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 우분유경(牛糞喩經) 제 4 [초 1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에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勝林給孤獨園)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고요한 곳에서 연좌(燕坐)하고 사유(惟思)에 잠겨 있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색(色)인 채로 항상 머물러 있으면서[常住] 변하지 않고, 한결같이 즐거움을 누리면서 영원히 존재하는 방법은 없을까? 또는 각(覺 : 受) 상(想) 행(行) 식(識)인 채로 항상 머물러 있으면서 변하지 않고 한결같이 즐거움을 누리면서 영원히 존재하는 방법은 없을까?'
그 비구는 해질 무렵 연좌에서 일어나,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비구는 세존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고요한 곳에서 편안히 앉아 사색에 잠겨 있다가 생각하기를, '색인 채로 항상 머물러 있으면서 변하지 않고, 한결같이 즐거움을 누리면서 영원히 존재하는 방법은 없을까? 또는 각 상 행 식인 채로 항상 머물러 있으면서 변하지 않고 한결같이 즐거움을 누리면서 영원히 존재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고 말입니다."
세존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색(色)도 항상 머물러 변하지 않고, 한결같이 즐거움을 누리면서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없다. 각각의 상 행 식도 항상 머물러 변하지 않고 한결같이 즐거움을 누리면서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없다."
그리고는 세존께서 손가락으로 쇠똥을 조금 집어들고 말씀하셨다.
"비구야, 너는 지금 내가 손가락으로 쇠똥을 조금 집은 것이 보이느냐?"
"보입니다. 세존이시여."
"비구야, 이와 같이 조그마한 색[少色]도 항상 머물러 변하지 않고 한결같이 즐거움을 누리면서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없다. 각각의 상 행 식도 항상 머물러 변하지 않고 한결같이 즐거움을 누리면서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없다.
왜냐 하면 비구야, 내가 옛날을 생각해 볼 때, 오랫동안 복을 짓고 복을 지은 뒤에는 오래도록 즐거운 과보를 받았다.
비구야, 내가 옛날에 7년 동안 자심(慈心)을 행하고, 세상이 일곱 번 이룩되고 무너지는 동안에도 이 세상에 오지 못하다가, 세상이 무너질 때에는 황욱천(晃昱天)에 태어났고, 세상이 이루어질 때에는 공범천(空梵天) 궁전에 태어나, 그 범천에서 대범천(大梵天)이 되었었다. 다른 곳에서는 천 번을 자재천왕(自在天王)이 되었고, 서른 여섯 번을 천제석(天帝釋)이 되었으며, 또 한량없이 반복해서 찰리(刹利) 정생왕(頂生王)이 되었었다.
비구야, 내가 찰리 정생왕(頂生王)이 되었을 때에는 큰 코끼리 8만 4천 마리가 있었다. 좋은 승구(乘具)를 갖추었었는데 온갖 보배로 장식하였으며, 백주(白珠)로 엮어 덮었으며, 우사하상왕(于娑賀象王)을 우두머리로 삼았었느니라.
비구야, 내가 찰리 정생왕이 되었을 때에는 8만 4천 마리 말이 있었다. 좋은 승구를 갖추었었는데 온갖 보배로 장식하였으며, 금 은으로 엮어 덮었고, 모마왕(馬王)을 우두머리로 삼았었다.
비구야, 내가 찰리 정생왕이 되었을 때에는 8만 4천 대의 수레가 있었다. 네 가지로 장식하고 온갖 좋은 장식품과 사자 호랑이 표범의 알록달록한 가죽으로 장식하였으며, 또한 여러 가지 빛깔로 짠 천으로 장식하였다. 그것은 지극히도 빨랐는데, 낙성차(樂聲車)를 우두머리로 삼았다.
비구야, 내가 찰리 정생왕이 되었을 때에는 8만 4천 개의 큰 성이 있었다. 지극히 커서 풍족하고 안락하였으며 많은 백성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구사화제(拘舍堤)왕성이 으뜸이었다.
비구야, 내가 찰리 정생왕이 되었을 때에는 8만 4천 개의 다락이 있었다. 금 은 유리 수정, 이 네 가지로 누각을 지었는데, 그 중에 정법전(正法殿)이 제일이 되었었느니라.
