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역 아함경/중아함경

079. 유승천경(有勝天經)

실론섬 2015. 7. 26. 21:49

079. 유승천경(有勝天經) 제 8 [제2 소토성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무렵 선여재주(仙餘財主)는 한 사자(使者)에게 분부하였다.

"너는 부처님께 나아가 나를 위하여 머리를 조아려 세존 발에 예배하고, 안부를 묻되 '세존이시여, 성체(聖體) 편안하시며, 안락하시고 상쾌하여 무병하시며, 기거(起居)가 가벼우시고 기력도 한결같으시나이까?' 하고 이렇게 문안드리고 나서 '선여재주도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존께 문안드리나이다. 성체 편안하시며, 안락하고 상쾌하여 무병하시며, 기거가 가벼우시고 기력이 한결같으시나이까?' 하고 이와 같이 아뢰어 내 안부를 전하라. 


네가 이미 나를 위하여 세존께 문안을 드렸으면, 너는 다시 존자 아나율타에게 나아가 나를 위하여 그 발에 예배한 뒤에 존자에게 안부를 전하되 '성체 편안하시며 안락하고 상쾌하여 무병하시며, 기거가 가벼우시고 기력이 한결같으시나이까?' 하고 문안드리고 나서 '선여재주도 존자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존자에게 문안드립니다. 성체 편안하시며, 안락하고 상쾌하여 무병하시며, 기거가 가벼우시고 기력이 한결같으시나이까? 선여재주는 존자 아나율타와 또 네 사람을 청하여, 내일 공양을 올리겠나이다'라고 이렇게 말하라. 


만일 청을 받아들이시거든 다시 '존자 아나율타여, 선여재주는 일이 많고 할 일도 많습니다. 왕을 위한 여러 가지 일과 정승의 일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원컨대 존자 아나율타는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어 네 사람과 함께 내일 선여재주의 집으로 오소서'라고 하여라."

  

이에 사자는 선여재주의 분부를 받고, 부처님께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선여재주는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세존께 문안드리나이다. 성체 편안하시며, 안락하고 상쾌하여 무병하시며, 기거가 가벼우시고 기력이 한결같으시나이까?'

  

그러자 세존께서 사자에게 말씀하셨다.

"선여재주를 안온 쾌락하게 할 것이며, 하늘 사람 아수라 건답화(?塔和) 나찰, 그리고 그 밖의 여러 종류의 몸들까지 안락하고 쾌락하게 하노라."  

이에 사자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잘 받아 가지고, 세존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세존의 주위를 세 바퀴 돌고는 물러갔다. 


다시 아나율타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존자 아나율타여, 선여재주는 존자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존자에게 문안드립니다. '성체 편안하시며, 안락하고 상쾌하여 무병하시며, 기거가 가벼우시고 기력이 한결같습니까?' 선여재주는 존자 아나율타와 네 사람을 청하여 내일 공양을 올리고자 하였나이다."

  

이 때에 존자 진가전연(眞迦?延)은 존자 아나율타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서 연좌하고 있었다. 이에 존자 아나율타가 말하였다.

"현자(賢者) 가전연이여, 내가 아까 말한 바, 내일 우리들이 걸식하기 위하여 사위국으로 들어가자고 했던 것은 바로 이 일을 말한 것이오. 이제 선여재주가 사람을 보내 우리들 네 사람을 청하여 내일 공양하겠다 하오.'

  

존자 진가전연이 말하였다.

"원컨대 존자 아나율타여, 그 사람을 위하여 잠자코 청을 받아 주시오. 우리들은 내일 이 어두운 숲을 나가 걸식하기 위하여 사위성으로 들어가십시다."

존자 아나율타는 그 사람을 위하여 잠자코 청을 받아 주었다.

  

이에 사자는 존자 아나율타가 잠자코 청을 받아들인 줄 알고, 이내 다시 아뢰었다.

"선여재주는 존자 아나율타께 아룁니다. 선여재주는 일이 많고 할 일도 많습니다. 왕을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고 정승의 일도 처리해야 합니다. 원컨대 존자 아나율타님께서는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네 사람과 함께 내일 일찍이 선여재주의 집으로 오십시오."

