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역 아함경/증일아함경

41. 막외품(莫畏品)

실론섬 2015. 7. 12. 12:23

41. 막외품(莫畏品)


[ 1 ]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33권 922번째 소경인 「편영경(鞭影經)」과 『별역잡아함경』 제8권 155번째 소경이 있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석시가비라위(釋翅迦毗羅衛)의 니구루원(尼拘屢園)에 계셨다.

이 때 석가족 마하남(摩呵男)이 세존께서 계신 곳에 찾아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석가족 마하남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여래로부터 직접 이렇게 들었습니다.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3결사(結使)를 끊으면 수다원(須陀洹)을 이루리니, 이를 불퇴전(不退轉)이라 한다. 그는 반드시 도(道)의 결과를 이루어 다시는 어떤 외도들도 찾지 않고 또 다른 사람들의 말도 깊이 새기지 않을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저는 난폭한 소나 말이나 낙타를 보면 곧 두려움이 생겨 온 몸의 털이 곤두서곤 합니다. 그 때 저는 '만일 내가 지금 이렇게 두려움을 품고 목숨을 마친다면 어디에 태어나게 될까'하고 생각합니다."

  

세존께서 마하남에게 말씀하셨다.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지 말라. 설사 목숨을 마친다 하더라도 세 갈래 나쁜 길에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 하면 그것을 소멸하는 세 가지 이치가 있기 때문이다. 세 가지 이치란 무엇인가?

  

설사 음욕에 집착해 번민과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고, 또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일으켰다 하더라도 이미 그런 음욕이 없어지고 나면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현세에서 고뇌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또 온갖 나쁘고 좋지 않은 법으로 자기를 해치려 했더라도 만일 그것이 없어지고 나면 곧 혼란스러움이 없어지고 근심 걱정이 없어질 것이다.

  

마하남아, 이른바 이 세 가지 이치는 나쁘고 좋지 않은 법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모든 착한 법을 위로 올라오게 하느니라. 그것은 마치 소(?)를 담은 병이 물 속에서 깨졌을 때 깨어진 조각들은 곧 물밑으로 가라앉지만 소는 물 위로 떠오르는 것과 같다. 그와 마찬가지로 온갖 나쁘고 좋지 않은 법은 아래로 가라앉고 모든 착한 법은 위로 떠오르느니라.

 

마하남아, 알아야 한다. 나는 옛날 부처가 되기 전 우류비(優留毗)에서 6년 동안 고행할 때에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아 몸이 야위어 1백 살이나 먹은 사람 같았으니, 그것은 다 먹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때 나는 일어나려고 하다가는 곧 땅에 쓰러졌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었다.

'만일 내가 지금 죽는다면 어디에 태어나게 될까?'

그리고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죽더라도 결코 나쁜 곳에는 태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치로 보아 즐거움으로 즐거움에 이를 수는 없다. 반드시 괴로움을 말미암은 후에 즐거움에 이를 것이다.'


나는 그 때 선인굴(仙人窟)에서 노닐고 있었다. 그 때 어떤 니건자(尼? 子)가 그곳에서 도를 공부하고 있었는데, 그 니건자는 손을 들어 해를 가리키면서 햇볕에 맨몸을 드러내는 공부를 하고 혹은 쭈그리고 앉는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 때 니건자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왜 자리를 떠나 손을 들고 까치발을 하고 있는가?'

그 니건자는 대답하였다.

'구담이여, 알아야 한다. 옛날 우리 스승이 착하지 못한 것을 행하였다. 지금 내가 이렇게 고행하는 것은 그 죄를 소멸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몸을 드러내어 창피스럽고 욕을 당하지만 이것 역시 죄를 소멸시키는 것이다. 구담이여, 알아야 한다. 행(行)이 다하면 괴로움[苦]도 다하고 괴로움이 다하면 행도 다하며, 괴로움과 행이 다하면 열반에 이르게 된다.'

  

나는 다시 니건자에게 말하였다.

'그것은 그렇지 않다. 행이 다한다고 괴로움이 다할 수는 없고, 괴로움이 다한다고 행이 다해 열반에 이를 수도 없다. 다만 괴로움과 행을 다하면 열반에 이르게 된다는 것은 그럴 수 있다. 다만 즐거움으로 즐거움에 이를 수 없을 뿐이다.'

니건자가 말하였다.

