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불교·한국불교 논문및 평론

살타파륜보살의 구법정신

실론섬 2014. 7. 2. 17:19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수보리야,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구하려면 살타파륜보살과 같이 하여야 한다. 지금 이 보살은 대뇌음불이 계신곳에서 보살도를 행하고 있다."

"부처님이시여, 살타파륜보살은 어떻게 반야바라밀을 구했습니까?"

"수보리야, 보살로서 반야바라밀을 구하는 자는 살타파륜보살과 같이 수행에 힘쓰는 것이 좋다. 이 보살이 처음 반야 바라밀을 구한 것은 목숨을 내결고 한 것이었다. 사람의 자취가 끊어진 어느 산속에서 명리도 구하지 않고 선악도 잊어 버리고 오로지 일념으로 도를 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공중에서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선남자야, 여기서 동쪽으로 동쪽으로 쉬지 말고 부지런히 가라. 피로도 잊고 잠도, 먹는 것도, 낮도 밤도, 추위도 더위도 잊고, 안도 생각지 말고 바깥도 생각지 말며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고 가라. 또 가는 도중에 좌우도 살피지 말고 가는 동안에는 몸을 단정하게 가져서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라. 또한 색상도 깨트리지 말고 마음에는 좋고 나쁜 것, 아름답고 미운 것, 이치에 맞고 안 맞는 것 따위의 차별심을 가지지 말라. 모든 법의 진실성은 공해서 차별이 없는 것이다. 자기 마음의 갈등으로 여러가지 가치를 붙여서 번민하고 고통받는 씨를 뿌리고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법의 진성을 파괴하고 갈등의 마음을 더욱 불지는 것이다. 그로 인하여 언제까지나 지옥.아귀.축생세계로 헤매며 따라서 반야바라밀도 얻을 수 없으므로 결코 모든 법의 진성을 파괴해서는 안된다.'


살타파륜보살은 공중에서 이와 같은 힘있는 소리를 듣고 일어섰다. '나는 저 가르침을 꼭 따르겠다. 번뇌와 고민과 망상 가운데서 헤매는 중생을 위해 눈부신 구제의 광명이 되고 싶다. 모든 불법을 알고 무상의 정각을 얻고 싶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다시 공중에서 큰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착하다. 선남자여, 공.무상.무작의 어려운 법 가운데 신심을 일으켜 집착심이나 차별심을 세우지 않고 오직 한마음으로 반야바라밀을 구하라. 나쁜 벗을 버리고 착한 벗과 사귀며 이 법을 설하는 자와 사귀는 것이 좋다. 세간의 명예와 이익을 위해서 스승을 찾지 말고 다만 법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 법을 설하는 보살을 찾는 것이 좋다. 그러는 동안 여러 악마의 시달림도 받을 것이다. 그 악마가 시키는 일은 설사 방편으로라도 받아 들여서는 안된다. 부처는 중생에게 선근을 심어주고 싶기 때문에 방편을 가지고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오욕의 공양도 받고 모든 중생과 같은 신체와 생활등도 취하는 수가 있다. 악마가 설사 오욕의 힘으로 유혹해 오더라도 부처의 방편력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으며 악마가 하는 깃이 잔인하더라도 방편의 마음으로 그것을 참고 견디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해서 법을 구하고 스승을 찾는다면 반드시 반야바라밀을 얻을 것이고 또 자연히 너의 큰 원도 성취될 것이다.'


가르침을 듣고 난 살타파륜보살은 마음을 굳건히 하고 가르치는대로 동쪽을 향해 발을 옮겼다. 그러나 그는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떠날 때 어기로 가는 것인지 또 그곳이 얼마나 먼 곳인지등을 공중소리에게 묻기를 잊었던 것이다. 그는 막연하였다. 그리하여 그 자리에 앉아 '내가 가는 곳을 알기 전에는 여기를 떠나지 않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 그가 간절히 생각하자 공중에서 부처의 소리가 들려왔다.