이렇게 전하라고 하였나이다.  

존자 아나율타가 사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곧 돌아가라. 내 자신이 그 때를 알고 있노라."

시자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세 번 돌고 물러갔다. 


존자 아나율타는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이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네 사람과 함께 선여재주의 집으로 갔다. 그 때 선여재주는 채녀( 女)들에게 둘러싸여 중문 밑에서 존자 아나율타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여재주는 멀리서 존자 아나율타가 오는 것을 보고는 합장하고 존자 아나율타를 찬탄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존자 아나율타야, 존자께선 오랫동안 여기에 오시지 않았습니다."

 

선여재주는 존경하는 마음으로 존자 아나율타를 부축해 안고, 인도하여 집 안으로 들어가 좋은 자리를 펴고 앉기를 청하였다. 존자 아나율타는 곧 평상에 앉았다. 선여재주는 존자 아나율타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은 뒤에 아뢰었다.

"존자 아나율타야여, 묻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원컨대 들어 주십시오."

"재주여, 그대 묻고 싶은 대로 물으라. 듣고 나서 생각해 보리라."

  

선여재주는 곧 존자 아나율타에게 물었다.

"어떤 사문 범지는 내게 와서 말합니다.

'재주여, 너는 마땅히 큰 마음의 해탈을 닦으라.'

존자 아나율타여, 또 어떤 사문 범지는 내게 와서 말합니다.

'재주여, 너는 마땅히 한량없는 마음의 해탈을 닦으라.'

존자 아나율타여, 큰 마음의 해탈과 한량없는 마음의 해탈, 이 두 가지 해탈은 말도 다르고 뜻도 다른 것입니까? 뜻은 같은데 말만 다른 것입니까?"

"재주여, 네가 먼저 이 일을 물었으니, 네가 먼저 말해 보아라. 나는 나중에 대답하리라."

  

선여재주가 아뢰었다.

"존자 아나율타여, 큰 마음의 해탈과 한량없는 마음의 해탈은 그 뜻은 같은데 말만 다릅니다."

선여재주는 이 일을 대답할 수 없었다. 


존자 아나율타가 말하였다.

"재주여, 마땅히 들으라. 나는 너를 위하여 큰 마음의 해탈과 한량없는 마음의 해탈에 대하여 설명해 주리라. 


큰 마음의 해탈이란, 어떤 사문 범지가 일이 없는 곳에 있거나, 혹은 나무 밑이나 비고 편안하고 고요한 곳에 가서 마음으로 큰 마음의 해탈을 깨달아,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닌다. 이 마음의 해탈에 제한되어 이것을 벗어나지 못한다. 


만일 한 나무를 의지하지 않으면 다시 여러 나무를 의지하여, 뜻으로 큰 마음의 해탈을 해득하여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닐 때에도, 그는 이 마음의 해탈에 제한되어 이것을 벗어나지 못한다. 


만일 여러 나무를 의지하지 않으면 다시 한 숲을 의지해야 하고, 만일 한 숲을 의지하지 않으면 다시 여러 숲을 의지하여야 하며, 만일 여러 숲을 의지하지 않으면 다시 한 마을을 의지하여야 하고, 만일 한 마을을 의지하지 않으면 다시 여러 마을을 의지하여야 하며, 만일 여러 마을을 의지하지 않으면 다시 한 나라를 의지하여야 하고, 만일 한 나라를 의지하지 않으면 다시 여러 나라를 의지하여야 하며, 만일 여러 나라를 의지하지 않으면, 다시 이 대지와 나아가서는 저 대해(大海)까지도 의지하여, 뜻으로 큰 마음의 해탈을 깨달아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닐 때에도 그는 이 마음의 해탈에 제한되어 이것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것을 큰 마음의 해탈이라 하느니라.

