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역 아함경/증일아함경

48. 십불선품(十不善品)

실론섬 2015. 7. 21. 19:03

48. 십불선품(十不善品)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37권 1,047번째 소경인 「원주경(圓珠經)」①과 1,048번째 소경인 「원주경」②가 있다.)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곳에서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중생이 살생을 행하고 살생을 널리 편다면 그것은 지옥의 죄와 아귀·축생의 행을 심는 것이요, 설사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수명이 매우 짧을 것이다. 왜냐 하면 남의 목숨을 해쳤기 때문이니라.

  

또 어떤 중생이 남의 물건을 훔친다면 그것은 세 갈래 나쁜 세계에 태어나는 죄를 심는 것이요, 설사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항상 가난하여 배를 채울 밥이 없고 몸을 가릴 옷이 없을 것이다. 그것은 모두 도둑질하였기 때문이니, 남의 물건을 빼앗는 것은 곧 남의 목숨을 끊는 것이니라.

  

또 어떤 중생이 음행하기를 좋아한다면 그것은 세 갈래 나쁜 세계에 태어나는 죄를 심는 것이요, 설사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그 가문이 도둑질하고 음란한 정숙치 못한 집안일 것이니라.

  

또 어떤 중생이 거짓말을 한다면 그것은 지옥의 죄를 심는 것이요, 설사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남의 업신여김을 받고 그 말은 신용이 없으며 남의 천대를 받을 것이다. 왜냐 하면 그것은 모두 전생의 거짓말 때문이니라.


또 어떤 중생이 이간질하는 말을 한다면 그것은 세 갈래 나쁜 세계에 태어나는 죄를 심는 것이요, 설사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마음이 항상 안정되지 못하고 늘 근심에 빠질 것이다. 왜냐 하면 그가 이쪽저쪽에 거짓말을 전하였기 때문이니라.

  

또 어떤 중생이 나쁜 말을 한다면 그것은 세 갈래 나쁜 세계에 태어나는 죄를 심는 것이요, 설사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남의 미움을 받고 늘 욕설을 듣게 될 것이다. 왜냐 하면 그가 말을 항상 올바르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또 어떤 중생이 이 사람 저 사람과 마구 싸운다면 그것은 세 갈래 나쁜 세계에 태어나는 죄를 심는 것이요, 설사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미워하는 이가 많고 친척들은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왜냐 하면 그것은 모두 전생에 싸웠기 때문이니라.

  

또 어떤 중생이 질투한다면 그것은 세 갈래 나쁜 세계에 태어나는 죄를 심는 것이요, 설사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옷이 모자랄 것이다. 왜냐 하면 그가 탐하고 질투하였기 때문이니라.

  

또 어떤 중생이 해칠 마음을 일으킨다면 그것은 세 갈래 나쁜 세계에 태어나는 죄를 심는 것이요, 설사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항상 허황함이 많고 참된 이치를 이해하지 못하며 마음이 어지러워 안정되지 못할 것이다. 왜냐 하면 전생에 성을 내어 자애로운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니라.

  

또 어떤 중생이 삿된 소견을 행한다면 그것은 세 갈래 나쁜 세계에 태어나는 죄를 심는 것이요, 설사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중앙에 태어나지 못하고 변두리에 살면서 3존(尊)의 거룩한 도법의 이치를 듣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혹은 귀머거리나 장님이나 벙어리 따위의 불구자가 되어 선법과 악법의 뜻을 분별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 하면 전생에 신근(信根)이 없었고, 또 사문·바라문·부모·형제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아, 알라. 이런 열 가지 악의 과보로 말미암아 이런 재앙이 있게 된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너희들은 부디 열 가지 악을 여의고 바른 소견을 닦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은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6권 37번째 소경인 첨파경(瞻波經)과 서진(西晉) 시대 법거(法炬)가 한역한 『불설항수경(佛說恒水經)』·『법해경(法海經)』과 후한(後漢) 시대 구마라집(鳩摩羅什)이 한역한 『불설해팔덕경(佛說海八德經)』이 있으며, 참고가 될만한 전적으로는 유송(劉宋) 시대 불타집(佛陀什)과 축도생(竺道生)이 공역한 『미사색부화혜오분율(彌沙塞部和醯五分律)』 제28권이 있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계율을 말씀하시는 보름날이 되어 여러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보회강당(普會講堂)으로 가셨다. 세존께서는 잠자코 대중을 둘러보시고 대중들도 조용히 말이 없었다.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 성중이 모두 강당에 모였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을 위하여 금계(禁戒)를 말씀해 주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말씀이 없으셨다. 조금 있다가 아난은 다시 아뢰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금계를 말씀하여 주소서. 초저녁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여전히 잠자코 말씀이 없으셨다. 조금 있다가 아난은 다시 아뢰었다.

"한밤이 지나가고 있고 대중들도 지쳤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지금 바로 계율을 말씀하여 주소서."

그러나 세존께서는 여전히 잠자코 말씀이 없으셨다. 조금 있다가 아난은 다시 아뢰었다.

"새벽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지금 바로 계율을 말씀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대중 가운데 부정한 자가 있기 때문에 계율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이제 상좌가 금계를 설하도록 하리라. 만일 상좌 비구가 계율을 설할 수 없다면 지율자(持律者)를 시켜 설하게 하리라. 또 만일 지율자 없다면 계율을 외워 밝게 통달한 이를 시켜 그것을 외우고 설하게 하리라. 오늘 이후로 여래는 계율을 설하지 않을 것이다. 대중 가운데 부정한 자가 있을 때, 여래가 그곳에서 계율을 설한다면 그 사람은 머리가 일곱 조각으로 부서져, 저 수라(酬羅) 열매와 꼭 같이 될 것이다."

  

아난은 슬피 울면서 말하였다.

"성중은 오늘부터 외롭게 되었구나. 여래의 바른 법은 어찌 이다지도 빨리 사라지는가? 부정한 사람은 또 어찌 이다지도 빨리 생기는가?"


목건련은 생각하였다.

'이 대중 가운데 법을 파손한 자는 누구인가? 이 대중 가운데 있어 여래로 하여금 금계를 말씀하지 못하게 하는 자가 누구인가?'

대목건련은 곧 삼매에 들어 대중들의 마음속 더러움을 살펴보았다.

그 때 목련은 마사(馬師)와 만숙(滿宿) 두 비구가 대중 가운데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비구들에게 다가가 말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일어나 이 자리를 떠나라. 여래께서 꾸짖고 계시다. 너희들 때문에 여래께서 금계를 설하지 않으시는 것이다."

두 비구는 잠자코 말이 없었다. 목련은 두 번 세 번 말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일어나라. 여기 있지 말라."

그러나 그 비구들은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목련은 곧 앞으로 다가가 그들의 손을 잡고 문 밖으로 끌어내고는 돌아와 문을 걸고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부정한 비구를 문 밖으로 끌어내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곧 금계를 말씀하여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목련아, 여래는 다시는 비구들을 위해 계율을 설하지 않을 것이다. 여래 말에는 두 말이 없다. 네 자리로 돌아가라."

목련은 다시 아뢰었다.

"지금 이 대중 가운데서 이미 불상사가 생겼으므로 저는 유나법(維那法)을 행할 수 없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다른 사람을 뽑으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그 때 목건련은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본 자리로 돌아갔다.

  

아난이 아뢰었다.

"비바시(毗婆尸)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을 때 그 성중은 얼마나 되었습니까? 또 얼마나 지나 범하는 사람이 생겼습니까? 내려와서 가섭(迦葉) 여래의 제자는 얼마나 되었으며, 어떤 계율을 말씀하셨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91겁 전에 비바시 여래·지진·등정각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 때 성중의 모임은 세 번 있었다. 첫 번째 모임에는 16만 8천 비구 성중이 있었고, 두 번째 모임에는 16만 성중이 있었으며, 세 번째 모임에는 10만 성중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아라한이었다. 그 부처님의 수명은 8만 4천 세였고 백 년 동안 성중은 청정하였다. 그 부처님은 항상 하나의 게송으로 금계를 삼으셨느니라.


  참고 견디는 것이 제일이요

  부처님 말씀은 함이 없음이 제일이라

  비록 수염과 머리를 깎았어도

  남을 해치면 사문이 아니니라.


그 부처님은 이 하나의 게송으로 백 년 동안 금계를 삼으셨다. 그러다가 범하는 사람이 생기자 곧 다시 금계를 정하셨느니라.

