뜨리고 그의 몸을 반듯이 펴게 한 다음 뜨거운 쇠줄로 먹줄을 튀겨 곧게 줄을 치고 뜨거운 쇠도끼로 먹줄을 따라 쪼개어 그 죄인을 백천(百千) 조각으로 만든다. 마치 목수가 먹줄을 나무에 튀기고 날카로운 도끼로 먹줄을 따라 백천 조각을 만드는 것처럼 그 죄인을 다스리는 것도 또한 그와 같이 한다. 그 고통과 쓰라림이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이런 까닭으로 흑승지옥이라 이름한다.

  

다시 흑승지옥의 옥졸은 그 죄인을 붙잡아 뜨거운 철판 위에 쓰러뜨리고 그 몸을 반듯이 펴게 한 다음 쇠줄로 먹줄을 튀겨 톱으로 먹줄을 따라 켜나간다. 마치 목수가 먹줄을 나무에 튀기고 톱으로써 그 먹줄을 따라 켜나가는 것처럼 저 죄인을 다스리는 것도 또한 그와 같이 한다. 그 고통과 쓰라림이 이루 헤아릴 수 없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흑승지옥이라 이름한다.

  

다시 흑승지옥은 그 죄인을 잡아 뜨거운 철판 위에 쓰러뜨리고 그 몸을 반듯이 펴게 한 다음 뜨거운 쇠줄을 그 몸 위에 놓는다. 그 쇠줄은 가죽을 태우고 살을 뚫고 들어가 뼈를 태우고 골수를 지진다. 고통과 쓰라림이 이루 헤아릴 수 없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흑승지옥이라 이름한다.

  

다시 흑승지옥의 옥졸은 뜨거운 쇠줄을 달구어 무수히 얽어 놓고 죄인을 다그쳐 줄 사이로 빠져나가게 한다. 그러나 사나운 바람이 일어나 불어닥치면 모든 쇠줄은 그 몸을 얽어 가죽을 태우고 살을 뚫고 들어가 뼈를 태우고 골수까지 끓인다.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흑승이라 이름한다.

  

다시 흑승의 옥졸들은 죄인을 다그쳐 뜨거운 쇠줄 옷을 입게 한다. 그 옷은 가죽을 태워 살을 뚫고 들어가며 뼈를 태우고 골수를 끓인다. 그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흑승이라 이름한다.

  

그 죄인은 오랫동안 고통을 받은 다음 흑승지옥을 벗어나 허겁지겁 달려 스스로 구원을 요청하지만 전생에 지은 죄업 때문에 이끌려 저도 모르게 갑자기 흑사(黑沙)지옥으로 가고 마침내는 한빙(寒氷)지옥까지 이르게 된다. 그 뒤에 목숨을 마치는 것도 또한 앞에서와 같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퇴압(堆壓) 큰 지옥에도 16개의 작은 지옥이 빙 둘러 에워싸고 있는데 각각 그 가로와 세로가 5백 유순이나 된다. 


무슨 까닭으로 퇴압지옥이라 하는가? 

그 지옥에는 큰 돌산이 둘씩 마주하고 있다. 죄인이 그 사이에 들어가면 산이 저절로 합해지면서 그 몸을 짓눌러 뼈와 살을 모두 부숴 버리고 산은 다시 본래대로 돌아간다. 마치 나무로써 나무를 치면 나무가 퉁겨 도로 떨어지는 것처럼 그 죄인을 다스리는 것도 또한 그와 같이 한다. 그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지만 남은 죄가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퇴압지옥이라 이름한다.

  

다시 퇴압지옥에는 큰 쇠코끼리가 있다. 온몸이 불타는 몸으로서 큰 소리로 외치면서 달려와 죄인을 짓밟고 그 위에 뒹군다. 그러면 몸은 다 부서지고 고름과 피가 흘러나온다. 고통과 쓰라림에 슬피 울고 부르짖지만 남은 죄가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퇴압이라 이름한다.

  

다시 퇴압지옥에서는 그 곳의 옥졸들이 모든 죄인을 붙잡아 맷돌 가운데 두고 맷돌로써 죄인을 간다. 그러면 뼈와 살은 다 부서지고 고름과 피가 흘러나온다. 그 모진 고통과 쓰라림은 이루 헤아릴 수 없지만 그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퇴압이라 이름한다.

 

다시 퇴압지옥의 옥졸들은 그 죄인을 붙잡아 큰 돌 위에 눕히고 큰 돌로 짓누른다. 가죽과 살은 다 부서지고 고름과 피가 흘러나온다. 수많은 고통과 쓰라림이 한꺼번에 밀려오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퇴압이라 이름한다.

  

다시 퇴압의 옥졸은 그 죄인을 잡아다 쇠절구 속에 눕히고 발에서 머리까지 쇠공이로 찧는다. 가죽과 살은 다 부서지고 고름과 피가 흘러나온다. 수많은 고통과 쓰라림이 한꺼번에 밀려오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퇴압이라 이름한다.

  

그 죄인은 오랫동안 고통을 받고 나서 퇴압지옥을 벗어나 허겁지겁 달리면서 스스로 구원을 요청하지만 전생에 지은 죄업 때문에 이끌려 저도 모르게 갑자기 흑사지옥으로 가며, 결국에는 한빙지옥까지 간다. 그 뒤에 목숨을 마치는 것까지의 내용은 또한 앞에서와 같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규환(叫喚) 큰 지옥에도 16개의 작은 지옥이 빙 둘러 싸고 있는데, 그 가로와 세로가 각각 5백 유순이나 된다. 


무슨 까닭으로 규환지옥이라 이름하는가? 

저 모든 옥졸들이 그 죄인을 붙잡아 큰 가마 속에 던지면 뜨거운 물이 끓어오르면서 그 죄인을 삶으면 울부짖는다. 수많은 고통이 한꺼번에 밀려오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규환지옥이라 이름한다.

  

다시 규환지옥의 모든 옥졸들이 그 죄인을 잡아다가 큰 쇠독 안에 던지면 물이 끓어오르면서 그 죄인을 삶으면 울부짖는다. 고통스러워하고 쓰라려 하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규환이라 이름한다.

  

다시 규환지옥의 모든 옥졸들이 죄인을 잡아다가 큰 쇠가마솥에 넣으면 물이 끓어오르면서 그 죄인을 삶으면 울부짖는다. 고통이 한꺼번에 밀려오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규환이라 이름한다.

  

다시 규환지옥의 모든 옥졸들이 그 죄인을 잡아다가 작은 가마솥 속에 넣으면 물이 끓어오르면서 그 죄인을 삶으면 울부짖는다. 고통스러워하고 쓰라려 하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규환지옥이라 한다.

  

다시 규환지옥의 모든 옥졸들이 그 죄인을 잡아다가 큰 번철 위에 던져 넣고 뒤적이면서 볶으면 울부짖는다. 고통스러워하고 쓰라려 하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규환이라 이름한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고 나서 규환지옥을 벗어나 허겁지겁 달리면서 스스로 구원을 요청하지만 전생에 지은 죄업 때문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흑사지옥으로 가고 결국에는 한빙지옥까지 가서 거기에서 목숨을 마친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대규환지옥에는 16개의 작은 지옥이 빙 둘러 에워싸고 있다. 


무슨 까닭으로 대규환지옥이라 이름하는가? 

그 지옥 옥졸들이 죄인을 잡아다가 큰 가마에 넣으면 물이 끓어오르면서 죄인을 삶으면 울부짖으며 크게 통곡한다. 무한한 고통과 쓰라림이 한꺼번에 밀려들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대규환지옥이라 이름한다.

  

다시 대규환지옥의 모든 옥졸들이 죄인을 잡아다가 큰 쇠독 안에 넣으면 물이 끓어오르면서 죄인을 삶으면 울부짖으며 크게 통곡한다. 무한한 고통과 쓰라림이 한꺼번에 밀려들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대규환지옥이라 이름한다.

  

다시 대규환지옥의 옥졸들이 죄인을 잡아다가 쇠가마에 넣으면 물이 끓어오르면서 죄인을 삶으면 울부짖는다. 무한한 고통과 쓰라림이 한꺼번에 밀려들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대규환지옥이라 이름한다.

  

다시 대규환지옥의 모든 옥졸들이 그 죄인을 잡아다가 작은 가마 속에 넣으면 물이 끓어오르면서 죄인을 삶으면 울부짖는다. 크게 통곡하면서 무한한 고통과 쓰라림이 한꺼번에 닥친다. 그러므로 대규환이라 이름한다.

  

다시 대규환지옥의 모든 옥졸들이 죄인을 잡아다가 큰 번철 위에 던지고 뒤적이면서 볶으면 울부짖고 크게 통곡한다. 무한한 고통과 쓰라림이 한꺼번에 밀려오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대규환이라 이름한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고 나서 대규환지옥을 벗어나 허겁지겁 달리며 스스로 구원을 요청하지만 전생에 지은 죄업 때문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흑사지옥으로 가고 결국에는 한빙지옥까지 가게 되며 그곳에서 목숨을 마친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소자(燒炙) 큰 지옥에는 16개의 작은 지옥이 빙 둘러 에워싸고 있다. 


무슨 까닭으로 소자 큰 지옥이라 이름하는가? 

그때에 옥졸들은 모든 죄인을 끌어다 쇠성 안에 둔다. 그 성에 불이 붙으면 안팎이 온통 시뻘겋게 되면서 죄인을 태우고 구워 가죽과 살이 익어 터진다. 무한한 고통과 쓰라림이 한꺼번에 밀려들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소자지옥이라 이름한다.

  

다시 소자지옥의 모든 옥졸들은 죄인을 끌어다가 쇠방 안에 넣는다. 그 방에 불이 붙으면 안팎이 모두 시뻘겋게 되면서 죄인을 태우고 구워 가죽과 살이 모두 익어 터진다. 무한한 고통과 쓰라림이 한꺼번에 밀려들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소자지옥이라고 한다.

  

다시 소자지옥의 모든 옥졸들이 죄인을 데려다가 쇠다락 위에 둔다. 그 다락에 불이 붙으면 안팎이 모두 시뻘겋게 되면서 죄인을 태우고 구워 가죽과 살이 모두 익어 터진다. 무한한 고통과 쓰라림이 한꺼번에 밀려들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소자지옥이라 이름한다.

  

다시 소자지옥의 모든 옥졸들이 죄인을 잡아다가 큰 쇠그릇 속에 넣어둔다. 그 그릇에 불이 붙으면 안팎이 모두 시뻘겋게 되면서 죄인을 태우고 구워 가죽과 살이 모두 익어 터진다. 무한한 고통과 쓰라림이 한꺼번에 밀려들지만 남은 죄가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소자지옥이라 이름한다.

  

다시 소자지옥의 모든 옥졸들은 그 죄인을 잡아다가 큰 번철 위에 던진다. 그 번철에 불이 붙으면 안팎이 모두 시뻘겋게 되어 죄인을 태우고 구워 가죽과 살이 모두 익어 터진다. 무한한 고통과 쓰라림이 한꺼번에 밀려들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고 나서 소자지옥을 벗어나 허겁지겁 달리며 스스로 구원을 요청하지만 전생에 지은 죄업 때문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흑사지옥으로 가며 결국엔 한빙지옥까지 가서 그곳에서 목숨을 마치는데 그 또한 앞에서의 내용과 같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대소자지옥에는 16개의 작은 지옥이 빙 둘러 에워싸고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백 유순이다. 


무슨 까닭으로 대소자지옥이라 하는가? 

그곳 옥졸들은 모든 죄인을 끌어다가 쇠성 안에 둔다. 그 성에 불이 붙으면 안팎이 모두 시뻘겋게 되면서 죄인을 태우고 굽고 거듭 다시 태우고 구워 가죽과 살이 익어 터진다. 무한한 고통과 쓰라림이 한꺼번에 밀려들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대소자지옥이라고 이름한다.

  

다시 대소자지옥의 옥졸들은 모든 죄인을 끌어다가 쇠방 안에 넣는다. 그 방에 불이 붙으면 안팎이 모두 시뻘겋게 되면서 죄인을 태우고 굽고 거듭 다시 태우고 구워 가죽과 살이 익어 부서진다. 무한한 고통과 쓰라림이 한꺼번에 밀려오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대소자지옥이라고 이름한다.

  

다시 대소자지옥의 모든 옥졸들이 죄인을 잡아다가 쇠다락 위에 둔다. 그 다락에 불이 붙으면 안팎이 모두 시뻘겋게 되면서 죄인을 태우고 굽고 거듭 다시 태우고 구워 가죽과 살이 익어 터진다. 무한한 고통과 쓰라림이 한꺼번에 밀려들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대소자지옥이라고 이름한다.

  

다시 대소자지옥의 모든 옥졸들이 죄인을 잡아다가 쇠그릇 속에 넣어둔다. 그 그릇에 불이 붙으면 안팎이 모두 시뻘겋게 되면서 죄인을 태우고 굽고 거듭 태우고 구워 무한한 고통과 쓰라림이 한꺼번에 밀려들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대소자지옥이라고 이름한다.

  

다시 대소자지옥에는 저절로 큰 불구덩이가 있어 불꽃이 치성하다. 그 구덩이 양쪽 언덕에는 큰 화산이 있다. 그 모든 옥졸들은 죄인을 잡아다가 쇠꼬챙이에 꿰어 불 속에 세운 채로 그 몸을 태우고 굽고 거듭 태우고 구워 가죽과 살이 익어 터진다. 무한한 고통과 쓰라림이 한꺼번에 닥쳐오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게 하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은 다음 대소자지옥을 벗어나 허겁지겁 달리며 스스로 구원을 요청하지만 전생에 지은 죄업 때문에 이끌려 저도 모르게 갑자기 흑사지옥으로 가고 결국에는 한빙지옥까지 가서, 거기에서 목숨을 마치는데 이 또한 앞에서와 같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무간(無間) 큰 지옥에는 16개의 작은 지옥이 빙 둘러 에워싸고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백 유순이다. 


무슨 까닭으로 무간지옥이라 이름하는가? 

그곳 옥졸은 죄인을 잡아다가 발에서 정수리까지 가죽을 벗긴다. 그리하여 그 가죽으로 죄인의 몸을 싸서 불 수레바퀴에 매달고 빠르게 불 수레를 몰아 뜨거운 무쇠 바닥을 돌아다닌다. 몸은 터져 부서지고 가죽과 살은 떨어진다. 무한한 고통과 쓰라림이 한꺼번에 닥쳐오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무간지옥이라고 이름한다.

  

다시 무간 큰 지옥에는 큰 쇠성이 있고 그 성의 4면에는 큰불이 일어나 동쪽 불꽃은 서쪽에 이르고 서쪽 불꽃은 동쪽에 이르며, 남쪽 불꽃은 북쪽에 이르고 북쪽 불꽃은 남쪽에 이른다. 위의 불꽃은 밑에 이르고 밑의 불꽃은 위에 이르며 불꽃이 성하게 몰아쳐 그 사이에는 빈틈이 없다. 죄인은 그 가운데서 동서로 달리면서 그 몸을 태우고 구워 가죽과 살이 익어 터진다. 무한한 고통과 쓰라림이 한꺼번에 닥쳐오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무간지옥이라고 이름한다.

  

다시 무간 큰 지옥에는 쇠성이 있어 불이 일어 빈틈이 없다. 죄인은 그 속에서 불꽃에 몸이 타서 가죽과 살이 익어 터진다. 무한한 고통과 쓰라림이 한꺼번에 닥쳐오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무간지옥이라고 이름한다.

  

다시 무간 큰 지옥은 죄인이 그 가운데 있다가 오래 되어야 문이 열린다. 그 죄인들은 문을 향하여 달려가는데, 그들이 달릴 때 그 몸의 모든 마디마다 불꽃이 일어난다. 그것은 마치 역사(力士)가 큰 횃불을 들고 바람을 거슬러 달리면 그 불꽃이 매우 왕성해지는 것처럼 죄인이 달릴 때에도 또한 그와 같다. 달려서 문에 이르고자 하면 문은 저절로 닫히고 죄인들이 미끄러져 뜨거운 쇠땅에 엎어지면 그 몸이 타고 구워져서 가죽과 살이 익어 터진다. 무한한 고통과 쓰라림이 한꺼번에 닥쳐오지만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무간지옥이라고 이름한다.

  

또 무간지옥에 있는 죄인의 눈에 보이는 것은 다만 나쁜 빛깔뿐이고 귀에 들리는 것은 다만 악한 소리뿐이며, 코로 맡는 것은 다만 나쁜 냄새뿐이고 몸에 닿는 것은 다만 고통뿐이며 마음에 생각하는 것은 다만 나쁜 법뿐이다. 또 그 죄인들은 손가락을 튀기는 짧은 순간조차도 괴롭지 않은 때가 없다. 그러므로 무간지옥이라고 이름한다.

  

그 가운데 있는 중생은 오랫동안 고통을 받고 나서 무간지옥에서 벗어나 허겁지겁 달리며 스스로 구원을 구하지만 전생에 지은 죄업 때문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흑사지옥으로 가며 결국 한빙지옥에 이르러서 거기에서 목숨을 마치는데 그 또한 앞에서와 같다.”

  

그때에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써 말씀하셨다.


  몸으로 착하지 못한 업을 행하고

  입이나 뜻으로 또한 착하지 못한 업 지으면

  그는 저 상(想)지옥에 떨어져서

  두려움에 그 털이 거꾸로 서리.


  악한 마음으로 부모를 대하고

  부처님과 모든 성문(聲聞)을 대한다면

  그는 곧 흑승지옥에 떨어지나니

  그 고통 이루 다 말할 수 없네.


  다만 세 가지 악업만 짓고

  세 가지 착한 행 닦지 않으면

  그는 퇴압지옥에 떨어지나니

  그 고통 이루 다 말할 수 없네.


  분노하고 잔인하게 해칠 마음을 품고

  살생한 피로써 손을 더럽히며

  온갖 악한 행을 저지른다면

  그는 규환지옥에 떨어진다네.


  항상 여러 가지 삿된 견해 익히고

  이욕(利欲)의 그물에 덮혀

  비루한 행실을 하는 사람은

  대규환지옥에 떨어진다네.


  항상 태우고 굽는 행을 통하여

  모든 중생을 태우고 구우면

  소자지옥에 떨어지나니

  영원히 굽고 지짐 받을 것이다.


  선과(善果) 받을 업을 버리고

  선과의 청정한 도를 버리고

  더럽고 못된 짓[弊惡]만 행하면

  대소자지옥에 떨어진다네.


  아주 중한 죄를 저지르면

  악취(惡趣)의 업을 지었으므로

  반드시 저 무간지옥에 떨어지나니

  받는 죄업 이루 다 말할 수 없네.


  상지옥과 흑승지옥과

  퇴압지옥과 두 규환지옥

  소자지옥과 대소자지옥이며

  무간지옥은 여덟 번째 지옥이다.


  이 여덟 개의 큰 지옥은

  통연(洞然)한 큰불의 광색(光色)으로

  이것은 전생의 악업에서 온 재앙이며

  그 안엔 작은 지옥도 16개나 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두 대금강산(大金剛山) 사이에 큰바람이 일어나는데 그 이름을 증가(增?) 바람이라 한다. 만일 이 바람이 이 4천하와 8만 천하에 불어온다면 이 대지와 모든 명산(名山)과 수미산왕을 땅에서 10리 혹은 100리쯤 공중으로 날려 모두 부숴 버릴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장사가 손에 가벼운 겨를 쥐고 공중에 흩어 버리는 것과 같다. 만일 저 큰바람이 불어온다면 이 천하를 날려 버리는 것도 또한 그와 같을 것이나 두 개의 큰 금강산이 그 바람을 막고 있기 때문에 오지 못하는 것이다. 비구야, 마땅히 알라. 이 금강산은 유익함이 많고 또 이것은 중생들이 지은 과보[行報]가 가지고 온 것이다.

  

또 저 두 산 사이의 바람은 불꽃이 성해서 몹시 뜨겁다. 만일 그 바람이 이 4천하까지 불어오기만 하면 그 가운데 있는 중생과 산ㆍ하수ㆍ강ㆍ바다ㆍ초목ㆍ총림들은 다 타고 말라죽을 것이다. 마치 한여름에 연한 풀을 꺾어 햇볕에 놓아두면 금방 시들어 말라 버리는 것과 같다. 그 바람도 이와 같아서 만일 이 세계에 불어오게 되면 그 더운 기운으로 태우고 굽는 것이 또한 이와 같을 것이다. 이 두 개의 커다란 금강산이 그 바람을 막고 있기 때문에 불어오지 못하는 것이다. 비구야, 마땅히 알라. 이 금강산은 유익함이 많고 또 이것은 중생들이 지은 과보로 이루어진 것이다.

  

또 저 두 산 사이의 바람은 냄새나고 깨끗하지 못하며 비린내와 더러움이 지독하다. 만일 이 천하까지 불어오기만 하면 중생들은 그 냄새를 쏘이게 되어 모두 눈이 멀게 될 것이나, 이 두 개의 커다란 금강산이 그 바람을 막고 있기 때문에 불어오지 못하는 것이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라. 이 금강산도 유익함이 많고 또 중생들이 지은 과보로 이루어진 것이다.

  

또 그 두 산 사이에는 열 개의 지옥이 있다. 첫 번째 지옥은 후운(厚雲)이라 하고, 두 번째 지옥은 무운(無雲)이라 하며, 세 번째 지옥은 아아(呵呵)라 하고, 네 번째 지옥은 내하(奈何)라 하며, 다섯 번째 지옥은 양명(羊鳴)이라 하고, 여섯 번째 지옥은 수건제(須乾提)라 하며, 일곱 번째 지옥은 우발라(優鉢羅)라 하고, 여덟 번째 지옥은 구물두(拘物頭)라 하며, 아홉 번째 지옥은 분타리(分陀利)라 하고, 열 번째 지옥은 발두마(鉢頭摩)라 한다.

  

왜 후운지옥이라 이름하는가? 

그 지옥의 죄인은 저절로 몸이 생겨나는데 마치 두터운 구름과 같기 때문에 후운이라 이름한다. 


왜 무운이라 이름하는가? 그 지옥에서 죄를 받고 있는 중생은 저절로 몸이 생겨나는데 마치 고깃덩어리처럼 생겼기 때문에 무운(無雲)이라 한다. 


왜 아아라 이름하는가? 

그 지옥에서 죄를 받는 중생은 고통이 몸에 닥칠 때마다 모두 '아아' 소리를 치기 때문에 아아라고 이름한다. 


왜 내하라 이름하는가? 

그 지옥에서 죄를 받는 중생은 고통이 매우 심하지만 의지할 곳이 없어 모두 '어찌할꼬[奈何]' 하고 말하기 때문에 내하라고 이름한다. 


왜 양명(羊鳴)이라 이름하는가? 

그 지옥에서 죄를 받는 중생은 고통이 몸에 닥칠 때마다 큰 소리로 말하고 싶어도 혀가 돌아가지 않아 꼭 염소가 우는 것과 같은 소리를 내기 때문에 양명이라 이름한다. 


왜 수건제라 이름하는가? 

그 지옥은 온 지옥이 수건제꽃처럼 온통 새까맣기 때문에 수건제라 이름한다. 


왜 우발라라 이름하는가? 

그 지옥은 우발라꽃처럼 온 지옥이 온통 시퍼렇기 때문에 우발라라 이름한다. 왜 구물두라 이름하는가? 


그 지옥은 구물두꽃처럼 온 지옥이 온통 새빨갛기[紅] 때문에 구물두라 이름한다. 


왜 분타리라 이름하는가? 그 지옥은 분타리꽃처럼 온 지옥이 온통 하얗기 때문에 분타리라 이름한다. 


왜 발두마라 이름하는가? 그 지옥은 발두마꽃처럼 지옥이 온통 빨갛기[赤] 때문에 발두마라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64곡(斛)쯤 들어가는 둥구미에 가득 차 있는 참깨를 어떤 사람이 100년에 한 알씩 가져간다고 하자. 이렇게 하여 그것이 모두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후운지옥에서 받는 죄는 끝나지 않는다. 20생의 후운지옥 수명은 한 생의 무운지옥 수명과 같고, 20생의 무운지옥 수명은 한 생의 아아지옥 수명과 같으며, 20생의 아아지옥 수명은 한 생의 내하지옥 수명과 같고 20생의 내하지옥 수명은 한 생의 양명지옥 수명과 같으며, 20생의 양명지옥 수명은 한 생의 수건제지옥 수명과 같고, 20생의 수건제지옥 수명은 한 생의 우발라지옥 수명과 같다. 20생의 우발라지옥 수명은 한 생의 구물두지옥 수명과 같으며, 20생의 구물두지옥 수명은 한 생의 분타리지옥 수명과 같고 20생의 분타리지옥 수명은 한 생의 발두마지옥 수명과 같고 20생의 발두마지옥 수명은 1중겁(中劫)이라 하고, 20중겁을 1대겁(大劫)이라고 한다.

  

발두마지옥의 불꽃 길은 매우 뜨겁고 세차서 죄인이 그 불에서 100유순 쯤 떨어져 있어도 불에 태워진다. 60유순 떨어져 있으면 벌써 두 귀가 멀어 아무것도 들을 수 없고 50유순 떨어져 있으면 벌써 두 눈이 멀어서 보이는 것이 없다. 구파리(瞿波梨)비구는 이미 악한 마음을 품고 사리불과 목건련을 비방하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자 이 발두마지옥에 떨어졌다.”

  

이때 범왕은 이 게송을 말했다.


  대개 사람은 세상에 날 때부터

  그 입안에 도끼가 있다.

  몸이 베이는 그 까닭은

  바로 악한 말 때문이라네.


  마땅히 비방할 자를 도리어 칭찬하고

  마땅히 칭찬할 자는 도리어 비방하며

  입으로 악한 업을 지었기에

  몸으로 그 죄를 반드시 받는 것이네.


  기술로 재물을 모았다면3)

  그 허물은 엷고 적지만

  만일 현성을 헐뜯고 비방했다면

  그 허물은 아주 무거우리라.


  무운(無雲)지옥에서의 백천 수명과

  후운지옥에서의 41생 수명을 지내나니

  성인을 비방하여 받는 이 재앙

  마음과 입으로 지은 악 때문이라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저 범천이 말한 이 게송은 진실한 말이고 부처님께서도 인가(印可)하신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오늘 나 여래ㆍ지진ㆍ등정각도 또한 이런 뜻을 말할 것이기 때문이니라.”


  대개 사람은 세상에 날 때부터

  그 입안에 도끼가 있다.

  몸이 베이는 그 까닭은

  그 악한 말 때문이니라.


  마땅히 비방할 자는 도리어 칭찬하고

  마땅히 칭찬할 자는 도리어 비방하며

  입으로 악한 업을 지은 그 사람

  몸으로 그 죄를 반드시 받느니라.


  기술로 재물을 모았다면

  그 허물은 엷고도 적지만

  만일 현성을 헐뜯고 비방했다면

  그 허물은 아주 무거우리라.


  무운지옥에서의 수명과

  후운지옥에서의 수명을 지내나니

  성인을 비방하여 받는 이 재앙

  마음과 입으로 지은 악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염부제 남쪽, 큰 금강산 안에 염라왕궁이 있다. 왕이 다스리는 곳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60유순이다. 그 성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는데 일곱 겹의 난간이 있고 일곱 겹의 그물과 일곱 겹의 가로수가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가 서로 소리를 맞추어 우는 경우까지도 또한 앞에서와 같다. 


그러나 저 염라왕에게는 낮과 밤 사이에 세 차례씩 큰 구리쇠로 된 가마솥이 저절로 앞에 나타난다. 만일 그 가마솥이 궁 안에 나타나면 왕이 보고 두려워하여 그것을 버리고 궁전 밖으로 나간다. 만일 가마솥이 궁 밖에 나타나면 왕은 보고 두려워하여 그것을 버리고 궁 안으로 들어간다. 큰 옥졸이 염라왕을 잡아다가 뜨거운 쇠 위에 눕히고 쇠갈고리를 입에 걸어 입을 벌리고 구리 물을 거기에 쏟는다. 구리 물은 그의 입술과 혀를 태우고 목구멍에서 배에까지 이르고 밑으로 내려가며 태우고 굽지 않는 것이 없다. 그 죄를 받고 나면 다시 모든 채녀(?女)들과 함께 서로 즐겁게 지낸다. 저 모든 대신들이 받는 복도 또한 그와 같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사자[使]가 있다. 어떤 것을 세 가지라 하는가? 

첫 번째는 늙음이요, 두 번째는 병이며, 세 번째는 죽음이다. 어떤 중생이 몸으로 나쁜 짓을 하고 입으로 나쁜 말을 하며 마음으로 나쁜 생각을 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지옥에 떨어진다. 그러면 옥졸은 그 죄인을 끌고 염라왕에게로 간다. 거기 가서 아뢴다.

'이 사람이 바로 사자[天使]가 불러온 사람입니다. 오직 원컨대 대왕이시여, 그를 잘 문초하시기 바랍니다.'

왕은 그 죄인에게 묻는다.

'너는 첫 번째 사자를 보지 못했느냐?'

죄인이 답한다.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왕이 또 말했다.

'네가 인간 세상에 있었을 때 머리는 희고 이는 빠졌으며 눈은 어둡고 가죽은 늘어지며 살은 주름이 패이고 등굽은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신음하면서 걸어다니는데 온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기력이 쇠잔한 그런 사람을 보았을 텐데, 정녕 그런 사람을 보지 못했느냐?'

죄인이 말했다.

'보았습니다.'


왕이 또 말했다.

'너는 어찌하여 나도 또 저와 같아질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느냐?'

그 죄인이 대답했다.

'저는 그 때에 방탕하여 스스로 깨닫지 못했습니다.'

왕이 다시 말했다.

'너는 스스로 방탕했기 때문에 몸과 입과 뜻을 닦아 나쁜 것을 고치고 선한 것을 따를 수가 없었다. 이제 마땅히 너로 하여금 방탕의 괴로움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하리라.'

  

왕이 또 말했다.

'이제 네가 받는 죄는 부모의 탓도 아니고 형제의 탓도 아니며, 또 천제(天帝)의 탓도 아니요, 또한 조상의 탓도 아니다. 또 스승이나 종이나 하인들 때문도 아니요, 또 사문 바라문의 탓도 아니다. 네 자신이 잘못을 했기 때문에 네가 지금 스스로 받는 것이다.'

  

그때 염라왕은 첫 번째 사자를 가지고 죄인을 문초하여 마친 다음 다시 두 번째 사자를 가지고 죄인을 문초하였다.

'어떠냐? 너는 두 번째 천사를 보지 못했느냐?'

답하였다.

'보지 못했습니다.'


왕이 또 물었다.

'네가 본래 인간 세상에 있었을 때 사람들이 병이 위중하여 오줌과 똥이 묻은 더러운 담요 위에 누운 채 거기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음식을 먹을 때는 남의 신세를 져야 하며 온 뼈마디가 쑤시고 아파 눈물을 흘리면서 신음하고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을 텐데, 너는 정녕 그런 것을 보지 못했느냐?'

대답하였다.

'보았습니다.'


왕이 또 말했다.

'너는 어찌하여 나도 저러한 질병의 고통을 당할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해보지 않았느냐?'

죄인이 대답했다.

'저는 그 때에 방일하여 스스로 깨닫지 못했습니다.'

  

왕이 또 말했다.

'너는 스스로 방일하여 몸과 입과 뜻을 닦아 나쁜 것을 고치고 선한 것을 따를 수 없었다. 지금 마땅히 너로 하여금 방일의 괴로움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하리라.'

  

왕이 또 말했다.

'이제 네가 받는 죄는 부모의 탓도 아니고 형제의 탓도 아니며, 또 천제의 탓도 아니고, 또한 조상의 탓도 아니다. 또 스승이나 종이나 하인들 때문도 아니요, 또 사문 바라문의 탓도 아니다. 네 자신이 잘못을 했기 때문에 네가 지금 스스로 받는 것이다.'

  

그때 염라왕은 두 번째 사자를 가지고 죄인을 문초하여 마치고 나서 다시 세 번째 사자를 가지고 죄인을 문초하였다.

'어떠냐? 너는 세 번째 천사를 보지 못했는가?'

대답하였다.

'보지 못했습니다.'

  

왕이 또 물었다.

'네가 본래 인간 세상에 있었을 때 사람들이 죽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모든 감관[根]이 아주 없어지고 몸이 뻣뻣하게 굳어져 마치 마른 나무처럼 되며 묘지에 버려진 뒤에는 새나 짐승의 밥이 되거나 혹은 널을 덮거나 혹은 불로 사르는 것을 보았을 터인데, 너는 정녕 그런 것을 보지 못했느냐?'

죄인이 대답했다.

'사실은 보았습니다.'

  

왕이 또 말했다.

'너는 어찌하여 나도 반드시 죽을 것이며 저와 다름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느냐?'

죄인이 대답했다.

'저는 그 때에 방일하여 스스로 깨닫지 못했습니다.'

  

왕이 다시 말했다.

'너는 스스로 방일하여 몸과 입과 뜻을 닦아 나쁜 것을 고치고 선한 것을 따를 수 없었다. 지금 마땅히 너로 하여금 방일의 괴로움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하리라.'

  

왕이 또 말했다.

'지금 네가 받는 죄는 부모의 탓도 아니요 형제의 탓도 아니며, 또 천제의 탓도 아니고, 또 조상의 탓도 아니다. 또 스승이나 종이나 하인들 때문도 아니요, 또 사문 바라문의 탓도 아니다. 네 자신이 악을 지었기 때문에 네가 지금 스스로 받는 것이다.'

