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역 아함경/증일아함경

37. 육중품(六重品)

실론섬 2015. 7. 11. 14:32

37. 육중품(六重品)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곳에서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여섯 가지 소중한 법을 잘 명심해 그것을 공경하고 소중히 여기며, 마음에 굳게 새겨 잊어버리지 말라.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비구들이여, 몸으로 행할 때 자비를 생각하되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듯 하라. 그것은 공경할 만하고 귀히 여길 만한 것이니 잊어버리지 말라. 또 입으로 행할 때 자비를 생각하고, 뜻으로 행할 때 자비를 생각하라. 그것은 공경할 만하고 귀히 여길 만한 것이니 잊어버리지 말라.

  

또 법의 이익을 얻거든 범행을 닦는 모든 이들과 나누고 아까워하는 생각을 가지지 말라. 이 법은 공경할 만하고 귀히 여길 만한 것이니 잊어버리지 말라. 


또 모든 금계(禁戒)는 썩지 않고 무너지지 않는 것이니 완벽하게 갖추어 이지러짐이 없게 하라. 이는 지혜로운 사람들이 귀히 여기는 것이니라. 


또 그 계를 사람들에게 널리 펴고 싶으면 그 의미[味]가 똑같도록 하라. 이 법은 공경할 만하고 귀히 여길 만한 것이니 잊어버리지 말라. 


또 바른 견해를 가진 성현[賢聖]이 번뇌를 벗어나게 되면 이러한 견해를 범행을 닦는 여러 사람들과 그 법을 나누려고 해야 한다. 이것 또한 공경할 만하고 귀히 여길 만한 것이니 잊어버리지 말라.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여섯 가지 소중한 법이 있어 공경할 만하고 귀히 여길 만한 것이니 잊어버리지 말라'고 한 것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항상 몸과 입과 뜻의 행을 닦고 만일 이익을 얻거든 나누어줄 생각을 하며 탐내는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 이와 같나니 비구들이여,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아뇩달샘[阿?達泉]1)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들은 다 나한(羅漢)으로서 세 가지 밝음[三達]2)과 여섯 가지 신족[六通神足]이 자유로워 마음에 두려움이 없었는데, 오직 한 비구가 그렇지 않았으니 그는 바로 아난이었다.

  

그 무렵 세존께서는 가지가 7보로 된 금련화(金蓮華)에 앉으셨고, 5백 비구들도 각각 보배 연꽃에 앉았다. 그 때 아뇩달(阿?達) 용왕은 세존께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섰다.

 

용왕은 성중(聖衆)을 쭉 둘러보고 나서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지금 이 대중을 살펴보니 빠진 분이 계십니다. 존자 사리불께서 계시지 않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한 비구를 보내 사리불을 불러오게 하소서."


그때 사리불은 기원정사(祇洹精舍)에서 낡은 옷을 깁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사리불에게 가서 '아뇩달 용왕이 보고 싶어한다'고 전하라."

목련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존자 대목련은 사람이 팔을 굽혔다 펼 정도의 시간에 사리불이 있는 기원정사로 가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 아뇩달 용왕이 보고 그대를 싶어한다고 전하라 하셨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당신이 먼저 가시오, 나는 뒤에 가리다."

목련이 대답하였다.

"모든 성중(聖衆)과 아뇩달 용왕이 속히 모습을 뵙고 싶어하니 부디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가십시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당신이 먼저 가시오. 나는 뒤에 가리다."


그러자 목련이 다시 말하였다.

"어떻소? 사리불이여, 신족(神足)으로 나를 이길 수 있겠소? 그래서 나를 먼저 가라고 하는 거요? 만일 사리불께서 곧장 일어서지 않으신다면 내가 당신 팔을 붙잡고 저 샘으로 가겠소."

이때 사리불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오늘 목련이 일부러 나를 시험하고 놀리는구나.'


존자 사리불은 몸소 갈지(竭支)3) 띠를 풀어 땅에 두고 목련에게 말하였다.

"만일 당신이 신족이 제일이라면 이 띠를 들어 땅에서 들어보시오. 그런 뒤에 내 팔을 붙잡고 저 아뇩달샘으로 데리고 가시오."

이때 목련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리불이 나를 놀리는구나. 서로 겨뤄보자는 것인가? 지금 띠를 풀어 땅에 놓고 (이것을 들 수 있다면 내 팔을 붙잡고 저 샘으로 데려 가라)고 하다니.'

그리고 목련은 다시 생각하였다.

'이것은 반드시 까닭이 있으리라. 그러나 어려울 것은 없다.'

그는 곧 팔을 펴 띠를 집어 들었다. 그러나 털끝만큼도 그 띠를 움직일 수 없었다. 다시 목련은 온 힘을 다해 띠를 들려 하였으나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자 사리불이 그 띠를 집어 염부나무 가지에 묶어 두었다. 이 때도 존자 목련은 온 신통력을 다해 그 띠를 들려 하였으나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막 그 띠를 들자 이 염부지(閻浮地)가 크게 진동하였다.

사리불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목련 비구는 이 염부지도 진동시킬 수 있는데 하물며 이깟 띠겠는가? 나는 이제 이 띠를 2천하에 묶어두리라.'

목련은 다시 그것도 들었고, 3천하 4천하에 묶어두었지만 마치 가벼운 옷을 들 듯이 들었다.

  

이 때 사리불은 '목련 비구가 4천하를 들 수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이제 이 띠를 저 수미산 중턱에 묶어두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목련은 다시 저 수미산과 사천왕의 궁전까지 움직일 수 있었고, 삼십삼천의 궁전까지 모두 흔들었다.

  

사리불은 다시 그 띠를 1천세계에 묶어두었지만 목련은 그것도 움직일 수 있었다. 사리불은 다시 그 띠를 2천세계, 3천세계에 묶어두었지만 목련은 그것도 움직일 수 있었다.

  

그 당시 온 천지가 크게 진동하였지만 여래께서 앉아 계시는 아뇩달샘만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힘센 장사가 나무 잎을 가지고 놀면서 아무 어려움이 없는 것과 같았다.


아뇩달 용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 이 천지가 왜 진동하는 겁니까?"

세존께서는 용왕에게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셨다.

용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두 사람의 신력(神力)은 어느 편이 낫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 비구의 신력이 더 위대하니라."

용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전에 '목련 비구는 신족이 제일이어서 그보다 나은 이가 없다' 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용왕이여, 알아야 한다. 4신족(神足)4)이 있으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자재삼매신력(自在三昧神力)·정진삼매신력(精進三昧神力)·심삼매신력(心三昧神力)·시삼매신력(試三昧神力)이다. 용왕이여, 이것이 이른바 4신족의 힘이니라. 만일 이 네 가지 신력을 가지고 있고, 가까이하고 수행하며 버리지 않는 비구 비구니가 있다면 그가 곧 신력이 제일이니라."

  

아뇩달 용왕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목련 비구는 그 4신족을 얻지 못했습니까?"

"목련 비구도 이 4신족의 힘을 얻어 그것을 가까이하고 수행하며 조금도 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목련 비구는 한 겁 동안 살고싶으면 그것도 능히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리불이 드는 삼매에 있어서 목련 비구는 그 이름조차 모르느니라."

  

그 때 존자 사리불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목련이 삼천대천세계를 모두 움직이는 바람에 고물거리는 벌레가 헤아릴 수 없이 죽는구나. 그러나 여래의 자리는 움직일 수 없다고 내가 직접 들은 적이 있으니, 나는 이제 이 띠를 여래의 자리에 묶어두리라.'

  

목련이 다시 신족으로 그 띠를 들려 하였으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목련은 생각하였다.

'내 신족이 퇴보한 것은 아닐까? 지금 이 띠를 들려 하여도 움직일 수가 없구나. 내 이제 세존께 나아가 그 이유를 여쭈어 보리라.'

  

목련은 그 띠를 버려 두고 곧 신족으로 세존께 나아갔다. 그는 사리불이 여래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멀리서 보고 다시 생각하였다.

'세존의 제자 중에 신족이 제일이기로는 나보다 나은 이가 없다. 그런데 내가 사리불만 못한 것일까?'


목련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신족에 있어서 퇴보하지는 않았습니까? 왜냐 하면 제가 기원정사에서 먼저 출발하고 그 뒤에 사리불이 출발하였는데, 지금 사리불 비구가 먼저 와서 여래 앞에 앉아 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신족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다만 사리불이 들어간 신족삼매(神足三昧)의 법을 네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왜냐 하면 사리불 비구는 지혜가 한량없고 마음의 자재를 얻었기 때문이다. 너는 사리불의 마음 씀씀이만 못한다. 사리불은 심신족(心神足)에서 자재를 얻었으니, 사리불 비구는 마음으로 생각하는 법에서 곧 자재를 얻느니라."

  

대목련은 즉시 침묵하였다.

아뇩달 용왕은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라하며 생각하였다.

'지금 사리불 비구가 가진 뛰어난 신력은 불가사의하여, 목련 비구는 그가 들어간 삼매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구나.'

  

세존께서는 아뇩달 용왕에게 미묘한 법을 설하여 그를 기쁘게 하셨고, 또 계를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른 아침에 비구들을 데리고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으로 돌아가셨다.