  

또 31겁 전쯤에 시힐(試詰) 여래·지진·등정각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 때도 성중의 모임이 세 번 있었다. 첫 번째 모임에는 16만 성중이 있었고, 두 번째 모임에는 14만 성중이 있었으며, 세 번째 모임에는 10만 성중이 있었다. 그 부처님 때에는 80년 동안 청정하여 더러워진 일이 없었다. 그리고 하나의 게송을 말씀하셨다.



  눈으로 보아도 삿되지 않아

  지혜로운 사람 집착 않나니

  갖가지 악한 일을 아주 버리고

  이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라.


그 부처님은 80년 동안 이 하나의 게송을 말씀하셨고, 뒤에 범하는 사람이 생겨 다시 금계를 정하셨다. 그리고 그 시힐 부처님의 수명은 7만세였느니라.

  

또 그 겁에 비사라바(毗舍羅婆)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분도 성중의 모임을 세 번 가지셨다. 첫 번째 모임에는 10만의 성중이 모였는데 모두 아라한이었고, 두 번째 모임에는 8만 아라한이었고, 세 번째 모임에는 온갖 번뇌가 완전히 없어진 7만 아라한이었다. 비사라바 여래 때에는 70년 동안 범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 때는 하나 반의 게송으로 금계를 삼았었다.


  해치지 말고 그른 짓도 말고

  큰 계율을 받들어 행하라.

  음식에 있어서 만족할 줄 알고

  앉는 자리도 그렇게 하라.


  뜻을 다잡아 전일(專一)하는 것

  이것이 곧 부처의 가르침이다.


그분은 70년 동안 이 하나의 게송으로 금계를 삼으셨고, 뒤에 범하는 사람이 생겨 다시 금계를 정하셨다. 그리고 비사라바 여래의 수명도 7만세였느니라.

  

그리고 이 현겁(賢劫) 중에 구루손(拘樓孫)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 때 성중의 모임은 두 번 있었다. 첫 번째 모임에는 7만의 성중이 모였는데 모두 아라한이었고, 두 번째 모임에는 6만 아라한이었다. 그 부처님 때에는 60년 동안 범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 때 그 부처님께서는 두 게송으로 계율을 삼으셨다.


  비유하면 꿀벌이 꽃밭을 누비며

  향기롭고 깨끗한 예쁜 꽃에서 꿀을 따듯

  남들에게 보시하는 맛있는 음식으로

  도사(道士)들아 촌락에서 유행하여라.


  함부로 남을 비방하지 말고

  또 옳고 그름을 보지도 말며

  다만 스스로 제 행을 돌아보아

  바르고 그릇됨 분명히 보라.


그 부처님께서는 60년 동안 이 두 게송으로 금계를 삼으셨고, 그 뒤에 범하는 사람이 있어 곧 다시 금계를 정하셨다. 그리고 그 부처님의 수명은 6만세였느니라.

  

또 이 현겁 중에 구나함모니(拘那含牟尼) 여래·지진·등정각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 때는 성중의 모임이 두 번 있었다. 첫 번째 모임에는 60만 성중이 모였는데 모두 아라한이었고, 두 번째 모임에는 40만 성중으로서 모두 아라한이었다. 그 부처님 때에는 40년 동안 범하는 사람이 없었고, 하나의 게송으로 금계를 삼았었다.


  뜻을 굳게 세워 경솔하지 말고

  거룩하고 고요한 도를 배워라.

  현자는 근심이나 걱정 없나니

  항상 마음속의 생각을 없애라.


그 부처님께서는 40년 동안 이 게송을 설하시며 금계로 삼으셨고, 그 뒤에 범하는 사람이 있어 다시 금계를 정하셨다. 그리고 그 부처님의 수명은 4만세 였느니라.

 

또 이 현겁에 가섭(迦葉)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 때는 성중의 모임이 두 번 있었다. 첫 번째 모임에는 40만 성중이었고, 두 번째 모임에는 30만 성중으로서 모두 아라한이었다. 그 부처님 때에는 20년 동안 범하는 사람이 없었고 항상 하나의 게송으로 계율을 삼았었다.


  온갖 악한 일은 짓지를 말고

  부디 착한 일 받들어 행하라

  그 마음을 스스로 깨끗이 하는 것

  이것이 곧 부처님들 가르침이다.


그 부처님께서는 20년 동안 이 하나의 게송을 설하며 금계로 삼으셨고, 그 금계를 범하는 일이 있자 다시 제한을 두셨다. 그리고 그 가섭 부처님의 수명은 2만세였느니라.

  

지금은 내가 세상에 출현하여 한 번의 모임에 성중은 1,250명이었고, 12년 동안 범하는 사람이 없었으며, 또 하나의 게송으로 금계를 삼았었다.


  입과 마음 단속해 청정케 하고

  몸의 행도 또한 청정케 하라

  이 세 가지 행을 깨끗이 하여

  큰 선인의 도를 닦아 행하라.


12년 동안 이 하나의 게송을 설하여 금계로 삼았는데, 이 계율을 범하는 사람이 생겨 250계가 있게 되었다.

  

지금부터는 비구들이 함께 모여 율에 있는 그대로 다음과 같이 서로 말하라.

'여러분, 모두 들으십시오. 오늘은 15일 계를 설하는 날입니다. 지금 스님들께서 승인하시면 스님들은 화합하여 금계를 설할 것입니다.'


이렇게 알린 뒤에, 만일 할 말이 있는 비구가 있거든 계를 설하지 말고 모두 잠자코 있어라. 만일 말하는 사람이 없거든 계를 설명하여야 한다. 


그렇게 차례로 계를 설명한 뒤에는 다시 이렇게 물어야 한다.

'여러분, 누가 청정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두 번 세 번 '누가 청정하지 않습니까?' 하고 물어라. 그리고 청정한 사람은 잠자코 그대로 있어라. 지금 사람의 수명은 너무도 짧아 기껏해야 백세를 넘지 못한다. 그러므로 아난아, 그것을 잘 받들어 가져야 하느니라."

  

아난은 세존께 아뢰었다.

"먼 옛날에는 모든 불세존의 수명도 매우 길고, 계율을 범하는 이도 적어 더럽혀질 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수명이 매우 짧아 1백 년을 넘지 못합니다. 과거 부처님들께서 멸도하신 뒤, 남기신 법은 세상에 얼마동안이나 머물렀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부처님들께서 멸도하신 뒤, 그 법은 오래 보존되지 않았느니라."

  

아난은 아뢰었다.

"여래께서 세상을 떠나신 뒤에는 바른 법이 세상에 얼마동안이나 보존되겠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내가 멸도한 뒤에 그 법은 오래 보존될 것이다. 가섭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그 남기신 법은 이레 동안 세상에 머물렀느니라. 아난아, 너는 지금 여래의 제자가 적다고 여기는가? 그렇게 보지 말라. 동방의 제자가 무수 억 천이요, 남방의 제자도 무수 억 천이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너는 '우리 석가문(釋迦文) 부처님의 수명은 매우 길다'고 생각해야 하느니라. 왜냐 하면 육신은 비록 멸도하지만 법신(法身)은 남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 이치이니, 부디 생각하고 받들어 행해야 하느니라."

 

아난과 모든 비구들은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13권 66번째 소경인 「설본경(說本經)」이 있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아난이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는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지극히 밝으시어 살피지 못하는 일이 없습니다. 미래·과거·현재 3세를 모두 밝게 아시고 과거 모든 부처님의 성과 이름, 또 날개처럼 그 뒤를 따르는 제자 보살들의 많고 적음을 모두 아시며, 1겁·1백 겁 혹은 무수한 겁을 다 관찰하여 아시고 또 국왕·대신·인민들의 성과 이름을 능히 분별하시며, 지금 현재의 여러 나라들도 모두 밝게 아십니다.

  

먼 장래 미륵 지진·등정각께서 세상에 출현하실 때의 사정을 듣고 싶습니다. 새의 날개처럼 그 뒤를 따르는 제자들은 어느 정도이고, 그 부처님 국토의 풍요로움은 어떠하며, 또 얼마나 계속되겠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자리로 돌아가 앉아 내 말을 들어라. 그리고 미륵께서 세상에 출현하실 때 그 나라의 풍요로움과 그 제자의 많고 적음을 듣고 잘 사유하여 기억하라."

아난은 부처님의 분부를 듣고 곧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세존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먼 장래에 이 나라에 계두(鷄頭)라는 성곽이 있어 동서는 12유순이요, 남북은 7유순으로서 토지는 풍성하고 인민은 번성하며 거리가 즐비할 것이다.

