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역 아함경/중아함경

068. 대선견왕경(大善見王經)

실론섬 2015. 7. 20. 16:37

068. 대선견왕경(大善見王經) 제 4 [제2 소토성송]

(이 경의 참고가 될 만한 경으로는 『장아함경 』의 두 번째 소경(小經)인 「유행경(遊行經)」과 서진(西晋)시대 백법조(白法祖)가 한역한 『불반니원경(佛般泥洹經) 』 하권과 당(唐)시대 의정(義淨)이 한역한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잡사(根本說一切有部毘奈耶雜事) 』 제37권 등이 있다.)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 구시성(拘尸城)에 유행하실 적에 화발단(跋單) 역사(力士)의 사라림(娑羅林)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최후로 반열반(般涅槃)에 드시려 하시면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두 사라나무 사이에 가서 여래를 위하여 북쪽으로 머리를 두도록 자리를 펴라. 내가 오늘밤 중야(中夜)에 열반할 것이니라."

  

아난이 여래의 분부를 받고 곧 두 그루 나무가 있는 곳에 가서 두 그루 나무 사이에다가 여래를 위하여 북쪽으로 머리를 향하도록 자리를 폈다. 자리를 편 뒤에 부처님 계시는 곳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미 여래를 위하여 두 나무 사이에다 북쪽으로 머리를 향하게 하고 자리를 펴놓았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스스로 때를 아시옵기 바랍니다."

  

이에 세존께서는 아난을 데리고 두 나무 사이로 가시어 울다라승(鬱多羅僧)을 네 겹으로 접어 평상 위에 깔고, 승가리(僧伽梨)를 접어 베개를 만들어 베고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누워 두 발을 포개고 최후로 반열반에 드시려 하시었다. 때에 존자 아난이 불자(拂子)를 잡고 세존을 모시고 서 있다가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다시 다른 큰 성이 있나이다. 첫째는 첨파(瞻波)이고, 둘째는 사위성(舍衛城)이며, 셋째는 비사리성( 舍離城)이고, 넷째는 왕사성(王舍城)이며, 다섯째는 바라내성(波羅城)이요, 여섯째는 가유라위성(加維羅衛城)입니다. 세존께서는 저런 곳에서 열반하시지 않고 어찌하여 이 작은 토성에서 열반에 드시려 하십니까? 모든 성 가운데 이 성을 가장 보잘것 없는 성으로 여깁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이것을 작은 토성이라고 하여 모든 성 중에서 가장 보잘것없다고 말하지 말라. 왜냐 하면 과거에 이 구시성은 구시왕성이라고 불리웠는데 극히 풍부하고 안락하였으며, 많은 사람이 살았었다. 구시왕성의 길이는 12 유연(由延)이었고 너비는 7유연이었다. 아난아, 망루를 세웠는데 그 높이가 한 사람의 키만 했고, 혹은 2 3 4 나아가 7인의 키에 이르기도 했었다. 구시왕성 밖 주위에는 일곱 겹의 해자가 성을 빙 두르고 있었는데, 그 해자는 4보(寶)인 금 은 유리 수정으로 쌓았으며, 그 밑바닥도 또 네 가지 보배인 금 은 유리 수정으로 깔았었다. 


아난아, 구시왕성 둘레 밖에는 일곱 겹의 담이 있었는데, 그 담도 또한 네 가지 보배인 금 은 유리 수정으로 쌓았었다. 구시왕성 둘레에는 일곱 겹으로 4보의 다라(多羅)나무를 빙 둘러 심었는데 금다라나무는 은잎 은꽃에 은열매가 달리고, 은다라나무는 금잎 금꽃에 금열매가 달리며, 유리다라나무는 수정잎 수정꽃에 수정열매가 달리고, 수정다라나무는 유리잎 유리꽃에 유리열매가 달렸다. 아난아, 저 다라나무 사이에는 여러 가지 연못을 만들었는데, 푸른 연꽃못 붉은 연꽃못 빨간 연꽃못 흰 연꽃못이 있었다. 그 연못 언덕은 금 은 유리 수정 등 4보로 쌓았었고, 그 밑바닥도 4보로 깔았었다. 