  

그때 염라왕은 세 사자를 가지고 빠짐없이 꾸짖고 나서 옥졸에게 맡겼다. 그러자 그 옥졸은 곧 죄인을 데리고 큰 지옥으로 갔다. 그 큰 지옥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100순이요 깊이도 100유순이었다.”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방에는 네 개의 문이 있고

  거리도 그에 맞게 뻗어 있는데

  쇠로써 지옥의 담장 둘러 치고

  위에는 쇠그물을 덮었다.


  무쇠로 만든 밑바닥에서는

  저절로 불꽃이 솟아오르나

  가로와 세로는 모두 백 유순으로서

  굳게 닫혀 끄떡하지 않는다.


  검은 불꽃이 뭉게뭉게 일어나

  시뻘겋고 세찬 불길 차마 볼 수 없구나.

  또 작은 지옥도 16개나 있으니

  불이 세찬 것 악을 지은 탓이니라.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염라왕은 혼자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간의 중생들은 미혹하고 무식하여 몸으로 나쁜 짓을 하고 입과 마음으로 나쁜 짓을 한 까닭에 목숨을 마친 뒤에는 이런 고통을 받지 않는 자가 드물다. 세간의 중생들이 만일 능히 나쁜 행동을 고치고 몸과 입과 마음을 닦아 착한 행동을 한다면 목숨을 마친 뒤에는 저 하늘 신과 같은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 내가 장차 목숨을 마친 뒤 인간 세상 태어나 만일 거기서 여래를 만난다면 마땅히 정법 가운데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집을 나가 도를 닦되 청정한 믿음으로써 범행을 깨끗이 닦아 할 일을 다해 마치고 생사를 끊고 현재 세계에서 직접 깨달아서 다시는 뒷생명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록 사자를 보았더라도

  여전히 방일하고 게으르면

  그는 언제나 걱정을 품고

  또 비천한 곳에 태어나리라.


  만일 지혜로운 사람이

  저 천사를 본다면

  현성의 법을 친근히 하고

  또한 방일하지 않을 것이다.


  생명을 받는 것을 두렵다고 보나니

  나고 늙고 병들고 죽기 때문이니라.

  생(生)을 받지 않으면 곧 해탈하여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 없어지리라.


  그는 이에 안온한 곳 얻어

  현재 세상에서 무위(無爲)를 얻고

  모든 걱정과 두려움 건너

  결정코 반열반에 들어가리라.


5) 용조품(龍鳥品)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네 가지 용(龍)이 있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 번째는 난생(卵生)이요, 두 번째는 태생(胎生)이며, 세 번째는 습생(濕生)이요, 네 번째는 화생(化生)이다. 이것을 네 가지라 한다. 


네 가지 금시조(金翅鳥)가 있다. 어떤 것을 네 가지라 하는가? 

첫 번째는 난생이요, 두 번째는 태생이며, 세 번째는 습생이요, 네 번째는 화생이다. 이것을 네 가지라 한다. 


큰 바다 밑에 사갈(娑竭)용왕의 궁전이 있다. 그 궁전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8만 유순이고, 궁전 담장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다. 일곱 겹의 난간, 일곱 겹의 그물, 일곱 겹의 가로수가 빙 둘러 장엄하게 장식하고[嚴飾] 있는데 모두 7보(寶)로 되어 있으며,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가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내용은 또한 앞에서와 같다.

  

수미산왕과 가타라산 사이에 난다(難陀)4)와 바난다(婆難陀)5) 두 용왕의 궁전이 있다. 두 궁전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6천 유순이고 궁전 담장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다. 일곱 겹의 난간, 일곱 겹의 그물, 일곱 겹의 가로수가 빙 둘러 장식하였는데 모두 7보로 되어 있으며,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가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내용은 또한 앞에서와 같다.

   

두 용왕의 궁전이 있다. 두 궁전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6천 유순이고 궁전 담장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다. 일곱 겹의 난간, 일곱 겹의 그물, 일곱 겹의 가로수가 빙 둘러 장식하였는데 모두 7보로 되어 있으며,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가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내용은 또한 앞에서와 같다.

  

대해(大海)의 북쪽 언덕에 한 그루의 큰 나무가 있는데, 그 이름은 구라섬마라(究羅?摩羅)이고 용왕과 금시조도 이 나무에 함께 살고 있다. 그 나무 밑둥의 둘레는 7유순이고 높이는 100유순이며, 가지와 잎은 사방으로 50유순이나 퍼져 있다. 


이 큰 나무 동쪽에 난생 용왕의 궁전과 난생 금시조의 궁전이 있다. 그 궁전들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6천 유순이고, 궁전 담장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다. 일곱 겹의 난간, 일곱 겹의 그물, 일곱 겹의 가로수가 빙둘러 장식하였는데 모두 7보로 되어 있으며,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가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내용은 또한 앞에서와 같다.


이 구라섬마라나무의 남쪽에 태생 용왕의 궁전과 태생 금시조의 궁전이 있다. 그 궁전들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6천 유순이고 궁전 담장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다. 일곱 겹의 난간, 일곱 겹의 그물, 일곱 겹의 가로수가 빙 둘러 장식하였는데 모두 7보로 되어 있으며,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가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내용은 또한 앞에서와 같다. 


구라섬마라나무의 서쪽에는 습생 용왕의 궁전과 습생 금시조의 궁전이 있다. 그 궁전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6천 유순이고 궁전 담장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다. 일곱 겹의 난간, 일곱 겹의 그물, 일곱 겹의 가로수가 빙 둘러 장식하였는데 모두 7보로 되어 있으며,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가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내용은 또한 앞에서와 같다. 


구라섬마라나무의 북쪽에는 화생 용왕의 궁전과 화생 금시조의 궁전이 있다. 그 궁전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6천 유순이고 궁전 담장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다. 일곱 겹의 난간, 일곱 겹의 그물, 일곱 겹의 가로수가 빙 둘러 장식하였는데 모두 7보로 되어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가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내용은 또한 앞에서와 같다.

  

난생의 금시조가 용을 잡아먹으려고 할 때에는 구라섬마라나무 동쪽 가지에서 날아 내려와 날개로 바닷물을 치면 바닷물은 양쪽으로 2백 유순이나 갈라진다. 그러면 난생의 용을 마음대로 잡아먹는다. 그러나 태생ㆍ습생ㆍ화생의 용들은 잡아먹을 수 없다.

  

태생의 금시조가 난생의 용을 잡아먹으려고 할 때에는 나무의 동쪽 가지에서 날아 내려와 날개로 바닷물을 치면 바닷물은 양쪽으로 2백 유순이나 갈라진다. 그러면 난생의 용을 마음대로 잡아먹는다.

  

태생의 금시조가 태생의 용을 잡아먹으려고 할 때에는 나무의 남쪽 가지에서 날아 내려와 날개로 바닷물을 치면 바닷물은 양쪽으로 4백 유순이나 갈라진다. 그러면 태생의 용을 마음대로 잡아먹는다. 그러나 습생과 화생의 용들은 잡아먹지 못한다.

  

습생의 금시조가 난생의 용을 잡아먹으려고 할 때에는 나무의 동쪽 가지에서 날아 내려와 날개로 바닷물을 치면 바닷물은 양쪽으로 2백 유순이나 갈라진다. 그러면 난생의 용을 마음대로 잡아먹는다. 


습생의 금시조가 태생의 용을 잡아먹으려고 할 때에는 나무의 남쪽 가지에서 날아 내려와 날개로 바닷물을 치면 바닷물은 양쪽으로 4백 유순이나 갈라진다. 그러면 용을 마음대로 잡아먹는다. 


습생의 금시조가 습생의 용을 잡아먹으려고 할 때에는 나무의 서쪽 가지에서 날아 내려와 날개로 바닷물을 치면 바닷물은 양쪽으로 8백 유순이나 갈라지진다. 그러면 습생의 용을 마음대로 잡아먹는다. 그러나 화생의 용은 잡아먹지 못한다.

  

화생의 금시조가 난생의 용을 잡아먹으려고 할 때에는 나무의 동쪽 가지에서 날아 내려와 날개로 바닷물을 치면 바닷물은 양쪽으로 2백 유순이나 갈라진다. 그러면 난생의 용을 마음대로 잡아먹는다. 


화생의 금시조가 태생의 용을 잡아먹으려고 할 때에는 나무의 남쪽 가지에서 내려와 날개로 바닷물을 치면 바닷물은 양쪽으로 4백 유순이나 갈라진다. 그러면 태생의 용을 마음대로 잡아먹는다. 


화생의 금시조가 습생의 용을 잡아먹으려고 할 때에는 나무의 서쪽 가지에서 날아 내려와 날개로 바닷물을 치면 바닷물은 양쪽으로 8백 유순이나 갈라진다. 그러면 습생의 용을 마음대로 잡아먹는다. 


화생의 금시조가 화생의 용을 잡아먹으려고 할 때에는 나무의 북쪽 가지에서 날아 내려와 날개로 바닷물을 치면 바닷물은 양쪽으로 1천 6백 유순이나 갈라진다. 그러면 화생의 용을 잡아먹는다. 


이상은 금시조가 용을 잡아먹는 경위를 말한 것이다.

  

또 금시조도 잡아먹지 못하는 큰 용이 있다. 어떤 용이 그런 것들인가? 

그들은사갈(娑竭)용왕ㆍ난다(難陀)용왕ㆍ발난다(跋難陀)용왕ㆍ이나바라(伊那婆羅)용왕ㆍ제두뢰타(提頭賴?)용왕ㆍ선견(善見)용왕ㆍ아로(阿盧)용왕ㆍ가구라(伽拘羅)용왕ㆍ가비라(伽毘羅)용왕ㆍ아파라(阿波羅)용왕ㆍ가누(伽★)용왕ㆍ구가누(瞿伽★)용왕ㆍ아뇩달(阿?達)용왕ㆍ선주(善住)용왕ㆍ우섬가파두(優?伽波頭)용왕ㆍ득차가(得叉伽)용왕 등이다. 이 모든 큰 용왕들은 다 금시조에게 잡아먹히지 않는다. 그 근처에 있는 다른 모든 용들도 또한 금시조에게 잡아먹히지 않는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중생이 용의 계(戒)를 받들어 가지고 마음이 용을 향하고 용의 법을 갖추면 곧 용으로 태어난다. 만일 어떤 중생이 금시조의 계를 받들어 가지고 마음이 금시조를 향하고 그 법을 갖추면 곧 금시조로 태어나리라. 어떤 중생이 토효(?梟)의 계를 가지고 마음이 토효를 향하고 그 법을 갖추면 토효 가운데 떨어지리라.

  

만일 어떤 중생이 개의 계를 받들어 가지거나 혹은 소의 계를 가지며, 혹은 사슴의 계를 가지거나 혹은 벙어리의 계를 가지며, 혹은 마니바다(摩尼婆陀.Maibhadda라고 함. 한역하여 보현(普賢)이라고도 하며 야차(夜叉)의 여덟 대장 중 하나이다.)의 계를 가지거나 혹은 불의 계를 가지며, 혹은 달의 계를 가지거나 혹은 해의 계를 가지며, 혹은 물의 계를 가지거나 혹은 불을 공양하는 법을 가지며, 혹은 고행의 더러운 법을 가지고서 이렇게 생각한다고 하자.  

'나는 이 벙어리의 법ㆍ마니바다의 법ㆍ불의 법ㆍ해와 달의 법ㆍ물의 법ㆍ불을 공양하는 법과 모든 고행의 법을 지녔다. 나는 이 공덕을 가짐으로써 하늘에 나려고 한다.'

이런 생각을 한다면 그것은 곧 삿된 소견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이런 삿된 소견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두 곳에 태어난다고 말하리니, 혹은 지옥에 태어나기도 하고 혹은 축생에 떨어지기도 한다. 혹 어떤 사문 바라문은 이러한 주장과 이러한 소견을 가지고 있다.

'나와 세간은 유상(有常)한 것이다. 이것이 진실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 나와 세간은 무상(無常)한 것이다. 이것은 진실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 나와 세간은 유상하기도 하고 무상하기도 하다. 이것이 진실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 나와 세간은 유상도 아니요 무상도 아니다. 이것이 진실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 나와 세간은 유변(有邊)이다. 이것이 진실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 나와 세간은 무변(無邊)이다. 이것이 진실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 나와 세간은 유변이면서 무변이다. 이것이 진실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 나와 세간은 유변도 아니요 무변도 아니다. 이것이 진실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 이 명(命)이 곧 이 몸이다. 이것이 진실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 명이 다르고 몸이 다르다. 이것이 진실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 명은 있는 것도 아니고 명은 없는 것도 아니다. 이것이 진실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 명도 없고 몸도 없다. 이것이 진실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그는 죽어도 여전한 것이 있다. 이것이 진실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그가 죽으면 여전한 것은 없다. 이것이 진실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

 

혹은 말한다.

'그가 죽으면 여전한 것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이것이 진실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

  

또 말한다.

'그가 죽으면 여전한 것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 이것이 진실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


저 사문 바라문이 만일 이러한 주장과 이러한 소견을 가지고 '세상은 항상한 것이다. 이것이 진실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라고 말한다면 그의 마음에는 아견(我見)ㆍ명견(命見)ㆍ신견(身見)ㆍ세간견(世間見)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나와 세간은 유상한 것이다'라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저 무상한 것이라고 말하는 자의 마음에도 아견ㆍ명견ㆍ신견ㆍ세간견이 있다. 그러므로 그는 '나와 세간은 무상한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저 '유상하기도 하고 무상하기도 하다'고 말하는 자의 마음에도 아견ㆍ명견ㆍ신견ㆍ세간견이 있다. 그러므로 그는 '세간은 유상하기도 하고 무상하기도 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저 '유상도 아니요 무상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자의 마음에도 아견ㆍ명견ㆍ신견ㆍ세간견이 있다. 그러므로 '나와 세간은 유상도 아니요 무상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저 '나와 세간은 유변하다'고 말하는 자의 마음에도 아견ㆍ명견ㆍ신견ㆍ세간견이 있다. 그러므로 '명은 유변이요 몸도 유변이며 세간도 유변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처음 수태(受胎)된 때로부터 무덤에 이르기까지 4대[大]로 이루어진 몸뚱이는 이와 같이 전전(展轉)하여 마지막으로 7생(生)에 이르러서야 신명(身命)의 행이 다하여 나는 청정취(淸淨聚)에 들어간다. 그러므로 그는 '나는 유변이다'라고 말한다.

  

저 '나와 세간은 무변이다'라고 말하는 자의 마음에도 아견ㆍ명견ㆍ신견ㆍ세간견이 있다. 그러므로 '명은 무변이요 몸도 무변이며 세간도 무변이다'라고 말한다. 처음 태를 받은 때로부터 무덤에 이르기까지 네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 몸뚱이는 이와 같이 전전하여 마지막으로 7생에 이르러서야 신명의 행이 다하여 나는 청정취에 들어간다. 그러므로 '나와 세간은 무변이다'라고 말한다. 


그가 '이 세간은 유변이기도 하고 무변이기도 하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의 마음에 아견ㆍ명견ㆍ신견ㆍ세간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명(命)은 유변이면서 무변이다'라고 말한다. 처음 태를 받은 때로부터 무덤에 이르기까지 네 요소로 이루어진 몸뚱이는 이와 같이 전전하여 마지막으로 7생에 이르러서야 신명의 행이 다하여 나는 청정취에 들어간다. 그러므로 '나는 유변도 아니요 무변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가 '이 명은 바로 몸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이 몸에 대해서도 명견(命見)이 있다고 보고 다른 몸에 대해서도 명견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몸은 곧 명이다'라고 말한다. '명이 다르고 몸이 다르다'라고 하는 것은 이 몸에 대해서는 명견이 실재한다는 소견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몸에 대해서만 명견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명이 다르고 몸이 다르다'고 하는 것이다. 


그가 '몸과 목숨은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이 몸에 대해서는 명이 있다는 견해를 가지지 않고 다른 몸에 대해서는 명이 있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그가 '신명(身命)은 없다'라고 말하는 것은 이 몸에 대해서도 명이 있다는 견해가 없고 다른 몸에 대해서도 명이 있다는 견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명도 없고 몸도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가 '그는 죽어도 여전한 것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이 현세에도 신명이 있고 후세에도 또한 신명이 있어 돌아다닌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는 죽어도 여전한 것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가 죽으면 여전한 것은 없다'고 하는 것은 그가 금생에는 명이 있고 후세에는 명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가 죽으면 여전한 것은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가 죽으면 여전한 것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고 하는 것은 그가 금생에서는 명을 단멸(斷滅)했지만 후생에는 명이 돌아다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가 죽으면 여전한 것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고 하는 것이다. 


'그가 죽으면 여전한 것은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그가 금생에도 신명이 단멸하였고 후생에도 신명이 단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가 죽으면 여전한 것은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옛날에 경면(鏡面)이라는 왕이 있었다. 한번은 선천적인 장님들을 한곳에 모아 놓고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선천적 장님들이여, 코끼리를 아는가?'

그들은 대답했다.

'대왕이여, 저희는 인식하지 못합니다. 알지 못합니다.'


왕이 또 말했다.

'너희들은 그 형상이 어떤지 알고 싶은가?'

그들이 대답했다.

'알고 싶습니다.'


그러자 왕은 곧 시자에게 명하여 코끼리를 끌고 오게 하고 여러 장님들에게 손으로 어루만져 보게 했다. 그 중에는 코끼리를 더듬다가 코를 만진 자가 있었다. 왕이 말했다.

'이것이 코끼리다.'

  

혹은 코끼리의 어금니를 만진 자도 있고 혹은 코끼리의 머리를 만진 자도 있으며, 혹은 코끼리의 등을 만진 자도 있고 혹은 코끼리의 배를 만진 자도 있으며, 혹은 코끼리의 넓적다리를 만진 자도 있고 혹은 코끼리의 장딴지를 만진 자도 있으며, 혹은 코끼리의 발자국을 만진 자도 있고 혹은 코끼리의 꼬리를 만진 자도 있었다. 왕이 모두에게 말했다.

'이것이 코끼리이다.'


그때 경면왕은 그 코끼리를 물리치고 장님들에게 물었다.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던가?'

모든 장님들 중 코끼리의 코를 만진 자는 '코끼리는 굽은 멍에와 같다'고 하였고, 코끼리의 어금니를 만진 자는 '코끼리는 절구공이와 같다'고 했다. 코끼리의 귀를 만진 자는 '코끼리는 키와 같다'고 하였고, 코끼리의 머리를 만진 자는 '코끼리는 솥과 같다'고 했다. 코끼리의 등을 만진 자는 '코끼리는 언덕과 같다'고 하였고, 코끼리의 배를 만진 자는 '코끼리는 벽과 같다'고 했다. 코끼리의 넓적다리를 만진 자는 '코끼리는 나무와 같다'고 하였고, 코끼리의 장딴지를 만진 자는 '코끼리는 기둥과 같다'고 했다. 코끼리의 발자국을 만진 자는 '코끼리는 절구와 같다'고 하였고, 코끼리의 꼬리를 만진 자는 '코끼리는 밧줄과 같다'고 했다. 각각 서로 다투고 서로 시비하면서 '내 말이 옳다. 네 말은 그르다'고 하였다. 시비가 그치지 않자 드디어 다투기에 이르렀다. 그 때 왕은 이것을 보고 기뻐하며 크게 웃었다.”

  

그때에 경면왕이 곧 게송으로 말했다.


  모든 장님의 무리들 모여

  이곳에서 서로 다투고 싸움하네.

  코끼리의 몸뚱이 원래 하나인데

  다른 모습 더듬어 보곤 시비를 내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다른 학문을 배우는 외도(外道)들도 또한 이와 같다. 괴로움에 대한 진리[苦諦]를 모르고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진리[集諦]ㆍ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滅諦]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진리[道諦]를 알지 못하여 제각기 다른 소견을 내어 서로 다투어 시비하고 자기가 옳다 하면서 싸움을 일으킨다. 만일 사문 바라문으로서 진실하게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聖諦]ㆍ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集聖諦]ㆍ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滅聖諦]ㆍ괴로움의 벗어남에 대한 진리[苦出要諦]를 안다면 그들은 스스로 생각해 보고 잘 화합하여 동일하게 받아들이고 동일한 스승을 받들 것이며, 물에 젖이 섞이듯 하나 같이 서로 화합하면, 불법은 불꽃처럼 일어날 것이요 편안히 오래 머물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일 사람이 괴로움을 모르고

  괴로움이 일어나는 원인을 모르며

  또한 다시 그 괴로움은

  멸하여 없앨 수 있다는 것 모르고

  또한 다시 그 괴로움의 원인을

  멸하여 없애는 길을 모르면


  마음의 해탈을 잃을 것이요

  지혜의 해탈도 잃어 버려서

  괴로움의 근본인 생ㆍ노ㆍ병ㆍ사의

  그 근원을 다할 수 없을 것이다.


  만일 괴로움을 분명히 알고

  괴로움이 일어나는 원인을 알며

  또한 능히 그 괴로움은

  멸하여 없앨 수 있는 것임을 알고


  또 능히 괴로움의 원인을

  멸하는 성도(聖道)를 분별한다면

  곧 마음의 해탈을 얻고

  지혜의 해탈도 얻을 것이다.


  이 사람은 능히 고음(苦陰)의 근본을

  마지막 끝간데까지 환히 깨달아

  생ㆍ노ㆍ병ㆍ사와

  존재의 근원까지 다해 없애리.


“모든 비구들아, 그러므로 너희들은 마땅히 부지런히 방편을 세워 괴로움의 성스러운 진리[苦聖諦]ㆍ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集聖諦]ㆍ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滅聖諦]ㆍ괴로움의 벗어남에 대한 진리[苦出要諦]를 생각해 보아라.”



6) 아수륜품(阿須倫品)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수미산(須彌山) 북쪽의 큰 바다 밑에 라하(羅呵) 아수륜성이 있는데, 그 성의 가로와 세로는 각각 8만 유순이다. 그 성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으며, 일곱 겹의 난간, 일곱 겹의 그물, 일곱 겹의 가로수가 빙 둘러 장식하였는데 모두 7보(寶)로 되어 있다. 성의 높이는 3천 유순이고, 너비는 2천 유순이다. 그 성문의 높이는 1천 유순이고, 너비도 1천 유순이다. 금성(金城)에는 은문(銀門)이요 은성에는 금문이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에 이르까지의 일들은 또한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 아수륜왕이 다스리는 작은 성은 윤수마발타(輪輸摩跋?)라는 큰 성 가운데에 있는데, 이 작은 성의 가로와 세로는 각각 6만 유순이다. 그 성도 일곱 겹으로 되어 있으며, 일곱 겹의 난간, 일곱 겹의 그물, 일곱 겹의 가로수가 빙 둘러 장식하였는데 그것들은 다 7보로 되어 있다. 성의 높이는 3천 유순이고 너비는 2천 유순이다. 그 성문의 높이는 2천 유순이고 너비는 1천 유순이다. 금성에는 은문이요 은성에는 금문이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가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에 이르기까지의 일들은 또한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 성 안에는 따로 의당(議堂)을 세웠는데 이 강당의 이름은 칠시리사(七尸利沙)라고 하며 강당의 담장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다. 일곱 겹의 난간, 일곱 겹의 그물, 일곱 겹의 가로수가 빙 둘러 장식하였는데, 이는 다 7보로 되어 있다. 의당의 기초는 순수한 자거(車?)로 만들었고 그 기둥은 순수한 7보로 되어 있다. 그 당의 가운데 기둥의 둘레는 1천 유순이고 높이는 1만 유순이다. 그 기둥 아래 정법좌(正法座)가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7백 유순이며 문채와 조각은 7보로 되어 있다. 당에는 네 개의 문이 있고 둘레에는 난간이 있다. 계정(階亭)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고 일곱 겹의 난간, 일곱 겹의 그물, 일곱 겹의 가로수가 빙 둘러 장식하였는데 이는 다 7보로 되어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가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일은 또한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 의당의 북쪽에 아수륜의 궁전이 있는데 가로와 세로는 각각 1만 유순이다. 궁전의 담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고 일곱 겹의 난간, 일곱 겹의 그물, 일곱 겹의 가로수가 빙 둘러 장식하였는데 이는 다 7보로 되어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가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일은 또한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 의당의 동쪽에 한 원림(園林)이 있는데 이름은 사라(娑羅)라고 한다. 가로와 세로가 각각 1만 유순이고 동산의 담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다. 일곱 겹의 난간, 일곱 겹의 그물, 일곱 겹의 가로수가 빙 둘러 장식하였는데 이는 다 7보로 되어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가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일은 또한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 당의 남쪽에 한 원림이 있는데 이름을 극묘(極妙)라고 한다. 가로와 세로가 각각 1만 유순으로서 사라 원림과 같다. 그 의당의 서쪽에 한 원림이 있는데 이름을 섬마(?摩)라고 한다. 가로와 세로가 각각 1만 유순으로서 또한 사라 원림과 같다. 사라와 극묘 두 동산 중간에 주도(晝度)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 밑둥의 둘레는 7유순이고 높이는 100유순이다. 가지와 잎이 4방으로 50유순이나 퍼져 있다. 나무를 에워싸고 있는 담장은 일곱 겹이고 일곱 겹의 난간, 일곱 겹의 그물, 일곱 겹의 가로수가 빙 둘러 장식하였는데 이는 다 7보로 되어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가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일은 또한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또 섬마(?摩)와 낙림(樂林) 두 동산 중간에는 발난다못이 있는데 물이 맑고 시원하며 더러운 것이 없다. 보배 해자는 일곱 겹으로 되어 있다. 두루 돌린 섬돌 가에는 일곱 겹의 난간, 일곱 겹의 그물, 일곱 겹의 가로수가 빙 둘러 장식하였는데 이는 다 7보로 되어 있다. 그 못에는 네 종류의 꽃이 있다. 꽃잎의 가로와 세로가 각각 1유순이고 향기 또한 1유순까지 멀리 퍼진다. 뿌리는 수레바퀴통과 같고, 흘러나오는 그 즙(汁)은 빛이 젖과 같이 희며 맛은 꿀처럼 달다. 무수한 온갖 새가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일들은 또한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또 그 못 가에는 일곱 겹의 계정(階亭)이 있고 문과 담장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다. 일곱 겹의 난간, 일곱 겹의 그물, 일곱 겹의 가로수가 빙 둘러 장식하였는데 이는 다 7보로 되어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가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일들은 또한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 아수륜왕(阿須倫王) 신하의 궁전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1만 유순이나 되는 것도 있고, 9천 또는 8천 유순이 되는 것도 있으며, 아주 작은 궁전도 천 유순이나 된다. 궁전의 담장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으며 일곱 겹의 난간, 일곱 겹의 그물, 일곱 겹의 가로수가 빙 둘러 장식하였는데 이는 다 7보로 되어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가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일들은 또한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 작은 아수륜의 궁전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1천 유순이고, 9백 또는 8백 유순쯤 되는 것도 있으며, 아주 작은 궁전은 1백 유순쯤 된다. 궁궐 담장은 모두 일곱 겹으로 되어 있으며, 일곱 겹의 난간, 일곱 겹의 그물, 일곱 겹의 가로수가 빙 둘러 장식하였는데 이는 다 7보로 되어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가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일들은 또한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 의당 북쪽에는 7보로 된 층계길이 궁전 안으로 뻗어 있고, 또 사라(娑羅)동산으로 통하는 층계길도 있으며, 극묘(極妙)동산으로 통하는 층계길도 있고 섬마(?摩)동산으로 통하는 층계길도 있으며, 낙림(樂林)동산으로 통하는 층계길도 있고 주도(晝度)나무로 통하는 층계길도 있으며, 발난다못으로 통하는 층계길도 있고 대신의 궁전으로 통하는 층계길도 있으며, 작은 아수륜 궁전으로 통하는 층계길도 있다.

  

만일 아수륜왕이 사라동산에 나가 유람하며 구경하려고 할 때에는 곧 비마질다(毘摩質多) 아수륜왕을 생각한다. 그러면 비마질다 아수륜왕도 또 스스로 생각한다.

'라하 아수륜왕이 나를 생각하고 있구나.'

그는 곧 장엄하게 꾸민 보배 수레를 타고 무수히 많은 시종들에게 둘러싸여 라하 아수륜왕의 앞에 나아가 한쪽에 선다. 


그때 아수륜왕은 다시 파라하(波羅呵) 아수륜왕을 생각하고 파라가 아수륜왕도 또 스스로 생각한다.

'지금 왕이 나를 생각하고 있구나.'

그는 곧 직접 장엄하게 꾸민 보배 수레를 타고 무수히 많은 시종들에게 둘러싸여 라하왕 앞에 나아가 한쪽에 선다. 


그러자 왕은 또 섬마라(?摩羅) 아수륜왕을 생각하고 섬마라 아수륜왕도 또 스스로 생각한다.

'지금 왕이 나를 생각하고 있구나.'

그는 곧 직접 장엄하게 꾸민 보배 수레를 타고 무수히 많은 시종들에게 둘러싸여 라하왕 앞에 나아가 한쪽에 선다. 


그러자 왕은 또 대신 아수륜을 생각하고 대신 아수륜도 또 스스로 생각한다.

'지금 왕이 나를 생각하고 있구나.'

그는 곧 직접 장엄하게 꾸민 보배 수레를 타고 무수히 많은 시종들에게 둘러싸여 라하왕 앞으로 나아가 한쪽에 선다. 


그때 왕은 또 작은 아수륜을 생각하고 작은 아수륜도 또 스스로 생각한다.

'지금 왕이 나를 생각하고 있구나.'

그는 곧 직접 장엄하게 꾸민 수레를 타고 모든 대중들과 함께 라하왕 앞에 나아가 한쪽에 선다.

  

그러자 라하왕은 몸에 보배 옷을 입고 보배 수레를 타고 무수한 대중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사라(沙羅)숲 속으로 나아간다. 저절로 바람이 불어와서 문이 열리고 저절로 바람이 불어와서 땅을 깨끗하게 하며 저절로 바람이 불어와서 꽃을 땅에 흩으니 꽃이 무릎에까지 쌓인다. 그때 라하왕은 이 동산에 들어가 서로 오락하기를 하루나 이틀 나아가 이레에 이르기까지 오락하기를 마치고 나서 본궁으로 돌아온다. 그 뒤에 극묘원림ㆍ섬마원림ㆍ낙림원림에 유람하며 구경하는 것도 또한 이와 같다. 


그때 라하왕에게는 항상 좌우에서 호위하고 다니는 다섯 큰 아수륜이 있다. 첫째는 제지(提持)라 하고, 둘째는 웅력(雄力)이라 하며, 셋째는 무이(武夷)라 하고, 넷째는 두수(頭首)라 하며, 다섯째는 최복(?伏)이라 한다. 이 다섯 대아수륜이 항상 좌우에서 호위하고 있다. 


그 라하왕의 궁전은 큰 바다 밑에 있고 바닷물은 그 위에 있지만 네 종류의 바람이 그것들을 지탱하고 있다. 첫째는 주풍(住風)이라 하고, 둘째는 지풍(持風)이라 하며, 셋째는 부동(不動)이라 하고, 넷째는 견고(堅固)라 한다. 그것들이 큰 바닷물을 지탱하고 있는데 마치 뜬구름처럼 아수륜의 궁전에서 1만 유순이나 떨어진 허공에 매달려 있다. 그러나 끝내 떨어지지 않는다. 아수륜왕이 지닌 복의 과보[福報]와 공덕과 위신은 이와 같다.”


7) 사천왕품(四天王品)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수미산왕의 동쪽 1천 유순쯤에 현상(賢上)이라고 하는 제두뢰타천왕(提頭賴?天王)의 성이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6천 유순이다. 그 성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고 일곱 겹의 보배 난간, 일곱 겹의 보배 그물, 일곱 겹의 보배 가로수가 빙 둘러 있는데 모두 7보로 장식되어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일들은 역시 앞에서와 같다.

  

수미산 남쪽 1천 유순쯤에 선견(善見)이라는 비루륵천왕(毘樓勒天王)의 성이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6천 유순이다. 그 성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고 일곱 겹의 보배 난간, 일곱 겹의 보배 그물, 일곱 겹의 보배 가로수가 빙 둘러 있는데 모두 7보로 장식되어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일들은 또한 앞에서와 같다.

  

수미산 서쪽 1천 유순쯤에 주라선견(周羅善見)이라는 비루바차천왕(毘樓婆叉天王)의 성이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6천 유순이다. 그 성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고 일곱 겹의 보배 난간, 일곱 겹의 보배 그물, 일곱 겹의 보배 가로수가 빙 둘러 있는데 모두 7보로 장식되어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일들은 또한 앞에서와 같다.

  

수미산 북쪽 1천 유순쯤에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이 있다. 왕은 세 개의 성을 가지고 있는데 첫째는 가외(可畏)라 하고, 둘째는 경천(敬天)이라 하며, 셋째는 중귀(衆歸)라 한다. 이 성들의 가로와 세로는 각각 6천 유순이다. 그 성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고 일곱 겹의 보배 난간, 일곱 겹의 보배 그물, 일곱 겹의 보배 가로수가 빙 둘러 있는데 모두 7보로 장식되어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일들은 또한 앞에서와 같다.