'선남자여, 조금도 걱정하고 번민하지 말라. 번민은 너뿐이 아니라 과거에도 도를 구하는 사람들이 다 겪은 일이다. 용기를 잃지 말고 법을 즐겨 동쪽으로 동쪽으로 가라. 여기서 이천리를 가면 큰 성에 이른다. 그 성은 중향성이라 부르며 일곱겹의 성으로 둘려져 있고 다락집, 난간, 가로수 등 모두 칠보로 장엄한 성이다. 크기는 사백팔십리이며 많은 백성들이 살고 있고 재물이 풍족하여 오락을 즐긴다. 누구의 소유라는 것은 없으며 누구나 가지면 내 것이 되고 나만이 가는 것이라는 집착도 없다. 공의 가르침 그대로의 표현이다. 이 성에 사는 사람들이 반야의 가르침을 구해 열심히 실천한 결과인 것이다.성 가운데 크고 높은 누대가 있다. 거기에 법용보살이 아침 낮 밤 이렇게 하루 세번 법을 설하고 있다. 성에 사는 사람든 남녀노소할 것 없이 모두 누대에 올라 법용보살에게 여러가지의 공양을 올린다. 설법을 드는 사람은 듣고 기억하고 혹은 외우고 쓰는 사람, 가르침과 같이 생각하는 사람, 그대로 실행하는 사람등 실로 천태만상이나 반야를 기뻐하고 공경하는 마음은 한결같다. 너는 그곳으로 가서 법을 들어라. 법용보살은 반드시 너를 위해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두려워 말고 게으르지 말라. 밤도 낮도 장애되는 것들을 다 잊고 한 마음이 되어 가는 것이 좋다.'


이 소리를 들은 살타파륜보살은 환희심을 일으키고 아기가 어머니를 생각하듯 한시바삐 선지식을 만나 마음의 어두움을 벗기 위해 선지식의 이름만 생각하며 광명을 받아 어떤 것에도 굽히지 않겠다는 강한 뜻을 일으키니 어떠한 악마에게도 장애받지 않을 굳은 지혜가 열렸다. 살타파륜보살은 모든 법에 대해서 장애없는 자재의 신념이 열렸다. 그때에 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이야말로 네가 원하는 길이다. 우리도 본래 수행하고 있을 때 네가 지금 얻은 선정의 마음이 열려 반야바라밀의 지혜가 성취되고 여러 사람을 구제하려는 힘이 용솟음쳐 다시는 물러서지 않는 지위에 올랐던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더욱 불법을 공경하고 정진하지 않으면 아니되며 선지식에 대해서는 부처와 같이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선지식은 법용보살이다. 보살은 먼 과거로부터 한 길로 중생을 인도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다. 그 은혜를 생각하면 몇 백겁의 긴 세월동안을 두고 이 세상의 모든 보배를 공양할지라도 잠깐의 은혜를 갚기도 부족할 것이다.'


살타륜보살의 마음은 법용보살에게로 달렸다. '법용보살은 옛날부터 반야바라미을 행해서 도를 얻어 세세생생 중생을 이익되게 하고 있다고 한다. 나도 한시라도 빨리 스승을 찾아가지 않으면 아니된다.' 스승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해감에 따라 살타륜보살은 스승에게 공양할 물건도 생각했다. '스승님이 계신 곳에 갈 때는 무엇이든 공양을 해야하는데 내게는 한 벌의 옷도 넉넉지 못하며 재물도 보물도 없다. 이대로 가더라도 스승님께서는 이해하시겠지만은 나의 정성을 보일 수가 없다. 공양할 물건이 없으면 이 몸을 버려 공양할 물건과 바꿀 수 밖에 없다. 과거 긴 세월 동안 생사를 거듭해온 것도 다 욕심 때문이었으며 지옥의 불꽃도 욕심 때문이었다. 법을 얻기 위해서 그리고 은혜를 갚기 위하여 한번도 생명을 버린 적이 없었다. 지금이야말로 높은 도를 위해서 생명을 버릴때다.'


이와 같이 마음으로 결정하고 동으로 동으로 나아갔다. 도중에 어떤 큰 마을에 도착했다. 그는 여기서 몸을 팔아야 한다고 마음을 먹고 거리를 돌아 다니며 '노예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노예가 필요하지 않습니까?'하고 큰 소리로 외치며 노예를 살 사람을 찾아다녔다. 이때 악마는 '지금 이 보살에게 공양할 것을 만들어주면 반드시 도를 얻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오욕세계가 무너진다. 어떻게든지 방해해서 살 사람이 없도록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라고 생각하고 성 안에 사는 모든 사람의 귀를 막았다. 그런 줄도 모르는 살타파륜보살은 아무리 외치고 다녀도 한 사람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자 '내게 무슨 죄가 많이 이 큰 성에 노예를 살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까?'하고 거리 한모퉁이에서 서서 울고 있었다.


