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경전/입보리행론

제7장 정진품(精進品)

실론섬 2015. 6. 6. 17:25



제7장 정진품 精進品


인욕으로 정진해야 하니

오직 정진만이 깨달음에 이르게 하네.

바람이 없으면 움직임이 없는 것처럼

복덕자량은 정진 없이 생기지 않네.


정진이란 선을 좋아하는 것!

반대되는 게으름은

악행을 즐기는 것이며

나태함으로 자신을 하찮게 만드는 것이네.


게으름으로 편안함에 젖어들고,

잠에 취해

윤회의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는 데서

게으름이 다시 생기네.


번뇌의 그물에 걸려

생사의 올가미에 걸려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는데

그대는 아직도 모르누나!


주변 사람들이 차례로 죽어가는 것을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그런데도 잠에 취해 있는 그대여!

마치 도살장의 소 같구나!


죽음은 피할 길 없고

저승사자는 노려보고 있는데

어찌 그대는 먹는 것을 탐하고

그토록 잠에만 취해 있는가?


죽음은 갑자기 찾아오니

하루 빨리 공덕을 지어야 하네.

죽음 문턱에서 게으름을 버린다 해도

때늦은 후회니,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고 싶은 일도 많고

아직 못 다한 일도 많은데

갑자기 저승사자와 마주치고 나서야

‘이제는 틀렸구나!’ 싶어 눈앞이 캄캄할 것이네.


비통함에 흐르는 눈물,

부은 얼굴에 눈은 충혈 되니

모든 가족이 절망할 때

저승사자를 보게 되리니.


10 

자신의 죄악이 떠올라 괴로워하고,

지옥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가 두려워

똥오줌을 싸며 혼미해질 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11 

그대는 잡힌 물고기가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것처럼

죽음 앞에서 발버둥치는 이 고통을

죄악으로 지은 지옥의 고통에

어찌 비견할 수 있겠는가?


12 

뜨거운 물이 여린 피부에 닿아도

매우 뜨거운데

지옥에 떨어질 업을 짓고서도

어찌 이렇게 태평한가?


13 

정진하지 않으면 나쁜 결과가 올 수 밖에.

엄살이 심하면 참기 어렵고

죽음을 앞둔 천신의 남루함이여!

아, 고통이 나를 부수어 버리네.


14 

‘몸’이라는 배에 의지하여

고통의 큰 강을 건너가라.

이 배는 나중에 얻기 어려우니

어리석은 이여! 잠에 빠지지 말라.


15 

기쁨의 원인인 무궁한 정법,

최고의 기쁨은 끊어버리고,

고통의 원인인 산란과 들뜸(도거掉擧)을

그대여, 어찌 그리 좋아하는가?


16 

태만하지 않고 자량의 공덕과

스스로 부지런히 수행하는 것과

나와 남을 평등하게 관하는 것과

남과 나를 바꾸는 수행을 하라.


17 

‘내가 깨달음을 감히 얻을 수 있겠는가?’ 하며

나태함에 젖지 말아야 하네.

여래께서는 사실만을 말씀하셨으니

이는 진리이네.


18 

파리. 모기. 벌,

이런 미물들조차

정진의 힘을 일으키면

얻기 어려운 ‘위없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네.


19 

나와 같이 사람으로 태어나

이로움과 해로움을 분별하여

보살행을 포기하면

내가 깨달음을 어찌 얻으리.


20 

팔다리를 보시하는 것은

두려워하면서

지옥고의 경중을 따지지 못하니

무지에 대한 두려움은 한이 없네.


21 

백 천만 겁 무량한 세월 동안

이 내 몸은 수없이 잘리고

찔리고, 태워지고, 찢겼지만

아직도 깨달음을 얻지 못했으니.


22 

내가 깨달음을 이루기까지

그 고통은 유한하니,

이는 병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몸에 상처를 내는 고통과 같네.


23 

모든 의사는 치료를 할 때

작은 고통으로 큰 병을 없애네.

그러므로 많은 고통을 없애기 위해

작은 고통쯤은 인내할지니.


24 

최고의 명의는

평범한 치료를 하지 않고

고통을 주지 않으면서

수많은 중병을 치료하네.


25 

부처님께서도 (보살행을 닦으실 때) 처음에는

하찮은 푸성귀 따위를 베푸셨지만

점차 익숙해지면서

마침내 자신의 몸까지 베푸셨네.


26 

내 몸이

푸성귀처럼 여겨질 때

몸을 보시하는 것이

무엇 그리 어렵겠는가?


