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불교·한국불교 논문및 평론

중생이 병들면 보살도 앓는다

실론섬 2015. 1. 26. 20:00

위 제목은 말은 [유마경]에 나오는 말이다. 

중생이 병들어 있는 까닭에 그들을 구하기 위해 보살도 앓는 몸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유마경은 유마거사라는 재가자를 내세워 공의 실천적 의미를 설파한 대승경전이다. 특히 붓다의 10대 제자들 조차도 재가자인 유마거사 앞에서 쩔쩔매는 모습으로 표현된 그 희곡적인 구성과 문학적 표현으로 중국에서도 여러번 번역이 되었고 널리 읽혀 온 경전이다. 빠알리어 경전에 보면 뛰어난 제자들을 거론하면서 재가자중에서 으뜸은 찟따(Citta)장자라고 기록되어 있다. 경전은 찟따 장자와 여러 아라한들과의 대화를 기록해 놓고 있다. 아마도 유마경은 이러한 초기경전의 찟따 장자에 대한 기록에서 힌트를 얻어 만들어진 경전으로 보인다.

 

유마거사가 병든 것을 알고 부처님은 문수보살을 문병차 보내게 되어 주요 대화는 문수보살과의 사이에서 벌어진다. 부처님은 처음 여러 보살들을 지명하면서 문병을 하라고 하였으나 그들은 한결같이 과거에 유마거사와 법담을 하면서 쩔쩔맨 적이 있다하여 문병하기를 고사함에 따라 문수보살이 가게 된 것이다.

 

문수보살이 여러사람들을 수행하고 유마거사를 찾아가니 아무것도 없이 텅 빈 방에 침대 하나만이 놓여 있었다. 빈 방이 공(空)을 상징함은 말할 것도 없다. 유마거사가 먼저 말을 꺼냈다.

 

"문수보살이여, 어서 오십시오. 당신은 온다는 모습을 취하지 않고 오셨으며, 본다는 모습을 취하지 않고 보셨습니다."

"이 방은 왜 텅 비어 있고 간호하는 사람도 없습니까?"

"어떤 부처님의 나라도 모두다 텅 비어 있습니다."

"왜 텅 비어 있습니까?"
"공(空)이니까 비어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공은 무엇에 의해 공이 되었습니까?"

"사유분별(思惟分別)을 떠나는 것이 공이니까 공입니다."

"그러면 공은 사유분별을 할 수 있습니까?"
"사유분별 또한 공입니다." .......

 

이런식으로 대화는 진행되면서 유마거사가 자기 병을 설명한 말이 앞에서 인용한 "중생이 병들면 보살도 앓습니다."라는 부분이 나온다. 일체의 사유분별을 떠난 것이 공이라면 유마의 병도 병이면서 병 아닌 것임에 틀림없다. 그것이 병이라는 형태로 보이는 것은 그렇게 보는 견해가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고 그것이 이미 있으므로 그렇게 보이도록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래 아무것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어서 약을 먹어 나을 그런 병이 아니라는 것이 유마의 주장이다. 

 

다시말하자면 유마거사의 병은 어리석음(痴.치)과 탐심(有愛)이 존재하는 한 생겨날 것이며 이 세상사람들이 그런 마음에서 해방되지 않는 한 유마거사는 앓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전은 이것을 부모의 심정에 비유하여 아이가 병들면 부모도 병들고 아이가 나으면 부모도 낫는 것처럼 유마거사의 병은 오로지 세상의 범부중생들 때문에 생긴 것임을 말하고 있다. 이것은 대승에서 주장하는 대비심(大悲心)의 발로라는 것이다. 

 

대승에서 대비란 부처님의 자비심을 말하는 것이니 중생의 괴로움을 자기의 괴로움으로서 걸머지고 가는 까닭에 이를 "동체(同體)의 대비"라고 주장했다. 보살은 이 부처님의 대비심으로써 자기의 이타행의 실천정신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마거사가 병든 모습으로 나타난 것도 바로 이러한 동체의 대비심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어서 유마경은 우리들의 병 중에서 가장 근원적인 것은 나(我)와 내것(我所)이라는 아집(我執)이요, 이원대립(二元對立. 서로 다른 두 개의 원리가 대립)의 차별관(差別觀)이라고 한다. 즉 A 와 A 아닌 것(非A), 주관과 객관이라는 대립적인 개념을 설정하고, 양자를 항상 차별하고 분별해 가는 태도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양자의 대립적인 개념에는 원래 확정된 불변의 본성은 없는 것이므로 二는 불이(不二)이며 평등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예를들어 남자와 대립해 여자가 있고, 여자가 있기에 남자가 있게 되는데, 고정 독립된 남자나 여자가 있느냐 하면 그것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 여자가 있다고 하자. 그 여자는 남편에게는 아내이며, 자식들에게는 어머니이며, 이웃에게는 아주머니이며, 어머니에게는 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 여자를 아내나 어머니라는 고정된 하나의 존재로만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 따라서 이는 二 이면서도 불이(不二)라고 해야한다. 

 

그리고 이 불이(不二)가 바로 공(空)이며, 이 공의 경지에 들어서게 되면 자타(自他)의 차별도 분별심도 없어지는 까닭에 대비의 이타행은 아무런 의식함이 없이 실천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