그러자 불교를 수호하는 제석천은 이 일을 알고 그의 결심을 시험한 후 좋은 외호자를 구해주려고 브라흐만으로 변장하여 보살곁으로 가서 물었다.

"그대는 무슨 일로 그렇게 걱정하며 울고 있는가?"

 "저는 한마음으로 법을 구하며 여기까지 왔고 이제 스승되는 법용보살이 계신 곳이 가까웠기에 이 몸을 노예로 팔아 스승께 공양할 물건을 마련하려고 하였으나 내 복덕이 부족한 탓인지 한 사람도 살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자신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그것참 잘 되었구나. 나는 지금 사람이 필요해서 찾고 있는 중이다."

브라흐만으로 변장한 제석천은 살타파륜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어떠한 일이든지 시키는대로 하겠습니다."

보살은 얼굴에 생기를 띄며 브라흐만의 옷소매를 잡고 애원했다. 그러나 브라흐만은 소매를 뿌리치고 다른 사람에게 말 하는 것처럼

"그러나 마음에 들지 않아."

"어째서 마음에 들지 않습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따뜻한 피와 고기이다. 나는 인간의 따뜻한 피와 고기를 천신께 바치려고 한다."

"따뜻한 피와 고기가 필요하시다면 저의 소원과 같습니다. 어찌 주저하겠습니까? 바라건데 이 몸을 사 주십시오. 손이든지 발이든지 가슴이든지 필요한대로 베어서 사십시오." 하고 기뻐서 외쳤다.

"그 값이 얼마인가?"

"마음대로 정하십시오."


이렇게 약속이 되자 제석천은 칼을 빼어 보살의 왼쪽 어깨를 쳐서 땅에 떨어뜨렸다. 다음에 오른쪽 가슴이 베어지고 뼈가 부러져 속에서 골수가 나올 정도로 온 몸이 산산이 베어졌다. 그러나 보살은 고요히 참고 한마디의 원망하는 빛도 말도 없었다. 그런데 마침 그 부근에 전생의 인연으로 오직 한 사람의 악마의 방해에서 빠져 나온 장자의 딸이 있었다. 그녀는 그녀의 방에서 보살의 참혹한 광경을 바라보다가 너무 심한 광경에 충격을 받아 자기 체신도 잊고 달려나와 산산히 찢어진 보살을 안아 일으키며 우선 사실 전말을 물었다.

"나는 한 마음으로 법을 구하기 위하여 여기까지 왔으나 스승인 법용보살께 드릴 공양을 위해 이 몸을 팔고 있는 중입니다."

"공양을 위해 목숨을 버리다니, 그 목숨보다 더 소중한 스승은 어떤 분입니까?"

"그분은 반야바라밀의 지혜를 구족하고 있어서 나를 위해 보살이 행할 바를 보여주실 분입니다. 나는 그분의 가르침을 따라 위없는 정각을 열어 중생의 귀의처가 되며 금빛 몸을 갖추어 대자대비의 마음을 가지고 십력, 사무애지, 육신통등 여러가지 공덕을 갖추어 모든 일에 자재하게 되므로 자유로이 중생을 구제하는 몸이 되는 것입니다."


그녀는 이 말을 듣자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참으로 절실한 구도정신입니다. 그렇게도 높은 법이라면 바닷가의 모래처럼 이 몸이 부서진들 어찌 아끼겠습니까? 공양할 물건이라도 제가 소원대로 드리겠습니다. 청컨대 제가 드리는 물건을 받아 주십시오. 될 수 있으면 법용보살이 계시는 곳에 저도 데리고 가 주십시오." 라고 진심으로 간청했다.


그때, 제석천은 브라흐마의 모습을 감추고 본래의 모습을 나타내며 말했다.

"착하다. 선남자여, 나는 제석천이다. 다만 너의 결심이 어떠한가를 시험한 것이지 본심으로 학대하고 괴롭힌 것은 아니다."

바로 그 순간 살타파륜보살의 몸은 전과 같이 되어 상처하나 없이 되어 버렸다. 장자의 딸을 보살을 문앞에서 기다리게 하고 부모님에게 가서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자세히 말씀드리고 준비가 가능한 대로 공양물을 달라고 청하였다."

