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와 금융계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회사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상당수 임직원이 구조조정 공포에 떨고 있다. 올 2분기에 최악의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은 권오갑 사장 주도로 대규모 임원 감축에 나섰다. 한국의 1등 기업 삼성전자가 ‘과잉 인력’을 걱정한다는 보도도 심상찮은 징후다.
이런 경제현실을 보면서 6년 전 이맘때 덮친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를 떠올린다. ‘192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라는 제목이 외신에 등장하던 시기였다. 다행히도 한국은 이명박 정부와 경제계가 힘을 합쳐 비교적 성공적으로 위기를 넘겼다. 해고 태풍이 몰아친 선진국과 달리 실업 대란(大亂)도 없었다.
2008년 가을의 위기가 급성 질환이라면 지금은 만성 질환에 가깝다. 병증(病症)이 만성이라면 치료는 더 어렵다. 우리 경제가 어려울 때 종종 돌파구가 됐던 수출은 한계에 부딪힌 느낌이다. 고급 서비스업 규제 혁파를 통한 새로운 활로 찾기는 20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이다.
추락이 이어지면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6년 전에는 구본무 LG 회장이 “회사 어렵다고 사람을 내보내거나 안 뽑으면 안 된다”며 산업계의 감원 도미노를 저지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번에는 기업인의 그런 온정적 발언이 나오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2014년 경제 불안은 직접적으로는 일본 엔화 약세나 중국 기업의 급성장 같은 외부변수 탓이 크다. 그러나 좀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2008년 위기를 비교적 작은 고통으로 극복한 뒤 광풍(狂風)처럼 몰아닥친 ‘배 아픔 부추기기’의 예고된 결과라고 나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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