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역 아함경/증일아함경

52. 대애도반열반품(大愛道般涅槃品)

실론섬 2015. 7. 30. 12:36

52. 대애도반열반품(大愛道般涅槃品)

 

[ 1 ]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서진(西晉) 시대 백법조(白法祖)가 한역한 『불설대애도반니원경(佛說大愛道般泥洹經)』과 유송(劉宋) 시대 혜간(慧簡)이 한역한 『불모반니원경(佛母般泥洹經)』이 있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는 비사리성(毗舍離城) 보회강당(普會講堂)에서 대비구(大比丘)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당시 대애도(大愛道)는 비사리성에 있는 고대사(高臺寺)에서 대비구니(大比丘尼)들 5백 명과 함께 노닐고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라한(羅漢)으로서 온갖 번뇌[漏]가 이미 다 끊어진 이들이었다.

  

대애도는 모든 비구들이 '세존께서는 오래지 않아 장차 멸도(滅度)하실 터인데, 석 달이 지나기 전에 구이나갈(拘夷那竭) 사라(娑羅) 쌍수 사이에서 멸도하실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대애도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세존께서 멸도하시는 것을 차마 뵈올 수 없고, 또 아난(阿難)이 멸도하는 것도 차마 볼 수가 없다. 내가 지금 먼저 멸도 해야겠다."

  

대애도는 곧 세존의 처소로 찾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대애도는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저는 세존께서 오래지 않아 멸도하실 터인데, 지금부터 석 달이 지나기 전에 구이나갈에 있는 사라 쌍수 사이에서 멸도하실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지금 세존과 아난이 멸도하시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오직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제가 먼저 멸도하는 것을 허락해주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대애도가 거듭 세존께 아뢰었다.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지금부터는 제가 모든 비구니들을 위해 계(戒)를 설명하게 해주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비구니가 또 비구니들을 위해 금계(禁戒)를 설하는 것을 허락한다. 내가 전에 금계를 설한 것처럼 하여 조금도 차질이 없게 하라."

  

대애도가 앞으로 나아가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서있었다.

대애도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다시는 세존의 얼굴을 뵈올 수 없고, 또 미래의 모든 부처님께서 포태(胞胎)를 받지 않고 영원히 함이 없는 곳[無爲 : 涅槃]에 계시는 것도 뵈올 수 없습니다. 오늘 저 거룩한 모습을 떠나면 다시는 뵈올 수 없을 것입니다."

  

대애도는 부처님 주위를 일곱 번 돌고, 또 아난의 주위도 일곱 번 돌고, 다시 비구 대중들 주위도 돌고 나서는 곧 물러갔다.

  

그는 모든 비구니 대중들에게 돌아가 모든 비구니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함이 없는 열반세계에 들려고 한다. 왜냐 하면 여래께서 오래지 않아 멸도에 드시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각각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마음대로 가거라."

  

차마(差摩) 비구니·우발색(優鉢色) 비구니·기리시(基利施) 비구니·발타란자(鉢陀??) 비구니·바라자라(婆羅?羅) 비구니·가전연(迦?延) 비구니·사야(?耶) 비구니와 그리고 5백 비구니들은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가서 한쪽에 서있었다.

 

5백 비구니 중에서 차마 비구니가 우두머리가 되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 모든 사람들은 여래께서 오래지 않아 장차 멸도하실 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희들은 여래와 아난께서 먼저 멸도 하시는 것을 차마 뵈올 수가 없습니다. 오직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이 먼저 멸도하는 것을 허락하여 주소서. 저희들이 지금 멸도하는 것이 정말 옳을 듯하옵니다."

세존께서 잠자코 허락하셨다.

  

그러자 차마 비구니와 5백 비구니들은 세존께서 잠자코 허락하신 것을 알고, 앞으로 나아가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세 번 돌고 나서 물러나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대애도는 강당(講堂) 문을 닫고 건추(乾椎)를 치고는 한데[露地]에다 자리를 펴고 허공으로 올라가, 공중에서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며 걸어다니기도 하였다. 혹은 불꽃을 내기도 하는데, 몸 아래서 연기를 내면 몸 위에서는 불을 내며, 몸 아래에서 물을 내면 몸 위에서 연기를 내기도 하며, 온 몸에서 불꽃을 내기도 하고 온몸에서 연기를 내기도 하였다.

  

왼쪽 옆구리에서 물을 내면 오른쪽 옆구리에서는 불을 내기도 하고, 오른쪽 옆구리에서 물을 내면 왼쪽 옆구리에서는 연기를 내기도 하였다. 앞에서 불을 내면 뒤에서는 물을 내기도 하며, 앞에서 물을 내면 뒤에서 불을 내기도 하며, 온 몸에서는 불을 내는가 하면 온 몸에서 물을 내기도 하였다.

  

대애도는 여러 가지 변화(變化)를 부리고는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 가부좌하고 앉아,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는 초선(初禪)에 들었다. 초선에서 일어나 제2선에 들어갔고, 제2선에서 일어나 제3선에 들어가며, 제3선에서 일어나 제4선에 들어갔다. 제4선에서 일어나서는 공처(空處)에 들어가고 공처에서 일어나 식처(識處)에 들어가며, 식처에서 일어나 불용처(不用處)에 들어가고 불용처에서 일어나 유상무상처(有想無想處)에 들어가며, 유상무상처에서 일어나 상지멸(想知滅)에 들어갔다.

  

상지멸에서 일어나 도로 유상무상처에 들어가고 유상무상처에서 일어나 도로 불용처에 들어가며, 불용처에서 일어나 도로 식처에 들어가고 식처에서 일어나 도로 공처에 들어갔다.

  

공처에서 일어나 도로 제4선에 들어가고 제4선에서 일어나서 도로 제3선에 들어가며, 제3선에서 일어나 도로 제2선에 들어가고 제2선에서 일어나 도로 초선에 들어갔다. 다시 초선에서 일어나서 제2선에 들어가고 제2선에서 일어나서 제3선에 들어가며, 제3선에서 일어나서 제4선에 들어가고 이미 제4선에 들어가서는 곧 멸도하였다.

  

그 때 천지(天地)가 크게 흔들렸다. 동쪽이 솟아오르면 서쪽이 꺼지고 서쪽이 솟아오르면 동쪽이 꺼

지며, 사방이 모두 솟아오르면 한복판이 꺼져 내렸다.

  

또 사방에서 시원한 바람이 일고 모든 하늘들은 허공에서 풍류를 연주하였으며, 욕계(欲界)의 모든 하늘들은 눈물을 흘리며 슬피 울었다. 비유하면 마치 봄 하늘에서 단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신묘(神妙)한 하늘들은 우발화향(優鉢華香)과 전단(?檀)을 섞어 부수어 그 위에 뿌렸다.

  

차마 비구니·우발색 비구니·기리시구담미(基利施瞿曇彌) 비구니·사구리(舍瞿離) 비구니·사마(奢摩) 비구니·발타란차(鉢陀蘭遮) 비구니·가전연 비구니·사야 비구니 등 이상과 같은 상수(上首) 5백 비구니들은 각각 한데에다 자리를 펴고 날아올라 허공에 있으면서, 공중에서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며 걸어다니기도 하면서 열 여덟 가지로 변화를 부리고,……(내지)……생각이 끊긴 선정에 들어 각각 멸도하였다.

  

그 당시 비사리성 안에 야수제(耶輸提)라고 하는 대장(大將)이 있었는데, 그는 5백 동자(童子)를 데리고 보회강당(普會講堂)에 모여 강설(講說)하고 있었다. 야수제와 5백 동자들은 멀리서 5백 비구니(比丘尼)들이 열 여덟 가지 변화를 부리는 것을 보고, 한량없이 기뻐 뛰면서 각각 합장하고 그 쪽을 향하였다.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야수제 대장에게 가서 그에게 말하기를 '빨리 평상 5백 개·좌구(坐具) 5백 개·소(?) 5백 병·기름 5백 병·꽃 5백 수레·향 5백 봉지·섶나무 5백 수레를 준비하라'고 하라."

아난이 앞으로 나아가 세존께 여쭈었다.

"알지 못하겠습니다. 세존께서는 그것을 어디에 보시하시려고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애도가 이미 멸도하였다. 그리고 5백 비구니도 이미 다 니원(泥洹)에 들었다. 나는 그것을 그 사리(舍利)에 공양하려고 한다."

아난은 슬피 울면서 스스로 견디지 못해 하면서 말하였다.

"대애도의 멸도가 어이 그리도 빠르단 말인가?"

  

아난은 손으로 눈물을 뿌리면서 야수제 대장에게로 갔다. 야수제는 멀리서 아난이 오는 것을 보고 모두 일어나 맞이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아난이여, 무슨 분부가 있으시기에 이렇게 갑자기 오셨습니까?"

그러자 아난이 말하였다.

"나는 세존의 심부름으로 왔는데 부탁할 말이 있습니다."

대장이 물었다.

"무슨 분부이십니까?"

아난이 말하였다.

"세존께서 대장에게 분부하시기를 '지금 빨리 평상 5백 개·좌구 5백 개·소 5백 병·기름 5백 병·꽃 5백 수레·향 5백 봉지·섶나무 5백 수레를 준비하라. 대애도와 5백 비구니가 모두 멸도하였다. 우리는 거기에 가서 그들의 사리에 공양하려고 한다'고 하셨습니다."

 

대장은 슬피 울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대애도의 멸도가 어이 그리도 빠르단 말인가? 5백 비구니의 멸도도 참으로 빠르구나. 지금부터는 누가 우리를 가르치고 보시하는 시주들을 교화한다는 말인가?"

  

야수제 대장은 곧 평상 5백 개·좌구 5백 개·기름 5백 병·소(?)·섶나무 등 화장할 때 쓸 물건을 모두 준비한 뒤에 세존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있었다.

야수제 대장이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께서 분부하신 공양할 물건들이 지금 다 준비되었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지금 각기 대애도의 몸과 5백 비구니의 몸을 메고 비사리성을 나가 넓은 들판으로 가자. 내가 그곳에서 그 사리에 공양하리라."

야수제 대장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장자는 곧바로 대애도 등이 있는 곳으로 가서 어떤 사람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사다리를 놓고 담을 넘어 안에 들어가 천천히 문을 열어 소리가 나지 않게 하라."

그는 시키는 대로 곧 들어가 문을 열었다. 대장은 다시 5백 사람에게 분부하여 각각 그 사리를 들어 평상 위에 올려놓게 하였다."

  

그 당시 두 사미니(沙彌尼)가 거기에 있었다. 한 사람의 이름은 난타(難陀)였고, 다른 한 사람의 이름은 우반난타(優般難陀)였다. 그 두 사미니가 대장에게 말하였다.

"그만 두시오, 제발 그만두시오. 대장님, 저 여러 스승님에게 손을 대어 시끄럽게 하지 마십시오."

야수제 대장이 말하였다.

"너희 스승님들은 잠을 자는 것이 아니다. 모두 멸도하셨다."

