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역 아함경/증일아함경

40. 칠일품(七日品)

실론섬 2015. 7. 12. 12:05

40. 칠일품(七日品)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은 식후에 모두 보회강당(普會講堂)에 모여 이런 논의를 하였다.

'수미산은 너무나 넓고 커서 어떤 산도 그에 미치지 못한다. 매우 기이하고 뛰어나며 넓고 크고 극히 험준하다. 그러나 그렇다해도 오래지 않아 모두 부서져 흔적도 없게된다. 수미산에 의지해 큰 산들이 또 있지만 그것 역시 부서진다.'

  

세존께서는 천이(天耳)로 비구들의 이런 이야기 들으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강당으로 가 자리에 앉으셨다.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여기 모여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가?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저희들은 여기 모여 법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껏 이야기한 것은 모두 법다운 이야기였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출가한 사람이니 응당 법을 논하고 또한 성현의 침묵도 버리지 않아야 한다. 왜냐 하면 비구들은 한 곳에 모이면 두 가지 일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두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함께 법을 논하는 것이요, 둘째는 성현의 침묵이다. 너희들이 이 두 가지를 아울러 행한다면 마침내 안온을 얻고 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너희들은 아까 어떤 법다운 논의를 하였는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저희들은 이곳에 모여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매우 기이하고 매우 뛰어나다. 저 수미산은 너무도 높고 넓고 크다. 그러나 그 수미산이 그렇다해도 오래지 않아 부서지며, 또 그 주위의 철위산(鐵圍山)1) 역시 그와 같이 부서질 것이다.'

아까 저희들은 이곳에 모여 이런 법다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 세상 경계가 부서지는 과정에 대해 듣고 싶으냐?"

비구들은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지금 곧 말씀하시어 중생들의 마음을 해탈시켜 주소서."

"너희들은 잘 사유하고 기억해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라."

비구들은 세존께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수미산은 너무도 넓고 커서 어떤 산도 그에 미치지 못한다. 비구들이여, 수미산을 알고 싶은가? 

물 위로 나온 높이가 8만 4천 유순이요, 물 속에 들어간 깊이 또한 8만 4천 유순이니라. 그 수미산은 금·은·수정·유리의 네 가지 보배로 되어 있고 그 네 모서리도 금·은·수정·유리의 네 가지 보배로 되어있느니라. 금으로 된 성엔 은으로 외곽(外郭)이 둘러쳐졌고, 은으로 된 성엔 금으로 외곽이 둘러쳐졌으며, 수정으로 된 성엔 유리로 외곽이 둘러쳐졌고, 유리로 된 성엔 수정으로 외곽이 둘러쳐졌다.

  

또 수미산 위에는 다섯 종류의 하늘이 살고 있는데, 그들은 모두 과거 인연으로 그곳에서 사는 자들이다. 어떤 것이 다섯 종류의 하늘인가? 이른바 그 은으로 된 성에는 세각천(細脚天)이 그곳에서 살고 있고, 금으로 된 성에는 시리사천(施利沙天)이 그곳에서 살고 있으며, 수정으로 된 성에는 환열천(歡悅天)이 그곳에서 살고 있고, 유리로 된 성에는 역성천(力盛天)이 그곳에서 살고 있다.

  

금성과 은성 중간에는 비사문천왕(毗沙門天王)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야차들을 거느리고 그곳에서 살고 있고, 금성과 수성성 중간에는 비류박차천왕(毗留博叉天王)이 온갖 용신들을 거느리고 그곳에서 살고 있으며, 수정성과 유리성 중간에는 비류륵차천왕(毗留勒叉天王)이 그곳에서 살고 있고, 유리성과 은성 중간에는 제두뢰타천왕(提頭賴?天王)이 그곳에서 살고 있느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수미산 아래에는 아수륜(阿須倫)이 살고 있다. 그 아수륜은 삼십삼천과 싸우려 할 때 먼저 세각천과 싸운다. 거기서 이기면 다시 금성으로 가서 시리사천과 싸우고, 시리사천에게 이기면 다시 수정성으로 가서 환열천과 싸우고, 거기서 이기면 다시 유리성으로 가고, 그곳의 역성천에게 이기면 곧 삼십삼천과 싸운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수미산 정상에는 삼십삼천이 그곳에서 살고 있는데, 밤낮으로 환하게 밝으니 이는 그들 자신의 몸에서 나온 빛들이 서로 비추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수미산을 의지해 해와 달이 도는데, 일천자(日天子)의 성곽(城郭)은 세로와 가로가 51유순이요, 월천자(月天子)의 성곽은 세로와 가로가 39유순이다. 가장 큰 별은 세로와 가로가 1유순요, 가장 작은 별은 세로와 가로가 2백 걸음이다. 수미산 정산은 동서남북으로 세로와 가로가 8만 4천 유순이다.

  

수미산 가까이 남쪽으로 큰 철위산이 있는데 길이는 8만 4천리요, 높이는 8만리다. 또 그 산 주위로 니미타산(尼彌陀山)2)이 그 산을 에워싸고 있고, 니미타산과 떨어져 또 가라산(?羅山)3)이 있으며, 그 산 밖에는 또 이사산(伊沙山)4)이라는 산이 있고, 그 산 밖에는 또 마두산(馬頭山)이라는 산이 있으며, 마두산 밖에는 비나야산(毗那耶山)5)이 있고, 비나야산 다음에는 철위산과 대철위산(大鐵圍山)이 있다.

  

철위산 중간에는 여덟 개의 큰 지옥(地獄)6)이 있고, 그 낱낱의 지옥에는 16격자(隔子)7)가 있다. 그 철위산은 염부리(閻浮里) 땅에 큰 이익을 준다. 왜냐 하면 만일 철위산이 없었다면 이 세상은 항상 악취가 가득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철위산 바깥에는 향적산(香積山)이 있고 향적산 기슭에는 8만 4천 마리 흰 코끼리가 그곳에서 살고 있는데, 모두들 여섯 개의 어금니를 가졌고 금과 은으로 주렁주렁 장식하였다. 그 향산(香山)에는 8만 4천 개의 굴이 있어 코끼리들은 거기서 살고 있는데, 모두 금·은·수정·유리로 되어있다. 그 중 가장 좋은 코끼리는 석제환인(釋提桓因)이 타고, 가장 나쁜 코끼리는 전륜성왕(轉輪聖王)이 타느니라.

  

향적산 기슭에는 또 마타(摩陀)라는 연못이 있는데 그곳에는 우발연화(優鉢蓮華)·구모두화(拘牟頭華) 등이 모두 자라므로 코끼리들은 그 뿌리를 파먹는다. 마타못 옆에는 우사가라(優?伽羅)라는 산이 있는데 그 산에는 여러 가지 초목과 새와 짐승과 벌레들이 살고, 또 그 산을 의지해 신통을 가진 도인들이 그곳에서 살고 있다. 또 반다바(般茶婆)라는 산과 기사굴산(耆??山)이 있는데 이 산들은 염부리 땅이 의지하는 곳이다.

  

비구들이여, 알라. 언젠가 때가 되어 이 세간이 부서지려 할 때면, 하늘이 비를 내리지 않아 심은 모종이 자라지 않고 작은 강과 샘들이 모두 말라버린다. 일체의 행(行)은 모두 무상함으로 돌아가 오래 머무르지 못하느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언젠가 때가 되면 이른바 긍가강(?伽江)·사두강(私頭江)·사타강(死陀江)·바차강(婆叉江)의 네 개의 큰 강도 모두 바짝 말라버린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갖가지로 덧없이 변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언제가 때가 되어 이 세상에 두 개의 해가 나타나면, 이 때 온갖 초목은 모두 시들어 떨어진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무상해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이 때 온갖 샘과 작은 강들은 모두 말라 버리느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이 세상에 두 개의 해가 나타나면, 그 때 네 개의 큰바다도 아래로 1백 유순이나 말라버리고 점점 더해 아래로 7백 유순까지 바닷물이 말라버리느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이 세상에 세 개의 해가 나타날 때면, 네 개의 큰바다는 아래로 1천 유순이나 말라버리고 점점 더해 아래로 7천 유순까지 바닷물이 말라버리느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이 세상에 네 개의 해가 나타날 때면, 네 개의 큰바다는 그 깊이가 1천 유순밖에 되지 않는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모든 행은 무상해 오래 머무르지 못하느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언젠가 때가 되어 이 세상에 다섯 개의 해가 나타나면, 이 때 네 개의 큰바다는 7백 유순밖에 바닷물이 남지 않고 그것도 점점 줄어 1백 유순이 된다.

  

비구들이여, 알라. 다섯 개의 해가 나타날 때면, 이 때 바닷물은 1유순밖에 남지 않고 그것도 점점 말라 완전히 없어진다. 다섯 개의 해가 나타날 때면 바닷물은 겨우 일곱 자 밖에 남지 않았다가 다섯 개의 해가 나타났을 때 바닷물은 남김없이 모두 말라버리고 만다. 


