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 수한제경(鬚閑提經) 제 12 [제4 분별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 구루수(拘樓瘦)를 유행하실 적에 바라바(婆羅婆)의 제1 정실(靜室)에 머무시면서 풀자리[草座]에 앉아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지니시고서 검마슬담(劍摩瑟曇. 구루인들의 도성)에 들어가 차례로 걸식하셨다. 탁발을 마치시고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기고, 손과 발을 씻으신 뒤에 니사단(尼師檀)을 어깨 위에 걸치고, 한 숲으로 나아가 낮에 거닐던 곳에 다다르셨다. 세존께서는 그 숲으로 들어가 한 나무 밑에 이르러 니사단을 펴고, 결가부좌(結加趺坐)하셨다.
이 때 수한제(鬚閑提) 이학(異學)은 오후에 천천히 거닐어 바라바의 제1 정실로 나아갔다. 수한제 이학은 멀리서 바라바의 제1 정실에서 풀자리를 펴고 한쪽 옆구리를 대고 누워 있는 사람을 보았는데 사자(師子)가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사문(沙門)이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하며, 범행자(梵行者)가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하였다.
수한제 이학은 그것을 본 뒤에 물었다.
"바라바여, 제1 정실에서 풀자리에 한쪽 옆구리를 대고 누워 있는 분은 누구시기에, 그 모습이 사자가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사문이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하며, 범행자가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한가?"
바라바 범지가 대답하였다.
"수한제여, 사문 고따마라는 석족(釋種)의 아들이 있다. 그분은 석가 종족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워, 무상정진각(無上正盡覺)을 깨달으셨다. 바로 그분이 저 제1정실에서 풀자리에 한쪽 옆구리를 대고 누워 계시는데 사자가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사문이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하며, 범행자가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한 것이다."
수한제 이학이 말하였다.
"바라바여, 나는 이제 볼 필요 없는 것을 보았고, 들을 필요 없는 것을 들었으니, 곧 내가 사문 고따마가 누워 있는 것을 본 것이다. 왜냐 하면 저 사문은 지(地)를 파괴하였으니, 지(地)를 파괴한 사람은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6) 범어로는 prthiv 라고 함. 여기에서 지(地)는 당시 외도인 바이셰시카(vaisesika)학파에서 말하는 실체 가운데 하나이 다. 색 냄새 맛 촉각을 가진 것으로 모든 여섯 가지 감각 능력을 개발 또는 성장시킬 수 있는 잠재능력을 가진 실체로 간주 되고 있다.)
"수한제여, 그대는 이 일로 저 사문 고따마를 꾸짖어서는 안 된다. 왜냐 하면 저 사문에겐 많은 지혜가 있으니, 곧 찰리의 지혜와 범지의 지혜 거사의 지혜 사문의 지혜가 있고, 지혜를 말하면 모두들 성인의 지혜를 얻기 때문이다. 수한제여, 나는 이 사실을 저 사문께 말씀드리고자 하는데 어떻겠는가?"
"바라바여, 말하고자 하거든 네 마음대로 하라. 나는 말리지 않겠다. 바라바여, 만일 사문 고따마를 보게 되면 나도 또한 이 사실을 말할 것이다. 왜냐 하면 저 사문은 지(地)를 파괴하였으니, 지를 파괴한 사람은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세존께서는 낮에 유행처에 계시다가, 사람들보다 탁월한 청정한 천이(天耳)로 바라바 범지와 수한제 이학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신 뒤에, 해질녘에 곧 연좌(燕坐)에서 일어나 바라바 범지의 제1 정실로 가셔서 풀자리 위에 니사단을 펴고, 결가부좌하고 계셨다. 바라바 범지는 멀리서 숲 속에 계시는 세존을 뵈었는데, 단정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마치 별 가운데 달과 같았고, 빛나고 밝고 환함은 마치 금산(金山)과 같았으며, 상호를 구족했고 위신(威神)은 위풍당당했으며, 모든 감관[根]은 고요하고 안정되어 가리움이 없었으며, 스스로 제어할 줄 아는 법을 성취하여 마음이 쉬어 고요했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 세존께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바라바여, 너는 수한제 이학과 이 풀자리에 대해 이야기하였는가?"
