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어록/태고보우 어록

태고보우 어록 - 입원법문 入院法門

실론섬 2016. 8. 30. 19:40

太古語錄 태고어록

 

입원법문 入院法門

 

봉은선사 주지로 취임하며

지정 16년(1356) 병신 3월 6일에 현릉(玄陵)1) 태고선사를 봉은선사(奉

恩禪寺)2)에 주지로 취임하도록 청하면서 특별히 원(元)나라 황제3) 무병

장수를 축원하도록 했다.4)

至正十六年, 丙申, 三月初六日, 玄陵爲大元皇帝, 請師於奉恩
禪寺入院, 別祝聖.
1) 고려의 제31대 왕인 공민왕(恭愍王)을 가리킨다.
2) 개성(開成) 남쪽에 있던 절. 951년(광종2)에 창건하여 태조(太祖)의 영정을 봉안
   하였다. 고려 역대 임금이 2월 연등회 때와 태조의 기일인 음력 5월 27일 전후로
   행차하여 행향(行香)하였다. 또한 국사(國師)·왕사(王師)의 임명식이나 승과(僧
   科)가 개최된 절이기도 하다.
3) 순제(順帝)를 말한다.
4) 주지로 취임하는 입원(入院)의 형식에 따라 삼문·불전·방장·법좌 등의 순서로 
   돌면서 행하는 법문이다. “입원:득법한 후에 세상에 나와 어떤 절로 들어가
   는 것이다.”(『禪林象器箋』권9「叢軌類」禪藏 p.590. 入院:出世入某院也.);
   “옛날 사람들의 입원 절차는 다음과 같다. 허리에 바랑을 메고 머리에는 삿갓
   을 쓰고, 산문 앞에 당도하면 쓰고 있던 삿갓을 벗는다. 산문에 들어서면 향을 
   사르고 법어를 내린다. 승당 앞으로 나아가 바랑을 풀고, 가려진 곳(後架 등)
   에서 손과 발을 씻고 가사를 입었다. 승당에 들어가면 향을 사른 다음 성승(聖
   僧) 앞에서 좌구(坐具)를 크게 펼치고 삼배를 올리는데, 시봉하며 따르는 제자
   들도 함께 절을 올린다. 이렇게 하여 괘탑(掛搭:掛錫)을 마친다. 불전에 도달
   하면 향을 사른 다음 법어를 내리며, 좌구를 크게 펼치고 삼배를 올린다. 다음
   에는 토지당과 조사당에서 향을 사르고 각각의 장소에서 법어를 내린다. 방장
   에 들어서면 자리를 잡고 앉아 법어를 내린다. 다음으로 주지 취임 후 처음으
   로 법문을 하고[開堂] 축원한다.”(『百丈淸規』권3「入院」大48 p.1125b13. 
   古人, 腰包頂笠, 到山門首下笠. 入門炷香, 有法語. 就僧堂前, 解包, 屏處濯足,
   取衣披搭. 入堂炷香, 聖僧前大展三拜, 參隨人同拜, 掛搭已. 到佛殿, 拈香有法
   語, 大展三拜. 次土地堂祖堂, 炷香, 各有法語. 入方丈, 據室, 有法語. 次第開堂
   祝聖)

 

법좌에 올라앉아 삼문5)을 가리키며 말했다. “근본적인 도에는 별도의 문

이 없는데, 여러분은 어느 곳으로 들어가려 하는가? 돌!6) 원통보문7)이 활
짝 열렸다.”8)

上堂, 指三門云, “大道無門, 諸人擬向何處入? 咄! 圓通普門,
八字打開.”
5) 白雲語錄 주석1) 참조.
6) 眞覺語錄 주석116) 참조.
7) 圓通普門. 원만하게 모든 것에 통하고 두루 포용하는 문. 삼문을 가리킨다.
8) 태고가 삼문을 가리키면서 행한 법문과 이어서 불전에서 행한 법문은 단교묘륜
   (斷橋妙倫)이 기원선사(祇園禪寺)에 입원(入院)하면서 설법했던 형식과 유사하
   다. “스님이 순우 원년(1241) 3월 11일에 입원하여 삼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근
   본적인 도에는 별도의 문이 없는데, 여러분은 어디로 들어가려 하는가?’ 마침내
   다리를 들고서 말했다. ‘발밑을 살펴보라!’”(『斷橋妙倫語錄』 권상 卍122 p.399b9.
   師於淳祐元年, 三月十一日, 入院, 指三門云, ‘大道無門, 諸人擬向甚麽處入?’ 遂擧足
   云, ‘看脚下!’) 태고가 ‘활짝 열렸다’고 한 말과 단교가 ‘발밑’이라 한 말은 특별
   정해진 문이 없이 우리의 가장 가까운 주변이 모두 진리로 통하는 문[法門]이라
   는 취지를 전하는 것이다.

 

불전에서 “2천 년 전9)에는 내가 당신에게 설법했는데, 2천 년 뒤 오늘은
당신이 나에게 설법하시어10) 숨은 뜻을 거의 누설해버릴 뻔했군요.11)”라고
말한 다음 삼배를 올렸다.
佛殿云, “二千年前我爲儞, 二千年後儞爲我, 幾乎漏洩.” 便三
拜.
9) 부처님 재세 시를 가리킨다.
10) “불전에서. ‘2천 년 전에는 내가 당신만 못했는데, 2천 년 뒤인 오늘은 당신이 나
    만 못하시군요.’”(『斷橋妙倫語錄』권상 卍122 p.399a11. 佛殿. 二千年前, 我不
    如你, 二千年後, 你不如我.)
11) 드러낸 듯하지만 드러내지 않았다는 형식으로 말한 것이다. 그러나 불전에 들
    어서서 어떤 언어의 소통도 없는 그 순간에 이미 부처님의 진실이 누설되어 있
    다는 뜻이다.

 

태조전(太祖殿)12)에서 말했다. “당신은 삼한(三韓)13)의 시조이시고, 나는

만법의 왕입니다. 옛날에 만났을 때는 이 일14)을 논의했는데, 지금 다시 만

나서는 홀로 헤아리고 계시는군요. 할!”

太祖殿云,“ 儞是三韓之祖, 我是萬法之王. 昔日相逢論箇事,
如今再會暗商量. 喝!”
12) 고려의 태조 왕건(王建 877~943)의 진영(眞影)을 모신 곳으로 보인다.
13) 상고시대 한반도 남부에 있었던 마한(馬韓)·진한(辰韓)·변한(弁韓)을 가리킨
    다. 한반도를 통칭하는 말로도 쓰인다.
14) 개사(箇事). 가장 중요한 이 일. 본분사(本分事) 또는 일대사(一大事)를 말한다.

 

방장에서 말했다. “이곳은 쓸데없는 신(神)과 떠돌이 귀신15)이 사는 소굴

이었는데, 오늘 갑자기 땅을 뒤흔드는 천둥이 울린 다음 어느 곳으로 흩어

졌는지 모르겠다.” 주장자를 올렸다가 한 번 내리치고서 말했다. “사람들이

모래섬에서 흩어져 떠난 다음에는 갈매기가 주인이 되어 날아온다.”16)

方丈云, “這裏閑神野鬼窟穴, 今日忽有動地雷聲, 不知散向何
處去.” 以拄杖卓一下云,“ 人散汀洲後, 沙鷗作主來.”
15) 야귀(野鬼). 제사를 지내주는 사람이 없는 귀신. 여기서는 헛된 분별을 일삼는
    사이비 선사들을 비유하는 말이다.
16) 잠깐 왔다 떠나는 사람(사이비 선사)이 아니라 모래섬에 터를 잡고 항상 머무는
    갈매기처럼 방장의 주인이 제자리를 잡았다는 뜻이다.

 

방장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17) 주장자를 들어 올렸다가 한 번 내리치면서

말했다. “이 안에서는 부처가 와도 때리고 조사가 와도 때린다.”18) 다시 올

렸다가 한 번 내리쳤다.

據室, 拈拄杖卓一下云,“ 這裏佛來也打, 祖來也打.” 又卓一下.
17) 거실(據室). 새로 임명된 주지가 취임한 다음 방장에 들어가 정해진 자리에 앉
    는 의식을 거실이라 한다. ‘據’는 점거한다는 뜻이다. 주석4) 참조.
18) 방장은 부처와 조사를 불리고 단련하는 장소이므로 어떤 권위도 이 방에 들어
    설 여지가 없고, 누구도 이 방장 주인의 영역을 넘어서지 못한다. 무문혜개(無
    門慧開)와 환계유일(環溪惟一)이 방장에서 펼친 법문에도 유사한 맥락이 보인
    다. “방장에서. ‘격렬하게 내지르는 소리[喝]와 거친 주먹으로 부처가 와도 물리
    치거늘 임제와 덕산쯤이야 한순간에 사로잡아 버린다.’”(『無門慧開語錄』권상 
   卍 120 p.508b1. 方丈. 熱喝麤拳, 佛來也打, 臨濟德山, 一時擒下.);“방장에서. 
    이 방을 점거하고 이 법좌에 앉아 부처가 오거나 조사가 와도 하나하나 눌러버
    린다. 부처와 조사를 넘어설 자가 있는가? 내가 자세히 살펴보고 나서 때려주리
    라.”(『環溪惟一語錄』권상 卍122 p.107b5. 方丈. 踞此室, 坐此座, 佛來祖來, 
    一一按過. 莫有超佛越祖底麽? 勘過了打.)

 

문하시중19) 상국20) 이제현이 소(疏)21)를 스님에게 건네주자 스님이 받

아서 대중에게 보이며 말했다. “국왕께서 정법을 보호하여 지키시고, 나라

와 백성을 보호하시면서도, 선지중예삼매22) 드셨다는 것을 아는가? 모

르겠다면 번거롭게 유나를 시켜 대중들에게 이 소의 내용을 집어내어 보도

록 하겠다.” 유나가 소를 모두 읽자 스님이 만수납의 23)를 들고 말했다. “이

한 벌의 자수로 짠 납의는 우리 어진 임금의 진심 안에서 지혜의 칼날을 휘

둘러 지으신 것이며, 드높은 정성을 걸러서 만드신 것이다.24) 다섯 빛깔의

상서로운 구름이 가로세로로 뒤섞여 있고,25) 하늘을 본뜬 온갖 별들26)

빛은 찬란하게 반짝이며, 칠보27)가 그 모든 것을 에워싸고, 지혜의 바다에

서 일어나는 물결은 성대하고 맑으며, 궁성(宮城)28)에는 구름이 자욱하게

들어차고, 궁중의 건물들29)에는 향 연기가 짙게 피어오른다. 진기한 새와

짐승들이여! 우리 임금께서 보이실 만대(萬代)의 상서로운 조짐을 드러내

는구나. 신령한 풀과 바위 꽃이여! 우리 왕비께서 누리실 영원한 젊음을 펼

쳤도다. 비로자나불의 진귀한 옷도 아니고, 석가모니불의 낡고 때 묻은 옷

도 아니다. 말해 보라! 이 옷은 어떤 사람의 분수에 어울리는가?” 말을 마치

고 곧 납의를 입었다.