  

중귀성 북쪽에 가비연두(伽毘延頭)라 하는 동산이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4천 유순이다. 그 동산의 담장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고, 일곱 겹의 보배 난간, 일곱 겹의 보배 그물, 일곱 겹의 보배 가로수가 빙 둘러 있는데 모두 7보로 장식되어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일들은 또한 앞에서와 같다. 


동산과 성 사이에 나린니(那隣尼)라 이름하는 못[池]이 있는데 이 못의 가로와 세로는 각각 40유순이다. 그 물은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고, 7보로 된 해자와 섬돌이 연못을 빙 두르고 있다. 일곱 겹의 보배 난간, 일곱 겹의 보배 그물, 일곱 겹의 보배 가로수가 빙 둘러 있는데 모두 7보로 장식되어 있다. 그 가운데 파란색ㆍ노란색ㆍ붉은색ㆍ흰색 등 여러 가지 색깔의 연꽃이 있는데 빛은 반 유순이나 비추고 그 향기도 매우 짙어 반 유순까지 풍긴다. 또 그 꽃뿌리의 크기는 수레 바퀴통만 하고, 거기에서 흘러나오는 즙액의 빛깔은 젖과 같이 희고, 맛은 꿀처럼 달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일들은 또한 앞에서와 같다.

  

일월의 궁전을 제외한 모든 사천왕의 궁전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40유순이다. 궁전의 담장은 일곱 겹이고, 또한 일곱 겹의 보배 난간, 일곱 겹의 보배 그물, 일곱 겹의 보배 가로수가 빙 둘러 있는데 모두 7보로 장식되어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일들은 또한 앞에서와 같다. 그 모든 궁전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40유순인 것도 있고 20유순인 것도 있으며 아주 작은 것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5유순이다.

  

중귀성에서부터 현상성(賢上城)에 이르는 보배 층계길이 있다. 또 선견성(善見城)에 이르는 층계길도 있고, 또 주라선견성(周羅善見城)에 이르는 층계길도 있으며, 가외성(可畏城)과 경천성(敬天城)에 이르는 층계길도 있다. 또 가비연두(伽毘延頭) 동산에 이르는 층계길도 있고, 또 나린니(那隣尼) 연못에 이르는 층계길도 있으며, 또 사천왕의 대신들이 살고 있는 궁전에 이르는 층계길도 있다.

  

만일 비사문천왕이 가비연두동산에 나가 유람하려고 할 때에는 곧 제두뢰 천왕(提頭賴天王)을 생각한다. 그러면 제두뢰천왕도 또 스스로 생각한다.

'지금 비사문천왕이 나를 생각하고 있구나.'

그리고는 직접 장엄하게 꾸민 보배 수레를 타고 무수히 많은 건답화신(乾沓和神:건달바신)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비사문천왕 앞에 나아가 한쪽에 선다. 


그때 비사문천왕은 다시 비루륵천왕(毘樓勒天王)을 생각하고 비루륵천왕도 또 스스로 생각한다.

'지금 비사문천왕이 나를 생각하고 있구나.'

그리고는 직접 장엄하게 꾸민 보배 수레를 타고 무수히 많은 용신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비사문천왕 앞에 나아가 한쪽에 선다. 


그러자 비사문천왕은 또 사천왕의 대신들을 생각하고 사천왕의 대신들도 또 스스로 생각한다.

'지금 비사문천왕이 나를 생각하고 있구나.'

그는 곧 직접 장엄하게 꾸민 보배 수레를 타고 무수히 많은 하늘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비사문천왕의 앞에 나아가 한쪽에 선다.

  

그때 비사문천왕은 곧 직접 장엄하게 꾸민 보배로 장식한 옷을 입고 보배 수레를 타고 헤아릴 수 없는 백천의 하늘 신들과 함께 가비연두동산으로 나아간다. 저절로 바람이 불어 와서 문이 저절로 열리고 저절로 바람이 불어 와서 땅을 깨끗하게 하며 저절로 바람이 불어 와서 꽃을 땅에 흩으니 꽃이 무릎에까지 쌓인다. 이 때 왕은 동산에서 하루나 이틀 나아가 이레에 이르기까지 함께 즐겁게 놀면서 유람을 마치고 나서 본궁으로 돌아온다. 


비사문천왕에게는 항상 좌우에서 호위하고 다니는 다섯 큰 귀신이 있다. 첫째는 반사루(般?樓)라 하고, 둘째는 단타라(檀陀羅)라 하며, 셋째는 혜마발타(醯摩跋陀)라 하고, 넷째는 제게라(提偈羅)라 하며, 다섯째는 수일로마(修逸路摩)라 한다. 비사문천왕의 복의 과보[福報]와 공덕, 위엄과 신통은 이와 같다.”


8) 도리천품(?利天品)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수미산왕 꼭대기에 삼십삼천(三十三天)의 성이 있는데, 그 성의 가로와 세로는 각각 8만 유순이다. 그 성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고 일곱 겹의 보배 난간, 일곱 겹의 보배 그물, 일곱 겹의 보배 가로수가 빙 둘러 있는데 둘레는 7보로 장식되어 있다. 성의 높이는 100유순이고, 위쪽의 너비는 60유순이며, 성문의 높이는 60유순이고, 너비는 30유순이다. 성문끼리의 간격은 5백 유순이다. 그 성문마다 5백 귀신이 있어 삼십삼천을 모시며 호위하고 있다. 금성(金城)에는 은문이 달려 있고, 은성에는 금문이 달려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일들은 역시 앞에서와 같다.

  

그 큰 성 안에는 다시 작은 성이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6만 유순이다. 그 성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고 일곱 겹의 보배 난간, 일곱 겹의 보배 그물, 일곱 겹의 보배 가로수가 빙 둘러 있는데 모두 7보로 장식되어 있다. 성의 높이는 1백 유순이고 너비는 60유순이다. 성문끼리의 간격은 5백 유순이고, 높이는 60유순, 너비는 30유순이다. 성문마다 5백 귀신이 있어 문 곁에서 삼십삼천을 모시며 호위하고 있다.

  

금성에는 은문이 달려 있고, 은성에는 금문이 달려 있으며, 수정성에는 유리문이 달려 있고, 유리성에는 수정문이 달려 있으며, 붉은 구슬성에는 마노문이 달려 있고, 마노성에는 붉은 구슬문이 달려 있으며, 자거성에는 여러 가지 보배 문이 달려 있다. 금난간에는 은가름대, 은난간에는 금가름대, 수정난간에는 유리가름대, 유리난간에는 수정가름대, 붉은 구슬난간에는 마노가름대, 마노난간에는 붉은 구슬가름대, 자거난간에는 여러 가지 보배 가름대가 있다. 


그 난간 위에는 보배 그물이 있다. 금그물 밑에는 은방울을 달았고, 은그물 밑에는 금방울을 달았으며, 유리그물에는 수정방울을 달았고, 수정그물에는 유리방울을 달았으며, 붉은 구슬그물에는 마노방울을 달았고, 마노그물에는 붉은 구슬방울을 달았으며, 자거그물에는 여러 가지 보배로 된 방울을 달았다. 


그 금나무는 금뿌리와 금가지에 은잎ㆍ은꽃ㆍ은열매이고, 은나무는 은뿌리와 은가지에 금잎ㆍ금꽃ㆍ금열매이며, 수정나무는 수정뿌리와 수정가지에 유리꽃ㆍ유리잎이고, 유리나무는 유리뿌리와 유리가지에 수정꽃ㆍ수정잎이며, 붉은 구슬나무에는 붉은 구슬뿌리와 붉은 구슬가지에 마노꽃ㆍ마노잎이고, 마노나무는 마노뿌리와 마노가지에 붉은 구슬꽃ㆍ붉은 구슬잎이며, 자거나무는 자거뿌리와 자거가지에 여러 가지 보배 꽃과 잎이 달려 있다.

  

그 일곱 겹의 성에는 네 개의 문이 있고 문마다 난간이 있다. 일곱 겹의 성 위에는 모두 누각과 정자들이 빙 둘러 있다. 동산숲과 목욕하는 연못이 있는데, 온갖 보배 꽃이 갖가지 색으로 어우러져 피어 있다. 보배나무는 줄지어 서 있고 꽃과 열매도 무성하고 풍성하다. 향기로운 바람이 사방에서 일어나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오리와 기러기, 원앙 따위의 이상하고 기이한 온갖 새들도 갖가지 소리를 내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귄다.

  

그 작은 성 밖의 중간에는 이라발용(伊羅鉢龍)의 궁전이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6천 유순이다. 궁전 담장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고 일곱 겹의 보배 난간, 일곱 겹의 보배 그물, 일곱 겹의 가로수가 빙 둘러져 있는데 모두 7보로 장식되어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가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일들은 역시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 선견성(善見城) 안에는 선법당(善法堂)이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1백 유순이다. 일곱 겹의 보배난간, 일곱 겹의 보배 그물, 일곱 겹의 보배 가로수가 빙 둘러져 있는데 모두 7보로 장식되어 있다. 그 법당의 바닥은 다 황금으로 되어 있고 위는 유리로 덮여 있다. 법당 가운데 있는 기둥은 둘레가 10유순이고 높이는 1백 유순이다. 그 기둥 아래에 제석(帝釋)의 자리가 깔려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1유순이며, 7보가 얼기설기 엮어져 있다. 그 자리는 하늘 옷처럼 부드럽고 연하다. 그 자리의 양쪽에는 좌우로 16개의 자리가 있다. 법당에는 네 개의 문이 있고 7보로 만든 난간이 둘러져 있다. 그 선법당의 층계길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5백 유순이다. 문의 담장은 일곱 겹을 되어 있고, 일곱 겹의 보배 난간, 일곱 겹의 보배 그물, 일곱 겹의 보배 가로수가 빙 둘러져 있는데 모두 7보로 장식되어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일들은 또한 앞에서와 같다.

 

선견당(善見堂) 북쪽에는 제석천의 궁전이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1천 유순이다. 궁전의 담장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고, 일곱 겹의 보배 난간, 일곱 겹의 보배 그물, 일곱 겹의 보배 가로수가 빙 둘러져 있는데 모두 7보로 장식되어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일들은 또한 앞에서와 같다.

  

선견당의 동쪽에는 추삽(??)이라는 동산숲이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1천 유순이다. 동산숲의 담장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고, 일곱 겹의 보배 난간, 일곱 겹의 보배 그물, 일곱 겹의 보배 가로수가 빙 둘러져 있는데 모두 7보로 장식되어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일들은 역시 위에서와 같다. 추삽 동산 가운데에는 하늘금[天金]으로 장식된 두 개의 석타(石?:돌벽)가 있는데, 첫째는 현(賢)이라 하고 둘째는 선현(善賢)이라 하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다. 그 석타는 하늘옷처럼 부드럽다.

  

선견당의 남쪽에는 화락(畵樂)이라는 동산숲이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천 유순이다. 동산의 담장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고 일곱 겹의 보배 난간, 일곱 겹의 보배 그물, 일곱 겹의 보배 가로수가 빙 둘러져 있는데 모두 7보로 장식되어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일들은 역시 앞에서와 같다. 그 동산 안에는 7보로 된 두 개의 석타(石?)가 있는데 첫째는 주(晝)라 하고, 둘째는 선주(善晝)라 하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다. 그 석타는 하늘옷처럼 부드럽다.

  

선견당 서쪽에는 잡(雜)이라는 동산숲이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천 유순이다. 동산의 담장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고 일곱 겹의 보배 난간, 일곱 겹의 보배 그물, 일곱 겹의 보배 가로수가 빙 둘러져 있는데 모두 7보로 장식되어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일들은 역시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 동산 안에는 하늘금과 7보로 된 두 개의 석타가 있는데 첫째는 선견(善見)이라 하고, 둘째는 순선견(順善見)이라 하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이다. 그 석타는 하늘 옷처럼 부드럽다.

  

선견당 북쪽에 대희(大喜)라는 동산숲이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천 유순이다. 동산의 담장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고, 일곱 겹의 보배 난간, 일곱 겹의 보배 그물, 일곱 겹의 보배 가로수가 빙 둘러져 있는데 모두 7보로 장식되어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일들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 동산 안에는 자거로 장식된 두 개의 석타가 있는데 첫째는 희(喜)라 하고, 둘째는 대희(大喜)라 하며 가로와 세로는 각각 50유순이다. 그 석타는 하늘 옷처럼 부드럽다.

  

그 추삽동산과 화락동산 중간에 난다(難陀) 연못이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1백 유순이다. 그 물은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고, 일곱 겹의 보배 해자와 섬돌이 연못을 두르고 있다. 일곱 겹의 보배 난간, 일곱 겹의 보배 그물, 일곱 겹의 보배 가로수가 빙 둘러져 있고 모두 7보로 장식되어 있다. 그 못의 네 면(面)에는 네 개의 사다리가 있고, 일곱 가지 보배를 섞어 만든 난간이 빙 둘러져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일들은 또한 앞에서와 같다. 또 그 못 속에는 파란색ㆍ노란색ㆍ붉은색ㆍ흰색의 꽃이 피어 있으며, 옥빛ㆍ분홍빛 등 여러 가지 색깔의 꽃이 사이사이 섞여 있다. 꽃잎 한 개는 1유순까지 그늘을 드리울 수 있고 향기도 짙어서 1유순 밖에까지 풍긴다. 뿌리는 수레 바퀴통과 같으며 흘러나는 즙액은 빛깔이 젖과 같이 희고 맛은 꿀처럼 달다. 


그 못의 네 면에도 또 동산숲이 있고, 그 잡동산숲[雜園林]과 대희동산숲[大喜園林] 사이에 주도(晝度)라고 하는 나무가 있다. 둘레는 7유순이고, 높이는 1백 유순이며, 가지와 잎은 사방으로 50유순이나 퍼져 있다. 나무 밖에 있는 빈 정자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1백 유순이고, 궁전 담장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다. 일곱 겹의 보배 난간, 일곱 겹의 보배 그물, 일곱 겹의 보배 가로수가 빙 둘러져 있고 모두 7보로 장식되어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일들은 또한 앞에서와 같다.

  

그 밖의 도리천 궁전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천 유순이다. 궁전의 담장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고 일곱 겹의 보배 난간, 일곱 겹의 보배 그물, 일곱 겹의 보배 가로수가 빙 둘러져 있는데 모두 7보로 장식되어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까지의 일들은 또한 앞에서와 같다. 


그 모든 궁전은 가로와 세로가 9백 유순인 것도 있고, 8백 유순인 것도 있으며, 아주 작은 것도, 1백 유순이나 된다. 궁전 담장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고 일곱 겹의 보배 난간, 일곱 겹의 보배 그물, 일곱 겹의 보배 가로수가 빙 둘러져 있는데 모두 7보로 장식되어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에 이르기까지의 일들은 또한 앞에서와 같다. 


모든 작은 궁전들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1백 유순이고, 90유순인 것과 80유순인 것도 있으며, 아주 작은 것도 12유순에 이른다. 궁전의 담장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고 일곱 겹의 보배 난간, 일곱 겹의 보배 그물, 일곱 겹의 보배 가로수가 빙 둘러져 있는데 모두 7보로 장식되어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는 것에 이르기까지의 일들은 역시 앞에서와 같다.

  

선견당 북쪽에는 제석의 궁전으로 이르는 두 개의 층계길이 있고, 선견당 동쪽에도 추삽동산으로 가는 두 개의 층계길이 있다. 또 화락(畵樂)동산에 이르는 층계길이 있고, 또 잡(雜)동산에 이르는 층계길이 있으며, 대희(大喜)동산에 이르는 층계길이 있고, 또 대희연못에 이르는 층계길이 있으며, 주도나무에 이르는 층계길이 있고, 삼십삼천의 궁전에 이르는 층계길이 있으며, 또 모든 천궁에 통하는 층계길도 있고, 이라발용왕의 궁전에 이르는 층계길도 있다.

  

만일 제석천왕이 추삽동산에 나가 노닐고자 할 때에는 삼십삼천의 신하들을 생각하고, 삼십삼천의 신하들도 스스로 생각한다.

'지금 제석천왕이 우리를 생각하고 있구나.'

곧 스스로 장엄하고 보배수레를 타고 무수히 많은 무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제석천 앞에 이르러 한쪽에 선다.


제석천왕은 다시 다른 모든 하늘들을 생각한다. 모든 하늘들도 스스로 생각한다.

'지금 제석천왕이 우리를 생각하고 있구나.'

곧 스스로 장엄하고 모든 하늘 무리들을 데리고 제석천왕 앞에 이르러 한쪽에 선다. 


제석천왕은 다시 이라발용왕을 생각한다. 이라발용왕도 스스로 생각한다.

'지금 제석천왕이 나를 생각하고 있구나.'

용왕은 곧 스스로 몸을 변해 서른세 개의 머리[頭]가 나오게 한다. 낱낱의 머리마다 여섯 개의 큰 어금니[牙]가 있고 어금니마다 일곱 개의 목욕 하는 못이 있으며, 목욕 못마다 일곱 송이의 연꽃이 있고, 연꽃마다 1백 개의 잎이 있으며, 연꽃 잎마다 일곱 명의 옥녀가 있어 음악에 맞추어 노래 부르고 춤을 춘다. 그 때 저 용왕은 이 조화를 마친 뒤 제석 앞에 이르러 한쪽에 선다.

  

그때 석제환인(釋提桓因)이 온갖 보배로 장식하고 영락(瓔珞)을 그 몸에 걸고 이라발용왕의 정수리 위에 앉는다. 그 다음에는 양쪽에 각각 16명의 천왕이 용왕의 정수리 위에 차례로 앉는다. 이 때 제석천왕은 무수히 많은 모든 하늘 권속들에 둘러싸여 추삽동산으로 간다. 그러면 저절로 바람이 불어와서 문이 저절로 열리고 저절로 바람이 불어와서 땅을 깨끗하게 하며 저절로 바람이 불어와서 꽃을 땅에 흩으니 온갖 꽃이 무릎까지 쌓인다. 그 때 제석천왕은 현과 선현 두 개의 석타(石?) 위에 마음대로 앉고 삼십삼천왕도 각각 차례로 앉는다.

  

그러나 제석천을 모시고 저 동산을 볼 수도 없고 동산에 들어가 5욕으로써 즐기지도 못하는 여러 하늘신들이 있다. 무슨 까닭인가? 

그것은 각각 본래 지은 업[本行]의 공덕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또 동산숲[園林]은 볼 수 있지만 들어갈 수가 없고 5욕으로써 서로 즐길 수도 없는 여러 하늘신들이 있다. 무슨 까닭인가? 

그것은 각각 본래 지은 업의 공덕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또 볼 수도 있고 들어갈 수도 있지만 5욕으로써 서로 즐길 수는 없는 여러 하늘신들이 있다. 무슨 까닭인가? 그것은 본래 지은 업의 공덕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또 볼 수도 있고 들어갈 수도 있으며 5욕으로써 즐길 수도 있는 여러 하늘신들이 있다. 무슨 까닭인가? 그것은 본래 지은 업의 공덕이 같기 때문이다. 


동산에서 놀면서 5욕으로써 스스로 즐기기를 하루나 이틀 나아가 이레에까지 이르고 서로 즐기기를 마친 뒤 각각 자기 궁전으로 돌아간다. 저 제석천이 화락동산[畵樂園]ㆍ잡동산[雜園]ㆍ대희동산[大喜園]을 노닐 때에도 또한 이와 같다.

  

무슨 까닭으로 추삽동산이라 이름하는가? 

이 동산에 들어가면 몸이 거칠어지고 깔깔해지기 때문이다. 


무슨 까닭으로 이름하여 화락동산이라 하는가? 

이 동산에 들어가면 몸에 저절로 온갖 그림이 나타나서 그것으로 즐기기 때문이다. 


무슨 까닭으로 이름하여 잡동산[雜園]이라 하는가? 

항상 매월 8일ㆍ14일ㆍ15일에는 아수륜(阿修倫)의 여자를 제외한 모든 채녀들과 모든 천자들이 한데 어울려 놀기 때문이니, 이 때문에 잡동산이라고 한다. 


무슨 까닭으로 대희동산이라고 하는가? 

이 동산에 들어가면 매우 즐겁게 놀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대희동산이라 한다. 


무슨 까닭으로 선법당(善法堂)이라고 하는가? 

이 집 안에서 묘한 법을 생각하면 청정한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선법당이라고 한다. 


무슨 까닭으로 주도나무[晝度樹]라고 하는가?

이 나무에는 만타(漫陀)라는 신이 항상 춤추고 노래하며 스스로 즐겨 놀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주도라 한다. 또 저 나무의 가지는 사방으로 퍼져 꽃과 잎이 무성하기가 큰 보배구름과 같기 때문에 주도라고 한다.

  

석제환인의 좌우에는 항상 열 명의 대천자(大天子)가 따라 다니면서 호위한다. 어떤 것이 열인가? 첫째는 인다라(因陀羅), 둘째는 구이(瞿夷), 셋째는 비루(毗樓), 넷째는 비루바제(毗樓婆提), 다섯째는 타라(陀羅), 여섯째는 바라(婆羅), 일곱째는 기바(耆婆), 여덟째는 영혜외(靈醯嵬), 아홉째는 물라(物羅), 열째는 난두(難頭)이다. 석제환인이 가진 큰 신력과 위덕(威德)은 이와 같다.

  

염부제 사람들이 귀하게 생각하는 물에서 피는 꽃이 있으니, 발라꽃ㆍ발두마꽃ㆍ구물두꽃ㆍ분타리꽃ㆍ수건두꽃[須乾頭花]으로서 부드럽고 연하며 향기롭고 깨끗하다. 그 육지에 피는 꽃으로는 해탈꽃[解脫花]ㆍ첨복꽃ㆍ바라타꽃[婆羅陀花]ㆍ수만주나꽃[須曼周那花]ㆍ바사꽃[婆師花]ㆍ동녀꽃[童女花]이 있다. 구야니(拘耶尼)ㆍ울단왈(鬱單曰)ㆍ불우체(弗于逮)ㆍ용궁(龍宮)ㆍ금시조궁(金翅鳥宮)에서 귀하게 여기는 물과 육지의 모든 꽃도 또한 그와 같다. 아수륜궁의 물에서도 꽃이 피는데, 우발라꽃[優鉢羅花]ㆍ발두마꽃[鉢頭摩花]ㆍ구물두꽃[拘物頭花]ㆍ분타리꽃[分陀利花]이며, 이 꽃들도 부드럽고 연하며 향기롭고 깨끗하다. 육지에서 피는 꽃은 수호꽃[殊好花]ㆍ빈부꽃[頻浮花]ㆍ큰 빈부꽃[大頻浮花]ㆍ가가리꽃[伽伽利花]ㆍ큰 가가리꽃[大伽伽利花]ㆍ만다라꽃[曼陀羅花]ㆍ큰 만다라꽃[大曼陀羅花]이다.사천왕(四天王)ㆍ삼십삼천(三十三天)ㆍ염마천(閻摩天)ㆍ도솔천(兜率天)ㆍ화자재천(化自在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서 귀하게 여기는 물과 육지에서 자라는 모든 꽃도 또한 이와 같다.

  

하늘에는 열 가지 법(法)이 있다. 어떤 것을 열 가지 법이라 하는가? 

첫째는 날아가는 데 제한이 없는 것이며, 둘째는 날아오는 데 제한이 없는 것이다. 셋째는 가는 데 걸림이 없는 것이요, 넷째는 오는 데 걸림이 없는 것이다. 다섯째는 하늘신의 몸에는 피부ㆍ뼈[骨體]ㆍ힘줄ㆍ피ㆍ살이 없는 것이요, 여섯째는 몸에 대소변과 같은 더러운 것이 없는 것이다. 일곱째는 몸이 극심하게 피로해지는 일이 없는 것이요, 여덟째는 천녀(天女)는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다. 아홉째는 하늘신은 눈을 깜빡이지 않는 것이요, 열째는 몸에서 마음대로 빛깔을 나타내는 것이다. 푸른 빛을 좋아하면 푸른 빛을, 노란 빛을 좋아하면 노란 빛을, 붉은 빛을 좋아하면 붉은 빛을, 흰 빛을 좋아하면 흰 빛을 나타내는 등 온갖 빛깔을 마음대로 나타낸다. 이것이 모든 하늘의 열 가지 법이다.

  

사람에는 일곱 가지 빛깔이 있다. 어떤 것을 일곱이라 하는가? 

어떤 사람은 금빛이며, 어떤 사람은 불빛[火色]이며, 어떤 사람은 푸른 빛이고, 어떤 사람은 노란 빛이며, 어떤 사람은 붉은 빛이고, 어떤 사람은 검은 빛이며, 어떤 사람은 흰 빛이다. 모든 하늘의 아수륜도 일곱 가지 색이 있는데 이와 마찬가지이다.

  

모든 비구여, 반딧불의 광명은 등불만 못하고 등불의 광명은 횃불만 못하며, 횃불의 광명은 불더미만 못하고, 불더미의 광명은 사천왕의 궁전ㆍ성곽ㆍ영락ㆍ의복ㆍ몸빛의 광명만 못하다. 사천왕의 궁전ㆍ성곽ㆍ영락ㆍ의복ㆍ몸빛의 광명은 삼십삼천의 광명만 못하고, 삼십삼천의 밝기는 염마천의 광명만 못하다. 염마천의 광명은 도솔천의 광명만 못하고, 도솔천의 광명은 화자재천의 광명만 못하다. 화자재천의 광명은 타화자재천의 광명만 못하고, 타화자재천의 광명은 범가이천(梵迦夷天)의 궁전ㆍ의복ㆍ몸빛의 광명만 못하다. 범가이천의 궁전ㆍ의복ㆍ몸빛의 광명은 광음천(光音天)의 광명만 못하고, 광음천의 광명은 변정천(遍淨天)의 광명만 못하다. 변정천의 광명은 과실천(果實天)의 광명만 못하고, 과실천의 광명은 무상천(無想天)의 광명만 못하다. 무상천의 광명은 무조천(無造天)의 광명만 못하고, 무조천의 광명은 무열천(無熱天)의 광명만 못하며, 무열천의 광명은 선견천(善見天)의 광명만 못하고, 선견천의 광명은 대선견천(大善見天)의 광명만 못하다. 대선견천의 광명은 색구경천(色究竟天)의 광명만 못하고, 색구경천의 광명은 지자재천(地自在天)의 광명만 못하며, 지자재천의 광명은 부처님의 광명만 못하다. 반딧불의 광명에서 부처님의 광명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광명을 모아도 괴로움에 대한 진리[苦諦]의 광명만 못하고,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진리[集諦]의 광명,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滅諦]의 광명,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道諦]의 광명만 못하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이여, 광명을 찾고자 하는 자는 마땅히 괴로움의 진리, 괴로움의 모임, 괴로움의 멸함, 괴로움을 멸하는 방법의 진리의 광명을 구해야 하고 마땅히 이렇게 수행해야 한다.

  

염부제 사람의 신장은 3주(?) 반이며, 옷의 길이는 7주이고 폭은 3주 반이다. 구야니(拘耶尼)ㆍ불우체(弗于逮) 사람의 신장 역시 3주 반이며, 옷의 길이는 7주이고 폭은 3주 반이다. 울단왈(鬱單曰) 사람의 신장은 7주이며, 옷의 길이는 14주이고 폭은 7주이고 옷의 무게는 1냥(兩)이다.

 

아수륜의 신장은 1유순이며 옷의 길이는 2유순이고 폭은 1유순이며 옷 무게는 6수(銖)이다. 사천왕의 신장은 반 유순이며 옷의 길이는 1유순이고, 폭은 반 유순이며 옷 무게는 반 냥이다. 도리천의 신장은 1유순이며 옷의 길이는 2유순이고 폭은 1유순이며 옷 무게는 6수이다. 염마천의 신장은 2유순이며 옷의 길이는 4유순이고 폭은 2유순이며 옷 무게는 3수이다. 도솔천의 신장은 4유순이며 옷의 길이는 8유순이고 폭은 4유순이며 옷 무게는 1수 반이다. 화자제천의 신장은 8유순이며 옷의 길이는 16유순이고 폭은 8유순이며 옷 무게는 1수이다. 타화자재천의 신장은 16유순이며 옷의 길이는 32유순이고 폭은 16유순이며 옷 무게는 반 수이다. 위의 모든 하늘들은 각기 그 몸에 맞추어 옷을 입는다.

  

염부제 사람의 수명은 1백 살이다. 이보다 더 오래 사는 자는 적고 이보다 적게 사는 자는 많다. 구야니 사람의 수명은 2백 살이다. 이보다 더 오래 사는 자는 적고 이보다 적게 사는 자는 많다. 불우체 사람의 수명은 3백 살인데 이보다 더 오래 사는 자는 적고 이보다 적게 사는 자는 많다. 울단왈 사람의 수명은 천 살인데 이보다 더 오래 살거나 더 적게 사는 일이 없다. 아귀의 수명은 7만 살인데 이보다 더 오래 사는 자는 적고 이보다 적게 사는 자는 많다. 용과 금시조의 수명은 1겁이며, 혹 이보다 적은 것들도 있다. 아수륜의 수명은 하늘 나이로 7천 살인데 더 오래 사는 자는 적고 그보다 적게 사는 자는 많다. 사천왕의 수명은 하늘 나이로 5백 살인데 이보다 더 오래 사는 자는 적고 그보다 적게 사는 자는 많다. 도리천의 수명은 하늘 나이로 천 살인데 이보다 더 오래 사는 자는 적고 더 적게 사는 자는 많다. 염마천의 수명은 하늘 나이로 2천 살인데 이보다 더 오래 사는 자는 적고 그보다 적게 사는 자는 많다. 도솔천의 수명은 하늘 나이로 4천 살인데 이보다 더 오래 사는 자는 적고 그보다 적게 사는 자는 많다. 화자재천의 수명은 하늘 나이로 8천 살인데 이보다 더 오래 사는 자는 적고 그보다 적게 사는 자는 많다. 타화자재천의 수명은 하늘 나이로 1만 6천 살인데 이보다 더 오래 사는 자는 적고 그보다 적게 사는 자는 많다. 범가이천의 수명은 1겁인데 혹 이보다 적은 자들도 있다. 광음천의 수명은 2겁인데, 혹 이보다 적은 자들도 있다. 변정천의 수명은 3겁인데, 혹 이보다 적은 자들도 있다. 과실천의 수명은 4겁인데, 혹 이보다 적은 자들도 있다. 무상천의 수명은 5백 겁인데, 혹 이보다 적은 자들도 있다. 무조천의 수명은 천 겁인데, 혹 이보다 적은 자들도 있다. 무열천의 수명은 2천 겁인데, 혹 이보다 적은 자들도 있다. 선견천의 수명은 3천 겁인데, 혹 이보다 적은 자들도 있다. 대선견천의 수명은 4천 겁인데, 혹 이보다 적은 자들도 있다. 색구경천의 수명은 5천 겁인데, 혹 이보다 적은 자들도 있다. 공처천의 수명은 만 겁인데, 혹 이보다 적은 자들도 있다. 식처천의 수명은 2만 1천 겁인데, 혹 이보다 적은 자들도 있다. 불용처천(不用處天)의 수명은 4만 2천 겁인데, 혹 이보다 적은 자들도 있다. 유상무상천의 수명은 8만 4천 겁인데, 혹 이보다 적은 자들도 있다. 이와 같은 것을 중생이라 하고 이와 같은 것을 수명이라 하며 이와 같은 것을 세계라 하고 이와 같은 것을 나고ㆍ늙고ㆍ병들고ㆍ죽고 하면서 여러 갈래 세계를 오고 가는 무리들이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일체 중생은 4식(食)으로써 살아간다. 무엇을 네 가지라 하는가? 

단식(?食)과 세활식(細滑食)이 첫 번째이고, 촉식(觸食)이 두 번째이며, 염식(念食)이 세 번째이고, 식식(識食)이 네 번째이다. 


저 중생들은 먹는 것이 같지 않다. 염부제 사람들은 여러 가지 밥ㆍ밀가루ㆍ어육을 단식으로 하고 의복과 세욕(洗浴)을 세활식으로 한다. 구야니와 불우체 사람들도 또한 여러 가지 밥ㆍ밀가루ㆍ어육을 단식으로 하고 의복과 세욕을 세활식으로 한다. 울단왈 사람들은 하늘 맛을 구족한 자연생 멥쌀을 단식으로 하고 의복과 세욕을 세활식으로 한다. 용과 금시조는 큰 자라ㆍ악어ㆍ생선ㆍ자라를 먹는 것을 단식으로 하고 세욕과 의복을 세활식으로 한다. 아수륜은 깨끗한 것을 먹는 것을 단식으로 하고 세욕과 의복을 세활식으로 한다. 사천왕ㆍ도리천ㆍ염마천ㆍ도솔천ㆍ화자재천ㆍ타화자재천은 깨끗한 것을 먹는 것을 단식으로 하고 세욕과 의복을 세활식으로 한다. 그 이상의 모든 하늘은 선정(禪定)의 희락(喜樂)을 음식을 삼는다.

  

어떤 중생이 촉식을 하는가? 

난생(卵生)의 중생은 촉식을 한다. 


어떤 중생이 염식을 하는가? 

어떤 중생은 생각[念]으로 인하여 생존할 수 있어 모든 근(根)이 증장하고 수명이 끊어지지 않는다. 이것을 염식이라고 한다.


어떤 것이 식식인가? 

지옥의 중생과 무색천(無色天)들이 먹는 것이니 이것을 식식이라고 한다.

