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 논문및 평론/율장

인도 불교 승원의 질병과 치료 __마하박가(Mahāvagga)를 중심으로__

실론섬 2023. 3. 28. 22:33

「인도철학」 제65집(2022.08), 355~389쪽
인도 불교 승원의 질병과 치료

(이 논문은 2019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19S1A6A3A04058286). 

이은영(주저자):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ley0401@khu.ac.kr

양영순(교신저자):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HK연구교수. suriya77@naver.com

 

I 머리말. 

II 인도 불교 승원의 질병. 

III 인도 불교 승원의 치료. 

IV 의료와 수행의 균형. 

V 맺음말.

 

[요약문]

고대 인도의 불교 승원은 수행의 공간이었을 뿐만 아니라, 의료의 공
간이었다. 본고는 고대 인도 불교 승원의 의료를 연구하기 위해 비나야삐
따까(Vinayapiṭaka)의 「마하박가」(Mahāvagga), 그 중에서도 특히 「약건
도」(Bhesajjakkhandhaka)와 「의건도」(Cīvarakkhandhaka)에 나타난 질
병과 치료를 분석하였다. 

「마하박가」에는 병인론이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지만, 다른 불교 문헌에
나타난 불교의 병인론인 3 도샤론 및 4요소의 부조화는 당대 인도의학의
병인론과 거의 같다. 이러한 병인론을 전제하는 「마하박가」에는 출가승의
다양한 질병 발생사례와 치료방법이 수록되어 있다. 

불교 승원에서 발생한 질병에는 가을병(가을의 소화불량과 황달 증
세), 관절통, 복통, 피부병, 두통, 치질, 눈병 등이 있다. 치료법은 크게 약
물 복용법, 약품 도포법, 발한법, 연기 흡입법 등이 있다. 이중에서 약물
복용법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뉘는데 다섯 가지 기본약(정제버터, 생버터, 

기름, 꿀, 사탕수수즙)을 복용하거나, 여타 식물 뿌리, 수렴제, 잎, 열매, 

수지 등을 복용하는 방법이다. 

승원의 의료는 세간의 의학적 지식에 근거하여 치료를 시행하고, 병세
를 관찰하며 다시 다른 치료를 시도하는 형태를 보였다. 엄격하고 구체적

인 규율로 관리된 불교 승원의 공동체 생활은 체계적인 의료의 시행과 약
물 수집 및 관리를 가능케 했다. 그러나 승원에서는 단순히 치료 효과만
고려해서 의료를 행하지는 않았다. 출가승들의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도모하되, 그것이 불교 수행에 적합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의료를 시행
했다. 즉, 승원에서는 출가승의 욕망이 자극되는 일이 없도록 의료와 수
행의 균형을 추구했다. 불교의 실천 원칙인 중도(中道)가 불교 승원의 의
료에도 적용된 것이다.

 

I. 머리말

약 2,500여 년 전부터 많은 출가승들이 모여 함께 수행하는 불
교 공동체(saṅgha, 僧伽)에서는 의식주뿐만 아니라 질병과 관련된
문제 상황도 발생했다. 승원(僧院)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약
품을 수집, 저장하여 질병을 치료했다. 

 

비나야삐따까(Vinayapiṭaka)의 「마하박가」(Mahāvagga, 大品)
등 율장 문헌에는 승원의 질병과 치료에 대한 기록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처럼 고대 인도의 불교 승원의 의료를
보여주는 사료가 전해지지만 이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다. 지스크
(Zysk 1991)1)가 고대 인도 의학 및 불교 승원 의료에 대해 연구한

지 30여년이 지났지만 그의 연구를 뛰어넘거나 심화한 연구는 나
오지 않고 있다. 물론 지스크 이후에도 불교의 의료 활동에 관한
연구는 이어져 왔다. 대표적으로 살구에로(Salguero)의 동아시아
불교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연구(Salguero 2017; 2019; 2022)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살구에로(Salguero 2022)의 1장은 초기불교
(니까야불교) 의료, 즉 고대 인도 불교 승원의 의료를 다룬다. 그
러나 여기에 지스크의 연구를 뛰어넘는 새로운 내용이 담긴 것은
아니다. 

1) 케네스 지스크(Kenneth G. Zysk)의 고대 인도의학에 관한 일련의 연구들은 일
    반적으로 이 분야 연구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인도 불교 승원
    의 의료에 대한 연구서인 Asceticism and Healing in Ancient India는 초판이
    출간된 이후 인도 의학과 불교 의학 연구자들에게 필독서가 되었으며, 일본,

    대만, 태국에서 번역되었다. 1991년 이 책의 초판(New York and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을 출간한 후, 1998년 지스크는 내용에는 차이가 없
    는 교정판(corrected edition, Motilal Banarsidass)을 인도에서 출간했으며, 오
    랜 시간이 지난 2021년에 개정판(3rd reprint, Motilal Banarsidass)을 출간했
    다. 본고는 2021년 개정판을 참조하였다.

 

국내에서도 불교 의료를 다룬 연구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신
라, 고려, 조선 등 우리나라의 전통의료사 연구 차원에서 이루어
진 것이 많다.2) 한역(漢譯) 문헌을 통한 연구가 대다수여서, 고대
인도의 불교 의료를 다루는 연구나 빨리어 문헌을 통한 연구는 많
지 않다. 고대 인도 불교 승원의 의료를 다룬 국내 연구로 「마하
박가」, 「약건도」에 나타난 약, 질병, 치료를 논한 이자랑(2021)이
있지만, 아쉽게도 학술대회 발표문으로서 그 분량과 논의가 상세
하지 않다. 그밖에 관련 연구로 「마하박가」와 「사분율」등의 여러
한역 율장에 나타난 약을 고전 인도 의학서와 비교 분석한 한수
진·신성현(2018)과 다섯 가지 기본약 등 불교 승원에서 약으로 사
용한 음식들을 연구한 이자랑(2015), 공만식(2018)이 있다. 그러나
이들 연구는 승원에서 약으로 쓰인 음식을 다룬 것이라서 불교 승
원의 의료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지는 않다. 

2) 대표적으로 삼국시대와 고려시대 불교의학을 다룬 여인석(1996), 김영미
    (2007), 이현숙(2009; 2017; 2019), 조선시대의 불교의학을 다룬 김성순(2014),
    이기운(2015) 등이 있다. 국내의 불교와 의학 연구 현황에 대해서는 이은영
    (2020)을 참고할 것.

 

그러나 고대 인도 불교 승원의 의료는 이후 시대적, 지역적으로
변천하고 행해진 불교의학의 원형이라는 점에서 그 연구 가치가
크다. 고따마 붓다 시대에 불교 승원에서 발생한 질병과 이에 대

한 치료를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불교와 의료가 그 초기부터 어떻
게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었는지, 수행의 완성과 질병의 치료라는
두 가지 목표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게 되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본고에서는 고대 인도의 불교 승원
에서 어떠한 질병들이 발생했고, 어떠한 약과 치료법으로 치료되
었는지, 즉 승원에서 행해진 의료 전반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빨리어 율장(律藏)인 비나야삐따까(Vinayapiṭaka) 중 「마하박
가」(Mahāvagga, 大品)를 주로 분석, 고찰할 것이다.3)

3) 본 연구는 「마하박가」의 원전을 분석하기 위해 PTS본에서 Mahāvagga가 수록
    된 Vinayapiṭaka Vol.1을 기본으로 하고, 이에 대한 번역서들(영역, 일역, 한글
    역)을 참조하였다. 특히, 2020년 전재성의 국내 최초 비나야삐따까 완역본을
    참조하되, 번역 및 번역어를 검토하여 수정 표기한 부분들도 있음을 밝힌다.