門下侍中李相國齊賢, 度疏與師, 師接得, 呈示大衆云,“ 還知
國王護持正法, 護國護人, 入善知衆藝三昧否? 不見, 卻煩維
那爲衆拈出.” 維那宣疏了, 師拈滿繡衲衣云, “這一繡衲衣, 是
我仁王, 赤心之裏, 撥揮智刃以裁作, 瀝盡霞誠而做來. 五雲交
橫, 義天星象之光輝燦爛, 七寶繚繞, 智海波瀾之浩澣澄淸, 赤
城霞氣之氤氳, 玉掖香烟之鬱嵂. 珍禽奇獸兮! 呈我君之萬代
嘉祥;瑞草巖花兮! 開我后之長年春色. 不是舍那珍御之服,
不是釋迦弊垢之衣. 且道! 是什麽人分上?” 卽披着.
19) 門下侍中. 고려 때 정사를 총괄하던 최고의 벼슬. 문하성(門下省)의 종1품 관직
    이다.
20) 相國. 관리의 우두머리에게 붙이는 호칭.
21) 법회를 개최할 때 불상 앞에서 부처님이나 조사의 덕을 찬미하거나 발원(發願)
    하는 뜻을 담은 글. ‘소’에는 새로운 주지를 초청하면서 덕이 있고 글이 뛰어난
    고승에게 부탁하여 쓰는 산문소(山門疏), 새로 취임하는 주지의 동문이 축하하
    기 위하여 쓰는 동문소(同門疏) 등이 있다. 부처님이나 조사 등을 찬탄하는 말을
    소어(疏語)라 한다. “유나가 부처님께 아뢰는 소를 읽고 나면 지객(知客)이 무릎
    을 꿇고 향로에 불을 붙인다.”(『百丈淸規』권1「聖節條」大48 p.1113b26. 維
    那, 白佛宣疏畢, 知客, 跪接爐.)
22) 善知衆藝三昧. 이 삼매의 명칭은『大慧語錄』권1 大47 p.811b10에 보이며 경전
    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중예(衆藝)’는 음악이나 각종의 기예를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에 ‘갖가지 기예를 잘 아는 삼매’라는 뜻이다. 여기서는 국왕이 하사한 만수
    납의(滿繡衲衣)에 화려하게 수놓은 그림을 가리킨다.
23) 滿繡衲衣. 전체가 여러 가지 그림의 자수로 꽉 들어찬 가사를 말한다.
24) 이하 “젊음을 펼쳤도다”라는 구절까지는 만수납의에 수놓은 갖가지 문양의 그
    림들을 묘사하는 내용이다.
25) 교횡(交橫). 종횡교착(縱橫交錯)과 같은 뜻.
26) 성상(星象). 별들의 명암과 위치 등의 현상을 가리킨다.
27) 七寶. 칠진(七珍)이라고도 한다. 세상에 진귀한 보배 일곱 가지를 말한다. 경전
    마다 열거하는 명칭이 다르다. 가령『阿彌陀經』大12 p.347a3에서는 금(金)·은
    (銀)·유리(琉璃)·파리(頗梨)·거거(車渠)·적주(赤珠)·마노(碼瑙) 등이라 하고,
   『法華經』권3 大9 p.21b20에서는 금(金)·은(銀)·유리(琉璃)·거거(硨磲)·마노
    (碼瑙)·진주(眞珠)·매괴(玫瑰) 등이라 열거한다.
28) 적성(赤城). 궁성의 담장은 붉은색으로 도색되어 있으므로 적성이라 한다.
29) 옥액(玉掖). 궁액(宮掖)과 같은 말. 궁중의 방사(旁舍)를 아름답게 수식하여 이
    르는 말.

 

이어서 말했다. “문득 사강락30)의 혼령이 깨어나 나의 옷에서 시흥(詩興)

을 일으키는구나. ‘옷깃 앞의 숲과 계곡은 황혼 빛을 모았고, 옷소매의 구

름과 놀은 저녁 안개를 거두어들였네.’31) 돌!” 법의를 손가락으로 집고서
말했다. “이 수로 가득 채운[滿繡] 승가리32)는 옛날부터 부처님과 조사가
전한 최상의 복전(福田)33)이자 대해탈의 복식이고, 우리의 본사34)이신 석
가화상께서 마하가섭에게 전하신 뒤 대대로 전수되다가 33조 대감존자35)
이르러 싸움의 실마리가 되어 그치게 되었는데,36)
 어째서 오늘 왕궁으로부

터 나와서 산승의 손안까지 왔는가? 그래서 사람들이 ‘들불로 태워 뿌리까

지 없애지 않으면, 봄바람이 불 때 다시 싹이 돋아난다.’37)라고 하지 않았

던가?” 다시 대중들에게 말했다. “나를 따라 정수리까지 올렸다가38) 입어

보자!” 스님이 대중과 함께 동시에 가사를 입고서 그 한편의 모서리를 손가

락으로 집으며 대중들에게 말했다. “보았는가? 대중들이 나와 함께 이 가

사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시방세계 전체의 허공과 대지와 삼라만상 그리고

성인·범부와 유정·무정 등 낱낱의 존재와 하나하나의 사물들이 동시에

모두 입었다. 돌!”39)

乃云,“ 頓驚謝康樂, 詩興生我衣. 襟前林壑歛40)暝色, 袖上雲
霞收夕霏. 咄!” 拈法衣云,“ 這滿繡僧伽梨, 從上佛祖所傳的
無上福田大解脫之服, 是我本師釋迦和尙, 傳付摩訶迦葉, 代
代相傳, 至三十三祖大鑑尊者, 因爭卽止, 因甚今日, 從王宮出
來, 到吾山僧手裏? 人不云乎?‘ 野火燒不盡, 春風吹又生.’”
召大衆云,“ 隨我頂戴披之!” 師與大衆, 一時披着, 拈起一角,
召大衆云, “還見麽? 非但大衆與吾披之, 盡十方世界, 虛空大
地, 萬像森羅, 聖凡情非情之頭頭物物, 一時披着了也. 咄!”
32) 僧伽梨. sam ghātī의 음사어. 9조(條) 이상의 가사. 9조란 폭이 좁고 긴 아홉 조
    각의 천을 가로로 기운 가사로, 그 아홉 조각의 천은 긴 조각 두 개와 짧은 조각
    한 개를 세로로 기운 것이다. 잡쇄의(雜碎衣)라고도 하며, 외출하거나 의식을 행
    할 때 입는다. 곧 왕궁이나 취락 또는 탁발을 하러 갈 때 그리고 법좌에 올라앉
    아 설법할 경우에 입는다. 5조·7조의 가사와 더불어 3의(衣)라 한다.
33) 승가리는 그 모양이 논밭[水田]의 짜임새와 비슷하므로 수전의(水田衣) 또는
    복전의(福田衣)라고 한다. 곧 장방형(長方形)으로 연이어 펼쳐진 논밭의 모양
    이 헝겊을 조각조각 덧붙인 형식과 유사하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이것은
    가사에 대한 일반적 별명이지만 특히 승가리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며, 승가리
    를 비롯한 가사가 논밭에 씨를 뿌려 곡물을 생산하듯이 선한 종자를 심어 지혜
    와 자비를 기르고 해탈에 이르도록 한다는 뜻에서 ‘복전’이라 부른다. “승가리
    는 9조에서 25조로 지어지며, (최상의 품질이므로) 상품의(上品衣)라 하고 복전
    의라고도 한다. 논밭의 모양을 모방하여 지었는데, 복을 낳는 터전이기 때문이
    다. 왕성이나 취락에 들어갈 때 이 옷을 입는다.”(『金剛經纂要刊定記』권3 大33
    p.189b26. 僧伽梨, 卽九條乃至二十五條, 名上品衣, 亦名福田衣. 製像水田, 見生
    福故. 入王城聚落, 卽著此衣.);“또한 가사는 복전의라고도 하는데, 그 형태가 
    논밭과 유사하기 때문이며, 그것을 입는 승(僧)은 인간 세상에 복을 낳는 밭과 
    같기 때문이다.”(『百丈淸規證義記』권7 卍111 p.793b2. 又名福田衣, 以其形
    似水田, 又僧爲人世福田也.)
34) 本師. 본보기가 되는 스승. 근본으로 이끄는 교사(敎師). 본연도사(本緣導師)·본
    종사(本從師)·본사화상(本師和尙) 등과 같은 말이다. 특히 석가모니불을 가리
    키며, 교주(敎主)·본주(本主)·본불(本佛) 등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또는 자신
    의 스승이나 한 종파의 종조(宗祖)를 존칭하는 말로도 쓰인다.
35) 大鑑尊者. 6조 혜능(慧能)의 시호. 가섭을 초조로 하는 선종의 법계상 중국의 초
    조인 달마대사는 28조이며, 중국의 6조인 혜능은 33조이다.
36) 대대로 전수되어 왔던 가사는 싸움의 실마리가 된다고 하여 5조 홍인(弘忍)이
    혜능에게 더 이상 전수하지 말라고 했던 말에 따른다. “예로부터 부처님들은 오
    직 본체만을 전수했고, 조사들은 말에 의존하지 않고 본심을 전했을 뿐이다. 가
    사는 싸움의 실마리가 될 수 있으니 그대에게서 그치고 더 이상 전하지 마라. 만
    일 이 가사를 전하게 되면 실오라기 하나에 매달린 것처럼 목숨이 위태로워질
    것이다. 그대는 속히 가라! 사람들이 그대를 해칠까 염려된다.”(宗寶本『壇經』 
    大48 p.349b1. 自古, 佛佛惟傳本體, 師師密付本心. 衣爲爭端, 止汝勿傳. 若傳此
    衣, 命如懸絲. 汝須速去! 恐人害汝.) 이 기사는 덕이본(德異本)과 종보본에서부터 
    보이기 시작하며, 현존 최고본(最古本)인 돈황본(敦煌本)을 비롯한 다른 판본에
    는 없는 내용이다. 돈황본에도 사자상승(師資相承)이 가사를 전하는 것으로 증
    표를 삼는 것에 대신하여 달마 이래 대대로 전법게(傳法偈)로 대체했다는 주장
    을 입증하기 위하여 6조 혜능까지의 게송을 싣고 있다. 곧 “가사를 전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그대가 믿지 않을 것이니 내가 선대 다섯 조사들의 전의부법송
    (傳衣付法頌)을 보여주겠다. 제1조 달마대사 게송의 취지에 따르면 가사를 전해
    서는 안된다.”(敦煌本『壇經』大48 p.344a21. 衣不合傳. 汝不信, 吾與誦先代
    五祖傳衣付法頌. 若據第一祖達摩頌意, 卽不合傳衣.)
37) 백거이(白居易)의「賦得古原草送別」이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 “길게 자란 들판
    의 풀이여! 한 해에 한 번 자랐다 시드는구나. 들불로 태워 뿌리까지 없애지 않
    으면, 봄바람이 불 때 다시 싹이 돋아나리라.”(離離原上草, 一歲一枯榮. 野火燒不
    盡, 春風吹又生.) 번뇌의 뿌리를 완전히 뽑아 없애지 않으면 언젠가는 다시 발생
    한다는 취지 또는 철저하지 못한 수행이나 깨달음을 뜻하는 비유로 쓰인다. 여
    기서는 6조 혜능 이래로 가사 전수의 전통이 끊어졌는데 태고가 국왕에게 만수
    납의를 받은 것을 소재로 그러한 본질적 의미를 던진 것이다. “새해 첫날의 상
    당법문. ‘해마다 좋은 해요, 날마다 좋은 날이거늘 어째서 새해도 있고 묵은해도
    있는가? 만약 언어로 충분히 표현되지 않는 구절을 진실에 들어맞게 말한다면,
    그 사람은 철륜봉(鐵輪峯) 꼭대기에서 발뒤꿈치를 들고 철저하게 정진하고, 큰
    바다 밑에서 모래알을 모두 헤아릴 정도로 빠짐없이 알아차렸다고 인정해 주겠
    다. 만약 그렇지 못하여, 들불로 태워 뿌리까지 없애지 않으면 봄바람이 불 때
    다시 싹이 나는 것과 같을 것이다.’”(『虛堂語錄』권1 大47 p.989a29. 正旦上
    堂. ‘年年是好年, 日日是好日, 爲甚有新有舊? 若道得箇隔手句子, 許爾鐵輪峯頂
    翹足, 大洋海底算沙. 不然, 野火燒不盡, 春風吹又生.) 발뒤꿈치를 들고 철저하게 
    정진한다[翹足]는 말은 부처님이 과거세에 불사불(弗沙佛 Pus3 ya)이 화정삼매
    (火定三昧)에 들어있는 것을 보고 환희심을 일으켜 합장을 한 채 한쪽 발의 뒤꿈
    치를 들고 7일 밤낮을 지냈다는 고사에 따른다.
38) 정대(頂戴). 어떤 물건을 손으로 들고 정수리까지 올리는 것. 지극한 공경을 나
    타낸다.
39) 모든 것이 가사를 입었다는 ‘사실’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삼라만상의 모든 것
    이 가사를 입었다고 설정함으로써 하나의 궁구할 화두로 제시한 것이다. “돌!”
    이라 소리친 것은 그러한 문제로 의식을 환기시키려는 의도이다. ‘가사를 입었
    다’는 말에서 분별하여 진실을 찾으려 하면 어긋난다.
40) ‘歛’은 ‘斂’의 잘못된 표기.