  

두 사미니는 스승님이 멸도하셨다는 말을 듣고 두려운 마음이 생겨 곧 스스로 가만히 사유하여 '발생한 모든 법은 다 사라져 없어지는 법이다'라고 관(觀)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그 자리에서 세 가지 밝음[三明]3)과 여섯 가지 신통[六通]을 얻었다.

  

두 사미니는 곧 허공을 날아 먼저 넓은 벌판으로 가서 열 여덟 가지 변화를 부렸는데, 혹은 허공에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며, 걸어다니기도 하고 몸에서 물과 불을 내는 등 한량없이 많은 변화를 부렸다. 그리고는 무여열반(無餘涅槃)의 경계에 들어 반열반(般涅槃)하였다.

  

세존께서 모든 비구 대중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대애도의 절로 가셨다. 세존께서 아난과 난다와 라운(羅云)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대애도의 몸을 들어라. 내 지금 몸소 공양하리라."

 

 석제환인(釋帝桓因)이 세존께서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를 알아차리고, 마치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아주 짧은 시간에 삼십삼천(三十三天)에서 비사리에 이르러 세존께 나아가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 가운데 번뇌가 다한 비구들은 모두 석제환인과 삼십삼천을 보았지만, 번뇌가 다하지 못하고 탐욕이 있는 비구니와 우바새(優婆塞)·우바이(優婆夷)로서 아직 번뇌가 다하지 못한 이들은 아무도 석제환인과 삼십삼천을 보지 못하였다.

  

범천왕(梵天王)은 멀리서 여래께서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계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차리고, 모든 범천들을 데리고 범천 위에서 사라져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도 세존께서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계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차리고, 열차(閱叉 : 夜叉) 귀신들을 데리고 여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제지뢰타천왕(提地賴?天王)도 건답화(乾沓和 : 乾達婆)를 데리고 동쪽으로부터 여래께 찾아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또 비루륵차천왕(毗婁勒叉天王)은 무수히 많은 구반다(拘槃茶)를 데리고 남쪽으로부터 세존께 찾아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또 비루바차천왕(毗婁波叉天王)도 용신(龍神)들을 데리고 여래께 찾아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또 욕계(欲界)·색계(色界)·무색계(無色界)의 여러 하늘들도 여래께서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계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차리고, 세존께 찾아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석제환인과 비사문천왕이 앞으로 나아가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몸소 수고하시지 마십시오. 저희들이 지금 그 사리에 공양하겠습니다.

세존께서 모든 하늘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만 두시오, 그만 두시오, 천왕들이여. 나 여래가 스스로 알아서 할 것이다. 이것은 여래가 마땅히 행할 일이요, 하늘·용·귀신들이 할 일이 아니다. 왜냐 하면 부모는 자식을 낳아 많은 이익을 주었기 때문이다. 즉 젖을 먹이고 안아 키운 은혜가 중하다. 그러니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 은혜를 갚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모든 하늘들은 꼭 알아야 한다. 과거에도 여러 불세존(佛世尊)을 낳으신 그 어머님이 먼저 멸도(滅度)하셨다. 그런 일이 있고 나면 그 불세존께서 모두 스스로 다비하고 그 사리에 공양하곤 하였었다.

 

가령 미래에 모든 불세존을 낳은 어머니가 먼저 멸도하신다면 그 후에 모든 부처님들은 모두 직접 공양할 것이다. 이런 방편으로써 여래가 마땅히 직접 공양해야 하는 것이고 하늘·용·귀신이 할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비사문천왕이 5백 귀신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저 전단림(?檀林)에 가서 향나무를 가지고 오너라. 지금 화장하여 공양하리라."

5백 귀신은 천왕의 말을 듣고 나서, 곧 전단림 속으로 가서 전단 섶나무를 가지고 넓은 들판으로 왔다.

  

세존께서는 몸소 직접 평상의 한 쪽 다리를 드시고 난다가 한 쪽 다리를 들고 나운이 한 쪽 다리를 들고 아난이 한 쪽 다리를 들고 허공을 날아 저 무덤 사이에 있는 화장터로 갔다. 그 중간에 사부대중인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는 5백 비구니의 사리를 들고 그 무덤 사이로 갔다.

  

세존께서 야수제 대장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다시 평상 두 개·좌구 두 개·섶나무 두 수레를 준비하고, 향과 꽃을 두 사미니의 몸에 공양하라."

야수제 대장이 세존께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잠시 후에 곧 공양할 도구를 준비하였다. 

세존께서 전단 나무를 각각 모든 하늘들에게 전해 주셨다. 

세존께서 다시 대장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각각 5백 비구니의 사리를 가져다가 각각 분별하여 공양하고 두 사미니도 또한 그렇게 하도록 하라."

  

대장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각각 분별하여 수습해 공양하고 곧 가져다가 화장하였다.

세존께서 다시 전단 나무를 대애도의 몸 위에 놓았다.

  

세존께서 이 게송을 읊으셨다.

 

  일체의 행(行)은 무상(無常)한 것

  한 번 나면 반드시 다함이 있네.

  나지 않으면 죽지도 않나니

  이 적멸(寂滅)이 가장 즐거운 것이라네.

 

모든 하늘과 사람들이 다 그 무덤 사이에 구름처럼 모여들어, 거기에 모인 대중들의 수는 수십 억(億) 해(★) 나술(那術)이나 되었다.

  

대장은 불이 꺼지고 나서 다시 사리를 가져다 탑[偸婆]을 세웠다.

  

세존께서 대장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저 5백 비구니의 사리도 가져다가 탑을 세워라. 오랜 세월 동안 한량없이 많은 복(福)을 받을 것이다. 왜냐 하면 세간에는 탑을 세울 만한 네 종류의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자가 그 네 사람인가? 

만일 어떤 사람이 여래(如來)·지진(至眞 : 阿羅漢)·등정각(等正覺)을 위해 탑을 세우고, 전륜성왕(轉輪聖王)과 성문(聲聞)과 벽지불(?支佛)을 위해 탑을 세우면 한량없이 많은 복을 받을 것이다.

  

세존께서는 모든 하늘과 백성들을 위해 미묘(微妙)한 법을 연설하시어 권유하여 기쁘게 해주셨다. 

 

그 때 1억이나 되는 하늘과 사람들은 온갖 티끌과 때가 다 없어지고 법안(法眼)이 깨끗하게 되었다.

모든 하늘·사람·건답화(乾沓和)·아수륜(阿須輪)과 사부대중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당시 사위성 안에 어떤 비구니가 있었는데, 그 이름을 바타(婆陀)라고 하였다.

  

그는 5백 비구니를 데리고 그 성에서 노닐고 있었다.

바타 비구니는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혼자서 사유하면서 가부좌하고 앉아,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는 무수한 전생[宿命]의 일을 기억하다가 혼자 웃었다.

 

어떤 비구니가 멀리서 바타 비구니가 웃는 것을 보고는, 곧 비구니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말하였다.

"지금 바타 비구니가 혼자 나무 밑에 앉아서 웃고 있다. 과연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것일까?"

 

5백 비구니는 서로 이끌고 바타 비구니에게 가서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바타에게 말하였다.

"무슨 일이 있기에 혼자 나무 밑에 앉아서 웃었습니까?"

바타 비구니가 5백 비구니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아까 이 나무 밑에서 스스로 무수하게 많은 전생의 일을 기억해 보았소. 그리고 또 옛날에 겪었던 내 몸을 관찰하고, 여기에서 죽어 저기에 태어난 것을 모두 다 관찰해 보았소."

  

그러자 5백 비구니들이 또 말하였다.

"바라건대 지금 과거의 일을 말씀하여 주십시오."

바타 비구니가 5백 비구니들에게 말하였다.

"오랜 옛날 91겁(劫) 중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신 일이 있었소. 그 정등각자의 이름은 비바시(毗婆尸) 여래(如來)·지진(至眞)·등정각(等正覺)·명행성위(明行成爲)·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도법어(道法御)·천인사(天人師)·불중우(佛衆祐)라고 하였소.

  

그 세계의 이름은 반두마(槃頭摩)였으며, 그 나라에는 백성들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치성(熾盛)하였소.

  

그 정등각자께서는 그 나라에 노닐면서 16만 8천 비구 대중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서 설법하셨소. 그 세존의 명호(名號)는 사방에 멀리 퍼졌었소. 비바시 세존은 온갖 모양을 완전히 갖추었으니, 그 분은 모든 사람들의 좋은 복밭이 되셨소.

  

그 나라에 어떤 동자가 있었는데, 그 동자의 이름은 범천(梵天)이였고, 얼굴 모습은 단정(端正)하여 세상에 보기 드물었소. 그 때 그 동자는 손에 보배 일산[寶蓋]을 들고 온 거리를 돌아다녔소. 그 때 어떤 거사(居士)의 아내가 있었는데, 그녀의 얼굴 모습도 역시 단정하였소. 그녀도 그 길을 따라 걸어갔는데 그 때 사람들은 모두 그를 유심히 바라보았소.

  

그 동자는 이렇게 생각하였소.

'나는 지금 얼굴도 단정하고 손에는 보배일산까지 들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다 나를 유심히 보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모두 저 여자는 유심히 바라본다. 그러니 내가 지금 어떤 방편을 써서라도 사람들로 하여금 나를 바라보게 하리라.'

 

그 동자는 곧 그 성을 나가 비바시 세존처소에 나아가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보배 꽃을 가져다가 공양하고 또 서원을 세웠소.

  '만일 비바시 부처님께 이러한 신통과 이러한 신력(神力)이 있다면 바로 이 세간과 천상의 복밭이 되실 것이다. 내가 짓는 이 공덕으로 나로 하여금 미래 세상에 여자의 몸이 되게 하시어 누구나 나를 보고는 모두 기뻐 뛰게 하여지이다.'

  그 때 그 동자는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그 부처님께 공양하고 나서 목숨을 마치고는 곧 여자의 몸으로 삼십삼천(三十三天)에 태어났다. 얼굴은 매우 단정하여 옥녀(玉女)들 중에서 제일이었고, 다섯 가지 일의 공덕으로 그 옥녀들보다 뛰어났었소. 어떤 것을 그 다섯 가지라고 하는가? 말하자면 하늘 수명

 

  [天壽]·하늘 형상[天色]·하늘 즐거움[天樂]·하늘의 위엄과 복[天威福]·하늘의 자유[天自在]입니다.

  그 때 삼십삼천들은 모두 그 여자를 보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소.

  '이 천녀(天女)는 매우 뛰어나고 아름다워 어느 누구도 견줄만한 사람이 없다.'

  그 중에 혹 어떤 천자는 이렇게 말하였소.

  '나는 기어코 이 천녀를 얻어 천후(天后)로 삼으리라.'

  그리하여 각각 서로 다투었소. 그 때 큰 천왕(天王)이 말하였소.

  '너희들은 서로 다투지 말라. 너희들 중에서, 가장 미묘한 법을 연설하는 이에게 곧 이 천녀를 주어 아내로 삼게 하리라.'

  그 때 어떤 천자가 곧 이런 게송을 읊었소.