비나야삐따까는 남방 상좌부(上座部, Theravāda)라는 한 부파
에 속하는 빨리 율장이지만, 초기의 결집 내용을 가장 원형에 가
깝게 전승한 것으로 인정된다. 그중 「마하박가」는 비나야삐따까
전체 중에서도 가장 먼저 성립된 내용으로 추정된다.4) 「마하박가」
에는 붓다의 깨달음[成道]과 승단의 성립 및 제도 규정, 행사 등
실제적 사건과 규범이 기록되어 있다. 특히 ‘약의 장(chapter)’을
뜻하는 제6장 「약건도」(藥犍度, Bhesajjakkhandhaka)와 ‘옷의 장’ 을 

뜻하는 제8장 「의건도」(衣犍度, Cīvarakkhandhaka)가 의료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약건도」는 출가승들에게 허용되거나
금지된 약과 의료도구, 치료법을 다루고, 「의건도」는 붓다 재세
당시 명의로 알려진 재가의사 지바까 꼬마라밧짜(Jīvaka
Komārabhacca)의 출생과 성장, 의료 활동을 다룬다.5)

4) 올덴베르크는 화지부와 유부의 율장과 비교해서 상좌부의 빨리율이 부파 이전
    에 성립된 가장 원형적인 것이라고 본다. 전재성 역주(2020) p.18-19.
5) 상좌부 이외의 여타 부파에서 전하는 한역 율장 중 「마하박가」의 「약건도」 및
    「의건도」에 대응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마하박가」의 가장 정통적인 주석서는 5세기 경 인도 출신의 학

승 붓다고사(Buddhaghosa, 佛音)가 스리랑카에서 저술한 「사만따
빠사디까」(Samantapāsādikā)이다. 이 주석서는 빨리어 원전 외
에, 중국에서 488년 상가바드라(Saṅghabhadra, 僧伽跋陀羅)가 한
역한 「선견율비바사」(善見律毘婆沙)가 있다. 본고에서는 「마하박
가」의 「약건도」와 「의건도」를 중심으로 고대 인도 불교 승원의 의
료를 고찰하되, 필요한 경우 다른 율장의 해당 내용과 주석서 「사
만따빠사디까」를 참조할 것이다. 또한 비나야삐따까에 수록된 당
대 의학적 지식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당대 의학서를 참조6)
하여 부분적으로 그 내용도 함께 고찰할 것이다.

6) 인도 고전의학서들에 대한 Meulenbeld(1999)의 탁월한 연구를 참조하면, 고전
    인도의학서는 「짜라까상히따」(Carakasaṃhita)와
    「수슈르따상히따」(Suśrutasaṃhitā), 그리고 7세기경의 바그바따(Vāgbhaṭa)의
    「아쉬땅가흐리다야상히따」(Aṣṭāṅgahṛdayasaṃhitā, 八科精髓集)가
    대표적이다. 「짜라까상히따」 의 집필시기는 기원전 4세기까지도 거슬러
    올라가며, 편집은 기원전 100년~기원후 100년경으로 추정된다. 전체 8권
    120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1권(30장 포함)에 근본 원리가 설명된다. 한편
    「수슈르따상히따」도 기원전 1세기~기원후 1세기경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전체 6권 184장으로 구성된다. 바그바따는 짜라까의 제자면서도, 

    텍스트 서문에 붓다를 찬미했던 불교도로서 8가지 분과로 나누어 당대
    의학지식을 집대성했는데 이 안에는 불교적 의학지식도 포섭되었다. 8가지
    의학 분과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및 소아과, 회춘 요법, 최음 요법, 독물학, 

    정신과 또는 영적 치유, 이비인후과이며, 이후 티벳승원의 의학교육의 토대가
    되었다. 본고는 위의 고전의학서의 용어 및 개념에 관한 백과사전인
    「브리하뜨라이」(Bṛhattrayi)에 규정된 용어도 참조하였다.

 

「마하박가」            사분율」                           「오분율」                            「십송율」   
                           (법장부, T 22)                  (화지부, T 22)                   (설일체유부, T 23) 
「약건도」              「약건도(藥犍度)」      「약법식법(藥法食法)」            「의약법(醫藥法)」
「의건도」             「의건도(衣犍度)」       「의법(衣法)」                          「의법(衣法)」          

근본설일체유부에서 전승하는 방대한 율장의 일부를 당나라 승려 의정(義淨)

이 700~711년 사이에 한역(漢譯)한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약사」에서는 「약사」
(藥事) 및 「의사」(衣事)이다. 한편 대중부의 「마하승기율」은 다양한 건도에 의
료 관련 내용이 나타난다. 

 

고대 인도 불교 승원의 의료를 논하기 위해, 본론의 II장에서는
고대 인도의 불교 승원에서 발생한 질병을 살펴보고, III장에서는
불교 승원에서 행해진 치료를 살펴보겠다. 그리고 4장에서는 승원
의 질병 치료와 불교 수행이 어떻게 균형을 이루었는지 논하겠다. 

 

II. 인도 불교 승원의 질병

불교 승원에서 출가승들이 앓은 질병과 이에 대한 치료를 이해
하기 위해서는 불교의 병인론을 대략적으로라도 알 필요가 있다. 

그러나 「마하박가」에는 병인론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II
장에서는 우선 다른 문헌들을 통해 불교의 병인론을 살펴본 후 「
마하박가」, 「약건도」와 「의건도」에 나타난 승원의 질병 사례를 고
찰한다.

1. 병인론
「마하박가」에는 병인론이 뚜렷하게 나오지 않는다. 가을병에 걸
린 출가승들이 발생했다는 기록을 통해 계절과 질병의 상관성을
(Vin I:199) 파악하거나, 바따병(vātābādha, 風病), 사지통(
aṅgavāta), 관절통(pabbavāta) 등 바따(vāta, 風)가 들어간 병명의
존재를 통해 바따와 질병의 상관성을 알 수 있을 뿐이다(Vin
I:205, 210). 병인론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첫째, 불교 승원의 의
료는 출가승들의 질병을 치료한다는 실용적인 목적에서 시작되었

기 때문일 것이다. 임상적으로 어떤 질병에 어떠한 치료가 효과가
있는지가 중요하지 그 질병의 원인까지 논할 필요는 없었다. 둘
째, 「마하박가」는 출가승들이 지켜야 하는 계율을 기록한 율장 문
헌이기 때문이다. 계율 제정의 배경과 그렇게 해서 정해지거나 수
정된 계율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문헌에서 의학적 논의까지 펼
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마하박가」에 나타난 질병과 치료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병인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하박가」와 동시
대의 인도 불교 승원을 배경으로 하는 빨리 경장 「상윳따니까야」
의 「몰리야시바까경(Moḷiyasīvakasutta)」에서는 질병의 원인이
“삣따(pitta), 까파(semha; Skt. śleṣman=kapha), 바따(vāta), 그것
들의 조합, 계절의 변화, 부적절한 (행동), 기습, 업보” 여덟 가지
라고 한다.7) 이 중에서 삣따, 까파, 바따는 인도의학의 병인론에
서 주로 말해지는 세 가지 도샤(dosa; Skt. doṣa)이다. 도샤는 신
체를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로서, 사전적 의미는 흠, 결함, 병소
(病素)이다. 그러나 도샤 자체가 흠이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그것이
손상되거나 이상이 생겼을 때 신체에 질병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도샤는 ‘손상 가능한’ 요소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
하다.8) 세 가지 도샤의 불균형과 이상 상태에 의해 질병이 발생한

다는 것이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인도 의학의 기본적인 병인론이
다. 바그바타의 「아쉬땅가흐리다야상히따」에서는 “바유(vāyu, 風
=vāta), 삣따, 까파는 세 가지 도샤이며, 그것들 각각이 비정상이
거나 정상일 때 신체가 파괴되거나 유지된다.9)”라고 한다. 신체에
서 삣따는 담즙(膽汁, bile), 까파는 점액(粘液, phlegm)에 해당하
고, 바따는 바람(風, wind), 즉 운동 에너지에 해당한다. 

7) Saṃyutta Nikāya IV p. 231, “pittaṃ semhañca vāto ca sannipātā utuni ca 

    visamaṃ opakkamiko ca kammavipākena aṭṭhamīti.”
    빨리어 semha는 산스끄리뜨어로 śleṣman이고, 이것은 kapha와 동의어이다. 

    ‘visama’는 사전적으로 단지 uneven, unequal, disharmonious라는 뜻이어서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지스크는 이것의 예로 지나치게
    오래 앉아있거나 서 있기, 밤에 급하게 외출하기, 뱀에 물리기를 들었다. 

    Zysk(2021) p. 39. 본고에서 다루는 빨리어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 사전에서
    확인했다. T. W. Rhys Davids and William Stede ed.(1986) 雲井昭善(1997).

    이외에 「브리하뜨라이」(Bṛhattrayi)̄의 식물용어집 Glossary of vegetable drugs in
    Bṛhattrayī와 열대식물사전 Illustrated guide to tropical plants을
    참조하였다.

8) 아차리아 발크리쉬나(2020) p. 52.
9) Aṣṭāñgahṛdaya Saṃhitā 1.6cd-7ab, “vāyuḥ pittaṃ kaphaś ceti trayo doṣāḥ
    samāsataḥ. vikṛtā-vikṛtā dehaṃ ghnanti te vartayanti ca.”; Murthy(2001)
    p. 5.

