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역 아함경/중아함경

022. 성취계경(成就戒經)

실론섬 2015. 6. 20. 19:45

022. 성취계경(成就戒經) 제 2 [초 1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에 계셨다. 

그곳에서 존자 사리자가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만일 비구로서 계(戒)를 성취하고, 정(定)을 성취하고, 혜(慧)를 성취하면 곧 현재 세상에서 당장 상지멸정(想知滅定) 1)에 드나드는데, 그것은 으레 그런 것이다. 만일 현재 세계에서 구경(究竟)의 지혜를 얻지 못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단식천( 食天)을 지나 여의생천(餘意生天)에 태어날 것이며, 그는 거기서 상지멸정에 드나들 것이니, 그것은 으레 그런 것이다."

  

이때에 존자 오타이(烏  夷)가 대중 가운데 있다가 말했다.

"존자 사리자여, 만일 비구로서 여의생천에 태어나서 상지멸정에 드나든다고 한다면 그것은 끝내 그럴 수가 없습니다."

존자 사리자는 두세 번 한결같이 비구들에게 말했다.

"만일 비구로서 계율을 성취하고 선정을 성취하고 지혜를 성취하면, 그는 현재 세상에서 당장 상지멸정에 드나드는데, 그것은 으레 그런 것이다. 만일 현재 세상에서 구경(究竟)의 지혜를 얻지 못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단식천을 지나 여의생천에 태어날 것이요, 그는 거기서 상지멸정에 드나들 것이니, 그것은 으레 그런 것이다."


존자 오타이도 또한 두세 번 반복해서 말했다.

"존자 사리자여, 만일 비구로서 여의생천에 태어나서 상지멸정에 드나든다고 한다면 그것은 끝내 그럴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에 존자 사리자는 곧 이렇게 생각했다.

'이 비구는 두세 번 되풀이해서 내 말을 그르다고는 하고 어느 비구도 내 말을 찬탄하는 사람이 없구나. 나는 차라리 세존께 가리라.'

  

존자 사리자가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존자 사리자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존자 오타이와 여러 비구들도 또한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거기서 존자 사리자는 다시 비구들에게 말했다.

"만일 비구로서 계율을 성취하고 선정을 성취하고 지혜를 성취하면, 그는 곧 현재 세상에서 당장 상지멸정에 드나드는데, 그것은 으레 그런 것이다. 만일 현재 세상에서 당장 구경의 지혜를 얻지 못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단식천을 지나 여의생천에 태어날 것이요, 그는 거기서 상지멸정에 드나들 것이니, 그것은 으레 그런 것이다."

존자 오타이가 다시 말했다.

"존자 사리자여, 만일 비구로서 여의생천에 태어나서 상지멸정에 드나든다고 말하는 것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존자 사리자가 다시 두세 번 되풀이해 비구들에게 말했다.

"만일 비구로서 계율을 성취하고 선정을 성취하고 지혜를 성취하면, 그는 곧 현재 세상에서 당장 상지멸정에 드나드는데, 그것은 으레 그런 것이다. 만일 현재 세상에서 구경의 지혜를 얻지 못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단식천을 지나 여의생천에 태어날 것이요, 그는 거기서 상지멸정에 드나들 것이니, 그것은 으레 그런 것이다."

존자 오타이도 한결같이 몇 번이고 말했다.

"만일 비구로서 여의생천에 태어나서 상지멸정에 드나든다고 말하는 것은 끝내 그럴 수가 없습니다."


존자 사리자가 다시 이렇게 생각했다.

'이 비구는 세존 앞에서도 두세 번 내 말을 그르다 하는데 또한 어느 비구도 내 말을 찬탄하는 사람이 없다. 나는 차라리 잠자코 있으리라.'


그때 세존께서 물으셨다.

"오타이야, 네가 말하는 여의생천을 색(色)이라고 생각하느냐?"

존자 오타이가 세존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러자 세존께서 오타이를 면전에서 꾸짖으셨다.

"너는 어리석은 사람이고, 너는 장님처럼 눈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면서 무슨 까닭에 매우 깊은 아비담(阿毗曇)을 논하는가?"

  

존자 오타이는 부처님께 면전에서 꾸지람을 받고 나서야 마음에 슬픔을 품고 머리를 떨구고 잠자코 말없이 무엇을 생각하는 듯하였다. 


