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역 아함경/중아함경

제14권 - 왕상응품 - 067. 대천내림경(大天林經)

실론섬 2015. 7. 20. 16:20

중아함경 제 14 권

6. 왕상응품 ④


067. 대천내림경(大天林經) 제 3 [제2 소토성송]

(이 경의 참고 경문으로는 오(吳)시대 강승회(康僧會)가 한역한 『육도집경(六度集經) 』 내의 소경인 「마조왕경(摩調王經)」과 서진(西晋)시대 법거(法炬)와 법립(法立)이 공역한 『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 』 제 4 권 「도리품(도利品)」과 『증일아함경 』 제48권 「예삼보품(禮三寶品)」의 네 번째 소경이 그것이다.)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 비타제국( 陀提國 : 비데하국)에 유행하실 적에 큰 비구들과 함께 미살라(彌薩羅 : 비데하국의 수도)에 이르러 대천내림(大天林)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길을 가시다가 도중에서 빙그레 웃으셨다. 존자 아난이 세존께서 웃으시는 것을 보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께서는 어떤 인연으로 웃으시나이까? 모든 여래 무소착 등정각께서는 인연이 없으시면, 끝내 함부로 웃으시지 않았나이다. 원하옵건대 그 뜻을 들려 주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옛날 어느 땐가 이 미살라 내림 속에 대천(大天)이라 불리우는 왕이 있었다. 그는 전륜왕이 되었는데, 총명하고 지혜가 있었으며 네 종류의 군대를 거느리고 천하를 바르게 다스렸고, 스스로 자재하여 법다운 법왕으로서 7보(寶)를 성취하였으며, 사람의 네 가지 여의(如意)한 덕을 얻었었다. 


아난아, 저 대천왕의 7보(寶)를 성취하였다는 것은 무엇을 말함인가 하면, 곧 윤보 상보 마보 주보 여보 거사보 주병신보이다. 이것을 일러 7보라고 한다.

  

아난아, 저 대천왕은 어떻게 윤보를 성취하였는가? 

아난아, 그 때에 대천왕은 매달 보름날 종해탈(從解脫)2)을 설할 때에, 목욕하고 몸을 깨끗이 씻은 다음 정전(正殿)에 오르면 하늘 윤보가 동방에서 내려온다. 바퀴에는 1천 개의 바퀴살이 있어 일체를 구족하였으며, 청정하고 자연스러워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요, 빛은 불꽃과 같고 광명은 찬란하게 번쩍인다. 대천왕은 그것을 보고 기뻐 뛰면서, 마음으로 '좋은 윤보가 나왔다. 묘한 윤보가 나왔다. 나는 일찍 옛사람에게 들은 말이 있는데, 만일 정생찰리(頂生刹利)왕이 매달 보름날 종해탈을 설명할 때에 목욕하고 몸을 깨끗이 씻은 다음 정전에 오르면 하늘 윤보가 동방에서 오는데, 바퀴에는 1천 개의 바퀴살이 있어 일체를 구족하였으며, 청정하고 자연스러워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요, 빛은 불꽃과 같고 광명이 찬란하게 번쩍이면, 그는 반드시 전륜왕이 된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장차 전륜왕이 될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였다.

  

아난아, 옛날 대천왕이 장차 스스로 하늘 윤보를 시험하려고 할 때에는 네 종류의 군대인 상군 마군 차군 보군을 모은다. 네 종류의 군사를 모은 뒤에는 하늘 윤보가 있는 곳으로 나아가, 왼손으로는 바퀴를 어루만지고 오른손으로는 이것을 굴리면서, '하늘 윤보를 따르리라. 하늘 윤보가 굴러가는 곳을 따르리라'고 말한다. 아난아, 저 하늘 윤보가 굴러 곧 동방으로 향하여 갔다. 그 때 대천왕도 뒤를 따르고, 네 종류의 군대도 또한 뒤를 따랐다. 만일 하늘 윤보가 머무르는 곳이 있을 때에는 대천왕도 거기서 묵고, 네 종류의 군대도 또한 묵었다. 그러자 동방의 모든 작은 국왕들은 다 대천왕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천왕이여, 잘 오셨습니다. 천왕이여, 이 모든 국토는 지극히 풍족하고 안락하며 인민도 많이 있사온데, 모두 천왕에게 소속되어 있습니다. 오직 원컨대 천왕은 법으로써 이들을 가르치소서. 우리들도 또한 천왕을 돕겠습니다.