 

이 세 가지 도샤로 병인을 설명하는 것 외에 불교문헌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신체를 이루는 네 가지 요소인 지(地, pṛthivī), 수
(水, āpas), 화(火, tejas), 풍(風, vāyu)의 부조화로 질병이 일어난
다는 것이다. 신체는 지, 수, 화, 풍 네 가지 기본 요소(4大; 4大種, 

mahābhūta)로 구성되며, 각각은 순서대로 신체에서 고체성[堅],
액체성[濕], 체온 등 온열성[暖], 그리고 피의 순환이나 호흡의 움
직임 등 운동성[動]으로 나타난다. 각각의 요소가 균형을 잃었을
때 질병이 발생하는데 그렇게 해서 발생하는 지병(地病), 수병(水
病), 화병(火病), 풍병(風病)이 각각 101개씩이라서 신체적 요소의
불균형으로 일어나는 질병은 총 404병이 된다.10) 예컨대 「대지도
론」에서는 병인을 외인(外因)과 내인(內因)으로 나누고, 내부 원인
의 일부로 네 가지 요소의 불균형을 거론한다. 즉, 질병을 일으키
는 외부 원인은 추위, 더위, 굶주림, 목마름, 무기와 칼, 몽둥이, 

추락, 압박이고, 내부 원인은 음식을 조절하지 못하거나 눕고 일
어남이 일정치 않은 것, 그리고 지, 수, 화, 풍의 요소가 404가지
로 균형을 잃는 것이다.11)

10) 이은영(2021) pp. 197-198.
11) 「大智度論」(T 25:131b): “有二種病. 一者外因緣病, 二者內因緣病. 外者, 寒熱, 

     飢渴, 兵刃, 刀杖, 墜落, 堆壓, 如是等種種外患, 名爲惱. 內者, 飮食不節, 臥起無

     常, 四百四病, 如是等種 種, 名爲內病.” 「대지도론」에서는 질병의 내부 원인을
     ‘사백사병(四百四病)’이라고만 하지만, 404병은 내부 원인에 의해 일어난 결
     과로서의 질병들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내부 원인은 그 404병을 일으킨 신
     체 요소의 404가지 불균형이라 해야 한다.

 

7세기 인도 유학 후 당나라로 귀국한 의정(義淨, 635~713)도 붓
다가 가르친 병인론이라며 「남해기귀내법전」에서 네 가지 요소의
불균형을 도샤와 연결시켜서 설명한다. 그는 지(地)가 증가하면 몸
이 무겁게 느껴지고, 수(水)가 증가하면 콧물과 침이 많아지며, 화
(火)가 왕성해지면 머리와 가슴에 열이 많이 나고, 풍(風)이 활성화
되면 호흡이 거칠고 급해진다고 한다. 의정에 의하면 이것들은 순
서대로 굴마(gulma, 寠嚕)12), 까파(kapha, 燮跛), 삣따(pitta, 畢哆),
바따(vāta, 婆哆)이며, 중국[神州]에서는 침중(沈重), 담음(痰癊), 열
황(熱黃), 기발(氣發)이라고 불리는 질병들이다.13)

12) 寠嚕를 gulma로 본 것은 影山教俊에 따른 것이다. 影山教俊(2005). p. 230.
13) 「南海寄歸內法傳」(T 54:224a): “四大不調者, 一窶嚕, 二爕跛, 三畢哆, 四婆哆.

     初則地大增 令身沈重, 二則水大積涕唾乖常, 三則火大盛頭胸壯熱, 四則風大動
     氣息擊衝, 即當神州沈重痰癊熱黄氣發之異名也.”


또한 계절과 이 요소들의 활동, 그로 인한 질병 발생에는 상관
관계가 있다. 겨울에는 등분병(等分病=摠集病: 다른 세 가지 병이
합쳐진 합병증), 봄에는 폐병(肺病=痰癊病), 가을에는 열병(熱病=黄
熱病), 여름에는 풍병(風病)이 많이 발생하는데,14) 순서대로 지, 

수, 화, 풍 혹은 굴마, 까파, 삣따, 바따가 증가하거나 활동이 왕성
해지기 때문이다. 그 외에 「불설불의경」에는 질병 발생의 원인으
로 식사를 거르고 오래 앉아 있는 것, 음식이 소화되지 않는 것, 

근심하고 걱정하는 것, 피로가 극에 달하는 것, 음탕하게 노는 것, 

화내는 것, 대변을 참는 것, 소변을 참는 것, 숨을 억제하는 것, 방
귀를 억제하는 것 열 가지를 든다.15) 한편 앞에서 보았던 「몰리야

시바까경」에 나오듯이 업보(業報), 즉 전생에 했던 악행의 결과로
현생에서 질병을 앓는다는 병인론도 말하고 있지만, 다른 병인론
에 비해 비중은 적은 편이다.16) 또한 귀신 등 인간이 아닌 악한
존재의 작용으로 질병이 일어난다고도 하는데, 이것은 불교만이
아니라 고대 의학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특징이다.17)

14) 「金光明經」(T 16:352a): “多風病者, 夏則發動. 其熱病者, 秋則發動. 等分病者,

     冬則發動. 其肺病者, 春則增劇.”; 「金光明最勝王經」(T 16:447c): “衆生有四病,

     風黄熱痰癊及以總集病.”

15) 「佛說佛醫經」(T 17:737b): “人得病有十因緣. 一者久坐不飯, 二者食無貸, 三者憂
     愁, 四者疲極, 五者 淫泆, 六者瞋恚, 七者忍大便, 八者忍小便, 九者制上風, 十者
     制下風. 從是十因緣生病.”
16) 예를 들어 「중아함경」, 「앵무경」에서는 주먹이나 막대기, 돌, 칼 등으로 중생
     을 괴롭힌 사람들은 목숨을 마친 후 지옥으로 가거나 사람으로 태어나도 질
     병이 많다고 한다. 「중아함경」(T 1:705a): “何因何縁男子女人多有疾病? 若有
     男子女人觸嬈衆生, 彼或以手拳, 或以木石, 或以刀杖, 觸嬈衆生. 彼受此業, 作具
     足已身壞命終必至惡處生地獄中, 來生人間多有疾病”). 이에 대응하는 빨리 경
     장의 경전은 「맛지마니까야」의 135경 「업에 대한 작은 분석의 경」(Cūḷa
     Kammavibhaṅga sutta)이다. 

17) 불교에서는 뒤에서 볼 것처럼 귀신 들림, 즉 빙의도 질병의 하나로 취급하고, 

     일반적인 신체적 질병 중에서도 귀신 작용으로 일어나는 게 있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고따마 붓다 당시에 발생한 베살리(毘舍離) 역병은 악귀(鬼神羅剎)
     가 일으킨 것으로 여겨졌다. 「증일아함경」(T 2:725b)

2. 질병 사례
「마하박가」의 「약건도」는 사밧티(sāvatthi)의 아나타삔디까
(anāthapiṇḍika) 승원18)에 병든 출가승들이 발생했다는 기록으로
시작한다. 출가승들은 “가을병(sāradikena ābādha)19)이 들어 죽

과 밥을 소화시키지 못하고 구토했으며, 살이 빠져 거칠어지고 추
해지면서 황달 증세를 보이고 핏줄이 드러났다.”20) 「사분율」 등의
한역 율장들도 가을철 출가승들의 발병을 전한다. 다른 문헌들은
단지 가을에 병이 나서 잘 먹지 못하고 살이 빠졌다는 등의 증상
만 전하는데, 「십송율」은 병의 원인으로 “냉기와 열기(冷熱)”도 말
한다.21) 붓다고사는 「사만따빠사디까」에서 이 질병이 가을에 발
생하는 삣따병(pittābādha)이라고 한다. 즉 앞의 병인론에서 보았
던 세 가지 도샤 중 하나인 삣따의 이상으로 생긴 병인데, 비를 맞
으며 오래 걷고 고열도 나면서 삣따, 즉 담즙이 창자에 쌓여 발생
하는 병이다. 밥과 죽도 못 먹고 구토하는 소화불량 증상을 보이
는 것은 합병증으로 바따(vāta)가 손상되었기 때문이다.22)

18) 아나타삔디까 승원은 꼬살라국 제타 태자 소유의 동산을 수닷따라는 이름의
     부자가 고따마 붓다에게 기증한 정사(精舍, vihāra)이다. 제따바나(Jetavana),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 기원정사(祇園精舍)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19) ‘ābādha’는 빨리어로 affliction, illness, disease, 즉 ‘질병’을 의미한다. 그 외
     에 빨리어로 roga, vyādhi, ātanka 등도 ‘질병’을 의미하고, gilāna는 ‘병든
     (sick)’을 의미한다.

