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경전/밀린다 팡하

나선비구경(那先比丘經) 상권

실론섬 2016. 2. 8. 19:46

나선비구경(那先比丘經)

나선비구경(那先比丘經) 상권


역자 미상[동진록(東晉錄)에 부록됨]

이창숙 번역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그때 여러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ㆍ천신ㆍ대신ㆍ장자ㆍ백성과 96종의 외도 등 합쳐서 만 명이 넘는 이들이 어느 날 부처님 앞에서 부처님의 설법을 들었다. 부처님께서는 마음속으로 ‘오늘 사람들이 많이 모였으나 그 몸들은 평안을 얻지 못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고는 이 사람의 무리들로부터 떠나 한가한 피난처에 가 앉아서 도에 대하여 생각하고 싶어 하셨다.


부처님께서는 즉시 사람의 무리를 떠나 산으로 들어가서 숲에 이르셨다. 그곳의 큰 나무에는 나무신[樹神]이 있었는데 부처님께서는 그 나무 아래에 앉아서 도에 대하여 생각하셨다. 그 나무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코끼리의 무리 5, 6백 마리가 있었다. 그 가운데 코끼리의 왕은 현명해서 선과 악에 대한 일을 잘 알았으니, 비유하자면 사람과 같았으며 많은 코끼리의 무리들이 코끼리왕 주위를 맴돌았다. 많은 작은 코끼리들이 앞에 있는 물속으로 달려가서 물속에서 달리며 놀아서 물을 탁하게 만들었다. 또한 많은 작은 코끼리들이 앞으로 달려 나가 맛있는 풀들을 먹고 뛰어 놀면서 그 위를 짓밟았다. 코끼리왕은 ‘나의 이 많은 무리들에게 문제가 많구나. 이 여러 코끼리들과 작은 코끼리 새끼들이 물속에 들어가 물을 탁하게 만들고 풀을 더럽게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그 더러워진 물을 마시고 발로 밟은 풀들을 먹고 있다. 이 여러 코끼리들을 떠나서 어느 피난처에 가면 좋겠구나’라고 생각하였다.


코끼리왕은 즉시 코끼리 무리를 떠나서 여기저기를 들러서 두라(頭羅) 숲 속에 도착하였다. 그는 부처님께서 나무 아래에 앉아 계신 것을 보고 마음이 매우 기뻤다. 즉시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무릎을 굽혀서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한쪽으로 물러나 섰다.


부처님께서는 ‘내가 사람의 무리를 떠나서 이 숲 속에 와서 머무는데 이 코끼리왕도 역시 자기 무리를 떠나서 이 숲 속에 와서 머무니 그 뜻이 똑같구나’라고 혼자 생각하셨다. 그리고는 부처님께서는 코끼리왕을 위하여 경을 설하셨다.

“부처는 사람 가운데 가장 존귀하고, 코끼리왕은 코끼리 가운데 가장 존귀하도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의 마음과 코끼리왕의 마음이 똑같도다. 이제 나와 코끼리왕은 이 숲 속에서 함께 즐기겠다.”

코끼리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이 열려 부처님의 뜻을 알게 되었다. 그는 부처님께서 경을 설하시는 곳을 어슬렁거리면서 코로 물을 퍼서 땅에 뿌리고, 코로 풀을 뽑아서 땅을 깨끗이 하고, 발로 땅을 밟아서 평평하게 하였으며,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이와 같이 부처님의 시중을 들었다.

한참 뒤에 부처님께서 입멸하시자, 코끼리왕은 그 계신 곳을 알지 못하여 돌아다니며 부처님을 찾았으나 찾지 못하였다. 그는 울면서 눈물을 떨어뜨리며 우수에 잠겨 즐거워하지 않고 먹거나 마시지를 않았다.


그때 나라 안에 절이 있었는데 산 위에 있었으며, 이름을 가라원사(加羅洹寺)라고 하였다. 그 절에는 5백의 사문이 항상 머물고 있었으며, 이미 아라한의 도를 성취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항상 매월 8일ㆍ14일ㆍ15일ㆍ23일ㆍ29일ㆍ30일에는 경을 독송하였다.


날이 밝아오면 코끼리왕도 산에 올라와 절에 머물렀다. 코끼리왕은 한달 중 6일에 경을 독송하는 것을 알고 그날이 오면 절에 와서 독경소리를 들었다. 여러 사문들은 코끼리왕이 경을 들으려는 뜻을 알고 경을 독송하려고 할 때 코끼리왕이 오면 이내 경을 독송하였다. 코끼리왕은 경을 들으면서 날이 밝아도 자지도 않고 눕지도 않고 움직이거나 몸을 흔들지도 않았다.


코끼리왕은 경을 자주 듣고 부처님의 시중을 들었기 때문에 후에 수명이 다하여 죽은 뒤에 사람으로 환생하여 바라문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후 성장하면서는 불경(佛經)을 들어보지도 못했고 사문을 만나지도 못했다. 어느 날 집을 버리고 깊은 산속에 들어가 이도(異道)를 배우게 되어 산꼭대기에 머물렀는데 근처에 역시 바라문 출신의 도인이 함께 있게 되었고 서로 왕래하면서 지식을 주고받았다.


그 사람은 혼자서 생각하여 말하기를 ‘나는 세간에서 걱정과 고통과 늙음을 멀리하지 못하였으니 죽은 후에는 마땅히 지옥이나 축생이나 아귀나 빈궁한 가운데 태어나리라. 그러므로 나는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아라한의 열반도를 얻고 싶구나’라고 하였다. 다른 한 사람은 혼자 생각하면서 말하기를 ‘나는 국왕이 되어 자재(自在)를 얻어서 천하의 백성으로 하여금 나의 가르침을 따르게 하고 싶구나’라고 하였다.


그 후 두 사람은 수명이 다하여 죽은 후에 함께 세간에 사람으로 태어났다. 그 중 전생에 국왕이 되고 싶어 했던 이는 해변에 태어나 국왕의 태자가 되었으며 이름을 ‘미란(彌蘭)’이라고 하였다. 전생에 머리를 깎고 사문이 되어 아라한의 열반도를 성취하기를 원했던 이는 천축(天竺)에 태어나 ‘타렵(陀獵)’이라고 하였으며 고기와 가사와 함께 그 집에 태어났다. 같은 날 큰 코끼리 한 마리가 태어났는데 천축에서는 코끼리를 ‘나(那)’라고 하였으므로 부모는 그 이름을 ‘나선(那先)’이라고 지었다.


15, 6세가 되었을 때 나선에게는 누한(樓漢)이라는 외삼촌이 있었는데 도를 배워 사문이 된 이로, 그 크고 높은 재능은 세간에서 견줄 만한 이가 없었다. 이미 아라한의 도를 성취하였으며 틈이 없는 데서 나오고, 구멍이 없는 데로 들어가며, 자재하게 변화해서 못하는 일이 없고, 천상천하의 백성 및 꿈틀거리는 생물들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을 다 미리 알았고, 어디서 와서 태어났고 죽은 뒤에 어디로 가는지도 다 알았다.


