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역 아함경/증일아함경

16. 화멸품(火滅品)

실론섬 2015. 5. 15. 17:11

16. 화멸품(火滅品)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난타(難陀)는 사위성(舍衛城)에 있는 상화원(象華園)에 있었다.

  

그때 존자 난타는 한가롭고 고요한 곳에서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였다.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을 만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억 겁(劫)을 지내야 비로소 출현하시니 참으로 뵐 수가 없다. 여래는 참으로 오랜 세월이 흘러서야 비로소 세상에 출현하신다. 마치 우담발화(優曇鉢華)가 오랜만에 피는 것처럼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을 만나는 일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억 겁을 지내야 비로소 나타나시니 참으로 뵐 수가 없다. 여래께서 출현하시는 그 곳도 또한 만나기 어렵다. 여래께서는 모든 행(行)이 다 쉬었고 애욕도 다하여 남음이 없으시며, 물들고 더러움도 없으시고 아주 사라져 열반에 들어가셨다.'


그때 어떤 마행(魔行) 천자가 존자 난타가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고는 곧 석가 종족의 딸 손타리(孫陀利)에게로 가서 허공을 날면서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그대는 이제 기쁜 마음을 내어

  몸을 단장하고 풍악을 울려라.

  난타가 지금 법복을 버리고

  그대에게 찾아가 즐겁게 놀리라.


그때 석가 종족의 딸 손타리는 천자의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녀는 곧 몸을 단장하고 방을 꾸미고 좋은 자리를 펴고 풍악을 울렸다. 마치 난타가 전에 속가에 있을 때와 다름이 없게 꾸며 놓았다.

  

그때 파사닉왕(波斯匿王)은 보회(普會) 강당에 있다가 난타 비구가 법복을 벗어버리고 속가로 돌아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말을 듣게 된 까닭은 어떤 천자가 허공에서 그 아내에게 알려주었기 때문이었다.

  

파사닉왕은 그 소식을 듣고 나서 문득 마음속에 시름이 생기고 걱정되어 곧 흰 코끼리를 타고 그 동산으로 찾아갔다. 그 동산에 이르러 곧 화상지(華象池)로 들어가 멀리서 존자 난타를 바라보고 앞으로 난타가 있는 곳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존자 난타가 파사닉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무슨 연고로 여기에 오셨습니까? 얼굴빛이 변하고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무슨 일로 왔습니까?"

파사닉왕이 말하였다.

"존자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나는 좀 전에 보회 강당에 있다가, 존자께서 법복을 버리고 세속의 옷으로 갈아입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일부러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존자께서 누구에게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난타는 빙그레 웃으면서 천천히 왕에게 말하였다.

"보지도 않고 직접 듣지도 않았으면서, 대왕께서는 무슨 이유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대왕이여, 어찌 여래의 주변 사람들로부터 내가 모든 번뇌를 이미 다 제거하여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梵行)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사람의 태(胎)를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알며, 지금은 아라한이 되어 마음의 해탈을 얻었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습니까?"

파사닉왕이 말하였다.

"나는 여래로부터 '난타 비구는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아라한이 되어 마음이 해탈하였다'는 말씀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왜냐 하면 나는 '어떤 천자가 석가 종족의 딸인 손타리라는 여인에게 와서 말하자 손타리 부인은 그 말을 듣고 곧 풍악을 울리고 복장을 꾸미고 자리를 폈다'는 말만 들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 소식을 듣고 곧 존자의 처소로 달려온 것입니다."


난타가 말하였다.

"왕은 알지도 못하고 직접 듣지도 못했으면서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모든 사문 바라문들은 휴식의 즐거움·잘 가는 즐거움·사문의 즐거움·열반의 즐거움을 즐거워하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음욕의 불구덩이는 바라보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다시 그런 일에 나아간다는 것은 당치도 않은 일입니다.