아난아, 그 못 가운데에는 금 은 유리 수정으로 만든 섬돌이 있었는데, 금섬돌은 은발판이요, 은섬돌은 금발판이며, 유리섬돌은 수정발판이고, 수정섬돌은 유리발판이었다. 저 못 둘레에는 4보로 만들어진 줄난간이 있었는데, 금난간은 은줄 은난간은 금줄로 되어 있었으며, 유리난간은 수정줄 수정난간은 유리줄이었다. 그 못은 그물로 덮었고 그 사이에는 방울을 달았었다. 그 방울도 4보로 되었었는데, 금방울은 은혀 은방울은 금혀로 되어 있고, 유리방울은 수정혀 수정방울은 유리혀로 되어 있었다. 아난아, 그 못 가운데에는 여러 가지 물꽃을 심어 놓았는데, 푸른 연꽃 붉은 연꽃 빨간 연꽃 흰 연꽃으로서 항상 물이 있었고 언제나 꽃이 있었으며, 지켜는 사람이 없어서 모든 사람들이 다 드나들었다. 


아난아, 그 못 언덕에는 여러 가지 육지에서 크는 꽃을 심었었는데, 수마나꽃[修摩那華] 바사꽃[婆師華] 첨복꽃[瞻蔔華] 수건제꽃[修?提華] 마두건제꽃[摩頭?提華] 아제모다꽃[阿提牟?華] 파라두꽃[波羅頭華]였다. 아난아, 그 꽃못 언덕에는 많은 여자가 있었다. 그 여인들의 몸에서는 광택이 나고 빛나고 깨끗하며, 아름다운 얼굴은 사람보다 뛰어나지만 천녀보다는 조금 못하였으며, 모습이 단정하여 보는 사람들마다 좋아하고 기뻐하며, 여러 가지 보배와 영락으로 장엄하게 장식하였었다. 그녀는 은혜로 베풀되 그 필요에 따라 음식 의복 수레 집 침구 털담요 급사 등불을 모두 보시하였었느니라.

  

아난아, 그 다라 나뭇잎은 바람이 불 때에는 지극히 미묘한 음악 소리가 나는데, 마치 5종의 기공사(妓工師)가 음악을 연주하여 지극히 미묘하고 잘 어우러진 음악과 같았다. 아난아, 그 다라 나뭇잎은 바람이 불 때에도 또한 그와 같았다. 


아난아, 구시성 안에 비록 더럽고 지극히 나쁜 것을 시설한 하등 사람이라 하더라도 5종의 풍류를 얻고자 하면, 누구나 다 다라나무 사이에 가서 마음대로 한껏 즐길 수 있었다. 


아난아, 구시왕성에는 언제나 열두 가지 소리가 있어 일찍 끊긴 적이 없었다. 코끼리 소리 말 소리 수레 소리 걸음 소리 고둥 소리 북 소리 박락고(薄洛鼓) 소리 장구 소리 노래 소리 춤 소리 음식 소리 보시하는 소리였었다.

  

아난아, 구시성에는 대선견(大善見)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전륜왕이 되었는데, 총명하고 지혜가 있었으며, 네 종류의 군사를 두어 천하를 바르게 다스리며, 스스로 자재하여 법다운 법왕으로서, 7보를 성취하고 사람의 네 가지 여의덕을 얻었었다. 어떤 것이 7보를 성취하고 사람의 네 가지 여의덕을 얻은 것인가? 앞에서 말한 7보와 네 가지 여의덕과 같은 것들이다. 


아난아, 이에 구시왕성의 범지와 거사들은 주보(珠寶)와 감파라보(鉗婆羅寶 : 毛織物의 일종)를 많이 가져다 싣고 대선견왕에게 나아가 여쭈었다.