이에 대천왕은 모든 소왕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저마다 제가 맡고 있는 경계를 다스리되 모두 올바른 법으로써 다스려야 하고, 법이 아닌 것으로 다스리는 일이 없도록 하라. 그리하여 나라 안에 모든 악업을 행하는 자나 범행이 아닌 사람이 없게 하라.'

  

아난아 저 하늘 윤보가 동방을 지나가는데, 동쪽 큰 바다를 건너고 돌아서 남방 서방 북방으로 갔다.

  

아난아, 하늘 윤보가 두루 돌아 굴러갈 때에, 대천왕도 뒤를 따랐고 네 종류의 군대들도 또한 뒤를 따랐다. 만일 하늘 윤보가 머무르는 곳이 있으면, 대천왕도 곧 거기서 묵고 네 종류의 군대도 또한 거기서 묵었다. 이에 북방의 모든 작은 국왕들은 다 대천왕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천왕이여, 잘 오셨습니다. 천왕이여, 이 모든 국토는 지극히 풍족하고 안락하며 백성들도 많이 있사온데, 모두 천왕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원컨대 천왕은 법으로써 이를 가르치소서. 우리들도 또한 돕겠습니다.'

이에 대천왕은 모든 소왕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저마다 자신이 맡고 있는 경계를 다스리되 모두 올바른 법으로 다스리고, 법이 아닌 것으로 다스리는 일이 없도록 하라. 그리하여 나라 안에 모든 악업을 행하는 자나 범행이 아닌 사람이 없게 하라.'

  

아난아, 저 하늘 윤보는 북방을 지나가는데, 북쪽 큰 바다를 건너고, 곧 빨리 돌아서 본 왕성에까지 이르렀다. 저 대천왕은 정전 위에 앉아 재물을 처리할 때에 하늘 윤보는 허공에 머물렀으니, 이것을 일러 대천왕은 이와 같이 하늘 윤보를 성취하였다고 하느니라.

  

아난아, 저 대천왕은 어떻게 상보를 성취하였는가. 아난아, 그 때에 대천왕은 상보를 내었다. 그 코끼리는 매우 희고 7지(支)를 갖추고 있었으며, 그 이름을 우사하(于娑賀)라고 하였다. 대천왕은 그것을 보고 기뻐 뛰면서, '만일 잘 길들이면 아주 훌륭한 코끼리가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다. 


아난아, 저 대천왕은 그 뒤에 상사(象師)에게 말하였다.

'너는 빨리 저 코끼리를 다스려 잘 길들여라. 만일 잘 길들여지거든 곧 와서 내게 알려라.'

상사는 왕의 명령을 받고 상보가 있는 곳으로 가서, 빠른 시간에 상보를 다스려 아주 잘 길들였다. 상보는 엄격한 훈련을 받고 빠른 시간에 잘 길들여졌는데, 마치 옛날 한량없는 백천 살을 산 좋은 코끼리가 한량없는 백천 년 동안 엄격한 훈련을 받고, 빠른 시간 내에 길들여진 것과 같았다. 저 상보도 이와 같이 엄격한 훈련을 받아 빠른 시간 안에 잘 길들여졌다. 그 때에 상사는 빨리 상보를 다스려 엄격하게 잘 훈련시킨 뒤에, 곧 대천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천왕이여, 마땅히 아소서. 나는 저 코끼리를 엄격하게 잘 다루었기 때문에 상보는 이미 잘 길들어져서 천왕의 뜻을 잘 따를 것입니다.'

  

아난아, 옛날 대천왕은 상보를 시험하려고, 이른 아침에 상보가 있는 곳으로 가서, 저 상보를 타고 모든 육지와 나아가 큰 바다에 이르기까지 두루 다니며 놀다가 빠르게 본 왕성으로 돌아왔으니, 이것을 대천왕이 흰 상보를 성취하였다고 하느니라.

  

아난아, 저 대천왕은 어떻게 마보를 성취하였는가? 그 때에 대천왕은 마보를 내었다. 저 마보는 지극히 검푸른 빛깔[紺靑色]로서 머리 모양은 까마귀와 같고, 털로써 몸을 장식하였기 때문에 그 이름을 모마왕(?馬王)이라고 하였다. 천왕은 그 말을 보고 기뻐 뛰면서 '만일 잘 길들이면 아주 훌륭한 말이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다. 아난아, 대천왕은 그 뒤에 마사(馬師)에게 말하였다.