나선은 외삼촌에게 가서 스스로 생각한 바를 말하였다.

“저는 불도(佛道)를 좋아합니다. 사문이 되어 외삼촌의 제자가 되겠습니다. 어찌하면 제가 사문이 될 수 있겠습니까?”


누한은 나선을 불쌍히 여겨 그 말을 들어주어 사미가 되게 하고 10계를 받도록 하였다. 매일 경을 독송하고 경에 대해 생각하여 문득 사선(四禪)에 도달하여 여러 경의 요체를 다 알게 되었다.


그때 나라 안에 화전(和戰)이라는 이름의 절이 있었는데, 그 절에는 5백 명의 사문이 있었으며 모두 아라한(阿羅漢)의 도를 성취한 이들이었다. 그 가운데 첫째로 꼽히는 아라한은 알파왈(頞波曰)이라는 이로서 능히 천상천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일을 알고 있었다.


나선은 20세가 되자 즉시 대사문경계(大沙門經戒)를 받고 화전사에 도착하여 알파왈의 처소로 갔다. 그때 마침 5백의 아라한은 15일의 대사문계경(大沙門戒經)을 설하는데 맞추어 강당의 상좌에 앉아 있었다. 대사문이 모두 강당으로 들어가고 나선도 그 속에 끼게 되었다. 여러 사문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알파왈은 좌중을 둘러보았다. 


여러 사문의 마음이 모두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렀는데 나선만이 그렇지 못한 것을 보고 알파왈은 말했다.

“비유하건대 쌀을 날리는데 흰 쌀 가운데 검은 쌀이 들어있으면 쌀을 날리는 것이 좋지 않은 것과 같다. 이제 우리 좌중이 모두 청정한데 나선만이 검으며 아직 아라한이 되지 못하였도다.”


나선은 알파왈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매우 근심스러워 자리에서 일어나 5백 사문에게 예를 올리고 그 강당을 나갔다. 그리고 혼자 생각하기를 ‘내가 이 좌중에 끼는 것이 적절치 못하구나. 마치 사자들 가운데 여우나 개가 섞여 있는 것 같구나. 나는 이제부터 내가 아라한의 도에 들어가지 못하면 이 좌중에 들어가지 않겠다’라고 하였다. 


알파왈은 나선의 속마음을 알고 손으로 나선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너도 머지않아 아라한이 될 것이다. 걱정하지 마라.”


그러면서 나선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머물게 했다. 나선에게는 또 한 사람의 스승이 있었는데 나이가 8, 90세로서 이름은 가유왈(加維曰)이라고 하였다. 그 가운데 또 한 우바새가 있었는데 그는 어질고 착한 이로서 어느 날 가유왈에게 공양을 올렸다. 나선 또한 스승을 위해 발우를 가지고 가서 공양구를 가져오게 되었다. 스승은 나선으로 하여금 입에 물을 머금고 우바새의 집에 가서 공양구를 가져 오도록 하였다. 우바새는 나선이 나이는 어리나 단정하고 여느 사람과는 아주 다르게 인품이 있고 지혜가 많고 뜻이 있어서 능히 진리를 설할 수 있음을 알아보았다. 


우바새는 나선을 보고 우선 예를 올리고 손으로 말했다.

“제가 여러 사문에게 공양을 올리는 일을 한 것이 오래 되었으나 저를 위하여 경을 설해준 이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이제 저는 나선 스님을 따르고자 하옵니다. 원하건대 저를 위하여 경을 설하셔서 제 마음의 의심을 풀어주옵소서.”


나선은 마음속으로 ‘내가 스승의 가르침을 받은 대로 한다면 입에 물을 머금어 말을 할 수가 없다. 내가 지금 머금은 물을 토하면 스승과의 약속을 깨는 것이 된다. 이를 어찌하여야 하는가’라고 생각하였다. 나선은 우바새 역시 높은 재질과 뜻을 가진 인물로서 그를 위하여 경을 설해주면 마땅히 득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나선은 즉시 입의 물을 토해내고 자리를 잡고 앉아 그를 위해 경을 설했다.

“사람은 마땅히 복을 짓고, 착한 일을 하며, 부처님의 경전과 계율대로 봉행하여야 합니다. 그리하여 사후에 세간에 태어나면 부귀하게 됩니다. 경전과 계율을 범하지 않은 사람은 지옥ㆍ아귀ㆍ축생 가운데 태어나지 않으며 빈궁한 가운데 태어나지도 않습니다.”


우바새는 나선의 설법을 듣고 마음이 매우 기뻤다. 나선은 우바새의 마음에 환희심이 생기는 것을 보고 그를 위해 다시 설법을 했다.

“세간의 만물은 과거로부터 모두 변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여러 가지 하는 일들은 다 고통스러운 것들입니다. 만물은 다 자재(自在)를 얻지 못하고 있으나 열반(涅槃)의 도라는 것은 생겨나지도 않고 늙지도 않으며, 병도 없고 죽지도 않으며, 근심도 없고 괴로움도 없는 것이며, 모든 악과 고통이 소멸되는 것입니다.”


나선이 설법을 마치니 우바새는 즉시 제1의 수다원도(須陀洹道)에 들었으며 나선 역시 수다원도에 들게 되었다. 우바새는 매우 기뻐서 나선을 위해 맛있는 공양을 마련하였다. 나선은 우바새에게 말했다.

“저의 스승의 발우에 먼저 담으십시오.”


나선은 공양을 마치고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한 후에 스승에게 드리는 공양구를 가지고 돌아가서 스승에게 드렸다. 스승은 나선을 보고 말하였다.

“네가 오늘 맛있는 공양을 가지고 오는구나. 그러나 대중과의 약속을 어겼으니 너를 내쫓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나선은 크게 근심스럽고 우울했다. 스승은 교시를 내렸다.

“비구들을 모으시오.”

모든 비구들이 모여 자리를 잡자 스승은 말했다.

“나선은 우리들과의 약속을 어겼소. 마땅히 내쫓아서 이 대중 가운데 머물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오.”

알파왈은 경을 설하면서 말하였다.

“비유하건대 화살 하나를 쏘아서 두 군데를 맞추는 것과 같습니다. 나선 자신이 도를 얻었고, 우바새로 하여금 득도하도록 했으니 내쫓지 않는 것이 옳을 듯하오.”

스승인 가유왈이 말했다.

“설령 화살 하나를 쏘아서 백 군데를 맞춘다고 해도 대중과의 약속을 어기면 머물 수가 없는 것이오. 다른 사람들이 계를 지키면서 나선과 같이 도에 들지 못한다면 어찌하겠소. 나선을 본보기로 하여 후에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오.”