'천왕이여, 우리들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이 많은 주보와 감파라보를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대선견왕이 바라문과 거사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이 이런 물건을 바치지만 나에겐 필요 없다. 내게는 많이 있다.'

  

아난아, 다시 8만 4천의 모든 작은 국왕들이 대선견왕에게 나아가 여쭈었다.

'천왕이여, 우리들은 천왕을 위하여 궁전을 짓고자 합니다.'

대선견왕이 소왕(小王)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이 나를 위하여 정전(正殿)을 짓고자 하지만 내게는 아무 필요가 없다. 내게는 정전이 있다.'

  

8만 4천의 모든 작은 국왕들은 모두 합장하고 천왕을 향하여 두 번 세 번 여쭈었다.

'천왕이여, 우리들은 천왕을 위하여 정전을 짓고자 하나이다. 우리들은 천왕을 위하여 정전을 짓고자 하나이다.'

  

그러자 대선견왕은 8만 4천의 모든 작은 국왕을 위하여 묵묵히 허락하였다. 8만 4천의 모든 작은 국왕들은 대선견왕이 묵묵히 허락하신 것을 알고, 절하고 물러나 천왕의 주위를 세 바퀴 돌고 물러갔다. 그들은 각각 본국으로 돌아가 8만 4천 대의 수레에 금을 가득 싣고, 다시 돈과 사람이 만든 물건[作]과 부작(不作 : 천연적인 물건)을 싣고, 또 낱낱 주보의 기둥을 싣고 구시성으로 갔다. 그리하여 그 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큰 정전을 지었다.

  

아난아, 그 큰 정전은 길이가 1유연(由延 : 由旬)이고 너비도 1유연이나 되었다. 그 큰 정전을 온통 금 은 유리 수정 등 네 가지 보배로 쌓았다. 그 큰 정전에는 네 가지 보배로 만든 섬돌이 있었는데, 금섬돌은 은발판, 은섬돌은 금발판이요, 유리섬돌은 수정발판, 수정섬돌은 유리발판으로 되어 있었다. 아난아, 그 큰 정전 가운데에는 8만 4천 개의 기둥이 있었는데, 그것도 네 가지 보배로 만들었다. 금기둥은 은주두와 은주춧돌, 은기둥은 금주두와 금주춧돌이요, 유리기둥은 수정주두와 수정주춧돌, 수정기둥은 유리주두와 유리주춧돌이다. 


아난아, 그 큰 정전 안에는 8만 4천 개의 누각을 세웠는데, 금 은 유리 수정 등 네 가지 보배로 만들었었다. 금누각은 은지붕, 은누각은 금지붕이요, 유리누각은 수정지붕, 수정누각은 유리지붕이었다. 

아난아, 그 큰 정전 안에는 8만 4천 개의 자리를 깔아 놓았는데, 또한 네 가지 보배로 만들었다. 금누각에는 은자리를 깔고, 털담요와 털자리를 깔고 금기라곡(錦綺羅? : 비단의 종류)으로 덮었으며, 비단 속이불과 양두안침(兩頭安枕)이 있는데, 가릉가파화라(加陵伽波邏)와 파차슬다라나(波遮悉多羅那)로 되었다.

  

아난아, 그 큰 정전의 둘레를 둘러 네 가지 보배로 만든 갈고리 모양의 난간이 있는데, 금난간은 은줄, 은난간은 금줄로 되어 있고, 유리난간은 수정줄, 수정난간은 유리줄로 되어 있다. 


아난아, 그 큰 정전은 그물로 덮고 그 사이에 방울을 달았다. 그 방울도 네 가지 보배로 되었는데, 금방울은 은혀, 은방울은 금혀로 되어 있었고, 유리방울은 수정혀, 수정방울은 유리혀로 되어 있었다. 저 큰 정전을 원만하게 완성한 뒤에, 8만 4천의 모든 작은 국왕들은 정전에서 멀지 않은 곳에 큰 꽃못을 만들었다. 