비구들이여, 알라. 모든 행은 무상해 오래 머무르지 못하느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언젠가 때가 되어 여섯 개의 해가 나타나면, 이 땅은 6만 8천 유순 깊이까지 모두 타 연기가 나고 수미산 역시 점점 녹아 부서지게 된다. 여섯 개의 해가 나타날 때면 이 삼천대천세계가 모두 녹아 부서지게 되니, 마치 옹기 굴에 기와를 굽는 것과 같다. 이 때 삼천대천세계도 그와 같이 온 세계가 빈틈없이 벌겋게 타오른다. 


비구들이여, 알라. 여섯 개의 해가 나타날 때면, 여덟 가지 큰 지옥도 모두 녹아 없어지고 사람들도 죄다 죽으며, 수미산을 의지해 있는 다섯 가지 하늘들도 모두 목숨을 마치고, 삼십삼천과 염천(?天), 나아가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까지도 또한 모두 목숨을 마쳐 궁전이 텅텅 비게 된다. 여섯 개의 해가 나타날 때면, 이 때 수미산과 삼천대천세계는 온통 활활 타올라 흔적도 없게된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모든 행은 무상해 오래 머무르지 못하느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언젠가 때가 되어 일곱 개의 해가 나타나면, 이 땅 6만 8천 유순 깊이까지 그리고 삼천대천세계에 모두 불길이 치솟는다. 또 일곱 개의 해가 나타날 때면 저 수미산도 점점 녹아 내려 백천 유순 높이가 저절로 무너져 흔적도 없게되니, 티끌이나 연기도 볼 수 없는데 더구나 그 재를 볼 수 있겠는가? 이 때는 삼십삼천과 나아가 저 타화자재천의 궁전까지 다 불에 타고 그 불꽃이 범천(梵天)까지도 올라간다. 범천의 궁전에 새로 태어난 천자들은 지금까지 그런 겁의 말기에 일어나는 불길을 본적이 없으므로 그 불빛을 보고는 불에 탈까봐 모두들 두려워한다. 그러나 오래 전 그곳에 태어난 천자들은 그런 겁의 말기에 일어나는 불길을 일찍이 본적이 있기 때문에 곧 뒤에 태어난 천자들은 찾아가 이렇게 위로한다.

'너희들은 두려워하지 말라. 저 불은 결코 여기까지 오지 않는다.'

  

비구들이여, 알라. 일곱 개의 해가 나타날 때, 이 세간에서 여섯 하늘에 이르기까지 나아가 삼천대천세계가 모두 재가 되고 또 어떤 형태의 물질도 없게 된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모든 행은 무상해 오래 보존할 수 없고 모두 소멸도 돌아가고 마느니라. 그 때 사람들은 목숨을 마치고 모두 타방 세계에 태어나거나 혹은 천상에 태어난다. 설사 지옥에 있던 중생이라도 묵은 죄가 이미 끝났다면 천상이나 혹은 타방 세계에 태어나고, 지옥에 있던 중생으로서 지은 죄가 끝나지 않았으면 다시 타방세계로 옮겨간다. 비구들이여, 알라. 일곱 개의 해가 나타날 때면, 다시는 해와 달의 광명과 별들의 비춤이 없게 된다. 이 때 해와 달은 이미 없어져 다시는 낮과 밤이 없다. 비구들이여, 이른바 인연의 과보로 말미암아 이렇게 파괴되는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또 알라. 그 무너진 겁이 다시 이루어질 때, 언젠가 때가 되면 불길이 저절로 꺼지고 허공에서 큰 구름이 일어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 때 이 삼천대천세계는 물이 가득 차 범천까지 이르게 될 것이다. 비구들이여, 알라. 이 때 그 물은 차차 정지했다가 스스로 말라버린다.

  

거기에 다시 수람(隨嵐)8)이라는 바람이 일어난다. 그 바람은 그 물을 불어 한곳에 모으고, 다시 1천 수미산·1천 기미타산·1천 니미타산·1천 가라산·1천 이사산·1천 비나야산·1천 철위산·1천 대철위산을 만들고, 또 8천 지옥을 만들며, 다시 1천 마두산·1천 향적산·1천 반다바산·1천 우사가산9)·1천 염부제·1천 구야니·1천 불우체·1천 울단왈을 만들고, 다시 1천 개의 사해(四海)를 만들며, 1천 개의 사천왕궁·1천 개의 삼십삼천·1천 염천·1천 도술천·1천 화자재천·1천 타화자재천을 만드느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언젠가 때가 되면 물이 없어지고 땅이 다시 생긴다. 그 때 땅 위에 지비(地肥)가 저절로 생기는데, 너무도 향기롭고 맛있는 것이 감로(甘露)보다 훌륭하다. 그 지비의 맛이 궁금한가? 달달한 포도주 맛과 같으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언제가 때가 되어 광음천(光音天)은 저희끼리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저 염부제로 가서 그 지형을 살펴보고 곧장 돌아오자.'


광음천자(光音天子)들은 이 세상에 내려왔다가 지비가 있는 것을 보고는 곧 손가락으로 찍어 맛보고는 집어먹었다. 이 때 지비를 많이 먹은 천자는 점점 위신과 광명이 없어지고 몸이 무거워지며 뼈와 살이 생겨 곧 신족(神足)을 잃고 다시는 허공을 날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비를 적게 먹은 천자는 몸이 무거워지지 않고 신족도 잃지 않아 허공을 날 수 있었느니라.

  

이 때 신통을 잃은 천자들은 모두 울부짖으면서 저희끼리 '우리는 이제 너무도 처량한 처지가 되었다. 신통을 잃어 다시는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 세상에 살게 되었으니, 그것은 지비를 먹었기 때문이다'고 말하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때 탐욕이 많은 천자는 곧 여자가 되어 정욕을 행하면서 서로 즐겼다. 


비구들이여, 이른바 세상이 처음 생겼을 때 이런 음행하는 법이 있어 세상에 퍼졌으니, 이는 옛날부터 항상 있었던 법이다. 이 세상에는 반드시 여인이 있기 마련이니 이는 지금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옛날도 그러했다. 이 때 다른 광음천들은 이 천자가 타락한 것을 보고 모두 와서 꾸짖었다.

'너희들은 왜 이런 더러운 짓을 하느냐?'

그 때 타락한 중생들은 생각했다.

'우리는 방법을 궁리해 남들이 보지 못하게 하고 같이 자자.'

그렇게 해서 집을 짓고 그 몸뚱이를 가리게 되었다. 비구들이여, 이른바 이런 인연으로 지금의 집이 있게 되었다.

  

비구들이여, 알라. 언젠가 때가 되어 지비는 저절로 땅으로 들어가고 그 후 멥쌀이 자랐다. 그것은 너무도 곱고 깨끗하며 또 껍질이 없고 향기도 좋아 사람을 살찌우고 하얗게 한다. 그것은 아침에 베면 저녁에 다시 나고 저녁에 베면 아침에 다시 났다. 비구들이여, 이른바 그 때 처음으로 멥쌀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비구들이여, 언젠가 때가 되어 사람들은 게을러져 생활에 힘쓰지 않게 되었다. 그 때 어떤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무엇 하러 날마다 이 멥쌀을 거두는가? 이틀에 한 번씩만 거두자.'

그래서 그는 이틀에 한 번씩 멥쌀을 거두었다. 그 때 그들은 차차 아이를 배게 되었고, 그로 말미암아 '난다'는 사실이 있게 되었다.

  

또 어떤 중생이 그 중생에게 '우리 함께 멥쌀을 거두러 가자'고 말하자 그 사람은 '나는 이틀 양식을 이미 준비해놓았다'고 대답하였다. 이 사람은 그 말을 듣고 '그럼 나는 나흘 치 양식을 쌓아두리라'고 생각하고는 곧 나흘 치 양식을 준비하였다.

 

또 다른 중생이 그 중생에게 '우리 함께 멥쌀을 거두러 가자'고 말하자 그 사람은 '나는 나흘 치 양식을 이미 거둬놓았다'고 대답하였다. 이 사람은 그 말을 듣고 '그럼 나는 여드레 치 양식을 준비하리라'고 생각하고는 곧 여드레치 양식을 쌓아두었다.

 

그 때부터 그 멥쌀이 다시는 나지 않았다. 중생들은 제각기 생각하였다.

'세상에 큰 재앙이 닥쳤다. 이젠 멥쌀이 예전처럼 나지 않게 되었다. 이제 이 멥쌀을 고루 나누자.'

들은 곧 그 멥쌀을 나눠가졌다. 


그 때 한 중생이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내 멥쌀은 감추어 두고 남의 멥쌀을 훔쳐야겠다.'

그래서 그 중생은 자기 멥쌀은 감추어 두고 남의 멥쌀을 홈쳤다.

멥쌀 주인은 그것을 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왜 내 멥쌀을 가져가느냐? 이번만은 네 죄를 용서해 주겠으니 다시는 범하지 말라.'

그 때 이 세상에는 처음으로 도둑질하는 마음이 있게 되었다. 


이 때 또 다른 중생이 이 말을 듣고 생각하였다.

'나도 이제 내 멥쌀을 감추고 남의 멥쌀을 훔치리라.'

그래서 그 중생은 곧 자기 몫은 놔두고 남의 몫을 가져왔다. 주인은 그것을 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네가 왜 내 멥쌀을 가져가느냐?'