'빈비사라왕(頻毗娑羅王)은 즐거움으로 즐거움에 이르니, 무슨 괴로움이 있겠는가?'

  

나는 다시 니건자에게 말하였다.

'빈비사라왕의 즐거움이 어찌 나의 즐거움만 하겠는가?'

'빈비사라왕의 즐거움이 당신의 즐거움보다 낫다.'


나는 다시 그 니건자에게 말하였다.

'빈비사라왕이 나를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가부좌하고 앉아 몸을 움직이지 않게 할 수 있는가? 단 엿새·닷새·나흘·사흘·이틀 내지 하루만이라도 가부좌하고 앉아있게 할 수 있겠는가?'

'아니다, 구담이여.'

'나는 능히 가부좌하고 앉아 몸을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 어떤가? 니건자여, 누가 더 즐거운가? 빈비사라왕이 더 즐거운가, 내가 더 즐거운가?'

그러자 니건자는 '사문 구담이 더 즐겁다'고 말하였다.


이와 같나니 마하남아, 부디 이런 방편을 구해 즐거움으로 즐거움에 이를 수 없고 반드시 괴로움에서 즐거움에 이르는 줄을 알아야 하느니라. 마하남아, 마치 큰 마을 좌우에 세로와 가로 1유순에 물이 가득 찬 큰 연못이 있는 것과 같다. 만일 어떤 사람이 와서 한 방울의 물을 떴다면 어떤가? 마하남아, 어느 물이 많은가? 한 방울의 물이 많은가, 연못의 물이 많은가?"

마하남이 대답하였다.

"연못의 물이 더 많지 한 방울의 물이 많은 것은 아닙니다."

  

"이것도 그와 같다. 현성의 제자는 모든 괴로움이 이미 다하고 다시는 생기지 않아 남은 것은 겨우 그 한 방울의 물과 같은 정도이다. 내 제자 중에서 가장 도가 낮은 사람도 일곱 번 죽고 일곱 번 태어남을 넘기기 전에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난다. 다시 더 용맹스레 정진하면 곧 가가(家家)6)가 되어 도를 얻을 것이다."

  

세존께서는 마하남을 위해 거듭 미묘한 법을 말씀하셨다. 그는 그 법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마하남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

6) 18유학(有學)의 하나이다. 일래향(一來向)의 성자로 욕계(欲界) 수혹(修惑)의 3품 혹은 4품의 혹을 끊은 사람을 말한다. 가가(家家)란 인간에서 천인으로, 천인에서 인간으로 바뀐다는 뜻이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존자 나가바라(那伽波羅)7)는 녹야성(鹿野城)에 있었다.

그 무렵 나이가 많은 어떤 늙은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는 옛날 존자 나가바라와 어릴 적 친구였다. 그 바라문은 나가바라를 찾아가 서로 문안하고 한쪽에 앉았다. 


범지가 나가바라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즐거움 중에서도 최고의 즐거움을 누리는구려."

나가바라는 물었다.

"그대는 대체 무슨 이유로 '즐거움 중에서 최고의 즐거움을 누린다'고 말하는가?"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나는 이레 동안에 아들 일곱을 잃었다. 그들은 모두 용맹스럽고 재주가 많았으며, 지혜는 따를 이가 없었다. 그리고 엿새 동안에 일꾼 열 둘을 잃었다. 그들은 부지런히 일하며 게으르지 않았다. 닷새 동안에 네 형제를 잃었다. 그들은 온갖 기술을 가져 못하는 일이 없었다. 나흘 동안에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그 분들은 나이 1백 세가 되어 나를 버리고 세상을 떠나셨다. 사흘 전에는 두 아내가 죽었다. 그들은 세상에 드물 만큼 얼굴이 단정하였다. 또 집안에 보배를 묻어둔 구덩이가 여덟 개 있었는데 어제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이처럼 지금 나에게 닥친 고뇌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존자는 지금 그런 재앙을 영원히 떠나 다시는 근심 걱정 없이 오직 도로써 스스로 즐기고 있다. 나는 이런 이유로 '즐거움 중에서 최고의 즐거움을 즐기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존자 나가바라가 그 범지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왜 그 사람이 죽지 않도록 방편을 쓰지 않았는가?"