27 

죄악을 끊었으니 고통은 없고

지혜로우니 걸림이 없네.

보살은 전도몽상과 죄악으로

몸과 마음을 해칠 까닭이 없네.


28 

복덕으로 몸은 안락하고

지혜로운 마음이 행복하니

중생을 위해 윤회계에 머문다 해도

자비심을 지닌 사람에게 어찌 괴로움이 있을까?


29 

이것은 보살심의 힘이니,

이전의 악업을 다하게 하고

바다와 같은 복덕을 쌓게 하니

성문보다 더 뛰어나네.


30 

모든 괴로움과 어려움을 없애는

보리심의 말을 타고

행복에서 행복으로 나아가는 이 마음을 안다면

그 누가 나태할 것인가?


31 

중생에게 이익이 되는 그 힘은

희구. 견고. 기쁨. 버림이네.

희구는 고통의 두려움과

열반의 이로움을 생각하는 데서 비롯되네.


32 

이로움에 반하는 것을 끊어

희구. 견고. 기쁨. 버림을

자발적으로 행하고

정진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네.


33 

나와 남의 수많은 허물을

내가 전부 없애야 하네.

언제까지나 이 허물 하나하나,

영겁의 바다가 다할 때까지.


34 

허물을 없애려는 노력을

내가 조금도 하지 않는다면

여전히 끝없는 고통 속에 빠져있는 것이니

내 어찌, 가슴이 아프지 않겠는가?


35 

내 공덕이나 중생의 공덕 모두,

내가 쌓아야 하네.

작은 공덕 하나를 이루는데도

영겁 동안 습관을 들여야 하는데,


36 

나는 그 어떤 공덕에도

습관을 들이지 않았으니,

긴 윤회 가운데 얻은 이생을

내가 헛되이 보내는 것은 기가 막힐 노릇이네.


37 

나는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지도 않았으며

대중에게 공양을 올리지도 않았으며

가르침을 실행하지도 않았으며

가난한 사람들의 바람을 들어주지도 못했네.


38 

두려움에 떠는 이에게

두려움을 없애주는 보시(무외시無畏施)를 베풀지도 않았으며

불쌍한 이에게 행복을 주지 못했다면

나는 어머님께 아픔과 고통만 드린 셈이네.


39 

나는 이생과 지난 생에도

법을 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이런 고난을 얻었으니,

이것을 안다면 누가 법을 얻으려는 마음을 내지 않겠는가?


40 

희구는 일체 선한 것의 근본이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네.

희구의 근본은

그 결실을 거듭거듭 관하는 것이네.


41 

육체적 고통과 마음의 불행,

갖가지 두려움과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은

악행에서 바롯된 것이네.


42 

마음에서 선을 행하는 이는

어디를 가든

복덕은 따라다니니

과보는 실제로 나에게 돌아오네.


43 

악행을 저지른 이는

행복을 원해도

어디로 가든 죄악이 따라오니

고통이라는 무리에게 파괴되네.


44 

향기롭고 시원한 연화장 세계에서

부처님의 법음을 양식 삼아

불광에서 피어나 현화생하여

불전에서 여래의 심부름꾼이 되어 선업을 닦네.


45 

저승사자가 살갗을 전부 벗겨내고

펄펄 끓는 구리 쇳물이 온 몸에 쏟아지며

불에 달군 창칼에 찔려 살점은 찢기고

달궈진 철판에 떨어지는 고통에 시달리네.


46 

진심으로 선을 구하고

공경으로 수행해야 하리.

[금강당경]의 의식을 행하여

자신감을 관하라.


47 

먼저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잘 살펴서 하되

할 수 없는 일은 하지 말며

이미 시작한 일은 중단하지 말라.


48 

중단을 하면 다음 생에도 습관이 되어

악과 고통이 늘며

다른 선한 과보가 생길 때에도

그 과가 미약해 성취되지 않네.


49 

업과 번뇌와 능력,

이 세 가지에 자신감을 가질지니.

혼자서도 하겠다는 것이

업에 대한 자신감이네.


50 

번뇌 탓에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

자신의 선업을 성취할 수 없네.

중생은 나처럼 선행을 할 힘이 없으니

내가 이것을 하리라.


51 

다른 이들이 천한 일을 하고 있는데

내가 어찌 한가로이 있겠는가?

자만심에 차 그 천한 일을 바라보지 말지니

자만을 없애는 것이 제일이라네.


