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역 아함경/중아함경

027. 범지타연경(梵志陀然經)

실론섬 2015. 6. 20. 21:19

027. 범지타연경(梵志陀然經) 제 7 [초 1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을 유행하실 적에 죽림가란다원(竹林加蘭?園)에서 큰 비구들과 함께 여름 안거를 지내셨다. 


존자 사리자(舍梨子)는 사위국(舍衛國)에서 또한 여름 안거를 지냈다. 이때 한 비구가 왕사성에서 3개월 동안의 여름 안거를 마치고, 옷을 기워 단속하고 발우를 가지고 왕사성에서 사위국으로 가서 승림급고독원(勝林給孤獨園)에 머물고 있었다. 그 비구는 존자 사리자에게 가서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존자 사리자가 물었다.

"현자는 어디서 왔으며 어느 곳에서 여름 안거를 지냈는가?"

그 비구는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왕사성에서 왔고, 또한 그 곳에서 여름 안거를 지냈습니다."

  

사리자가 다시 물었다.

"현자여, 왕사성에서 여름 안거를 지내신 세존께서는 거룩하신 몸 건강하고 편안하며, 무병하시고 기거는 가벼우시며, 기력도 여전하시던가?"

"그렇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왕사성에서 여름 안거를 지내신 거룩한 몸 건강하고 편안하며 무병하시고, 기거도 가벼우시며 기력도 한결같으십니다."

  

다시 물었다.

"현자여, 왕사성에서 여름 안거를 지낸 비구와 비구니들도 다들 건강하고 편안하며, 무병하고 기거하기에 가벼우며 기력은 한결같으며, 자주 부처님을 뵙고 즐거이 법을 듣고자 하던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왕사성에서 여름 안거를 지낸 비구와 비구니들도 다들 건강하고 편안하며, 무병하고 기거도 가벼우며, 기력도 한결같고 자주 부처님을 뵙고 즐거이 법을 듣고자 했습니다."

  

"현자여, 왕사성의 우바새와 우바이들도 몸이 건강하고 편안하며, 무병하고 기거도 가벼우며, 기력도 한결같고 자주 부처님을 뵙고 법을 듣고자 하던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왕사성의 우바새와 우바이들도 몸이 건강하고 편안하며, 무병하고 기거도 가벼우며, 기력도 한결같고 자주 부처님을 뵙고 법을 듣고자 했습니다."

  

"현자여, 왕사성에서 여름 안거를 지낸 이학(異學)인 몇몇의 사문(沙門) 범지(梵志)들도 몸이 건강하고 편안하며, 무병하고 기거도 가벼우며, 기력도 한결같고 자주 부처님을 뵙고 법을 듣고자 하던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왕사성에서 여름 안거를 지낸 이학인 몇몇의 사문 범지들도 여름 안거 동안 몸이 건강하고 편안하며, 기거도 가볍고 기력도 한결같으며, 자주 부처님을 뵙고 법을 듣고자 했습니다."

 

"현자여, 왕사성에 타연( 然)이라는 한 범지가 있는데, 그는 내가 출가하기 전의 옛 벗이다. 현자는 아는가?"

대답하였다.

"압니다."

  

"현자여, 왕사성의 범지 타연도 몸이 건강하고 편안하며, 무병하고 기거도 가벼우며, 기력도 한결같고 자주 부처님을 뵙고 법을 듣고자 하던가?"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자여, 왕사성의 범지 타연도 몸이 건강하고 편안하며, 무병하고 기거도 가벼우며, 기력도 한결같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을 뵈려고 하지 않았고, 법 듣기를 즐겨하지도 않았습니다. 왜냐 하면 존자 사리자여, 범지 타연은 정진하지 않고 또한 금계(禁戒)를 범하기 때문입니다. 저들은 왕에게 붙어서는 범지와 거사들을 속이고, 또한 바라문과 거사들에게 의지해서는 왕을 속이곤 합니다."