 

법좌를 가리키며 말했다.41) “무수한 부처와 조사가 이곳에 대소변을 보

아 하늘까지 악취를 풍기고 그것으로 사바세계 곳곳을 채웠다. 오늘 산승

이 네 바다의 물을 쏟아 부어 법좌를 깨끗이 씻고 정결하게 하지 않을 수

없으니, 대중들은 더욱 어지러워졌다고 생각하지 마라.42)

指法座云,“ 百千佛祖, 向這裏屙, 潑大43)臭氣, 徧滿裟婆. 今日
山僧, 未免四大海水, 洗敎淨潔去也. 大衆莫道, 狼藉轉多.”
41) 법좌를 가리키며 조사선의 종지를 보인 법어이다.『列祖提綱錄』에서는 이들 법
    어를「指座法語」라는 제목 아래 모아 놓았다. 태고의 이 법어는 그중 설암조흠
    (雪巖祖欽 ?~1287)의 지좌법어를 답습하고 있다.『列祖提綱錄』권23「指座法語」
    卍112 p.540b16 참조. “雪巖欽禪師, 龍興法座. 百千佛祖, 向者裏屙, 潑天臭氣, 遍
    滿娑婆. 新龍興, 未免傾湘江之水, 洗敎淨潔去, 也狼藉轉多.”
42) 설암조흠의 법어는 끝부분의 처리가 약간 다르다. “내가 상강(湘江)의 물을 쏟
    아 부어 깨끗이 씻고 정결하게 하지 않을 수 없으나 그럴수록 더욱 어지러워지
    리라.”(未免傾湘江之水, 洗敎淨潔去, 也狼藉轉多.)
43) ‘天’이 타당하다. ‘발천(潑天)’은 ‘하늘을 가득 채웠다’라는 뜻의 ‘만천(滿天)’과
    같고, 지극히 많은 것 또는 지극히 큰 것을 형용한다.

 

법좌에 올라 향을 사르고 말했다.44) “이 향은 그 뿌리가 대천사계45)에 굽

이굽이 뻗어 있고, 그 잎은 백억의 수미산46)을 모두 덮는다. 받들어 원나라

천자인 지금의 황제께서 장수하시기를 축원드립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를 누리소서! 그 덕이 모든 나라에 임하여 태평성대를 구가한 순(舜)임금

과 같은 태양으로 길이 빛나고, 그 은혜는 온 세상 곳곳을 적셔 무위(無爲)

의 교화를 펼친 요(堯)임금과 같은 바람으로 영원히 불어오기를 엎드려 바

라옵니다.

陞座拈香云,“ 此香, 根盤於大千沙界, 葉覆於百億彌盧. 奉爲
祝延大元天子, 今上皇帝. 萬歲, 萬歲, 萬萬歲! 伏願德臨萬
邦, 長煇太平之舜日, 恩霑四海, 永扇無爲之堯風.
44) 이하에서는 향을 사를 때마다 각각 원나라 황실과 고려 왕실 일족들을 한 사람
    씩 축원하는 내용이다.
45) 大千沙界.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와 항하사세계(恒河沙世界)를 합하여 이
    르는 말로서 삼천대천의 갠지스 강의 모래알만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계, 곧
    우주 안에 있는 모든 세계를 가리킨다. 주로 선종의 문헌에서 쓰이는 용어이다.
46) 須彌山. Sumeru. 한역하여 묘고산(妙高山)·묘광산(妙光山)이라 한다. 고대
    인도신화에서 세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산이다.

 

이 향을 보라. 성인도 여기서 나왔고, 범부도 여기서 나왔다. 이 향을 받

들어 황후전하47)서 하늘과 더불어 나란히 장수하시기를 축원 드립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날마다 때마다 상천48) 은혜로운 감로수를 받으시고, 태

어나는 생마다 세상마다 항상 모든 부처님을 돕는 왕비49)가 되소서.

此香, 聖也從玆而起, 凡也從玆而生. 奉爲祝延皇后殿下, 與天
齊壽. 伏願日日時時, 長承上天之恩露, 生生世世, 常爲諸佛之
聖后.
47) 皇后殿下. 바로 앞에서는 원나라 황제를 위한 축향(祝香)이었고, 이 다음은 원나
    라 황태자를 위한 축향이므로 이곳은 순서상 황후를 위한 축향이다. 당시 원나
    라에는 황후가 많았지만 고려 출신이면서 원나라의 실력자로서 고려에 영향력
    을 행사한 기황후(奇皇后)가 이 축향의 대상자로 보인다.
48) 上天. 화와 복을 내리는 만물의 주재자.
49) 성후(聖后). 聖은 임금, 后는 그 임금의 비를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성후라는 말
    은 성군(聖君)과 같은 말로서 높은 덕을 갖춘 임금을 가리키지만, 여기서는 왕
    비로 보는 것이 뜻에 맞다. ‘왕비가 되소서’라고 한 말은 다음 생에도 불법을 외
    호(外護)하는 어진 왕비가 되라는 축원이다.

 

이 향은 그 성스러움이 마음속에서 모든 덕의 위력을 머금었고, 그 밝음

은 미묘한 밖의 경계에서 온갖 신령한 존재의 경외에 찬 자태를 나타낸다.

받들어 황태자전하50)의 장수를 축원 드립니다. 천재, 천재, 또 천재를 누리

소서!51) 엎드려 바라건대 나날이 효도의 법도를 더욱 늘려 위로 하늘의 은

혜에 보답하시고, 언제나 유덕한 교화의 방책을 다시 더하여 아래로 백성

의 괴로움을 구제하시옵소서.

此香, 聖云52)神中, 含萬德之威力, 明乎妙外, 現群靈之畏
奉爲祝延皇太子殿下. 千載, 千載, 復千載! 伏願, 日益長孝
理53)之理, 上報天恩;時復增德猷之猷, 下濟民苦.
50) 아유시리다라(愛猷識理達臘). 기황후(奇皇后)의 아들로서 1353년에 14세로 황
    자에 등극했다.
51) 천년의 세월을 누리라는 축원. 왕을 ‘만세’라 하였으므로 황태자는 격을 낮추어
     재(千載) 곧 천세(千歲)라는 형식으로 나타낸 것이지만, 두 가지 모두 장구한
    세월을 뜻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내용이다.
52) ‘云’은 ‘是’와 같다.
53) ‘孝理’는 ‘孝道’와 같은 말.

 

이 향은 높디높고 드넓은 기세로 만법의 왕이 되고, 뚜렷하고 밝은 자태

로 6범54)의 주인이 된다. 받들어 우리나라 현재의 대왕전하55)서 장수하

시기를 축원 드립니다. 천년, 천년, 또 천년을 누리소서! 엎드려 바라건대

지혜는 태양56)을 넘어서서 더욱 밝은 빛을 비추시고, 수명은 허공과 버금

가게 영원히 젊고 늙지 마시옵소서.

此香, 巍巍蕩蕩, 而爲萬法之王;歷歷明明, 而作六凡之主. 奉
爲祝延本國今上大王殿下. 千年, 千年, 復千年! 伏願智逾白
日, 而增輝發明;壽等眞空, 而長春不老.
54) 六凡. 범부들이 사는 여섯 종류의 세계로서 지옥(地獄)·아귀(餓鬼)·축생(畜
    生)·수라(修羅)·인간(人間)·천상(天上) 등 6계(界)를 말한다. 성인들이 사는 성
    문(聲聞)·연각(緣覺)·보살(菩薩)·불(佛) 등 4계(界)를 더하여 10계(界)라 한다.
55) 공민왕을 가리킨다.
56) 백일(白日). 군주(君主)를 비유하는 말 중 하나이다.

 

이 향은 지극히 고요하고 밝아서 후덕한 작용을 머금었고, 영통57)함이

커서 진실로 상서로운 조짐을 나타낸다. 받들어 숙옹공주58)전하의 장수를

축원 드립니다. 천년, 천년, 또 천년을 누리소서! 엎드려 바라건대 수명은

산처럼 높아 봉황의 아들과 용의 손자59)는 더욱 늘어나고, 복은 땅처럼 두

터워 귀한 가지와 아름다운 잎60) 영원히 무성하시옵소서.

此香, 至靜明, 而含其德用;靈通大, 而現其眞祥. 奉爲祝延肅
雍公主殿下. 千年, 千年, 復千年! 伏願, 壽高山, 而鳳子龍孫
之益昌;福厚地, 而金枝玉葉之永茂.
57) 靈通. 사람과 신령이 서로 감응하여 통하는 것.
58) 肅雍公主. 보탑실리공주(寶塔實里公主)라고도 한다. 원나라의 황족인 위왕(魏
    王)의 딸로서, 1349년(충정왕1) 원나라에서 공민왕과 결혼하여 왕비가 되었다.
    1351년 12월 공민왕과 함께 귀국하였고 공민왕은 그달에 즉위하였다. 1365년
    (공민왕14)에 난산(難産)으로 죽었다.
59) 봉자용손(鳳子龍孫). 왕이나 귀족의 자손을 아름답게 부르는 말이다.
60) 금지옥엽(金枝玉葉). 왕이나 귀족 출신의 인물을 비유하는 말로 봉자용손(鳳子
    龍孫)과 유사한 뜻이다.

 

이 향은 온갖 덕을 거느려 그것을 몸으로 삼고, 모든 어두움을 밝히는 작

용을 눈으로 삼는다.61) 받들어 문예(文睿)왕후62)하께서 장수하기를 축원

드립니다. 천년, 천년 또 천년을 누리소서! 엎드려 바라건대 충성은 주왕

(周王)63)의 지혜로운 어머니와 같이 크고, 복과 지혜는 부처님64) 자애로

운 어머니와 같이 원만하시옵소서.

此香, 統衆德而爲身, 爍群昏而爲眼. 奉爲祝延文睿王后殿下.
千年, 千年, 復千年! 伏願, 忠誠大若周王之智母, 福慧圓如竺
聖之慈親.
61) 깨달음의 경지를 상징한다. “온갖 덕을 거느려 완전히 갖추고, 모든 어두움을 밝
    히면서 홀로 비추므로 원만한 깨달음[圓覺]이라 한다.”(『圓覺經略疏』「裴休의 
    序文」大39 p.523b17. 統衆德而大備, 爍群昏而獨照, 故曰, 圓覺.)
62) 충숙왕의 비(妃). 명덕태후(明德太后) 홍씨. 공민왕의 어머니이다.
63) 주나라의 문왕(文王).
64) 축성(竺聖). 축토(竺土) 곧 인도의 성인.

 

이 향은 갖가지 삼매의 근원이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미묘한 도리의 본

질이니, 불교에서 쓰면 육도만행65)이 되고 유교에서 쓰면 삼강오륜이 된
다. 다음으로 어향사(御香使)66) 
금강길(金剛吉)과 우리 조정에서 일하는 여

러 지위의 관인들과 재상 및 각급 관리들이 수명과 녹봉(祿俸)이 이어지고

넓어져 복을 받는 인연이 마음껏 성취되기를 축원 드립니다. 엎드려 바라

건대 태어나는 생마다 언제나 제왕의 충신이 되어 안으로 왕도(王道)를 안

정시키고 대대로 항상 불조의 선한 벗이 되어 밖으로 불법을 보호하소서.

此香, 百千三昧之根源, 無量妙義之體性. 釋用也六度萬行, 儒
用也三綱五常. 次祝御香使金剛吉, 洎吾本朝, 諸位官人, 宰相
百官, 壽祿延弘, 福綠自在. 伏願, 生生長作帝王之忠臣, 內安
王道;世世常爲佛祖之善友, 外護法門.
65) 六度萬行. 6도(六度)는 보시(布施)·지계(持戒)·인욕(忍辱)·정진(精進)·선정
    (禪定)·지혜(智慧) 등 6바라밀(波羅蜜)을 가리킨다. 만행(萬行)은 6바라밀 자
    를 가리키기도 하며, 보살이 궁극적인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행하는 모든 수행
    의 단계와 그것을 성취한 뒤 중생에게 베푸는 자비행 등 보살이 십지(十地)에서
    행하는 모든 것을 가리킨다.
66) 원나라에서 고려에 파견한 감찰관.

 

이 향은 부처님들이 주고받고 조사들이 대대로 전한 것이다. 공경하는

사람에게는 사바세계보다 그 값이 더 나가겠지만 비방하는 사람에게는 한

푼의 가치도 없는 것이다.67)

此香, 佛佛授受, 祖祖相傳, 遇敬則價重娑婆, 遇毁則分文不直.
67) “또 향을 사르며 말했다. ‘이 하나의 향은 쳐다보면 눈동자가 마르고 냄새 맡으
    면 머리가 찢어진다. 귀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사바세계보다 그 값이 더 나가
    겠지만 천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한 푼의 가치도 없는 것이다.”(『大慧語錄』 
    권1 大47 p.811b19. 又拈香云, ‘此一瓣香, 覰著則眼睛枯, 嗅著則腦門裂. 遇貴
    則價重娑婆, 遇賤則分文不直.’)

