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 석중선실존경(釋中禪室尊經) 제 5 [제4 분별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노이강기(盧夷强耆. 석가족의 왕족출신)는 석(釋.석가족)씨 중에 노닐면서 일이 없는 선실[無事禪室]에 머물고 있었다. 존자 노이강기는 먼동이 트는 새벽에 그 선실에서 나와, 선실 바깥 그늘에 있는 평상에 니사단(尼師檀)을 펴고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몸이 지극히 아름답고 얼굴이 의젓한 한 하늘이 있었다. 그 하늘은 먼동이 트는 새벽에 존자 노이강기에게 가서 머리를 조아려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 있었다. 그 하늘의 얼굴은 위엄스럽고 지극히 아름다웠으며 광명이 그 선실을 두루 비추었다.
그 하늘은 한쪽에 서서 존자 노이강기에게 여쭈었다.
"비구여, 발지라제(跋地羅帝)의 게송과 그 뜻을 받아 가지고 계십니까?"
존자 노이강기가 그 하늘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발지라제의 게송과 그 뜻을 받아 가지지 못했습니다."
그는 그 하늘에게 도로 물었다.
"그대는 발지라제의 게송과 그 뜻을 받아 가졌습니까?"
그 하늘이 대답했다.
"저는 발지라제의 게송은 받아 가졌지만 그 뜻은 받아 가지지 못했습니다."
존자 노이강기는 다시 그 하늘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발지라제의 게송은 받아 가졌으면서 그 뜻은 받아 가지지 못했습니까?"
그 하늘이 대답하였다.
"어느 때 세존께서는 왕사성을 유행하실 적에 죽림 가란타(迦蘭)동산에 계셨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발지라제의 게송을 말씀하셨습니다.
부디 과거를 생각지 말고
또한 미래를 바라지도 말라.
과거의 일은 이미 사라졌고
미래는 아직 이르지 않았느니라.
현재 존재하는 모든 것[法]
그것 또한 이렇게 생각해야 하나니
어느 것도 견고하지 못함을 기억하라.
슬기로운 사람은 이렇게 아느니라.
만일 성인의 행을 실천하는 이라면
어찌 죽음을 근심하리.
나는 결코 그것을 만나지 않으리니
큰 고통과 재앙 여기서 끝나리라.
이와 같이 열심히 힘써 행하며
밤낮으로 쉬지 말고 게으르지 말지니
그러므로 이 발지라제의 게송을
언제나 마땅히 설해야 하느니라.
비구여, 저는 이와 같이 발지라제의 게송을 받아 가졌지만 그 뜻은 받아 가지지 못했습니다."
존자 노이강기는 다시 그 하늘에게 물었다.
"누가 발지라제의 게송과 그 뜻을 받아 가지고 있습니까?"
하늘이 대답하였다.
"세존께서는 사위국에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에 계시는데, 그 분은 발지라제의 게송과 그 뜻을 받아 가지고 계십니다. 비구여, 그대는 세존께 가서 세존에게 직접 발지라제의 게송과 그 뜻을 받아 잘 지니고 독송하십시오. 왜냐 하면 발지라제의 게송과 그 뜻에는 이치가 있고 법이 있어 범행의 근본이 되며, 지혜로 나아가고, 깨달음으로 나아가며, 열반으로 나아가게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큰 족성의 아들로서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자는 마땅히 발지라제의 게송과 그 뜻을 잘 받아 가지고 독송해야 합니다."
그 하늘은 이렇게 말한 뒤 존자 노이강기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세 번 돌고는 거기서 사라졌다.
그 하늘이 사라진 지 오래지 않아 이에 존자 노이강기는 석가족이 사는 곳에 있으면서 여름 안거를 마쳤다. 그는 3개월을 지낸 뒤 옷을 기우고 나서, 옷과 발우를 챙겨 사위국을 향하였다. 그는 여러 곳을 거치며 앞으로 나아갔고 사위국에 이르러 승림급고독원에 머물렀다.
존자 노이강기는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어느 때 석가족이 사는 곳에서 노닐며 일이 없는 선실(禪室)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때 먼동이 트는 새벽, 선실에서 나와 선실 바깥 그늘에 있는 평상에 니사단을 펴고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 때 몸은 지극히 아름답고 얼굴이 의젓한 어느 하늘이 먼동이 트는 새벽에 저에게 와서 머리를 조아려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 하늘은 얼굴이 위엄스럽고 지극히 아름다웠으며 그 광명은 선실을 두루 비쳤습니다. 그 하늘은 한쪽에 서서 제게 물었습니다.
'비구여, 발지라제의 게송과 그 뜻을 받아 가지고 계십니까?
저는 그 하늘에게 대답했습니다.
'발지라제의 게송도 받지 못했고 그 뜻도 받아 가지지 못했습니다.'
저는 도로 그 하늘에게 물었습니다.
'그대는 발지라제의 게송과 그 뜻을 받아 가졌습니까?
그 하늘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발지라제의 게송은 받아 가졌지만 그 뜻은 받아 가지지 못했습니다.'
저는 다시 그 하늘에게 물었습니다.
'어찌하여 발지라제의 게송은 받아 가졌으면서 그 뜻은 받아 가지지 못했습니까?'
그 하늘은 제게 대답했습니다.
'어느 때 세존께서 왕사성을 유행하실 적에 죽림 가란타(迦蘭)동산에 계셨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을 위해 발지라제의 게송을 말씀하셨습니다.
부디 과거를 생각지 말고
또한 미래를 바라지도 말라.
과거의 일은 이미 사라졌고
미래는 아직 이르지 않았느니라.
현재 존재하는 모든 것
그것 또한 이렇게 생각해야 하나니
어느 것도 견고하지 못함을 기억하라
슬기로운 사람은 이렇게 아느니라.
