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9칙 법안병정 法眼丙丁1)
[본칙]
법안이 감원(監院)2) 소임을 맡고 있는 현칙에게 물었다. “이곳에 머문지 얼마나 되는가?” “3년 되었습니다.” “그대는 후생(後生)으로서 평상시에 어째서 본분사에 대하여 묻지 않는가?” “제가 스님을 더 이상 속이지는 못하겠군요. 이전에 청봉(靑峯) 문하에 있을 때 이미 안락한 경지를 얻었습니다.” “그대는 어떤 말로 인하여 깨달았는가?” “언젠가 ‘저의 자기란 어떤 것입니까?’라고 물었는데, 청봉이 ‘병정동자3)가 불을 구하러 왔구나’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좋은 말이기는 하나 그대가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걱정될 뿐이다.” “병·정은 불에 속하니, 불을 가지고 불을 구하는 것은 자기를 가지고 자기를 찾는 것과 같다는 뜻입니다.” “그대가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겠구나. 불법이 이와 같은 것이라면 오늘날까지 전해지지 않았을 것이다.”4) 이에 현칙은 마음이 조급하고 답답하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으나 길을 가던 도중에 ‘법안은 5백 명의 대중을 가르치는 선지식으로서 나에게 틀렸다고 말했을 때는 틀림없이 특별한 뜻이 있을 것이다’라 생각하고, 다시 돌아와 참회하고 용서를 구한 다음 ‘저의 자기란 어떤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법안이 “병정동자가 불을 구하러 왔구나”라고 대답하는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크게 깨달았다.
法眼問則監院, “你在此多少時?” 則云, “三年.” 師云, “你是後生, 尋常何不問事?” 則云, “某甲不敢謾和尙. 曾在靑峯處,
得个安樂.” 師云, “你因甚語得入?” 則云, “曾問, ‘如何是學人自己?’ 峯云, ‘丙丁童子來求火.’” 師云, “好語, 只恐你不會.”
則云, “丙丁屬火, 將火求火, 將自己覓自己.” 師云, “情知你不會. 佛法若如此, 不到今日.” 則躁悶便起, 至中路, 却云,
‘他是五百人善知識, 道我不是, 必有長處.’ 却廻懺謝, 便問, “如何是學人自己?” 師云, “丙丁童子來求火.” 則於言下大悟.
1) 법안문익(法眼文益)이 보은현칙(報恩玄則)의 착각을 깨우쳐주고 더욱 향상하는 길을 터준 인연에
기초한 공안. 현칙이 청봉(靑峯)에게 듣고 깨달았다는 ‘병정동자’ 화두를 법안이 똑같이 제기하여
이전의 잘못된 확신을 고치고 그 참뜻을 알도록 했다. ‘병정동자가 불을 구하러 왔다’라는 말에
대하여 ‘불을 가진 병정동자가 불을 구하러 온 것은 마치 부처인 자신이 다시 부처를 구하는 것과
같다’라고 한 생각이 처음에 청봉의 말을 듣고 현칙이 일으킨 착각이다. 그러한 착각이 이 공안의
결정적인 함정이지만 본령으로 이끌어가는 일차적인 수단이기도 하다.병정동자의 화두는 ‘자기가
곧 부처’라는 식의 관념이 아니라 어떤 분별도 통하지 않는 철벽의 화두라는 것을 깨닫게 했던
것이다.
2) 절의 사무를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소임. 이전에는 감사(監寺)라 하였다. “감원이라는 직책은 절의
모든 일을 총괄적으로 이끌어 간다.”(『禪苑淸規 권3 「監院」卍111 p.890b11.監院一職,總領院門諸事.)
3) 丙丁童子. ‘병정’은 불이다. 오행(五行)을 음양(陰陽)으로 나눌 때, 병은 양이고 정은 음이다. 따라서
각각 양화(陽火)와 음화(陰火)에 속한다. 병정동자는 원래 절에서 등화(燈火)를 관리하는 소임이다.
4) 『禪門拈頌說話』 1290則의 법안과 혜초(慧超)의 문답에도 이 칙과 비슷한 관문이 제시된다. ‘부처가
무엇입니까?’라는 혜초의 질문에 ‘그대는 혜초다’라고 한 대답이다. 두 공안 모두 ‘자신이 곧 부처’
라고 하는 착각을 유도하여 어떤 관념도 자리 잡을 수 없는 경계로 이끄는 수단일 뿐이다.