좌중의 대중들은 말이 없었다. 스승은 즉시 나선을 내쫓도록 교시를 내렸다. 나선은 즉시 머리를 조아려 스승의 발아래 예를 올리고 일어섰다. 비구승들에게도 두루 예를 올리고 절을 나서서 깊은 산의 나무 아래에 가서 앉았다. 주야로 정진하면서 도를 생각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아 스스로 아라한이 되었다. 능히 날아다닐 수 있으며, 꿰뚫어 볼 수 있고 꿰뚫어 들을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이 선악에 대해서 생각하는 마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전생에 대한 것과 내생에 대한 것도 알 수 있었다.


아라한이 된 후에 화전사로 돌아가서 여러 비구에게 예를 올리고 자신의 잘못을 참회한 후 화해를 청했다. 비구승들은 이를 즉시 받아들였다. 나선은 예를 올린 후에 즉시 절을 나서서 고을과 읍내와 마을로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위하여 경전과 계율을 설하며 선을 행하도록 사람들을 가르쳤다. 그 가운데는 오계를 받은 사람도 있었고, 수다원도(須陀洹道)에 든 사람도 있었고, 사다함도(斯陀含道)에 든 사람도 있었고, 아나함도(阿那含道)에 든 사람도 있었으며, 사문이 되어 아라한(阿羅漢)이 된 사람도 있었다. 제2 도리천(忉利天)의 제석(帝釋)이나 제7천의 범천왕(梵天王)이나 제4천의 왕도 나선에게 와서 머리를 나선의 발아래 조아려 예를 올리고 물러나 앉았다. 나선은 그 제천(諸天)들을 위해 경을 설하니 그 이름이 사방에 알려졌다. 나선이 가는 곳마다 제천과 백성과 귀신과 용들이 나선을 보고 모두 환희심을 냈으며 모두 복을 얻었다.


나선은 이렇게 돌아다니다 천축에 있는 사갈국(舍竭國)에 다다라서 설지가사(泄址迦寺)에 머물렀다. 전생에 알았던 한 사람이 바닷가에 있었는데 나라의 왕자가 됐으며 그 이름은 미란(彌蘭)이라 하였다. 미란은 어려서부터 경 읽기와 주장이 다른 학설들을 배우기를 좋아하였다. 주장이 다른 학설들의 경법(經法)에 대해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이기는 자가 없었다. 미란 왕자의 부왕이 죽은 후 미란은 왕이 되었다. 


미란은 좌우의 신하들에게 물었다.

“나라 안에 도인이나 또는 사람으로서 나와 경에 대해 논란을 할 수 있는 자가 누가 있겠는가?”

곁에 있던 신하가 대답하였다.

“불도를 배우는 이가 있는데 사람들은 그를 사문이라고 부릅니다. 그 사람의 지혜는 뛰어나서 폐하와 경과 도에 대해서 논란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북방의 대신국(大臣國)에 사갈(沙竭)이라고 하는 옛 왕의 궁이 있었다. 그 나라의 안팎은 안온하고 사람들은 다 착했다. 그 성의 사방에는 길이 이중으로 나있고, 성문들의 나무나 쇠붙이는 파여져서 새겨져 있으며, 또한 다른 소국들도 다 높고 밝았다.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의 색깔은 밝게 빛나며, 국토는 지대가 높고 건조하며 진귀한 보배가 많고 사방에서 모여든 상인들은 돈으로 매매를 하고 오곡은 풍부하고 값이 싸서 집집마다 여축이 있고 그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미란왕은 정법으로 나라를 다스렸으며 재질이 출중하고 지모가 있어서 나라의 행정에 밝았다. 전투에 대한 술수는 모르는 것이 없고, 96종의 도에 대해서도 잘 알아서 그 질문이 끝이 없으며 사람이 무슨 말을 하면 이미 그 의도를 알아차렸다. 


왕은 옆에 있는 신하에게 말했다.

“요즈음 경에 밝은 사문으로서 나와 더불어 경을 논하고 도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이가 없겠는가?”

첨미리망군(沾彌利望群)이라는 왕의 신하는 말했다.

“야화라(野惒羅)라고 하는 사문이 있기는 합니다. 그는 경과 도에 밝아서 폐하와 함께 경도(經道)를 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은 즉시 첨미리망군에게 명령을 내렸다. 신하는 곧 야화라에게 가서 말했다.

“대왕께서 대사를 뵙고 싶어 하십니다.”

“왕이 나를 뵙고 싶어 하신다니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대왕께서 직접 오셔야 할 것입니다. 나는 가지 않습니다.”


첨미리망군은 즉시 돌아가서 왕에게 야화라가 한 말을 전했다. 왕은 가마에 타고 5백의 기병을 거느리고 절에 도착하였다. 야화라와 만나서 인사말을 주고받은 뒤 자리를 잡고 앉았다. 5백의 기병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


왕이 야화라에게 물었다.

“대사께서는 어떠한 연유로 집을 버리고 처자를 떠나서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은 사문이 되셨습니까? 대사께서 구하는 도는 어떤 것입니까?”

“우리들은 불도를 배워서 치우치지 않는 바른 행을 합니다. 그리하여 금생에 복을 받고 내생에도 복을 받을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들은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은 사문이 되었습니다.”

“만약 흰 옷을 입고 집에 머물며 처자가 있으면서 치우침이 없는 바른 행을 하면 금세에 복을 받고 내생에도 복을 받지 않습니까?”

“흰 옷을 입고 집에 머물며 처자가 있으면서 치우침이 없는 바른 행을 해도 금생에 그 복을 받고 내생에도 그 복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대사께서 집을 버리고 처자를 떠나서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은 사문이 된 것은 헛된 일이 되는군요.”

야화라는 왕의 말에 대답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왕의 곁에 있던 신하가 말했다.

“이 사문은 크게 뛰어나고 지혜가 있는 이인데 다그쳐서 말을 못할 뿐입니다.”

왕의 신하는 손을 들고 말했다.

“대왕께서 이기셨습니다.”


야화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자기가 진 것을 인정하였다. 왕이 좌우를 돌아보니 우바새의 얼굴에는 부끄러운 기색이 없었다. 왕은 속으로 ‘여러 우바새들이 부끄러워하지 않으니 나와 경전과 도를 논할 명철한 사문이 있어야 하겠구나’라고 생각하였다. 왕은 곁에 있는 신하인 첨미리에게 말하였다.

“밝은 지혜가 있는 사문으로서 나와 경전과 도에 대해 논할 만한 이가 또 없겠는가?”


나선은 여러 사문들의 스승이 되어 있었고, 여러 경전의 요점과 어려운 것을 알고 있었으며, 12품경1)을 잘 설했으며, 장단구(章斷句)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 특별한 점이 있었다. 열반의 도를 알고 있었으며 그의 말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으며 능히 그를 이길 사람이 없었다. 그의 지혜는 강과 바다 같았고, 96종의 외도들을 굴복시키고 불제자들에게는 경애의 대상이 되었으며, 경도(經道)로써 가르쳤다. 나선이 사갈국에 도착하자 그를 따르는 제자들도 또한 고명해졌다. 