그러나 그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 주인은 곧 주먹으로 그를 때리면서 말하였다.

'지금부터는 다시 침범하지 말라.'


그 때 많은 사람들은 중생들이 서로 도둑질한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모여 저희끼리 말하였다.

'세상에 서로 훔치는 나쁜 법이 있다. 이제 우리의 토지를 지킬 사람을 세워 토지를 지키게 하자. 총명하고 재주가 뛰어난 사람을 우리의 토지를 지킬 자로 추대하자.'

그들은 곧 토지의 수호자들을 뽑고 그에게 말하였다.

'당신들은 알아야 합니다. 세상에 물건을 훔치는 나쁜 법이 있으니, 당신들이 토지를 지켜준다면 값을 치르겠소. 누구든 몰래 들어와 남의 멥쌀을 훔치는 자가 있거든 곧 그 죄를 벌하시오.'

그 때 토지의 수호자를 두게 되었다.

  

비구들이여, 알라. 그 때 그 토지의 수호자를 찰리종(刹利種)이라 불렀느니라. 그러나 그것은 다 옛날 법으로서 지금의 법은 아니니라."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처음으로 찰리 종족이 생겨

  모든 성 가운데서 최상이 되었고

  총명하고 재주가 뛰어난 그들

  천상과 인간의 존경을 받았네.


"그때부터 남의 물건을 침범하는 이가 있으면 찰리가 즉시 그들을 잡아들여 법으로 다스렸다. 그러나 그 죄를 고치지 않고 일부러 다시 범하는 자가 생기자 찰리의 주인은 곧 명령하여 칼이나 몽둥이를 만들게 하고는 그를 잡아들여 그 목을 베고 나무에 매달았다. 그 때부터 이 세상에 처음으로 살생이 있게 되었느니라.

  

사람들은 '멥쌀을 훔치는 자는 찰리 주인이 곧 잡아서 죽인다'는 명령을 듣고 모두들 두려워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초막을 짓고 들어앉아 좌선하면서 범행을 닦으며 마음을 오로지 하였다. 즉 가업과 처자와 며느리를 버리고 홀로 그 마음을 고요히 하며 범행을 닦았다. 이로 말미암아 바라문(婆羅門)이라는 성명이 있게 되었으니, 이렇게 그때부터 두 종성이 이 세상에 있게 되었느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그 때 도둑으로 말미암아 살생이 있게 되었고, 살생으로 말미암아 칼과 몽둥이가 생기자, 그 때 찰리 주인은 백성들에게 말하였다.

'단정하고 재주가 뛰어난 자가 있으면 그로 하여금 이 백성들을 통치하게 하리라.'

또 말하였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자가 있으면 그로 하여금 그 죄를 다스리게 하리라.'

  

그 때부터 비사(毗舍) 종성이 이 세상에 있게 되었다. 그 때 여러 중생들은 생각하였다.

'지금 중생들이 서로를 죽이는 것은 다 그 직업 때문이다. 나는 지금부터 그들을 위해 심부름해 줌으로써 생활해 가리라.'

그래서 그 때부터 수다라(首陀羅) 종성이 이 세상에 나타났느니라."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맨 처음엔 찰리종이 있게 되었고

  그 다음엔 바라문이 있게 되었으며

  다음 세 번째는 그 이름 비사

  또 다음엔 수타라 성 있게 되었네.


  이 네 가지 종성이 있어

  차차 서로 의지해 살아가게 되었으니

  그들은 모두 하늘에서 생긴 몸

  모두가 같은 한 빛깔이다.


"비구들이여, 알라. 그 때 죽이고 훔치는 마음이 있게 되자 그 자연의 멥쌀은 완전히 없어졌느니라.

그 때 곧 다섯 가지 종자가 있게 되었다. 첫째는 뿌리 종자, 둘째는 줄기 종자, 셋째는 가지 종자, 넷째는 꽃 종자, 다섯 째는 열매 종자와 또 그밖에 다른 방법으로 자라는 종자이다. 이것을 다섯 가지 종자라 하는데 이것들은 다 다른 나라에서 바람에 불려 온 것으로서 그것을 취해 종자로 삼아 스스로 살아가게 되었느니라.

  

비구들이여, 세상에는 이와 같은 징조로써 곧 태어남·늙음·병듦·죽음이 있어 오늘날 5성음(盛陰)의 이 몸이 있게되었고 괴로움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이것이 이른바 겁이 이루어지고 무너지는 때의 변화이니라.

  

내가 너희들에게 한 말은 모든 불세존들께서도 항상 행하신 바로서, 이제 너희들에게 모두 설명하였다. 너희들은 고요한 곳에 한가히 지내기를 즐기고 고요히 생각하며 좌선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 지금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뒤에 후회하여도 아무 이익이 없느니라. 이것이 내 가르침이니라."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

1) 팔리어로는 Cakkav la-pabbata이고 철륜위산(鐵輪圍山)·금강산(金剛山)이라고 한다.

2) 니미타(尼彌陀)는 팔리어로 Nemindhara이고 니민다(尼民陀)라고도 하며 지변(持邊)·지지(持地)로 한역하기도 한다. 일곱 겹의 금산(金山) 중 가장 바깥쪽에 있는 산이다.

3) 가라(?羅)는 팔리어로 Karav ka이고 가라치(訶羅置)라고도 하며 첨목(?木)·공파(空破)로 한역하기도 한다. 이 산에는 보배나무가 자라는데 그 모양이 첨산목(?山木)과 비슷하다고 한다.

4) 이사(伊沙)는 팔리어로 sadhara이고 이사다(伊沙陀)라고도 하며 지축(持軸)·자재지(自在持)로 한역하기도 한다.

5) 비나야(毗那耶)는 팔리어로 Vinataka이고 장애(障?)·상비(象鼻)로 한역하기도 한다.

6) 나락가(那落迦:naraka), 니리(泥犁:niraya)라고도 하며, 불락(不樂)·가염(可厭)·고구(苦具)·고기(苦器)·무유(無有)로 한역하기도 한다.

7) 『장아함』 제30경인 「세기경(世記經)」 지옥품(地獄品)에는 16소지옥(小地獄)으로 되어 있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 가란다죽원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마갈국(摩竭國)의 왕 아사세(阿?世)는 여러 신하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저 발지국(拔祇國)은 매우 풍요롭고 백성들이 매우 많다. 내 저 나라를 정벌해 저 땅을 빼앗으리라."

이 때 아사세왕은 바리가(婆利迦) 바라문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지금 세존께 가서 내 이름으로 문안드리며 예배하고는 '아사세왕은 세존께 여쭈었습니다. 저 발지국을 정벌하려하는데 어떻겠습니까'고 아뢰어라. 그리고 만일 세존께서 무슨 말씀이 계시거든 너는 잘 기억해두었다가 내게 와서 말하라. 왜냐 하면 여래께서는 결코 두 가지로 말씀하지 않으시기 때문이니라."

바라문은 왕의 명령을 받고 세존께 찾아가 안부를 여쭙고는 한쪽에 앉았다. 


바라문이 세존께 아뢰었다.

"아사세왕은 세존께 예배하고 받들어 문안드렸습니다."

또 거듭 아뢰었다.

"저 발지국을 정벌하려 하는데 먼저 부처님께 찾아와 여쭙습니다. 어떻겠습니까?"

바라문은 옷으로 머리와 다리를 감싸고 상아로 만든 신을 신고 허리에는 날카로운 칼을 차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는 설법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세존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발지 백성들이 일곱 가지 법을 닦는다면 결코 외적들에 의해 파괴되지 않을 것이다. 일곱 가지 법을 법이란 무엇인가? 만일 발지국 백성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흩어지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에 의해 파괴되지 않을 것이니, 이것이 외적에게 패하지 않는 첫 번째 법이니라.

  

또 아난아, 발지국 백성들이 위아래로 서로 화합하고 순종한다면 그들은 바깥 사람들에게 사로잡히지 않을 것이다. 아난아, 이것이 외적들에 의해 파괴되지 않는 두 번째 법이니라.

  

또 아난아, 만일 발지국 백성들이 음탕하지 않아 남의 여자를 탐내지 않는다면 이것이 외적들에 의해 파괴되지 않는 세 번째 법이니라.

  

또 아난아, 만일 발지국 백성들이 여기에서 들은 것을 저기 가서 전하지 않고, 저기에서 들은 것을 여기 와서 전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외적들에 의해 파괴되지 않는 네 번째 법이니라.

  

또 아난아, 만일 발지국 백성들이 사문과 바라문을 공양하고 범행 닦는 이들을 섬기며 예배한다면 이것이 다섯 번째 법이니, 이때는 외적들에 의해 파괴되지 않느니라.

  

또 아난아, 만일 발지국 백성들이 남의 재물을 탐내지 않는다면 이것이 외적들에 의해 파괴되지 않는 여섯 번째 법이니라.

  

다시 아난아, 만일 발지국 백성들이 모두 한마음이 되어 절만을 향하지 않고 그 뜻을 오로지 한다면 이것이 외적들에 의해 파괴되지 않는 일곱 번째 법이니라.