아난아, 저 큰 꽃못의 길이는 1유연이나 되고, 너비도 1유연이나 되었다. 아난아, 저 큰 연못은 금 은 유리 수정 등 네 가지 보배로 쌓았고, 그 밑에도 네 가지 보배 모래를 깔았다. 저 큰 꽃못은 네 가지 보배로 쌓은 섬돌이 있었다. 금섬돌은 은발판, 은섬돌은 금발판이요, 유리섬돌은 수정발판, 수정섬돌은 유리발판이었다. 그 큰 꽃못의 둘레를 빙 둘러 금 은 유리 수정 네 가지 보배로 된 줄난간이 있었는데, 금난간은 은줄, 은난간은 금줄이요, 유리난간은 수정줄, 수정난간은 유리줄이다. 


아난아, 그 큰 꽃못은 그물로 덮고, 그 사이에는 방울을 달았다. 그 방울은 금 은 유리 수정으로 되어 있었는데, 금방울은 은혀, 은방울은 금혀요, 유리방울은 수정혀, 수정방울은 유리혀로 되어 있었다. 저 큰 꽃못 가운데에는 여러 가지 물에서 나는 꽃들이 있었는데, 푸른 연꽃 붉은 연꽃 빨간 연꽃 흰 연꽃으로써 항상 물이 있고 언제나 꽃이 있으며, 지키는 사람이 있어 모든 사람을 통과시키지 않는다. 그 큰 꽃못 언덕에는 여러 가지 육지에서 피는 꽃이 있었는데, 수마나꽃[修摩那華] 바사꽃[婆師華] 첨복꽃[瞻蔔華] 수건제꽃[修?提華] 마두건제꽃[摩頭?提華] 아제모다꽃[阿提牟?華] 파라뢰꽃[波羅賴華] 들이다.

  

아난아, 이렇게 큰 정전과 큰 꽃못이 구족하게 된 뒤에, 8만 4천의 모든 작은 국왕들은 정전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다라(多羅) 동산을 만들었다. 그 다라 동산은 길이가 1유연이나 되고 너비도 1유연이나 되었다. 


아난아, 다라 동산 가운데에는 8만 4천 그루의 다라나무를 심어 놓았었는데, 금 은 유리 수정 등 네 가지 보배로 되었다. 금다라나무는 은잎 은꽃 은열매요, 은다라나무는 금잎 금꽃 금열매요, 유리다라나무는 수정잎 수정꽃 수정열매요, 수정다라나무는 유리잎 유리꽃 유리열매였다. 


아난아, 그 다라 동산의 둘레에는 네 가지 보배로 만들어진 줄난간이 있는데 금난간은 은줄 은난간은 금줄이요, 유리난간은 수정줄, 수정난간은 유리줄이었다. 


아난아, 그 다라 동산은 그물로 덮었는데, 그 사이에 방울을 달았다. 그 방울은 네 가지 보배로 만들었는데 금방울은 은혀, 은방울은 금혀요, 유리방울은 수정혀, 수정방울은 유리혀로 되어 있다.

  

아난아, 이렇게 큰 정전과 꽃못과 다라 동산이 구족하게 이루어진 뒤에, 8만 4천의 모든 작은 국왕들은 곧 함께 대선견왕에게 나아가 여쭈었다.

'천왕이여, 마땅히 아소서. 큰 정전과 꽃못, 그리고 다라 동산을 다 원만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원컨대 천왕의 마음대로 하소서.'

  

아난아, 대선견왕은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먼저 큰 정전에 오르지 않으리라. 만일 존경할만한 사문 범지가 구시왕성을 의지하여 머무르는 이가 있다면, 나는 그 전부를 청하여 이 대전에 모이게 하고 제일 맛있고 매우 좋은 반찬과 여러 가지 음식을 풍족하게 차리되 내 몸소 마련해 가지고 한껏 공양하게 하리라. 공양이 끝나면 그릇을 거두고 손 씻을 물을 돌린 뒤에 전송하여 돌아가게 하리라.'