20) Vin I p. 199, “tena kho pana samayena bhikkhūnaṁ sāradikena
     ābādhena phuṭṭhānaṁ yāgupi pītā uggacchati bhattaṁpi bhuttaṁ
     uggacchati. te tena kisā honti lūkhā dubbaṇṇā uppaṇḍuppaṇḍukajātā
     dhamanisanthatagattā.”
21) 「四分律」(T 22:869b): “爾時世尊在舍衞國時, 諸比丘秋月得病, 顏色憔悴形體枯
     燥癬白.”; 「彌沙塞部和醯五分律」(T 22:147b): “佛在王舍城, 爾時諸比丘得秋時
     病.”; 「十誦律」(T 23:184b): “佛在王舍城, 秋時諸比丘冷熱發癖癊患動, 食不能飽
     羸瘦少色力.”; 「根本說一切有部毘奈耶藥事」(T 24: 1a): “爾時薄伽梵在室羅伐城
     逝多林給孤獨園時, 諸苾芻秋時染疾, 身體痿黃, 羸瘦顦顇, 困苦無力.”
     여기에서 언급하는 장소가 「마하박가」와 「사분율」,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약사」는 사밧티(sāvatthi, 室羅伐城)이고, 「오분율」, 「십송율」에서는 라자가하
     (Rājagaha, 王舍城)이다.

22) Samantapāsādikā V, p. 1089, “sāradikena ābādhenā ‘ti saradakāle
     uppannena pittābādhena. tasmiṃ hi kāle vassodakena pi tementi
     kaddamam pi maddanti, antarantarā ātapo pi kharo hoti, tena tesaṃ
     pittaṃ kotthabbhantaragataṃ hoti. āhāratthañ ca phareyyā’ti
     āhāratthaṃ sādheyya. nacchādentī’ti na jīranti, na vātarogaṃ
     paṭippassambhetuṃ sakkonti.”

 

이와 유사한 내용들은 고전 인도의학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쉬땅가흐리다야상히따」에서는 우기(雨期, varṣā)의 추위에 익
숙해진 몸이 가을볕에 갑자기 노출되면 우기 동안 몸에서 증가한

삣따가 크게 악화된다고 한다.23) 「십송율」에서 ‘냉기와 열기(冷
熱)’를 말한 것도 ‘우기에 내린 비의 냉기와 가을볕의 열기’를 의
미한 것으로 보인다. 「십송율」의 다른 부분에서도 어떤 비구가 가
을에 ‘냉열병(冷熱病)’이 심하게 걸려 음식을 먹지 못하고 몸이 수
척해지고 안색도 나빠졌다고 전한다.24) 이렇게 여러 율장들에서
공통적으로 전하고 고전 인도의학서에도 분명하게 기술된 이 가
을병은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에 이어 햇볕이 강한 가을이 오는
인도의 기후적 특색으로 인해 많이 발생하는 일종의 풍토병으로
보인다. 외부에서 오랜 시간을 걸으며 탁발 유랑하는 출가승들은
이 병에 특히 취약했을 것이다. 또한 이것은 왜 계절의 변화가 병
인에 속하는지 이해시켜 주는데, 앞 절에서 보았듯이 가을에는 삣
따의 활동이 왕성해져 열병에 잘 걸리기 때문이다. 

23) Aṣṭāñgahṛdaya Saṃhitā 1.49, “varṣā-śītocitāṅgānāṃ
     sahasaivārka-raśmibhiḥ. taptānāṃ saṃcitaṃ vṛṣṭau pittaṃ śaradi
     kupyati; Murthy(2001), 42; Zysk(2021), p. 100, n.12 참고. 

24) 「십송율」(T 23:89a): “佛在王舍城爾時, 有一比丘於秋月時冷熱病盛, 

     不能飮食羸 瘦無色.”

 

「약건도」에는 병명에 세 가지 도샤 중 하나인 ‘바따’가 들어간
질병들이 몇 개 나온다. 출가승 삘린다밧차가 앓았던 바따병
(vātābādha, 風病), 사지통(aṅgavāta, 四肢風), 관절통(pabbavāta,
關節風), 복통(udaravāta, 腹風)이 그것들이다(Vin I:205, 210). 이
것들은 모두 바따(vāta, 風)로 인한 병이다. 위에서 보았던 가을병
도 삣따의 과잉으로 일어난 병이긴 하지만 합병증으로 바따가 손
상되어 소화불량을 겪는다고 했다. 이처럼 여러 질병이 피의 순환
이나 호흡 등을 관장하는 운동 에너지 바따의 이상으로 일어났다. 

 

종기 등 피부병에 대한 기록들도 있는데, 출가승 베랏타시사
(Belaṭṭhasīsa)는 큰 종기(thullakacchā)25)가 나서 그 상처에서 난

진물로 피부에 승복이 달라붙을 정도였다고 한다(Vin I:202). 지스
크는 이것이 고전의학서에서 ‘까끄샤(kakṣā)’라 칭하는, 삣따로 인
해 일어나는 질병일 것이라 한다. 대・중・소 크기의 검은 종기
(piṭakā)가 팔, 몸통의 측면, 엉덩이, 겨드랑이나 음부에 많이 발생
하는 것으로 현대의학에서는 헤르페스(herpes)에 해당한다(Zysk
2021:116). 특정되지 않은 어떤 출가승이 종기(gaṇḍābādha)를 앓
았다는 기록도 있으며(Vin I:205), 피부병(chavidosābādha)을 앓은
출가승에 대한 기록도 있다(Vin I:206). 「마하박가」의 제1장 「대건
도(Mahākhandhaka)」에는 마가다국에 나병(kuṭṭha), 종기(gaṇḍa),
피부병(kilāsa), 소모증(sosa), 간질(apamāra)에 걸린 사람들이 많
이 발생했으며, 그들이 지바까를 찾아와 치료해달라고 했다는 것
으로 보아(Vin I:71),26) 그 당시 종기 등 피부병이 흔했던 것으로
보인다. 

25) thullakacchā에서 thulla는 ‘큰’, ‘거친’이라는 뜻이다. kacchā는 ‘겨드랑이’를
     의미하는데, 산스끄리뜨어의 ‘kakṣā’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26) 한역에서 이것들은 순서대로 나(癩), 옹(癰), 백나(白癩), 소(痟), 전광(癲狂)이
     다. 전재성 역주(2020) p. 178. kilāsa도 일종의 나병으로 추측된다. 지바까는
     치료해달라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자신은 마가다국의 빔비사라왕과 왕족, 붓
     다와 불교 승원의 주치의라서 그들을 치료할 여력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사
     람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불교 승단에 출가했고 지바까를 포함해서 승원에
     서는 이들을 치료하고 돌보았다. 그런데 이들 중에서 질병이 낫자 환속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지바까는 이 사실에 분개해서 붓다에게 이 다섯 가지 질병
     에 걸린 자들의 출가를 받아주지 말라고 청했다. 붓다는 지바까의 청대로 다
     섯 가지 질병에 걸린 자들의 출가를 금지했다(Vin I pp. 72-73).

 

이 외에 「약건도」에 나오는 다른 질병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
다. 삘린다밧차(Pilindavaccha)가 두통(sīsābhitāpa)을 앓았고(Vin
I:203) 발이 갈라졌으며(pādā phālitā, Vin I:205), 사리뿟따(Sāri- 

putta)는 열병(kāyaḍāhābādha)을 앓았다(Vin I:214).


그러나 이처럼 환자명이 명시된 경우는 드물고 대개는 질병을
앓은 이를 ‘어떤 출가승(aññatara bhikkhu)’으로만 기록하고 있
다. 즉 ‘어떤 출가승’이 눈병에 걸려 다른 출가승들의 도움을 받아
용변을 보았으며(Vin I:203), 치질(bhagandala, Vin I:215), 황달(pa

ṇḍurogābādha, Vin I:206), 소화불량(duṭṭhagahaṇika, Vin I :206)
을 앓은 출가승들이 있었다. 체액 불균형을 앓은(abhisannakāya)
출가승이 있었고(Vin I:206), 뱀에 물린(ahinādaṭṭha) 출가승이 있
었다(Vin I:206). 유독물을 복용한 경우로, 독을 먹은(visaṃ pīta)
사례와 흑마술로 만들어진 독극물에 중독된(gharadinnakābādha)
사례가 있었다(Vin I:206). 더 나아가 인간이 아닌 존재에 의해 생
긴 질병(amanussikābādha)도 기록되어 있는데, 이것은 빙의, 즉
귀신 들린 것을 의미한다(Vin I:202).


「마하박가」에는 고따마 붓다의 질병에 대한 기록도 있다. 「약건
도」에서는 붓다가 라자가하(rājagaha) 시의 깔란다까니바빠
(kalandakanivāpa) 공원에 있을 때 복통을 앓았다고 한다(Vin I
:210). 재가 의사 지바까의 생애와 치료 사례를 서술한 「의건도」에
서는 붓다가 도샤의 과잉(kāya dosābhisanna), 즉 체액 불균형을
앓았으며 지바까의 치료를 받았다고 전한다(Vin I:278).

III. 인도 불교 승원의 치료

「마하박가」에는 불교 승원에서 시행한 치료가 기록되어 있다.