  

아난아, 이른바 저 발지국 백성들이 이 일곱 가지 법을 닦는다면 결코 외적들에 의해 파괴되지 않을 것이니라."

  

이 때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설사 그들이 한 가지 법만 성취하더라도 파괴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일곱 가지 법을 닦는데 어떻게 파괴할 수 있겠습니까? 그만하시지요, 그만하시지요. 세존이시여. 나라 일이 너무 많아 이만 돌아갈까 합니다."

범지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그 범지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타락하지 않게 하는 일곱 가지 법을 설명하리니 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잘 사유해 기억하라."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부처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타락하지 않게 하는 일곱 가지 법이란 무엇인가?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일 비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 화합하고 순종하며 위아래가 서로를 받들고 위를 향해 자꾸 나아간다면, 온갖 착한 법을 닦으며 물러나지 않고 또 악마가 틈을 노리지 못할 것이니, 이것이 타락하지 않게 하는 첫 번째 법이니라.

  

다음에는 비구들이 서로 화합하고 가르침을 순종하며 위를 향해 자꾸 나아간다면 마왕에게 파괴되지 않을 것이니, 이것이 타락하지 않게 하는 두 번째 법이니라.

  

다음에는 비구들이 세상일에 집착하지 않고 세상의 영화에 힘쓰지 않으며 위를 향해 자꾸 나아간다면 악마의 하늘이 틈을 노리지 못할 것이니, 이것이 타락하지 않게 하는 세 번째 법이니라.

  

다음에는 비구들이 세상의 잡된 서적을 읽지 않고 온종일 그 마음을 채찍질하면서 위를 향해 자꾸 나아간다면 마왕이 틈을 노리지 못할 것이니, 이것이 타락하지 않게 하는 네 번째 법이니라.

  

다음에는 비구들이 그 법을 부지런히 닦으면서 잠을 떨어버리고 항상 스스로 깨어 있으면서 위를 향해 자꾸 나아간다면 마왕이 틈을 노리지 못할 것이니, 이것이 타락하지 않게 하는 다섯 번째 법이니라.

  

다음에는 비구들이 산술을 배우지 않고 또 남들에게 익히게 하지도 않으며, 한적한 곳을 즐기며 그 법을 닦는다면 악마가 틈을 노리지 못할 것이니, 이것이 타락하지 않게 하는 여섯 번째 법이니라.

  

다음에는 비구들이 일체 세간은 즐거워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일으켜 선정을 익히고 어떤 가르침도 참아내면서 위를 향해 자꾸 나아간다면 악마가 틈을 노리지 못할 것이니, 이것이 타락하지 않게 하는 일곱 번째 법이니라.

  

만일 비구들이 이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하여 서로 화합하고 순종한다면 악마가 틈을 노리지 못할 것이니라."

  

세존께서는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세상의 잡된 일 덜어 버리고

  또 어지러운 일 생각지 말라

  만일 그렇게 행하지 않는다면

  삼매도 또한 얻지 못하리라.


  법을 즐거워할 수 있다면

  그 법의 뜻을 잘 분별하리라

  비구가 이 행을 즐거워한다면

  그는 곧 삼매를 성취하리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부디 방편을 구해 이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하도록 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곳에서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7사(使)10)를 설명하리니 너희들은 잘 사유해 기억하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일곱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탐욕의 번뇌[欲使]요, 둘째는 성냄의 번뇌[?使]며, 셋째는 교만의 번뇌[?慢使]요, 넷째는 어리석음의 번뇌[癡使]며, 다섯째는 의심의 번뇌[疑使]요, 여섯째는 소견의 번뇌[見使]며, 일곱째는 욕심세계의 번뇌[欲世間使]니라.

  

비구들이여, 이른바 이 7사(使)가 중생들을 영원히 어둠 속에서 지내게 하고 그 몸을 묶어 세상을 이리저리 떠돌며 쉴 새 없게 하며, 또 생사의 근본을 알지 못하게 하느니라. 이는 마치 흰 소와 검은 소가 한 멍에에 묶여 서로를 끌어당기면서 서로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중생들도 그와 같아서 탐욕의 번뇌와 무명의 번뇌에 결박되어 서로 벗어나지 못하고, 그 나머지 다섯 가지 번뇌도 또한 추종하며 다섯 가지 번뇌가 따르게 된다. 7사를 따라 다니는 것도 그와 같으니라. 만일 범부가 이 7사(使)에 묶인다면 생사에 흘러 다니면서 해탈하지 못하고, 괴로움의 근본도 알지 못할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이 7사로 말미암아 곧 지옥·축생·아귀의 세 갈래 나쁜 길이 있게 되고, 또 7사로 말미암아 악마의 경계를 벗어나지 못하느니라.

  

그런데 이 7사에는 또 일곱 가지 약이 있다. 일곱 가지란 무엇인가? 

탐욕의 번뇌는 염각의(念覺意)로 다스리고, 성냄의 번뇌는 법각의(法覺意)로 다스리며, 삿된 소견의 번뇌는 정진각의(精進覺意)로 다스리고, 욕심세계의 번뇌는 희각의(喜覺意)로 다스리며, 교만의 번뇌는 의각의(?覺意)로 다스리고, 의심의 번뇌는 정각의(定覺意)로 다스리며, 무명의 번뇌는 호각의(護覺意)로 다스린다. 비구들이여 이른바 이 7사(使)는 7각의(覺意)로 다스리느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나는 옛날 불도를 이루지 못하고 보살 행을 할 때, 보리수 밑에 앉아 이렇게 생각하였다.

'욕심세계의 중생들은 무엇에 얽매여 있는가?'


그리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중생들은 7사 때문에 생사에 흘러 다니면서 영원히 해탈하지 못한다. 나도 지금 이 7사에 얽매여 해탈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7사는 무엇으로 다스릴 수 있을까?'


그리고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7사는 7각의로 다스려야 한다. 나는 7각의를 생각하자.'

  

7각의를 생각했을 때 번뇌의 마음이 완전히 없어져 곧 해탈하였고, 그 뒤에 위없는 바른 도를 성취하게 되었으며, 7일 동안 가부좌하고 그 7각의를 거듭 사유하였었느니라.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7사(使)를 버리고자 한다면 이 7각의(覺意)를 생각하며 수행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

10) 7수면(隨眠)이라고도 하는데, 수면은 근본번뇌의 다른 명칭이다. 그 작용이 매우 미세하여 알아차리기 어렵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곳에서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섬길만하고 공경할만한 사람이 일곱 종류 있으니, 이들은 세상의 위없는 복밭이니라. 어떤 이들이 일곱 종류의 사람인가? 


첫째는 자애로운 이들이요, 둘째는 불쌍히 여기는 이들이며, 셋째는 기뻐하는 이들이요, 넷째는 평정을 지키는 이들이며, 다섯째는 공(空)을 아는 이들이요, 여섯째는 잡생각이 없는 이들이며, 일곱째는 바라는 것이 없는 이들이다. 


이들이 이른바 섬길만하고 공경할만한 일곱 종류의 사람으로서 이들은 세상의 위없는 복밭이니라. 왜냐 하면 이 일곱 가지 법을 행하는 중생이 있으면 그는 현세에서 그 과보를 얻기 때문이니라."

  

그 때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어찌하여 수다원·사다함·아나함·아라한·벽지불은 말씀하지 않으시고 이 일곱 가지만 말씀하십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자애로운 이들을 비롯한 일곱 종류 사람들의 행은 수다원 내지 부처와 같지 않다. 비록 수다원과 내지 부처에게 공양한다하더라도 현세에서 그 과보를 얻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 일곱 종류 사람들에게 공양하면 그는 현세에서 과보를 얻는다. 그러므로 아난아, 부디 부지런히 힘쓰고 용기를 내어 이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하도록 하라. 아난아,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비사리(毗舍離)의 미후지(??池) 가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당시 세존께서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아난을 데리고 비사리로 들어가 걸식하셨다. 


무렵 비사리성에는 비라선(毗羅先)이라는 큰 장자가 있었는데, 그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인색하고 탐욕스러워 보시할 마음은 조금도 없고 오직 과거에 지은 복을 먹기만 하고 새 복은 짓지 않았다. 그 장자가 많은 미녀들을 거느리고 후궁에서 풍류를 즐기고 있을 때였다.

  

세존께서는 그 거리로 가시어 아시면서 일부러 아난에게 물으셨다.

"지금 풍류 소리가 들리는 저 집은 누구 집인가?"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것은 비라선 장자 집입니다."

"저 장자는 지금부터 이레 뒤에 목숨을 마치고 체곡지옥(涕哭地獄)에 떨어질 것이다. 왜냐 하면 그것은 늘 있어왔던 법도로서, 선근을 끊은 사람은 목숨을 마친 뒤 모두 체곡지옥에 태어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저 장자는 과거에 지은 복이 이미 다하고 새 복은 짓지 않았다."

"혹 저 장자가 이레 뒤에 목숨을 마치지 않게 할 수 있는 인연이 있습니까?"

"목숨을 마치지 않게 할 인연은 없다. 과거에 지은 업이 이제 다했으니 그것은 면할 수 없느니라."

"그러면, 저 장자를 체곡지옥에 태어나지 않게 할 방법은 없습니까?"