[설화]
병정동자가 불을 구하러 왔구나[청봉의 말]:병·정은 불에 속하니, 불을 가지고 불을 구하는 것은 자기를 가지고 자기를 찾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은 현칙의 말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이해한다면 완전한 뜻은 아니다. 그러므로 ‘불법이 이와 같은 것이라면 어찌 오늘날까지 전해졌겠는가’라고 말한 것이다.
병정동자가 불을 구하러 왔구나[법안의 말]:이렇게 이해해야 옳다는 뜻이다.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크게 깨달았다:청봉의 힘을 입어서 깨달았다는 것일까? 아니면 법안의 힘을 입었다는 것일까?
丙丁童子來求火者, 丙丁屬火, 將火求火, 如將自己覓自己. 不道不是, 伊麽會便不是了也. 故云, ‘佛法若如此, 爭到今日.’
又道, 丙丁童子云云者. 伊麽會方始是也. 言下大悟者, 得靑峯力, 得法眼力?
정엄수수(淨嚴守遂)의 송
병정동자가 불을 구하고자 청봉에게 물으니,
한나라 개5) 흙덩이 쫓는 건 어쩔 수 없구나.
다행히도 법안이 거듭 밝혀 준 기회를 만나,
천둥소리와 같은 가르침 듣고 용으로 변했네.6)
淨嚴遂頌, “丙丁求火問靑峯, 叵耐韓獹逐塊蹤. 賴得金陵重點破, 一聲雷震化爲龍.”6)
5) 본서184則 주석18)참조
6) 화두를 깨우쳤다는 말. 잉어가 용문(龍門)으로 뛰어올라 통과하면 용이 된다는 고사에 따르는
비유이다
동림상총(東林常總)의 송
병정동자는 불을 구하여 자기 자신을 밝혔으나,
법안과 청봉은 옛날 그대로의 길로 걸어갔다네.
물줄기 끊기고 분별 다한 곳에 발걸음 멈추고,7)
구름 이는 모습 앉아 보다 평생의 소식 알았네.
東林總頌, “丙丁求火己躬明, 法眼靑峯古路行. 行到水窮知盡處, 坐看雲起見平生.”
7) 산으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모든 물줄기의 발원지가 되는 곳에서 물줄기가 끊어진다. 이와 같이
분별의 흐름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경계에서 현칙은 이 화두를 다시 맞이한 것이다.
무위자의 송
병정동자가 불을 구하러 왔다고 하니,
오랫동안8) 오인하여 두 겹의 허물 생겼네.
이제 섣달 되서야 산에 큰 불 지르니,9)
일찍 파조타10) 만나지 못하여 한스럽네.11)
無爲子頌, “丙丁童子來求火, 十年誤認兩重過. 至今臘月猛燒山, 苦恨不逢破竈墮.”
8) 십년(十年). 10은만수(滿數)로서장구한시간을나타낸다.
9) 일 년의 마지막 달인 섣달에 불을 놓아 산을 온통 태우는 것. 수행의 공이 쌓여 온 세상을 밝힐 만한
깨달음의 불을 태운다는 상징이다. 선문헌에서 섣달 곧 납월(臘月)은 일생의 마지막 순간인 임종을
나타내기도 하고 깨달음의 마지막 기회를 가리키기도 한다. “‘납의를 입고 성취해야 할 일[本分事]은
어떤 것입니까?’ ‘섣달에 불을 놓아 산을 온통 태우듯이 한다.’”(『景德傳燈錄』권22「香林澄遠傳」大51
p.387a20.問, ‘如何是衲衣下事? ’師曰, ‘臘月火燒山.’)
10) 破竈墮. 생몰연대와 전기는 미상. 숭악혜안(崇嶽慧安 642~709)의 제자. 부엌에 조성된 조왕신
(竈王神:부엌의 수호신)을 주장자로 깨뜨려[破] 바닥에 떨어뜨리고[墮], ‘진흙과 기와로 합성된
물건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무생(無生)의 도리를 설했다. 그 뒤 조왕신은 업보를 벗고 천계(天界)에
태어났다고 한다. 『景德傳燈錄』권4「破竈墮傳」大51 p.232c22, 『宋高僧傳』권19「破竈墮傳」大50
p.828b9 등 참조
11) 파조타가 조왕신을 천계로 올려 보내듯이 단번에 근원을 지시받지 못하여 뒤늦게 깨우쳤다는
취지. “시봉하던 학인들이 파조타에게 물었다.‘저희들은 스님 근처에서 오랫동안 시봉했음에도
방편의 지시를 받지 못했는데, 조왕신은 어떤 지름길과 같은 뜻을 얻어서 천계에 태어날 수
있었습니까?’”(『正法眼藏』 권3 卍118 p.70a17.侍僧等問曰, ‘某等, 久侍左右, 未蒙方便指示, 竈神,
得何徑旨, 便得生天?’)