고따마 붓다는 두 가지를 고려해서 승원의 치료를 허용하거나 금
지했는데, 고려 사항 첫째는 의학적 효과였고 둘째는 출가승에 대
한 적합성이었다. 

 

여기에서는 승원의 치료법에 대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약의 복용과 도포, 그리고 그 외 발한, 관비, 연기 흡입 등으로 나
누어서 살펴보겠다.

 

1. 약의 복용과 도포
승원에서 복용한 약(bhesajja)은 크게 다섯 가지인 기본약, 식물
성 약, 동물성 약, 기타 성분의 약으로 분류된다. 붓다는 가을철
승원에서 병든 출가승들이 발생하자 민간에서 약으로 알려진 정
제버터(sappi, 熟酥), 생버터(navanīta, 生酥), 기름(tela), 꿀
(madhu), 사탕수수즙(phāṇita)을 약으로 복용하도록 허락했는데, 

이것들을 다섯 가지 기본약(pañca bhesajja)이라 한다(Vin
I:199-200). 이 다섯 가지는 음식물 중 영양가가 많고 부드러운 것
들이다. 정제버터와 생버터는 각각 소, 염소, 물소, 그리고 식용이
가능한 동물의 젖으로 만든 것들이다. 기름은 참기름(tilatela, 胡麻
油), 겨자씨 기름(sāsapatela), 꿀나무 기름(madhukatela)27), 피마
자 기름(eraṇḍakatela), 동물의 지방으로 만든 기름(vasātela)등이
다.28)

27) madhuka의 학명은 Bassia Longifolia Linn.이다. Zysk(2021) p. 180.
28) 다섯 가지 약 각각에 대한 설명은 비나야삐따까
    「빅쿠비방가」(Bhikkhuvibhaṅga)에 나온다. Vin III p. 251.


「약건도」는 이 다섯 가지 약의 약효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
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도 고전 의학서들에 의하면 정제버터는
도샤 중 바따와 삣따를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특히 가을에 처
방되고, 생버터는 오염된 삣따와 바따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기름은 소화를 돕는 효과가 있고, 바따와 까파를 가라앉힌다. 특
히 참기름이 최상인데, 바따를 제거하고 식욕을 증진시킨다. 꿀은
바따를 증가시키고 삣따와 까파를 완화시킨다. 사탕수수즙은 영양
분이 풍부하고 삣따, 까파, 바따를 모두 증가시킨다.29)

29) Zysk(2021) pp. 98-100.


앞에서 보았듯이 가을병은 삣따가 창자에 쌓여 발생하는 병이

며, 합병증으로 바따에 이상이 생겨 소화불량 증상을 보이는 것이
다. 다섯 가지 약에 대한 고전 의학서의 설명을 보면, 정제버터와
생버터는 삣따와 바따의 이상을 치료하고, 꿀은 삣따를 완화시키
며 기름은 소화불량을 치료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질병
으로 수척해진 출가승들에게 사탕수수즙은 영양을 공급해줬을 것
이다. 「약건도」에서는 삘린다밧차가 바따병에 걸렸을 때 다섯 가
지 약 중 기름(tela)을 달여서 그것을 희석한 술(majja)과 함께 마
셨다는 기록이 있는데(Vin I:205), 기름에 바따를 가라앉히는 효과
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승원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식물성 약이다.30) 「약건도」
에서 병든 출가승들에게 복용이 허락된 약용 식물은 크게 뿌리
(mūla), 수렴제(kasāva, Astringent), 잎(paṇṇa), 열매(phala), 수지
(樹脂, jatu)로 나누어진다. 약용 뿌리는 강황(haliddā), 생강
(siṅgivera), 창포(菖蒲, vaca), 백창포(vacattha), 아띠비사(ativis
a)31), 호황련(胡黃蓮, kaṭukarohiṇi), 베티버 뿌리(usīra)32), 향부자
(香附子, bhaddamuttaka) 뿌리 등이다.33) 약용 수렴제는 님나무
(nimba), 꾸따자(kuṭaja), 오이(paṭola), 빡까바(pakkava), 인도참나
무(nattamāla) 수렴제 등이다.34) 약용 잎은 님나무(nimba), 꾸따자

(kuṭaja), 오이(paṭola), 바질(sulasi, 羅勒), 목화나무(kappāsi) 잎
등이다.35) 약용 열매는 비랑가(vilaṅga), 후추(pippala, 胡椒), 검은
후추(marica), 가자나무(harītaka, 呵梨勒), 벨레릭(vibhītaka, 毘醯
勒), 여감자(āmalaka, 阿摩勒),36) 터키베리(goṭhaphala, 까마중)이
다. 약용 수지는 아위(hiṅgu, 阿魏, 興渠), 아위수지(hiṅjatu), 아위
껌(hiṅgusipāṭikā), 따까(taka), 따까빳띠(takapattī), 따까빤니
(takapaṇṇī) 수지 등이다(Vin I:201-202).37) 「약건도」에는 약효에
대한 설명은 없다. 다만 사리뿟따가 열병 치료를 위해 연뿌리와
연줄기를 복용했다는 내용이 있어서 연뿌리와 줄기의 약효를 추
정할 수 있다(Vin I:214-215).38)

30) 이하에서 기술하는 약용 식물의 한국어 식물명 및 학명은 다음 문헌들을 참
     고했다. Zysk(2021) pp. 102-107, 177-183; Birnbaum(1989) pp. 221-223; 전
     재성(2020) pp. 373-374; 高楠博士功績紀念會 編(1970) pp. 355-357; 片山一良
     (1981) pp. 142-143.
31) 전재성은 ‘마늘’, 남전대장경은 ‘麥冬’으로 번역했다. 전재성(2020) p. 373; 高
     楠博士功績紀念會 編(1970) p. 356.
32) usīra(San. uśīra)는 베티버의 뿌리이다. 

33) 이것들의 학명은 순서대로 다음과 같다. 이것들의 학명은 순서대로 다음과
     같다. 강황은 Curcuma longa Linn., 생강은 Zingiber officinale Roscoe., 창
     포는 Acorus calamus Linn., 백창포는 Acorus calamus Linn.의 일종, 아띠
     비사는 Aconitum heterophyllum Wall., 호황련은 Picrorrhiza kurroa Royle

     ex Benth., 베티버는 Vetiveria zizanioides (Linn.) Nash, 향부자는 Cyperuss
     rotundus Linn.

34) 님나무(nimba)의 학명은 Melia azadirachta Linn., 꾸따자(kuṭaja)는
     Holarrhena antidysenterica Wall., 오이(paṭola)는 Trichosanthes dioica
     Roxb.이다. 빡까바(pakkava)는 담쟁이의 일종으로 보이고, 인도참나무의
     학명은 Pongamia pinnata (Linn.) Merr.이다.

35) 바질(sulasi, 羅勒)의 학명은 Ocimum sanctum Linn.이고
     목화나무(kappāsi)의 학명은 Gossypium herbaceum Linn.이다.

36) 이것들의 학명은 순서대로 비랑가는 Embelia ribes Burm., 후추(필발)은
     Piper longum Linn., 검은 후추는 Piper nigrum Linn., 가자나무는
     Terminalia chebula Retz., 벨레릭은 Terminalia bellerica Roxb., 여감자는
     Phyllanthus emblica Linn.이다.

37) 아위(hiṅgu)의 학명은 Aasafoetida Linn.이고, 아위껌(hiṅgusipāṭikā)의
     학명은 Gardenia gummifer Linn.이다.

38) 「의건도」에서는 지바까가 붓다의 체액 불균형을 치료하기 위해 연꽃을 사용
     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복용은 아니고 냄새를 맡게 하는 방식이었다. Vin
     I p. 279. 그 당시 연은 뿌리, 줄기, 꽃 모두 다양하게 약재로 사용되었던 것
     으로 보인다. 


동물성 약도 있었는데, 동물의 지방, 고기, 생피 및 생살코기가
사용되었다. 지방(vāsa) 약은 곰(accha), 생선(maccha), 악어
(susukā), 돼지(sūkara), 당나귀(gadrabha)의 지방이다. 「짜라까상
히따」 13.11에서는 지방이 감미롭고 영양분이 풍부하며 체력을 증
진시킨다고 한다.39) 「수슈르따상히따」 45.131에 의하면, 지방의

종류를 나누어서, 가축동물과 습지동물의 지방은 바따를 누그러뜨
리고, 밀림에 사는 동물과 육식 동물, 단제(單蹄) 동물, 즉 발굽이
갈라지지 않은 동물의 지방은 출혈성 병을 치료하며, 새의 지방은
까파를 제거한다.40)

39) Zysk(2021) pp. 101-102; Meulenbeld(1999) p. 16.

40) Zysk(2021) pp. 101-102; Meulenbeld(1999) p. 227.