  

염부제 사람들은 금ㆍ은의 보배와 곡식과 비단과 종들로써 생업을 삼고 장사를 하여 스스로 생활해 나간다. 구야니 사람들은 소와 염소와 구슬과 보배를 저자에서 팔아 생활한다. 울단왈 사람들은 시장에서 장사하지 않고도 생업을 하면서 스스로 생활한다.

  

염부제 사람들은 혼인하고 왕래하며 남자는 장가들고 여자는 시집간다. 구야니 사람과 불우체 사람들도 또한 혼인하여 남자는 장가들고 여자는 시집간다. 울단왈 사람들은 남녀가 혼인하는 일이 없다. 용과 금시조ㆍ아수륜도 또한 남녀가 혼인하는 일이 있다. 사천왕ㆍ도리천 나아가 타화자재천까지도 또한 남녀가 혼인하는 일이 있다. 그 이상의 모든 하늘에는 남녀의 구별이 없다.

  

염부제 사람은 남녀가 서로 관계를 가질 때에는 몸과 몸이 서로 접촉하여 음양을 이룬다. 구야니ㆍ불우체ㆍ울단왈 사람도 또한 몸과 몸이 서로 접촉하여 음양을 이룬다. 용과 금시조도 또한 몸과 몸이 서로 접촉하여 음양을 이룬다. 아수륜은 몸과 몸을 서로 가까이 함으로써 그 기운으로 음양을 이룬다. 사천왕과 도리천도 또한 그와 같다. 염마천은 서로 가까이함으로써 음양을 이룬다. 도솔천은 손을 잡음으로써 음양을 이룬다. 화자재천은 오랫동안 바라봄으로써 음양을 이룬다. 타화자재천은 잠깐 바라봄으로써 음양을 이룬다. 그 이상의 모든 하늘에는 음욕이 없다.

  

어떤 중생은 몸으로 나쁜 행동을 하고 입으로 나쁜 말을 하며 마음으로 나쁜 생각을 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지옥에 떨어진다. 이 후식(後識:죽기 전의 意識)은 멸하고 지옥의 초식(初識:죽은 후의 의식)이 생기며 인식작용[識]으로 말미암아 이름과 색[名色]이 있고 이름과 색[名色]으로 말미암아 여섯 감각기관[六根:눈ㆍ귀ㆍ코ㆍ혀ㆍ몸ㆍ의지]이 있게 된다. 


혹 어떤 중생은 몸으로 나쁜 행동을 하고 입으로 나쁜 말을 하며 마음으로 나쁜 생각을 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축생 가운데 떨어진다. 이 후식은 멸하고 축생의 초식이 생기며 인식작용으로 말미암아 이름과 색이 있고 이름과 색으로 말미암아 여섯 감각기관이 있게 된다. 혹 어떤 중생은 몸으로 나쁜 행동을 하고 입으로 나쁜 말을 하며 마음으로 나쁜 생각을 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아귀 가운데 떨어진다. 이 후식은 멸하고 아귀의 초식이 생기며 인식작용으로 말미암아 이름과 색이 있고 이름과 색으로 말미암아 여섯 감각기관이 있게 된다. 


혹 어떤 중생은 몸으로 착한 행동을 하고 입으로 착한 말을 하며 마음으로 착한 생각을 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사람 가운데 태어난다. 이 후식은 멸하고 사람의 초식이 생기며 인식작용으로 말미암마 이름과 색이 있고 이름과 색으로 말미암아 여섯 감각기관이 있게 된다. 


혹 어떤 중생은 몸으로 착한 행동을 하고 입으로 착한 말을 하며 마음으로 착한 생각을 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사천왕천에 태어난다. 이 후식은 멸하고 사천왕천의 초식이 생기며 인식작용으로 말미암아 이름과 색이 있고 이름과 색으로 말미암아 여섯 감각기관이 있게 된다.

 

저 하늘은 처음 태어날 때 이 인간의 한두살 난 아이만 하고 조화의 힘으로 저절로 화현하여 하늘의 무릎 위에 앉는다. 그러면 저 하늘신은 말한다

'이 아이는 내 아들이다.'

아이는 행(行)의 과보를 말미암기 때문에 저절로 지혜가 생겨 곧 스스로 생각한다.

'나는 무슨 행으로 말미암아 이제 여기 태어났는가?'

곧 다시 생각한다.

'내가 전에 인간에 있으면서 몸으로 착한 행동을 하고 입으로 착한 말을 하며 마음으로 착한 생각을 했다. 이 행으로 말미암아 이제 천상에 태어날 수 있었다. 내가 만일 여기서 목숨을 마친 뒤 다시 인간에 태어난다면 마땅히 몸과 입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몇 배나 더 정근하여 모든 착한 행을 닦으리라.'

 

아이는 태어난지 오래지 않아 문득 스스로 배고픔을 느낀다. 그러면 그 아이 앞에 저절로 보배 그릇이 나타나고 갖가지 맛의 깨끗한 하늘 음식이 저절로 담긴다. 복이 많으면 밥빛깔이 희고, 복이 중간이면 밥빛깔이 푸르며, 복이 적으면 밥빛깔이 붉다. 그 아이는 손으로 밥을 쥐어 입 안에 넣고 먹으면 저절로 소화되는 것이 마치 우유죽[타락]을 불에 던진 것과 같다. 그 아이가 먹기를 마치고 이내 스스로 목마름을 느끼면 저절로 보배 그릇이 나타나 감로수가 담긴다. 복이 많으면 감로수 빛은 희고, 복이 중간이면 감로수 빛은 푸르며, 복이 적으면 감로수 빛은 붉다. 그 아이가 그 감로수를 마시면 감로수가 저절로 소화되는 것이 타락을 불에 던진 것과 같다.

  

아이가 다 마시고 나면 몸은 크게 자라 저 다른 하늘과 같게 된다. 그는 곧 목욕 못에 들어가 온몸을 씻으면서 스스로 즐긴다. 스스로 즐기기를 끝마치고 목욕 못에서 나와 그는 향나무 밑으로 간다. 향나무가 몸을 굽히면 그는 손으로 온갖 향을 취해 자기 몸에 바른다. 그가 다시 무명옷나무[劫貝樹:綿布나무]로 가면 나무는 몸을 굽히고, 그는 온갖 옷을 취해 입는다. 다시 장엄나무로 가면 나무는 몸을 굽히고, 그는 온갖 장엄을 취해 그 몸을 장식한다. 다시 만(?:머리 장식품)나무로 가면 나무는 몸을 굽히고, 그는 만을 취해 머리에 꽂는다. 또 그릇나무로 가면 나무는 몸을 굽히고, 그는 곧 보배그릇을 가진다. 


다시 과실나무로 가면 나무는 몸을 굽히고, 그는 자연생 열매를 취한다. 혹은 먹고 혹은 머금으며 혹은 즙을 걸러 마신다. 다시 악기나무로 가면 나무는 몸을 굽히고, 그는 하늘의 악기를 취하여 맑고 묘한 소리로 연주에 맞추어 노래한다. 모든 동산으로 향하면 그는 무수한 천녀(天女)를 본다. 그들은 온갖 악기로 노래하며 서로 마주보고 말을 건네고 웃는다. 그 하늘은 그것을 보고 드디어 물들어 집착[染着]하는 마음을 내어 동쪽을 보면 서쪽을 잊고 서쪽을 보면 동쪽을 잊는다. 


그는 처음 태어났을 때 스스로 알고 스스로 생각했었다.

'나는 무슨 행으로 말미암아 지금 여기에 태어날 수 있었던가?'

그러나 노는 것을 바라보고 채녀(?女)들이 시중을 드는 가운데 그는 어느새 이 생각을 모두 잊어버리고 만다.

  

어떤 중생은 몸으로 착한 행동을 하고 입으로 착한 말을 하며 마음으로 착한 생각을 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도리천에 태어난다. 이 후식(後識)은 멸하고 저 도리천의 초식(初識)이 생기며 인식작용으로 말미암아 이름과 색이 있고 이름과 색으로 말미암아 여섯 감각기관이 있게 된다. 저 하늘은 처음 태어날 때 염부제의 두세 살 난 아이만 하고 저절로 화현하여 하늘의 무릎 위에 앉는다. 저 하늘은 곧 말한다.

'이 아이는 내 아들이고, 이 아이는 내 딸이다.'

그 다음의 일들은 또한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혹 어떤 중생은 몸과 입과 마음이 착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염마천에 태어난다. 그 하늘은 처음 태어날 때 염부제의 서너 살 난 아이와 같다. 혹 어떤 중생은 몸과 입과 마음이 착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도솔천에 태어난다. 그 하늘은 처음 태어날 때 이 세간의 네다섯 살 난 아이만 하다. 혹 어떤 중생은 몸과 입과 마음이 착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화자재천에 태어난다. 그 하늘은 처음 태어날 때 이 세간의 대여섯 살 난 아이만 하다. 혹 어떤 중생은 몸과 입과 마음이 착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타화자재천에 태어난다. 그 하늘은 처음 태어날 때 이 세간의 예닐곱 살 난 아이만 하다. 그 다음의 일들은 또한 앞에서 말한 내용과 같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름 동안 세 번의 재계(齋戒)를 지켜야 한다. 

어떤 것이 셋인가? 

매달 8일에 재계하는 것이요, 14일에 재계하는 것이며, 15일에 재계하는 것이니, 이것을 삼재(三齋)라 한다.

  

무슨 까닭으로 매달 8일에 재계(齋戒)해야 하는가? 

항상 그 달의 8일에 사천왕이 신하에게 말한다.

'너희들은 세간에 다니면서 모든 중생들을 살펴보라. 부모에게 효순하고 사문 바라문을 공경하고 따르며 웃어른을 존경하고 섬기며 재계를 지키고, 보시하여 모든 궁핍한 자를 구제하는 사람이 있는가를 찾아 보라.'

그때 신하는 왕의 명령을 받고 두루 천하를 돌아다니면서 부모에게 효순하고 사문 바라문을 공경하고 따르며 웃어른을 존경하고 섬기며 재계하고 궁핍한 사람에게 보시하는 사람이 있는가를 두루 관찰한다. 그리고 모든 세간 사람들이 부모에게 불효하고 스승을 공경하지 않으며 재계를 닦지 않고 궁핍한 자를 구제하지 않는 것을 보고 돌아와서는 왕에게 아뢴다.

'대왕이여, 세간에는 부모에게 효순하고 스승을 공경하여 섬기며 재계를 깨끗이 닦고 모든 궁핍한 사람에게 보시하는 자가 아주 적습니다. 너무도 적습니다.'

그때 사천왕은 그 말을 듣고 걱정과 근심이 가득해 불쾌한 마음으로 대답한다.

'아아, 그렇구나. 세상 사람들은 악이 많아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고 스승을 섬기지 않으며 재계를 닦지 않고 궁핍한 사람에게 베풀지 않아 모든 하늘 무리는 줄어들 것이요, 아수라 무리만 늘어날 것이다.'


만일 신하가 세간에서 부모에게 효순하고 스승을 공경하여 섬기며 재계를 부지런히 닦고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하는 자가 있는 것을 보았으면 곧 돌아와 사천왕에게 아뢸 것이다.

'세간에는 부모에게 효순하고 스승을 공경하며 재계를 부지런히 닦고 모든 궁핍한 사람에게 보시하는 자가 있습니다.'

그랬다면 사천왕은 곧 매우 기뻐하며 큰 소리로 말할 것이다.

'좋구나. 나는 훌륭한 말을 들었다. 세간에 만일 능히 부모에게 효순하며 스승을 공경하여 섬기며 재계를 부지런히 닦고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하는 자가 있다면 모든 하늘 무리들은 늘어날 것이요, 아수라의 무리들은 줄어들 것이다.'

  

무슨 까닭으로 14일에 재계해야 하는가? 

14일 재계를 지키는 날에 사천왕은 태자에게 명령한다.

'너는 마땅히 천하를 돌아다니면서 모든 중생들을 살펴보라. 부모에게 효순하고 스승과 웃어른을 공경하며 재계를 부지런히 닦고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하는 자가 있나 없나를 알아보라.'

태자는 왕의 가르침을 받고 곧 천하를 돌아다니면서 모든 중생을 관찰한다. 그래서 부모에게 효순하고 스승과 웃어른을 존경하고 섬기며 재계를 부지런히 닦고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하는 자가 있는가를 두루 관찰한다. 그리고 모든 세간에는 부모에게 불효하고 스승과 웃어른을 공경하지 않으며 재계를 닦지않고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하지 않는 자가 있는 것을 보고 돌아와 왕에게 아뢴다.

'천왕이여, 세간에는 부모에게 효순하며 스승과 웃어른을 공경하고 따르며 재계를 깨끗이 닦고 모든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는 자가 아주 적습니다. 너무도 적습니다.'

그때 사천왕은 그 말을 듣고 걱정과 근심이 가득해 불쾌한 기분으로 말한다.

'아아, 이렇구나. 세상 사람들은 악이 많아 부모에게 불효하고 스승과 웃어른을 섬기지 않으며 재계를 닦지 않고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지 않는구나. 점점 하늘 무리는 줄어들 것이요 아수라의 무리만 늘어날 것이다.'

  

태자가 만일 세간에서 부모에게 효순하며 스승과 웃어른을 공경하고 모시며 재계를 부지런히 닦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시하는 사람을 보았다면 돌아와 왕에게 아뢸 것이다.

'천왕이여, 세간에는 부모에게 효순하며 스승과 웃어른을 공경하고 따르며 재계를 부지런히 닦고 모든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하는 자가 있습니다.'

사천왕은 그 말을 듣고 곧 매우 기뻐하여 외칠 것이다.

'좋구나, 나는 훌륭한 말을 들었다. 세간에 능히 부모를 효도로 섬기고 스승과 웃어른을 존경하고 공경하며 재계를 부지런히 닦고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하는 자가 있다면 하늘 무리는 점점 늘어날 것이요, 아수라의 무리는 줄어들 것이다.'

그러므로 14일에 재계해야 하는 것이다.

  

무슨 까닭으로 15일에 재계해야 하는가? 

15일 재계하는 날이 되면 사천왕은 몸소 내려와 천하를 돌아다니면서 모든 중생을 관찰하여 세간에서 혹 부모에게 효순하며 스승과 웃어른을 공경하여 모시며 재계를 부지런히 닦고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하는 자가 있는가를 알아본다. 그가 세간 사람들을 살펴볼 때 대부분 부모에게 불효하고 스승과 웃어른을 섬기지 않으며 재계를 부지런히 닦지 않고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하지 않으면, 그 때 사천왕은 선법당(善法堂)에 나아가 제석천왕에게 아뢴다.

'대왕이여, 마땅히 아소서. 세간 중생들 대부분은 부모에게 불효하고 스승과 웃어른을 공경하지 않으며 재계를 닦지 않고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하지 않습니다.'

제석과 도리천의 모든 하늘들은 이 말을 듣고 걱정과 근심이 가득해 불쾌한 마음으로 말한다.

'아아, 그렇구나. 세상 사람들은 악이 많아 부모에게 불효하고 스승과 웃어른을 공경하지 않으며 재계를 닦지 않고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하지 않는구나. 모든 하늘 무리는 줄어들고 아수라의 무리는 늘어날 것이다.'

  

사천왕이 만일 세간에서 부모에게 효순하고 스승과 웃어른을 공경하여 모시며 재계를 부지런히 닦고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하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았다면 돌아와 선법당에 나아가 제석천왕에게 아뢸 것이다.

'세상 사람들 중에는 부모에게 효순하고 스승과 웃어른을 공경하여 모시며 재계를 부지런히 닦고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석과 도리천의 모든 하늘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해 외칠 것이다.

'좋구나, 세간에 부모에게 효순하고 스승과 웃어른을 공경하여 모시며 재계를 부지런히 닦고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하는 사람이 있다면 모든 하늘 무리는 점점 늘어날 것이요, 아수라의 무리는 줄어들 것이다.'

그러므로 15일에 재계해야 하는 것이다. 


이상 세 번의 재개를 가져야 하느니라.”

  

그때 제석천왕은 모든 하늘로 하여금 몇 배나 기쁜 마음을 내게 하기 위하여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항상 매달 8일과

  14일 그리고 15일에

  가르침을 받고 재계를 닦으면

  그 사람은 나와 같이 되리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제석천왕은 이 게송을 말하였지만, 그렇다고 하여 잘 받아들인 것도 아니요, 잘 말한 것도 아니다. 나는 옳지 않다고 하리라. 무슨 까닭인가? 저 제석천은 음욕을 내는 마음[淫心]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아직 다하지 않았고 또한 태어남ㆍ병듦ㆍ늙음ㆍ죽음과 근심ㆍ슬픔ㆍ괴로움ㆍ번뇌에서 해탈하지 못했기 때문이니, 나는 그를 아직 괴로움의 근본을 여의지 못했다고 말하노라.

  

만일 우리 비구가 번뇌를 다한 아라한이 되어 할 일을 이미 다해 마치고 무거운 짐을 버렸으며 스스로 자기의 이익을 거두고 온갖 존재의 번뇌를 다 없애고 평등하게 해탈했다면 이러한 비구야말로 마땅히 그런 게송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매달 8일과

  14일 그리고 15일에

  가르침을 받고 재계를 닦으면

  그 사람은 나와 같이 되리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런 비구가 이 게송을 말했다면 그야말로 잘 받았다고 할 것이요, 잘 말했다고 할 것이며, 내가 인가해 주었을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그 비구들은 음욕을 내는 마음[淫心]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이미 다했고 태어남ㆍ병듦ㆍ늙음ㆍ죽음과, 근심ㆍ슬픔ㆍ괴로움ㆍ번뇌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나는 그 사람은 괴로움의 근본을 이미 여읜 사람이라고 말하노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는 빈틈 없이 귀신이 가득 차 있다. 모든 큰 길ㆍ작은 길ㆍ뒷골목ㆍ사거리와 백정의 장터 및 묘지에도 빈틈 없이 귀신이 가득 차 있다. 무릇 귀신들은 다 그 의지하는 곳을 따라 곧 이름이 지어진다. 사람을 의지하면 사람을 이름으로 하고, 마을을 의지하면 마을을 이름으로 하며, 성을 의지하면 성을 이름으로 하고, 나라를 의지하면 나라를 이름으로 하며, 흙을 의지하면 흙을 이름으로 하고, 산을 의지하면 산을 이름으로 하며, 강을 의지하면 강을 이름으로 한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수목(樹木)과 아주 작은 수레바퀴의 굴대에도 다 귀신이 의지해 있어 빈틈이 없다. 모든 남자나 여자가 처음 태어날 때에도 다 귀신이 있어 따라다니면서 옹호하고, 만일 그가 죽으려고 할 때에는 그를 수호하던 귀신이 그의 정기를 취하여 그 사람은 곧 죽게 된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외도 범지(外道梵志)가 이렇게 묻는다고 하자.

'여러분, 만일 모든 남녀가 처음 태어날 때에 누구에게나 귀신이 있어 따라다니면서 수호하고 그가 죽으려고 할 때에는 그를 수호하던 귀신이 그의 정기를 취하여 그 사람이 곧 죽게 된다면, 현재 세계의 사람들은 왜 귀신 때문에 장애를 받는 사람도 있고 귀신 때문에 장애를 받지 않는 사람도 있는가?'


만일 이렇게 묻거든 너희들은 마땅히 그에게 이렇게 대답하라.

'세상 사람은 법답지 않은 행을 한다. 올바르지 못한 생각으로 마음이 뒤바뀌어 열 가지 악업을 짓는다. 이러한 무리들은 백이나 천이 된다 해도 오직 한 귀신만의 수호가 있을 뿐이다. 비유하면 소나 염소는 백 마리나 천 마리가 되어도 한 사람의 목자가 있는 것과 같이 법답지 않은 행을 하고 올바르지 못한 생각으로 마음이 뒤바뀌어 열 가지 악업을 짓는 그러한 무리들은 백이나 천이 된다 해도 오직 한 신만의 수호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만일 어떤 사람이 선법을 수행하고 올바르게 보고 믿음을 가져 열 가지 선업을 갖추면 그러한 사람은 백천의 신이 수호한다. 비유하면 국왕이나 국왕의 대신에게는 백천 사람이 따라다니며 국왕 한 사람을 호위하는 것과 같이 선법을 수행하고 열 가지 선업을 갖춘 그러한 사람은 백천의 신이 수호한다. 이 인연으로써 세상 사람들은 귀신 때문에 장애를 받는 자도 있고 귀신 때문에 장애를 받지 않는 자도 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염부제 사람은 세 가지 면에서 구야니 사람보다 우세하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첫째는 용맹스럽고 기억력이 강해 능히 업(業)을 일으키는 것이요, 둘째는 용맹스럽고 기억력이 강해 범행을 부지런히 닦는 것이며, 셋째는 용맹스럽고 기억력이 강해 부처님께서 그 땅에 나시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면에서 구야니보다 낫다. 


구야니 사람은 세 가지 면에서 염부제 사람보다 우세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첫째는 소가 많은 것이요, 둘째는 염소가 많은 것이며, 셋째는 주옥(珠玉)이 많은 것이니, 이 세 가지 면에서는 염부제보다 우세하다. 


염부제는 세 가지 면에서 불우체보다 우세하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첫째는 용맹스럽고 기억력이 강해 능히 업을 일으키는 것이요, 둘째는 용맹스럽고 기억력이 강해 능히 범행을 닦는 것이며, 셋째는 용맹스럽고 기억력이 강해 부처님께서 그 땅에 나시는 것이니, 이 세 가지 면에서 불우체보다 우세하다. 


불우체는 세 가지 면에서 염부제보다 우세하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첫째는 그 토지가 아주 넓은 것이요, 둘째는 그 땅이 아주 큰 것이며, 셋째는 그 땅이 아주 묘한 것이니, 이 세 가지 면에서 염부제보다 우세하다.

  

염부제는 세 가지 면에서 울단왈보다 우세하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첫째는 용맹스럽고 기억력이 강해 능히 업을 일으키는 것이요, 둘째는 용맹스럽고 기억력이 강해 범행을 닦는 것이며, 셋째는 용맹스럽고 기억력이 강해 부처님께서 그 땅에 나시는 것이니, 이 세 가지 면에서 울단왈보다 우세하다. 


울단왈은 세 가지 면에서 염부제보다 우세하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첫째는 얽매이는 곳이 없는 것이요, 둘째는 나의 소유라는 것이 없는 것이며, 셋째는 수명이 천 살로 정해져 있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면에서 염부제보다 우세하다. 


염부제 사람은 또한 위의 세 가지 면에서 아귀세계[餓鬼趣]보다 우세하다. 아귀세계도 세 가지 면에서 염부제보다 우세하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첫째는 수명이 긴 것이요, 둘째는 몸이 큰 것이며, 셋째는 남이 지은 것을 자기가 받는 것이니, 이 세 가지 면에서 염부제보다 우세하다. 


염부제 사람은 또한 위의 세 가지 면에서 용이나 금시조보다 우세하다. 용과 금시조도 또한 세 가지 면에서 염부제보다 우세하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첫째는 수명이 긴 것이요, 둘째는 몸이 큰 것이며, 셋째는 궁전이 장엄한 것이니, 이 세 가지 면에서 염부제보다 우세하다.

  

염부제는 위의 세 가지 면에서 아수륜보다 우세하다. 아수륜도 또한 세 가지 면에서는 염부제보다 우세하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첫째는 궁전이 높고 넓은 것이요, 둘째는 궁전이 장엄한 것이며, 셋째는 궁전이 청정한 것이니, 이 세 가지 면에서는 염부제보다 우세하다. 염부제 사람은 위의 세 가지 면에서 사천왕보다 우세하다. 


사천왕도 또 세 가지 면에서는 염부제보다 우세하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첫째는 수명이 긴 것이요, 둘째는 단정한 것이며, 셋째는 즐거움이 많은 것이니, 이 세 가지 면에서는 염부제보다 우세하다. 


염부제 사람은 또 위의 세 가지 면에서 도리천ㆍ염마천ㆍ도솔천ㆍ화자재천ㆍ타화자재천보다 우세하다. 그리고 이 모든 하늘도 또한 세 가지 면에서는 염부제보다 우세하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첫째는 수명이 긴 것이요, 둘째는 단정한 것이며, 셋째는 즐거움이 많은 것이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욕계(欲界)의 중생에는 열두 종류[種]가 있다. 어떤 것이 열두 종류인가? 첫째 지옥, 둘째 축생, 셋째 아귀, 넷째 사람, 다섯째 아수륜, 여섯째 사천왕, 일곱째 도리천, 여덟째 염마천, 아홉째 도솔천, 열째 화자재천, 열한째 타화자재천, 열두째 마천(魔天)이다.

  

색계(色界)의 중생에는 스물두 종류가 있다. 어떤 것이 스물 두 종류인가? 

첫째 범신천(梵身天), 둘째 범보천(梵輔天), 셋째 범중천(梵衆天), 넷째 대범천(大梵天), 다섯째 광천(光天), 여섯째 소광천(少光天), 일곱째 무량광천(無量光天), 여덟째 광음천(光音天), 아홉째 정천(淨天), 열째 소정천(少淨天), 열한째 무량정천(無量淨天), 열두째 변정천(遍淨天), 열셋째 엄식천(嚴飾天), 열넷째 소엄식천(小嚴飾天), 열다섯째 무량엄식천(無量嚴飾天), 열여섯째 엄식과실천(嚴飾果實天), 열일곱째 무상천(無想天), 열여덟째 무조천(無造天), 열아홉째 무열천(無熱天), 스무째 선견천(善見天), 스물한째 대선견천(大善見天), 스물두째 아가니타천(阿迦尼?天)이다.3)

(아가니타천이란 보통 18천으로 이야기 된다. 범중천ㆍ범보천ㆍ대범천(이상 초선천)ㆍ소광천ㆍ무량광천ㆍ광음천(이상2선천)ㆍ소정천ㆍ무량정천ㆍ변정천(이상3선천)ㆍ무운천ㆍ복생천ㆍ광과천ㆍ무상천ㆍ무번천ㆍ무열천ㆍ선견천ㆍ선현천ㆍ색구경천(이상 4선천).


무색계의 중생에는 네 종류가 있다. 어떤 것이 네 종류인가? 첫째 공지천(空智天), 둘째 식지천(識智天), 셋째 무소유지천(無所有智天), 넷째 유상무상지천(有想無想智天)이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네 종류의 천신(天神)이 있다. 어떤 것이 종류인가? 

첫째 흙신[地神], 둘째 물신[水神], 셋째 바람신[風神], 넷째 불신[火神]이다.

  

옛날 흙신은 잘못된 소견을 내어 말했다.

'흙 속에는 물과 불과 바람이 없다.'

그때 나는 이 흙신이 생각하는 것을 알고 곧 가서 물었다.

'그대는 흙 속에 물과 불과 바람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흙신이 대답했다.

'흙 속에는 진실로 물과 불과 바람이 없습니다.'

나는 그때 말했다.

'그대는 그런 생각을 내어 흙 속에는 물과 불과 바람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무슨 까닭인가? 흙 속에는 물과 불과 바람이 있지만 흙의 요소[地大]가 많기 때문에 흙의 요소라는 이름을 얻었을 따름이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그 때 저 흙신을 위해 차례로 설법하여 그의 잘못된 소견을 없애 주고 가르쳐 보여 그를 이익되게 하고 기쁘게 해 주었다. 그리고 보시에 대한 이야기, 계율에 대한 이야기, 하늘에 태어나는 이치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고 욕심은 깨끗한 것이 아니고 심한 번뇌[上漏]는 근심거리이며, 출요(出要)가 가장 훌륭한 것이라고 가르치고, 또한 청정한 범행을 자세히 설명하여 열어 보였다. 


나는 그때 그의 마음이 깨끗해지고 부드러워지며 기뻐하고 5온으로 인한 번뇌[陰蓋]가 없어져 교화하기 쉬움을 알았다. 그래서 모든 부처님의 변함없는 진리인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지리[苦聖諦]ㆍ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集諦]ㆍ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滅諦]ㆍ괴로움의 벗어남에 대한 진리[苦出要諦]를 자세히 설명해 열어 보였다. 


그때 흙신은 그 자리에서 티끌을 멀리 하고 때를 여의어 법의 눈[法眼]이 깨끗해졌다. 비유하면 맑고 깨끗한 흰 옷이 물들기 쉬운 것처럼, 믿는 마음이 청정하여 마침내 법의 눈을 얻고 의심이 없어져 결정코 과(果)를 얻었다.그래서 악도(惡道)에 떨어지지 않고 다른 길로 향하지 않았으며 두려움 없는 경지를 성취하였다. 그는 내게 말했다.

'저는 이제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가에 귀의하나이다.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행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저로 하여금 바른 법[正法] 가운데서 우바이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소서.'”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물신[水神]은 잘못된 소견을 내어 말했다.

'물 가운데는 땅과 불과 바람이 없다.'

그때 흙신[地神]은 저 물신의 마음에 이런 소견이 생긴 줄을 알고 물신에게 가서 말했다.

'너는 참으로 그런 소견을 내어 물 가운데에는 흙과 불과 바람이 없다고 말했는가?'

그는 대답했다.

'진실로 그렇다.'

흙신은 말했다.

'너는 그런 소견을 일으켜 물에는 흙과 불과 바람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무슨 까닭인가? 물에는 흙과 불과 바람이 있지만 물의 요소가 많기 때문에 물의 요소라는 이름을 얻었을 따름이다.'

  

그때 흙신은 곧 그를 위해 설법해 그의 잘못된 소견을 덜어주고 가르쳐 보여 그를 이익되게 하고 기쁘게 해 주었다. 그리고 보시에 대한 이야기, 계율에 대한 이야기, 하늘에 태어나는 이치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고 욕심은 깨끗한 것이 아니고, 심한 번뇌[上漏]는 근심거리이며, 출요(出要)가 가장 훌륭한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또한 청정한 범행을 자세히 설명하여 열어 보였다. 흙신은 그 때 그의 마음이 깨끗해지고 부드러워지며 기뻐하고 온으로 인한 번뇌[陰蓋]가 없어져 교화하기 쉬움을 알았다. 


그래서 모든 부처님의 변함없는 진리인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ㆍ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진리ㆍ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ㆍ괴로움의 벗어남에 대한 진리를 자세히 설명해 열어 보였다. 그 때 물신은 곧 티끌을 멀리 하고 때를 여의어 법의 눈이 깨끗해졌다. 비유하면 맑고 깨끗한 흰 옷이 물들기 쉬운 것처럼 믿는 마음이 청정하여 마침내 법의 눈을 얻고 의심이 없어져 결정코 과(果)를 얻었다. 그래서 악도(惡道)에 떨어지지 않고 다른 길로 향하지 않았으며 두려움 없는 경지를 성취하여 흙신에게 아뢰었다.

'나는 이제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가에 귀의합니다.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행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저로 하여금 바른 법 가운데서 우바이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소서.'”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불신[火神]이 잘못된 소견을 내어 말했다.

'불 가운데에는 흙과 물과 바람이 없다.'

그때 흙신과 물신은 저 불신의 마음에 이런 소견이 생긴 줄을 알고 함께 불신에게 가서 말했다.

'너는 참으로 그런 소견을 일으켰는가?'

그는 대답했다.

'진실로 그렇다.'

흙신과 물신이 말했다.

'너는 그런 소견을 내지 말라. 무슨 까닭인가? 불 가운데에는 흙과 물과 바람이 있지만 불의 요소가 많기 때문에 불의 요소[火大]라는 이름을 얻었을 따름이다.'

  

그때 두 신은 곧 그를 위해 설법하여 그의 잘못된 소견을 덜어주고 가르쳐 보이고 이익되게 하고 기쁘게 해 주었다. 그리고 보시에 대한 이야기, 계율에 대한 이야기와 하늘에 태어나는 이치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고 욕심은 깨끗한 것이 아니며, 심한 번뇌[上漏]는 근심거리이고, 출요(出要)가 가장 훌륭한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또한 청정한 범행을 자세히 설명하여 열어 보였다. 


두 신은 그때 불신의 마음이 깨끗해지고 부드러워지며 기뻐하고 5온으로 인한 번뇌[陰蓋]가 없어져 교화하기 쉬움을 알았다. 그래서 모든 부처님의 변함없는 진리인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ㆍ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진리ㆍ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ㆍ괴로움의 벗어남에 대한 진리를 자세히 설명해 열어 보였다. 그 때 그 불신은 곧 티끌을 멀리 하고 때를 여의어 법의 눈이 깨끗해졌다. 비유하면 마치 깨끗한 흰 옷이 물들기 쉬운 것처럼 그도 또한 그와 같아서 신심이 청정하여 마침내 법의 눈을 얻고 의심이 없어져 결정코 과(果)를 얻었다. 그리하여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다른 길로 향하지 않으며 두려움 없는 경지를 성취하여 두 신에게 아뢰었다.

'나는 이제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귀의합니다.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행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저로 하여금 바른 법 가운데서 우바이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소서.'”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바람신[風神]이 잘못된 소견을 내어 말했다.

'바람에는 흙과 물과 불이 없다.'

그때 흙신ㆍ물신ㆍ불신은 저 바람신이 잘못된 소견을 낸 줄을 알고 그에게 가서 말했다.

'너는 참으로 그런 소견을 내었는가?'

그는 대답했다.

'진실로 그렇다.'

흙신과 물신과 불신이 말했다.

'너는 그런 소견을 내지 말라. 무슨 까닭인가? 바람 가운데에는 흙과 물과 불이 있지만, 바람의 요소[風大]가 많기 때문에 바람의 요소라는 이름을 얻었을 따름이다.'


