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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8칙 현사주인 玄沙主人

실론섬 2016. 11. 8. 13:02

988칙 현사주인 玄沙主人


[본칙]

현사가 어떤 학인에게 물었다. “어디에서 오는가?” “서암에서 옵니다.”

“서암선사에게는 어떤 말이 있느냐?” “늘 ‘주인공!’ 하고 부르고 나서 스

스로 ‘예!’라고 대답하며, ‘뚜렷하게 깨어 있어라! 훗날 남들의 말에 속지

말거라!’라고 하십니다.” 현사가 “허깨비와 놀아난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보통 사람과는 매우 다르구나”1)라 하고, “어째서 그곳에 남아 있

지 않았는가?”라고 물었다. “서암선사께서 입적하셨습니다.” “지금 부르

면 응답하실까?” 학인이 아무 대꾸도 못했다.

玄沙問僧, “近離甚處?” 僧云, “瑞嵓.” 師云, “瑞嵓有何言

句?” 僧云, “長喚, ‘主人公!’ 自云, ‘喏!’ ‘惺惺着! 他後

莫受人謾!’” 師云, “一等是弄精魂, 也甚奇怪.” 却云, “何

不且在彼中?” 僧云, “瑞嵓遷化也.” 師云, “如今, 還喚得應

麽?” 僧無對.

1)『東林雲門頌古』卍118 p.808a4에는 “현사가 말했다. ‘허깨비와 놀아난 것은 마

   찬가지이지만, 그래도 남들보다 조금 낫다.’”(沙云, ‘一等弄精魂, 猶較些子.’)라고

   되어있다.


[설화]

늘 ‘주인공!’ 하고 부른다:중읍홍은(中邑洪恩)이 “비유하자면 여섯 개의 창

이 달린 한 방에 원숭이 한 마리를 넣어두고~”라고 한 말과 같다.2)

주인공:『능엄경』에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여관에 기숙하다가 자고

먹는 일을 마치면 짐 꾸러미를 정리하여 갈 길을 떠나는 것과 같다. 머무

는 자를 주인이라 하고 머물지 않는 자는 손님이라 한다”3)라고 하였다. 옛

사람이 말했다. “오온산 꼭대기에 펼쳐진 하나의 허공이여! 같은 문으로

늘 출입하면서도 마주치지 못하네. 헤아릴 수 없는 겁의 세월 동안 집을

빌려 살았으면서도, 처음부터 그 집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더라.”4)

늘 ‘주인공!’ 하고 부른다:무의자가 게송으로 읊었다. “아인산5) 아래서 삼

6)을 마주치고, 길을 오가는 중에는 팔풍7)을 만나네. 미혹과 괴로움이 어

지럽게 일어나 제지하지 못하더라도, 그때마다 자주 주인공을 불러야 하

리라.”

뚜렷하게 깨어 있어라:이렇게 ‘예!’ 하고 응답하면 아주 뚜렷해지고, 훗날 

뚜렷하게 깨어 있으면 소리와 색에 의해 부림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

이다.

남들의 말에 속다:예전에는 유(有)에 앉아 있다가 항상 유에 집착하는 사

람에게 속임을 당했고, 이제는 무(無)에 앉아 있다가 또 다시 무에 집착하

는 사람에게 속임을 당한다.

허깨비와 놀아난 것은 마찬가지이지만:현사가 눈앞에 비추어져 감각되는 것

을 배척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보통 사람과는 매우 다르구나:스스로 이름을 부르고 스스로 대답할 뿐 그

이상 제2의 것은 없으므로8) 또한 그(서암)를 허용한다는 뜻이다.

어째서 그곳에 남아 있지 않았는가:비록 그렇더라도 또한 이곳에 뿌리를 내

리면 옳지 않으므로 그 학인이 뿌리를 내리려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살핀

것이다.

지금 부르면 응답하실까:입적한 뒤에도 분명하다는 뜻이다.