이처럼 동물성 약도 허용되긴 했지만, 식용이 금지된 몇몇 동물
들이 있었다. 금지된 동물들은 코끼리, 말, 개, 뱀, 사자, 호랑이, 

표범, 곰, 하이에나이다. 고따마 붓다가 이 동물들의 식용을 금지
한 것은 코끼리와 말은 왕의 표상이고, 개고기와 뱀고기(ahi)는 혐
오스럽고 역겨우며, 뱀(nāga)의 공격을 받을 수 있고,41) 마찬가지
로 사자, 호랑이, 표범, 곰, 하이에나의 고기는 그 냄새를 맡고 그
동물들이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Vin I:219-220). 물론 인육의
섭취도 금지되었는데, 재가 신도가 병든 출가승에게 줄 고기를 못
구하자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주었고, 그 출가승이 그것을 끓여
고깃국으로 먹은 일이 계기가 되어서이다.42)

41) ‘ahi’는 일반적인 뱀을, ‘nāga’는 뱀의 왕이나 숭배의 대상으로서의 뱀을 가
     리킨다. 공만식(2018), p. 323. nāga는 ‘용’으로도 번역된다. 

42) 승원을 방문해서 병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보던 재가 여신도
     숩삐야(Suppiyā)에게 한 출가승이 설사제[下劑]를 복용했기 때문에
     고깃국(paṭicchādaniya)이 필요하다고 했다. 숩삐야는 고기를 구하려 했으나
     도살이 금지된 날이어서 구할 수 없자,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 하인에게
     가져다주게 했다. 병든 출가승은 인육인지 모르고 그것을 받아 고깃국을
     끓여 먹었다. 붓다가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는 조사하지도 않고 인육을 먹은
     출가승을 크게 질책하며, 재가 신도들이 신심을 갖고 자신의 살을
     보시하더라도 출가승이 인육을 먹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Vin I pp. 217-218.
     불교 승원의 육식 문제에 대해서는 공만식의 「불교음식학-음식과 욕망」을
     참고할 것. 공만식(2018) pp. 312-356.


질병 치료를 위해 생고기와 생피를 복용한 경우도 있다. 빙의
(憑依)된 출가승을 치료하기 위해 도살장에 데려가서 돼지의 생고
기(āmakamaṃsa)와 생피(āmakalohita)를 마시게 했는데, 붓다는
다른 방식의 치료와 간병으로도 환자가 낫지 않자 이러한 치료를

허락했다(Vin I:202-203). 이 경우 먹고 마시는 존재는 그 출가승
이 아니라 그에게 들러붙은 귀신으로 이해되었던 것으로 보인
다.43) 「약건도」에는 빙의 치료를 위해 생고기를 먹은 경우만 나와
있지만,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약사」에는 출가승 서갈다(西羯多)
가 풍전(風瘨, 혹은 風疾)을 앓았고 치료를 위해 생고기[生肉]를 먹
었다고 기록하고 있다.44)

43) Zysk(2021) p. 118.
44) 서갈다의 질병을 보고받은 붓다는 다른 출가승을 시켜 의사의 처방을 받았
      다. 의사는 생고기를 먹는 것 외에 다른 치료법이 없다고 했지만, 서갈다는 출
     가승이 고기를 먹을 수는 없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붓다는 서갈다의 눈을 가
     리고 생고기를 주도록 했다.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약사」(T24, 2c). 풍전은 중
     풍, 혹은 바따로 인해 생긴 병으로 추측된다.


그 외에 불교 승원에서는 소금(loḥa), 동물의 똥(gūtha)과 오줌
(mutta), 진흙(mattikā), 끓인 염료(rajananipakka), 재(chārikā) 등
을 약으로 사용했다. 소금은 해수염(sāmudda), 흑염(kāḷaloṇa), 암
염(sindhava), 요리용 소금(ubbhida), 붉은 소금(bila) 다섯 가지이
다(Vin I:202). 복통을 앓은 출가승이 소금을 넣은 시큼한 죽을 먹
었다는 기록도 있다(Vin I:210). 뱀에 물린 경우, 네 가지 큰 오물
(cattāri mahāvikaṭāni)로 지칭되는 동물의 똥과 오줌, 재, 진흙을
사용했다(Vin I:206).45) 동물의 오줌은 다른 사람에게 받거나 동물
을 해치는 일 없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당시의 탁발 수행
자들에게 그 의료적 효과가 잘 알려져 있었다.46) 독을 먹은 경우
에는 똥물, 흑마술로 만들어진 독극물을 먹은 경우에는 진흙 달인
물, 황달에는 소 오줌에 담근 자두즙, 소화불량에는 잿물, 체액 불
균형의 경우 설사제(virecana, 下劑)를 마셨다(Vin I:206).

45) 「약건도」에는 이것들의 사용을 허락한다고만 되어 있어서 어떤 방식으로 사
     용했는지, 즉 복용한 것인지 도포한 것인지, 둘 다인지를 알기는 어렵다
46) Zysk(2021) pp. 52-53. 진기약(陳棄藥, pūtimuttabhesajja)은 출가승의 필수
     소지품이기도 한데, ‘오래 묵힌 소의 오줌’으로 추정된다. 양경인(2018) p.
     204. 한역(漢譯)으로 부란약(腐爛藥)이라고도 한다.

 

그 다음으로 많이 쓰인 치료법은 연고와 기름을 바르는 것이다. 

눈병의 경우 안연고(añjana)를 발랐다. 안연고의 종류는 흑색 연
고(kāḷañjana), 명반 연고(rasāñjana), 장석 연고(sotāñjana), 황토
연고(geruka), 그을음 연고(kapalla)였다. 붓다고사에 의하면 흑색
연고는 온갖 종류의 재료를 끓인 것, 명반 연고는 몇 가지 성분으
로 만든 것, 장석 연고는 강이나 하천에서 나온 물질로 만든 연고, 

황토 연고는 황토색의 연고, 그을음 연고는 램프 불꽃에서 나온
그을음으로 만든 연고이다.47) 이런 연고에는 감송향, 침향 등 향
료를 섞는 것이 허용되었다.48)

47) Samantapāsādikā V, 1090-1091, “kaḷañjanan ti ekā añjanajāti
     sabbasambhārapakkaṃ vā. rasañjanan ti nānāsamhārehi kataṃ.
     sotañjanan ti nadīsotādīsu uppajjanakaañjana. geruko nāma
     suvannageruko. kapllan ti dīpasikhāt gahitam asi.”
48) Vin I p. 203.


베랏따시사에게 난 큰 종기에서 진물이 나와 피부에 승복이 달
라붙었을 때는 옷을 벗기기 위해 상처와 딱지를 물에 적시고 치료
제로 가루약을 발랐는데, 치료 과정에서 끓인 염료(rajananipakk-
a)도 사용했다(Vin I:202).49) 종기의 경우, 수렴제와 참깨 연고(tila
kakka)를 사용해서 종기를 제거하고, 가려울 경우 겨자가루(sāsa-
pakuḍḍa)를 사용했다. 상처로 솟아난 살은 소금 조각으로 제거했
고, 치료 과정에서 압정포, 붕대도 사용했다(Vin I:205-206). 삘린
다밧차의 두통은 머리에 기름을 발라 치료했다(Vin I:203). 발이
갈라졌을 때는 발연고와 발기름을 발랐다(Vin I:205). 기름을 약으
로 조제할 때 술(majja)을 섞기도 했는데, 술이 많이 들어갔을 경
우는 복용이 아니라 도포용으로만 기름을 사용했다(Vin I: 202-20
3, 205-206).

49) 끓인 염료는 목욕약, 혹은 피부병으로 인한 백반을 염색하는 데 사용했으리
     라고 여겨진다. Zysk(2021) p. 117.

 

승원에서는 약을 만들거나 치료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료 도

구를 사용했다. 약을 허용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의료 도구도 필
요할 경우 붓다가 허용하는 방식을 취했다. 뿌리를 가루약으로 만
들기 위해 맷돌을 사용했고(Vin I:201), 약을 조제하는 과정에서
절구와 공이를 사용했으며(Vin I:202), 가루약을 만들기 위해 가루
거르는 체와 천을 사용했다(Vin I:202). 종기 치료를 위해 붕대와
압정포도 사용했다(Vin I:205). 연고 보관 및 도포를 위해 연고함, 

연고함 뚜껑, 연고함 고정 끈, 연고함이 갈라졌을 때 꿰매는 실, 

연고 바르는 막대, 연고막대함, 연고함 주머니, 연고함 주머니 어
깨끈을 사용했고(Vin I:203), 도포용 기름을 보관하는 기름단지를
사용했다(Vin I:205).