바라바 범지가 세존께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이 일을 사문 구담께 말씀드리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사문 고따마께서는 제가 말씀드리지도 않았는데 이미 스스로 알고 계시니, 그것은 여래 무소착 등정각이시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바라바 범지와 이 일을 이야기하고 계실 때, 수한제 이학은 나중에 천천히 걸어 바라바의 제1 정실로 갔다.
세존께서는 멀리서 수한제 이학이 오는 것을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수한제여, 안근(眼根)을 잘 제어하지 못하고 빈틈없이 수호하지도 못하면서 또 수행하지도 않는다면, 반드시 괴로움의 과보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사문 고따마를 따라 스스로 잘 제어하고 빈틈없이 잘 수호하면서 또 잘 수행하기도 한다면, 반드시 즐거움의 과보를 얻을 것이다.
수한제여, 너는 이런 이유 때문에 '사문 고따마는 지(地)를 파괴하였으니, 지를 파괴한 사람은 쓸모 없다'고 말했는가?"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한제여, 이와 같이 이근(耳根) 비근(鼻根) 설근(舌根) 신근(身根)과 의근(意根)을 잘 제어하지 못하고 빈틈없이 수호하지도 못하면서 또 수행하지도 않는다면 반드시 괴로움의 과보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여래를 따라 스스로 잘 제어하고 빈틈없이 수호하면서 또 잘 수행하기도 한다면, 반드시 즐거움의 과보를 얻을 것이다.
수한제여, 너는 이런 이유 때문에 '사문 고따마는 지(地)를 파괴하였으니, 지를 파괴한 사람은 쓸모없다'고 말했는가?"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물으셨다.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혹 어떤 사람이 아직 출가하여 도를 배우기 전에는, 그는 눈으로 빛깔[色]을 알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욕망과 서로 호응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 뒤에 눈으로 빛깔[色]을 아는 것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웠다. 그는 눈으로 빛깔을 아는 것과 그것의 집착[習]과 멸함[滅]과 맛[味]과 근심[患]과 그것을 벗어나는 방법을 사실 그대로 알아 안으로 마음을 쉬어 노닐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아직 빛깔에 대한 욕심[色欲]을 여의지 못하여 빛깔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빛깔의 열[色熱]에 뜨거워지는 사람을 보면, 또 그가 눈으로 빛깔을 알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욕망과 서로 호응하여 행하는 것을 보게 되면,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그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이런 즐거움이 있고 애착과 빛깔 때문에 그 즐거움을 즐거워할 때, 그가 천박하기 때문에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천박하기 때문에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수한제여, 과연 그에게 할 말이 있겠는가?"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물으셨다.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혹 어떤 사람이 아직 출가하여 도를 배우기 전에는, 이와 같이 귀로는 소리를 알고, 코로는 냄새를 알며, 혀로는 맛을 알고, 몸으로는 감촉을 알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욕망과 서로 호응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 뒤에 몸으로 감촉[觸]을 아는 것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웠다. 그는 몸으로 감촉을 아는 것과 그것의 집착[習]과 멸함[滅]과 맛[味]과 근심[患]과 그것을 벗어나는 방법을 사실 그대로 알아 안으로 마음을 쉬어 노닐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아직 감촉에 대한 욕심[觸欲]을 여의지 못하여 감촉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감촉의 열[觸熱]에 뜨거워지는 사람을 보면, 또 그가 몸으로 감촉을 알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욕망과 서로 호응하여 행하는 것을 보게 되면,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그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이런 즐거움이 있고 애착과 감촉 때문에 그 즐거움을 즐거워할 때, 그가 천박하기 때문에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천박하기 때문에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수한제여, 과연 그에게 할 말이 있겠는가?"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물으셨다.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혹 어떤 사람이 아직 출가하여 도를 배우기 전에는, 5욕(欲)의 공덕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욕망과 서로 호응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 뒤에 5욕의 공덕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웠다. 그는 5욕의 공덕과 그것의 집착과 멸함과 맛과 근심과 그것을 벗어나는 방법을 사실 그대로 알아 안으로 마음을 쉬어 노닐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아직 5욕을 여의지 못하여 5욕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5욕의 열에 뜨거워지는 사람을 보면, 또 그가 5욕의 공덕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욕망과 서로 호응하여 행하는 것을 보게 되면,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그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이런 즐거움이 있고 5욕과 5욕에 대한 애착 때문에 그 즐거움을 즐거워할 때, 그가 천박하기 때문에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천박하기 때문에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수한제여, 과연 그에게 할 말이 있겠는가?"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다시 물으셨다.
