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 파라뢰경(波羅牢經) 제 10 [초 1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리수국(拘麗瘦國 : 拘利國)을 유행하실 적에 큰 비구 대중들과 함께 북촌(北村)에 이르러, 북촌의 북쪽에 있는 시섭화림(尸攝林)에 계셨다.
파라뢰(波羅牢) 가미니(伽彌尼)는 다음과 같이 들었다.
'사문 구담(瞿曇)이라는 석가 종족의 아들은 석가 종족을 버리고 집을 나가 도를 배우고, 구리수를 유행하면서 큰 비구 대중들과 함께 여기 북촌에 이르러, 그 마을 북쪽에 있는 시섭화림에 계신다. 저 사문 구담은 큰 명호가 있어 시방(十方)에 두루 알려졌는데 사문 구담은 여래(如來) 무소착(無所著) 등정각(等正覺) 명행성위(明行成爲) 선서(善逝) 세간해(世間解) 무상사(無上士) 도법어(道法御) 천인사(天人師) 불중우(佛衆祐)로 호칭된다. 그는 이 세간 하늘 악마 범천 사문 범지 등, 인간 세상에서부터 하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해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득하여 성취하여 노닌다. 그가 만일 설법하면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으며 마지막도 좋아, 이치도 있고 문채도 있으며, 청정함을 구족하여 범행을 드러내 나타낸다. 만일 여래 무소착 등정각을 뵙고 존중하고 예배하고 공양하여 섬기면 빠르게 좋은 이익을 얻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나도 가서 사문 구담을 뵙고 예배하고 공양하며 섬겨야겠다'고 생각하였다. 파라뢰 가미니는 소문을 듣고 북촌에서 나와 북으로 가서 시섭화림에 이르러 세존을 뵙고 예배하고 공양하며 섬기려고 하였다. 파라뇌 가미니가 멀리서 숲속에 계시는 세존을 보니 단정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마치 별 가운데 달과 같았고, 빛나고 밝은 모습은 금산(金山)과 같았다. 상호를 구족하였고 위신(威神)이 위풍당당했으며, 모든 감각기관[根]은 고요하고 안정되어 있었으며 가려진 것이 없었다. 게다가 마음을 제어하는 능력까지 성취하여 마음이 그쳐 고요하고 잠잠하였다.
파라뢰 가미니는 멀리서 부처님을 바라본 뒤에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서로 안부를 묻고 나서 한쪽으로 물러나 앉아 세존께 여쭈었다.
"저는 '사문 구담께서는 환(幻)을 환으로 알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구담이시여, 만일 이와 같이 '사문 구담께서는 환을 환으로 알고 계신다'고 말한다면 저들이 사문 구담을 비방하는 것이 아닙니까? 저들이 진실을 말한 것입니까? 저들이 옳은 법을 말한 것입니까? 저들이 법다운 법을 말한 것입니까? 법다운 것이라 허물이 없고 힐난할 것이 없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가미니여, 만일 그와 같이 '사문 구담께서는 환을 환으로 알고 계신다'고 말한다면, 저들은 사문 구담을 비방한 것이 아니요, 저들은 진실을 말한 것이고, 옳은 법을 말한 것이며, 법다운 법을 말한 것이니, 저들은 법에 대해 아무 잘못도 없고, 또한 힐난한 것도 없다. 왜냐 하면 가미니여, 나는 저 환에 대해서 알지만 내 자신이 환자(幻者)는 아니기 때문이다."
"저 사문 범지들이 말하는 것이 진실이라 하시지만, 저는 저들이 '사문 구담께서는 환을 환으로 알고 계신다'고 말한 것을 믿지 않습니다."
"가미니여, 만일 환을 안다면 이것이 곧 환자인가?"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善逝)이시여."
"가미니여, 네 자신이 잘못 알고서 나를 비방하지 말라. 만일 나를 비방하면 곧 스스로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거기에는 다툼이 있고 범함이 있으며, 성현들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고 또 큰 죄를 얻게 될 것이다. 왜냐 하면 그것은 실로 네가 말한 것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가미니여, 너는 구리수국(拘麗瘦國)에 군졸이 있다는 말을 들었느냐?"
"있다고 들었습니다."
"가미니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구리수국은 이 군졸들을 어디에 이용하겠느냐?"
"구담이시여, 보통 도적을 죽이는 데 이용할 것입니다. 이 일을 위하여 구리수국은 이 군졸을 기르는 것입니다."
"가미니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구리수국의 군졸은 계율이 있겠느냐, 없겠느냐?"
"구담이시여, 만일 세상에 계율의 덕이 없는 사람으로서는 구리수국의 군졸보다 더한 자들은 없을 것입니다. 왜냐 하면 구리수국의 군졸은 지극히 금지된 계율을 범하고 오직 악한 법만 행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물었다.