세존께서는 존자 오타이를 면전에서 꾸짖으신 뒤에 존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명망 있고 덕 있는 장로 비구가 남의 힐난을 받는데, 너는 왜 버려 두고 단속하지 않았느냐? 너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자비스런 마음이 없는 사람이다. 명망 있고 덕 있는 장로를 저버리다니."


이에 세존께서는 존자 오타이와 아난을 면전에서 꾸짖으신 뒤에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비구로서 계율을 성취하고 선정을 성취하고 지혜를 성취하면, 그는 곧 현재 세상에서 당장 상지멸정에 드나들게 되는데, 그것은 으레 그런 것이다. 만일 현재 세상에서 구경의 지혜를 얻지 못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단식천을 지나 여의생천에 태어날 것이요, 그는 거기서 상지멸정에 드나들 것이니, 그것은 으레 그런 것이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와 같이 말씀하시고 곧 선실(禪室)에 들어가 고요히 앉아 잠자코 계셨다. 

대중 가운데 존자 백정(白淨)2) 비구가 있었다. 


존자 아난이 존자 백정에게 말하였다.

"일은 다른 사람이 저질렀는데 꾸지람은 내가 들었습니다. 존자 백정이여, 세존께서는 저녁때가 되면 틀림없이 선실에서 나와 비구들 앞에 와서 자리를 깔고 앉아 이 문제를 함께 논하실 것입니다. 존자께서는 마땅히 이 일에 대하여 대답해 주셔야만 합니다. 저는 세존과 여러 범행자들을 대하기가 못내 부끄럽습니다."

  

이윽고 세존께서 저녁때가 되자 선실에서 나와 비구들 앞에 와서 자리를 깔고 앉아 말씀하셨다.

"백정아, 장로 비구는 몇 가지 법(法)이 있어야 모든 범행자들의 애경(愛敬)과 존중을 받는가?"

존자 백정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장로 비구에게 만일 다섯 가지 법이 있으면 모든 범행자의 애경과 존중을 받습니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 법인가?


첫째, 장로 비구가 금계(禁戒)를 닦아 익히고, 종해탈(從解脫)을 지켜 보호하며, 또 위의와 예절을 잘 지키고, 털끝만한 죄를 보아도 항상 두려운 마음을 가지며, 학문과 계행을 받아 가지면 세존이시여, 그는 금계를 지키는 장로요 상존(上尊)이 될 만한 비구로서, 모든 범행자들의 애경과 존중을 받습니다.

  

둘째, 장로 비구가 널리 배우고 많이 들어서, 그것을 지켜 가지고 잊지 않으며 쌓아 모으고 널리 듣는 것이니, 이른바 그 법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또한 좋으며, 뜻도 있고 문채도 있으며, 청정(淸淨)을 구족하여 범행을 드날리나이다. 이와 같이 모든 법에 있어서 널리 배우고 많이 들으며, 익숙하게 익혀 천(千)에까지 이르며, 마음으로 생각하고 관찰하는 바에 대하여 분명하게 보고 깊이 통달하면 세존이시여, 그는 다문(多聞)한 장로요 상존이 되는 비구로서, 모든 범행자들의 애경과 존중을 받습니다.

  

셋째, 장로 비구가 네 가지 증상심(增上心)을 얻고, 현재 즐겁게 살며 무엇이든 얻기가 어렵지 않으면 세존이시여, 그는 선사(禪伺)7) 장로요 상존이 되는 비구로서, 모든 범행자들의 애경과 존중을 받습니다.

  

넷째, 장로 비구가 지혜를 닦아 실천하고 흥하고 쇠하는 법을 관찰하며, 이러한 지혜를 얻고 거룩한 지혜로 밝게 통달하여 분별하고 환히 알아 바로 괴로움을 다하면 세존이시여, 그는 지혜(智慧)의 장로요 상존이 되는 비구로서, 모든 범행자들의 애경과 존중을 받습니다.

  

다섯째, 장로 비구가 모든 번뇌[漏]가 이미 다하여 더 이상 번뇌[結]가 없고,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재 세상에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득하여 성취하여 노닐며, 생이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목숨을 받지 않는다는 것에 대하여 진실 그대로를 알면 세존이시여, 그는 누진(漏盡)의 장로요 상존이 되는 비구로서, 모든 범행자의 애경과 존중을 받습니다. 세존이시여, 장로 비구가 만일 이 다섯 가지 법을 성취하면, 그는 모든 범행자들의 애경과 존중을 받습니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백정이여, 만약 장로 비구가 이 다섯 가지 법이 없으면, 다시 어떤 일로 모든 범행자들의 애경과 존경을 받게 되겠는가?"