  

그 성에는 수광(水光)이라는 용왕(龍王)이 살며 밤이면 비를 내려 촉촉하고 향기로우며 낮은 맑고 환할 것이다.

  

그 무렵 계두성 안에 엽화(葉華)라는 나찰 귀신이 있을 것이다. 그는 법을 따라 행하고 바른 법을 어기지 않으며, 늘 인민들이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온갖 나쁘고 더러운 것들을 치우고는 또 향수를 그 땅에 뿌려 너무도 향기롭고 깨끗하게 할 것이다.

  

아난아, 알라. 그 때 이 염부제는 동·서·남·북이 10만 유순이요, 모든 산과 강과 석벽들은 다 저절로 없어질 것이며, 네 바다의 물이 각기 한 방위를 차지할 것이다. 그 때의 염부제는 매우 평평하여 거울처럼 맑고 밝을 것이다. 온 염부제 안에는 곡식이 풍성하고 인민이 번성하며 온갖 보배가 넘쳐나고 마을들은 닭 우는 소리가 서로 들릴 만큼 가까울 것이다.

  

또 그 때는 더러운 꽃과 과일나무들은 모두 말라버리고, 나쁘고 더러운 물건들은 저절로 없어지며, 그 밖의 달고 맛있으며 또 그 향기 또한 빼어난 과일나무가 땅에서 자라날 것이다.

  

기후는 화창하고 사계절은 절기를 어기지 않으며, 사람 몸에는 백 여덟 가지 근심이 없을 것이다. 


탐욕·성냄·어리석음이 성하지 않아 사람들은 마음이 고르고 모두 그 뜻이 같아서, 서로 보면 기뻐하고 좋은 말로 대하며 말씨가 같아 차별이 없을 것이니, 꼭 저 울단왈(鬱單曰) 사람들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때 염부제 사람들은 크고 작기가 꼭 같아서 여러 가지 차별이 없을 것이다. 또 그 때 남녀들이 대소변이 보고 싶으면 땅이 저절로 갈라졌다가 일을 마치면 그 땅이 다시 합쳐질 것이다.

  

그 때 염부제 안에는 멥쌀이 저절로 자라는데 껍질이 없으며 매우 향기롭고 맛있으며 그것을 먹으면 괴로움이 없어질 것이다. 


또 이른바 금·은의 보배와 자거·마노·진주·호박 등이 땅에 흩어져 있어도 그것을 살피고 기록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들은 그 보배를 손에 들고 저희끼리 말할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이 보배 때문에 서로를 죽이고 감옥에 가두었으며 또 무수히 고뇌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 보배들이 기와조각이나 돌과 같아서 아무도 지키는 사람이 없다.'

  

그 때 상가(??)라는 법왕이 출현할 것이다. 그는 바른 법으로 인민을 다스리고 7보를 성취할 것이다. 7보란 윤보(輪寶)·상보(象寶)·마보(馬寶)·주보(珠寶)·옥녀보(玉女寶)·전병보(典兵寶)·수장보(守藏寶)이니, 이것을 7보라 한다. 그가 이 염부제를 통치할 때에는 칼이나 몽둥이를 사용하지 않아도 항복하지 않는 이가 없을 것이다.

  

아난아, 지금처럼 그 때에도 네 보배 창고가 있을 것이다. 

건타월국(乾陀越國)의 이라발(伊羅鉢) 보배 창고에 온갖 보배와 기이한 물건들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둘째는 미제라국(彌梯羅國)의 반주(般綢) 큰 창고인데 거기도 보배가 많을 것이다. 셋째는 수뢰타대국(須賴?大國)에 있는 보배 창고인데 거기도 보배가 많을 것이다. 넷째는 바라내상가(婆羅▩??)에 있는 큰 창고인데 온갖 보배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이런 네 개의 큰 창고가 저절로 나타날 것이다.

  

창고지기들은 모두 그 왕에게 가서 아뢸 것이다.

'원컨대 대왕께서 이 보배 창고의 물건들을 빈궁한 사람들에게 보시하소서.'

  

상가왕은 보배를 얻고도 살피고 기록하지 않을 것이니 마음에 재물에 대한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 염부제에서는 나무에서 너무도 곱고 부드러운 옷이 저절로 열릴 것이며 사람들은 그것을 가져다 입을 것이다. 마치 지금 울단왈 사람들이 나무에서 저절로 열리는 옷을 입는 것과 조금도 다름없을 것이다.

  

그 당시 왕에게는 수범마(修梵摩)라는 대신이 있을 것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왕과 친하여 왕은 그를 매우 사랑하고 존경할 것이다. 또 그는 얼굴이 단정하고, 키가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살찌지도 않고 여위지도 않으며,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으며, 나이가 너무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을 것이다.

  

또 그 수범마에게는 범마월(梵摩越)이라는 아내가 있을 것이다. 그녀는 미녀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고 묘하여 천제(天帝)의 왕비 같을 것이다. 입에서는 우발(優鉢)연꽃의 향기가 나고 몸에서는 전단(?檀) 향기가 나, 여러 부인들의 여든 네 가지 맵시도 그 앞에서는 아주 무색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는 병도 없고 어지러운 생각도 없으리라.

  

그 무렵 미륵보살은 도솔천에서 나이가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그 부모가 될 이들을 관찰하고 곧 강신하여 아래로 내려오고 오른쪽 옆구리에서 태어날 것이다. 지금의 내가 오른쪽 옆구리에서 태어났던 것과 조금도 다름없이 미륵보살도 그럴 것이다.

  

도솔천의 여러 하늘들은 각기 외칠 것이다.

'미륵보살께서 이미 강신하여 내려가셨다.'

수범마는 곧 그 아들에게 미륵(彌勒)이라는 이름을 지어줄 것이다. 그는 32상과 80종호로 그 몸을 장엄하고 그 몸은 황금빛일 것이다.


사람들은 수명이 매우 길고 아무 병도 없을 것이니, 그 수명은 8만 4천 세요, 또 여자는 나이 5백 세가 되어야 시집을 갈 것이다. 그 때 미륵보살은 얼마동안 집에서 지내다가 곧 출가하여 도를 배울 것이다.

  

그리고 계두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용화(龍華)라는 도수(道樹)가 있을 것인데 높이는 1유순이요, 넓이는 5백보다. 미륵보살은 그 나무 밑에 앉아 위없는 도를 이루는데, 그 날 밤중에 집을 떠나 그 밤으로 위없는 도를 이룰 것이다. 


이 때 삼천대천세계는 여섯 번 진동하고 지신들은 각각 저희들끼리 이렇게 말할 것이다.

'지금 미륵께서 성불하셨다.'

  

그 소리는 사천왕의 궁전까지 들릴 것이다.

'미륵께서 성불하셨다.'

  

그리하여 삼십삼천·야마천·도솔천·화자재천·타화자재천까지 들리고 더 나아가 범천까지 전해질 것이다.

'미륵께서 성불하셨다.'

  

그 무렵 대장(大將)이라는 마왕은 법으로 그 세계를 다스리고 교화하다가 여래의 명성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고 어쩔 줄 몰라 하며 이레 낮·이레 밤을 자지 못할 것이다. 그는 욕계의 수 없는 하늘 사람들을 데리고 미륵 부처님께 나아가 공경하고 예배할 것이다. 미륵 부처님은 그 하늘들을 위하여 미묘한 논을 설명할 것이다. 이른바 그 논이란 보시와 계율과 천상에 태어나는 것에 대한 논이요, 욕심은 더러운 것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실 것이다.

  

미륵 부처님은 그 사람들이 발심해 기뻐하는 것을 보고 모든 불세존께서 항상 말씀하시는 법, 즉 괴로움과 괴로움의 발생과 괴로움의 소멸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그 하늘 사람들을 위하여 널리 해설하실 것이다. 그래서 그 자리에 있던 8만 4천 천자들은 온갖 번뇌가 없어지고 법안이 깨끗해질 것이다.

  

마왕 대장은 그 세계 인민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너희들은 빨리 출가하라. 왜냐 하면 미륵께서 오늘 저쪽 언덕으로 건너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희들도 이끌어 저쪽 언덕에 이르게 하실 것이다.


그 무렵 계두성에 선재(善財)라는 장자가 있을 것이다. 그는 마왕의 분부와 또 부처라는 말을 듣고는 8만 4천 무리를 데리고 미륵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는다.