"가미니여, 네가 이렇게 보고 이렇게 안다면 나는 너에게 더 이상 묻지 않겠지만, 만약 다른 사람이 너 가미니에게 묻기를 '파라뢰 가미니여, 구리수국의 군졸들은 지극히 금지된 계율을 범하고 단지 악한 법만 행한다는 것을 알고 나서 이 일로 말미암아 파라뢰 가미니가 극히 금지된 계율을 범하고 오직
악한 법만 행하는가'라고 그렇게 말할 때 그것을 진실이라고 인정하겠느냐?"
"아닙니다. 구담이시여, 왜냐 하면 구리수국의 군졸들과는 견해도 다르고 욕망도 다르며 소원도 또한 다르기 때문입니다. 구리수국의 군졸들은 지극히 금지된 계율을 범하고 오직 악한 법만 행하지만, 저는 계율을 끝까지 지니고 악한 법은 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시 물었다.
"가미니여, 너는 구리수국의 군졸들이 지극히 금지된 계율을 범하고 오직 악한 법만 행하는 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일로 인해 너희들마저 금지된 계율을 범하고 오직 악한 법만을 행하는 것은 아니다. 여래는 어찌하여 환을 알면서도 스스로 환자(幻者)가 아니라고 하는가? 왜냐 하면 나는 환을 알고 환의 사람을 알며, 환의 과보를 알고 환을 끊을 줄 알기 때문이다.
가미니여, 나는 또 생물을 죽이는 것을 알고 생물을 죽이는 사람을 알며, 생물을 죽인 과보를 알고 생물 죽이는 것을 끊을 줄 안다. 가미니여, 나는 또 주지 않는 것을 취하는 것을 알고 주지 않는 것을 취하는 사람을 알며, 주지 않는 것을 취한 과보를 알고 주지 않는 것을 취하는 것을 끊을 줄 안다.
가미니여, 나는 또 거짓말을 알고 거짓말하는 사람을 알며, 거짓말로 인해 생겨나는 과보를 알고 거짓말을 끊을 줄 안다.
가미니여, 나는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본다. 만일 '사문 구담은 환을 안다. 그러니 그는 곧 환자이다'라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그의 마음 그의 욕망 그의 소원 그의 지식 그의 생각 그가 관찰하는 것을 아는데 마치 팔을 굽혔다 펴는 것처럼 짧은 시간에 다 알 것이다. 그리고 그는 목숨이 끝나면 지옥 가운데 태어날 것이다."
파라뢰 가미니는 이 말을 듣자, 두려워 떨면서 온몸에 털이 곤두섰다.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부처님 발에 대어 예배한 뒤에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께 여쭈었다.
"잘못을 뉘우치겠습니다. 구담이시여, 죄를 고백하겠습니다. 선서시여, 저는 바보 같고 미치광이 같으며, 안정되지 못한 사람이며 나쁜 사람 같습니다. 왜냐 하면 저는 망령되게 사문 구담이 곧 환자(幻者)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원컨대 구담이시여, 제가 잘못을 뉘우치고 죄를 알아 드러내 밝히오니 부디 받아 주십시오. 저는 잘못을 뉘우친 뒤로는 꼭 지켜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렇다. 가미니여, 너는 실로 바보 같고 미치광이 같으며, 안정되지 못한 사람이며 나쁜 사람인 것 같다. 왜냐 하면 너는 여래 무소착 등정각에게 망령되게도 환자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는 능히 잘못을 뉘우치고, 죄를 알아 드러내 밝혔으며, 꼭 지켜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였다. 이와 같으니 가미니여, 만일 잘못을 뉘우치고 죄를 알아 드러내 밝히며, 꼭 지켜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면 곧 거룩한 법이 점점 자라나 쇠퇴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 파라뢰 가미니는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고 세존께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어떤 사문 범지는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만일 생물을 죽이면 그는 곧 현재 세상에서 그 과보를 받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걱정과 고통이 생긴다. 만일 주지 않는 것을 취하거나 거짓말을 하면 그는 곧 현재 세상에서 그 과보를 받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걱정과 고통이 생긴다.'
사문 구담이시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가미니여, 내가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너는 아는 대로 대답하라. 가미니여,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만일 마을 가운데 어떤 사람이 있는데 머리에는 화만을 쓰고 여러 가지 향을 몸에 바르고, 광대놀이를 하면서 노래하고 춤추며 스스로 즐기고, 오직 기생들만 데리고 놀기를 마치 왕과 같다고 하자. 그런데 어떤 이가 '이 사람은 본래 어떤 일을 하였기에 이제 머리에 화만(華?)을 쓰고 온갖 향을 몸에 바르고 광대놀이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스스로 즐기며 오직 기생들만 데리고 노는 것이 왕과 같이 하는가?' 하고 물었을 때, 혹 어떤 사람이 '이 사람은 왕을 위하여 원수를 죽였다. 왕은 기뻐하며 곧 그에게 상을 주었다. 그래서 이 사람은 머리에 화만을 쓰고 여러 가지 향을 몸에 바르고, 광대놀이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스스로 즐기며, 기생들만 데리고 노는 것이 마치 왕과 같다'고 대답했다. 가미니여, 너는 이런 일을 보고 이런 일을 들은 적이 없는가?"