'너는 어서 말을 다스려 잘 길들여 보아라. 만일 잘 길들어졌거든 곧 내게 와서 알려라.'

마사는 왕의 명령을 받고 마보가 있는 곳으로 가서 빠른 시간 내에 마보를 다스려 아주 잘 길들였다. 마보는 엄격한 훈련을 받고 빠른 시간 내에 잘 길들어졌는데, 마치 옛날 한량없는 백천 살을 산 좋은 말이 한량없는 백천 년 동안 엄격한 훈련을 받아, 짧은 시간에 길들여진 것과 같았다. 저 마보도 또한 이와 같이 엄격한 훈련을 받아 짧은 시간에 잘 길들어졌다. 


아난아, 그 때에 마사는 빨리 마보를 몰아 잘 훈련시킨 뒤에 곧 대천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천왕이여, 마땅히 아소서. 나는 이 말을 엄격하게 잘 다루었기 때문에 마보는 이미 잘 길들어져서 천왕의 뜻을 잘 따를 것입니다.'

  

아난아, 옛날 대천왕은 마보를 시험하려고, 이른 아침에 마보가 있는 곳으로 가서 그 마보를 타고 모든 육지와 나아가 큰 바다를 돌아다니며 놀다가 빠르게 왕성으로 돌아왔으니, 이것을 일러 대천왕이 검푸른 마보를 성취하였다고 하느니라.

  

아난아, 저 대천왕은 어떻게 주보(株寶)를 성취하였는가? 

그 때에 대천왕은 주보를 내었다. 저 주보는 밝고 깨끗하고 자연스러워 만들어낸 사람이 따로 없었고, 여덟 모로 되어 있는데 때가 없고 아주 잘 다듬어졌으며, 파랑 노랑 빨강 하양 까망의 다섯 가지 색깔의 끈으로 꿰어져 있다. 대천왕은 궁전 안에서 등불을 얻고자 하면 곧 주보를 쓴다. 아난아, 옛날 대천왕이 주보를 시험하려 할 때에는 곧 네 종류의 군대를 모은다. 네 종류의 군대를 모은 뒤에는 깜깜하게 어두운 밤에 높은 깃대를 세우고 구슬을 그 위에 얹어 두고, 동산으로 나가면 구슬 광명이 빛나 네 종류의 군대를 비추는데 그 광명이 미치는 곳은 사방으로 반 유연(由延 : 由旬)이나 된다. 이것을 일러 대천왕이 밝은 주보를 성취한 것이라고 하느니라.

  

아난아, 저 대천왕은 어떻게 여보(女寶)를 성취하였는가? 

아난아, 그 때에 대천왕은 여보를 낸다. 저 여보는 몸에 광택이 나고 빛나고 정결하며 밝고 깨끗하여, 아름다운 얼굴이 사람보다 뛰어나고 천녀보다는 조금 못하다. 모습은 단정하여 보는 사람들마다 모두 기뻐하고 즐거워한다. 입에서는 향기가 나는데 푸른 연꽃 향기가 나고, 몸의 모든 털구멍으로는 전단 향기를 내며, 겨울에는 몸이 따뜻하고 여름에는 몸이 서늘하다. 그 여자는 지극한 마음으로 왕을 받들어 섬기고, 말을 하면 즐거우며 행동은 민첩하다. 총명하고 지혜가 있으며, 선한 일 행하기를 좋아하고 즐거워한다. 그 여자는 왕을 생각하되 항상 마음에서 떠나지 않거늘 하물며 몸과 입으로 행동하는 것이겠느냐? 이것을 일러 대천왕이 여보를 성취한 것이라고 하느니라.

  

아난아, 저 대천왕은 어떻게 거사보를 성취하였는가? 그 때에 대천왕은 거사보를 낸다. 저 거사보는 지극히 풍부하여 재산이 한량없이 많고, 많은 목축과 봉호(封戶)와 식읍(食邑)이 있으며, 여러 가지 복업의 과보를 두루 갖추었고, 천안(天眼)을 얻어 모든 보배 창고가 비었는지 가득 찼는지를 보고 창고지기가 있는지 없는지와 금 창고인지 돈 창고인지와 조작한 것인지 조작하지 않은 것인지를 모두 꿰뜷어보아 안다. 아난아, 저 거사보가 대천왕에게 나아가 아뢴다.