 

지정7 정해년(1347)에 원(元)나라68)의 영녕당(永寧堂)에서 황제의 명령

에 따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널리 설법하여 두루 인천(人天)69)의 대중들

로 하여금 함께 그 진실을 궁구하여 깨닫도록 함으로써 훌쩍 부동지불70)

국토로 뛰어오르려 했다. 하지만 인연과 시절이 성숙하지 못하여 소설산

(小雪山)에 들어가 매일 산수71) 더불어 고요한 경계를 함께 누리면서 남

은 세월을 보내려 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우리나라 대왕께서 이전의 약

속을 잊지 않고 다시 청하신 명령을 받들어 봉은사의 수미대72)에 올라 인

천(人天)의 대중 앞에서 아직 보고 듣지 못한 자들을 위해 거듭 새롭게 향

을 집어내어 향로에 사르고 남방의 대종사인 석옥대화상73)께 공양함으로

써 법을 베풀어 주신 은혜74)를 갚으려 하는 것이다.75) 만약 이것이 올바른

행위라고 말한다면 금이 누렇다고 생각하는 것이며, 만약 올바른 행위가

아니라고 말한다면 기린에게 하나의 뿔이 달린 꼴이다. 착각하며 헤아리는

그대로 맡겨 두겠다.

至正丁亥, 大元天下, 永寧堂上, 奉詔瞞盰擧揚, 普使人天, 共
作證明, 忽然跋跳, 向不動智佛土. 緣時未然, 入于小雪山, 日
與泉石, 同甘寂廖, 待盡殘年. 今日忽奉本國大王, 不昧前約,
再請之命, 於奉恩寺裏, 須彌臺上, 對人天衆前, 爲未見聞者,
重新拈出, 爇向爐中, 供養南方大宗師石屋大和尙, 用酬法乳
之恩. 若道是, 稱金以黃;若道不是, 麟有一角. 一任錯商量.
68) 대원천하(大元天下). 당시 중국은 원나라 지배체제였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
    이다.
69) 인계(人界)와 천계(天界).
70) 不動智佛. 『華嚴經』에 나오는 부처님으로 동방금색세계에 거처한다. 부동지불
    의 처소는 문수사리(文殊舍利)가 상주하는 곳이기도 하다.『新華嚴經論』권5 大
    36 p.752a4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금색세계란 백법(白法)을 가리킨다. 금
    (金)은 (五行의 분류상) 백색으로 법신의 본체가 청정함[白]을 밝힌 것이요, 부
    동지불은 법신 안에 작위 없는 본성의 지혜를 밝힌 것이니, 곧 근본지를 말한다.
    문수사리는 능히 증득하는 인(因)이며, 부동지불은 증득되는 과(果)이다.”(金色
    世界者, 白法也. 金爲白色, 明法身本體也. 不動智佛, 明法身之內無作性智, 是根
    本智也. 文殊師利, 卽是能證之因, 不動智佛, 卽是所證之果.)
71) 천석(泉石). 산수(山水)와 같은 말
72) 須彌臺. 불상을 모시는 불단으로 사각형·육각형·팔각형 등 여러 형태가 있는
    데, 노출되는 면에 수미산을 형상화한 장식이 새겨져 있다.
73) 태고의 스승인 석옥청공(石屋淸珙)을 가리킨다. 白雲語錄 주석97) 참조.
74) 법유은(法乳恩). 법이라는 젖을 먹여 주신 은혜. 어머니가 자식에게 젖을 먹여
    키우듯이 불조(佛祖)가 법을 가르쳐 준 은혜를 비유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어
    리석은 내가 스승이 내려주신 법을 직접 계승했으니, 넘쳐흐르는 법의 젖을
    베풀어 주신 그 은혜는 매우 갚기 어렵다.”(『雪峰語錄』「刻雪峰語錄緣起」
    卍119 p.942a7. 愚蒙, 乃承師付囑, 津津法乳, 恩極難酬.)
75) 자신에게 법을 전수한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는 뜻으로 향을 사르는 것은 선종
    의 전통이며 법문의 형식도 유사하다. “오늘 인천의 대중 앞에서 4회에 걸쳐 향
    을 집어내어 기주(蘄州) 오조산(五祖山)의 제12대 법연(法演)선사를 위하여 향
    로에 사름으로써 법을 베풀어 주신 은혜를 갚으려 하는 것이다.”(『圜悟語錄』 
    권4 大47 p.728b25. 今日人天衆前, 箇是四回拈出, 奉爲蘄州五祖山第十二代
    演禪師, 爇向爐中, 以酬法乳之恩.)

 

법좌에 올라앉자 행수76)가 백추를 울리며 말했다.77) “법석에 앉은 대중
들이여, 마땅히 불법의 근본적인 뜻[第一義]을 꿰뚫어보시오!”78) 이어서
태고선사가 종지를 들어 설법했다.79) “향상하는 하나의 길은 어떤 성인80)
도 전하지 못한다.81) 말해 보라! 무엇을 전하지 못한다는 뜻일까? 이에 대

하여 만약 조금이라도 분별이 끼어든다면 본질과 멀리 떨어질 것이다. 제

대로 알고 묻는 자에게도 30방을 때릴 것이고, 모르고 묻는 자에게도 30방

을 때릴 것이다. [이 다음 주고받은 문답은 기록하지 않았다.] 석가노자82)께서

‘부처님의 깨달음은 모든 문자와 언설을 멀리 떠났다.’83)라고 말씀하셨다. 하
물며 최상 종승 중의 본분사84)가 어찌 작용과 언어로써 드러나겠는가! 작
용은 헛것과 희롱하며 놀아나는 짓85)이며, 언어는 다 쓰고 남은 찌꺼기에
불과하다.86) 만약 참되고 바르게 본분사
를 들어 보인다면, 삼세의 모든 부

처님도 입을 벽에 걸어 놓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할 것이고, 역대의 조사들

도 몸을 초야에 숨기고 나서지 않을 것이다. 임제는 학인들이 문에 들어서

자마자 할을 내질렀고, 덕산은 학인들이 문에 들어서자마자 방을 휘둘렀

지만,87) 이 무슨 아이들 장난이란 말인가! 산승은 일찍이 이렇게 잘못 알고

서, 애써 빈손으로 구름처럼 정처 없이 세상을 돌아다니며 스승을 찾아 도

를 물었다.88) 그러나 그것은 머리에다 또 하나의 머리를 얹어 놓는 것89)

아주 흡사하여 한갓 다른 사람들의 의혹만 샀을 뿐이었다.90) 정하게 살

펴보면 몹시도 부끄러울 뿐이다. 그러므로 본래 수행하던 곳으로 돌아와

깊은 산에 몸을 숨기고 세상사람들에게 불법을 값싸게 팔아91) 조사의 선풍

을 매몰시키지 않고, 다만 이렇게 여유롭고 막힘없이 소요하며 평생을 자

유롭게 지내려고 했다. 그런데 헛된 명성이 멀리까지 퍼져 오늘 분수에 맞

지 않게 국왕의 거듭된 청을 받고 이 법좌에 올랐지만, 먼 하늘만 쳐다보며

어찌할 줄 몰라 쓸데없는 말을 떠벌이게 된 것이다. 여러분이 ‘오늘 선지식

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라고 생각한다면 한바탕의 웃음거리일 것이다.

산승이 이렇게 한 말이 벌써 잠꼬대92)와 같은데, 대중들은 어째서 눈을 뜨

고 졸고 있는가!” 주장자를 올렸다가 한 번 내리치면서 말했다.93) “모든 변

화의 근원이요 만물의 모태로서 그 덕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계에 미치

고 그 용량은 법계 전체를 감싸 안는다. 성인 중의 성인이신 원나라 천자와

현인 중의 현인이신 우리나라의 대왕이시여! 경사가 한꺼번에 모였으니

그 은혜는 만대에 흐르리라. 도를 마음에 품으니 달이 허공을 밝히는 것과

같고, 인(仁)을 정치의 근본으로 삼으니 태양이 정오에 뜬 것과 같다. 바로

이럴 때 향로에는 향이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궁전의 물시계는 느릿하게

돌아간다.94) 태고 소승(小僧)95) 또 어떤 법으로 축원의 말씀을 올려야 할

까?” 다시 주장자를 올렸다가 한 번 내리치면서 말했다. “도가 널리 펼쳐지

면 천자의 명령을 전할 필요가 없고, 시절이 맑게 개면 누구도 태평가를 부

를 일이 없다.96) 옛날에 양(梁)나라 무제(武帝)가 예를 갖추고 달마대사를

맞이하여 ‘성스러운 진리의 근본적인 뜻[第一義]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달마는 ‘막힘없이 트여 성스러움조차 없다’라 대답했고, ‘짐을 대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라고 묻자 달마는 ‘모르겠소.’라고 대답했다.97) 대중들

이여! 이것이 바로 동토98)에서 최초로 선(禪)의 종지를 널리 알렸던 본보

기인 것이다. 오늘 우리나라 대왕께서 이 소승에게 근본적 가르침[宗乘]을

들어서 전해달라고 청하여 위로는 황제·황후·황태자를 축원하였고, 중간

에는 인천의 대중을 축원하였으며, 아래로는 여러 지위의 신하와 관리 그

리고 백성들을 축원함으로써 큰 법시99)를 베풀었지만, 나는 지금 한 글자

도 말하지 않았고 대왕께서는 한 글자도 듣지 않으셨다.100) 이것이 양나라

무제와 달마 사이의 문답과 같은가, 다른가? 만약 제대로 가려낸다면 그 사

람은 진리를 보는 하나의 눈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해 주겠지만, 제대로 가

려내지 못했다면 나의 한 곡조를 들어라. ‘태고의 소리101) 가장 딱 들어

맞는 소식이지만, 슬프게도 시절은 꽃이 지는 늦은 봄이로구나. 그대에게

다시 한 잔의 술을 비우라 권하노니, 서쪽으로 양관102)을 벗어나면 벗은 없

으리라.’103)