"수한제여, 나는 이전에 출가하여 도를 배우기 전에는, 5욕의 공덕을 어렵지 않게 얻어, 그것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욕망과 서로 호응하였었다. 그러나 나는 그 뒤에 5욕의 공덕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웠다. 나는 그 5욕의 공덕과 그 집착과 멸함과 맛과 근심과 그것을 벗어나는 방법을 사실 그대로 알아 안으로 마음을 쉬어 노닐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아직 5욕을 여의지 못하여 5욕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5욕의 열에 뜨거워지며, 5욕의 공덕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욕망과 서로 호응하여 행하는 사람을 보면, 나는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나는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이런 즐거움이 있고 5욕과 5욕에 대한 애착 때문에 그 즐거움을 즐거워할 때, 천박하기 때문에 내가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천박하기 때문에 내가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수한제여, 과연 내게 할 말이 있겠는가?"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한제여, 마치 거사나 거사의 아들이 지극히 크고 풍부하고 즐거워, 자산과 재물이 한량없고, 여러 가지 목축이 많으며, 봉호와 식읍과 모든 생활 물자가 갖가지로 풍족하여, 그는 5욕을 어렵지 않게 얻었다. 그는 몸의 묘행(妙行)과 입과 뜻의 묘행을 성취하였다. 그리고 죽음에 임박했을 땐 5욕의 공덕을 좋아하지 않아 버리고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좋은 곳으로 올라가 천상(天上)에 나게 되어, 5욕의 공덕을 구족하게 행하는 것과 같나니 수한제여, 이 하늘과 하늘의 아들이 과연 하늘의 5욕 공덕을 버리고, 인간의 5욕을 좋아하여 기쁘다는 생각을 하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 하면 인간의 5욕이란 냄새나는 것으로 깨끗하지 못하며, 그 마음은 매우 더럽고 악하여 향할 수 없고, 미워하고 다투어 매우 괴롭습니다. 구담이시여, 인간의 5욕에 비하면 천상의 5욕은 가장 위이고, 가장 묘하며, 가장 훌륭한 것입니다. 저 하늘과 하늘의 아들이 천상의 5욕
공덕을 버리고 인간의 5욕을 좋아하여 기쁘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을 끝내 있을 수 없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수한제여. 나는 인간의 5욕을 끊고 천상의 5욕마저 건너려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고는, 저 5욕 공덕과 그 집착과 멸함과 맛과 근심과 그것을 벗어나는 방법을 사실 그대로 알아 안으로 마음을 쉬어 노닐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아직 5욕을 여의지 못하여 5욕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5욕의 열에 뜨거워지며, 5욕의 공덕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욕망과 서로 호응하여 행하는 것을 보면 나는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나는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이런 즐거움이 있고 5욕과 5욕에 대한 애착 때문에 그 즐거움을 즐거워할 때, 천박하기 때문에 내가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천박하기 때문에 내가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수한제여, 과연 내게 할 말이 있겠는가?"