  

사리자는 그 말을 듣고, 사위국에서 3개월 동안의 여름 안거를 마친 뒤에, 옷을 기워 단속하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국에서 왕사성으로 옮겨가서 죽림가란다원(竹林加蘭?園)에 머물렀다. 존자 사리자는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이 되자 옷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왕사성에 들어가 차례로 밥 빌기를 마치고, 범지 타연의 집에 이르렀다. 이 때 범지 타연은 그 집에서 나와 우물 가에 가서 그곳 백성들을 괴롭히고 있었다.1) 


범지 타연이 멀리서 존자 사리자가 오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어깨의 옷을 벗어메고 합장한 채 사리자를 향해 찬탄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사리자여, 사리자께서는 오랫동안 여기 오시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범지 타연은 공경스런 마음으로 존자 사리자를 부축해 모시고 집안으로 들어가, 좋은 자리를 깔고 앉기를 청했다. 사리자는 곧 그 평상에 앉았다. 범지 타연은 사리자가 앉는 것을 보고 금조관(金?灌)을 잡고 사리자에게 드시기를 청했다. 존자 사리자가 말하였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타연이여, 다만 마음이 기쁘면 만족하다."

범지 타연은 다시 두 번 세 번 먹기를 청하였다. 존자 사리자도 두 번 세 번 말하였다.

"그만두라. 타연이여, 다만 마음이 기쁘면 만족하다."


범지 타연이 물었다.

"사리자여, 무슨 까닭으로 이 집에 들어오시고선 잡수려 하지 않습니까?"

"타연이여, 너는 정진하지도 않으면서 금계를 범하고 있다. 왕에게 붙어서는 범지와 거사들을 속이고, 범지와 거사들에게 붙어서는 왕을 속이고 있다."

  

범지 타연이 말하였다.

"사리자여, 알아야 합니다. 나는 지금 세속에 있으면서 가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나는 스스로도 안온해야 하겠으나 부모를 공양하고 처자를 보살피며 종들까지도 부양해야 합니다. 왕에게 조세를 보내야 하고, 모든 하늘에 제사지내야 하며 선조에게 제사지내고 또 사문 범지에게도 보시해야 합니다. 그것은 후세에 하늘에 나서 장수를 누리고 즐거운 과보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사리자여, 이런 모든 일을 그만두고 한결같이 법만을 따를 수는 없습니다."

이에 존자 사리자가 말하였다.

"타연이여, 내가 지금 너에게 물으리니 아는 대로 대답하라. 범지 타연이여, 너의 생각에는 어떠한가? 만일 어떤 사람이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나쁜 짓을 했다고 하자. 그는 나쁜 짓을 했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악한 곳으로 가서 지옥에 났다. 지옥에 나자, 옥졸들이 그를 잡아 몹시 괴롭게 다스릴 때 그는 옥졸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옥졸이여, 알아야 한다. 나를 괴롭게 다스리지 말라. 왜냐 하면 나는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서 악을 행했기 때문이다.'

어떠냐? 타연이여, 그 사람은 옥졸에게서 이 고통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또 물었다.

"타연이여, 너의 생각에는 어떠한가? 만일 또 어떤 사람이 처자를 위하느라고 악을 행했다 하자. 그는 악을 행하였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나쁜 곳으로 가서 지옥에 났다. 지옥에 나자, 옥졸이 그를 잡아 몹시 괴롭게 다스릴 때 그는 옥졸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옥졸이여, 알아야 한다. 나를 괴롭게 다스리지 말라. 왜냐 하면 나는 처자를 위하느라고 악을 행했기 때문이다.'

어떠냐? 타연이여, 그 사람은 옥졸에게서 이 고통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타연이여, 너의 생각에는 어떠한가? 만일 또 어떤 사람이 종들을 위하느라고 악을 행했다 하자. 악을 행하였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나쁜 곳으로 가서 지옥에 났다. 지옥에 나자, 옥졸이 그를 잡아 몹시 괴롭게 다스릴 때 그는 옥졸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옥졸이여, 알아야 한다. 나를 괴롭게 다스리지 말라. 나는 종들을 위하느라고 악을 행했기 때문이다.'

어떠냐? 타연이여, 그 사람은 옥졸에게서 이 고통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또 물었다.

"타연이여, 너의 생각에는 어떠한가? 만일 또 어떤 사람이 왕을 위하고 하늘을 위하고 선조를 위하고 사문 범지를 위하느라고 악을 행했다 하자. 그는 악을 행하였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나쁜 곳으로 가서 지옥에 났다. 지옥에 나자, 옥졸이 그를 잡아 몹시 괴롭게 다스릴 때 그는 옥졸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옥졸이여, 알아야 한다. 나를 괴롭게 다스리지 말라. 나는 왕을 위하고 하늘을 위하고 선조를 위하고 사문 범지를 위하느라고 악을 행했다.'