"보았습니다. 구담이시여, 그리고 과거에도 들었고 현재에도 들었습니다."
"가미니여, 또 왕이 죄인을 잡는 것을 보면 두 손을 뒤로 묶어 가지고 북을 치고 외치면서 남쪽 성문을 나가, 높은 나무 밑에 앉힌 다음 그 머리를 베어 나무에 단다. 만일 어떤 사람이 '이 사람은 무슨 죄로 왕에게 죽임을 당했는가?' 하고 물었을 때, 어떤 사람이 '이 사람은 왕가의 죄 없는 사람을 억울하게 죽였다. 그래서 왕이 이렇게 사형을 집행하게 한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가미니여, 너는 이런 일을 보고 이런 일을 들은 적이 있는가?"
"보았습니다. 구담이시여, 과거에도 들었고 현재에도 들었습니다."
"가미니여,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이와 같은 일을 보고 말하기를, '만일 생물을 죽이면 그는 곧 현재 세상에서 과보를 받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걱정과 괴로움이 생긴다'고 한다면 그는 진실을 말한 것인가, 거짓말을 한 것인가?"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만일 그가 거짓말을 했다면 너는 그 말을 믿겠는가?"
"믿지 않을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세존께서 찬탄해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다, 가미니여."
그리고 다시 물으셨다.
"가미니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마을에 사는 어떤 사람이 머리에는 화만을 쓰고 온갖 향을 몸에 바르고, 광대놀이를 하면서 노래하고 춤추고 스스로 즐기며, 기생들만 데리고 노는 것이 마치 왕과 같다고 하자. 그리고 어떤 사람이 '이 사람은 본래 무슨 일을 하였기에 지금 머리에는 화만을 쓰고 온갖 향을 몸에 바르고, 광대놀이를 하면서 노래하고 춤추고 스스로 즐기며, 기생들만 데리고 노는 것이 마치 왕과 같은가?' 하고 물었을 때, 혹 어떤 사람이 '이 사람은 다른 나라에서 주지 않는 물건을 훔쳐왔다. 그래서 이 사람은 머리에 화만을 쓰고 온갖 향을 몸에 바르고, 광대놀이를 하면서 노래하고 춤추고 스스로 즐기며, 기생들만 데리고 노는 것이 마치 왕과 같다'고 대답했다. 가미니여, 너는 이런 일을 보고 이런 일을 들은 적이 있는가?"
가미니가 대답하였다.
"보았습니다. 구담이시여, 과거에도 들었고 현재에도 들었습니다."
"가미니여, 또 왕이 죄인을 잡은 것을 보면 두 손을 뒤로 묶어가지고 북을 치고 외치면서 남쪽 성문을 나가, 높은 나무 밑에 앉히고 그의 목을 베어 나무에 단다. 만일 어떤 사람이 '이 사람은 무슨 죄로 왕에게 죽임을 당했는가?' 하고 물었을 때, 어떤 사람이 '이 사람은 왕국에서 주지 않는 것을 취했다. 그래서 왕은 이렇게 사형을 집행하게 하였다'라고 대답하였다. 가미니여, 너는 이런 일을 보고 이런 일을 들은 적이 있는가?"
가미니가 대답하였다.
"보았습니다. 구담이시여, 과거에도 들었고 현재에도 들었습니다."
"가미니여, 혹 어떤 사문 범지가 이런 일들을 보고, '만일 주지 않는 것을 취하면 그는 현재 세상에서 과보를 받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걱정과 고통이 생긴다'고 그렇게 말한다면, 그는 진실을 말한 것인가, 거짓말을 한 것인가?"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만일 그가 거짓말을 했다면 너는 그것을 믿겠는가?"
"믿지 않겠습니다, 구담이시여."
세존께서 찬탄해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다, 가미니여."
다시 물으셨다.
"가미니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약 마을에 사는 어떤 사람이 머리에는 화만을 쓰고 온갖 향을 몸에 바르고, 광대놀이를 하면서 노래하고 춤추고 스스로 즐기며, 기생들만 데리고 노는 것이 마치 왕과 같다고 하자. 또 어떤 사람이 '이 사람은 본래 무슨 일을 하였기에 지금 머리에 화만을 쓰고 온갖 향을 몸에 바르고 광대놀이를 하면서 노래하고 춤추고 스스로 즐기며 기생들만 데리고 노는 것이 마치 왕과 같은가?' 하고 물었을 때, 어떤 사람이 '이 사람은 기생을 데리고 잘 희롱하며 재미있게 웃는다. 그는 거짓말로 왕을 기쁘게 하였고 왕은 기쁜 나머지 곧 그에게 상을 주었다. 그래서 이 사람은 머리에 화만을 쓰고 온갖 향을 몸에 바르고, 광대놀이를 하면서 노래하고 춤추고 스스로 즐기며 기생들만 데리고 노는 것이 마치 왕과 같다'고 대답하였다. 가미니여, 너는 이런 일을 보고 이런 일을 들은 적이 있는가?"