1) 원시불교 시대에 불교의 성전을 12로 분류한 12부경을 말한다. 즉 경(經, Sutra)ㆍ응송(應頌, Geya)ㆍ기별(記別, Vyakarana)ㆍ풍송(諷頌, gāthā )ㆍ자설(自說, Udana)ㆍ여시어(如是語, Itivrttaka)ㆍ본생(本生, Jataka)ㆍ방광(方廣, Vaipula)ㆍ희법(希法, Adbhutadharma)을 9부경이라 하고 여기에 인연(因緣, Nidana)ㆍ비유(譬喩, Avadana)ㆍ논의(論議, upadeśa )의 셋을 합한 것을 12부경이라 한다.


나선은 마치 용맹한 사자와 같았다. 첨미리는 왕에게 말했다.

“나선이라는 사문이 있는데 지혜가 미묘해서 여러 경전의 요체를 알고 사람들이 의심하는 바를 풀어주며 통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폐하와 함께 경에 대해 논하고 도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말 나와 더불어 경과 도에 대해서 논할 수 있겠는가?”

“그러하옵니다. 항상 제7천인 범천(梵天)과 경에 대하여 논하고 도에 대하여 말하는데 하물며 사람들의 왕과 못하겠습니까?”

왕은 즉시 첨미리에게 가서 나선을 청해 오도록 명령했다. 첨미리는 곧 나선의 처소에 가서 말했다.

“대왕께서 대사를 뵙고 싶어 하십니다.”

“좋습니다.”


즉시 제자들을 데리고 왕의 처소로 갔다. 왕은 이전에 나선을 본 일이 없었으나 많은 사람 가운데 섞여 있는 나선이 그 옷 입은 모습이나 걷는 모습이나 행동이 다른 이들과 아주 다른 것을 보고 멀리서 나선을 은밀히 알아보았다. 왕은 혼자 속으로 생각하기를 ‘내가 전후로 대중을 본 일이 많고 대중이 앉아 있는 자리에 들어가 본 일도 많은데 일찍이 오늘 나선을 만나면서 느꼈던 두려움 같은 것은 느껴본 일이 없도다. 오늘은 정녕 나선이 나를 이기겠구나. 내 마음이 두렵고 불안하도다’ 하였다. 첨미리가 앞에서 왕에게 고하였다.

“나선대사가 이미 출발하여 아침에 도착하셨습니다.”

“어디에 있는 이가 나선인가?”

첨미리는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왕은 ‘내가 은밀히 알아보았던 바로 그 사람이구나’ 생각하며 매우 기뻐했다. 나선이 즉시 도착하였다. 왕과 나선은 우선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왕은 크게 기뻐하며 나선과 대좌했다. 


나선이 왕에게 말했다.

“부처님께서 경전에서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안온한 것은 가장 큰 이득이 되며 사람이 만족할 줄 알면 그것이 큰 부자가 되는 일이며, 사람에게 믿을 것이 있으면 그것이 크게 마음을 쓰는 일이 되는 것이며, 열반의 도는 마음이 크게 상쾌한 일이다’고 하셨습니다.”

왕은 즉시 나선에게 물었다.

“대사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부모님은 나를 나선이라고 이름을 지으셨습니다. 사람들도 나를 나선으로 부릅니다. 어느 때는 부모님이 나를 수나선(首那先)으로 부르게 하셨고, 어느 때는 부모님이 나를 유가선(維迦先)이라고 부르기도 하셨습니다. 이런 연유로 사람들은 다 나를 알게 됩니다. 사람들도 다 이 이름을 취합니다.”

“이 나선이라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왕은 다시 물었다.

“머리가 나선입니까?

“나선이 아닙니다.”

“귀와 코와 입이 나선입니까?

“나선이 아닙니다.”

“턱과 목과 어깨와 팔과 손과 발이 나선입니까?”

“나선이 아닙니다.”

“넓적다리와 정강이가 나선입니까?”

“나선이 아닙니다.”

“안색이 나선입니까?”

“나선이 아닙니다.”

“괴로움이나 즐거움이 나선입니까?”

“나선이 아닙니다.”

“선악이 나선입니까?”

“나선이 아닙니다.”

“몸이 나선입니까?”

“나선이 아닙니다.”

“간장과 허파와 심장과 비장과 창자와 위장이 나선입니까?”

“나선이 아닙니다.”

“안색이 나선입니까?”

“나선이 아닙니다.”

“고락과 선악과 몸과 마음이 합해진 것, 이것이 나선입니까?”

“나선이 아닙니다.”

“고락도 없고, 안색도 없고, 선악도 없고, 몸과 마음도 없는 것, 이 다섯 가지가 없는 것을 오히려 나선이라고 합니까?”

“나선이 아닙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소리의 울림과 숨이 차서 헐떡거리는 것이 나선입니까?”

“나선이 아닙니다.”

“나선이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나선이 왕에게 물었다.

“어떤 것을 수레라고 합니까? 굴대를 수레라고 합니까?”

“굴대는 수레가 아닙니다.”

“바퀴통이 수레입니까?”

“바퀴통은 수레가 아닙니다.”

“바퀴살이 수레입니까?”

“수레가 아닙니다.”

“바퀴테가 수레입니까?”

“수레가 아닙니다.”

“끌채가 수레입니까?”

“수레가 아닙니다.”

“멍에가 수레입니까?”

“수레가 아닙니다.”

“가마가 수레입니까?”

“수레가 아닙니다.”

“덮개가 수레입니까?”

“수레가 아닙니다.”

“이 재목들을 모아서 하나로 붙이면 수레입니까?”

“수레가 아닙니다.”

“소리가 수레입니까?”

“수레가 아닙니다.”

“무엇이 수레입니까?”


왕은 말이 없었다. 나선이 말했다.

“부처님의 경전에서 말씀하시기를 이 여러 재목들을 합하여 써서 수레를 만듦으로 해서 수레가 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사람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머리와 얼굴과 눈과 귀와 코와 입과 목과 어깨와 팔과 뼈와 살과 손발과 허파와 간장과 심장과 신장과 비장과 창자와 위장과 안색과 소리의 울림과 숨이 헐떡거리는 것과 고락과 선악이 합해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나선대사께서는 나와 함께 경에 대해서 논하고 도에 대해서 말할 수가 있겠습니까?”

“대왕께서 지혜 있는 자의 질문을 하면 대왕께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이나 왕으로서의 질문이나 어리석은 자로서의 질문을 하면 대답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혜 있는 자의 질문과 왕으로서의 질문과 어리석은 자의 질문은 어떻게 다릅니까?”