 

  일어나거나 또는 앉았거나 간에

  자나 또 깨나 즐거움이 없네.

  만일 내가 깊은 잠에 빠졌을 때

  그 때서야 비로소 욕심 없으리.

 

  그 때 또 어떤 천자는 이런 게송을 읊었소.

 

  너는 지금 일부러 즐거움 위해

  잠에 들어 아무 생각 없으리라 하지만

  나는 지금 일어나는 그리운 이 생각

  마치 저 전장에서 북을 치는 것 같네.

 

  그 때 또 어떤 천자는 이런 게송을 읊었소.

 

  설사 전장에서 북을 친다 하여도

  그 소리는 오히려 그칠 때가 있지만

  빠른 속도로 치달리는 내 욕심은

  물이 흘러 멈추지 않는 것과 같네.

 

  그 때 또 어떤 천자는 이런 게송을 읊었소.

 

  가령 물이 큰 나무를 떠내려보내도

  그것은 오히려 멈출 때가 있지만

  내 항상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정은

  죽은 코끼리 눈을 깜박이지 않는 것 같네.

 

  그 때 천자들 중에서 가장 높은 천자가 모든 천자에게 이런 게송을 읊었소.

 

  너희들은 오히려 한가하구나.

  제각기 이런 게송들을 읊었지만

  나는 지금 스스로 알지 못하겠네.

  이것이 산 것인가 죽은 것인가?

 

그 때 모든 하늘 신들이 그 천자에게 말하였소.

'훌륭합니다. 천자여, 읊은 게송이 매우 맑고 미묘합니다. 지금 이 천녀를 천왕에게 바치겠습니다.'

그 천녀는 곧 천왕의 궁전으로 들어갔소. 

 

모든 자매들이여, 주저하지 마시오. 왜냐 하면 그 때 동자의 몸으로서 보배일산을 부처님께 공양한 이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소?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오. 그 때 그 동자는 바로 지금의 나였소.

  

또 과거 31겁 중에 식힐(式詰 : 尸棄)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어, 야마(野馬)라고 하는 세계에 노닐면서 대비구들 16만 명과 함께 계셨소.

  

그 천녀는 뒷날 목숨을 마치고 인간 세상에 태어나 여자의 몸을 받아 매우 단정하여 세상에 보기 드물었소.

  

어때 식힐 여래께서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야마성(野馬城)에 들어가 걸식하였소.

그 천녀는 장자(長者)의 아내가 되어 좋은 음식으로 식힐 여래께 바치면서 역시 서원(誓願)을 세웠소.

'이 공덕의 업(業)으로 말미암아 태어나는 곳마다 세 갈래 나쁜 세상에는 떨어지지 않게 하고 얼굴이 단정하여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게 하여지이다.'

  

그 여자는 목숨을 마치고 삼십삼천에 태어났소. 그는 거기에서 다시 여자의 몸이 되어 얼굴이 매우 단정하였고, 다섯 가지 공덕에 있어서 그 하늘의 다른 천녀들보다 뛰어났었소.

  

그 때의 그 천녀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소?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오. 왜냐 하면 그 천녀는 바로 지금의 나였기 때문이오.

 

또 그 겁에 비사라바(毗舍羅婆 : 毗舍浮)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소.

그 천녀는 살만큼 살다가 목숨을 마치고는 인간 세상에 태어났소. 그는 여자의 몸을 받았는데 얼굴이 매우 단정하여 세상에 보기 드물었소. 그는 다시 장자 거사의 아내가 되어 좋은 의복을 가져다가 여래께 바치면서 이렇게 서원을 하였소.

'제가 미래 세상에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게 하소서.'

  

그 부인은 목숨을 마치고 삼십삼천에 천녀로 태어났는데, 얼굴이 매우 단정하여 다른 천녀들보다 뛰어났었소.

  

그 때의 그 천녀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소?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오. 왜냐 하면 그 천녀는 바로 지금의 나였었기 때문이오.

  

그 여인(女人)은 살만큼 살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인간 세계로 와서 태어나 바라내(波羅▩) 큰 성에 살면서 월광(月光) 장자 아내의 종이 되었소. 그는 얼굴이 추악[?醜]하여 사람들이 모두 밉게 보았소. 비사라바 여래께서 세상을 떠나신 뒤로는 다른 정등각자께서 출현하신 일이 없었고 벽지불이 세상을 교화하였소. 

 

월광 장자의 부인이 그 종에게 말하였소.

'너는 밖에 나가 돌아다니면서, 사문을 찾아보다가 얼굴이 단정하여 내 마음에 들만한 이를 만나거든 우리 집으로 데리고 오너라. 나는 공양하려고 한다.'

 

그 종은 곧 집을 나가 밖에서 사문을 찾다가, 우연히 성 안을 돌아다니면서 걸식(乞食)하는 벽지불을 보게되었소. 그러나 그는 얼굴이 추악하고 자색(姿色)이 추하고 더러웠소. 

 

그 종이 벽지불에게 말하였소.

'우리 집 주인이 뵙고 싶다고 합니다. 바라건대 저희 집으로 와주십시오.'

종은 곧 집에 들어가 주인에게 아뢰었소.

'사문께서 오셨습니다. 나가서 서로 만나보십시오.'

장자의 부인은 사문을 보고 나서 마음이 기쁘지도 즐겁지도 못하여 곧 그 종에게 말하였소.

'이 사문을 돌려보내거라. 나는 보시(布施)하지 않겠다. 왜냐 하면 그는 얼굴이 추악하고 보기 흉하기 때문이다.'

 

그 종이 부인에게 말하였소.

'만일 부인께서 저 사문께 보시하지 않으시겠다면 오늘 제가 먹을 몫을 모두 저 분께 드리겠습니다.'

  

그 부인은 곧 그 종이 먹을 몫으로 밀가루 한 되를 내어 주었소. 그러자 그 종은 그것을 받아 사문에게 주었소. 벽지불은 그것을 받아먹고 나서 허공에 날아올라 열 여덟 가지 변화를 부렸다. 

 

그 종은 이렇게 서원을 하였소.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태어나는 곳마다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게 하고, 미래 세상에는 저로 하여금 얼굴이 아주 단정한 여자로 태어나게 하소서.'

  

벽지불은 손으로 발우를 받쳐들고 성(城)을 세 바퀴 돌았소.

 

월광 장자는 5백 상인(商人)들을 데리고 보회강당(普會講堂)에 모여 있었소.

그 성 안에 있는 남녀노소[男女大小]들은 벽지불이 발우를 받쳐들고 허공으로 날아가고 있는 것을 보고 나서 저희들끼리 서로 말을 주고받았소.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데 저러한 신통이 있는가? 이러한 벽지불을 만났으니 우리 음식을 보시하자.'

  

장자의 종이 그 부인에게 말하였소.

'나와서 저 사문의 신덕(神德)을 보십시오. 허공을 날면서 열 여덟 가지 변화를 나타내는 등 한량없이 많은 신통을 부리십니다.'

 

장자의 부인이 종에게 말하였소.

'네가 아까 저 사문에게 보시한 음식으로 인하여 만약 복을 받게 되거든, 그것을 모두 나에게 돌려달라. 내가 지금 너에게 이틀 분의 밥값을 주리라.'

그 종이 대답하였소.

'저는 그 복을 드릴 수 없습니다.'

  

부인이 말하였소.

'너에게 나흘 분의 밥값, 아니 열흘 분의 밥값을 주리라.'

그 종이 대답하였소.

'저는 복을 드릴 수 없습니다.'

  

부인이 말하였소.

'내가 너에게 금전(金錢) 1백 매(枚)를 주리라.'

그 종이 대답하였소.

'저에게는 필요가 없습니다.'

  

부인이 다시 말하였소.

'내가 너에게 금전 2백 매, 아니 1천 매를 주리라.'

그 종이 대답하였소.

저에게는 필요가 없습니다.'

  

부인이 말하였소.

'내가 너를 종을 면하게 해 주리라.'

종이 대답하였소.

'저는 굳이 평민[良人]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부인이 다시 말하였소.

'너를 부인으로 모시고 내가 네 종이 되겠다.'

그 종이 말하였소.

'저는 구태여 부인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부인이 말하였소.

'나는 지금 너를 잡아 매를 치고 귀와 코를 베고 손과 발을 끊고 네 목을 베리라.'

그 종이 대답하였소.

'그런 고통은 다 견디어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복을 줄 수는 없습니다. 몸은 비록 주인집에 매여 있지만 마음의 선(善)함은 각각 다릅니다.'

  

장자 부인은 그 종을 매질하였소.

 

5백 상인들이 저마다 이렇게 말하였소.

'이 신인(神人)이 지금 와서 걸식한다. 이번에는 꼭 우리 집에서 보시하리라.'

 

월광 장자는 모든 사람들을 다 돌려보내고 다시 집으로 들어갔소.

그 부인이 종을 매질하는 것을 보고 물었소.

'무슨 이유로 이 종을 때리느냐?'

그러자 종이 그 사실을 자세히 아뢰었소.

  

월광 장자는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리고 곧 부인을 바꾸어 종으로 삼고 그 종을 대신 부인으로 삼았소.

  

그 당시 바라내성을 다스리는 왕이 있었는데, 그 이름을 범마달(梵摩達)하였소. 그 대왕은 월광 장자가 벽지불에게 음식으로 공양하였다는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는 진인(眞人)을 만나 때를 따라 보시하였구나.'

 

그리고는 범마달왕은 곧 사람을 보내 월광 장자를 불러 그에게 말하였소.

'네가 정말 저 신선(神仙) 진인에게 음식으로 공양하였느냐?'

장자가 왕에게 아뢰었소.

'진실로 진인을 만나 음식을 보시하였습니다.'

  

그러자 범마달왕은 곧 상(賞)을 주고 또 직위(職位)를 더 올려주었소. 장자의 종은 살만큼 살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 삼십삼천에 태어났소. 그의 얼굴은 뛰어나게 아름다워서 세상에 보기 드물었고, 다섯 가지 공덕에 있어서도 다른 하늘들보다 뛰어났소.

  

모든 누이들이여, 다른 생각 마시오. 그 때 그 장자의 종은 바로 지금의 나였소.

  

또 이 현겁(賢劫) 중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는데, 그 명호를 구루손(拘樓孫) 여래라고 하였소.

  

그 천녀는 살만큼 살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인간 세상에 태어났소. 그는 야야달(耶若達) 범지의 딸이 되었소. 그 여인도 또 여래께 음식을 공양하면서 이런 서원을 세워 여자의 몸이 되기를 구하였소. 그 뒤에 그는 목숨을 마치고 삼십삼천에 태어났고, 얼굴이 단정하여 다른 모든 천녀들보다 뛰어났소. 그는 또 거기서 목숨을 마친 뒤에 인간 세상에 태어났소.

  

구나함모니(拘那含牟尼)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소.

그 천녀는 장자의 딸이 되었소. 그는 또 금꽃[金華]으로 구나함모니 부처님께 공양을 하면서 발원하였소.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태어나는 곳마다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뒷세상에는 저를 여자의 몸이 되게 하소서.'