가미니가 대답하였다.
"보았습니다. 구담이시여, 과거에도 들었고 현재에도 들었습니다."
"가미니여, 또 왕이 죄인을 잡는 것을 보면, 몽둥이로 쳐죽이고 나무함에 담아 덮개 없는 수레에 싣고, 북쪽 성문으로 나가 깊은 구덩이 속에 버린다. 만일 어떤 사람이 '이 사람은 무슨 죄로 왕에게 죽임을 당했는가?' 하고 물었을 때, 어떤 사람이 '이 사람은 왕 앞에서 거짓으로 증언했다. 그는 거짓말로 왕을 속였기 때문에 왕이 잡아다가 이렇게 벌하라고 한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가미니여, 너는 이런 일을 보고 이런 일을 들은 적이 있는가?"
"보았습니다. 구담이시여, 과거에도 들었고 현재에도 들었습니다."
"가미니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어떤 사문 범지가 이런 일들을 보고 말하기를, '만일 거짓말을 하면 그는 곧 현재에 과보를 받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걱정과 괴로움이 생긴다'고 그렇게 말한다면 그는 진실을 말한 것인가, 거짓을 말한 것인가?"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만일 그가 거짓말을 했다면 너는 그것을 믿겠는가?"
"믿지 않겠습니다, 구담이시여."
세존께서 찬탄해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다, 가미니여."
이에 파라뢰 가미니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입은 옷 한 자락을 벗어 메고 부처님을 향해 합장한 채, 세존께 여쭈었다.
"참으로 특이하십니다. 구담께서 말씀하신 것들은 지극히 미묘하여 잘 비유하시고 잘 증명하셨습니다. 구담이시여, 저는 북촌 가운데 높은 집을 짓고 평상과 자리를 펴고 물그릇을 두고 큰 등불을 켜 놓았습니다. 만일 정진하는 사문 범지가 와서 높은 집에서 자면, 저는 제 힘이 닿는 대로 그가 필요한 것을 대주었습니다. 네 명의 논사(論士)가 있었는데 그들의 견해가 각각 다르고, 또한 서로 어긋났지만 저의 높은 집으로 모두 모였습니다. 그 가운데 한 논사가 이러한 견해를 가지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시도 없고 재(齋)도 없으며 주문[呪說]도 없다. 선과 악의 업도 없고, 선업과 악업의 과보도 없다. 이 세상도 없고 저 세상도 없으며, 아비도 없고 어미도 없다. 세상 좋은 곳으로 가거나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잘 가고 잘 향하며,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득하여 성취하여 노니는 그런 진인(眞人)도 없다.'
둘째 논사는 바른 견해가 있어 첫째 논사가 알고 본 것과 달리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시도 있고 재도 있으며 또한 주문도 있다. 선업도 있고 악업도 있으며, 선업의 과보도 있고 악업의 과보도 있다. 이 세상도 있고 저 세상도 다 있으며, 아비도 있고 어미도 있다. 세상 좋은 곳으로 가고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잘 가고 잘 향하며,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득하여 성취하여 노니는 진인도 있다.'
셋째 논사는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스스로도 짓고 남을 시켜 짓게 하며, 스스로도 끊고 남을 시켜 끊게 하며, 스스로도 삶고[煮] 남을 시켜 삶게 한다거나, 시름하고 번뇌하며, 걱정하고 슬퍼하며, 가슴 치고 괴로워하며, 소리내어 운다거나, 어리석고 무지하여 생물을 죽이고, 주지 않는 것을 취하며, 삿된 음행을 하고 거짓말을 하며 술을 마시거나, 담을 뚫고 창고를 열며, 남의 동네에 가서 겁탈한다. 마을을 해치고 고을을 부수며 성을 부수고 나라를 멸망시킨다. 이렇게 하는 사람을 두고 악을 짓는다고 하지 않는다. 또 머리를 깎는 칼처럼 잘 드는 쇠바퀴로써 이 땅의 일체 중생을 하룻동안에 쪼개고 끊고 베고 토막내며, 벗기고 찢고 자르고 썰어 한 살점을 만들고 한 푼[分] 한 무더기를 만들더라도, 이것으로 말미암은 악한 업도 없고 또 악업의 과보도 없다. 항하강 남쪽 언덕에서 죽여서 끊고 삶아 가지고 가서, 항하강 북쪽 언덕에 보시하고 재를 지내며 주문을 외우고 오더라도, 이것으로 말미암은 죄도 없고 복도 없으며, 이것으로 말미암은 죄와 복의 과보도 없다. 물건을 보시하고 마음을 제어하여 지켜 보호하고 거두어 가지며, 칭찬해 기리고 편안하고 이롭게 하며, 은혜로 베풀고 좋은 말을 쓰며, 이익되게 하고 또 고루 이익되게 하더라도, 이것으로 말미암은 복도 없고 이것으로 말미암은 복의 과보도 없다.'