  

재주여, 어떤 것이 한량없는 마음의 해탈인가?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일 없는 곳에 있거나, 혹은 나무 밑이나 비고 안락하며 고요한 곳에 가면, 마음은 자애로움[慈]과 함께하여, 1방(方)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닐고, 이렇게 2 3 4방과 4유 상 하 일체에 두루하며, 마음은 자애로움과 함께하기 때문에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크고 한량없는 선행(善行)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닌다. 이와 같이 불쌍히 여김[悲]과 기뻐함[喜]도 또한 그러하며, 또 마음이 평정[捨]과 함께하기 때문에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다.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는 선행을 잘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닌다. 이것을 한량없는 마음의 해탈이라고 하느니라.

  

재주여, 큰 마음의 해탈과 한량없는 마음의 해탈, 이 두 해탈은 뜻도 다르고 말도 다른가? 뜻은 같은데 말만 서로 다른 것인가?"

선여재주가 존자 아나율타에게 아뢰었다.

"만일 내가 존자에게서 들은 것과 같다면, 그 이치를 알겠습니다. 이 두 해탈은 뜻도 이미 다르고 말도 또한 다릅니다."

  

존자 아나율타가 말하였다.

"재주여, 세 종류의 하늘이 있으니, 광천(光天)과 정광천(淨光天)과 변정광천(遍淨光天)이다. 그 중에서 광천은 한곳에 나서 있으면서도 '이것은 내 소유다. 저것도 내 소유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광천은 그 가는 곳을 따라 곧 거기에서 즐긴다. 


재주여, 마치 파리가 고깃덩이에 있으면서도 '이것은 내 소유다. 저것도 내 소유다'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다. 다만 파리는 고깃덩이를 따라다니면서 그 가운데서 즐길 뿐이다. 이와 같이 저 광천도 '이것은 내 소유다. 저것도 내 소유다'라고 생각하지 않고, 다만 광천은 그 가는 곳을 따라 거기에서 즐길 뿐이다.

  

어떤 때 광천은 한곳에 모여 있을 적에는 비록 몸은 다르지만 광명만은 다르지 않다. 재주여, 마치 어떤 사람이 한량없이 많은 등불을 한 방에 켜 놓은 것과 같아 그 등은 비록 다르지만 광명은 다르지 않다. 이와 같이 저 광천도 한곳에 모여 있을 때, 비록 몸은 서로 다르지만 광명은 다르지 않다. 


어떤 때 광천은 각각 스스로 흩어지기도 하는데, 각각 흩어져 갈 때에는 그 몸도 이미 다르고 광명도 또한 다르다. 재주여,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한 방에만 가득하던 등을 꺼내다가 여러 방에 나누어 놓은 것과 같아서, 그 등도 각각 다르지만 광명도 또한 다르다. 이와 같이 저 광천은 각각 서로 흩어져 가는데, 그들이 각각 흩어져 갈 때에는 그 몸도 이미 다르지만 광명도 또한 다르다."

  

이에 존자 진가전연이 아뢰었다.

"존자 아나율타여, 저 광천이 한곳에 나서 있을 때에 보다 우세한지 동등한지와 묘하고 묘하지 않은 것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까?"

존자 아나율타가 대답하였다.

"현자 가전연이여, 저 광천이 한곳에 나서 있을 때에 보다 우세하거나 같으며, 묘하고 묘하지 않은 것이 있는 것을 안다고 말할 수 있다."

  

존자 가전연이 다시 물었다.

"존자 아나율타여, 저 광천이 한곳에 나서 있으면서 무슨 인연으로 보다 우세한지 동일한지와 묘하고 묘하지 않은 것이 있는 것을 압니까?"

"현자 가전연이여,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일 없는 곳에 있거나 혹은 나무 밑이나, 비고 편안하고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한 나무를 의지하여 뜻으로 광명상(光明想)을 지을 줄 알아 성취하여 노닐고, 마음에 광명장을 지어 지극히 왕성하지만 그는 이 마음의 해탈에 제한되어 이것을 벗어나지 못한다. 


만일 한 나무를 의지하지 않으면, 혹은 여러 나무를 의지하여 뜻으로 광명상을 지을 줄 알아 성취하여 노닐고, 마음에 광명상을 지어 지극히 왕성하지만 그는 이 마음의 해탈에 제한되어 이것을 벗어나지 못한다. 현자 가전연이여, 이 두 마음의 해탈에서 어느 해탈이 위가 되고 우세하며, 묘하고 제일이 되는가?"

