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역 아함경/중아함경

012. 화파경(破經)

실론섬 2015. 5. 10. 17:54

화파경(破經) 제 2 [초 1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석기수(釋?瘦)의 가유라위(迦維羅衛)1)에 머무실 때 니구류(尼拘類) 동산에 계셨다. 그때 존자 대목건련(大目乾連)이 비구들과 함께 점심을 마친 뒤, 할 일이 있어서 강당에 모여 앉아 있었다. 이 때 니건(尼乾)2)의 제자인 화파(破)라고 하는 석종(釋種)이 있었다. 오후가 되자, 천천히 거닐어 존자 대목건련의 처소에 이르러, 서로 안부 인사를 주고 받은 뒤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가비라위(迦毘羅衛) 가비라바소도(迦毘羅婆簫都)라고도 쓴다. 석가모니께서 탄생하신 곳으로 지금 네팔의 타라이 지방이다. 가비라 선인(仙人)이 있었다 하여 이같이 이름하였다.

니건은 인도에 있었던 외도(外道)의 일파이며 륵사바(勒沙婆)를 개조(開祖)로 하고 고행(苦行)으로써 열반에 드는 것을 제일 조건으로 한다. 그리하여 항상 몸의 털을 뽑고, 의복을 입지 않으며, 나체(裸體)로 걸식하면서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기에 고행외도(苦行外道) 나형외도(裸形外道) 노형외도(露形外道)라고도 한다.)

 

그때 존자 대목건련이 이와 같은 일을 물었다.

"화파의 생각은 어떠한가? 만일 몸과 입과 뜻을 잘 보호하는 어떤 비구가 있을 때 그대는 그런 일을 보고 이 좋지 못한 번뇌[不善漏]를 냄으로 인하여 뒷세상에까지 이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화파가 대답하였다.

"대목건련이여, 만일 몸과 입과 뜻을 잘 보호하는 어떤 비구가 있을 때 나는 그런 일을 보고 이 좋지 못한 번뇌를 냄으로 인하여 뒷세상에까지 이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목건련이여, 만일 이전 세상에 선하지 않은 행위를 한 적이 있으면 이것으로 인해 선하지 않은 번뇌를 내어 뒷세상에까지 이르게 될 것입니다."

  

훗날 어느 때 세존께서는 고요한 곳에서 앉아 계시면서 사람들보다 특출한 천이통[淨天耳]으로써 존자 대목건련이 니건의 제자 화파와 함께 이와 같이 논란하는 것을 들으셨다. 세존께서 그러한 논란을 들으신 뒤, 저녁 때[?時]가 되어 자리[宴坐]에서 일어나 강당으로 가셔서 비구 대중 앞에 자리를 깔고 앉으셨다. 세존께서 앉으시고 나서 물으셨다.

"목건련이여, 아까 니건의 제자인 석종 화파와 함께 무슨 일로 논란을 벌였으며, 또 무슨 일로 강당에 모여 있는가?"

존자 대목건련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 비구들과 함께 점심을 마친 뒤에 할 일이 있어 강당에 모여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니건의 제자 석종 화파가 오후에 천천히 거닐어 제가 있는 곳으로 왔습니다. 그래서 서로 안부 인사를 나눈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았습니다. 저는 '화파의 생각에는 어떠한가? 만일 몸과 입과 뜻을 잘 보호하는 어떤 비구가 있다고 할 때 그대는 그런 사람을 보고 그들이 좋지 못한 번뇌를 냄으로 인하여 뒷세상에까지 이르게 되리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습니다. 니건의 제자 석종 화파는 곧 제 물음에 대하여 '만일 몸과 입과 뜻을 잘 보호하는 어떤 비구가 있다면 나는 그런 사람을 볼 때 그들이 이 좋지 못한 번뇌를 냄으로 인하여 뒷세상에까지 이르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대목건련이여, 만일 전생에 선하지 않은 행을 행하였다면 이것으로 인해 선하지 않은 번뇌를 내어 뒷세상에까지 이르게 될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아까 니건의 제자 석종 화파와 함께 이야기한 내용이 이와 같습니다. 이 일로써 강당에 모여 앉아 있었습니다."