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한제여, 그것은 마치 문둥병을 앓는 사람이 몸이 썩어 문드러지고 벌레에게 먹힐 때,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집고 불구덩이에다 그슬리는 것과 같나니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문둥병을 앓는 사람이 몸이 썩어 문드러지고 벌레에게 먹힐 때,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집고 불구덩이에다 그슬린다면, 이렇게 하고도 과연 병을 없애고 힘을 얻어, 모든 근을 무너뜨리지 않고, 문둥병을 벗어나 몸이 완전히 건강해지고 옛날처럼 회복되어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 하면 만일 문둥병을 앓는 사람이 몸이 썩어 문드러지고 벌레에게 먹힐 때,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집고 불구덩이에다 그슬린다면, 그러면 다시 부스럼이 생겨 부스럼은 더욱 많아지고, 본래보다도 부스럼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도리어 문둥병을 즐거움으로 삼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한제여, 문둥병 앓는 사람이 몸이 썩어 문드러지고 벌레에게 먹힐 때,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집고 불구덩이에다 그슬린다면, 그러면 다시 부스럼이 생겨 부스럼은 더욱 많아지고, 본래보다도 부스럼은 더욱 커지건만 그래도 그는 도리어 문둥병을 즐거움으로 삼는 것처럼 수한제여, 이와 같이 중생은 5욕을 여의지 못하여, 5욕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5욕의 열에 뜨거워지면서도 5욕을 행한다. 수한제여, 이와 같이 중생은 5욕을 여의지 못하여, 5욕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5욕의 열에 뜨거워지면서도 5욕을 행한다. 그러면 5욕은 더욱 많아지고, 5욕에 대한 애착은 더욱 넓어지건만, 그래도 그는 도리어 5욕에 대한 애착을 즐거움으로 삼느니라. 그들이 만일 5욕을 끊지 못하고, 5욕에 대한 애착을 여의지 못하고서, 안으로 마음 쉬기를 이미 행했거나, 지금 행하거나 앞으로 행하려 한다면 끝내 그럴 수 없느니라. 왜냐 하면 이것은 5욕을 끊고, 5욕에 대한 애착을 여의게 하는 도리가 아니요, 5욕을 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니라."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한제여, 그것은 마치 왕과 대신이 5욕을 얻기가 어렵지 않은 것과 같나니, 그들이 만일 5욕을 끊지 못하고, 5욕에 대한 애착을 여의지 못하고서, 안으로 마음 쉬기를 이미 행했거나 지금 행하거나 앞으로 행하려 한다면 끝내 그럴 수 없느니라. 왜냐 하면 이것은 5욕을 끊고 5욕에 대한 애착을 여의게 하는 도리가 아니요, 5욕을 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수한제여, 중생들은 아직 5욕을 여의지 못하여 5욕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5욕의 열[欲熱]에 뜨거워지면서도 5욕을 행한다. 수한제여, 만일 중생이 5욕을 여의지 못하여, 5욕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5욕의 열에 뜨거워지면서도 5욕을 행하면, 그러면 5욕은 더욱 많아지고, 5욕에 대한 애착은 더욱 커지건만 그래도 그들은 도리어 5욕을 즐거움으로 삼느니라. 그들이 만일 5욕을 끊지 못하고, 5욕에 대한 애착을 여의지 못하고서, 안으로 마음 쉬기를 이미 행했거나 지금 행하거나 앞으로 행하려 한다면 끝내 그럴 수 없느니라. 왜냐 하면 이것은 5욕을 끊고 5욕에 대한 애착을 여의게 하는 도리가 아니요, 5욕을 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니라.
수한제여, 그것은 마치 문둥병을 앓는 사람이 몸이 썩어 문드러지고 벌레에게 먹히자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집고 불구덩이에다 그슬릴 때, 어떤 사람이 그를 가엾게 생각하고 불쌍히 여겨, 이익과 요익을 구하며, 안온과 쾌락을 구하여 그 증세에 꼭 맞는 좋은 약을 주었고, 그 증세에 꼭 맞는 좋은 약을 준 뒤에 그는 병이 없어지고 기력이 회복되어, 모든 근(根)이 무너지지 않고 이미 문둥병을 벗어나, 몸이 완전히 건강해지고 옛날처럼 회복되어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그런 그가 만일 어떤 문둥병을 앓는 사람이 몸이 썩어 문드러지고 벌레에게 먹힐 때,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집고 불구덩이에다 그슬리는 것을 본다면 수한제여, 그 사람이 그것을 본 뒤에 과연 즐겁다는 생각이 들어 칭찬하고 좋아하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 하면 병이 있다면 반드시 약을 써야 하겠지만 병이 없으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그 문둥병을 앓던 사람이 병이 없어지고 기력이 회복되어 모든 근이 무너지지 않고 이미 문둥병을 벗어나, 몸이 완전히 건강해지고 옛날처럼 회복되어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갔을 때, 두 역사(力士)가 강제로 그 사람을 붙잡아 불구덩이에다 그슬린다면, 그는 그 속에서 놀라고 두려워 불을 피하면서, 몸으로 심한 뜨거움을 느낄 것이다.