  

미륵 부처님은 그를 위해 미묘한 논을 설명할 것이다. 이른바 그 논이란 보시와 계율과 천상에 태어나는 것에 대한 논이요, 욕심은 더러운 것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실 것이다.

  

미륵 부처님은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고 마음이 풀린 것을 보시고, 여러 불세존께서 항상 말씀하시는 법, 즉 괴로움과 괴로움의 발생과 괴로움의 소멸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그 사람들에게 자세히 분별하실 것이다. 그래서 그 자리에 있던 8만 4천명은 온갖 번뇌가 없어지고 법안이 깨끗하게 될 것이다.

  

선재와 8만 4천명의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이렇게 아뢸 것이다.

'출가하여 범행을 잘 닦아서 모두 아라한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미륵 부처님의 첫 번째 모임은 8만 4천 아라한이 될 것이다.

  

그리고 상가왕은 미륵께서 이미 불도를 이루셨다는 말을 듣고 곧 그 부처님께 나아가 법을 듣고자 할 것이다.

  

미륵 부처님은 그를 위하여 설법하실 것이다. 그 법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좋으며, 뜻은 매우 깊고 그윽할 것이다.

  

그리고 대왕은 다시 그 뒤에 태자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보물은 이발사에게 주고 또 여러 범지들에게는 여러 잡다한 보물들을 나눠줄 것이다. 그러고는 8만 4천 무리를 데리고 부처님께 나아가 사문이 되기를 원하여 모두 아라한의 도를 이룰 것이다.

  

수범마 장자도 미륵보살이 불도를 이루었다는 소식을 듣고 8만 4천 범지들을 데리고 그 부처님께 나아가 사문이 되기를 원할 것이다. 그들은 모두 아라한이 되는데, 오직 수범마 한 사람만은 3결사(結使)를 끊고 기필코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게 되는 경지를 얻을 것이다.

  

부처님의 어머니 범마월도 8만 4천 궁녀들을 데리고 부처님께 나아가 사문이 되기를 원할 것이다. 모든 여인들은 다 아라한이 되는데, 오직 범마월 한 사람만은 3결사(結使)를 끊고 수다원(須陀洹)을 이룰 것이다.

  

여러 찰리 부인들도 미륵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여 정등각(正等覺)을 이루셨다는 소식을 듣고, 수천만 무리들이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각기 사문이 될 마음을 내어 출가하여 도를 배울 것이다. 그 가운데는 차례를 뛰어넘어 깨달음을 증득하는 이도 있고, 혹은 증득하지 못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아난아, 그 때 차례를 뛰어 넘어 증득하지 못하는 이들도 모두 법을 받드는 사람으로서 일체 세상은 즐거워할 것이 못된다는 생각으로 세상을 싫어할 것이다.

  

미륵 부처님은 3승의 가르침을 말씀하실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의 제자 중에 12두타행을 실천하는 저 대가섭(大迦葉)은 과거에도 여러 부처님 밑에서 범행을 잘 닦았던 사람이다. 그가 항상 미륵 부처님을 도와 인민들을 교화할 것이다."

  

그 때 가섭은 여래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있었다. 


세존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늙어 나이 80이 넘었다. 그러나 지금 여래에게는 이 세상을 교화할 수 있는 큰 성문이 네 사람 있다. 그들은 지혜가 끝이 없고 온갖 덕을 두루 갖추었다. 그 네 사람이란 이른바, 대가섭 비구·군도발한(君屠鉢漢) 비구·빈두로(賓頭盧) 비구·라운(羅云) 비구이니라.

  

너희들 네 큰 성문은 결코 반열반에 들지 말라. 내 법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뒤에 반열반에 들라. 대가섭도 반열반에 들지 말고 미륵께서 세상에 출현하실 때를 기다려라. 왜냐 하면 미륵께서 교화할 제자는 다 석가문 부처의 제자로서, 내가 남긴 교화로 말미암아 번뇌를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가섭은 저 마갈국(摩竭國) 비제촌(毗提村)의 산 속에서 지내도록 하라. 미륵 여래께서 수 없는 사람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그 산중으로 갈 것이고, 부처님의 은혜를 입은 여러 귀신들은 미륵 부처님을 위하여 문을 열고 가섭이 선정에 든 굴을 보도록 할 것이다.

  

미륵 부처님은 오른손을 펴서 가섭을 가리키며 여러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 사람은 먼 옛날 석가문 부처님의 제자로서 그 이름은 가섭이다. 지금 현재에도 두타의 고행을 실천함에 있어 그가 제일이니라.'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처음 보는 일이라고 찬탄할 것이다. 그리고 그 수 없는 백천 중생들은 온갖 번뇌가 없어지고 법안(法眼)이 깨끗해질 것이요, 또 어떤 중생은 가섭의 몸을 자세히 볼 것이다.

  

이것이 최초의 모임으로서 96억 인민들이 모두 아라한이 될 것이다. 그들은 모두 내 제자다. 왜냐 하면 그들은 다 내 교훈을 받아 그렇게 된 것이고, 또 보시하고 사랑을 베풀며 남들을 이롭게 하고 이익을 같이 나누는 네 가지 일을 인연하였기 때문이니라.

  

아난아, 미륵 여래께서는 가섭의 승가리를 받아 입을 것이고, 그 순간 가섭의 몸은 갑자기 별처럼 흩어질 것이다. 그러면 미륵 부처님은 또 갖가지 향과 꽃으로 가섭을 공양할 것이다. 왜냐 하면 모든 불세존은 바른 법을 공경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요, 미륵 역시 내게서 바른 법의 교화를 받아 위없는 바르고 참된 깨달음을 이루었기 때문이니라.

  

아난아, 알라. 미륵 부처님의 두 번째 모임에는 94억의 사람이 모이는데 그들은 모두 아라한이다. 그들 역시 내가 남긴 가르침의 제자로서 네 가지 공양을 행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니라.

  

또 미륵 부처님의 세 번째 모임에는 92억의 사람이 모이는데, 그들도 다 아라한으로서 역시 내가 남긴 가르침의 제자이니라. 그 때 비구들의 성명은 모두 자씨(慈氏) 제자라고 할 것이다. 마치 지금 나의 성문들이 모두 석가 제자라고 일컬어지는 것과 같으니라.

  

미륵 부처님께서는 모든 제자들을 위해 이렇게 설법하실 것이다.

'너희 비구들은 무상하다는 생각·즐거움에는 고통이 있다는 생각·나라고 여기지만 나는 없다는 생각·진실로 공(空)하다는 생각·색은 변한다는 생각·시퍼런 어혈덩어리라는 생각·썩어서 부풀어오른다는 생각·소화되지 않은 음식이라는 생각·핏덩어리라는 생각·일체 세상은 즐거워할 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을 사유해야 하느니라. 왜냐 하면 비구들아, 알라. 이 열 가지 생각은 다 과거 석가문 부처님께서 너희들을 위해 말씀하시어 번뇌를 없애고 마음의 해탈을 얻게 하신 것이기 때문이니라.

  

만일 이 대중 가운데 석가문 부처님의 제자가 있으면 그는 과거에 범행을 닦고 내게 온 것이다. 혹은 석가문 부처님에게서 그 법을 받들어 가지다가 내게 온 것이요, 혹은 석가문 부처님 밑에서 삼보를 공양하고 내게 온 것이며, 혹은 석가문 부처님 밑에서 잠깐 동안 선의 근본을 닦고 여기에 온 것이요, 혹은 석가문 부처님 밑에서 4등심(等心. 4 무량심)을 닦고 여기에 온 것이며, 혹은 석가문 부처님 밑에서 5계를 받들어 지니고 삼보에 스스로 귀의하고 내게 온 것이요, 혹은 석가문 부처님 밑에서 절이나 탑을 세우고 내게 온 것이니라.

  

혹은 석가문 부처님 밑에서 낡은 절을 수리하고 내게 온 것이요, 혹은 석가문 부처님 밑에서 팔관재법(八關齋法)을 받고 내게 온 것이며, 혹은 석가문 부처님께 향과 꽃을 공양하고 내게 온 것이요, 혹은 그분에게서 불법을 듣고는 슬피 울며 눈물을 흘리고 내게 온 것이며, 혹은 석가문 부처님에게 전일한 마음으로 법을 듣고 내게 온 것이요, 또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범행을 닦다가 내게 온 것이며, 혹은 쓰고 읽고 외우다가 내게 온 것이요,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다가 내게 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미륵 부처님은 곧 다음 게송을 읊을 것이다.