  

뼈는 마치 쇠사슬 같고 살은 돌을 모아놓은 것 같아서, 마치 꿀을 칼날에 발라놓으면 사람들은 앉아서 조그만 이익을 탐내면서 뒷날의 걱정을 염려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또 열매가 너무 번성하면 가지가 부러지는 것과 같으며, 또 빌린 물건은 오래지 않아 꼭 갚아야 하는 경우와 같습니다. 또 그것은 칼나무[劍樹] 숲과 같고 또한 독이 들어있어 사람을 해치는 약과 같으며, 독이 들어있는 꽃이나 과일과 같은 것입니다. 이 음욕 보기를 이와 같이 하면서 거기에 집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저 불구덩이로부터 시작하여 나아가 독한 과일에 이르기까지의 이런 일들을 관찰하지 않고서 애욕의 흐름[欲流]·존재의 흐름[有流]·소견의 흐름[見流]·무명의 흐름[無明流]을 건너고자 한다면, 그 일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입니다. 애욕의 흐름·존재의 흐름·소견의 흐름·무명의 흐름을 건너지도 못했으면서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세계에 들어가 반열반[般泥洹]을 얻으려고 한다면 그 일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꼭 아셔야만 합니다. 저 사문 바라문들이 휴식의 즐거움·잘 가는 즐거움·사문의 즐거움·열반의 즐거움을 관찰하는 일은 필연적인 것입니다. 저들은 이러한 관찰로써 음욕 구덩이의 불을 분명하게 깨달아, 뼈는 마치 쇠사슬 같고 살은 돌을 모아놓은 것 같으며, 마치 꿀을 칼날에 발라놓은 것 같고 또 열매가 너무 번성하면 가지가 부러지는 것과 같으며, 빌린 물건은 오래지 않아 꼭 갚아야 하는 경우와 같고 또 그것은 칼나무 숲이나 독한 나무나 독이 들어있어 사람을 해치는 약과 같은 것이라고 모두 그렇게 관찰하여 깨달아 안다는 것은 그럴 수 있는 일입니다.

  

이미 음욕의 불이 일어나는 것을 깨달아 알고 나면, 곧 애욕의 흐름·존재의 흐름·소견의 흐름·무명의 흐름을 건너게 될 것이니, 그 일은 필연적인 일입니다. 그가 이미 애욕의 흐름·존재의 흐름·소견의 흐름·무명의 흐름을 건넜다면, 그 일도 필연적인 일입니다.

  

어떻습니까? 대왕께서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알았기에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대왕이시여, 지금 나는 이미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나고 죽음은 이미 끝났고 범행(梵行)은 이미 섰으며 해야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어머니 태에 드는 일이 없으며, 마음의 해탈[心解脫]을 얻었습니다."

  

그때 파사닉왕이 마음 속으로 매우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착한 마음이 생겨 존자 난타에게 아뢰었다.

"나는 지금 털끝 만한 의심도 없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존자께서 아라한이 된 줄을 알았습니다. 저는 이제 나라 일이 바빠 하직인사를 하고 돌아가고자 합니다."

난타가 대답하였다.

"좋을 대로 하십시오."

  

그때 파사닉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의 발에 예배하고 곧 물러나 떠나갔다. 파사닉왕이 떠나간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을 무렵, 그 때 마천(魔天)이 존자 난타의 처소로 찾아와 허공에 머물러 있으면서 다시 아래와 같은 게송으로 난타에게 말하였다.


  부인의 얼굴 모습 달과 같으며

  금과 은과 영락으로 단장한 몸

  저 아름다운 모습을 생각해 보오

  다섯 가지 풍악으로 늘 즐긴다오.


  거문고 타고 노래도 부르는데

  그 소리 매우 부드럽고 아름답네.

  온갖 근심 걱정을 떨쳐버리고

  이 숲에서 즐길 수 있으리라.