"이 방법을 쓴다면 저 장자를 지옥에 들어가지 않게 할 것이다."

"어떤 방법이면 저 장자를 체곡지옥에 들어가지 않게 하겠습니까?"

"만일 저 장자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배운다면 죄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제가 이제 저 장자를 출가시켜 도를 배우게 하겠습니다."

  

아난은 곧 세존을 하직하고 그 장자 집으로 가서 문밖에 섰다. 그 때 장자는 아난이 온 것을 멀리서 보고 곧 나가 맞이하며 앉기를 청하였다. 


아난은 그 장자에게 말하였다.

"저는 방금 일체지(一切智)를 가지신 분에게서 들었습니다. 그런데 여래께서 그대가 지금부터 이레 뒤에 목숨을 마치고 체곡지옥에 태어날 것이라고 예언하셨습니다."

"혹 제가 이레 뒤에 목숨을 마치지 않게 할 수 있는 인연은 있습니까?"

"이레 뒤에 목숨을 마치지 않게 할 인연은 없습니다."

"그럼 혹 제가 목숨을 마친 뒤에 체곡지옥에 태어나지 않게 할 수 있는 인연은 있습니까?"

"세존께서는 또, 만일 장자께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배운다면 지옥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이 지금 출가하여 도를 배운다면 저쪽 언덕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장자는 말하였다.

"아난이여, 우선 먼저 가십시오. 저도 곧 바로 따라가겠습니다."

아난은 곧 그를 두고 떠났다. 


장자는 생각하였다.

'이레라고 하였으니 아직은 멀었다. 나는 일단 지금은 다섯 가지 욕망[五欲]을 즐기자. 그런 후에 출가하여 도를 배우자.'


아난은 그 이튿날 다시 장자 집으로 가서 그에게 말하였다.

"하루가 지났으니 이제 엿새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 즉시 출가해야 합니다."

장자는 말하였다.

"아난이여, 우선 먼저 가십시오. 저도 곧 바로 따라가겠습니다."

  

그러나 그 장자는 여전히 떠나지 않았다. 아난은 이틀 사흘 나아가 엿새가 되는 날에도 장자의 집으로 가 그에게 말하였다.

"지금 즉시 출가해야 합니다.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습니다. 만일 출가하지 않는다면 오늘 목숨을 마치고 체곡지옥에 태어날 것입니다."

장자는 아난에게 말하였다.

"아난이여, 우선 먼저 가십시오. 곧 바로 뒤를 따라가겠습니다."

  

아난은 말하였다.

"장자여, 지금 도대체 어떤 신통으로 저기 갈 수 있기에 저를 먼저 가라고 하십니까? 이번만큼은 우리 함께 갑시다."


그리하여 아난은 그 장자를 데리고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이 장자가 출가하여 도를 배우겠다고 합니다. 원컨대 여래께서는 수염과 머리를 깎도록 허락하여 도를 배울 수 있게 하소서."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직접 그 장자를 제도하라."

  

아난은 부처님 분부를 받고 곧 장자의 수염과 머리를 깎아주고 세 가지 법의를 입히고 바른 법을 배우게 하였다. 이 때 아난은 그 비구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그대는 생각하며 수행하라. 즉 부처님을 생각하고, 법을 생각하며, 비구승을 생각하고, 계율을 생각하며, 보시를 생각하고, 하늘을 생각하며, 휴식을 생각하고, 호흡을 생각하며, 몸을 생각하고, 죽음을 생각하라. 이와 같은 법을 수행하여야 한다. 비구여, 이른바 이 열 가지를 생각하는 자는 큰 과보를 얻어 감로법의 맛을 보게 될 것이다."

  

이 때 비라선은 이러한 법을 수행하고 나서 그 날로 목숨을 마치고 사천왕천에 태어났다. 아난은 곧 그를 화장하고 세존께 돌아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섰다.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아까 그 비라선 비구는 이제 목숨을 마치고 어디 태어났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비구는 목숨을 마치고 지금 사천왕천에 태어났느니라."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어디에 태어나게 됩니까?"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삼십삼천에 태어날 것이요, 계속해서 다시 염천(?天)·도술천(兜術天)·화자재천(化自在天)·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태어날 것이요,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다시 돌아와 사천왕천에 태어날 것이다. 아난아, 이와 같이 비라선 비구는 일곱 번 천상과 인간을 두루 돌아다닌 후 마지막에 사람의 몸을 얻어 출가하고 도를 배워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것이다. 왜냐 하면 그는 여래를 믿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니라.


아난아, 알라. 이 염부제 땅은 남북이 2만 1천 유순이요, 동서가 7천 유순인데, 만일 어떤 사람이 이 염부제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양한다면 그 복을 많다고 하겠는가?"

아난은 아뢰었다.

"매우 많습니다,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중생이 소 젖을 짜는 동안만이라도 믿는 마음을 끊지 않고 이 10념(念)을 닦는다면 그 복은 너무도 많아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부디 방편을 구해 10념을 닦도록 하라. 아난아,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2권 10번째 소경인 「누진경(漏盡經)」과 후한(後漢) 시대 안세고(安世高)가 한역한 『불설일체류섭수인경(佛說一切流攝守因經)』이 있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곳에서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최고로 미묘한 법을 설명하리라. 그것은 처음도 중간도 마지막도 좋고 뜻이 심오하며 범행을 완전히 갖추어 닦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을 모든 번뇌를 깨끗이 하는 법이라 이름하나니, 너희들은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왜 이 경을 모든 번뇌를 깨끗이 하는 법이라 이름하는가? 

어떤 번뇌는 봄으로 말미암아 끊어지고, 어떤 번뇌는 공경함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며, 어떤 번뇌는 가까이함으로 말미암아 끊어지고, 어떤 번뇌는 멀리함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며, 어떤 번뇌는 즐김으로 말미암아 끊어지고, 어떤 번뇌는 위의로 말미암아 끊어지며, 어떤 번뇌는 사유로 말미암아 끊어지느니라.

  

어떤 번뇌가 봄[見]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는가? 

이른바 범부는 성인을 보지 못하고 여래의 법을 순종하지 않으며, 성현의 법을 옹호하지 않고 선지식을 가까이하지 않으며, 선지식과 함께 일하지 않는다. 그래서 법을 듣고는 사유해야 할 법은 분별하지 않고 사유하지 말아야 할 것을 사유한다. 그래서 생기지 않았던 탐욕의 번뇌[欲漏]가 생기고 이미 생긴 탐욕의 번뇌는 더욱 많아지며, 생기지 않았던 생존의 번뇌가 생기고 이미 생긴 생존의 번뇌는 더욱 많아지며, 생기지 않았던 무명의 번뇌가 생기고 이미 생긴 무명의 번뇌는 더욱 많아진다. 이것이 사유하지 말아야 할 법을 사유한다는 것이니라.

  

그는 어떤 법을 사유해야 하는데 그 법을 사유하지 않는가? 

이른바 사유할 법이란, 생기지 않은 탐욕의 번뇌를 생기지 못하게 하고 이미 생긴 탐욕의 번뇌는 없애며, 생기지 않은 생존의 번뇌를 생기지 못하게 하고 이미 생긴 생존의 번뇌는 없애며, 생기지 않은 무명의 번뇌를 생기지 못하게 하고 이미 생긴 무명의 번뇌는 없애는 것이다. 이른바 이런 법은 사유해야하는데 사유하지 않고 사유하지 말아야 할 것을 사유한다. 사유해야 할 것을 사유하지 않아 생기지 않았던 탐욕의 번뇌가 생기고 이미 생긴 탐욕의 번뇌가 더욱 많아지며, 생기지 않았던 생존의 번뇌가 생기고 이미 생긴 생존의 번뇌가 더욱 많아지며, 생기지 않았던 무명의 번뇌가 생기고 이미 생긴 무명의 번뇌는 더욱 많아진다.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어떨까, 아주 먼 옛날이 있었을까? 지금의 나도 아주 먼 옛날에 존재했을까?'

또 이렇게도 생각한다.

'아주 먼 옛날이 없었을까? 아주 먼 옛날엔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을까? 아주 먼 옛날엔 누구로 있었을까? 어떨까, 또 아주 먼 미래가 있을까? 지금의 나도 아주 먼 미래에 존재할까?'

혹은 또 이렇게 말한다.

'아주 먼 미래는 없을까? 아주 먼 미래엔 어떻게 존재하게 될까? 아주 먼 미래엔 누가 될까? 어떨까, 이 중생들은 아주 긴 시간 동안 존재할까? 이 중생들이 아주 긴 시간 동안 존재한다면 어디에서 온 걸까? 여기서 목숨을 마치면 어디에 태어날까?'

  

그는 이런 나쁜 생각을 내고는 곧 여섯 가지 소견을 일으키고 계속해서 삿된 소견을 낸다. 즉 '나[我]는 있다'는 소견을 확실히 가지고, '나는 없다'는 소견을 확실히 가지며, '나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소견을 확실히 가진다. 또 그 몸을 관찰하고는 '자기에게서 자기를 볼 수 없다'는 소견을 일으키고, '나 없음에서 나 없음을 볼 수 없다'는 이런 소견을 일으킨다. 그 가운데서 이런 소견들을 일으킨다. 