  계율을 지키고 많이 듣는 덕

  선정과 사유하는 업을 늘리며

  깨끗한 범행을 잘 닦았기에

  그래서 내게로 오게 되었네.


  보시를 권하고 기쁜 마음 내며

  마음의 근본을 닦아 행하고

  마음에 여러 가지 생각이 없던 이들

  모두들 내게로 오게 되었네.


  혹은 평등한 마음을 내어

  모든 부처님 받들어 섬기고

  성중에게 공양하던 이

  모두들 내게로 오게 되었네.


  혹은 계율과 경전을 외우고

  잘 익혀 남을 위해 설명해 주며

  일심으로 법의 근본 생각했기에

  지금 내게로 오게 되었네.


  교화에 능한 석가의 종족

  온갖 사리에 공양하였고

  법을 받들어 섬기고 공양했기에

  지금 내게로 오게 되었네.


  혹 어떤 이는 사경을 하고

  흰 비단에 써서 널리 배포하며

  혹은 경전에 공양했던 이

  모두들 내게로 오게 되었네.


  채색 비단과 온갖 물건을

  절에 가져가 공양하면서

  스스로 '나무불' 일컬었던 이

  모두들 내게로 오게 되었네.


  현재의 부처님과 또 과거의

  그 모든 부처님께 공양드리고

  선정에 들어 바르고 평등하며

  또한 늘어나고 줄어듦도 없네.


  그러므로 부처님과 또 그 법과

  성스런 그 스님들 섬겨 받들라

  전일한 마음으로 삼보 섬기면

  함이 없는 곳에 반드시 이르리라.


아난아, 알라. 미륵 여래께서는 그 대중 가운데 이런 게송을 읊을 것이다. 그 때 대중 가운데의 여러 하늘과 사람들은 그 열 가지 생각을 깊이 사유하고 11해(숫자 단위)의 사람들이 온갖 번뇌가 없어지고 법안이 깨끗해질 것이다.

  

미륵 여래 때에는 천년 동안 계율을 범하는 비구가 없을 것이다. 그때는 항상 하나의 게송으로 금계를 삼을 것이다.


  입과 뜻으로 악을 행하지 말고

  몸으로도 또한 범하지 말라.

  이 세 가지 나쁜 행을 버리면

  생사의 깊은 바다 벗어나리라.


천년이 지난 뒤에 계율을 범하는 이가 있어 다시 계율을 정할 것이다.

  

미륵 여래의 수명은 8만 4천 세일 것이요, 그분이 반열반하신 뒤에 그 남기신 법도 8만 4천년 동안 보존될 것이다. 왜냐 하면 그때의 중생들은 모두 그 근기가 지혜롭기 때문이니라.

  

만일 선남자·선여인으로서 미륵 부처님과 세 차례 모임의 성문들과 또 계두성을 보고싶거나, 또 상가왕과 네 개의 큰 보배 창고를 보고 싶거나, 또 저절로 자란 맵쌀을 먹고 저절로 생기는 옷을 입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천상에 태어나기를 바라는 이는 부디 부지런히 정진하며 게으르지 말라. 그리고 법사들을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되 이름난 꽃과 찧은 향 등 갖가지를 공양하며 빠뜨림이 없게 하라. 아난아,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아난과 대중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장아함경』 첫 번째 소경인 대본경(大本經)과 송(宋) 시대 법천(法天)이 한역한 『비바시불경(毗婆尸佛經)』과 역자를 알 수 없는 『칠불부모성자경(七佛父母姓字經)』이 있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은 보회강당에 모여 서로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 여래께서는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뛰어나십니다. 과거 반열반에 들었던 분들의 성명과 종족을 아시고, 그분들이 가졌던 계율과 그 제자들도 분명히 아시며, 또 그들의 삼매와 지혜와 해탈과 해탈지견과 그 수명의 길고 짧음까지도 모두 다 아십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 여래께서는 법계를 아주 청정하게 분별하시기 때문에 그 부처님들의 성명과 종족을 아시는 것일까요, 아니면 여러 하늘들이 여래께 찾아와 그것을 알려 드리는 것일까요?'

  

세존께서는 천이로 그 비구들의 이러한 이야기를 환히 들으시고 곧 비구들에게로 가시어 한 복판에 앉아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여기 모여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고, 무슨 법을 이야기하려 하는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저희들은 여기 모여 바른 법의 요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즉 저희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여래께서는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뛰어나십니다. 과거 모든 불세존의 성명을 아시고 그 지혜의 많고 적음을 모두 다 아십니다. 참으로 기이하고 놀랍습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 여래께서는 법계를 아주 청정하게 분별하시기 때문에 저 여러 부처님들의 성명과 종족을 아시는 걸까요, 아니면 여러 하늘들이 여래께 찾아와 그것을 알려드리는 걸까요?'"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과거 모든 부처님의 신비한 지혜의 힘과 그 성명과 수명의 길고 짧음에 대해 듣고 싶은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 사실을 말씀하여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내 너희들을 위해 그 사실을 자세히 설명하리라."

비구들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들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과거 91겁 전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그 이름은 비바시 여래·지진·등정각이셨다. 또 31겁 전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그 이름은 식힐(式詰) 여래·지진·등정각이셨다. 또 그 31겁 전 무렵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바로 비사라바(毗舍羅婆) 여래라는 분이 출현하셨느니라.

  

또 이 현겁(賢劫) 중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그 이름은 구루손(拘屢孫) 여래셨다. 또 이 현겁 중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그 이름은 구나함모니(拘那含牟尼) 여래·지진·등정각이셨다. 또 이 현겁 중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그 이름은 가섭(迦葉)이셨다. 또 이 현겁 중에 부처가 세상에 출현하였으니, 그 이름은 석가문(釋迦文) 여래·지진·등정각이니라."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읊으셨다.


  91겁 전에

  비바시 부처님 계셨고

  31겁 전에는

  식힐 여래 출현하시고

  또 그 겁 중에

  비사라바 여래 출현하셨네.


  지금 이 현겁에

  네 부처님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구루손·구나함모니·가섭 여래로

  세상을 비추는 태양 같았네.

  그분들 이름을 알고 싶은가

  그분들 이름은 이러하니라.


"비바시 여래께서는 찰리 종족 출신이셨고, 식힐 여래께서도 찰리 종족 출신이셨으며, 비사라바 여래께서도 찰리 종족 출신이셨다. 구루손 여래께서는 바라문 종족 출신이셨고, 구나함모니 여래께서도 바라문 종족 출신이셨으며, 가섭 여래께서도 바라문 종족 출신이셨다. 그리고 지금 나는 찰리 종족 출신이니라."

  

세존께서 곧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현겁 전에 출현하셨던 여러 부처님

  모두 찰리 종족 출신이셨고

  구루손 여래부터 가섭 여래까지는

  모두들 바라문 종족 출신이셨네.


  가장 높아 따를 자 없는 이

  나는 지금 천상과 인간의 스승

  모든 감각기관 욕심 없고 깨끗하나니

  나는 찰리 종족 출신이니라.


"비바시 여래의 성은 구담이요, 식힐 여래께서도 성이 구담이셨으며, 비사라바 여래 역시 성이 구담이셨다. 가섭 여래의 성은 가섭이요, 구루손 여래와 구나함모니 여래 역시 성이 가섭이셨다. 그리고 지금 나, 여래의 성은 구담이니라."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읊으셨다.


  처음의 세 부처님

  그 성은 구담이요

  그 뒤로 가섭까지는

  가섭의 성에서 나오셨네.


  지금 현재의 나는

  천상과 인간의 공경을 받으며

  모든 감각기관 욕심 없고 깨끗하나니

  구담 성에서 나왔느니라.


"비구들아, 알라. 비바시 여래께서는 성이 구린야(拘?若)이셨고, 식힐 여래께서도 구린야에서 나왔으며, 비사라바 여래 역시 구린야에서 나오셨다. 구루손 여래께서는 바라타(婆羅墮)에서 나왔고, 구나함모니 여래도 바라타에서 나왔으며, 가섭 여래 역시 바라타에서 나오셨다. 그리고 지금 나 여래·지진·등정각은 구린야에서 나왔느니라."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처음의 세 부처님

  구린야에서 나오셨고

  뒤에 세 분 가섭까지

  바라타에서 나오셨네.


  지금 현재의 이 나는

  천상과 인간의 공경 받으며

  모든 감각기관 욕심 없고 깨끗하나니

  바로 구린야에서 나왔느니라.