 

모든 비구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당신 입으로 '내 성문 중에 신족이 제일인 자는 바로 목련 비구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오늘은 '사리불만 못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비구들은 목련에 대해 업신여기는 생각을 가졌다. 세존께서는 곧 '이 비구들이 목련을 업신여기는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그러면 한량없는 죄를 받을텐데'라고 생각하시고 곧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너의 신력을 나타내서 이 대중들에게 보여 대중들이 게으른 생각을 내지 못하게 하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목련은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곧 여래 앞에서 사라져 동방으로 항하의 모래알 같은 세계를 일곱 개나 지난 곳에 있는 부처님 세계로 갔는데, 그 나라에는 기광(奇光) 여래·지진·등정각께서 출현해 계셨다. 목련은 평상시 차림으로 그 나라로 가서 그 여래의 발우 가장자리를 거닐고 있었다. 그 나라 사람들은 몸집이 매우 컸다.


그 비구들은 목련을 보고 저희끼리 말하였다.

"그대들은 이 벌레를 보라. 꼭 사문 같구나."

비구들은 그 벌레를 집어 부처님께 보이면서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벌레는 꼭 사문 같습니다."


기광 여래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기서 서방으로 항하의 모래알 같은 세계 일곱 개를 지나가면 인(忍)이라는 세계가 있는데 그 세계에는 석가문(釋迦文) 여래·지진·등정각께서 출현해 계신다. 이 자는 바로 그 부처님의 제자로서 신족이 제일이니라."


그리고 그 부처님께서는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이 비구들이 너를 업신여기는 생각을 하는구나. 너는 신통을 나타내 이 대중에게 보여라."

목련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목련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발우를 담는 그물 망에다 그 5백 비구를 담아 범천으로 올라갔다. 목련은 왼쪽 다리로 수미산을 딛고 오른쪽 다리를 범천에 올리며 곧 다음 게송을 읊었다.


  더욱 정진할 것을 늘 생각하며

  부처님의 법을 닦아 행하고

  마군들의 원한 항복 받기를

  갈고리로 코끼리를 다루듯 하라.


  만일 능히 이 법 안에서

  능히 실천하며 방일하지 않는다면

  괴로움의 근원을 완전히 없애

  다시는 온갖 번뇌 받지 않으리.


목련의 이 소리는 기원정사까지 두루 울렸다. 


비구들은 이 소리를 듣고 세존께 아뢰었다.

"목련께서는 지금 어디서 이 게송을 읊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목련 비구는 이 부처님 세계에서 동방으로 항하의 모래알 같은 세계를 일곱 번 지난 곳에서, 그물 망에 그곳의 5백 비구를 담고는 왼쪽 다리로 수미산을 밟고 오른쪽 다리로 범천을 디디며 그 게송을 읊었느니라."

  

비구들은 처음 보는 일이라며 찬탄하였다.

"참으로 기이하고 놀랍습니다. 목련 비구께 그런 큰 신통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희들은 목련께 업신여기는 생각을 가졌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목련 비구로 하여금 그 5백 비구들을 데리고 이리 오게 해주소서."

  

세존께서는 도력을 멀리까지 나타내 목련이 그 뜻을 알아차리게 하셨다. 그래서 목련은 5백 비구들을 데리고 사위성 기수급고독원으로 돌아왔다.

 

그 당시 세존께서는 수천만 대중들에게 설법하고 계셨다. 목련은 5백 비구를 데리고 세존께 나아갔다. 석가문 부처님의 제자들은 그 비구들을 우러러 보았다. 동방세계 비구들은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 그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은 어디서 왔는가? 누구의 제자인가? 도중에 며칠이나 걸렸는가?"

5백 비구들은 석가문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의 세계는 동방에 있습니다. 그 곳의 부처님 이름은 기광여래이시고, 저희는 그 분의 제자입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오늘 어디로 왔으며 며칠이나 걸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너희들은 부처님의 세계를 아는가?"

"모릅니다, 세존이시여."

"너희들은 지금 그 세계로 돌아가고 싶은가?"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세계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세존께서 그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6계(界)의 법을 설명하리니,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떤 것을 6계(界)의 법이라 하는가?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6계로 이루어진 사람은 부모의 정기를 받아 세상에서 태어난다. 그 6계(界)란 이른바 흙의 요소[地界]·물의 요소[水界]·불의 요소[火界]·바람의 요소[風界]·허공의 요소[空界]·식의 요소[識界]이니 비구들이여, 이것을 6계라 하느니라.

  

또 사람의 몸에는 부모의 정기를 받아 6입(入)이 생긴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이른바 안입(眼入)·이입(耳入)·비입(鼻入)·설입(舌入)·신입(身入)·의입(意入)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이 6입은 부모로 말미암아 생기게 된다'는 것이니라.

  

또 이 6입을 의지함으로써 곧 6식신(識身)이 있게 된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만일 안식(眼識)5)에 의지하면 안식신(眼識身)이 있게 되고, 이식신(耳識身)·비식신(鼻識身)·설식신(舌識身)·신식신(身識身)·의식신(意識身)이 있게 된다. 비구들이여, 이것을 6식신이라 하느니라.

  

만일 이 6계(界)·6입(入)·6식(識)을 아는 비구가 있다면 그는 여섯 하늘6)을 건너 다시 몸을 받을 것이요, 만일 거기서 목숨을 마치고 이곳으로 와 태어난다면 총명하고 재주가 뛰어나 현재의 몸으로 번뇌[結使]를 없애고 열반에 이르게 될 것이다."

  

세존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이 비구들을 저 부처님 세계로 다시 데려다 주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다시 그 5백 비구들을 그물 망에 담아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고 곧 물러나, 팔을 굽혔다 펼 정도의 시간에 그 부처님 세계에 이르렀다. 목련은 그 비구들을 거기 두고 그 부처님의 발에 예배한 뒤 다시 이 인계(忍界)로 돌아왔다.


그 세계 비구들은 이 6계(界)에 대한 설법을 듣고 모든 번뇌가 없어져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제자 중에서 성문(聲門)으로서 그 신족을 따를 이 없기 제일인 자는 바로 대목건련(大目乾連) 비구이니라."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

1) 팔리어로는 Anotatta sara이고 무열뇌지(無熱惱池)로 한역한다.

2) 3명(明)과 같고, 숙주지증명(宿住智證明)·사생지증명(死生智證明)·누진지증명(漏盡智證明)을 말한다.

3) 팔리어로는 sa kacchika이고 승기지(僧祇支)라고도 한다. 또 엄액의(掩腋衣)·부견의(覆肩衣)라고도 하며 5의(衣) 가운데 하나이다.

4) 4여의족(如意足)이라고도 하는 4종의 선정이다.

5) 고려대장경 원문의 '안식(眼識)'은 문맥으로 보아 '안(眼)'이라야 옳다. 즉 '만일 눈에 의지하면……'이 되어야 한다.

6) 곧 욕계(欲界) 6천을 말한다.


[ 3 ]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48권 184번째 소경인 우각사라림경(牛角娑羅林經)과 서진(西晉) 시대 축법호(竺法護)가 한역한『생경(生經)』 제2권 비구각언지경(比丘各言志經)이 있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발기국(拔耆國)의 사자원(師子園)에서 신통이 있고 덕이 높은 비구인 현자(賢者) 사리불(舍利弗)·현자 대목건련(大目乾連)·현자 가섭(迦葉)·현자 리월(離越)·존자 아난(阿難) 등 5백 비구와 함께 계셨다.

  

그 무렵 목건련과 대가섭과 아나율은 이른 아침에 사리불이 있는 곳으로 갔다. 아난은 그 세 분의 큰 성문이 사리불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을 멀리서 보고 리월에게 말하였다.

"저 세 성문들이 사리불께서 계시는 곳으로 가시는군요. 우리 두 사람도 사리불께 가십시다. 왜냐 하면 사리불의 기묘한 법을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월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십시다."

그래서 리월과 아난은 사리불이 있는 곳으로 갔다.


사리불은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여러분, 이 자리에 앉으십시오."

사리불이 아난에게 말하였다.7).

"제가 지금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 우사자원(牛師子園)은 너무도 즐거운 곳으로, 천연의 향기는 사방에 가득합니다. 무엇이 이 동산을 이처럼 즐겁게 할까요?"

아난은 대답하였다.

"어떤 비구는 듣고 잊지 않는 것이 많으며, 모든 법의 의미를 빠짐없이 기억하고, 범행을 갖추어 수행합니다. 그는 이런 법을 모두 완전히 갖추고 빠뜨리지도 않으며, 또 사부대중에게 설법하되 차례를 잃지 않고 사납지도 않으며 어지러운 생각이 없습니다. 그런 비구는 이 우사자원에서 지내며 즐거워할 것입니다."

  

사리불은 다시 리월에게 말하였다.

"아난께서 지금 설명하셨으니, 나는 다시 당신에게 그 뜻을 묻고 싶습니다. 우사자원은 이처럼 즐겁습니다. 당신이 다음으로 그 말씀해 주십시오. 그 이유는 또 어떤 것입니까?"

리월이 대답하였다.