  

그 여인은 살만큼 살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삼십삼천에 태어났소. 거기에서도 얼굴이 단정하여 다른 천녀들보다 뛰어났고, 다섯 가지 공덕에 있어서 그에게 미칠 이가 없었소.

  

장자의 딸로서 구나함모니 부처님께 공양한 이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소? 그렇게 관찰하지 마시오. 그 때 그 장자의 딸은 바로 지금의 나였소.

 

그 천녀는 살만큼 살다가 인간 세상에 태어났소. 그는 또 장자의 아내가 되었는데 그의 얼굴은 뛰어나 세상에 보기 드물었소.

  

가섭(迦葉)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소. 그 장자의 아내는 이레 낮 이레 밤을 가섭 부처님께 공양하면서 원을 세우며 말하였소.

'미래 세상에 저를 여자의 몸이 되게 하소서.'

 

장자의 아내는 살만큼 살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삼십삼천에 태어났고, 다섯 가지 공덕에 있어서 그 하늘의 다른 천녀들보다 뛰어났소.

  

장자의 아내로서 가섭 부처님께 공양한 이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소? 그 때 장자의 아내는 바로 지금의 나였소.

  

또 이 현겁에 석가문(釋迦文) 세존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셨소. 그 천녀는 목숨을 마친 뒤에, 이 라열성(羅閱城)에 살고 있는 겁비라(劫毗羅) 바라문의 딸이 되었소. 얼굴이 단정하여 모든 여인들 중에 가장 뛰어났었소. 겁비라 바라문의 딸은 자마금(紫磨金) 빛 형상으로서 다른 여자들에게 가면, 그들은 검기가 흡사 먹과 같았소. 그는 마음속으로 다섯 가지 욕망을 탐내지 않았소.

  

그 여인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소? 모든 누이들이여, 그렇게 보지 마시오. 그 때 그 바라문의 딸은 바로 지금의 나였소.

  

모든 누이들이여, 마땅히 알아야 하오. 나는 옛날의 그 공덕으로 인한 과보(果報)로 말미암아 비발라(比鉢羅) 마납(摩納)의 아내가 되었으니, 이른바 마하가섭(摩訶迦葉)이 바로 그분이오. 존자 대가섭(大迦葉)이 먼저 출가하였고, 그 뒤에 나도 곧 출가한 것이오.

  

나는 내가 옛날 여자의 몸으로 겪었던 일을 스스로 기억하고 있소. 그런 까닭에 내가 지금 빙그레 웃었을 따름이오. 또 나는 무지(無智)하고 가려져 있어서 여섯 분 여래께 공양하면서 스스로 여인의 몸이 되기를 빌었소. 그래서 나는 옛날의 경력에 대하여 빙그레 웃은 것이오."

  

많은 비구들은 바타 비구니가 스스로 전생의 무수한 세상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한다는 말을 듣고, 곧 세존께 나아가 발아래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이 사실을 자세히 여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혹 성문(聲聞) 제자 비구니들 중에서 이 사람처럼 무수히 많은 전생의 일을 기억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느냐?"

모든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그런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성문들 중에서 스스로 전생의 수없이 많은 세상의 일을 기억하고 있기로 제일인 제자는 바로 겁비라 비구니이니라."

  

모든 비구들은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雜阿含經)』 제34권 948번째 소경인 「성경(城經)」과 『별역잡아함경(別譯雜阿含經)』 제16권 341번째 소경이 있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어떤 비구가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 발아래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그는 조금 있다가 뒤로 물러나 앉더니 다시 앞으로 나아가 세존께 아뢰었다.

"겁의 길고 짧음에는 한정이 있습니까?"

세존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겁은 매우 길고 멀다.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비유를 들어 말할 것이니 한결같은 마음으로 들어라. 나는 지금 설명하리라."

비구는 세존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비유하면 마치 세로와 너비가 1유순(由旬)이나 되는 쇠 성이 있고 그 쇠 성에 빈틈없이 겨자씨를 가득 채워 두었는데, 가령 어떤 사람이 1백 년에 한 번씩 와서 그 겨자씨를 한 알씩 집어낸다고 할 때 그 쇠 성의 겨자씨가 모두 없어져야 비로소 한 겁이 되는 것과 같아서, 그것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왜냐 하면 생사(生死)는 길고 멀어 그 끝이 없는데, 중생들은 은혜와 사랑에 얽매이고 집착하여 생사에 떠돌아다니면서, 여기서 죽어 저기에 태어나는 것이 다할 때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 가운데에서 생사를 싫어하고 근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비구들아, 너희들은 부디 훌륭한 방편(方便)을 구해 이 애착(愛着)을 면하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은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雜阿含經)』 제34권 949번째 소경인 「산경(山經)」과 『별역잡아함경(別譯雜阿含經)』 제16권 342번째 소경이 있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어떤 비구가 세존의 처소로 찾아와 발아래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 있었다.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겁(劫)이 길고 멉니까?"

세존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겁은 매우 길고 멀어서 산수로 헤아릴 수가 없느니라. 내가 지금 너에게 비유를 들어 말할 것이니 잘 생각하고 기억하라. 내 지금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그 비구는 세존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마치 세로와 너비가 1유순이나 되고 높이도 1유순이나 되는 큰 돌산이 있는데, 가령 어떤 사람이 하늘 옷을 들고 1백 년에 한 번씩 와서 스칠 때, 그 돌은 오히려 다 닳아 없어질지언정 겁수(劫數)는 한정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 왜냐 하면 겁수는 길고 멀어 끝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겁이 1겁이나 1백 겁만이 아니니라.

  

왜냐 하면 생사(生死)는 길고 멀어 한량(限量)할 수도 없고 끝도 없는데, 중생들은 무명(無明)에 덮여 생사에 유랑(流浪)하면서 벗어날 기약이 없이 여기서 죽어 저기에 태어나면서 끝날 때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 가운데에서 생사를 싫어하고 근심하는 것이다. 이와 같나니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애착의 생각을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은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곳에서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수시로 법을 들으면 다섯 가지 공덕(功德)이 있어 항상 때를 잃지 않는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공덕인가? 일찍이 들어보지 못했던 법을 곧 듣게 되는 것, 이미 들은 것은 받들어 가지게 되는 것, 의심을 제거해 없애는 것, 삿된 소견이 없어지는 것, 매우 깊은 법을 알게 되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수시로 법을 들으면 다섯 가지 공덕이 있다'고 하는 것이니라.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부디 잘 기억하여 항상 매우 깊은 법을 듣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곧 나의 가르침이다.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은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는 비사리(毗舍離) 마하바나원(摩訶婆那園)에서 대비구(大比丘)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사자(師子)라는 대장(大將)이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 그 발아래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 대장에게 말씀하셨다.

"시주 단월(檀越)에게는 다섯 가지 공덕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공덕인가?

 

이른바 시주의 이름이 멀리 퍼지는 것이다.

'어떤 마을에는 보시하기를 좋아하는 어떤 사람이 있는데, 그는 곤궁한 이를 두루 구제하되 아까워하는 마음이 없다.'  

사자 대장아, 이것을 일러 시주가 보시로 말미암아 이룩하는 첫 번째 공덕이라고 한다.

  

또 사자 대장아, 그 시주 단월은 찰리(刹利) 대중이나 바라문(婆羅門) 대중이나 사문(沙門) 대중 속에 가더라도 모두 두려워할 것이 없고 또한 의심할 것이 없게 된다. 사자야, 이것이 두 번째 공덕이니라.

  

또 시주 단월은 남의 사랑을 받으므로 모두 와서 우러러본다. 마치 자식이 어머니를 사랑하여 그 마음이 서로 떠나지 못하는 것처럼, 시주도 그와 같아서 다른 사람의 사랑을 많이 받느니라.

  

또 사자야, 시주 단월이 보시할 때에 기뻐하는 마음을 내면, 그 기뻐하는 마음 때문에 곧 즐거움이 있어서 그 뜻이 견고해진다. 그 때 즐거움과 괴로움이 있음을 깨달아도 마음이 변하여 후회하지 않고 어떤 이치를 사실 그대로 알게 된다. 어떤 것이 이치를 스스로 사실 그대로 아는 것인가? 즉 괴로움에 대한 진리와 괴로움의 발생·괴로움의 소멸·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진리를 사실 그대로 아는 것이니라."

  

세존께서 곧 이 게송을 읊으셨다.

 

  보시는 중생이 복을 짓는 도구로서

  제일 가는 진리에 이르나니

  누구나 능히 보시를 생각하거든

  곧 기쁘고 즐거운 마음을 내라.

 

"또 사자 장자야, 시주 단월은 보시를 할 때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삼십삼천(三十三天)에 태어나고, 또 다섯 가지 일이 있어 다른 모든 하늘들보다 뛰어나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얼굴의 아름다움과 호귀(豪貴)한 집안에 태어남과 위신(威神)과 광명(光明)이요, 둘째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되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는 것이며, 셋째는 단월 시주로서 인간에 태어나면 부귀(富貴)한 집안에 태어나는 것이요, 넷째는 재물이 풍족하고 보배가 많은 것이며, 다섯째는 말대로 순종하고 작용하는 것이다. 사자야, 이것을 일러 단월에게 이런 다섯 가지 공덕이 있어 선한 길로 인도해 들어가게 하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사자 대장은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하며, 앞으로 나아가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비구들과 함께 지금 저의 청을 받아 주소서."

그러자 세존께서 잠자코 그 청을 받아주셨다.

  

사자 대장은 이미 세존께서 잠자코 청을 받아들이심을 알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서 온갖 음식을 장만하고 좋은 자리를 펴고 곧 가서 아뢰었다.

"때가 되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원컨대 대성(大聖)께서는 저를 가엾이 여기시어 왕림해 주소서."

  

세존께서 때가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모든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대장의 집에 이르러 각각 차례대로 앉았다.

사자 장군(將軍)은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이 차례로 앉으신 것을 보고, 손수 장만해 두었던 갖가지 음식을 돌렸다.

  

대장이 음식을 돌리자 모든 하늘들이 허공에서 말하였다.

"이 사람은 아라한(阿羅漢)입니다. 이 사람은 아라한으로 향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에게 보시하면 많은 복을 얻을 것이요, 이 사람에게 보시하면 적은 복을 얻을 것입니다. 이 사람은 아나함(阿那含)입니다. 이 사람은 아나함으로 향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사다함(斯陀含)입니다. 이 사람은 사다함으로 향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수다원(須陀洹)입니다. 이 사람은 수다원으로 향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7생(生)이나 천상과 인간을 오는 간 사람이요, 이 사람은 1생을 오고 간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믿음을 가진 사람이고, 이 사람은 법을 받드는 사람이며, 이 사람은 근기가 영리한 사람이고, 이 사람은 근기가 둔한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비천(卑賤)한 사람이고, 이 사람은 정진(精進)하면서 계(戒)를 지키는 사람이며, 이 사람은 계를 범한 사람입니다. 이 사람에게 보시하면 복을 많이 얻고 이 사람에게 보시하면 복을 적게 얻습니다."  

