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역 아함경/중아함경

025. 수유경(水喩經)

실론섬 2015. 6. 20. 20:51

025. 수유경(水喩經) 제 5 [초 1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勝林給孤獨園)에 계셨다. 


그곳에서 존자 사리자가 여러 비구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나는 지금 당신들을 위하여 번뇌를 없애는 다섯 가지 방법을 말하겠습니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그것을 잘 기억하십시오."

모든 비구들은 시키는 대로 듣고 있었다. 


존자 사리자가 말하였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여러분, 어떤 사람은 몸으로 짓는 행은 깨끗하지 못한데, 입으로 짓는 행은 깨끗합니다. 만일 지혜로운 사람은 그것을 보고 비록 성이 나는 번뇌가 생기더라도 마땅히 그것을 없애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입으로 짓는 행은 깨끗하지 못한데, 몸으로 짓는 행은 깨끗합니다. 만일 지혜로운 사람은 그것을 보고 비록 성이 나는 번뇌가 생기더라도 마땅히 그것을 없애야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몸으로 짓는 행도 깨끗하지 못하고 입으로 짓는 행도 깨끗하지 못한데, 마음에 조금 깨끗한 것이 있습니다. 만일 지혜로운 사람은 그것을 보고 비록 성이 나는 번뇌가 생기더라도 마땅히 그것을 없애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몸으로 짓는 행도 깨끗하지 못하고 입과 뜻으로 짓는 행도 깨끗하지 못합니다. 만일 지혜로운 사람은 그것을 보고 비록 성이 나는 번뇌가 생기더라도 마땅히 그것을 없애야 합니다. 여러분, 또 어떤 사람은 몸으로 짓는 행도 깨끗하고 입과 뜻으로 짓는 행도 깨끗합니다. 만일 지혜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비록 성이 나는 번뇌가 생기더라도 마땅히 그것을 없애야 합니다.

  

여러분, 어떤 사람은 몸으로 짓는 행은 깨끗하지 못하고 입으로 짓는 행은 깨끗합니다. 만일 지혜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성냄의 번뇌가 생기면 장차 어떻게 그것을 없애야 하는가? 

여러분, 마치 아련야(阿練若) 비구1)가 분소의(糞掃衣)2)를 가지는 것과 같습니다. 똥무더기 가운데 버려진 헤어진 옷을 보니 혹은 대변에 더럽혀지기도 했고, 혹은 소변 눈물 침과 그 밖에 더러운 것에 더럽혀져 있을 때, 그런한 것을 보고 나서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으로 펴 보아 만일 대변이나 소변 눈물 침, 그리고 그밖에 더러운 것에 더럽혀져 있지 않은 부분이나, 또 뚫어지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곧 그것을 찢어 가집니다. 이와 같이 여러분, 어떤 사람이 몸으로 짓는 행은 깨끗하지 못하나, 입으로 짓는 행이 깨끗하면 그 몸으로 짓는 깨끗하지 않은 행은 생각하지 말고, 다만 그 입으로 짓는 깨끗한 행만을 생각하십시오. 만일 지혜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비록 성이 나는 번뇌가 생기더라도 마땅히 이렇게 그것을 없애야 합니다.

  

여러분, 어떤 사람은 입으로 짓는 행은 깨끗하지 못한데, 몸으로 짓는 행은 깨끗합니다. 만일 지혜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성이 나는 번뇌가 생기면 장차 어떻게 그것을 없애야 하는가? 

여러분, 비유하면 마치 마을 바깥 멀지 않은 곳에 깊은 못이 있는데 그 못이 잡초에 덮여 있는 것과 같습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와서 몹시 더워 번열이 일어나고, 배고프고 목마름에 시달리며, 뜨거운 바람에 핍박을 받는다면, 그는 못에 이르러 옷을 벗어 언덕에 두고 곧 못 속으로 들어가 두 손으로 잡초를 헤치고, 마음껏 시원하게 목욕하여 더위의 괴로움과 굶주리고 목마른 시달림을 풀 것입니다. 이와 같이 여러분, 어떤 사람이 입으로 짓는 행은 깨끗하지 못하나, 몸으로 짓는 행이 깨끗하거든 그 깨끗하지 못한 입으로 짓는 행은 생각하지 말고, 다만 그 깨끗한 몸으로 짓는 행만 생각하십시오. 만일 지혜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비록 성이 나는 번뇌가 생기더라도 마땅히 이렇게 그것을 없애야 합니다.

  

여러분, 어떤 사람은 몸으로 짓는 행도 깨끗하지 못하고 입으로 짓는 행도 깨끗하지 못한데, 마음에 조금 깨끗한 것이 있습니다. 만일 지혜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성이 나는 번뇌가 생기면 장차 어떻게 그것을 없애야 하는가?

 여러분, 비유하면 마치 네 갈래 길에 소발자국이 있는데 그 안에 물이 고여 있는 것과 같습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와서 몹시 더워 번민하고, 배고프고 목마름에 시달리며 뜨거운 바람에 핍박 받는다면, 그는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이 네 갈래 길 소 발자국에 고인 적은 양의 물을 내가 만일 손이나 나뭇잎으로 떠올린다면, 곧 물은 흔들려 더러워져서 내가 몹시 더워 괴로움과 배고프고 목마름에 시달리는 것을 없앨 수 없을 것이다. 차라리 꿇어앉아 손으로 땅을 짚고 입으로 물을 마시는 것이 낫겠다.'