비구야, 내가 찰리 정생왕이 되었을 때에는 8만 4천 개의 자리[御座]가 있었다. 네 가지 보배인 금 은 유리 수정으로 만든 자리에 양탄자[] 모포[]를 깔고, 금(錦) 기(綺) 나(羅) 곡(?)으로 만든 이불을 덮었으며, 비단 속이불[?體被] 양두안침(兩頭安枕)인 가증가파화라(加陵伽波邏) 파차실다라나(波遮悉多羅那)가 있었느니라.
비구야, 내가 찰리 정생왕이 되었을 때에는 8만 4천 벌의 쌍의(雙衣)가 있었는데, 초마의(草摩衣) 금의(錦衣) 증의(繒衣) 겁패의(劫貝衣) 가릉가피화라의(加陵伽波邏衣) 등이 그것이었다.
비구야, 내가 찰리 정생왕이 되었을 때에는 8만 4천 명의 여자가 있었다. 그들의 몸에는 광택이 있고 희고 조촐하고 밝고 깨끗하며, 그 아름다움은 어떤 사람보다 뛰어났으나 천녀에게는 조금 미치지 못하였다. 모습은 단정하여 보는 사람마다 기뻐하였고, 온갖 보배와 영락으로 만든 장식을 두루 갖추었는데, 찰리 종족의 여자 이외에 다른 종족도 한량없이 많았다.
비구야, 내가 찰리의 정생왕이 되었을 때에는 8만 4천 가지 음식이 밤낮으로 항상 공급되어, 나를 위해 차려져 있어 나로 하여금 늘 먹을 수 있도록 하였다. 그 8만 4천 가지 음식 가운데 한 가지 음식만은 지극히 아름답고 깨끗하며, 한량없는 맛이 있었는데, 나는 항상 그것을 먹었다.
비구야, 그 8만 4천 명의 여자 중에는 오직 찰리 여자가 가장 단정하고 아름다워 항상 나를 받들어 모셨었느니라.
비구야, 그 8만 4천 쌍 중에 하나의 쌍의가 있었는데, 혹은 초마의, 혹은 금의, 혹은 증의, 혹은 겁패의, 혹은 가릉가파화라의였느니라. 나는 항상 그것을 입었느니라.
비구여, 8만 4천 자리 중에는 하나의 어좌(御座)가 있었으니, 혹은 금으로 만들었고 혹은 은으로 만들었으며, 혹은 유리로 만들었고, 혹은 수정으로 만들었느니라. 그 위에 구루와 탑등을 깔고 금 기 나 곡 등 여러 가지 비단 이불을 덮고, 비단 속이불 양두안침(兩頭安枕)인 가릉가파화라와 피차실다라나가 있었는데, 나는 항상 거기에 누웠다.
비구야, 저 8만 4천 개의 다락 중에 어떤 다락 하나가 있었는데, 혹은 금으로 만들었고 혹은 은으로 만들었으며, 혹은 유리로 만들었고, 혹은 수정으로 장식한 것으로서 그 이름은 정법전(正法殿)이라 하였다. 나는 항상 거기에서 머물렀다.
비구야, 저 8만 4천 큰 성 중에 한 성이 있었는데, 지극히 커서 풍족하고 안락하였으며, 많은 백성들이 있었다. 그 성의 이름은 구사화제(拘舍堤)라고 하였다. 나는 항상 거기서 살았다.
비구야, 저 8만 4천 대의 수레 중에 한 수레가 있었는데, 온갖 좋은 물질인 사자 호랑이 표범 등 알록달록한 가죽으로 장식하였고, 여러 가지 빛깔로 짜서 만든 천으로 장식하였다. 지극히 빨랐는데, 그 수레의 이름을 낙성차(樂聲車)라고 하였다. 나는 항상 그것을 타고 다니면서 공원을 구경하였다.
비구야, 저 8만 4천 마리 말 가운데 한 말이 있었으니, 몸은 검푸른 빛이었고 머리 모양은 까마귀 같았는데, 그 말의 이름은 모마왕(馬王)이라고 하였다. 나는 항상 그것을 타고 다니면서 공원을 구경하곤 하였다.