52 

죽은 뱀을 만나면

까마귀도 금시조처럼 구는 것처럼

내가 무기력해지면

작은 난관도 큰 장애로 다가오네.


53 

주눅이 들어 자포자기한 이가

어려운 처지에서 어찌 벗어나랴.

자신감과 노력을 일깨운다면

큰 장애도 나를 해칠 수 없네.


54 

그러므로 마음을 굳건히 하여

계를 범하지 않아야 하네.

만약 계를 범한다면

삼계를 정복하려는 것이 웃음거리가 될 것이네.


55 

스스로 모든 허물을 이겨내야 하리라.

나 아닌 그 누구도 대신 이겨낼 수 없네.

승리자이며, 사자의 아들인 나는

자긍심을 가져야 하네.


56 

모든 중생은 자만 때문에 망하니

번뇌 속에 자신감은 있지 않네.

자신감에 찬 사람은 번뇌라는 적의 손아귀에 휘둘리지 않나니

그는 아만이라는 적을 무찌를 수 있네.


57 

아만으로 가득한 사람은 삼악도에 빠지며

(설사 인간으로 태어난다 해도)

빌어먹는 거지가 되어 사람들의 잔치를 망치네.

가난하고, 추하며, 천한 이가 되어 모든 이의 멸시를 받네.


58 

아만으로 똘똘 뭉친 고행자,

그도 아만이 가득한 사람이라

이보다 더한 비천함은 없네.


59 

‘아만’이라는 적을 이기기 위해 자신감을 지녀야 하나니.

자신감을 지닌 이를 승리자, 영웅이라 하네.

아만의 적이 퍼지는 것을 반드시 없애

중생의 원대로 승리의 과를 이뤄야 하네.


60 

번뇌의 무리 속에 있으면

갖가지 방법으로 대처하여

마치 여우 무리 속의 사자와 같이

번뇌의 무리 속에서 벗어나야 하네.


61 

위험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눈을 보호하듯이

고통스러운 상황이 생기더라도

번뇌에 이끌리지 말아야 하네.


62 

내가 불에 타 죽거나

내 목이 잘린다 해도 개의치 않겠네.

오만 가지 번뇌에게

굽히지 않으리.


63 

모든 상황에서 이치에 맞는 것만 하리라.

놀이에서 즐거움을 바라듯이

선업을 놓치지 않고 행하며

선업 그 자체보다는 정진하는 즐거움으로 행해야 하네.


64 

행복을 위해 행하지만

행복할지 않을지 알 수 없네.

선은 행복하니

지금 선업을 행하지 않으면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는가?


65 

칼날에 묻은 꿀처럼

욕망은 충족되지 않네.

변하고 사라지는 복덕에

어찌 만족하는가?


66 

일을 끝내기 위해

한낮 더위에 시달리던 코끼리가

물을 만나 연못 속으로 뛰어들 듯이

선행에 거듭거듭 뛰어들어라.


67 

기력이 쇠할 때에는

잠시 쉬어야 하네.

잘 마쳤다면

나중을 위해 잠시 놓아야 하네.


68 

전장에서 적과

칼을 겨눌 때처럼

번뇌의 칼날을 피해가며

번뇌의 적을 무찌르고 포박하라.


69 

싸우다 칼을 떨어뜨리면

두려움에 칼을 재빨리 집어 들 듯

정념의 무기를 놓치면

지옥의 두려움을 기억하며 재빨리 집어 들어야 하네.


70 

독이 피를 타고

온 몸으로 퍼지듯이

기회만 있으면

죄악은 마음을 퍼져 나가네.


71 

겨자기름이 가득한 그릇을 옮길 때,

칼을 찬 이가 곁에서 ‘흘리면 죽이겠다!’ 며

협박할 때처럼

수행자는 그와 같이 집중을 해야 하네.


72 

무릎에 뱀이 기어오르면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서는 것처럼

잠과 게으름이 찾아오면

한순간에 없애야 하네.


73 

스스로 범한 허물 하나하나,

반드시 반성하여

나중에 같은 허물을 범하지 않도록

결심하고 또 오래 기억해야 하네.


74 

모든 상황에서

정념으로 머물기 위해

선지식을 만나고

이치에 맞는 법을 구해야 하네.


75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불방일의 말씀을 기억하며

나는 가뿐히 일어나야 하네.


76 

바람이 부는 대로

버들가지가 움직이듯이

즐겁게 (신구의) 삼업을 닦으면

모든 선업이 쉽게 이루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