법진수일(法眞守一)의 염
“당시에 법안은 다만 그 말 그대로 들려주었을 뿐 더 이상 일언반구도 첨가하여 현칙에게 별도로 말하지 않았는데, 무엇 때문에 그는 깨달았을까? 말만 배우는 어떤 무리들은 이와 같이 제기하는 말을 듣고 그것이 귀착되는 뜻도 모르면서 비웃어버리는 것이 보통이다. 요즘 공부하는 자들은 다만 그 상황에 들어맞는 소식12)을 지어내고자 전혀 관계가 없는 한 구절의 말을 해놓고서 ‘나는 알았다’라고 하기도 한다. 안타깝고, 안타깝구나! 이러다가는 정법안장(正法眼藏)이 점차로 소멸해버릴 것이다. 형제들이여, 삶과 죽음을 반복하는 윤회의 굴레를 벗어나는 본분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니, 진실만 말하고 허황된 도리는 말하지 마라. 모름지기 곧고 진실하게 깨달아야만 된다.”
法眞一拈, “當時法眼, 只恁麽擧, 又不曾一言半句, 別爲他說破, 因什麽得悟去? 有般底, 秪是學語之流, 聞恁麽擧,
不知落處, 往往非笑. 今時學者, 秪要作个時節, 或下一句無交涉語, 便道, ‘我會.’ 苦哉, 苦哉! 正法眼藏, 看看滅矣. 兄弟,
生死事大, 論實不論虛. 須是直實悟去, 始得.”
12) 시절(時節). 깨달음의 결정적인 순간. 또는 깨달음의 순간에 밀려오는 소식이나 어떤 상황에 딱 들어맞는
소식을 나타낸다.
[설화]
말만 배우는 어떤 무리들은 ~ 보통이다:오늘날 학인들의 세태를 말한다.
그 상황에 들어맞는 소식을 지어내고자:학인들을 가르치는 지도자들의 잘못을 가리킨다.
이와 같이 제기하는 말을 듣고 ~ ‘나는 알았다’라고 하기도 한다:법안의 잘못이 적지 않다고 생각하였으므로 그렇게 말하는 소리를 익히 들어왔던 학인들이 전혀 관계없는 말을 하여 저 법안의 뜻을 억눌러버리는 결과가 되니 어찌 안타깝지 않겠는가!
法眞:只是學語云云者, 今時學者也. 只要作箇時節云云者, 師家也. 聞伊麽擧云云者, 謂法眼漏逗不少, 故學者習聞其說,
下無交涉底語, 抑他法眼, 豈非苦哉!
천동정각(天童正覺)의 상당
이 공안을 제기하고 말했다. “이전에도 그렇게 말했으나 이해하지 못하다가 나중에는 그렇게 똑같이 말했는데 오히려 깨달았다. 말해 보라! 이 공안의 관건13)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각상좌14)에게 이에 관한 게송이 한 수 있다. ‘병정동자가 불을 구하러 왔다 하니, 남해 페르시아 사람의 코는 크구나.15) 길료16)의 말을 알아듣는 자 없더니,17) 지금 당장에 비추어 보고 알았다네.18) 그렇게 알았으나 공덕도 허물도 없노라. 그대 이불 밑에 난 구멍 아는 까닭은, 같은 평상에서 자본 적 있었기 때문이네.19) 이전에 걸쳤던 미혹20) 남김없이 벗어버리니, 잔에 비친 뱀은 활 그림자라 하며 만류하여 다시 앉혔네.’”21)
天童覺, 上堂, 擧此話云, “前來恁麽道, 却不會;後來恁麽道, 却悟去. 且道! 關捩子, 在什麽處? 覺上座有頌,
‘丙丁童子來求火, 南海波斯鼻孔大. 狤獠舌頭會者難, 直下而今照是破, 照得破沒功過. 知你被底穿, 曾與同床臥.