그들은 다시 이런 삿된 소견을 일으킨다.

'나란 곧 금생에도 이러하고 후생에도 이러하다. 언제나 세상에 존재하면서 없어지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으며 옮기지도 않는다.'

  

이것이 이른바 삿된 소견의 무더기이다. 삿된 소견의 재앙·근심·슬픔·괴로움·번민은 모두 이것으로 말미암아 생겨 고칠 수 없고 또 버릴 수도 없어 괴로움의 근본을 더욱 더해 간다. 그래서 사문의 행과 열반의 길을 가지 못하느니라.

  

또 비구들이여, 현성의 제자는 그 법을 닦되 차례를 잃지 않고 잘 옹호하며 선지식과 더불어 함께 일한다. 그는 능히 분별하여 사유하지 말아야 할 법도 잘 알고 사유해야 할 법도 잘 안다. 그래서 그는 사유하지 말아야 할 법을 사유하지 않고 사유해야 할 법을 사유하느니라.

  

그는 사유하지 말아야 할 어떤 법을 사유하지 않는가? 모든 법에 있어서 생기지 않았던 탐욕의 번뇌가 생기고 이미 생긴 탐욕의 번뇌는 더욱 많아지며, 생기지 않았던 생존의 번뇌가 생기고 이미 생긴 생존의 번뇌는 더욱 많아지며, 생기지 않았던 무명의 번뇌가 생기고 이미 생긴 무명의 번뇌는 더욱 많아진다면, 이른바 이런 법은 사유하지 말아야 할 법이므로 사유하지 않는다.

  

그는 사유해야 할 어떤 법을 사유하는가? 모든 법에 있어서 생기지 않은 탐욕의 번뇌가 생기지 않고 이미 생긴 탐욕의 번뇌를 없애며, 생기지 않은 생존의 번뇌가 생기지 않고 이미 생긴 생존의 번뇌를 없애며, 생기지 않은 무명의 번뇌는 생기지 않고 이미 생긴 무명의 번뇌를 없애며, 이른바 이런 법은 사유해야 할 법이므로 사유한다.

  

그는 사유하지 말아야 할 것은 사유하지 않고 사유해야 할 것은 사유한다. 그는 이렇게 사유하여 곧 세 가지 법을 없애니,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몸이 있다고 보는 소견과 그릇된 계율에 대한 집착과 의심이다. 이것을 바로 알고 보지 못하면 번뇌의 행이 더할 것이요, 만일 잘 보고 듣고 생각하고 알면 번뇌의 행이 더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알고 이미 보았다면 번뇌가 생기지 않을 것이니, 이른바 이런 번뇌가 봄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는 것이다.

  

그 어떤 번뇌가 공경함[恭敬]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는가? 

이른바 비구는 굶주림과 추위를 참고, 비바람·모기·등에와 욕설과 비난으로 매우 고달프고 몸에 병이 생겨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곧 죽을 지경이 되더라도 그것을 능히 참아낸다.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하면 곧 괴로움이 생기고 만일 그것을 참으면 이런 괴로움은 생기지 않는다. 이른바 이런 번뇌가 공경함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는 것이다.

  

그 어떤 번뇌가 가까이함[親近]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는가? 

이른바 비구는 조심해서 옷을 받고는 그것을 호사로 생각하지 않으며, 다만 그것으로 몸을 지탱하고, 추위와 더위를 피하며, 비바람이 몸에 들이치지 않게 하고, 몸을 가려 알몸을 드러내지 않을 생각만 한다. 또 조심해서 때맞춰 걸식하고는 그것에 집착하는 마음을 내지 않으며, 다만 그것으로 몸을 지탱하고, 묵은 병을 고치고 새 병은 생기지 않게 하며, 온갖 행을 잘 단속하여 범하는 일이 없고, 언제나 안온하게 범행을 닦으면서 세상에 오래 살 생각만 한다. 또 조심해서 침구를 가까이하고는 화려한 장식에 집착하지 않으며, 다만 굶주림과 추위·비와 바람·모기와 등에를 막고, 그 몸을 지탱해 도법을 행할 생각만 한다. 또 조심해서 의약을 가까이하고는 그 의약에 집착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다만 병을 고쳐 몸을 안온하게 할 생각만 한다. 만일 가까이하지 않으면 곧 번뇌의 근심이 생기고 가까이하면 번뇌의 근심이 없어진다. 이른바 이런 번뇌가 가까이함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는 것이다.

  

그 어떤 번뇌가 멀리함[遠離]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는가? 

이른바 비구는 마치 포악한 코끼리·낙타·소·말·호랑이·이리·개·독사와 깊은 구덩이·위험한 언덕·가시덤불·벼랑·진창 등을 멀리 피하듯이 어지러운 생각들을 없앤다. 또 나쁜 벗을 따르지 않고 나쁜 사람을 가까이하지도 않으며, 깊이 사유해 이런 생각을 마음에서 지우지 않는다. 만일 잘 단속하지 않으면 곧 번뇌가 생기고 잘 단속하면 번뇌가 생기지 않는다. 이른바 이런 번뇌가 멀리함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는 것이다.

  

그 어떤 번뇌가 즐김[娛樂]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는가? 

이른바 비구가 탐욕이 생겨도 버리지 못하고 성이 나도 버리지 못하며 미움이 생겨도 버리지 못할 때, 만일 그것을 버리지 못하면 번뇌가 생기고 그것을 능히 버리면 번뇌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른바 이런 번뇌가 즐김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는 것이다.

  

어떤 번뇌가 위의(威儀)로 말미암아 끊어지는가? 

이른바 비구는 눈으로 빛깔을 보더라도 빛깔에 대한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또 더러운 마음도 일으키지 않아 눈을 온전히 하며, 결함도 샘도 없이 눈을 잘 단속한다. 귀로 소리를 듣거나 코로 냄새를 맡거나 혀로 맛을 보거나 몸으로 감촉을 느낄 때도 마찬가지며, 뜻으로 법을 알더라도 더러운 마음을 전혀 일으키지 않고 또 집착하는 생각을 일으키지도 않으며 그 뜻을 단속한다. 만일 그 위의를 갖추지 않으면 번뇌가 생기고 그 위의를 갖추면 번뇌의 재앙이 생기지 않는다. 이른바 이런 번뇌가 위의로 말미암아 끊어지는 것이다.

  

그 어떤 번뇌가 사유로 말미암아 끊어지는가? 

이른바 비구는 염각의(念覺意)를 닦아 탐욕 없음에 의지하고 더러움 없음에 의지하고 완전히 사라짐에 의지하여 벗어남[出要]을 구하며, 법각의(法覺意)·정진각의(精進覺意)·희각의(喜覺意)·의각의(?覺意)·정각의(定覺意)·호각의(護覺意)를 닦아 탐욕 없음에 의지하고 더러움 없음에 의지하고 완전히 사라짐에 의지하여 벗어남을 구한다. 만일 그것을 닦지 않으면 번뇌의 재앙이 생기고 그것을 닦으면 번뇌의 재앙이 생기지 않는다. 이른바 이런 번뇌는 사유로 말미암아 끊어지는 것이다.

  

또 비구들이여, 비구가 모든 번뇌에 있어서 봄으로써 끊을 것은 보아서 끊고, 공경함으로 끊을 것은 공경하여 끊으며, 가까이함으로 끊을 것은 가까이하여 끊고, 멀리함으로 끊을 것은 멀리하여 끊으며, 즐김으로 끊을 것은 즐김으로 끊고, 위의로 끊을 것은 위의로 끊으며, 사유로 끊을 것은 사유하여 끊는다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일체 위의를 완전히 갖추어 결박을 끊고 애욕을 떠나 네 가지 흐름[四流]을 건너 점점 괴로움을 벗어난다는 것이니라.

  

비구들아, 모든 번뇌를 없애고, 모든 불세존들께서 늘 행하시는 일인 형상이 있는 모든 중생들을 자비스레 생각하는 것을 나는 이제 다해 마쳤다. 너희들은 항상 고요한 곳이나 나무 밑을 좋아하며 부지런히 정진하고 게을리 하지 말라. 지금 부지런히 하지 않으면 뒤에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느니라. 이것이 내 교훈이니라."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아유사강(阿踰?江) 가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무렵 대균두(大均頭)는 한적한 곳에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항상 공덕을 더하는 어떤 이치가 있을까, 그런 이치는 없을까?'

균두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균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아까 한적한 곳에서 '혹 그 일을 하면 공덕을 더할 수 있는 그런 이치가 있을까'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저는 지금 세존께 여쭈옵나니, 원컨대 말씀해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공덕을 더할 수 있느니라."

"어떤 일들이 공덕을 더하게 합니까?"


"공덕을 더하는 일곱 가지 일이 있으니, 그 복은 헤아릴 수 없고 또 그것을 헤아릴 수 있는 사람도 없느니라. 어떤 것이 일곱 가지인가? 

이른바 족성자 (族姓子)나 족성녀(族姓女)가 승가람(僧伽藍.사원)이 없는 곳에 승가람을 세운다면, 이것이 첫 번째로서 그 복은 헤아릴 수 없다.