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그 불구덩이가 지금 더욱 뜨거워지고 큰 고통과 재앙이 예전보다 심해서이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가 전에 문둥병을 앓아 몸이 썩어 문드러지고 벌레에게 먹힐 때,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집고 불구덩이에다 그슬리며 그 고통에 대해 매우 즐겁다는 갱락상(更樂想)을 내었던 것은, 그 마음이 미혹되고 산란하며, 전도(顚倒)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그 사람은 이제 병이 없어지고 기력을 회복하여 모든 근이 무너지지 않고 이미 문둥병에서 벗어나, 몸은 완전히 건강해지고 옛날처럼 회복되어,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갔습니다. 그가 고통에 대해 매우 괴롭다는 갱락상을 내는 것은 그 마음이 태연하고 전도된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한제여, 문둥병을 앓는 사람은 몸이 썩어 문드러지고 벌레에게 먹힐 때,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집고 불구덩이에다 그슬리며 그가 고통에 대해 매우 즐겁다는 갱락상(更樂想)을 내는 것은 그 마음이 미혹되고 산란하며 전도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한제여, 이와 같이 중생은 5욕을 여의지 못하여 5욕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5욕의 열에 뜨거워지면서도 5욕을 행한다. 그들이 고통스런 5욕에 대해 5욕은 즐겁다는 생각[樂欲想]을 가지는 것은, 그 마음이 미혹되고 산란하며 전도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한제여, 마치 그 사람이 병이 없어지고 기력이 회복되어 모든 근이 무너지지 않고 이미 문둥병을 벗어나, 몸이 완전히 건강해지고 옛날처럼 회복되어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면, 그는 고통에 대해 매우 고통스럽다는 갱락상을 내고 그 마음이 태연하여 전도된 생각이 없는 것처럼, 이와 같이 수한제여, 나는 고통스런 5욕에 대해 5욕은 괴롭다는 생각[苦欲想]을 하고, 진실을 얻어 전도된 생각이 없다.
왜냐 하면 수한제여, 과거의 5욕도 깨끗하지 못한 냄새나는 곳이요, 마음은 매우 더럽고 악하여 향할 수 없고, 미워하고 다투어 괴로움과 다시 부딪히며, 미래와 현재의 5욕도 또한 깨끗하지 못한 냄새나는 곳으로서, 마음은 매우 더럽고 악하여 향할 수 없고, 미워하고 다투어 괴로움과 다시 부딪히기 때문이다. 수한제여, 여래 무소착 등정각은 병이 없는 것이 제일가는 이익이요, 열반이 제일가는 즐거움이라고 말하느니라."
"세존이시여, 저도 일찍이 나이 많고 덕이 높은 장로와 오래 배운 범행자들에게서 '병이 없는 것이 제일가는 이익이요, 열반이 제일가는 즐거움이다'라고 들었습니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수한제여, 만일 네가 일찍이 나이 많고 덕이 높은 장로와 오래 배운 범행자들에게서, '병이 없는 것이 제일가는 이익이요, 열반이 제일가는 즐거움이다'라고 들었다면 수한제여, 어떤 것이 병이 없는 것이며, 어떤 것이 열반인가?"
이에 수한제 이학은 자신이 곧 병(病)이요 종기[癰]이며, 화살이요 뱀이며, 무상(無常)이요 고통이며, 공(空)이요 비신(非神)이면서 두 손을 문지르며 이렇게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이것이 병이 없는 것이며, 이것이 열반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한제여, 나면서부터의 장님이 눈이 있는 사람에게서 '희고 깨끗하여 때가 없구나, 희고 깨끗하여 때가 없구나'라는 말을 듣고는, 곧 희고 깨끗한 것을 찾았다. 그 때 그를 위해 이익과 요익을 구하지 않고, 안온과 쾌락을 구하지 않는 어떤 사기꾼이 때가 묻어 더러운 옷을 가지고 그에게 가서 말하였다.
'너는 알아야 한다. 이것은 희고 깨끗하여 때가 없는 옷이다. 너는 두 손으로 공경스럽게 받아 몸에 걸쳐라.'
그러자 그 장님은 기뻐하면서 곧 두 손으로 공경스럽게 받아 몸에 걸치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희고 깨끗하여 때가 없구나, 희고 깨끗하여 때가 없구나.'
