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梅集 청매집(印悟 인오)
香嚴擊竹 향엄격죽(香嚴擊竹)1)
1) 향엄격죽(香嚴擊竹) : 중국 당나라 때 향엄이 마당을 쓸다가 돌멩이가 튕기어 대
나무에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龍吟枯木猶生喜 고목에 용이 우니 오히려 기쁨이 생겨나고
髑髏生光識轉幽 해골에 빛이 나니 생각이 오히려 깊어지네.
磊落一聲空粉碎 쩡쩡 울리는 한 소리에 허공이 가루가 되어 부서지고
月波千里放孤舟 달빛 비치는 천 리 물결에 배 하나 떠 가네.
喝 할
磊落寒聲白日昏 쩌렁쩌렁한 차가운 소리에 밝은 해가 어두워지고
針鋒頭上弄乾坤 바늘 끝에서 하늘과 땅을 희롱하네.
拈花微笑家初喪 염화미소(拈花微笑)조차도 초상난 집안인데
更把虛空作兩分 다시 허공을 잡고 두 조각을 내어 버리는구나.
光不透脫 빛이 궤뚫어 지나지를 못함
日上雪峯光却薄 눈 쌓인 봉우리에 해가 솟아도 빛은 옅고
月依風樹影難全 달이 바람부는 나무에 걸리니 그림자가 온전하기 어려워라.
以心解道分明在 마음으로 도를 알면 분명하게 있으니
遠寺鍾聲到客船 먼 절의 종소리가 나그네 배에 들려오네.
置卷 책을 버림
學本爲修道 학문의 근본은 도를 닦기 위함이요
道本爲全生 수도의 근본은 삶을 온전히 하기 위함이라.
全生安樂國 안락의 나라에서 삶을 온전히 한다면
何必轉千經 무엇하러 천 권의 경전을 두루 읽으리오?
示求法人 법을 구하는 사람에게 보임
一海衆魚游 하나의 바다에 수많은 물고기가 노니는데
各有一大海 물고기마다 하나의 큰 바다가 있도다.
海無分別心 바다는 아무 분별심이 없으니
諸佛法如是 여러 불법도 이와 같도다.
求他作 다른 데서 구하는 것을 보고 지음
可惜世間人 애석하구나 세간 사람들이여
不知自身貴 자기 자신이 귀한 줄을 모르고서
羡他豪富人 남이 큰 부자인 것을 부러워만 하다니.
求佛法如是 불법을 구하는 것도 이와 같도다.
贈義天禪子 의천(義天) 선자에게
看經非實悟 경전을 보는 것은 진실한 깨달음이 아니요
守默也徒勞 침묵을 지키는 것도 쓸 데 없는 노력이라.
秋天淡如海 가을 하늘이 바다처럼 맑으니
須是月輪孤 달 하나만 덜렁 걸렸네.
途中 길을 가던 중에
明月途中夜 밤에 길을 가니 달이 밝구나
黃花客裏秋 가을의 나그네 길에 핀 누런 꽃.
西風亦多事 서풍도 또한 할 일이 많구나
吹葉落溪頭 낙엽을 불어 시냇가에 떨어뜨리기도 하고.
看到知知篇 제대로 안다는 것은
若以知知知 만약에 앎으로써 앎을 안다고 한다면
如以手掬空 손으로 허공을 움켜잡는 것과 마찬가지지.
知但自知已 앎이란 다만 스스로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니
無知更知知 알지 않는 것이 앎을 아는 것이라.
贈大圭禪僧 대규(大圭) 선승(禪僧)에게 드림
同一性故法憮取 동일한 성품인 까닭에 모든 법을 어루만져 취하고
絶異相故法無舍 다르다는 생각을 끊는 까닭에 버릴 법이 없도다.
盡力高聲喚不應 힘을 다해 높은 소리로 불러도 응하지 않건만
傍邊自有松風和 바로 곁 소나무에 바람이 절로 불어오도다.
春日 봄날
友也江村乞食去 벗은 강마을에 걸식을 하러 가고
知厨童子煮松茶 부엌을 맡은 동자는 솔가지를 태워서 차를 끓이네.
出門驚見春歸盡 문을 나가보니 놀랍게도 봄이 벌써 끝나 가고 있으니
風打桃源欲落花 바람이 도원(桃源)2)을 때려 꽃잎이 떨어지려 하네.
2) 도원(桃源) : 아주 아름답고 살기 좋은 이상향을 말한다.
漁翁 고기 잡는 늙은이
深知風海起波瀾 바다에 바람 부니 큰 파도가 일 것을 알고
收却絲綸掛石端 낚시줄 거두어서 바위 끝에 걸어 두네.
盡日曲肱閑睡熟 하루 종일 무릎 구부린 채 깊은 잠에 빠지니
不知飛鷺拂衰顔 날아가는 해오라기 늙은 얼굴 스치는 줄도 모르네.
出山 산을 벗어남
來時葉未開 올 때에는 잎이 나지도 않았었는데
滿眼皆紅樹 눈 가득 모두가 붉은 나무로다.
不知春復秋 봄이 다시 가을로 된 것도 몰랐는데
物有成今古 만물은 벌써 지금과 옛날로 나뉘었구나.
樹下不再宿 나무 아래에 다시 자지 말라고
吾佛曾垂戒 우리 불가에서는 경계를 하였지.3)
守菴孤鶴在 지키고 사는 암자에 외로운 학이 있어
迢然出洞府 골짜기를 빠져나가 멀리 날아가네.
3) 한 나무 아래에 다시 자면 정이 들고 집착이 생긴다고 하는 말이다.
悼世 세상을 애도함
野人自外來 거친 사람이 바깥에서 들어와
道我世煩劇 우리 세상을 엉망으로 이끄네.
癘氣捲閭閻 살상의 기운이 마을을 뒤덮어서
餓莩滿阡陌 굶어죽은 시체가 들판에 가득하네.
干戈日益尋 전쟁이 날로 심해지니
骨肉不相惜 골육끼리도 서로 애처로이 여기지 못하네.
賦役歲益迫 부역이 해마다 더욱 닥쳐드니
妻兒走南北 처자들은 남북으로 달아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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