비구야, 저 8만 4천 마리 큰 코끼리 중에는 한 코끼리가 있었는데, 온몸이 하얗고 7지(支)가 모두 정상적인 것으로서 그 이름은 우사하상왕(于娑賀象王)이라 하였다. 나는 항상 그것을 타고 다니면서 공원을 구경하였다.
비구야, 나는 '이것은 어떤 업의 과(果)이며 어떤 업의 보(報)이기에, 나로 하여금 오늘 이러한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 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게 되었는가?' 하고 생각하였다.
비구야, 나는 또 '이것은 3업(業)의 과(果)이며 3업의 보(報)로서 나로 하여금 오늘 이러한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 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게 한 것이다. 3업이란 첫째는 보시(布施)요, 둘째는 조어(調御)요, 셋째는 수호(守護)이다'라고 생각하였다.
비구야, 나는 저 일체의 소유(所有)가 다 멸하고 여의족도 또한 없어지는 것을 보았다.
비구야, 네 생각은 어떠하냐? 색은 유상(有常)한 것이냐, 무상(無常)한 것이냐?"
"무상한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무상한 것이라면 이것은 괴로움인가, 괴로움이 아닌가?"
"괴로운 것이며, 변역(變易)하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무상한 것이요, 괴로운 것이요, 변역하는 것이라면, 이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多聞聖弟子]로서 혹 '이것은 나이다, 이것은 내 것이다, 나는 저의 것이다'라는 것을 받아들이겠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비구야, 네 생각은 어떠하냐? 각(覺) 상(想) 행(行) 식(識)은 유상한 것이냐, 무상한 것이냐?"
"무상한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무상한 것이라면 이것은 괴로운 것이냐, 괴롭지 않은 것이냐?"
"괴로운 것이요, 변역하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무상한 것이요, 괴로운 것이요, 변역하는 것이라면, 이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로서 '이것은 나다, 이것은 내 것이다, 나는 저의 것이다'라는 것을 받아들이겠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러므로 비구야, 너는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만일 색이 과거나 미래나 현재에 있어서, 혹은 안이거나 밖이거나 성글거나 가늘거나, 혹은 좋거나 밉거나 멀거나 가깝거나, 저 일체는 나가 아니요 내 것도 아니며, 나는 저의 것도 아니다'라고 말이니라. 지혜로운 관찰로써 그 진실 그대로를 알아야 한다.
'만일 각각의 상 행 식이 혹은 과거나 미래나 현재이거나, 혹은 안이거나 밖이거나 성글거나 가늘거나, 혹은 좋거나 밉거나 가깝거나 멀거나, 그 일체는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며, 나는 저의 것도 아니다'라고 지혜로운 관찰로써 그러한 진실 그대로 알아야 한다.
비구야, 만일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로서 이와 같이 관찰한다면, 그는 곧 색을 싫어할 것이요, 각 상 행 식을 싫어할 것이다. 그렇게 싫어한 뒤에는 곧 욕심이 없을 것이요, 욕심이 없어진 뒤에는 곧 해탈할 것이며, 해탈한 뒤에는 곧 해탈한 줄을 알아, 생(生)이 이미 다하고 범행(梵行)이 이미 확립되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다음 세상에서 생명을 받지 않는다는 진실 그대로를 알게 될 것이니라.
이 때에 저 비구는 세존의 말씀을 들어 잘 받아 가지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세존을 세 바퀴 돌고 나서 물러갔다.
그 비구는 부처님의 교화를 받은 뒤에 속세를 멀리 떠나, 혼자 있으면서 마음에 게으름이 없이 수행하고 정근하였다. 그런 뒤에 족성자가 한 것처럼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고, 가정이 없이 도를 배웠다. 오로지 위없는 범행을 다하여, 현재에 있어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득하고 성취하여 노닐었다. 생이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확립되어 할 일을 이미 마쳤으므로, 다시는 다음 세상의 생명을 받지 않는다는 진실 그대로를 알았다. 이렇게 그 비구는 법을 안 뒤에 아라한이 되었다."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비구들은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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