  

존자 진가전연(眞迦?延)이 대답하였다.

"존자 아나율타여,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한 나무를 의지하지 않는다면, 혹은 여러 나무를 의지하여 뜻으로 광명상을 지을 줄 알아 성취하여 노닐고, 마음에 광명상을 지어 지극히 왕성하지만, 그는 이 마음의 해탈에 제한되어 이것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존자 아나율타여, 이 두 해탈 중에서 뒤의 해탈이 위가 되고 더 우세하며, 묘하고 제일이 됩니다."

  

존자 아나율타가 다시 물었다.

"현자 가전연이여, 만일 여러 나무를 의지하지 않으면 혹은 한 숲을 의지하고, 한 숲을 의지하지 않으면 혹은 여러 숲을 의지하며, 여러 숲을 의지하지 않으면 혹은 한 마을을 의지하고, 한 마을을 의지하지 않으면 혹은 여러 마을을 의지하며, 여러 마을을 의지하지 않으면 혹은 한 나라를 의지하고, 한 나라를 의지하지 않으면 혹은 여러 나라를 의지하며, 여러 나라를 의지하지 않으면 혹은 이 대지는 물론 나아가서는 저 대해까지 의지하여, 뜻으로 광명상을 지을 줄 알아 성취하여 노닐고, 마음에 광명상을 지어 지극히 왕성하지만 그는 이 마음의 해탈에 제한되어 이것을 벗어나지 못한다. 현자 가전연이여, 이 두 해탈에서는 어느 해탈이 위가 되고 우세하며 묘하고 제일이 되겠는가?"

  

"존자 아나율타여,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여러 나무를 의지하지 않으면 한 숲을 의지하고, 한 숲을 의지하지 않으면 여러 숲을 의지하며, 여러 숲을 의지하지 않으면 한 마을을 의지하고, 한 마을을 의지하지 않으면 여러 마을을 의지하며, 여러 마을을 의지하지 않으면 한 나라를 의지하고, 만일 한 나라를 의지하지 않으면 여러 나라를 의지하며, 여러 나라를 의지하지 않으면 혹은 이 대지는 물론 나아가 저 큰 바다까지를 의지하여, 뜻으로 광명상을 지을 줄 알아 성취하여 노닐고, 마음에 광명상을 지어 지극히 왕성하지만 그는 이 마음의 해탈에 제한되어 이것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존자 아나율타여, 이 두 해탈 중에서 뒤의 해탈이 위가 되고 우세하며 묘하고 제일이 됩니다."

  

"현자 가전연이여, 이런 인연으로 저 광천은 한곳에 나서 있지만 보다 우세하든지 동일하든지와, 묘하고 묘하지 않은 것이 있는 줄을 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사람 마음도 보다 우세함과 같음으로 말미암아 닦는 데 곧 정밀함과 거친 것이 있고, 닦는 데 정밀함과 거친 것이 있음으로 말미암아 사람에게는 곧 보다 우세함과 같음이 있게 된다. 현자 가전연이여, 세존께서도 또한 이와 같이 사람에게는 보다 우세함과 같음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존자 진가전연이 다시 물었다.

"존자 아나율타여, 저 정광천(淨光天)도 한곳에 나서 있을 때 보다 우세한지 같은지, 묘한지 묘하지 않은 지를 알 수 있습니까?"

"현자 가전연이여, 저 정광천도 한곳에 나서 있을 때, 보다 우세한지 같은 지와 묘하고 묘하지 않은 것이 있는 것을 안다고 말할 수 있다."

  

존자 진가전연이 다시 물었다.

"존자 아나율타여, 저 정광천은 한곳에 나서 있으면서, 무슨 인연으로 보다 우세한지 같은 지와 묘하고 묘하지 않은 것이 있는 것을 압니까?"

존자 아나율타가 대답하였다.