사자 대장은 모든 하늘들의 말을 들었으나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세존께서 공양을 마치시자, 그는 발우를 치운 뒤에 따로 작은 자리를 가져다가 여래의 앞에 앉았다. 

 

사자 대장이 세존께 아뢰었다.

"아까 하늘들이 제게 와서 '이 사람은 아라한이고……(내지)……이 사람은 계율을 범한 사람입니다'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이렇게 세존께 모두 자세히 아뢰고 나서 아뢰었다.

"저는 비록 그런 말을 들었으나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또 이렇게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이 사람은 버려 두고 저 사람에게만 보시하자. 저 사람은 버려 두고 이 사람에게만 보시하자.'

그리고 또 저는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일체 중생들에게 마땅히 다 보시하여야 한다. 형상이 있는 중생들은 모두 음식을 먹어야 살고 음식을 먹지 않으면 죽기 때문이다.'

저는 직접 여래에게서 이런 게송을 듣고는 항상 마음에 두어 잊지 않고 있습니다. 어떤 것이 그 게송인가?

 

  보시는 마땅히 널리 평등하게 하여

  마침내 거스름이 없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반드시 성현(聖賢)을 만나

  그것으로 인연하여 해탈하게 되리라.

 

세존이시여, 이것이 이른바 그 게송을 제가 직접 여래께 듣고 나서 언제나 기억하여 받들어 실천하는 것입니다."

  

세존께서 대장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이것을 일러 보살 마음의 평등한 보시라고 한다. 만일 보살이 보시한다면 그 역시 '나는 이 사람에게는 보시하고 저 사람에게는 보시하지지 않으리라'라고 생각하지 않고 항상 평등하게 보시할 것이다.

  

또 '일체 중생은 먹을 것이 있어야 살고 음식이 없으면 죽는다'라고 생각할 것이니라. 보살이 보시를 할 때에는 역시 이런 업(業)을 생각하고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을 것이다.

 

  대개 사람은 그 행을 닦을 때

  악(惡)도 행하고 또 선(善)도 행하지만

  그들은 제각기 그 과보(果報)를 받나니

  그 행은 끝내 멸하지 않느니라.

 

  사람들이 만일 그 행을 찾아보면

  그 과보를 받는 이유를 알 수 있나니

  선을 행하면 선의 과보를 받고

  악을 지으면 악의 과보를 받는다.

 

  악을 행하거나 선을 행하거나

  그 사람이 익힌 대로 따르나니

  마치 5곡의 종자를 심어

  제각기 그 열매 거두는 것과 같네.

 

사자 대장아, 마땅히 이러한 방편을 보아도 선과 악은 각각 그 행한 것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왜냐 하면 처음으로 뜻을 세울 때부터 도(道)의 마음을 이룰 때까지 그 마음에는 더하고 덜함이 없어, 사람을 선택(選擇)한다거나 또는 그 지위를 보지 않기 때문이니라.

  

그런 까닭에 사자야, 만일 보시를 하려고 할 때에는 언제나 평등이 할 것을 생각하고 옳으니 그르니 하는 그런 마음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사자야,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보시에 대해 말씀하셨다.

 

  보시하는 기쁨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

  그것을 많은 사람들이 칭송하나니

  어디를 가나 의심할 것이 없고

  또 누구에게도 질투하는 마음이 없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의 보시는

  온갖 나쁜 생각을 떨어버리고

  오랜 세월 동안 좋은 세계로 나아가나니

  모든 하늘들이 찬탄하는 바이니라.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마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가셨다.

사자는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파사닉왕(波斯匿王)이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파사닉왕이 세존께 여쭈었다.

"대개 보시하는 사람은 마땅히 어떤 곳에 보시해야 합니까?"

세존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마음이 기뻐하는 대로 거기에 보시하면 됩니다."

 

왕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디에 보시를 해야 큰 공덕을 얻습니까?"

세존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왕께서는 아까는 '어디에 보시해야 하느냐?'고 묻더니, 이제는 또 '복을 얻는 공덕'을 물으시는군요."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여래께 '어디에 보시해야 그 공덕을 얻는가?' 하고 여쭌 것이었습니다."

 

세존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다시 물을 터이니 왕은 마음대로 대답하십시오. 어떻습니까? 대왕이시여, 만일 어떤 찰리의 아들이나 바라문의 아들이 찾아왔는데, 그들은 모두 어리석고 미혹하여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고 마음이 착란(錯亂)하여 항상 일정하지 않다고 합시다. 그런 그들이 왕에게 찾아와서 '저희들은 마땅히 성왕(聖王)을 공경하고 받들어 수시로 필요한 것을 따르겠습니다'라고 말한다면, 어떻습니까? 대왕은 그런 사람들을 받아들여 좌우에 두겠습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쓰지 않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왜냐 하면 그 사람은 지혜가 없고 심식(心識)이 안정되지 않아서 외적(外敵)을 막아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어떻습니까? 대왕이시여, 만일 찰리 종족이나 바라문 종족이 온갖 방편이 많고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함이 없으며, 또 무서워하지 않아 능히 외적을 막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이들이 왕에게 찾아와 '저희들이 항상 성왕을 보살펴 받들겠습니다. 부디 바라건대 은혜를 베풀어 받아들여 주소서'라고 말한다면, 어떻습니까? 대왕은 그들을 받아들이겠습니까?"

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들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왜냐 하면 그들은 외적을 막아내는데 어려움이 없고 또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비구들도 그와 같습니다. 모든 감각기관을 완전하게 갖추어 다섯은 버리고 여섯을 성취하며, 하나를 보호하고 넷을 항복 받았다면, 그런 사람에게 보시하면 가장 많은 복을 얻을 것입니다."

  

왕이 세존께 여쭈었다.

"어떤 것이 비구가 다섯을 버리고 여섯을 성취한 것이며, 하나를 보호하고 넷을 항복 받은 것입니까?"

세존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이른바 비구가 탐욕의 덮개[貪欲蓋]·성냄이 덮개[瞋?蓋]·수면의 덮개[睡眠蓋]·조희 덮개[調戱蓋]를 버렸으면, 그런 비구를 다섯을 버렸다고 말합니다.

  

어떤 것이 비구가 여섯을 성취한 것인가? 

왕은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만일 비구가 눈으로 빛깔을 보고 나서도 빛깔이라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아 그로 말미암아 안근(眼根)을 보호하고, 악하고 선하지 않은 생각을 없애 안근을 보호하며, 또 귀·코·혀·몸도 그러하며 뜻도 의식을 일으키지 않아 의근(意根)을 보호하면, 그런 비구를 여섯을 성취한 비구라고 합니다.

  

어떤 것이 비구가 하나를 보호하는 것인가? 

비구가 생각을 매어 앞에 두면 이와 같은 비구를 하나를 보호하는 비구라고 합니다.

  

어떤 것이 비구가 넷을 항복 받은 것인가? 

비구가 몸이라는 마[身魔]를 항복 받고, 탐욕이라는 마[貪欲魔]·죽음이라는 마[死魔]·천마(天魔)를 모두 다 항복 받으면, 이와 같은 비구를 넷을 항복 받은 비구라고 합니다. 대왕이시여, 이런 것을 '다섯을 버리고 여섯을 성취하였으며, 하나를 보호하고 넷을 항복 받았다'고 하는 것이니, 이와 같은 사람에게 보시하면 한량없이 많은 복을 받을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삿된 소견은 치우친 소견과 서로 호응하나니, 이와 같은 사람에게 보시하는 것은 아무 이익이 없습니다."

  

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런 사람에게 보시하면 그 복은 헤아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만일 비구가 한 법만 성취했어도 그 복은 오히려 헤아리기 어렵겠거늘 하물며 여럿을 다 성취한 사람이겠습니까? 어떤 것을 한 법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왜냐 하면 니건자(尼乾子)는 항상 몸의 행과 뜻의 행만 헤아리고[計身行意行] 입의 행은 생각하지 않기[不計口行]4)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니건자는 어리석고 미혹하여 뜻이 항상 착란하고 마음도 안정되어 있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런 스승의 법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일 뿐입니다. 대개 몸이 행한 과보와 입이 행한 과보를 받는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뜻이 행한 과보는 형상이 없기 때문에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왕이 세존께 여쭈었다.

"이 세 가지 행(行) 가운데 어느 것이 가장 중합니까?"

세존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이 세 가지 행 가운데 뜻의 행이 가장 중합니다. 입의 행과 몸의 행은 말할 만한 것이 못됩니다."

  

왕이 세존께 여쭈었다.

"무슨 인연(因緣)으로 뜻의 행이 가장 중하다고 하십니까?"

세존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대개 사람의 소행은 먼저 뜻으로 생각한 뒤에 입으로 말하고, 입으로 말하고 나면 곧 몸으로 살생·도둑질·음행을 저지르기 때문입니다. 설근(舌根)은 정해진 것이 아니고 또한 단서(端緖)도 없는 것입니다. 설령 그 사람이 목숨을 마치더라도 신근(身根)과 설근(舌根)은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대왕이시여, 그 사람은 무슨 까닭에 몸으로 행하지 못하고 혀로 말하지 못합니까?"

  

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그 사람은 의근(意根)이 없기 때문에 그런 변괴가 있는 것입니다."

세존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이런 사실을 가지고 보더라도 의근이 가장 중하고 다른 두 가지는 가볍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곧 이 게송을 읊으셨다.

 

  마음은 모든 법의 근본이 되나니

  마음이 주인이 되어 모든 것을 부린다.

  그 마음속에 악(惡)을 생각하여

  곧 그대로 실행하게 되면

  거기에서 괴로운 과보 받는데

  바퀴가 바퀴자국을 따라가는 것과 같네.

 

  마음은 모든 법의 근본이 되나니

  마음이 주인이 되어 모든 것을 부린다.

  그 마음속에 선을 생각하여

  곧 그대로 실행하게 되면

  거기에서 선의 과보 받는데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다네.

 

파사닉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악을 지은 사람은 몸으로 악을 행하고, 그 행을 따라 나쁜 세계에 떨어지게 됩니다."

  

세존께서 왕에게 물으셨다.

"왕께서는 어떤 이치를 관찰하였기에 나에게 와서 묻기를 '어떤 사람에게 보시해야 복을 더 많이 받습니까' 하고 물었습니까?"

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옛날 니건자의 처소에 이르러서 그에게 묻기를 '어떤 곳에 보시해야 합니까?' 하였더니, 니건자는 내 질문을 듣고 나서 다른 일만 이야기하고 그것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 니건자가 나에게 말하기를 '사문 구담(瞿曇)은 (나에게 보시하면 복(福)을 많이 받지만 다른 사람에게 보시하면 복이 없다. 그러니 마땅히 내 제자에게만 보시하라. 그러면 그 복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다'고 하였습니다."

 

세존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 왕은 어떻게 대답하였습니까?"

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그 때 저는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혹 그런 이치가 있다면 여래에게 보시할 때 그 복은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일부러 세존께 '어디에 보시하면 그 복을 헤아리기 어렵습니까?' 하고 여쭙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세존께서는 칭찬도 하지 않으시고 또 다른 사람을 헐뜯지도 않았습니다."