長喚主人公者, 中邑云, “比如一室外有六窓中, 安一獼猴”云

云, 一般耶. 主人公者, 楞嚴云, “比如有人, 寄宿旅亭, 宿食

事畢, 俶裝前途. 住名爲主, 不住名客也.” 古云, “五蘊山前9)

一般10)空! 同門出入不相逢. 無量劫來賃屋住, 到頭不識主人

公”也. 長喚主人公者, 無衣子頌曰, “我人山下逢三毒, 逆順

途中遇八風. 惑苦紛然難制止, 也宜頻喚主人公”也. 惺惺著云

云者, 伊麽應諾, 大殺惺惺耶, 他後惺惺著, 不被聲色使殺也.

人謾者, 昔向有中坐, 常被有人欺也;今向無中坐, 又被無人

欺也. 一等是云云者, 玄沙目前鑑覺排斥故也. 甚奇怪者, 名

自喚自應, 更無第二也, 故亦許他也. 何不且在彼中者, 雖然

又向這裏垜根, 又却不是, 看這僧垜根不垜根也. 如今還喚云

云者, 遷化後更是分明也. 

2) 앙산혜적(仰山慧寂)이 불성(佛性)에 대하여 물었을 때 중읍이 대답한 말이다.

  『禪門拈頌說話』279則,『景德傳燈錄』권6 大51 p.249b16,『從容錄』72則 

   大48 p.272b21 등에수록되어있다.

3)『楞嚴經』권2 大19 p.111a15에 나오는 이야기를 축약한 것.

4) 이 게송은『五燈會元』권6「本嵩律師章」卍138 p.223b9를 비롯한 여러 선문헌

   에 인용되고 있지만, 작자는 불확실하다. 다만『或庵師體禪師語』續古尊宿語要

   6 卍119 p.184a12에는 신정홍인(神鼎洪諲)의「示衆」으로 제시되어 있다.

5) 我人山. 자아가 있다는 견해인 아견(我見)과 남이 있다는 견해인 인견(人見)의

   장애를 산에 비유한 말.

6) 三毒.탐(貪)·진(瞋)·치(癡)라는 세가지 번뇌. 모든 번뇌의 근본이 된다.

7) 八風. 마음을 동요시키는 여덟 가지 요인을 바람에 비유한 것. 이(利)·쇠(衰)·

   훼(毁)·예(譽)·칭(稱)·기(譏)·고(苦)·락(樂)등을 말한다.

8) 다만 부르고 대답하는 것 이외에 별도의 실체를 상정하지 않는다는 뜻. 장사경

   잠(長沙景岑)이 말하는 분별하는 주체로서의 식신(識神)이 그 실체이다. 서암의

   주인공은 이러한 일반적 오해를 역으로 이용하고 있는 화두일 뿐이다. “도를 배

   우는 사람이 진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까닭은, 이전 그대로 분별하는 주체[識

   神]가 실재한다고 오인하기 때문이로다. 이는 한량없는 겁의 세월 이래로 생사

   윤회의 근본이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이를 본래의 사람이라 부른다네.”(『景德

   傳燈錄』권10「長沙景岑傳」大51 p.274b17. 學道之人不識眞, 只爲從來認識神. 

   無始劫來生死本,癡人喚作本來身.)

9) ‘前’보다‘頭’자가 일반적으로 쓰인다.

10) ‘般’은‘段’자의 오식.


대혜종고(大慧宗杲)의 송


서암의 가풍은,

‘주인공!’ 하고 부르는 것이라네.

어젯밤 남산에서,

호랑이가 대충(大蟲)을 물었노라.11)

雲門杲頌, “瑞嵓家風, 喚主人公. 昨夜南山, 虎咬大蟲.”

11) 대충은 호랑이의 다른 이름이다. 곧 ‘호랑이가 호랑이를 물었다’라는 말이 된다.

    호(虎)와 대충(大蟲)이 말은 다르지만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 것처럼 주인공을

    부르는 자와 대답하는 자가 동일함을 나타낸다.


[설화]

부른 자가 응답한 자일 뿐 제2의 존재는 또 없으니, 호랑이가 대충이 아

니면 무엇이겠는가!

雲門:喚底應底, 更無第二, 則虎非大蟲而何!


죽암사규(竹庵士珪)의 송


주인공 하나는 죽었고,

다른 주인공은 살았네.

허깨비를 희롱할 줄 안다면,

두 편에서 모두 벗어나리라.

竹庵珪頌, “一主人公死, 一主人公活. 若解弄精魂, 兩頭皆

透脫.”