"비바시 여래께서는 파라리화(波羅利華) 나무 밑에 앉아 불도를 이루셨고, 식힐 여래께서는 분다리(分陀利) 나무 밑에 앉아 불도를 이루셨으며, 비사라바 여래께서는 파라(波羅) 나무 밑에 앉아 불도를 이루셨고, 구루손 여래께서는 시리사(尸利沙) 나무 밑에 앉아 불도를 이루셨으며, 구나함모니 여래께서는 우두발라(優頭跋羅) 나무 밑에 앉아 불도를 이루셨고, 가섭 여래께서는 니구류(尼拘留) 나무 밑에 앉아 도과(道果)를 이루셨다. 그리고 나 지금의 여래는 길상(吉祥) 나무 밑에 앉아 불도를 이루었느니라."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최초의 한 분 불도를 이루셨네

  파라리 나무 아래 앉아서

  식힐께서는 분다리 아래 앉고

  비사라바께선 파라 아래 앉으셨네.


  구루손께서는 시리사 아래에 앉고

  구나함모니께선 우두발라 아래에서

  가섭께서는 니구류 나무

  길상 아래에선 내가 도를 이루었네.


  일곱 부처님은 하늘 가운데 하늘

  온 세상을 환히 비추나니

  인연 따라 여러 나무 아래에 앉아

  제각기 그 도를 이루셨느니라.


"비바시 여래의 제자는 16만 8천이요, 식힐 여래의 제자는 16만이며, 비사라바 여래의 제자는 10만이요, 구루손 여래의 제자는 8만이며, 구나함모니 여래의 제자는 7만이요, 가섭 여래의 제자는 6만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 제자는 1,250명이다. 그들은 모두 아라한으로서 모든 번뇌가 완전히 없어져 어떤 결박도 없느니라."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16만 8천명

  비바시 여래의 제자

  10만에 또 6만

  식힐 여래의 제자.


  10만의 비구들은

  비사라바 제자요

  구루손는 8만

  구나함모니는 7만.


  가섭은 6만 대중

  그들은 모두 아라한

  지금 나 석가문은

  1,250명이니라.


  그들은 모두 진인(眞人)의 행으로

  널리 법을 펴서 나타냈으니

  남기신 법과 그 남은 제자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네.


"비바시 여래의 시자 이름은 대도사(大導師)요, 식힐 여래의 시자 이름은 선각(善覺)이며, 비사라바 여래의 시자 이름은 승중(勝衆)이다. 구루손 여래의 시자 이름은 길상(吉祥)이요, 구나함모니 여래의 시자 이름은 비라선(毗羅先)이며, 가섭 여래의 시자 이름은 도사(導師)다. 그리고 지금 내 시자의 이름은 아난(阿難)이니라."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대도사와 선각

  승중과 길상

  비라선과 도사

  그리고 아난이 일곱째 시자라네.


  그들은 모두 성인을 공양하며

  그 때를 맞추지 못하는 법 없었고

  외우고 익히고 받들어 지녀

  배운 그 이치를 잊지 않았네.


"비바시 여래의 수명은 8만 4천 세였고, 식힐 여래의 수명은 7만 세였으며, 비사라바 여래의 수명은 6만 세였다. 구루손 여래의 수명은 5만 세였고, 구나함모니 여래의 수명은 4만 세였으며, 가섭 여래의 수명은 2만세였다. 그리고 지금 내 수명은 너무도 짧아 기껏해야 1백 세를 넘기지 못하느니라."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최초의 부처님은 8만 4천 세

  그 다음 부처님은 7만 세였네.

  비사라바께서는 6만 세였고

  구루손 여래 수명은 5만 세였네.


  2만에 또 2만은

  구나함모니 여래의 수명

  가섭 여래 수명도 2만 세였는데

  오직 나만은 수명이 1백 년이네.


"비구들아, 이와 같이 나는 모든 부처님의 성과 이름과 자를 관찰하여 분명히 알고, 그들이 나온 종족을 모두 익숙히 알며, 그들이 가진 계율과 지혜와 선정과 해탈을 모두 아느니라.'

  

아난은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열반에 드신 항하의 모래알 같은 과거 여러 부처님들을 여래는 알고 있고, 또 장차 오시게 될 항하의 모래알 같은 미래 부처님들도 여래는 알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여래께서는 왜 그 많은 부처님들의 행장을 다 말씀하지 않으시고 지금 일곱 부처님의 내력만 말씀하십니까?"

  

세존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여래가 일곱 부처님의 내력만 말한 것이다. 과거 항하의 모래알 같은 부처님들도 일곱 부처님의 내력만 말씀하셨고, 미래에 미륵(彌勒)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셔도 또 일곱 부처님의 내력만 말씀하실 것이다.

  

또 사자응(師子應)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셔도 일곱 부처님의 내력만 말씀하실 것이요, 승유순(承柔順)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셔도 일곱 부처님의 내력만 말씀하실 것이며, 또 광염(光焰)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셔도 일곱 부처님의 내력만 말씀하실 것이다.

  

그리고 만일 무구(無垢)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면 가섭 부처님의 내력만 말씀하실 것이요, 또 만일 보광(寶光)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면 석가문(釋迦文) 부처님의 내력만 말씀하실 것이니라."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사자응·승유순과

  광염·무구·보광

  이 분들은 미륵 다음에

  모두 불도를 이룰 것이다.


  미륵은 식힐의 내력을 설하고

  사자응은 비사라바의 내력을 설하며

  승유순은 구루손의 내력을 설하고

  광염은 구나함모니의 내력을 설하리라.


  또 무구는 가섭에 대해

  과거의 인연을 모두 설명하고

  보광도 삼보리를 이루고는

  나의 내력을 설명하리라.


  과거의 그 여러 부처님들과

  또 미래의 여러 부처님

  그들은 모두 일곱 부처님의

  과거 내력을 설명하리라.


"이런 이유로 여래는 지금 일곱 부처님의 이름만 설명한 것이니라."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이 경 이름은 무엇이며 어떻게 받들어 행하여야 합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경 이름은 기불명호(記佛名號)이니, 그렇게 기억하고 받들어 행하라."

  

아난과 모든 비구들은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는 라열성의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이 때 사자(師子) 장자가 사리불에게 찾아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사자 장자는 사리불 존자에게 아뢰었다.

"원컨대 존자께서는 저의 초청을 받아주소서."

사리불은 잠자코 그 청을 받아주었다.

장자는 존자가 잠자코 청을 받아주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발에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는 다시 대목건련(大目乾連)·리월(離越)·대가섭(大迦葉)·아나율(阿那律)·가전연(迦?延)·만원자(滿願子)·우파리(優婆離)·수보리(須菩提)·라운(羅云)·균두(均頭) 사미 등 이러한 상수제자들을 찾아가서 5백 명을 초청하였다.

  

사자 장자는 곧 자기 집으로 돌아가 갖가지 아주 맛난 음식을 장만하였고, 좋은 자리를 펴고는 때가 되었음을 알렸다.

"여러 진인 아라한들께서는 두루 살피소서. 음식이 준비되었습니다. 원컨대 몸을 굽혀 저의 집으로 왕림하소서."

  

여러 성문들은 각각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으로 들어가 장자 집에 이르렀다. 장자는 여러 존자들이 좌정하는 것을 보고 손수 진지하여 갖가지 음식을 돌렸다. 여러 성중이 공양을 마치자 깨끗한 물을 돌리고 각각 성중에게 하얀 천 한 벌씩을 보시하였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 축원을 받았다.

  

존자 사리불은 장자를 위하여 매우 묘한 법을 설명하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고, 조용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이 때 라운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물으셨다.

"너는 지금 어디서 오느냐?"

라운은 아뢰었다.

"사자 장자의 초청을 받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떠했느냐, 라운아. 음식은 훌륭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 정결했느냐, 거칠었느냐?"

라운은 대답하였다.

"음식은 매우 훌륭하고 또 풍성하였습니다. 지금 이 흰 천도 그에게서 받은 것입니다."

  

"비구들은 몇 사람이나 갔었고, 그 우두머리는 누구였느냐?"

라운은 아뢰었다.

"화상 사리불께서 우두머리셨습니다. 그리고 신덕이 있는 제자 5백 명이 갔었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떠냐? 라운아, 그 장자는 복을 많이 받겠느냐?"

라운은 세존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장자가 받는 복의 과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 명의 아라한에게 보시해도 그 복은 한량없는데 하물며 신묘한 하늘 사람들의 공경을 받는 사람들이겠습니까? 그 자리의 5백 분은 모두 진인들이십니다. 그러니 그 복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세존께서는 라운에게 말씀하셨다.