그때 세 신은 곧 그를 위해 설법하여 그의 잘못된 소견을 덜어주고 가르쳐 보이고 이익되게 하고 기쁘게 해 주었다. 그리고 보시에 대한 이야기, 계율에 대한 이야기와 하늘에 태어나는 이치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고 욕심은 깨끗한 것이 아니고, 심한 번뇌[上漏]는 근심거리이며, 출요(出要)가 가장 훌륭한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또한 청정한 범행을 자세히 설명하여 열어 보였다. 


세 신은 그때 그의 마음이 깨끗해지고 부드러워지며 기뻐하고 5온으로 인한 번뇌[陰蓋]가 없어져 교화하기 쉬움을 알았다. 그래서 모든 부처님의 변함없는 진리인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ㆍ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진리ㆍ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ㆍ괴로움의 벗어남에 대한 진리를 자세히 설명해 열어 보였다. 그 때 바람신은 곧 티끌을 멀리 하고 때를 여의어 법의 눈이 깨끗해졌다. 비유하면 마치 깨끗한 흰 옷이 물들기 쉬운 것처럼 그도 또한 그와 같아서 믿는 마음이 청정하여 마침내 법의 눈을 얻고 의심이 없어져 결정코 과(果)를 얻었다. 변함없는 진리인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다른 길로 향하지 않으며 두려움 없는 경지를 성취하여 세 신에게 아뢰었다.

'나는 이제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귀의합니다. 목숨을 마칠 때까지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행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원컨대 저로 하여금 바른 법 가운데에서 우바이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소서. 모든 중생들을 사랑하여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구름에 네 종류가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종류인가? 

첫째는 흰 빛이요, 둘째는 검은 빛이며, 셋째는 빨간 빛이요, 넷째는 붉은 빛이다. 그 흰 빛은 흙의 요소[地大]가 치우치게 많은 것이요, 검은 빛은 물의 요소[水大]가 치우치게 많은 것이며, 빨간 빛은 불의 요소[火大]가 치우치게 많은 것이요, 붉은 빛은 바람의 요소[風大]가 치우치게 많은 것이다. 구름은 흙에서 혹 10리ㆍ20리ㆍ30리ㆍ40리 내지 4천 리까지 떨어져 있다. 단 겁이 시작될 때와 끝날 때에 구름이 올라가 광음천(光音天)에 이르는 것은 제외된다.

  

번개에 네 종류가 있다. 어떤 것이 네 종류인가? 

동방의 번개를 신광(身光)이라 하고, 남방의 번개를 난훼(難毁)라 하며, 서방의 번개는 유염(流焰)이라 하고, 북방의 번개는 정명(定明)이라 한다. 어떤 인연으로 허공의 구름 가운데 이런 전광(電光)이 있게 되는가? 어떤 때에는 신광이 난훼와 서로 부딪치고, 어떤 때에는 신광이 유염과 서로 부딪치며, 어떤 때에는 신광이 정명과 서로 부딪친다. 어떤 때에는 난훼가 유염과 서로 부딪치고, 어떤 때에는 난훼가 정명과 서로 부딪치며, 어떤 때에는 유염이 정명과 서로 부딪친다. 이런 인연으로 허공의 구름 속에서 전광이 일어난다. 또 어떤 인연으로 허공의 구름 속에 우레소리[雷聲]가 일어나는가? 허공에서 어떤 때에는 흙의 요소[地大]가 물의 요소[水大]와 서로 부딪치고, 어떤 때에는 흙의 요소가 불의 요소[火大]와 서로 부딪치며, 어떤 때에는 흙의 요소가 바람의 요소[風大]와 서로 부딪친다. 어떤 때에는 물의 요소가 불의 요소와 서로 부딪치고 어떤 때에는 물의 요소가 바람의 요소와 서로 부딪친다. 이런 인연으로 허공의 구름 속에서 우레소리가 일어난다.

  

점술가는 비가 올 것이라고 점치지만 분명히 알 수 없게 하여 점술가를 미혹하게 하는 다섯 가지 인연이 있다. 어떤 것이 다섯인가? 

첫째는 구름 속에 우레와 번개가 있을 때 반드시 비가 오리라고 점치지만 불의 요소가 많기 때문에 구름을 불살라 비가 오지 않는 경우이다. 이것이 점술가를 미혹하게 하는 첫 번째 인연이다. 

둘째는 구름 속에 우레와 번개가 있을 때 반드시 비가 오리라고 점치지만 큰 바람이 일어나 구름을 불어 사방으로 흩어 여러 산 속으로 들어가게 한다. 이런 인연으로 점술가는 미혹하게 된다. 

셋째는 구름 속에 우레와 번개가 있을 때 반드시 비가 오리라고 점치지만 때마침 큰 아수륜이 나타난 뜬 구름을 집어다 큰 바다 가운데 옮겨 놓는다. 이런 인연으로 점술가는 미혹하게 된다. 

넷째는 구름 속에 우레와 번개가 있을 때 반드시 비가 오리라고 점치지만 운사(雲師)와 우사(雨師)가 방일하고 음란하여 마침내 비를 내리지 않는다. 이런 인연으로 점술가는 미혹하게 된다. 

다섯째는 구름 속에 우레와 번개가 있을 때 반드시 비가 오리라 점치지만 세간의 무리들이 법답지 않고 방일(放逸)하여 부정(不淨)한 행을 하고 간탐하고 질투하며 소견이 거꾸로 되었기 때문에 하늘은 비를 내리지 않는다. 


이런 인연으로 점술가는 미혹하게 된다. 이 다섯 가지 인연 때문에 점술가는 비를 점치지만 확실하게 맞추지 못하는 것이다.”


9) 삼재품(三災品)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네 가지 일[事]이 있다. 장구(長久)하기 한량없고 무한하여 일월과 세수(歲數)로써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 세간의 재앙이 일어나기 시작하여 이 세간이 무너지려 할 때까지의 기간으로서 그 중간은 장구하기 한량없고 무한하여 몇날 몇월 몇년으로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둘째 이 세간이 다 무너진 뒤에 그 중간은 텅 비어서 세간이 없는 기간으로서 장구하고 멀고 멀어 몇날 몇월 몇년으로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셋째 천지가 처음으로 생겨나 성립되려 할 때까지의 기간으로서 그 중간은 장구하여 몇날 몇월 몇년으로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넷째 천지가 이미 성립되어 오랫동안 머물러 무너지지 않는 기간으로서 일월과 세수로써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을 장구하기 한량없고 무한하여 몇날 몇월 몇년으로 헤아릴 수 없는 네 가지 일이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는 삼재(三災)가 있다. 

어떤 것이 삼재인가? 

첫째는 화재(火災)요, 둘째는 수재(水災)요, 셋째는 풍재(風災)이다. 


이 삼재에는 세 한계가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첫째는 광음천(光音天)이요, 둘째는 변정천(遍淨天)이며, 셋째는 과실천(果實天)이다. 만일 화재가 일어나면 광음천까지 이르니 광음천이 그 한계가 되고, 만일 수재가 일어나면 변정천까지 이르니 변정천이 그 한계가 되며, 만일 풍재가 일어나면 과실천까지 이르니 과실천이 그 한계가 된다.

  

어떤 것을 화재라 하는가? 

화재가 처음 일어나려고 할 때에는 이 세간 사람들은 다 바른 법을 행하고 바른 소견을 지녀 뒤바뀐 생각이 없으며, 열 가지 선행을 닦는다. 이 법을 행할 때 어떤 사람은 제2선(第二禪)을 얻어 몸을 솟구쳐 허공에 올라가 성인도(聖人道)ㆍ천도(天道)ㆍ범도(梵道)에 머물면서 소리 높여 외친다.

'여러분, 마땅히 아시오. 이것이 각(覺)도 없고 관(觀)도 없는 제2선의 즐거움입니다. 제2선은 즐거운 것입니다.'

이때 세간 사람들은 이 소리를 듣고 그를 우러러 보면서 말한다.

'훌륭하고 훌륭하십니다. 오직 원컨대 저희들을 위하여 각(覺)도 없고 관(觀)도 없는 제2선의 도(道)를 말씀해 주소서.'

그때 공중에 있는 사람은 그 말을 듣고 곧 그들을 위하여 각도 없고 관도 없는 제2선의 도를 설명한다. 이 세간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곧 각도 없고 관도 없는 제2선의 도를 닦아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광음천에 태어난다.

  

이때 지옥의 중생들도 죄가 끝나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인간 세계에 태어난다. 그리하여 각도 없고 관도 없는 제2선의 도를 닦고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광음천에 태어난다. 


또 축생ㆍ아귀ㆍ아수륜ㆍ사천왕ㆍ도리천ㆍ염마천ㆍ도솔천ㆍ화자재천ㆍ타화자재천ㆍ범천의 중생들도 목숨을 마친 뒤에는 인간에 태어나 각도 없고 관도 없는 제2선을 닦는다. 그래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광음천에 태어난다.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지옥의 세계가 다 없어지고 축생ㆍ아귀ㆍ아수륜과, 나아가 범천 세계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없어진다. 이때가 닥치면 먼저 지옥이 다 없어지고 그 뒤에 축생이 다 없어지며 축생이 다 없어진 뒤에 아귀가 다 없어진다. 아귀가 다 없어진 뒤에는 아수륜이 다 없어지고 아수륜이 다 없어진 뒤에는 사천왕이 다 없어지며 사천왕이 다 없어진 뒤에는 도리천이 다 없어지고 도리천이 다 없어진 뒤에는 염마천이 다 없어진다. 염마천이 다 없어진 뒤에는 도솔천이 다 없어지고 도솔천이 다 없어진 뒤에는 화자재천이 다 없어진다. 화자재천이 다 없어진 뒤에는 타화자재천이 다 없어지고 타화자재천이 다 없어진 뒤에는 범천이 다 없어진다. 범천이 다 없어진 뒤에는 사람이 다 없어져서 남음이 없게 되고 사람이 다 없어져 남음이 없게 된 뒤 이 세상은 무너지고 재앙이 일어나게 된다. 그 뒤에는 하늘에서 비를 내리지 않아 온갖 곡식과 초목이 저절로 말라죽는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의 행(行)은 무상한 것이어서 변하고 무너져 믿을 것이 없다. 무릇 조작된 모든 법들은 싫어하고 걱정해야 할 것이니 마땅히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해탈의 도를 구하라.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 큰 흑풍(黑風)이 사납게 일어나 큰 바다에 불어와서 깊이가 8만 4천 유순이나 되는 바닷물을 양쪽으로 헤친다. 그리고 해의 궁전을 취해다가 땅에서 4만 2천 유순쯤 떨어진 수미산 중턱에 있는 해가 지나는 길에 둔다. 이로 말미암아 세간에는 두 개의 해가 나타나고 두 개의 해가 나타난 뒤에는 이 세간에 있는 모든 작은 강과 봇물과 도랑물은 다 말라 버린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의 행은 무상한 것이어서 변하고 무너져 믿을 것이 없다. 무릇 조작된 모든 법들은 싫어하고 걱정해야 할 것들이니 마땅히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해탈의 도를 구하라.


그 후 오랜 세월이 지나면 큰 흑풍이 사납게 일어나 큰 바다에 불어와서 깊이 8만 4천 유순이나 되는 바닷물을 양쪽으로 헤친다. 그리고 해의 궁전을 취해다가 땅에서 4만 2천 유순쯤 떨어진 수미산 중턱에 있는 해가 지나는 길에 둔다. 이로 말미암아 세간에는 세 개의 해가 나타나고 세 개의 해가 나타난 뒤에는 이 세간의 모든 물인 항하(恒河)ㆍ야바나하(耶婆那河)ㆍ바라하(婆羅河)ㆍ아이라바제하(阿夷羅婆提河)ㆍ아마겁하(阿摩怯河)ㆍ신타하(辛陀河)ㆍ고사하(故舍河)는 다 말라 남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의 행은 무상한 것이어서 변하고 무너져 믿을 것이 없다. 무릇 조작된 모든 법들은 아주 싫어하고 걱정해야 할 것들이니, 마땅히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해탈의 도를 구하라.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 큰 흑풍이 사납게 일어나 큰 바다에 불어와서 깊이가 8만 4천 유순이나 되는 바닷물을 양쪽으로 불어 헤친다. 그리고 해의 궁전을 취해다가 수미산 중턱에 있는 해가 지나는 길에 둔다. 이로 말미암아 세간에는 네 개의 해가 나타나고 네 개의 해가 나타나면 가로와 세로가 각각 50유순인 대선견못[大善見池]ㆍ아뇩대못[阿?大池]ㆍ사방타연못[四方陀延池]ㆍ우발라못[優鉢羅池]ㆍ구물두못[拘物頭池]ㆍ분타리못[分陀利池]ㆍ리못[離池] 등 이 세간의 모든 샘물과 못은 다 마르고 만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의 행은 무상한 것이어서 변하고 무너져 믿을 것이 없다. 무릇 조작된 모든 법들은 아주 싫어하고 걱정해야 할 것들이니, 마땅히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해탈의 도를 구하라.

  

그 후 오랜 세월이 지나면 큰 흑풍이 사납게 일어나 큰 바다에 불어와서 양쪽으로 헤친다. 그리고 해의 궁전을 취해다가 수미산 중턱에 있는 해가 지나는 길에 둔다. 이로 말미암아 세간에는 다섯 개의 해가 나타나고 다섯 개의 해가 나타나면 바닷물은 점점 줄어 1백 유순에서 7백 유순에까지 이른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의 행은 무상한 것이어서 변하고 무너져 믿을 것이 없다. 무릇 조작된 모든 법들은 아주 싫어하고 걱정해야 할 것들이니, 마땅히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해탈의 도를 구하라.

  

이때 대해의 물은 점점 줄어 남은 것은 7백 유순ㆍ6백 유순ㆍ5백 유순ㆍ4백 유순 나아가 1백 유순에까지 이른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의 행은 무상한 것이어서 변하고 무너져 믿을 수 없는 것이다. 무릇 조작된 모든 법들은 아주 싫어하고 걱정해야 할 것들이니, 마땅히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해탈의 도를 구하라.

그때 바닷물은 점점 줄어 7유순ㆍ6유순ㆍ5유순 나아가 1유순에까지 이른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의 행은 무상한 것이어서 변하고 무너져 믿을 것이 없다. 무릇 조작된 모든 법들은 아주 싫어하고 걱정해야 할 것들이니, 마땅히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해탈의 도를 구하라.

그 뒤에 바닷물은 점점 줄어 7다라(多羅)나무ㆍ6다라나무에 이르고 나아가서는 1다라나무의 깊이에까지 이른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의 행은 무상한 것이어서 변하고 무너져 믿을 것이 없다. 무릇 조작된 모든 법들은 아주 싫어하고 걱정해야 할 것들이니, 마땅히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해탈의 도를 구하라.

그 뒤에 바닷물은 갈수록 얕아져 일곱 사람ㆍ여섯 사람ㆍ다섯 사람ㆍ네 사람ㆍ세 사람ㆍ두 사람ㆍ한 사람 키만한 깊이가 되고 다시 허리에 이르고 무릎에 이르다가 결국은 복사뼈에까지 이른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의 행은 무상한 것이어서 변하고 무너져 믿을 것이 없다. 무릇 조작된 모든 법들은 아주 싫어하고 걱정해야 할 것들이니, 마땅히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해탈의 도를 구하라.

그 뒤에 바닷물은 마치 봄비와 같고 뒤에는 또 소발자국에 고인 물과 같다가 결국은 완전히 말라 사람의 손가락도 담글 수 없게 된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의 행은 무상한 것이어서 변하고 무너져 믿을 것이 없다. 무릇 조작된 모든 법들은 아주 싫어하고 걱정해야 할 것들이니, 마땅히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해탈의 도를 구하라.

그 후 오랜 세월이 지나면 큰 흑풍이 사납게 일어나 깊이 8만 4천 유순이나 되는 바다 밑의 모래에 불어 양쪽 언덕에 휘몰아 쌓고, 해의 궁전을 취해다가 수미산 중턱에 있는 해가 지나는 길에 둔다. 이로 말미암아 세간에는 여섯 개의 해가 나타나고 여섯 개의 해가 나타나면 4천하와 8만 천하의 모든 산ㆍ큰 산ㆍ수미산왕까지도 다 연기를 일으키며 타오른다. 그것은 마치 도가(陶家)에서 질그릇을 처음 구울 때처럼 여섯 개의 해가 나타날 때에도 또한 그와 같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의 행은 무상한 것이어서 변하고 무너져 믿을 것이 없다. 무릇 조작된 모든 법들은 아주 싫어하고 걱정해야 할 것들이니, 마땅히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해탈의 도를 구하라.

그 후 오랜 세월이 지나면 큰 흑풍이 사납게 일어나 깊이 8만 4천 유순이나 되는 바다 밑의 모래에 불어 양쪽 언덕에 휘몰아 쌓고, 해의 궁전을 취해다가 수미산 중턱에 있는 해가 지나는 길에 둔다. 이로 말미암아 세간에는 일곱 개의 해가 나타난다. 일곱 개의 해가 나타나면 4천하와 8만 천하의 모든 산ㆍ큰 산ㆍ수미산왕은 다 활활 타버리나니, 마치 도가의 가마에서 불꽃이 일어나는 것과 같다. 일곱 개의 해가 나타날 때에도 또한 그와 같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의 행은 무상한 것이어서 변하고 무너져 믿을 것이 없다. 무릇 조작된 모든 것들은 아주 싫어하고 걱정해야 할 것들이니, 마땅히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해탈의 도를 구하라.

이 4천하와 8만 천하의 모든 산과 수미산이 모두 다 활활 타버리면 동시에 사천왕의 궁전ㆍ도리천의 궁전ㆍ염마천의 궁전ㆍ도솔천ㆍ화자재천ㆍ타화자재천ㆍ범천의 궁전까지도 또한 모두 활활 타버리고 만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의 행은 무상한 것이어서 변하고 무너져 믿을 것이 없다. 무릇 조작된 모든 것들은 아주 싫어하고 걱정해야 할 것들이니, 마땅히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해탈의 법을 구하라. 이 4천하에서부터 나아가 범천에 이르기까지 불길에 모두 타버린 뒤에는 바람이 불어 불꽃이 광음천까지 이르게 된다. 그 곳에 처음 태어난 천신의 자식들은 이 불꽃을 보고 모두 두려운 마음을 내어 말한다.

'아, 이것이 무엇인가?'

먼저 태어난 모든 하늘신들은 뒤에 태어난 모든 하늘신들에게 말한다.

'두려워하지 말라. 저 불꽃은 예전에도 여기까지 이르렀었지만 여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꺼지고 말았다.'

이전의 불빛을 생각하기 때문에 광념천(光念天)이라 이름하는 것이다.

이 4천하에서부터 나아가 범천에 이르기까지 불에 모조리 타버린 뒤에는 수미산왕은 점점 무너져 1백 유순과 2백 유순, 나아가 7백 유순까지 된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의 행은 무상한 것이어서 변하고 무너져 믿을 것이 없다. 무릇 조작된 모든 것들은 아주 싫어하고 걱정해야 할 것들이니, 마땅히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해탈의 법을 구하라. 이 4천하에서부터 나아가 범천에 이르기까지 불에 모조리 타버린 뒤에는 대지와 수미산이 다 타서 재조차 없게 된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의 행은 무상한 것이어서 변하고 무너져 믿을 것이 없다. 무릇 조작된 모든 것들은 아주 싫어하고 걱정해야 할 것들이니, 마땅히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해탈의 길을 구하라. 이 대지가 불에 다 탄 뒤에는 땅 밑의 물이 다 없어지고 땅 밑의 바람도 다 없어진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의 행은 무상한 것이어서 변하고 무너져 믿을 것이 없다. 무릇 조작된 모든 것들은 아주 싫어하고 걱정해야 할 것들이니, 마땅히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해탈의 길을 구하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화재가 일어날 때에 하늘에서 다시는 비를 내리지 않아 온갖 곡식과 초목이 저절로 말라 죽는다는 것을 누가 정말로 믿겠는가? 오직 본 자만이 스스로 알 수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이 땅 밑의 물이 다하고 물 밑의 바람이 다하게 되는데 누가 정말로 믿겠는가? 오직 본 자만이 스스로 알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을 화재라 한다.

 

어떻게 화겁(火劫)이 본래대로 돌아가는가? 

그 후에 오랜 시간이 지나면 크고 검은 구름이 허공 중에 있다가 광음천에까지 이르면 골고루 비를 내리는데 빗방울이 수레바퀴만 하다. 이렇게 무수한 백천 세 동안 비가 내리면 그 물이 점점 불어나 그 높이가 무수한 백천 유순이나 되고 광음천까지 이르게 된다. 그 때 네 가지 큰 바람[大風]이 불어 그 물을 막아 멈추게 한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주풍(住風)이고, 둘째는 지풍(持風)이며, 셋째는 부동(不動)이고, 넷째는 견고(堅固)이다. 

그 뒤에 이 물이 점점 줄어 백천 유순에서 무수한 백천만 유순으로 줄어든다. 그 물의 사면에서는 승가(僧伽)라는 큰 바람이 불어와서 물을 움직이게 하는데, 그러면 파도가 일어나고 거품이 생겨 쌓이게 된다. 바람이 불면 물거품은 물을 떠나 공중으로 올라가서 저절로 굳어져 7보로 장식된 천궁(天宮)으로 변한다. 이 인연으로 범가이천의 궁전이 생기게 된다. 그 물이 점점 줄어 무수한 백천 유순에 이르면 그 물의 사면에서 승가라는 큰 바람이 일어나 물을 흔들어 움직이게 한다. 그러면 파도가 일어나고 거품이 생겨 쌓이게 된다. 바람이 불면 물거품은 물을 떠나 공중으로 올라가서 저절로 굳어져 7보로 장식된 천궁(天宮)으로 변한다. 이런 인연으로 타화자재천의 천궁이 생기게 된다.

  

그 물이 점점 줄어들어 무수한 백천 유순에 이르면 그 물의 사면에서 승가라는 큰 바람이 일어나 물을 흔들어 움직이게 한다. 그러면 파도가 일고 거품이 생겨 모여 쌓인다. 바람이 물결에 불어오면 거품은 물을 떠나 공중으로 올라가서 저절로 굳어져 7보로 장식된 천궁으로 변한다. 이런 인연으로 화자재천의 천궁이 생기게 된다. 그 물이 자꾸 줄어 무수한 백천 유순에 이르면 승가라는 큰 바람이 일어나 물을 흔들어 움직이게 한다. 그러면 파도가 일어나고 거품이 생겨 쌓이게 된다. 바람이 물결에 불어오면 거품은 물을 떠나 공중으로 올라가서 저절로 굳어져 7보로 장식된 천궁으로 변한다. 이런 인연으로 도솔천의 천궁이 생기게 된다.

  

그 물이 자꾸 줄어 무수한 백천 유순에 이르면 승가라는 바람이 불어와서 물을 움직이게 한다. 그러면 파도가 일고 거품이 생겨 쌓이게 된다. 바람이 물결에 불어오면 거품은 물을 떠나 공중으로 올라가서 저절로 굳어져 7보로 장식된 천궁으로 변한다. 이런 인연으로 염마천의 천궁이 생기게 된다.

  

그 물이 자꾸 줄어 무수한 백천 유순에 이르면 물 위에 있는 거품은 깊이가 60만 8천 유순이나 되어 그 가장자리가 끝이 없다. 비유하면 이 세간의 샘물에서 물이 흘러나오면, 물 위에 거품이 생기는 것처럼 그것도 또한 그와 같다.

  

어떤 인연으로 수미산이 있는가? 

어지러운 바람이 일어나 이 물거품을 불어 수미산을 만든다. 이 산의 높이는 60만 8천 유순이고 가로와 세로가 각각 8만 4천 유순이며, 금ㆍ은ㆍ유리ㆍ수정 네 가지 보배로 이루어졌다. 무슨 인연으로 네 아수륜의 천궁이 있는가? 그 뒤에 어지러운 바람이 큰 물거품을 불어 수미산 사면에 큰 궁전을 세운다. 이 궁전의 가로와 세로는 각각 8만 유순이며, 저절로 7보의 궁전으로 변화한다. 


또 무슨 인연으로 사천왕의 궁전이 생기는가? 

그 뒤에 어지러운 바람이 큰 바다의 물거품을 불어 수미산 중턱 4만 2천 유순쯤에 되는 곳에 저절로 7보 궁전을 변성(變成)한다. 그러므로 사천왕의 궁전이라고 한다. 


무슨 인연으로 도리천의 궁전이 생기는가? 

그 뒤에 어지러운 바람이 큰 물거품을 불어 수미산 위에 저절로 7보의 궁전을 변성한다. 


또 무슨 인연으로 가타라산(伽陀羅山)이 생기는가? 

그 뒤에 어지러운 바람이 큰 물거품을 불어 수미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저절로 보배산을 변성한다. 그 산의 뿌리는 땅 속으로 4만 2천 유순이나 내리고, 또 가로와 세로가 각각 4만 2천 유순이며 그 가장자리는 끝이 없고 갖가지 색이 뒤섞인 7보로 되어 있다. 이런 인연으로 가타라산이 생겨난다.

  

또 어떤 인연으로 이사산(伊沙山)이 생기는가? 

그 뒤에 어지러운 바람이 큰 물거품을 불어 가타라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저절로 이사산을 변성한다. 이 산의 높이는 2만 1천 유순이고 가로와 세로도 각각 2만 1천 유순이며, 그 변두리는 끝이 없고 갖가지 색이 뒤섞인 7보로 되어 있다. 이런 인연으로 이사산이 생겨난다.

  

그 뒤에 어지러운 바람이 큰 물거품을 불어 이사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저절로 수진타라산(樹辰陀羅山)을 변성한다. 이 산의 높이는 1만 2천 유순이고, 가로와 세로도 각각 1만 2천 유순이며, 그 가장자리는 끝이 없고 갖가지 색이 뒤섞인 7보로 이루어졌다. 이런 인연으로 수진타라산이 생긴다. 


그 뒤에 어지러운 바람이 큰 물거품을 불어 수진타라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저절로 아반니루산(阿般尼樓山)을 변성한다. 이 산의 높이는 6천 유순이고 가로와 세로도 가각 6천 유순이며 그 가장자리는 끝이 없고 갖가지 색이 뒤섞인 7보로 되어 있다. 이런 인연으로 아반니루산이 생겼다. 


그 뒤에 어지러운 바람이 큰 물거품을 불어 아반니루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저절로 미린타라산(彌隣陀羅山)을 변성한다. 이 산의 높이는 3천 유순이고 가로와 세로도 각각 3천 유순이며 그 가장자리는 끝이 없고 갖가지 색이 뒤섞인 7보로 되어 있다. 이런 인연으로 니린타라산(尼隣陀羅山)이 생겼다. 


그 뒤에 어지러운 바람이 큰 물거품을 불어 니린타라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저절로 비니타산(比尼陀山)을 변성한다. 이 산의 높이는 1천 2백 유순이고 가로와 세로도 각각 1천 2백 유순이며, 그 가장자리는 끝이 없고 갖가지 색이 뒤섞인 7보로 되어 있다. 이런 인연으로 비니타산이 생겼다. 


그 뒤에 어지러운 바람이 큰 물거품을 불어 비니타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저절로 금강륜산(金剛輪山)을 변성한다. 이 산의 높이는 3백 유순이요 가로와 세로도 각각 3백 유순이며 그 가장자리는 끝이 없고 갖가지 색이 뒤섞인 7보로 되어 있다. 이런 인연으로 금강륜산이 생겼다.

  

무슨 까닭으로 하나의 월궁전이 있으며 일곱의 일궁전이 있는가? 

그 뒤에 어지러운 바람이 큰 물거품을 불어 저절로 하나의 월궁전과 일곱의 일궁전을 변성한다. 갖가지 색이 뒤섞인 7보로 되었으며 흑풍에 불려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온다. 이런 인연으로 일월의 궁전이 생겼다. 


그 뒤에 어지러운 바람이 큰 물거품을 불어 저절로 4천하와 8만 천하를 변성한다. 이런 인연으로 4천하와 8만 천하가 생겼다. 


그 뒤에 어지러운 바람이 큰 물거품을 불어 4천하와 8만 천하에 저절로 대금강륜산(大金剛輪山)을 변성한다. 이 산의 높이는 16만 8천 유순이고 가로와 세로도 각각 16만 8천 유순이며 그 가장자리는 한계가 없다. 단단한 금강으로 되어 있어 부술 수가 없다. 이런 인연으로 대금강륜산이 생겼다.

  

그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구름이 허공에 가득 차서 큰 비를 골고루 내리는데 빗방울은 수레바퀴만 하다. 그 물이 가득 넘쳐 4천하와 수미산이 잠기게 된다. 그 뒤에 어지러운 바람이 땅에 불어와 큰 구덩이를 만들면 시냇물은 모두 그 가운데로 들어간다. 이로 말미암아 바다가 생기고 이런 인연으로 네 개의 큰 바닷물이 생긴다.

  

바닷물이 짠 것은 세 가지 인연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첫째 저절로 생긴 구름이 허공에 가득 차서 광음천까지 이르게 되면 곳곳에 비가 내려 천궁(天宮)을 씻고 천하를 씻는다. 범가이천의 천궁과 타화자재천의 천궁으로부터 아래로는 염마천의 천궁과 4천하와 8만 천하의 모든 산과 큰 산과 수미산까지 다 씻어 내린다. 그 중에 모든 곳에 있던 더럽고 짠 모든 부정한 즙액이 아래로 흘러 바다로 들어가 동일한 맛이 되기 때문에 바닷물은 짜다. 

둘째 옛날에 큰 선인(仙人)이 바닷물을 금주(禁呪)로써 영원히 짜게 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마시지 못하게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짜다. 

셋째 저 큰 바닷물에는 온갖 중생들이 섞여 살고 있는데 그 몸이 큰 것은 1백 유순과 2백 유순에서 7백 유순이나 되는 것까지도 있다. 그 중생들이 그 속에서 숨을 들이 쉬고 내쉬며 토하고 들이마시며, 대소변을 보기 때문에 바닷물은 짜다. 이상의 일들을 화재라 한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것을 수재(水災)라 하는가? 

수재가 일어날 때에는 이 세상 사람들은 모두 바른 법을 받아 행하고 바른 소견을 가지며 삿된 소견을 가지지 않고, 열 가지 선업을 닦는다. 선업을 닦고 나서 기쁨이 없어진 제3선(禪)을 얻은 어떤 사람이 몸을 솟구쳐 허공으로 올라가 성인도(聖人道)ㆍ천도(天道)ㆍ범도(梵道)에 머물며 소리 높여 외친다.

'여러분,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기쁨이 없어진 제3선의 즐거움입니다. 기쁨이 없어진 제3선은 즐거운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이 소리를 듣고 그를 우러러 보면서 말한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원컨대 저희들을 위하여 그 기쁨이 없어진 제3선의 도(道)를 설명해 주소서.'


그때 공중에 있던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곧 그들을 위하여 기쁨이 없어진 제3선의 도를 설명한다. 이 세상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곧 제3선의 도를 닦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변정천(遍淨天)에 태어난다.

  

그때 지옥의 중생들도 죄가 끝나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인간 세계에 태어난다. 거기서 제3선의 도를 닦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변정천에 태어난다. 축생ㆍ아귀ㆍ아수륜ㆍ사천왕ㆍ도리천ㆍ염마천ㆍ도솔천ㆍ화자재천ㆍ타화자재천ㆍ범천ㆍ광음천의 중생들도 목숨을 마친 뒤에는 인간에 태어난다. 거기서 제3선의 도를 닦는다. 그래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변정천에 태어난다.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지옥 세계가 다하고 축생ㆍ아귀ㆍ아수륜ㆍ사천왕과 나아가 광음천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다 없어진다. 그 때가 닥치면 먼저 지옥이 없어진 뒤에 축생이 없어지고 축생이 없어진 뒤에 아귀가 없어진다. 아귀가 없어진 뒤에 아수륜이 없어지고 아수륜이 없어진 뒤에 사천왕이 없어진다. 사천왕이 없어진 뒤에 도리천이 없어지고 도리천이 없어진 뒤에 염마천이 없어진다. 염마천이 없어진 뒤에 도솔천이 없어지고 도솔천이 없어진 뒤에 화자재천이 없어진다. 화자재천이 없어진 뒤에 타화자재천이 없어지고 타화자재천이 없어진 뒤에 범천이 없어진다. 범천이 없어진 뒤에 광음천이 없어지고 광음천이 없어진 뒤에는 사람이 다 없어져서 남음이 없게 되고 사람이 없어져서 남음이 없게 된 뒤 이 세간은 무너지고 재앙이 일어나게 된다.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 크고 검은 구름이 갑자기 일어나 위로 변정천에까지 이르면 곳곳에 큰 비를 내리는데 온통 뜨거운 물만 내린다. 그 물이 들끓어 천상(天上)을 볶으면 모든 하늘의 궁전은 다 녹아 없어져 남는 것이 없게 된다. 그것은 마치 소유(蘇油)를 불 속에 던지면 다 볶이고 녹아 없어져 남는 것이 없는 것과 같다. 광음천의 궁전도 또한 그와 같이 된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의 행은 무상한 것이어서 변화하고 바뀌어 믿을 것이 없다. 무릇 조작된 모든 법은 아주 싫어하고 걱정해야 할 것들이니 마땅히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해탈의 길을 구해야 한다.