"나도 그들을 죽지 않게 하고, 또 재물을 잃지 않으려고 많은 방편을 썼었다. 때를 따라 보시해 온갖 공덕을 지었고, 하늘에 제사도 지내고 장로 범지들에게 공양하였으며, 온갖 귀신을 보호하고 주술도 외웠다. 또 별자리를 보고 점도 쳤으며 온갖 약도 만들었고 또 맛있는 음식을 곤궁한 이들에게 보시하는 등 이렇게 한 것이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그들의 목숨을 건질 수 없었다."

  

존자 나가바라가 이런 게송을 읊었다.


  온갖 약초와 주술을 쓰고

  의복과 음식의 모든 도구

  보시해보았지만 아무 소용없이

  여전히 그 몸엔 괴로움만 더했네.


  신의 사당에 제사 드리며

  목욕하고 향과 꽃을 바쳐보았지만

  그 원인 살펴보아도

  그것을 고칠 방법 없었네.


  온갖 물건을 널리 베풀고

  정진하며 범행을 지켰지만

  그 원인 살펴보아도

  그것을 고칠 방법 없었네.


범지가 물었다.

"어떤 법을 행해야 이런 고뇌를 없앨 수 있겠는가?"

그러자 존자 나가바라는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은혜와 사랑은 무명의 근본

  온갖 고뇌를 일으키나니

  그것이 남김없이 사라진다면

  곧 다시는 고통 없으리.


범지는 이 말을 듣고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록 늙었으나 아주 늙진 않았고

  하는 짓도 내가 제자 같으니

  원컨대 출가하여 도를 배워서

  이런 재앙을 벗어나게 해주오.


존자 나가바라는 곧 그에게 세 가지 법의를 주고 출가해 도를 배우게 하였다. 그리고 말하였다.

"그대 비구여, 이제 이 몸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관찰해 보라. 이 머리카락과 털·손발톱·이빨 따위는 어디서 왔는가? 또 몸뚱이의 피부·골수·창자·위 따위는 어디서 왔는가? 만일 여기서 떠난다면 어디로 갈 것인가? 그러므로 비구여, 세상의 고뇌를 너무 근심하지 말라. 또 낱낱의 털구멍을 관찰하고 방편을 구해 네 가지 진리[四諦]를 성취하라."

  

존자 나가바라는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잡된 생각 버리고 너무 근심치 말라.

  오래지 않아 법안(法眼)을 얻으리라.

  무상한 행(行)은 번갯불 같으니

  이런 큰 행복은 만나기 어렵다.


  그 낱낱의 털구멍과

  나는 것 죽는 것의 근본을 관찰하라.

  무상한 행은 번갯불 같으니

  마음을 돌려 열반으로 향하라.


그 장로 비구는 이 가르침을 받고 한적한 곳에서 그 이치를 사유하였다. 그리하여 족성자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목적인 위없는 범행을 닦으려 하였고,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알았다. 그 때 그 비구는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 비구의 옛날 친구였던 어떤 하늘이 그 비구가 아라한이 된 것을 보고 곧 나가바라에게 찾아가 허공에서 이런 게송을 읊었다.


  이미 구족계를 받고는

  한적한 곳에서 지내며

  집착 없는 도의 마음 얻어

  근원적인 악의 근본 떨어버렸네.


그러자 그 하늘은 다시 하늘 나라 꽃을 존자 위에 뿌리고는 곧 공중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그 비구와 하늘은 존자 나가바라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

7) 팔리어로는 N gasam la이고 나가바라(那伽婆羅)라고도 하며, 용호(龍護)로 한역하기도 한다. 부처님의 시자 중 한 명이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곳에서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일곱 가지 선(善)과 네 가지 법(法)을 관찰하면 현세에서 상인(上人)이라 불릴 것이다. 비구들이여, 어떻게 일곱 가지 선을 관찰하는가? 


이른바 비구는 자애로운 마음[慈心]으로 첫째 방위, 둘째 방위, 셋째 방위, 넷째 방위를 가득 채우고 4유(維)와 상·하 또한 그렇게 하여 온 세상을 자애로운 마음으로 가득 채운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悲心]·기뻐하는 마음[喜心]·평정한 마음[護心]과 공(空)·무상(無相)·무원(無願)의 삼매 또한 그렇게 하고, 모든 감각기관을 온전히 갖추고 적당히 음식을 먹으며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비구여, 이와 같이 일곱 가지를 관찰해야 하느니라.