어떠냐? 타연이여, 그 사람은 옥졸에게서 이 고통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다시 물었다.

"타연이여, 족성자(族姓子)는 법답고 업다우며 공덕답게 재물을 얻어, 존중하고 공경을 다하며 효도로써 부모를 섬기고, 복덕의 업을 행하여 악한 업을 짓지 않아야 한다. 타연이여, 만일 족성자가 법답고 업다우며 공덕답게 재물을 얻어 존중하고 받들어 공경하며 부모를 효도로써 섬기고, 복덕의 업을 행하여 악한 업을 짓지 않으면, 그는 곧 부모의 사랑을 받게 되어 부모는 이렇게 말하리라.

'너로 하여금 굳세고 건강하여 수명이 끝없게 하리라. 왜냐 하면 우리가 너로 말미암아 안온하고 쾌락하기 때문이다.'

타연이여, 만일 어떤 사람이 부모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면, 그 덕은 날로 나아가 마침내 쇠퇴함이 없을 것이다.

타연이여, 족성자는 법답고 업다우며 공덕답게 재물을 얻어, 처자를 사랑하고 염려하며, 공급해주어 보살피며, 복덕의 업을 행하고 악한 업을 짓지 않아야 한다. 타연이여, 만일 족성자가 법답고 업다우며 공덕답게 재물을 얻어 처자를 사랑하고 염려하며, 공급해주어 보살피며, 복덕의 업을 행하여 악한 업을 짓지 않으면, 그는 곧 처자들의 존경을 받게 되어 처자는 이렇게 말하리라.

'원컨대, 당신은 굳세고 건강하여 수명이 다함이 없기를 바랍니다. 왜냐 하면 우리는 당신으로 말미암아 안온하고 쾌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타연이여, 만일 어떤 사람이 처자의 지극한 존경을 받으면, 그 덕은 날로 늘어나 마침내 쇠퇴함이 없을 것이다.

타연이여, 족성자는 법답고 업다우며 공덕답게 재물을 얻어, 종들을 가엾이 여겨 먹을 것을 주어 보살피며, 복덕의 업을 행하여 악한 업을 짓지 않아야 한다. 타연이여, 만일 족성자가 법답고 업다우며 공덕답게 재물을 얻어 종들을 가엾이 여겨 먹을 것을 주어 보살피며, 복덕의 업을 행하여 악한 업을 짓지 않으면, 그는 곧 종들의 존경을 받게 되어 종들은 이렇게 말하리라.

'원컨대 상전께서는 굳세고 건강하여 수명이 다함 없기를 바랍니다. 왜냐 하면 상전으로 말미암아 우리들이 안온함을 얻기 때문입니다.'

타연이여, 만일 어떤 사람이 종들의 지극한 존경을 받으면, 그 덕은 날로 늘어나 마침내 쇠퇴함이 없을 것이다.

타연이여, 족성자는 법답고 업다우며 공덕답게 재물을 얻어, 사문 바라문을 존중하고 공양하며, 복덕의 업을 행하여 악한 업을 짓지 않아야 한다. 타연이여, 만일 족성자가 법답고 업다우며 공덕답게 재물을 얻어 사문 범지를 존중하고 공양하며, 복덕의 업을 행하여 악한 업을 짓지 않으면, 그는 곧 사문 범지의 지극한 사랑을 받게 되어 사문 범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시주는 굳세고 건강하여 수명이 끝이 없기를 바랍니다. 왜냐 하면 우리는 시주로 말미암아 안온과 쾌락을 누리게 되기 때문이다.'

타연이여, 만일 어떤 사람이 사문 범지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면, 그 덕은 날로 늘어나 마침내 쇠퇴함이 없을 것이다.

  

이에 범지 타연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어깨의 옷을 벗어 메고 합장하며 존자 사리자에게 아뢰었다.

"사리자여, 내게 단정(端正)이라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는데, 나는 그녀에게 반했기 때문에 방일하게 되어 크게 죄업을 지었습니다. 사리자여, 나는 오늘부터 아내 단정을 버리고 스스로 존자 사리자에게 귀의하겠습니다."

존자 사리자가 대답하였다.

"타연이여, 너는 내게 귀의하지 말라. 너는 마땅히 내가 귀의한 부처님께 직접 귀의하라."