'천왕이여, 만일 금이나 돈이 필요하시다면 천왕이여, 걱정하지 마소서. 제가 스스로 그 때를 알고 있습니다.'

  

아난아, 옛날 대천왕이 거사보를 시험하려고 배를 타고 강에 들어가 말하였다.

'거사여, 내가 지금 금과 돈이 필요하다.'

거사가 아뢰었다.

'천왕이여, 원컨대 배를 언덕에 대어 주십시오.'

'거사여, 지금 이곳에서 즉시 필요하다. 바로 여기서 필요하다.'

'천왕이여, 원컨대 배를 멈춰 주소서.'

  

아난아, 그 때 거사보는 뱃머리로 가서 꿇어앉아 손을 펴고 곧 물 속에서 금창고 돈창고 만든 창고[作藏] 만들지 않은 창고[不作藏] 등 네 창고를 들어올린 뒤에 아뢰었다.

'천왕이여, 금이든지 돈이든 필요한 것을 마음대로 쓰시고, 남거든 도로 물 속에 넣어 주소서.'

 

아난아, 이것을 일러 대천왕이 거사보를 성취한 것이라고 하느니라.

  

아난아, 저 대왕은 어떻게 주병신보(主兵臣寶)를 성취하였는가? 

그 때에 대천왕이 주병신보를 내었다. 저 주병신보는 총명하고 지혜가 있으며, 말솜씨가 있어 미묘한 말만 하며 지식이 많아 분별을 잘 한다. 주병신보는 대천왕을 위하여 현세의 이치를 베풀어 권장하여 편안히 살게 하고, 후세의 이치를 베풀어 권장하여 편안히 살게 하며, 현세의 이치와 후세의 이치를 베풀어 권장하여 편안히 살게 한다. 저 주병신보는 대천왕을 위하여 군사를 모으고자 하면 곧 모으고, 풀고자 하면 곧 풀어놓는다. 대천왕의 네 가지 군대를 피곤하지 않게 하고, 또 그들을 권장하고 도우려 할 때에는 모든 신하들도 또한 그렇게 한다. 이것을 일러 대천왕이 주병신보를 성취한 것이라고 한다.

  

아난아, 이것을 대천왕이 7보(寶)를 성취한 것이라고 하느니라.

  

아난아, 저 대천왕은 어떻게 사람의 네 가지 여의(如意)한 덕을 얻었는가? 저 대천왕은 수명이 지극히 길어 8만 4천 년 동안은 동자(童子)처럼 장난치고 놀고, 8만 4천 년 동안은 작은 국왕이 되며, 8만 4천 년 동안은 큰 국왕이 되고, 8만 4천 년 동안은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려 가정이 없이 도를 배우고, 선인왕(仙人王)에게 배워 범행을 닦고서 이 미살라(彌薩羅)처럼 대천내림에 살고 있다. 아난아, 만일 대천왕의 수명이 지극히 길어 8만 4천 년 동안은 동자처럼 유희[嬉戱]하고 8만 4천 년 동안은 작은 국왕이 되며, 8만 4천 년 동안은 큰 국왕이 되고, 8만 4천 년 동안은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고, 선인왕에게 배워 범행을 닦고서 이 미살라 대천내림에 산다면, 이것을 대천왕의 첫 번째 여의덕이라 하느니라.

  

또 아난아, 저 대천왕은 병이 없고 음식 맛을 평등하게 하는 도를 성취하여, 찬 것도 먹지 않고 뜨거운 것도 먹지 않아 안온하여 탈이 없다. 그런 까닭에 그 마시고 먹는 것을 잘 소화하게 된다. 아난아, 만일 대천왕이 병이 없고, 음식 맛을 평등하게 하는 도를 성취하여 찬 것도 먹지 않고 뜨거운 것도 먹지 않아 안온하여 탈이 없으며, 그런 까닭에 그 마시고 먹는 것이 잘 소화된다면, 이것을 대천왕의 두 번째 여의덕이라고 하느니라.

  

그리고 아난아, 저 대천왕은 몸에 광택이 있으며, 깨끗하고 빛나고 청결하며, 밝고 아름다운 얼굴이 사람보다 뛰어나지만 천인(天人)만은 조금 못하며, 단정하고 아름다워 보는 사람마다 즐거워하고 기뻐한다. 아난아, 만일 대천왕이 몸에 광택이 있고 깨끗하고 청결하며, 밝고 아름다운 얼굴이 사람보다 뛰어나지만 천인만은 조금 못하며, 단정하고 아름다워 보는 사람마다 즐거워하고 기뻐한다면, 이것을 대천왕의 세 번째 여의덕이라 하느니라.