  

비구들아, 어떻게 네 가지 법을 관찰하는가? 

이른바 비구는 안으로 몸[身]을 관찰하여 근심과 걱정을 없애고 몸이란 생각이 그치며, 밖으로 몸을 관찰하여 근심과 걱정을 없애고 몸이란 생각이 그치며, 안팎으로 몸을 관찰하여 몸이란 생각이 그친다. 안으로 느낌[痛]을 관찰하여 느낌이란 생각이 그치고, 밖으로 느낌을 관찰하여 느낌이란 생각이 그치며, 안팎으로 느낌을 관찰하여 느낌이란 생각이 그친다. 안으로 마음[心]을 관찰하여 마음이란 생각이 그치고, 밖으로 마음을 관찰하여 마음이란 생각이 그치며, 안팎으로 마음을 관찰하여 마음이란 생각이 그치고 근심과 걱정을 없애 다시는 괴로움이 없게 된다. 안으로 법(法)을 관찰하여 법이란 생각이 그치고, 밖으로 법을 관찰하여 법이란 생각이 그치며, 안팎으로 법을 관찰하여 법이란 생각이 그친다. 이와 같이 비구는 네 가지 법의 선을 관찰하느니라.

  

비구들아, 만일 이와 같이 일곱 가지 선과 네 가지 법을 관찰하면 현세에서 상인이 된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이와 같이 방편을 다해 일곱 가지 선을 갖추고 네 가지 법을 관찰하도록 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이여,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5권 108번째 소경인 「임경(林經)」이 있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석시가비라월성(釋翅迦毗羅越城)의 니구루원(尼拘屢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모든 비구들은 세존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많은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북방으로 유행을 떠나고자 합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형편대로 하라."


세존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사리불 비구에게도 하직을 고하였느냐?"

비구들이 아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너희들은 가서 사리불 비구에게 하직을 고하라. 왜냐 하면 사리불 비구는 항상 범행을 닦는 이들에게 법을 가르치고 또 설법에 싫증을 내지 않기 때문이니라."

  

세존께서 비구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설하셨다. 비구들은 법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 무렵 사리불은 석시(釋翅)의 신사(神寺)에 있었다. 비구들은 사리불에게 가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한쪽에 앉았다. 


많은 비구들이 사리불에게 아뢰었다.

"우리는 북방으로 가서 세간을 유행하며 교화하려고 방금 세존께 하직을 고하고 오는 길입니다."

사리불은 말하였다.

"그대들은 알아야 합니다. 북방의 백성들과 사문 바라문들은 모두들 총명하여 그 지혜가 따르기 어렵습니다. 또 그 사람들은 찾아와 시험해보기를 좋아합니다. 만일 그들이 찾아와 그대들에게 '여러분은 무엇을 주장합니까'라고 묻는다면 이러한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생각입니까?"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만일 누군가 찾아와 묻는다면 우리는 이런 이치로 대답하겠습니다.

'색(色)은 무상한 것이다. 무상한 것은 곧 괴로움이요, 괴로움에는 나[我]가 없다. 나가 없으면 공(空)이요, 공이기 때문에 나가 없고 그것은 공이다. 이것이 지혜로운 이가 보는 것이다.

  

통(痛 : 受)·상(想)·행(行)·식(識) 또한 무상하고, 괴로우며, 공이요, 나가 없다. 그것이 진실로 공이면 그것은 나가 없고 공이다. 이것이 지혜로운 이가 배우는 것이다. 이 5성음(盛陰)은 모두 공하고 모두 고요하며, 인연으로 모인 것으로서 모두 없어짐으로 돌아가 오래 머무르지 못한다. 그리고 여덟 가지 도(道)와 그에 따른 일곱 가지 법(法)이 있으니, 우리 스승의 말씀은 바로 이것이다.'

만일 찰리나 바라문이나 백성들이 찾아와 우리의 주장을 물으면 우리는 이런 이치로 대답하겠습니다." 

그러자 사리불이 말하였다.

"그대들은 마음을 굳게 가지고 가볍게 행동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사리불은 비구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빠짐없이 설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여러 비구들이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사리불이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여덟 가지 도와 일곱 가지 법을 어떻게 행해야 하는가?"

비구들이 아뢰었다.

"저희는 그 이치를 들으려고 멀리서 왔습니다. 설명하여 주십시오."