넷째 논사는 바른 견해가 있어, 셋째 논사가 알고 본 것과는 반대로 그는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스스로 짓고 남을 시켜 짓게 하며, 스스로 끊고 남을 시켜 끊게 하며, 스스로 삶고 남을 시켜 삶게 한다거나, 시름하고 번뇌하며 걱정하고 슬퍼한다거나, 가슴을 치고 괴로워하며 소리내어 운다거나, 어리석고 무지하여 생물을 죽이고, 주지 않는 것을 취하며, 삿된 음행을 하고, 거짓말을 하며, 술을 마시거나 담을 뚫고 창고를 열며, 남의 동네에 가서 겁탈하거나, 마을을 해치고 고을을 부수며 성을 부수고 나라를 멸망시킨다. 이렇게 하는 사람을 진실로 악을 짓는 사람이라 한다. 또 머리를 깎는 칼처럼 잘 드는 쇠바퀴로써, 이 땅의 일체 중생을 하룻동안에 쪼개고 끊으며 베고 토막내며 벗기고 찢고 자르고 썰어 한 살점을 만들고, 한 푼 한 무더기로 만들면, 이것으로 말미암은 악업이 있고 이것으로 말미암은 악업의 과보가 있다. 항하강 남쪽 언덕에서 죽여서 끊고 삶아 가지고 가서, 항하강 북쪽 언덕에 보시하고 재를 지내며 주문을 외우고 오면, 이것으로 말미암아 죄도 있고 복도 있으며, 이것으로 말미암은 죄와 복의 과보가 있다. 물건을 보시하고, 마음을 제어하여 지켜 보호하고 거두어 가지며, 칭찬해 기리고 편안하고 이롭게 하며, 은혜로 베풀고 좋은 말을 쓰며, 이익 되게 하고 또 고루 이익 되게 하면, 이것으로 말미암은 복이 있고, 이것으로 말미암은 복의 과보도 있다.'
구담이시여, 저는 이 말을 듣고 문득 다음과 같이 의혹을 내었습니다.
'이 사문 범지는 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가미니여, 너는 의혹을 내지 말라. 왜냐 하면 의혹이 있음으로 말미암아 곧 망설임이 있기 때문이다. 가미니여, 너는 네 자신이 깨끗한 지혜도 없으면서 후세(後世)가 있다고 하기도 하고 후세가 없다고 하기도 하느냐? 가미니여, 너는 또 깨끗한 지혜가 없으면서 지은 바를 악이라 하고 지은 바를 선이라 하느냐? 가미니여, 법의 선정[定]을 멀리 여윔[遠離]이라고 말한다. 너는 이 선정으로 말미암아 바른 생각을 얻을 수 있고, 한마음을 얻을 수 있다. 이와 같이 너는 현재 세상에서 곧 의혹을 끊고, 위로 오를 수 있다."
이에 파라뢰 가미니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입은 옷 한 자락을 벗어 메고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고서 세존께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무엇을 법의 선정[定]을 멀리 여의는 것이라 하며, 저로 하여금 그것으로 인하여 바른 생각을 얻게 하고 한마음을 얻게 하며, 이와 같이 저로 하여금 현재에 있어서 곧 의혹을 끊고 위로 오를 수 있게 하겠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가미니여, 많이 아는 성스러운 제자는 생물 죽이는 것을 여의고 생물 죽이는 것을 끊으며, 주지 않는 것을 취하는 것과 삿된 음행과 거짓말을 끊고 나아가, 삿된 견해를 끊어 바른 견해를 얻는 데까지 이르른다. 그는 낮에는 밭농사 짓는 것을 가르치고, 날이 저물면 휴식하여 방에 들어가 앉아 선정에 들었다가, 밤을 지내고 새벽이 되면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생물 죽이는 것을 여의었고 생물 죽이는 것을 끊었으며, 주지 않는 것을 취하는 것과 삿된 음행과 거짓말을 끊었고, 나아가 삿된 견해를 끊어 바른 견해를 얻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그는 곧 스스로 '나는 열 가지 악업도(惡業道)를 끊고 열 가지 선업도(善業道)를 생각한다'고 보고 그는 스스로 열 가지 악업도를 끊고 열 가지 선업도를 생각하는 것을 본 뒤에는 곧 즐거운 마음을 낸다. 즐거운 마음을 낸 뒤에는 곧 기쁨을 내고, 기쁨을 낸 뒤에는 곧 몸을 쉬며, 몸을 쉰 뒤에는 곧 몸으로 즐거움을 깨달으며, 몸으로 즐거움을 깨달은 뒤에는 곧 한마음을 얻게 되느니라.