존자 백정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장로 비구가 이 다섯 가지 법이 없으면, 모든 범행자로 하여금 애경하고 존경하게 할 다른 일은 없나이다. 오직 늙었다는 것으로써, 곧 머리는 희고 이는 빠지고 젊음은 날로 쇠하며, 몸은 굽어지고 다리는 뒤틀리며, 몸이 무겁고 상기(上氣)되며, 지팡이를 의지해야 겨우 다니며, 살은 쭈그러들고 피부는 늘어나 주름살지고 마치 참깨와 같은 검버섯이 피며, 모든 감각기관은 헐고 얼굴빛은 추악합니다. 그는 이와 같이 늙었다는 이유로 범행자들로 하여금 애경하고 존중하게 할 뿐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만일 장로 비구에게 이 다섯 가지 법이 없으면 더 이상 모든 범행자로 하여금 애경하고 존중하게 할 다른 일이 없느니라. 오직 늙었다는 것, 곧 머리는 희고 이는 빠지고, 젊음은 날로 쇠하며, 몸은 굽고 다리는 뒤틀리며, 몸은 상기되어 지팡이를 의지해야 겨우 다니며, 살은 쭈그러들고 피부는 늘어나 주름살지고 마치 참깨와 같은 검버섯이 피고, 모든 감각기관은 허물어지고 얼굴빛은 추악하다. 그는 이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범행자로 하여금 애경하고 존중하게 할 뿐이다. 백정아, 사리자 비구에게는 이 다섯 가지 법이 있다. 너희들은 마땅히 애경하고 존중해야 한다. 왜냐 하면 사리자 비구는 금계를 닦아 익히고, 종해탈을 지켜 보호하며, 또 위의와 예절을 잘 지키고 털끝만한 허물을 보아도 항상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지며 학문과 계행을 받아 가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백정아, 사리자 비구는 널리 배우고 많이 들었으며, 지켜 가져서 잊지 않으며, 쌓고 모으고 널리 들었다. 이른바 그의 법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또한 좋으며, 뜻도 있고 문채도 있으며, 청정함을 구족하고 범행을 밝게 나타낸다. 이러한 모든 법에 대해서 널리 배우고 많이 들었으며, 익숙하게 익혀 천(千)에까지 이르렀으며,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에 대하여 분명하게 보고 깊이 통달하였다. 또한 백정아, 사리자 비구는 네 가지 증상심을 얻어서 현재 세계에서 즐겁게 살고 무엇이든 얻기가 어렵지 않다. 


그리고 또 백정아, 사리자 비구는 지혜를 닦아 실천하고 흥하고 쇠하는 법을 관찰하였으며, 이러한 지혜와 거룩한 슬기와 밝은 통달을 얻어 분별하고 환히 알아 바로 괴로움을 다한 사람이니라.

 

또 백정아, 사리자 비구는 모든 번뇌[漏]가 이미 다하여 더 이상 번뇌[結]가 없고,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재 세상에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득하여 성취하여 노닐며, 생이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생에 생명을 받지 않는다는 것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를 알고 있다. 사리자 비구는 이 다섯 가지 법을 성취하였다. 너희들은 마땅히 함께 애경하고 존중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자, 존자 백정과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팔리어로는 Sa avedayitanirodha samapati 이고, 멸진정(滅盡定) 멸수상정(滅受想定) 멸진삼매(滅盡三昧)라고도 한다. 무소유처(無所有處)에 염착하는 열망을 벗어난 자는 상(想)과 수(受:知)가 어지럽게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여 고요함을 구한다. 따라서 상(想)의 작용을 먼저 쉬고 마음[心]과 마음의 작용[心所]을 없애 무심한 경지에 머무른다. 따라서 이를 상지멸정이라고 한다. 무상정(無想定)과 더불어 두 가지 무심정(無心定)으로 불린다.

 

2)또는 우파마나(優波摩那)라고 쓰기도 한다. 비구의 이름이며 사위성(舍衛城) 사람으로서 기원정사(祇園精舍)를 건립할 때 신심을 내어 출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