“지혜 있는 자는 상대를 대할 때 서로 힐난하기도 하고, 서로 존중해서 말하기도 하고, 서로 하대해서 말하기도 합니다. 대화로 승부를 가릴 때에는 자기 스스로 그것을 압니다. 이것이 지혜 있는 자의 말입니다. 왕으로서의 말은 방자한 데가 있어서 그 말에 오류가 있어도 왕에게 하는 말처럼 하지 않으면 왕은 즉시 강제로 그를 벌합니다. 이것이 왕으로서의 말입니다. 어리석은 자의 말은 말이 길어도 스스로 알지 못하고, 말이 짧아도 알지 못합니다. 사리에 어긋나는 것을 써서 이길 뿐입니다. 이것이 어리석은 자의 말입니다.”

“지혜 있는 자의 말을 쓰기를 원합니다. 왕으로서나 어리석은 자의 말을 쓰기를 원치 않습니다. 나와 말하면서 왕이라는 생각을 갖지 마십시오. 여러 사문과 같이 말하는 것으로 여기시는 것이 마땅할 것이며, 여러 제자와 같이 말하는 것으로 여기시며, 우바새와 말하는 것으로 여기시며, 곁에서 명령을 받는 사람과 말하는 것으로 여기시는 것이 마땅할 것이며, 서로 깨달음을 위해서 하는 것으로 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좋습니다.”


“나는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대왕께서는 물으십시오.”

“나는 이미 물었습니다.”

“나는 이미 대답했습니다.”

“무슨 말로서 내게 대답했습니까?”

“왕께서는 무슨 말로서 내게 물었습니까?”

“나는 물은 것이 없습니다.”

“나도 대답한 것이 없습니다.”


왕은 나선이 큰 지혜를 가진 인물임을 곧 알아차렸다. 왕이 말했다.

“내가 비로소 많은 질문을 할 수 있을 것 같도다. 날이 어두워지려고 하니 내일 나선을 청해서 궁중에서 서로 질문을 주고받는 것이 어떻겠는가?”

첨미리망군은 즉시 나선에게 말했다.

“날이 어두워지니 대왕께서는 환궁하셔야 합니다. 대왕께서는 내일 나선대사를 청하실 것입니다.”


나선은 좋다고 말했다. 왕은 곧 나선에게 예를 올리고 말을 돌려 궁으로 돌아갔는데 말 위에서도 나선에 대한 생각을 계속해서 했다. 다음날이 되자 첨미리망군과 신하들은 왕에게 말했다.

“나선대사를 청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청해야 할 것이니라.”

“청할 때는 몇 분의 사문과 함께 오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왕은 나선이 임의대로 몇 명의 사문과 함께 와도 좋다고 말했다. 간(慳)이라는 이름의 창고를 지키는 이가 왕에게 말했다.

“나선대사로 하여금 열 명의 사문과 함께 오도록 해야 좋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세 번을 말했다. 왕이 화를 내며 말했다.

“어찌하여 나선으로 하여금 열 명의 사문과 함께 오도록 하는가?”

왕이 말했다.

“너의 이름은 ‘간’인 것처럼 왕의 물건을 너의 물건처럼 아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은 좋다. 그러나 어찌하여 너는 내 뜻을 거역하는가? 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가히 불쌍히 여겨 너의 죄를 사해 주겠다. 내가 지금 국왕의 입장으로 사문에게 공양을 흡족히 못 올리겠는가?”

간은 몹시 두려워하며 다시는 말을 못하였다. 


첨미리망군은 나선의 처소에 가서 예를 올린 후에 말했다.

“대왕께서 나선을 청하십니다.”

“대왕께서는 내가 몇 명의 사문과 함께 가도 좋다고 하셨는가?”

“나선대사께서 몇 분의 사문과 함께 오시든 마음대로 하라고 하셨습니다.”

나선은 곧 야화라(野羅) 등 80명의 사문과 함께 갔다. 


첨미리망군은 성에 들어가려고 할 때 도중에 가면서 나선에게 물었다.

“어제 대왕께 말씀하실 때 ‘나선이란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왜 그렇습니까?”

나선은 첨미리망군에게 물었다.

“경은 나선이라는 자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천식(喘息)이 들고 나는 생명의 숨에 나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숨이 한번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지 못하면 그 사람은 정녕 다시 살 수 있습니까?”

“숨이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지 못하면 그것을 정녕 죽음이라 합니다.”


“어떤 사람이 갈잎 피리를 불 때 숨을 내보내면 다시 들어오지 못합니다. 사람이 쇠로 단련한 큰 서까래를 갖고 크게 숨을 불어내면 한 번 분 숨은 다시 돌아옵니까?”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같은 숨인데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데도 이 사람은 어찌하여 죽지 않습니까?”

“숨이 헐떡거리는 사이의 일에 대해서는 나는 알지 못합니다. 원컨대 나선대사께서 우리들을 위하여 그 의문을 풀어주십시오.”

“헐떡거리는 숨은 다 몸속에서의 일입니다. 사람이 마음에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 혀가 이 일을 말한다면 그것은 혀의 일인 것처럼 뜻에 의심되는 바가 있어서 마음이 이것을 생각한다면 이는 마음의 일인 것입니다. 각각 그 주인이 있으니 이를 허공과 같이 보면 나선은 없는 것입니다.”


첨미리망군은 마음의 의심이 풀렸다. 곧 우바새가 되어 오계(五戒)를 받았다. 나선은 곧 궁에 들어가서 왕이 있는 곳에 도착하여 전각에 올랐다. 왕은 앞으로 나와 나선에게 예를 올리고 물러났다. 나선은 즉시 자리에 앉았으며 80명의 사문도 함께 앉았다. 왕은 손수 맛있는 음식을 가져와서 나선 앞에 놓았다. 공양을 마치고 손 씻는 일도 끝냈다. 왕은 즉시 여러 사문 각자에게 여러 겹으로 접은 가사(袈裟) 한 벌과 가죽신 한 켤레씩을 하사하였다. 나선과 야화라에게는 각각 세 벌의 가사와 각각 한 켤레의 가죽신을 하사하였다. 


왕은 나선과 야화라에게 말했다.

“열 분만 함께 머무시고 나머지 분들은 돌아가게 해주십시오.”

나선은 즉시 나머지 사문들을 돌려보내고 열 명만 함께 머물도록 했다. 왕은 후궁의 여러 귀인과 기녀들이 모두 어전으로 나와 휘장 뒤에서 왕이 나선과 경과 도에 대해서 서로 논하는 것을 듣도록 명령했다. 그때에 귀인과 기녀들은 모두 어전에 나와 휘장 뒤에서 나선의 설법을 들었다. 왕은 나선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왕이 나선에게 물었다.

“어떤 도에 대해서 설해주시겠습니까?”

“듣고 싶으신 말을 다섯 가지 청하면 마땅히 그 듣고 싶으신 것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사들께서는 어떤 것을 가장 착한 일로 여기십니까? 어떤 이유로 사문이 되셨습니까?”