  

이에 세존께서는 니건의 제자인 석종 화파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내가 말하는 것이 옳거든 너는 마땅히 옳다고 하고, 옳지 않거든 너는 마땅히 옳지 않다고 말해야 하느니라. 그리고 너에게 의문나는 것이 있거든 곧 '사문 구담(瞿曇)이시여, 여기에 무슨 일이 있으며, 여기에 무슨 뜻이 있습니까?' 하고 내게 물어라. 그리하여 내가 말하는 바를 네가 수용할 수 있다면 나는 너와 함께 이 일을 논하겠다."

화파가 대답하였다.

"사문 구담이시여, 만일 말씀하시는 바가 옳으면 저는 마땅히 옳다고 할 것이요, 만일 옳지 않으면 옳지 않다고 말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의문나는 것이 있으면 마땅히 '구담이시여, 여기에는 무슨 일이 있으며, 여기에는 무슨 뜻이 있습니까?' 하고 구담께 여쭙겠습니다. 사문 구담께서 말씀하신 바를 저는 곧 받아 지니겠습니다. 사문 구담이시여, 마땅히 저와 함께 이 일을 의논 해 주십시오."

  

세존께서 물으셨다.

"화파의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어떤 비구가 선하지 않은 몸의 행과 번뇌[漏] 번열(煩熱) 걱정 슬픔을 내었더라도, 그는 뒷날에 선하지 않은 몸의 행이 소멸되어 다시는 새로운 업을 짓지 않고, 묵은 업을 버리며 곧 현재 세계에서 문득 최후의 경지[究竟]를 얻어, 번열이 없고 항상 머무르며 변하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은 거룩한 지혜로써 보는 바[所見]요, 거룩한 지혜로써 아는 바[所知]이다. 몸으로 불선(不善)을 행하고 입으로 불선을 행하며, 뜻으로 불선을 행하여 무명(無明)의 행과 번뇌 번열 걱정 슬픔이 있더라도 그는 뒷날에 불선한 무명의 행이 소멸되어, 다시는 새로운 업을 짓지 않고 묵은 업을 버리며 곧 현재 세계에서 문득 최후의 경지를 얻어, 번열이 없고 항상 머무르며 변하지 않는다. 이것은 거룩한 지혜로써 보는 바요, 거룩한 지혜로써 아는 바이다. 화파의 생각에는 어떠하냐? 이와 같이 비구가 몸과 입과 뜻을 잘 보호한다면 너는 곧 이것을 보고 이 좋지 못한 번뇌를 냄으로 인하여 뒷세상에까지 이르게 되겠는가?"

"구담이시여, 만일 어떤 비구가 이와 같이 몸과 입과 뜻을 잘 보호한다면 제가 이것을 보지 않을 경우 이 좋지 못한 번뇌를 냄으로 인하여 뒷세상에까지 이르게 될 것입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찬탄하며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화파여, 화파의 생각에는 어떠하냐? 어떤 비구가 무명이 이미 다하고 명(明)이 이미 생겨났으면 그는 무명이 이미 다하고 명이 이미 생겨난 다음에 뒷세상의 몸[後身]에 대하여 감각을 내면 곧 뒷세상의 몸에 대하여 감각을 낸 줄을 알며, 뒷세상의 수명에 대하여 감각을 내면, 곧 뒷세상의 수명에 대하여 감각을 낸 줄을 안다. 그리고 몸이 무너지고 목숨[命]이 끝나고 수(壽)가 다해 미치면 곧 현재 세계에서 일체의 감각이 다 그쳐 쉬게 된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싸늘하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는 사실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화파여, 비유하면 마치 나무로 인해 그림자가 생기는 것과 같다. 만일 어떤 사람이 예리한 도끼를 가지고 와서 그 나무 뿌리를 끊되, 조각조각 베고 끊어 열 조각으로 쪼개 나누거나 혹은 백 조각으로 나누어 불에 태워 재로 만들거나 혹은 큰 바람에 날리거나 물 속에 넣는다면, 화파야, 네 생각엔 어떠하냐? 그림자는 나무로 인해 있는 것인데, 저 그림자는 이렇게 함으로 인하여 이미 그 근원이 끊어져 없어졌으니 다시는 생기지 않겠는가?"

"그렇습니다, 구담이시여."