그때 곧 존자 난타는 '이것은 마행천인(魔行天人)의 짓이다'라고 생각하였다. 그런 사실을 깨닫고 나서 곧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도 옛날엔 그런 마음이 있어

  음란에 빠져 만족할 줄 모르고

  애욕에 얽히고 또한 쌓인 채

  늙고 병들고 죽는 줄을 깨닫지 못하였다.


  나는 이미 애욕의 깊은 못 건너

  더러움 없고 물들 것도 없나니

  영화와 지위는 모두가 괴로운 것

  나 홀로 진여(眞如)의 법의 맛 즐기노라.


  나는 이제 그 어떤 번뇌[結]도 없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없어졌다.

  다시는 그런 짓을 익히지 않으리니

  너 어리석은 자여 마땅히 그런 줄 알라.


그때 저 마행천인은 이 말을 듣고 곧 근심에 잠겨 곧 그곳에서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 많은 비구들은 이러한 사실을 세존께 자세하게 아뢰었다.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단정하기로 말하면 난타 비구보다 더 나은 이가 없다. 모든 감각기관이 담박(澹泊)한 이도 또한 난타 비구이니라. 욕심이 없는 이도 역시 난타 비구이고, 성냄이 없는 이도 난타 비구이며, 어리석음이 없는 이도 바로 난타 비구요, 아라한(阿羅漢)이 된 이도 또한 난타 비구이다. 왜냐 하면, 난타 비구는 단정하고 모든 감각기관이 고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어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성문(聲聞) 제자들 중에 제일 단정한 이도 바로 난타 비구요, 모든 감각기관이 고요한 이도 바로 난타 비구이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두 가지 열반 세계가 있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인가? 유여열반(有餘涅槃)1)의 세계와 무여열반(無餘涅槃)2)의 세계이니라. 


어떤 것을 유여열반의 세계라고 하는가? 

비구가 5하분결(下分結) 3)을 없애고 저 반열반(般涅槃)에 들어 이 세상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을 곧 유여열반의 세계라고 한다. 

(유여열반은 유여의열반(有餘依涅槃)이라고도 한다. 탐(貪)·진(瞋)·치(癡) 따위의 모든 번뇌(煩惱)는 다 끊어졌으나 업보로 받은 육신은 없애지 못한 열반을 말한다.

무여열반은 무여의열반(無餘依涅槃)이라고도 한다. 탐·진·치 따위의 모든 번뇌가 다 끊어졌고 업보로 받은 육신까지 모두 없앤 열반을 말한다.

5하분결은 욕계(欲界) 중생들의 다섯 가지 번뇌. 즉, 신견(身見)·의(疑)·계금취견(戒禁取見)·욕탐(欲貪)·진에(瞋?)를 말한다.)


저 어떤 것을 무여열반의 세계라고 하는가? 

비구가 번뇌를 다 끊고 번뇌가 없어져서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로 해탈하며 몸으로 증득하여 스스로 즐겁게 노닐며,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해야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알면, 이것을 무여열반의 세계라고 한다.

 

이것이 두 가지 열반의 세계이다. 마땅히 방편을 구해 무여열반의 세계로 가도록 하라.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까마귀로 비유를 들어 말하고, 또 돼지로 비유를 들어 말하리니 잘 사유하라. 내가 이제 자세히 설명하리라."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을 까마귀 같다고 비유하는가? 어떤 사람은 적막하고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항상 음욕(淫欲)을 익히고 온갖 악한 짓을 하다가 나중에 갑자기 부끄러워하고 스스로 뉘우쳐서, 사람들을 향해 제가 한 일을 모두 말한다. 그 까닭은 혹 범행을 닦는 모든 사람들이 그를 보고 '이 사람은 음욕을 익히고 온갖 악한 짓을 저질렀다'고 조롱하고 나무랄까 두려워해서이다. 그래서 제가 지은 악한 짓들을 다 남들 앞에서 뉘우치고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저 까마귀가 늘 배고픔에 고통받다가 문득 더러운 것을 먹고는 곧 주둥이를 닦는데, 그것은 다른 새들이 그것을 보고 '이 까마귀는 더러운 것을 먹었다'고 말할까 두려워해서 그렇게 하는 것과 같다. 그 사람들도 또한 그와 같아서 적막하고 고요한 곳에서 음욕을 익히고 온갖 좋지 못한 짓을 하다가 나중에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뉘우쳐서 제가 한 일을 모두 남에게 말한다. 그 까닭은 혹 범행을 닦는 사람들이 그것을 보아 알고 '이 사람은 음욕을 익히고 온갖 나쁜 짓을 저질렀다'고 말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곧 어떤 사람은 까마귀와 같다고 비유하는 것이니라.