就座, 行首白槌云,“ 法筵龍象衆, 當觀第一義!”104) 提綱, “向
上一路, 千聖不傳. 且道! 不傳箇什麽? 這裏若涉一毫, 卽差萬
里. 解問者, 與三十棒;不解問者, 與三十棒. [問答不錄] 釋迦
老子道,‘ 諸佛菩提, 遠離一切文字言說.’ 況我最上宗乘中事,
安可以作用言語乎! 作用是弄精魂, 言語是糟粕. 若眞正擧揚,
三世諸佛, 口掛壁上;歷代祖師, 身潛草裏. 臨濟入門便喝, 德
山入門便棒, 是甚兒戱! 山僧早知如此, 强將空手, 雲遊天下,
尋師訪道, 大似頭上安頭, 徒被人疑. 冷地看來, 慙惶殺人. 故
來本土, 藏身巖谷, 不與世人, 賤賣佛法, 埋沒祖風, 只恁麽閑
閑地蕩蕩地, 逍遙快活平生. 虛名漏逗, 今日濫受國王重請, 登
于此座, 目視雲漢, 無如之何, 直得口吧吧地. 諸人將謂, 今日
善知識出現於世, 好一場笑具. 山僧恁麽道, 已是寐語, 大衆因
甚開眼瞌睡!” 卓拄杖一下云,“ 萬化之源, 萬物之母, 德被河
沙, 量包法界. 聖中之聖, 大元天子, 賢中之賢, 本國大王! 慶
會一時, 恩流萬代. 以道爲懷, 月朗大虛;以仁爲政, 白日卓
午. 正恁麽時, 金爐105)香靄靄, 玉殿106)漏遲遲. 太古小僧, 更將
何法祝贊?” 又卓一下云, “道泰不傳天子令, 時淸休唱太平謌.
昔梁武帝, 以禮迎達摩祖師, 乃問,‘ 如何是聖諦第一義?’ 
師云,‘ 廓然無聖.’ 帝云,‘ 對朕者誰?’ 祖師云,‘ 不識.’ 大衆!
此是東土最初宣揚禪旨榜樣. 今日, 本國大王, 請吾小僧, 擧揚
宗乘, 上祝皇帝皇后皇太子, 中爲人天大衆, 下爲臣僚百姓, 施
大法施, 吾今不說一字, 大王不聞一字, 梁帝與祖師問答, 是同
是別? 若辯得, 許你一隻眼;若辯不得, 聽取一曲. ‘太古音最
親切, 可憐時節落花春. 勸君更盡一盃酒, 西出陽關無故人.’”
76) 行首. 대중의 우두머리 또는 첫 번째 지위. 수좌(首座)·제일좌(第一座)·상좌(上
    座)·수중(首衆) 등이라고도 한다.
77) 백추(白槌). 백추(白椎)와 같은 말이다. 법문을 시작하기 전에 건추(犍槌)를 울
    려서 행사를 알리는 의식이다. 이것을 명추백사(鳴槌白事)라 한다. 또는 그렇게
    알리는 용도로 쓰이는 건추 자체를 백추라 하기도 한다. ‘白’은 고백(告白), ‘槌’
    는 율원(律院)에서 대중에게 정숙을 알리기 위하여 치던 건추에서 비롯한 말이
    다. 백추를 담당하는 스님을 백추사(白槌師)라고 하는데, 보통 법을 잘 아는 스
    님들이 그 소임을 맡는다. 처음에는 대체로 추를 울려서 일을 알리는 것은 모두
    백추라 하였지만, 후대에는 특히 개당(開堂)이나 축국(祝國)을 할 때 또는 상당
    법문 등에서 울리는 건추를 두고 백추라 한다. 법문을 마치면서 백추를 울리는
    것은 결추(結槌)라 한다. “백추:부처님께서 제정하신 율의(律儀)이다. 불사가
    개최됨을 드러내고자 하면 먼저 반드시 백추를 잡고 울리는데, 이것으로 대중
    을 정숙하게 하는 법으로 삼는다. 현재 종문에서 건추를 쳐서 알리는 역할은 반
    드시 법을 잘 아는 스님에게 명하여 그 임무를 맡도록 한다. 장로(長老)가 자리
    를 잡고 앉은 다음에 백추를 잡고 ‘법석에 앉은 대중들이여, 마땅히 불법의 근본
    적인 뜻을 꿰뚫어보시오!’라고 말한다. 장로가 기틀에 적절한 설법을 하고 법
    에 참석한 대중의 화답까지 마치면 다시 백추를 잡고 ‘법왕의 법을 자세히 꿰뚫
    어보시오! 법왕의 법은 이와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이것이 대체로 선덕들의 진
    실한 법도였으니 그 어느 것도 부처님의 본의를 잃어버리지 않은 것이다. 그래
    서 총림에서는 부처님께서 사자좌에 오르시고 문수가 건추를 울려 그것을 알렸
    던 사실을 들어 보이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祖庭事苑』권8 卍113 p.253
    b13. 白椎:世尊律儀. 欲辨佛事, 必先秉白, 爲穆衆之法也. 今宗門白椎, 必命知法
    尊宿, 以當其任. 長老才據座已, 而秉白云, ‘法筵龍象衆, 當觀第一義!’ 長老觀機, 
    法會酬唱旣終, 復秉白曰, ‘諦觀法王法! 法王法如是.’ 此蓋先德之眞規, 皆不失佛意. 
    且見叢林多擧世尊升座, 文殊白椎.)
78) 건추를 울린 다음 행수가 고하는 일반적인 말. 법연(法筵)이란 ‘불법을 설하는
    좌석’ 또는 ‘법담을 나누는 자리’라는 뜻으로 법좌(法座) 또는 법석(法席)과 같은
    말이다. ‘용상중(龍象衆)’이라는 말에서 용상은 코끼리 중에서 가장 위력이 있고
    뛰어난 것을 가리킨다. 탁월한 위력을 가지고 잡다한 것을 짓밟아버리는 코끼
    리와 같이 번뇌망상을 제거한 보살을 비유한다. 법석에 참석한 대중들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79) 제강(提綱). ‘提’는 제기(提起), ‘綱’은 대강(大綱)·강요(綱要)·핵심. 곧 종지의
    핵심을 제기하는 것 또는 불법의 대의를 설법한다는 말이다.
80) 천성(千聖). 여기서는 삼세제불(三世諸佛)과 역대조사(歷代祖師) 전체를 가리킨다.
81) 반산보적(盤山寶積)의 말. “향상하는 하나의 길은 어떤 성인도 전하지 못하거늘,
    배우는 자들이 전하려 애쓰는 모습이 원숭이가 물속에 비친 달그림자를 잡으려
    는 것과 같다.”(『景德傳燈錄』권7「盤山寶積傳」大51 p.253b13. 向上一路, 千聖
    不傳, 學者勞形, 如猿捉影.)
82) 白雲語錄 주석31) 참조.
83) 경전적 근거는 없다.
84) 白雲語錄 주석266)·267) 참조.
85) 농정혼(弄精魂). 정혼과 희롱하며 논다는 말. 정혼이란 유령·넋·실체가 없는
    헛것 등을 가리킨다. 여러 가지로 마음을 쓰며 망상으로 분별하는 것을 말한다.
86) 조백(糟粕). 술을 담고 남은 찌꺼기. 이미 다 쓰고 남은 쓸모없는 것을 비유적
    으로 가리킨다. “언어는 옛사람이 쓰고 남은 찌꺼기이다.”(『大慧語錄』권14 
    大47 p.870c6. 言語, 乃古人糟粕也.)
87) 임제(臨濟)의 할(喝)과 덕산(德山)의 방(棒)은 선가에서 쌍벽을 이루는 가풍으
    로 거론된다. 이 방과 할은 사유분별과 언어문자의 개념으로 모색할 길을 차단
    하고 불조(佛祖)의 모든 권위를 무색하게 만들며, 바로 이 상태에서 본분을 궁
    구하도록 만드는 방편이다. 때로는 상대의 반응에 따라 그 경지를 점검해 보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기도 하는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된다. 또한 그 자체
    가 어떤 맛도 없는 몰자미(沒滋味)한 것으로 화두와 동일한 기능을 갖기도 한다.
    (眞覺語錄) 주석74)·196) 참조.
88) 심사방도(尋師訪道). 사방을 돌아다니며 수행하는 행각(行脚)과 같은 뜻이다. 白
    雲語錄 주석80) 참조.
89) 두상안두(頭上安頭). 머리는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하나를 덧붙인다는 말. 불필
    요하고 쓸모없는 것이라는 뜻을 이 말에 비유한다. 설상가상(雪上加霜)·금상포
    화(錦上鋪花) 등과 같은 말이다.
90) 덕산의 방과 임제의 할이 지니는 의미를 제대로 모르고 비판하면서 돌아다녔지
    만 자신을 인정해 주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는 뜻.
91) 천매(賤賣). 바람 한 점도 통하지 않는 조사의 선풍이 대중의 근기에는 맞지 않
    으므로 다양한 방편을 설정하여 쉽게 풀어 설명한다는 뜻.
92) 자신의 말을 스스로 ‘잠꼬대’라 한 것은 그것이 이치에 닿지 않는 소리라는 뜻
    이 아니라 근본적인 종지인 제일의(第一義)는 언어를 비롯하여 그 어떤 수단으
    로도 드러낼 수 없다는 뜻을 암시적으로 나타낸다. 태고선사는 다른 곳에서 “대
    장경의 교설이여, 이 무슨 쓸데없는 말인가! 1천 7백 칙 공안이여, 이 무슨 잠
    꼬대인가! 임제의 할과 덕산의 방이여, 이 무슨 어린아이들 장난인가!”(『太古語
    錄』韓6 p.672b22. 一大藏敎, 是甚閑言! 千七百葛苴, 是甚寐語! 臨濟喝, 德山棒, 
    是甚兒戱!)라고 말했다. 오조법연(五祖法演)의 다음 법문에서도 이와 같은 입장
    에서 모든 언설을 잠꼬대라 했다. “제일의에 대하여 말하자면 인도의 28대 조사
    나 중국의 6대 조사도 모두 그 제일의의 종풍 아래에 선 것에 불과하며, 대장경의 
    가르침도 그것과는 백운 너머 만 리의 거리로 떨어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 부처님
    께서 성도하신 후 마가다국에서 방문을 닫아걸고 말씀하지 않으신 것이나, 유
    마거사가 비야리성에서 불이법에 대하여 침묵했던 것도 꿈속에 있었던 이야기
    와 같으니 무수한 부처님께서 계속 이 세상에 나타나 설법하더라도 ‘잠꼬대’를
    마치지 못한 꼴이 될 것이며, 문수의 지혜와 보현의 행원도 굽은 것을 휘어서 억
    지로 곧게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五祖法演語錄』 권상 大47 p.649
    a21. 若論第一義, 西天二十八祖, 唐土六祖, 立在下風, 一大藏敎, 白雲萬里. 摩竭
    掩室, 毘耶杜口, 正在夢中, 千佛出世, 寐語未了, 文殊普賢, 拗曲作直.)
93) 이하 “모든 변화의 근원 ~ 느릿하게 돌아간다”라고 한 내용은『雪巖祖欽語錄』
    권2 卍122 p.496b2에 나오는「聖節提綱」곧 ‘임금의 생일에 행한 법어’와 거의
    일치한다.
94) 태평한 세월을 묘사한다.
95) 태고선사가 자신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
96) 조사선·간화선 계열에서 많이 등장하는 구절이다. 부르지 않는다는 뜻의 휴창
    (休唱)은 모두 부른다는 뜻의 진창(盡唱) 또는 공창(共唱)으로 되어 있는 문헌도
    있고, 시청(時淸) 대신 행인(行人)을 집어넣어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태평가
    를 부른다.”(行人盡唱太平歌)라고 되어 있는 문헌도 있는 등 조금씩 다르다.
97)『景德傳燈錄』 권3 「菩提達磨傳」 大51 p.219a27 참조.
98) 東土. 중국을 가리킨다. 인도를 서천(西天)이라 하는 것에 대한 대칭어이다. “달
    마는 동토로 오지 않았고, 2조도 서천으로 가지 않았다.”(『景德傳燈錄』 권18 
   「玄沙師備傳」 大51 p.344a7. 達磨不來東土, 二祖不往西天.)
99) 法施. 법공양(法供養)·법보시(法布施)·창도(唱導) 등과 같은 말이다. 불법을 잘
    설하여 중생을 이익되게 하는 것으로 모든 보시 중에서 최고의 것으로 간주된
    다. “청정한 믿음으로 이 경을 서사하여 다른 사람에게 두루 베풀어 그것을 지
    니고 읽고 외우도록 한다면 그 결과로 얻어지는 공덕이 다른 보시보다 매우 많
    다. 왜 그런가? 재물을 보시하는 재시(財施)에는 한계가 있지만 법시는 무궁하
    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재시는 다만 세간의 결과와 인계와 천계에 태어나는
    즐거운 결과만 얻을 수 있을 뿐이다. 그것은 또한 얻었다가도 다시 잃는 것이어
    서 지금 비록 잠시 얻었더라도 나중에는 반드시 물려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법
    으로써 보시하면 일찍이 얻지 못했던 것을 얻을 수 있다.”(『大般若經』권569 
    大7 p.942a7. 以淸淨信, 書寫此經, 轉施他人, 受持讀誦, 所獲功德, 甚多於前. 
    何以故? 財施有竭, 法施無窮. 何以故? 財施但能得世間果, 人天樂果. 曾得還失, 
    今雖暫得, 而後必退. 若以法施, 得未曾得.)
100) 근본적인 뜻은 문자의 틀을 벗어나 있기 때문에 설법을 하고 그것을 들었다고
     해도 항상 문자의 저편에 있는 뜻을 지시하는 것이다. 경전에서 근거를 찾으면,
     반야경』이나『능가경』등에 나타난다. “나는 일찍이 이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
     다와 상응하는 도리에 대해서는 한 글자도 설한 적이 없고, 그대도 듣지 않았으
     니, 이해한 것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왜 그런가? 천자(天子)들이여,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다와 상응하는 도리에는 문자와 언설이 모두 멀리 떠났기 때문
     이다. 그로 말미암아 여기서 설하는 자와 듣는 자 그리고 이해하는 자의 실체를
     모두 얻을 수 없다.”(『大般若經』권499 大7 p.540b29. 我嘗於此甚深般若波
     蜜多, 相應義中, 不說一字, 汝亦不聞, 當何所解? 何以故? 諸天子, 甚深般若波羅
     蜜多, 相應義中, 文字言說, 皆遠離故. 由於此中, 說者聽者, 及能解者, 皆不可得.);
     “법은 문자를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혜야, 부처님과 모든 보살은 한 
     글자도 설하지 않고 한 글자도 답하지 않는다. 왜 그런가? 법은 문자를 벗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요익한 뜻을 설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언설은 중생의 망상이기 
     때문이다.” (『楞伽經』권4 大16 p.506c4. 法離文字故. 是故, 大慧, 我等諸佛, 
     及諸菩薩, 不說一字, 不答一字. 所以者何? 法離文字故. 非不饒益義說, 言說者, 
     衆生妄想故.)
101) 이중적인 뜻이다. 곧 태고선사 자신을 가리킴과 동시에 다양한 현상이 아직 분
     화(分化)되지 않아 제각각의 형상과 이름을 가지기 이전의 시기인 태초(太初)를
     나타내기도 한다. 따라서 ‘태고의 소리’는 분별과 언어라는 수단이 전혀 통하지
     않으며, 그것은 ‘한 글자도 말하지 않았다’라고 한 태고선사 자신이 지향하는 세
     계를 나타내는 것이다. 태고의 소리야말로 본분에 가장 잘 들어맞는 분화되지
     않은 소리로서 성묵(聖默)의 뜻이다.
102) 陽關. 현재 중국 감숙성(甘肅省) 돈황시(敦煌市) 서남쪽에 있는 관문으로, 또 하
     나의 관문인 옥문관(玉門關) 남쪽에 있으므로 ‘양(陽)’자를 붙인 것이다.
103) 마지막 두 구절은 왕유(王維)의 시「渭城曲」(또 다른 제목은「送元二使安西」)
     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시는 왕유가 안서(安西)로 떠나는 원이(元二)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지은 것이다. 선가에서 종지를 나타내기 위하여 널리 인용되어 왔
     다. 앞의 두 구절은 “위성(渭城)의 아침에 비가 내려 가벼운 티끌마저 적시니, 객
     사의 푸르디푸른 버들잎 빛깔이 신선하구나.”(渭城朝雨浥輕塵, 客舍靑靑柳色新.)
     이다. 태고의 소리는 침묵의 역설적 표현이다. 한마디 말과 한 가지 분별도 붙어
     있지 않은 여기서 알아차리지 못하고, 갖가지 꽃이 피었다 지는 늦봄에 이르러
     무성한 여름으로 돌아서려는 찰나가 되면 태고의 절묘한 소식은 벌써 놓치고
     만 것이다. 자신의 심정을 알아주는 벗이 없는 먼 타향으로 떠나면 언젠가 그가
     마지막으로 권했던 한 잔의 술이 생각날 것이라는 정취를 통하여 이 뜻을 드러
     낸 시이다. 한 잔의 술과 태고의 소리, 꽃이 지는 늦은 봄과 양관을 벗어난 시간
     이 유사한 이미지로 어울린다. 또한 각각 두 구절씩 대칭시켜 그 사이에 벌어진
     거리를 통하여 전하고자 하는 뜻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104) ‘師’자가 탈락된 것으로 보인다.
105) 금로(金爐). 향로(香爐)를 아름답게 부르는 말. ‘金’과 그 아래의 ‘玉’은 대상을 수
     식하는 미칭(美稱)이다.
106) 옥전(玉殿). 궁전(宮殿)을 아름답게 부르는 말.