가미니여, 많이 아는 성스러운 제자는 한마음을 얻은 뒤에 곧 그 마음은 자애로움[慈]과 함께하여 1방(方)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닌다. 이와 같이 2 3 4방과 4유(維) 상 하 일체에 두루한다. 마음은 자애로움과 함께하므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며 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는 선행(善行)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닌다. 그리고 그는 이와 같이 생각한다.
'어떤 사문 범지는 이런 견해를 가지고 이렇게 말한다.
(보시[施]도 없고 재(齋)도 없으며 주문[呪說]도 없다. 선과 악의 업도 없고, 선업과 악업의 과보도 없다. 이 세상도 없고 저 세상도 없으며, 아비도 없고 어미도 없다. 세상 좋은 곳으로 가거나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잘 가고 잘 향하며,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득하여 성취하여 노니는 진인(眞人)도 없다.)
만일 저 사문 범지가 말한 것이 진실이라도 나는 세상의 두려움과 두렵지 않은 것을 범하지 않고, 항상 일체 세간을 사랑하고 가엾게 여겨야 한다. 그래서 내 마음은 중생과 더불어 다투지 않고 흐림이 없어 즐거워하리라. 나는 이제 위없는 사람의 법을 얻어 자꾸 위로 올라 안락하게 살 수 있다.'
이른바 멀리 여읨은 법의 선정이다. 그는 사문 범지가 말한 것은 옳지도 않고 그르지도 않다고 말한다. 옳지도 않고 그르지도 않다고 하면 이미 속마음이 그쳐 쉼을 얻는다. 가미니여, 이것을 '법의 선정을 멀리 여읨[遠離]이라 한다'고 하는 것이다. 너는 이 선정으로 말미암아 바른 생각을 얻을 수 있고 한마음을 얻을 수 있나니, 이와 같이 너는 현재 세상에서 곧 의혹을 끊고 자꾸 위로 오르게 될 것이다.
또 가미니여, 많이 아는 성스러운 제자는 생물 죽이는 것을 여의고 생물 죽이는 것을 끊으며, 주지 않는 것을 취하는 것과 삿된 음행과 거짓말을 끊고 나아가 삿된 견해를 끊어 바른 견해를 얻는 데까지 이르른다. 그는 낮에는 밭농사 짓는 것을 가르치고, 날이 저물면 휴식하여 방에 들어가 앉아 선정에 들었다가, 밤이 지나고 새벽이 되면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생물 죽이는 것을 여의었고 생물을 죽이는 것을 끊었으며, 주지 않는 것을 취하는 것과 삿된 음행과 거짓말을 끊었고, 나아가 삿된 견해를 끊어 바른 견해를 얻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는 곧 스스로 '나는 열 가지 악업도를 끊고 열 가지 선업도를 생각한다'고 보고 그는 스스로 열 가지 악업도를 끊고 열 가지 선업도를 생각하는 것을 본 뒤에는 곧 즐거운 마음을 낸다. 즐거운 마음을 낸 뒤에는 곧 기쁨을 내고, 기쁨을 낸 뒤에는 몸을 쉰다. 몸을 쉰 뒤에는 몸으로 즐거움을 깨닫고, 몸으로 즐거움을 깨달은 뒤에는 한마음을 얻게 되느니라.
가미니여, 많이 아는 성스러운 제자는 한마음을 얻은 뒤에는 곧 그 마음은 불쌍히 여김[悲]과 함께하여 1방(方)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닌다. 이와 같이 2 3 4방과 4유 상 하 일체에 두루한다. 마음은 불쌍히 여김과 함께하므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며, 극히 넓고 매우 크고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닌다. 그리고 그는 이와 같이 생각한다.
'어떤 사문 범지는 이런 견해를 가지고 이렇게 말한다.
(보시도 있고 재도 있으며 또 주문도 있다. 선과 악의 업도 있고 선업과 악업의 과보도 있다. 이 세상도 있고 저 세상도 있으며, 아비도 있고 어미도 있다. 세상 좋은 곳으로 가고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잘 가고 잘 향하며,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득하여 노니는 진인도 있다.)
만일 저 사문 범지가 말한 것이 진실이라면, 나는 세상의 두려움과 두렵지 않음을 범하지 않고, 항상 일체 세간을 사랑하고 가엾게 여겨야 한다. 그래서 내 마음은 중생과 더불어 다투지 않고 흐림이 없어 즐거워하리라. 나는 이제 위없는 사람의 법을 얻어 자꾸 위로 올라 안락하게 살 수 있다.'
이른바 멀리 여읜다는 말은 법의 선정을 여의는 것이다. 그는 사문 범지가 말한 것을 옳지도 않고 그르지도 않다고 한다. 옳지도 않고 그르지도 않다고 하면 이미 속마음이 그쳐 쉼을 얻은 것이다. 가미니여, 이것을 '법의 선정을 멀리 여읨이라고 말한다'고 하는 것이다. 너는 이 선정으로 말미암아 바른 생각을 얻을 수 있고 한마음을 얻을 수 있나니, 이와 같이 현재 세상에서 곧 의혹을 끊고 자꾸 위로 오르게 될 것이다.