  

그 뒤에 이 비는 범가이천의 궁전을 잠기게 하여 남김 없이 볶고 녹인다. 마치 소유를 불 속에 넣으면 남는 것이 없는 것처럼 범가이천의 궁전도 또한 그와 같이 된다. 그 뒤에 이 비는 다시 타화자재천ㆍ화자재천ㆍ도솔천ㆍ염마천의 궁전을 잠기게 하여 남김 없이 볶고 녹이되 마치 소유를 불 속에 넣으면 남는 것이 없는 것처럼 그 모든 궁전들도 또한 그와 같이 된다. 그 뒤에 이 비는 다시 4천하와 8만 천하의 모든 산ㆍ큰 산ㆍ수미산왕까지 다 잠기게 하여 남김 없이 볶고 녹이는데 마치 소유를 불 속에 던지면 남는 것이 없는 것처럼 그것도 또한 그와 같이 된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의 행은 무상한 것이어서 변화하고 바뀌어 믿을 것이 없다. 무릇 조작된 모든 법은 아주 싫어하고 걱정해야 할 것들이니, 마땅히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해탈의 길을 구해야 한다.

  

그 뒤에 이 물은 대지를 볶아 없어져서 남음이 없고 땅 밑의 물도 다 없어지고 물 밑의 바람도 다 없어진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의 행은 무상한 것이어서 변하고 바뀌어 믿을 만한 것이 없다. 무릇 조작된 모든 법들은 아주 싫어하고 걱정해야 할 것들이니, 마땅히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해탈의 길을 구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변정천의 궁전도 볶이고 녹아서 없어진다는 것을 누가 정말로 믿겠는가? 

오직 본 자만이 알 수 있을 뿐이다. 범가이천의 궁전도 볶이고 녹아서 없어진다. 심지어는 저 땅 밑의 물까지도 다 없어지고 물밑의 바람까지도 다 없어지는데 그 사실을 누가 정말로 믿겠는가? 

오직 본 자만이 알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을 수재라고 한다.

  

어떻게 수재는 본래대로 돌아가는가? 

그 후에 오랜 시간이 지나면 크고 검은 구름이 허공에 가득 차서 변정천까지 이르면 곳곳마다 비를 내리는데 빗방울이 수레바퀴만 하다. 이와 같이 무수한 백천 세 동안 비가 내리면 그 물이 점점 불어나서 변정천까지 이르게 된다. 그러면 네 가지 큰바람이 불어 이 물을 막아 멈추게 한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주풍(住風)이고, 둘째는 지풍(持風)이며, 셋째는 부동(不動)이고, 넷째는 견고(堅固)이다. 


그 뒤에 이 물은 점점 줄어 무수한 백천 유순쯤 되면 사면에서 승가(僧伽)라는 큰 바람이 일어난다. 그 바람이 물을 불어 흔들어대면 파도가 일고 물거품이 일어나 모여 쌓이게 된다. 바람이 불면 물거품은 물을 떠나 공중으로 올라가서 저절로 7보로 장식된 광음천의 궁전으로 변성된다.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광음천의 궁전이 생기게 된다. 


그 물이 자꾸 줄어들어 무수한 백천 유순쯤 되면 저 승가 바람이 물에 불어와 흔들어댄다. 그러면 파도가 일고 물거품이 일어나 쌓이게 된다. 바람이 불면 물거품은 물을 떠나 허공에 있으면서 저절로 7보로 장식된 범가이천의 궁전으로 변성된다. 이와 같이 나아가 바닷물이 한맛으로 짜게 되는 것까지의 일들은 또한 화재가 본래대로 돌아갈 때와 같다. 이것을 수재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것을 풍재(風災)라 하는가? 

풍재가 일어날 때에는 이 세간 사람은 모두 바른 법을 받들고 바른 소견을 가지고 삿된 소견을 가지지 않으며, 열 가지 선업을 닦는다. 선행을 닦고 나서 청정함을 호념(護念)하는 제4선(禪)을 얻은 어떤 사람이 몸을 솟구쳐 허공으로 올라서 성인도ㆍ천도ㆍ범도에 머무르면서 소리 높여 외친다.

'여러분, 청정함은 호념하는 제4선의 즐거움입니다. 청정함을 호념하는 제

4선은 즐거운 것입니다.'

그때 이 세간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그를 우러러보면서 말한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원컨대 저희들을 위하여 청정함을 호념하는 제4선의 도를 말씀해 주소서.'


그때 공중에 있던 사람은 이 말을 듣고 곧 그들을 위하여 제4선의 도를 연설한다. 이 세간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곧 제4선의 도를 닦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과실천에 태어난다.

  

그때 지옥의 중생들도 죄가 끝나 목숨을 마치면 인간세계에 태어난다. 거기서 다시 제4선을 닦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과실천에 태어난다. 축생ㆍ아귀ㆍ아수륜ㆍ사천왕과 나아가 변정천의 중생들에 이르기까지도 목숨을 마치면 인간 세계에 태어나 제4선을 닦으며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과실천에 태어난다.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지옥 세계가 다 없어지고 축생ㆍ아귀ㆍ아수륜ㆍ사천왕과 나아가 변정천 세계에 이르기까지도 다 없어진다. 그 때 지옥세계에 이르기까지도 다 없어진 뒤에 축생이 다 없어지고 축생이 다 없어진 뒤에 아귀가 다 없어지며 아귀가 다 없어진 뒤에 아수륜이 다 없어지고 아수륜이 다 없어진 뒤에 사천왕이 다 없어지며 사천왕이 다 없어진 뒤에 이와 같이 계속하여 변정천까지도 다 없어지기에 이른다. 변정천이 다 없어진 뒤에는 사람이 다 없어져서 남음이 없고 사람이 다 없어져 남음이 없으면 이 세간은 무너지고 곧 재앙이 일어난다.

  

그 후에 오랜 시간이 지나면 승가(僧伽)라 하는 큰 바람이 일어나서 과실천에까지 이르른다. 그 바람은 사방으로 퍼져 변정천의 궁전과 광음천의 궁전에 불면 궁전과 궁전이 서로 부딪쳐 먼지처럼 부서진다. 그것은 마치 역사(力士)가 두 개의 구리쇠로 된 공이를 가지고 서로 맞부딪쳐 부수어 남음이 없는 것처럼 두 궁전이 서로 맞부딪치는 것도 또한 그와 같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의 행은 무상한 것이어서 변화하고 바뀌어 믿을 것이 없다. 무릇 조작된 모든 것들은 아주 싫어하고 걱정해야 할 것들이니, 마땅히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해탈의 길을 구해야 한다.

  

그 뒤에 이 바람은 범가이천 궁전과 타화자재천 궁전에 불어오면 궁전과 궁전이 서로 부딪쳐 먼지처럼 남김 없이 부서진다. 마치 역사가 두 개의 구리쇠로 된 공이를 가지고 서로 맞부딪쳐 부수어 남는 것이 없는 것처럼 두 궁전이 서로 부딪치는 것도 또한 그와 같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의 행은 무상한 것이어서 변화하고 바뀌어 믿을 것이 없다. 무릇 조작된 모든 것들은 아주 싫어하고 걱정해야 할 것들이니, 마땅히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해탈의 길을 구해야 한다.

  

그 뒤에 이 바람은 화자재천의 궁전과 도솔천의 궁전과 염마천의 궁전에 불어와서 궁전과 궁전을 서로 맞부딪쳐 먼지처럼 남김 없이 부수어 버린다. 마치 역사(力士)가 두 개의 구리쇠로 된 공이를 가지고 공이와 공이를 서로 맞부딪쳐 부수어 남는 것이 없는 것처럼 저 궁전도 또한 그와 같이 남김 없이 부서진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의 행은 무상한 것이어서 변화하고 바뀌어 믿을 것이 없다. 무릇 조작된 모든 것들은 아주 싫어하고 걱정해야 할 것들이니, 마땅히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해탈의 길을 구해야 한다.

  

그 뒤에 이 바람은 4천하와 8만 천하에 불어와서 모든 산과 큰 산과 수미산왕까지 백천 유순이나 되는 높은 허공으로 날려 버린다. 산과 산은 서로 맞부딪쳐 먼지처럼 부서지는데 마치 역사가 손에 가벼운 겨를 집어 공중에 뿌리는 것처럼 저 4천하의 수미산과 모든 산을 다 부수어 흩어버리는 것도 또한 그와 같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의 행은 무상한 것이어서 변화하고 바뀌어 믿을 것이 없다. 무릇 조작된 모든 것들은 아주 싫어하고 걱정해야 할 것들이니 마땅히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해탈의 길을 구해야 한다. 


그 뒤에 바람이 불면 대지가 다 없어지고 땅 밑의 물이 다 없어지며, 물 밑의 바람이 다 없어진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의 행은 무상한 것이어서 변화하고 바뀌어 믿을 것이 없다. 무릇 조작된 모든 것들은 아주 싫어하고 걱정해야 할 것들이니 마땅히 세상을 벗어날 해탈의 길을 구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변정천의 궁전과 광음천의 궁전이 서로 맞부딪쳐 먼지처럼 부서진다는 것을 누가 정말로 믿겠는가? 오직 본 자만이 알 수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이 나아가서는 땅 밑의 물까지도 다 없어지고 물 밑의 바람까지도 다 없어지는데 누가 정말이라고 믿겠는가? 

오직 본 자만이 믿을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을 풍재라고 한다.


어떻게 풍재가 본래대로 돌아가는가?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난 뒤 크고 검은 구름이 허공에 가득 차서 과실천에까지 이르면 큰 비가 내리는데 그 빗방울은 수레바퀴만 하다. 무수한 백천 년 동안 장마비가 내려 그 물이 점점 불어 과실천에 이르면 그 때 네 가지 바람이 불어 이 물을 막아 멈추게 한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주풍(住風)이고, 둘째는 지풍(持風)이며, 셋째는 부동(不動)이고, 넷째는 견고(堅固)이다. 


그 뒤에 이 물이 점점 줄어들어 무수한 백천 유순이 되면 그 물의 사면에서 승가라고 하는 큰 바람이 일어난다. 그 바람이 불어와 물을 움직이면 파도가 일고 거품을 일으켜 쌓이게 된다. 바람이 불면 거품은 물을 떠나 공중으로 올라가서 저절로 갖가지 색깔이 뒤섞인 7보로 장식된 변정천의 궁전으로 변성된다. 이런 인연으로 변정천의 궁전이 생기게 된다. 


그 물이 자꾸 줄어 무수한 백천 유순쯤 되면 저 승가 바람이 물에 불어와서 흔들어댄다. 그러면 파도가 일고 물거품이 일어 쌓이게 된다. 바람이 불면 물거품은 물을 떠나 허공에 있으면서 저절로 갖가지 색깔이 뒤섞인 7보로 된 광음천의 궁전으로 변성된다. 나아가 바닷물이 한맛으로 짠 것까지의 일들은 또재가 본래로 돌아갈 때의 일들과 같다. 이것을 풍재라고 한다. 또 이것을 3재라 하고 이것을 3복(復)이라 한다.”


10) 전투품(戰鬪品)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하늘신과 아수륜이 싸운 적이 있었다. 

그때 석제환인(釋提桓因)은 도리천의 모든 하늘에게 명령하여 말했다.

'너희들은 지금 가서 저들과 싸워라. 만일 승리를 거두거든 비마질다라 아수륜(毘摩質多羅阿須倫)을 잡아 5계(繫)로 결박하여 선법(善法)강당으로 끌고 오너라. 내가 그를 보려고 한다.'

  

그때 도리천의 모든 하늘들은 제석의 분부를 받고 곧 제각기 장엄했다. 그 때 비마질다라 아수륜도 모든 아수륜들에게 명령하여 말했다.

'너희들은 지금 가서 저들과 싸워라. 만일 승리를 거두거든 석제환인을 잡아 5계로써 결박하여 7엽(葉)강당으로 끌고 오너라. 내 그를 보려고 한다.'


그때 모든 아수륜은 비마질다라 아수륜의 분부를 받고 곧 제각기 장엄했다. 이윽고 모든 하늘들과 아수륜들은 마침내 싸우게 되었는데, 모든 하늘들이 승리를 거두었고 아수륜들은 물러갔다. 그 때 도리천의 모든 하늘신들은 아수륜왕을 잡아 5계로써 결박하여 선법강당으로 끌고 와 제석에게 보였다.


그러자 아수륜왕은 천상의 쾌락을 보고 사모하고 즐거워하는 마음을 내어 곧 스스로 생각했다.

'이곳은 참으로 훌륭하구나. 정말로 살고 깊은 곳이구나. 다시 아수륜 궁전으로 돌아가서 무엇하겠는가?'

이렇게 생각하자마자 5계가 곧 풀리고 다섯 가지 즐거움이 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만일 아수륜이 자신의 궁전으로 돌아가려는 생각을 내게 되면 다시 5계로 결박되고 다섯 가지 즐거움은 저절로 없어졌다. 그 때 아수륜을 묶은 결박이 더욱 더 조여들었다.

  

악마에게 묶이는 것은 이보다 더 심하여 나[我]라는 생각을 내는 사람은 악마에게 묶이고 나니 남이니 하는 생각을 내지 않는 사람은 악마의 결박에서 풀려난다. 나라는 것에 대하여 애착하면 결박되고, 남이라는 애착에 사로잡혀도 결박되며, 나는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해도 결박이 되고,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결박된다. 몸[色]은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결박되고, 몸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결박되며, 몸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고 생각해도 결박된다. 나는 생각이 있다고 생각해도 결박되고, 나는 생각이 없다고 생각해도 결박되며 나는 생각이 있기도 하고 생각이 없기도 하다고 생각해도 결박된다. 나는 큰 걱정[患]이고, 종기이며, 가시이다. 그러므로 현성의 제자는 나라는 것이 큰 걱정이 되고 종기가 되며 가시가 되는 줄을 알아 나라는 생각을 버리고 나라는 것은 없는 것이라는 행을 닦는다.

   

나라고 보는 것은 무거운 짐이 되고 방일함이 되며, 유(有)가 된다. 나는 꼭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바로 유위(有爲)이고, 나는 없는 것이라는 생각도 바로 유위이다. 몸뚱이[色]가 실재한다는 생각이 곧 유위이고, 몸뚱이는 없는 것이라는 생각도 바로 유위이며, 몸뚱이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것이라는 생각도 바로 유위이다. '나는 생각이 있다'는 생각도 곧 유위이고, '나는 생각이 없다'는 생각도 바로 유위이며, '나는 생각이 있기도 하고 생각이 없기도 하다'는 생각도 바로 유위이다. 유위(有爲)는 큰 걱정이 되고 가시가 되며 종기가 된다. 그러므로 현성의 제자는 유위가 큰 걱정이 되고 가시가 되며 종기가 되는 줄을 알기 때문에 유위를 버리고 무위(無爲)의 행을 닦는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모든 하늘신들이 아수륜과 서로 싸운 적이 있었다. 그 때 석제환인은 도리천에게 명령하여 말했다.

'너희들은 지금 가서 아수륜과 싸워라. 만일 승리를 거두거든 비마질다라 아수륜을 잡아 5계로 결박하여 선법강당으로 끌고 오너라. 내가 그를 보고자 한다.'


그러자 도리천의 모든 하늘들은 제석의 분부를 받고 곧 제각기 장엄했다. 그 때 비마질다라 아수륜도 모든 아수륜들에게 명령하여 말했다.

'너희들은 지금 가서 저들과 싸워라. 만일 승리를 거두거든 석제환인을 잡아 5계로 결박하여 7엽강당으로 끌고 오너라. 내가 그를 보고자 한다.'


그때 모든 아수륜들도 비마질다라 아수륜의 분부를 받고 제각기 장엄했다. 이윽고 모든 하늘들과 아수륜들은 마침내 서로 싸우게 되었는데, 모든 하늘들이 승리를 거두었고 아수륜들은 물러났다. 그 때 도리천의 모든 하늘신들은 아수륜왕을 잡아 5계로써 결박하여 선법당으로 끌고와 제석에게 보였다. 그 때 제석천은 선법강당 위에서 어정어정 거닐고 있었다. 아수륜왕은 멀리서 제석을 보고 5계에 묶인 채 욕설로 꾸짖었다. 그러자 제석의 시자(侍者)가 제석천 앞에서 곧 게송으로 말했다.


  천제(天帝)께서는 무엇이 두려워

  스스로 열약(劣弱)함을 보이십니까?

  수질(須質)4)이 면전에서 퍼붓는 욕설을

  이 면전에서 퍼붓는 욕설을

  잠자코 듣고만 계시다니.


그때 제석천이 곧 다시 게송으로 시자에게 답했다.


  그에게는 또한 큰 힘도 없으니

  내 역시 저를 두려워하지 않으나

  어떻게 큰 지혜 가진 자로서

  저 지혜 없는 자와 서로 다투리.


시자가 다시 게송을 지어 제석에게 아뢰었다.


  지금 저 어리석은 자를 꺾지 않으면

  아마 다음에는 더욱 참기 어려우리니

  마땅히 저에게 매질을 가해

  어리석은 자로 하여금 뉘우치게 하소서.


제석천이 다시 게송을 지어 시자에게 답했다.


  나는 항상 말했나니 지혜 있는 자라면

  어리석은 자와는 다투지 말아야 한다고.

  어리석은 자 욕설해도 지혜로운 자 침묵하면

  그것이 곧 어리석은 자를 이기는 것이다.


그때 시자가 다시 게송을 지어 제석에게 아뢰었다.


  천왕(天王)께서 이제 침묵하는 까닭은

  지혜로운 사람 행실 잃을까 염려해서이나.

  그러나 저 어리석은 사람은

  왕께서 두려움 품었다고 말할 것입니다.

  

  어리석어 스스로를 헤아리지 못하고

  왕을 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죽음을 무릅쓰고 마구 와 부딪침은

  왕을 소처럼 물러서게 하려 함입니다.


그때 제석천이 다시 게송을 지어 시자에게 대답했다.


  저 어리석은 자 지견이 없어

  내가 두려워한다 생각하지만

  내가 제일의 진리를 관찰하니

  참고 침묵하는 것이 최상이라네.


  악한 것 가운데 가장 악한 것은

  성내는 이에게 되려 성내는 것이니

  성날 때 능히 성내지 않는 것

  싸움 가운데서 최상이 되느니라.


  사람에겐 자기도 위하고 남도 위하는

  두 가지 인연이 있나니

  사람들에게 다툼과 송사 있을 때

  보복하지 않는 자가 이긴 자라네.


  사람에겐 자기도 위하고 남도 위하는

  두 가지 인연이 있건만

  다투고 송사하지 않는 사람 보고

  도리어 어리석다 생각하누나.


  사람이 큰 힘을 가지고서도

  힘 없는 사람의 모욕까지 참아낸다면

  이 힘을 제일이라 하나니

  참는 것 가운데서 제일이니라.


  어리석은 사람은 스스로 힘 있다 하지만

  그 힘은 진정한 힘이 아니다.

  법답게 살면서 참는 힘 가진 사람

  그 힘이야말로 막을 수 없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제석천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그런 생각 하지 말라. 그 때의 제석천은 바로 나의 몸이었다. 나는 그 때 인욕(忍辱)을 닦아 익혀 경박하거나 사납지 않았고 또한 항상 능히 인욕하는 사람을 칭찬하였다. 만일 지혜 있는 사람이 내 도를 펴려고 한다면 마땅히 인욕(忍辱)과 침묵을 닦고 원한의 마음을 품지 말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도리천의 모든 하늘신들과 아수륜이 싸울 때 석제환인이 질다(質多) 아수륜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무슨 까닭으로 무기를 갖추고 성내고 해치려는 마음을 품고 서로 싸우자고 하는가? 이제 내 마땅히 너희들과 함께 도의(道義)를 강론하여 승부를 알게 하리라.'

  

저 질다 아수륜이 제석천에게 말했다.

'바로 모든 무기들을 버리고 싸움을 그친다면 아무리 함께 논의해 보라고 하더라도 누가 그 승부를 알 수 있겠는가?'

제석이 가르쳐 말했다.

'일단 함께 논의해 보자. 이제 너의 무리들이나 우리 하늘의 무리들 가운데는 자연히 지혜가 있는 사람이 있어 승부를 아는 자가 있을 것이다.'

  

그때 아수륜이 제석에게 말했다.

'네가 먼저 게송으로 말하라.'

제석천이 대답했다.

'너는 옛날에 하늘신이었으니 네가 먼저 말하는 것이 옳겠다.'


그때 질다 아수륜이 곧 제석천에게 게송을 지어 말했다.


  지금 저 어리석은 자를 꺾지 않으면

  아마 다음에는 더욱 참기 어려우리니

  마땅히 저에게 매질을 가해

  어리석은 자로 하여금 뉘우치게 하라.


그때 아수륜이 이 게송을 말하자 아수륜의 무리들은 매우 기뻐하면서 큰 소리로 좋다고 칭찬했다. 그러자 모든 하늘의 무리들은 잠자코 말이 없었다.

그때 아수륜왕이 제석천에게 말했다.

'다음에는 네가 게송으로 말하라.'

  

그때 제석천은 곧 아수륜을 위해 게송으로 말했다.


  나는 항상 말했나니 지혜 있는 자라면

  어리석은 자와는 다투지 말아야 한다고.

  어리석은 이 욕설해도 지혜로운 이 침묵하면

  그것이 곧 어리석은 이를 이기는 것이다.


제석천이 이 게송을 말하자 도리천의 모든 하늘들은 다 크게 기뻐하면서 큰 소리로 훌륭하다고 찬양했다. 그러자 아수륜의 무리들은 잠자코 말이 없었다. 천제(天帝)는 아수륜에게 말했다.

'다음에는 네가 게송으로 말하라.'

  

그러자 아수륜도 또 게송으로 말했다.


  천왕이 저렇게 침묵하는 까닭은

  지혜로운 이의 행실 잃을까 염려해서이나.

  그러나 저 어리석은 사람은

  왕이 두려움 품었다고 말하리라.

  

  어리석어 스스로를 헤아리지 못하고

  왕을 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죽음을 무릅쓰고 마구 와 부딪침은

  왕을 소처럼 물러서게 하려 함이네.


그때 아수륜왕이 이 게송을 말하자 아수륜의 무리들은 뛰고 기뻐하면서 큰 소리로 훌륭하다고 찬탄했다. 그러자 도리천의 무리들은 잠자코 말이 없었다. 그 때 아수륜왕이 제석에게 말했다.

'다음에는 네가 게송으로 말하라.'

  

그러자 제석은 아수륜을 위해 게송을 말했다.


  저 어리석은 자 지견이 없어

  내가 두려워한다 생각하지만

  나는 제일의 진리를 자세히 관찰하니

  참고 침묵하는 것이 최상이라네.


  악한 것 가운데 가장 악한 것은

  성내는 이에게 되려 성내는 것이니

  성날 때 능히 성내지 않는 것

  싸움 가운데서 최상이 되느니라.


  사람에겐 자기도 위하고 남도 위하는

  두 가지 인연이 있나니

  사람들에게 다툼과 송사 있을 때

  보복하지 않는 자가 이긴 자라네.


  사람에겐 자기도 위하고 남도 위하는

  두 가지 인연이 있건만

  다투고 송사하지 않는 사람 보고

  도리어 어리석다 생각하누나.


  사람이 큰 힘을 가지고서도

  힘 없는 사람의 모욕까지 참아낸다면

  이 힘을 제일이라 하나니

  참는 것 가운데서 제일이니라.


  어리석은 사람은 스스로 힘 있다 하지만

  그 힘은 진정한 힘이 아니다.

  법답게 살면서 참는 힘 가진 사람

  그 힘이야말로 막을 수 없네.


석제환인이 이 게송을 말하자 도리천의 무리들은 기뻐 뛰면서 큰 소리로 훌륭하다고 찬탄했다. 아수륜 무리들은 잠자코 말이 없었다. 그 때 하늘 무리와 아수륜의 무리들은 각각 조금씩 물러나 서로들 말했다.

'아수륜왕이 말한 게송은 상대방을 건드리는 것이 있고 도검(刀劍)의 원수를 일으키며 싸움의 뿌리가 생기게 하고 모든 원결(怨結)을 키우며, 세 가지 유(有)의 근본을 심는다. 제석천이 말한 게송은 상대방을 건드리는 말이 없고 도검의 원수를 일으키지 않으며 싸움의 뿌리를 내지 않고 원결을 키우지 않으며 세 가지 유의 근본을 끊는다. 천제(天帝)가 말한 것은 훌륭하고 아수륜이 말한 것은 훌륭하지 못하니, 모든 하늘들이 이긴 것이고 아수륜은 진 것이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석제환인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 무슨 까닭인가? 내 몸이 바로 그였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때 부드러운 말로써 아수륜의 무리들을 이겼느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모든 하늘신들이 또 아수륜과 싸운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아수륜이 이기고 모든 하늘들이 졌었다. 그 때 석제환인은 천폭(千輻)의 보배 수레를 타고 두려워하며 달아나던 도중에 섬바라(?婆羅)나무 위에 있는 새 둥지를 발견하였다. 그 둥지 속에는 새 새끼가 두 마리가 있었다. 그래서 곧 마부[御者]에게 게송으로 말했다.


  이 나무에 두 마리 새가 있으니

  너는 마땅히 수레를 돌려 피하라.

  설사 내가 원수에게 해를 입을지라도

  저 두 새의 목숨을 해치지 말라.


그때 마부는 제석의 게송을 듣고 곧 수레를 멈추고 길머리를 돌려 새가 있는 나무 위를 피해 갔다. 그러나 그 때 수레의 머리가 아수륜을 향했다. 아수륜의 무리들은 멀리서 보배수레가 되돌아오는 것을 보고 그 군사들끼리 서로 말했다.

'지금 제석천이 탄 천 폭의 보배 수레가 우리들을 향해 되돌아오고 있으니 반드시 다시 싸우려고 하는 것이다. 당해낼 수 없겠다.'

아수륜의 무리들은 곧 물러나 흩어졌다. 그리하여 모든 하늘신들은 이기고 아수륜은 졌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제석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그런 생각을 말라. 무슨 까닭인가? 곧 내 몸이 바로 그였었기 때문이니라. 나는 그 때 모든 중생들에게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일으켰었다.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내 법 가운데서 집을 나와 도를 닦는다. 그러니 마땅히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켜 중생을 불쌍히 여겨야 한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모든 하늘신들이 아수륜과 싸운 적이 있었다. 그 때 모든 하늘신들이 이기고 아수륜은 졌었다. 그 당시 제석은 싸움에서 이기고 궁으로 돌아와 다시 최승(最勝)이라는 큰 집[堂]을 지었다. 동서의 길이는 1백 유순이고 남북의 길이는 60유순이었다. 그 집은 백 간에다 매 간마다 일곱 개의 교로대(交露臺)가 있고 낱낱의 대 위에는 일곱 명의 옥녀(玉女)가 있으며, 낱낱의 옥


  녀에게는 일곱 명의 하인이 있었다. 석제환인은 또한 이들에게 물품을 공급할 걱정이 없었으니, 왜냐 하면 모든 옥녀가 누리는 의복과 음식과 장신구는 전생에 지은 업을 따라 스스로 그 복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수륜과 싸워 이기고는 기쁜 마음에 이 집을 지었기 때문에 최승당이라고 이름한 것인데 또 1천 세계의 모든 당관(堂觀)도 이 집만 못했기 때문에 최승이라 이름한 것이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에 아수륜은 혼자서 생각했었다.

'내게는 큰 위엄과 덕망이 있고 신통력도 적지 않다. 그러나 도리천신이나 해와 달 등 모든 하늘들은 항상 허공에 있으면서 내 머리 위에서 자유자재로 돌아다니고 있다. 나는 이제 차라리 저 해와 달을 가져다가 귀걸이를 만들어 자재하게 노니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때 아수륜왕은 분노가 불꽃처럼 치솟아 곧 추타(?打) 아수륜을 생각했다. 추타 아수륜도 또 스스로 생각했다.

'지금 아수륜왕이 나를 생각하고 있구나. 우리는 빨리 준비를 하자.'

그리고 곧 좌우에 명령하여 무기를 준비하여 보배 수레를 타고 무수한 아수륜 무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아수륜왕 앞으로 나아가 한쪽에 섰다.

  

그때 왕은 또 사마리(舍摩梨) 아수륜을 생각했다. 사마리 아수륜도 또 스스로 생각했다.

'지금 왕이 나를 생각하고 있구나. 우리들은 빨리 준비를 하자.'

그리고 곧 좌우에 명령하여 무기를 갖추고 보배 수레를 타고 무수한 아수륜의 무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아수륜왕 앞에 나아가 한쪽에 섰다.

  

그때 왕은 또 비마질다라 아수륜을 생각했다. 비마질다라 아수륜도 또 스스로 생각했다.

'지금 왕이 나를 생각하고 있구나. 우리들은 빨리 준비를 하자.'

그리고 곧 좌우에 명령하여 무기를 갖추고 보배 수레를 타고 무수한 아수륜 무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아수륜왕 앞에 나아가 한쪽에 섰다.

  

그때 왕은 또 대신(大臣) 아수륜을 생각했다. 대신 아수륜도 또 스스로 생각했다.

'지금 왕이 나를 생각하고 있구나. 우리들은 빨리 준비를 하자.'

그리고 곧 좌우에 명령하여 무기를 갖추고 보배 수레를 타고 무수한 아수륜 무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아수륜왕 앞에 나아가 한쪽에 섰다.

  

그때 왕은 또 작은 아수륜을 생각했다. 작은 아수륜도 또 스스로 생각했다.

'지금 왕이 나를 생각하고 있구나. 우리들은 빨리 준비를 하자.'

그리고 곧 스스로 준비를 하고 무기를 갖추고 무수한 무리들과 서로 따라 왕의 앞에 나아가 한쪽에 섰다.

  

그때 라가 아수륜왕은 곧 스스로 준비를 하고 몸에 보배 갑옷을 입고 보배 수레를 타고 무기를 갖춘 무수한 백천의 아수륜의 무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그 경계를 떠나 모든 하늘들과 싸우려고 했다.

  

그때 난다(難陀)용왕과 발난다(跋難陀)용왕은 몸으로 수미산을 일곱 겹으로 둘러싸 산골짜기를 진동시키고 구름을 엷게 펼쳐 방울방울 조금씩 비를 내렸다. 또 꼬리로 큰 바닷물을 치니 바닷물은 파도가 일어 수미산 꼭대기까지 솟아올랐다. 그 때 도리천은 곧 생각하였다.

'지금 엷은 구름이 약하게 끼어 방울방울 조금씩 비가 내리고 바닷물이 파도가 일어 이곳까지 이른다. 이것은 분명 아수라가 싸우려고 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이상한 징조가 있는 것이다.'

  

그때 바다 속에 있던 거억(巨億)이나 되는 모든 용의 군사들이 다 창과 활과 칼을 가지고 보배 갑옷을 겹으로 입고 무기를 갖추어 아수륜을 맞이해서 싸웠다. 만일 용이 이기게 되면 곧 아수륜을 쫓아 그 궁전으로 들어가겠지만 만일 용들이 지면 용은 본궁으로 돌아오지 않고 곧 가루라 귀신에게 달려가 그에게 말한다.

'아수륜의 무리들이 모든 하늘들과 싸우려고 하기에 우리들이 그들을 맞이해 싸웠지만 그들이 승리했습니다. 그대들은 마땅히 무기를 갖추어 우리와 함께 힘을 합하여 저들과 싸워야 할 것입니다.'

  

그때 모든 귀신들은 용의 말을 듣고 곧 스스로 준비를 하고 온갖 무기를 갖추고 보배 갑옷을 겹으로 입고 모든 용들과 힘을 합하여 아수륜과 싸운다. 만일 승리를 했을 때는 곧 아수륜을 쫓아 그 궁전으로 들어가겠지만 만일 졌을 때에는 본궁으로 돌아가지 않고 곧 물러나 지화(持華) 귀신의 세계로 달려가 그들에게 말한다.

'아수륜들이 모든 하늘들과 싸우려고 하기에 우리들이 그들을 맞이해 싸웠지만 지금 그들이 승리를 하였습니다. 그대들은 마땅히 모든 무기를 갖추어 우리들과 힘을 합해 저들과 싸워야 할 것입니다.'

  

그때 모든 지화 귀신들은 용의 말을 듣고 곧 스스로 준비를 하고 온갖 무기를 갖추고 보배 갑옷을 겹으로 껴입고 이 무리들과 힘을 합해 아수륜과 싸운다. 만일 승리를 했을 때는 곧 아수륜을 쫓아 그 궁전에 들어가겠지만 만일 졌을 때에는 본궁으로 돌아가지 않고 곧 물러나 상락(常樂) 귀신의 세계로 달려가 그들에게 말한다.

'아수륜의 무리들이 모든 하늘들과 싸우려고 하기에 우리들이 그들을 맞이해 싸웠지만 지금 그들이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대들은 마땅히 모든 무기를 갖추어 우리들과 힘을 합해 저들과 싸워야 할 것입니다.'

  

그때 모든 상락 귀신들은 이 말을 듣고 곧 스스로 준비를 하고 온갖 무기를 갖추고 보배 갑옷을 겹으로 껴입고 무리들과 힘을 합해 아수륜과 싸운다. 만일 승리를 했을 때에는 곧 아수륜을 쫓아 그 궁전에 들어가겠지만 만일 졌을 때에는 본궁으로 돌아가지 않고 곧 물러나 사천왕에게 달려가 그들에게 말한다.