사리불이 말하였다.

그대들은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내 이제 설명하리라."

이제 비구들은 그 가르침을 받았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만일 일심으로 바른 소견[正見]을 늘 생각하면 염각의(念覺意)가 어지러워지지 않을 것이다. 바른 다스림[等治]이란 일심으로 모든 법을 늘 생각하는 법각의(法覺意)요, 바른 말[等語]이란 몸과 마음으로 정진하는 정진각의(精進覺意)며, 바른 업[等業]이란 모든 법을 낼 수 있는 희각의(喜覺意)요, 바른 생활[等命]이란 성현의 재물에 만족할 줄 알아 집과 재물을 모두 버리고 몸을 편안히 하는 의각의(?覺意)이다. 바른 방편[等方便]이란 성현의 네 가지 진리를 얻어 모든 결박을 다 제거하는 정각의(定覺意)요, 바른 기억[等念]이란 4의지(意止. 사념처)를 관찰하여 이 몸은 견고하지 않고 공하며 나가 없다고 보는 호각의(護覺意)이며, 바른 삼매[等三昧]란 얻지 못한 것을 얻고 제도하지 못한 이를 제도하며 증득하지 못한 이를 증득하게 하는 것이다. 만일 누군가 찾아와 어떻게 여덟 가지 도와 일곱 가지 법을 닦아야 하느냐고 묻거든 너희들은 이렇게 대답해야 한다. 왜냐 하면 어떤 비구든 이 여덟 가지 도와 일곱 가지 법을 닦는다면 그는 번뇌의 마음이 곧 해탈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그대들에게 거듭 말하리라. 어떤 비구든 여덟 가지 도와 일곱 가지 법을 사유하며 수행한다면 그는 두 가지 과보를 이루어 의심이 없어질 것이니, 아나함이 되거나 아라한이 되어 이런 일마저 버리게 될 것이다.

  

만일 그것을 많이 행할 수 없다면 단 하루 동안만이라도 그 여덟 가지 도와 일곱 가지 법을 행하라. 그러면 그 복은 헤아릴 수 없고 아나함이나 아라한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여러분,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여덟 가지 도와 일곱 가지 법을 행하라. 그러면 의심 없이 도를 이룰 것이다."

  

모든 비구들은 사리불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곳에서 세존께서 가섭(迦葉)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제 너무 늙어 젊은 기운이 조금도 없다. 그러니 장자들이 주는 의복과 음식을 받는 것이 좋겠다."

대가섭(大迦葉)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그들의 의복과 음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지금 이 누더기를 입고 때맞춰 걸식하는 것이 비할 바 없이 즐겁습니다. 왜냐 하면 미래에 분명 몸이 건강하면서도 좋은 의복과 음식을 탐내고, 선정에서 물러나 다시는 고행을 행하지 않는 비구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또 '과거 부처님 때의 비구들도 사람들의 초청을 받아들이고 옷과 음식을 받았는데 우리가 왜 옛 성인을 본받지 않겠는가'라고 말하며 가만히 앉아서 의복과 음식을 탐내기 때문에 법복을 버리고 좋은 옷[白衣]을 입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성현들의 위신이 없어지고 사부대중을 점점 줄어들게 할 것입니다. 성중이 줄어들면 여래의 절도 허물어지고, 여래의 절이 허물어지고 나면 경법(經法)도 쇠퇴하게 될 것입니다.

  

이 때 중생들은 더 이상 정기와 광명이 없게 되고, 정기와 광명이 없기 때문에 수명이 짧아지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중생들은 목숨을 마친 뒤에 모두 세 갈래 나쁜 곳에 떨어질 것입니다. 마치 오늘날에는 많은 중생들이 지은 복이 많아 모두들 천상에 태어나듯이 미래에는 짓는 죄가 많아 모조리 지옥에 들어갈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가섭은 세상에 많은 이익을 주고, 세상 사람들의 좋은 벗이며 좋은 복밭이구나. 가섭아, 알아야 한다. 내가 반열반하고서 천년 뒤에는 비구들이 선정에서 물러나고 다시는 두타법(頭陀法)을 행하지 않을 것이니, 누더기를 걸치고 걸식하지 않으며 장자들의 초청을 탐내 그 옷과 음식을 받을 것이요, 또 나무 밑이나 한적한 곳에서 지내지 않고 장식한 방을 좋아할 것이다.