수한제여, 그 사람이 스스로 알아 말했다고 하겠느냐, 알지 못하고 말했다고 하겠느냐, 스스로 보고 말했다고 하겠느냐, 스스로 보지 못하고 말했다고 하겠느냐?"
"세존이시여, 그렇게 말한 것은 실로 알지도 보지도 못한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수한제여, 눈이 없는 장님이 자신이 곧 병이요 종기며, 화살이요 뱀이며, 무상이요 고통이며, 공이요 비신이면서 두 손을 문지르며 '구담이시여, 이것이 병이 없는 것이요, 이것이 열반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수한제여, 너는 병이 없는 것도 알지 못하거늘, 하물며 어찌 열반을 알고 보겠는가? 알고 본다고 말한다 해도 끝내 그럴 수 없느니라.
수한제여, 여래 무소착 등정각은 말하노라."
병이 없는 것 제일가는 이익이요
열반은 제일가는 즐거움이며
모든 도(道) 가운데는 8정도(正道)가
안온한 감로에 머물게 하느니라.
그 많은 사람들이 다같이 이것을 들었는데, 많은 이학들은 이 게송을 들은 뒤에 계속하여 서로 전하였으나 그 뜻은 알지 못하였다. 그들은 이미 듣고는 가르침을 구하고자 하였으나, 그들은 똑같이 어리석고 미련하여 도리어 서로 속였다. 그들의 그 현재의 몸은 4대(大)의 종류로서, 부모를 좇아 나서 음식으로 자라나며, 항상 덮어주고 문지르며 목욕시키지만, 억지로 참아야 하고 부서지며, 갈려 없어지고 떠나 흩어지는 물질이었다. 그래서 신(神)을 보고 신을 받으며, 받음을 인연하여 곧 있고[有], 있음을 인연하여 곧 나며[生], 남을 인연하여 곧 늙고 죽으며[老死], 늙고 죽음을 인연하여 곧 시름하고 슬퍼하고 울며, 근심하고 괴로워하고 번민하였으니, 이와 같이 그 생은 순전한 큰 괴로움의 무더기였다.
이에 수한제 이학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사 한쪽을 벗어 메고, 합장하고 세존을 향하여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사문 구담을 지극히 믿습니다. 원컨대 구담이시여, 잘 설법하시어 저로 하여금 '이것은 병이 없는 것이요, 이것은 열반이다'라고 알게 해 주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한제여, 만일 너의 거룩한 혜안(慧眼)이 깨끗해지지 못한다면, 내가 너를 위하여 병 없음과 열반을 말하더라도 끝내 알지 못하고, 한낱 나를 번거롭게 하고 괴롭게만 할 것이다.
수한제여, 마치 날 때부터 장님인 사람이 남이 찾아가서 '너는 알아야 한다. 이것은 푸른빛이요, 누런 빛 빨간 빛 흰 빛이다'라고 하면 그 말을 따르는 것과 같나니, 수한제여, 날 때부터 장님인 사람이 혹 남의 말로 인해, 그 푸른 빛 누런 빛 빨간 빛 흰 빛을 알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와 같이 수한제여, 만일 너의 거룩한 혜안이 깨끗해지지 못한다면, 내가 너를 위하여 병 없음과 열반을 말하더라도 끝내 알지 못하고, 한낱 나를 번거롭게 하고 괴롭게만 할 것이다.
수한제여, 내가 너를 위하여 너의 증세에 꼭 맞는 묘한 약을 말하여 아직 깨끗하지 못한 거룩한 혜안(慧眼)을 청정하게 하리라. 수한제여, 만일 너의 거룩한 혜안이 청정해지면, 너는 곧 '이것은 병이 없는 것이요, 이것은 열반이다'라고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수한제여, 마치 날 때부터 장님인 사람에게 여러 친족들이 있어, 그들이 그를 사랑하고 가엾게 여겨, 이익과 요익을 구하고, 안온과 쾌락을 구하기 때문에, 그를 위하여 눈을 치료하는 의사를 구하는 것과 같다. 그 눈을 치료하는 의사는 여러 가지 치료법을 베푸는데, 혹은 토하게 하고, 혹은 내리게 하며, 혹은 코에 물을 붓고, 혹은 다시 씻어 내리며, 혹은 힘줄을 자극하고, 혹은 눈물을 흘리게 하면, 수한제여, 혹 그럴 때 깨끗한 두 눈을 얻게 되는 것과 같다.