"존자 사리자여, 나는 오늘부터 스스로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에게 귀의하겠습니다. 원컨대 존자 사리자께서는 나를 받아 주시어 부처님의 도량에 우바새가 되게 하여 주소서. 이 몸이 마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마침내 목숨이 다할 때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에 존자 사리자는 범지 타연을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게 하고 간절히 우러르게 하며, 그의 뜻을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다. 한량없는 방편으로 그를 위해 설법하여 그로 하여금 발심하게 하고 우러러 사모하게 하며, 그의 뜻을 성취하여 기뻐하게 한 다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왕사성을 유행하였다. 거기서 몇 날을 지내다가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왕사성에서 나와 남산으로 가서, 남산 작은 마을 북쪽에 있는 섭화(攝)숲에 머물렀다. 그 때에 어떤 비구도 왕사성을 유행하며, 며칠을 지내다가 옷과 발우를 가지고 왕사성을 나와 또한 남산으로 가서 남산 작은 마을 북쪽에 있는 섭화숲에 머물렀다.

  

이때에 그 비구는 존자 사리자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존자 사리자가 물었다.

"현자는 어디서 오며 어디서 유행하였는가?"

"존자 사리자여, 저는 왕사성에서 왔으며, 그 곳에서 유행하였습니다."


"현자여, 왕사성에 내가 출가하기 전의 친한 친구 타연이란 범지가 있는데 그를 아는가?"

"압니다."


"현자여, 왕사성에 있는 범지 타연은 몸이 건강하고 편안하며, 무병하고 기거가 가벼우며, 기력도 한결같은가? 그리고 또 자주 부처님을 뵙고 즐거이 법을 듣고자 하던가?"

"존자 사리자여, 범지 타연은 자주 부처님을 뵈려고 하며, 또한 자주 법을 들으려고 합니다. 다만 편안하지 못해 기력이 갈수록 쇠해가더이다. 왜냐 하면 존자 사리자여, 범지 타연은 지금 병을 앓아 아주 위독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로 말미암아 목숨을 마칠지도 모릅니다."

  

존자 사리자가 이 말을 듣고는 곧 가사와 발우를 챙겨 가지고 남산에서 왕사성으로 가서 죽림가란다원(竹林迦蘭?園)에 머물렀다. 존자 사리자는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이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범지 타연의 집으로 갔다. 범지 타연은 멀리서 존자 사리자가 오는 것을 보고 곧 평상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존자 사리자가 달려가 만류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범지 타연이여, 그대는 누워 있으라. 일어나지 말라. 다른 평상이 있으니, 나는 거기에 따로 앉겠노라."

그리고는 존자 사리자가 곧 그 평상에 앉은 다음 물었다.

"타연이여, 병은 이제 어떤가? 음식은 얼마나 먹는가? 앓는 고통이 더 심하지나 않는가?"

"나는 병 때문에 너무도 고달프고 음식도 먹히지 않으며, 앓는 고통이 날로 더할 뿐 덜한 줄을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마치 역사(力士)가 잘 드는 칼로써 머리를 찔러 심한 고통을 주는 것처럼, 지금 내 머리가 아픈 것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마치 역사가 단단한 노끈으로 머리를 졸라매어 심한 고통을 주는 것처럼, 지금 내 머리가 아픈 것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마치 송아지를 잡을 때 잘 드는 칼로써 그 배를 쪼개어 지극한 고통을 주는 것처럼, 지금 내 배가 아픈 것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마치 두 역사가 바짝 여윈 어떤 사람을 붙잡아 불 위에 올려놓고 구워 지극한 고통을 주는 것처럼, 지금 내 몸도 그렇게 아파서 온몸에 고통이 더할 뿐 덜하지 않음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존자 사리자가 말하였다.

"타연이여, 내가 이제 그대에게 물으리니, 그대는 아는 대로 대답하라. 범지 타연이여, 너의 생각은 어떠한가? 지옥과 축생 중 어느 것이 낫겠는가?"

대답하였다.

"축생이 낫습니다."

  

"타연이여, 축생과 아귀 중 어느 것이 낫겠는가?"

"아귀가 낫습니다."

  

"타연이여, 아귀와 사람 중 어느 것이 낫겠는가?"

"사람이 낫습니다."

 

"타연이여, 사람과 사왕천(四王天) 중 어느 것이 낫겠는가?"