  

어떤 사람을 돼지와 같다고 비유하는가? 어떤 사람은 적막하고 조용한 곳에서 오래도록 음욕을 익히고 온갖 나쁜 짓을 행하고도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고 또 뉘우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남에게 뽐내고 자랑하며 '나는 다섯 가지 욕락(欲樂)을 누리는데 저 모든 사람들은 다섯 가지 욕락도 누리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는 나쁜 짓을 하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이런 사람을 비유하면 마치 저 돼지가 항상 더러운 것을 먹고 더러운 곳에 누워지내면서 다른 돼지들에게 뽐내는 것처럼, 어떤 사람은 음욕을 익히고 온갖 나쁜 짓을 하고도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고 뉘우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남에게 뽐내고 자랑하기를 '나는 다섯 가지 욕락을 누리는데 저 모든 사람들은 저 다섯 가지 욕락도 누리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곧 어떤 사람은 돼지와 같다고 비유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그런 짓을 버리고 멀리 여의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노새와 같고 소와 같은 사람에 대해 설명하리니 자세히 듣고 잘 사유하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을 노새와 같은 사람이라고 하는가? 

어떤 사람은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法衣)를 입고, 신심(信心)을 굳게 가지고 출가(出家)하여 도를 배운다. 그러나 그때 그 사람은 감각기관[根]이 안정되지 못하여, 만약 눈으로 빛깔을 보면 그것을 따라 빛깔이라는 생각을 일으켜 만 갈래로 마음이 치달리지 않는 곳이 없다. 그때 눈이 깨끗하지 못해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내어 제어할 수가 없게 되고 온갖 악이 두루 모여 그 눈마저도 보호하지 못하고 만다.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맛을 보고, 몸으로 보드라움을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이며, 뜻으로 법을 알면 이내 의식의 병을 일으켜 마음이 치달리지 않는 곳이 없다. 그때 뜻이 깨끗하지 못해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내어 제어할 수가 없게 되고 온갖 악이 두루 모여 그 뜻마저도 보호하지 못하고 만다.

  

그래서 위의(威儀)와 예절(禮節)의 법도가 없어 걸음걸이와 나아가고 그치며, 굽히고 펴며, 숙이고 쳐다보며,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는 것 등에서 모두 계율을 어긴다. 그래서 범행을 닦는 사람들은 그를 보고는 '쯧쯧, 이 어리석은 사람은 모양만 사문 같구나'라고 조롱하고 나무라고는 곧 '만일 올바른 사문이라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며 꾸짖어 쫓아낼 것이다.

  

그래도 그는 말하기를 '나도 비구다, 나도 비구야'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노새가 소의 무리 속에 들어가서 스스로를 일컬어 '나도 소다, 나도 소야'라고 하지만, 그 두 귀를 보아도 소와 닮지 않았고 뿔이나 꼬리도 닮지 않았으며 소리도 서로 다른 것과 같다. 그때 소들은 혹은 뿔로 떠받고 발로 짓밟으며 혹은 입으로 문다.