또 가미니여, 많이 아는 성스러운 제자는 생물 죽이는 것을 여의고 생물 죽이는 것을 끊으며, 주지 않는 것을 취하는 것과 삿된 음행과 거짓말을 끊고, 나아가 삿된 견해를 끊어 바른 견해를 얻는 데까지 이르른다. 그는 낮에는 밭농사 짓는 것을 가르치고, 날이 저물면 휴식하여 방에 들어가 앉아 선정에 들었다가, 밤이 지나고 새벽이 되면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생물 죽이는 것을 여의었고 생물 죽이는 것을 끊었으며, 주지 않는 것을 취하는 것과 삿된 음행과 거짓말을 끊었고, 나아가 삿된 견해를 끊어 바른 견해를 끊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는 곧 스스로 '나는 열 가지 악업도를 끊고 열 가지 선업도를 생각한다'고 보고 그는 스스로 열 가지 악업도를 끊고 열 가지 선업도를 생각하는 것을 본 뒤에는 곧 즐거운 마음을 낸다. 즐거운 마음을 낸 뒤에는 곧 기쁨을 내고, 기쁨을 낸 뒤에는 몸을 쉰다. 몸을 쉰 뒤에는 몸으로 즐거움을 깨닫고, 몸으로 즐거움을 깨달은 뒤에는 한마음을 얻게 되느니라.
가미니여, 많이 아는 성스러운 제자는 한마음을 얻은 뒤에는 곧 그 마음은 기쁨[喜]과 함께하여 1방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닌다. 이와 같이 2 3 4방과 4유 상 하 일체에 두루한다. 마음은 기쁨과 함께하므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며, 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닌다. 그리고 그는 이와 같이 생각한다.
'어떤 사문 범지는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도 짓고 남을 시켜 짓게 하며, 스스로도 끊고 남을 시켜 끊게 하며, 스스로도 삶고 남을 시켜 삶게 한다. 시름하고 번뇌를 일으키며 걱정하고 슬퍼한다거나, 가슴을 치고 괴로워하며 소리내어 운다거나, 어리석고 무지하여 생물을 죽이고 주지 않는 것을 취하며, 삿된 음행을 하고 거짓말을 하며 술을 마시거나, 담을 뚫고 창고를 열며, 남의 동네에 가서 겁탈한다거나, 마을을 해치고 고을을 부수며 성을 부수고 나라를 멸망시킨다. 이와 같이 하는 사람도 진실로 악을 짓는 것이 아니다. 또 머리를 깎는 칼처럼 잘드는 쇠바퀴로써, 그가 이 땅의 일체 중생을 하룻동안에 쪼개고 끊고 베고 토막내며, 벗기고 찢고 자르고 썰어 한 살점을 만들고, 한 푼 한 무더기를 만들더라도, 이것으로 말미암은 악업이 없고 이것으로 말미암은 악업의 과보도 없다. 항하강 남쪽 언덕에서 죽여서 끊고 삶아가지고 가서 항하강 북쪽 언덕에서 보시하고 재를 지내며 주문을 외우고 오더라도, 이것으로 말미암은 죄도 없고 복도 없으며, 이것으로 말미암은 죄와 복의 과보도 없다. 물건을 보시하고, 마음을 제어하여 지켜 보호하고 거두어 가지며, 칭찬해 기리고 편안하고 이롭게 하며, 은혜로 베풀고 좋은 말을 쓰며, 이익되게 하고 또 고루 이익되게 하더라도 이것으로 말미암은 복이 없고, 이것으로 말미암은 복의 과보도 없다.)
만일 사문 범지가 말한 것이 진실이라 하더라도 나는 세상의 두려움과 두렵지 않은 것을 범하지 않고, 항상 일체 세간을 사랑하고 가엾게 여겨야 한다. 그래서 내 마음은 중생과 더불어 다투지 않고 흐림이 없어 즐거워하리라. 나는 이제 위없는 사람의 법을 얻어 자꾸 위로 올라가 안락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멀리 여읨이란 법의 선정을 여의는 것이다. 그는 사문 범지가 말한 것을 옳지도 않고 그르지도 않다고 한다. 옳지도 않고 그르지도 않다고 하면 이미 속마음이 그쳐 쉼을 얻는다. 가미니여, 이것이 이른바 '법의 선정을 멀리 여의는 것이라고 한다'고 하는 것이다. 너는 이 선정으로 말미암아 바른 생각을 얻을 수 있고 한마음을 얻을 수 있나니, 이와 같이 너는 현재에 있어서 곧 의혹을 끊고 자꾸 위로 오르게 될 것이다.