"이곳에서 비구들은 한적한 곳을 즐기며 고요히 생각하고 좌선하여 지관(止觀)과 상응합니다. 그런 비구는 이 우사자원에서 지내는 것을 즐거워할 것입니다."

  

존자 사리불은 다시 아나율에게 말하였다.

"이번엔 당신이 즐거운 이유를 말씀해 보십시오."

아나율은 대답하였다.

"어떤 비구는 천안(天眼)으로 환히 보아 중생들을 관찰하고는 죽는 이와 태어나는 이, 좋은 형상과 나쁜 형상, 좋은 세계와 나쁜 세계, 예쁜지 추한지 등을 모두 압니다. 어떤 중생이 몸과 입과 뜻으로 악을 행하고 성현을 비방했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지옥에 태어나는지, 또 어떤 중생이 몸과 입과 뜻으로 선을 행하고 성현을 비방하지 않았는지, 마치 사람이 허공을 두루 살피듯, 천안을 가진 비구 또한 그와 같이 세계를 관찰하는데 조금도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런 비구는 이 우사자원에서 지내며 이처럼 즐거워할 것입니다."

  

사리불은 다시 가섭에게 말하였다.

"제가 이번엔 당신에게 묻겠습니다. 이와 같이 여러분들이 즐거운 이유를 말하였습니다. 다음에는 당신께서 말씀해 보십시오."

가섭은 대답하였다.

"어떤 비구는 스스로도 아련야행(阿練若行)을 행하고 또 남들도 아련야행을 행하게 하며, 또 한적한 것의 덕을 칭찬합니다. 스스로도 기운 누더기 옷을 입고 남들도 두타행(頭陀行)을 하게 하며, 또 스스로도 만족할 줄을 알아 한적한 곳에서 살고 남들도 그런 행을 닦게 합니다. 스스로도 계덕(戒德)을 구족하여 삼매(三昧)를 성취하고 지혜(智慧)를 성취하고 해탈(解脫)을 성취하고 해탈지견(解脫知見)을 성취하며, 또 남들도 그런 법을 행하게 합니다. 스스로도 그 법을 칭찬하고 남을 교화하며, 남들도 그런 법을 행하고 가르치기를 싫어하지 않게 합니다. 이와 같은 비구는 이 우사자원에서 지내며 견줄 데 없이 즐거워할 것입니다".

  

존자 사리불은 다시 대목련에게 말하였다.

"여러분께서 모두 즐거운 이유를 말하였습니다. 다음에는 당신께서 즐거운 이유를 말씀해 보십시오. 지금 이 우사자원은 비할 바 없이 즐겁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목련은 대답하였다.

"어떤 비구는 큰 신통이 있고 그 신통에서 자재를 얻었습니다. 그는 수천 가지로 변화하는 데 조금도 어려움이 없고, 또 한 몸을 나누어 무수한 몸을 만들기도 하고, 혹은 그것을 다시 모아 하나가 되기도 하며, 석벽을 그대로 지나가고 거센 강물처럼 솟았다 사라지기를 마음대로 하며, 나는 새처럼 흔적도 없이 허공에 머물고, 사나운 불처럼 산과 들을 태우며, 해와 달처럼 비추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또 손을 들어 해와 달을 만질 수도 있고, 또 몸을 변화시켜 범천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비구는 이 우사자원에 알맞을 것입니다,"

  

목련이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제각기 분별해 말하였습니다. 이번엔 우리가 사리불께 그 이유를 묻겠습니다. 이 우사자원은 너무도 즐거운데 어떤 비구가 이곳에 알맞겠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어떤 비구는 능히 그 마음을 항복 받되 그 마음은 그 비구를 항복 받지 못합니다. 만일 그 비구가 삼매를 얻고자 하면 곧 그 비구는 삼매를 얻을 수 있고, 뜻에 따라 예전과 최근에 성취한 삼매들을 즉시 갖출 수 있습니다. 마치 장자가 집에 좋은 옷을 상자에 가득 넣어 두었을 때, 그 장자는 마음에 따라 어떤 옷을 입고 싶으면 조금의 어려움도 없이 마음대로 꺼내 입는 것처럼, 그도 또한 마음대로 삼매에 들 수 있습니다. 그도 또한 그와 같아서, 그 마음은 그 비구를 부릴 수 있지만 그 비구는 그 마음을 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며,9) 마음대로 삼매에 들어가는 데에도 조금도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와 같이 비구가 그 마음을 부릴 수 있고 마음이 그 비구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면, 그런 사람은 이 우사자원에 머물기 적당할 것입니다."

  

사리불은 여러 현자들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자기의 말재주를 따라 말하였고, 제각기 방편을 따라 그 뜻을 잘 설명하였습니다. 이제 우리 다같이 세존께 나아가 어떤 비구가 이 우사자원에서 즐거워할 수 있는지를 여쭈어 보고, 세존께서 무슨 말씀이 계시면 우리는 받들어 행합시다."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합시다, 사리불이여."

  

큰 성문들은 함께 여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리고 대성문들은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아난의 말과 같으니라. 왜냐 하면 아난 비구는 법을 들으면 기억할 수 있고 온갖 법에 빠뜨림이 없으며 범행을 갖춰 수행하나니, 그런 법을 잘 들어 잊지 않고 삿된 소견도 없으며, 사부대중에게 설법하되 말이 뒤섞이지 않고 또한 사납지도 않기 때문이다.

 

리월 비구의 말 또한 좋구나. 왜냐 하면 그는 한적한 곳을 즐겨 사람들 속에 있지 않고, 항상 생각하고 좌선하며 다툼이 없고, 지관을 닦으면서 적막한 곳에서 한가히 살기 때문이다.

 

아나율 비구 또한 좋구나. 왜냐 하면 아나율 비구는 천안이 제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마치 눈 있는 사람이 손바닥의 구슬을 살펴보듯 천안으로 삼천대천세계를 관찰한다. 아나율 비구 또한 그와 같아서 천안으로 삼천대천세계를 관찰하는 데 조금도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가섭 비구도 또한 좋구나. 왜냐 하면 가섭 비구는 자신도 아련야행을 실천하고 또 한적한 곳에서 수행하는 것을 칭찬하며, 자신도 걸식하고 또 걸식하는 덕을 칭찬하며, 자신도 기운 누더기 옷을 입고 또 누더기 옷을 입는 덕을 칭찬하며, 자신도 만족할 줄 알고 또 만족할 줄 아는 덕을 칭찬하며, 자신도 바위 굴속에서 살고 또 바위 굴속에서 사는 덕을 칭찬하며, 자신도 계(戒)를 성취·삼매의 성취·지혜의 성취·해탈의 성취·해탈견해(解脫見慧)의 성취를 이루고 남들도 이 5분법신(分法身)을 성취하게 하며, 자신도 교화하고 남들도 그런 법을 실천하게 하기 때문이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목건련의 말과 같으니라. 왜냐 하면 목련 비구는 큰 위력이 있고 신통이 제일이며 마음의 자재를 얻었기 때문에 그는 하고 싶다고 마음먹은 것은 곧 능히 할 수 있으니, 즉 하나의 몸을 억만 개로 나누기도 하고 혹은 다시 합쳐 하나가 되기도 하며, 전혀 막힘이 없이 석벽을 그대로 통과하고 솟았다 사라지기를 마음대로 하며, 거센 강물처럼 걸림이 없고 허공의 새처럼 흔적이 없으며, 해와 달처럼 비추지 않는 곳이 없고 몸을 변화시켜 범천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훌륭하구나, 사리불의 말과 같으니라. 왜냐 하면 사리불은 그 마음을 항복 받았으니, 그 마음이 사리불을 항복 받는 것이 아니다. 만일 삼매에 들고 싶으면 그는 조금의 어려움도 없이 곧 성취하나니, 마치 장자가 조금의 어려움도 없이 좋은 옷을 마음대로 꺼내 입는 것과 같다. 사리불 비구도 이와 같이 그 마음을 항복 받았고 그 마음이 사리불을 항복 받은 것이 아니며, 마음대로 삼매에 들어가 모든 것이 눈앞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비구들이여, 너희들의 말은 모두 방편을 따른 것이다. 이제 다시 내 말을 들어보아라. 어떤 비구가 이 우사자원에서 즐거울 수 있는가?

  

어떤 비구는 촌락을 의지해 살면서 때가 되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한다. 그는 걸식을 마치고는 머물던 곳으로 돌아와 손과 얼굴을 씻고 나무 아래에서 몸과 뜻을 바르게 하고 가부좌하고 앉아 생각을 앞에 매어 둔다. 그리고 그 비구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이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기어코 번뇌를 없애고 번뇌 없음을 성취하리라.'

  

그래서 그 비구는 곧 번뇌에서 마음이 해탈한다. 그런 비구라면 이 우사자원에 머물기 알맞을 것이다.