 

왕궁에서 행한 진병상당

 

지정 17년(1357) 정유(丁酉) 1월 15일에 왕궁에서 행한 진병상당.107) 

좌에 올라 축향108)을 마치고 법좌에 앉아 소(疏)를 들고 말했다. “모든 부처

님의 삼매를 어떤 부처님도 알지 못하지만, 지금의 국왕은 불법을 잘 보호

하여 지켰으니, 삼매가 모두 이 소 안에 있습니다. 그것을 자세히 아는 사

람은 누구겠습니까? 만약 자세히 알지 못한다면 다시 유나109)를 번거롭게

하여 읽도록 하겠습니다.” 유나가 소를 다 읽은 다음 불자(拂子)를 꼿꼿이

집어 들고 말했다. “선대로부터 전해진 근본적인 가르침110)을 진실 그대로

알아맞힐 사람 있습니까? 5교와 3승 12분교111) 부처님이 지린 오줌일 뿐

이며, 대대로 이어온 부처님과 조사들은 꿈속에서 꿈을 이야기하는 자들에

불과합니다. 만약 어떤 도리에 근거하여 헤아린다면 선종의 종지를 매몰시

킬 것이며, 세속적 진리 체계에 따라 헤아린다면 앞서간 성인들의 뜻을 등

지게 될 것입니다. 이렇다 해도 안 되고, 이렇지 않다고 해도 안 되며, 이것

저것 모두 안 된다고 해도 또한 안 됩니다.112) 만약 본분에 철저한 선수행

113)라면 4구와 백비114) 벗어나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至正十七年, 丁酉, 正月十五日, 王宮鎭兵上堂. 陞座祝香畢,
就座拈疏云, “諸佛三昧, 諸佛不知, 今上國王, 護持佛法, 三昧
總在這裏. 誰能諦悉? 若未諦悉, 却煩維那宣白.” 宣疏了, 拈
起拂子云,“ 從上宗乘, 還有人諦當麽? 五敎三乘十二分敎, 只
是老胡遺溺;佛佛祖祖, 只是夢中說夢的漢. 若作道理商量, 埋
沒宗乘 ; 若作世諦商量, 辜負先聖. 恁麽也不得, 不恁麽也不得,
不得不得也亦不得. 若是本分衲僧, 四句百非外, 可以相見.”
107) 鎭兵上堂. 眞覺語錄 주석214) 참조.
108) 祝香. 법문을 하기에 앞서 향을 사르면서 축원의 말을 하는 것. 앞서 보여준 대
     로 향을 사를 때마다 각각 아무개를 대상으로 축원하는 의식이다.
109) 白雲語錄 주석7) 참조.
110) 여기서는 조사선의 종지를 가리킨다.
111) 三乘十二分敎. 모든 부처님의 교설을 총괄적으로 말한다.
112) 자수회심(慈受懷深)의 법문에 유사한 말이 발견된다. 그러나 태고가 모든 것을
     차단하고 부정하는 입장에 서서 어떤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면, 자수회심은 모
     든 것을 허용하여 자유롭게 전개하는 입장에 서서 마무리하고 있다. “만약 불법
     에 근거하여 헤아리면 자기 자신을 파묻어버리고, 세속적 진리 체계에 근거하
     여 헤아리면 조사의 뜻을 등지게 될 것이다. 이 경계에 이르러 불법과 보통 사람
     의 분별을 한 덩어리로 반죽하고, 거친 말과 미세한 말을 두 종류로 보지 않으
     면, 이렇다 해도 되고 이렇지 않다고 해도 되며, 이렇다거나 이렇지 않다거나 모
     두 허용된다. 그런 다음에 어떤 것과도 상관이 없게 되면(어떤 속박도 없게 되면)
     비로소 시끄러운 경계에서 고요함을 취할 수 있고, 바쁜 경계에서 한가함을 빼
     내고, 요임금의 하늘을 우러러 이고 순임금의 해를 찬양하게 될 것이다.”(『慈受
     懷深廣錄』권1 卍126 p.548b17. 若作佛法商量, 埋沒自己;若作世諦商量, 辜負
     祖師. 到者裏, 須知佛法人情, 捏成一塊;麤言細語, 不見兩般. 恁麽也得, 不恁麽
     也得, 恁麽不恁麽總得. 然後沒交涉, 方可鬧中取靜, 忙裏偸閑, 仰戴堯天, 高歌舜日.)
113) 본분납승(本分衲僧). 본분만을 엄격하고 철저하게 고수하는 선수행자를 말한
     다. 다른 어떤 방편도 허용하지 않고 오로지 본분의 입장에 따라 모든 것을 대처
     하는 선사 또는 본분을 깨달은 자를 가리키기도 한다.
114) 사구백비(四句百非). 언어로 나타낼 수 있는 모든 형식의 구절. “모두 사구와 백
     비를 갖추게 된다. 이것을 일·이·유·무(一異有無) 등의 네 글자를 기초로 밝히
     면 다음과 같다. 일(一)·비일(非一)·역일역비일(亦一亦非一)·비일비비일(非一
     非非一) 등이 첫 번째 사구이며, 이(異) 등 나머지 세 글자도 이 예를 따르면 모
     두 16구절이 된다. 여기에 다시 과거·현재·미래가 각각 16구절이 되므로 모두
     48구절을 이룬다. 또한 이미 일어난 것과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이 각각 48구절
     이 되어 모두 96구절을 이룬다. 아울러 근본의 사구를 합하면 모두 백비를 이룬
     다. 그러나 지나치면 비록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총괄해서 말하면 일·이·유·
     무 등 사구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간략하게 이것으로써 백비를 밝힌 것
     이다.”(『起信論疏筆削記』권4 大44 p.318b5. 皆具四百非者. 此於一異有無等, 
     四字上明之. 謂一非一, 亦一亦非一, 非一非非一, 爲一四句. 異等, 例此共成十六. 
     又過現未來, 各有十六, 成四十八. 又已起未起, 各四十八, 共成九十六. 幷根本之
     四, 都成百非. 然, 過雖無量, 總而言之, 不出一異等四. 是故, 約此以明百非.)

 

주장자를 가로로 들고 말했다. “삼세의 모든 부처님도 이렇게 했고, 역대

의 조사들 또한 이렇게 했습니다. 만일 본국 대왕의 청이 아니었다면 이와

같이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국왕과 대신들이 만일 이 말에 대하여 이와

같이 믿는다면, 부처님들의 보호를 받을 뿐만 아니라 모든 천신들이 복을

내려 국왕이 장수하고 문무(文武)가 온전히 실현되어 왕의 교화를 도울 것

이며, 어진 신하와 재상들의 수명과 녹봉이 더욱 증가하고, 그 교화가 모든

백성들에게까지 미쳐 집집마다 상을 받게 될 것입니다. 또한 수많은 요괴

들이 그 모습을 몰래 감출 것이고, 간사한 혼령과 원한을 품은 적들의 그림

자는 끊어지고 그 형체는 사라져 하늘과 땅은 더욱 새로워지고 해와 달은

더욱 밝아지며 산하는 더욱 견고하게 유지되고 나라[社稷]는 거듭 발전할

것입니다. 또한 때에 맞게 비가 오고 때에 맞게 개며, 온갖 곡식은 잘 익고

모든 백성은 즐거워하며, 기린과 봉황은 다투어 상서로운 조짐을 나타낼

것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전의 성현들이 이렇게 저렇게 한 말씀들이 그

말씀대로 실현될 것이며, 부처님을 믿고 하늘의 이치를 따른다면 자연스럽

게 큰 나라가 될 것입니다. 다음에 이어질 말은 길어질 것 같으니 주장자에

게 맡겨서 거듭 국왕·공주·왕후·대신·장상115) 그리고 안팎의 신료와 여

러 지위의 관리들을 위하여 분명하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橫拈拄杖云,“ 三世諸佛, 也恁麽;歷代祖師, 亦恁麽. 若不是
本國大王之請, 不會恁麽說破. 國王大臣, 若向這裏信得恁麽,
感得箇諸佛護念, 諸天降福, 國王長壽, 文經武緯, 翊贊王化,
賢臣宰輔, 壽祿彌增, 化及黎庶, 比屋可封. 千妖百怪, 潛消暗
爍;姦魂寃賊, 閉影潛形, 乾坤更化, 日月增明;山河益固, 社
稷重興. 有時雨有時暘, 百穀登萬民樂, 祥麟彩鳳, 爭呈瑞應.
若其然, 則前朝聖賢之所云云, 如言如言;信佛順天, 則自然
成其大國矣. 向下言長, 付囑拄杖, 重爲國王公主王后, 大臣將
相, 內外臣僚百官, 明明說破去也.”
115) 將相. 장수(將帥)와 승상(丞相). 또는 문무(文武)의 대신들을 두루 가리킨다.

 

주장자를 올렸다가 한 번 내리친 다음 주장자를 꼿꼿이 세워 들고 말했

다. “이 주장자는 분별하는 의식이 없는데 어찌 시비가 있겠습니까? 국왕과

대신들은 마음을 잘 집중하여 듣고 주장자가 하는 말을 누구에게도 누설하

지 마시기 바랍니다.” 다시 올렸다가 한 번 내리치고 말했다. “만일 조금이

라도 분별에 물들면 좋은 일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또 다시 올렸다가 한

번 내리치고 “가장 공적인 일에는 사사로움이 없으니, 하늘의 보호를 받을

것입니다.”라고 말한 다음, 다시 올렸다가 한 번 내리치고 말했다. “부처님

을 공경하고 하늘을 외경한다면, 누구인들 편안하지 못하겠습니까?” 다시

올렸다가 내리치면서 “이것에 반하여 법도를 삼으면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

할 것입니다.”라고 말한 뒤, 다시 올렸다가 내리치고 말했다. “임금이 분노

하면 모든 사람의 마음이 그것을 따라 움직일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올렸다

가 내리친 다음 주장자에 기대었다. [감사의 말씀은 수록하지 않았다.]