"참으로 네 이야기와 같이 높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소원대로 무엇이든지 가져 가거라. 너는 참으로 좋은 곳에 눈이 뜨이었구나. 지금부터 그 사람과 공양물을 가지고 떠나는 것이 좋겠다." 라고 부모는 딸을 격려하였다.


이렇게 준비가 되어 칠보로 장엄된 오백대의 수레에 진기한 수륙과 꽃과 값진 의복 향료 영락등 여러가지 음식물을 싣고 보살으느 한가운데서 장자의 딸과 많은 시녀들에게 둘러싸여 동쪽 중향성으로 출발하였다. 중향성에 가까워지자 호수나 가로수 그외에 모든 것이 칠보로 장엄되어 그림보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보살은 성안으로 들어가 높은 누대 위에서 백천만억의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법용보살을 예배할 수 있었다. 


일행은 천천히 수레에서 내려 법용보살에게로 갔다. 거기에는 칠보의 누대가 전단향 나무로 장식되어 있고, 위에는 진주의 발이 드리워져 있으며, 네 모퉁이에는 마니 보배 구슬이 등불을 대신해서 빛나고, 사방의 항로에는 명향이 타고 있었다. 그 누대 한가운데에는 칠보로 된 큰 평상이 있고 위에는 사보의 작은 요소가 퍼져 있으며 거기에 금색으로 쓴 반야바라밀경이 안치되어 있었다. 그위에는 또 여러가지 장엄구와 깃발이 덮여 있었다.


이 장엄한 누대의 맞은편에 제석천은 권속들을 데리고 하늘의 만다라꽃과 구슬 부스러기를 섞은 명향을 뿌리고 하늘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살타파륜보살은 일찌기 보지 못했던 광경에 놀라 제석천에게 물었다.

"제석천이여, 어째서 이 누대를 즐거워해야 하는 것입니까?"

"이 누대는 모든 불보살의 어머니이신 반야바라밀을 모셔둔 곳입니다."

살타파륜보살은 반야바라밀을 모셔둔 곳이라는 말을 듣고 기쁨의 환희를 감추지 못했다.

"이 누대야 말로 내가 목숨을 버리고라도 찾아야 할 곳입니다. 청컨대 직접 볼 수 있도록 해주소서."

"그것은 안됩니다. 여기는 법용보살이 칠보의 봉인을 찍어 놓아서 우리가 여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살타파륜보살은 장자의 딸과 오백명의 시녀와 함께 가지고 온 많은 공양물을 둘로 나누어 하나는 반야바라밀에게 하나는 법용보살께 공양하려고 누대를 향해 뿌렸다. 그때 보배옷은 허공에 달려 꽃의 누각이 되고 전단향과 금은 등은 보배의 장막으로 변해지고 그 외에 다른 것은 보배일산이 되고 어떤 것은 보배 깃발이 되어 보배일산의 사방에 드리워졌다. 이것은 다 법용보살의 신통력이었다. 시녀들은 기뻐서 보시림을 일으키며 '우리도 이 법용보살처럼 불가사의한 신통력을 갖추어 반야바라밀을 설하는 몸이 되고 싶다.'라고 원으르 세웠다. 


살타파륜보살은 시녀들을 데리고 법용보살이 계신 곳에 가까이 가서 예배를 드리고 법용보살께 오늘까지 일어났던 일들을 자세히 말하고 궁금한 것을 물었다.

"저를 위해 부처님을 가르쳐 주신 시방의 여러 부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셨습니까? 저로 하여금 항상 부처님의 곁을 떠나지 않게 해 주소서. 저는 아직 완전히 깨닫지 못한 탓인지 어느 때에는 부처님이 제 앞에 나타나시고 어느 때에는 자태를 감추십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부처님의 앞에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제게 무엇보다 슬픈 일입니다."