'아수륜의 무리들이 모든 하늘들과 싸우려고 하기에 우리들이 그들을 맞이해 싸웠지만 지금 그들이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대들은 마땅히 모든 무기를 갖추어 우리들과 힘을 합해 저들과 싸워야 할 것입니다.'

  

그때 사천왕은 이 말을 듣고 곧 스스로 준비를 하여 온갖 무기를 갖추고 보배 갑옷을 겹으로 껴입고 무리들과 힘을 합해 아수륜과 싸운다. 만일 승리를 했을 때는 곧 아수륜을 쫓아 그 궁전에 들어가겠지만 만일 졌을 때에는 사천왕은 곧 선법강당(善法講堂)에 나아가 제석과 도리천의 모든 하늘들에게 아뢴다.

'아수륜이 모든 하늘들과 싸우려고 합니다. 이제 도리천의 모든 하늘들은 마땅히 스스로 준비하여 온갖 무기를 갖추고 우리들과 힘을 합해 저들과 싸워야 할 것입니다.'

  

그때 제석천은 시중드는 한 천신에게 명령해 말한다.

'너는 내 말을 가지고 염마천ㆍ도솔천ㆍ화자재천ㆍ타화자재천의 천자들에게 가서 전달하라.

(아수륜왕이 무수한 무리들과 함께 와서 싸우려고 하니, 지금 모든 하늘들은 스스로 준비를 하여 온갖 무기를 갖추어 가지고 와서 나를 도와 싸우라.)'

그러면 그 시중 드는 천신은 제석의 분부를 듣고 곧 염마천에서부터 타화자재천까지 가서 제석의 말을 그들에게 전달한다.

'저 아수륜왕이 무수한 무리들과 함께 와서 싸우려고 하니, 이제 모든 하늘들은 마땅히 스스로 준비를 하여 온갖 무기를 갖추어 가지고 와서 나를 도와 싸우라.'

  

그때 저 염마천은 이 말을 듣고 곧 스스로 준비를 하여 온갖 무기를 갖추고 보배 갑옷을 겹으로 껴입고 보배 수레를 타고 무수한 거억의 하늘 무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수미산 동쪽에 머문다.'

  

그때 도솔천자는 이 말을 듣고 스스로 준비를 하여 모든 무기를 갖추고 보배 갑옷을 겹으로 껴입고 보배 수레를 타고 무수한 거억의 백천 하늘 무리들에게 둘러싸여 수미산 남쪽에 머문다. 


그때 화자재천자도 이 말을 듣고 역시 군사를 단속해 수미산 서쪽에 머문다. 그 때 타화자재천자도 이 말을 듣고 역시 군사를 단속해 수미산 북쪽에 머문다.

  

이때 하늘 제석은 삼십삼천의 도리천을 생각했다. 삼십삼천의 도리천도 곧 스스로 생각했다.

'지금 제석이 우리를 생각하고 있구나. 우리들은 마땅히 빨리 준비를 하자.'

그리고 곧 좌우에 명령하여 온갖 무기를 갖추고 보배 수레를 타고 무수한 거억의 모든 하늘 무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제석 앞에 나아가 한쪽에 섰다.

  

그때 제석은 또 다른 도리천의 모든 하늘들을 생각했다. 다른 도리천의 모든 하늘도 또 스스로 생각했다.

'지금 제석이 우리를 생각하고 있구나. 우리들은 마땅히 빨리 준비를 하자.'

그리고 곧 좌우에 명령하여 모든 무기를 갖추고 보배 수레를 타고 무수한 거억의 모든 하늘 무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제석 앞에 나아가 한쪽에 섰다.

  

그때 제석은 또 묘장(妙匠)귀신을 생각했다. 묘장귀신도 스스로 생각했다.

'지금 제석이 우리를 생각하고 있구나. 우리들은 마땅히 빨리 준비를 하자.'

그리고 곧 좌우에 명령하여 모든 무기를 갖추고 보배 수레를 타고 무수한 거억의 모든 하늘 무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제석 앞에 나아가 한쪽에 섰다.

  

그때 제석은 또 선주(善住)용왕을 생각했다. 선주용왕도 또 스스로 생각했다.

'지금 제석천이 우리를 생각하고 있구나. 우리는 지금 마땅히 가자.'

그리고 곧 제석 앞에 나아가 섰다.

  

그때 제석은 스스로 준비를 하고 온갖 무기를 갖추고 몸에는 보배 갑옷을 입고 선주용왕의 정수리를 타고 무수한 모든 하늘들과 귀신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스스로 하늘 궁전을 떠나 아수륜과 싸웠다. 이른바 잘 갖추어진 무기인 칼ㆍ창ㆍ활ㆍ자귀ㆍ도끼ㆍ바퀴ㆍ그물 등의 무기와 갑옷들은 다 7보로 된 것이었다. 그런데 칼날로 아수륜의 몸을 찔렀지만 그 몸은 상하지 않고 다만 칼날이 부딪칠 뿐이었다. 아수륜의 무리들도 7보로 된 칼ㆍ창ㆍ활ㆍ자귀ㆍ도끼ㆍ바퀴ㆍ그물을 가지고서 칼날로 모든 하늘의 몸을 찔렀지만 다만 부딪칠 뿐 해칠 수는 없었다. 이와 같이 욕행(欲行)의 모든 하늘과 아수륜들이 서로 싸웠는데 욕심으로 인하여 이렇게 된 것이다.”

  

11) 삼중겁품(三中劫品)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3중겁(中劫)이 있다. 어떤 것이 셋인가? 

첫째는 도병겁(刀兵劫)이고, 둘째는 곡귀겁(穀貴劫)이며, 셋째는 질역겁(疾疫劫)이다. 


어떤 것을 도병겁이라 하는가? 

이 세간 사람들의 본래 수명은 4만 살이었다. 그 뒤에 차츰 줄어들어 2만 살이 되었고, 그 뒤에 다시 줄어서 1만 살이 되었으며, 또 줄어 1천 살이 되었고, 또 줄어 5백 살이 되었으며, 또 줄어 3백 살이 되었고, 2백 살이 되었으며, 지금에 이르러서는 요즘 사람들의 수명과 같이 백 살이 넘는 사람은 적고 그보다 적은 사람은 많게 되었다. 그 뒤에 사람의 수명은 점점 줄어 필경에는 수명이 10살이 되는데, 이때에 여자는 5개월이면 시집을 가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세간에 있는 소유(?油)ㆍ꿀ㆍ석밀(石蜜)ㆍ검은 석밀 등 온갖 맛있는 음식들은 모두 다 저절로 없어지고 5곡은 나지 않으며 오직 가라지나 피만 있게 될 것이다. 


이때에는 상등 옷감인 비단[錦綾]ㆍ명주[繒絹]ㆍ무명[劫貝]ㆍ삼베[芻摩] 따위는 다 없어지고 오직 거칠게 짠 풀옷만 남게 된다.

  

그때 이 땅에는 온통 가시덩굴만 자라고 모기ㆍ등에ㆍ벌ㆍ도마뱀ㆍ뱀 따위의 독충들만 살 것이다. 금ㆍ은ㆍ유리 등 7보의 주옥은 저절로 땅 속으로 사라지고 오직 돌과 모래 등 더럽고 나쁜 것들만 가득 차게 될 것이다. 


때의 중생들은 다만 열 가지 악(惡)만 더하고 다시 열 가지 선(善)에 대해서는 이름도 듣지 못할 것이다. 이에 선에 대한 이름도 없는데 하물며 선을 행하는 자이겠는가? 그 때의 사람들은 부모에게 불효하고 스승과 어른을 공경하지 않으며, 악을 행하는 자가 곧 공양을 얻고 남에게 존경받으며 대접을 받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지금 사람들이 부모에게 효순하고 스승과 어른을 섬기며 선을 행하는 사람이 곧 공양을 얻고 존경받고 대접을 받는 것과 같을 것이다. 저 사람들이 악을 행하여 곧 공양을 얻는 것도 또한 이와 같다. 


그때의 사람들은 목숨을 마치고 나면 축생 가운데 태어나는데 마치 지금 사람들이 천상에 태어나는 것과 같다. 그 때의 사람들은 서로 만나면 해칠 마음을 품고 오직 서로 죽이려고만 하리니, 마치 사냥꾼이 저 사슴떼를 보면 오직 죽일 마음뿐이고 착한 생각은 조금도 없는 것과 같다. 그때의 사람들도 이와 같이 서로 죽이려고만 하지 착한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때 이 땅은 도랑ㆍ시내ㆍ골짜기ㆍ구릉ㆍ언덕만 있고 평지는 조금도 없다. 그래서 때로 사람이 찾아 오면 두렵고 무서워 옷과 털이 거꾸로 설 것이다.

  

그때 7일 동안 도검겁(刀劍劫)이 일어날 것이고, 그 때에는 사람이 손에 초목이건 기와건 돌이건 잡기만 하면 다 도검으로 변한다. 도검의 날 끝은 아주 예리해 손을 대기만 하면 모두 끊어진다. 이리저리 다니며 서로 해친다. 그 중에서 어떤 꾀많은 사람은 칼로 서로 해치는 것을 보고는 두려워해 도망쳐 산림이나 굴 속처럼 사람이 없는 곳으로 들어가 7일 동안 숨어 있으면서 스스로 마음으로 생각한다.

'나는 남을 해치지 않을 터이니 남들도 나를 해치지 말라.'

그 사람은 7일 동안 풀과 나무의 뿌리를 먹으면서 생존하다가 7일이 지난 뒤 다시 산림에서 나온다. 


그때 어떤 사람과 서로 만나게 되면 기뻐하면서 말한다.

'이제서야 산 사람을 만났구나. 이제서야 산 사람을 만났구나.'

마치 부모가 오랫동안 갈라져 있던 외아들을 다시 만나게 되면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것처럼 그들도 또한 이와 같이 기뻐 뛰면서 어쩔 줄 몰라 한다. 이때의 사람들은 7일 동안은 서로 바라보며 울기만 하다가 또 7일 동안은 서로 즐겁게 놀면서 기뻐하고 축하한다. 


그때의 사람들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다 지옥에 떨어진다. 왜냐 하면 그 사람들은 항상 성내고 서로 해치려는 마음을 품고 상대하며, 사랑하거나 어진 마음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도병겁이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것을 기아겁(飢餓劫)이라 하는가? 

그 때의 사람들은 법에 어긋난 짓을 많이 행하고 삿된 소견과 거꾸로 된 소견으로 열 가지 악업만 행한다. 악을 행하기 때문에 하늘에서 비를 내리지 않아 온갖 풀은 다 말라죽고 5곡은 잘 자라지 않아 다만 줄기만이 남게 된다. 어떤 것을 기아라 하는가? 


때의 사람들은 다만 시골ㆍ거리ㆍ도로의 더러운 흙 속에 있는 버려진 곡식을 쓸어 거두어 그것으로 겨우 연명하며 살아간다. 이것을 기아라고 한다. 다시 굶주리는 시대의 사람들은 뒷골목이나 장터나 푸줏간이나 또는 공동묘지에서 해골을 주워 그것을 삶아 물을 마시면서 살아간다. 이것을 백골(白骨) 기아라 한다. 다시 기아겁의 시절에는 5곡을 심으면 모두 풀이나 나무로 변한다. 그래서 그 때의 사람들은 꽃을 따다 삶아 그 물을 마신다. 다시 기아의 시대에는 풀과 나무에서 꽃이 떨어지면 땅 밑에 묻히고 만다. 그 때의 사람들은 땅속을 파헤치고 꽃을 주워 삶아 먹으면서 겨우 연명하며 살아간다. 이것을 초목(草木) 기아라 한다. 


때의 중생들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아귀 세계에 떨어진다. 왜냐 하면 그것은 그 사람들이 기아겁 중에 항상 간탐하는 마음만 품고 베풀어줄 마음이 없으며 나눠가지려 하지 않고 재앙을 당한 사람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을 기아겁이라 한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것을 질역겁이라 하는가? 


그때의 사람들은 바른 법을 수행하고 바른 소견과 거꾸로 된 소견이 없으며 열 가지 선행을 갖추고 있으나 다른 세계의 귀신들이 찾아오면 이 세간의 귀신은 방일하고 음란하여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는다. 그러면 다른 세계의 귀신이 이 세간 사람들을 잡아다가 매질하고 때려 그 정기를 뽑아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고 핍박을 가해 끌고 간다. 마치 국왕이 장수들에게 명령하여 수호하게 하지만 다른 세계의 도적들이 와서 침노하여 이 방탕한 사람의 마을과 나라를 겁탈하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다른 세계에 있는 귀신이 와서 이 세간 사람들을 붙잡아다가 매질하고 때리고 하여 그 정기를 뺏고 구박하며 끌고 간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설령 이 세간의 귀신으로 하여금 방일하고 음란하지 않게 하더라도 다른 세계에 있는 힘이 센 귀신이 올 때에는 이 세간의 귀신들은 두려워하여 피해 간다. 그러면 저 힘이 센 귀신은 이곳 사람들을 침범하여 때리고 매질하여 그 정기를 빼앗고 이 사람을 죽이고 간다. 마치 국왕이나 혹은 왕의 대신이 장수들을 보내 백성들을 지키고 보호하게 하였으며, 또 그 장수 또한 청백하고 신중하여 방일하지 않았지만 다른 곳에 있는 힘이 세고 사나운 장수가 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와서 마을과 성을 부수고 사람과 물건을 약탈해 가는 것과 같다. 그것도 또한 이와 같아 설령 이 세간의 귀신으로 하여금 감히 방일하지 않게 하였더라도 다른 세계에 있는 힘센 귀신이 찾아오면 이 세간의 귀신들은 두려워해 피해 도망간다. 그래서 저 힘센 귀신이 이곳 사람들을 침범하여 매질하고 때리고 하여 그 정기를 빼앗고 이 사람을 죽이고 간다. 


그때 질역겁 중에 있는 사람들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모두 천상에 태어난다. 왜냐 하면, 그것은 그 때의 사람들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 대하고 더 나아가서는 '네 병은 나았는가. 몸은 안온한가?' 하고 서로 문안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인연으로 천상에 태어나게된다.

  

그러므로 이것을 질역겁이라 한다. 이것들이 3중겁이라 하는 것이다.”


12) 세본연품(世本緣品)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화재(火災)가 지나가고 이 세상 천지가 다시 성립되려고 할 때 다른 어떤 중생이 복이 다하고 행이 다하고 목숨이 다해 광음천에서 목숨을 마치고 공범처(空梵處)에 태어난다. 그는 그곳에 대해 물들어 집착하는 마음이 생겨 그곳을 사랑하고 좋아하게 된다. 그래서 다른 중생들도 함께 그곳에 태어났으면 하고 바란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하자 다시 다른 중생들도 복과 행과 목숨이 다해 광음천에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공범처에 태어난다. 


그때 먼저 태어난 범천은 곧 스스로 생각한다.

'나는 범왕이요 대범천왕이다. 나를 만든 자는 없다. 나는 저절로 있게 되었고 이어 받은 것도 없다. 1천 세계에 있어 가장 자재롭고 모든 이치를 잘 알며 부유하고 풍족하며 능히 만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나는 곧 일체 중생의 부모이다.'

  

그 뒤에 온 모든 범천의 신들도 또 스스로 생각한다.

'저 먼저 온 범천이 곧 범왕이요 대범천왕이다. 그는 저절로 있게 되었고 그를 만든 자는 없다. 1천 세계에 있어 가장 높고 제일가는 이로서 이어 받은 것이 없다. 그는 모든 이치를 잘 알고 부유하고 풍족하며 능히 만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는 중생의 부모요 나는 그로 인해 생겨나게 되었다.'

  

저 범천왕은 얼굴 모습이 항상 동자(童子)와 같다. 그래서 범왕의 이름을 동자라 한다. 혹 이 세간이 도로 성립되었을 때 세간의 중생들은 광음천에 나는 자가 많았다. 그들은 저절로 화생(化生)하여 기쁨[歡喜]으로 음식을 삼았다. 몸에서 나오는 광명이 제 자신을 비추고 신족(神足)으로 허공을 날며 안락하고 걸림이 없어 수명은 아주 길었다. 그 뒤에 이 세간은 변하여 큰 물로 가득 차게 되었다. 


그때 이 천하는 아주 깜깜해서 해ㆍ달ㆍ별과 밤낮이 없었고 또 세월과 4계절도 없었다. 그뒤 이 세간이 다시 변하려고 할 때에 다른 어떤 중생이 있었는데 복이 다하고 행이 다하며 목숨이 다해 광음천에서 목숨을 마치고 이 세간에 태어났다. 그들은 모두 다 화생하여 기쁨으로 음식을 삼았다. 몸에서 나오는 광명이 자기 자신을 비추고 신족으로 허공을 날며 안락하고 걸림이 없어 오랫동안 이 세간에 살았었다. 그때에는 남녀와 높고 낮음과 상하 구별도 없었고 또 다른 이름도 없이 무리 지어 함께 살았기 때문에 중생이라 이름했다. 이 때 이 땅에는 지미(地味:세상이 생기던 시초에 저절로 생겨난 음식)가 나와 땅에 어려 있었는데 마치 제호처럼 생겨난 지미도 그와 같았다. 맛은 마치 생소와 같으며 꿀처럼 달았다.

  

그 뒤에 중생들은 그 맛이 어떤가 시험해 보려고 손으로 찔러 맛을 보았다. 처음으로 맛을 보고 좋은 줄 알게 되자 마침내 맛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계속하여 맛보기를 그치지 않다가 드디어 탐하고 집착하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새 손으로 움켜 먹으며 점점 단식으로 삼았고 그 단식을 계속해서 먹었다. 다른 중생들도 그것을 보고 그 본을 따서 먹었고 또 먹기를 그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중생들은 몸이 거칠어지고 광명이 점점 사라졌으며 또 신족(神足)이 없어져 날아다니지 못하게 되었다. 그 때에는 아직 해와 달이 없었으므로 중생들에게 광명이 없어졌고 이 때 천지는 전과 다름없이 매우 깜깜하였다.

  

오랜 세월이 지나서 큰 폭풍이 불어 깊이 8만 4천 유순이나 되는 바닷물을 양쪽으로 헤치고 해의 궁전[日宮]을 가져다 수미산 중턱에 있는 해가 지나는 길에 두었더니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면서 천하를 빙빙 돌았다. 두 번째 해의 궁전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니 그 때 중생들은 말하기를 '이것은 어제의 해이다'라고 하였고, 혹은 말하기를 '어제의 해가 아니다'라고 했다. 세 번째 해의 궁전도 수미산을 돌아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졌다. 그 때도 중생들은 말하기를 '틀림없이 동일한 해이다'라고 하였다. 해[日]란 뜻은 전에 밝았던 인(因)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름하여 해라고 한다. 해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첫째는 상도(常道)에 머문다는 뜻이고, 둘째는 궁전이란 뜻이다.


궁전은 네모난 것이지만 멀리서 보기 때문에 둥글게 보인다. 추위와 더위가 서로 조화(調和)를 이루고 천금(天金)으로 만들어졌으며 파리(頗梨)가 사이사이 섞여 있어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천금으로 된 부분은 안팎이 맑고 투명하여 광명이 멀리까지 비친다.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파리로 된 부분도 안팎이 맑고 투명하여 광명이 멀리까지 비친다. 


해의 궁전은 가로와 세로가 51유순이요 궁전의 담장과 바닥에 깐 발[地薄]은 가래나무나 잣나무와 같다. 궁전의 담장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고 일곱 겹의 난간, 일곱 겹의 그물, 일곱 겹의 보배방울, 일곱 겹의 가로수가 빙 둘러 장식하였는데 모두 7보(寶)로 되어 있다. 금담에는 은문, 은담에는 금문이요, 유리담에는 수정문, 수정담에는 유리문이며, 붉은 구슬담에는 마노문, 마노담에는 붉은 구슬문이요, 자거담에는 중보(衆寶)문, 중보담에는 자거문이다. 또 그 난간을 보면 금난간에는 은가름대, 은난간에는 금가름대이며, 유리난간에는 수정가름대, 수정난간에는 유리가름대이며, 붉은 구슬 난간에는 마노가름대, 마노난간에는 붉은 구슬가름대이며, 중보난간에는 자거가름대, 자거난간에는 중보가름대이다.


금나무에는 은잎ㆍ은꽃ㆍ은열매요, 은나무에는 금잎ㆍ금꽃ㆍ금열매이다. 유리나무에는 수정꽃ㆍ수정열매요, 수정나무에는 유리꽃ㆍ유리열매이다. 붉은 구슬나무에는 마노꽃ㆍ마노열매요, 마노나무에는 붉은 구슬꽃ㆍ붉은 구슬 열매이다. 자거나무에는 갖가지 보배로 된 꽃과 갖가지 보배로 된 열매이고, 갖가지 보배로 된 나무는 자거꽃ㆍ자거열매이다. 궁전의 담에는 네 문이 있는데 문마다 일곱 개의 층계가 있고 둘레에는 난간이 빙 둘러 쳐져 있다. 누각ㆍ대관(臺觀)ㆍ동산ㆍ욕지(浴池)가 차례로 늘어서 있고 온갖 보배꽃들이 피어 있다. 줄줄이 늘어선 온갖 과실나무에는 갖가지 꽃이 피고 잎이 달려 있는데 나무의 그윽한 향기가 사방 멀리까지 퍼지고 온갖 종류의 새들은 서로 화답하며 지저귄다.

  

해의 궁전은 다섯 가지 바람[風]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첫째는 지풍(持風)이고, 둘째는 양풍(養風)이며, 셋째는 수풍(受風)이고, 넷째는 전풍(轉風)이며, 다섯째는 조풍(調風)이다. 


일천자(日天子)가 사는 정전(正殿)은 순금으로 되어 있고 높이는 16유순이다. 궁전[殿]에는 네 개의 문이 있고 둘레에는 난간이 빙 둘러 쳐져 있다. 일천자가 앉는 자리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반 유순이고 7보로 되었으며, 청정하고 유연하기가 마치 하늘 옷과 같다. 


일천자는 자기 몸에서 광명을 놓아 금궁전[金殿]을 비추고 금궁전에서 나온 광명은 해의 궁전[日宮]을 비추며 해의 궁전에서 나온 광명은 4천하를 비춘다. 


일천자의 수명은 하늘 나이로 5백 살이고 자손이 계속 이어져 다른 계통은 없다. 그 궁전은 1겁(劫) 동안은 끝내 부서지지 않는다. 해의 궁전이 움직일 때에도 그 일천자는 갈 생각이 없어 '나는 가거나 머물거나 항상 다섯 가지 욕락을 누리며 즐기고자 한다'고 말한다. 해의 궁전이 운행할 때에는 무수한 백천의 큰 하늘 신이 앞에서 인도하면서 기뻐하되 피곤한줄 모르고 빨리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일천자의 이름을 첩질(捷疾)이라고 한다. 일천자는 몸에서 1천의 광명을 내는데 5백 광명은 밑을 비추고 5백 광명은 옆을 비춘다. 이것은 전생에 지은 업[宿業]의 공덕 때문에 이 1천의 광명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천자의 이름을 천광(千光)이라고 한다.

  

전생에 지은 업의 공덕은 무엇인가? 

세간에 어떤 사람이 사문 바라문을 공양하고 모든 궁핍한 사람에게 음식ㆍ의복ㆍ탕약ㆍ코끼리ㆍ말ㆍ수레ㆍ방사(房舍)ㆍ등불을 베풀어 구제하였다. 나누어 줄 때에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나누어 주어서 남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며 계를 지키는 모든 현인과 성인을 공양하였다. 그는 온갖 무수한 법으로 얻은 기쁨과 착한 마음 때문에 광명을 지니게 된 것이다. 마치 머리에 물을 붓는 의식을 치른 종족인 찰리(刹利)왕이 처음 왕위에 오를 때처럼 착한 마음으로 기뻐하는 것도 또한 그와 같았다. 이런 인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다음 일천자가 되어 해의 궁전을 얻고 1천 광명을 지니게 되었다. 그러므로 착한 업으로 1천 광명을 얻었다고 한 것이다.

  

무슨 까닭으로 전생에 지은 업으로 얻은 광명이라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이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삿된 음행을 하지 않고 이간질하지 않으며, 욕설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으며, 꾸밈말하지 않고 탐취하지 않으며, 성내지 않고 삿된 소견을 가지지 않았다. 그는 이런 인연으로 착한 마음을 가지고 기뻐하였다. 마치 사거리에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는 목욕하는 큰 연못이 있는데 먼 길을 걸어온 나그네가 너무도 피로하고 몹시 목이 말랐을 때 이 못에 들어가 목욕하고는 시원해서 기쁘고 즐거워진 것처럼 저 열 가지 선을 행한 자가 착한 마음을 가지고서 기뻐하는 것도 또한 이와 같다. 그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일천자가 되어 해의 궁전에서 살면서 1천 광명이 있게 되었다. 이 인연으로 착한 업의 광명이라고 이름한다.

  

또 무슨 인연으로 1천 광명이라고 하는가? 

어떤 사람이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행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하자. 그는 이 인연으로 착한 마음을 가지고 기뻐하게 되며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일천자가 되어 해의 궁전에서 살고 1천 광명이 있게 된다. 이 인연으로 착한 업으로 1천 광명을 얻었다고 한다.

  

60념경(念頃)을 1라야(羅耶)라 하고, 30라야를 1마후다(摩?多)라 하며, 1백 마후다를 1우파마(優波摩)라 한다. 일궁전은 하루에 30리씩 6개월 동안 남쪽으로 움직여 내려 가는데 남쪽으로 내려가는 한계는 염부제(閻浮提)를 벗어나지 못한다. 해가 북쪽으로 가는 것도 또한 그와 마찬가지이다.

  

무슨 인연으로 햇빛이 빛나고 뜨거운가? 

거기에는 열 가지 인연이 있다. 어떤 것을 열 가지라고 하는가?


첫째는 수미산 밖에 가타라산(?陀羅山)이 있는데 이 산의 높이는 4만 2천 유순이요, 가로와 세로도 각각 4만 2천 유순이며 그 주위는 한량없는 7보로 이루어졌다. 햇빛이 산을 비추어 부딪치면 열(熱)이 생기나니, 이것이 햇빛이 뜨거운[炎熱] 첫 번째 인연이다.

둘째는 가타라산 바깥에 이사타산(伊沙陀山)이 있는데 그 산의 높이는 2만 1천 유순이고 가로와 세로도 각각 2만 1천 유순이며 주위는 한량없는 7보로 이루어졌다. 햇빛이 산을 비추어 부딪치면 열이 생기나니, 이것이 햇빛이 뜨거운 두 번째 인연이다.

셋째는 이사타산(伊沙陀山) 바깥에 수제타라산(樹提陀羅山)이 있는데 이 산의 높이는 1만 2천 유순이고 가로와 세로도 각각 1만 2천 유순이며 주위는 한량없는 7보로 이루어졌다. 햇빛이 산을 비추어 부딪치면 열이 생기나니, 이것이 햇빛이 뜨거운 세 번째 인연이다.

넷째는 수제타라산 바깥에 선견(善見)이라는 산이 있는데 높이는 6천 유순이고 가로와 세로도 각각 6천 유순이며 주위는 한량없는 7보로 이루어졌다. 햇빛이 산을 비추어 부딪치면 열이 생기나니, 이것이 햇빛이 뜨거운 네 번째 인연이다.

다섯째 선견산 밖에 마사산(馬祀山)이 있는데 이 산의 높이는 3천 유순이고 가로와 세로가 각각 3천 유순이며 주위는 한량없는 7보로 이루어졌다. 햇빛이 산을 비추어 부딪치면 열이 생기나니 이것이 햇빛이 뜨거운 다섯 번째 인연이다.

여섯째는 마사산 바깥에 니미타라산(尼彌陀羅山)이 있는데 이 산의 높이는 1천 2백 유순이고 가로와 세로도 각각 1천 2백 유순이며 주위는 한량없는 7보로 이루어졌다. 햇빛이 산을 비추어 부딪치면 열이 생기나니, 이것이 햇빛이 뜨거운 여섯 번째 인연이다.

일곱째 니미타라산 바깥에 조복산(調伏山)이 있는데 이 산의 높이는 6백 유순이고 가로와 세로도 각각 6백 유순이며 주위는 한량없는 7보로 이루어졌다. 햇빛이 산을 비추어 부딪치면 열이 생기나니, 이것이 햇빛이 뜨거운 일곱 번째 인연이다.

여덟째는 조복산 바깥에 금강륜산(金剛輪山)이 있는데 이 산의 높이는 3백 유순이고 가로와 세로도 각각 3백 유순이며 주위는 한량없는 7보로 이루어졌다. 햇빛이 산을 비추어 부딪치면 열이 생기나니, 이것이 햇빛이 뜨거운 여덟 번째 인연이다.

다시 1만 유순 위에 성수(星宿)라고 하는 하늘 궁전이 있는데, 이 궁전은 유리로 이루어졌다. 햇빛이 그것을 비추어 부딪치면 열이 생기나니, 이것이 햇빛이 뜨거운 아홉 번째 인연이다.

다시 해의 궁전 광명이 대지를 비추어 부딪치면 열이 생기나니, 이것이 햇빛이 뜨거운 열 번째 인연이다.”

  

그때에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러한 열 가지 인연이 있어

  해를 천광이라 이름하나니

  그 광명의 불꽃 몹시도 뜨겁다고

  부처님께서 해에 대해 말씀하셨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겨울의 해의 궁전은 추워서 가까이할 수 없으며 광명이 있으면서도 차가운가? 

열세 가지 인연이 있어 비록 광명이 있으면서도 차가운 것이다. 

어떤 것을 열세 가지라 하는가? 


첫째는 수미산과 가타라산 중간에 물이 있는데 넓이는 8만 4천 유순이고 둘레는 한량이 없다. 그 물에는 우발라꽃ㆍ구물두꽃ㆍ발두마꽃ㆍ분타리꽃ㆍ수건제꽃 따위의 온갖 꽃들이 피어 있는데 햇빛이 거기를 비추어 부딪치면 찬 기운이 생기나니 이것이 햇빛이 차가운 첫 번째 인연이다. 

둘째는 가타라산과 이사타라산 중간에 물이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4만 2천 유순이고 둘레는 한량이 없다. 그 물에는 온갖 꽃이 피는데 햇빛이 거기를 비추어 부딪치면 찬 기운이 생기나니 이것이 햇빛이 차가운 두 번째 인연이다.

셋째는 이사타라산과 수제타라산 중간에 물이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2만 1천 유순이고 둘레는 한량이 없다. 여기에는 온갖 꽃들이 피는데 햇빛이 거기를 비추어 부딪치면 찬기운이 생기나니, 이것이 햇빛이 차가운 세 번째 인연이다. 

넷째는 선견산과 수제타라산의 중간에 물이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1만 2천 유순이고 둘레는 한량이 없다. 여기에는 온갖 꽃들이 피는데 햇빛이 거기를 비추어 부딪치면 찬기운이 생기나니, 이것이 햇빛이 차가운 네 번째 인연이다.

다섯째는 선견산과 마사산(馬祀山) 중간에 물이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6천 유순이다. 여기에는 온갖 꽃들이 피는데 햇빛이 거기를 비추어 부딪치면 찬기운이 생기나니, 이것이 햇빛이 차가운 다섯 번째 인연이다. 

여섯째는 마사산과 니미타라산 중간에 물이 있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1천 2백 유순이고 둘레는 한량이 없다. 여기에는 온갖 꽃들이 피는데 햇빛이 거기를 비추어 부딪치면 찬기운이 생기나니, 이것이 햇빛이 차가운 여섯 번째 인연이다.

니미타라산과 조복산 중간에 물이 있는데 너비는 6백 유순이요 둘레는 한량이 없다. 여기에도 온갖 꽃들이 피는데 햇빛이 거기를 비추어 부딪치면 찬기운이 생기나니, 이것이 햇빛이 차가운 일곱 번째 인연이다. 

조복산과 금강륜산 중간에 물이 있는데 너비는 3백 유순이고 둘레는 한량이 없다. 여기에는 온갖 꽃들이 피는데 햇빛이 거기를 비추어 부딪치면 찬기운이 생기나니, 이것이 햇빛이 차가운 여덟 번째 인연이다.

다시 염부제 땅에는 큰 강하(江河)가 있는데 햇빛이 거기를 비추어 부딪치면 찬기운이 생기나니, 이것이 햇빛이 차가운 아홉 번째 인연이다. 

염부제 땅에는 강물이 적고 구야니(拘耶尼) 땅에는 물이 많은데 햇빛이 거기를 비추어 부딪치면 찬기운이 생기나니, 이것이 햇빛이 차가운 열 번째 인연이다.

구야니에는 강물이 적고 불우체(弗于逮)에는 물이 많은데 햇빛이 거기를 비추어 부딪치면 찬기운이 생기나니, 이것이 햇빛이 차가운 열한 번째 인연이다. 

불우체에는 강물이 적고 울단왈(鬱單曰)에는 강물이 많은데 햇빛이 거기를 비추어 부딪치면 찬기운이 생기나니, 이것이 햇빛이 차가운 열 두 번째 인연이다.

다시 해의 궁전의 광명은 큰 바닷물을 비추는데 햇빛이 거기를 비추어 부딪치면 찬기운이 생기나니, 이것이 햇빛이 차가운 열세 번째 인연이다.”