그렇게 생각한 그는 곧 길게 꿇어앉아 손으로 땅을 짚고 입으로 물을 마셔 몹시 더워 번민하고, 배고프고 목마른 시달림을 풀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여러분, 어떤 사람이 몸으로 짓는 행도 깨끗하지 못하고 입으로 짓는 행도 깨끗하지 못하나, 마음에 조금 깨끗한 것이 있거든, 그 깨끗하지 못한 몸으로 짓는 행과 깨끗하지 못한 입으로 짓는 행은 생각하지 말고, 다만 그 마음에 조금 있는 깨끗한 것만을 생각하십시오. 여러분, 만일 지혜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비록 성이 나는 번뇌가 생기더라도 마땅히 이렇게 그것을 없애야 합니다.

  

여러분, 어떤 사람은 몸으로 짓는 행도 깨끗하지 못하고, 입과 뜻으로 짓는 행도 깨끗하지 못합니다. 만일 지혜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성이 나는 번뇌가 생기면 장차 어떻게 그것을 없애야 하는가? 

여러분,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먼 길을 가다가 도중에 병이 들어 지극히 고달프고 몹시 시달리지만, 혼자 몸으로 길동무도 없고 마을로 되돌아가기는 더욱 먼 데다가 앞 마을에는 아직 이르지 못한 경우와 같습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와서 한쪽에 서서 이 사람이 먼 길을 가다가 도중에 병이 들어 지극히 고달파하고 몹시 시달리지만, 혼자 몸으로 길동무도 없고 마을로 되돌아가기는 더욱 먼 데다가 앞 마을엔 아직 이르지 못한 것을 보고, '이 이도 만일 시자를 얻으면, 먼 들판에서 마을로 데리고 가서 좋은 탕약과 좋은 음식을 먹이고, 좋은 간병인을 둘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하면 이 사람의 병은 틀림없이 나을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그 사람은 이 병자에 대해서 지극히 가없게 여기고 불쌍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여러분, 어떤 사람은 몸으로 짓는 행도 깨끗하지 못하고, 입과 뜻으로 짓는 행도 깨끗하지 못합니다. 만일 지혜로운 사람이 보면 곧 '이 사람은 몸으로 짓는 행도 깨끗하지 못하고 입과 뜻으로 짓는 행도 깨끗하지 못하다. 그러나 이 사람으로 하여금 몸으로 짓는 행도 깨끗하지 못하고, 입과 뜻으로 짓는 행도 깨끗하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악한 곳으로 가서 지옥에 태어나지 않게 하자. 만일 이 사람도 선지식을 만나면 깨끗하지 못한 몸으로 짓는 행을 버리고 깨끗한 몸으로 짓는 행을 닦으며, 깨끗하지 못한 입과 뜻으로 짓는 행을 버리고 입과 뜻으로 짓는 깨끗한 행을 닦을 것이다. 이와 같이 하면 이 사람은 온몸의 깨끗한 행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좋은 곳으로 가서 천상에 날 것이다'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 사람은 이 사람에 대해 지극히 가엾게 여기고 불쌍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있는 것입니다. 만일 지혜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비록 성이 나는 번뇌가 생기더라도 마땅히 이렇게 그것을 없애야 합니다.

  

여러분, 어떤 사람은 몸으로 짓는 행이 깨끗하고 입과 뜻으로 짓는 행도 깨끗합니다. 만일 지혜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성이 나는 번뇌가 생기면 장차 어떻게 그것을 없애야 하는가? 

여러분, 마치 마을 바깥 멀지 않은 곳에 좋은 못물이 있어, 맑고 또 아름다운 데다 물조차 찰랑찰랑 가득 차 있으며 푸른 풀은 언덕을 뒤덮었고, 꽃나무가 사방에 두루 피어 있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사람이 와서 몹시 더워 괴로워하고 배고프고 목마름에 시달리며 뜨거운 바람에 핍박당한다면, 그는 못에 나가 옷을 벗어 언덕에 두고, 곧 못 속으로 들어가 마음껏 시원하게 목욕하여, 더위의 괴로움과 배고프고 목마른 시달림을 풀 것입니다. 이와 같이 여러분, 혹 어떤 사람이 몸으로 짓는 행도 깨끗하고, 입과 뜻으로 짓는 행도 깨끗하거든, 항상 그 몸으로 짓는 깨끗한 행과 입과 뜻으로 짓는 깨끗한 행을 생각하십시오. 만일 지혜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비록 성이 나는 번뇌가 생기더라도 마땅히 이와 같이 없애야 합니다.

  

여러분, 내가 아까 말한 번뇌를 없애는 다섯 가지 방법은 이러하기 때문에 말한 것입니다."

  

존자 사리자가 이와 같이 말하자, 모든 비구들은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 

1) 한림(閑林) 중에 기거하고 사찰[精舍]에는 머물지 않으면서 두타행(頭陀行)을 수행하는 비구.

2) 세상 사람들이 입다 버린 헌옷을 가지고 만든 가사(袈裟). 탐심(貪心)을 없애기 위하여 검소함을 닦는 뜻으로 입는 법의(法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