"그것은 5백 아라한에게 보시하는 공덕이다. 만일 대중 가운데서 차례에 따라 사문 한 사람을 청해 공양한다고 하자. 이럴 때 대중 가운데서 뽑힌 사람에게 공양하는 복을 5백 아라한에게 공양한 복과 비교한다면, 그 복이 백 배·천 배·몇 억 만 배나 되어 비유로써 견줄 수도 없느니라. 왜냐 하면 대중이 뽑은 사람에게 공양하는 복은 한량이 없어 번뇌가 완전히 사라진 감로를 얻기 때문이니라.

  

라운아, 알라. 만일 어떤 사람이 스스로 맹세하기를 '내 기필코 모든 강물을 모두 마셔보리라'고 한다면 그가 과연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라운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안됩니다, 세존이시여. 왜냐 하면 이 염부제는 매우 넓고 크기 때문입니다. 이 염부제에는 네 개의 큰 강이 있습니다. 즉 긍가(?伽)·신두(新頭)·사타(私陀)·박차(博叉)이고, 그 하나 하나의 강에는 5백 개의 강이 딸려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은 그 물을 모두 마셔볼 수 없습니다. 만일 마시려 한다면 그저 수고만 더할 뿐 끝내 일은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이렇게 말한다.

'나에게는 그 물을 모두 마셔볼 방법이 있다.'

무슨 방법으로 그 물을 모두 마셔보겠다는 것인가? 이 때 그는 곧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바닷물을 마시자. 왜냐 하면 일체 모든 물은 다 바다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어떠냐? 라운아, 그는 과연 그 모든 물을 마실 수 있겠는가?"

라운은 아뢰었다.

"그런 방법이라면 그는 그 물들을 모두 마셔볼 수 있습니다. 왜냐 하면 모든 물은 다 바다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그 물을 모두 마셔볼 수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 라운아, 개인에게 하는 일체의 보시는 저 강물과 같다. 그래서 복을 얻기도 하고 혹은 얻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중은 저 큰 바다와 같다. 왜냐 하면 강물이 흘러서 바다로 들어가고 나면 곧 본 이름은 없어지고 다만 큰 바다라는 이름만 있기 때문이니라.

  

라운아, 이것도 또한 그와 같다. 지금 열 사람이 있는데 그들은 모두 대중 가운데서 나온 사람들이다. 대중이 아니면 그들은 있을 수 없다. 그 열 사람이란 무엇인가? 수다원으로 향하는 이·수다원을 얻은 이·사다함으로 향하는 이·사다함을 얻은 이·아나함으로 향하는 이·아나함을 얻은 이·아라한으로 향하는 이·아라한을 얻은 이·벽지불 그리고 부처이다. 이 열 사람은 모두 대중 가운데서 나오고 혼자 독립한 것이 아니니라.

  

라운아,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대중 가운데서 뽑힌 사람은 그 복이 한량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라운아,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그 헤아릴 수 없는 복을 구하고 싶다면 저 성중을 공양하여야 하느니라.


라운아, 알라.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수(?)를 물에 넣으면 곧 엉겨 두루 퍼지지 않지만, 만일 기름을 물에 넣으면 곧 물위에 고루 퍼지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라운아, 성중의 비구들을 공양할 것을 생각해야 하느니라. 라운아,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사자 장자는 '여래께서는 대중에게 보시하는 복은 찬탄하시고 다른 복은 찬탄하지 않으신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다. 어느 다른 날 장자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사자 장자는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께서 대중에게 보시하는 복은 찬탄하시고 따로 사람을 청하는 복은 찬탄하지 않으신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는 항상 성중(聖衆)을 공양하겠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성중에게만 공양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공양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다. 축생에게 보시해도 그 복을 받거늘 하물며 사람이겠느냐? 다만 나는 그 복의 많고 적음에 대해 말하였을 뿐이다. 왜냐 하면 여래의 성중은 공경할 만하고 귀히 여길만하며 세상의 위없는 복밭이기 때문이니라.

  

지금 이 대중 가운데는 네 부류의 향하는 이와 네 부류의 성취한 이, 그리고 성문의 법과 벽지불의 법과 그리고 부처의 법이 있다. 만일 선남자 선여인이 이 3승의 교법을 얻으려고 하거든 대중 가운데 들어가 그것을 구하라. 왜냐 하면 3승의 교법은 모두 대중 가운데서 나오기 때문이니라.

  

장자야, 나는 이런 이치를 보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일 뿐이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에게 '성중에게만 보시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보시하지 말라'고 가르치지 않았느니라."

  

장자는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의 말씀과 같습니다. 지금부터는 복업을 짓게 되면 마땅히 모든 성중에게 공양하고 사람을 가려 보시하지는 않겠습니다."

 

세존께서는 장자를 위해 미묘한 법을 연설하시어 기쁜 마음을 내게 하셨다. 장자는 그 설법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리고 사자 장자는 복업을 지으려고 결심하였다.

  

여러 하늘은 장자에게 찾아와 말하였다.

"이 자는 수다원으로 향하는 사람이요, 이 자는 수다원을 얻은 사람이다. 이 자에게 보시하면 복을 많이 얻고 이 자에게 보시하면 복을 적게 얻을 것이다."

  

그 하늘 사람은 곧 다음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가려서 보시하기 여래는 찬탄하네.

  그러므로 덕이 있는 이들에게 보시하라.

  여기에 보시하면 복을 많이 얻으리라

  마치 좋은 밭에서 자라는 모종처럼.


그러나 사자 장자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하늘 사람은 다시 장자에게 말하였다.

"이 자는 계율을 지키는 사람이요, 이 자는 계율을 범한 사람이다. 이 자는 수다원으로 향하는 사람이요, 이 자는 수다원을 얻은 사람이며, 이 자는 사다함으로 향하는 사람이요, 이 자는 사다함을 얻은 사람이며, 이 자는 아나함으로 향하는 사람이요, 이 자는 아나함을 얻은 사람이며, 이 자는 아라한으로 향하는 사람이요, 이 자는 아라한을 얻은 사람이다. 이 자는 성문의 법을 닦고, 이 자는 벽지불의 법을 닦으며, 이 자는 부처의 법을 닦는다. 여기에 보시하면 복을 적게 얻고, 여기에 보시하면 복을 많이 얻을 것이다."

  

그러나 장자는 여전히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왜냐 하면 가리지 말고 보시하라는 여래의 교훈을 기억하였기 때문이다.

  

장자는 어느 다른 날 다시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저는 세존의 말씀을 기억하고 성중을 청해 공양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떤 하늘이 저에게 찾아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자는 계율을 지키는 사람이고, 이 자는 계율을 범한 사람이다. 이 사람은 수다원으로 향하고 이 사람은 수다원을 얻었으며,……(내지)……3승의 교법을 모두 분별한다.'


  그리고 또 다음 게송을 읊었습니다.


  가려서 보시하기 여래는 찬탄하네.

  그러므로 덕이 있는 이들에게 보시하라.

  여기에 보시하면 복을 많이 얻으리라

  마치 좋은 밭에서 자라는 모종처럼.


이 때 저는 다시 '여래의 교훈은 어길 수 없다. 어떻게 가리는 마음을 내겠는가?'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끝내 옳고 그르다는 마음과 높고 낮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 저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모든 중생들에게 다 보시하자. 만일 상대가 스스로 계율을 잘 지키는 자이면 끝없는 복을 받을 것이요, 만일 계율을 범한 자이면 스스로 그 재앙을 받을 것이다. 그저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자. 그들은 먹지 않으면 목숨을 건지지 못한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장자야, 너는 그 행이 서원을 넘어서는구나. 보살의 보시는 그 마음이 항상 평등하니라.

  

장자야, 알라. 보살이 보시할 때는 하늘들이 찾아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족성자야, 알라. 이 자는 계율을 지키는 사람이요, 이 자는 계율을 범한 사람이다. 이 사람에게 보시하면 복을 많이 얻고, 이 사람에게 보시하면 복을 적게 얻을 것이다.'

  

그러나 보살은 끝내 '이 사람에게 보시하고 이 사람에게는 보시하지 말자' 는 마음이 없느니라. 이처럼 보살은 마음을 굳게 가져 옳고 그르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또 이 자는 계율을 지킨다고 말하지도 않고 이 자는 계율을 범하였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장자야, 평등하게 보시할 것을 늘 명심하라. 오랜 세월 동안 한량없는 복을 받으리라."