  

또 아난아, 저 대천왕은 항상 범지(梵志)와 거사를 생각하기를 아비가 자식을 생각하듯 하고, 범지와 거사도 또한 대왕 존경하기를 자식이 아비를 존경하듯 한다. 아난아, 옛날 대천왕은 동산으로 가는 도중에 마부에게 말하였다.

'수레를 천천히 몰아라. 나는 오래도록 범지와 거사를 바라보고 싶어서 그런다.'

범지와 거사들도 또한 마부에게 말하였다.

'천천히 수레를 몰아라. 우리들도 오래도록 대천왕을 뵈옵고 싶어서 그런다.'

  

아난아, 만일 대천왕이 항상 범지와 거사 생각하기를 아비가 자식을 생각하듯 하고, 범지와 거사도 또한 대천왕 존경하기를 자식이 아비를 존경하듯 한다면, 이것을 대천왕의 네 번째 여의덕이라 한다.

  

이상 설명한 네 가지를 일러 대천왕이 네 가지 여의덕을 얻었다고 하느니라.

  

아난아, 저 대천왕이 뒷날 이발사에게 말하였다.

'네가 만일 내 머리에서 흰털이 난 것을 보거든 곧 내게 알려라.'

이발사는 왕의 명령을 받은 뒤, 어느 날 왕의 머리를 감기다가 흰털이 난 것을 보고 아뢰었다.

'천왕이여, 마땅히 아소서. 천사가 이미 이르렀나이다. 왕의 머리에 흰 머리칼이 났습니다.'

천왕은 또 이발사에게 말하였다.

'너는 금족집게를 가지고 조심스럽게 흰 머리칼을 뽑아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아라.'


이발사는 왕의 분부를 받고 금족집게를 가지고 조심스럽게 흰 머리칼을 뽑아 왕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아난아. 저 대천왕은 손에 흰 머리칼을 받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내 머리에 흰털이 났으니

  수명도 갈수록 줄어드는구나.

  천사가 이미 이르렀으니

  내 이제 도를 배울 때로다.


아난아, 저 대천왕은 백발을 본 뒤에 태자에게 말하였느니라.

'태자야,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천사가 이미 이르렀다. 그리하여 머리에 흰털이 났다. 태자야, 나는 이미 인간의 욕망을 얻었다. 이제는 또 장차 천상의 욕망을 구하리라. 태자야, 나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려 가정이 없이 도를 배우고자 한다. 태자야, 나는 이제 이 4천하를 너에게 물려주노니, 너는 마땅히 법대로 다스릴 것이요, 법이 아닌 것으로 다스리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나라 안에는 모든 악업을 행하는 이나 범행이 아닌 것을 행하는 사람이 없게 하라. 


태자야, 너도 뒷날 만일 천사가 이르러 네 머리에 흰털이 난 것을 보거든 다시 나라의 정사를 너의 태자에게 물려주되 그를 잘 가르쳐 당부해야 하리라. 태자에게 나라를 맡긴 뒤에는 너도 또한 마땅히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려 가정이 없이 도를 배워야 한다. 


태자야, 나는 이제 너를 위하여 이 상속하는 법을 전하나니, 너도 또한 마땅히 이 상속하는 법을 네 자식에게 전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의지할 곳이 없게 하지 말라. 태자야, 어떤 것이 내가 지금 너에게 상속하는 법을 전한 것이며, 네가 또 이 상속하는 법을 전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의지할 곳이 없게 하지 않는 것인가 하면, 태자야, 만일 이 나라 안에서 전해 주는 법이 끊어져 더 이상 이어지지 않으면, 이것을 백성들이 의지할 곳이 없는 것이라 한다. 


태자야, 그러므로 나는 이제 너를 위하여 전하는 것이다. 나는 이미 너를 위하여 이 상속하는 법을 전하였다. 너도 또한 마땅히 이 상속하는 법을 전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의지할 곳이 없게 하지 말라.'

  

아난아, 저 대천왕은 이 나라 정사를 태자에게 물려주고 잘 가르쳐 당부한 뒤에 곧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려 가정이 없이 도를 배우되 선인의 왕에게 배워 범행을 닦고, 이 미살라의 대천내림 속에 살고 있었느니라.