  

이와 같나니 비구들이여, 항상 부지런히 정진하고 게으르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나 받들어 높이지 않는 이가 없으리라. 이와 같나니 비구들이여,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 

9) 고려대장경 원문은 '심능사비구 비비구능사심(心能使比丘 非比丘能使心)'으로 되어있다. 이것은 이 경의 앞뒤 내용과 상반되고, 『중아함경』의 우각사라림경 내용과도 상반된다. 문맥에 따른다면 '비구능사심 비심능사비구(比丘能使心 非心能使比丘)' 즉 '그 비구는 그 마음을 부릴 수 있지만 그 마음은 그 비구를 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며'가 되어야 옳을 것으로 생각된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곳에서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주원(呪願)이 지닌 여섯 가지 공덕을 설명하리니,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 잘 생각하고 기억하라."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여섯 가지 공덕이란 무엇인가? 

첫째 그로 인해 시주 단월(檀越)들은 세 가지 법을 성취한다. 


시주 단월이 성취하는 세 가지 법이란 무엇인가? 

그로 인해 시주들은 믿음[信根]을 성취하고, 계덕(戒德)을 성취하며, 들음[聞]을 성취한다. 이것이 이른바 '시주 단월들은 세 가지 법을 성취한다'는 것이니라.

  

보시한 물건도 역시 세 가지 법을 성취한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그 보시한 물건은 빛깔을 성취하고, 맛을 성취하며, 향기를 성취하게 된다. 이런 세 가지 법이 있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이 여섯 가지는 큰 공덕을 얻고 이름과 덕망이 널리 알려지며 감로와 같은 과보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만일 이 여섯 가지를 성취하고 싶다면 늘 보시를 생각하라. 이와 같나니 비구들이여,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당시 세존께서는 한량없는[無央數] 대중을 위해 설법하고 계셨다.

  

대중속에 있던 어떤 비구가 '여래께서 나에게 일러주는 말씀이 계셨으면' 하고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그 비구의 마음속 생각을 아시고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비구가 '여래께서 몸소 나를 가르쳐 주셨으면' 하고 생각한다면, 그 비구는 계를 청정하게 갖추어 더러움이 없게 하고, 지관을 닦아 행하며 한적한 곳을 즐겨야 할 것이다. 


또 만일 비구가 의복·음식·침구와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을 구하고자 한다면, 그도 계덕을 성취하고 공적하고 한가한 곳에 지내며 스스로 수행하여 지관과 서로 상응해야 할 것이다.

  

또 비구가 만족할 줄 알려거든, 그도 계덕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하고 한적한 곳에서 지내며 스스로 수행하여 지관과 서로 상응해야 할 것이다.

  

또 비구가 사부대중을 비롯한 국왕과 백성들과 형상이 있는 모든 중생들에게 알려지고 싶다면, 그도 계덕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 비구가 4선(禪)에서 후회하는 마음이 없고 또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그도 계덕을 성취하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 비구가 4신족(神足)을 얻고 싶다면, 그도 계덕을 두루 갖추어야 할 것이다.


또 비구가 8해탈문(解脫門)을 얻어 아무런 장애가 없고 싶다면, 그도 계덕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 비구가 천이(天耳)를 얻어 하늘과 인간 소리를 환하게 듣고 싶다면, 그도 계덕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 비구가 남의 마음속 생각과 모든 감각기관의 이지러짐을 알기를 바란다면, 그도 계덕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 비구가 중생들의 마음에 탐욕이 있는 마음인지 탐욕이 없는 마음인지, 성내는 마음인지 성냄이 없는 마음인지, 어리석은 마음인지 어리석음이 없는 마음인지 사실 그대로 알기를 바라고, 애욕의 마음인지 애욕이 없는 마음인지, 집착하는 마음인지 집착이 없는 마음인지 사실 그대로 알기를 바라며, 어지러운 마음인지 어지러움이 없는 마음인지, 병든 마음인지 병이 없는 마음인지, 소심한 마음인지 소심함이 없는 마음인지, 헤아리는 마음인지 헤아림이 없는 마음인지, 아파하는 마음인지 아픔이 없는 마음인지, 삼매의 마음인지 삼매가 없는 마음인지, 해탈한 마음인지 해탈이 없는 마음인지 사실 그대로 알기를 바란다면, 이러기를 바라는 사람은 계덕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 비구가 한량없는 신통을 얻어 한 몸을 나누어 무수한 몸을 만들고 그것을 다시 합쳐 하나로 만들며, 솟았다 가라앉기를 자유자재로 하고 몸을 바꾸어 범천까지 가려고 한다면, 그도 계덕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 비구가 전생의 무수한 겁 동안 있었던 일, 즉 1생이나 2생 내지 1천 생·백천억 생과 성겁(成劫)·패겁(敗劫)·성패겁(成敗劫) 등 헤아릴 수 없는 세월과 '나는 일찍이 여기서 죽어 저기에 태어났는데 이름은 무엇이고 자(字)는 무엇이었으며, 혹은 저기서 죽어 이곳에 와 태어났다'는 것 등을 스스로 기억하고 싶다면, 무수한 겁 동안 있었던 이러한 일들을 스스로 기억하고 싶다면 계덕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하고 다른 생각이 없어야 할 것이다.

  

또 비구가 천안을 얻어 중생들의 좋은 세계와 나쁜 세계, 좋은 형상과 나쁜 형상, 예쁜지 추한지를 사실 그대로 알고, 또 어떤 중생이 몸과 입과 뜻으로 악을 행하고 성현을 비방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 지옥에 태어나는 것을 보고, 어떤 중생이 몸과 입과 뜻으로 선을 행하고 성현을 비방하지 않으며 바른 마음과 소견으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나는 것을 환히 보려고 한다면, 이러기를 바라는 자는 계덕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 비구가 번뇌를 없애고 번뇌가 없게 되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로 해탈하여,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알려고 한다면, 그도 계덕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하고 어지러운 생각 없이 안으로 고요히 사유하며 한적한 곳에서 지내야 할 것이다.

  

비구들이여, 계덕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하고 다른 생각은 없도록 하며, 위의를 성취해 완전히 갖추려면, 조그만 허물도 두려워해야 하거늘 더구나 큰 허물이야 어떻겠는가?

  

만일 여래가 이야기해 주기를 바라는 비구가 있다면 항상 계덕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해야 한다. 계덕을 두루 갖추었으면 들음[聞]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해야 하고, 들음을 두루 갖추었으면 보시[施]를 두루 갖추려고 생각해야 하며, 보시를 두루 갖추었으면 지혜(智慧)를 두루 갖추고 해탈지견(解脫知見)을 두루 갖추려고 생각해야 하느니라.

 

만일 비구가 계신(戒身)·정신(定身)·혜신(慧身)·해탈신(解脫身)·해탈지견신(解脫知見身)을 두루 갖춘다면, 그는 하늘·용·귀신의 공양을 받고 공경할 만하고 귀히 여길 만하여 하늘과 사람들이 모두 받들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5분법신(分法身)을 두루 갖춘 사람은 세상의 복밭[福田]으로서 그보다 더 훌륭한 이는 없다고 생각하라. 이와 같나니 비구들이여,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5권 24번째 소경인 「사자후경(師子吼經)」이 있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무렵 존자 사리불은 세존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사리불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사위성에서 여름 안거를 마쳤습니다. 이제는 세상으로 나가 유행하며 교화하고자 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라."

  

사리불은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떠나갔다.

  

사리불이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어떤 비구가 사리불을 비방하려는 마음으로 세존께 아뢰었다.

"사리불은 비구들과 다투고는 참회하지도 않고 지금 사람들 세상으로 나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빨리 가서 내가 사리불을 부른다고 일러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목련과 아난에게 분부하셨다.

"너희들은 절 안에 있는 비구들을 모두 세존이 있는 곳으로 모이게 하라. 왜냐 하면 사리불이 삼매에 들어 여래 앞에서 사자처럼 외치려 하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은 부처님 분부를 받고 모두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모였고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의 분부를 받은 비구는 곧 사리불이 있는 곳으로 가서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 뵙고자 하십니다."

사리불은 곧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아까 그대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행실이 나쁜 어떤 비구가 이곳으로 찾아와 '사리불 비구는 다른 모든 비구들과 다투고는 참회하지도 않고 사람들 세상으로 나가 유행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과연 그런가?"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의 생각에 맡기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안다. 그러나 지금 대중들이 모두 의심하고 있다. 그대는 대중들에게 말하여 그대의 결백을 알려야 할 것이다."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어머니 배속에서 나와 나이 80이 되어가도록 늘 생각해 왔습니다. 즉 일찍이 살생한 적이 없고 거짓말한 적이 없으며, 설사 장난칠 때라 하더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또 일찍이 남들과 다툰 적도 없습니다. 만일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라면 혹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마음이 깨끗한데 어떻게 저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겠습니까?

  

저 땅은 깨끗한 것도 받아들이고 더러운 것도 받아들이며, 똥·오줌 등 더러운 것도 모두 받아들이고 고름·피·눈물·가래마저도 거절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저 땅은 나쁘다고도 말하지 않고 좋다고도 말하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와 같아서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고 멀리 유행할 수 있겠습니까? 마음이 온전하지 못한 자라면 그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마음이 바른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고 멀리 유행을 떠날 수 있겠습니까?

  

저 물은 좋아하는 물건도 깨끗하게 하고 좋아하지 않는 물건도 깨끗하게 하며, 저 물은 '나는 이것은 깨끗이 하고 이것은 그만 두자'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 그와 같아서 달리 생각하지 않는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고 멀리 떠나 유행할 수 있겠습니까?