“우리들은 세간의 고뇌를 버리고 후생에도 같은 고뇌를 다시 하지 않으려고 사문이 되었습니다.”

“사문들은 다 그러합니까?”

“다 그런 이유 때문에 사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가운데는 빚이 있어서 사문이 되는 이도 있고, 관리가 무서워서 사문이 되는 이도 있고, 가난해서 사문이 되는 이도 있습니다.”


나선은 말했다.

“나는 다만 애욕과 고뇌에서 벗어나서 금세에 고통을 없애려고 할 뿐입니다. 마음을 다하여 도를 구하려고 사문이 되었을 뿐입니다.”

“이제 대사께서는 그런 이유로 사문이 되신 것입니까?”

“어려서 사문이 되어 부처님의 경전과 도를 배웠습니다. 그런 연고로 금세와 후세에 고뇌에서 벗어나려고 사문이 되었을 뿐입니다.”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사람은 죽은 후에 다시 태어납니까?”

“은애(恩愛)와 탐욕이 있는 사람은 후세에 다시 사람으로 태어납니다. 은애나 탐욕이 없는 사람은 후세에 다시 태어나지 않습니다.”

“사람이 한마음으로 바른 법을 생각하면 후세에 다시 태어나지 않습니까?”

“사람이 한마음으로 바른 법을 생각하여 지혜를 갖고 다른 좋은 일들을 하면 다시 태어나지 않습니다.”

“사람이 착한 마음으로 바른 법을 생각하는 것과 영리한 지혜를 갖는 것 이 둘은 같은 것입니까, 다른 것입니까?”

“그 뜻은 각각 다르며 같지 않습니다.”

“소나 말 등 여섯 마리 가축들은 각각 지모를 갖고 있으며 그 마음도 같지 않습니다.”

“대왕께서는 일찍이 보리 수확하는 것을 보신 일이 있습니까? 왼손으로 보리를 잡고, 바른손으로 보리를 벱니다.”

나선이 말했다.

“영리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애욕을 끊어냅니다. 비유하면 보리 수확하는 것과 같습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나선대사, 그 이외에 다른 착한 일은 없습니까?”

“성신(誠信)과 효순(孝順)과 정진(精進)과 염선(念善)과 일심(一心)과 지혜(智慧)가 착한 일입니다.”

“성신이란 무엇입니까?”

“성신은 사람의 의심을 풀어줍니다. 부처님이 계신 것을 믿고, 경법을 믿고, 비구승을 믿고, 나한도(羅漢道)가 있는 것을 믿고, 금세가 있는 것을 믿고, 후세가 있는 것을 믿고,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을 믿고, 착한 일을 하면 착한 과보를 받고 악한 일을 하면 악한 과보를 받는다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믿음이 있음으로 인해 마음이 청정해져서 다섯 가지 악을 버리게 됩니다. 다섯 가지란 무엇인가 하면, 첫째는 음란한 것이고, 둘째는 화내는 것이며, 셋째는 눕기 좋아하는 것이며, 넷째는 노래하며 즐기는 것이며, 다섯째는 의심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이 다섯 가지를 버리지 않으면 마음이 고요하지 못하며, 이 다섯 가지를 버리면 마음이 즉시 청정해집니다. 비유하면 차가월왕(遮迦越王:전륜왕)의 수레와 말과 사람들이 물을 건너게 되면 물이 탁하게 되어버립니다. 그런데 왕이 갈증이 나서 물이 마시고 싶어집니다. 그러면 왕이 마침 물을 맑게 하는 구슬을 가지고 있어서 그 구슬을 물에 넣어두면 물이 맑아집니다. 이렇게 해서 왕이 즉시 물을 마실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이 마음에 다섯 가지 악을 가지고 있는 것은 탁한 물과 같습니다. 부처님의 여러 제자들은 생사의 도를 벗어납니다. 사람의 마음이 청정한 것은 물을 맑게 하는 구슬과 같습니다. 사람이 여러 가지 악을 버리고 마음을 다해 믿으면 명월주(明月珠)처럼 청정해집니다.”

왕은 말했다.

“과연 그렇습니다.”


왕이 나선에게 다시 물었다.

“정진성신(精進誠信)이란 어떤 것입니까?”

“부처님의 여러 제자들은 스스로 무리들을 서로 보며 여러 가지 청정한 것에 대해 설합니다. 그 가운데는 수다원(須陀洹)의 도를 얻은 이도 있고, 사다함(斯陀含)의 도를 얻은 이도 있고, 아나함(阿那含)의 도를 얻은 이도 있고, 아라한(阿羅漢)의 도를 얻은 이도 있습니다. 서로서로 모범을 삼아 성심껏 믿어서 세상을 제도합니다. “비유하면 마치 산 위에서 큰 비가 내려 그 물이 아래로 흐르면 물 흐르는 폭이 넓어집니다. 물 흐르는 양편에 있는 이들은 그 물이 얼마나 깊은지 얕은지를 몰라서 감히 앞으로 나가지를 못합니다. 그때 만약 먼 곳에서 어떤 사람이 오면 물을 보고 물이 흐르는 폭이 넓은지 좁은지 또는 물 깊이가 깊은지 얕은지를 은밀히 알게 됩니다. 그 사람은 물의 세력을 알고 능히 물에 들어가 물을 건너갑니다. 양쪽에 있던 사람들도 즉시 그 뒤를 따라 건너갑니다.

부처님의 제자들도 이와 같습니다. 그 마음이 청정하면 즉시 수다원도에 들게 되며, 사다함도를 얻고, 아나함도를 얻으며, 아라한도를 얻습니다. 착한 마음으로 정진하여 도를 얻는 것이 이와 같습니다. 부처님의 경전에서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성심껏 믿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스스로 득도할 수 있으며, 세상 사람을 능히 자제케 하여 다섯 가지 욕심을 버리게 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사람이 

자신의 몸의 고뇌를 알게 되면 스스로 벗어날 수 있으며 사람은 모두 지혜로 그 도덕을 성취할 수 있습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왕이 나선에게 다시 물었다.

“효순(孝順)이란 어떤 것입니까?”

나선은 말했다.

“여러 가지 착한 일이 다 효순이 됩니다. 네 가지 착한 일이 있는데 거기에 마음을 집중시켜야 합니다. 마음을 집중시켜야 할 네 가지 일이 무엇인가 하면, 첫째는 자기 몸의 안팎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뜻으로 고락을 아는 것입니다. 셋째는 마음으로 선악을 아는 것입니다. 넷째는 바른 법을 아는 것입니다. 이것이 네 가지입니다. 또한 네 가지가 더 있습니다. 그 네 가지가 무엇인가 하면, 첫째는 그 뜻을 자제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여러 가지 나쁜 일들을 마음속에 들이지 않는 것입니다. 셋째는 마음속에 있는 나쁜 일들은 쫓아내고 여러 가지 좋은 일들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넷째는 그 마음속에 좋은 일들이 있으면 방일하지 않도록 자제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네 가지입니다.