"선남자야, 여러 부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다. 여러 법의 참다운 본성은 공한 것이므로 집착하는 눈으로 본 것처럼 났다가 없어졌다는 하는 것이 아니다. 집착하는 번뇌를 따라서 착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며 번뇌에 따라 더럽고 깨끗하며 밉고 고운 것이 아니다. 공에 집착하는 번뇌에 물들여지지 않고 거칠게 일어나는 번뇌의 밑에서도 고요하게 있어서 조금도 변함이 없다. 생과 멸, 선과 악 등의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의 집착 때문이다. 부처는 그 집착심을 버리고 적멸부동의 공한 법과 진성을 보라고 설하는 것이다. 부처는 법의 공한 진성을 깨치신 분이므로 여러 부처님께서는 온다 간다 하는 일은 없는 것이다. 모든 법의 진리와 모든 부처의 진리는 오직 하나뿐으로서 둘이나 셋이 있을 수 없다. 망상대로 분별하면 이 세상을 여러가지로 분별할 수 있으나 진리는 분별로 찾아지는 것이 아니다. 봄날 아지랑이 뒤를 따라가면서 물을 찾는 사람이 있다면 지혜없는 사람의 짓이다. 물로 보이는 아지랑이를 어찌 못이나 냇가의 물이라 하겠으며 아지랑이가 동서남북 어느 바다로 흘러간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스승이시여, 아지랑이는 못이나 냇가의 물이 아닙니다. 따라서 그 물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간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심한 뜨거움과 목마름의 갈증에 아지랑이를 물로 보고 기뻐함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부처를 두고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도 그와 같다. 여러 부처님은 방편으로 중생에게 잠깐 그 형상을 나타낼 뿐이므로 방편에 의해서는 참다운 부처를 볼 수가 없다. 참다운 부처는 참다운 도리와 같다. 방편의 부처는 부처를 담는 그릇으로서 방편 가운데 깨침을 담아야만 그 방편ㄲ지 부처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선남자여, 꿈에 무엇을 보고 깨어서까지도 현실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법은 꿈과 같다는 것을 설하였던 것이다. 꿈과 같이 잠깐 방편으로 인간에게 보여준 여러 부처를 보고 깨쳤다고 하는 자는 참 도리를 모르며 이름과 환상에 집착하여 부처를 추구하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다. 참으로 법의 진상을 모르고 오랜 세월동안 생사에 윤회하며 여러 부처님의 법을 싫어하고 반야바라밀을 싫어하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니라.


선남자여, 생멸거래가 없는 적멸부동인 모든 법의 진리를 알아 무슨 일에나 집착을 버려야 한다.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보시를 받지 말라. 보시를 받아 그 사람에게 복을 심어주게 된다면 기쁘게 보시를 받아주어 복전이 되는 것이 좋다. 집착을 버리고 자기를 위해서 받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한다면 보시와 공양을 받아도 좋다. 방편의 길을 여는 자야말로 참다운 부처님 제자라 할 것이다.


선남자여, 큰 바다에는 가지가지의 보배가 있다. 그 보배는 하늘에서 내려온 것도 아니고 땅에서 솟은 것도 아니며 동서남북의 어디에서 온 것도 아니다. 모두 인연에 의해서 생긴 것이니 인연이 다하면 없어져 버리는 것이다. 저 미묘한 악기소리 자체도 그 악기를 만든 나무 가죽 금속등으로 된 것이 아니며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 내는 것도 아니다. 여러가지의 인연이 화합하여 미묘한 소리를 내는 것이다.


지금 여러 부처가 생멸거래하는 것도 한가지의 인이나 한가지의 연이나 한가지의 공덕에 의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인연이 있어서 중생을 제도하기 좋은 시기에 세상에 나타났다가 인연이 다하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모두 인연에 의해서만 나타날 뿐이며 그 진성은 적정해서 변함이 없다. 이 이치를 알면 부처가 생멸거래하는 것도 놀랄 것 없고 슬퍼할 것 없다. 이와 같이 알아야만 참으로 위없는 정각도 열리고 반야의 지혜와 방편의 행도 성취되는 것이다."


법용보살의 설법이 끝나자 제석천은 하늘의 만다라 꽃을 살타파륜보살에게 주었다.

"선남자여, 이 꽃을 법용보살에게 공양하는 것이 좋겠다. 나는 너를 수호하리라. 너는 한없이 긴 세월동안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보살도를 행한 것이다. 네가 일심으로 구해왔다는 그 인연만으로도 백천억의 중생을 이익되게 했으니 언젠가는 무상의 정각을 얻을 것이다."

보살은 제석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그 꽃을 받아 법용보살의 머리 위에 뿌리면서 말했다.

"대사여, 저는 오늘부터 대사를 봉양하겠나이다."