  

맹렬한 불은 산과 들을 태우며 예쁘고 추한 것을 가리지 않고 끝내 다른 생각이 없습니다. 저도 그와 같거늘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툴 생각이 있겠습니까?

  

땅을 쓰는 빗자루2)는 예쁘고 추한 것을 가리지 않고 모두 쓸며 끝내 다른 생각이 없으며, 또 두 뿔이 잘린 소는 너무도 얌전하고 사납지 않아 잘 다룰 수 있어 마음먹은 곳으로 끌고 가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제 마음도 그와 같아서 헤치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고 멀리 유행을 떠나겠습니까?


전다라(?陀羅) 여인은 헤진 옷을 입고 세상에서 걸식하면서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와 같아서 다른 생각이 없는데 다툼을 일으키고 멀리 유행을 떠나겠습니까?

  

기름가마가 군데군데 부서졌다면 눈 가진 사람은 누구나 곳곳에서 기름이 새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와 같아서 아홉 구멍으로 더러운 것들이 새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겠습니까?

  

나이 젊고 얼굴이 단정한 여자의 목에 죽은 송장을 걸치면 그 여자는 싫어하고 괴로워합니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와 같아서 이 몸을 싫어하고 괴로워하는 것이 그와 다름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와 다투고 멀리 유행을 떠나겠습니까? 


그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께서도 그것을 아시고, 저 비구도 그것을 알 것입니다. 만일 그런 일이 있었다면 저 비구가 제 참회를 받아주기를 바랍니다."

  

세존께서는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스스로 참회해야 한다. 왜냐 하면 만일 참회하지 않는다면 네 머리가 일곱 조각으로 부서질 것이기 때문이니라."

  

그 비구는 두려운 생각이 들어 온 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여래의 발에 예배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사리불께 잘못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의 참회를 받아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너는 사리불에게 참회하라. 만일 그러지 않으면 네 머리가 일곱 조각이 날 것이다."

그러자 그 비구는 곧 사리불에게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사리불에게 아뢰었다.

"원컨대 제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제가 어리석어 진실을 분별하지 못했습니다."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이 비구의 참회를 받아주고 또 손으로 그 머리를 어루만져 주어라. 왜냐 하면 만일 이 비구의 참회를 받아 주지 않으면 머리가 일곱 조각이 날 것이기 때문이다."

  

사리불은 손으로 그 머리를 어루만지며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대 참회를 받아주겠소. 그대는 어리석고 미혹한 사람과 같았지만 우리 불법은 매우 넓고 크오. 그대는 이제 제때에 뉘우칠 줄 알았으니, 훌륭하오. 내 이제 그대의 참회를 받아들이겠으니 이후로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마시오."

이렇게 두 번 세 번 되풀이하였다.

  

사리불은 다시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마시오. 왜냐 하면 지옥에 들어가는 여섯 가지 법이 있고, 천상에 태어나는 여섯 가지 법이 있으며, 열반에 들어가는 여섯 가지 법이 있기 때문이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남을 해치려 하는 것, '나는 이미 해치려는 마음을 일으켰다'고 하며 곧 기뻐 뛰면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것, '나는 다른 사람들도 남을 해치도록 가르쳐 그들이 해치려는 마음을 일으키도록 하리라'고 하는 것, 남을 해치고 나서 기뻐하는 것, '나는 이런 향기롭지 못한 질문을 하리라'고 하는 것,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곧 근심하고 걱정하는 것이오. 이것이 이른바 '사람을 나쁜 곳에 떨어지게 하는 여섯 가지 법이 있다'라고 한 것이오.

  

어떤 것이 사람을 좋은 곳에 태어나게 하는 여섯 가지인가? 

이른바 몸의 계행을 완전히 갖추는 것, 입의 계행을 완전히 갖추는 것, 뜻의 계행을 완전히 갖추는 것, 목숨을 청정하게 하는 것, 죽이고 해치려는 마음이 없는 것, 질투하는 마음이 없는 것, 이것이 이른바 '좋은 곳에 태어나게 하는 여섯 가지가 있다'라고 한 것이오.

  

열반에 이르기 위해 어떤 여섯 가지 법을 닦아야 하는가? 

이른바 6사념법(思念法)이니,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이른바 몸으로 자비를 행하여 더러움이 없는 것, 입으로 자비를 행하여 더러움이 없는 것, 뜻으로 자비를 행하여 더러움이 없는 것, 이익을 얻으면 남들과 고루 나누고 아까워하지 않는 것, 결점이 없는 금계(禁戒)를 받들어 지키고 지혜로운 자들이 소중히 여기는 이러한 계를 완전히 구족하는 것, 모든 삿된 소견과 바른 소견과 괴로움의 근본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성현의 출요(出要) 등 이런 여러 소견들을 모두 분명히 아는 것, 이것이 이른바 '사람을 열반에 이르게 하는 여섯 가지 법'이라 하는 것이오. 비구여, 그대는 이제 방편을 구해 이 여섯 가지 법을 행하도록 하오. 이와 같나니 비구여,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오."

  

그 비구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사리불의 발에 예배하고 말하였다.

"저는 이제 거듭 스스로 참회합니다. 어리석고 미혹한 사람처럼 저는 진실을 분별하지 못하였습니다. 원컨대 사리불께서는 저의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이후로 다시는 범하지 않겠습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그대의 참회를 받아주겠소. 성현의 법은 매우 넓고 크오. 그대는 과거를 고치고 미래를 닦아 다시는 범하지 마시오."

 

그 비구는 사리불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13권 335번째 소경인 「제일의공경(第一義空經)」이 있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곳에서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첫째가는 가장 공한 법을 설명하리니, 너희들은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것이 가장 공한 법인가? 

저 눈은 생길 때에는 곧 생기지만 그 오는 곳을 볼 수 없고, 멸할 때에는 곧 멸하지만 그 멸하는 곳을 볼 수 없다. 다만 임시로 이름이 붙여진 법[假號法]과 인연의 법[因緣法]은 제외한다.

  

어떤 것이 임시로 붙여진 이름과 인연의 법인가? 

이른바 이것이 있으면 곧 있고 이것이 생기면 곧 생기는 것이다. 즉 무명(無明)을 인연해 행(行)이 있고, 행(行)을 인연해 식(識)이 있으며, 식을 인연해 명색(名色)이 있고, 명색을 인연해 6입(入)이 있으며, 6입을 인연해 접촉[更樂 : 觸]이 있고, 접촉을 인연해 느낌[痛:受]이 있으며, 느낌을 인연해 애욕[愛]이 있고, 애욕을 인연해 집착[取]이 있으며, 집착을 인연해 존재[有]가 있고, 존재를 인연해 태어남[生]이 있으며, 태어남을 인연해 죽음[死]이 있고, 죽음을 인연해 근심[愁]·걱정[憂]·괴로움[苦]·번민[惱] 등 헤아릴 수 없는 것들이 있게 된다. 이와 같이 괴로움의 쌓임은 이 인연으로 된 것이니라.

  

이것이 없으면 곧 없고 이것이 멸하면 곧 멸한다. 즉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하고, 행이 멸하면 식이 멸하며, 식이 멸하면 명색이 멸하고, 명색이 멸하면 6입이 멸하며, 6입이 멸하면 접촉이 멸하고, 접촉이 멸하면 느낌이 멸하며, 느낌이 멸하면 애욕이 멸하고, 애욕이 멸하면 집착이 멸하며, 집착이 멸하면 존재가 멸하고, 존재가 멸하면 태어남이 멸하며, 태어남이 멸하면 죽음이 멸하고, 죽음이 멸하면 근심·걱정·괴로움·번민이 모두 멸한다. 다만 임시로 이름이 붙여진 법만은 제외한다.

  

귀·코·혀·몸·뜻이라는 법도 또한 그와 같으니, 즉 생길 때에는 곧 생기지만 그 오는 곳을 알 수 없고, 멸할 때에는 곧 생기지만 멸하는 곳을 알 수 없다. 다만 그 임시로 이름이 붙여진 법만은 제외한다.

  

임시로 이름이 붙여진 법[假號法]이란 이것이 생기면 곧 생기고 이것이 멸하면 곧 멸하는 것이다. 이 6입도 지은 사람이 없고, 또한 명색과 6입도 부모로 말미암아 있기는 하지만 태에 들어간 자는 없다. 이것들은 인연으로 있는 것이요, 이 또한 임시로 붙여진 이름이며, 반드시 앞의 대상이 있은 뒤에야 비로소 있는 것이다.

  

마치 나무를 비벼 불을 구할 때 앞의 대상이 있는 뒤에야 불이 생기는 것과 같다. 그러나 불은 나무에서 나온 것도 아니요, 또 나무를 떠나 생기는 것도 아니다. 설사 어떤 사람이 나무를 쪼개어 불을 찾더라도 불을 얻지는 못하리니, 그것은 모두 인연이 모인 뒤에야 불이 있기 때문이다.