  

그 태자도 또한 전륜왕의 7보(寶)를 성취하였고 사람의 네 가지 여의덕을 얻었다. 어떤 것이 7보를 성취하고 사람의 네 가지 여의덕을 얻는 것인가 하면, 앞에서 말한 7보와 사람의 네 가지 여의덕을 얻은 것과 같다. 


아난아, 그 전륜왕도 또한 뒷날 이발사에게 말하였다.

'네가 만일 내 머리에서 흰 머리칼이 난 것을 보거든 곧 내게 알려라.'

이발사는 왕의 명령을 받은 뒤에 어느 날 왕의 머리를 감기다가 흰 머리칼이 난 것을 보고 왕에게 아뢰었다.

'천왕이여, 마땅히 아소서. 천사가 이미 이르렀습니다. 머리에 흰 머리칼이 났습니다.'

저 전륜왕도 또한 이발사에게 말하였다.

'너는 금족집게를 가지고 조심스럽게 흰 머리칼을 뽑아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아라.'

이발사는 명령을 받고 곧 금족집게를 가지고 조심스럽게 흰 머리칼을 뽑아 왕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아난아. 저 전륜왕은 손에 흰 머리칼을 받쳐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내 머리에 흰 머리칼이 났으니

  수명은 갈수록 줄어드는구나.

  천사가 이미 이르렀으니

  내 이제 도를 배울 때로다.


아난아, 저 전륜왕은 흰 머리칼을 보고 태자에게 말하였다.

'태자야, 마땅히 알아야 하리라. 천사가 이미 이르렀다. 내 머리에는 흰 머리칼이 났다. 나는 이미 인간의 욕망을 이루었다. 이제는 마땅히 다시 천상의 욕망을 구하리라. 나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고자 한다. 


태자야, 나는 이제 이 4천하를 너에게 물려주노니, 너는 마땅히 법에 의하여 다스리고 법이 아닌 일은 하지 말라. 그리하여 나라 안에 모든 악업을 행하는 사람이 없게 하고 범행이 아닌 사람도 없게 하라. 


태자야, 너도 뒷날 만일 천사가 이르러 네 머리에 흰 머리칼이 난 것을 보거든, 너 또한 마땅히 이 나라 정사를 너의 태자에게 물려주고 그를 잘 가르쳐 당부해야 한다. 태자에게 나라를 물려준 뒤에는, 너도 또한 마땅히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려 가정이 없이 도를 배워야 한다. 


태자야, 나는 이제 너를 위하여 이 상속하는 법을 전하나니, 너도 또한 마땅히 이 상속하는 법을 전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의지할 곳이 없게 하지 말라. 태자야, 어떤 것이 내가 지금 너에게 이 상속하는 법을 전한 것이며, 네가 또 상속하는 법을 전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의지할 곳이 없게 하지 않는 것인가 하면 태자야, 만일 이 나라 안에서 전해 주는 법이 끊어져 더 이상 이어지지 않으면, 이것을 백성들이 의지할 곳이 없는 것이라 한다. 


태자야, 그러므로 나는 이제 너를 위하여 전하는 것이다. 나는 이제 너를 위하여 이 상속하는 법을 전하였다. 너도 또한 마땅히 이 상속하는 법을 전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의지할 곳이 없게 하지 말라.'

  

아난아, 저 전륜왕은 이 나라 정사를 태자에게 물려주고 잘 가르쳐 당부한 뒤에 곧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려 가정이 없이 도를 배우되 선인왕에게 배워 범행을 닦고, 이 미살라의 대천내림 속에 살고 있었느니라.

  

아난아, 이것이 이른바 '아들에서 아들로, 손자에서 손자로, 친족에서 친족으로, 소견[見]에서 소견으로 서로 잇따라 8만 4천 전륜왕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려 가정이 없이 도를 배우되 선인의 왕에게 배워 범행을 닦고, 이 미살라의 대천내림 속에 살고 있었다는 것인데, 그 최후의 왕을 니미(尼彌)라고 한다. 법다운 법왕으로서 법대로 법을 행하였다. 그리고 태자와 후비(后妃)와 채녀( 女)와 모든 신하와 백성과 사문과 범지(梵志), 나아가 곤충에 이르기까지도 한결같이 모두를 위하여 법재(法齋)를 받들어 가지고, 매달 8일 14일 15일에는 보시를 행하되 모든 궁핍한 사문 범지 빈궁한 사람 고독한 사람 멀리서 온 결식자들에게 음식 의복 수레 화만 흩는 꽃 바르는 향 집 침구 털담요 가에 드리우는 구슬 급사(給使) 등불 등을 베풀었다. 