  

"화파여, 비구도 또한 이와 같다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무명이 이미 다하고 명(明)이 생겨나면 그는 무명이 이미 다하고 명이 생긴 줄을 알며, 뒷세상의 몸에 대한 감각을 내면 문득 뒷세상의 몸에 대해 감각을 낸 줄을 알며, 뒷세상의 수명에 대하여 감각을 내면 문득 뒷세상의 수명에 대하여 감각을 낸 줄을 알게 된다.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고 수(壽)가 다해 마치면 곧 현재 세계에서 일체의 감각이 곧 다 그쳐 쉬게 된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싸늘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화파여, 비구는 이와 같이 바르게 심해탈(心解脫)하여 문득 6선주처(善住處)를 얻나니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6선주처란 6근(根)이 6진(塵)에 대하여 집착하지 않고 정념(正念) 정지(正智)에 안주(安住)하는 생활상태로서 6상주(常住)라고도 한다.)


화파여, 비구는 눈으로 빛깔[色]을 보고도 기뻐하지 않고 걱정하지도 않으며, 구함을 버리고 아무런 작위가 없으면[無爲], 바른 생각[正念]과 바른 지혜[正智]가 된다. 


화파여, 비구는 이와 같이 바르게 심해탈하나니, 이것을 첫 번째 선주처(善住處)를 얻은 것이라 한다. 이와 같이 귀 코 혀 몸도 마찬가지이며, 뜻도 대상경계인 법(法)을 대하여 알고도 기뻐하지 않고 걱정하지도 않으며 구함을 버리고 아무런 작위가 없으면[無爲], 바른 생각과 바른 지혜가 된다. 


화파여, 비구는 이와 같이 바르게 심해탈하나니 이것을 여섯 번째 선주처를 얻은 것이라고 한다. 

화파여, 비구는 이와 같이 바르게 심해탈하여 이 여섯 선주처를 얻는다."

  

화파가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구담이시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들[多聞聖弟子]은 이와 같이 바르게 심해탈하여 여섯 선주처(善住處)를 얻습니다. 

무엇을 여섯 가지라 하는가? 

구담이시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들은 눈으로 빛깔[色]을 보고도 기뻐하지 않고 걱정하지도 않으며 구함을 버리고 아무런 작위가 없으면[無爲], 바른 생각과 바른 지혜가 됩니다. 


구담이시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들은 이와 같이 바르게 심해탈하나니, 이것을 첫 번째 선주처를 얻은 것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이 귀 코 혀 몸도 마찬가지이며, 뜻이 대상경계인 법(法)에 대하여 기뻐하지도 않고 걱정하지도 않으며 구함을 버리고 아무런 작위가 없으면, 바른 생각과 바른 지혜가 됩니다. 이와 같이 구담이시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들은 이와 같이 바르게 심해탈하나니, 이것을 여섯 번째 선주처를 얻은 것이라 합니다. 이와 같이 구담이시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들은 바르게 심해탈하여 이 여섯 가지 선주처를 얻습니다."

  

화파가 세존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저는 이미 알았습니다. 선서(善逝)시여, 저는 이미 이해하였습니다. 구담이시여, 마치 눈 밝은 사람이 엎어진 것을 뒤집어 놓으며 덮여 있는 것을 드러내며, 헤매는 자에게는 길을 가르쳐 주고, 어둠 속에 등불을 밝히는 것과 같습니다. 만일 눈이 있는 사람은 곧 빛깔[色]을 볼 수 있듯이 사문 구담도 또한 이와 같습니다. 저를 위하여 무량한 방편으로 법을 설해 주시고, 뜻을 나타내시어 그 길을 따라가게 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스스로 부처님 법 비구 대중에게 귀의합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제가 우바새(優婆塞)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을 다하는 그날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마치 어떤 사람이 좋지 못한 말을 기르면서 이익을 바라지만 부질없이 제 몸만 고달프고 이익은 거두지 못하는 것처럼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그와 같았습니다. 저 어리석은 니건(尼乾)은 분명하게 깨닫지 못했고 능히 이해하지 못했으며, 좋은 밭[良田]을 알지 못하고 또 스스로 살피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저는 오랫동안 그를 받들어 공경을 다하여 공양하고 예로써 섬기면서 이익 얻기를 바랐으나, 한갖 괴로움만 당하고 아무런 이익이 없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다시 스스로 부처님 법 비구 대중에게 귀의합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제가 우바새(優婆塞)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을 다하는 그날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원래 무지하여 저 어리석은 니건을 믿고 공경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부터는 그만두겠습니다. 왜냐 하면 저를 속였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세 번째로 부처님 법 비구 대중에게 귀의합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제가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화파와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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