불교 승원에서 사용한 약들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1> 불교 승원의 약                                                

구분                      약명                                        종류
다섯 가지        정제버터(sappi)                  소, 염소, 물소 및 식용 가능한 동물의 젖으로
기본약                                                        만든 정제버터                                               
                       생버터(navanīta)                소, 염소, 물소 및 식용 가능한 동물의 젖으로
                                                                  만든 생버터                                                    
                       기름(tela)                           참기름, 겨자씨 기름, 꿀나무 기름, 피마자 기
                                                                  름, 동물의 지방으로 만든 기름                       
                       꿀(madhu)                          벌꿀                                                                
                       사탕수수즙(phāṇita)           사탕수수에서 나온 즙                                     
식물성 약       뿌리(mūla)                          강황, 생강, 창포, 백창포, 아띠비사, 호황련, 베
                                                                  티베르풀, 향부자 등                                        
                      수렴제(kasāva)                   님나무, 꾸따자, 오이, 빡까바, 인도참나무의 수
                                                                  렴제 등                                                            
                      잎(paṇṇa)                            님나무, 꾸따자, 오이, 바질, 목화나무 잎 등     
                      열매(phala)                          비랑가, 후추, 검은 후추, 아시아자두, 벨레릭,

                                                                  여감자, 터키베리 등                                         
                      수지(樹脂, jatu)                   아위, 아위수지, 아위껌, 따까, 따까빳띠, 따까
                                                                  빤니의 수지 등                                                  
동물성 약      지방(vāsa)                           곰, 생선, 악어, 돼지, 당나귀의 지방                  
                     생고기, 생피                         돼지의 생고기와 생피                                      
                     고깃국                                 인육 및 코끼리, 말, 개, 뱀, 사자, 호랑이, 표
                     (paṭicchādaniya)                  범, 곰, 하이에나로 만든 것을 제외한 고깃국     
기타 약         소금(loḥa)                            해수염, 흑염, 암염, 요리용 소금, 붉은 소금    

                     똥(gūtha)                             동물의 똥                                                       
                     오줌(mutta)                         동물의 오줌                                                      
                     진흙(mattikā)                       진흙                                                                 
                     재(chārikā)                           재                                                                     
                     끓인 염료                             끓인 염료
                     (rajananipakka)                                                                                           
                    그을음(kapalla)                    램프 촛불의 그을음                                          
                    술(majja)                              약 용도의 기름을 만들 때 섞는 술                    

 

2. 발한(發汗), 관비(灌鼻), 연기 흡입
승원에서는 질병 치료를 위해 약의 복용과 도포 이외에 다른 치
료도 행했다. 먼저 삘린다밧차의 사지통(aṅgavāta), 즉 바따(vāta,
風)의 이상으로 생긴 사지(aṇga)의 통증에는 여러 가지 발한 요법
이 실시되었다. 먼저 땀을 내게 해 보았는데(sedakama) 치료되지
않자, 허브 찜질로 땀을 내었다(sambhāraseda). 역시 치료되지 않
자 순서대로 대발한(mahāseda), 마탕(麻湯, bhaṅgodaka), 욕탕(浴
湯, udakakoṭṭhaka)을 실시했다(Vin I:205). 붓다고사에 의하면, 허
브 찜질로 발한하는 것은 여러 잎사귀를 사용해서 땀을 내게 하는
것이고, 대발한은 사람 크기의 구멍에 숯불을 넣고 흙, 모래, 잎사
귀로 그것을 덮은 후 환자를 그 위에 눕혀 기름을 사지에 바르고
땀을 내게 하는 방법이다. 마탕은 대마(bhaṅga) 잎을 끓인 물을
계속 환자에게 끼얹어 땀을 내게 하는 것이고, 욕탕은 뜨거운 물
로 채운 목욕통에 들어가서 땀을 내는 것이다.50)

50) Samantapāsādikā V p. 1091; Zysk(2021) p. 127; 전재성(2020) p. 379.


치료법에 관비(灌鼻)와 연기 흡입도 있었다. 두통에는 머리에 기
름을 바르는 것 외에 코에 물을 넣는 관비(灌鼻)가 시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의료 도구들도 사용되었는데, 코에서 물이 흐르자

관비통을 사용했고, 관비가 고르게 안 되자 한 쌍의 관비통을 사
용했다. 또한 두통 치료를 위해 연기 흡입(dhūmaṃ pātum)도 행
했다. 심지에 불을 붙여 연기를 흡입했는데, 목구멍이 화상을 입
자 연통을 사용했다. 이와 관련하여 연통 뚜껑, 연통 주머니의 사
용이 허용되었다(Vin I:204).


그러나 이러한 치료법에 효과가 없거나 코에서 물이 흘러내리
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새로운 치료와 도구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관절통(pabbavāta) 치료를 위해 사혈(瀉血)
을 했으며, 사혈하여 피를 받는 뿔이 도구로 허용되었다(Vin
I:205).

3. 그 외의 치료
「마하박가」, 「의건도」에는 고따마 붓다에 대한 치료 기록도 나
온다. 즉 재가 명의 지바까 꼬마라밧차가 고따마 붓다의 체액 불
균형을 치료했다는 것이다.51) 붓다는 자신의 의학적 상식으로 설
사제 복용을 원했지만, 지바까는 붓다에게 거친 설사제(oḷārikaṁ
virecana)를 처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고 다른 치료법
을 적용한다. 지바까는 며칠간 붓다의 몸에 기름을 바르게 한 후

설사 유도를 위해 세 움큼의 연꽃과 여러 약재를 혼합해서 냄새
맡게 했다. 이렇게 해서 붓다는 29회 설사했다. 이후 지바까는 붓
다를 목욕하게 한 후 다시 한 번 설사하게 해서 고쳤다.52)

51) 「의건도」에는 지바까의 생애와 치료 활동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치료 사
     례들을 살펴보자면, 지바까는 7년 동안 두통에 시달린 라자가하의 한 부호의
     두통을 치료하기 위해 개두술로 벌레 두 마리를 꺼냈다. 또한 역시 7년 동안
     두통에 시달린 사께따(Sāketa)의 한 부호의 부인의 경우, 정제버터와 여러
     약재를 조합하여 끓인 약물을 환자의 코에 붓고 입으로 나오게 해서 고쳤다. 

     또한 재주넘기를 하다 장폐색에 걸린 바라나시의 한 부호의 아들을 개복술
     로 창자의 결절을 제거하여 치료했다. 빳조따왕의 황달은 정제버터를 마시
     게 해 구토시킴으로써 치료하고, 마가다국 빔비사라왕의 치질은 환부에 약
     을 도포해서 한 번에 치료했다. Vin I pp. 271-277.

52) Vin I. pp. 279-280.


당시 인도에서는 눈병과 치질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이 행해졌
고 그 수준도 높았다. 그런데 불교 승원에서는 이러한 수술을 시
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53) 눈병의 경우 앞에서 본 것처럼
연고를 바르는 등의 치료만 나타난다(Vin I:203). 치질의 경우 붓
다는 세속 의사(vejja) 아까싸곳따(Ākāsagotta)가 출가승에게 치질
수술을 했다는 것을 알고는 출가승들을 모아 치질 수술을 금지한
다고 밝혔다. 붓다는 치질 수술이 출가승의 삶에 어울리지 않는
부적절한 행위이고 불신과 타락으로 이끄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항문 주변의 피부는 부드럽고 상처가 낫기 힘들고 수술하기도 힘
들다는 이유로 치질 수술을 금지했다. 수술을 금지하자 출가승들
은 관장(灌腸)을 했는데, 붓다는 이것도 금지했다. 이처럼 불교 승
원에서는 치질 수술과 관장이 금지되었다.54) 하지만 종기 제거 정
도의 간단한 시술은 승원에서 허용되었다. 종기 제거 과정에서 칼
과 상처로 살이 솟아난 것을 제거하는 용도의 소금 조각 등을 사
용했다.55)

54) Vin I pp. 215-216. 항문 주위의 피부가 부드러워서 낫기도 어렵고 수술하기
     도 어렵다는 것 외에 붓다가 어떤 이유에서 치질 수술이 출가승의 치료에 적
     절하지 않다고 하는지는 「마하박가」, 「약건도」의 내용만으로는 분명하게 파
     악되지 않는다. 출가승의 치질을 수술한 의사 아까싸곳따는 붓다에게 자랑
     스럽게 ‘이 출가승의 항문을 보라, 마치 도마뱀의 입과 같다’고 말했는데, 붓
     다는 그 의사가 자신을 조롱한다 여기고 불쾌해 했다.「근본설일체유부비나
     야약사」에서도 붓다는 치질 치료로 수술에 대한 언급 없이 ‘주문으로 치료하
     는 것과 약으로 치료하는 것’ 두 가지만 말한다.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약사
    」(T 24:6c): “痔病有二種療法, 一者以呪, 二者以藥.”
55) Vin I pp. 204-206.

