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경전/밀린다 팡하

3. 시간의 시원은 인식되지 않는다

실론섬 2015. 3. 24. 17:45

3. 시간의 시원은 인식되지 않는다


왕은 물었다. 

[대왕] 그대는 모든 시간의 근원적 시작(始源)은 인식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존자] 대왕이여, 어떤 사람이 조그마한 씨알 하나를 땅에 심는다고 합시다. 그 씨알은 싹이 터서 점차로 성장하고 무성하여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그 사람이 씨알을 받아 다시 땅에 심으면 또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이 종자(個體)의 연속에 끝이 있겠습니까. 

[대왕] 존자여, 그렇지 않습니다. 

[존자]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시간의 근원적 시작은 인식되지 않습니다. 


[대왕] 다시 한 번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존자] 닭이 알을 낳고, 그 알에서 닭이 생기고 또, 그 닭에서 알이 생겨납니다. 이 연속에 끝이 있겠습니까. 

[대왕] 아닙니다. 끝이 없습니다. 

[존자]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시간의 근원적 시작은 인식되지 않습니다. 


[대왕] 또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그때 나아가세나 존자는 땅에 원을 그려놓고 왕에게 물었다. 

[존자] 이 원둘레에 끝이 있습니까. 

[대왕] 없습니다. 

[존자] 대왕이여, 이와 같은 순환(循環)을 세존께서는, 눈(眼)과 형태(色)에 의하여 눈의 식별작용(眼識)이 생기고, 이들 셋이 화합했을 때 접촉(觸)이 생기고, 접촉을 연유하여 감수(受)가 생기고, 감수를 연유하여 갈애(愛)가 생기고, 갈애를 연유하여 갈구하는 행동(取 와 業)이 생기고, 행동(業)으로부터 또 다시 눈이 생겨난다.'고 하셨습니다. 연속에 끝이 있겠습니까. 

[대왕] 끝이 없습니다. 

나아가세존자는 그 밖의 감각 기관(귀,코,혀,몸,마음)의 하나 하나에 대해서 거기 알맞은 순환을 들어 반문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왕의 대답은 언제나 꼭 같았으므로 존자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존자] 대왕이여, 그와 같이 시간의 근원적 시작은 인식되지 않습니다. 

[대왕] 잘 대답하셨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