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6. 미혜경(彌醯經) 제 15 [초 1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마갈타국(摩竭 國)을 유행하실 적에 사투촌(?鬪村)의 망나림굴[莽林窟]에 계셨다.
그 무렵 존자 미혜(彌醯)는 시자(侍者)로 있었는데, 존자 미혜는 밤이 지나고 이른 새벽이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투촌으로 들어가 걸식을 하였다. 걸식을 마치고 금비하(金 河) 가로 갔다. 그 곳은 땅이 편편하였는데 이곳은 호나림(好林)이라 불렸다. 그는 금비하의 물이 너무나 깨끗하여 즐길 만하고, 맑은 샘물은 천천히 흐르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알맞은 기후인 것을 보고 기뻐하며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호나림은 땅이 편편하고, 금비하의 물도 너무나 깨끗하여 즐길 만하며, 맑은 샘물은 천천히 흐르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알맞은 기후로구나. 만일 족성자(族姓子)가 번뇌 끊는 공부를 하려면 마땅히 이런 곳에서 해야 할 것이다. 나도 또한 끊어야 할 것이 있으니, 차라리 이렇게 고요한 곳에서 끊는 공부를 하면 좋겠다.'
그리하여 미혜는 식사를 마친 뒤에 가사와 발우를 거두고 손과 발을 씻고 니사단(尼師檀)을 어깨에 걸치고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존자 미혜는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투촌으로 들어가 걸식을 하였습니다. 걸식을 마친 뒤에는 금비하 가로 갔습니다. 그곳의 호나림은 땅이 편편하고, 금비하의 물은 너무나도 맑아 즐길 만하였으며, 맑은 샘물은 천천히 흐르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알맞은 기후였습니다. 저는 그것을 보고 기뻐하여 곧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이 호나림은 땅이 편편하고, 금비하의 물도 너무나 맑아 즐길 만하며, 맑은 샘물은 천천히 흐르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기후가 적절하구나. 만일 족성자가 번뇌 끊는 공부를 하려면 마땅히 이런 곳에서 해야 할 것이다. 나도 또한 끊어야 할 것이 있으니, 차라리 이렇게 고요한 곳에서 끊는 공부를 하면 좋겠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저 호나림의 고요한 곳에 가서 번뇌 끊는 공부를 하고자 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미혜야, 너는 알고 있느냐, 모르느냐? 나는 혼자 몸으로서 내 곁엔 아무도 없고 시자도 없다. 그러니 네가 좀 더 내 곁에 머물러 있어다오. 나를 시봉할 비구가 오면, 너는 그 때 저 호나림의 고요한 곳에 가서 공부해도 좋다."
존자 미혜는 두 번 세 번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저 호나림의 고요한 곳에 가서 번뇌 끊는 공부를 하고자 합니다."
세존께서도 역시 두 번 세 번 말씀하셨다.
"미혜야, 너는 알고 있느냐, 모르느냐? 나는 혼자 몸으로서 내 곁엔 아무도 없고 시자도 없다. 그러니 네가 좀 더 내 곁에 머물러 있어다오. 나를 시봉할 비구가 오면, 너는 그 때 저 호나림의 고요한 곳에 가서 공부해도 좋다."
미혜가 다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기서는 아무런 할 일도 없으며, 또한 보살필 일도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저에게는 해야 할 일도 있으며, 또한 관찰해야 할 일도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저 호나림의 고요한 곳에 가서 번뇌 끊는 공부를 하려고 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미혜야, 네가 번뇌 끊는 공부하기를 바란다면 내가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느냐? 미혜야, 너는 어서 가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
이에 존자 미혜는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을 듣고 잘 받아 가지고 또 열심히 외우고 익혔다. 그리고 곧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세존을 세 바퀴 돌고는 떠나갔다.
그는 호나림으로 가서 숲속에 들어가 한 그루 나무 밑에 니사단을 펴고 가부좌(加趺坐)를 하였다. 미혜는 호나림에 머물면서 세 가지 악(惡)한 좋지 못한 생각인 탐욕의 생각 성냄의 생각 해침의 생각을 내었다. 그는 이런 생각 때문에 문득 세존이 생각났다. 해질 무렵에 곧 연좌(燕坐)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섰다.
존자 미혜는 세존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호나림으로 가서 고요한 곳에 앉았다가 문득 세 가지 악한 좋지 못한 생각을 내었습니다. 그 생각은 곧 탐욕의 생각 성냄의 생각 해치려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그 때문에 문득 세존이 생각났습니다."
"미혜야, 심해탈(心解脫)이 아직 완전하지 못하구나. 만일 익히고자 한다면 다섯 가지 익혀야 할 법[五習法]을 닦아야 하느니라.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미혜야, 비구는 스스로 착한 벗이 되어야 하고, 착한 벗과 함께 해야 하며, 착한 벗과 화합해야 하느니라. 미혜야, 심해탈이 아직 완벽하지 못해서 심해탈을 익히고자 하는 자에겐 이것이 첫 번째로 익혀야 할 법이니라.
또 미혜야, 비구는 금계(禁戒)를 닦고 익혀야 하며 종해탈(從解脫)을 지켜 보호하고, 다시 위의와 예절을 잘 지키고, 티끌만한 죄를 보아도 항상 두려움을 품고, 학계(學戒)를 받아 가져야 하느니라. 미혜야, 심해탈이 아직 완전하지 못하여 만일 그것을 익히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이것이 두 번째로 익혀야 할 법이니라.