  

이제 그 비구도 그와 같아서 온갖 감각기관이 안정되지 않아 눈으로 빛깔을 보면 그것을 따라 빛깔이라는 생각을 일으켜 마음이 치달리지 않는 곳이 없다. 그때는 눈이 깨끗하지 못해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내어 제어할 수가 없게 되고 온갖 악이 두루 모여 그 눈마저도 보호하지 못하고 만다.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맛을 보고, 몸으로 부드러움을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이며, 뜻으로 법을 분별해 알면 그것을 따라 의식의 병을 일으켜 마음이 치달리지 않는 곳이 없다.

  

그때는 뜻이 깨끗하지 못해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내어 제어할 수가 없게 되어서 온갖 악이 두루 모여 그 뜻마저도 보호하지 못하고 만다.

  

그래서 위의(威儀)와 예절의 법도가 없어 걸음걸이와 나아가고 그치며, 굽히고 펴며, 숙이고 쳐다보며,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는 것 등에 있어서 모두 계율을 어긴다. 그래서 범행을 닦는 사람들은 그를 보고는 '쯧쯧, 이 어리석은 사람은 모양만 사문 같구나'라고 조롱하고 나무라고는 곧 '만일 올바른 사문이라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며 꾸짖어 쫓아낼 것이다.

  

그래도 그는 말하기를 '나도 사문이다'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노새가 소의 무리 속에 끼여있는 것과 같다. 이것이 곧 어떤 사람은 노새와 같다는 것이니라.

  

어떤 사람을 소와 같은 사람이라고 하는가? 

어떤 사람은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法衣)를 입고, 신심(信心)을 굳게 가지고 출가(出家)하여 도를 배운다. 그때 그 사람은 모든 감각기관[根]이 고요하고 음식도 절도 있게 먹으며, 온종일 거닐면서 일찍이 버리는 일이 없이 마음이 37조도품(助道品)에서 노닌다. 그는 눈으로 빛깔을 보고도 빛깔이라는 생각을 내지 않고 또한 치달리는 생각도 없다. 그럴 때엔 눈은 깨끗하고 온갖 착한 생각을 내며, 또 잘 억제하여 모든 악한 생각이 없으며, 언제나 그 눈을 잘 보호한다.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맛을 보고, 몸으로 부드러움을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이며, 뜻이 법에 대해서도 의식의 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때는 뜻이 깨끗하게 되어 범행을 닦는 사람들에게 가면 범행을 닦는 사람들은 그가 오는 것을 멀리서 보고 모두들 '잘 오셨소, 동지여'라고 하면서 제 때에 공양을 올리고 모자람이 없게 해줄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좋은 소가 소들의 무리 속에 들어가서 '나도 소다'라고 스스로 일컬으면, 그 소는 털·꼬리·귀·뿔·소리까지 모두 소와 똑같아서 다른 소들이 그것을 보고는 제각기 와서 몸을 핥아 주는 것과 같다.

  

그와 같아서 어떤 사람은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견고한 믿음을 가지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 그때 그 사람은 모든 감각기관이 안정되어 고요하고 음식에도 절도가 있으며, 온종일 거닐면서 일찍이 버리는 일이 없이 마음이 37조도품에 노닌다. 그는 눈으로 빛깔을 보고도 빛깔이라는 생각을 내지 않고 또한 치달리는 생각도 없다. 그럴 때엔 그의 눈은 깨끗하고 온갖 착한 생각을 내며, 또 잘 억제하여 모든 악한 생각이 없으며, 언제나 그 눈을 잘 보호한다.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맛을 보고, 몸으로 부드러움을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이며, 뜻이 법에 대해서도 의식의 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때는 뜻이 원만함을 얻게 된다. 이것이 어떤 사람은 소와 같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이여, 그대들은 소와 같기를 배우고 노새를 본받지 말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착한 행과 착하지 못한 행에 대하여 설명하리니, 자세히 듣고 잘 사유하라."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것이 착하지 못한 행이며, 어떤 것이 착한 행인가? 

말하자면, 살아있는 목숨을 죽이는 것은 착하지 못한 행이요, 살아있는 목숨을 죽이지 않는 것은 착한 행이다. 

