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경전/밀린다 팡하

4. 수행의 시기

실론섬 2015. 4. 4. 13:09

4. 수행의 시기


왕은 물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그대들이 출가 수행하는 목적은 괴로움이 사라지고 다시 다른 괴로움이 생기지 않도록 함이라고 그대는 말씀하였습니다. 

[존자] 그렇습니다. 우리가 출가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대왕] 그렇다면 출가 수행은 미리부터 노력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입니까. 아니면, 때가 왔을 때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까. 

장로는 대답했다. 

[존자] 때가 왔을 때 비로소 노력한다 함은 실은 해야 할일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미리부터 노력함이야 말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 


[대왕]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존자] 대왕이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왕은 목이 말랐을 때 비로소 물이 마시고 싶다고 우물이나 저수지를 파게 합니까. 

[대왕] 존자여, 그렇지 않습니다. 

[존자]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때에 닥쳐 비로소 노력함은, 실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오, 미리 노력함이 바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 


[대왕] 다시 한번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존자] 대왕이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왕은 배가 고팠을때 비로소 음식을 먹고 싶다고 밭을 갈아 곡식을 심고 가꾸어 거둬들이게 합니까. 

[대왕] 존자여, 그렇지 않습니다. 

[존자]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때에 닥쳐 비로소 노력함은, 실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오, 때에 앞서서 노력함이 바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 


[대왕] 또 한번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존자] 대왕이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왕은 전쟁이 터졌을 때 비로소 참호를 파고, 성문을 만들고, 망탑(望塔)을 세우고, 보루(堡壘)를 쌓게 하며, 식량을 실어 들이게 합니까. 그때야 비로소 상술(象術)과 마술(馬術)과 전차술과 궁술과 검술 등 전술을 익히게 합니까. 

[대왕] 존자여, 그렇지 않습니다. 

[존자]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때에 닥쳐 비로소 노력함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이오, 때에 앞서서 미리 노력함이야말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이것을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였습니다. 


자기에게 복되는 일을 미리부터 해 치울 것, 

마부와 같은 생각을 하지 말고, 

슬기로운 사람은 깊이 생각하며 매진할지어다. 

마부가 탄탄한 대로를 버리고, 

울퉁불퉁한 지름길을 가다가, 

마차 축을 부러뜨리고 낙담하는 것처럼, 

정법(正法)을 등지고 잘못된 길을 따라 가다가, 

사마(死魔)의 입에 떨어져 비탄에 잠긴다. 

바닥 난 노름꾼이 파경에 처할 때처럼. 


[대왕]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