"현자 가전연이여, 어떤 사문 범지는 아무 일이 없는 곳에 있거나, 혹은 나무 밑이나 비고 편안하고 고요한 곳에 가면 마음으로 정광천을 알아서,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닌다. 그러나, 그는 이 선정[定]을 닦지 않고 익히지도 않으며, 넓혀나가지도 않아 결국엔 성취하지 못한다. 그는 뒷날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정광천에 태어난 뒤에도 지극한 지식(止息)을 얻지도 못하고, 지극한 고요함을 얻지도 못하며, 또한 수(壽)를 다해 마치지도 못한다. 


현자 가전연이여, 비유하면 마치 푸른 연꽃이나 붉고 빨갛고 흰 연꽃이 물에서 나고 물에서 자라는데 물밑에 있을 때에는 뿌리나 줄기나 잎이나 꽃이 모두 물에 잠기고 물에 젓고 물이 묻어, 어느 것 하나 물에 잠겨 있지 않은 것이 없는 것과 같다. 


현자 가전연이여, 어떤 사문 범지는 아무 일이 없는 곳에 있거나 혹은 나무 밑이나, 비고 편안하고 고요한 곳에 이르면 마음으로 정광천을 이해하여,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닌다. 그러나, 그는 이 선정을 닦지 않고 익히지도 않으며, 넓혀나가지도 않아 결국 성취하지 못한다.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정광천에 태어난 뒤에도 지극한 쉼을 얻지도 못하고, 지극한 고요함도 얻지 못하며, 또한 수(壽)를 제대로 마치지도 못한다.

  

현자 가전연이여, 또 어떤 사문 범지는 마음으로 정광천을 이해하여,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닌다. 그는 이 선정을 자주 닦고 자주 익히며, 자주 넓혀나가서 결국에는 성취한다.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정광천에 태어난 뒤에도, 지극한 쉼을 얻고 지극한 고요함을 얻으며, 또한 수를 제대로 마치게 된다. 


현자 가전연이여, 비유하면 마치 푸른 연꽃이나 붉은 연꽃 빨간 연꽃 흰 연꽃이 물에서 나고 물에서 자라고, 물 위로 나오게 되면 더러워지지 않는 것처럼 현자 가전연이여, 이와 같이 다시 어떤 사문 범지는 일 없는 곳에 있거나, 혹은 나무 밑이나 비고 편안하고 고요한 곳에 이르러 마음으로 정광천을 이해하여,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닌다. 그는 이 선정을 자주 닦고 자주 익히며, 자주 넓혀 나가서 결국엔 성취한다.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정광천에 태어난 뒤에는 지극한 쉼을 얻고 지극히 고요함을 얻으며, 또한 수명도 제대로 마치게 된다.

 

현자 가전연이여, 이것을 인연하여 저 정광천도 한곳에 태어나 있으면서 우세하거나 동등함과 묘하고 묘하지 않은 것이 있는 줄을 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사람의 마음이 우세하고 하열함이 있음으로 말미암아 닦는 데에 정밀함과 거친 것이 있고, 닦는 데에 정밀함과 거친 것이 있음으로 말미암아 사람에게는 우세하고 못함이 있게 된다. 세존께서도 또한 이와 같이, 사람에게는 우세하고 못함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존자 진가전연이 다시 물었다.

"존자 아나율타여, 저 변정광천(遍淨光天)도 한곳에 나서 있을 때에 보다 우세하고 그만 못함과 묘하고 묘하지 않은 것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까?"

존자 아나율타가 대답하였다.

"현자 가전연이여, 저 변정광천도 한곳에 나서 있을 때에 보다 우세하고 그만 못함과 묘하고 묘하지 않은 것이 있는 줄을 안다고 말할 수 있다."

  

존자 진가전연이 다시 물었다.

"존자 아나율타여, 저 변정광천이 한곳에 나서 있는데, 무슨 인연으로 보다 우세하고 그만 못함과 묘하고 묘하지 않은 것이 있는 것을 압니까?"

존자 아나율타가 대답하였다.