수한제여, 만일 그의 두 눈이 청정해지면, 곧 스스로 '이것은 푸른 빛 누런 빛 빨간 빛 흰 빛이다'라고 볼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 때묻은 더러운 옷을 보고 곧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저 사람은 나의 원수이다. 오랜 세월 동안 때묻은 옷으로써 나를 속였다.'
그래서 그는 미워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니 수한제여, 이 사람은 혹 그를 죽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수한제여, 나는 너를 위해 너의 증세에 꼭 맞는 묘한 약을 말하여, 아직 깨끗해지지 못한 거룩한 혜안을 청정하게 하리라. 수한제여, 만일 너의 거룩한 혜안이 청정해지면, 너는 곧 '이것은 병이 없는 것이요, 이것은 열반이다'라고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수한제여, 아직 깨끗하지 못한 거룩한 혜안을 청정하게 하는 네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선지식을 가까이하여 공경하고 받들어 섬기는 것, 선법(善法)을 듣는 것, 잘 생각하는 것, 법과 다음 법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수한제여, 너는 마땅히 이렇게 배워 선지식을 가까이하여 공경하고 받들어 섬기며, 선법을 듣고 잘 생각하여, 법과 다음 법을 향해 나아가라.
수한제여, 너는 마땅히 이렇게 배우라. 수한제여, 너는 선지식(善知識)을 가까이하여 공경하고 받들어 섬기고 나서는 곧 선법을 듣고, 선법을 들은 뒤에는 잘 생각하고, 잘 생각한 뒤에는 곧 법과 다음 법을 향해 나아가고, 법과 다음 법을 향해 나아간 뒤에는 곧 이 괴로움[苦]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알고, 이 괴로움의 발생[苦習]을 알며, 이 괴로움의 소멸[苦滅]을 알고, 이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苦滅道]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알아야 한다.
어떻게 괴로움을 사실 그대로 아는가?
곧 '태어남[生]이 괴로움이요, 늙음[老]이 괴로움이며, 병듦[病]이 괴로움이요, 죽음[死]이 괴로움이며, 싫어하는 것과 만남이 괴로움이요, 사랑하는 것과 헤어짐이 괴로움이며, 구하되 얻지 못함이 괴로움이니, 간략히 말해 5성음(盛陰)이 괴로움이다'라고 이렇게 괴로움을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괴로움의 발생을 사실 그대로 아는가?
곧 '이 애욕은 장차 미래의 목숨을 받고, 기쁨의 탐욕[喜欲]과 함께 여러 가지 목숨을 원한다'고 이렇게 괴로움의 발생을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괴로움의 소멸을 사실 그대로 아는가?
곧 '이 애욕은 장차 미래의 목숨을 받고 기쁨의 탐욕과 함께 여러 가지 목숨을 원한다. 그러나 그것은 멸할 수 있고 무여(無餘)일 수 있으며, 끊을 수 있고 버릴 수 있으며, 토할 수 있고 다할 수 있으며, 무욕(無欲)일 수 있고 없앨 수 있으며, 쉬고 그칠 수 있는 것이다'라고 이렇게 괴로움의 소멸을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아는가?
곧 '8정도[支聖道]로서 곧 바른 견해[正見]와 나아가 바른 선정[正定]까지이다. 이것을 여덟 가지라 한다'고 이렇게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이 법을 말씀해 마치시자, 수한제 이학은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떠나, 모든 법에 대한 법안(法眼)이 생겼다. 이에 수한제 이학은 법을 보고, 법을 얻고, 희고 깨끗한 법을 깨달았다.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 다시는 다른 높일 이가 없어 남을 좇지 않고, 망설임 없이 이미 과증(果證)에 머물러, 세존의 법에서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제가 출가하여 도를 배우게 하시고,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비구가 되게 해 주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여, 범행을 닦아라."
그래서 수한제 이학은 곧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구족계를 받고 비구가 되었다. 수한제 이학은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구족계를 받고 법을 안 뒤에는 아라하(阿羅訶)가 되었다.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존자 수한제는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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