그러자 장자의 딸과 오백명의 시녀들도 일제히 말했다.

"저의들도 오늘부터 대사를 봉양하겠나이다. 이 좋은 인연으로 대사께서 얻은 것과 같은 법을 얻어 세세생생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겠습니다."

살타파륜보살은 시녀들이 가져 온 오백대 수레의 여러가지 보배를 수레와 함께 법용보살에게 바치면서 말했다.

"대사여, 청컨대 이 오백명의 시녀들을 곁에 두시고 아침저녁으로 시중을 들게 하여 주시고 이 보배는 일상생활에 써 주십시오." 

이말을 듣고 제석천이 말했다.

"참으로 좋은 일이다. 모든 법의 진성이 공이란 것도 알고, 착한 일이나 공덕에도 집착을 갖지 않으며, 그 착한 일과 공덕을 보리를 위해서 보시한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다. 과거의 모든 부처도 다 이와같이 수행해서 반야바라밀을 얻었고 방편력을 구비하셨던 것이다. 이 보살도 반드시 이와같이 될 것이다."


법용보살은 선근을 심어주지 위해서 기쁘게 그 공양을 받아주었다. 그러나 본래 닦은 선근은 보리에 회향한다 해도 그 사람의 선근으로써 보리에 회향하는 것 뿐이며, 선근에 집착하지 않는 진실행이므로 선근을 닦은 보살에게 다시 그 공양을 주었다.


살타파륜보살은 해가 저물어서야 숙소로 들어와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법을 구하러 온 것이지 이 세계의 꿈같은 즐거움을 탐내서 온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눕거나 앉아서는 아니된다. 스승께서 다시 나와 설법해주실 때까지 여깃 거닐며 정진하리라.'


법용보살은 궁중에서 선정에 들어 칠년 동안 반야바라밀의 수행을 했다. 그동안 살타파륜보살은 조금도 게으르거나 피고하 기색없이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일으키지 않고 일심으로 수행을하며 스승이 설법할 시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듯 칠년이 지났다. 사라타륜보살은 스승의 설법을 듣기 위해 장자의 딸과 오백명의 시녀들과 같이 칠보로 법좌를 만들고 그 위에는 각각 웃저고리를 깔아서 설법자리를 만든 다음 주위를 깨끗이 하려고 물을 찾았으나 악마가 물을 모두 없애버렸기 때문에 구할 수가 없었다. 보살은 망설임없이 자기 몸의 피를 짜서 티끌을 없애갔다. 그러면서 그는 한없는 기쁨에 넘쳤다.


오백명의 시녀들도 악마에게 마음이 끌리는 자가 한 사람도 없으니 악마는 결국 방해할 길을 잃었다. 제석천은 감동하여 '참으로 존엄한 일이다. 이렇게까지 정진해서 보리를 구한다면 악마가 하는 것에도 움직이지 않고 무상의 정각을 얻을 것이다. 과거의 여러 부처도 이와 같았다.' 라고 칭찬하며 보살이 공양을 위해 꽃을 구하고 있음을 알고 삼천송이의 만다라 꽃을 주었다.


살타파륜보살은 꽃을 받아가지고 반은 땅에 뿌리고 반은 법용보살이 나올 때 쓰려고 남겨 두었다. 그동안 칠년의 세월이 다되어 법용보살은 백천만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베풀어 놓은 법좌로 나오셨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 되어 스승의 모습을 바라볼 때에 보살의 가슴은 기뻐 뛰었다. 잠시 후 그들은 법용보살의 앞에 나아가 하늘의 만다라 꽃을 뿌리고 공손하게 예배를 드린 후 한구석의 자리에 앉았다. 법용보살은 그들이 앉는 것을 기다려 살타파륜보살을 위해 법을 설하였다.


"선남자여, 귀르르 기울려 마음의 밑바탕에 깊이 머물러라. 내 너를 위해 반야바라밀을 설하리라. 모든 법은 평등해서 범부의 정으로 생각 것과 차별이 없다. 그것을 아는 것이 반야바라밀이므로 반야바라밀도 또한 평등하다. 법은 평등하므로 탐하는 마음으로 생각하듯이 좋고 밉고 착하고 나쁜 것이 없다. 모든 법은 탐욕에서 일어나는 집착을 떠난 것이다. 이 집착에서 떠난 반야바라밀도 또한 집착의 경계에서 떠난 것이 된다.