 

IV. 의료와 수행의 균형

불교 승원에서는 공동체 생활을 하며 수행하는 출가승들의 질
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관리했다. 본래 출가승들은 계율상 일출 무
렵부터 정오까지[正時]만 식사를 할 수 있고 섭취 후 남은 음식을
보관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질병 치료를 위해 약으로 음식물을 먹
는 경우는 그 외의 시간에도 섭취하거나 보관하는 것이 허용되었
다. 예를 들어, 다섯 가지 기본약인 정제버터, 생버터, 기름, 꿀, 

사탕수수즙의 경우, 처음에 출가승들은 정시(正時)에만 복용했다. 

그러나 병에 차도가 없자 붓다는 이 다섯 가지 약을 정시 외에도
[非時] 복용하도록 허락했다(Vin I:200). 질병 치료에 필요한 약과
의료도구가 있을 경우 고따마 붓다는 그것들을 추가로 허용한 것
이다. 이처럼 승원의 계율은 질병 치료를 위해 유연하게 수정, 보
완되어갔다. 

 

하지만 붓다는 질병 치료의 과정에서 출가수행승들이 본분을
잊고 음식이나 맛에 대한 욕망에 탐착하거나 소유욕이 강화되지
않도록 경계했다. 예를 들어 정시 외에도 복용할 수 있는 다섯 가
지 기본약에 수령 후 7일까지만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제한이 계
율로 정해진 계기는 출가승들이 과욕을 부렸기 때문이다. 즉 출가
승 삘린다밧차가 재가 신도로부터 개인적으로 시주받은 다섯 가
지 기본약이 많아서 다른 출가승들에게 나누어주자 다들 욕심껏
그것을 받아 단지와 행낭 등에 보관했고 급기야 승원에 들쥐가 들
끓을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붓다는 다섯 가지 기본약을 최대 7일
까지만 보관하고 복용하도록 제한했다(Vin I:209).56) 지방 약은 기
름(tela)과 함께 섞어서 정시(正時)에만 수령하고 조리 및 복용할

수 있었다(Vin I:200). 약은 질병 치료를 위한 경우에만 사용되었고, 

다른 이유로 사용하면 죄를 범하는 것이 되었다. 

56) 다섯 가지 기본약은 7일까지 보관이 가능하기에 칠일약(七日藥, 

     sattāhakālika)이라고 한다. 7일을 초과하면 8일째 되는 날에 그것을 승원의
     다른 출가승들에게 넘겨주고 참회해야 한다(Vin III:251). 뿌리, 잎, 열매,

     소금은 평생 소지하고 약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이렇게 평생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약을 진형수약(盡形壽藥, yāvajīvika)이라고 한다(Vin I:201-202).

 

의료도구의 제작에도 제한이 있었다. 연고함, 연고 바르는 막대
등을 허용하자 출가승들이 금, 은 등 다양한 종류로 연고함을 만
들어 사용했고, 사람들은 출가승들이 감각적 쾌락을 즐긴다며 비
난했다. 그래서 붓다는 연고함을 만드는 재료를 뼈, 상아, 뿔, 갈
대, 대나무, 나무, 수지, 열매, 구리, 소라껍질로 제한했다. 연고막
대, 관비통을 만드는 재료도 마찬가지로 제한했다(Vin I:203-204).
기름단지를 만드는 재료는 구리, 나무, 열매로 제한했다(Vin
I:205). 이처럼 불교 승원에서는 필요에 따라 의료 도구를 사용하
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출가 수행자로서의 본분에서 벗어나 감각
적 쾌락을 즐기는 것이 되지 않도록 경계했다. 

 

또한 승원은 질병을 치료하되 수행자로서의 본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한 것 외에 세간의 비난도 의식했다. 이것은 현실적으
로 불교 승원이 재가자의 시주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초기의 불교 출가승들은 탁발 유랑했지만, 재가 신도들이 불교 교
단에 승원을 설립할 땅을 기증하고 정사를 지어주자 출가승들은
점차 승원에 정주하는 형태를 취하게 되었다. 식사도 탁발뿐만 아
니라 승원에 시주된 식량으로 해결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식재
료는 식사용과 아닌 것으로 나누어졌고, 후자 중에서 다시 약이
분류되었다. 필요한 식량과 약이 있을 경우 재가자의 시주를 승원
이나 출가승 개인이 요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가자들
이 출가승에게 기대하는 윤리에 부합하도록 행동하는 것은 승원

의 유지와 수행 여건의 마련을 위해 현실적으로 필요했다. 

 

치료의 대상은 점차 출가승에 국한되지 않았다. 치료와 간병은
동료 출가승들 이외에 재가 의사가 승원을 방문하여 출가승들을
치료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출가승이 승원 안팎에서 일반인들을
치료하기도 했다. 승원 안팎에서 치료하는 의승(醫僧), 즉 출가승
이자 의사는 불교 승원의 의학이 발달하고 의학교육도 이루어지
며 일반인에 대한 치료가 늘어나자 점점 더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인도 전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에서 불교를 포교하
는 한편 치료자의 역할도 했다.57)

57) Zysk(2021) pp. 61-65 참고.


그러나 초기불교 승원에서는 원칙적으로 출가승이 직업적인 의
사로 활동하는 것은 금지되었다. 일종의 그릇된 생활 방식[邪命]으
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동료이든 일반인이든
출가승의 치료와 돌봄 자체가 금지되었다고 볼 수는 없는데, 고따
마 붓다 자신이 모범을 보였기 때문이다. 즉 다섯 가지 기본약은
붓다가 자신의 의학적 상식에 따라 처방한 것이며(Vin I:199-200),
붓다는 거동을 못 해 자신의 대소변 위에 그대로 누워 있는 병든
출가승을 몸소 간병했고, 간병을 마친 후 출가승들에게 서로 돌보
아야 한다고 설법했다(Vin I:301-302). 치료와 돌봄은 이처럼 불교
승원에서 장려된 것으로서, 돌보던 환자가 사망했을 경우 그의 소
지품은 간병한 사람에게 보상으로 주어졌다(Vin I:303-304).
다만 불교 승원에서는 출가승의 본분이 수행임을 망각하지는
않도록, 또한 대중에 대해서도 붓다를 비롯하여 불교가 치료하려
는 병은 신체적 질병보다는 정신적 질병, 즉 번뇌임을 분명히 했
던 것으로 보인다.

 

V. 맺음말

불교 승원은 출가 수행자에게 적합한 생활 규범을 계율로 제정
하고 기록했고, 그 중에는 의료 관련 계율도 상당수였다. 그렇기
에 우리는 인도 불교 승원의 실제적인 질병과 치료를 남아 있는
율장 문헌을 통해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비나야
삐따까의 「마하박가」, 그 중에서도 특히 「약건도」와 「의건도」를
통해 불교 승원에서 발생한 질병, 그리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사
용된 약과 의료도구, 치료법을 살펴보았다. 불교 승원에서는 가을
에 소화불량과 황달 등의 증세를 보이는 병이 발생했으며, 관절
통, 복통, 종기 등의 피부병, 두통, 치질, 눈병 등이 발생했다. 이
를 치료하기 위해 다섯 가지 기본약(정제버터, 생버터, 기름, 꿀, 

사탕수수즙)을 복용하거나 식물의 뿌리, 수렴제, 수지, 잎, 열매 등
을 복용했다. 또한 연고를 도포하거나 땀을 내고 연기를 흡입하는
등의 치료를 했다. 

 

불교 승원에서는 단순히 치료 효과만 고려해서 의료를 행하지
는 않았다. 출가승들의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도모하되, 그것이
불교 수행에 적합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의료를 시행했다. 승원
에서는 출가승의 욕망이 자극되거나 재가자의 비난에 직면하는
일이 없도록 의료와 수행의 균형을 추구했다. 즉, 불교의 실천 원
칙인 중도(中道)는 의료에도 적용된다. 아픈 몸을 치료하고 돌보
되, 그것이 감각적 쾌락이나 건강에 대한 집착이 되지 않도록 하
는 것, 이렇게 의료와 수행은 불교 승원에서 균형을 이루었다. 

 

가족을 떠나 공동체 생활을 한 출가승들이 서로를 돌보고 치료
했으며, 더 나아가 재가의사가 그들을 치료하면서 승원의 의료는

발전했다. 승원은 의약물의 수집 및 저장, 환자의 치료 및 돌봄에
최적화된 장소였으며, 이곳에서 의료 지식과 의술을 습득한 출가
승들은 포교 및 자비의 실천으로 일반인들에게 의술을 펼치기도
했다. 이렇게 형성된 인도 불교 승원의 의료가 인도를 넘어 바깥
으로 퍼져나갈 때 그 지역의 전통의학과 상호영향을 주고받으며
변용되고 발전해갔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