  

또 대소변을 약으로 쓰지 않고 매우 달고 맛있는 약초만 집착할 것이요, 혹은 그 사이에서 재물을 탐내고 방을 아껴 늘 서로 다툴 것이다. 그러나 그때에도 단월(檀越)들은 불법을 독실히 믿고 보시하기를 좋아해 재물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단월들은 목숨을 마친 뒤에 모두 천상에 태어나지만 게으른 비구들은 죽어서 지옥에 들어갈 것이다. 가섭아, 이와 같이 일체 행은 모두 무상하여 오래 보존할 수 없느니라.

  

가섭아, 또 알아야 한다. 미래 세상에는 비구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도 가업을 익혀 왼쪽에는 아들을 안고 오른쪽에는 딸을 안을 것이며, 또 쟁(箏)과 피리를 불며 거리에서 걸식할 것이다. 그런 때라도 단월 시주들은 무궁한 복을 받을 것인데 하물며 오늘날 지성으로 걸식하는 자들에게 보시하는 사람들이겠는가? 가섭아, 이와 같이 모든 행은 무상하여 오래 머물지 못하느니라.

  

가섭아, 알아야 한다. 미래 세상에 어떤 비구들은 여덟 가지 도와 일곱 가지 법을 버릴 것이다. 그리고는 3아승기 겁 동안 모은 지금의 법보(法寶)를 미래 비구들은 노래로 부르며 여러 사람들 속에서 걸식하여 그것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 때의 단월들이 그런 비구들에게 공양하더라도 오히려 복을 받을 것인데 하물며 지금의 비구들에게 보시하는 이들이 복을 얻지 못하겠는가?

  

나는 지금 이 법을 가섭과 아난 비구에게 부촉한다. 왜냐 하면 나는 이제 늙어 나이 80이 되었으니, 여래는 오래지 않아 열반에 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 법보를 너희 두 사람에게 부촉하나니, 잘 기억하고 외워 끊어지지 않게 하고 세상에 널리 펼쳐라. 누구든 성인의 가르침을 막거나 끊는 자가 있으면 그는 변방에 떨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 경법을 너희들에게 부촉하는 것이니 잊어버리거나 잘못 전하지 말라."

  

대가섭과 아난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무슨 이유로 이 경법을 저희 두 사람에게만 부촉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부촉하지 않으십니까? 여래의 제자 중에는 신통이 뛰어난 제자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왜 그들에겐 부촉하지 않으십니까?"

세존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천상이나 인간 중에서 가섭과 아난만큼 이 법보를 잘 받들어 가질 수 있는 이를 보지 못했고, 또 성문들 중에서도 너희 두 사람보다 뛰어난 이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 부처님 때에도 역시 두 사람이 경법을 받들어 가졌었다. 그러나 지금의 가섭과 아난 비구에 비하면 그대들이 훨씬 뛰어나고 묘하다. 왜냐 하면 과거의 여러 부처님 때에도 두타행을 행한 비구가 있었지만 그들은 법이 존재하면 그들도 생존하다가 법이 멸하면 그들도 멸하였다. 그런데 지금의 가섭 비구는 이 세상에 머물다가 미륵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한 뒤에 열반에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가섭 비구가 과거의 비구들보다 훌륭하다는 것이니라.

  

또 아난 비구는 왜 과거의 시자(侍者)들보다 훌륭한가? 과거 여러 부처님의 시자들은 남의 말을 들은 뒤에야 이해하였지만 지금의 아난 비구는 여래가 말하기 전에 곧 이해하고 여래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난 비구가 과거 부처님의 시자들보다 훌륭하다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가섭과 아난아, 내 이제 너희들에게 부탁하고 이 법보를 너희들에게 부촉하는 것이니, 이지러지게 하거나 줄어들게 하지 말라."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모든 행은 무상하여

  생긴 것은 반드시 없어진다네.

  생이 없으면 죽음도 없으리니

  이런 사라짐이 최고의 즐거움이라.


 가섭과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한역 아함경 > 증일아함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43. 마혈천자문팔정품(馬血天子問八政品)   (0) 2015.07.12
42. 팔난품(八難品)  (0) 2015.07.12
40. 칠일품(七日品)  (0) 2015.07.12
39. 등법품(等法品)  (0) 2015.07.12
38. 역품(力品)  (0) 2015.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