  

세존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내 입으로 '내게 보시하면 복을 많이 얻고 다른 사람에게 보시하면 복을 얻지 못한다'고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나는 지금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발우에 남은 것을 가지고 남에게 주면 그 복은 헤아리기 어렵다. 청정한 마음으로 깨끗한 물에 던지면서 널리 그렇게 생각하면 그 가운데 살고 있는 형상이 있는 중생들도 한량없는 복을 받겠거늘 하물며 사람이겠는가?'

  

대왕이여, 다만 나는 지금 이렇게 말합니다.

'계를 지키는 이에게 보시하면 그 복은 이루 헤아리기 어렵지만, 계를 범한 이에게 보시하는 것은 말할 것이 못된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마치 저 농부가 농지를 잘 다스리고 잡초를 없앤 뒤에 좋은 종자를 가져다가 좋은 밭에 뿌리면 거기서 얻는 수확이 한량없이 많겠지만, 만일 그 농부가 땅을 잘 다스리지 않고 잡초들도 없애지 않고서 곡식 종자를 뿌리면 그 수확은 말할 게 못되는 경우와 같습니다.

  

지금 비구들도 역시 그와 같습니다. 만일 비구가 다섯 가지를 버리고 여섯 가지를 성취하며, 한 가지를 보호하고 네 가지를 항복 받았다면, 그런 사람에게 보시하면 그 복은 이루 다 말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또 대왕이시여, 이것을 비유하면 마치 찰리 종족이나 바라문 종족이 뜻에 의심이 없고 외적을 항복 받는 경우와 같은 것이니, 그런 사람은 마땅히 아라한과 같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 그 바라문 종족이 마음이 전일하고 안정되지 못하거든 마땅히 삿된 견해를 가진 사람처럼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자 파사닉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계(戒)를 잘 지키는 사람에게 보시하면 그 복을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렵다고 하시니, 저는 지금부터는 그런 사문이 찾아와서 구하는 것이 있으면 결코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만일 사부대중이 와서 요구하는 것이 있더라도 절대로 거절하지 않고 수시로 의복·음식·침구 등을 역시 공급해 줄 것이며, 또 여러 범행(梵行)을 닦는 사람들에게도 보시하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런 말 마십시오. 왜냐 하면 축생(畜生)들에게 보시하여도 그 복은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렵거늘 하물며 사람이겠습니까? 다만 내가 지금 말하는 것은 계를 잘 지키는 사람에게 보시하면 그 복이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다는 것이고, 계를 범한 사람을 두고 한 말은 아닙니다."

  

파사닉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거듭 다시 한 번 세존께 귀의하나이다. 그런데 세존께서는 이처럼 은근(殷勤)하신 데가 있으십니다. 저 외도(外道) 이학(異學)들은 서로들 항상 세존을 비방하는데도 세존께서는 항상 저들을 찬탄하고 칭찬하시며, 저 외도 이학들은 이양(利養)에만 탐착(貪着)하는데 또 여래께서는 이양에 탐착하지 않으십니다. 저는 나라 일이 너무 많아 돌아가고자 합니다."

  

세존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그 때를 잘 알아서 하십시오."

  

파사닉왕은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42권 1,147번째 소경인 「석산경(石山經)」과 『별역잡아함경』 제4권 70번째 소경이 있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무렵 파사닉왕은 그 서모(庶母)의 아들 1백 명을 죽이고 곧 후회하였다.

'나는 매우 많은 악(惡)의 근원을 지었는데, 또 이런 버릇으로 왕위를 위해 사람을 1백 명이나 죽였다. 누가 내 이 근심을 덜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을까?'

  

파사닉왕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오직 세존만이 능히 내 근심을 덜어 주실 수 있을 것이다.'

 

왕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이런 근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잠자코 세존께 찾아가되, 왕의 위엄을 차리고 세존께 가야한다.'

  

파사닉왕은 많은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너희들은 보배 깃털 수레를 준비시켜라. 예전 왕의 법과 같이 사위성(舍衛城)을 나가 직접 세존을 뵈올 것이다."

  

모든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나서 곧 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준비하고 곧 왕에게 돌아와 아뢰었다.

"수레 준비는 이미 끝났습니다. 왕이시여, 때를 알아서 하소서."

  

그러자 파사닉왕은 곧 보배 깃털 수레를 타고는 종을 치고 북을 울리며 비단 번기와 일산을 휘날렸으며, 종자(從者)들에겐 모두 갑옷을 입혔다. 왕은 여러 신하들에게 둘러싸여 사위성을 나가 기원(祇洹)에 이르러 거기서부터는 걸어서 기원정사(祇園精舍)로 들어갔다. 그리고 예전 왕의 법과 같이 다섯 가지 위의(威儀)를 버렸으니, 즉 일산[蓋]·하늘 갓[天冠]·총채[拂]·칼[劍]·가죽신[履?] 등을 모두 다 버리고 세존 앞에 나아가 머리를 땅에 대고, 다시 손으로 여래의 발을 어루만지면서 모두 다 고백하며 아뢰었다.

 

"저는 지금 참회하나이다. 과거를 고치고 미래를 닦겠습니다. 어리석고 미혹하여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하고 왕의 위력을 이용하여 서모의 아들 1백 명을 죽였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와서 스스로 후회하고 있사오니 부디 바라옵건대 받아 주소서."

세존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합니다. 대왕이시여,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앉으십시오. 지금 법을 설하겠습니다."

  

파사닉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본래 있었던 자리로 돌아갔다.

세존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목숨은 매우 위태롭고 약한 것입니다. 기껏 살아야 1백 년을 넘기지 못합니다. 거기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불과 몇 명도 되지 않습니다. 사람의 목숨을 1백 년으로 계산하면 삼십삼천의 하루 낮 하루 밤입니다. 그 하늘의 낮과 밤을 계산하여 30일을 한 달로 삼고 열 두 달을 한 해로 삼으면, 그 삼십삼천의 정수(正壽) 1천 살은 인간의 수명으로 계산하면 10만 년입니다.

 

또 계산해보면 환활(還活) 지옥의 하루 낮 하루 밤에 해당되는데, 그 지옥의 낮과 밤을 계산하여 30일을 한 달로 삼고 열두 달을 한 해로 삼으면 환활 지옥의 수명은 5천 년이 됩니다. 혹은 거기에서 반 겁(劫)을 살기도 하고, 혹은 1겁을 살기도 하는데 그것은 그 사람이 지은 행에 따라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혹 그 중에서 중간에 일찍 죽는 이가 있기도 한데, 그것을 계산하면 인간 세상의 수명 백억 년에 해당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항상 널리 그 행을 수행하기를 생각하는데 또 거기에서 악을 행하겠습니까? 그곳은 즐거움은 적고 괴로움만 많아 그 재앙은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그런 까닭에 대왕은 자기 몸이나 부모·처자·국토(國土)·백성들로 말미암아 죄업(罪業)을 행하지 말고, 또 왕의 몸을 위하여 죄(罪)의 근본을 짓지 마십시오. 비유하면 마치 석밀(石蜜)이 처음에는 달지만 뒤에는 쓴 것처럼, 이것도 역시 그와 같은데 짧은 일생 동안에 무엇을 하느라 죄를 짓겠습니까?

  

대왕이시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네 가지 큰 두려운 것이 있어서 항상 사람들의 몸을 핍박해오지만 그것은 끝내 막아낼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또 주술(呪術)이나 전투(戰鬪)나 약초(藥草)로써도 억눌러 꺾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이른바 생(生)·노(老)·병(病)·사(死)입니다.

  

마치 네 개의 큰 산(山)이 사방에서 밀려와 각각 서로 부딪치면 나무를 꺾고 부수어 모두 없애는 것처럼, 그 네 가지도 그와 같은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생이 올 때에는 부모로 하여금 근심·걱정·고통·번민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겪게 한답니다.

  

또 늙음이 올 때에는 다시 젊음은 아주 없어지고 몸은 허물어지고 무너지며, 사지와 뼈마디는 차츰 이지러지고 느슨해지는 것입니다. 또 병이 오면 젊고 씩씩하던 기력은 없어지고 점점 더 목숨이 촉박해질 것입니다. 또 죽음이 오면 목숨이 끊어져 은혜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5음(陰)은 각각 흩어질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이것을 일러 네 가지 크게 무서운 것이 있어 다 자재(自在)함을 얻지 못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또 어떤 사람이 만일 살생을 가까이 한다면 온갖 죄의 근원을 다 받을 것입니다. 만일 인간 세상에 태어나면 수명(壽命)이 아주 짧아질 것입니다.

  

또 사람이 도둑질을 익히면 후생(後生)에는 빈곤(貧困)하여, 옷은 몸을 가리지 못하고 음식은 배를 채우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다른 사람의 재물을 빼앗았기 때문에 그런 변을 당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 세상에 태어나면 한량없는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

  

또 사람이 남의 아내와 음행을 즐기면 후생에 인간 세상에 태어나더라도 그 아내는 정숙하지도 진실하지도 못할 것입니다.

  

또 사람이 거짓말하기를 좋아하면 후생에 인간 세상에 태어나더라도 그 말에 신용(信用)이 없고 다른 사람에게 업신여김을 받을 것이니, 그것은 모두 전생에 거짓말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또 만일 사람이 모진 말을 하면 지옥(地獄)에서 죄(罪)를 받고, 만일 인간 세상에 태어나면 안색(顔色)이 추하고 더러울 것이니, 그것은 모두 전생에 모진 말을 하였기 때문에 그런 과보를 받는 것입니다.

  

또 사람이 꾸며서 하는 말을 하면 지옥에서 죄를 받고, 만일 인간 세상에 태어나면 집안이 화목하지 못하여 항상 싸울 것입니다. 왜냐 하면 다 전생에 지었던 과보 때문입니다.

  

또 사람이 이간질하는 말로 이쪽 사람과 저쪽 사람을 싸움 붙이면 지옥에서 그 죄를 받을 것이요, 만일 인간 세상에 태어나면 집안이 화목하지 못하여 항상 싸울 것입니다. 왜냐 하면 다 전생에 피차(彼此)간에 싸움을 붙였기 때문입니다.

  

또 사람이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질투하기를 좋아하면 지옥에서 죄를 받을 것이요, 만일 인간 세상에 태어나면 다른 사람의 미움을 받을 것이니, 모두가 전생에 행한 근본 때문이랍니다.

 

또 사람이 남을 모해(謀害)하려는 마음을 내면 지옥에서 죄를 받을 것이요, 인간 세상에 태어나면 뜻이 전일하지도 안정되지도 못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다 전생에 이런 마음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또 사람이 삿된 소견을 익히면 지옥에서 죄를 받을 것이요, 만일 인간 세상에 태어나면 귀머거리나 장님이나 벙어리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입니다. 왜냐 하면 다 전생에 행한 근본 때문입니다.

  

대왕이시여, 이것을 일러 열 가지 악의 과보로 말미암아 이런 재앙[災?]과 한량없는 고통을 받는 것이라 하니, 하물며 다른 사람이겠습니까?