또한 네 가지가 더 있는데 하고자 하는 바를 마음대로 하는 것입니다. 첫째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고, 둘째는 정진하는 것이고, 셋째는 마음을 자제하는 것이고, 넷째는 사유(思惟)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네 가지입니다. 또한 다섯 가지 본받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다섯 가지란 무엇인가 하면, 첫째는 성신(誠信)이요, 둘째는 효순(孝順)이요, 셋째는 정진(精進)이요, 넷째는 마음을 다하여 착한 것을 생각하는 일이요, 다섯째는 지혜(智慧)입니다. 이것이 다섯 가지입니다. 또한 여러 가지 악을 제거하는 일곱 가지가 있는데 이를 7선(善)이라고 하며 7각의(覺意)라고도 합니다. 또한 8종도행(種道行)이 있습니다. 이는 또한 아구기(阿姤耆)라고도 합니다. 이것을 모두 37품경(品經)이라 하며 효순이 근본이 됩니다. 무릇 사람이 금을 지고 멀리서 와서 무엇인가 이루는 것이 있는 것은 다 땅으로 인해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세간의 오곡과 수목 등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것들이 다 땅으로 인해 생겨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대토목공이 성을 만들려고 할 때 먼저 측량을 하고 다음에 토대를 만든 다음 성을 쌓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음곡과 가무를 하려고 할 때 먼저 땅을 깨끗이 한 후에 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부처님의 제자가 도를 구할 때 먼저 경계(經戒)를 행하고 선인(善因)을 짓고 근고(懃苦)를 알고 모든 애욕을 끊고 8종도행을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왕은 말했다.

“과연 그렇습니다.”


왕이 나선에게 다시 물었다.

“정진이란 어떤 것입니까?”

“착한 것을 돕는 것, 이것이 정진입니다. 비유하자면 울타리가 넘어지려고 할 때 옆에서 이를 받쳐주는 것이나 집이 무너지려고 할 때 이를 받쳐주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왕이 군사를 보내서 공격해야 할 일이 있는데 군사가 약해서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왕이 다시 군사를 보내어 이들을 돕게 하여 승리를 거두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이 여러 가지 악을 가진 것은 마치 병사가 약한 것과 같습니다. 사람이 착한 마음을 지니면 악한 마음이 소멸합니다. 비유하면 국왕이 병사를 늘려서 승리를 얻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이 5계를 지키는 것은 비유하면 전투에서 이기는 것과 같습니다. 정진이 착한 것을 돕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나선은 경에서 말하는 것을 설하였다.

“정진은 사람이 선도(善道)에 이르도록 돕는 것입니다. 선에 이른 사람은 옛날의 삿된 것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왕이 나선에게 다시 물었다.

“뜻으로 여러 가지 착한 일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비유하자면 향기가 있는 꽃을 모으는데 실로 묶으면 바람에 날려서 흩어지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비유하자면 왕의 창고를 지키는 사람이 창고 안에 금ㆍ은이나 보배구슬이나 유리나 진보 등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도를 닦으려는 사람이 득도하려 할 때는 37품경을 생각합니다. 불도(佛道)를 생각하는 사람은 이와 같이 해야 하는 것으로 이것이 사람을 해탈시키는 길입니다. 사람에게 뜻이 있으면 선악을 앎으로 인해 행해야 할 바를 알게 되며 흑백을 가려 알고 생각하여 그 이후 악을 버리고 선을 취하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왕에게 문을 지키는 사람이 있는데 왕을 공경하는 자도 있고, 왕에게 불경한 자도 있고, 왕에게 유리한 자도 있고, 왕에게 불리한 자가 있는 것도 알아서 왕을 공경하는 자나 왕에게 이로운 자는 문안에 들여보내고, 왕을 공경하지 않거나 왕에게 불리하게 하는 자는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이 뜻을 갖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여러 가지 착한 일 등은 안으로 들여보내고, 착하지 않은 것들은 안으로 들이지 않는 것입니다. 뜻으로 사람의 선악을 자제하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나선은 경에서 말하는 바를 설하였다.

“사람은 마땅히 그 생각과 몸의 여섯 가지 애욕을 굳게 지켜야 하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매우 견고하다면 당연히 세상을 제도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왕은 말했다.

“과연 그렇습니다.”


왕이 나선에게 다시 물었다.

“그 마음을 하나로 한다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여러 가지 선(善) 가운데 한마음이 첫째가는 것입니다. 한마음에는 여러 가지 선(善)이 뒤따라옵니다. 비유하자면 누각의 계단이 당연히 의지해 있는 것과 같이 여러 가지 선(善)이라는 것이 모두 이 한마음에 붙어 있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왕이 네 종류의 병사를 데리고 전투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코끼리를 탄 병사와 말을 탄 병사와 수레를 탄 병사와 보병은 왕이 나갈 때 모두 앞뒤로 따라갑니다. 불경에서 말하는 착한 일이 다 한마음을 따른다는 것이 이와 같은 것입니다.”

나선은 경에서 말하는 바를 설했다.

“여러 가지 선 가운데 한마음이 주가 됩니다. 도를 배우는 사람들은 다 한마음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사람의 몸은 죽었다 태어나며 과거로부터 흐르는 물처럼 전후하여 서로 따라갑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왕이 나선에게 다시 물었다.

“지혜란 어떤 것입니까?”

“앞에서 이미 대왕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이 사람은 지혜로 모든 의심을 끊어버리고 여러 가지 선에 대하여 밝혔습니다. 비유하자면 사람이 등불을 가지고 어두운 방에 들어가면 어두움이 즉시 사라지고 스스로 밝아지는 것과 같이 사람의 지혜도 이와 같습니다. 비유하자면 사람이 날카로운 칼로 나무를 베듯이 사람도 지혜로 여러 가지 악을 잘라버립니다. 이 세간에서 지혜는 사람에게 제일 중요한 것입니다. 인생이 죽음에서 벗어나는 길입니다.”

왕은 말했다.

“과연 그렇습니다. 앞뒤로 말씀하신 바의 경은 여러 가지 지혜와 선에 대한 것입니다.”


왕이 나선에게 다시 물었다.

“부처님의 경전에서 말씀하신 것들은 단지 여러 가지 악한 일들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뿐입니까?”

“그렇습니다. 불경에서 설해진 여러 가지 선(善)에 대한 것은 일체의 악을 버리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왕이 네 가지 병사인 코끼리 탄 병사와 말 탄 병사와 수레를 탄 병사와 보병이 전투에 나가도록 하는데 처음 나가라고 할 때는 단지 적을 공격하려는 의도만 있는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의 경전에서 설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선에 대한 것도 여러 가지 악을 공격하여 뽑아버리기 위한 것입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경에 설한 말씀은 정말 마음을 상쾌하게 합니다.”


