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근본불교) 이야기

지혜의 세가지 조건

실론섬 2014. 3. 9. 18:40

담마파다(법구경)에는 다음과 같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있다.

 

[마음이 안정하지 않고,

 바른 지혜를 모르고,

 신앙이 확립하지 않은 자에게는 
 지혜가 완성되지 않는다.]

 

불교에서는 지혜라고 할 때에는 깨달음에서 생기는 진실한 지혜를 가르킨다. 여기서 [지혜]라고 번역한 원어는 [pannaso] 이고 한역경전에는 般若 (반야) 라고 音寫(음사) 했다. 쉽게 말해서 지혜라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지혜의 의미라기 보다는 불교적인 [예지]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이러한 불교적인 지혜를 완전히 충족 시키는 데에는 조건이 몇가지 있다. 법구경에 나와 있는 부처님의 말씀은 그러한 조건들에 대해서 설명을 하신 것이다.

 

먼저 불교적인 지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마음이 안정되어 있을 것(avatthita)이 요구 되었다. 원음에서 말하는 "안정" 이란 뜻은 "세운다" "확립한다" 는 의미 이다. 이것은 자기 자신을 똑바로 보고 자신을 회복하여 확립시킨 주체적 인간을 뜻한다. 주체성이 결여된 곳에 진실한 지혜가 생겨 날리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존귀성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부처가 경전 곳곳에서 강조를 하였다.

 

다음으로 正法(정법.saddhamma) 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진실한 지혜를 완성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꼽혔다. "정법" 이란 진실한 또는 존귀한 진리를 말하는 것이다. 진실하고 존귀한 진리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르게 인식하여 그것에 입각하여 바른 실천을 행해 나가면서 마침내 인간적인 최고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그것은 머리속에 가슴속에 책속에 있는게 아니고 "실천적인 진리" 이다.

 

붓다가 입멸시 아난다에게 남기신 말이 있다.


[자신을 빛으로 삼고 자신을 의지처로 삼으며, 남을 의지처로 삼아서는 안된다. 진리를 빛으로 삼고 진리를 의지처로 삼으며, 다른 의지처에 기대서는 안된다.]

 

자기를 빛으로 삼는다는 것은 진리를 빛으로 삼는다고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이는 붓다가 [진리를 보는자는 나를 보고, 나를 보는 자는 진리를 본다] 라고 가르쳐 주신것에서도 알 수 있다. 진리를 실천하는 생활속에서 자기속에 숨어 있는 붓다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즉 진리를 실천할 때 붓다와 마찬가지로 깨닫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대승불교의 사상과도 같은 것이다.

 

세번째로 요구된 것은 신앙의 확립이다. 여기서 신앙이라고 번역해 놓은 것은 [pasada] 가 원어이다. 우리는 종교를 이야기할 때 흔히들 신앙이라는 말을 쓰고 있으나 그 내용을 엄밀히 따져보지도 않은채 극히 막연히 쓰는 경향들이 있다. 그래서 불교 그중에서도 근본불교에서는 신앙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짚고 넘어가는 것도 불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pasada 에 해당하는 범어는 prasada 이다. 범어를 번역한 중국의 한문경전에서는 이를 淨信 (정신. 깨끗한 믿음) 이라고 번역 하였다. 하지만 원어에 충실해 보면 [정신]이라는 것은 信(신) 보다는 淨(정) 쪽에 더 무게가 있다. pasada 라는 본래의 뜻은 "맑게 개임" 이다. 그래서 맑음. 청정.순수등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른 종교에서는 신앙이라는 의미속에는 모든것 즉 부조리한 것도 의심없이 절대자를 믿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지만, 불교에서 붓다의 가르침은 자기 자신과 대립하는 어떤 것, 즉 다시 말해서 부조리한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부처님의 말씀에 따른 근본불교에서는 신앙이라는 것은 자기 자신의 순수성을 먼저 문제 삼는다. 그것은 자기 本性(본성. 본래의 성품)에 있어서의 청정함, 잡되고 삿된 것이 없는 순수성을 회복하는 것이 곧 신앙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불교에서의 신앙은 절대자(神.신) 라는 나 이외의 다른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신앙임을 깨달아야 한다. 

 

불교는 나라는 존재와 그 존귀성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 탐구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깊이 파고 들어가는 것에 의해서 그 본래의 면목을 바로 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실한 지혜 즉 "반야" 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