  

그런 까닭에 대왕이시여, 부디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법 아닌 것[非法]을 쓰지 마십시오. 또 이치로 백성들을 다스리고 이치 아닌 것은 쓰지 마십시오. 대왕이시여, 온갖 바른 법으로 백성들을 다스리는 사람은 목숨을 마친 뒤에 모두 천상(天上)에 태어날 것이요, 가령 또 대왕이 목숨을 마친 뒤라도 백성들은 기억하고 추모하며 끝까지 잊지 않을 것이요, 이름이 멀리 퍼질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법 아닌 것으로 백성들을 다스리는 사람은 죽은 뒤에 모두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 그 때 옥졸(獄卒)들은 다섯 묶음으로 얽어맬 것이며 거기에서 받는 고통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혹은 때리기도 하고 혹은 결박하기도 하며, 혹은 종아리를 치기도 하고 혹은 사지를 가르기도 하며, 혹은 불로 지지기도 하고 혹은 끓는 구리쇠 물을 그 몸에 붓기도 하며, 혹은 가죽을 벗기기도 하고 혹은 풀을 뱃속에 넣기도 하며, 혹은 그의 혀를 뽑기도 하고 혹은 그의 몸을 찌르기도 하며, 혹은 톱으로 그 몸을 썰기도 하고 혹은 쇠 절구통에 넣고 찧기도 하며, 혹은 바퀴로 그 얼굴을 갈기도 하고 혹은 칼 산과 칼 나무 위로 달리게 하기도 하여 잠깐도 쉬지 못하게 하며, 뜨겁게 달아오른 구리쇠 기둥을 안게 하기도 하고, 혹은 눈을 뽑아내기도 하고 혹은 귀를 베기도 하며, 혹은 손발을 끊기도 하고 혹은 귀나 코를 베어내기도 하는데 그렇게 하면 다시 돋아나기도 합니다. 온 몸을 큰 가마솥에 넣고 또 쇠 가지[鐵叉]로 그 몸을 흔들어대며 잠깐도 그치지 않다가 다시 가마솥에서 꺼내어 등의 힘줄을 뽑아서는 수레를 고치는데 씁니다.

 

또는 열자(熱炙) 지옥에 들어가기도 하고 또는 열시(熱屎) 지옥에 들어가기도 하며, 또는 회(灰) 지옥에 들어가기도 하고 또는 도수(刀樹) 지옥에 들어가기도 하고, 또는 반듯하게 눕히고 뜨거운 쇠 구슬을 먹이면 창자와 밥통 등 5장(藏)이 모두다 문드러지면서 쇠 구슬이 밑으로 내려가며, 또 끓는 구리쇠 물을 입에 부어 밑으로 내려가게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그 가운데에서 받는 고뇌(苦惱)는 반드시 그 죄가 다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벗어날 수 있습니다.

  

대왕이시여, 중생들이 지옥에 들어가는 상황은 이러한데, 그것은 모두 전생에 바르지 않은 법으로 백성들을 다스렸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곧 이 게송을 읊으셨다.

 

  백 년 동안을 방일(放逸)하며 즐겼기에

  후생에 그로 인해 지옥에 들어간다네.

  마침내 그것은 탐할 만한 것이 아니거니

  그 죄를 받는 것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어라.

 

"대왕이시여, 법으로 다스려 교화(敎化)하면 자기 몸과 부모·처자·노비·친족을 구제할 것이요 또 나라 일을 보호할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대왕이시여, 항상 마땅히 법으로 다스리며 교화하시고 법이 아닌 것은 쓰지 마십시오.

  

사람의 목숨은 매우 짧아서 세상에 있는 동안은 잠깐이며, 생사(生死)는 길고 멀어서 온갖 두려움과 어려움이 많습니다. 만일 죽음이 오면 그 가운데서 아무리 울부짖어도 뼈마디는 모두 떨어져나가고 몸은 모두 고통을 겪을 것입니다. 그 때에는 아무도 구제할 이가 없을 것이니, 부모·처자·노비(奴婢)·복종(僕從)·국토(國土)·백성들도 다 구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이 있는데 그것을 누가 대신할 수 있겠습니까?

  

거기에는 오직 보시(布施)와 지계(持戒)만이 있을 뿐입니다. 말은 언제나 부드럽게 하여 남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말고, 온갖 많은 공덕을 지어 선(善)한 근본을 행하도록 하십시오."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읊으셨다.

 

  지혜로운 이여 마땅히 보시하라.

  모든 부처님께서 아름다움을 찬탄하시네.

  그러므로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조금도 게으른 생각을 내지 말라.

 

  저 닥쳐오는 죽음의 핍박으로

  지극히 큰 고통을 받고

  마침내 저 나쁜 세계에 이르러

  잠깐 동안도 편히 쉴 때 없네.

 

  또 만일 세상에 다시 와도

  지극히 큰 고통을 받게 되고

  모든 감각기관은 저절로 허물어져

  악으로 말미암아 쉬지 못하네.

 

  혹은 의사(醫師)가 와서

  온갖 약초(藥草)를 한데 모아도

  그 어느 것도 몸에 맞지 않나니

  악으로 말미암아 그치지 않네.

 

  또 혹은 만약 친족(親族)이 찾아와

  재물 둔 곳을 물어 보아도

  귀가 먹어 소리를 듣지 못하나니

  악으로 말미암아 그치지 않네.

 

  만약 또 다른 곳으로 옮겨가

  병든 이가 그 위에 누워 있어도

  그 몸은 마른나무의 뿌리 같나니

  악으로 말미암아 그치지 않네.

 

  만약 또 목숨이 끝나서

  몸에서 명(命)과 식(識)이 떠나고 나면

  몸은 마치 장벽(牆壁)의 흙과 같나니

  악으로 말미암아 그치지 않네.

 

  만약 또 죽은 그 시체를

  친족들이 무덤으로 메고 갈 때는

  그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나니

  오직 믿을 것은 복뿐이니라.

 

"그런 까닭에 대왕이시여, 부디 방편(方便)을 구해 복업(福業)을 닦도록 하십시오. 지금 실천하지 않으면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읊으셨다.

 

  여래는 그 복의 힘을 가지고

  마(魔)의 권속들을 다 항복 받고

  이제는 이미 부처님 힘에 이르렀으니

  그런 까닭에 복의 힘은 거룩하니라.

 

"그런 까닭에 대왕이시여, 부디 복 짓기를 생각하십시오. 만일 악을 행하였거든 곧 뉘우치고 다시는 범하지 마십시오."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읊으셨다.

 

  아무리 큰 악을 지었더라도

  뉘우치면 허물은 점점 얇아지리니

  그 때는 바로 이 세상에서

  악의 근본이 모두 사라지고 말리라.

 

"그런 까닭에 대왕이시여, 자기 몸으로 말미암아 악을 행하지 말고 부모·처자·사문·바라문을 위해 악을 행하거나 그 악행(惡行)을 익히지 마십시오. 대왕이시여,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합니다."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읊으셨다.

 

  능히 이 악을 면하게 할 이는

  부모도 아니요 형제들도 아니며

  또한 저 여러 친족들도 아니니

  그들 모두 날 버리고 죽고 마네.

 

"그런 까닭에 대왕이시여, 지금부터 이후로는 법으로 다스려 교화하고 법 아닌 것을 쓰지 마십시오. 대왕이시여,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합니다."

  

파사닉왕은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실역(失譯) 『사위국왕십몽경(舍衛國王十夢經)』과 실역 『사위국왕몽견십사경(舍衛國王夢見十事經)』, 동진(東晋) 시대 축담무란(竺曇無蘭)이 한역한 『국왕불리선니십몽경(國王不梨先泥十夢經)』이 있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국왕 파사닉은 밤에 꿈속에서 열 가지 일을 보았다. 왕은 곧 꿈을 깨고 나서 매우 근심하고 무서워하면서, 나라와 자기 몸과 처자들이 망하지나 않을까 하고 매우 두려워하였다. 이튿날 곧 공경(公卿) 대신(大臣)들과 지혜가 밝은 도사(道士)와 바라문들 중에 꿈풀이를 잘하는 이를 모두 불러모았다.

  

왕은 곧 지난 밤 꿈속에서 본 열 가지 일을 설명하고 그들에게 물었다.

"누가 잘 꿈을 해몽 할 수 있는가?"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제가 해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마도 왕께서 들으시면 매우 불쾌해 하실 것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편하게 말해 보라."

바라문이 말하였다.

"장차 왕과 왕태자와 왕후(王后)가 죽게 될 것입니다."

  

왕이 물었다.

"어떤가? 그것을 물리칠 방법은 있는가?"

바라문이 말하였다.

"그것을 물리치는 일은 가능합니다. 지금 태자를 죽이시고 또 왕께서 소중하게 여기는 대부인(大夫人)과 곁에서 모시는 시자(侍者)·하인[僕從]·노비(奴婢)와 중히 여기는 대신을 죽여 천왕(天王)께 제사를 올리고, 왕께서 가지고 계신 침구와 진기한 보물을 모두 불에 살라서 하늘에 제사를 올리소서. 그렇게 하면 왕과 나라는 모두 무사할 것입니다."

 

왕은 바라문의 말을 듣고 매우 근심하고 걱정하면서 불쾌하게 여겼다. 그리고 재실(齋室)에 들어가 그 일만 생각하였다.

 

왕에게는 마리(摩利)라고 하는 부인이 있었다. 그 부인이 왕에게 가서 물었다.

"무엇 때문에 근심하고 시름에 잠겨 있습니까? 제가 왕에게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내게 아무 잘못이 없다. 다만 그 이유만은 묻지 말라. 부인이 혹시라도 들으면 그대는 매우 걱정하고 두려워할 것이다."

  

부인이 왕에게 대답하였다.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겠나이다."

왕이 말하였다.

"부디 묻지 말라. 들으면 그대가 걱정하고 두려워할 것이다."

  

부인이 말하였다.

"저는 왕의 몸에 반쪽입니다. 만일 위급한 변란이 있어 신첩(臣妾) 한 사람을 죽여 왕께서 무사(無事)하실 수만 있다면 저는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원컨대 왕께서는 말씀해 주소서."

 

왕은 곧 부인을 위해 지난밤 꿈에서 본 열 가지 일을 말하였다.

"첫째는 세 개의 가마솥이 있는데 양쪽 가마솥은 모두 가득 찼고 복판에 있는 가마솥만 비어 있었소. 양쪽 가마솥에는 끓는 기운이 서로 오르락내리락하면서도 복판에 있는 빈 가마솥에는 들어가지 않았소.

둘째는 말이 입으로 무엇을 먹었고 엉덩이로도 무엇을 먹고 있었소.

셋째는 꿈속에서 큰 나무에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았소.

넷째는 꿈속에서 작은 나무에 열매가 맺혀있는 것을 보았소.

다섯째는 꿈속에서 어떤 사람이 밧줄을 끌고 가고 그 뒤에 양이 있었는데, 그 양의 주인이 그 밧줄을 먹고 있는 것을 보았소.