왕이 나선에게 다시 물었다.

“사람의 마음은 선도(善道)나 악도(惡道)를 향해 가게 되는데 몸은 이전의 정신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살아나가는 것입니까? 아니면 다른 정신으로 바꾸어서 살아가는 것입니까?”

“이전의 몸과 마음도 아니고, 이전의 몸과 마음을 떠난 것도 아닙니다.”

나선은 왕에게 물었다.

“대왕이 어려서 젖을 먹었을 때와 지금 몸이 자라서 커졌을 때, 예전의 몸을 계속해서 가지고 있습니까, 없습니까?”

“어렸을 때의 몸과는 다릅니다.”

“사람이 어머니의 뱃속에 처음에 정자로 있을 때와 점차 형태가 흐트러질 때는 이전의 정자와 같지 않습니다. 살과 뼈가 단단해지면 이전의 정자와는 다릅니다. 처음에 태어났을 때와 몇 살쯤 됐을 때는 옛날의 정자와는 다릅니다. 사람이 글을 배울 때 옆에 있는 사람이 그 공부를 대신해줄 수 있습니까?”

“공부를 대신해줄 수는 없습니다.”

“사람이 죄를 지어서 이를 왕에게 말하는데 왕이 이해하지를 않습니다.”

왕이 말했다.

“나선대사께서는 이를 어떻게 해결합니까?”

“나는 예전 아주 어렸을 때와 어린아이에서부터 커졌을 때까지 옛날의 몸을 계속해서 가지고 있을 뿐 커졌을 때나 어렸을 때나 한몸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이것이 양생된 생명입니다.”


나선이 왕에게 물었다.

“사람이 등불을 켤 때는 새벽이 올 때까지 켭니까?”

“사람이 등불을 켤 때는 새벽이 올 때까지 켭니다.”

“등불 가운데 있는 심지가 하룻밤 동안 계속되면 먼젓번의 심지의 불이 빛을 발합니까, 안합니까? 한밤중에 이르거나 아침이 밝을 때에 앞의 심지불이 빛을 발합니까?”

“앞의 심지불은 빛을 못 냅니다.”

“등불을 밤새도록 켜서 한밤중에 이르면 또 다른 불을 켭니까? 새벽이 올 때 다시 불을 켭니까?”

“안 켭니다. 한밤 내내 불을 계속해서 켜기 때문에 한 심지의 불이 새벽까지 갑니다.”

“사람의 정신이 반복해서 상속하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하나가 가면 두 번째가 옵니다. 정신에서부터 늙음과 죽음에 이릅니다. 뒤에 정신은 나아가서 태어나는 것이 됩니다. 반복해서 상속하는 이것은 이전의 정신이 아니며 또한 이전의 정신을 떠난 것도 아닙니다. 사람이 죽은 이후 정신은 즉시 향해가는 바가 있어서 태어나게 됩니다.”

“비유하자면 우유의 즙으로 낙(酪)을 만듭니다. 상비(上肥)를 취해서 제호(醍醐)를 만듭니다. 낙과 소와 상비를 되돌려 유즙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부를 수가 있습니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사람의 정신이란 유즙과 같은 것입니다. 유즙에서 낙을 만들고, 낙에서부터 상근이 되며, 상근에서부터 제호가 되는 것같이 사람도 정자에서부터 태어나기에 이르는 것이며, 태어나서부터 중년에 이르고, 중년에서부터 늙음과 죽음에 이르는 것입니다. 사후에 정신은 다시 몸을 받아 태어납니다. 사람의 몸은 죽은 후에 다시 태어나서 몸을 받습니다. 비유하자면 두 개의 심지가 서로 연이어서 타는 것과 같습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사람이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자기가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압니까, 모릅니까?”

“다음 생에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그것을 어떻게 압니까?”

“그 사람은 자신에게 은애(恩愛)가 없고, 탐욕이 없고, 여러 가지 악이 없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하여 자신이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비유하자면 농가에서 곡식을 심어서 수확을 많이 해서 대광주리에 담아 놓았는데 그 다음해에 씨 뿌려 경작하지 않으면 다시 곡식을 얻을 수 있습니까, 없습니까?”

“곡식을 다시 얻을 수 없습니다.”

“도를 닦는 사람도 그와 같습니다. 고락과 은애를 버리고 탐하는 것이 없게 되면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나지 않을 것을 스스로 알게 됩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나지 않는 사람은 그 지혜가 보통 사람과 다릅니까?”

“그렇습니다. 보통 사람과 다릅니다.”

“밝다는 것[明]과 지혜[智]는 같은 것입니까, 다른 것입니까?”

“밝다는 것과 지혜는 같은 것입니다.”

“사람이 밝음과 지혜를 가지고 있으면 어떻게 여러 가지 일들을 다 알게 됩니까? 하나를 도모하면 다섯 가지를 이루게 됩니까?”

“여러 가지를 도모하면 이루는 것은 하나가 아닙니다. 비유하자면 한 땅에 곡식의 씨를 심으면 그 싹이 날 때에 마땅히 각각 그 종류의 싹이 나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의 몸의 다섯 가지 일도 다 여러 가지 일을 써서 각각 이루는 것이 있는 것입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왕이 나선에게 다시 물었다.

“세간 사람들은 머리나 얼굴이나 신체의 사지는 다 구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명이 긴 사람과 명이 짧은 사람이 있으며, 몸에 병이 많은 사람과 병이 적은 사람이 있으며, 가난한 사람과 부자가 있으며, 신분이 높은 사람과 비천한 사람이 있으며, 단정한 사람과 추악한 사람이 있으며,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는 사람과 의심을 받는 사람이 있으며, 지혜가 밝은 사람과 어두운 사람이 있게 되는 것입니까? 서로 같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비유하자면 여러 가지 나무들에서 과일이 열리는데 신맛이 나는 것도 있고, 쓴맛이 나는 것도 있으며, 매운맛이 나는 것도 있고, 단맛이 나는 것도 있습니다.”

나선이 왕에게 물었다.

“이들 나무들은 왜 서로 같지 않습니까?”

“그것이 같지 않은 것은 본래 묘목이 각기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그 하는 짓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명이 긴 사람도 있고, 명이 짧은 사람도 있고, 병이 많은 사람도 있고, 병이 적은 사람도 있고, 부자도 있고, 가난한 사람도 있으며, 귀한 사람도 있고, 천한 사람도 있으며, 단정한 사람도 있고, 추악한 사람도 있으며, 그 말이 잘 먹혀들어가는 사람도 있고, 말이 잘 먹혀들어가지 않는 사람도 있고, 지혜가 밝은 사람도 있고, 어두운 사람도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경전에서 말씀하시기를 호귀나 빈궁이나 잘생긴 것이나 못생긴 것은 다 자신의 숙명이 지은 것으로 자신이 선악에 대해 행한 바에 따라 얻어지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과연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