  

대선견왕은 이렇게 생각한 뒤에 곧 높은 사문과 범지로서 그 구시왕성을 의지하여 머무르는 사람들을 초청하였다. 모두 모여와 큰 정전에 올라가 앉자, 스스로 손 씻을 물을 돌리고 곧 아주 맛있고 매우 좋은 반찬이며 여러 가지 음식을 풍족하게 차리되 손수 마련하여 한껏 공양하게 하였다. 공양이 끝나자, 그릇을 거두고 손 씻을 물을 돌리고 주원(呪願)을 받은 뒤에 전송하여 돌아가게 하였었느니라.

  

아난아, 대선견왕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저 큰 정전 가운데서는 음욕을 행하지 않으리라. 내 차라리 혼자서 한 시자만을 데리고 대전에 올라가 머무르리라.'

  

대선견왕은 그런 생각을 하고 나서 한 시자만을 데리고 큰 정전에 올라가 금누각으로 들어갔다. 은자리에다 털담요와 털자리를 펴고, 금기(錦綺)와 나곡(羅?)으로 덮고 친체(?體) 이불과 양두안 베개를 두고 가릉가파화라와 파차슬다라나에 앉았다. 거기에 앉은 다음에 탐욕을 여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어, 각도 있고 관도 있으며, 여의는 데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초선을 체득하고 성취하여 노닌다. 다음에는 금누각에서 나와 은누각으로 들어간다. 금자리에다 털담요와 털자리를 펴고 금기와 나곡으로 덮고, 친체 이불과 양두안 베개를 두고 가릉가파화라와 파차슬다라나에 앉는다. 앉은 뒤에는 탐욕을 여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어, 각도 있고 관도 있으며, 여의는 데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초선을 체득하고 성취하여 노닌다. 다음에는 은누각에서 나와 유리누각으로 들어간다. 수정자리에다 털담요와 털자리를 펴고 금기와 나곡으로 덮고, 친체 이불과 양두안 베개를 두고 가릉가파화라와 파차슬다라나에 앉는다. 앉은 뒤에는 탐욕을 여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어, 각도 있고 관도 있으며, 여의는 데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초선을 체득하고 성취하여 노닌다. 다음에는 유리누각에서 나와 수정누각으로 들어간다. 유리자리에다 구루([)와 탑등()을 펴고 금기와 나곡으로 덮고, 친체 이불과 양두안 베개를 두고 가릉가파화라와 파차슬다라나에 앉는다. 앉은 뒤에는 탐욕을 여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어, 각도 있고 관도 있으며, 여의는 데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초선을 체득하고 성취하여 노닌다.

  

아난아, 그 때에 8만 4천 부인과 여보(女寶)들은 오랫동안 대선견왕을 보지 못하여, 각각 기허(飢虛)를 품고 못내 그리워하여 보고자 하였다. 이에 8만 4천 부인은 여보들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천후(天后)여, 마땅히 아소서. 우리들은 모두 오랫동안 천왕을 뵈옵지 못하였습니다. 천후여, 우리들은 이제 모두 천왕을 뵙고자 합니다.'

여보들은 그 말을 들은 뒤에 주병신(主兵臣)에게 말하였다.

'너는 마땅히 알라, 우리들은 모두 오랫동안 천왕을 뵈옵지 못하였다. 이제 가서 보고자 한다.'

  

주병신은 그 말을 듣고 곧 8만 4천 부인과 여보들을 큰 정전으로 보내고, 8만 4천 마리 코끼리와 8만 4천 마리 말과 8만 4천 대의 수레와 8만 4천 명의 보병과 8만 4천 마리 소왕[牛王]들도 또한 함께 모시고 큰 정전으로 가게 하였다. 막 떠나려 하자,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음향이 진동하였다. 


대선견왕은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음향이 진동하는 것을 듣고 곧 곁에 있던 시자에게 물었다.