또 미혜야, 비구는 성스럽고 이치가 있는 말을 해야 하며, 마음을 부드럽고 연하게 하며, 마음에 덮임이 없게 하여야 하느니라. 곧 계(戒)를 말하고 정(定)을 말하며, 혜(慧)를 말하고 해탈(解脫)을 말하며, 해탈지견(解脫知見)을 말하고 점점 덜어짐[損]을 말하며, 모이기를 즐겨하지 않는 것을 말하고 욕심이 적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며, 족한 줄 아는 것을 말하고 끊어야 함을 말하며, 욕심이 없는 것을 말하고 멸함을 말하며, 연좌(燕坐)를 말하고 연기(緣起)로 얻어지는 것임을 말해야 한다. 이와 같은 말을 하는 사문은 다 갖추게 될 것이요, 얻기 어려운 것이 아니니라. 미혜야, 심해탈이 아직 완전하지 못하여 만일 익히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이것이 세 번째로 익혀야 할 법이니라.
또 미혜야, 비구는 항상 정진(精進)을 행하여 악하고 착하지 않은 것을 끊고 모든 착한 법을 닦으며, 항상 스스로 뜻을 일으켜 전일(專一)하고 견고히 하여 모든 선의 근본을 위해서는 어떤 방편이라 할지라도 버리지 않아야 하느니라. 미혜야, 심해탈이 아직 완전하지 못하여 만일 익히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이것이 네 번째로 익혀야 할 법이니라.
또 미혜야, 비구는 지혜를 닦아 흥하고 쇠하는 법을 관찰하고, 이와 같은 지(智)와 거룩한 슬기와 밝게 통달함을 얻어 분별하고 환히 알아 괴로움을 없애야 하느니라. 미혜야, 심해탈이 아직 익숙하지 못하여 익히고자 하는 자에겐 이것이 다섯 번째로 익혀야 할 법이니라.
저들이 이 다섯 가지 습법을 닦고 나면 다시 네 가지 법(法)을 닦아야 한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오로(惡露 : 不淨)를 닦아 탐욕을 끊고, 자비를 닦아 성냄을 끊으며, 들고나는 숨길[息]을 닦아 어지러운 생각을 끊고, 무상하다는 생각을 닦아 아만(我慢)을 끊는 것이니라.
미혜야, 만일 비구가 스스로 착한 벗이 되고 착한 벗과 함께하고 착한 벗과 화합하면, 마땅히 알라. 그 비구는 틀림없이 금계(禁戒)를 닦아 익히고 종해탈을 지켜 보호할 것이요, 또 위의와 예절을 잘 껴잡고, 티끌만한 죄를 보아도 항상 두려움을 품으며, 학계(學戒)를 받아 가질 것이니라.
미혜야, 만약 비구가 스스로 착한 벗이 되고 착한 벗과 함께하고 착한 벗과 화합하면, 마땅히 알라. 그 비구는 틀림없이 거룩하고 뜻이 있는 말만 하고, 마음을 부드럽고 연하게 하며, 마음에 덮인 것을 없앨 것이니라. 곧 계(戒)를 말하고 정(定)을 말하며, 혜(慧)를 말하고 해탈(解脫)을 말하며, 해탈지견(解脫知見)을 말하고 점점 덜어짐을 말하며, 모이기를 즐겨하지 않는 것을 말하고 욕심이 적은 것을 말하며, 만족한 줄 아는 것을 말하고 끊어야 할 것을 말하며, 욕심이 없는 것을 말하고 멸함을 말하며, 연좌(燕坐)를 말하고 연기(緣起)로 얻어지는 것을 말할 것이다. 이와 같은 말을 하는 사문은 다 갖추게 될 것이요, 얻기 어려운 것이 아니니라. 미혜야, 만일 비구가 스스로 착한 벗이 되고 착한 벗과 함께하고 착한 벗과 화합하면, 마땅히 알라.
그런 비구는 틀림없이 정진(精進)을 행하여 악하고 착하지 않은 것을 끊고, 모든 착한 법을 닦으며, 항상 스스로 뜻을 일으켜 전일하고 견고해져서 모든 선의 근본을 위해서는 방편을 버리지 않을 것이니라.
미혜야, 만일 비구가 스스로 착한 벗이 되고 착한 벗과 함께하며 착한 법과 화합하면, 마땅히 알라. 그런 비구는 틀림없이 지혜를 닦아 흥하고 쇠하는 법을 관찰하고, 이러한 지(智)와 거룩한 슬기와 밝게 통달함을 얻어 분별하고 환히 알아 바로 고통을 없애게 될 것이니라.
미혜야, 만일 비구가 스스로 착한 벗이 되고 착한 벗과 함께하며 착한 벗과 화합하면, 마땅히 알라. 그런 비구라면 틀림없이 부정(不淨)함을 닦아 탐욕을 끊고, 자비를 닦아 성냄을 끊으며, 들고나는 숨길을 닦아 어지러운 생각을 끊고, 무상하다는 생각을 닦아 아만을 끊게 될 것이니라.
미혜야, 만일 비구가 무상(無常)하다는 생각을 얻으면 반드시 무아(無我)라는 생각을 얻을 것이다. 미혜야, 만일 비구가 무아라는 생각을 얻으면 곧 현재 세계에서 일체의 아만을 끊고, 식(息) 멸(滅) 진(盡) 무위(無爲) 열반(涅槃)을 얻을 것이니라."
세존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자, 존자 미혜와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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