"사천왕이 났습니다."

  

"타연이여, 사왕천과 삼십삼천(三十三天) 중 어느 것이 낫겠는가?"

"삼십삼천이 낫습니다."

  

"타연이여, 삼십삼천과 염마천(焰摩天)2) 중 어느 것이 낫겠는가?"

"염마천이 낫습니다."

 

"타연이여, 염마천과 도솔타천(兜率天) 중 어느 것이 낫겠는가?"

"도솔타천이 낫습니다."

  

"타연이여, 도솔타천과 화락천(化樂天) 중 어느 것이 낫겠는가?"

"화락천이 낫습니다."


"타연이여, 화락천과 타화락천(他化樂天) 중 어느 것이 낫겠는가?"

"타화락천이 낫습니다."

  

"타연이여, 타화락천과 범천(梵天) 중 어느 것이 낫겠는가?"

"범천이 제일 좋습니다. 범천이 가장 좋습니다."

  

존자 사리자가 말했다.

"타연이여, 세존(世尊) 지견(智見) 여래(如來) 무소착(無所着) 등정각(等正覺)께서 4범실(梵室)3)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족성남과 족성녀가 닦아 익히고, 많이 닦아 익혀서 욕심을 끊고 욕념(欲念)을 버리게 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범천에 난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타연이여,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는 마음이 자애[慈]와 함께하여 한 방위[方]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닌다. 이와 같이 2 3 4방과 4유 상하의 일체에 두루한다. 마음은 자애와 함께하므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랑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도록 성취하여 노닌다. 이와 같이 불쌍히 여김[悲]과 기뻐함[喜]도 또한 그러하며, 마음은 평정[捨]과 함께하므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다.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도록 성취하여 노닌다. 이것이 이른바 세존 지견 여래 무소착 등정각께서 설하신 4범실이라는 것이다. 또 족성남과 족성녀가 닦아 익히고 많이 닦아 익혀서 욕심을 끊고 욕념을 버리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범천에 난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에 존자 사리자는 타연을 교화하고, 그를 위해 범천의 법을 설하여 마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사리자가 왕사성에서 나와 미처 죽림가란다원에 이르기도 전에, 범지 타연은 사범실을 닦아 익혀 욕심을 끊고 욕념을 버리고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범천에 태어났다.

  

세존께서는 무량한 대중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그들을 위해 설법하고 계셨다. 세존께서 멀리서 존자 사리자가 오는 것을 보시고,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리자 비구는 총명한 슬기[聰慧] 빠른 슬기[速慧] 민첩한 슬기[捷 慧] 예리한 슬기[利慧] 넓은 슬기[廣慧] 깊은 슬기[深慧] 도(道)로 나아가는 슬기[出要慧] 밝게 통달한 슬기[明達慧] 변재의 슬기[辯才慧]가 있다. 사리자는 진실한 슬기를 성취했다. 사리자 비구는 범지 타연을 교화하고, 그를 위해 범천의 법을 설명해주고 오는 중이다. 만일 다시 범천법보다 더 윗단계의 법으로 교화했더라면 법다운 법을 속히 깨닫게 했을 것이다."

  

이에 존자 사리자는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사리자여, 너는 어찌하여 범지 타연에게 범천보다 더 윗단계의 법을 가르치지 않았느냐? 만일 더 윗단계의 법으로 교화했더라면, 그는 더 빨리 법다운 법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사리자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모든 범지들은 오랫동안 범천에 집착하고 범천을 좋아하며, 범천을 구경(究竟)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들은 범천을 존경하며 실로 범천이 있다고 하면서 '우리 범천'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세존이시여, 제가 그렇게 대응해 주었나이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존자 사리자와 한량없는 대중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

1) "우물가에 가서 그곳 백성들을 괴롭혔다"는 내용이 파리본(巴利本)에는 "성 밖 소 키우는 막사에 가서 사람을 시켜 소젖을 짜고 있었다"로 되어 있다.

2) 고려대장경에는 험마천(摩天)으로 되어 있다. 송 원 명 3본(本)에 의거하여 염마천(焰摩天)으로 수정하였다.

3) 4무량심(無量心), 즉 자(慈) 비(悲) 희(喜) 사(捨) 네 가지를 일컫는 말로서 이 네 가지를 잘 닦아 익히면 능히 대범천(大梵天)의 과보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