  

이 6정(情.6근)이 일으키는 병 또한 그와 같아서 모두 인연이 모임으로 말미암아 그 가운데서 병을 일으킨다. 이 6입(入)은 생길 때에는 곧 생기지만 그 오는 곳을 볼 수 없고, 멸할 때에는 곧 멸하지만 그 멸하는 곳을 볼 수 없다. 그러나 임시로 이름이 붙여진 법만은 제외하나니, 그것은 부모의 인연이 모임으로 말미암아 있는 것이니라.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어머니 태 안에 들며

  차츰차츰 엉긴 수(?)처럼 되다가

  드디어 혹처럼 되고

  그런 뒤 비슷한 형상으로 변한다.


  머리와 목이 먼저 생기고

  다음에 차츰 손발이 생기며

  온갖 뼈마디가 제각기 생기고

  털과 손발톱·이빨 생긴다.


  만일 그 어머니 온갖 음식과

  갖가지 요리를 먹으면

  그 정기로써 살아가나니

  태를 받은 목숨의 근본이니라.


  그로써 형체가 이루어지고

  모든 감각기관이 빠짐없이 갖춰져

  어머니로부터 태어나게 되나니

  태를 받는 괴로움 이러하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인연이 모여 곧 이 몸도 이루어진 것이니라. 또 비구들아, 한 사람의 몸에는 360개의 뼈가 있고, 9만 9천 개의 털구멍이 있으며, 5백 개의 맥(脈)이 있고, 5백 개의 근육이 있으며, 8만 종의 벌레가 산다.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6입으로 된 이 몸에는 이런 재앙이 있느니라. 비구들아, '누가 이 뼈를 만들었는가? 누가 이 근육과 맥을 붙였는가? 누가 이 8만 종의 벌레를 만들었는가'라고 생각하고 사유해보아라. 그 비구가 이렇게 생각하고 사유해본다면 그는 곧 두 가지 과보를 얻게 되리니, 아나함(阿那含)이 되거나 혹은 아라한(阿羅漢)이 될 것이다."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360개의 뼈가

  사람의 몸 속에 있네.

  이는 과거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

  나도 이제 그렇게 말한다.


  근육은 5백 개

  맥의 수도 그렇고

  벌레는 8만 종

  9만 9천 개의 털구멍.


  마땅히 몸을 이렇게 관찰하며

  비구들이여, 부지런히 정진하라.

  아라한 도를 재빨리 얻어

  열반의 세계에 이르게 되리라.


  이런 법은 모두 비고 고요하건만

  어리석은 사람들 그것을 탐내고

  지혜로운 사람들 마음으로 기뻐하며

  이 공한 법의 근본을 듣는다네.


"비구들아, 이것이 이른바 첫째가는 가장 공한 법이니라. 나는 여래께서 말씀하신 법을 너희들에게 설명하였다. 나는 이제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할 일을 다하였다.

  

너희들은 그 법을 수행하기를 항상 생각하고, 한적한 곳에서 좌선하며 사유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 지금 수행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이익이 없을 것이다. 이것이 나의 교훈이다. 이와 같나니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생루(生漏) 범지는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서로 문안하고 한쪽에 앉았다. 


생루 범지가 세존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지금 찰리(刹利)는 마음으로 무엇을 바라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가르침에 집착하고, 무엇을 구경(究竟)으로 여깁니까? 또 지금 바라문은 마음으로 무엇을 바라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가르침에 집착하고, 무엇을 구경으로 여깁니까? 또 지금 국왕은 마음으로 무엇을 바라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가르침에 집착하고, 무엇을 구경으로 여깁니까? 또 지금 도둑은 마음으로 무엇을 바라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가르침에 집착하고, 무엇을 구경으로 여깁니까? 또 지금 여자는 마음으로 무엇을 바라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가르침에 집착하고, 무엇을 구경으로 여깁니까?"

세존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찰리 종족은 항상 싸우기를 좋아하고, 온갖 기술이 많으며, 사무를 좋아하고, 바라는 구경(究竟)은 끝내 중간에 그만두지 않는다."

 

"바라문은 마음으로 무엇을 바랍니까?"

"바라문은 마음으로 주술을 좋아하고, 반드시 살 집을 지으며, 한적한 곳을 좋아하고, 범천에 뜻을 둔다."

 

"국왕은 마음으로 무엇을 바랍니까?"

"범지여, 알아야 한다. 왕은 정치의 권력을 얻기를 바라고, 군대와 무기에 뜻을 두며, 재물에 탐착하느니라."

  

"도둑은 마음으로 무엇을 바랍니까?"

"도둑은 훔칠 뜻을 품고 간사한 데 마음을 두며, 자기가 한 짓을 남들이 모르게 하려고 한다."

  

"여자는 마음으로 무엇을 바랍니까?"

"여자는 남자에게 뜻을 두고, 재물에 탐착하며, 남녀간의 일에 마음이 매여 자유롭기를 바라느니라."

  

범지가 세존께 아뢰었다.

"참으로 놀랍고, 참으로 뛰어나십니다. 그런 일들을 다 아시고 계셨군요. 그것은 진실이요, 헛말이 아닙니다. 그러면 지금 비구는 마음으로 무엇을 바랍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계덕을 두루 갖추고, 마음은 도법에 노닐며, 뜻을 네 가지 진리에 두고, 열반에 이르려고 한다. 이것이 비구가 구하는 것이니라."

  

생루 범지가 세존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가 먹는 마음은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 이치는 실로 그러합니다. 구담이시여, 열반은 매우 즐거운 것이고, 여래께서는 너무도 많은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마치 장님이 눈을 뜨고, 귀머거리가 소리를 듣게 되며, 어둠 속에 있던 자가 빛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 여래께서 하신 말씀도 그와 같아서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이제 나라 일이 너무 많아 이만 돌아가려 합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때를 알아서 하라."

  

생루 범지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고 곧 물러갔다.


생루 범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생루 범지는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범지가 세존께 아뢰었다.

"이 가운데서 어떤 비구가, 또 어떻게 해야, 범행을 닦으며 번뇌가 흘러나오는 일이 없고 청정하게 범행을 닦을 수 있겠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사람이 계율을 완전히 갖추고 범하지 않는다면, 이것을 청정하게 범행을 닦는 것이라 한다. 또 범지여, 눈으로 빛깔을 보더라도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분별을 일으키지 않으며 나쁜 생각을 없애고 좋지 못한 법을 버려 눈을 온전하게 할 수 있다면, 이것이 이른바 '이 사람은 청정하게 범행을 닦는다'고 하는 것이다.

  

또 귀로 소리를 듣거나, 코로 냄새를 맡거나, 혀로 맛을 보거나, 몸으로 감촉을 느끼거나, 뜻으로 법을 알더라도 분별이나 생각이 전혀 없고 청정하게 범행을 닦아 그 뜻을 온전하게 할 수 있다면, 이런 사람은 범행을 닦으며 번뇌가 흘러나오는 일이 없을 수 있느니라."

  

바라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떤 사람이 범행을 닦지 않고, 청정한 행을 두루 갖추지 못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다면 그것은 범행이 아니니라."

  

바라문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사람이 번뇌가 있고 두루 갖추지 못합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어떤 사람이 여자와 교접하거나 손발을 서로 비비거나 그녀를 마음에 품고 잊지 않는다면, 범지여, 이것이 이른바 '행을 두루 갖추지 못하고, 온갖 음탕한 마음이 흘러나오는 것이며, 음욕·성냄·어리석음과 상응하는 것'이니라.

  

또 범지여, 여자와 장난을 치거나 서로 말을 주고받는다면, 범지여, 이것이 이른바 '이 사람은 행을 온전히 갖추지 못한 것이고, 음욕·성냄·어리석음이 흘러나오며, 범행을 갖추지 못하고 청정한 행을 닦는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범지여, 어떤 여자의 음탕한 눈길과 서로 마주쳤는데도 눈길을 옮기지 않고 거기서 곧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생각을 일으켜 온갖 어지러운 생각들을 한다면, 범지여, 이것이 이른바 '이 사람은 범행이 깨끗하지 못하고 범행을 닦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범지여, 어떤 사람이 우는 소리나 웃는 소리를 멀리서 듣고 거기서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일으켜 온갖 어지러운 생각들을 한다면 범지여, 이것이 이른바 '이 사람은 범행을 깨끗이 닦지 않고, 음욕·성냄·어리석음과 상응하며, 행을 완전히 갖추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범지여, 어떤 사람이 일찍이 보았던 여자를 뒤에 다시 생각해 그 머리와 눈을 기억하고는 거기서 그리움을 내어 으슥한 곳에서 음욕·성냄·어리석음을 일으켜 나쁜 행과 상응한다면, 범지여, 이것이 이른바 '이 사람은 범행을 닦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니라."

  

생루 범지가 세존께 아뢰었다.

"참으로 놀랍고 참으로 뛰어나십니다. 사문 구담께서는 범행도 아시고 범행이 아닌 것도 아시며, 번뇌가 흘러나오는 행도 아시고 번뇌가 흘러나오지 않는 행도 아십니다. 왜냐 하면 저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여자와 손발이 서로 닿게 되면 곧 온갖 어지러운 생각들을 일으킵니다. 그 때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은 행이 깨끗하지 못하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과 상응한다. 첫째가는 접촉은 여자이고, 첫째가는 욕망은 눈과 눈이 서로 마주치는 것이다. 그렇게 여자는 말과 웃음으로 남자를 얽어매고, 혹은 말을 걸어 남자를 얽어맨다.'