그 때 33천은 선법강당에 모여 앉아 니미왕을 못내 찬탄하였다.

'여러 현자들이여, 비타제( 陀提) 사람은 매우 좋은 이익이 있고 큰 공덕이 있다. 왜 그런가 하면, 저 최후의 니미라고 하는 왕은 법다운 법왕으로서 법에 따라서 법을 집행한다. 그리고 태자 후비 채녀와 모든 신하 백성 사문 범지, 나아가 곤충에 이르기까지도 한결같이 이 모두를 위하여 법재(法齋)를 받들어 매달 8일 14일 15일에는 보시를 행하되 모든 궁핍한 사문 범지 빈궁한 사람 고독한 사람 멀리서 온 결식자들에게 음식 의복 수레 화만 흩는 꽃 바르는 향 집 침구 털 담요 보배 갓 급사 등불을 보시하는구나.'

  

천제석(天帝釋)도 또한 대중들 가운데 있었다. 이에 천제석이 33천에게 말하였다.

'여러분, 그대들은 여기서 곧 저 니미왕을 보고자 하는가?'

33천이 아뢰었다.

'구익(拘翼)3)이여, 우리들은 여기서 니미왕을 보고자 합니다.'

  

그러자 제석은 마치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아주 짧은 시간에 33천에서 갑자기 사라져 보이지 않더니 어느새 니미왕의 궁전에 이르렀다. 이에 니미왕은 천제석을 보고 나서 곧 물었다.

'그대는 누구냐?'

제석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천제석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가?'

'제석이 있다고 들었다.'

'내가 곧 그 제석이니라. 대왕은 매우 훌륭하신 이익을 베풀고 큰 공덕이 있다. 왜냐 하면 33천이 그대를 위하여 선법강당(善法講堂)에 모여 앉아, 못내 칭찬하고 찬탄해 말하였기 때문이다. 여러분, 비타제 사람은 곧 매우 착한 이익이 있고 큰 공덕이 있다. 왜냐 하면 저 최후의 니미왕은 법다운 법왕으로서 법대로 법을 집행한다. 그리고 태자 후비 채녀( 女) 및 모든 신하와 백성과 사문과 바라문, 나아가 곤충에 이르기까지 그들을 위하여 법재를 받들어 가지고, 매달 8일 14일 15일에는 보시를 행하되 모든 궁핍한 사문 범지 빈궁한 사람 고독한 사람 멀리서 온 결식하는 이들에게 음식 의복 수레 화만 흩는 꽃 바르는 향 집 침구 털담요 보배 갓 급사 등불을 보시한다.'


제석이 물었다.

'대왕이여, 33천을 보고자 하는가?'

'보고자 한다.'

제석이 또 니미왕에게 말하였다.

'나는 천상에 돌아가 명하여 1천 상거(像車)를 장엄하게 꾸며 가지고 다시 올 것이다. 대왕이여, 그 수레를 타고 즐겁게 유희하면서 천상으로 올라가도록 하라.'


니미왕은 천제석을 위하여 묵묵히 허락하였다. 이에 제석은 니미왕이 묵묵히 허락한 것을 안 뒤에, 마치 역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매우 짧은 시간에 니미왕의 궁전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더니 어느새 돌아가 저 33천에 이르렀다. 


제석이 거기에 가서 어자(御者)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1천 상거(象車)를 장엄하게 장식해 가지고 가서 니미왕을 맞이하되 거기 가서 아뢰어라. 대왕이여, 마땅히 알라. 천제석이 이 1천 상거를 보내어 대왕을 맞이하게 하였습니다. 이 수레를 타고 즐겁게 유희하면서 천상으로 올라가소서.'

왕이 수레를 타거든 다시 왕에게 이렇게 물어 보라.

'왕이여, 저희들이 어느 길을 따라 대왕을 모셨으면 하고 생각하십니까? 나쁜 과보를 받는 나쁜 과보의 길을 따르리이까? 좋은 과보를 받는 좋은 과보의 길을 따르리이까?'

  

이에 마부는 제석의 명령을 받고 곧 1천 상거를 장엄하게 장식한 다음에 니미왕이 있는 곳으로 가서 아뢰었다.