卓拄杖一下, 拈起拄杖云,“ 這箇杖子, 旣無情識, 那有是非?
請國王大臣, 善攝心聽, 且莫漏洩.” 又卓一下云, “若涉擬
疑,116) 不成美事.” 又卓一下云,“ 至公無私, 天所護念.” 又卓
一下云,“ 敬佛畏天, 孰不安泰.” 又卓一下云,“ 反是爲則, 有
口難言.” 又卓一下云, “聖君如赫怒, 雷同萬人心.” 又卓一下,
靠拄杖. [謝詞不錄.]
116) ‘疑’는 ‘議’의 잘못된 표기.

 

다시 주장자를 집어 들고 말했다. “옛날 소설산에 있을 때 하나의 법도

남들에게 설하지 않았었고, 지금 사나당(舍那堂)에 살면서 또한 하나의 법

도 남들에게 설하지 않았습니다. 한갓 나라의 은혜를 받기만 하고 조금도

보답할 덕이 없어 다만 이렇게 급하고 바쁘게 날마다 쓸데없는 신(神)과

떠돌이 귀신 그리고 산과 물에 사는 귀신과 괴물117) 등과 어울리며 뒤섞여

살아왔습니다. 다만 이익을 도모하고 생계를 꾸려가는 방도만 따르면서 전

도된 망상으로 허망한 삶을 헤아리고 이렇게 대처하며 사느라 조금도 쉴

틈이 없었으니 이 어찌 과거생의 업이 그렇게 만든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주장자를 올렸다가 한 번 내리치고 “이렇게 근거도 없는 말로 스스로 꾸짖

은들 무엇 하겠습니까?”라고 한 뒤 다시 말했다. “태고는 시절이 왕정월118)

15일이 되어 부름을 받고 왕궁에 와서 보좌에 높이 올라앉았고 인천의 대

중도 한곳에 모였으니, 도(道)를 물어도 좋고 선(禪)을 물어도 좋습니다. 그

러나 이치를 깨달았다는 점에서는 인정하지만, 현실에서 그것이 완성되려

면 저의 수준은 아직 멀었습니다.119) 이 달에 차가운 기운은 이미 물러났

고 아침 태양은 찬란하게 떠오르니, 우리 임금께서도 명당120)에 올라 총명

한 지혜를 드날리십니다. 아무리 멀어도 살피지 못하는 곳이 없고, 어진 정

치를 일으켜 시행하시며 선행에 상을 내리고 악행에는 벌을 주시니, 이것

이 바로 왕으로서 근본적인 정치인 것입니다. 국가에 흉사가 생기면 반드

시 불법의 힘에 의지해야 그 병폐를 진압할 수 있으므로 먼저 반드시 불법

안의 일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도덕을 갖춘 이에게 권하여 가람을 맡아

대중을 이끌면서 부지런히 수행하여 나라를 복되고 이롭게 하도록 해야 하

니, 이것이 바로 선왕께서 행하신 법이며 왕도정치의 근본입니다. 그래서

출가하여 불도를 공부하는 자들은 명예를 구하지 말고 이익도 구하지 말

며, 주지 자리를 바라지도 말고 의식(衣食)이 풍요롭기를 도모하지도 말며,

남들이 공경하고 찬탄해 주기를 바라지도 말아야 합니다. 달가운 마음으로

검소한 생활을 지키며 허름한 옷을 입고 거친 음식을 먹으면서121) 깊은 산

속에 몸을 숨기고 세상에 나타나기를 꾀하지 않아야 출가하여 도를 공부

하는 자의 모범적인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스스로 그런 일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권세에 의지하여 추구하기도 하는 자들

에게 저라고 한들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復拈拄杖云,“ 昔在小雪山中, 渾無一法, 與人說了, 今寓舍那

堂中, 又無一法對人說與. 徒受國恩, 無德小報, 只恁麽怱怱
忙忙, 日與閑神野鬼, 魑魅魍魎, 打交雜去. 只聽介謀利資生,
顚倒妄想, 計較浮生, 如是應對, 不得小歇, 斯非宿業, 使之然
乎?” 卓拄杖一下云,“ 這杜撰自罵胡爲?” 又云,“ 太古命値王
政122)之月十有五日, 請赴王宮, 高陞寶座, 人天一會. 問道也
好, 問禪也好. 理則然矣, 事則未在. 是月也, 寒氣已退, 朝陽騰
輝. 是我大君, 登于明堂, 飛聰馳明. 無遠不察, 發政施仁, 賞善
罰惡, 是王者之大政也. 國家有事, 則須憑佛法之力, 乃鎭其僞,
是以先須正其佛法中事. 賞其有道者, 主於伽藍, 領衆勤修, 福
利邦家, 此乃先王之行法, 王政之始也. 所以, 出家爲道者, 不
求名不求利, 不要住持, 不謀衣食, 不求人之恭敬讚歎. 甘心守
節, 惡衣惡食, 藏身巖谷, 不圖現身, 是可名爲出家學道者之所
爲也. 只如今者, 非但自求, 依他勢求者, 吾未如之何也已矣.”
117) 이매망량(魑魅魍魎). 사람을 해치는 귀신과 괴물을 총괄적으로 가리킨다.『說文
     解字』에 따르면, 魑은 산신(山神)으로 짐승의 형상이고, 魅는 괴물, 魍魎은 수신
     (水神)이다.
118) 王正月. 음력 1월·정월(正月). 춘왕(春王)·춘왕월(春王月)·왕월(王月)·춘왕정
     월(春王正月) 등이라고도 한다. 노(魯)나라 12공(公)의 원년에 대하여 모두 “춘
     왕 정월에 공이 즉위하다”(春王正月公卽位)라고 한 말에 따라서 후대에 정월을
     춘왕이라 불렀다.
119)『능엄경』의 다음 구절과 유사한 내용이다. “근본적 이치[理]는 한 찰나에 깨달
     을 수 있으니 깨달음의 점차적 단계가 모두 녹아 없어진다. 그러나 번뇌망상의
     현실적 상황[事]은 한 찰나에 제거되지 않으니, 순서와 단계를 밟아서 수행하여
     야 모두 사라진다.”(『楞嚴經』권10 大19 p.155a9. 理則頓悟, 乘悟倂銷;事非
     頓除, 因次第盡.)『大慧語錄』권22「示妙心居士」大47 p.903b21,『修心訣』 
     大48 p.1006b23 참조.
120) 明堂. 임금이 정치를 시행하는 장소.
121) “공자가 말했다. ‘도에 뜻을 둔 선비가 허름한 옷을 입고 거친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하여 부끄럽게 여긴다면 함께 이야기할 상대가 못된다.’”(『論語』「里仁」. 
     子曰, ‘士志於道, 而恥惡衣惡食者, 未足與議也.’)
122) ‘政’은 ‘正’이 옳다.

 

주장자를 올렸다가 한 번 내리치고 “호랑이가 얼룩무늬 짐승을 잡아먹

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무리를 해치지 않을까 염려하기 때문이다.”123)

말한 다음 다시 말했다. “속인들124) 중에도 임금에게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

도하며 재능을 품고 덕을 간직하고 있지만 어떤 지위도 없이 초야에 버려

져 있는 자들이 있는데, 그들이 오히려 시대와 국가를 걱정하고 세상과 백

성을 구제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태고는 비록 어리

석고 어질지 못하지만 그들에 대한 근심이 끝없이 이어지는 어쩔 수 없는

심정으로써 임금께 말씀을 올리는 것입니다. 덕과 재능이 있는 이들에게

상을 내리고 간사한 자들에게 벌을 준다면 누가 충성스럽지 않을 것이며,

누가 효성스럽지 않고, 누가 바른 길을 가지 않겠으며, 누가 배우지 않고,

누가 자신의 덕을 닦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바로 이때 산을 뽑을 만한

힘과 세상 전체를 덮을 만한 기개를 가진 자125) 있다면 나와서 태고와 힘

을 겨루어 누가 강한지 결판을 내어도 좋습니다. 국가를 위해 자신을 버리

고 큰 공을 세운다면, 어찌 높은 지위를 받는 것에 그치겠습니까! 이와 같

은 사람이 없다면 이 태고 노승이 한 마리 말을 타고 창 한 자루만 든 채로

몸소 변방의 요새를 정벌하러 가겠습니다. 말해 보십시오! 가는 것이야 할

수 있지만 큰 공을 세우는 한 구절은 어떻게 말해야 하겠습니까?” 말없이

있다가 “막야검126)을 빼어 들고 바른 법령을 온전히 지키다가, 태평한 국토

전체에서 어리석고 둔한 자들을 베어버립니다.”127)라고 한 뒤, 주장자를 

렸다가 두 번 내리쳤다.

卓拄杖一下云,“ 虎不食斑, 恐傷其類.” 又云,“ 白衣人中, 亦
有忠於君孝於親, 懷才抱德, 見葉於草莽者, 尙有憂時憂國救
世救民之心. 太古雖愚而未賢, 不忍忉忉縷縷, 以薦之於上矣.
賞賢良而罰邪侫, 則人誰不忠, 人誰不孝, 人誰無道, 人誰不
學, 人誰不修己德也哉? 然當此之時, 有拔山之力, 盖世之氣
者, 不妨出來, 相與太古, 角力爭雄. 亡身爲國, 樹立大功, 則
奚啻封侯! 如無是人, 太古老僧, 匹馬單槍, 親征邊塞去也. 且
道! 去則不無, 作麽生是樹立大功的一句?” 良久云,“ 橫按鏌
鎁全正令, 太平寰宇斬癡頑.” 卓拄杖兩下.
123) 위에서 현실의 탐욕에 물든 출가자들을 비판했지만 같은 수행자의 입장에서 그
     들이 본분을 회복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던진 충고이며 헐뜯기 위한 의도는
     없다는 뜻이다.
124) 백의인(白衣人). 흰옷을 입은 재가자. 괴색(壞色)의 납의(衲衣) 또는 치의(緇衣)
     를 입은 출가자에 대하여 재가의 속인들을 가리킨다.
125) 초(楚)나라 패왕인 항우(項羽 B.C.232~202)가 해하(垓下) 지역에서 한(漢)나라
     군사에게 포위되었을 때 지은「垓下歌」에 나오는 구절.
126) 鏌鎁劍. 오(吳)나라의 대장장이 부부인 간장(干將)과 막야가 만든 두 개의 명검

     중 하나. 이들은 힘을 합하여 오나라 왕인 합려(闔閭)를 위해 음·양 두 개의 칼
     을 만들었는데, 그중 양검(陽劍)은 남편의 이름을 따서 ‘간장’이라 부르고 음검
     (陰劍)은 아내의 이름을 따서 ‘막야’라 불렀다. 후대에 명검을 대표하는 칼로 거
     론된다.
127) 선종에서 상용하는 구절이다. 보통 앞 구절(막야검 ~ 지키다가)은 백척간두를
     고수하는 방법, 뒤의 구절(태평한 국토 ~ 베어버립니다)은 활발한 전개로서 진일
     보하는 방법으로 평가된다. 이 두 가지를 때에 맞게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것이
     뛰어난 선사의 수단이다. 원오극근(圜悟克勤)과 남악승(南巖勝)은 두 구절이 각
     각 파주와 방행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았다. 곧 사유분별과 언어의 통로를 완전
     히 막아버리고 본분을 고수하는 파주(把住:把定)와 상황에 따라 갖가지 언어와
     분별의 길을 펼치는 방행(放行)으로 나눈 것이다. “말해 보라! 방행의 수단으로
     가르치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파주의 수단으로 가르치는 것이 좋은가? 막야검
     을 빼어 들고 바른 법령을 온전히 지키다가, 태평한 국토 전체에서 어리석고 둔
     한 자을 베어버린다.”(『圜悟語錄』권1 大47 p.716b11. 且道! 放行爲人好, 
     把住爲人好? 橫按鏌鎁全正令, 太平寰宇斬癡頑.);“학인이 남악승에게 물었다. 
     ‘방행의 오위(五位)는 묻지 않겠습니다. 파정의 삼관(三關)은 어떤 것입니까?’ 
     ‘막야검을 빼어 들고 바른 법령을 온전히 지킨다.’ ‘파정의 삼관에 대해서는 가
     르침을 받았는데, 방행의 오위는 어떤 것입니까?’ ‘태평한 국토 전체에서 어리
     석고 둔한 자들을 베어버린다.’ ‘이렇게 한다면 스님의 문하는 터는 넓지만 살
     아남을 사람이 거의 없겠군요.’ ‘영리한 납승이라면 결정적인 한 점만 필요할 
     뿐이다.’”(『續傳燈錄』 권30「南巖勝傳」大51 p.677c14. 僧問, ‘放行五位卽
     不問, 把定三關事若何?’ 師曰, ‘橫按鏌鎁全正令.’ 曰, ‘把定三關蒙指示, 放行五
     位事如何?’ 師曰, ‘太平寰宇斬癡頑.’ 曰, ‘恁麽則南岩門下, 土曠人稀.’ 師曰, 
     ‘靈利衲僧, 秖消一點.’