주지 않는 것을 취하는 것은 착하지 못한 행이요, 주지 않는 것을 취하지 않는 것은 착한 행이다. 

음탕한 짓을 하는 것은 착하지 못한 행이요, 음탕한 짓을 하지 않는 것은 착한 행이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착하지 못한 행이요,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은 착한 행이다.

비단처럼 번지르르한 말을 하는 것은 착하지 못한 행이요, 비단처럼 번지르르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착한 행이다. 

이간하는 말을 하는 것은 착하지 못한 행이요, 이간하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착한 행이다. 

남과 싸우는 것은 착하지 못한 행이요, 남과 싸우지 않는 것은 착한 행이다. 

남의 것을 탐내는 것은 착하지 못한 행이요, 남의 것을 탐내지 않는 것은 착한 행이다. 

성을 내는 것은 착하지 못한 행이요, 성을 내지 않는 것은 착한 행이다. 

삿된 소견을 일으키는 것은 착하지 못한 행이요, 바른 소견을 내는 것은 착한 행이다.

  

이와 같나니, 비구가 이런 악한 일을 행하면 축생·아귀·지옥의 세계에 떨어질 것이요, 만약 선한 일을 행하면 인간과 천상 같은 좋은 세계나 혹은 아수라로 태어날 것이다. 그러므로 나쁜 행을 멀리 여의고 착한 행을 닦아 익혀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너희들을 위해 묘한 법을 설하리라. 그것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으며 마지막까지 다 좋다. 뜻도 있고 맛도 있으며, 범행을 원만하게 갖추는 법을 닦을 수 있는 것이니, 그것은 이른바 두 가지 법이니라. 자세히 듣고 잘 사유하라. 내 이제 너희들을 위해 자세히 설명하리라."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것이 두 가지 법인가? 

말하자면 삿된 소견[邪見]과 바른 소견[定見]이요, 

삿된 다스림[邪治]과 바른 다스림[正治]이며, 

삿된 말[邪語]과 바른 말[正語]이요, 

삿된 업[邪業]과 바른 업[正業]이며, 

삿된 생활[邪命]과 바른 생활[正命]이요, 

삿된 방편[邪方便]과 바른 방편[正方便]이며, 

삿된 기억[邪念]과 바른 기억[正念]이요, 

삿된 삼매[邪三昧]와 바른 삼매[正三昧]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두 가지 법이라고 말한다.

  

나는 지금 너희들을 위해 이미 이 두 가지 법을 말하였다. 내가 꼭 해야 할 일은 이제 모두 다 마쳤다. 잘 사유하고 관찰하고 외우되 게을리 하지 말라. 지금 수행하지 않으면 뒷날 후회해도 소용이 없으리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밝은 등불의 법과 또한 등불로 말미암아 도(道)에 나아가는 업(業)을 말해주리라.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서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모든 비구들이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것을 밝은 등불이라고 하는가? 탐냄·성냄·어리석음이 없어진 것을 말한다. 어떤 것을 등불로 말미암아 도에 나아가는 업이라고 하는가? 바른 소견·바른 다스림·바른 말·바른 행위·바른 생활·바른 방편·바른 기억·바른 삼매를 말하는 것이다. 이것을 등불로 말미암아 도에 나아가는 업이라고 한다.

  

나는 이로 말미암아 등불을 말하였고, 또 등불로 인하여 도에 나아가는 업에 대하여 말하였다.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이제 완전히 마쳤다. 잘 생각하고 관찰하고 외우되 게을리 하지 말라. 지금 수행하지 않으면 뒷날 후회해도 소용이 없으리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기 두 가지 힘[力]이 있다. 어떤 것이 두 가지 힘인가? 참는 힘[忍力]과 사유하는 힘[思惟力]을 말하는 것이다. 만일 나에게 이 두 가지 힘이 없었더라면 끝내 위없이 바르고 참된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지 못하였을 것이다. 또 이 두 가지 힘이 없었더라면 끝끝내 우류비(優留毗)에서 6년 동안 고행하지 못하였을 것이요, 또 마(魔)를 항복 받고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이루어 도량에 앉아 있지 못하였을 것이다.