'이것이 무슨 소리기에 저다지도 커서 음향이 진동하는가?'

시자가 아뢰었다.

'천왕이여, 이것은 8만 4천 부인과 여보들이 지금 모두 함께 큰 정전으로 오고, 8만 4천 마리 코끼리와 8만 4천 마리 말과 8만 4천 대의 수레와 8만 4천 명의 보병과 8만 4천 마리 소왕들도 또한 함께 대정전으로 오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음향이 진동하는 것입니다.'

  

대선견왕은 이 말을 듣고 시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빨리 궁전을 내려가 맨땅에 금평상을 펴놓은 뒤에 돌아와 내게 알려라.'

시자가 분부를 받고 곧 궁전을 내려가 맨땅에 금평상을 펴놓은 뒤에 돌아와 아뢰었다.

'천왕을 위하여 이미 맨땅에 금평상을 펴놓았습니다. 천왕의 뜻대로 하소서.'

  

아난아, 대선견왕은 곧 시자와 함께 궁전에서 내려와 금평상에 올라가 가부를 맺고 앉았다. 그 때에 8만 4천 부인과 여보들은 모두 함께 앞으로 나와 대선견왕에게로 갔다. 대선견왕은 멀리서 8만 4천 부인과 여보들을 보자, 곧 모든 감각기관[根]을 닫아 막아 버렸다. 이에 8만 4천 부인과 여보들은 왕이 모든 감각기관을 닫아 막아 버린 것을 보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천왕은 틀림없이 우리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 모양이다. 왜냐 하면 천왕은 모처럼 우리들을 보았는데도 곧 모든 감각기관을 닫아 막아 버리셨기 때문이다.'

  

아난아, 그렇게 생각한 여보들은 곧 앞으로 대선견왕에게로 나아가 아뢰었다.

'천왕이여, 마땅히 아소서. 우리 8만 4천 부인과 여보들은 다 천왕의 소유입니다. 원컨대 목숨을 마칠 때까지 언제나 저희들을 생각하여 주소서. 8만 4천 마리 코끼리, 8만 4천 마리 말, 8만 4천 대의 수레, 8만 4천 명의 보병, 8만 4천 마리 소왕들도 대천왕의 소유입니다. 원컨대 천왕은 목숨을 마칠 때까지 언제나 저희들을 생각하여 주소서.'


대선견왕은 이 말을 듣고 여보들에게 말하였다.

'누이들이여, 너희들은 오랫동안 나로 하여금 악을 짓게 하고 자비를 행하지 못하게 하였다. 누이들이여, 너희들은 지금부터 이 뒤로는 나로 하여금 자비를 행하게 하여 악을 짖지 않게 하라.'

  

아난아, 8만 4천 부인과 여보들은 물러나 한쪽에 서서 눈물을 흘리고 슬피 울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들은 천왕의 누이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제 천왕은 우리들을 일컬어 누이라 하십니까?'

그 8만 4천 부인과 여보들은 각각 옷으로 눈물을 닦고 다시 앞으로 대선견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천왕이여, 우리들이 어떻게 해야 천왕으로 하여금 자비를 행하고 악을 행하지 않게 하겠나이까?'

대선견왕이 대답하였다.

'누이들아, 너희들은 나를 위하여 마땅히 이렇게 말하라. 천왕이여, 모르십니까? 사람의 목숨은 짧아 반드시 다음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부디 범행(梵行)을 닦으소서. 생겨나는 물질은 모두 끝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천왕이여, 마땅히 아소서. 저 법은 반드시 다가올 것입니다. 사랑할 것도 없고 기뻐할 것도 없으며, 일체 세상을 무너뜨리는 것을 죽음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천왕이여, 8만 4천 부인과 여보들에 대하여 생각이 일어나고 욕심이 생기면, 원컨대 다 끊어 버리고 끝끝내 생각하지 마소서. 8만 4천 마리의 코끼리, 8만 4천 마리의 말, 8만 4천 대의 수레, 8만 4천 명의 보병, 8만 4천 마리의 소왕에 대하여서도 천왕이여, 욕심이 생기고 생각이 일어나면, 원컨대 그것을 다 끊어 버리고 끝끝내 생각하지 마소서. 모든 누이들아, 너희들은 이렇게 말하여 나로 하여금 자비를 행하게 하고 악을 행하지 않게 하라,'

  

아난아, 8만 4천 부인과 여보들이 아뢰었다.