'대왕이여, 마땅히 아소서. 제석이 이 1천 상거를 보내어 대왕을 맞이하라 하였습니다. 이 수레를 타시고 즐겁게 유희하면서 천상으로 올라가소서.'

니미왕은 그 수레를 탔다. 마부가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저희들이 어느 길을 따라 대왕을 모셨으면 하고 생각하십니까? 나쁜 과보를 받는 나쁜 과보의 길을 따르리이까? 아니면, 선한 과보를 받는 선한 과보의 길을 따르리이까?'

  

때에 니미왕이 마부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나쁜 과보를 받는 나쁜 과보와 선한 과보를 받는 선한 과보, 이 두 길의 중간으로 나를 인도하라.'


그리하여 말 모는 사람이 악한 업을 지어 악한 과보를 받는 길과 선한 업을 지어 선한 과보를 받는 중간 길로 왕을 전송하였다. 그 때 33천은 멀리서 니미왕이 오는 것을 보고 칭찬하여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33천과 함께 머물면서 즐겁게 놀아보십시다.'

  

니미왕은 33천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유하면 임시로 수레를 빌어다가

  한 때 잠시 빌려 탄 것처럼

  여기도 또한 그러하거니

  남의 소유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나는 미살라로 돌아가

  한량없는 선(善)을 지으리.

  그로 인해 천상에 태어나

  복을 짖는 밑천으로 삼으리라.


아난아, 옛날의 대천왕을 너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 그런 생각을 말라. 마땅히 알라, 그가 바로 나였느니라. 아난아, 나는 옛날 아들에서 아들로, 손자에서 손자로, 친족에서 친족에 이르렀고, 나에게서부터 서로 전해져서 8만 4천의 전륜왕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되 선인왕에게 배워 범행을 닦아, 이 미살라 대천내림 속에 살고 있었느니라. 


아난아, 나는 그 때에 내 자신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였으며,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하였고, 세상을 가엾이 여겼으며, 하늘을 위하고 사람을 위하여 정의와 요익을 구하고, 안온과 쾌락을 구하였다. 그러나, 그 때에는 설법하여도 구경(究竟)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하였고 백정(白淨)을 성취하지 못하였으며, 범행을 성취하지 못하였었다. 그 때에는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과 울음과 걱정과 슬픔을 여의지 못했고, 또한 미처 일체의 괴로움에서 벗어나지도 못하였었다.

  

아난아, 그러나 나는 이제 세상에 나와 여래 무소착 등정각 명행성위 선서 세간해 무상사 도법어 천인사 불중우라는 호칭을 받고 있다. 나는 이제 내 자신도 요익하고 남도 요익하게 하며, 많은 사람들을 요익하게 하고 세상을 가엾이 여기며, 하늘을 위하고 사람을 위하여 이치와 요익을 구하고 안온과 쾌락을 구한다. 나는 이제 설법하여 구경의 경지에 이르게 하고 백정(白淨)을 성취하였으며, 범행을 성취하여 마쳤다. 나는 이제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 울음 걱정 슬픔을 여의었고, 나는 이제 일체의 괴로움을 벗어나게 되었다. 


아난아, 나는 이제 너를 위하여 계속 이어나가야 할 법을 전하나니, 너도 또한 마땅히 계속 이어나가야 할 법을 전하여 부처의 종자를 끊어지게 하지 말라. 


아난아, 어떻게 내가 이제 너를 위하여 계속 이어나가야 할 법을 전하고, 너도 또한 계속 이어나가야 할 법을 전하여 부처의 종자를 끊어지지 않게 할 수 있는가? 곧 그것은 팔정도(八正道)인 바른 소견에서부터 나아가 바른 선정에 이르는 이 여덟 가지 정도만이 그렇게 할 수 있느니라. 


아난아, 이것이 이른바 '내가 이제 너를 위하여 계속 이어나가야 할 법을 전하고, 너도 또한 계속 이어나가야 할 법을 전하여 부처의 종자가 끊어지게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니라."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존자 아난과 여러 비구들은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

2)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라 하기도 하고 또는 계본(戒本)이라 하기도 하는데 250계를 받은 사람이 한곳에 모여 포살(布薩)할 때에 하나하나 독송하는 것을 종해탈을 설한다고 말한다.

3) 또는 교시가(?尸迦)로 쓰기도 하는데 제석천의 성(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