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사상/시선집

大覺國師文集 대각국사문집

실론섬 2016. 9. 12. 12:40

大覺國師文集 대각국사문집



偶書自省 스스로 반성하는 글


亡羊只爲路多岐   길이 많아 양을 잃고

喪道從來語有 枝  말이 많아 길을 잃은 것.

精義入神方領會   입신의 경지에 들어야만 알지니

悠悠爭得析群疑   어떻게 해야 숱한 의문 풀 수 있을지.


摠明院 총명원


摠明深院無塵處   티끌 없는 깊은 곳의 총명원

重疊山川一樣淸   겹겹의 산과 물 한결같이 맑구나.

中有高僧眉半雪   반은 희어진 고승의 눈썹

尋常忘却世間情   세간의 정일랑 아예 잊고 사시네.


和國原公秋日宿山寺

국원공(國原公)1)의「가을날 산사에서 자며」에 답함

1) 국원공(國原公): 고려 13대 왕 선종(宣宗, 1049~1094)이 왕위에 즉위하기 전에

   받은 칭호. 그는 대각국사가 중국에서 공부하고 여러 경전과 문헌을 갖고 돌아

   왔을 때 대대적으로 환영하였고, 대각국사의 활동을 열렬히 도와주는 후원자

   역할을 하였다.


群動岑然夜轉淸   모든 움직임 그치니 밤 더욱 맑은데

愛閑高枕適頤生   한가로이 베개 베고 삶을 즐기네.

松窓冷淡孤燈影   서늘한 소나무 창문 아래 외로운 등불

風砌蕭疎落葉聲   바람 부는 섬돌에 스산한 낙엽 소리.

繞檻林泉供雅趣   난간 곁 숲과 샘의 아름다운 모습

狎門猨鳥伴幽情   문 앞에 새는 정답게 날아다니네.

遊來已入紅蓮社   이리 저리 다니다 보니 어느 덧 홍련사(紅蓮社)

世上榮華一芥輕   세상의 영화란 지푸라기 하나처럼 가벼울 뿐이라.


留題洪法院 홍법원(洪法院)에서


古院無塵枕碧山   티끌조차 없는 옛 절이 푸른 산을 베고 누워

雙扉開閉白雲間   흰 구름 사이에서 두 사립문 여닫히네.

一甁一錫爲生計   물병 하나 지팡이 하나면 살기에 족하거니

年去年來也等閒   한 해가 가든 오든 무슨 상관하리오?


自誡 스스로 경계함


悠悠無定志   정한 뜻도 없이 유유자적하며

不肯惜陰光   시간을 아낄 줄도 모르니

雖曰攻經論   경론을 공부한다고 말은 하지만

寧知目面墻   눈이 담장을 마주하고 있음을 어찌 알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