  

사자 장자는 여래의 교훈을 생각하고 여래를 오래도록 바라보면서 그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곧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그리고 사자 장자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물러갔다.

  

장자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사자 장자는 평등한 보시를 생각하기 때문에, 여래를 머리에서 발끝까지 자세히 바라보고 그 자리에서 곧 법안이 깨끗해졌느니라."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우바새 가운데 평등하게 보시하기로 첫째가는 제자는 이른바 사자 장자가 바로 그 사람이니라."

  

모든 비구들은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향하였다.


[ 6 ]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50권 1,330번째 소경인 「가타경(伽?經)」과 『별역잡아함경』 제16권 329번째 소경이 있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무렵 존자 사리불은 기사굴산(耆??山)의 으슥한 곳에서 헌 누더기 옷을 깁고 있었다. 이 때 범가이천(梵迦夷天) 만 명이 범천(梵天)에서 사라져 사리불 앞에 나타나서는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모두 둘러서서 모시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가장 으뜸인 분께 귀의합니다.

  가장 거룩한 분께 귀의합니다.

  저희는 지금 모르겠습니다

  어떤 선정에 의지하고 계시는지.


만 명의 범가이천이 이렇게 말했을 때 사리불은 잠자코 인가하였다. 이 때 하늘들은 사리불이 잠자코 인가하는 것을 보고 곧 발에 예배하고 물러갔다. 하늘들이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사리불은 곧 금강삼매(金剛三昧)에 들었다.


이 당시 두 귀신이 있었으니, 하나는 이름이 가라(伽羅)요, 다른 하나는 이름이 우파가라(優波伽羅)였다. 비사문(毗沙門)천왕은 그들을 비류륵(毗留勒)천왕에게 보내 인간과 천상의 일을 의논하려 하였다.

  

이 때 두 귀신은 그 허공으로 날아가다가 사리불이 가부좌하고는 생각을 앞에 두고 마음이 고요히 안정된 모습으로 앉아있는 것을 멀리서 보았다. 가라 귀신은 우파가라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주먹으로 저 사문머리를 칠 수 있다."

우파가라는 말하였다.

"너는 저 사문의 머리를 칠 생각을 내지 말라. 왜냐 하면 저 사문은 아주 신비스러운 덕과 큰 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 존자의 이름은 사리불로서, 세존의 제자 중에 지혜롭고 재주가 많기로 저 사람을 능가할 자가 없다. 그는 제자 중에서 지혜가 가장 뛰어난 자이다. 만일 그렇게 하면 너는 오랜 세월 동안 한량없는 고통을 받을 것이다."

  

그래도 그 귀신은 두 번 세 번 거듭 말하였다.

"나는 저 사문의 머리를 때릴 수 있다."

우파가라는 말하였다.

"만일 네가 내 말을 듣지 않겠다면 너는 여기 있어라. 나는 너를 두고 여기를 떠나겠다."

  

나쁜 귀신 가라는 말하였다.

"너는 저 사문이 두려운가?"

우파가라는 말하였다.

"나는 정말 두렵다. 만일 네가 손으로 저 사문을 때리면 이 땅은 두 조각이 날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때 사나운 바람에 억수같은 비가 쏟아져 땅이 진동하고 하늘들은 놀랄 것이다. 땅이 진동하면 사천왕도 놀라고 두려워할 것이요, 사천왕이 알면 우리는 여기서 편히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쁜 귀신은 말하였다.

"나는 지금 사문을 욕보일 수 있다"

  

착한 귀신은 그 말을 듣고 곧 그를 두고 떠났다.

  

그 나쁜 귀신은 곧 손으로 사리불의 머리를 쳤다. 그러자 천지가 크게 진동하고 사방에서 사나운 바람이 일며 억수같은 비가 쏟아지며 땅이 곧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그 나쁜 귀신은 온몸이 지옥에 떨어졌다.

  

그 때 존자 사리불은 삼매에서 깨어나 옷매무새를 바르게 하고 기사굴산에서 내려와 죽원으로 갔다. 그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으로 앉았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요즘 몸에 병은 없는가?"

사리불은 아뢰었다.

"몸에는 평소 병이 없는데, 머리가 좀 아픕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가라 귀신이 손으로 네 머리를 쳤구나. 만일 그 귀신이 손으로 수미산을 쳤다면 수미산은 두 조각이 났을 것이다. 왜냐 하면 그 귀신은 매우 힘이 세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그 죄의 과보로 온몸이 아비지옥에 떨어졌느니라."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금강삼매의 힘이 이토록 대단하다니. 그 삼매의 힘 때문에 다치지 않은 것이다. 설사 수미산으로 그 머리를 쳤더라도 끝내 털 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였을 것이다.

  

비구들아 들어라. 내 이제 그 이유를 설명하리라. 이 현겁 중에 부처님이 계셨으니, 그 이름은 구루손 여래·지진·등정각이셨다. 그 부처님에게 두 성문이 있었으니, 하나는 이름이 등수(等壽)요, 다른 하나는 이름이 대지(大智)였다.

  

비구 등수는 신통이 제일이었고, 비구 대지는 지혜가 제일이었다. 그것은 마치 오늘날 나의 제자 사리불이 지혜가 제일이요, 목건련은 신통이 제일인 것과 같았느니라.

  

등수와 대지 두 비구는 모두 금강삼매를 얻었다. 어느 때에 등수 비구는 한적한 곳에서 금강삼매에 들어 있었다. 


이 때 소먹이는 사람·염소먹이는 사람·나무하는 사람들은 이 비구가 좌선하는 것을 보고 저희끼리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사문은 죽었다."


그래서 목동과 나무꾼들은 곧 섶나무를 모아 비구의 몸 위에 쌓아 불을 붙이고는 그를 두고 떠나버렸다.

  

이 때 등수 비구는 곧 삼매에서 깨어나 옷매무새를 바르게 하고는 곧 그 자리를 떠났다. 그는 그 날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여러 나무꾼들은 이 비구가 마을에서 걸식하는 것을 보고 저희끼리 말하였다.

'저 비구는 어제 죽어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화장하였는데 오늘 저렇게 다시 살아났다. 우리 저 분을 다시 살아난 분[還活]이라 부르자.'

  

비구들아, 만일 어떤 비구가 금강삼매를 얻는다면 불로 태울 수 없고 칼로 벨 수 없으며 물로 쓸려 보낼 수도 없어 남의 해침을 받지 않을 것이다.

  

비구들아, 금강삼매의 위덕(威德)은 이와 같은데, 지금 이 사리불이 그 삼매를 얻었다. 사리불 비구는 항상 공삼매(空三昧)와 금강삼매, 두 곳에서 노니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부디 방편을 구해 금강삼매를 얻도록 하라. 비구들아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세존께서는 계속 말씀하셨다.

"내 너희들에게 가르쳐 주리라. 저 사리불 비구의 지혜는 큰 지혜·분별하는 넓은 지혜·끝이 없는 지혜·빠른 지혜·두루 노니는 지혜·날카로운 지혜·매우 깊은 지혜·끓는 지혜이니라.

  

또 그는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알고, 고요하면서 용맹스러우며, 생각이 흩어지지 않고, 계율을 성취하고, 삼매를 성취하고, 지혜와 해탈과 해탈지견을 성취하였느니라.

  

부드럽고 온화해 다툼이 없고, 나쁜 말재주를 버렸으며, 모든 말을 삼가고, 악을 떠난 것을 칭찬하며, 항상 여의기를 생각하고,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며, 바른 법을 치성하게 일으켜 남을 위해 설법하되 싫어할 줄 모르느니라."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만 명의 여러 하늘 사람들

  그들은 모두 범가이천

   스스로 사리불에게 귀의하였네

  저 영취산 꼭대기에서.


  가장 으뜸인 분께 귀의합니다.

  가장 거룩한 분께 귀의합니다.

  저희는 지금 모르겠습니다

  어떤 선정에 의지하고 계시는지.


  이처럼 꽃과 같은 그 제자

  부처님 깨달음의 나무를 장엄하였으니

  마치 저 하늘의 주도원(晝度園)인 듯

  그 즐거움 다시 견줄 데 없네.


"꽃과 같은 제자란 바로 이 사리불 비구를 말한 것이다. 왜냐 하면 능히 부처님의 나무를 장엄하기 때문이다. 깨달음의 나무란 바로 여래를 말하는 것이니, 여래는 능히 일체 중생을 덮어주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항상 부지런히 용맹 정진하여 사리불처럼 되려고 생각하라. 비구들아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비구들은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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