[설화]

하나의 주인공이 부르기도 하고 응답하기도 하니, 부르는 주인공은 죽

었고 응답하는 주인공은 살았다. 죽은 주인공은 허깨비이고, 희롱할 줄 아

는 주인공은 산 것이다. 궁극적으로 죽은 것과 산 것의 실체가 없으므로

두 편에서 모두 벗어난 것이다.

竹庵:一主人公, 或喚或應, 喚底是死, 應底是活也. 死主人公

則精魂, 解弄則活也. 畢竟死活不可得故, 兩頭俱透脫也.


설두중현(雪竇重顯)의 거


학인이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는 대목에 이르러 말했다. “아이고, 아

이고!”

雪竇顯, 擧此話, 至僧無對, 師云, “蒼天, 蒼天!”


법진수일(法眞守一)의 거


이어서 보령인용(保寧仁勇)이 그 학인을 대신하여 ‘화상께서는 어째서

대면하고도 듣지 못하십니까?’라고 한 말을 제기한 다음, 그것과 별도로

대답했다. “목소리를 낮추십시오!”

法眞一, 擧此話, 連擧保寧代, ‘和尙爲甚對面不聞?’ 師別云,

“且低聲!”


[설화]

어째서 대면하고도 듣지 못하십니까:입적한 다음에도 분명하다는 뜻이다.

목소리를 낮추십시오:매우 분명하다는 뜻이니,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하

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法眞:爲甚對面不聞者, 遷化後更分明也. 低聲者, 大殺分明,

過猶不及故也.


원오극근(圜悟克勤)의 거


이 공안과 더불어 설두의 염을 제기하고 말했다. “만 길의 차가운 못 깊

은 바닥, 그 한가운데 달이 잠겨 있고, 천 척 높이 솟은 소나무는 하늘을

찌르는데, 바람이 깊은 계곡에서 일어난다. 늠름하고 우뚝하게 맑디맑은

풍채 드러내었네. 하지만 달이 푸른 산을 떠나고 그 그림자가 구름에 떨어

지자 마침내 마주하고도 보지 못하고 지나쳤구나. 당시에 그 학인이 만약 

본분을 깨우친 사람이었다면, 현사가 ‘지금 부르면 응답하실까?’라고 물

었을 때 그 자리에서 한 소리 크게 내질렀을 것이다. 그랬다면 현사의 핵

심을 단단히 붙들었을 뿐만 아니라 서암노자의 숨통까지 트이게 해 주었

을 것이다.”

圜悟勤, 擧此話, 連擧雪竇拈, 師云, “萬丈寒潭徹底, 月在當

心, 千尺嵓松倚天, 風生幽谷. 直得凜凜孤標, 澄澄風彩. 及至

月離碧嶂, 影落雲衢, 遂乃當面蹉却. 當時者僧, 若是个漢, 待

伊道, ‘卽今還喚得應麽?’ 當下便喝, 非唯把斷玄沙要津, 亦

與瑞嵓老子出氣.”


[설화]

만 길의 차가운 못 ~ 계곡에서 일어난다:금시와 본분을 나타냈다.12)

늠름하고 우뚝하게 맑디맑은 풍채 드러내었네:앞의 두 구절에 분배한 말이다.

달이 푸른 산을 떠나고 ~ 떨어지자:입적한 다음의 일을 가리킨다.

마주하고도 지나쳤구나:그 학인이 대면하지 못한 것을 말한다.

그 자리에서 한 소리 크게 내질렀을 것이다:이것은 위음왕불13)의 저편에 있는

소리라는 뜻이다.

圜悟:萬丈寒云云者, 今時本分也. 凜凜孤標澄澄風彩者, 分

配前二句也. 月離云云者, 遷化後也. 當面云云者, 這僧無對

也. 當下便喝者, 這喝直在威音那畔也.

12) 만길의 못과 천척의 소나무는 본분, 물에 비친 달그림자와 계곡에 부는 바람은

    금시에 상응한다.

13) 위음왕불(威音王佛 Bhīsma-garjitasvara-rāja).과거장엄겁(莊嚴劫)이전공겁때의

   최초의 부처님.『法華經』권6「常不輕菩薩品」참조. 어떤 소리나 색의 조짐도 나

   타나기 이전의 세계를 나타낸다. 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이라는 말과도 통한다.