 

삼각산 중흥선사에 다시 주지로 취임하여

 

삼각산128) 중흥선사129)에 다시 주지로 취임했을 때,130) 문에 이르러 말

했다. “지난날에 이 문을 나가지도 않았고 오늘 이 문에 들어서지도 않았으

며, 그 사이에 머문 곳도 없다. 대중들이여, 어디서 이 노승 태고가 노니는

곳을 보겠는가?” 주장자를 올렸다가 한 번 내리치고, 말없이 있다가 “북쪽

산마루의 아름다운 꽃은 붉은 비단에 수를 놓은 것과 같고, 앞개울의 물은

쪽빛과 같이 푸르다.”131)라고 한 뒤, 다시 올렸다가 두 번 내리쳤다.

三角山, 重興禪寺, 再入院, 至山門云,“ 昔日, 不出此門; 今
日, 不入此門;中間, 亦無住處. 大衆, 向什麽處, 見太古老僧
遊戱處?” 卓拄杖一下, 良久云,“ 北嶺閑花紅似錦, 前溪流水
綠如藍.” 又卓兩下.
128) 三角山. 지금의 북한산을 말한다.
129) 重興禪寺. 고려 초에 창건되었고, 태고선사에 의해 중수되었으나, 지금은 북한
     산에 사지(寺地)만 남아 있다.
130) 입원(入院). 주석4) 참조.
131) 산마루의 꽃과 개울의 물과 같은 눈앞의 차별된 현상도 무분별로 마주하고 있
     기 때문에 그 자체로 무차별한 현상일 뿐이다. 이것이 나가지도 않고 들어가지
     도 않는 불출불입(不出不入)의 경지이며 태고가 노니는 세계이다. 당면한 현장
     의 사물 경계를 곧바로 가리켜 본분을 나타내는 직지(直指)의 방법이다. “부처
     님 열반일의 상당법문:삼계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면 곧 열반이다. 산꽃은 붉
     은 비단에 수를 놓은 것과 같고, 계곡의 물은 쪽빛과 같이 맑구나.”(『橫川行珙
     語錄』권상 卍123 p.357b7. 佛忌上堂:三界心盡, 卽是涅槃. 山花紅似錦, 澗水
     湛如藍.);“이어서 다음의 화두를 제기했다. 어떤 학인이 대룡선사에게 물었다. 
     ‘색신은 무너지는데, 영원하고 견고한 법신이란 어떤 것입니까?’ ‘산꽃은 비단
     에 수를 놓는 것과 같이 피었고, 계곡의 물은 쪽빛과 같이 맑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모르겠습니다.’ 대혜가 이 문답을 다 들려주고 나서 배석(拜席)을 
     가리키며 옆에 있던 학인에게 ‘보이는가?’라고 묻고, 그 학인이 ‘보입니다.’라고 
     대답하자 ‘다시 한 번 모른다고 말해 보라.’라고 한 뒤, 또 말했다. ‘너무도 가까
     이 있거늘 어째서 모르는가?’ 그 학인이 어쩔 줄 몰라 하자 대혜가 말했다. ‘다만 
     지극히 분명히 드러나 있기 때문에 도리어 알아차리는 것을 느리게 만든다.’”
     (『續傳燈錄』권27「大慧宗杲傳」大51 p.651b19. 又擧, 僧問大龍, ‘色身敗壞,
      如何是堅固法身?’ 大龍云, ‘山花開似錦, 澗水湛如藍. 作麽生會?’ 僧云, ‘不會.’
     師擧了, 指拜席, 問旁僧曰, ‘見麽?’ 云, ‘見.’ 師曰, ‘又道不會.’ 復曰, ‘太近也, 
     因什麽不會?’ 僧罔措. 師曰, ‘只爲分明極, 翻令所得遲.’)

 

희양산 봉암선사에 주지로 취임하며

 

희양산132) 봉암선사133)에 주지로 취임할 때,134) 산문에 이르러 말했다.135)

“삼세의 모든 부처님께서 이 문으로 출입하지 않은 분이 없었다. 말해 보

라! 오늘 산승은 나갔는가, 들어왔는가? 나는 나가지도 않고 들어오지도

않는다. 나가지도 않고 들어오지도 않는 도리는 어떤 것일까?” 주장자를

세웠다가 세 번 내리쳤다.

曦陽山, 鳳巖禪寺, 入院, 至山門云,“ 三世諸佛, 莫不皆從此
門出入. 且道! 今日山僧, 出耶入耶? 老僧不出不入, 作麽生是
不出不入的道理?” 卓拄杖三下.
132) 曦陽山. 충청북도 괴산과 경상북도 문경에 접해 있는 산.
133) 鳳巖禪寺. 희양산에 있는 절로서 통일신라시대에 개창한 고찰이다. 구산선문
     (九山禪門)의 하나인 희양산파(曦陽山派)의 본거지였다.
134) 1362년(공민왕11).
135) 앞의 법문과 마찬가지로 출입하는 산문을 소재로 불출불입(不出不入)의 도리를
     화두로 제시한 것이다.

 

가지산 보림선사에 주지로 취임하며

 

가지산 보림선사에 주지로 취임할 때,136) 산문에 이르러 말했다. “석가노

자는 ‘나는 이 법문을 국왕과 대신들에게 남겨서 맡겨두니, 이는 진실한 말

을 담은 법문이다.’137)라고 하셨다. 오늘 태고 노승은 한 무리 대중과 더불

어 희양산에서 출발하여 가지산 문전에 이르렀다. 그 사이의 거리는 천 리

가량 되고, 길을 떠난 지는 14일이 되었다. 걸음마다 남쪽을 향하며, 매일같

이 어느 때나 오는 길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다 도착하여 이곳에 오자 원통

보문이 활짝 열렸으니, 이는 오로지 국왕과 대신들이 보호하고 도와준 은

혜에 힘입은 결과이다.” 다시 대중들에게 “도착하기는 했지만 어떻게 한 발

더 나아가 이와 같이 소중한 은혜에 보답할 것인가?”138)라고 말한 다음, 주

장자를 들었다가 한 번 내리치고 말했다. “시냇물 소리가 가장 딱 들어맞게

진실을 말하고, 산(山) 빛 또한 본분을 유사하게 보여주는구나.”139) 다시 주

장자를 들었다가 두 번 내리쳤다.

迦智山, 寶林禪寺, 入院, 至山門云, “釋迦老子道, ‘我此法門,
遺囑國王大臣, 是眞實語也.’ 今日太古老僧, 與一行衆等, 始
自曦陽山下, 終至迦智門前. 中間相去一千餘里, 登途一十四
日. 步步南行, 日日時時, 路途無難. 到了致箇, 圓通普門, 八
字打開, 專賴王臣護助恩力.” 召大衆云, “到則到矣, 如何進步
上報如是重恩?” 卓拄杖一下云,“ 溪聲最親切, 山色亦依俙.”
又卓兩下.
136) 1363년(공민왕12).
137) 경전적 근거는 없다.
138) 선사로서의 본분을 발휘하여 그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진
     보(進步)이다.
139) 시냇물 소리와 산 빛을 선(禪)의 종지와 연결시키는 경향은 소동파(蘇東坡
     1036~1101)의 오도송(悟道頌)에서 비롯된다. “시냇물 소리가 곧 광장설법(廣長
     說法)이니, 산 빛인들 어찌 청정법신(淸淨法身)이 아닐 것인가! 한밤에 팔만사
     천의 게송을 들었으니, 훗날 어떻게 그것을 사람들에게 들려 줄 것인가?”(『續傳
     燈錄』권20「東坡居士傳」大51 p.601b14. 溪聲便是廣長舌, 山色豈非淸淨身! 
     夜來八萬四千偈, 他日如何擧似人?)

 

불전에서 말했다. “조주 고불140)은 ‘불(佛)이라는 한 글자조차도 나는 듣

기 싫다.’141)고 하였다. 나라면 그렇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 싫다는 것조

차도 싫으니, 옛날의 내가 바로 그대였고 오늘의 그대는 바로 나이다.” 향

을 사르고 부처님께 예배를 올렸다.

佛殿云,“ 趙州古佛道,‘ 佛之一字, 吾不喜聞.’ 太古卽不然.
不喜的也亦不喜, 昔日我是你, 今日你是我.” 便燒香禮拜.
140) 白雲語錄 주석288) 참조.
141)『趙州語錄』古尊宿語錄13 卍118 p.313b7 참조.

 

방장에서 말했다. “이 방장은 범부를 녹이고 성인을 단련하는, 하늘까지

불길이 치솟는 화로142)이다. 말해 보라! 오늘 누가 대적해 보겠는가? 돌!”

方丈云, “鎔凡鍛聖, 發天143)爐鞴. 且道! 今日誰是當鋒者?
咄!”
142) 방장을 화로에 비유하는 것은 懶翁語錄 주석20) 참조.
143) ‘發’은 ‘潑’의 잘못된 표기. 『石溪心月雜錄』 卍123 p.151b10에는 ‘亘天’으로 되어
     있다.

 

자씨산 영원선사에 주지로 취임하며

 

자씨산 영원선사에 주지로 취임할 때, 산문에 이르러 말했다. “세상 전체

가 해탈에 이르는 문이다. 대중들은 보았는가? 만일 보지 못했다면 이웅144)

이 대중들을 위하여 열어 보리라.” 주장자를 세웠다가 한 번 내리치면서 말

했다. “해탈에 이르는 문이 활짝 열렸으니 대중들은 결코 머뭇거리지 말고,

모두들 나를 따라 곧바로 문으로 들어가자.”145)

慈氏山, 塋原禪寺, 入院, 至山門云,“ 盡大地是解脫門, 衆等
還見麽? 若也不見, 利雄爲衆開示去也.” 卓拄杖一下云,“ 解
脫門大開, 衆等切莫擬疑,146) 大家隨我來便入門.”
144) 利雄. 태고선사 자신을 가리킨다. 태고가 입적한 뒤에 고려 왕조는 삼한양조국
     사이웅존자(三韓兩朝國師利雄尊者)라는 존호(尊號)를 내렸다.
145) 세상 전체가 해탈에 이르는 문이라면 어디서고 머뭇거리며 분별로 알아맞히려
     할 필요 없이 곧바로 들어서면 되는 도리를 가리킨다. 초석범기(楚石梵琦)가 산
     문에서 행한 법문에도 이와 유사한 뜻이 발견된다. “산문에서. 세상 전체가 해탈
     에 이르는 문이거늘 불법을 억지로 조작하여 이해하는구나! 흙이 많으면 그것
     으로 빚어지는 불상이 크고, 물이 불어나면 배도 높이 뜬다.”(『楚石梵琦語錄』 
     권1 卍124 p.74a7. 山門. 盡大地是解脫門, 枉做個佛法會却. 泥多佛大, 水長船高.)
146) ‘疑’는 ‘議’의 잘못된 표기.

 

방장147)에서 말했다. “이 좋은 하나의 장소는 공왕148)이 사는 방이다. 옛

날에는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사는 소굴이었으나 오늘날은 청

빈한 도인의 거처이다. 부처가 오거나 조사가 와도 전혀 어울리지 않고, 밝

은 눈을 가진 납승149) 가까이 다가설 수 없다. 말해 보라! 이렇게 분명하

게 눌러앉아 부처를 마주하고 교화를 펼치며 학인을 대하고 가르침을 주는

자는 누구일까? 돌! 이 무슨 쓸데없는 말인가?150)

方丈云,“這裏好個一所, 空王之室. 昔時, 名利雲容崛151);今
日, 淸貧道人居. 佛來祖來, 都不相與, 明眼衲僧, 近傍不得.
且道! 誰是當陽坐斷, 對佛揚化, 對機接物? 咄! 是甚閑言?”
147) 白雲語錄 주석10), 太古語錄 주석18) 참조.
148) 空王. 부처님을 가리킨다.
149) 명안납승(明眼衲僧). 본분을 꿰뚫어 보는 눈을 지닌 선수행자를 말한다.
150) 앞서 말한 태고 자신의 모든 말까지 뒤엎은 것이며, “돌!”이라 소리친 것도 그러
     한 비판의 일종이다. 이것은 “부처가 와도 때리고, 조사가 와도 때린다.”(佛來也
     打, 祖來也打.)는 관점을 철저하게 견지하는 입장이다. 주석39) 참조.
151) ‘崛’은 ‘窟’의 잘못된 표기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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