  

부처님께서 그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 열세 가지 인연이 있어

  해를 천광이라 이름하나니

  그 광명은 맑고도 차갑다고

  부처님께서 해에 대해 말씀하셨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달의 궁전은 때때로 그 바탕이 가득 찼다가 점점 줄어들어 기울어지면 광명도 따라서 줄어든다. 그러므로 달의 궁전을 손(損)이라고 말한다. 달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첫째는 상도(常度)에 머문다는 뜻이고, 둘째는 궁전이란 뜻이다. 


달의 궁전은 네모난 것이지만 멀리서 보기 때문에 둥글게 보인다. 추위와 더위가 서로 조화를 이루고, 천은(天銀)과 유리,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두 부분 중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천은으로 된 부분은 안팎이 맑고 투명해서 광명이 멀리까지 비친다.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유리로 된 부분도 안팎이 맑고 투명해서 광명이 멀리까지 비친다. 달의 궁전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49유순이고 궁전의 담장과 바닥은 가래나무나 잣나무와 같다. 궁전의 담장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고 일곱 겹의 난간, 일곱 겹의 그물, 일곱 겹의 보배방울, 일곱 겹의 가로수가 빙 둘러 장식하였는데 모두 7보로 되어 있다. 나아가 무수한 온갖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귄다. 


그 달의 궁전은 다섯 가지 바람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첫째는 지풍이고, 둘째는 양풍이며, 셋째는 수풍이고, 넷째는 전풍이며, 다섯째는 조풍이다.

  

월천자(月天子)가 사는 정전(正殿)은 유리로 지어졌고 높이는 16유순이다. 궁전에는 네 개의 문이 있고 둘레는 난간이 빙둘러 쳐져 있다. 월천자(月天子)가 앉는 자리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반 유순이고 7보로 만들어졌으며 청정하고 유연함이 마치 하늘 옷과 같다. 월천자는 몸에서 광명을 내어 유리궁전을 비추고 유리궁전에서 나온 광명은 달의 궁전을 비추며 달의 궁전에서 나온 광명은 4천하를 비춘다. 


월천자의 수명은 하늘 세계의 나이로 5백 살이고 자손이 계속 이어져 다른 계통은 없다. 그 궁전은 1겁 동안은 끝내 부서지지 않는다. 달의 궁전이 움직일 때에도 월천자는 움직일 생각이 없어 '나는 가거나 머물러 있거나 항상 다섯 가지 욕락을 누리며 즐기고자 한다'고 말한다. 


달의 궁전이 운행할 때에는 무수한 백천의 모든 하늘 신들이 항상 앞에서 인도하면서 기뻐하되 피곤한 줄 모르고 빨리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월천자의 이름을 첩질(捷疾)이라고 한다. 월천자는 몸에서 1천 광명을 내는데 그 중 5백 광명은 아래를 비추고 5백 광명은 옆을 비춘다. 이것은 전생에 지은 업의 공덕 때문에 이 광명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월천자의 이름을 천광(千光)이라 한다.

  

그가 전생에 지은 업의 공덕은 무엇인가? 

세간에 어떤 사람이 사문바라문을 공양하고 모든 궁핍한 사람에게는 음식ㆍ의복ㆍ탕약ㆍ코끼리ㆍ말ㆍ수레ㆍ방사ㆍ등불을 베풀어 구제하였다. 나누어 줄 때에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나누어 주어 사람의 뜻을 거스르지 않았으며 계를 지키는 모든 현인과 성인을 공양하였다. 이처럼 온갖 무수한 법으로 얻는 기쁨과 착한 마음 때문에 광명을 지니게 된 것이다. 마치 머리에 물을 붓는 의식을 치른 종족인 찰리왕이 처음으로 왕위에 오르는 것처럼 착한 마음으로 기뻐하는 것도 또한 그와 같았다. 이런 인연으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다음 월천자가 되어 달의 궁전을 얻고 1천 광명을 지니게 되었다. 그 때문에 착한 업으로 1천 광명을 얻었다고 한 것이다.

  

다시 어떤 업으로써 1천 광명을 얻었는가? 

세간에 어떤 사람이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삿된 음행을 하지 않고 이간질하지 않으며, 욕설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으며, 꾸밈말하지 않고 탐취하지 않으며, 성내지 않고 삿된 소견을 가지지 않았다. 이런 인연 때문에 착한 마음을 지니고 기뻐하게 되었다. 마치 사거리에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는 목욕하는 큰 연못이 있는데 먼 길을 걸어온 나그네가 몹시 피로하고 목이 말랐을 때 이 못에 들어가 목욕하고는 시원하여 기쁘고 즐거워진 것처럼 저 열 가지 선을 행한 자가 착한 마음을 지니고 기뻐하는 것도 또한 이와 같다. 그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월천자가 되어 달의 궁전에 살면서 1천 광명이 있게 되었다. 이 인연으로 착한 업의 1천 광명이라 말한다.

  

다시 어떤 인연으로 1천 광명을 얻었는가? 

세간에 어떤 사람이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탕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하자. 그는 이 인연으로 착한 마음과 기쁨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다음 월천자가 되어 달의 궁전에 살게 되었고 1천 광명도 지니게 되었다. 이 인연 때문에 착한 업으로 1천 광명을 얻었다고 한다.

 

60념경(念頃)을 1라야라 하고, 30라야를 1마후다(摩?多)라 하며 1백 마후다를 1우바마(優婆摩)라 한다. 마치 해의 궁전이 하루에 30리씩 6개월 동안 남쪽으로 움직여 가는데 남쪽으로 내려가는 한계가 염부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이 때 달의 궁전도 반 년 동안 남쪽으로 움직이지만 염부제를 벗어나지 못한다. 달이 북쪽으로 움직이는 것도 또한 그와 마찬가지이다.

  

무슨 인연으로 달의 궁전은 조금씩 줄어드는가? 

세 가지 인연으로 달의 궁전은 조금씩 줄어든다. 


첫째는 달이 간방[維]에서 나온다. 이것이 달빛이 줄어드는 첫 번째 인연이다. 

다시 달의 궁전 안에 여러 대신들이 몸에 푸른 옷을 입고 있는데, 그들이 차례로 올라오면 그들이 머무는 곳은 곧 푸르게 된다. 그러므로 달은 줄어든다. 이것이 달이 날마다 줄어드는 두 번째 인연이다. 

다시 해의 궁전에는 60가닥의 광명이 있는데 그 광명이 달의 궁전을 비추어 달의 광명이 나타나지 못하게 한다. 그러므로 가려진 부분만큼 달은 곧 줄어드는 것이다. 이것이 달빛이 줄어드는 세 번째 인연이다.

  

다시 무슨 인연으로 달빛이 점점 차는가? 

달빛이 점점 차게 되는 데에도 세 가지 인연이 있다. 세 가지란 어떤 것인가? 


첫째는 달이 정방향으로 향하기 때문에 달의 광명이 가득 찬다. 

둘째는 달의 궁전의 모든 신하들이 다 푸른 옷을 입었지만 월천자가 보름날 그들 가운데 앉아 서로 함께 즐겁게 놀면 그의 광명이 두루 비쳐 모든 하늘의 광명을 막기 때문에 달의 광명이 가득 차게 된다. 마치 많은 등불 가운데 큰 횃불을 피우면 모든 등불의 빛이 무색해지는 것과 같다. 월천자가 보름날 모든 하늘신의 무리 가운데 있으면서 여러 하늘의 빛을 무색하게 만들고 그 광명만 홀로 비치는 것도 또한 그와 마찬가지이다. 이것이 두 번째 인연이다. 

셋째는 일천자가 60가닥의 광명으로 비록 달의 궁전을 비추지만 보름날에는 월천자가 능히 광명을 반대로 비추어 가리지 못하게 한다. 이것은 달의 궁전이 원만하여 줄어듦이 없게 되는 세 번째 인연이다.

  

다시 무슨 인연으로 달에 검은 그림자가 있는가? 

염부나무의 그림자가 달 안에 있기 때문에 달에 그림자가 있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음은 마땅히 달처럼 시원하고 열기가 없어야 하며 단월(檀越)의 집에 가서도 생각을 오로지 하여 혼란하지 않게 해야 한다.

  

또 무슨 인연으로 모든 강하(江河)가 있는가? 

해와 달은 열이 있기 때문에 그 열로 인해 구어지고[灸], 구워지기 때문에 땀이 생기고 땀으로 인해 강하가 생겨나게 되었다. 그러므로 세간에 강하가 있는 것이다.

  

무슨 인연으로 세간에 다섯 가지 종자(種子)가 있는가? 

크게 어지러운 바람이 괴멸되지 않는 세계에서 종자를 불어다가 이 영토에서 자라나게 했다. 첫째는 뿌리 종자요, 둘째는 줄기 종자며, 셋째는 마디 종자요, 넷째는 속이 빈 종자이며, 다섯째는 열매로 된 종자이다. 이것을 다섯 가지 종자[子]이라고 한다. 이 인연으로 세간에 다섯 가지 종자가 생기게 되었다.


이 염부제가 한낮일 때 불우체에서는 해가 지고 구야니에서는 해가 뜨며 울단왈은 한밤중이다. 구야니가 한낮일 때 염부제에서는 해가 지고 울단왈에서는 해가 뜨며 불우체는 한밤중이다. 울단왈이 한낮일 때 구야니에서는 해가 지고 불우체에서는 해가 뜨며 염부제는 한밤중이다. 만일 불우체가 한낮일 때면 울단왈에서는 해가 지고 염부제에서는 해가 뜨며 구야니는 한밤중이다. 염부제가 동방이 되면 불우체는 서방이 되고 염부제가 서방이 되면 불우체는 동방이 된다. 구야니가 서방이 되면 울단왈은 동방이 되고 울단왈이 서방이 되면 불우체는 동방이 된다.

  

염부제를 염부라고 이름하는 까닭은 아래쪽에 높이 30유순이나 되는 금산(金山)이 있고 거기에 염부나무가 자라기 때문에 이름을 염부금(閻浮金)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염부나무의 과실은 버섯처럼 생겼고 그 맛은 꿀과 같다. 나무에는 다섯 개의 큰 과실[孤]이 있는데 4면에 네 개의 열매가 달리고 위에 하나의 열매가 달려 있다. 그 동쪽의 열매는 건달화(乾?和)가 먹는 것이요, 남쪽의 열매는 일곱 나라 사람이 먹는 것인데, 그 일곱 나라는 첫째는 구루국(拘樓國)이요, 둘째는 구라바(拘羅婆)이며, 셋째는 비제(毘提)이고, 넷째는 선비제(善毘提)이며, 다섯째는 만타(曼陀)이고, 여섯째는 바라(婆羅)이며, 일곱째는 바리(婆梨)이다. 그 서쪽의 열매는 바다 벌레가 먹는 것이요, 그 북쪽의 열매는 새나 짐승들이 먹는 것이며 그 위에 달린 열매는 성수천(星宿天)이 먹는 것이다.

  

7대국의 북쪽에는 일곱 개의 큰 흑산이 있다. 첫째는 나토(裸土)라 하고, 둘째는 백학(白鶴)이라 하며, 셋째는 수궁(守宮)이라 하고, 넷째는 선산(仙山)이라 하며, 다섯째는 고산(高山)이라 하고, 여섯째는 선산(禪山)이라 하며, 일곱째는 토산(土山)이라 한다. 이 일곱의 흑산에는 일곱 명의 바라문 선인(仙人)이 있는데, 이 일곱 선인이 사는 곳의 이름은 첫째는 선제(善帝), 둘째는 선광(善光), 셋째는 수궁(守宮), 넷째는 선인(仙人), 다섯째는 호궁(護宮), 여섯째는 가나나(伽那那), 일곱째는 증익(增益)이라 한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겁초(劫初)의 중생은 지미(地味)를 먹고 나서 오랫동안 세상에 머무르게 되었다. 그것을 많이 먹은 자는 얼굴빛이 추하고 초췌하며 그것을 적게 먹은 자는 얼굴빛이 빛나고 윤택했다. 그후에 비로소 중생의 얼굴빛과 얼굴 모습에 우열이 있음을 알게 되자, 서로 시비하며 말하였다.

'내가 너보다 낫고, 너는 나보다 못하다.'

그들의 마음에 너니 나니 하는 생각을 가지고 다투었기 때문에 지미(地味)는 사라져 버렸다. 그 다음 지피(地皮)라는 것이 생겨 났는데 그 모양은 얇은 떡처럼 생겼고 빛깔과 맛은 향기롭고 깨끗하였다. 그 때 중생들은 한곳에 모여 오뇌하고 슬피 울면서 가슴을 치며 말했다.

'아아, 재앙이 생겼구나. 이제는 지미가 처음처럼 다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마치 지금 사람들이 맛난 음식을 푸짐하게 얻어 가지고 맛이 좋다고 찬양하다가 나중에 다시 그것을 잃어버리고 걱정하고 번민하는 것처럼 그들도 또한 이와 같이 걱정하고 괴로워하며 뉘우치고 한탄하였다.

  

그 뒤에 지피를 먹으면서 점점 그 맛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것을 많이 먹은 자는 얼굴빛이 추하고 초췌하며 그것을 적게 먹은 자는 얼굴빛이 빛나고 윤택했다. 그후에 비로소 중생의 얼굴빛과 얼굴 모습에 우열이 있음을 알게 되자, 그들은 서로 시비해 말했다.

'내가 너보다 낫고, 너는 나보다 못하다.'

그들의 마음에 너니 나니 하는 생각이 생겨나 서로 다투었기 때문에 지피는 사라져 없어지고 말았다.

  

그 뒤에는 지부(地膚)가 나왔는데, 갈수록 점점 커지고 두터워졌다. 빛깔은 하늘 꽃과 같고 부드럽기는 하늘 옷과 같으며 그 맛은 꿀과 같았다. 그때 모든 중생들은 또 그것을 취해 함께 먹으면서 오랫동안 세상에 살게 되었는데, 그것을 많이 먹은 자는 얼굴빛이 갈수록 못쓰게 되고 그것을 적게 먹은 자는 얼굴빛이 빛나고 윤택했다. 그후에 그들은 비로소 중생의 얼굴빛과 얼굴 모습의 우열을 알게 되자, 그들은 서로 시비하며 말하였다.

'내가 너보다 낫고, 너는 나만 못하다.'

그들의 마음에 너니 나니 하는 생각을 가지고 서로 다투었기 때문에 지부는 사라져 없어졌다.

  

그 뒤에는 다시 자연생 멥쌀이 생겨났는데, 등겨나 뉘가 없고 조리를 하지 않아도 온갖 좋은 맛을 갖추고 있었다. 그 때 중생들은 한곳에 모여 말했다.

'아아, 재앙이 생겼구나. 이제 지부는 처음처럼 다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마치 지금 사람들이 재앙을 만나고 어려움을 당하면 '괴롭다'고 하는 것처럼 그 때의 중생들도 또한 그와 같이 오뇌하고 한탄하였다.

  

그 뒤에 중생들은 어느새 서로 멥쌀을 가져다 먹었다. 그랬더니 그 몸은 추하고 더러워졌고 남녀의 형상이 있게 되었다. 그들은 서로 바라보다 마침내 애욕의 생각이 생겨 으슥한 곳으로 가 부정한 짓을 했다. 다른 중생들은 그것을 보고 말하였다.

'아아, 이것은 잘못된 짓이다. 어떻게 중생들이 함께 살면서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자 저 부정한 짓을 한 남자는 남들이 꾸짖는 말을 듣고 곧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면서 '내가 한 짓은 잘못이었다'고 말하고는 곧 몸을 땅에 던졌다. 저 여인은 그 남자가 몸을 땅에 던져 잘못을 뉘우치면서 일어나지 않는 것을 보고 곧 음식을 보냈다. 다른 중생들이 그것을 보고 여자에게 물었다.

'너는 이 음식을 누구에게 주려고 하는가?'

그녀가 대답했다.

'저 착하지 못한 행위를 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중생에게 이 음식을 주려고 한다..'

  

이 말로 인해 세간에는 비로소 착하지 못한 사내[不善夫主]라는 이름이 생기게 되었고, 밥을 남편에게 보내주었기 때문에 이로 인해 그를 아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 뒤로 중생들은 마침내 음탕한 짓을 하여 착하지 못한 법이 늘어났고 스스로 그것을 가리고 덮기 위해 결국 집을 짓게 되었다. 이런 인연으로 비로소 집이라는 이름이 생기게 되었다. 그 뒤로 중생들의 음탕함은 더욱더 늘어나 드디어 남편과 아내가 되었다. 다른 중생들은 목숨과 행위와 복이 다해 광음천에서 목숨을 마치고 이 세간에 와서 어머니의 태 속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로 인해 세간에는 태생(胎生)이라는 말이 생기게 되었다.

  

그때 먼저 첨파성(瞻婆城)을 짓고 다음에는 가시성(伽尸城)과 바라나성(婆羅奈城)을 지었으며, 그 다음에는 왕사성(王舍城)을 지었다. 해가 뜰 때 짓기 시작하였는데 곧 해가 뜰 때 완성되었다. 이런 인연 때문에 세간에는 갑자기 성곽ㆍ군읍(郡邑) 따위의 왕이 다스리는 장소의 이름이 생기게 되었다.

  

그때 중생들이 처음으로 저절로 생겨난 멥쌀을 먹을 때에는 아침에 거두어들이면 저녁에 또 익고 저녁에 거두어들이면 아침에 또 익곤 하여 거두고 나면 다시 돋아났지만 줄기와 잎은 없었다. 


그때 어떤 중생이 혼자서 스스로 생각했다.

'날마다 베어 들이자니 것은 내가 힘들다. 이제부터는 마땅히 한꺼번에 거두어다가 며칠씩 먹어야겠다.'

그리고는 곧 한꺼번에 여러 날 먹을 양식을 베어다 쌓아 두었다. 뒤에 다른 사람들이 이 사람에게 말했다.

'우리 함께 멥쌀을 베러 나가자.'

이 사람이 대답했다.

'나는 이미 쌓아 두었으니 다시 베러 갈 필요가 없다. 베러 가려거든 네 마음대로 하라.'

  

뒷사람도 또 스스로 생각했다.

'저 사람은 2일분의 양식을 더 베었는데, 나라고 어찌 3일분의 양식을 베지 못하겠는가?'

이 사람은 곧 3일분의 양식을 더 베어 쌓아 두었다. 그러자 또 다른 사람이 그에게 말했다.

'우리 함께 양식을 가지러 가자.'

이 사람이 대답했다.

'나는 이미 3일분의 양식을 더 장만해 놓았다. 가지러 가려거든 네 마음대로 하라.'

  

그 사람도 생각했다.

'저 사람은 3일분의 양식을 더 취했는데 나라고 어찌 5일분의 양식을 취하지 못하겠는가?'

그는 곧 5일분의 양식을 취했다.


그때 중생들이 앞다투어 여분의 양식을 쌓아 놓았기 때문에 이 때부터 멥쌀에는 겨와 뉘가 생기고 베어낸 뒤에는 다시 나지 않아 그루터기가 남게 되었다. 그때 중생들은 한곳에 모여 괴로워하고 슬피 울며 가슴을 치면서 '아아, 재앙이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스스로 슬퍼하고 자책하면서 말했다.

'우리들은 본래 다 화생(化生)으로서 생각[念]을 음식으로 삼았었다. 몸에는 광명이 저절로 비치고 신통력이 있어 허공을 날고 안락하여 걸림이 없었다. 그 뒤에 빛깔과 맛을 구족한 지미(地味)가 처음 생겨 우리들은 이 지미를 먹고 오랫동안 세상에 살았다. 그런데 그것을 많이 먹은 자는 안색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그것을 적게 먹은 자는 안색에 광택이 있었다. 이에 중생들은 마음에 너니 나니 하면서 구별하고 교만한 마음을 내어 (내 얼굴빛이 낫고 네 얼굴빛은 못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얼굴 색을 가지고 다투면서 교만해졌기 때문에 지미는 소멸되고 말았다. 다시 지피(地皮)가 생겨났는데 빛깔과 향기를 구족했었다. 우리들은 다시 그것을 취해 먹으면서 오랫동안 세상에 살았다. 그런데 그것을 많이 먹은 자는 얼굴이 더욱 추하고 초췌해졌으며 그것을 적게 먹은 자는 오히려 얼굴빛에 광택이 있었다. 이에 중생들은 마음에 너니 나니 하면서 교만한 마음을 내어 (내 얼굴빛이 낫고 네 얼굴빛은 못하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얼굴 빛을 가지고 다투면서 교만해졌기 때문에 지피도 소멸되었다. 다시 지부(地膚)가 생겨났는데 갈수록 더욱 거칠고 두터웠지만 빛깔과 향기와 맛은 갖추고 있었다. 그때 우리들은 다시 그것을 취해 먹으면서 오랫동안 세상에 살았다. 그런데 그것을 많이 먹은 자는 얼굴빛이 더욱 추하고 초췌해졌고 그것을 적게 먹은 자는 오히려 얼굴에 광택이 있었다. 이에 중생들은 마음에 너니 나니 하면서 교만한 마음을 내어 (내 얼굴빛은 낫고 네 얼굴빛은 못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얼굴빛을 가지고 다투어 교만해졌기 때문에 지부는 소멸되고 말았다. 다시 빛깔과 향기와 맛을 갖춘 자연산 멥쌀이 생겨났다. 그 때 우리들은 함께 그것을 가져다 먹었다. 아침에 거두면 저녁에 또 여물고 저녁에 거두면 아침에 또 여물었고 수확하는 대로 다시 나곤 하였기에 베어다 쌓아두지는 않았었다. 그 때에 우리가 서로 앞다투어 쌓아 두었기 때문에 곧 등겨와 뉘가 생겨났고 수확하고 난 뒤에는 나지 않아 현재에는 묵은 그루터기만 남게 되었다. 우리들은 이제 차라리 각각 밭과 집을 나누어 정하고 경계를 나누자.'

  

그때 그들은 곧 각각 토지를 나누고 경계를 달리해 네 것이니 내 것이니 하는 것을 따지게 되었고 그 뒤에는 결국 자기 곡식은 감추고 남의 밭 곡식을 훔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다른 중생들이 그것을 보고 말했다.

'네가 하는 짓은 잘못이다. 네가 하는 짓은 그릇된 행동이다. 어찌하여 자기 물건은 감추고 남의 재물을 훔치는가?'

그리고 곧 꾸짖어 말했다.

'너는 이후로 다시는 도둑질을 하지 말라.'

이렇게 자꾸 말했지만 그는 그래도 또 다시 도둑질을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또 나무라면서 말했다.

'네가 하는 짓은 잘못이다. 왜 그 짓을 그만두지 못하는가?'

이렇게 말하면서 몽둥이로 때리고 대중 앞으로 끌고 가서 여러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 사람은 자기 멥쌀은 감추고 남의 밭 곡식을 훔쳤다.'

훔친 사람도 또 말했다.

'저 사람은 나를 때렸다.'


여러 사람들은 그 말들을 듣고 고민하면서 슬피 울고 가슴을 쓸어 내리며 말했다.

'세상이 점점 악해져 이런 악한 일들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결국에는 걱정과 원한과 번민의 고통스런 과보[苦報]를 생기게 하는구나. 이것은 곧 생ㆍ노ㆍ병ㆍ사의 근본으로서 나쁜 세계에 떨어지는 원인이 된다. 밭과 집의 경계가 다르기 때문에 다툼이 생기고 그래서 원수를 만들지만 이것을 판결할 능력을 지닌 사람이 없다. 우리들은 이제 곧 공정한 주인 한 사람을 내세워 백성들을 잘 보호하면서 착한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악한 사람에게는 벌하도록 하자. 그리고 우리들은 각각 자기의 소유에서 얼마씩 내어 그 사람에게 공급하자.'

  

그때 그들 중에 형질(形質)이 장대하고 용모가 단정하며 위엄과 덕망이 높은 한 사람이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말하였다.

'우리는 이제 그대를 세워 주인으로 삼고자 하니, 백성들을 잘 보호하면서 착한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악한 사람에게는 벌을 주시오. 우리는 마땅히 우리 소유에서 얼마씩 내어 그대에게 공급할 것입니다.'

그 사람은 이 말을 듣자 곧 승낙하고 주인이 되어 상을 주어야 할 자에게는 상을 주고 벌을 주어야 할 자에게는 벌을 주었다. 


여기서 비로소 백성의 주인이라는 이름이 생기게 되었다. 첫 번째 백성의 주인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진보(珍寶)였다. 진보의 아들 이름은 호미(好味)이고, 호미의 아들 이름은 정재(靜齋)이며, 정재의 아들 이름은 정생(頂生)이고, 정생의 아들 이름은 선행(善行)이며, 선행의 아들 이름은 택행(宅行)이고, 택행의 아들 이름은 묘미(妙味)이며, 묘미의 아들 이름은 미제(味帝)이고, 미제의 아들 이름은 수선(水仙)이며, 수선의 아들 이름은 백지(百智)이고, 백지의 아들 이름은 기욕(嗜欲)이며, 기욕의 아들 이름은 선욕(善欲)이고, 선욕의 아들 이름은 단결(斷結)이며, 단결의 아들 이름은 대단결이고, 대단결의 아들 이름은 보장(寶藏)이며, 보장의 아들 이름은 대보장이고, 대보장의 아들 이름은 선견(善見)이며, 선견의 아들 이름을 대선견이고, 대선견의 아들 이름은 무우(無憂)이며, 무우의 아들 이름은 주저(洲渚)이고, 주저의 아들 이름은 식생(殖生)이며, 식생의 아들 이름은 산악(山岳)이고, 산악의 아들 이름은 신천(神天)이며, 신천의 아들 이름은 견력(遣力)이고, 견력의 아들 이름은 뇌차(牢車)이며, 뇌차의 아들 이름은 십차(十車)이고, 십차의 아들 이름은 백차(百車)이며, 백차의 아들 이름은 뇌궁(牢弓)이고, 뇌궁의 아들 이름은 백궁(百弓)이며, 백궁의 아들 이름은 양목(養牧)이고, 양목의 아들 이름은 선사(善思)였다.

  

선사 이후에 열 종족[族]이 있어 전륜성왕들이 끊임없이 상속되었다. 첫째는 가누추(伽★?)라 하고, 둘째는 다라바(多羅婆)라 하며, 셋째는 아섭마(阿葉摩)라 하고, 넷째는 지시(持施)라 하며, 다섯째는 가릉가(伽楞伽)라 하고, 여섯째는 첨파(瞻婆)라 하며, 일곱째는 구라바(拘羅婆)라 하고, 여덟째는 반사라(般?羅)라 하며, 아홉째는 미사라(彌私羅)라 하고, 열째는 성마(聲摩)라고 한다. 가누추왕에게는 5명의 전륜성왕이 있었고, 다라바왕에게도 5명의 전륜성왕이 있었다. 아섭마왕에게는 7명의 전륜성왕이 있었고 지시왕에게도 7명의 전륜성왕이 있었다. 가릉가왕에게는 9명의 전륜성왕이 있었고 첨파왕에게는 14명의 전륜성왕이 있었다. 구라바왕에게는 31명의 전륜성왕이 있었고 반사라왕에게는 32명의 전륜성왕이 있었으며 미사라왕에게는 8만 4천 명의 전륜성왕이 있었다. 성마왕에게는 101명의 전륜성왕이 있었는데 그 최후의 왕은 대선생종(大善生從)이다.

  

성마왕의 아들 이름은 오라바(烏羅婆)이고, 오라바의 아들 이름은 거라바(渠羅婆)이며, 거라바의 아들 이름은 니구라(尼求羅)이고, 니구라의 아들 이름은 사자협(師子頰)이며, 사자협의 아들 이름은 백정왕(白淨王)이고, 백정왕의 아들 이름은 보살(菩薩)이고, 보살의 아들 이름은 라후라(羅?羅)이다. 이러한 전생의 인연[本緣]으로 말미암아 찰리(刹利)라는 이름이 생기게 되었다.

  

그때 어떤 중생이 이렇게 생각했다.

'이 세간의 모든 가족[家屬]과 온갖 물질은 다 가시 덩굴이요 종기이다. 이제 마땅히 그것들을 버리고 산으로 들어가 도(道)를 닦으면서 고요한 곳에서 선정[思維]에 들리라.'

그리고 그는 곧 가족이라는 가시 덩굴을 멀리 여의고 산에 들어가 고요한 곳인 나무 밑에서 깊은 선정에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날마다 산에서 나와 마을로 들어가 밥을 빌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보고 공경하며 공양을 바치면서 모두들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이 사람은 능히 가정의 얽매임을 버리고 산에 들어가 도를 구하는구나.'


그가 악하고 불선한 법을 여의었기 때문에 이로 말미암아 바라문이라고 불렀다. 바라문의 무리 중엔 선(禪)을 행하지 못하는 자가 있었는데 그는 곧 산림에서 나와 인간 세계에 돌아다니면서 스스로 말했다.

'나는 좌선(坐禪)을 할 수가 없다.'

이로 말미암아 무선(無禪) 바라문이라 불렀다. 그는 마을로 내려가 선하지 못한 짓을 하고 악독한 짓[毒法]을 했다. 이런 일이 연이어 생겨났기 때문에 결국 그를 독(毒)이라고 불렀다.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세간에는 바라문 종족이 있게 되었다. 그 무리들 중에는 온갖 업(業)을 익혀 그것으로서 스스로 생활[生]을 경영하는 자들이 있으니 이로 인해 세간에는 거사(居士) 종족이 있게 되었다. 그 중생 가운데에는 모든 기예(技藝)를 익혀 그것으로써 스스로 생활해가는 자들이 있었으니 이로 인해 세간에는 수다라(首陀羅) 종족이 있게 되었다. 세간에는 먼저 이 석종(釋種)이 나왔고 그 뒤에 사문종(沙門種)이 생겼다.

 

찰리 종족 가운데 어떤 사람이 이렇게 생각했다.

'세간의 은혜와 사랑은 더럽고 깨끗하지 못한 것이거늘 족히 탐착할 것이 무엇이랴?'

그렇게 집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를 입고 도를 구하면서 '나는 사문이다. 나는 사문이다'라고 했다. 


그러자 바라문 종족과 거사 종족과 수다라 종족 중에 어떤 사람이 스스로 생각했다.

'세간의 은혜와 사랑은 더럽고 깨끗하지 못한 것이거늘 족히 탐착할 것이 무엇이랴?'

이에 집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를 입고 도를 구하면서 '나는 사문이다. 나는 사문이다'라고 했다.

  

만일 찰리 무리 가운데서 몸으로 착하지 못한 짓을 하고 입으로 착하지 못한 짓을 하며 뜻으로 착하지 못한 짓을 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착하지 못한 짓을 행한 뒤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고서 한결같이 괴로움을 받을 것이다. 혹은 바라문ㆍ거사ㆍ수다라도 몸으로 착하지 못한 짓을 하고 입으로 착하지 못한 짓을 하며 뜻으로 착하지 못한 짓을 한다면, 그는 착하지 못한 짓을 행한 뒤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고서 한결같이 괴로움을 받을 것이다. 찰리 종족으로서 몸으로 착한 일을 행하고 입으로 착한 일을 하며 뜻으로 착한 일을 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한결같이 즐거움을 받을 것이다. 바라문ㆍ거사ㆍ수다라로서 몸으로 착한 일을 하고 입으로 착한 일을 하며 뜻으로 착한 일을 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한결같이 즐거움을 받을 것이다. 찰리 종족은 몸으로 두 가지를 행하고 입과 뜻으로 두 가지를 행한다면, 그는 몸과 뜻으로 두 가지를 행한 뒤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괴로운 과보와 즐거운 과보를 받을 것이다. 바라문ㆍ거사ㆍ수다라도 몸으로 두 가지를 행하고, 입과 뜻으로 두 가지를 행한다면 그는 몸과 뜻으로 두 가지를 행한 뒤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괴로운 과보와 즐거운 과보를 받을 것이다.

  

찰리 무리 가운데 어떤 이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복을 입고 집을 나와 도를 구해 7각의(覺意)를 닦았으면, 그는 견고한 믿음을 가지고 집을 나와 도를 닦고 위없는 범행을 닦아 현재 세계에서 스스로 증득할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생사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다해 마쳤고 다시 뒷세상의 목숨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바라문ㆍ거사ㆍ수다라도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복을 입고 집을 나와 도를 구해 7각의를 닦았으면, 그는 견고한 믿음을 가지고 집을 나와 도를 닦고 위없는 범행을 닦아 현재 세계에서 증득할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생사가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섰으며 다시 뒷세상의 목숨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이 네 종성 가운데 지혜와 행을 구족한 사람이 출현해 아라한이 되는 것을 가장 제일이라 한다.”

  

이때 범천이 게송으로 말했다.


  찰리종족으로 태어남이 으뜸이라네.

  능히 모든 종성(種姓)을 모을 수 있고

  지혜와 행을 완성해 구족하였으니

  하늘과 사람 중에 제일이라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범천이 말한 이 게송은 잘 말한 것이고, 잘못 말한 것이 아니다. 잘 받아들인 것이요, 잘못 받아들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인가(印可)하는 바이다. 왜냐 하면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인 나도 또한 이 게송을 말했기 때문이다.


  찰리 종족으로 태어남이 으뜸이라네.

  능히 모든 종성을 모을 수 있고

  지혜와 행을 완성해 구족하였으니

  하늘과 사람 중에 제일이라네.


이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장아함은 모든 것을 다 갖추었다. 일체지(一切智)께 귀의하면 모든 중생은 안락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