죽암사규의 상당


이 공안을 제기하고 말했다. “여러분이 4대와 5온이 귀착되는 경계를 알

고자 한다면 주인공을 알아야 한다.” 이어서 주장자를 세우고 말했다. “주

인공은 접촉하는 대상마다 막힘없이 통한다. 거울과 같이 밝고 허공과 같

이 드넓어 모든 것을 비추고 잘 포용하기 때문이다. 낱낱의 존재가 모두

그것이고 대상 하나하나에서 그것과 마주치며, 일어서거나 앉거나 웃거나

말할 때이거나 언제나 함께 있다. 늘 뚜렷하게 깨어 있어 어둡지 않으니,

부르고 응답할 줄 알며 가슴을 톡톡 치며 스스로 수긍하기를 즐기고, 눈은

번쩍 뜨고 있으며 머리는 더부룩하다. 바람은 호랑이를 따라 오고 구름은

용을 따르며, 용은 하늘로 올라가고 학은 새장을 벗어나 푸른 하늘의 천

만 겹 구름을 뚫고 나간다. 대중이여, 뚫고 나간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

다시 주장자를 올렸다가 한 번 내리치면서 말했다. “화표14)의 기둥에 말을

남겨둔 뒤로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한 채 지금에 이르렀다.”

竹庵珪, 上堂, 擧此話云, “你諸人, 要識四大五蘊下落, 識取

主人公, 始得.” 乃卓拄杖云, “主人公, 觸處通. 明如鏡寬如空,

能鑑照善包容. 頭頭是處處逢, 起坐隨笑語同. 長惺惺不昏蒙,

會唱喏愛點胸, 眼卓朔頭髼鬆. 風從虎雲從龍, 龍上天鶴出籠,

透靑霄千萬重. 大衆, 透出後, 向什麽處去?” 又卓柱杖一下云,

“華表柱頭留語後, 不聞消息至如今.”

14) 華表. 고대에 길을 표시하기 위하여 세운 나무 기둥. 또는 교량·궁전·성원(城

    垣)·묘지등의 앞에 세우고 화려하게 장식을 한 거대한 돌기둥.


[설화]

주인공을 알면 4대와 5온이 바로 주인공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는 뜻

이다.

주인공은 접촉하는 대상마다 ~ 가슴을 톡톡 치며 스스로 수긍한다:지금 5온과 4

대의 인연으로 존재하는 것이 주인공이라는 뜻이다.

눈은 번쩍 뜨고 있으며 머리는 더부룩하다:이러한 모습이 주인공이라는 말

이다.

용은 하늘로 올라가고 ~ 천만 겹 구름을 뚫고 나간다:여기에는 주인공이 없다

는 뜻이다.

화표의 기둥에 ~ 지금에 이르렀다:어디서 더듬으며 찾느냐는 뜻이다.

竹庵:識取主人公, 則便識得四大五蘊, 卽是主人公也. 主人

公觸處至點胸者, 卽今五蘊四大緣處, 是主人公也. 眼卓朔云

云者, 此則主人公也. 龍上天至萬重者, 亦無主人公也. 華表云

云者, 向什麽處摸 .


조공의 거


“말해 보라! 여기서 부르는 것은 주인이 부르는 것일까, 손님이 부르는

것일까? 훗날 언젠가 속이는 것은 타인이 속이는 것일까, 자신이 속이는

것일까? 판단해 보라”고 한 다음, 스스로 대신하여 대답했다. “돌, 이 여우

귀신아!”

趙公, 擧此話云, “且道! 如今喚底, 是主喚客喚? 他後瞞底,

是他瞞自瞞? 試與判看.” 公自代云, “咄, 這野狐精!”


[설화]

금일의 사람이 본래의 사람이며, 그 이상 제2의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여우귀신’이라 한 것은 반드시 주인공을 알아야 하며, 오인해서는 안 된

15)는 뜻에서 한 말이다.

趙公:今日人本來人, 更無第二也. 野狐精者, 須識主人公, 認

著則不是也.

15) 금일의 사람을 떠나서 어딘가에 본래의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분별해서는 안

    된다. 눈앞에서 놓치고 잘못된 생각으로 알아맞히려 하기 때문에 여우귀신[野

    狐精]이라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