廉纖脫盡舊時疑, 杯影蛇絃留再坐.’”
13) 관려자(關捩子). 관문의 빗장 또는 열쇠. 관건(關鍵)과 같은 말로 공안의 핵심이 되는 요소를 가리킨다.
궁구해야 할 화두를 말한다.
14) 覺上座. 정각이 스스로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
15) 페르시아 사람의 코가 큰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며, 특별한 분별에 의지할 것도 없이 드러난
모습을 보고 곧바로 알 수 있다. 제4구의 뜻과 상응한다.
16) 狤獠.중국서 남쪽 벽지계곡에 살았던 소수민족의 하나.
17) 외국말은 배우지 않으면 소리에 불과하고 그것이 가리키는 뜻을 알 수 없다. 일정한 뜻에 예속되어
있지 않은 화두는 바로 이러한 ‘소리’와 같다.
18) ‘破’는 ‘開’와 통한다. 쪼개어 열어서 그 정체가 드러났다는 뜻이므로 ‘알았다’로 번역한다.
19) 똑같은 말을 들었는데 지금 그 참뜻을 알게 되어 비로소 이전의 확신이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말.
20) 의(疑).여기서는 의심이 아니라 ‘미혹’의 뜻이다. 현칙이 스스로 한치의 의심도 없이 옳다고 ‘확신’
하고 있었기 때문에 착각 또는 미혹이다. <설화>의 의심덩어리[疑團]라는 표현은 바르지 않다.
21) 출전은 『風俗通』이다. 두선(杜宣)이 하짓날 술을 먹으러 왔는데 술잔에 뱀 같은 것을 보았으나
마시지 않을 수 없었다. 술을 마신 다음 가슴과 배에통증이 심하여 여러 가지 처방으로 치료해
보았지만 낫지 않았다. 그 뒤 벽의 붉은 활(쇠뇌)이 잔 속에 비쳐 뱀 모양의 그림자가 생겼다는
것을 알고 나자 병은 바로 나았다. 『風俗通』「怪神·世間多有見怪驚怖以自傷者」참조. “잔에 비친
뱀모양의 활 그림자라면 마구니라도 현혹되고, 휘장에 싸인 등불과 칼집에 감추어둔 칼이라면
귀신이라도 의심을 일으킨다.”(『花月痕』 第45回. 杯影蛇弓魔入幻, 帷燈匣劍鬼生疑.)
[설화]
남해 페르시아 사람의 코는 크구나:달리 특별한 것은 없으니 청봉이 한 말과 같다는 뜻이다.
길료의 말을 알아듣는 자 없더니:청봉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나타낸다.
지금 당장에 비추어 보고 알았다네:법안의 처소에 와서 이해했다는 뜻이다.
공덕도 허물도 없노라:이해한 것과 이해하지 못한 것이 각각 공덕과 허물에 상응하는데, 이제 이해한 경계에는 득과 실의 차별이 없다는 뜻이다.
그대 이불 밑에 난 구멍 아는 까닭:몸소 깨달아야 비로소 안다.
이전에 걸쳤던 미혹 남김없이 벗어버리니:법안의 처소에 이르러 옛날의 의심 덩어리22)가 떨어져 나갔다.
잔에 비친 뱀은 활 그림자라 하며 만류하여 다시 앉혔네:청봉의 대답을 들었을 때는 앉아 있는 자리에서 벽에 걸린 활이 술잔에 비친 모습을 대면하고 뱀이라 착각한 것이었으며, 지금 법안의 처소에서는 다시 앉아 있는 자리에서 벽에 걸린 활이 술잔에 비친 모습이라고 바르게 알았다는 뜻이다.
天童云云, 鼻孔大者, 別無特地, 靑峯底一般也. 狤獠舌頭會者難者, 靑峯底難會也. 直下而今云云者, 到法眼處會得也.
沒功過者, 會不會是功過也, 今日會得處無得失也. 知你被底穿者, 證者方知也. 廉纖脫盡舊時疑者, 到法眼處,
昔時疑團撲落也. 盃影蛇絃留再坐者, 靑峯時, 對坐般中弓落盞, 今日法眼處, 再坐般中弓落盞也.
22) 현칙은 자신의 착각을 확신하고 있었으므로 의심덩어리라는 해석은 맞지 않다. 마치 그 화두에 대한
의심을 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그랬다면 자신의 견해가 옳다고 확신하며 법안에게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주석20)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