'우리들은 이제부터 이 뒤로는 마땅히 천왕으로 하여금 자비를 행하고 악을 짓지 않게 하겠습니다. 일체 세상을 무너뜨리는 것을 (죽음)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천왕이여, 8만 4천 부인들과 여보들에 대하여 생각이 일어나고 욕심이 생기면, 부디 천왕은 다 끊어 버리고 끝끝내 생각하지 마소서. 8만 4천 마리의 코끼리, 8만 4천 마리의 말, 8만 4천 대의 수레, 8만 4천 명의 보병, 8만 4천 마리의 소왕에 대해서도 욕심이 생기고 생각이 일어나거든, 부디 천왕은 그것을 다 끊어 버리고 끝끝내 생각하지 마소서.'

  

아난아, 대선견왕은 저 8만 4천 부인과 여보들을 위해 설법하여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였다. 한량없는 방편으로 그들을 위해 설법하여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한 뒤에 그들을 보내어 되돌아가게 하였다. 저 8만 4천 부인과 여보들은 대선견왕이 전송하려는 뜻을 알고는 각각 절하고 하직하고 돌아갔다.

  

아난아, 저 8만 4천 부인과 여보들이 돌아간지 오래지 않아, 대선견왕은 곧 시자와 함께 돌아와 대전(大殿)에 올라가 금누각으로 들어갔다. 은자리에다 털담요와 털자리를 펴고 금기와 나곡으로 덮고, 친체 이불과 양두안 베개를 두고 가릉가파화라와 파차슬다라나에 앉았다. 앉은 뒤에는 이렇게 관찰하였다.

'나는 이제 마지막이다. 탐욕을 생각하고 성냄을 생각하며, 해치기를 생각하고 싸우고 다투어 서로 미워하며, 아첨하고 거짓을 부리며, 속이고 거짓말하는 따위의 한량없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은 이제 마지막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서 마음은 자애로움과 함께하여 1방(方)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렇게 2 3 4방과 4유 상 하 일체에 두루하여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며,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닐었다. 다음에는 금누각에서 나와 은누각으로 들어갔다. 금자리에다 털담요와 털자리를 펴고 금기와 나곡으로 덮고, 친체 이불과 양두안 베개를 두고 가릉가파화라와 파차슬다라나에 앉았다. 앉은 뒤에는 이렇게 관찰하였다.

'나는 이제 마지막이다. 탐욕을 생각하고 성냄을 생각하며, 해치기를 생각하고 싸우고 다투어 서로 미워하며, 아첨하고 거짓을 부리며, 속이고 거짓말하는 따위의 한량없는 모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은 이제 마지막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서 마음은 자애로운 마음과 함께하여 1방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렇게 2 3 4방과 4유 상 하 일체에 두루하여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다.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닐었다.

  

다음에는 은누각에서 나와 유리누각으로 들어갔다. 수정자리에다 털담요와 털자리를 펴고 금기와 나곡으로 덮고, 천친 이불과 양두안 베개를 두고 가릉가파화라와 파차슬다라나에 앉았다. 앉은 뒤에는 이렇게 관찰하였다.

'나는 이제 마지막이다. 탐욕을 생각하고 성냄을 생각하며, 해치기를 생각하고 싸우고 다투어 서로 미워하며, 아첨하고 거짓을 부리며, 속이고 거짓말하는 따위의 한량없는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은 이제 마지막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서 마음은 기뻐함과 함께하여 1방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렇게 2 3 4방과 4유 상 하 일체에 두루하여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며, 지극히 넓고 매우 크고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닐었다.