  

또 균두야,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승가람과 비구스님들에게 침상과 자리를 보시한다면, 균두야, 이것이 두 번째로서 그 복은 헤아릴 수 없다.

  

또 균두야,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비구스님들에게 음식을 보시한다면, 균두야, 이것이 세 번째로서 그 복은 헤아릴 수 없다.

  

또 균두야,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선여인이 비구스님들에게 비를 막을 옷을 보시한다면 균두야, 이것이 네 번째 공덕으로서 그 복은 헤아릴 수 없다.

  또 균두야, 족성자나 족성녀가 비구스님들에게 약을 보시한다면, 이것이 다섯 번째로서 그 복은 헤아릴 수 없다.

  

또 균두야, 선남자나 선여인이 광야에 좋은 우물을 판다면, 균두야, 이것이 여섯 번째 공덕으로서 그 복은 헤아릴 수 없다.

  

또 균두야,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길가에 집을 지어 선여인이 길가에 집을 지어 현재·미래·과거의 나그네들이 묵을 수 있게 한다면, 균두야, 이것이 일곱 번째 공덕으로서 그 복은 헤아릴 수 없느니라.

  

균두야, 이것이 이른바 일곱 가지 공덕으로서 그 복이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이다. 다니거나 앉거나 혹은 목숨을 마치더라도 그 복은 그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른다. 그 덕은 헤아릴 수 없어 어마어마한 복이 있다고만 말하니, 이는 또한 바닷물을 말이나 되로 그 양을 셀 수 없어 어마어마한 물이라고만 말하는 것과 같다. 이 일곱 가지 공덕도 그와 같아서 그 복은 끝을 알 수 없느니라.

  

그러므로 균두야, 선남자 선여인은 부디 방편을 구해 이 일곱 가지 공덕을 성취해야 하느니라. 이와 같나니 균두야,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균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곳에서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닦고 죽음에 대해 깊이 사유해야 하느니라."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어떤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항상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닦고 깊이 사유하고 있습니다."

"너는 죽음에 대해 어떻게 사유하고 수행하는가?"

"죽음에 대해 사유할 때 '이레 동안만 살 수 있다면 7각의(覺意)를 사유하여 여래의 법에서 많은 이익을 얻고, 죽은 뒤에도 여한이 없을 것이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와 같이 죽음에 대해 사유합니다."

"그만해라, 그만해라. 비구야, 그것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방일하는 법이니라."

  

또 다른 어떤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능히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닦을 수 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수행하고 사유하는가?"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엿새 동안만 살 수 있다면 여래의 바른 법을 사유한 뒤에 곧 목숨을 마치더라도 그것은 매우 유익한 일이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이렇게 죽음에 대해 사유합니다."

"그만해라, 그만해라. 비구야, 너도 또한 방일한 법이다. 그것은 죽음에 대해 사유하는 것이 아니니라."

  

또 다른 어떤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닷새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어떤 이는 나흘을 이야기하고, 또 어떤 이들은 사흘, 이틀, 하루를 이야기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만해라, 그만해라. 비구들아, 그것 역시 방일한 법이다. 죽음에 대해 사유하는 것이 아니니라."


다른 어떤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능히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닦을 수 있습니다. 제가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고는, 다시 사위성을 나서 머물던 곳으로 돌아와 고요한 방에서 7각의를 사유하고 목숨을 마치면, 이것이 곧 죽음에 대해 사유하는 것이라 여깁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만해라, 그만해라. 비구야, 그것도 죽음에 대해 사유하고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너희 여러 비구들이 말한 것은 모두 방일한 행이요, 죽음에 대한 생각을 수행하는 법이 아니니라."


세존께서 거듭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저 바가리(婆迦利) 비구와 같은 자라면 그는 곧 죽음에 대해 사유한다고 할 수 있다. 그 비구는 죽음에 대하여 잘 사유하고 이 몸의 지저분한 분비물과 더러움을 싫어하였다. 만일 비구가 죽음에 대해 사유하며 그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며 드나드는 호흡의 나가고 들어오는 횟수를 줄곧 생각하면서 그 사이에 7각의를 깊이 사유한다면, 여래의 법에 있어서 많은 이익이 있을 것이다. 왜냐 하면 모든 행(行)은 다 비고 고요하여 생기는 것이나 사라지는 것 모두 허깨비로서 진실함이 없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만일 드나드는 호흡 속에서 죽음에 대해 사유한다면 곧 태어남·늙음·병듦·죽음·근심·걱정·괴로움·번민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나니 비구들이여,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함을 알라."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무렵 파사닉왕(波斯匿王)이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보배로운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속히 준비하라. 내가 세존께 나아가 예배하고 문안드리리라."

대왕은 곧 성을 나서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여래께서는 무수한 대중들에게 에워싸여 설법하고 계셨다. 이 때 일곱 명의 니건자와 일곱 명의 옷을 벗은 사람과 일곱 명의 검은 범지와 일곱 명의 옷을 벗은 바라문이 세존 가까이 지나갔다.

  

파사닉왕은 그 사람들이 세존 가까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멈추지 않고 지나가는 저 사람들을 보니 모두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며 집도 직업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지금 이 세상 아라한들 중에서 저들이 가장 우두머리가 되겠습니다. 왜냐 하면 저들은 많은 사람들 중에서 극심한 고행을 닦으면서 세상의 이익을 탐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아직 진인(眞人) 즉 나한(羅漢)을 분별하지 못하시는군요. 옷을 벗었다고 아라한(阿羅漢)이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왕께서는 아셔야 합니다. 저것은 다 진실한 행이 아닙니다. 먼 과거로부터의 변화를 관찰해보아야 하고, 또 친해야 할 사람을 친할 줄 알고 가까이 할 사람을 가까이할 줄 아는지 관찰해 보아야 합니다.

  

어째서인가? 아주 먼 옛날에 일곱 범지가 한 곳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매우 노쇠하였고 풀로 옷을 만들어 입고 나무 열매를 먹었습니다. 그들은 온갖 삿된 소견을 내어 제각기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우리는 이 고행의 덕택으로 뒤에 큰 나라의 왕이 되거나 혹은 제석이나 범천이나 사천왕이 되자.'

그 바라문들의 조상인 하늘의 스승 아사타(阿私陀)가 그 범지들의 마음속 생각을 알고 곧 범천에서 사라져 일곱 바라문이 있는 곳으로 왔습니다. 하늘의 스승 아사타는 하늘의 복장을 버리고 바라문 모양을 하고는 맨 땅에서 경행하였습니다. 그 일곱 범지는 아사타가 경행하는 모습을 멀리서 보고 제각기 성을 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탐욕스러운 자는 대체 누구기에 감히 우리 범행인(梵行人)들 앞을 지나가는가? 당장 주문을 외워 재로 만들어 버리리라.'

그 일곱 범지는 곧 손으로 물을 움켜 그에게 뿌리면서 범지들은 주문을 외웠습니다.

'너는 당장 재가 되라.'

  

그렇게 바라문들이 성을 내었지만 그 하늘 스승의 얼굴빛은 더욱 단정해졌습니다. 왜냐 하면 자애로움으로 성내는 마음을 없앴기 때문입니다. 그 때 일곱 범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계율에서 타락한 것은 아닐까? 우리는 이처럼 성을 내는데 저 사람은 저처럼 단정하구나.'

  

일곱 범지는 하늘의 스승에게 이런 게송을 읊었습니다.


  하늘인가 건달바인가

  나찰인가 귀신인가

  지금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우리들은 그것을 알고 싶구나.


하늘의 스승 아사타가 즉시 게송으로 대답하였습니다.


  하늘도 아니요 건달바도 아니며

  귀신도 아니요 나찰도 아니네.

  하늘의 스승 아사타

  내가 바로 그라네.


'나는 너희들의 마음속 생각을 알고 일부러 저 범천에서 내려온 것이다. 범천은 여기서 너무 멀고, 제석천도 그러며, 전륜성왕도 될 수 없다. 그런 고행으로는 제석천도 범천도 사천왕도 될 수 없다.'

  

그리고 그 하늘의 스승 아사타는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습니다.


  마음 속엔 여러 가지 생각

  바깥 복장은 추하고 더럽구나.

  그저 부지런히 바른 소견을 닦아

  나쁜 길에서 멀리 떠나라.


  마음으로 계율 지켜 행을 깨끗이 하고

  입으로 말하는 행도 그와 같이 하며

  나쁜 생각에서 멀리 떠나면

  반드시 저 천상에 태어나리라.


일곱 범지가 하늘의 스승에게 아뢰었습니다.

'당신이 정말 하늘의 스승입니까?'

그는 대답했습니다.

'그렇다. 명심하라. 범지들이여, 벌거벗는다고 천상에 태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그런 고행을 닦는다고 반드시 범천에 태어나는 것도 아니며, 또 알몸을 드러내고 갖가지 고행을 일삼는다고 그 곳에 태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마음을 잘 거두어 움직이지 않게 하면 곧 천상에 태어날 것이다. 그대들이 익힌 그런 행으로는 천상에 태어날 수 없느니라.'