선남자여, 모든 법은 이와 같이 평등한 것이며 집착을 떠난 것이니 집착하는 눈으로 생멸거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릇된 것이다. 불성은 움직이지 않는다. 집착하는 마음이 이것이 좋다 이것이 나쁘다 하고 생각하는 것이지 모든 법이 좋은 일이나 나븐 일을 하는 것이 아니므로 비유하자면 생각없는 무덤이라고 말하여야 한다. 따라서 모든 법은 무서워할 것이 없다. 무서워할 것이 없으므로 두려움이 없는 법이며 같은 값을 가지고 있으므로 한 맛의 법이다. 모든 법과 하나인 반야바라밀도 또한 부동 무외 일미의 것이다. 모든 법은 끝이 없으므로 반야바라밀도 끝이 없고 모든 법은 생멸도 않으므로 반야바라밀도 또한 그러하다. 허공이 끝이 없는 것과 같이 수미산의 장엄이 극진한 것과 같이 반야바라밀도 또한 끝이 없는 장엄을 가지고 있다. 허공은 때때로 뜻하지 않는 천재지변을 일으키지만 허공에 아무런 선악의 사려가 없는 것 같이 반야바라밀도 또한 아무런 분별이 없는 것이다.


색.수.상.행.식의 오온과 지.수.화.풍.공의 오대가 다 끝이 없으므로 반야바라밀도 끝이 없으며 모든 법의 진리가 금강과 같으므로 반야바라밀도 또한 금강과 같다. 이와 같이 모든 법과 반야바라밀은 하나이므로 법은 이러이러한 것이라고 분별할 수 없는 것이며 그 진성도 이러이러한 것이라고 정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집착이 없는 것, 작용을 해도 작용하는 것이 없는 것, 이러한 것은 생각으로는 미치지 못할 불가사의한 것이다."


이 설법을 들은 살타파륜보살은 법 가운데 편안하게 머물러 모든 선정을 얻었다.


부처님께서는 이와 같이 살타파륜보살의 구법이야기를 말씀하시고 나서 다시 이렇게 말씀하셨다.

"수보리야, 지금 내가 이 삼천대천 세계에서 많은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이 모양 이 이름으로 반야바라밀을 설하고 살타파륜보살의 이야기를 한 것과 같이, 시방에 있는 강가의 모래수와 같이 많은 삼천대천 세계에는 그 세계 각각의 부처들이 많은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같은 모양 같은 이름을 가지고 반야바라밀을 설하고 있다. 반야바라밀은 참으로 여러 부처의 도로써 높은 가르침이다.


수보리야, 살타파륜보살은 잘 들어 잊어버리지 않고 저 큰 바다가 모든 물을 받아 들이는 것과 같이 항상 부처님 곁에서 떠나지 않고 부처님 계신 나라에 태어나 꿈속에서도 부처님을 떠나지 않고 모든 고난과 악마의 방해도 없이 원하는대로 어떠한 부처님이 계신 곳이라도 날 수 있는 몸이 되었다. 그것은 반야바라밀을 행한 덕으로서 그것을 통해서만 모든 공덕도 이루어지고 일체지도 얻게 된다."


이렇게 설법을 마치신 부처님은 최후로 아난에게 부탁말씀을 하셨다.

"아난아, 나는 너의 스승이며 어는 나의 제자라고 생각하는가?"

"두말할 것ㅗ 없이 부처님은 저의 스승이시며 저는 부처님의 제자임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착하다. 아난아, 나는 너의 스승이며 너는 나의 제자다. 그리고 제자로서 아무 허물없이 지내왔다. 아난아, 네가 생각하는 것, 말하는 것, 행하는 것, 모든 것이 다 내 뜻에 맞아왔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네가 한 일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아난아, 내가 죽은 뒤에는 내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반야바라밀에게 봉사하는 것이 좋다. 이것을 잊지 말고 잃어버리지 말라. 내 뒤가 끊어지지 않게 하여라. 아난아, 언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도를 구하는 사람 앞에는 반야바라밀이 있을 것이다. 이 반야바라밀이 있는 곳이야말로 현재 부처가 설법하는 곳으로 아는 것이 좋다."


부처님께서 이같이 설법하시니 일체 중생과 모든 세간 천인들이 다 함께 기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