  

지금 저는 '이런 여섯 종류의 사람은 모두 깨끗하지 못한 행을 한다'고 이렇게 생각합니다. 오늘 여래께서는 너무도 많은 말씀을 해주시니, 마치 장님이 눈을 뜨고 헤매던 사람이 길을 발견하며 어리석은 사람이 도를 듣게 되고 눈을 가진 사람이 빛깔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여래께서는 그와 같이 설법하셨습니다. 저는 지금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귀의합니다. 지금부터 다시는 살생하지 않겠습니다. 원컨대 저를 우바새로 받아주소서."

  

생루 범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5권 110번째 소경인 「살차경(薩遮經)」이 있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비사리(毗舍離) 교외의 숲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무렵 존자 마사(馬師)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살차니건자(薩遮尼?子)는 멀리서 마사가 오는 것을 보고 곧 마사에게 가서 말하였다.

"그대의 스승은 어떤 이치를 말하고, 어떤 교리와 어떤 계율로 그대들에게 설법하는가?"

마사는 대답하였다.

"범지여, 색(色)은 무상한 것이다. 무상한 것은 괴로운 것이요, 괴로운 것은 나[我]가 없으며, 나가 없는 것은 곧 공(空)한 것이다. 공하다면 그것은 내 소유가 아니요 나도 그것의 소유가 아니니, 이것이 지혜로운 자들이 배우는 것이다. 통(痛:受)·상(想)·행(行)·식(識)도 무상한 것이니, 이 5성음(盛陰)은 무상한 것이다. 무상한 것은 괴로운 것이요, 괴로운 것은 나가 없으며, 나가 없는 것은 곧 공한 것이다. 공하다면 그것은 내 소유가 아니요 나도 그것의 소유가 아니다. 그대가 알고 싶어하는 우리 스승의 가르침과 훈계는 그 이치가 이와 같고, 제자들을 위해 이런 이치를 말씀하신다."

  

니건자는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면서 말하였다.

"그만, 그만. 마사여, 나는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다. 아무리 구담 사문이 그렇게 가르친다 해도 나는 조금도 듣고 싶지 않다. 왜냐 하면 내 주장대로라면 색(色)은 영원한데 그 사문의 주장은 무상하다고 하기 때문이다. 언제 한 번 사문 구담을 만나 함께 변론해서 사문 구담의 뒤바뀐 생각을 고쳐 주리라."

  

그 무렵 비사리성에 살던 5백 동자는 한 곳에 모여 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때 니건자가 5백 동자에게 가서 동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모두 오라. 우리 함께 사문 구담에게 가자. 왜냐 하면 저 사문 구담과 변론해서 저 사문이 바른 진리의 길을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저 사문은 색을 무상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내 주장대로라면 색은 영원한 것이다.

  

마치 역사(力士)가 털이 긴 양을 손으로 잡고 동·서 어디로든 마음대로 끌고 가되 아무 어려움이 없는 것처럼, 나도 그와 같이 저 사문 구담과 변론하며 마음대로 그를 잡았다 놓았다 하기에 아무 어려움이 없으리라. 또 여섯 개의 이빨을 가진 사나운 코끼리는 깊은 산에서 놀아도 아무것도 어려워 할 것이 없는 것처럼, 나도 이제 그와 같아 그자와 변론하기에 아무 어려움이 없으리라. 또 건장한 두 사내가 연약한 한 사람을 붙잡아 불에 지지며 마음대로 뒤집되 아무 어려움이 없는 것처럼, 나도 그와 같이 저와 변론하되 아무 어려움이 없으리라.

  

나는 변론으로 코끼리도 죽일 수 있거늘 하물며 사람이겠는가? 또 코끼리도 동·서·남·북으로 마음대로 부리는데 어찌 사람만 그리 못하겠느냐? 마음이 없는 물건인 이 강당의 들보나 기둥도 오히려 옮길 수 있는데 하물며 사람과 변론해서 이기는 일 정도이겠는가? 나는 그가 얼굴의 구멍에서 피를 쏟으며 죽게 하리라."

  

그 모임에 있던 어떤 동자가 말하였다.

"니건자는 끝내 저 사문을 변론으로 대적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 사문 구담이 니건자를 변론으로 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떤 동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사문은 니건자를 변론으로 대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니건자는 저 사문을 변론으로 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니건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일 저 사문 구담의 주장이 저 마사 비구의 말대로라면 상대할 만하겠지만 다른 이치가 있더라도 들어 보면 알 것이다.' 

니건자는 5백 동자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서로 문안하고 한쪽에 앉았다. 


니건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어떻소? 구담이여, 어떤 교리와 어떤 계율로 제자들을 훈계하오?"

부처님께서 니건자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렇게 주장한다. 색은 무상한 것이다. 무상한 것은 곧 괴로운 것이요, 괴로운 것은 나가 없으며, 나가 없는 것은 곧 공한 것이다. 공하다면 그것은 내 소유가 아니요, 나도 그것의 소유가 아니다. 통·상·행·식도 그러하니, 이 5성음(盛陰)은 다 무상한 것이다. 무상한 것은 곧 괴로운 것이요, 괴로운 것은 나가 없으며, 나가 없는 것은 곧 공한 것이다. 공하다면 그것은 내 소유가 아니요, 나도 그것의 소유가 아니다. 내 가르침은 이런 이치이니라." 

니건자는 말하였다.

"나는 그런 이치는 듣고 싶지 않소. 왜냐 하면 내가 이해하기로는 색은 영원하기 때문이오."

  

"그대는 일단 마음을 모으고 오묘한 이치를 사유해 보라. 그 다음에 다시 말하라."

"내가 지금 말한 '색은 영원하다'는 이치는 이 5백 동자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지금 말한 '색은 영원하다'는 이치는 이 5백 동자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너는 지금 너의 주장을 말하면서 왜 저 5백 사람을 끌어들이는가?"

니건자가 대답하였다.

"나는 '색은 영원하다'고 말하오. 사문께선 어떤 주장을 하고 싶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색은 무상하고 또한 나가 없다'고 말한다. 억지와 거짓으로 수(數)를 모아 이 색이 있는 것일 뿐, 진실함도 없고 단단함도 견고함도 없어 눈덩이와 같은 것이니, 그것은 없어지는 법이요 변하는 법이다. 너는 지금 '몸은 영원하다'고 말하였다. 내가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하라. 어떤가? 니건자여, 전륜성왕은 자기 나라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그래서 그 대왕은 놓아주지 않을 자도 놓아주고 결박하지 않을 자도 결박할 수 있는가?"

니건자가 대답하였다.

"성왕이라면 그런 자유로운 힘이 있어 죽이지 않을 자도 죽일 수 있고, 결박하지 않을 자도 결박할 수 있소."


"어떤가? 니건자여, 그런 전륜성왕도 늙겠는가? 머리가 하얗게 세고 얼굴이 쭈글쭈글해지며 옷에는 때가 꼬질꼬질 끼겠는가?"

그러자 니건자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세존께서 두 번 세 번 물었으나 그는 여전히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때 밀적 금강역사(密跡金剛力士)가 손에 금강저(金剛杵)를 들고 허공에서 말하였다.

"네가 대답하지 않는다면 여래 앞에서 네 머리를 부수어 일곱 조각을 내리라."

세존께서는 니건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허공을 보라."


니건자는 공중을 우러러 밀적 금강역사를 보고 또 '만일 네가 여래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는다면 네 머리를 부수어 일곱 조각을 내리라'라는 공중의 그 소리를 들었다. 그는 그것을 보고 놀랍고 두려워 온 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는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구담이여, 나를 살려 주시오. 그리고 이제 다시 물으시오. 내가 대답하겠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떤가? 니건자여, 전륜성왕도 늙겠는가? 그 역시 머리가 하얗게 세고 이빨이 빠지며 피부가 늘어지고 얼굴이 쭈글쭈글해지겠는가?"

니건자는 대답하였다.

"사문 구담이 그렇게 말하더라도 나는 '색은 영원하다'고 주장하겠소."

 

"그대는 잘 사유해본 뒤에 대답하라. 앞뒤의 말이 서로 맞지 않는구나. 전륜성왕도 늙는지, 또 머리가 하얗게 세고 이빨이 빠지며 피부가 늘어지고 얼굴이 쭈글쭈글해지는지 그것만 논하라."

니건자가 대답하였다.

"전륜성왕도 아마 늙을 것이오."

 

"전륜성왕은 자기 나라에서는 언제나 자유로울 수 있는데, 왜 늙음과 병듦과 죽음은 물리치지 못하는가? 만일 '내게는 늙음과 병과 죽음이 필요 없다. 나는 영원히 이러하리라'고 하며 그렇게 하고 싶어한다면 그것이 과연 이치에 옳겠는가?"

  

니건자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고, 근심과 걱정으로 괴로워하며 잠자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니건자는 온몸에서 땀을 흘렸고 그 땀은 옷을 적시고 또 앉은자리와 땅까지 적셨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니건자여, 그대는 대중들이 있는 자리에서 이렇게 사자처럼 외쳤었다.