 

나에게 이 참는 힘과 사유하는 힘이 있었기 때문에 곧 악마를 항복 받고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이루어 도량에 앉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그대들은 꼭 방편(方便)을 구하여 이 두 가지 힘인 참는 힘과 사유하는 힘을 닦아 수다원도(須陀洹道)·사다함도(斯陀含道)·아나함도(阿那含道)·아라한도(阿羅漢道)를 이루어 저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세계에서 반열반(般涅槃)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존자 아나율(阿那律)은 옛날 자기가 태어났던 곳인 구시나갈(拘尸那竭)국에 있었다.

  

그때 제석천(帝釋天)과 범천(梵天)과 사천왕(四天王) 및 5백 천인(天人)과 28명의 큰 귀신왕들이 존자(尊者) 아나율의 처소로 찾아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아 게송으로 아나율을 찬탄하였다.


  사람 중의 높은 분께 귀명(歸命)하나니

  뭇 사람의 존경을 받는 분이시여

  우리들은 지금 어떤 선정(禪定)을

  의지해 닦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사발타(?拔?)라는 범지(梵志)가 있었다. 그는 범마유(梵摩喩)의 제자였다. 그 또한 아나율의 처소로 찾아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아 아나율에게 물었다.

"나는 옛날에 왕궁에 태어났지만 일찍이 이런 자연(自然)의 향기를 맡아 본 적이 없습니다. 어떤 사람이 여기에 와 있기에 이런 향기가 납니까? 혹 하늘입니까, 용입니까, 귀신입니까? 그도 아니면 혹 사람인 듯 사람 아닌 것입니까?"

그러자 아나율이 범지에게 대답하였다.

"아까 제석천과 범천과 사천왕과 5백 천인, 그리고 28명의 큰 귀신왕들이 내게 찾아와 머리를 조아려 내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아 다시 이런 게송으로 나를 찬탄하였었다."


  사람 중의 높은 분께 귀명하나니

  뭇 사람의 존경을 받는 분이시여

  우리들은 지금 어떤 선정을

  의지해 닦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범지가 물었다.

"무슨 까닭으로 나는 그들의 형상을 볼 수 없습니까? 제석천·범천·사천왕들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아나율이 대답하였다.

"너는 천안(天眼)이 없기 때문에 제석천·범천·사천왕·5백 천인·28명의 큰 귀신왕들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범지가 물었다.

"만일 내가 천안을 얻는다면 이 제석천·범천·사천왕·5백 천인·28명의 큰 귀신왕들을 볼 수 있습니까?"

아나율이 대답하였다.

"만일 천안을 얻는다면 곧 제석천·범천·사천왕·5백 천인과 28명의 큰 귀신왕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또 범지여, 그 천안은 그리 기이한 것이 아니다. 천안(千眼)이라는 범천왕이 있다. 그는 눈이 있는 사람이 자기 손바닥 위에 있는 보배갓[寶冠]을 들여다보듯이 이 1천 세계를 본다. 이 범천은 이처럼 이 1천 세계를 보는데 아무 걸림이 없다. 그러나 그 범천은 제 몸에 입고 있는 제 옷은 보지 못한다."

  

범지가 물었다.

"무슨 까닭에 천안 범천은 제가 입고 있는 옷을 보지 못합니까?"

아나율이 대답하였다.

"그 하늘은 최상의 지혜의 눈[慧眼]이 없기 때문에 제가 입고 있는 제 옷을 보지 못한다."

  

범지가 물었다.

"만일 그가 최상의 지혜의 눈을 얻는다면 자신의 몸에 입고 있는 옷을 볼 수 있습니까?"

아나율이 대답하였다.

"만일 최상의 지혜의 눈을 얻는다면 곧 제가 입고 있는 옷을 충분히 볼 수 있을 것이다."