"현자 가전연이여, 어떤 사문 범지가 아무 일이 없는 곳에 있거나, 혹은 나무 밑이나 비고 편안하고 고요한 곳에 이르러서 마음으로 변정광천을 이해하여,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닌다. 그러나, 그는 결국 잠을 끊지 못하고 들뜸[掉悔]을 멈추지 못해서 그가 뒷날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변정광천에 태어난 뒤에도, 광명은 지극히 깨끗하지 못하다. 


현자 가전연이여, 비유하면 마치 등불을 켤 적에 기름과 심지가 인연이 되어 불이 켜지는 것처럼, 만일 기름에 찌꺼기가 있든지 심지가 또 깨끗하지 못하면 이로 말미암아 등불은 빛을 내더라도 그 광명이 깨끗하지 못한 것처럼, 어떤 사문 범지가 아무 일이 없는 곳에 있거나, 혹은 나무 밑이나 비고 편안하고 고요한 곳에 이르러서 마음으로 변정광천을 이해하여,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닌다. 그러나, 그는 결국 잠을 끊지 못하고 들뜸을 멈추지 못한다.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변정광천에 태어난 뒤에도, 광명은 지극히 깨끗하지 못하다.

  

현자 가전연이여, 또 어떤 사문 범지는 아무 일이 없는 곳에 있거나, 혹은 나무 밑이나 비고 편안하고 고요한 곳에 이르러 마음으로 변정광천을 이해하여,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닌다. 그는 결국엔 잠을 끊고 들뜸을 그치게 된다.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변정광천에 태어난 뒤에는, 광명은 더욱 밝고 깨끗하다. 


현자 가전연이여, 이를 비유하면 등불을 켤 적에 기름과 심지가 인연이 되어 불꽃이 일어나게 되는데, 만일 기름에 찌꺼기가 없고 심지도 깨끗하면, 이로 말미암아 등불이 광명을 내는데 지극히 밝고 깨끗하다.


현자 가전연이여, 이와 같이 어떤 사문 범지가 아무 일이 없는 곳에 있거나, 혹은 나무 밑이나 비고 편안하고 고요한 곳에 이르러 마음으로 변정광천을 이해하여,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닌다. 그는 결국엔 잠을 끊고 들뜸을 그치게 된다.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변정광천에 태어난 뒤에는 광명은 지극히 밝고 깨끗하다.

  

현자 가전연이여, 이것을 인연하여 저 변정광천이 한곳에 나 있으면서, 우세함과 못함, 그리고 묘하고 묘하지 않은 것이 있는 줄을 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사람의 마음이 보다 우세하고 그만 못함으로 말미암아 닦는 데에 정밀함과 추함이 있고, 닦는 데에 정밀함과 추함이 있음으로 말미암아 사람에도 우세하고 그만 못함이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자 가전연이여, 세존께서도 또한 이와 같이 사람에게도 우세하고 못함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존자 진가전연이 선여재주를 찬탄하며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재주여, 너는 우리들에게 매우 많은 이익을 주었다. 우리들은 일찍 존자 아나율타에게서 이러한 이치에 대해 들은 적이 없었다. '저 하늘에는 저런 하늘과 이런 하늘이 있다'는 이치에 대해서 말이다."

  

이에 존자 아나율타가 말하였다.

"현자 가전연이여, 흔히 저런 하늘이 있다. 곧 이 해와 달은 이렇게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 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으나, 그 광명은 저 하늘의 광명에 미치지 못한다. 저는 우리와 함께 모여 서로 위로하고 논설하며 대답한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저 하늘에는 저런 하늘과 이런 하늘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선여재주는 저 존자의 말이 이미 끝난 줄 알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손수 손 씻을 물을 돌리고, 지극히 깨끗하고 아름다운 여러 가지 풍성한 음식을 직접 나누어주어 한껏 공양하게 하였다. 공양이 끝나자, 그릇을 거두고 손 씻을 물을 돌린 뒤에, 한 작은 평상을 가져다 따로 앉아 법을 들었다. 


선여재주가 앉은 뒤에 존자 아나율타는 그를 위해 설법하여,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였다. 한량없는 방편으로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존자 아나율타는 이렇게 말하였다. 선여재주와 비구들은 존자 아나율타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