'너희 동자들은 나와 함께 저 구담에게로 가자. 그와 변론하여, 마치 털이 긴 양을 손으로 잡고 동·서로 마음대로 끌되 아무 어려움이 없는 것처럼, 또 큰 코끼리가 깊은 산중에 들어가 마음대로 노닐되 두려움이 없는 것처럼, 또 건장한 두 사내가 연약한 한 사람을 잡고 불에 지지며 마음대로 뒤적거리는 것처럼 그를 항복 받으리라.'

  

너는 또 '나는 항상 변론으로 큰 코끼리를 죽일 수 있다. 이런 들보나 기둥이나 초목들은 다 마음이 없는 것이지만, 이런 것들과도 변론해 굽히고 펴고 숙이고 쳐들게 할 수 있고 또 겨드랑 밑으로 땀을 흘리게 할 수도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세존께서 세 가지 법의를 들추어 니건자에게 보이면서 말씀하셨다.

"너는 여래의 겨드랑이에 흐른 땀이 없는 것을 보라. 그런데 지금 너는 땀을 흘려 땅까지 적시는구나."

니건자는 또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모여 있던 대중들 가운데에 두마(頭摩)라는 동자가 있었는데, 두마 동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베풀어주신 것을 감당할 수 있고, 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마음대로 말하라."

두마 동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마치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목욕하기 좋은 연못이 있는데, 그 목욕하는 연못에 다리가 많은 벌레가 있는 경우와 같습니다. 그러면 그 마을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 목욕하는 연못으로 가 그 벌레를 잡아내고 제각기 기왓장이나 돌로 그 팔과 다리를 때려 잘라버립니다. 결국 그 벌레는 물로 도로 들어가고 싶어도 끝내 그리될 수 없습니다. 이 니건자도 그와 같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서슬이 시퍼런 마음으로 여래와 변론하려 하며 마음에 질투와 교만을 품었었는데, 이제 여래께서 그것을 완전히 없애 영원히 남김 없게 하셨습니다. 따라서 이 니건자는 다시는 여래께 찾아와 변론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니건자가 두마 동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어리석어 참과 거짓도 분별하지 못하는구나. 또 나는 너하고 변론하는 것이 아니라 사문 구담과 변론하고 있는 것이다."

니건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치를 물어주시오. 내가 다시 말하겠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떤가? 니건자여, 전륜성왕이 늙음·병듦·죽음이 닥치지 않게 하려 한다면, 그럴 수 있겠는가? 그 성스러운 대왕은 그 소원을 이룰 수 있겠는가?"

"그 소원은 이룰 수 없소."

  

"이 색은 있게 하고 이 색은 없게 하려고 한다면 될 수 있겠는가?"

"될 수 없소, 구담이여."


"어떤가? 니건자여, 이 색은 영원한가, 무상한가?"

"색은 무상한 것이오."


"만일 무상하다면 그것은 바뀌고 변하는 법이다. 너는 그래도 '이것은 나다'라거나 '나는 저것의 소유이다'라고 보겠는가?"

"아니오, 구담이여."

  

"그러면 통·상·행·식은 영원한가, 무상한가?"

"무상하오."

  

"만일 무상하다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런데도 너는 과연 그것을 있다고 보는가?"

"그것은 없는 것이오."

  

"이 5성음(盛陰)은 영원한가, 무상한가?"

"무상하오."

  

"만일 무상하다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런데도 너는 과연 그것을 있다고 보는가?."

"그것은 없는 것이오."

  

"어떠냐, 니건자야. 너는 '영원하다'고 말했었는데, 그 말은 이 이치와 어긋나지 않는가?"

 

그러자 니건자는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지금 어리석어 진리를 분별하지 못하고 그런 감정을 품어 구담과 논쟁하며 '색은 영원하다'고 말했습니다. 어떻게 맹수인 사자가 멀리서 사람이 오는 것을 보고 두려워하겠습니까? 끝내 그럴 일은 없습니다. 지금 여래께서도 그와 같아 털끝만큼도 두려움이 없으십니다. 제가 지금 미치고 어리석어 깊은 이치를 알지 못하고 감히 사문 구담을 괴롭혔습니다.

  

사문 구담께서 많은 말씀을 해주시니, 마치 장님이 눈을 뜨고 귀머거리가 소리를 듣게 되며 헤매던 이가 길을 발견하고 눈 없던 자가 빛깔을 보게 된 것과 같습니다. 사문 구담께서도 그처럼 무수한 방편으로 설법해주셨습니다.

  

저는 이제 사문 구담과 법과 비구스님들께 귀의합니다. 제가 우바새가 되도록 허락하소서. 지금부터 목숨을 마칠 때까지 살생하지 않겠습니다. 원컨대 구담과 비구스님들께선 제 청을 받아 주소서. 저는 부처님과 비구스님들께 공양을 올리고 싶습니다."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받아 주셨다. 니건자는 세존께서 잠자코 청을 받으신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돈 뒤에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떠났다.

  

그는 비사리의 동자들이 있는 곳으로 가 동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내게 공양할 재료를 지금 곧 내게 가져오고 때를 어기지 말라. 나는 지금 사문 구담과 그 비구스님들을 초청하였다. 내일 공양하리라."

  

동자들은 각기 공양거리를 마련해 가지고 와서 그에게 주었다. 니건자는 그날 밤으로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고 좋은 자리를 펴고 때가 되어 세존께 아뢰었다.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세존께서는 왕림하소서."


세존께서는 때가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비구스님들을 데리고 비사리로 가시어 니건자의 집에 이르러 자리에 앉으셨다. 비구들도 차례로 앉았다. 니건자는 부처님과 비구들이 좌정한 것을 보고 갖가지 음식을 손수 돌렸다.

  

그리고 부처님과 비구들이 공양을 마치자 그는 깨끗한 물을 돌리고, 곧 작은 자리를 가지고 와서 여래 앞에 앉아 설법을 듣고자 하였다.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차근차근 미묘한 논을 말씀하셨다. 이른바 논이란, 보시론·계율론·하늘에 태어나는 것에 대한 논이요, 탐심은 더럽고 음욕은 깨끗지 못한 행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즐거움이라 하셨다.

  

세존께서는 니건자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린 것을 보시고는, 모든 부처님께서 항상 말씀하시는 괴로움과 괴로움의 발생과 괴로움의 소멸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그 니건자에게 모두 말씀하셨다. 이 때 니건자는 곧 그 자리에서 온갖 번뇌가 없어지고 법안이 깨끗해졌다.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제사에선 불이 제일이 되고

  문장에선 게송이 으뜸이 되며

  사람 중에선 임금이 제일이고

  모든 물은 바다가 근원이며

  별 가운데에선 달이 가장 밝고

  광명 중에선 해가 제일이라네.


  위와 아래와 또 사방과

  모든 땅에서 자라는 만물

  하늘과 사람들 그 가운데서

  부처님이 더 없이 높은 분이니

  만일 그 덕을 구하고 싶다면

  세 부처님을 최상으로 여겨라.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마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이 때 니건자의 5백 제자는 자신들의 스승이 부처님의 교화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저희들끼리 말하였다.

"우리 스승께서 어쩌다 구담을 스승으로 섬기게 되었을까?"

  

그래서 그 제자들은 비사리성을 나서 길에 서서 기다렸다.

그 때 니건자는 부처님께 나아가 법을 듣고자 하였고,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기뻐하게 하셨다. 니건자는 설법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떠났다.

  

니건자의 제자들은 멀리서 그들의 스승이 오는 것을 보고 저희끼리 말하였다.

"저 사문 구담의 제자가 지금 저기 온다."

그리곤 제각기 기왓장과 돌을 들고 그를 때려 죽였다. 여러 동자들은 니건자가 그 제자들에게 맞아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세존께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동자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께서 교화하신 니건자가 지금 제자들에게 살해당했습니다. 그는 지금 목숨을 마치고 어디에 태어났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덕이 있는 사람으로서 네 가지 진리를 완전히 갖추고 세 가지 번뇌[結使]를 없애 수다원(須陀洹)을 이루었으니 반드시 괴로움을 벗어날 것이다. 지금 그는 목숨을 마치고 삼십삼천에 태어났다. 그는 미륵 부처님을 뵙고는 완전히 괴로움을 벗어날 것이니, 이것이 곧 그 이치이다. 그것을 생각하며 수행하라."

  

동자들은 세존께 아뢰었다.

"참으로 이상하고 참으로 놀랍습니다. 그 니건자는 세존께 찾아와 변론으로 겨루려다가 도리어 제 변론에 스스로 묶여 여래의 교화를 받았습니다. 여래를 뵙는 일은 결코 허망하지 않습니다. 마치 사람들이 바다에 들어가 보배를 구하면 반드시 그것을 얻고 끝내 헛되이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어떤 사람이 여래께 찾아온다면 그는 반드시 법의 보배를 얻고 끝내 헛되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세존께서는 동자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말씀하시어 그들을 기쁘게 하셨다. 그러자 동자들은 부처님으로부터 설법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돈 뒤에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곧 물러나 떠났다. 


동자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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