  

범지는 말하였다.

"원컨대 존자는 나에게 지극히 미묘한 법을 설명하여 나로 하여금 최상의 지혜의 눈을 얻게 해주십시오."

아나율이 말하였다.

"너는 계율을 지키느냐?"

  

범지가 물었다.

"어떤 것을 계율이라고 합니까?"

아나율이 말하였다.

"어떤 악도 짓지 않고 그릇된 법을 행하지 않는 것이다."


범지가 대답했다.

"그런 것이 계율이라면 나는 받들어 가질 수 있습니다."

아나율이 말하였다.

"범지여, 너는 지금부터 꼭 계율을 가져 털끝만큼도 잃어버리지 말고, 또한 교만(?慢)이라는 번뇌[結]를 반드시 버리고, 또 우주적인 나[吾]다, 나[我]다 하는 오염된 생각에 집착하지 말라."

  

그러자 범지가 다시 물었다.

"어떤 것을 우주적인 나[吾]라 하고 어떤 것을 나[我]라 하며, 어떤 것을 교만의 번뇌라고 합니까?"

아나율이 말하였다.

"우주적인 나[吾]란 곧 신식(神識)을 말하는 것이고, 나[我]란 곧 이렇게 형체(形體)를 갖추고 있는 것을 말한다. 거기서 식(識)이 생겨 '우주적인 나다, 나다' 하고 주장하는 것을 교만의 번뇌라고 말한다. 그런 까닭에 범지여, 그대는 꼭 방편을 구해 그런 온갖 번뇌를 버려야 한다. 범지여, 반드시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범지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아나율의 발에 예를 올리고 세 바퀴 돌고 떠나갔다. 그는 집으로 가는 도중에 그 이치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모든 티끌과 때[塵垢]가 없어지고 법안(法眼)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때 옛날에 이 범지와 친한 벗이었던 어떤 하늘이 있었다. 그 친구는 범지의 마음 속에서 모든 티끌과 때가 없어지고 법안이 깨끗하게 된 것을 알고 다시 존자 아나율에게 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머무른 채 곧 게송으로 아나율을 찬탄하였다.


  범지는 자기 집에 이르기도 전에

  도중에서 도의 자취[道跡]를 얻어

  때가 다하고 법안이 깨끗하여

  의심도 없고 망설임도 없어졌네.


그러자 존자 아나율도 다시 게송으로 하늘에게 답하였다.


  나는 아까 그의 마음 관찰하고

  도중에서 도 얻을 것 이미 알았다.

  그 사람은 저 가섭(迦葉) 부처님 때에

  일찍이 이 법을 들었었느니라.


그때 존자 아나율은 바로 그곳을 떠나 인간 세상을 유행하며 점점 사위성으로 갔다. 그는 세존께서 계시는 곳을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세존께서는 아나율에게 법을 자세히 갖추어 말씀해주셨다. 아나율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나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이내 물러갔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성문 제자들 중에서 천안(天眼)이 제일인 사람은 바로 아나율 비구이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존자 라운(羅雲)은 계율을 받들어 잘 지키며 조금도 범하지 않았다. 작은 허물이 될만한 일도 피하거늘 더구나 큰 허물이 될 일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번뇌의 마음에서 해탈하지 못하였다.


그때 많은 비구들이 갑자기 세존의 처소에 이르러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많은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라운 비구는 계율을 닦고 잘 지키며 조금도 범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번뇌의 마음에서 해탈하지 못하고 있으니 무슨 까닭입니까?"

  

그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금하는 계율을 완전히 갖추면

  모든 감각기관도 성취하리라.

  차츰 차츰 체득하게 되어

  마침내 모든 번뇌 끊어지리라.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항상 바른 법 닦기를 생각하여 실수가 없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난타·열반·까마귀와

  노새와 두 가지 착하지 못한 일과

  등불·참음·사유와

  범지와 또 라운에 대하여 설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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