  

다음에는 유리누각에서 나와 수정누각으로 들어갔다. 유리자리에다 털담요와 털자리를 펴고 금기와 나곡으로 덮고, 친체 이불과 양두안 베개를 두고 가릉가파화라와 피차슬다라나에 앉았다. 앉은 뒤에는 이렇게 관찰하였다.

'나는 이제 마지막이다. 탐욕을 생각하고 성냄을 생각하며, 해치기를 생각하고 싸우고 다투면서 서로 미워하며, 아첨하고 거짓을 부리며, 속이고 거짓 말하는 따위의 한량없는 모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은 이제 마지막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서 마음은 평정과 함께하여 1방에 두루 차고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렇게 2 3 4방과 4유 상 하 일체에 두루하여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며, 지극히 넓고 매우 크고 한량없는 선행을 잘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닐었다.

  

아난아, 대선견왕은 최후의 때가 이르자, 미미한 죽음의 고통을 느꼈다. 마치 거사나 거사의 아들이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고 거북함을 느끼는 것과 같이 대선견왕도 최후의 때에 이르자, 미미한 죽음의 고통을 느끼는 것이 또한 그와 같았다. 그 때에 대선견왕은 4범실(梵室)을 닦아 익히고 욕심을 버린 뒤에 그로 인해 목숨이 끝나자 범천에 태어났느니라.

  

아난아, 옛날 그 때의 대선견왕을 너는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느냐? 그런 생각을 말라. 마땅히 알라. 그 때의 그는 바로 지금의 곧 나였느니라. 아난아, 나는 그 때에 내자신도 요익하게 하였지만 또한 남도 요익하게 하였으며, 많은 사람을 요익하게 하였고 세상을 가엾이 여겼으며, 하늘을 위하고 사람을 위하여 정의와 요익을 구하고 안온과 쾌락을 구하였다. 그 때에는 설법하여 구경의 경지에 이르지 못하였고 최후의 백정(白淨)을 성취하지 못하였으며, 최후의 범행을 성취하지 못하고 마쳤었다. 그 때에는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 울음 걱정 슬픔을 여의지 못하였고, 미처 일체의 괴로움도 벗어나지 못하였었다.

  

아난아, 그러나 이제 나는 세상에 나와 여래 무소착 등정각 명행성위 선서 세간해 무상사 도법어 천인사 불중우라는 호칭을 받고 있다. 나는 이제 내자신도 요익하게 하고 또 남도 요익하게 하며, 많은 사람을 요익하게 하고 세간을 가엾이 여기며, 하늘을 위하고 사람을 위하여 정의와 요익을 구하고 안온과 쾌락을 구한다. 나는 이제 설법하여 구경의 경지에 이르렀고 최후의 백정을 성취하였으며, 최후의 범행을 성취해 마쳤다. 나는 이제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 울음 걱정 슬픔을 여의었고, 일체의 괴로움을 벗어났다.

  

아난아, 구시성(拘尸城)을 따르고 화발단(跋單) 역사의 사라(娑羅)숲을 따르고 니연연(尼連然)강을 따르고, 파구(婆求)강을 따르고, 천관사(天冠寺)를 따르고, 나를 위하여 자리를 펴는 곳을 따라, 나는 그 중간에서 일곱 번 몸을 버렸었고, 그 중간에서 여섯 번을 전륜왕이 되었었으며, 지금은 일곱 번째로 여래 무소착 등정각이 되었다. 


아난아, 나는 다시 세상이나 하늘이나 악마 범천 사문 범지 등으로서 하늘에서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시 몸을 버리는 일이 있는 그런 이치는 없느니라. 아난아, 나는 이번 생이 최후의 생이요 최후의 세계[有]이며, 최후의 몸이요 최후의 형상이며, 최후의 나이니라. 나는 이것을 괴로움의 끝이라고 말하노라."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존자 아난과 여러 비구들은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