또 가미니여, 많이 아는 성스러운 제자는 생물 죽이는 것을 여의고 생물 죽이는 것을 끊으며, 주지 않는 것을 취하는 것과 삿된 음행과 거짓말을 끊고, 나아가 삿된 견해를 끊어 바른 견해를 얻는 데까지 이르른다. 그는 낮에는 밭농사 짓는 것을 가르치고 날이 저물면 휴식하여 방에 들어가 앉아 선정에 들었다가, 밤이 지나고 새벽이 되면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생물 죽이는 것을 여의었고 생물 죽이는 것을 끊었으며, 주지 않는 것을 취하는 것과 삿된 음행과 거짓말을 끊었고, 나아가 삿된 견해를 끊어 바른 견해를 얻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는 곧 스스로 '나는 열 가지 악업도를 끊고 열 가지 선업도를 생각한다'고 보고, 그는 스스로 열 가지 악업도를 끊고 열 가지 선업도를 생각하는 것을 본 뒤에는 곧 즐거운 마음을 낸다. 즐거운 마음을 낸 뒤에는 기쁨을 내고, 기쁨을 낸 뒤에는 몸을 쉰다. 몸을 쉰 뒤에는 몸으로 즐거움을 느끼고, 몸으로 즐거움을 느낀 뒤에는 한마음을 얻게 되느니라.
가미니여, 많이 아는 성스러운 제자는 한마음을 얻은 뒤에는 곧 그 마음은 평정[捨]과 함께하여 1방(方)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닌다. 이와 같이 2 3 4방과 4유 상하 일체에 두루한다. 마음은 평정함과 함께하므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며, 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는 선(善)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닌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어떤 사문 범지는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도 짓고 남을 시켜 짓게도 하며, 스스로도 끊고 남을 시켜 끊게도 하며, 스스로도 삶고 남을 시켜 삶게도 한다거나, 시름하고 번뇌를 일으키며 걱정하고 슬퍼한다거나, 가슴을 치고 괴로워하며 소리내어 운다거나, 어리석고 무지하여, 생물을 죽이고 주지 않는 것을 취하며, 삿된 음행을 하고 거짓말을 하며 술을 마시거나, 담을 뚫고 창고를 열며, 남의 마을에 가서 겁탈한다거나, 마을을 해치고 고을을 부수며 성을 부수고 나라를 멸망시킨다. 이렇게 하는 사람은 진실로 악을 짓는다고 한다. 또 머리를 깎는 칼처럼 잘드는 쇠바퀴로써, 그는 이 땅의 일체 중생을 하룻동안에 쪼개고 끊고 베고 토막내며, 벗기고 찢고 자르고 썰어 한 살점을 만들고, 한 푼 한 무더기를 만들면 이것으로 말미암은 악업이 있고, 이것으로 말미암은 악업의 과보도 있다. 항하강 남쪽 언덕에서 죽여서 끊고 삶아가지고 가서, 항하강 북쪽 언덕에서 보시하고 재를 지내며 주문을 외우고 오면, 이것으로 말미암은 죄와 복이 있고, 이것으로 말미암은 죄와 복의 과보도 있다. 물건을 보시하고, 마음을 제어하여 지켜 보호하고 거두어 가지며, 칭찬해 기리고 편안하고 이롭게 하며, 은혜로 베풀고 좋은 말을 쓰며, 이익되게 하고 또 고루 이익되게 하면, 이것으로 말미암은 복이 있고, 이것으로 말미암은 복의 과보도 있다.)
만일 사문 범지가 말한 것이 진실이라면 나는 세상의 두려움과 두렵지 않은 것을 범하지 않고, 항상 일체 세간을 사랑하고 가엾게 여겨야 한다. 그래서 내 마음은 중생과 더불어 다투지 않고 혼탁함이 없어 즐거우리라. 나는 이제 위없는 사람의 법을 얻어 자꾸 위로 올라가 안락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멀리 여읜다고 한 것은 법의 선정을 여의는 것을 말한다. 그는 사문 범지가 말한 것은 옳지도 않고 그르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옳지도 않고 그르지도 않다고 하면 이미 속마음이 그쳐 쉼을 얻는다. 가미니여, 이것이 이른바 '법의 선정을 멀리 여읜 것이라고 한다'라고 한 것이다. 너는 이 선정으로 말미암아 바른 생각을 얻을 수 있고 한마음을 얻을 수 있나니, 이와 같이 현재 세상에서 곧 의혹을 끊고, 자꾸 위로 오르게 될 것이다."
이 법을 말씀하셨을 때 파라뢰 가미니는 티끌을 멀리하고 번뇌[垢]를 여의고, 모든 법에 대한 청정한 눈이 생겼다. 이에 파라뢰 가미니는 법을 보고 법을 얻고 희고 청정한 법을 깨달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버려 더 이상 존중해야 할 것이 없었으며, 다시는 남을 따르지 않고 망설임이 없었다. 그는 이미 과증(果證)에 머물러, 세존의 법에 대해서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러자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스스로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에게 귀의합니다. 세존께서는 제가 우바새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파라뢰 가미니와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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