여섯째는 꿈속에서 여우가 금(金) 평상 위에 앉아서 금 그릇에 담긴 음식을 먹고 있는 것을 보았소.

일곱째는 꿈속에서 큰 소가 도리어 송아지의 젖을 빨고 있는 것을 보았소.

여덟째는 꿈속에서 검은 소 떼가 사방에서 모여와 울부짖으며 싸우려고 했는데 막 붙으려고 하다가는 붙지 않고 소도 간 곳을 알 수 없는 일을 보았소.

아홉째는 꿈속에서 큰 늪지대에 못물이 있었는데 그 복판은 흐렸고 사방은 맑은 것을 보았소.

열째는 꿈속에서 큰 개울물이 모두 시뻘겋게 흐르는 것을 보았소.

 

나는 이런 꿈을 꾸고 깨어나서 '혹 나라와 내 몸과 처자와 백성들이 망하지나 않을까' 하여 몹시 두려워하였소. 그래서 공경 대신들과 도인과 바라문 중에 해몽(解夢)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불렀던 것이오. 

 

그런데 어떤 바라문이 이렇게 말하였소.

 '태자와 사랑하는 부인과 대신과 종들을 죽여 하늘에 제사를 지내시오.'

그래서 나는 근심하는 것이오."

부인은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그런 꿈 때문에 걱정하지 마소서.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금을 샀을 때는 불로 태우거나 또는 돌에다 갈아보면 좋고 나쁜 것이 저절로 나타나는 것처럼, 지금 세존께서 저 가까운 기수급고독원에 계십니다. 세존께 가서 여쭈어보아 세존께서 해설하시면 그대로 따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무엇 때문에 저 어리석은 바라문의 말을 믿고 이처럼 혼자서 근심하고 괴로워하십니까?"

  

왕은 비로소 깨닫고 기뻐하며 곧 측근 신하들을 불러 수레를 준비하라고 명하였다. 왕은 높은 덮개가 있는 수레를 타고, 말을 탄 시종 수천만 명을 거느리고 사위성을 나가 기수급고독원에 이르렀다. 거기서부터는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한 뒤에 꿇어앉아 합장하고 앞으로 나아가 세존갔다.

 

왕은 세존께 아뢰었다.

"어젯밤 꿈에 열 가지 일을 보았습니다. 바라옵건대 저를 가엾이 여겨 낱낱이 해설하여 주소서."

세존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신 대왕이여, 대왕께서 꾸신 꿈은 장차 다가올 후세의 징조가 나타난 것입니다. 후세의 사람들은 금지하는 법을 두려워하지 않고, 모두 음일(淫?)하고 아내와 자식에 탐착하며, 마음껏 놀고도 만족할 줄 모르고, 질투하고 어리석어 제 자신에 대해서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다른 사람에게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며, 청렴 결백한 이는 버림을 받고 아첨하는 이가 나라를 어지럽힐 것입니다.

  

대왕이 꿈속에서 본 '세 개의 가마솥이 있는데, 양쪽 가마솥은 가득 찼고 복판에 있는 가마솥은 텅 비어있으며 양쪽 가마솥의 끓는 기운은 서로 오르락내리락 하면서도 복판에 있는 텅 빈 가마솥에는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 것은, 후세 사람들은 모두 빈궁한 이를 구제하지 않고 부모를 봉양하지 않으며, 형제·자매와는 가까이하지 않으면서 도리어 다른 사람을 따르고 부귀한 사람들을 따르며 저희들끼리 음식을 먹고 나누어준다는 의미입니다. 왕이 꿈속에서 본 첫 번째 일은 바로 이것을 보인 것입니다.

  

또 대왕이 꿈속에서 본 '말이 입으로도 무엇을 먹고 엉덩이로도 무엇을 먹는다'고 한 것은, 후세 백성들은 대신들·백관·장리(長吏)·공경(公卿) 등이 나라의 녹도 먹고 또 백성들에게서 뜯어먹어, 부역과 조세가 끊이지 않고 말단 관리[下吏]까지 간사하게 굴어 백성들이 그 고장에서 편히 살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대왕이 꿈속에서 본 두 번째 일은 바로 이것을 보인 것입니다.

 

또 왕께서 꿈속에서 본 '큰 나무에 꽃이 피었다'고 한 것은, 후세에 백성들은 항상 큰 부역을 만나 애가 타고 마음이 괴로우며, 항상 근심하고 두려워하여 나이 30만 되어도 머리가 희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왕이 꿈속에서 본 세 번째 일은 바로 이것을 보인 것입니다.

  

또 왕이 꿈속에서 본 '작은 나무에 열매가 맺혔다'고 한 것은, 후세 여인들은 나이 열 다섯도 채 못되어 곧 사내를 구하여 시집을 가고 아기를 안고 돌아오면서도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왕이 꿈속에서 본 네 번째 일은 바로 이것을 보인 것입니다.

  

또 왕이 꿈속에서 본 '한 사람이 밧줄을 끌고 가는데 뒤에 양이 따라가고 그 양의 주인이 밧줄을 먹는다'고 한 것은, 후세 사람들은 남편이 행상을 나가거나 혹 군대에 들어가 무리를 지어 거리를 쏘다니면서 저희들끼리 유희(遊戱)에 빠져 있을 때, 어질지 못한 아내는 집에 있으면서 다른 남자와 정(情)을 통하며 집안에서 잠을 재우고 남편의 재물을 먹이며 마음껏 향락하면서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며, 그 남편은 그것을 알고도 일부러 모르는 체 한다는 의미입니다. 왕이 꿈속에서 본 다섯 번째 일은 바로 이것을 보인 것입니다.

  

또 왕이 꿈속에서 본 '여우가 금 평상에 올라앉아 금 그릇에 담긴 음식을 먹었다'고 한 것은, 후세 사람들은 천한 사람이 귀하게 되어 금 평상 위에 앉아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귀족이나 양반들은 심부름꾼이 되며, 양민들은 노비가 되고 노비는 도리어 양민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왕이 꿈속에서 본 여섯 번째 일은 바로 이것을 보인 것입니다.

  

왕이 꿈속에서 본 '큰 소가 도리어 송아지 밑에서 젖을 빨아먹었다'고 한 것은, 후세에는 어미 된 자가 딸의 매파노릇을 해 다른 남자를 데려다가 함께 방에서 지내게 하고는 어미는 문 앞에 지키고 섰다가 거기에서 재물을 얻어 살아가는데, 그 아비도 또한 같은 마음이라 거짓으로 귀머거리인 듯 모른 체한다는 의미입니다. 왕이 꿈에서 본 일곱 번째 일은 바로 이것을 보인 것입니다.

  

왕이 꿈속에서 본 '검은 소가 사방에서 떼로 몰려와 서로 울부짖으며 싸우려고 하는데, 서로 붙을듯하다가 붙지 않고 소도 간 곳을 알 수 없었다'고 한 것은, 후세 사람들은 국왕·대신·큰 관리·백성들 모두가 나라에서 국법으로 크게 금지하는 법을 두려워하지 않고 음욕을 탐하여 즐기고 재산을 모아 저축하며, 처자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청렴 결백하지 못하여 음일(淫?)하고 탐하여 만족할 줄 모르며, 질투하고 어리석은데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충성과 효도는 행하지 않고 아첨과 간사함으로 나라를 망치는데도 위와 아래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가 제때에 내리지 않고 기후는 고르지 않으며, 사나운 바람이 갑자기 일어나 모래를 날리고 나무를 부러뜨리며, 황충(蝗蟲)이 곡식을 먹어 그 곡식들이 여물지 못하게 하리니, 임금과 백성들이 올바르지 못하기 때문에 하늘이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또 사방에서 구름이 일어나면, 임금과 백성들은 모두 기뻐하면서 제각기 말하기를 '구름이 사방에서 모이니 이제는 틀림없이 비가 내릴 모양이다'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새 구름은 모두 흩어지고 말 것입니다.

  

일부러 이런 변괴(變怪)를 나타내는 것은 온 백성들로 하여금 행실을 고치고 선(善)을 지키며 계(戒)를 가져, 천지(天地)를 두려워할 줄 알아서 나쁜 길에 들지 않으며, 곧고 청렴하여 제 분수를 지키고 한 아내와 한 남편을 가지며, 자애로운 마음으로 성내지 않게 하려고 그러는 것입니다. 왕이 꿈속에서 본 여덟 번째 일은 바로 이것을 보인 것입니다.

  

또 왕이 꿈속에서 본 '큰 늪지대에 못물이 있는데 한복판은 흐리고 사방 변두리는 맑다'고 한 것은, 후세에는 염부 땅 안에 사는 사람들이 신하는 충성하지 않고 자식은 효도하지 않으며, 어른을 공경하지 않고 부처님의 도(道)를 믿지 않으며, 경전에 밝은 도사(道士)를 공경하지 않고 신하는 벼슬 주기만을 탐하며, 자식이 아버지의 재물을 탐하고 은혜를 갚을 줄 모르며 의리(義理)를 돌아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변방 나라 사람들은 충성하고 효도하며, 어른을 존경하고 부처님의 도를 믿고 좋아하며, 경전에 밝은 도사에게 보시를 하고 은혜 갚기를 생각한다는 의미입니다. 왕이 꿈속에서 본 아홉 번째 일은 바로 이것을 보인 것입니다.

  

또 왕이 꿈속에서 본 '큰 개울물이 시뻘겋게 파도치며 흐른다'고 한 것은 후세에는 제왕이나 국왕들이 장차 자기 나라에 만족하지 않고 군사를 일으켜 서로 싸울 것입니다. 수레 군사[車兵]와 말 군사[馬兵]를 만들어 서로 공격하고 쳐서 마구 죽임으로 인해서 흐르는 피가 시뻘겋다는 의미입니다. 왕이 꿈속에서 본 열 번째 일은 바로 이것을 보인 것입니다.

  

그것은 모두 후세 사람들의 일을 미리 보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후세 사람들이 만약 능히 마음에 여래의 도를 가지고 경전에 밝은 도인(道人)을 받들어 섬긴다면, 죽어서 모두 천상에 태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어리석은 행을 지어 서로 해친다면 죽어서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들어갈 것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는 일입니다."

  

왕은 곧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의 가르침을 받아들였고 마음속으로 환희(歡喜)하고 선정과 지혜를 얻어 다시는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왕은 다시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는 궁(宮)으로 돌아갔다.

  

그는 궁전으로 돌아와서 부인에게 많은 상(賞)을 주고 지위를 올려 정실 왕후[正后]로 삼았다. 그리고는 많은 재물과 보물을 주어 사람들에게 보시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온 나라는 드디어 풍요롭고 즐거워졌다.

  

왕은 다시 여러 공경 대신과 바라문들의 봉록(俸祿)을 모두 빼앗고 그들을 나라 밖으로 쫓아내고 다시는 신용(信用)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백성들은 다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無上正眞道]의 마음을 내었다.

  

왕과 부인은 세존께 예배하고 물러갔다.

파사닉왕은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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