  

대왕이여, 이 사실로 보더라도 옷을 벗었다 하여 아라한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범부는 진인(眞人)을 알아보고 싶어도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진인은 범부들이 익히는 그런 행을 잘 분별합니다. 또 범부는 범부의 행을 알아볼 수 없습니다. 진인이라야 범부의 행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대왕께선 아셔야 합니다. 부디 방편을 구해 먼 과거부터 있어왔지만 현재에는 맞지 않는 줄 아셔야 합니다. 부디 이렇게 관찰해야 합니다. 대왕이여, 방편을 구해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합니다."

이 말을 듣자 파사닉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의 말씀은 너무도 시원스럽습니다. 이는 세상 사람이 깨달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나라 일이 너무 많아 이만 돌아가야겠습니다."

"왕께선 형편대로 하십시오."

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물러갔다.


 파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28권 115번째 소경인 「밀환유경(蜜丸喩經)」이 있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석시가비라위국(釋翅迦毗羅衛國)의 니구루원(尼拘屢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무렵 세존께서는 공양을 마치고 니구루원에서 비라야(毗羅耶)로 가셔서 마을의 어떤 나무 밑에 앉아 계셨다.

  

이 때 지팡이를 짚은 석가족 사람이 가비라월을 나와 세존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 잠자코 서 있었다. 지팡이를 짚은 석가족 사람이 세존께 여쭈었다.

"사문께서는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주장하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지는 알아야 하오. 내 주장은 하늘이나 용이나 귀신이 미칠 수 있는 것이 아니요, 세상에 집착하는 것도 아니고 또 세상에 머무르는 것도 아니오. 내 주장은 바로 이것을 말할 뿐이오."

  

그러자 지팡이를 짚은 석가족 사람은 머리를 끄덕이며 찬탄하고는 곧 물러갔다. 이 때 여래께서도 곧 자리에서 일어나 본 처소로 돌아가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조금 전 저 동산에 앉아 있었는데 지팡이를 짚은 어떤 석가족이 나에게 찾아와 '사문께서는 무엇을 주장하시오'라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주장하는 것은 하늘이나 세상 사람들이 미칠 수 있는 것이 아니요, 세상에 집착하는 것도 아니고 세상에 머무르는 것도 아니오. 내 주장은 바로 이것을 말할 뿐이오'라고 대답하였다. 그랬더니 지팡이를 짚은 석가족 사람은 이 말을 듣고 곧 물러갔느니라."

  

어떤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세상에 집착하지 않고 또 세상에 머무르지도 않는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이 세상에 전혀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경우에도 탐욕에서 해탈하고 그 석가족의 의심을 끊어 잡생각이 없다. 내 주장은 바로 이것을 말할 뿐이니라."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곧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셨다. 


이 때 비구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아까 세존께서 하신 말씀은 그 뜻이 너무 간략하다. 누가 능히 그 뜻을 자세히 설명할 수 있을까?"

또 그들은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늘 존자 대가전연(大迦?延)을 칭찬하신다. 지금 그 뜻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가전연뿐이다."


이에 비구대중들은 가전연에게 말하였다.

"아까 여래께서는 그 뜻을 너무 간략히 말씀하셨습니다. 원컨대 존자께서 자세히 설명하고 낱낱이 분별해 이 사람들은 모두 이해시켜 주십시오."

가전연이 대답하였다.

"마치 마을의 어떤 사람이 진귀한 목재를 구하려고 마을을 나섰다가, 큰 나무를 보고는 곧 그것을 베어 가지와 잎사귀만 가지고 나무는 버리고 떠나는 것과 같군요. 지금 그대들도 그와 같아서 여래를 버려 두고 가지에서 목재를 찾는구려. 여래께서는 모든 것을 관찰하고 보아 세상을 빠짐없이 두루 비추시는 천상과 인간의 길잡이십니다. 여래께서 법의 참 주인이시니 그대들도 때가 되면 여래께서 그 뜻을 설명하시는 기회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여래께선 법의 참 주인으로서 그 뜻을 자세히 설명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존자께서도 세존께 수기를 받으셨으니 그 뜻을 자세히 설명하실 수 있습니다."

가전연은 대답하였다.

"그대들은 자세히 듣고 잘 사유해 기억하십시오. 내가 그 뜻을 분별해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비구들이 말하였다.

매우 좋습니다."

비구들은 곧 그 가르침을 들었다. 

가전연은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내 주장은 하늘이나 용이나 귀신이 미칠 수 있는 것이 아니요, 세상에 집착하는 것도 아니고 세상에 머무르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나는 거기서 해탈하였고 온갖 의심을 끊어 다시는 망설임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중생들은 다투기를 좋아해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는데, 여래께서는 또 '나는 거기에 물들어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탐욕의 번뇌[貪欲使], 성냄·삿된 소견·욕심세계의 번뇌, 교만의 번뇌, 의심의 번뇌, 무명의 번뇌로서 칼과 몽둥이의 고통스러운 과보를 초래하기도 하고, 사람들과 다투며 여러 가지 나쁜 행을 일으키고 어지러운 생각과 좋지 않은 행을 일으키게 합니다.

  

눈[眼]으로 빛깔[色]을 보면 알음알이[識想]가 일어나고, 이 세 가지가 서로 인(因)이 되어 접촉[更樂]이 있게 되며, 접촉으로 말미암아 느낌[痛]이 생기고, 느낌으로 말미암아 지각[覺]이 생기며, 지각으로 말미암아 생각[想]이 생기고, 생각으로 말미암아 곧 헤아리게 되며 거기서 온갖 집착하는 생각을 일으키게 됩니다.

  

귀[耳]로 소리[聲]를 듣고, 코[鼻]로 냄새[香]를 맡으며, 혀[舌]로 맛[味]을 보고, 몸[身]으로 감촉[細滑]을 느끼고, 뜻[意]으로 법(法)을 알고는 곧 알음알이를 일으킵니다. 이 세 가지가 서로 인(因)이 되어 접촉이 생기고, 접촉으로 말미암아 느낌이 생기며, 느낌으로 말미암아 지각이 생기고, 지각으로 말미암아 생각이 생기며, 생각으로 말미암아 곧 헤아리게 되고 거기서 온갖 집착하는 생각을 일으킵니다.

  

이것이 곧 탐욕의 번뇌, 성냄의 번뇌, 삿된 소견의 번뇌, 교만의 번뇌, 욕심세계의 번뇌, 어리석음의 번뇌, 의심의 번뇌로서 이것은 모두 칼이나 몽둥이의 변고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여러 가지 변고를 일으킵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눈이 없고 빛깔이 없어도 접촉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또 '접촉이 없어도 느낌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도 옳지 않습니다. 또 '느낌이 없어도 집착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도 옳지 않습니다. 또 어떤 사람이 '귀가 없고 소리가 없으며, 코가 없고 냄새가 없으며, 혀가 없고 맛이 없으며, 몸이 없고 감촉이 없으며, 뜻이 없고 법이 없어도 알음알이가 있다'고 말한다면 결코 그런 이치는 없습니다. 또 만일 '알음알이가 없어도 접촉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또 '접촉이 없어도 느낌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도 옳지 않습니다. 또 '느낌이 없어도 집착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도 옳지 않습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눈이 있고 빛깔이 있으면 거기서 알음알이가 생긴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그렇습니다. 또 '귀와 소리·코와 냄새·혀와 맛·몸과 감촉·뜻과 법이 있으면 거기서 알음알이가 생긴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그렇습니다. 여러분,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이런 까닭으로 세존께서 '내 주장은 하늘이나 세상 사람이나 악마나 혹은 악마의 하늘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세상에 집착하지도 않고 세상에 머무르지도 않는 것이다. 나는 그 탐욕에서 해탈을 얻어 의심을 끊고 다시는 망설임이 없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이런 이유로 그 뜻을 간략히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대들이 만일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하겠거든 다시 여래께 찾아가 이 뜻을 거듭 여쭈어 보십시오. 그리고 여래께서 무슨 말씀이 계시거든 잘 기억해 받들어 가지십시오."

  

많은 비구들은 가전연의 말을 듣고 옳다고 말하지도 않고 그르다고 말하지도 않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그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우리는 이 이치를 여래께 여쭈어 봅시다. 그리고 세존께서 무슨 말씀이 계시면 잘 받들어 행합시다."

  

비구대중들은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리고 비구대중들은 조금 전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가전연 비구는 총명하고 말솜씨[辯才]가 있어 그 뜻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만일 너희들이 내게 찾아와 그 뜻을 물었더라도 나 또한 그렇게 너희에게 설명하였을 것이다."

  

그 때 아난이 여래의 뒤에 있었는데,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경의 이치는 너무도 심오합니다. 마치 어떤 사람이 길을 가며 갈증을 느끼다가 감로를 얻게 되었는데 그것을 맛보니 너무도 향기롭고 맛있어 아무리 먹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도 그와 같아서 선남자나 선여인이 찾아간 곳에서 이 법을 듣는다면 싫증을 내지 않을 것입니다."

아난은 거듭 세존께 아뢰었다.

"이 경의 이름은 무엇이며, 어떻게 받들어 가져야 합니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의 이름은 '감로법미(甘露法味)'이다. 잘 기억해 받들어 가져야 하느니라."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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