만일 성인의 행을 실천하는 이라면
어찌 죽음을 근심하리.
나는 결코 그것을 만나지 않으리니
큰 고통과 재앙 여기서 끝나리라.
이와 같이 열심히 힘써 행하며
밤낮으로 쉬지 말고 게으르지 말지니
그러므로 이 발지라제의 게송을
언제나 마땅히 설해야 하느니라.
비구여, 저는 이와 같이 발지라제의 게송은 받아 가졌지만 그 뜻은 받아 가지지 못했습니다.'
저는 다시 하늘에게 물었습니다.
'누가 발지라제의 게송과 그 뜻을 받아 가지고 있습니까?'
그 하늘은 제게 대답했습니다.
'세존께서는 사위국에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에 계시는데, 그 분은 발지라제의 게송과 그 뜻을 받아 가지고 계십니다. 비구여, 그대는 가서 세존에게 직접 발지라제의 게송과 그 뜻을 잘 받아 지니고 독송하십시오. 왜냐 하면 발지라제의 게송과 그 뜻은 의미가 있고 법이 있어 범행의 근본이 되며, 지혜로 나아가고, 깨달음으로 나아가며, 열반으로 나아가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큰 족성의 아들로서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사람은 마땅히 발지라제의 게송과 그 뜻을 잘 받아 지니고 독송해야 합니다.'
그 하늘은 이렇게 말한 뒤 제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세 번 돌고는 거기서 사라졌습니다."
이에 세존께서는 존자 노이강기에게 물으셨다.
"너는 그 하늘이 어디서 왔으며, 그 하늘의 이름이 무엇인지 아느냐?"
"세존이시여, 저는 그 하늘이 어디서 왔으며, 또 그 이름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강기여, 그 하늘 남자의 이름은 반나(般那)12)라 하며 33천 군사의 장수이니라."
존자 노이강기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이야말로 그 때입니다. 선서(善逝)시여, 지금이야말로 그 때입니다. 만일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을 위하여 발지라제의 게송과 그 뜻을 말씀하신다면 모든 비구들은 세존의 말씀을 듣고 잘 받아 가질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강기여,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여라. 나는 마땅히 너를 위하여 그 뜻을 자세히 설명해 주리라."
존자 노이강기가 아뢰었다.
"예, 분부대로 경청하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부디 과거를 생각지 말고
또한 미래를 바라지도 말라.
과거의 일은 이미 사라졌고
미래는 아직 이르지 않았느니라.
현재 존재하는 모든 것
그것 또한 이렇게 생각해야 하나니
어느 것도 견고하지 못함을 기억하라
슬기로운 사람은 이렇게 아느니라.
만일 성인의 행을 실천하는 이라면
어찌 죽음을 근심하리.
나는 결코 그것을 만나지 않으리니
큰 고통과 재앙 여기서 끝나리라.
이와 같이 열심히 힘써 행하며
밤낮으로 쉬지 말고 게으르지 말지니
그러므로 이 발지라제의 게송을
언제나 마땅히 설해야 하느니라.
"강기여, 어떻게 비구가 과거를 생각하게 되는가?
만일 비구가 과거의 색(色)을 즐겨하여 욕심내고 집착하고 거기에 머무르며, 과거의 각(覺. 오온의 수) 상(想) 행(行) 식(識)을 즐겨하여 욕심내고 집착하고 거기에 머문다면, 이와 같은 비구는 과거를 생각하게 되느니라.
강기여, 어떻게 비구가 과거를 생각하지 않게 되는가?
만일 비구가 과거의 색을 즐겨하지 않아서 욕심 내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거기에 머무르지 않으며, 과거의 각 상 행 식을 즐겨하지 않아서 욕심 내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거기에 머무르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비구는 과거를 생각하지 않게 되느니라.
강기여, 어떻게 비구가 미래를 원하게 되는가?
만일 비구가 미래의 색을 즐겨하여 욕심내고 집착하고 거기에 머무르며, 미래의 각 상 행 식을 즐겨하여 욕심내고 집착하고 거기에 머문다면, 이와 같은 비구는 미래를 원하게 되느니라.
강기여, 어떻게 비구가 미래를 바라지 않게 되는가?
만일 비구가 미래의 색을 즐겨하지 않아서 욕심 내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거기에 머무르지 않으며, 미래의 각 상 행 식을 즐겨하지 않아서 욕심 내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거기에 머무르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비구는 미래를 바라지 않게 되느니라.
강기여, 어떻게 비구가 현재의 법을 받아들이게 되는가?
만일 비구가 현재의 색을 즐겨하여 않아서 욕심내고 집착하고 거기에 머무르며, 현재의 각 상 행 식을 즐겨하여 욕심내고 집착하고 거기에 머문다면, 이와 같은 비구는 현재의 법을 받아들이게 되느니라.
강기여, 어떻게 비구가 현재의 법을 받아들이지 않게 되는가?
만일 비구가 현재의 색을 즐겨하지 않아서 욕심 내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거기에 머무르지 않으며, 현재의 각 상 행 식을 즐겨하지 않아서 욕심 내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거기서 머무르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비구는 현재의 법을 받아들이지 않게 되느니라."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존자 노이강기와 비구들은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한역 아함경 > 중아함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8. 의행경(意行經) (0) | 2015.09.27 |
---|---|
167. 아난설경(阿難說經) (0) | 2015.09.27 |
제43권 - 근본분별품 - 165. 온천림천경(溫泉林天經) (0) | 2015.09.26 |
164. 분별관법경(分別觀法經) (0) | 2015.09.26 |
중아함경 163. 분별육처경(分別六處經) (0) | 2015.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